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으로 달려간 윤소현은 유남우의 곁을 지키는 홍주영을 보고 말했다. “왜 남우 씨가 병원에 입원해요? 어떻게 돌봤길래 이렇게 되냐고요?”금방 의식이 돌아온 유남우는 비난하는 목소리를 듣고 눈살을 찌푸렸다.그는 홍주영한테 말했다. “먼저 들어가 봐.”“알겠어요.”홍주영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병실을 나갔다.유남우가 자기 비서를 감싸는 걸 보고 기분이 언짢아진 윤소현이 말했다. “남우 씨, 내 말이 심하다고 생각해서 그래요? 난 그냥 남우 씨가 너무 걱정돼서요. 그리고 의사 선생님께서도 말씀하셨잖아요. 지금 임신 중이라 호르몬으로 인해 감정 변화가 많다고.”유남우는 그녀의 말을 듣고서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물었다.“여동생이랑 조카 데리고 검진받으러 간다고 하지 않았어? 왜 이렇게 빨리 온 거야?”“거의 다 했어요. 엄마가 가라고 하셨어요. 금방 결혼했으니 같이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면서요.”윤소현은 말하면서 유남우에게 기댔다.그녀가 갑자기 자기한테 기대자 유남우는 너무 불편해서 표정마저 굳어졌다. 그는 손을 들어 윤소현을 밀어냈다.윤소현도 사람이고 여자다. 유남우가 자신을 향한 애정이 없는 것을 알아차렸다. “남우 씨, 우리는 이미 결혼했어요.”유남우는 담담하게 그녀를 바라보았다. “말 들어.”윤소현은 순간 목이 메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심지어 유남우가 신체적으로 무슨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생각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자기와 자기 배 속의 아이를 받아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이 생각의 뿌리는 그녀의 머릿속에서 점점 깊어져 갔다. “가서 바람 좀 쐬고 올게요.”윤소현은 나갔다.그녀는 지금 자신의 남은 인생이 망한 건 아닌가 생각하며 걱정했다.윤소현은 병원 안의 공원에 가서 산책하려 했는데 간호사 한 명이 다가와 물었다. “308호실 환자 가족분입니까?”“맞는데요. 무슨 일이죠?”윤소현은 의아해서 물었다.“다른 게 아니라 방금 환자 가족 두 분이 병원비를 많이 내서요. 근데 우리 쪽에서는 연락이 안 되네요
윤소현은 박민정이 한 일을 까발리기 위해 병원 내부 CCTV와 병원 외부 CCTV를 확보해 서울에 있는 이모에게 보냈다.정수미의 동생 또한 만만찮은 인물이었다. 그녀는 누군가의 명성을 더럽히기로 마음먹기만 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게다가 윤소현은 자기 생각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박민정이 파렴치한 여자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한편 박민정은 너무 피곤해서 집으로 갔는데 집에 있는 세 여자가 엄청나게 신나 했다.“민정아, 고마워. 내가 이 목걸이를 좋아하는지 어떻게 알았어?”민수아가 말했다.“보스, 정말 고마워요. 제가 좋아하는 연예인을 보러 갈 수 있게 되다니.”진서연도 설렘이 가득한 얼굴이었다.“민정 씨, 우리 은정이를 위해서 전문 보육사를 찾아줘서 정말 고마워요.”박민정은 어안이 벙벙했다.그녀는 이것들을 준비한 적이 없다.그녀는 솔직한 성격이라서 바로 말했다.“내가 준 게 아니야.”다들 의아했다.“네가 보낸 게 아니라고? 네 이름으로 돼 있던데?”민수아는 핸드폰 진동이 울려서 메시지를 확인했다. 서다희 보낸 메시지였는데 그 메시지를 보자마자 그녀는 뭔가를 알아차렸다.“민정아, 남준 씨가 보낸 것 같아.”서다희는 그녀들한테 유남준이 주는 거라고 말하면 받지 않을 것 같아서 박민정이 보낸 거라고 했다. 아니나 다를까 다들 순순히 받아들였다.박민정은 유남준이 도대체 무슨 꿍꿍이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진서연은 눈을 껌뻑거리며 박민정을 바라보았다.“보스랑 화해하고 싶어서 우리한테 잘 보이려는 게 아닐까요?”민수아와 설인하도 같은 생각이었다.“됐어요. 이 선물 필요 없어요. 다시 돌려주자고요.”설인하가 먼저 말을 꺼냈다.그녀는 박민정이 다시 결혼의 불구덩이에 뛰어드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혼자 자유롭게 사는 것이 더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했다.진서연은 좀 아쉬워했지만 말했다.“보스, 화해하고 싶지 않다면 선물을 다시 돌려줘도 괜찮아요.”그러자 민수아도 말했다.“맞아, 목걸이는 나중에 내가 돈이 생기면
