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우리 이모.”윤소현은 자기 이모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그러자 여론 방향이 다시 바뀌었다. 네티즌들은 박민정과 에리를 공격하기 시작했고 에리의 팔로워 수가 떨어지기 시작했다.핸드폰 너머 정수미의 여동생인 정현미는 대수롭지 않은 듯이 말했다. “이 정도로 뭐. 이렇게 파렴치한 여자는 이래도 싸.”“네. 고마워요, 이모.”윤소현은 기뻐서 전화를 끊었다.이제는 박민정이 유남우를 병원에 데려다주는 것이라는 증거를 찾아도 소용없다. 이전의 여론을 끌어냈으니 말이다.이번에는 에리와 그녀에 관한 것이다.기사를 본 유남준은 눈살을 찌푸렸다. “이 바보.”그가 나서서 이 일을 해결하려고 했는데 에리가 또 게시물을 올릴 줄은 몰랐다.서다희도 생각지 못했다.“대표님, 이 에리라는 사람 말이에요. 정말 사모님한테 관심이 있는 것 같아요. 그렇지 않으면 위험을 무릅쓰고 게시물을 올리지 않았겠죠.”이 말을 들은 유남준은 서다희를 한번 노려보았다.“나도 알거든?”중요한 건, 지금 많은 사람이 댓글을 달면서 그와 박민정이 이혼한 사실에 관해 묻고 있었다. 그리고 에리에 관한 것도 있었다.“대표님, 박민정 씨랑 이혼한 사실을 왜 숨겼죠?”“대표님, 박민정 씨한테 버림받은 거 아니에요? 에리가 보낸 게시물을 봤어요.”“함부로 말하지 마. 에리보다 유남준이 훨씬 낫지.”“누가 그래? 유남준이 에리보다 대단하다고. 우리 에리 오빠야말로 최고야. 유남준은 에리에 비하면 아저씨지!”유남준은 이런 댓글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었다. 근데 네티즌들이 자신을 에리랑 비교하면서 자기를 아저씨라고 하는 것을 보고 어이가 없었다. 그는 에리랑 나이 차이가 별로 나지 않는다. 게다가 에리 같은 애송이가 볼 것이 뭐가 있냐고 생각했다. “그 사람은 아직 회사에 안 왔어?”유남준이 서다희한테 물었다.서다희가 대답했다. “아직이에요.”그의 말을 듣고 유남준은 눈을 살짝 감았다.“이제 오게 되면 직접 나를 찾아오라고 해.”“네?”
비서가 노크하고 유남준의 허락을 받고 에리와 그의 매니저를 들여보냈다.에리는 곧장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의자에 앉아있는 익숙한 모습을 보고 순간 멍해졌다.그는 유남준을 본 적이 있을 뿐만 아니라 유남준을 조사한 적도 있다.하지만 유남준이 쌍둥이 동생이 있고 그 동생은 눈에 이상이 없는 것을 안다. 그래서 그는 당연히 눈앞에 있는 사람이 유남우인 줄 알았다.“호산 그룹의 대표님, 유남우 씨세요?”에리는 돌려 말하지 않고 다짜고짜 물었다.이 사람이 유남우가 맞는다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될 것 같았다. 유남우라면 호산 그룹을 맡으면서 IM 그룹을 차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유남준은 차가운 눈빛으로 에리를 보며 말했다. “나는 박민정의 전남편, 유남준이에요. 우리 구면이잖아요.”그는 또박또박 말했다.에리는 다시 한번 놀랐다. “눈이 안 보인다고 들었는데 아니었어요?”“나았어요.”에리는 자신의 직속 상사가 박민정의 전 남편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어제의 자신감은 이미 눈 녹듯 사라졌다. “당신이 IM 그룹을 만들었다고요?”에리는 여전히 믿기지 않아서 계속 물었다.“맞아요. 당신이 회사에 들어오기 전에 난 이미 그룹 대표였어요.”유남준은 직설적으로 말했다.에리는 머릿속이 복잡했다.어쩌다가 자기 라이벌의 부하가 되었으니 말이다. 어쩐지 그룹과 계약을 맺고 나서 자기를 더 크게 키우지 않고 아프리카로 보냈더라니, 이제야 그 이유를 알았다. “그래서 그런 짓을 한 거였어요? 민정이가 알면 어쩌려고요?”에리는 대수롭지 않은 듯 말했다.그러자 유남준은 입꼬리를 추어올리며 비아냥거렸다. “민정이한테 일러바치겠다는 거예요?”에리는 순간 말을 잇지 못했다.유남준이 이어 말했다. “남자들 사이의 일도 여자한테 일러서 처리해야 하나요?”“그런 뜻이 아니고요...”에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유남준이 말했다. “그런 뜻이 아니면 뭔데요? 연예인은 역시 딴따라네요. 아쉽게도 연기가 별로네요. 뭐 당신이 창피하지 않다면 민정이한테
