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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22화

Penulis: 윤지
박윤우는 그렇게 진서연에게 말하고 여느 때처럼 자신의 라이브 방송 준비에 나섰다.

요즘 너무 바쁜 탓에 별로 라이브 방송을 못 했고 많은 아줌마가 박윤우의 방송을 기다리고 있었다.

다행히 박윤우는 진서연처럼 직설적이지 않았기에 이렇게 많은 아줌마 팬을 사로잡을 수 있었다.

진서연은 박윤우가 사라져가는 뒷모습을 보며 그의 말들을 곱씹었지만, 머릿속은 그야말로 혼란스러웠다.

‘도대체 왜 인터넷의 나쁜 여자들한테 배워야 한다는 걸까?’

그녀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여전히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하기로 마음먹었다.

...

얼마 후.

조하랑과 김인우와 결혼한다는 소식이 빠르게 퍼졌고 주요 플랫폼을 통해 결혼 소식이 보도되었다.

아침 일찍 일어난 박민정도 그 소식을 보았다.

이미 결혼이 확정된 이상 그녀는 조하랑은 위해 어떤 결혼 선물을 준비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

호산 그룹 본사.

며칠 전 결혼식에서 발생한 사건 때문에 오늘 내부 회의를 열어야 했다.

박민정이 회사에 들어서자마자 어딘가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진서연이 다가와 말했다.

“보스, 오늘 회사에 주주들이 엄청 많이 왔더라고요. 심지어 고영란 씨도 왔어요. 듣자하니 이사회 다시 열고 대표직을 바꾸는 걸 논의한다고 하던데요.”

박민정은 그 말을 듣고 이마를 살짝 찌푸렸다.

이제 보니, 유남우의 자리가 정말 위험해진 듯했다.

그녀가 앉아 업무를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고영란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민정아, 잠깐 위로 올라와 줄래?”

“네. 알겠습니다.”

박민정은 하던 일을 멈추고 위층 회의실로 향했다.

회의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지만 이미 유명훈과 유남준의 큰아버지 유석진 일가를 비롯한 주요 주주들이 모두 자리하고 있었다.

유남우과 윤소현도 자리에 나와 있었다.

윤소현의 얼굴은 잔뜩 어두웠다.

고영란은 불안한 표정으로 박민정에게 다가와 말했다.

“민정아, 혹시 남준이와 연락할 수 있어? 여기로 오라고 해.”

“연락은 해보겠지만 올지는 모르겠네요.”

박민정은 휴대전화를 꺼내 유남준에게 전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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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223화

    “결과가 어떻게 됐어?”박민정이 묻자 진서연은 알아낸 내용을 전했다.“유남우의 자리에는 변동이 없었어요. 그런데 주주들이 1년의 유예 기간을 줬대요. 1년 안에 또 큰 위기가 생기면 바로 해임한다고 했어요.”박민정은 고개를 끄덕였다.진서연은 의자에 앉으며 못 참고 다시 말했다.“근데 IM 그룹은 대체 누가 설립한 건지 너무 대단하지 않아요? 호산 그룹을 철저히 짓누르고 있잖아요.”“나도 몰라. 예전에 조사해 본 적이 있는데 정보가 거의 없어.”박민정은 잠시 생각하다가 문득 떠올렸다.“참, 어쩌면 에리가 알 수도 있어. IM 그룹 소속 배우잖아.”“정말이에요? 에리는 역시 대단하네요.”진서연이 말했다.하지만 그녀들은 지금 해외에 있는 에리가 얼마나 고생하고 있는지 미처 몰랐다.그는 매일 이미지에 손해가 가는 광고 촬영을 하고 있었다.심지어 그녀의 매니저조차 종종 물었다.“너 혹시 IM 그룹 고위층한테 미운 짓을 했어? 안 그러면 왜 이렇게 잘나가는 스타를 이런 힘든 곳으로 보내서 쓸모없는 광고를 찍게 하는 거지? 너무 말이 안 되잖아.”그러제 에리는 고개를 저었다. “내가 어떻게 알겠어. 나 원래 사람들과 잘 지내왔는데. 형, IM 고위층한테 연락 좀 해서 계약 해지할 수 있는지 물어봐 줘. 위약금은 내가 낼게.”에리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말했고 사실 매니저도 그와 같은 마음이었다.“알겠어.”IM 그룹 본사.서다희는 에리가 계약 해지를 요청했다는 말을 듣고 유남준에게 보고했다.“대표님, 에리가 계약 해지하고 진주시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것 같아요.”보고를 마친 뒤 그는 덧붙이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역시 스타는 스타네요. 아프리카에서 몇 달도 못 버티네요.”유남준은 오늘따라 기분이 좋지 않았다.게다가 에리가 박민정을 좋아하던 사람이었다는 걸 떠올리니 마음이 더 불편해졌다.“돌아오라고 해. 와서 계약 해지에 관해 얘기를 나누지 뭐.” “이렇게 그냥 놔주는 겁니까?”서다희가 의아해하며 물었다.사실 유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224화