박민정은 사랑의 존재는 믿었지만 그 사랑이 자신에게 올 것이라고는 믿지 않았다.특히 오늘 유남준이 연지석, 유남우, 그리고 에리 세 남자를 언급하고 나서 그녀는 더욱 불안해졌다.그녀는 유남준이 자기를 좋아하는 것은 믿었다. 하지만 그 감정은 단지 좋아함에 불과했다. 두 사람은 한 번도 서로를 믿은 적이 없었다.그녀는 유남준이 오직 자신만을 사랑하리라는 믿음이 없었다. 마치 유남준이 그녀를 의심하며, 자신이 연지석 같은 다른 사람을 선택할까 봐 불안해하는 것처럼 말이다.“민정 씨가 어디가 모자라서 자신감을 잃은 거예요? 제가 봤을 때 민정 씨는 이미 아주 훌륭해요.”박민정을 바라보는 설인하의 눈빛은 반짝거렸다.박민정은 혼자서 아들 둘을 키우면서 노래를 만들고 회사를 차렸다. 이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사랑에 관한 데서 자신이 없는 거죠.”박민정은 쓴웃음을 지었다.그녀는 연애도 해보지 못하고 결혼했다.심지어 결혼 상대도 잘못 만나서 결혼하고 나서도 신혼의 즐거움을 느끼지 못했다. 그러니 연애의 설렌 느낌은 더더욱 경험해보지 못했다.그래서 이제는 두려웠다.설인하는 그녀의 말이 무슨 뜻인지 잘 이해하진 못했지만 그녀를 응원했다.“어찌 됐든, 민정 씨는 자기를 믿으세요. 전 전에부터 계속 민정 씨가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나는 민정 씨처럼 혼자 힘으로 살아나가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그녀는 예전처럼 도망가도 방성원에게 빌붙어 살 수밖에 없는 삶이 싫었다.“그거 알아요? 저 사실 재작년에도 집에서 도망친 적이 있어요. 나는 내가 방성원을 떠나고 잘 지낼 수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하마터면 사기꾼한테 잡혀갈 뻔했어요. 그때 생각을 하면 아직도 진저리가 나요. 그리고 결국에는 방성원이 와서 나를 구해주더라고요.”박민정은 조용히 듣고 있었다.그리고 설인하는 쓴웃음을 하며 말했다.“소름 끼치는 것이 있는데 뭔지 알아요?”“뭔데요?”“그날 나를 납치하려던 사람들은 모두 방성원이 보낸 것이었어요. 세상이 얼마나 무서운지 보여주고 싶었대요.
“왜 아직 안 잤어?”유남준은 온종일 기분이 안 좋았다. 박민정이 오늘 오후에 에리를 데리러 갔나 생각하면서 말이다. 박윤우가 전화를 걸어오는 것을 보고 기분이 좋았지만 그는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고 있었다.“누가 너무 멍청해서 엄마의 심기를 자꾸 건드려서 그러죠. 제가 좀 도와줄까요?”박윤우가 말했다.그러자 유남준이 바로 물었다. “엄마가 집에 갔을 때도 화가 많이 나 있었어?”“그럼요. 엄마가 왜 화가 났는지, 왜 아빠랑 재결합하지 않는지 알고 싶어요?”박윤우는 일부러 뜸을 들이며 말했다.“아빠한테 말해. 네가 갖고 싶은 거 다 사줄게.”유남준이 말했다. 그러자 박윤우가 하품하며 말했다. “전 돈으로 살 수 있는 건 싫어요. 난 엄마의 아들이니까 마땅히 엄마를 기쁘게 해줘야 해요. 몰래 말해주는 건데 엄마한테 더 잘해줘요. 엄마는 더 많은 안정감이 필요해요.”박윤우도 자기의 말을 쓰레기 아빠가 이해할 수 있을지 몰랐다. 하지만 그는 여기까지만 말했다. 어떻게 할지는 유남준한테 달렸다.유남준은 또 무언가를 물어보려 했는데 박윤우는 하품을 크게 하며 말했다. “졸려요. 잘게요.”그리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유남준은 박윤우가 방금 한 말을 곰곰이 생각했다. 박민정한테 잘해줘야 한다는 것은 알지만 그녀의 마음을 어떻게 돌릴지 몰랐다....이튿날 아침, 진서연이 자는 박민정을 깨웠다.“보스, 큰일 났어요.”박민정은 눈을 비비며 물었다. “무슨 일이야?”진서연은 휴대폰에 뜬 기사를 박민정에게 보였다.기사 내용을 본 박민정은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유명 작곡가 박민정이 이혼한 뒤 염치 불고하고 유부남을 꼬셨다는 기사 타이틀이 보였다.박민정이 유남우를 병원으로 데려가는 뒷모습이 찍힌 사진도 있었다. 하지만 사진으로 봐서는 병원이 아닌 것으로 보였다. 누가 일부러 조작한 사진 같았다.그 남자가 유남우라는 사실도 기재되지 않았고 유부남이라고만 밝혔다.박민정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이 사진은 내가 남우 씨를 부축해서 병
