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건우는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유화 아가씨? 난 그런 여자 몰라! 그게 누군데? 뭐 하는 사람이야?”대머리가 분노한 표정으로 말했다.“감히 우리 아가씨를 욕보여?”임건우는 어이가 없어서 웃음만 나왔다.“그래서 그 대단한 유화 아가씨가 도대체 누구냐고? 난 모르는 사람이라니까? 나를 왜 찾아? 클럽에서 술 접대나 하는 아가씨는 아니겠지? 난 그런 여자 관심 없다고 가서 전해!”“말로 해선 안 되겠네! 저놈 잡아!”임건우는 순식간에 이동해서 대머리 앞에 도착했다.짝-묵직한 소리와 함께 대머리의 얼굴이 돌아갔다.이런 상황에서 임건우가 먼저 선수를 칠 줄 몰랐던 대머리는 미처 대비할 틈도 없었다. 임건우의 손바닥이 그의 얼굴을 스친 순간, 대머리의 입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고 얼굴은 퍼렇게 멍이 들었다.대머리를 쓰러뜨린 임건우는 지체하지 않고 다른 사람을 덮쳤다.“악!”“멍하니 서서 뭐 해? 같이 덤벼!”“저 자식 잡아!”몇몇 남자가 차로 돌아가더니 칼과 각목을 들고 다시 나왔다. 하지만 그들이 헐레벌떡 현장으로 돌아왔을 때, 이미 다섯 명이나 넘는 동료들이 바닥에 쓰러져 고통스럽게 신음하고 있었다.그들은 이미 다리가 골절된 상태였다.“악!”누군가가 각목을 휘두르며 임건우의 어깨를 내리쳤다.하지만 임건우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각목을 빼앗아 상대의 머리를 날려버렸다.둔탁한 소리와 함께 각목을 들었던 남자가 머리에서 피를 흘리며 바닥에 쓰러졌다.임건우는 힘을 뺀다고 했지만, 일반인은 감당하기 힘든 무지막지한 힘이었다. 신비한 기운을 얻은 뒤, 그는 환골탈태한 사람처럼 힘과 민첩함이 나날이 발달하였다.슉-칼자루가 그를 향해 날아왔다.하지만 임건우에게는 놀랍게도 칼날이 날아오는 방향과 속도감마저 생생하게 보였다.그는 각목을 들어 칼등을 내리쳤다.쨍그랑!방향을 잃은 칼이 공중에서 회전하다가 BMW 차 창문에 부딪히면서 유리창이 와장창 부서졌다.임건우는 상대방의 머리통을 잡은 채 달리더니 차 앞 범퍼에 찧었다.쾅 하는
대머리는 생각했다.‘쌍칼 이 녀석은 도대체 왜 이런 괴물을 건드린 거야? 이게 무슨 힘이지? 아가씨께서도 이런 놈은 상대하기 힘드실 텐데!’임건우는 대머리의 멱살을 잡으며 말했다.“내 차 물어내. 4억.”“뭐? 난 그렇게 많은 돈이 없어!”“그럼 그 술집 아가씨랑 이야기할 수밖에 없겠군.”임건우는 대머리를 끌고 BMW에 태운 뒤, 차 창문 근처에 꽃인 칼을 뽑아 튀어나온 에어백을 찢어버렸다.다행히 시동은 걸렸다.‘이 지경이 됐는데 시동은 걸리네.’그는 쓰러진 놈들을 지나쳐 대머리가 말한 유화 아가씨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도대체 어떤 인물이 자신에게 시비를 거는지 알고 싶었다.아슬아슬하게 덜렁거리며 굴러가는 차 때문에 가는 내내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새 차를 끌고 나갔을 때보다 더 많은 관심이 쏠렸다.“세상에! 저거 M8 아니야? 어쩌다가 저 지경이 된 거지?”“새 차 같아 보이는데… 저 차 어딘가 눈에 익어… 지연아, 설마 저거 네 전 형부 차 아니야?”우연인지 악연인지 가는 길에 또 유지연의 차와 마주쳤다.장문혁은 임건우의 차가 있는 방향으로 바짝 추격했고 차를 자세히 살펴본 유지연이 함박웃음을 터뜨렸다.“역시 무능한 인간이었어! 운전도 제대로 못 해서 새로 뽑은 차가 폐차가 되어버린 것 좀 봐! 쌤통이다!”채윤철이 말했다.“저거 저 정도면 보험처리도 불가능한 거 아니야? 허세 부리다가 인생 망하게 생겼네!”잠시 후, 임건우는 한 부둣가에 도착했다.대머리가 부둣가 옆에 있는 복고풍 건물을 가리키며 유화 아가씨는 안에 있다고 말했다.“왜 이렇게 음침한 곳에 사는 거야?”임건우는 투덜거리며 대머리를 끌고 건물로 향했다.문 앞에 도착한 그는 발로 대문을 걷어차고 대머리를 안쪽으로 던졌다.“악!”안에서 보디가드로 보이는 남자 서너 명이 밖으로 나왔다.“어떤 간덩이가 부은 놈이 화우각까지 와서 난리를 피우는 거야?”“여기가 어딘지 알기나 해?”임건우는 무표정한 얼굴로 대꾸했다.“여기 사는 술집 아가씨가 나 불러서
