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부, 형부! 이러지 마세요!”“죽으면 안 돼요!”유지연은 임건우에게 달려들어 그의 몸을 흔들었다.임건우가 힘겹게 말했다.“아직 안 죽었어. 그런데 네가 계속 이렇게 흔들면 정말로 죽을지도 몰라.”“아! 형부,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괜찮아. 조금 쉬면 나아질 거야.”“우리 언니... 그 여자는요?”“가버렸어.”“가버렸다니요? 어디로요?”“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거래.”유지연의 얼굴에 슬픔이 드리웠다.“역시 언니가 말한 대로 됐네요. 이걸 어쩌죠? 아이들이 태어나자마자 엄마 없이 크다니 너무 불쌍해요.”임건우는 결연한 목소리로 말했다.“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데려올 거야. 그런데... 그러려면 내가 더 강해져야 해!”인과를 끊는 게 뭐 대수랴.기억을 완전히 잃게 된다고 해도 반드시 유가연을 다시 찾아오리라.유지연은 유가연이 진짜 죽은 게 아니라 여전히 한 가닥 희망이 있다는 걸 알자 안심하며 한층 밝아진 얼굴로 임건우를 가볍게 안았다.“형부, 이제부턴 제가 아이들의 엄마가 될게요. 언니 대신 제가 잘 돌볼게요.”하지만 임건우에게는 지금 그런 로맨틱한 분위기에 휩쓸릴 여유가 없었다.임건우는 서둘러 다시 가나절로 돌아갔다.유가연은 아이를 낳기 전부터 본래의 인격이 돌아오면 다른 사람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해를 끼칠까 두려워 자신을 불탑에 가둔 상태였다.심지어 우나영과 심수옥 등 다른 사람들 모두를 가나절의 다른 구역에 격리시켜 두었고 그들 사이를 진법으로 막아두었다.이 모든 상황을 알고 있던 사람은 유지연 혼자뿐이었다.임건우는 진법을 다시 열어 안에 있던 사람들을 하나둘씩 풀어주었다.임건우를 보자마자 심수옥이 달려왔다.“건우야! 빨리! 가연이가 애 낳겠대! 정말 속 터져 죽겠어. 몇 달이나 됐다고 애를 낳겠다니. 조산 기간도 안 됐는데 제정신인가?”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유지연이 두 아이를 안고 나타났다.“엄마, 이미 낳았어요.”“뭐라고?”유가연이 전생의 대능자라는 것, 그리고 아이를 낳고 기억을 되찾아
임건우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자신이 이 남자를 본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접니다. 나를 왜 찾은 거죠?”그러자 그 남자는 달려오더니 무릎을 꿇고 눈물을 펑펑 흘리며 외쳤다.“임 도련님! 우리 아가씨를 구해주세요!”임건우는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아가씨가 누구죠?”남자가 대답했다.“우리 아가씨의 이름은 강아연입니다.”“뭐라고?”“아연이한테 무슨 일이 생긴 거예요?”“도대체 무슨 일인데요?”우나영을 비롯한 사람들도 깜짝 놀라며 물었다.강아연은 우나영을 의붓엄마처럼 따랐고 어리지만 말 잘 듣고 예의 바른 아이로 모두의 사랑을 받고 있었다.그랬기에 모두가 긴장한 눈빛으로 중년 남자를 바라보았다.남자는 침통한 얼굴로 말했다.“아가씨가 동문에게 해를 입었습니다. 지금은... 생명이 위태로운 상태입니다.”임건우는 다급히 물었다.“지금 어디에 있죠?”“근처 민가에 있습니다.”임건우는 곧 강아연을 만날 수 있었다.임건우가 예전에 독수리 학원을 찾아갔던 주된 이유도 강아연 때문이었지만, 당시 학원은 이미 완전히 점령된 상태였고 단 한 명의 수강생도 찾을 수 없었다.그때 요수들에게 들은 바로는 독수리 학원을 점령할 때 이미 그곳엔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고 했다.그 말을 듣고 강아연은 무사하리라 믿었지만, 지금 그녀를 보니 눈물이 쏟아질 것만 같았다.강아연은 허름한 침대에 누워 있었다.얼굴은 핏기 하나 없이 창백했고 머리카락은 생기를 잃고 바싹 말라 있었다.피가 통하지 않는 듯 강아연의 얼굴은 완전히 쇠약해 보였고 몸의 기운은 이미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게다가 온몸은 피로 얼룩져 있었고 심각한 부상으로 고통받고 있었다.“이게 누가 한 짓이야?”“아연아, 아연아...”반하나는 강아연의 손을 잡고 눈물을 흘렸다.반하나와 강아연은 중해에서 창업하던 시절부터 가까웠고 특히 강아연이 반하나의 몸에서 나는 은은한 체향이 특별한 효과를 지닌 것을 알고 난 뒤로는 늘 그녀와 같은 방에서 자곤 했다.남자가 입을 열었다.“그 일을