    병원 안.유성혁의 병실에서는 고통스러운 비명이 끊이지 않았다.병실 밖에서 기다리던 유석진은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의사와 간호사가 나오자 그는 최현아와 함께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유성혁은 온몸에 의료 기구가 꽂힌 채 누워 있었다.“성혁아, 내가 왔어.”유성혁은 목소리를 듣고 힘겹게 손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아버지...”그의 눈에서는 뜨거운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그동안 그가 겪은 일들은 너무나도 참혹했다.“아버지, 이건... 유남준이 한 짓이에요...”유석진은 유남준이 유성혁에게 이런 짓을 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그는 최현아에게 물었다.“어디에서 성혁이를 찾은 거야?”“쓰레기장에서요. 조금만 늦었어도 목숨을 잃을 뻔했어요.”최현아도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울음을 삼켰다.“정말 너무하네!”유석진은 분노로 이를 악물며 말했다.“유남준은 자기가 아직도 진주시에서 모든 걸 쥐고 흔드는 권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착각하는 건가?”“아버님, 꼭 성혁 씨를 위해 복수해 주세요. 성혁 씨가 이렇게 되어버렸으니 저랑 지훈이는 이제 어쩌죠?”사실 최현아는 유성혁이 자신을 배신했다는 사실을 떠올릴 때마다 그한테 벌주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하지만 유성혁은 어쨌든 유지훈의 아버지였다.유성혁도 억울함에 차서 말했다.“아버지, 이 모든 게 다 유남준과 박민정 그 여자 때문이에요. 꼭 저를 위해 복수해 줘요.”“알았어. 걱정하지 마. 내가 반드시 공평하게 이 일을 해결해 줄게.”“네...”유성혁은 그제야 안심하고 눈을 감고 잠들었다. 유석진은 자리에서 일어나 최현아와 함께 병실을 나와 유남준과 박민정에 관한 이야기를 물었다.최현아는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사실에 과장을 더해 유석진에게 알려줬다.“정말 머리가 아프네!”유석진은 분노하며 말했다.그리고 바로 부하들에게 전화를 걸어 유남준의 현재 상황을 조사하라고 명령했다. “꼭 본때를 보여 줘야겠어.”...호산 그룹 안.박민정은 퇴근 후 평소처럼 집으로 돌아가려고 회사 문을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225화

    박민정은 순간 멍해졌다가 급히 몸을 뒤로 물리며 어색하게 말했다.“아니에요. 차 안이 너무 더워서 그런 것 같아요.”박민정은 정말로 땅속에라도 숨고 싶었다.유남준을 알고 지낸 지 오래됐고 그와 가까이 닿은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는데 왜 최근에 그와 가까이 있을 때마다 심장이 쿵쾅거리고 게다가 이상하게 그를 만져보고 싶은 충동이 드는지 알 수가 없었다.유남준은 그녀의 말을 믿고 운전기사에게 차 안의 온도를 낮추라고 지시했다.“이제 괜찮아?”“네. 괜찮아요.”박민정은 자세를 바로잡았지만 시선이 자꾸만 유남준에게로 향했다. ‘내가 어릴 때 이 얼굴에 반했었지.’박민정은 혹시라도 그가 눈치챌까 봐 급히 시선을 돌렸다가도 다시 슬쩍 바라보는 행동을 반복했다.박민정의 이런 이상한 행동을 본 유남준은 손을 들어 그녀의 손을 잡았다.두 손이 맞닿자 박민정은 유남준의 손바닥이 유난히 뜨겁다는 것을 느꼈다. 박민정이 손을 빼려는 찰나 유남준은 갑자기 몸을 기울여 그녀를 감싸안았다.그때 자동차가 급정거하며 큰 소음과 함께 충격음이 들려왔다.“무슨 일이에요?”박민정은 놀라서 불안감에 떨며 물었다.유남준은 창밖을 살짝 보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걱정하지 마. 별일 아니야.”유남준이 온몸으로 박민정을 가렸기에 그녀는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전혀 볼 수 없었다. 다만 자동차들이 연이어 멈춰 서는 소리와 어디선가 들리는 몽둥이 소리만이 들려왔다.잠시 후 유남준은 운전사에게 말했다.“가자.”“네.”운전기사는 차를 다시 출발시켰고 차는 그 자리에서 빠르게 벗어났다.박민정은 유남준의 품에서 살짝 몸을 빼내고 창밖을 힐끗 보았다.희미하게 싸움이 벌어진 듯한 장면이 보였다.그녀는 대충 상황을 짐작할 수 있었다.유남준이 원한을 산 사람들이 복수하러 온 게 분명했다.그녀가 움직이자 유남준은 그녀를 다시 안으며 말했다.“움직이지 마. 혹시라도 더 위험한 상황이 생기면 안 되잖아.”유남준은 과거 사고를 겪은 이후 항상 대비하고 있었고 다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226화