툭!여자의 하이힐 굽은 정확하게 임건우의 어깨에 맞았다.하지만 임건우는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처럼 미동도 없었다.그의 몸에 흐르는 신비한 기운이 충격을 튕겨냈고 그 바람에 오히려 유화가 중심을 잡지 못하고 비틀거렸다.그리고 그 순간.임건우가 그녀의 다리를 잡아 비틀더니 그녀를 들어 올렸다.조금 민망한 장면이 연출되었다.여자의 얼굴이 수치심으로 달아올랐다.사실 발차기를 날리던 순간 오늘 드레스를 입고 나온 걸 후회했던 그녀였다.그리고 지금은 그것보다 더 큰 수치심이 몰려왔다.유화가 미친 듯이 반격했지만, 임건우에게는 전혀 타격이 없었다. 그녀의 반격은 임건우에게 그저 간지러울 뿐이었다. 임건우는 그녀의 허리를 들어올려 옆에 있는 책상으로 던졌다.쾅 하는 소리가 건물 전체에 울렸다.다행히 유화가 재빨리 손으로 책상을 짚었으니 망정이지 그대로 부딪쳤으면 최소 코뼈 하나는 부러졌을 것이다.하지만 가슴이 책상머리에 부딪혀 극심한 통증이 몰려왔다.짝!임건우는 가볍게 여자를 제압하고 손바닥으로 여자의 엉덩이를 내리쳤다. 유화의 하얀 허벅지에 시뻘건 손자국이 새겨졌다.“이름이 유화라고 했던가? 사람을 시켜서 새로 산 내 차를 폐차할 지경으로 만들어 버렸지? 이거 어떻게 갚을 거야?”말을 마친 임건우는 다시 그녀의 엉덩이를 내리쳤다.유화는 눈물을 머금고 고통스럽게 신음했다.그녀는 무려 강주 지하 세계 서열 3위나 되는 자신이 어느 날 이름도 모르는 남자에게 처참하게 패배하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게다가 부하 직원들이 다 보는 앞에서 남자에게 민망한 부위를 구타당하고 있으니 통증도 통증이었지만 쪽팔려서 죽고만 싶었다.“내가 촌놈이라서 잘 몰라서 말인데… 아까 술 시중든다고 했는데 시중은 어디까지 드는 거지?”유화는 미쳐버릴 것 같았다.그녀는 필사적으로 반항했지만, 임건우의 괴력을 당해낼 방법이 없었다.옆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그녀의 부하들도 아연실색했다.어떻게 이런 일이!이 남자, 도대체 누구지?누군지는 몰라도 아주 무
다른 사람은 몰라도 자신이 모시는 마동재가 임건우에게 깍듯이 대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본 김태원은 그의 신분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임건우의 진짜 신분이 무엇인지는 감이 오지 않았다.“그래서 뭐가 큰일 났다는 거야?”유화가 물었다.“아… 제정신 좀 보세요. 중요한 걸 잊고 있었네요. 어르신께서 쓰러졌습니다.”“뭐라고?”유화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빨리! 프라이빗 클럽으로 돌아간다.”밖으로 헐레벌떡 달려 나간 유화는 자신의 람보르기니에 올라탔다.임건우는 당당하게 다가가서 그녀의 옆좌석에 올라탔다.유화가 분노한 말투로 소리쳤다.“허락도 없이 이게 무슨 짓이야? 당장 안 내려?”임건우는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일단 차 시동 걸어. 당신 양아버지 상태가 먼저인 거 아니야?”“그게 당신이랑 무슨 상관이지?”“양아버지 만나면 모든 걸 알게 될 거야.”부릉-람보르기니가 쏜살같이 거리를 질주하기 시작했다.30분 뒤, 그들은 목적지에 도착했다.차를 세운 유화가 안으로 달려 들어갔다.“아버지는?”“별채에 계십니다. 계 선생님께서 살펴주고 계세요.”임건우는 유화의 뒤를 따라 별채로 향했다.한번 이곳에 와본 적 있었고 마동재도 부하들에게 임건우를 보면 자신을 본 것처럼 깍듯이 대하라는 명령을 한 적 있기에 임건우의 앞길을 막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잠시 후, 그는 마동재가 있는 방에 도착했다.마동재의 얼굴을 확인한 임건우는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예전에 만났던 50대의 마동재는 힘이 넘치고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를 풍기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생기는 온데간데없고 죽을 날을 기다리는 노인처럼 핼쑥한 모습이었다.며칠 못 본 사이에 사람이 이렇게 변하다니!분명 무언가가 있다.임건우은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이유를 알아낼 수 있었다.천의도법에서는 한눈에 환자의 상태를 꿰뚫는 것을 현인의 눈이라고 부른다.한번 보기만 하면 그 사람이 처한 상황과 병의 근원을 바로 알아챌 수 있었다.마동재의 몸