유남준은 일찌감치 사람을 시켜 에리의 자산을 조사하게 했다. 에리의 아버지도 조사했다.에리가 계약을 해지하려 해도 절대 그렇게 많은 위약금을 낼 수 없다고 확신했다.아닐라 다를까, 에리와 강연우가 이야기를 나눈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에리가 호통을 쳤다. “4000억이요? 그게 말이 돼요?”“무슨 문제가 있으면 당신 변호사를 찾아와도 돼요.”강연우도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다.에리는 지금까지 돈을 벌지 못한 게 아니라 돈을 모으는 습관이 없는 거였다. 돈을 흥청망청 쓰는 스타일이라 돈이 남을 때면 가난한 지역의 아이들을 후원했다.지금 그는 그렇게 많은 위약금을 낼 수 없다. 남에게 빌린다 해도 그렇게 많은 돈은 빌릴 수 없다.그는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그럼 소송을 걸 수밖에 없겠네요.”협상이 안 된 이상 이렇게 할 수밖에 없다.강연우는 이 상황이 너무 우스웠다. “물론이죠. 좋은 한 마디 드릴게요. 좋은 변호사를 찾는 게 좋을 거예요.”연예인이 계약을 어기고 소송을 거는 것이니,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이 일을 알게 된 매니저는 비아냥거렸다. “내가 유남준이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고 했지? 내 말이 맞지? 근데 IM 그룹 대표가 유남준일 줄은 정말 몰랐네. 이 소식이 알려지면 꽤 떠들썩하겠어.”그는 또 바로 말했다. “4000억은 우리가 구할 수 없어. 이렇게 하자. 네가 유남준한테 가서 사과하고 너와 박민정의 일은 오해라고 말해. 유남준 같은 대표 자리에 앉은 사람이 굳이 너를 난처하게 하지는 않을 거야.”에리는 이 말을 듣고 눈살을 찌푸렸다. “나보고 사과하라고?”“안 될 게 뭐야? 너는 그 사람 말고 돈에 허리 굽히는 거야.”매니저가 설득했다.에리는 그의 말이 조금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됐어. 소송을 걸면 돼.”그는 눈을 감고 도는 매니저의 말을 듣지 않았다.그는 박민정한테 호감만 느끼고 있어서 이러는 것이 아니다. 박민정은 그의 앞길을 비춰준 사람이라 그는 늘 그녀를 고마워했다.박민정이 아니었다면 그
“무슨 방법인데?”박민정이 물었다. 진서연이 그녀에게 말했다. “인터넷에서 찾아봤는데 이런 일에서 빠져나오려면 자신의 결백을 해명하는 것 외에 또 다른 방법이 있더라고요. 바로 상대방의 화제성이 더 강한 스캔들을 까발리는 거예요. 근데 에리 씨 말이에요. 숨겨둔 여자친구가 있나요?”진서연이 물었다.박민정은 무슨 뜻인지 좀 알 것 같았다. 그리고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모르겠어. 없지 않을까?”그녀도 에리를 안 지 그렇게 오래되지 않아서 에리가 연애하고 있는지 모른다.“공개할 수 있는 여자친구가 있으면 참 좋을 텐데.”“오늘 오후에 같이 밥 먹자고 했어. 너도 같이 가서 한 번 물어보자.”박민정이 말했다.에리를 만난다는 말에 진서연은 눈빛이 반짝였다. “좋죠! 오랜만에 잘생긴 남자 보겠네요.”“진정해.”박민정이 웃으며 말했다.진서연은 알았다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이곳을 지나가다가 두 사람이 웃고 떠드는 것을 본 최현아는 뭔가 이상했다.지금쯤 급하게 기사를 처리해야 하는 박민정이 어떻게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부하 직원과 즐겁게 이야기할 수 있는지 생각했다. 설마 이미 해결책을 찾은 건 아닌가 생각했다. 최현아는 은밀한 곳을 찾아 윤소현에게 전화를 걸었다. “소현아, 경계를 놓으면 안 돼. 방금 박민정을 봤는데 엄청 태연하게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면서 웃고 있더라고. 아무래도 이미 해결책을 찾은 거 같아.”윤소현은 네티즌들이 몰려들어 박민정한테 욕설을 퍼붓는 것을 보고도 만족감을 느끼지 못했다.“하루 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더니, 쓴맛을 보여줘야겠네요.”“그래.”최현아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옆에서 두 사람이 싸우는 것을 구경했다. 하지만 박민정이 싸움에서 진다면 제일 크게 이득을 볼 사람은 윤소현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자신은 빽이 그렇게 강한 윤소현의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이런 생각에 최현아는 곧바로 박민정의 사무실로 가서 노크했다. 박민정은 문 쪽을 보며 말했다. “들어오세요.”최현