    유남준은 박민정의 고집스러운 뒷모습을 보고 몇 걸음에 그녀를 따라잡고 망설임 없이 들어 올렸다.박민정은 자신이 갑작스럽게 허공에 떠오르자 본능적으로 한 손으로 그의 팔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로 배를 감싸안았다.“뭐 하는 거예요? 빨리 내려놔요!”박민정은 깜짝 놀랐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을 것만 같았다.“돌아가고 싶다며? 내가 안고 데려다줄게.”유남준의 태도에 박민정은 황당했다.“뭐라는 거예요? 이러고 돌아가려면 몇 시간은 걸리겠어요!”“장난 아니야. 안고 가면 적어도 멀미는 안 하잖아.”유남준은 그녀를 안고 거침없이 걸음을 옮겼다.박민정은 처음엔 그가 농담하는 줄 알았다.그러나 그가 두원 별장을 벗어나 다른 별장 구역까지 걸어가자 주변 사람들은 이상한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박민정은 얼굴이 화끈거려 어디든 숨고 싶었다.“그... 그냥 차를 부르죠. 참을 수 있어요.”“안 돼. 네가 참을 수 있어도 우리 아이는 못 참아. 괜찮아. 이렇게 걸어서 가면 딱 잘 시간이야.”유남준은 진지한 얼굴로 말했고 박민정은 정말 그를 이해할 수 없었다. 얼굴을 그의 가슴에 묻으며 말했다. “계속 이러면 정말 화낼 거예요.”유남준은 그제야 걸음을 멈췄다. “그럼 집으로 갈까? 오늘 밤만 여기 있고 내일은 꼭 데려다줄게.”박민정은 유남준의 태도를 보니 오늘은 보내줄 마음이 없는 것 같았다.‘어차피 하룻밤뿐이니 괜찮을 거야.’박민정은 체념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 하지만 다음에는 이러지 마세요.”그러자 유남준은 입꼬리를 슬며시 올렸다.서다희가 한 말이 맞았다.‘역시 남자는 얼굴이 두꺼워야 해.’그는 서둘러 발걸음을 돌려 두원 별장으로 돌아왔다.박민정은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은 채 사람들이 보는 게 너무 부끄러워 고개를 들지 못했다.두원 별장에 도착하자 박민정은 유남준에게 자신을 내려놓으라고 했다.그리고 박민정은 꽃밭을 바라보며 물었다.“이 꽃들은 언제 심은 거예요?”“이틀 전에.”박민정은 문득 떠오른 생각에 장난스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227화

    유남준이 대답하기도 전에 박민정은 휴대 전화를 들고 곧장 침실로 들어가 문을 닫아버렸다.그녀는 박윤우에게 다시 전화를 걸려고 했지만 그보다 먼저 친구들 단체 채팅방이 난리가 났다.[민수아: 민정아, 지금 유남준이랑 같이 있는 거야? 너희 화해한 거야?][진서연: 보스, 임신 중이니까 조심해야 해요. 제 듣기로는 임신 중에는... 그게... 그러니까... 알잖아요. 그런 일을 하면 안 된대요.][설인하: 민정 씨, 절대 남자의 잘생긴 얼굴이나 달콤한 말에 넘어가면 안 돼요. 처음에 왜 이혼했는지 생각해 봐요.][설인하: 결혼이라는 무덤에서 간신히 빠져나왔는데 다시 불구덩이 속으로 뛰어들면 안 돼요.][민수아: 인하 씨 말이 맞아. 만약 다시 유남준을 받아들일 거라면 신중하게 결정해.][진서연: 맞아요. 너무 빨리 모든 걸 줘버려서는 안 돼요.]박민정은 쏟아지는 메시지를 보고 울지도 웃지도 못할 지경이었다. 그녀는 친구들이 자신을 걱정해 주는 걸 알고 차분하게 설명했다. [박민정: 걱정하지 마. 나 다 알고 있어. 절대 억울한 일 당하지 않을게.]하지만 친구들은 여전히 안심하지 못했다. 특히 설인하는 한 번 더 당부했다. [설인하: 오늘 밤 꼭 혼자 자야 해요. 절대 마음 약해지지 마세요.][박민정: 알았어요.]박민정이 답장을 보냈다.두원 별장 1층.유남준은 박민정이 내려오길 계속 기다렸지만 그녀는 한참 동안 내려오지 않았다.박민정은 위층에서 친구들을 안심시키고 박윤우도 달래고 나서야 침실 문을 열고 나왔다.박민정이 나왔을 때 유남준은 막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다.화면에는 서다희와의 대화가 떠 있었다.[대표님, 잘하셨어요. 계속 밀고 나가세요. 그리고 남자는 얼굴이 좀 두꺼워야 해요.][알았어.]서다희는 또 다른 메시지를 보냈다.[참, 조금 전에 제가 수아랑 얘기했는데 민정 씨가 대표님과 지금 같이 있다고 들었어. 민정 씨를 얻으려면 민정 씨의 친구들도 챙겨야 한다는 걸 잊지 마세요. 민정 씨의 친구들이 옆에서 대표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228화

    욕실 안에서 피어오르는 연기 속으로 유남준의 실루엣이 희미하게 드러났다. 그의 훤칠한 몸매가 한눈에 들어오자 박민정은 무심코 한 번 보고 말려다 그만 몇 번 더 훔쳐보고 말았다.그녀가 넋을 놓고 있던 그때 유남준이 재빠르게 수건을 집어 들고 욕실에서 나왔다. 박민정은 급히 시선을 돌리며 아무렇지 않은 척 휴대전화를 들여다보았다.유남준은 그녀의 시선을 이미 느꼈는지 다가오면서 말했다. “다 봤어?”박민정의 얼굴이 순식간에 빨갛게 달아올랐다.“뭘 봤다고 그래요? 난 남준 씨를 안 훔쳐봤다고요.”“난 휴대 전화 본 거 물어본 건데.”유남준이 킥킥 웃으며 말했다.“근데 언제 날 훔쳐본 거야? 조금 전에?” 박민정은 고개를 푹 숙이며 그제야 자신이 자백해 버렸다는 걸 깨달았다.“그냥... 욕실 문이 열려 있어서 몇 번 본 것뿐이에요.”그녀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며 중얼거렸다.“뭐 어차피 예전에 다 봤던 거잖아요. 딱히 볼 것도 없고.”“그래? 근데 왜 날 똑바로 못 쳐다보는 거야?”유남준의 목소리는 낮게 울렸고 그의 목젖이 살짝 움직였다.박민정은 더 이상 물러서지 않고 고개를 들어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방금 샤워를 마친 그의 짧은 머리카락에는 물방울이 맺혀 있었고 눈빛은 사람을 빨아들일 듯 강렬했다.박민정은 그 눈빛을 견디지 못하고 본능적으로 시선을 아래로 돌렸다.유남준은 허리에 수건을 두르고 있었고 단단한 상체가 한눈에 안겨 왔다.“뭐가 못 볼 게 있다고? 보면 또 어때요...”박민정은 말하면서도 손을 들어 그의 복근을 슬쩍 만졌다.“촉감 괜찮네요. 별로 변한 것도 없네요.”말을 마친 박민정은 심장이 터질 듯 뛰는 걸 느끼며 급히 욕실로 걸어갔다.“나 씻을 거니까 방해하지 마요!”유남준은 그녀가 빠르게 사라지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그녀가 만졌던 복부가 간질간질했다.그는 소파로 돌아와 앉으며 박민정의 휴대 전화를 집어 들었다.화면에는 막 도착한 메시지가 떠 있었다.메시지를 보낸 사람은 에리였다.[에리: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229화