어둠이 내린 강주 어느 한 곳에서....등불이 휘황찬란한 유씨 가문의 별장은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오늘은 유씨 가문의 부인 심수옥의 46번째 생일이다. 이 나이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미모와 쉽게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다. 그녀는 자색이 뛰어난 딸 둘을 두고 있는데 하나는 강주 제일의 미녀이고, 또 하나는 강주 대학의 얼짱이다. 두 딸을 탐내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은 이번 축하의 기회를 빌어 찾아온 것이다. "유 사모님, 이것은 동해에서만 나는 진귀한 진주인데 피부를 맑고 희게 한다고 합니다. 생신 축하드립니다.""이모님, 이 옥여의를 받으시고 모든 일이 뜻대로 되시길…."유씨 부인은 손님들의 선물들을 받으며 마음은 기쁨으로 가득 찼다.바로 이때,별장 밖에서 한 청년이 너무 씻어 하얗게 색이 바랜 청바지를 입고 뛰여 들어오더니 다급한 어조로 유씨 부인에게 말한다.“어머님, 저의 어머니 병이 심해져서 당장 수술해야 할 것 같은데 일억 원만 빌려주실 수 있으세요?"이 말을 들은 손님들은 모두 놀라 멍해졌다. 그들은 이상한 표정으로 청년을 바라본다.오늘 유씨 부인 생신인데 선물을 드리기는커녕 일억 원을 달라고 손을 내밀다니, 혹시 머리가 돈 건 아닐까?"이분은?""누구겠어요? 바로 유씨 가문의 데릴사위인 임건우, 유가연 아가씨의 쓰레기 같은 남편이죠! 그저 명의상의 남편일 뿐, 아가씨는 아직 결백한 몸이래요. 그렇지 않으면 오늘 우리가 여기 무슨 볼일 있겠어요?"양복 입은 한 청년의 비꼬는 말에 별장 곳곳에서 폭소가 터졌다. 그 소리에 소파에 앉아 있던 절세의 미녀는 차가운 눈빛으로 임건우를 바라보며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바로 임건우의 아내, 유가연이다.두 사람은 결혼한 지 어느덧 1년이 다 되어 가지만, 임건우는 유씨 가문에서 가정부보다도 못한 위치에 자리하고 있고, 아내의 방 앞에는 얼씬하지도 못한다.결혼 당일, 부모가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아버지 임우진은 그 자리에서 사망했고, 어머
"임 도련님!"수옥은 들어오는 사람을 보며 열정적으로 마중 나갔다. 그 자리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모두 존경의 기색을 나타냈다. 그는 임호진이라고 하는데 강주 임 씨 그룹의 작은 회장이다. 임 씨 그룹의 시가는 백만 억에 달하는데 여기 있는 모든 사람의 자산을 합친 것보다도 더 많다.그런데 그를 본 건우는 눈에 불이 달아오르더니 달려가 호진의 목덜미를 잡고 분노에 찬 목소리로 소리쳤다."이 짐승보다 못한 자식. 감히 너 형수를 넘봐? 네가 이러고도 사람이야?"임호진은 임건우의 사촌 동생, 즉 셋째 삼촌 임봉의 아들이다. 건우는 이들 부자를 뼈에 사무치게 증오하고 있다.작년 시월,부모님이 차 사고를 당한 후 삼촌 임봉은 형님을 횡령죄로 모함하고 임우진 부부가 일으켜 세운 임 씨 그룹을 빼앗고는 우진의 가족들을 모두 임씨 가문에서 쫓아냈다. 그렇지 않으면 건우도 오늘날, 이 비참할 지경까지 이르지 않았을 것이다."할아버지한테서 가문으로부터 쫓겨난 주제에.... 뭐, 형수? 가연 아가씨가 어떻게 형수가 돼? 하물며 유명무실한 사이인데, 형이 가연 아가씨한테 어울리기나 한다고 생각해?""임 도련님, 오늘 바쁘실 텐데 어떻게 오셨어요?"수옥이 건우을 옆으로 밀어내고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오늘 아줌마 생신인데, 당연히 생신 축하드리려 왔죠! 이것은 백 년 묵은 인삼이에요, 제가 육억을 주고 다른 사람한테 특별히 부탁하여 사 온 거예요. "수옥은 육억짜리 백 년 인삼이라는 말에 기뻐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한편 연모하는 눈길로 절세의 미녀 가연을 바라보는 호진의 눈에는 남자로서의 갈망의 욕망이 비치고 있었다.호진은 예전부터 가연을 탐내고 있었다. 그는 가연을 향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가연 씨 얘기는 들었어, 마침 우리 아버지와 만리상맹 고위층 사이에 친분이 있으니 이 일은 내가 해결할게. 일이 해결되면 다시 성대한 결혼식을 치르도록 하고. 가연 씨, 난 진심이야, 가연 씨를 처음 본 순간부터 깊이 사랑하고 있었어, 혼