박민정은 그녀의 꿍꿍이를 꿰뚫고 있었다. 사람은 이익을 따지는 동물이다. 최현아 역시 그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박민정에게 진실을 알려준 것이다.하지만 유남우를 찾아가는 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 일은 반드시 그녀 혼자 해결하고 싶었다. 하지만 윤소현이 이렇게 나오니 박민정도 방법이 없었다.기사를 본 사람이 점점 많아지면서 증거도 없는 뜬소문이 떠돌기 시작했다. 박민정이 얼마나 나쁜 사람이고 결혼하기 전에 남자친구를 얼마나 많이 사귀었는지 비슷한 것 말이다. 결혼하고 해외에 나갔는데 해외에서도 남자친구를 많이 사귀었고 심지어 외국인과 아이도 낳았다고 헛소문을 퍼뜨렸다. 소문이 널리 퍼질수록 많은 사람이 이를 사실로 믿고 박민정을 나무랐다. “어머, 어쩜 이리 파렴치한 여자가 있다고. 외국인이 그렇게 좋으면 귀국하지 말 것이지.”“그러니까. 난 이런 사람이 제일 싫어.”“유남준은 지금 되게 슬프겠지? 너무 불쌍해.”진서연은 이 악플들을 보고 어이없어했다.“정말 역겹네요.”근데 박민정은 개의치 않았다. “악플 그만 봐. 신경 안 써도 돼.”이 일은 점점 더 커져서 학교에서 컴퓨터를 가끔 보는 박예찬도 알게 되었다.“이런!”박예찬은 감히 자기 엄마를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을 줄 몰랐다. 그 악플러들을 보고 그는 아무 말 없이 그들의 컴퓨터를 해킹했다. 하지만 박예찬 혼자만의 힘으로는 아직 부족했다. 그저 소문을 심하게 퍼뜨리는 악플러와 언론사밖에 처리하지 못했다.그는 박윤우에게 전화를 걸어 말했다. “남들이 우리 아빠가 외국인이래.”박윤우는 학교에서 인기가 많아서 한참 친구들과 신나게 놀고 있었는데 이 소식을 듣고 의아해했다.“누가 그래?”“인터넷에 많은 사람이 그러던데? 오늘 밤 돌아가서 네가 누구의 아들인지 공개해.”박예찬이 말했다.박윤우는 바로 알았다고 대답했다. 그는 자기가 왜 외국인의 아이가 되었는지 영문을 몰라고 하였다. 이건 자기 엄마를 모함하는 것인 걸 알아차린 박윤우는 그들이 참으로 나쁜 사람
화면에 뜬 것은 다름이 아닌 이 블로거의 스캔들이었다.동시에 여러 사람과 관계를 갖는다든지, 팬을 무시하고 팬들을 욕하는 것에 관한 스캔들이었다.원래 이 블로거를 응원하던 팬들도 안티로 되어 이 블로거를 욕하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자업자득이라고 할 수 있다.다른 계정으로 라이브를 보고 있던 블로거는 이것을 보고 빠르게 댓글을 달며 해명하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모든 흑역사와 스캔들이 폭로되었다.선생님이 예찬이보고 컴퓨터를 그만 하라고 말리지 않았으면 블로거의 모든 것이 밝혀질 판이었다. 마침내 그는 자신의 본 계정에 로그인할 수 있게 되었는데 계정 아래는 온통 악플로 쏟아졌다.3분도 안 돼서 몰래 사귀던 팬 여자친구들이 다 헤어지자고 찾아와 그의 스캔들을 까발리기 시작했다.그제야 그는 자신이 누군가에게 미움을 샀다는 것을 알았다.회사 상사에게 연락했을 때, 그의 계정은 이미 정지되었다.이 일을 안 상사는 그 블로거를 대하는 태도가 몹시 차가웠다. “너 이런 사람이었어? 백만 팔로워나 되는 계정을 네 손으로 망쳤구나. 기다리고 있어. 곧 회사 변호사 서한을 보낼 거야.”이 헛소문을 퍼뜨린 블로거는 이 말을 듣고 땅에 주저앉았다. 그는 더없이 후회했다.이 블로거가 이렇게 됐는데도 트래픽과 명성을 얻기 위해 상사의 비위를 맞추는 다른 블로거들을 깨우지 못했다.박예찬은 유치원 선생님이 노래하고 춤추는 것을 가르치는 수업을 들으며 수업이 빨리 끝나기를 기다렸다. 마침내 수업이 끝나고 조하랑이 그를 데리러 왔다.“하랑 이모, 뉴스 봤어?”그가 물었다.조하랑은 화가 나는 표정을 하고 말했다. “당연히 봤지. 다들 진짜 너무하네.”박예찬은 컴퓨터를 꺼내 열어봤다. 헛소문은 가라앉지 않았지만 그가 처리하던 블로거의 계정이 정지된 것을 보았다.“이것은 모두 헛소문이야. 윤우보고 해명하라고 할 거니까 이모가 저녁에 좀 도와줘.”“그래.”조하랑은 박예찬을 아이로 여기지 않고 그의 말을 따라주었다.“어떻게 도와줘야
“괜찮아. 고마워.”박민정은 에리가 부축하려는 것을 거절했다.진서연은 이쪽을 바라보며 혀를 내둘렀다. “스타 님, 우리 보스랑 스캔들도 났는데 좀 조심해. 우리 보스 난처하게 하지 말고 말이야.”그녀는 말하면서 박민정의 의자에 폭신한 쿠션을 놓아주었다.박민정은 웃으며 걸어가 앉았다.“에리랑 그런 장난치지 마. 누군가가 나쁜 마음먹고 일부러 그러는 것이라는 걸 우리는 알잖아.”“알았네요.” 진서연은 바로 대답했다.에리는 박민정이 하는 말을 들으면서 속이 속이 아니었다.박민정은 두 사람 사이에 아무런 관계도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에리야, 너도 빨리 앉아. 주문해야지.”박민정은 전혀 뭔가 이상한 것을 느끼지 못하고 그에게 말을 건넸다.“그래.”세 사람은 가정식 요리를 시켰다.음식이 나오기도 전에 진서연은 참지 못하고 에리한테 물었다. “에리야, 너 여자친구 있어?”