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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9화

작가: 윤지
아이의 말에 박민정의 마음이 순식간에 녹아들었다.

박민정은 서둘러 박윤우에게 설명했다.

“엄마가 널 어떻게 버려. 민기 아저씨와 함께 일을 마치고 나면 금방 돌아올 거야.”

역시 피는 물보다 진한가보다.

두 아이의 기억이 없다고는 하나 아이의 애교에 박민정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

박윤우가 그녀의 손을 잡아당겼다.

“무슨 일이야? 왜 우리가 가면 안 돼? 아빠와 내가 엄마한테 짐이 되는 것도 아니잖아. 설마 숨겨놓은 자식이라도 있는 거야? 그래서 나를 버리려고?”

서럽게 말하는 아이의 모습은 박민정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아니야.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그래.”

“그러면 나와 아빠도 같이 가게 해줘. 한 가족이라면 뭐든 함께 해야지.”

박윤우가 계속해서 징징대자, 박민정은 어쩔 수 없이 승낙했다.

“그래 그럼. 차에 올라타.”

박윤우는 울상이던 얼굴을 거두고 곧바로 웃음을 터뜨렸다.

“역시 엄마야. 사랑해.”

그 순간 박민정은 왠지 속았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박윤우와 유남준은 차에 올라탔다.

박민정에게 쫓겨날까 봐 유남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얌전하게 앉아 있었다.

정민기는 차를 몰고 서교 추모 공원으로 향했다.

차에서 내린 박민정은 정민기의 안내를 받으며 박형식과 한수민이 묻혀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원래는 박형식과 한수민을 함께 묻히려고 했지만, 한수민이 박형식을 배신한 탓에 박씨 가문은 두 사람의 합장을 반대했다.

한수민의 무덤은 박형식의 무덤 옆에 있었다.

두 사람을 추모하기 위해 박민정은 두 송이의 데이지를 샀었다.

“아빠!”

그녀가 외쳤다.

박형식이 자신의 아버지란 사실은 추호도 변함이 없었다.

다만 다시는 아버지의 응답을 들을 수 없다는 것이 박민정은 너무 슬펐다.

아버지의 묘비 앞에 서 있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옆에 있던 한수민의 흑백사진을 힐끗 쳐다보았다.

복잡한 감정이 느껴졌다.

박윤우가 다가와 박민정을 위로했다.

“엄마, 슬퍼하지 마세요”

박민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워서 이러는 거니까 괜찮아.”

박민정의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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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에 증조할아버지와 유씨 가문의 모든 사람이 자신을 따르는 꿈을 유지훈은 꾸었다.박윤우와 박예찬 형제가 자신의 부하가 되어있었다.“지훈 대장님, 저희를 버리지 마세요.”“불쌍한 저희를 거두어 주세요.”박예찬의 두 동생도 거지가 되어 있었다.유지훈이 웃으며 말했다.“흥! 이제부터 너희들은 모두 내 부하들이야.”“네. 네. 맞아요. 저희는 대장님의 부하니 제발 버리지 마세요.”유지훈은 웃으면서 잠에서 깼다.심지어 유치원에 갈 때도 들뜬 기분을 감추지 못했다.유치원 상급반 아이들이 그의 밝은 모습을 보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었지만, 유지훈은 대답하지 않았다.“하여튼 좋은 일이니까 묻지 마.”그렇게 말한 후 그는 우쭐대며 아이들 사이를 비집고 지나 박예찬 옆에 앉았다.지난밤에 꾸었던 꿈을 여전히 마음에 간직하고 있어서인지 유지훈은 자신이 박예찬의 졸개라는 사실을 잊은 듯했다.“예찬아, 이제부터는 내 말을 따르도록 해.”이 말에 컴퓨터 앞에서 무언가를 하고 있던 박예찬이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봤다.“왜 갑자기?”“뭔 말이 그렇게 많아.”유지훈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어쨌든 내 말에 따르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하게 될 거야.”유지훈이 갑자기 변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박예찬은 슬쩍 떠보기로 했다.“만약 내가 네 말을 듣지 않는다면 어떻게 되는데?”그러자 유지훈의 입가에는 차가운 미소가 번졌다.“너와 네 동생은 거지가 돼서 내게 구걸할 거야.”이 말을 들은 박예찬은 마음속으로 유지훈을 비웃었다.‘내가 설령 유남준의 아들이 아니더라도 이 정도 능력이면 거지로 전락하는 일은 없을 텐데.’“왜 그렇게 확신해? 혹시 점이라도 볼 줄 아는 거야?”유지훈의 얼굴에는 오만함이 묻어났다.“어찌 됐든 전처럼 나를 어린애 취급하지 않는 게 좋아.”“오.”말 섞기 귀찮았던 박예찬이 짧게 대답하자, 유지훈은 그런 그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예찬아, 왜 더 묻지 않는 거야?”“물어보기 귀찮아. 물어볼 필요도 없고. 네가 무슨 말도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531화