유화의 얼굴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정말 귀신 짓이었어? 지금… 어디 있는데?”임건우가 담담하게 말했다.“지금 당신 앞에서 당신이랑 얼굴 마주하고 있거든?”사실 이런 상황은 임건우 본인도 처음이었다. 귀신을 마주하고 있으면 많이 무서울 줄 알았는데 전혀 그런 느낌은 없었다. 조상님의 천의도법을 수련한 뒤로 수도 없이 많은 지식과 견문을 익힌 것처럼 모든 일을 침착하게 응대할 수 있었다.이때, 유화도 무언가가 자신의 얼굴을 만지는 느낌을 받았다.“악!”그녀는 새된 비명을 지르며 임건우의 어깨에 매달렸다.여자의 가는 팔이 임건우의 목을 꽉 끌어안았다.임건우는 순간 가슴이 벌렁거리고 호흡이 가빠졌다.“저기, 우리 오늘 처음 만난 사이거든? 이렇게 진한 스킨십은 좀 이르지 않아?”임건우가 그녀의 어깨를 다독이며 장난스럽게 말했다.유화는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라서 다급히 그를 놓아주었다.그녀가 자신에게서 떨어지자, 임건우는 손을 들어 마동재의 등을 손바닥으로 내리쳤다.“아악-”인간의 아닌 것의 소름 끼치는 소리가 사람들의 귓가에 메아리쳤다. 유화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서 다시 임건우의 목에 매달렸지만, 그는 매정하게 미인을 뿌리쳤다. 마동재의 몸에서 떨어진 어린 귀신이 검은 연기로 변해 방에서 도망치고 있었다.임건우는 재빨리 그것을 쫓아 나갔다.그것은 복도를 돌고 돌아 벽에 걸린 액자로 들어가 버렸다.임건우는 가까이 다가가서 그림을 관찰하다가 주치의를 불렀다.“이 그림, 어디서 났죠?”주치의는 모른다는 뜻으로 고개만 흔들었다.유화도 이 그림은 본 적이 없다고 했다.이때, 정신을 차리고 밖으로 나온 마동재가 입을 열었다.“그 그림은 원나라 명화가 황공의 유작입니다. 며칠 전 지인이 선물한 건데 무슨 문제라도….”“어르신은 이 그림 때문에 쓰러진 겁니다. 그것이 이 안으로 들어갔거든요.”아직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마동재는 여전히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유화가 한바탕 설명해서야 그는 대노하며 소리쳤다.“양효천 이 자식
잠시 후, 마동재는 임건우를 따로 불러 이야기를 나누었다.“도련님… 그런 건 어디서 익히셨나요?”임건우는 대수롭지 않게 웃으며 대답했다.“예전에 공부할 때, 운 좋게 도인을 만나 한 수 배우게 되었습니다. 그리 자랑스러운 일도 아니고 대단한 기술도 아닙니다.”마동재는 무슨 소리냐는 듯이 흥분해서 말했다.“역시 도련님은 하늘이 내린 천재이십니다. 일반인이 못하는 것도 척척 해내시잖아요. 앞으로가 더 기대됩니다.”임건우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지금 저에게 아부하는 겁니까?”마동재가 말했다.“그냥 사실을 말한 것뿐입니다.”임건우는 유화에 대해 물었다.마동재에게는 두 명의 양 아들과 양딸이 있었는데 큰아들은 천우, 둘째는 지호, 그리고 막내딸 유화였다. 세 사람은 만리상맹의 3대 수장으로, 각자 뛰어난 싸움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그랬군요.”“도련님, 유화가 마음에 드십니까? 유화를 보내 시중들라고 할까요?”“됐습니다! 마누라 하나로도 골머리가 아픈데 여자는 사양하죠. 참, 어머니께서 깨어나셨습니다. 지금은 태운 별장에 머물고 있으니 이런 일이 생기면 저한테 연락하세요.”마동재의 눈이 반짝 빛났다.“사모님께서 드디어 깨어나셨군요. 정말 잘됐어요. 하늘이 도왔네요! 하지만 험한 세상에 몸 담고 있는 처지라 찾아 뵙고 인사 올리기는 힘들 것 같아요.”임건우가 말했다.“어머니는 지하 세력을 많이 싫어하셨나 봅니다. 그래서 아버지도 진짜 신분을 어머니에게 말씀하지 않은 거죠?”마동재는 침울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지키려고 그러신 거죠.”임건우의 입에서 한숨이 나왔다.“정말 위험한 일을 하시고 계신가 봐요. 그럼 몸조심하세요. 어려운 일 생기면 주저하지 마시고 저한테 연락하시고요.”마동재는 감격한 얼굴로 임건우의 앞에 고개를 숙였다.“감사합니다, 도련님!”임건우는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유화가 마동재의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으니 차를 배상하라고 따질 수도 없었다.한편, 프라이빗 클럽.유화가 마동재에게 따지듯 물었다