건우는 그 말에 놀라 또다시 멍해졌다.‘일조라.... 그게 얼마나 되는 거지?’임 씨 그룹은 전성기에 매우 번성했는데, 시가총액은 백 조에 달했다. 하지만 대부분은 고정 자산이고, 아버지 손에도 일조도 없었던 것 같다.‘아니, 이게 중요한 게 아니라 중요한 건....’"당신이 내 아버지의 부하라고요? 그 만리상맹의…."동재가 고개를 끄덕였다."네, 그렇습니다, 만리상맹의 전체가 모두 도련님 것입니다."퍽!건우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손을 들어 자기 뺨을 때렸다."아니, 도련님! 이게 무슨....?""혹시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 그랬어요.""허허, 이 모든 것들이 모두 사실입니다. 도련님의 아버지인 임 어르신은 소인에게 생명의 은인이십니다. 만약 어르신이 아니셨다면 전 전 이미 온 집안이 망하고 저세상 사람이 됐을 겁니다. 당시 어르신은 만리상맹을 창립하여 소인에게 맡기셨습니다""네?"건우는 입을 벌린 채로 멍하니 굳어있었다. 아무래도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았다. 만리상맹은 임 씨 그룹보다 얼마나 더 큰지 모른다. 소문에 의하면 자산이 천 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지하 세계에서는 더욱더 한 손으로 하늘을 가리고 있다.’이렇게 거대한 그룹을 아버지께서 손수 만드셨다고? 왜 난 들어본 적도 없는 거지’"어르신께서는 장사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계십니다. 임 씨 그룹을 세운 지 얼마 되지 않아, 또 만리상맹을 창설하여 두 그룹이 상부상조하게 하셨습니다. 그리고 어르신께서 또 이걸 도련님께 전해드리라고 하셨습니다."그는 고풍스러운 작은 상자를 꺼내 건우에게 건네주었다. 건우는 이상한 기색으로 되물었다."혹시 아빠가 언제 주신건데.... 이제야 저한테 갖다주시는 건가요?""오늘은 도련님의 스물네번째 음력 생신이십니다. 이것은 1년 전에 어르신께서 미리 준비해 놓으신 생신 선물입니다. 도련님, 생신 축하 드립니다! 그리고 사모님께서 지금 좋지 않은 상황인 것은 알고 있지만 제가 여러 가지 이유
"가연아, 너…어떻게 왔어?"가연은 지은을 한번 쳐다보더니 살짝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이미 병원 장부에 일억 원 입금했어. 건우야, 난 여기까지 밖에 도울수 없을 것 같아."’뭐라고?’"가연아, 어디서 일억 원이나 구해왔어? 설마 호진이 그 자식한테 달라고 한 거야? 안돼, 가연아, 나 이 돈 받을 수 없어, 그 사람 돈 가지면 내가 뭐가 돼? 게다가, 나 지금 돈이 많아, 정말 아주 많거든, 일 조나 있으니 네 문제도 해결해 줄 수 있을 거야!”짝!가연은 건우의 뺨을 한 대 때렸다."부탁인데, 너 제발 좀 정신 차리고 꿈 좀 그만 꿔! 열 달 동안이나 꿈을 꾸었으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아? 이제 그만하자, 내일부터 우리 각자 잘 지내는 거야!"말을 마치자 그녀는 갑자기 몸을 돌려 병원을 뛰쳐나갔다. 뒤쫓아 나가려던 건우를 붙잡은 지은은 가증스러운 얼굴로 말했다."어머머머, 이게 웬일이야? 어떻게 네 사촌 동생인 임호진과 관계가 있지? 설마, 유가연이 너 엄마 수술비를 빌리려고 사촌 동생과 같이 잔 건 아니겠지? 아이고, 감동스러워라...."퍽!건우가 손을 들어 지은의 얼굴을 한 대 후려쳤다."네 이런 헛소리 따위나 지껄이다니, 죽고 싶어?""네가…네가 감히 날 때려?"지은은 건우에게 달려들어 그의 머리끄덩이라도 잡아 뜯으려 했다. 마침 지나가던 수간호사가 다급하게 달려왔다."양지은, 지금 이게 뭐 하는 거야? 그만 좀 해, 병원에서 싸움질이라니, 일 그만두고 싶어?"수간호사가 호통을 치자 지은은 곧 건우 몸에서 떨어지더니 건우를 가리키며 말했다."이 개자식아, 감히 내 뺨을 때려? 설마 내가 가만있을 줄 알았어?"수간호사도 건우를 알고 있었다."왜 양지은 씨의 뺨을 때린 거죠?"이때 건우는 엄마 쪽을 가리키며 차가운 어조로 말했다."우리 엄마를 여기 이렇게 버려놓았는데, 맞을 짓 한 거 아닌가요? 병원 장부에 잠시 돈이 없다고 하여 내가 돈을 안 내겠다는 것도 아니고, 사람을 여
건우는 누구한테 홀리기라도 한 듯 저도 모르게 유 씨네 별장으로 향했다. 유 씨네 별장은 별장이라지만 사실은 낡은 양옥집이다. 낡은 집이 철거되고 그 자리에 지은 3층짜리 아파트로서 실제 빌라 단지와는 거리가 멀다. 고개를 든 그는 문득 가연의 방에 불빛이 켜져 있는 것을 보았다."어? 가연이 집에 있네? 호진한테 간 거 아니었어?"그의 눈빛에는 마치 죽어가던 사람이 강심제 주사를 맞고 살아난 것처럼 다시 희망이 보였다. 그는 속으로 수옥의 말을 다 믿어서는 절대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년은 자기가 화를 참지 못하고 저절로 이 집을 떠나게 하려고 어떤 거짓말이라도 할 수 있는 사람이다.그는 황급히 문으로 달려들어 갔다.소파에 앉아 사람들과 화상 채팅을 하며 발톱에 매니큐어를 바르고 있는 수옥의 모습이 보였다. 