기사에 뜬 사진과 동영상은 홍주영이 의사를 찾아가서 박민정 혼자 유남우를 부축하고 있을 때였다.“좋아요.”진서연은 바로 승낙했다.그녀는 다짜고짜 휴가를 내고 어제 박민정이 갔었던 병원에 갔다.인터넷에는 불륜녀를 비난하고 있었다. 많은 사람이 박민정을 욕했다.호산 그룹의 직원들도 이 사실을 알게 되었다. 마케팅 5팀 직원들은 그들의 상사가 이렇게 파렴치한 사람인 것이 믿기지 않았다.“우리 팀장님이 남의 가정을 망치는 그런 사람일 리가 없어요.”“맞아. 뭔가 잘못된 거 아니에요?”그러자 일부 직원들이 말했다. “사진이랑 영상 봤잖아요. 그 남자랑 그렇게 서 있는 것을 보아하니 가짜 같지는 않아요.”오늘 유성혁이 건강을 회복했다. 최현아는 유석진을 따라 회사에 왔는데 기사를 보고 윤소현이 한 짓이라는 것을 바로 알아차렸다.회사 안의 많은 사람이 박민정을 욕하는 것을 보고 그녀는 신이 나서 윤소현에게 전화를 걸었다.“소현아, 기사 봤어? 정말 마음이 후련하네.”그녀는 모르는 척 말했다.윤소현은 만족해하는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냥 혼 좀 내준 거예요.”“네가 시킨 거야? 돈 많이 썼지? 그렇게 많은 매체를 찾았으니 말이야. 근데 내 기억으로는 돈을 써도 기사를 내주려 하지 않는 곳도 있던데.”최현아는 궁금해서 물었다.“제가 누군가를 까발리는데 돈이 왜 필요하겠어요?”윤소현은 시큰둥해서 말했다. “우리 이모는 미디어 회사의 회장이에요. 우리 이모 말 한마디면 없는 일도 지어낼 수 있다고요.”최현아는 이 말을 듣고 저도 모르게 질투가 났다.윤소현은 입양된 아이인데 팔자가 참 좋다고 생각했다.“그렇구나. 소현아, 앞으로 네가 나를 많이 도와줘야겠다. 나도 박민정이 너무 싫어.”“당연하죠.”윤소현은 전화를 끊고 기사를 보며 만족해했다.호산 그룹 회장실에서 있던 유남우도 기사를 보았다. 그는 몸이 아직 회복되지 못했다. 옆에 있던 홍주영이 기사를 보고 호통을 쳤다. “어느 미친놈이 이렇게 이야기를 지어내는 거예요?”“가서
실시간검색에서 눈에 띄는 이름이 유남우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유남준. 유남준이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트위터 계정으로 게시물을 올렸다. [내가 빠진 게 뭔데? 내 아내가 나 말고 다른 유부남을 꼬신다고? 그럴 가치가 있냐고? 듣던 농담 중에 제일 우스운 소리네!]이 계정은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았다. 이전에는 회사의 부하 직원이 대신 관리했었다.그런데도 여자팬들이 되게 많았다. 유남준은 전에 수많은 여자의 로망이었다. 그를 리스팩해서 팔로워란 남자 팬도 있었다.팔로워 수가 천만 명이었다. 그래서 이 게시물이 뜨자마자 실시간 검색어 1위를 바로 차지했다.네티즌들이 난리 났다. “유남준이 게시물을 보냈다고?”“유남준도 트위터를 쓸 줄 아는구나. 오랜만이네.”“그러게. 작년에 호산 그룹에서 나오고는 소식이 없길래 무슨 일이 있는가 했어.”“역시 유남준이야. 자기 아내를 감싸면서 자신을 어필하는 거 봐봐.”“맞아. 유남준 같은 남편이 있는데 누가 다른 남자를 꼬시려 하겠어?”“아니죠. 아무리 예쁘고 능력이 있는 마누라라도 다른 보잘것없는 남자를 꼬시려고 할걸요? 사람은 다 갖지 못하는 것에 끌리게 되잖아요.”“그러네. 그러고 보니 박민정이 될 사람이네. 집에 잘 생기고 능력도 좋은 남편이 있는데 다른 유부남을 꼬시잖아.”“박민정은 우리 여자들의 롤모델이야.”여론의 방향이 서서히 바뀌고 있었다. 역시 인터넷에서의 일은 빠르게 변한다.유남우는 기사를 보며 두 손을 꼭 쥐었다.옆에 있던 홍주영도 기사를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도련님, 일이 풀린 것 같아요. 해명 글을 올리지 않는 게 좋겠네요. 올려서 민정 씨한테 좋을 것이 없어요. 오히려 다시 여론에 휩싸이게 될 거예요.”유남우도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박민정은 이미 회사에 도착했다. 그녀가 회사에 들어오는데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졌다.그녀는 기사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개의치 않았다.하지만 그녀가 지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직원들이 소곤거리기 시작했다.“정