30분 뒤,임건우는 새로 뽑은 BMW를 끌고 태운 별장으로 돌아갔다.사고가 났던 차량도 폐차를 면했다.사고 차량을 자세히 점검한 매장 측에서는 범퍼만 새로 교체하면 아무 문제없다고 말했다.임건우가 나가자 질투의 시선이 매장 여직원에게 쏠렸다.“원미 씨 오늘 운 좋네.저런 큰손을 다 만나고.도대체 보너스만 얼마 번 거야?”“나는 왜 저런 재벌을 못만날까?”“원미 씨 부자 되겠어.아까 서류 작성할 때 연락처 있었지?자주 연락하고 그래.잘 생기고 돈도 많은데 여자가 먼저 다가가면 뭐 어때?잘되면 평생 팔자 고칠 수도 있잖아.”얼굴이 새빨갛게 물든 주원미의 눈에서도 아름다운 환상이 그려졌다.오후 두 시,강주 서산 국립묘지.강주에서 주변 환경이 가장 볼품없는 묘지였다.임건우는 우나영과 함께 한 묘비 앞에 서 있었다.임씨 그룹의 창시자이며 생전에 수천억 규모의 자산을 보유했던 사람이 죽고 이런 초라한 곳에 묻혔다는 사실이 씁쓸했다.우나영에게는 특히 더 받아들이기 힘든 사실이었다.잠시 묘비를 바라보던 그녀가 결국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임건우도 묵묵히 눈물을 떨구며 다가가서 모친의 어깨를 감싸안았다.그렇게 한동안 울기만 하던 우나영이 천천히 안정을 찾았다.그녀는 무덤 앞에 자라난 잡초를 뽑으며 처연한 목소리로 말했다.“어떻게… 네 아버지가 어떻게 이런 곳에 묻힐 수 있어?생전에 그렇게 사람을 좋아하던 사람이 이런 곳에 고독하게 묻혀 있다니… 얼마나 외롭겠어.임씨 가문 전용 묘지도 있잖아?너의 할머니가 돌아가실 때 너의 아버지를 위해 구매하신 건데 묻히더라도 그곳에 묻혔어야지!”임건우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사고가 나자 임봉은 아버지가 가짜 장부를 작성하고 회사 기밀 프로젝트를 외국에 팔았다고 모함했어요.그 말을 믿은 할아버지가 우리를 가문에서 내쫓았죠.아버지가 임씨 가문묘지에 묻힐 자격이 없다면서 강주의 각대현 묘지에 연락해서 아버지의 유골을 받지 말라고 압력을 넣었어요.결국 이곳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죠.”그는 잠시 뜸을
그들은 만일을 대비해 임건우와 우나영이 기다린다는 말은 전하지 않았다.임원중은 약속대로 여섯 시에 저택에 도착했다.며칠 전 연말 파티에서 마동재에게 뺨을 맞고 초라하게 퇴장했는데 그새 기력을 회복했는지 집에 들어오자마자 너털웃음을 터뜨렸다.“오늘은 무슨 바람이 불어서 술을 마시자고 한 거야? 자네 같은 깍쟁이에게서 술을 얻어먹은 지 십 년이 넘은 것 같은데 말이야!”하지만 그는 말이 끝나기 바쁘게 거실에 서 있는 임건우에게 시선이 닿자 이내 웃음을 거두고 차갑게 비아냥거렸다.“배신자 새끼가 여긴 왜 왔어?”그날의 사건은 임원중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하지만 임건우가 여전히 무능력하다는 소식을 듣고는 귀뺨을 맞은 것까지 임건우의 탓으로 돌렸다.임건우는 무표정한 얼굴로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옆에서 대기하고 있던 우나영이 입을 열었다.“아버님, 그래도 손자인데 말씀이 지나치시네요.”“어? 우… 우나영? 너 살아 있었어?”우나영을 알아본 임원중은 당황해서 말도 제대로 잇지 못했다.“네, 아버님. 저 살아서 여기까지 왔어요. 제가 살아 있어서 기분이 안 좋으신가 봐요?”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임원중이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이미 우리 가문에서 쫓겨난 놈들이 여기 왜 있어? 나한테 아버님이라고 부르지도 마! 난 네 아버님 아니야! 우린 아무 사이도 아니고 네가 죽든 살든 나랑 상관없는 일이다.”여기 오기 전까지 그래도 조금의 기대를 품고 있던 우나영은 그 말을 듣자 마음이 차갑게 식는 것을 느꼈다.그녀는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무슨 자격으로 우리 일가를 내쳤는지 이유가 듣고 싶어서 왔어요. LK 그룹은 우리가 설립한 회사고 저택도 우리 돈으로 구매했으니 나가더라도 당신들이 나가야죠.”“앙큼한 것! 어디 안전이라고 입을 함부로 놀려! 너희 모자 나한테는 개보다도 못한 존재야. 이제 깨어났으면 개처럼 납작 엎드려서 살아. LK 그룹은 우리 임씨 가문 거니까 이상한 꼼수 부릴 생각하지 말고 가만히 있어. 그러지 않으면 너희도 무사하지
“흑흑흑, 흑흑흑.”울음소리가 청동 고전의 전당에서 퍼져 나왔다.그 울음소리는 간헐적이고 때로는 높은 음으로 때로는 낮은 음으로 이어졌지만, 강력한 정신적 영향을 주는 힘을 지니고 있었다.마치 고대에서부터 이어져 온 울음처럼 세상 모든 것들이 함께 슬퍼하는 듯한 느낌을 주었고 그 울음소리는 모든 생명에게 슬픔을 강하게 전파했다.그 울음소리를 들은 사람들은 즉시 그 감정에 휘말려 깊은 슬픔에 빠져들었다.눈물이 멈추지 않고 흐르며 심지어 정신력이 약한 이들은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울며 통곡하다가 마음속에서 뭔가가 터져 나오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고통스러웠다!