    자신의 자리로 돌아왔지만, 윤소현은 일할 기분이 아니었다.‘어떡하면 될까? 민정 옆에는 유남준이 24시간 붙어있으니 손 쓰기가 어려울 것 같고.’이때 그녀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윤소현이 휴대폰을 확인해 보니 오랫동안 연락 없던 최현아에게 온 것이었다.호산 그룹이 유남준에게 넘어간 이후 최현아의 가족들은 한동안 잠잠했다.이 사람들이 유남준을 대적하기 위해 뒤에서 꿍꿍이를 벌이고 있다는 사실을 윤소현은 잘 알고 있었다.윤소현이 수신 버튼을 눌렀다.“형님, 오랜만이에요. 무슨 일로 전화하셨어요?”최현아는 일부러 안쓰러운 척했다.“인터넷 뉴스를 보고 괜찮은지 해서 전화했어.”윤소현은 다른 사람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기 싫었다.“괜찮고 말고요. 까짓거 이혼하면 되죠.”“어휴. 남우도 참. 민정이 돌아오자마자 동서를 쫓아내려 하다니. 염치도 없어.”“이런 얘기 하려고 전화한 거예요?”윤소현이 차갑게 말하자, 최현아는 그제야 본론을 얘기했다.“동서, 요즘 시아버지와 유남우가 IM 그룹을 물리칠 준비를 하고 있어. 정씨 가문도 동참하지 않을래?”“현실적으로 생각해 보세요. 민정이 정수미의 친딸인데 어떻게 정수미와 대적한다고요?”윤소현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최현아는 그녀의 말을 끊으며 웃었다.“동서는 너무 부정적이야. 난 동서의 도움이 필요해.”윤소현이 침묵을 지키며 계속 말하라는 신호를 보내자, 최현아는 말을 이어갔다.“동서가 정씨 가문으로 돌아왔으니 정씨 가문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면 돼. 당연히 유남준을 도우면 안 되고. 만약 이상한 점이 발견된다면 즉시 나에게 보고하면 돼. 동서도 계획 세워 이른 시일 내에 지엔 그룹을 장악해야지.”최현아가 이렇게까지 말하지 않아도 윤소현은 나름의 계획이 있었다.“제가 도와주면 뭘 해줄 건데요?”윤소현이 물음에 최현아는 망설임 없이 바로 답했다.“지엔 그룹을 장악할 수 있도록 내가 도와줄게. 어때?”“알았어요. 그렇게 하죠.”…유씨 가문 옛 저택에서 최현아와 윤소현은 오랫동안 이야기를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530화

    정수미의 머릿속에는 온통 박민정의 생각뿐이었다.회사 다니면서 많이 배우라고 정수미가 윤소현에게 말하자, 윤소현은 그렇게 하겠다며 순종적인 태도를 보였다.길연서가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떠나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소현 씨가 변한 걸까요? 오늘은 말을 너무 잘 따르네요.”정수미가 차를 한 모금 마신 후 말했다.“수박 겉핥기가 아니어야 할 텐데.”“아닐 거예요. 소현 씨는 대표님이 소현 씨를 어떻게 키우셨는데.”길연서의 위로에 정수미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녀가 물을 마시려고 할 때 갑자기 기침이 심하게 났다.가슴이 마치 커다란 비위에 짓눌린 듯 답답하고 불편했다.“정 대표님, 괜찮으세요? 의사 부를까요?”길연서가 다급히 물었지만, 정수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그럴 필요 없어. 고질병이 도진 것뿐이니 좀 지나면 괜찮을 거야.”과거에 정수미는 정씨 가문 사람들의 모함을 받아 많은 고통을 겪었었다.“그나저나 유남우는 어떻게 됐어?”정수미가 또 물었다.유남우가 괴롭힘을 당하는 것이 안타까워 사람까지 보내 그를 찾으려 했었다.어차피 결혼까지 했으니 유남우가 윤소현과 함께 살기를 정수미는 진정으로 바랐다.아이의 일은 단순히 사고였다.길연서가 탄식하며 말했다.“둘째 도련님이 소현 씨를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지난번에 저에게 얘기했어요. 심지어 성명까지 내겠다고 했고요.”정수미는 일이 이 지경까지 이르게 될 줄을 몰랐다.“소현이 잔머리 굴리기 좋아하니 잘 감시해.”“알겠습니다.”이날 오후, 유남우와 윤소현의 이혼 소식이 주요 포털사이트 실검에 오르자, 네티즌들은 의견이 분분했다.[결혼한 지 1년밖에 안 됐는데 왜 이혼하지?][내막을 누가 알겠어. 재벌들의 결혼은 도저히 이해를 못 하겠네.][결혼식은 그렇게 성대하게 했으면서 갑자기 이혼이라고? 내 생각에는 여자 쪽에 문제가 있는 것 같아.][윤소현이 얼마 전에 아이를 낳았다지만 어쩌면 그 아이가 유남우의 아이가 아닐지도 몰라.]다양한 추측들이 난무한 가운데 놀랍게도 일부 사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529화