서다희는 유남준이 이런 일을 가만히 당하고만 있을 성격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네. 알겠습니다.”유남준은 또 그를 불러 세웠다. “강 변호사보고 처리하라 해. 반드시 그 언론사들의 사과를 받아내라고 전하고.”“네.”서다희는 밖으로 나가 강연우에게 이 일을 알렸다.강연우도 요즘 되게 예민하다. 조하랑이 김인우에게 시집가려고 하니 말이다.전에는 약혼이었지만 오늘 기사를 보니 정말 결혼을 하려는 것으로 보였다.“강 변호사님, 괜찮으세요?”서다희는 그가 넋을 잃고 있는 것을 보고 물었다. 강연우는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괜찮아요. 제가 처리하죠.”“그래요. 잘 부탁드려요.”서다희는 마침내 푹 쉴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강연우는 일하는 게 꽤 효율적이다. 언론사에서 헛소문을 퍼뜨린 증거를 수집하게 한 뒤 변호사 공식서한을 보내라 하였다. 그리고 다른 언론사를 찾아서 진실을 밝히라고 했다. 일하고 있던 박민정도 유남준이 보낸 게시물을 보았는데 믿기지 않았다. 그는 유남준이 당연히 자신을 의심할 줄 알았고 자기를 찾아와 따질 줄 알았다.여론 방향이 바뀌기 시작했다. 다들 박민정이 유남준을 두고 다른 남자를 꼬시지는 않을 거로 생각했다.하지만 여전히 믿지 않는 사람도 있었다.기사를 본 윤소현은 바로 이모한테 연락해 기사 하나를 더 내라고 했다. 박민정과 유남준은 일찌감치 이혼했고 지금은 서로 감싸는 척 연기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이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네티즌들은 또 떠들어대기 시작했다.증거를 찾으러 병원에 간 진서연 쪽에서도 일이 잘 풀리지 않았다. 그날의 CCTV는 이미 파괴되고 없었다.그녀는 박민정한테 전화를 걸어 소식을 알렸다.역시 박민정의 예상대로였다. 마음먹고 자신을 모함에 빠뜨리려고 한 사람이 증거를 남길 리가 없다. 하지만 들통나기 마련이다. “그럼 병원으로 가는 길에 있는 CCTV도 찾아봐. 뭔가 나올 거야.”“알겠습니다.”진서연이 대답했다.의자 등받이에 기대 휴식을 하던 박민정은 휴대폰 알림 소리
“역시 우리 이모.”윤소현은 자기 이모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그러자 여론 방향이 다시 바뀌었다. 네티즌들은 박민정과 에리를 공격하기 시작했고 에리의 팔로워 수가 떨어지기 시작했다.핸드폰 너머 정수미의 여동생인 정현미는 대수롭지 않은 듯이 말했다. “이 정도로 뭐. 이렇게 파렴치한 여자는 이래도 싸.”“네. 고마워요, 이모.”윤소현은 기뻐서 전화를 끊었다.이제는 박민정이 유남우를 병원에 데려다주는 것이라는 증거를 찾아도 소용없다. 이전의 여론을 끌어냈으니 말이다.이번에는 에리와 그녀에 관한 것이다.기사를 본 유남준은 눈살을 찌푸렸다. “이 바보.”그가 나서서 이 일을 해결하려고 했는데 에리가 또 게시물을 올릴 줄은 몰랐다.서다희도 생각지 못했다.“대표님, 이 에리라는 사람 말이에요. 정말 사모님한테 관심이 있는 것 같아요. 그렇지 않으면 위험을 무릅쓰고 게시물을 올리지 않았겠죠.”이 말을 들은 유남준은 서다희를 한번 노려보았다.“나도 알거든?”중요한 건, 지금 많은 사람이 댓글을 달면서 그와 박민정이 이혼한 사실에 관해 묻고 있었다. 그리고 에리에 관한 것도 있었다.“대표님, 박민정 씨랑 이혼한 사실을 왜 숨겼죠?”“대표님, 박민정 씨한테 버림받은 거 아니에요? 에리가 보낸 게시물을 봤어요.”“함부로 말하지 마. 에리보다 유남준이 훨씬 낫지.”“누가 그래? 유남준이 에리보다 대단하다고. 우리 에리 오빠야말로 최고야. 유남준은 에리에 비하면 아저씨지!”유남준은 이런 댓글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었다. 근데 네티즌들이 자신을 에리랑 비교하면서 자기를 아저씨라고 하는 것을 보고 어이가 없었다. 그는 에리랑 나이 차이가 별로 나지 않는다. 게다가 에리 같은 애송이가 볼 것이 뭐가 있냐고 생각했다. “그 사람은 아직 회사에 안 왔어?”유남준이 서다희한테 물었다.서다희가 대답했다. “아직이에요.”그의 말을 듣고 유남준은 눈을 살짝 감았다.“이제 오게 되면 직접 나를 찾아오라고 해.”“네?”