엄청난 고통이었다!임건우는 자신의 정신력으로 고전의 전당에서 나오는 울음소리를 막으려 애썼다.임건우가 가진 정신력은 이미 엄청나게 강력했지만, 한때 취혼관에서 얻었던 힘 덕분에 한층 더 강해졌음에도 그 울음소리는 여전히 임건우를 압도하기에 충분했다.이마에서 식은땀이 흐를 정도였다.부영록은 그나마 괜찮았다.백옥은 오히려 더 힘들어 보였다.백옥은 육체적으로 강했지만, 정신력은 임건우보다 약했기에 울음소리에 즉시 영향을 받았다.눈물은 계속해서 흘러내리고 급기야 백옥은 소리 내어 울음을 터뜨렸다.현장에서는 울음소리가 가득했다.그때, 당자현이 손가락 하나를 내밀었다.그 손가락에서 하얀빛이 번쩍였고 그 빛 속에서 기이한 문양들이 흐르는 것처럼 보였다.그 하얀 빛은 실처럼 길게 퍼져 나가며 반구 형태의 보호막을 형성했다.그 보호막은 임건우와 백옥, 부영록을 감쌌다.이것은 정신력으로 만들어진 방어막이었다.울음소리가 그 방어막에 부딪히자, 보호막의 문양들이 떨며 황금빛 기운을 발산했고 그 울음소리의 대부분을 막아냈다.“저 울음소리는 대체 누구의 울음소리인가?”“너무 고통스럽고 너무 아파요... 흑흑흑... 못 참겠어요... 울고 싶어요...”문파 사람들은 무작정 울기 시작했다.그들은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그 울음소리에 휘말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그때, 갑자기 울음소리가
공 장로는 입에서 피를 토하며 외쳤다.“흩어져라! 모두 흩어져!”공 장로는 크게 외치며 가장 먼저 옆으로 물러섰다.임건우를 한눈에 보고 절대 고수로 착각한 것이다.자신의 희귀한 영보를 그렇게 쉽게 빼앗아 갈 수 있다면 임건우는 평범한 존재가 아니라는 판단이었다.이 틈을 타, 임건우는 쉽게 당자현에게 다가갔다.이 순간의 당자현은 여전히 아름다웠다.마치 천계에서 내려온 신선 같은 모습이었지만, 온몸은 피투성이였고 머리칼은 흐트러져 있었다.임건우는 천천히 걸어 당자현 앞으로 나섰다.그리고 손을 들어 당자현의 얼굴을 가볍게 어루만지며 부드럽게 말했다.“자현아, 내가 왔어.”“자기야!”당자현은 고개를 살짝 들어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눈으로 임건우를 올려다보았다.당자현은 바로 임건우의 품에 뛰어들었다.“크악!”이때, 금강마원이 상황을 알아차렸다.한 인간이 당자현 곁으로 다가갔다는 사실에 그의 눈에서 핏빛 살기가 번쩍이며 천지를 울리는 포효를 내질렀다.그의 몸이 갑자기 두 배로 불어나더니 발을 세게 구르며 중력 영역을 다시 펼쳤다.순식간에 적들을 반쯤 쓰러뜨리고 바람처럼 임건우를 향해 돌진했다.“건우야! 조심해!”백옥이 외치며 금색 대검을 들고 달려왔다.그 대검은 그녀 몸집보다 두 배는 커 보였고 무게는 상상조차 어려웠지만, 그녀는 그것을 손쉽게 다루며 화살처럼 빠르게 다가왔다.그 과정에서 누군가가 날린 비검이 백옥을 향해 날아왔지만, 백옥은 가볍게 그 비검을 부수고 앞으로 나아갔다.백옥이 들고 있는 대검 역시 범상치 않은 물건이었다.뒤이어 부영록도 달려왔다.임건우는 커다란 비밀을 품고 있었기에 부영록은 어떤 일이 있어도 임건우를 죽게 내버려 둘 수 없었다.그런데 바로 이때 당자현이 갑자기 눈부신 하얀 손을 들어 올리며 금강마원을 향해 소리쳤다.“백호야, 안 돼! 멈춰!”쿵!쾅!금강마원은 당자현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거의 하늘에서 떨어지는 유성이 될 뻔했던 돌진을 멈추며 갑자기 방향을 바꿔 옆에 있는 거대한 청동 기둥
“누구냐!”임건우가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문파 사람들에게 발각되었다.한 노인이 크게 외치며 오색 찬란한 빛을 띤 검을 휘둘렀다.날아든 검은 임건우를 허리부터 반으로 베려는 기세였다.그 순간, 임건우의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압도적인 위기감이 몰려왔다.지금껏 겪어온 어떤 위험보다도 강렬한 공포였다.임건우는 본능에 따라 최강의 방어술인 현무방갑술을 발동하며 자신의 몸을 감쌌다.온몸에 무수한 주술 문양이 떠오르더니 하나로 모여 거대한 방패를 형성했다.임건우는 이 방패로 검격을 막아내려 했다.그 장면을 지켜보던 백옥은 겁에 질려 얼굴을 돌렸다.“안 돼...”부영록도 한숨을 내쉬었다.“정말 멍청하네. 이렇게 무모하게 덤비다니... 이 정도 실력으로 문파 고수의 공격을 정면으로 막으려 하다니 그건 스스로 죽으러 가는 거잖아.”푹!임건우가 힘겹게 형성한 현무방갑술은 단 한 번의 공격만 막아냈다.방패는 순식간에 산산조각이 났고 날카로운 검날이 임건우의 몸을 향해 깊숙이 파고들었다.하지만 바로 그때였다.임건우의 몸속에 있던 혼돈 나무가 살며시 가지를 흔들었다.