    아이의 말에 박민정의 마음이 순식간에 녹아들었다.박민정은 서둘러 박윤우에게 설명했다.“엄마가 널 어떻게 버려. 민기 아저씨와 함께 일을 마치고 나면 금방 돌아올 거야.”역시 피는 물보다 진한가보다.두 아이의 기억이 없다고는 하나 아이의 애교에 박민정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박윤우가 그녀의 손을 잡아당겼다.“무슨 일이야? 왜 우리가 가면 안 돼? 아빠와 내가 엄마한테 짐이 되는 것도 아니잖아. 설마 숨겨놓은 자식이라도 있는 거야? 그래서 나를 버리려고?”서럽게 말하는 아이의 모습은 박민정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아니야.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그래.”“그러면 나와 아빠도 같이 가게 해줘. 한 가족이라면 뭐든 함께 해야지.”박윤우가 계속해서 징징대자, 박민정은 어쩔 수 없이 승낙했다.“그래 그럼. 차에 올라타.”박윤우는 울상이던 얼굴을 거두고 곧바로 웃음을 터뜨렸다.“역시 엄마야. 사랑해.”그 순간 박민정은 왠지 속았다는 기분이 들었다.그렇게 박윤우와 유남준은 차에 올라탔다.박민정에게 쫓겨날까 봐 유남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얌전하게 앉아 있었다.정민기는 차를 몰고 서교 추모 공원으로 향했다.차에서 내린 박민정은 정민기의 안내를 받으며 박형식과 한수민이 묻혀있는 곳으로 걸어갔다.원래는 박형식과 한수민을 함께 묻히려고 했지만, 한수민이 박형식을 배신한 탓에 박씨 가문은 두 사람의 합장을 반대했다.한수민의 무덤은 박형식의 무덤 옆에 있었다.두 사람을 추모하기 위해 박민정은 두 송이의 데이지를 샀었다.“아빠!”그녀가 외쳤다.박형식이 자신의 아버지란 사실은 추호도 변함이 없었다.다만 다시는 아버지의 응답을 들을 수 없다는 것이 박민정은 너무 슬펐다.아버지의 묘비 앞에 서 있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옆에 있던 한수민의 흑백사진을 힐끗 쳐다보았다.복잡한 감정이 느껴졌다.박윤우가 다가와 박민정을 위로했다.“엄마, 슬퍼하지 마세요”박민정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리워서 이러는 거니까 괜찮아.”박민정의 가족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528화