박민정은 물컵을 챙긴 뒤 보안실로 향해 CCTV 영상을 확인했다.그녀는 경비에게 적지 않은 돈을 건넸고 곧바로 어제 퇴근 후의 영상을 확보할 수 있었다.영상 속에서 주영리가 자신의 물컵에 뭔가를 넣는 모습이 선명히 찍혀 있었다.‘좋아, 아주 좋아.’증거는 충분했다.하지만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박민정은 일부러 화장실에 간 척하며 병원으로 향했다. 물컵 속 남은 물을 감식 의뢰하기 위해서였다.컵에 남아 있는 물에 약물이 들어 있는지 확실히 알아야 했으니까.병원을 다녀오는 데까지 시간이 꽤 걸렸고 회사 내에서는 이를 두고 수군거리는 사람들이 생겼다.“보란 듯이 대놓고 결근이네. 뭐, 이제는 최 사장님 같은 백이 있으니까 다 무시하나 봐. 화장실 간다더니 한 시간은 넘게 있었을걸?”질투 어린 목소리가 사방에서 속삭였지만 박민정은 이런 말을 신경 쓸 리 없었다.한편, 주영리는 책상 한쪽에 앉아 있었지만 마냥 긴장을 풀지 못했다.직속 상사인 제임스가 아까 말하기를, 곧 최 사장님이 회사를 방문한다고 했고 게다가 이번에는 자신을 직접 찾겠다고도 했다.주영리는 두려움에 휩싸였다.설마 최 사장이 박민정의 말을 듣고 그녀의 편을 들어 자신에게 복수하려는 건 아닐까?그녀는 불안에 휩싸여 일조차 제대로 손에 잡히지 않았다.결국, 최 사장이 들어왔다.그러나 그의 표정은 심상치 않았다.“주 비서, 당장 이리 와!”최 사장이 큰 소리로 외쳤다.주영리는 얼굴이 새하얗게 질리며 자리에서 일어났고 휴게실로 들어가는 동안에도 불안한 마음에 손이 떨렸다.밖에서는 사람들이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모두 최 사장이 박민정을 위해 직접 나선 거라고 생각하며 조금 전까지 박민정을 험담하던 사람들도 입을 꾹 다물었다.박민정 역시 이 상황을 지켜보며 속으로 비웃었다.‘참 간사하네.’휴게실.최 사장은 들어오자마자 주영리에게 일방적으로 쏟아내기 시작했다.“너, 네가 어제 나를 죽일 뻔한 거 알아?”주영리는 멍한 표정으로 되물었다.“최 사장님, 무슨 말씀이
주영리는 우유를 마시며 비웃듯 고개를 끄덕였다.“참나, 그때 밥 먹을 때는 얼마나 고상한 척하던데. 뒤에서는 그렇게 더러운 짓을 하고 있었네요.”옆에 있던 동료가 맞장구를 치며 말했다.“그렇게 말하지 마요. 어쩌면 이제 최 사모님이 됐을지도 모르잖아요. 괜히 건드렸다가 큰일 난다고요.”주영리는 조롱하듯 덧붙였다.“흥, 그 여자가 사모님 자리랑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세상에 예쁜 여자는 넘쳐나는데 고작 그런 애가? 겁낼 거 없어요.”다른 여직원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맞아요. 겨우 그런 걸로 뭐가 무섭다고. 하!”주영리는 여유로운 표정을 지으며 눈썹을 살짝 치켜세웠다.그때 누군가 외쳤다.“어? 저거 봐, 한정판 벤틀리잖아! 혹시 회사에 또 대형 고객이 온 거야?”그 말을 듣자마자 모두의 시선이 그 차로 향했다.그리고 곧이어 그 차에서 내리는 박민정을 보고는 다들 말을 잃었다.주영리는 한순간 멍해졌지만 금방 상황을 파악했다.“봤죠? 저거 분명 최 사장님 차일 거예요.”곁에 있던 동료가 주영리를 치켜세우듯 말했다.“주 비서님, 진짜 대단하네요. 역시 사람 보는 눈이 있어요. 저 여자 진짜 못됐네요.”박민정이 차에서 내리자마자 사람들 사이에 있는 주영리를 발견했다.그녀는 손을 꽉 쥐며 숨을 고르려 애썼다.주영리는 원래 박민정이 자신에게 보복할까 봐 걱정했지만 지금 박민정이 고급 차에서 내리는 걸 보고 같은 부류라고 착각했다.뻔뻔하게도 주영리는 박민정에게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갔다.“민정 씨, 어제 재미있었어요? 나한테 고마워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고맙다고요?”박민정의 손이 번개처럼 빠르게 올라가더니 주영리의 얼굴에 따귀를 날렸다.팍! 소리가 울리며 주변 사람들이 모두 고개를 돌렸다.주영리는 얼굴이 화끈거리고 아파서 믿기지 않는다는 듯 박민정을 바라보았다.“날 쳤어요? 내가 아니었으면 오늘 민정 씨가 그 고급 차 타고 출근할 수 있었을 것 같아요? 천한 주제에 겉으로만 고상한 척하려고?”주변 동료들이 이 장면을 지켜
유남우의 온화한 얼굴이 잠시 굳어졌다.“그래? 정말 우연이네.”그는 여태껏 박민정을 잘 감춰왔지만 예상치 못한 우연으로 두 사람이 이렇게 마주칠 줄은 몰랐다.이게 유남준에게 행운인지, 아니면 불행인지 그는 알 수 없었다.“어쨌든 형의 겉모습에 속아선 안 돼. 그리고 회사에서 누군가 너를 노리고 있다면 진작에 나에게 말했어야지.”유남우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하자 박민정이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뭐든 오빠한테 의지하고 싶지는 않아요. 저도 제힘으로 해내고 싶어요.”그러면서 그녀는 고개를 들어 유남우를 똑바로 바라보았다.“전 이곳을 떠나고 싶지 않아요. 제발 그대로 둘 수 없어요? 회사 문제는 제가 알아서 해결할게요.”