회색빛 혼돈 원기가 검날을 향해 뿜어져 나왔다.슛!순식간에 혼돈 원기가 검날을 휘감더니 그 검을 통째로 임건우의 자복궁으로 빨아들였다.“뭐야, 어떻게 된 거지?”임건우 자신도 어리둥절했다.임건우는 죽기는커녕 혼돈 원기가 그 검마저 흡수해버린 것이다.이건 정말 신기한 일이었다.임건우는 급히 자신의 몸속을 내시했다.그리고 자복궁 안에서 한 가지 광경을 발견했다.그 검은 지금 혼돈 나무의 가지에 걸려 있었다.검은 온통 피처럼 붉었고 검신에는 세밀한 문양과 부적 같은 각인이 번쩍이고 있었다. 아무리 봐도 평범한 물건이 아니었다.임건우는 그제야 깨달았다.이 검은 조금 전 금강마원에게 큰 상처를 입혔던 바로 그 신검이었다.어마어마하게 날카롭고 법력이 강했던 검이 이런 처지로 전락하다니.그러자 임건우는 혼돈 나무가 얼마나 기적 같은 존재인지를 문득 깨달았다.그동안 임건우는
‘이건 무슨 개념이지?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야? 도대체 어떻게 된 거냐고?!’임건우는 말을 잇지 못했다.‘만약 독수리 부대에 이런 전력이 있었다면 고대 결계 저편에서 벌써 승리하지 않았겠어?’부영록이 말했다.“너 아직 못 알아챘어? 저 사람들 옷이 전부 같은 디자인이잖아. 이건 같은 문파 소속이라는 증거야. 아마도 문파 내에서 누군가 자연 신전을 발견하고 이를 문파 고위층에 보고했을 거야. 그래서 문파의 전력을 총동원해 자연 신전을 탐색하러 온 거지.”부영록의 말에 임건우와 백옥은 그제야 그 사실을 눈치챘다.“저 흰 털 원숭이가 설마 금강마원이야?”“그런데 체형이 우리가 발견한 발자국과 전혀 맞지 않잖아. 혹시 이건 새끼고 진짜 큰 게 따로 있는 건가?”부영록이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금강마원은 체형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어. 만약 천 장 크기로 변신했다면 인간의 이런 연합 공격 앞에 커다란 표적이 되는 셈이잖아. 그러면 제대로 움직이기도 힘들 테니까. 이 정도 크기라도 여전히 너무 큰 거고.”그들은 금강마원의 몸을 둘러싼 청색 강기를 발견했다.마치 방어막처럼 보였고 인간들의 법보 공격을 막아내고 있었다.하지만, 인간들 중에서도 가장 고수로 보이는 노인 몇 명의 무기는 심상치 않았다.먼저 은빛 채찍이 하나 있었다.길이가 무려 백 미터는 되어 보였는데 채찍이 금강마원의 몸에 닿을 때마다 공간이 뒤흔들렸고 금강마원이 고통에 찬 비명을 질렀다.비록 청색 강기가 뚫리지는 않았지만, 확실히 엄청난 고통을 주고 있었다.또 하나는 새빨간 영검이었다.그 칼에는 살기가 서려 있었고 금강마원에게 가장 치명적인 상처를 입히는 무기였다. 칼이 닿을 때마다 금강마원의 몸에 피구멍이 뚫렸고 땅에는 피가 흥건히 고였다.“으악!”그 순간, 하늘을 찢을 듯한 고음이 전장을 뒤덮었다.갑자기 전장에 난입한 한 여성이 전투가의 노랫소리를 터뜨렸다.그 소리는 강력한 관통력을 지니고 있었고 최고 수준의 정신력을 담고 있었다.마치 아홉 하늘의 천둥과 끝없는
눈앞에 펼쳐진 청동 고전은 웅장함 그 자체였다.거대한 고전은 원시 숲 깊은 곳에 우뚝 서 있었고 그 끝이 구름 속에 닿을 정도로 높았다.마치 하늘 위의 신성한 도시처럼 압도적인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고전은 고풍스럽고 단아한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표면에는 푸른 녹이 내려앉아 있었다.시간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이곳은 고대의 아득한 세월을 넘어온 듯 거대한 존재감을 뿜어내며 보는 이를 숙연하게 만들었다.세 사람은 눈앞의 광경에 완전히 압도당했다.임건우와 백옥은 이 고전이 뿜어내는 웅장한 기세에 깊은 충격을 받았고 부영록은 놀란 눈으로 말문을 열었다.“이거... 설마 자연 신전인가? 너무 말도 안 되는걸.”임건우와 백옥은 놀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뭐라고요? 자연 신전이라고요?”“그게 뭔데? 신들이 사는 곳인가?”부영록이 진지한 표정으로 설명했다.“자연 신전은 자연의 규칙을 담고 있는 장소야.전설에 따르면, 자연 여신이 도를 깨우치며 규칙을 응집시켰던 곳이지. 삼국 시대, 자연 여신이 신이 되기 전에는 그저 평범한 인간 여자였다고 해. 하지만 어느 날 우연히 기회를 잡아 자연의 힘을 깨닫게 되었고 이 신전에서 도를 깨우치며 3천 년을 수련했대. 그렇게 신성에 도달한 그녀는 전무후무한 자연 여신이 되었지만,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고 자연 신전도 자취를 감췄지. 