    박민정은 정신을 차리자마자 급히 수건을 집어 자신의 몸을 가리며 말했다.“미안해요...”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유남준을 때려버렸다.갑자기 뺨을 맞은 유남준은 약간 얼어붙은 듯 멍해졌다.“괜찮아. 방금 다친 데는 없지?”그의 물음에 박민정은 더욱 미안해졌다.“아니요. 다치진 않았어요. 그냥 실수로 샤워 젤을 떨어뜨렸어요.”유남준은 그녀의 말을 듣고서야 안심했지만 곧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앞으로 샤워할 때 내가 곁에 있어 줄게.”“아니에요. 정말 괜찮아요.”박민정은 얼굴이 빨개지며 수건을 단단히 잡고 경계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유남준을 바라보았다. 유남준은 마치 도둑놈을 경계하듯 자신을 경계하는 듯한 박민정의 모습에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누가 봐도 두 사람은 이미 두 번째 아이를 함께 가졌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역시 처음에 날 유혹한 건 아이 때문이었겠지.’박민정은 수건을 정리한 후 재빨리 잠옷을 꺼내 입었다.“됐어요. 이제 자러 가요.”“응.”유남준은 박민정을 따라 움직였다.박민정은 휴대 전화를 들고 위층으로 올라갔고 유남준도 자연스럽게 그녀와 같은 방으로 들어섰다.“남준 씨는 다른 방에 가서 자요.”박민정이 단호하게 말했다.“여긴 밤에 도와줄 보모도 없잖아. 내가 너랑 같이 자면 혹시 네가 배고프거나 뭐 먹고 싶으면 바로 해줄게.”유남준의 말을 들은 박민정은 그의 요리 실력을 떠올리며 질색하는 표정을 지었다.“됐어요. 차라리 배고픈 게 나아요.”박민정은 임신 중이라 자주 배가 고팠다.특히 여느 때처럼 밤에 갑자기 먹고 싶어지면 곧바로 먹을 걸 준비해야 했다.하지만 오늘 밤만큼은 참기로 마음먹었다.유남준은 박민정의 반응에 목이 메는 듯 답답함을 느꼈다.“그렇게까지 나랑 같이 있기 싫어?”유남준은 깊은 눈빛으로 박민정을 바라보면서 물었다.박민정은 그의 시선에 약간 흔들렸다. “말했잖아요. 우리 이미 이혼했고 앞으로는 아이들 때문에 가족 같은 친구로 지내면...”박민정이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230화

    박민정은 유남준에게 안겨 있었기에 그의 깊고 어두운 눈빛이 변하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당연히 너는 나와 함께 있어야 해. 내가 죽기 전까지는 말이야.”유남준은 단호하게 한 마디씩 끊어서 말했다.유남준이 과거에 이혼을 결심했던 이유가 자신이 시력을 잃고 박민정의 인생에 지장이 될까 봐서였다. 그 당시 그는 장애를 가진 자신과 죽은 자신은 다를 바 없다고 여겼었다. 박민정은 유남준의 말을 듣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녀는 주먹을 꽉 쥐고 유남준의 어깨를 힘껏 내리쳤다.“내가 누구랑 함께하든 그건 내 마음이에요. 남준 씨는 이제 내 남편도 아니잖아요. 상관하지 말라고요!”물론 박민정도 그 말이 진심이 아니었다.아이 둘을 키우고 배 속에 셋째를 품고 있는 그녀가 다른 남자를 만나 아이들에게 새아빠를 만들어줄 수는 없었다.더군다나 박민정은 자신의 현재 상황으로 다른 사람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도 않았다.그리고 무엇보다도 박민정은 굳이 남자에게 기대지 않고 자신도 아이들을 충분히 잘 키울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박민정은 단순히 유남준을 약 올리려 했을 뿐인데 유남준의 반응은 예상 밖이었다. 잠시 침묵하던 그는 갑자기 그녀를 안아 올리고는 침실 쪽으로 걸어갔다.박민정은 안간힘을 다해 그의 품에서 벗어나려고 화를 내며 발버둥 쳤지만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 ...다음 날 아침.박민정이 눈을 떴을 때는 이미 오전 10시가 넘었다.어젯밤 너무 피곤했고 유남준은 정말 미친 사람 같았다.‘내가 임신 중인데도... 정말 미쳤어.’ 박민정은 이불을 끌어안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유남준은 박민정을 위해 아침을 준비한다며 자리를 비운 지 한참이나 지났다.30분쯤 지나자 유남준이 커다란 밥그릇에 담긴 뜨거운 죽을 들고 나타났다.“배고플 테니까 먼저 죽부터 좀 먹어.”그 죽은 새벽에 유남준이 특별히 요리사에게 전화해서 준비한 것이었다.박민정은 그의 얼굴을 보지 않으려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유남준은 이러는 박민정의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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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722화