콧노래도 흥얼거리면서 말이다! 이를 본 건우는 마음이 답답해졌다.‘이 여편네가 딸이 다시 재혼할 거로 생각하고 아주 마음을 놓고 있네? 만리상맹의 위협은 전혀 마음에 두지 않고....’건우를 본 수옥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누가 들어오라고 했어? 집에 돌아올 낯짝이나 있는 거야? 내일이면 내 딸과 이혼하겠는데, 어서 썩 꺼지지 못해?"건우는 그녀를 무시한 채 바로 위층으로 올라갔다. 가연이가 방에 있는지 한번 확인해 보고 싶었다. 안 그러면 절대 단념하지 않을 것이다.찰칵!문이 잠기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러자 건우은 문을 쾅쾅 두드렸다."가연아, 문 좀 열어봐. 안에 있는 거 알아. 할 말이 있어."수옥은 그 뒤를 맨발로 따라 올라와 건우에게 욕설을 퍼부었다."이 병신새끼야, 어서 꺼지지 못해? 누가 널 위층으로 올라가라고 허락했어? 올라올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내가 가연을 꼭 만나봐야겠어요.""무슨 헛소리야, 너한테 말하지 않았어? 가연인 임호진한테 갔다고, 지금쯤이면 아마 아이 를 가졌을지도 몰라. 그러니 너, 치근덕거리지 마. 내 딸이 임 씨 그룹 사모님이 되는 걸 막으면, 내가 널 아주
건우은 그 말에 고개를 가로저으며 비웃었다. "양지은 넌 나의 발가락을 아직 핥을 자격이 없어. 그냥 돌아가서 이 뚱보의 발가락이나 핥아, 혹시 모르지.... 기쁘서 너에게 사십만짜리 싸구려를 사줄 수도 있잖아.""너!!!"지은은 화가 나서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았다. 겨우 지은의 남자친구 자격을 얻은 뚱보는 오늘 밤 어떻게든 그녀를 자기 침대에 끌어가려 하고 있었는데, 지금 건우의 이 비웃음을 받고 절대 참을 수가 없었다."돈도 없는 놈이 허풍은? 오줌이나 싸서 네 상판이나 비춰봐봐. 이 육십억짜리 목걸이를 네가 산다고? 육십만이라고 생각하는 거 아냐 너?""내가 사면? 너도 같이 하나 살 거야?”건우는 정말 사려고 마음먹었다. 지난 십 개월 동안 가연에게 너무 많은 빚을 졌다고 생각했다. 이 목걸이를 사서 그녀를 기쁘게 해주고, 자신이 그녀를 보호할 수 있다고 믿게 하고 싶었다."어디서 굴러온 미친놈이야? 지은씨가 이런 허풍만 떠는 자식을 어떻게 알고 있어? 격이 떨어지게도!""이 뚱보가 돈 없으면 없다고 그냥 말할 것이지, 다른 말만 찾고 그래? 어쨌든 이 목걸이는 하나밖에 없으니 딱 내 아내한테만 어울린다고 봐. 네 여친한테는 돼지 목에 목걸이 건 격이야. 뭐, 나도 널 난처하게 하지 않을게, 넌 옆에 있는 육억짜리만 하나 사면 돼. 어때? 내기 할래?""하! 이 자식, 누굴 겁주는 거야? 내기하려면 어디 한번 해 봐! 근데 네가 사지 못하면?"건우가 대답하기도 전에 지은이 앞질러 말했다."사지 못하면 무릎 꿇고 엄마라고 부르던가?""좋아! 그렇게 해!"건우는 그녀를 매섭게 쏘아보며 대답했다.점원의 안내를 받으며 세 사람은 곧 그 목걸이를 파는 삼 층으로 올라갔다. 카운터를 찾아갔는데 의외로 이 목걸이를 담당하는 사람이 아는 사람이었다. 바로 가연의 절친인 송가희였다."뭐? 네가 만인의 연인을 사겠다고?"만인의 연인을 사겠다는 건우의 말을 들은 송가희는 경멸의 눈빛으로 건우를 바라봤다."건우
임건우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자신이 이 남자를 본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접니다. 나를 왜 찾은 거죠?”그러자 그 남자는 달려오더니 무릎을 꿇고 눈물을 펑펑 흘리며 외쳤다.“임 도련님! 우리 아가씨를 구해주세요!”임건우는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아가씨가 누구죠?”남자가 대답했다.“우리 아가씨의 이름은 강아연입니다.”“뭐라고?”“아연이한테 무슨 일이 생긴 거예요?”“도대체 무슨 일인데요?”우나영을 비롯한 사람들도 깜짝 놀라며 물었다.강아연은 우나영을 의붓엄마처럼 따랐고 어리지만 말 잘 듣고 예의 바른 아이로 모두의 사랑을 받고 있었다.그랬기에 모두가 긴장한 눈빛으로 중년 남자를 바라보았다.남자는 침통한 얼굴로 말했다.“아가씨가 동문에게 해를 입었습니다. 지금은... 생명이 위태로운 상태입니다.”임건우는 다급히 물었다.“지금 어디에 있죠?”“근처 민가에 있습니다.”임건우는 곧 강아연을 만날 수 있었다.임건우가 예전에 독수리 학원을 찾아갔던 주된 이유도 강아연 때문이었지만, 당시 학원은 이미 완전히 점령된 상태였고 단 한 명의 수강생도 찾을 수 없었다.그때 요수들에게 들은 바로는 독수리 학원을 점령할 때 이미 그곳엔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고 했다.