그 후로 만 년 동안 수많은 선역과 태고 성지에서 이 자연 신전을 찾으려 했지만, 아무도 발견하지 못했어. 그런데 여기에 있다니... 믿을 수가 없네.”부영록의 눈빛이 열정으로 타올랐다.“크아!”그때 갑작스럽게 금강마원의 거대한 포효가 들려왔다.이번에는 더 강렬한 소리와 함께 대지를 울리는 진동이 전해졌다.숲은 땅이 흔들리며 흔들렸고 나무가 휘청였으며 바위들이 굴러내렸다.그뿐만 아니라 하늘 위로 칼날처럼 날카로운 검광이 솟구쳤고 찬란한 빛 무리가 허공을 가로지르며 날아갔다.분명 앞쪽에서 엄청난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었다.백 리나 떨어진 곳에 서 있는 세 사람조차도
주변의 천지 영기가 말도 안 되게 진했다.임건우가 공법을 전환하자마자 그의 몸 주변에 수많은 영기 소용돌이가 생겨났고 끝도 없는 영력이 마치 물고기 떼처럼 그의 몸속으로 빠르게 스며들었다.그것도 아주 순수한 영력이었다.임건우는 숨 한 번 들이마시는 것만으로도 온몸이 상쾌해지는 기분을 느꼈다.그때 부영록이 갑자기 걸음을 멈추며 입을 열었다.“뭔가 이상한데?”부영록은 주변 환경을 살피며 말했다.“이 발자국을 따라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자연 속성이 점점 강해지고 있어. 이건 꽤 비정상적이야.”백옥이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뭐가 이상하다는 거야? 앞에 있는 숲을 봐봐. 울창하게 우거진 원시림이잖아. 이런 곳에 자연의 기운이 많은 건 당연하지 않아?”그러나 부영록은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넌 모르는 거야. 내가 말하는 자연 속성은 자연 규칙이 담긴 속성을 말하는 거야. 영기와는 아주 다른 개념이지.”임건우가 부영록을 보며 물었다.“그러니까 뭘 의미하는 거죠?”부영록은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자연 속성의 규칙은 일종의 신의 힘이야. 그걸 자연선력이라고 부를 수 있는데 이런 게 그냥 생기는 게 아니야. 그리고 금강마원 같은 존재가 가질 수 있는 것도 아니고.이 말은 어쩌면 이 안에... 신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뜻이야.”“신이라고?”임건우와 백옥은 깜짝 놀랐다.특히 백옥은 더더욱 놀란 표정을 지었다.이 세계의 규칙이 불완전하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그녀로서는 신의 존재는 상상조차 어려운 일이었다.삼천 년이라는 기록된 역사를 통틀어 지구에서는 단 한 명의 신도 나타난 적이 없었다.그것은 완전히 깨진 허공 너머에 있는 손에 닿을 수 없는 꿈 같은 존재였다.백옥이 입을 열었다.“삼국 시대부터 지금까지, 삼천 년 동안 이 땅에 신이 나타난 적은 한 번도 없었어.”부영록은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그건 확실히 알 수 없지.”그렇지만 이곳에서 느껴지는 자연 속성의 규칙의 힘은 그들에게 있어 나쁜 일이 아니라 오히려 엄청난 기회였다
임건우는 몹시 걱정스러웠다.이렇게 거대한 금강마원을 당자현이 어떻게 상대할 수 있겠는가?생각 끝에 고대 결계에서 요수와 수십 년간 싸워온 백옥이 이 원시의 거대 요괴에 대해 알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고 즉시 가나절의 문을 열고 백옥을 불러냈다.“금강마원이란 게 대체 뭔가요?”하지만 의외로 백옥은 그 이름을 듣고는 영문을 모른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금강마원? 처음 듣는데?”백옥은 하늘로 날아올라 거대한 발자국의 전모를 보더니 경악을 금치 못하며 말했다.“어떻게 이런 큰 발자국이 있을 수 있어? 그렇다면 이 고릴라는 대체 얼마나 크다는 거야?”옥 목걸이를 매고 있던 부영록이 입을 열었다.“금강마원은 고대 태고 시대에서 기원한 존재로 원시의 이형종이야. 태고 요계에서도 가장 정점에 서 있는 존재 중 하나로 금강마원 중 최강자는 심지어 신체를 이룰 수 있고 한 주먹으로 행성을 부수고 한 발로 허공을 찢어 놓을 수 있다네.”임건우와 백옥은 부영록의 말을 듣고 아연실색했다.그때 백옥은 부영록의 얼굴을 주의 깊게 살펴보다가 문득 무언가를 떠올리고 깜짝 놀라 말했다.”응? 너 중해의 치안 관리관이었던 나문천의 딸 아니야? 그런데 이런 걸 어떻게 알고 있어? 너의 수련 수준은...”부영록은 백옥을 무심하게 쳐다보며 대꾸도 하지 않았다.비록 지금의 백옥이 부영록보다 높은 수련 단계를 가지고 있긴 했지만, 부영록의 눈에는 여전히 발끝으로 밟아 죽일 수 있는 하찮은 존재로 보였을 뿐이었다.부영록은 백옥의 질문에 답하기도 귀찮다는 듯 대신 임건우에게 말했다.“만약 네 여자가 정말 금강마원을 만난 거라면 미안하지만 결과는 뻔해. 그건 십중팔구 생존 가능성이 없는 결말이야. 금강마원은 몹시 흉포하고 잔인해서 네 여자는 아마 단번에 한입에 삼켜졌을 거야.”임건우의 표정이 굳어졌다.임건우는 이를 믿으려 하지 않았다.“난 그녀의 시신을 찾기 전까지 절대 포기하지 않아. 난 믿을 수 없어.”세 사람은 그 근처를 샅샅이 뒤졌다.30분 동안 반경 50리를