    “정 대표님.”박민정이 병실로 들어서며 조용히 부르자 정수미의 눈빛이 순간 빛을 머금었다.“민정아.”그녀는 몸의 불편함을 억누르며 손짓했다.“이리 와서 내 옆에 앉아 줘.”박민정이 조용히 다가가 그녀의 곁에 앉았다.“몸 상태가... 왜 이렇게...”무심코 내뱉은 말이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정수미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괜찮아. 아마 계절이 바뀌려는 탓인지 요즘 얼굴색이 좀 안 좋아 보일 뿐이야. 의사도 큰 문제는 없다고 했어.”박민정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렇다면 다행이네요.”정수미가 비서를 바라보자 비서는 눈치껏 자리를 비우며 문을 닫았다.병실 안에는 이제 둘만 남았다.정수미는 몇 번이나 입을 열려고 했지만 목구멍까지 차오른 말이 번번이 삼켜졌고 결국 차마 자신의 병세를 말하지 못했다.대신 그녀는 조용히 물었다.“민정아, 아직도 나를 원망하니?”박민정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 오랜 망설임 끝에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과거의 기억은 흐릿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원망하지 않아요.”그 말에 정수미의 눈가가 촉촉해졌다.“고맙구나... 정말 고맙다.”정수미는 약해진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애썼다. 한참을 망설이다 그녀는 마침내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민정아, 나를 한 번만... 엄마라고 불러 줄 수 있겠니?”순간, 박민정은 굳어버렸다. 그녀는 고개를 숙였고 그 한마디가 쉽게 나오지 않았다.정수미는 그녀의 난처함을 알아차리고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괜찮아. 지금 당장 아니어도 돼. 앞으로 시간이 많으니까.”정수미 스스로도 그 ‘앞으로’가 얼마나 남았을지 알 수 없었다. 다만 딸을 조급하게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네.”박민정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오늘 널 부른 건 용건이 있어서야.”정수미의 표정이 진지해지자 박민정은 의아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무슨 일인데요?”“내가 가진 자산 일부를 미리 너에게 넘겨주고 싶단다.”박민정의 눈썹이 살짝 찌푸려졌고 본능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721화

    “이리 와.”정수미가 손짓하자 윤소현은 충성스러운 개처럼 급히 다가왔다.“엄마, 저한테 뭘 말하시려고요?”“좀 더 가까이 와 봐.”정수미는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윤소현이 얼굴을 조금 더 들이밀려는 순간 ‘짝!’하고 벼락처럼 날아든 손바닥이 그녀의 뺨을 강하게 후려쳤다.윤소현은 순간 얼어붙었고 믿을 수 없다는 듯 정수미를 바라보며 더듬거렸다.“엄마... 왜 저를 때린 거예요?”그녀의 목소리는 흔들렸고 감정을 겨우 붙잡고 있었다.정수미는 단 한 대를 때렸을 뿐이었지만 그마저도 모든 기력을 소진한 듯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그녀는 한참이 지나서야 힘겹게 입을 뗐다.“유언장을 바꿀 생각도, 예전 유언장을 손에 넣을 생각도 하지 마. 이미 모든 걸 정리해 두었어. 이전의 유언장들은 전부 장 변호사에게 맡겼다.”그제야 윤소현은 깨달았다. 자신이 들킨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았고 오히려 분노가 치밀었다.“그 변호사가 감히 일러바쳤어요?”“가만두지 않겠어.”“변호사가 내게 말하지 않았더라면 널 그대로 두라는 뜻이겠니?”정수미의 차가운 반문에 윤소현은 말문이 막혔다. 그러나 곧 억울함이 섞인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엄마, 아니, 대표님. 정말 저한테 아무것도 남겨 주지 않으실 거예요? 저희 사이에 모녀의 정이란 게 정말 단 하나도 없단 말이에요?”“전 그래도 엄마 곁에서 몇십 년을 모셨어요. 그런데 겨우 돌아온 박민정이 모든 걸 빼앗아 가는 게 공평해요?”과거, 정수미는 친딸을 찾았다고 해서 윤소현을 소홀히 할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이제야 알았다. 이 아이는 끝없는 욕망을 채우려는 결코 은혜를 모를 자였다.“꺼져!”그녀의 싸늘한 한마디에 윤소현은 뺨을 감싼 채 할 말을 잃었다. 더 말을 이으려 했지만 이미 경호원들이 다가와 그녀를 내쫓으려 했다.결국, 그녀는 병실을 나설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떠난 후, 비서가 병실로 들어왔다.“대표님, 괜찮으십니까?”정수미는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괜찮아.”그렇게 말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720화

