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내린 강주 어느 한 곳에서....등불이 휘황찬란한 유씨 가문의 별장은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오늘은 유씨 가문의 부인 심수옥의 46번째 생일이다. 이 나이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미모와 쉽게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다. 그녀는 자색이 뛰어난 딸 둘을 두고 있는데 하나는 강주 제일의 미녀이고, 또 하나는 강주 대학의 얼짱이다. 두 딸을 탐내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은 이번 축하의 기회를 빌어 찾아온 것이다. "유 사모님, 이것은 동해에서만 나는 진귀한 진주인데 피부를 맑고 희게 한다고 합니다. 생신 축하드립니다.""이모님, 이 옥여의를 받으시고 모든 일이 뜻대로 되시길…."유씨 부인은 손님들의 선물들을 받으며 마음은 기쁨으로 가득 찼다.바로 이때,별장 밖에서 한 청년이 너무 씻어 하얗게 색이 바랜 청바지를 입고 뛰여 들어오더니 다급한 어조로 유씨 부인에게 말한다.“어머님, 저의 어머니 병이 심해져서 당장 수술해야 할 것 같은데 일억 원만 빌려주실 수 있으세요?"이 말을 들은 손님들은 모두 놀라 멍해졌다. 그들은 이상한 표정으로 청년을 바라본다.오늘 유씨 부인 생신인데 선물을 드리기는커녕 일억 원을 달라고 손을 내밀다니, 혹시 머리가 돈 건 아닐까?"이분은?""누구겠어요? 바로 유씨 가문의 데릴사위인 임건우, 유가연 아가씨의 쓰레기 같은 남편이죠! 그저 명의상의 남편일 뿐, 아가씨는 아직 결백한 몸이래요. 그렇지 않으면 오늘 우리가 여기 무슨 볼일 있겠어요?"양복 입은 한 청년의 비꼬는 말에 별장 곳곳에서 폭소가 터졌다. 그 소리에 소파에 앉아 있던 절세의 미녀는 차가운 눈빛으로 임건우를 바라보며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바로 임건우의 아내, 유가연이다.두 사람은 결혼한 지 어느덧 1년이 다 되어 가지만, 임건우는 유씨 가문에서 가정부보다도 못한 위치에 자리하고 있고, 아내의 방 앞에는 얼씬하지도 못한다.결혼 당일, 부모가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아버지 임우진은 그 자리에서 사망했고, 어머
"임 도련님!"수옥은 들어오는 사람을 보며 열정적으로 마중 나갔다. 그 자리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모두 존경의 기색을 나타냈다. 그는 임호진이라고 하는데 강주 임 씨 그룹의 작은 회장이다. 임 씨 그룹의 시가는 백만 억에 달하는데 여기 있는 모든 사람의 자산을 합친 것보다도 더 많다.그런데 그를 본 건우는 눈에 불이 달아오르더니 달려가 호진의 목덜미를 잡고 분노에 찬 목소리로 소리쳤다."이 짐승보다 못한 자식. 감히 너 형수를 넘봐? 네가 이러고도 사람이야?"임호진은 임건우의 사촌 동생, 즉 셋째 삼촌 임봉의 아들이다. 건우는 이들 부자를 뼈에 사무치게 증오하고 있다.작년 시월,부모님이 차 사고를 당한 후 삼촌 임봉은 형님을 횡령죄로 모함하고 임우진 부부가 일으켜 세운 임 씨 그룹을 빼앗고는 우진의 가족들을 모두 임씨 가문에서 쫓아냈다. 그렇지 않으면 건우도 오늘날, 이 비참할 지경까지 이르지 않았을 것이다."할아버지한테서 가문으로부터 쫓겨난 주제에.... 뭐, 형수? 가연 아가씨가 어떻게 형수가 돼? 하물며 유명무실한 사이인데, 형이 가연 아가씨한테 어울리기나 한다고 생각해?""임 도련님, 오늘 바쁘실 텐데 어떻게 오셨어요?"