그 말을 듣고 강아연은 무사하리라 믿었지만, 지금 그녀를 보니 눈물이 쏟아질 것만 같았다.강아연은 허름한 침대에 누워 있었다.얼굴은 핏기 하나 없이 창백했고 머리카락은 생기를 잃고 바싹 말라 있었다.피가 통하지 않는 듯 강아연의 얼굴은 완전히 쇠약해 보였고 몸의 기운은 이미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게다가 온몸은 피로 얼룩져 있었고 심각한 부상으로 고통받고 있었다.“이게 누가 한 짓이야?”“아연아, 아연아...”반하나는 강아연의 손을 잡고 눈물을 흘렸다.반하나와 강아연은 중해에서 창업하던 시절부터 가까웠고 특히 강아연이 반하나의 몸에서 나는 은은한 체향이 특별한 효과를 지닌 것을 알고 난 뒤로는 늘 그녀와 같은 방에서 자곤 했다.남자가 입을 열었다.“그 일을
“형부, 형부! 이러지 마세요!”“죽으면 안 돼요!”유지연은 임건우에게 달려들어 그의 몸을 흔들었다.임건우가 힘겹게 말했다.“아직 안 죽었어. 그런데 네가 계속 이렇게 흔들면 정말로 죽을지도 몰라.”“아! 형부,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괜찮아. 조금 쉬면 나아질 거야.”“우리 언니... 그 여자는요?”“가버렸어.”“가버렸다니요? 어디로요?”“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거래.”유지연의 얼굴에 슬픔이 드리웠다.“역시 언니가 말한 대로 됐네요. 이걸 어쩌죠? 아이들이 태어나자마자 엄마 없이 크다니 너무 불쌍해요.”임건우는 결연한 목소리로 말했다.“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데려올 거야. 그런데... 그러려면 내가 더 강해져야 해!”인과를 끊는 게 뭐 대수랴.기억을 완전히 잃게 된다고 해도 반드시 유가연을 다시 찾아오리라.유지연은 유가연이 진짜 죽은 게 아니라 여전히 한 가닥 희망이 있다는 걸 알자 안심하며 한층 밝아진 얼굴로 임건우를 가볍게 안았다.“형부, 이제부턴 제가 아이들의 엄마가 될게요. 언니 대신 제가 잘 돌볼게요.”하지만 임건우에게는 지금 그런 로맨틱한 분위기에 휩쓸릴 여유가 없었다.임건우는 서둘러 다시 가나절로 돌아갔다.유가연은 아이를 낳기 전부터 본래의 인격이 돌아오면 다른 사람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해를 끼칠까 두려워 자신을 불탑에 가둔 상태였다.심지어 우나영과 심수옥 등 다른 사람들 모두를 가나절의 다른 구역에 격리시켜 두었고 그들 사이를 진법으로 막아두었다.이 모든 상황을 알고 있던 사람은 유지연 혼자뿐이었다.임건우는 진법을 다시 열어 안에 있던 사람들을 하나둘씩 풀어주었다.임건우를 보자마자 심수옥이 달려왔다.“건우야! 빨리! 가연이가 애 낳겠대! 정말 속 터져 죽겠어. 몇 달이나 됐다고 애를 낳겠다니. 조산 기간도 안 됐는데 제정신인가?”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유지연이 두 아이를 안고 나타났다.“엄마, 이미 낳았어요.”“뭐라고?”유가연이 전생의 대능자라는 것, 그리고 아이를 낳고 기억을 되찾아
당가은은 임건우를 바라보며 갑자기 눈빛이 날카로워졌다.위험하다!임건우는 그 순간, 당가은의 기운 변화에 즉시 반응했다.그는 본능에 따라 몸을 피하려 했지만, 한 걸음 내딛기도 전에 당가은의 손길에 의해 그대로 제어당했다.형체 없는 결계가 그의 몸을 꽁꽁 묶어버렸다.“너 대체 뭘 하려고 하는 거지?”임건우는 분노와 혼란 속에서 소리쳤다.당가은은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그렇게 긴장할 필요 없어. 너는 내게 그냥 벌레와 같아. 금단이 무슨 쓸모가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너 같은 존재가 몇백 년 뒤에는 결국 황토로 변할 거야. 내 긴 생애 속에서 너의 존재는 반짝이는 유성처럼 지나가는 시간보다도 짧을 뿐이야. 그런데 너와 내가 다시 태어난 몸에서 네가 낳은 아이들이 나와 얽혀버렸어. 나는 그저 우리 사이의 인연을 끊으려는 것뿐이야.”말을 마친 그녀는 손끝으로 날카로운 칼날처럼 된 에너지의 실체를 만들어 냈다.그 칼날 위에는 수많은 규칙의 힘이 얽혀 있었다.임건우는 급히 외쳤다.“잠깐만! 제발!”하지만 당가은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그녀에게 있어 임건우는 아마도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그런 존재가 무슨 말을 하든 그녀는 그저 지나치게 여겼을 뿐이었다.그의 신체를 억제한 상태에서 당가은은 규칙의 신검을 내리쳤다.“으악!”임건우는 고통에 몸을 떨며 비명을 질렀다.그 고통은 너무나도 강렬했다.마치 영혼이 찢겨 나가는 것처럼 몸을 움켜잡고 떨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당가은은 여전히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차갑게 말했다.“조금만 참아. 곧 지나갈 거야. 끝나고 나면 보상을 줄게.”그녀의 얼굴은 유가연의 모습이었다.하지만 그 성격은 마치 얼음처럼 차가웠고 사람의 생명을 전혀 소중히 여기지 않는 듯했다.임건우의 금단 안에서 숨겨졌던 12개의 문자가 하나씩 빛을 발하며 새로운 에너지를 흘려보냈다.그것이 그의 내부의 이상을 숨기고 있었다.결국, 어느 순간 임건우는 느꼈다.그의 신장 안에 무언가가 깨지는 느낌이 왔다.무언가가 끊어지며