주영리가 감히 자신을 함부로 대하다니, 그녀는 반드시 주영리에게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다.“부탁이에요.” 박민정은 손을 뻗어 유남우의 팔을 붙잡았다.“제발, 도와줘요. 네?”박민정의 간절한 애원이었지만 유남우는 난감한 얼굴로 여전히 고개를 저었다.“안 돼. 난 네가 걱정돼서 안심할 수가 없어.”박민정의 마음이 순식간에 무너졌다.“하지만 저는 이 일이 정말 필요해요. 이곳을 떠나고 싶지 않아요.”“왜 꼭 떠나야 하는 거예요? 그냥 오빠 형 문제잖아요. 그걸 가지고 저를 강요할 순 없잖아요?”유남우의 얼굴이 점점 창백해졌다.“그만하자. 알겠어. 회사 문제는 정리할 시간을 줄게. 하지만 그 뒤엔 같이 떠날 거야.”박민정의 눈빛은 실망으로 가득 찼다.지난 1년간 그녀는 모든 걸 유남우에게 맞춰왔다.그를 사랑했으니까.하지만 겨우 이 작은 부탁조차 들어주지 않다니.박민정이 말을 잃고 침묵하자 유남우는 그녀가 화가 난 것을 눈치채고 달래듯 말했다.“화내지 마. 다른 곳으로 가도 네가 일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줄게.”그렇게 말한 뒤 그는 입을 가리고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박민정이 원래는 그를 무시하려 했지만 기침 소리에 마음이 약해졌다.“왜 이렇게 심하게 기침해요? 혹시 병이 재발한 거 아니에요?”유남우는 그
박민정은 처음으로 유남우에게 형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그녀는 유남우를 부축하며 유남준을 향해 차갑게 말했다.“저기요, 형이라는 사람은 원래 동생을 보살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오빠가 몸이 약하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아실 텐데, 어떻게 오빠를 때릴 수 있어요? 게다가 외부인이 있는 자리에서 체면 하나 세워주지 않고요.”박민정은 이렇게 지나치게 차가운 형을 본 적이 없었다.그녀의 꾸짖음에 유남준은 마치 목이 막힌 사람처럼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오빠, 우리 그냥 가요.”박민정은 한결 부드러운 목소리로 유남우에게 말했다.“그래.”두 사람이 나가는 모습을 유남준은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그는 순간적으로 막는 것도 잊은 채 그 자리에 서 있었다.예전에 자신만을 사랑하던 그녀가 이제는 다른 남자를 이렇게 따뜻하게 대하고 있다니, 믿을 수 없었다.한편 최 사장의 정보를 모두 조사한 서다희는 돌아오는 길에 사모님과 대표님이 함께 나가는 장면을 보았다.그는 막 부르려던 찰나, 대표님이 방에서 지친 모습으로 나오는 걸 보고 멈췄다.“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죠?”서다희는 한 걸음씩 유남준에게 다가가 조심스럽게 말했다.“대표님, 어젯밤 그 뚱뚱한 남자에 대해 알아냈습니다. 성은 최씨라고 하더군요. 본토에서 활동하는 무역상입니다.”잠시 생각에 잠겼던 유남준이 고개를 들었다.“뭐 해야 할지는 알겠지?”“네.” 서다희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사람을 붙여서 민정이와 유남우를 따라가게 해.”“유... 유남우 도련님이요?”서다희는 놀랐고 그제야 모든 게 이해되었다. 아까 대표님을 봤다고 생각했는데 대표님 동생이었다.하지만 박민정이 왜 유남우와 함께 떠난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그는 더는 묻지 않고 명령을 받고 자리를 떠났다.박민정은 유남우와 함께 돌아오는 길 내내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냈다.“많이 아프죠? 병원에 가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그의 입가에는 아직도 피가 묻어 있었다.그러나 유남우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괜찮
유남준은 유남우가 방에 들어오는 걸 보고 모든 상황을 짐작할 수 있었다.그의 눈엔 차가운 분노가 서렸다.“유남우, 나한테 설명할 건 없나?”유남우는 여기에 유남준이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그러니 어젯밤, 박민정과 함께 있었던 사람이 유남준이란 말인가?옆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박민정은 두 사람이 서로 아는 사이라는 사실에 더 큰 충격을 받았다.두 사람의 외모가 이렇게 똑같은데, 왜 유남우는 단 한 번도 자신에게 이런 얘기를 하지 않았던 걸까?“민정아, 먼저 가서 쉬어. 내가 조금 있다가 갈게.”“알겠어요.” 박민정이 고개를 끄덕였지만 유남준은 단호히 말했다.“안 돼. 민정이는 아무데도 못 가.”겨우 다시 찾은 박민정을 그냥 떠나보낼 수는 없었다.이 말을 들은 유남우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그럼 옆 방에서 잠깐 쉬고 있어.”