수옥이 건우을 옆으로 밀어내고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오늘 아줌마 생신인데, 당연히 생신 축하드리려 왔죠! 이것은 백 년 묵은 인삼이에요, 제가 육억을 주고 다른 사람한테 특별히 부탁하여 사 온 거예요. "수옥은 육억짜리 백 년 인삼이라는 말에 기뻐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한편 연모하는 눈길로 절세의 미녀 가연을 바라보는 호진의 눈에는 남자로서의 갈망의 욕망이 비치고 있었다.호진은 예전부터 가연을 탐내고 있었다. 그는 가연을 향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가연 씨 얘기는 들었어, 마침 우리 아버지와 만리상맹 고위층 사이에 친분이 있으니 이 일은 내가 해결할게. 일이 해결되면 다시 성대한 결혼식을 치르도록 하고. 가연 씨, 난 진심이야, 가연 씨를 처음 본 순간부터 깊이 사랑하고 있었어, 혼
건우는 그 말에 놀라 또다시 멍해졌다.‘일조라.... 그게 얼마나 되는 거지?’임 씨 그룹은 전성기에 매우 번성했는데, 시가총액은 백 조에 달했다. 하지만 대부분은 고정 자산이고, 아버지 손에도 일조도 없었던 것 같다.‘아니, 이게 중요한 게 아니라 중요한 건....’"당신이 내 아버지의 부하라고요? 그 만리상맹의…."동재가 고개를 끄덕였다."네, 그렇습니다, 만리상맹의 전체가 모두 도련님 것입니다."퍽!건우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손을 들어 자기 뺨을 때렸다."아니, 도련님! 이게 무슨....?""혹시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 그랬어요.""허허, 이 모든 것들이 모두 사실입니다. 도련님의 아버지인 임 어르신은 소인에게 생명의 은인이십니다. 만약 어르신이 아니셨다면 전 전 이미 온 집안이 망하고 저세상 사람이 됐을 겁니다. 당시 어르신은 만리상맹을 창립하여 소인에게 맡기셨습니다""네?"건우는 입을 벌린 채로 멍하니 굳어있었다. 아무래도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았다. 만리상맹은 임 씨 그룹보다 얼마나 더 큰지 모른다. 소문에 의하면 자산이 천 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지하 세계에서는 더욱더 한 손으로 하늘을 가리고 있다.’이렇게 거대한 그룹을 아버지께서 손수 만드셨다고? 왜 난 들어본 적도 없는 거지’"어르신께서는 장사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계십니다. 임 씨 그룹을 세운 지 얼마 되지 않아, 또 만리상맹을 창설하여 두 그룹이 상부상조하게 하셨습니다. 그리고 어르신께서 또 이걸 도련님께 전해드리라고 하셨습니다."그는 고풍스러운 작은 상자를 꺼내 건우에게 건네주었다. 건우는 이상한 기색으로 되물었다."혹시 아빠가 언제 주신건데.... 이제야 저한테 갖다주시는 건가요?""오늘은 도련님의 스물네번째 음력 생신이십니다. 이것은 1년 전에 어르신께서 미리 준비해 놓으신 생신 선물입니다. 도련님, 생신 축하 드립니다! 그리고 사모님께서 지금 좋지 않은 상황인 것은 알고 있지만 제가 여러 가지 이유