회의장은 금세 흥분과 격앙으로 가득 찼다.긴급 동원 회의는 어느새 백옥에 대한 재판장으로 바뀌었고 마침내 백옥과 임건우에 대한 수배령이 정식으로 결정되었다.30분 후. 백옥과 임건우의 이름은 수배 명단에 올랐다.연호 전역은 물론, 전 세계 언론에 이 사실이 공표되었다.백옥과 임건우는 반사회적 악당으로 규정되었고 이와 함께 체포를 독려하는 정보가 공개되었다.이 소식이 퍼지자마자, 각종 정보망은 다시 한 번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백옥과 임건우를 알고 지냈던 많은 이들은 충격에 휩싸였다.하지만 점점 더 많은 사람이 그들을 추적하는 일에 가담하기 시작했다.이틀 후, 아무런 성과도 없었다.백옥과 임건우는 마치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진 듯했다.한편 이 시각, 임건우와 부영록은 마침내 당자현이 과거 몸을 기댔던 나무와 그녀가 전투를 벌였던 장소에 도착했다.그곳은 완전히 황폐해져 있었다.땅에는 아직도 말라붙지 않은 핏자국이 선명했다.주변에는 수많은 요수의 시체가 나뒹굴고 있었다.그중 가장 많은 것은 몸길이가 무려 3~4미터에 달하는 순백의 털을 가진 커다란 늑대들이었다.또 하나는 온몸이 새까맣고 사자와 돼지를 섞어놓은 듯한 괴상한 짐승이었다.부영록이 땅에 쓰러진 늑대의 시체를 가리키며 말했다.“이건 설도 늑대야. 얼음 속성을 가진 요수지.”부영록은 다시 검은 괴수를 가리키며 덧붙였다.“이건 혈아마돈인데 공격력이 아주 강해.”부영록은 주변을 둘러보며 감탄하듯 말했다.“보아하니 네 여자의 실력이 만만치 않은데? 혼자서 이렇게 고등급 요수들을 쓰러뜨린 걸 보면 적어도 분신 단계의 고수일 가능성이 커.”“분신?”임건우는 의아해하며 반문했다.“그 정도로 강하다고?”임건우도 알았다.당자현이 그를 떠나 비밀 경지로 들어갈 당시 그녀는 정신력을 조금 다룰 줄 아는 수준에 불과했다.그나마도 임건우가 우연히 얻은 정신력 수련법을 가르쳐주었기 때문이었다.사실, 그녀는 제대로 된 수행자조차 아니었다.닭 한 마리도 제대로 잡지 못할 정도로 약했었
이 순간, 독수리 학원의 모든 학생들이 공포에 떨며 몸을 움츠리고 있었다.너무도 끔찍했고 너무도 강력했다.이런 존재는 애초에 이곳에 있어선 안 될 존재였다.마치 규칙을 깨는 반칙자처럼 보였다.표범 요괴에 치인 학생들과 교사들은 그야말로 불운의 극치였다.한 번이라도 접촉하면 죽음은 피할 수 없었고 반항할 틈조차 없었다.표범 요괴는 본래의 모습을 드러냈는데 온몸이 금빛으로 빛났고 몸집은 마치 빌딩만큼 거대했다.그의 긴 꼬리는 가장 날카로운 무기와 같아서 한 번 휘두르면 높은 건물이 무너지고 산이 갈라졌다.피난처에 숨어 있던 학원생들조차도 대지를 울리는 진동을 느꼈다.마치 강력한 지진이라도 난 것 같았다.모든 것이 끝난 후, 학생들이 피난처 밖으로 나왔을 때 그들이 본 광경은 경악 그 자체였다.고층 건물은 부서져 있었고 땅은 꺼져 있었다.연혼탑 근처의 지면은 무려 10미터 이상 내려앉았다.유일하게 온전한 것은 연혼탑 아래의 지반뿐이었다.탑은 거대한 그릇 모양의 깊은 구덩이 한가운데에 홀로 서 있었다.이 소식은 곧 독수리 학원 상층부와 연호 정부의 고위층에게 전해졌다.곧이어 조사관들과 연구원들이 독수리 학원에 몰려와 각종 장비를 들고 현장을 조사하며 데이터를 분석했다.결국 하나의 결론에 도달했다.연호 대재앙이 다가오고 있다.그 요괴의 파괴력은 도를 넘어섰다.도겁 단계를 넘어선 존재일 가능성이 컸다.고대 결계 너머 요괴족 중에서도 최강자이며 지위가 높은 존재로 보였다.이번에 연호에 나타난 것은 정보를 탐색하기 위함일 가능성이 컸다.20분 후, 연호 정부, 독수리 부대, 독수리 학원, 그리고 각계 군사 준비 측이 긴급회의를 열었다.이때 방금까지 현장에 있던 독수리 학원의 한 고위층이 갑자기 깨달은 듯 말했다.“잠깐, 뭔가 이상합니다. 여러분, 그 표범 요괴가 떠나기 전에 한 말을 기억하십니까? 그는 자기 아내를 온전한 상태로 내놓으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그 암표범은 중상을 입고 영혼탑에 갇혀 있습니다. 오래 버티지 못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