    한적한 개인 병원의 한 병실.유남준은 정수미의 병상 곁에 서서 이미 그녀의 병에 대해 모두 알고 있다는 사실을 담담히 전했다.정수미는 순간 긴장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남준아, 제발 이 일만큼은 민정이에게 말하지 마. 난 그 아이에게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아.”유남준의 표정은 복잡했다.“하지만 이걸 생각해 본 적은 있으세요? 만약 대표님께서 끝내 말하지 않고 떠나버리신다면 민정이가 얼마나 힘들어할지?”그는 알고 있었다.지금 박민정은 겉으로는 정수미를 받아들이지 않는 척하지만 사실 이미 마음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녀는 누구보다도 어머니의 사랑을 갈구하고 있다는 것을.“그때가 되면 민정이는 대표님이 아픈 걸 더 일찍 알아차리지 못한 걸 후회할 거예요. 왜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지 않았을까, 왜 대표님에게 그토록 냉정했을까, 스스로를 원망하게 될지도 모르죠.”유남준의 음성은 단호했다.정수미는 그의 말이 틀리지 않음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이불을 힘주어 쥐며 고개를 저었다.“하지만... 나는 내 병 때문에 민정이가 나를 용서하는 걸 원하지 않아. 그저 내 힘으로, 내 마지막 시간 속에서 천천히 그 아이의 마음을 열고 싶을 뿐이야.”그녀는 박민정이 괴로워하는 것을 바라지 않았고 유남준도 그녀의 뜻을 이해했다.“지금 민정이는 대표님을 이해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 그저 마음속에 있는 문턱을 아직 넘지 못하고 있을 뿐이에요. 게다가 민정이는 아직 모든 기억을 되찾은 것도 아니잖아요. 저를 믿으신다면 조금이라도 더 일찍 이 사실을 전하세요. 그래야만 민정이가 미래에 후회하지 않을 거예요.”정수미는 멍하니 유남준을 바라보았는데 그가 하는 말이 쉽게 믿기지 않았다.“정말... 그럴까?”유남준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누구보다도 박민정을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마음이 너무도 여린 사람이었다. 지금 눈앞에 있는 사람이 친어머니가 아니라 그저 스쳐 지나가는 낯선 사람이라 해도 그녀는 쉽게 외면하지 못했을 것이다.그때, 정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719화

    예전의 김인우는 사람들이 자신을 촬영하는 것에 전혀 개의치 않았다. 하지만 이제 그는 기혼 남성이었고 무엇보다 지금 곁에 있는 건 박민정과 유남준의 아들이었다.만약 그들이 이유 없이 기사에 오르기라도 한다면 그는 책임을 피할 수 없었다.그렇기에 그의 경호원들은 내내 주변을 예의주시하며 행인들이 멋대로 사진을 찍지 못하도록 막았다.반면, 박민정과 조하랑은 이에 전혀 신경 쓰지 않고 한참을 더 돌아다녔다. 그러다 피곤해지자 김인우가 그녀들을 집까지 데려다주었다.박민정을 먼저 바래다준 후, 김인우는 조하랑과 박예찬을 데리고 돌아왔다.박예찬은 방금 전 박민정이 자신에게 사준 옷들을 사진으로 하나하나 살펴보고 있었고 그 모습을 본 김인우가 고개를 들이밀었다.“새로 산 거야?”“네!”박예찬은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엄마가 사줬어요!”그 말을 듣자 김인우의 시선이 자연스레 조하랑에게로 향했다.“하랑 씨, 내 선물 안 샀어요?”“...네?”조하랑은 순간 얼어붙었다.그는 딱히 필요한 게 없었고 그녀 역시 애초에 김인우에게 뭔가를 사줄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김인우는 그녀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 것을 보고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겠구나 싶어 시선을 떨구었다.“하... 난 하랑 씨가 내 카드를 그렇게 썼으니 형식적으로라도 뭔가 하나쯤 사줬을 줄 알았는데...”“뭐예요, 그러면 우리한테 카드 준 게 결국 선물 바라서였어요? 그렇게 쪼잔하게 굴 거면 카드 돌려줄게요!”조하랑이 단박에 받아쳤다.하지만 말을 내뱉고 나서야 그녀는 자신이 괜히 감정적으로 대응했다는 걸 깨달았다.어쨌든 김인우가 카드를 준 건 사실이었고 정작 그녀는 그를 완전히 잊고 아무것도 사지 않았으니 그가 서운해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조하랑이 사과하려고 입을 열려던 순간, 김인우가 먼저 손을 내저었다.“그런 뜻이 아니예요. 오해하지 마요.”“카드는 그냥 하랑 씨가 쓰고 싶은 대로 써요.”그의 말투는 마치 버림받은 강아지처럼 처량하기 짝이 없었고 그 모습에 조하랑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718화

    마침내 이지원은 윤소현과 함께 있던 장소로 돌아왔다. 팽팽하게 긴장했던 이지원은 겨우 마음을 놓고 나지막이 말했다. “소현 씨.”윤소현은 두 팔을 가슴 앞에 교차하며 비웃듯 말했다. “김인우를 보자마자 호랑이라도 본 것처럼 벌벌 떠네요. 설마 지원 씨가 예전에 조하랑을 납치했던 일이 들킬까 봐 겁나는 거예요?”이지원은 속으로 주먹을 움켜쥐었지만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듯 태연히 입을 열었다. “당연히 무섭죠. 그런데 그 일, 소현 씨도 함께한 일이 아닌가요?”윤소현은 하품을 하며 시큰둥하게 답했다. “헛소리 마요. 지원 씨가 조하랑을 질투해서 벌인 짓이지 전 아니예요. 전 김인우를 좋아한 적도 없어요.”이지원의 눈빛이 희미하게 흔들렸다.“요즘 김인우가 당시 조하랑 납치 사건을 조사하고 있더군요. 소현 씨, 우리 서로를 의심하기보다는 협력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요?”윤소현의 표정이 미묘하게 굳어졌다. “그게 정말이에요?”“네.”“그렇다면 신중해야겠네요. 하지만 이렇게 계속 끌려다니는 것도 좋은 방법은 아니예요. 지원 씨가 요즘 사귀는 유력 인사들 있잖아요. 그 사람들의 힘을 빌리면 되지 않겠어요?”이지원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 사람들은 그저 어쩔 수 없이 만나는 거예요. 문제가 생기면 누구보다 먼저 도망칠 걸요.”윤소현은 혀를 차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쓸모없네. 다음에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나한테 보고해요. 알겠죠?”“네.”이지원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지만 윤소현이 떠난 후 그녀의 눈빛은 서늘하고 음울하게 변했다.한편, 박민정의 쪽.김인우가 갑작스레 나타나자 조하랑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여긴 웬일이에요?”김인우는 코를 문지르며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그냥 밥 먹으러 나왔어요. 두 사람은 쇼핑 어땠어요?”조하랑은 심드렁하게 답했다. “꽤 많이 샀어요. 인우 씨는 가서 밥이나 먹어요. 우리는 이미 먹었거든요.”그녀는 김인우가 빨리 자리를 뜨길 바랐지만 김인우는 쉽사리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그는 태연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717화