    늘 차갑기만 한 연 사장이 어렸을 때 의외로 다른 면이 있었다는 사실을 설인하는 인제야 알았다.“또 있을까요?”연지석의 과거가 궁금한 듯 그녀가 질문을 이어가자, 박민정은 연지석의 과거에 대한 이야기를 설인하에게 들려주었다.당시 고아였던 연지석은 제대로 먹지도 입지도 못해서 불쌍하기 짝이 없었다.그 이야기를 듣고서야 박민정이 실종된 후에 연지석이 사람들을 보내 박민정을 찾으러 다닌 이유를 설인하는 알 것 같았다.두 사람은 어렸을 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여서 박민정은 연지석을 잘 챙겨줬었다.“연 사장이 불쌍한 건 알겠어요. 그런데 그의 부모님은 왜 그를 돌보지 않았나요?”설인하가 연지석의 부모를 언급하자, 기억하지 못하는 숨겨진 아픔이 있는 듯 박민정은 두통이 느껴졌다.두통은 기억 상실 때문일 것으로 그녀는 생각했다.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하나둘씩 일어나 아침 먹으러 내려왔다.유남준이 내려오자, 식당 내부의 분위기가 바로 다운되었다.진서연이 낮은 목소리로 박민정에게 물었다.“보스, 이 얼음장 같은 사람과 오랜 세월 동안 어떻게 살았나요?”박민정이 실종된 후 회사 분위기는 어수선하여 모두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다행히 박민정이 돌아와서 기분이 좋아졌는지 유남준은 전보다 화를 적게 내긴 했었다.하지만 그 대신 성격이 많이 변덕스러워졌다.진서연의 말에 박민정은 조금 의아했다.“무슨 일 있었어?”주위에 이상기류가 흐르고 있다는 것을 박민정은 감지하지 못했다.진서연이 무언가를 말하려고 할 때 날카로운 시선이 자신을 향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즉시 입을 다물었다.“아무것도 아니에요. 밥이나 먹어요.”그제야 유남준이 이쪽으로 쳐다보고 있다는 것을 박민정은 발견했다.그녀는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똑같이 유남준을 쏘아보았다.남들 앞에서 살아있는 염라대왕으로 불렸지만, 이 순간만큼은 불쌍하기 그지없었다.박윤우가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잠깐 볼일이 있어서 이만 일어날게요.”박민정이 큰 소리로 모두에게 말하자, 진서연과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527화

    박민정은 꽉 깨물었던 유남준의 팔을 놓아주며 말했다.“남준 씨, 제발 놓아주세요. 과거에 우리의 사이가 좋았다고 해도 이러면 안 되죠.”그녀는 당황하고 혼란스러웠다.“안 놓아주면 화낼 거예요.”자신이 내뱉은 말이 아무 의미 없겠다고 박민정은 생각했다.그녀의 안색이 어두워진 것을 보고 유남준은 마지못해 그녀를 놓아주었다.“알았으니까 화내지 마.”박민정은 그의 말을 무시한 채 자리를 뜨려고 재빨리 문 입구로 다가갔다.문을 여는 순간, 문 입구에서 엿듣고 있던 두 아이를 발견했다.“윤우와 예찬이 엿듣고 있었던 거야?”박민정의 얼굴이 빨개진 것을 본 박예찬은 재빨리 고개를 저었다.“엄마, 오해하지 마. 우연히 이 앞을 지나가던 중이었어.”박윤우도 따라 말했다.“맞아. 쓰레기 아빠가 엄마를 껴안았다는 사실을 우리는 몰라.”“…”그녀는 애들과 승강이하고 싶지 않았다.“둘 다 얌전히 있어야 해.”말을 마친 후 박민정은 거실로 내려갔다.조하랑이 그녀의 손을 잡으며 왜 이렇게 늦게 내려왔느냐고 묻자, 박민정은 너무 부끄러운 나머지 말을 더듬으며 구차한 변명을 늘어놓았다.“이제 가야 하니 일 있으면 전화해.”조하랑의 말에 박민정은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사람들을 하나둘씩 떠나보낸 후, 박민정과 진서연만 남게 되었다.유남준이 내려올 때 박민정은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마음이 착잡한 것을 뒤로 하고 유남준이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은 채 박민정의 옆에 앉으려 하자, 박민정은 즉시 자리에서 일어났다.“나 졸리니까 먼저 잘 게.”“네. 그러세요.”진서연이 말했다.방으로 돌아온 박민정은 문부터 잠갔다.씻고 침대에 누우니 유남준이 자신을 껴안고 있던 모습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잠을 이루지 못했던 박민정은 최근에 있었던 사건들을 보고 싶어서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인터넷에는 자신에 관한 뉴스가 많이 올라와 있었다.박민정은 하나하나 확인하며 기억을 떠올리려고 노력했지만, 여전히 가물가물했다.무의식적으로 잠이 든 박민정은 한수민의 꿈을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526화