이때 유지연이 허겁지겁 달려왔다.앞에 앉아 울고 있는 유가연을 보며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언니, 왜 울고 있어?”유가연은 무릎을 껴안고 턱을 괸 채 울어서 벌게진 눈으로 그녀를 한 번 쓱 쳐다보며 말했다.“너 누구야? 내가 너를 알아?”유지연은 순간 당황하며 얼어붙었다.“나... 나 언니 동생이잖아. 친동생...”뒤쪽 몇 마디는 그녀 자신도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게 말했다.유지연은 임건우와 눈을 마주치더니 얼른 바닥을 기어 다니는 두 아이를 안아 올렸다.“애들이 왜 이렇게 계속 울어요?”그녀가 물었다.“네 언니가 바닥에 던져놨어.”“뭐라고요? 아니, 혹시 어디 다친 거 아니에요?”유가연은 뒤를 힐끗 보며 퉁명스럽게 말했다.“저 애들 내가 윤회석에 숨겨놨던 신력을 얻었어. 거기다 내 신격까지 두어 번 물어뜯은 애들인데 던졌다고 부서지겠어? 망치로 두드려도 멀쩡할걸.”“아... 뭐라고요?”임건우와 유지연은 동시에 멍한 표정을 지었다.설마... 그녀가 말한 게 정말 신격인가?임건우는 떠올렸다.자신이 계승한 선조의 기억 속에 따르면 신격은 오직 신적 존재만이 응집하는 힘이었다.그렇다면 윤회석 속에서 깨어난 이 여인, 당가은이라 불리는 그녀는 과거에 정말로 신이었단 말인가?당가은이 지장왕 같은 존재라니 그럴 법했다.게다가 지금 그녀의 모습이 그리 무섭지도 않았다.다만 조금 제정신이 아닌 것 같고 울고불고 정신없는 게 문제였다.“애들이 배고픈 것 같은데요?”유지연이 말했다.“이거... 젖 먹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임건우는 유가연을 바라보며 말했다.“저 애들, 아무리 그래도 당신 애들이니까... 젖이라도 좀 먹여 줄 수 없어요?”“아아아!”유가연... 아니, 이제 그녀는 유가연이 아니라 당가은이었다.당가은은 갑자기 고함을 치며 피로 얼룩진 두 다리를 앞으로 쭉 뻗더니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없어! 너희들 내가 지금 이 꼴로 젖이 있을 것 같아?”유지연은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언니, 왜 이렇게 된 거예요
임건우와 유지연은 가나절의 거대한 문 아래서 마주 서 있었다.두 사람은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며 얼굴에 울상 같은 표정을 지었다.“언니... 죽었어요?”“내가 확인해볼게!”임건우는 유지연을 뒤에 남겨두고 곧바로 가나절로 달려갔다.임건우의 발걸음은 빠르고 신속해 금세 불탑 앞에 도달했다.그때 불탑의 문이 안에서부터 거세게 차여 열리며 강한 충격이 느껴졌다.문은 부서지지 않았지만, 강한 진동을 일으켰다.그런데 그 문을 통과해 나오는 사람은 상상 이상이었다.임건우는 그 모습을 보고 숨을 멈췄다.피로 물든 유가연이 불탑에서 천천히 걸어 나왔다.예전의 유가연과는 아주 달랐다.몸은 너무 쇠약해져 거의 뼈만 남은 듯했고 얼굴에는 살이 거의 없어서 마치 40대 후반의 중년 여성처럼 보였다.그녀의 머리카락도 말라서 황갈색으로 변하고 마치 낡은 풀 더미 같았다.하지만 그녀의 눈빛은 여전히 날카롭고 빛났다.마치 하늘의 별처럼, 바닷속의 달처럼, 그 어떤 강렬한 존재감이 느껴졌다.유가연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은 고대 신녀처럼 강력했다.마치 아주 오래전 잊힌 시대에서 걸어 나온 존재 같았다.임건우는 유가연과 시선을 마주친 순간 직감적으로 알았다.그녀는 더는 유가연이 아니었다.그녀는 윤회석에서 나온 또 다른 존재였다.그리고 그 뒤에서 네 명의 아기들이 공중에서 천천히 떠 있었다.두 남자, 두 여자가 각각 높낮이를 달리며 회전하고 있었다.마치 보이지 않는 끈에 의해 이끌려가는 듯했다.네 명의 쌍둥이.임건우는 그들을 보며 알았다.이 아이들은 그와 유가연의 사랑의 결실이었다.유가연은 자신의 피와 수명을 희생해 그들이 미리 자라서 건강하게 태어날 수 있도록 했다.그러나 유가연은 더는 존재하지 않았다.눈물이 소리 없이 흘러내렸다.유가연은 임건우를 바라보며 극도로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네가 아이들의 아빠라고? 이런... 수련이 부족한 벌레 같은 놈이? 네가 얼마나 특별한지 봐야겠어.”그녀는 손을 뻗어 임건우의 이마에 얹었다.순간,