    이지원은 윤소현이 이렇게까지 나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비록 내키지는 않았지만 약점이 윤소현의 손에 쥐어져 있는 이상 거부할 수 없었다. 결국 그녀는 박민정 일행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민정 씨, 하랑 씨.” 이지원이 부드럽게 불렀다.멀지 않은 곳에서 박민정과 조하랑은 순간적으로 얼어붙었으나 곧 그녀를 알아차렸다.비록 이지원이 마스크와 선글라스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여전히 익숙했기에 박민정과 조하랑은 단번에 그녀를 알아보았다.“당신이 여기서 뭐 해요?” 조하랑이 한 치의 예의도 없이 날카롭게 물었으나 이지원은 선글라스를 벗으며 태연하게 답했다. “그냥 쇼핑하러 나왔어요.”그녀의 눈빛은 순진무구했고 얼굴에는 어떠한 악의도 엿보이지 않았다. 마치 과거의 그녀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된 듯했다.“그래요.” 조하랑은 무심하게 대꾸하더니 박민정의 손을 잡고 박예찬을 불렀다. “가자.”이지원 같은 배은망덕한 사람과 엮일 필요가 없었다.그러나 몇 걸음 채 떼기도 전에 이지원이 다시 그녀들을 불러 세웠다. “민정 씨, 축하해요. 곧 지엔 그룹의 대표가 되겠네요. 그리고 하랑 씨도 축하해요. 드디어 김씨 집안의 손자며느리가 되었잖아요.”박민정이 입을 열기도 전에 조하랑이 먼저 돌아서서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이지원 씨, 정말 웃기네. 우리 축하는 당신 입에서 들을 필요 없어. 당신은 우리랑 비교할 가치도 없는 사람이니까.”이지원은 조금의 당황함도 없이 순한 표정을 지었다. “당연하죠. 제 신분이 두 사람과 비교될 리 없다는 걸 잘 알아요. 전 그냥 진심으로 축하해 주고 싶었을 뿐이에요.”이 위선적인 태도는 정말이지 변함이 없었다.조하랑은 혀를 차며 비웃었다. “역겹네. 내가 언제 신분을 운운했어? 당신이 저지른 짓들, 우리가 다 잊었다고 생각해? 이지원 씨가 어떻게 우리를 배신했는지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고.”이지원은 입술을 앙다물었다가 나직이 말했다. “미안해요. 정말 후회하고 있어요. 저 다시는 그런 짓 하지 않을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716화

    김인우는 함께 술을 마실 사람이 없어 아쉬운 마음에 차에 올라타고 운전기사에게 몰래 쇼핑몰로 향하라고 지시했다. 그는 조하랑과 박민정이 무엇을 사는지 직접 보고 싶었다.그 시각, 조하랑과 박민정은 이미 쇼핑몰에 도착해 있었다. 먼저 식사를 마친 뒤 본격적으로 쇼핑을 시작한 두 사람은 옷과 신발을 비롯해 다양한 물건을 신나게 결제했다. 김인우의 카드를 사용한 덕분에 VIP 대우를 받으며 쇼핑을 즐길 수 있었고 직원들이 짐을 들어주거나 구매한 물건을 집으로 보내주는 서비스까지 제공되었다.“돈이 많으면 쇼핑이 이렇게나 즐거운 거구나.”여자라면 누구나 쇼핑을 좋아할 터, 특히 한도 없는 카드가 있다면 금상첨화였다. 박민정 역시 네 아이를 위해 옷을 잔뜩 샀다.조하랑도 아이들 옷을 보며 감탄을 내뱉었다. “난 딸이 있었으면 좋겠어. 예쁜 옷을 잔뜩 사줄 수 있을 텐데.”박민정도 딸을 원했지만 안타깝게도 그녀가 낳은 건 모두 아들이었다. 아들딸 모두 있으면 참 좋을 텐데...“엄마, 하랑 아줌마, 남자아이도 좋아요! 크면 짐도 들어줄 수 있잖아요.”그 순간, 작은 손에 두 여성의 가방을 든 박예찬이 씩씩하게 말했다. 이를 본 박민정이 흐뭇하게 웃었다. “맞아. 우리 예찬이도 정말 멋진걸. 아들이든 딸이든 다 소중하지.”칭찬을 듣자 박예찬의 얼굴이 순식간에 새빨개졌다.조하랑이 혀를 찼다. “이야, 귀여운 녀석. 설마 이렇게 쉽게 부끄러워할 줄이야. 얼굴이 꼭 사과 같네.”박예찬은 얼른 고개를 돌렸다. “하랑 아줌마, 저 하나도 안 부끄럽거든요.”“그래, 그래. 하나도 안 부끄러운 거 맞아. 그냥 얼굴이 빨개진 거지. 아마 여기 공기가 더운가 봐. 하하하.”조하랑은 아무 거리낌 없이 크게 웃었다.그렇게 세 사람은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었다.그러나 그들은 조금 떨어진 곳에서 익숙한 사람이 자신들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검은 마스크와 선글라스로 얼굴을 가린 여성이 한쪽에 서 있었고 그 곁에는 윤소현이 함께하고 있었다.윤소현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715화