    서다희도 속수무책이었다.“이건 다 돈으로 만든 거니까 돈에 현혹되면 안 돼.”“흥!”민수아는 콧방귀를 뀌더니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솔직히 서다희는 사장과 함께 일하기 싫었다.박민정과 친구가 된 후, 서다희가 사장처럼 돈을 많이 쓰기를 민수아는 바랐지만, 그것은 허황한 꿈에 불과했다.비록 유남준의 전담 비서였던 서다희가 돈이 부족하지 않다지만 그렇다고 돈을 물 쓰듯 쓰는 사람이 아니었다.조하랑이 김인우에게 말했다.“전 개인적으로 꽃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이 꽃은 그래도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하네요. 김씨 가문에 이 꽃을 좀 심어줄 수 있나요?”그러자 김인우가 말했다.“저는 그럴 시간이 없으니 다른 사람에게 부탁하세요.”“알았어요. 제가 직접 심을게요.”조하랑은 불쾌한 감정을 감추지 못했지만, 그녀가 모르게 김인우는 사람들을 보내 꽃을 심게 했다.하지만 김인우는 자신이 실수했다는 것을 깨달았다.유남준이 꽃을 거의 다 꺾어 박씨 가문의 별장에 심은 탓에 꽃이 얼마 남아있지 않았다.한쪽에서 설인하가 딸을 안고 꽃을 꺾고 있었다.방성원이 그 모습을 보고 집에다 꽃을 심어야겠다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아내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는 시간과 돈을 아낄 필요가 없다고 그는 생각했다.꽃 감상을 마친 후, 하나둘씩 별장 안으로 들어섰다.유남준은 박민정에게 조용히 말했다.“우리 방에도 뭐가 있으니 들어가서 볼래?”“뭐가 있는데요?”박민정은 의아해했다.“가보면 알아.”유남준의 말에 홀려 박민정은 위층으로 올라갔다.방에 들어가자, 온갖 종류의 선물이 쌓여 있는 것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박민정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이게 다 뭐예요?”“널 위해 산 것이니 어서 열어 봐.”평소 박민정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잘 알고 있어서 유남준이 사람 시켜 선물을 준비하게 했던 것이었다.자신에게 주는 선물이란 사실을 박민정은 그제야 깨달았다.하지만 그녀는 선물을 열어보지 않았다.“고맙긴 한데 이렇게 많은 선물을 받을 수 없어요.”아무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525화

    역시 맞아보지 않으니 고통이 뭔지 모르는 법이다.세 명의 남자들은 불만 가득한 얼굴로 에리를 노려보고 있었다.에리는 늘 사람들에게 떠받들리며 살아왔고 남자들의 질투 어린 시선에도 익숙했다. 그래서인지 그들의 눈길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도대체 누가 저 녀석을 초대한 거야?” 방성원이 묻자 서다희는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에리 씨가 꼭 와야 한다고 수아가 거듭 강조를 하면서 주소도 줬어요.”김인우는 그 말을 듣고 그를 째려보며 말했다.“그건 집에 늑대를 들인 거나 마찬가지예요. 다음번에도 이런 일이 생기면 서 비서 아내랑만 놀게 해요. 우리까지 끌어들이지 말고.”방성원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하자 서다희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입을 닫았다.에리가 이번에 온 이유는 분명했다. 바로 박민정을 보기 위해서였다.그는 틈만 나면 박민정에게 물을 건네주고 음식을 가져다주며 그녀를 극진히 챙겼다.유남준도 박민정을 잘 챙겨주고 싶었지만 매번 에리보다 한발 늦었다.이를 지켜보던 박윤우가 다시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아빠, 이렇게 해서 엄마 마음을 얻을 순 없어요.”유남준은 이를 잘 알고 있었다.“그럼 어떻게 해야 하지?”박윤우는 잠시 생각한 뒤 말했다.“여자들은 꽃과 예쁜 장신구, 옷 같은 선물을 좋아해요. 그런 걸 많이 준비해 보세요.”사실 박민정의 집에는 이미 꽃이 가득했고 장신구나 옷도 놓을 데가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유남준은 망설임 없이 전화를 들어 준비를 지시했다.그날 모임은 늦게까지 이어졌고 끝날 무렵 에리는 박민정과 함께 집으로 가겠다며 따라가려고 했지만 유남준은 강제로 그를 차에서 내리게 했다.에리는 개의치 않고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민정아, 다음 주에 봐.”“응, 다음 주에 봐.” 박민정은 예의 바르게 대답했다.에리를 보내고 나서야 유남준의 기분은 한결 나아졌다.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꺼내 부하에게 일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물었다.잠시 후 부하에게서 답변이 왔다.“모든 준비가 완료되었습니다.”유남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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