“좋아요.” 박민정은 유남우의 말대로 옆 방으로 이동했다.그녀가 떠난 후, 두 사람은 본격적으로 대화를 시작했다.유남준의 표정은 싸늘하기 그지없었다.“민정이가 실종된 게 네가 한 짓이었어?”이젠 부정해 봤자 소용없다는 걸 알았는지 유남우는 태연하게 대답했다.“민정이는 원래부터 내 사람이었어.”이 뻔뻔스러운 말에 유남준은 주먹을 쥐었지만 간신히 참으며 물었다.“그런데 왜 나를 못 알아보는 거지? 대체 무슨 짓을 한 거냐?”그 질문에 유남우는 오히려 비웃으며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중요하지 않은 사람은 당연히 기억에서 지우는 법이지.”이어 그는 도발하듯 말했다.“형, 충고 하나 할게. 형 것이 아닌 건 억지로 붙잡아봤자 아무 소용없어.”그 말을 들은 유남준은 황당해서 헛웃음이 나왔다.“그 말을 너 자신에게 하는 게 맞겠지. 민정이는 내 아내야. 우리에겐 네 명의 아이도 있어. 그리고 너는 이미 결혼한 몸이잖아. 네 자리로 돌아가서 네 인생이나 책임져!”그러나 유남우는 비웃으며 대꾸했다.“나랑 윤소현은 애초에 결혼한 사이가 아니야. 우린 결혼증명서도 없어. 그리고 그 애? 하하, 그건 내
박민정은 오늘의 유남우가 어딘가 이상하다고 느꼈다. 하지만 뭐가 문제인지 명확히 알 수 없었다.“남... 남우 오빠...”그녀는 다시 한 번 그를 불렀다.“왜 그래요? 어디 아픈 건 아니죠?”그녀는 말하면서 손을 들어 그의 이마에 손등을 댔다.유남준의 깊은 눈동자 속엔 격렬한 감정의 파도가 일었다. 그의 목구멍은 마치 날카로운 가시가 걸린 것처럼 답답하고 쓰렸다.박민정이 손을 내리려는 순간, 그는 그녀의 손목을 단단히 붙잡았다.“너 지금 뭐라고 불렀어? 남우 오빠?”그의 눈가는 점점 더 붉어졌다.지난 1년 동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박민정은 그의 강렬한 눈빛에 놀라 움찔했다.그리고 며칠 전 꾼 꿈이 문득 떠올랐다. 꿈속에서 유남우와 똑같이 생긴 사람이 있었고 그 사람도 지금처럼 이상한 분위기를 풍겼다.“오빠, 대체 왜 이러는 거예요?”그녀는 어쩐지 마음이 불안해졌다.유남준은 그녀의 손을 더욱 세게 쥐며 말했다.“난 유남우가 아니야. 난 유남준이야!”“너... 날 잊어버린 거야?”그의 목소리는 거칠고 쉰 듯했다.박민정은 그의 말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뭐라고요?”유남우가 아니라고?그렇다면 어째서 두 사람이 똑같이 생겼단 말인가?박민정의 머릿속은 완전히 혼란스러웠다.유남준은 그녀를 더 가까이 끌어당기며 다시 물었다.“말해봐, 지난 1년 동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왜 나를 잊었어? 왜 유남우만 기억하는 거지?’이 모든 상황이 너무나도 황당했다.박민정은 그의 말투와 분위기를 보니 그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 같지 않았다.그가 진짜로 유남우가 아니라면...그녀는 황급히 그의 손에서 벗어나며 말했다.“그럼 제가 사람을 잘못 봤나 봐요. 죄송합니다.”그리고 덧붙였다.“어젯밤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박민정은 몇 걸음 물러나더니 어쩔 줄 몰라하며 말을 이었다.“어떻게 감사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저, 저...”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유남준이 자리에서 일어나 길게 뻗은 다리로 그녀 앞으
“여보세요, 혹시 민정 씨 남자친구 되세요?” 주영리는 일부러 친절한 척하며 물었다.유남우는 낯선 여자의 목소리에 의심스러운 기색으로 물었다.“민정이의 핸드폰이 왜 당신에게 있죠? 누구시죠?”“아, 저는 민정 씨와 같은 회사에서 일하는 동료예요. 오늘 야근하다가 핸드폰 벨소리가 들려 혹시 무슨 급한 일인가 해서 받았습니다.”주영리는 태연하게 거짓말을 이어갔다.“무슨 용건이라도 있으세요? 혹시 민정 씨가 부탁해서 전화하신 건가요?”“민정이가 집에 오지 않았어요. 혹시 어디에 있는지 아세요?”유남우의 이마에는 주름이 깊게 패였다.박민정은 밤늦게까지 집에 돌아오지 않는 사람이 아니었고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자신에게 먼저 연락을 했을 것이다.그는 불길한 느낌에 휩싸였다.“집에 안 갔다고요? 혹시 최 사장님이랑 놀러 간 거 아니에요?”주영리는 의미심장하게 말을 흐렸다.“오늘 퇴근 후에도 우리 회사 고객인 최 사장님과 함께 있던데요. 제가 두 사람이 같이 나가는 걸 봤거든요.”그녀는 이리저리 돌려 말했는데 박민정의 명예를 훼손하려는 속셈이었다.“민정 씨가 말하지 않았나요? 전 다 얘기한 줄 알았는데요. 그래도 남녀가 단둘이 밤늦게까지 같이 있다니... 혹시...”주영리는 일부러 한숨을 쉬며 덧붙였다.“아니겠죠? 그래도 민정 씨는 그런 사람 같진 않은데요.”유남우는 그녀의 말을 듣고도 흔들리지 않았다. 주영리가 노리는 속셈을 정확히 간파했기 때문이다.그는 박민정을 믿었다.“그 최 사장이라는 분 연락처를 알려주실 수 있어요?”그의 단호한 목소리에 주영리는 잠시 당황했지만 여전히 빈정거리는 태도로 대답했다.“저 같은 작은 직원이 고객님의 연락처를 어떻게 알겠어요? 하지만 민정 씨는 워낙 예쁘고 사교적이니 아마 알고 있을 거예요.”이어 그녀는 비아냥거리듯 말했다.“전에 민정 씨가 최 사장님이 자기에게 얼마나 잘해주는지 자랑하는 걸 들었거든요. 그러니까 걱정 마세요. 아마 별일 없을 겁니다.”유남우는 더는 말을 섞지 않고 전화를 끊