“그 돌, 이름은 윤회석이야! 네 언니는 원래 평범한 사람이 아니야. 가연이는 어떤 천도 대인물의 윤회로 태어났고 그 윤회석 속에는 본체의 영혼 자취와 전생의 기억이 숨겨져 있어. 네 언니의 이 세상의 영혼은 그저 부수적으로 따라온 거고 만약 윤회석 안의 대인물이 완전히 깨어난다면...”“그게 무슨 말이에요?”“가연이가 아마도 그 가연이가 아닐 거야.”유지연은 그 말을 듣고 갑자기 멍해졌다.그것은 유지연의 친언니였다.감정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었다.유지연은 눈물을 쏟으며 임건우의 품에 얼굴을 묻었다.그때 가나절 안에서 갑자기 기운이 요동치기 시작했다.불음이 울려 퍼지고 목탁 소리가 끊임없이 들렸다.마치 수많은 스님이 함께 경을 읽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유지연은 깜짝 놀라며 벌떡 일어섰다.“이게 무슨 일이죠?”임건우도 아주 당황했다.그런데 임건우는 이상한 기운을 감지했다.가나절 전체가 진동하는 것처럼 느껴졌다.임건우의 금단 내 대위신력은 자석처럼 흔들리며 황금빛 파동이 일렁였다.그 위에는 불음이 맴돌고 불문이 하나씩 새어나왔다.그 불문들은 임건우의 정신세계에서 빠져나가 가나절 속으로 흩어졌다.웅!갑자기 강력한 진동이 울려 퍼졌다.자복궁안의 진혼종이 비상했으며 순식간에 가나절로 날아올라 공중에 떠올랐다.그 위치는 정확히 불탑 위였다.“이게... 뭐지?”임건우는 아주 놀라며 상황을 파악할 수 없었다.하지만 진혼종과 같은 영물까지 자율적으로 움직인다면 단순한 일이 아닐 거라고 직감했다.유지연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우리가 가서 확인해야 할까요?”임건우는 유가연의 경고를 떠올리며 함부로 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그때 진혼종이 강하게 울리며 소리가 하늘을 가르는 듯한 충격파를 일으켰다.소리는 마치 끝없는 대지에서 퍼져 나오는 듯했고 가나절 상공을 가득 채우며 울려 퍼졌다.그다음 순간, 가나절 상공에서 목탁 소리가 더욱 거세지고 불음은 더욱 높아졌다.그리고 불사조 같은 황금빛 광채가 사원 바닥에서 치솟아
임건우는 어지러움을 느꼈다.당자현이 조산한 이유는 시간의 영역에 잠시 머물렀기 때문이었다.그곳의 시간 흐름은 외부와 아주 달랐다.하지만 유가연의 배는 겨우 몇 달인데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지?혹시 가나절에 비슷한 곳이 있어서 그런 건가?지금까지 계산해 보면 유가연의 뱃속의 네 쌍둥이는 아직 겨우 다섯 달밖에 되지 않았다.“지연아, 네 언니는 왜 이러는 거야? 다섯 달밖에 안 됐는데 어떻게 이렇게 일찍 출산한다는 거지? 조산도 이런 식으로 조산은 아니잖아?”임건우는 말을 하며 유가연을 향해 달려갔다.유지연은 숨을 고르고 말했다.“형부, 언니의 상황은 조금 특이해요. 언니가 지금 출산을 앞두고 있는데 다가오는 위험을 피하려고 그렇게 한 거라고 하셨죠. 그리고 형부의 기운이 언니에게 영향을 미쳐서 언니가 아이를 빨리 낳게 될 거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언니는 형부와 만나지 말라고 하셨죠.”유지연은 말을 하며 머리를 긁적였다.“그게 다예요, 형부. 이게 무슨 의미인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언니한테 무슨 일이 있는 건가요? 언니가 위험한 건가요?”임건우는 얼굴을 굳게 하며 고개를 저었다.그는 이제 무엇을 해야 할지 알지 못했다.“네 언니 지금... 어때?”“저도 모르겠어요. 언니는 혼자서 가나절 제일 깊은 곳의 불탑에 갇혀 있고 아무도 들어갈 수 없어요. 엄마도 미칠 것 같아요! 이렇게 아이를 낳는 사람은 없잖아요?”유지연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형부, 언니가 뭔가 숨기고 있는 게 있어요. 언니가 들어가기 전에 이상한 말을 많이 했는데 마치 마지막 인사를 하듯이 말이에요. 저한테만 말하고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하셨어요.”임건우는 가나절 대문 앞을 계속 왔다 갔다 하며 불안해했다.임건우는 유가연의 윤회석 안에 있는 존재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생각을 했지만, 이렇게 빨리 문제가 생길 줄은 몰랐다.아이가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는데 문제가 터진 것이다.지금 유가연이 불탑 안에서 혼자서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생각하니 임건우는