에리는 순간 멍해졌다. “갑자기 왜 그런 걸 물어?”“그냥 물어본 건데. 내가 실례했나?”진서연이 물었다.에리는 박민정을 바라보며 말했다. “실례까지야. 민정이는 알잖아. 내가 그동안 아프리카에서 광고 촬영을 했는데 연애할 시간이 어디 있겠어.”“그렇구나.”이 대답을 들은 진서연은 희망을 잃은 표정이었다.“왜?”에리가 의아해서 물었다. “다른 게 아니라, 너랑 우리 보스 스캔들이 떠돌고 있잖아. 네가 애인이나 부인이 있으면 공개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지.”진서연은 에리랑 솔직하게 얘기했다. 에리가 스타로 될 수 있었던 것은 박민정 덕분이다.진서연은 박민정이 도움이 필요할 때 에리가 도와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에리는 처음에 박민정이 자신의 연애 상황이 알고 싶어서 진서연을 시켜 자기한테 물어보라고 한 것인 줄 알았다. 근데 이런 이유일 줄은 꿈에도 생각 못 했다.그는 섭섭한 마음에 물었다. “아니면 내가 가짜 여자친구를 만들까?”박민정은 그의 말을 듣자마자 바로 말했다. “아니야. 없으면 없는 거지. 다른 방법을
“이분이 예찬이 엄마인가?”다들 궁금해서 물었다.박윤우는 다시 스크린 앞에 앉아 또박또박 말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여러분께 우리 엄마와 아빠를 소개하려고 합니다.”계속 윤우를 좋아해 왔던 사람들은 무척 기대했다.박민정은 윤우한테 끌려와서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예...찬이의 엄마입니다.”팬들은 윤우를 예찬이로 알고 있다. 두 사람은 생긴 게 똑같은 쌍둥이여서 팬들에게 굳이 설명하지 않았다.팬 중에는 단번에 박민정을 알아보는 사람도 있었다.“박민정 아니야? 유남준의 아내 말이야. 아니, 이젠 전처라고 해야 하나?”“이 사람이 예찬이 엄마라고? 근데 예찬이는 아무리 봐도 그냥 한국인 같은데?”“박민정은 외국인이랑 아이를 낳았다고 하지 않았어?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잖아?”오늘 다들 큰 구경거리를 보게 된 셈이다. 라이브를 보고 있는 팬들은 자기가 팔로워 한 아이가 박민정의 아들일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그리고 박윤우가 다가와서 말했다. “우리 누나들, 그리고 이모님들, 내가 외국인 아들이 아니라는 걸 꼭 밝혀주세요. 우리 엄마는 이분이고 아빠는 유남준이에요. 내가 엄마가 외국인이랑 낳은 아이라고 하는 사람들은 다 사기꾼이에요.”화를 낼 법도 모르는 윤우가 귀여운 목소리로 이렇게 말하자 마음이 약해진 팬들은 헛소문을 내는 사람들을 비난했다.“우리 귀염둥이 억울했겠네. 어쩜 그리 나쁜 사람이 있는 거야? 다른 사람의 출생으로 장난치는 군, 너무하잖아.”“박민정과 유남준의 아들이구나. 어쩐지 잘생겼더라.”“전에 라이브 할 때 박민정을 봤었어. 별로 신경 쓰지 않았는데 예찬이 엄마였구나.”“예찬아, 속상해하지 마. 우리가 꼭 너의 편이 돼서 나서줄게.”윤우의 팬들은 대부분 젊은 아가씨랑 이모들이어서 전투력이 만만치 않았다.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라이브에서의 일이 실시간검색에 떴다. 박민정이 외국인과 아이를 낳았다는 것은 완전히 루머다. 거의 이런 타이틀의 검색어였다. 이 검색어로 검색하면 박예찬은 박민정과 유
박민정은 물컵을 챙긴 뒤 보안실로 향해 CCTV 영상을 확인했다.그녀는 경비에게 적지 않은 돈을 건넸고 곧바로 어제 퇴근 후의 영상을 확보할 수 있었다.영상 속에서 주영리가 자신의 물컵에 뭔가를 넣는 모습이 선명히 찍혀 있었다.‘좋아, 아주 좋아.’증거는 충분했다.하지만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박민정은 일부러 화장실에 간 척하며 병원으로 향했다. 물컵 속 남은 물을 감식 의뢰하기 위해서였다.컵에 남아 있는 물에 약물이 들어 있는지 확실히 알아야 했으니까.병원을 다녀오는 데까지 시간이 꽤 걸렸고 회사 내에서는 이를 두고 수군거리는 사람들이 생겼다.“보란 듯이 대놓고 결근이네. 뭐, 이제는 최 사장님 같은 백이 있으니까 다 무시하나 봐. 화장실 간다더니 한 시간은 넘게 있었을걸?”질투 어린 목소리가 사방에서 속삭였지만 박민정은 이런 말을 신경 쓸 리 없었다.한편, 주영리는 책상 한쪽에 앉아 있었지만 마냥 긴장을 풀지 못했다.직속 상사인 제임스가 아까 말하기를, 곧 최 사장님이 회사를 방문한다고 했고 게다가 이번에는 자신을 직접 찾겠다고도 했다.주영리는 두려움에 휩싸였다.설마 최 사장이 박민정의 말을 듣고 그녀의 편을 들어 자신에게 복수하려는 건 아닐까?그녀는 불안에 휩싸여 일조차 제대로 손에 잡히지 않았다.결국, 최 사장이 들어왔다.그러나 그의 표정은 심상치 않았다.“주 비서, 당장 이리 와!”최 사장이 큰 소리로 외쳤다.주영리는 얼굴이 새하얗게 질리며 자리에서 일어났고 휴게실로 들어가는 동안에도 불안한 마음에 손이 떨렸다.밖에서는 사람들이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모두 최 사장이 박민정을 위해 직접 나선 거라고 생각하며 조금 전까지 박민정을 험담하던 사람들도 입을 꾹 다물었다.박민정 역시 이 상황을 지켜보며 속으로 비웃었다.‘참 간사하네.’휴게실.최 사장은 들어오자마자 주영리에게 일방적으로 쏟아내기 시작했다.“너, 네가 어제 나를 죽일 뻔한 거 알아?”주영리는 멍한 표정으로 되물었다.“최 사장님, 무슨 말씀이