박민정은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해 최 사장의 손에서 벗어나 유남준에게 몸을 던졌다.그녀의 온기가 그의 품에 닿는 순간, 유남준은 깊은 충격 속에 얼어붙었다.온 몸에 힘이 풀린 박민정은 그의 품에 기대며 안도감을 느꼈다. 마치 자신을 지켜줄 안전한 성채를 찾은 기분이었다.“두 분, 아는 사이인가요?”최 사장은 눈앞의 큰 키에 잘생긴 남자를 바라보며 주춤했다. 그의 강렬한 아우라에 기가 눌려 가까이 다가가지 못했다.한참 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하던 유남준은 품에 안긴 박민정을 다시 한번 꼭 안으며 현실임을 확인했다. 그런 뒤에야 차가운 눈빛으로 최 사장을 노려보며 낮게 말했다.“꺼져.”최 사장은 그의 압도적인 기세에 겁을 먹고 서둘러 자리를 떴다. 떠나며 그는 억지로 웃음을 지으며 변명했다.“오해입니다, 정말 오해였어요.”비록 유남준이 누군지 몰랐지만 이 호텔의 최고급 스위트룸을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의 격을 알고 있던 최 사장은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상대임을 깨달았다.‘박민정 같은 평범한 직원이 이런 남자와 인연이 있을 줄이야...’ 그는 뒷모습이 초라하게 사라졌다.최 사장이 떠난 후, 유남준은 자신의 품에서 안도하며 깊이 잠든 박민정을 보았다. 그는 그녀를 소중히 들어올려 방 안으로 들어갔다.침대에 그녀를 조심스럽게 눕힌 그는 그녀가 혹시라도 깰까 봐 아주 천천히 움직였다. 그런 다음 침대 옆에 앉아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았다.1년이었다.그는 드디어 그녀를 찾았다.박민정은 전혀 변한 게 없었고 여전히 예전 그대로였다.유남준은 천천히 손을 들어 그녀의 얼굴을 살며시 어루만졌다. 혹시라도 이 모든 게 꿈일까 봐, 아니면 또다시 그녀가 환영처럼 사라질까 봐 두려웠다.다행히 그녀의 체온이 그의 손끝에 또렷이 전해졌다. 그녀는 환상이 아니었고 진짜로 그의 앞에 있었다.그러나 여전히 긴장을 놓을 수 없던 그는 핸드폰을 꺼내 서다희에게 전화를 걸었다.“어서 이리로 와.”서다희는 전화를 받자마자 무슨 큰일이라도 난 줄 알고 급히 달려왔다. 방
지난번 춤을 추었을 때 박민정은 두꺼운 화장을 해서 얼굴의 흉터를 가렸다.하지만 오늘은 화장기 하나 없는 상태였다. 그녀의 얼굴에 선명히 드러난 흉터를 보고 최 사장은 그녀의 턱을 거칠게 잡아들며 혀를 찼다.“참 안타깝네. 이렇게 예쁜 얼굴이 어떻게 이렇게 망가질 수가 있지?”그는 비웃는 듯한 표정으로 덧붙였다.“완벽한 여자인 줄 알았더니 흠이 있네! 알았더라면 돈과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을 텐데.”최 사장은 미모에 대한 기준이 높았다. 그는 수많은 미녀와 유명 인사들을 상대하며 자신만의 까다로운 기준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그의 말이 들려오는 동안 박민정은 오히려 얼굴의 흉터에 안도했다. ‘이 흉터 때문에 나를 포기해줬으면...’ 그녀는 속으로 간절히 기도했다.그러나 그녀의 바람은 너무나도 순진한 희망이었다.“하지만...” 최 사장의 시선이 그녀의 몸으로 내려가며 음흉하게 미소 지었다. “몸매는 정말 훌륭하군.”그는 탐욕스럽게 손을 뻗어 그녀를 만지려 했다.순간 박민정의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절대 이런 사람에게 내 몸을 내줄 순 없어!’그녀는 이를 악물고 정신을 차리려 애썼다. 어렵게 입을 벌린 그녀는 자신의 혀를 세게 깨물었다.순간적인 통증과 입 안에 퍼지는 쇠 맛이 그녀를 강하게 자극했다.통증 덕분에 여태 흐릿했던 그녀의 시야가 또렷해졌다. 마침내 눈을 떠낸 박민정은 모든 의지를 쏟아 최 사장을 힘껏 밀쳐냈다.최 사장은 그녀가 깨어난 걸 보고 놀라 잠시 멍해졌다가 이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아가씨, 어떻게 이렇게 빨리 깼지?”박민정의 눈은 차갑게 빛났다.“꺼져! 아니면 내가 당신 가만두지 않을 거야!”최 사장은 그녀의 말에 비웃으며 더욱 대담하게 행동했다.“하하하, 네가 뭘 어쩔 건데?” 그는 손을 뻗어 그녀의 얼굴을 만지려 했다.박민정은 그가 다가오는 것만으로도 역겨움을 느끼고 몸을 재빨리 피하며 뒤로 물러섰다.그러자 최 사장은 그녀의 팔을 거칠게 붙잡고 강제로 끌어당겼다.그녀는 도망칠 수 없음을 깨닫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