“한 달이나 지났어요. 정말 무슨 일이 생긴 줄 알았다니까요!”안남수의 차분한 목소리가 임건우의 귓가에 울렸다.그녀는 그를 끌어안고 다정하게 말했다.육예훈은 그런 둘을 힐끔 보더니 시선을 돌렸다.자신의 아내가 다른 남자와 그렇게 친근하게 있는 걸 보고 싶지 않았지만, 나서서 말하기엔 너무 속 좁아 보일 것 같았다.결국 못 본 척하기로 했다.그 후, 사람들은 전초기지를 정리하기 시작했다.전사한 사람들의 시신을 하나하나 수습하며 명단을 작성했다.모두가 독수리 부대의 영웅이었다.잠시 후, 또 다른 무리가 전초기지에 도착했다.이번에는 연호 측의 관리들이었다.한 관리가 다가와 임건우와 백옥에게 말했다.“두 분, 제군이 만나 뵙기를 원하십니다.”“제군?”백옥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가서 전해요. 저는 이미 모든 걸 내려놓고 은퇴했어요. 앞으로 공무나 이런 일로는 저를 찾지 마세요. 내일부터는 숨어서 조용히 살 거니까 그분도 스스로 잘 챙기시라고요!”관리의 얼굴에 당혹감이 스쳤다.그는 곧바로 임건우를 향해 물었다.“건우 씨, 제군께서 반드시 당신을 모셔오라고 하셨습니다. 독수리 학원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 직접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십니다.”임건우는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됐습니다. 저 같은 사람이 제군 눈엔 위험한 존재로 보이겠죠. 가서 제군께 전해주세요. 고대 결계는 일단 안전하지만, 여전히 안심할 수는 없다고요. 그 안의 세계는 보통인이 감당할 수 없는 곳입니다. 모든 것은 하늘에 맡겨야 할 겁니다.”임건우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덧붙였다.“며칠 동안 너무 바빴네요. 저도 이만 가보겠습니다. 딸의 백일잔치도 아직 못 챙겼어요. 먼저 실례하겠습니다.”임건우는 말을 마치고 발을 내디뎠다.순식간에 열 리 밖으로 이동했고 두 번째 발걸음에는 완전히 사람들 시야에서 사라졌다.그의 모습을 보며 전소은이 감탄했다.“와, 저 녀석 대체 뭐야? 딱히 높은 단계에 오른 것 같지도 않은데 어떻게 저런 걸 할 수 있지?”백옥은 고개를 저으며
임건우는 박철호를 한 번 바라보았다.지금 박철호는 그 공작신왕에 대한 이야기를 묻고 싶었다.이 왕은 보물에 대해선 별로 관심이 없지만, 그곳에 숨겨진 선여검에는 꽤 흥미를 느꼈다.만약 박철호를 통해 그 보물을 찾을 수 있다면 인간의 성기인 선여검을 찾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하지만 이 요족들의 속마음을 알 수 없기에 지금 당장 그런 요구를 내놓는 건 위험할 것 같았다.그래서 일단 그 생각을 억제했다.“좋아. 그럼 너희는 먼저 돌아가라.”임건우가 말했다.“인간 세상이 폐허가 되어 너희에게 도움이 될 게 없다면 앞으로는 고대 결계를 넘지 말도록 해라. 물론 너희 요족에게 필요한 것이 있다면 말해라. 우리는 평화롭게 지낼 수 있다.”박철호는 고개를 끄덕였다.“주인의 뜻에 따르겠습니다.”그렇다.공작신왕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요족들은 물러갔고 금강마원도 떠났다.백호는 아직 말을 할 수 없어서 소통에 약간의 장애가 있었지만, 요족들과는 문제없이 대화할 수 있었다.그 이유는 잘 알 수 없었다.박철호의 입을 통해 백호의 의중은 시간이 지나면 임건우를 다시 찾아올 것이라고 전해졌다.그건 문제없었다.곧이어 전초기지엔 임건우, 백옥, 유주혁, 김후림, 그리고 임건우 어깨에 작게 누운 흰 고양이만 남았다.뚱냥이는 가끔 몸을 스트레칭하고 하품을 몇 번 하더니 이내 눈을 감고 잠이 들었다.백옥은 자신이 한때 생명을 걸고 지켰던 전초기지를 바라보았다.마음이 허전하고 공허했다.전초기지의 건물은 이미 다 파괴되어 있고 곳곳엔 한 달 전에 전사한 독수리 부대의 군인들이 남긴 부패한 시체들이 널려 있었다.이 냄새는 마치 부패한 공기가 온 공간에 퍼져 있는 듯했다.백옥은 주변을 둘러보았다.그녀의 아름다운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백옥아, 너무 슬퍼하지 마. 지금 이렇게 된 것도 나쁘지 않아. 적어도 더는 매일 전쟁터에 나가지 않아도 되고 매일 죽어가는 전우들을 마주할 필요도 없어. 이제 좀 쉬어도 될 거야.”유주혁이 위로하며 백옥의 어깨를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