주영리는 우유를 마시며 비웃듯 고개를 끄덕였다.“참나, 그때 밥 먹을 때는 얼마나 고상한 척하던데. 뒤에서는 그렇게 더러운 짓을 하고 있었네요.”옆에 있던 동료가 맞장구를 치며 말했다.“그렇게 말하지 마요. 어쩌면 이제 최 사모님이 됐을지도 모르잖아요. 괜히 건드렸다가 큰일 난다고요.”주영리는 조롱하듯 덧붙였다.“흥, 그 여자가 사모님 자리랑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세상에 예쁜 여자는 넘쳐나는데 고작 그런 애가? 겁낼 거 없어요.”다른 여직원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맞아요. 겨우 그런 걸로 뭐가 무섭다고. 하!”주영리는 여유로운 표정을 지으며 눈썹을 살짝 치켜세웠다.그때 누군가 외쳤다.“어? 저거 봐, 한정판 벤틀리잖아! 혹시 회사에 또 대형 고객이 온 거야?”그 말을 듣자마자 모두의 시선이 그 차로 향했다.그리고 곧이어 그 차에서 내리는 박민정을 보고는 다들 말을 잃었다.주영리는 한순간 멍해졌지만 금방 상황을 파악했다.“봤죠? 저거 분명 최 사장님 차일 거예요.”곁에 있던 동료가 주영리를 치켜세우듯 말했다.“주 비서님, 진짜 대단하네요. 역시 사람 보는 눈이 있어요. 저 여자 진짜 못됐네요.”박민정이 차에서 내리자마자 사람들 사이에 있는 주영리를 발견했다.그녀는 손을 꽉 쥐며 숨을 고르려 애썼다.주영리는 원래 박민정이 자신에게 보복할까 봐 걱정했지만 지금 박민정이 고급 차에서 내리는 걸 보고 같은 부류라고 착각했다.뻔뻔하게도 주영리는 박민정에게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갔다.“민정 씨, 어제 재미있었어요? 나한테 고마워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고맙다고요?”박민정의 손이 번개처럼 빠르게 올라가더니 주영리의 얼굴에 따귀를 날렸다.팍! 소리가 울리며 주변 사람들이 모두 고개를 돌렸다.주영리는 얼굴이 화끈거리고 아파서 믿기지 않는다는 듯 박민정을 바라보았다.“날 쳤어요? 내가 아니었으면 오늘 민정 씨가 그 고급 차 타고 출근할 수 있었을 것 같아요? 천한 주제에 겉으로만 고상한 척하려고?”주변 동료들이 이 장면을 지켜
유남우의 온화한 얼굴이 잠시 굳어졌다.“그래? 정말 우연이네.”그는 여태껏 박민정을 잘 감춰왔지만 예상치 못한 우연으로 두 사람이 이렇게 마주칠 줄은 몰랐다.이게 유남준에게 행운인지, 아니면 불행인지 그는 알 수 없었다.“어쨌든 형의 겉모습에 속아선 안 돼. 그리고 회사에서 누군가 너를 노리고 있다면 진작에 나에게 말했어야지.”유남우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하자 박민정이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뭐든 오빠한테 의지하고 싶지는 않아요. 저도 제힘으로 해내고 싶어요.”그러면서 그녀는 고개를 들어 유남우를 똑바로 바라보았다.“전 이곳을 떠나고 싶지 않아요. 제발 그대로 둘 수 없어요? 회사 문제는 제가 알아서 해결할게요.”주영리가 감히 자신을 함부로 대하다니, 그녀는 반드시 주영리에게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다.“부탁이에요.” 박민정은 손을 뻗어 유남우의 팔을 붙잡았다.“제발, 도와줘요. 네?”박민정의 간절한 애원이었지만 유남우는 난감한 얼굴로 여전히 고개를 저었다.“안 돼. 난 네가 걱정돼서 안심할 수가 없어.”박민정의 마음이 순식간에 무너졌다.“하지만 저는 이 일이 정말 필요해요. 이곳을 떠나고 싶지 않아요.”“왜 꼭 떠나야 하는 거예요? 그냥 오빠 형 문제잖아요. 그걸 가지고 저를 강요할 순 없잖아요?”유남우의 얼굴이 점점 창백해졌다.“그만하자. 알겠어. 회사 문제는 정리할 시간을 줄게. 하지만 그 뒤엔 같이 떠날 거야.”박민정의 눈빛은 실망으로 가득 찼다.지난 1년간 그녀는 모든 걸 유남우에게 맞춰왔다.그를 사랑했으니까.하지만 겨우 이 작은 부탁조차 들어주지 않다니.박민정이 말을 잃고 침묵하자 유남우는 그녀가 화가 난 것을 눈치채고 달래듯 말했다.“화내지 마. 다른 곳으로 가도 네가 일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줄게.”그렇게 말한 뒤 그는 입을 가리고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박민정이 원래는 그를 무시하려 했지만 기침 소리에 마음이 약해졌다.“왜 이렇게 심하게 기침해요? 혹시 병이 재발한 거 아니에요?”유남우는 그