    허탈하지 않다면 그건 아마 거짓말일 것이다.그러나 유남준은 얼굴 밖으로 드러내지 않고 김인우더러 혹시나 난청 수술이 가능한지 박민정을 데리고 검사받아 보라고 전했다.각종 검사를 마치는 데만 반나절이 걸렸다.다행히 다른 환자도 같은 증상을 보이고 있다가 수술 후 지금 정상인과 다름없이 생활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민정아, 너무 잘됐다.”조하랑이 마치 자기 일처럼 기뻐하자 박민정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어릴 때부터 그녀는 청력이 약해서 주변 사람들, 친구나 가족 모두가 그녀를 대하기 꺼렸는데 이제 희망이 조금 보이는 것 같았다.“그러면 언제 수술하는 게 적당할까?”유남준의 물음에 김인우가 잠깐 고민해 보더니 다시 답했다.“다음 달이면 가능할 것 같아.”다음 달까지 며칠 안 남은 상황이라 박민정은 다급히 그에게 물었다.“혹시 조금 더 미룰 수 있을까요?”“왜?”조하랑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되묻자 그녀는 난감한 얼굴로 답했다.“요즘 바쁘기도 하고 아직 처리 못 한 일들도 많거든. 며칠 안으로는 다 끝내지 못 할 것 같아서...”수술하는 건 고작 하루이틀밖에 걸리지 않겠지만 완전히 회복되기까지는 시간이 꽤 필요했다.이때 김인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당연히 가능하죠. 형수님, 언제 시간이 괜찮을 때 말씀만 해주시면 다시 수술 스케줄 잡아드릴게요.”수술 시간을 연기하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고마워요.”“우리 사이에 고맙긴요.”그러자 조하랑도 옆에서 그녀의 손을 잡고 말했다.“그러게. 민정아, 우리는 이미 가족이나 다름없는데.”“그래.”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검사 결과에 너무 기분이 좋은 조하랑과 박민정은 그 길로 쇼핑하러 떠났다.박예찬은 비록 쇼핑이 싫었지만 두 사람이 너무 신이 난 모습을 보고 어쩔 수 없이 따라가기로 했다.김인우도 그들과 같이 가고 싶었으나 조하랑이 단칼에 거절했다.“여자들이 쇼핑하는데 끼지 말고 남자들은 따로 놀아요.”사실 예전에도 단둘이 쇼핑해 본 적이 있었지만 김인우가 매우 지루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714화

    조하랑도 그녀의 말이 맞는 것 같았다.그러다가 박민정이 다시 말을 이었다.“네가 그랬잖아, 내가 남준 씨한테 상처받고 임신한 상태에서 그 사람 곁을 떠났다고. 그런데 너도 옆에서 지켜봤다시피 아이들한테는 아빠가 필요해.”“더구나 인우 씨는 그때의 남준 씨랑 달라.”박민정의 말에 조하랑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응. 다시 한번 고민해 봐야 할 것 같은데 이렇게 빨리 알려주기 싫어. 인우 씨가 어떤 태도를 보일지 한번 테스트해 봐야겠어.”“그래.”조하랑과 얘기를 마친 뒤 박민정은 재검사받으러 진료실로 들어갔다.김인우는 두 사람의 모습을 지켜보다가 조하랑에게 슬쩍 다가와 물었다.“무슨 얘기 나눴어요?”“여자끼리 하는 얘기를 왜 궁금해하죠?”조하랑의 날카로운 한마디에 김인우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가 어이없다는 듯이 그녀에게 되물었다.“요즘 왜 이렇게 쌀쌀맞아요? 혹시 제가 무슨 잘못이라도 했어요?”조하랑은 살짝 마음에 찔렸지만 애써 덤덤한 척했다.“아니요. 인우 씨가 착각한 거예요.”사실 임신한 뒤로 감정 조절이 잘 안되고 있었다.“어디 불편하면 병원에 왔던 참에 한 번 검사해 봐요.”김인우가 걱정스레 말하자 조하랑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괜찮아요.”그녀가 거부하니 김인우도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그러다가 다시 유남준의 곁에 다가와 말을 걸었다.“남준아.”“응.”유남준은 대답하면서도 눈길은 진료실에서 떼지 못했다.“걱정하지 마. 오늘 보니까 형수님 안색도 꽤 괜찮던데 분명 별문제 없이 회복될 거야.”김인우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그리고 축하해.”“뭘?”“뉴스 보니까 정 대표가 모든 재산을 전부 형수님께 드린다고 하던데?”김인우는 주변을 둘러보다가 헛기침을 한번 하고 다시 말을 이었다.“정 대표의 지금 상황을 보니 기껏해야 1, 2년 정도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던데 진주시에만 변화가 있는 게 아니겠군.”그의 말에 유남준의 얼굴색이 확 변하더니 미간을 한껏 찌푸린 채 되물었다.“1, 2년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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