박민정은 처음으로 유남우에게 형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그녀는 유남우를 부축하며 유남준을 향해 차갑게 말했다.“저기요, 형이라는 사람은 원래 동생을 보살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오빠가 몸이 약하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아실 텐데, 어떻게 오빠를 때릴 수 있어요? 게다가 외부인이 있는 자리에서 체면 하나 세워주지 않고요.”박민정은 이렇게 지나치게 차가운 형을 본 적이 없었다.그녀의 꾸짖음에 유남준은 마치 목이 막힌 사람처럼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오빠, 우리 그냥 가요.”박민정은 한결 부드러운 목소리로 유남우에게 말했다.“그래.”두 사람이 나가는 모습을 유남준은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그는 순간적으로 막는 것도 잊은 채 그 자리에 서 있었다.예전에 자신만을 사랑하던 그녀가 이제는 다른 남자를 이렇게 따뜻하게 대하고 있다니, 믿을 수 없었다.한편 최 사장의 정보를 모두 조사한 서다희는 돌아오는 길에 사모님과 대표님이 함께 나가는 장면을 보았다.그는 막 부르려던 찰나, 대표님이 방에서 지친 모습으로 나오는 걸 보고 멈췄다.“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죠?”서다희는 한 걸음씩 유남준에게 다가가 조심스럽게 말했다.“대표님, 어젯밤 그 뚱뚱한 남자에 대해 알아냈습니다. 성은 최씨라고 하더군요. 본토에서 활동하는 무역상입니다.”잠시 생각에 잠겼던 유남준이 고개를 들었다.“뭐 해야 할지는 알겠지?”“네.” 서다희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사람을 붙여서 민정이와 유남우를 따라가게 해.”“유... 유남우 도련님이요?”서다희는 놀랐고 그제야 모든 게 이해되었다. 아까 대표님을 봤다고 생각했는데 대표님 동생이었다.하지만 박민정이 왜 유남우와 함께 떠난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그는 더는 묻지 않고 명령을 받고 자리를 떠났다.박민정은 유남우와 함께 돌아오는 길 내내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냈다.“많이 아프죠? 병원에 가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그의 입가에는 아직도 피가 묻어 있었다.그러나 유남우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괜찮
유남준은 유남우가 방에 들어오는 걸 보고 모든 상황을 짐작할 수 있었다.그의 눈엔 차가운 분노가 서렸다.“유남우, 나한테 설명할 건 없나?”유남우는 여기에 유남준이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그러니 어젯밤, 박민정과 함께 있었던 사람이 유남준이란 말인가?옆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박민정은 두 사람이 서로 아는 사이라는 사실에 더 큰 충격을 받았다.두 사람의 외모가 이렇게 똑같은데, 왜 유남우는 단 한 번도 자신에게 이런 얘기를 하지 않았던 걸까?“민정아, 먼저 가서 쉬어. 내가 조금 있다가 갈게.”“알겠어요.” 박민정이 고개를 끄덕였지만 유남준은 단호히 말했다.“안 돼. 민정이는 아무데도 못 가.”겨우 다시 찾은 박민정을 그냥 떠나보낼 수는 없었다.이 말을 들은 유남우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그럼 옆 방에서 잠깐 쉬고 있어.”“좋아요.” 박민정은 유남우의 말대로 옆 방으로 이동했다.그녀가 떠난 후, 두 사람은 본격적으로 대화를 시작했다.유남준의 표정은 싸늘하기 그지없었다.“민정이가 실종된 게 네가 한 짓이었어?”이젠 부정해 봤자 소용없다는 걸 알았는지 유남우는 태연하게 대답했다.“민정이는 원래부터 내 사람이었어.”이 뻔뻔스러운 말에 유남준은 주먹을 쥐었지만 간신히 참으며 물었다.“그런데 왜 나를 못 알아보는 거지? 대체 무슨 짓을 한 거냐?”그 질문에 유남우는 오히려 비웃으며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중요하지 않은 사람은 당연히 기억에서 지우는 법이지.”이어 그는 도발하듯 말했다.“형, 충고 하나 할게. 형 것이 아닌 건 억지로 붙잡아봤자 아무 소용없어.”그 말을 들은 유남준은 황당해서 헛웃음이 나왔다.“그 말을 너 자신에게 하는 게 맞겠지. 민정이는 내 아내야. 우리에겐 네 명의 아이도 있어. 그리고 너는 이미 결혼한 몸이잖아. 네 자리로 돌아가서 네 인생이나 책임져!”그러나 유남우는 비웃으며 대꾸했다.“나랑 윤소현은 애초에 결혼한 사이가 아니야. 우린 결혼증명서도 없어. 그리고 그 애? 하하, 그건 내
박민정은 오늘의 유남우가 어딘가 이상하다고 느꼈다. 하지만 뭐가 문제인지 명확히 알 수 없었다.“남... 남우 오빠...”그녀는 다시 한 번 그를 불렀다.“왜 그래요? 어디 아픈 건 아니죠?”그녀는 말하면서 손을 들어 그의 이마에 손등을 댔다.유남준의 깊은 눈동자 속엔 격렬한 감정의 파도가 일었다. 그의 목구멍은 마치 날카로운 가시가 걸린 것처럼 답답하고 쓰렸다.박민정이 손을 내리려는 순간, 그는 그녀의 손목을 단단히 붙잡았다.“너 지금 뭐라고 불렀어? 남우 오빠?”그의 눈가는 점점 더 붉어졌다.지난 1년 동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박민정은 그의 강렬한 눈빛에 놀라 움찔했다.그리고 며칠 전 꾼 꿈이 문득 떠올랐다. 꿈속에서 유남우와 똑같이 생긴 사람이 있었고 그 사람도 지금처럼 이상한 분위기를 풍겼다.“오빠, 대체 왜 이러는 거예요?”그녀는 어쩐지 마음이 불안해졌다.유남준은 그녀의 손을 더욱 세게 쥐며 말했다.“난 유남우가 아니야. 난 유남준이야!”“너... 날 잊어버린 거야?”그의 목소리는 거칠고 쉰 듯했다.박민정은 그의 말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뭐라고요?”유남우가 아니라고?그렇다면 어째서 두 사람이 똑같이 생겼단 말인가?박민정의 머릿속은 완전히 혼란스러웠다.유남준은 그녀를 더 가까이 끌어당기며 다시 물었다.“말해봐, 지난 1년 동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왜 나를 잊었어? 왜 유남우만 기억하는 거지?’이 모든 상황이 너무나도 황당했다.박민정은 그의 말투와 분위기를 보니 그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 같지 않았다.그가 진짜로 유남우가 아니라면...그녀는 황급히 그의 손에서 벗어나며 말했다.“그럼 제가 사람을 잘못 봤나 봐요. 죄송합니다.”그리고 덧붙였다.“어젯밤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박민정은 몇 걸음 물러나더니 어쩔 줄 몰라하며 말을 이었다.“어떻게 감사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저, 저...”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유남준이 자리에서 일어나 길게 뻗은 다리로 그녀 앞으
“여보세요, 혹시 민정 씨 남자친구 되세요?” 주영리는 일부러 친절한 척하며 물었다.유남우는 낯선 여자의 목소리에 의심스러운 기색으로 물었다.“민정이의 핸드폰이 왜 당신에게 있죠? 누구시죠?”“아, 저는 민정 씨와 같은 회사에서 일하는 동료예요. 오늘 야근하다가 핸드폰 벨소리가 들려 혹시 무슨 급한 일인가 해서 받았습니다.”주영리는 태연하게 거짓말을 이어갔다.“무슨 용건이라도 있으세요? 혹시 민정 씨가 부탁해서 전화하신 건가요?”“민정이가 집에 오지 않았어요. 혹시 어디에 있는지 아세요?”유남우의 이마에는 주름이 깊게 패였다.박민정은 밤늦게까지 집에 돌아오지 않는 사람이 아니었고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자신에게 먼저 연락을 했을 것이다.그는 불길한 느낌에 휩싸였다.“집에 안 갔다고요? 혹시 최 사장님이랑 놀러 간 거 아니에요?”주영리는 의미심장하게 말을 흐렸다.“오늘 퇴근 후에도 우리 회사 고객인 최 사장님과 함께 있던데요. 제가 두 사람이 같이 나가는 걸 봤거든요.”그녀는 이리저리 돌려 말했는데 박민정의 명예를 훼손하려는 속셈이었다.“민정 씨가 말하지 않았나요? 전 다 얘기한 줄 알았는데요. 그래도 남녀가 단둘이 밤늦게까지 같이 있다니... 혹시...”주영리는 일부러 한숨을 쉬며 덧붙였다.“아니겠죠? 그래도 민정 씨는 그런 사람 같진 않은데요.”유남우는 그녀의 말을 듣고도 흔들리지 않았다. 주영리가 노리는 속셈을 정확히 간파했기 때문이다.그는 박민정을 믿었다.“그 최 사장이라는 분 연락처를 알려주실 수 있어요?”그의 단호한 목소리에 주영리는 잠시 당황했지만 여전히 빈정거리는 태도로 대답했다.“저 같은 작은 직원이 고객님의 연락처를 어떻게 알겠어요? 하지만 민정 씨는 워낙 예쁘고 사교적이니 아마 알고 있을 거예요.”이어 그녀는 비아냥거리듯 말했다.“전에 민정 씨가 최 사장님이 자기에게 얼마나 잘해주는지 자랑하는 걸 들었거든요. 그러니까 걱정 마세요. 아마 별일 없을 겁니다.”유남우는 더는 말을 섞지 않고 전화를 끊
박민정은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해 최 사장의 손에서 벗어나 유남준에게 몸을 던졌다.그녀의 온기가 그의 품에 닿는 순간, 유남준은 깊은 충격 속에 얼어붙었다.온 몸에 힘이 풀린 박민정은 그의 품에 기대며 안도감을 느꼈다. 마치 자신을 지켜줄 안전한 성채를 찾은 기분이었다.“두 분, 아는 사이인가요?”최 사장은 눈앞의 큰 키에 잘생긴 남자를 바라보며 주춤했다. 그의 강렬한 아우라에 기가 눌려 가까이 다가가지 못했다.한참 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하던 유남준은 품에 안긴 박민정을 다시 한번 꼭 안으며 현실임을 확인했다. 그런 뒤에야 차가운 눈빛으로 최 사장을 노려보며 낮게 말했다.“꺼져.”최 사장은 그의 압도적인 기세에 겁을 먹고 서둘러 자리를 떴다. 떠나며 그는 억지로 웃음을 지으며 변명했다.“오해입니다, 정말 오해였어요.”비록 유남준이 누군지 몰랐지만 이 호텔의 최고급 스위트룸을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의 격을 알고 있던 최 사장은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상대임을 깨달았다.‘박민정 같은 평범한 직원이 이런 남자와 인연이 있을 줄이야...’ 그는 뒷모습이 초라하게 사라졌다.최 사장이 떠난 후, 유남준은 자신의 품에서 안도하며 깊이 잠든 박민정을 보았다. 그는 그녀를 소중히 들어올려 방 안으로 들어갔다.침대에 그녀를 조심스럽게 눕힌 그는 그녀가 혹시라도 깰까 봐 아주 천천히 움직였다. 그런 다음 침대 옆에 앉아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았다.1년이었다.그는 드디어 그녀를 찾았다.박민정은 전혀 변한 게 없었고 여전히 예전 그대로였다.유남준은 천천히 손을 들어 그녀의 얼굴을 살며시 어루만졌다. 혹시라도 이 모든 게 꿈일까 봐, 아니면 또다시 그녀가 환영처럼 사라질까 봐 두려웠다.다행히 그녀의 체온이 그의 손끝에 또렷이 전해졌다. 그녀는 환상이 아니었고 진짜로 그의 앞에 있었다.그러나 여전히 긴장을 놓을 수 없던 그는 핸드폰을 꺼내 서다희에게 전화를 걸었다.“어서 이리로 와.”서다희는 전화를 받자마자 무슨 큰일이라도 난 줄 알고 급히 달려왔다. 방
지난번 춤을 추었을 때 박민정은 두꺼운 화장을 해서 얼굴의 흉터를 가렸다.하지만 오늘은 화장기 하나 없는 상태였다. 그녀의 얼굴에 선명히 드러난 흉터를 보고 최 사장은 그녀의 턱을 거칠게 잡아들며 혀를 찼다.“참 안타깝네. 이렇게 예쁜 얼굴이 어떻게 이렇게 망가질 수가 있지?”그는 비웃는 듯한 표정으로 덧붙였다.“완벽한 여자인 줄 알았더니 흠이 있네! 알았더라면 돈과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을 텐데.”최 사장은 미모에 대한 기준이 높았다. 그는 수많은 미녀와 유명 인사들을 상대하며 자신만의 까다로운 기준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그의 말이 들려오는 동안 박민정은 오히려 얼굴의 흉터에 안도했다. ‘이 흉터 때문에 나를 포기해줬으면...’ 그녀는 속으로 간절히 기도했다.그러나 그녀의 바람은 너무나도 순진한 희망이었다.“하지만...” 최 사장의 시선이 그녀의 몸으로 내려가며 음흉하게 미소 지었다. “몸매는 정말 훌륭하군.”그는 탐욕스럽게 손을 뻗어 그녀를 만지려 했다.순간 박민정의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절대 이런 사람에게 내 몸을 내줄 순 없어!’그녀는 이를 악물고 정신을 차리려 애썼다. 어렵게 입을 벌린 그녀는 자신의 혀를 세게 깨물었다.순간적인 통증과 입 안에 퍼지는 쇠 맛이 그녀를 강하게 자극했다.통증 덕분에 여태 흐릿했던 그녀의 시야가 또렷해졌다. 마침내 눈을 떠낸 박민정은 모든 의지를 쏟아 최 사장을 힘껏 밀쳐냈다.최 사장은 그녀가 깨어난 걸 보고 놀라 잠시 멍해졌다가 이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아가씨, 어떻게 이렇게 빨리 깼지?”박민정의 눈은 차갑게 빛났다.“꺼져! 아니면 내가 당신 가만두지 않을 거야!”최 사장은 그녀의 말에 비웃으며 더욱 대담하게 행동했다.“하하하, 네가 뭘 어쩔 건데?” 그는 손을 뻗어 그녀의 얼굴을 만지려 했다.박민정은 그가 다가오는 것만으로도 역겨움을 느끼고 몸을 재빨리 피하며 뒤로 물러섰다.그러자 최 사장은 그녀의 팔을 거칠게 붙잡고 강제로 끌어당겼다.그녀는 도망칠 수 없음을 깨닫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