"가연아, 너…어떻게 왔어?"가연은 지은을 한번 쳐다보더니 살짝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이미 병원 장부에 일억 원 입금했어. 건우야, 난 여기까지 밖에 도울수 없을 것 같아."’뭐라고?’"가연아, 어디서 일억 원이나 구해왔어? 설마 호진이 그 자식한테 달라고 한 거야? 안돼, 가연아, 나 이 돈 받을 수 없어, 그 사람 돈 가지면 내가 뭐가 돼? 게다가, 나 지금 돈이 많아, 정말 아주 많거든, 일 조나 있으니 네 문제도 해결해 줄 수 있을 거야!”짝!가연은 건우의 뺨을 한 대 때렸다."부탁인데, 너 제발 좀 정신 차리고 꿈 좀 그만 꿔! 열 달 동안이나 꿈을 꾸었으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아? 이제 그만하자, 내일부터 우리 각자 잘 지내는 거야!"말을 마치자 그녀는 갑자기 몸을 돌려 병원을 뛰쳐나갔다. 뒤쫓아 나가려던 건우를 붙잡은 지은은 가증스러운 얼굴로 말했다."어머머머, 이게 웬일이야? 어떻게 네 사촌 동생인 임호진과 관계가 있지? 설마, 유가연이 너 엄마 수술비를 빌리려고 사촌 동생과 같이 잔 건 아니겠지? 아이고, 감동스러워라...."퍽!건우가 손을 들어 지은의 얼굴을 한 대 후려쳤다."네 이런 헛소리 따위나 지껄이다니, 죽고 싶어?""네가…네가 감히 날 때려?"지은은 건우에게 달려들어 그의 머리끄덩이라도 잡아 뜯으려 했다. 마침 지나가던 수간호사가 다급하게 달려왔다."양지은, 지금 이게 뭐 하는 거야? 그만 좀 해, 병원에서 싸움질이라니, 일 그만두고 싶어?"수간호사가 호통을 치자 지은은 곧 건우 몸에서 떨어지더니 건우를 가리키며 말했다."이 개자식아, 감히 내 뺨을 때려? 설마 내가 가만있을 줄 알았어?"수간호사도 건우를 알고 있었다."왜 양지은 씨의 뺨을 때린 거죠?"이때 건우는 엄마 쪽을 가리키며 차가운 어조로 말했다."우리 엄마를 여기 이렇게 버려놓았는데, 맞을 짓 한 거 아닌가요? 병원 장부에 잠시 돈이 없다고 하여 내가 돈을 안 내겠다는 것도 아니고, 사람을 여
건우는 누구한테 홀리기라도 한 듯 저도 모르게 유 씨네 별장으로 향했다. 유 씨네 별장은 별장이라지만 사실은 낡은 양옥집이다. 낡은 집이 철거되고 그 자리에 지은 3층짜리 아파트로서 실제 빌라 단지와는 거리가 멀다. 고개를 든 그는 문득 가연의 방에 불빛이 켜져 있는 것을 보았다."어? 가연이 집에 있네? 호진한테 간 거 아니었어?"그의 눈빛에는 마치 죽어가던 사람이 강심제 주사를 맞고 살아난 것처럼 다시 희망이 보였다. 그는 속으로 수옥의 말을 다 믿어서는 절대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년은 자기가 화를 참지 못하고 저절로 이 집을 떠나게 하려고 어떤 거짓말이라도 할 수 있는 사람이다.그는 황급히 문으로 달려들어 갔다.소파에 앉아 사람들과 화상 채팅을 하며 발톱에 매니큐어를 바르고 있는 수옥의 모습이 보였다. 콧노래도 흥얼거리면서 말이다! 이를 본 건우는 마음이 답답해졌다.‘이 여편네가 딸이 다시 재혼할 거로 생각하고 아주 마음을 놓고 있네? 만리상맹의 위협은 전혀 마음에 두지 않고....’건우를 본 수옥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누가 들어오라고 했어? 집에 돌아올 낯짝이나 있는 거야? 내일이면 내 딸과 이혼하겠는데, 어서 썩 꺼지지 못해?"건우는 그녀를 무시한 채 바로 위층으로 올라갔다. 가연이가 방에 있는지 한번 확인해 보고 싶었다. 안 그러면 절대 단념하지 않을 것이다.찰칵!문이 잠기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러자 건우은 문을 쾅쾅 두드렸다."가연아, 문 좀 열어봐. 안에 있는 거 알아. 할 말이 있어."수옥은 그 뒤를 맨발로 따라 올라와 건우에게 욕설을 퍼부었다."이 병신새끼야, 어서 꺼지지 못해? 누가 널 위층으로 올라가라고 허락했어? 올라올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내가 가연을 꼭 만나봐야겠어요.""무슨 헛소리야, 너한테 말하지 않았어? 가연인 임호진한테 갔다고, 지금쯤이면 아마 아이 를 가졌을지도 몰라. 그러니 너, 치근덕거리지 마. 내 딸이 임 씨 그룹 사모님이 되는 걸 막으면, 내가 널 아주
건우은 그 말에 고개를 가로저으며 비웃었다. "양지은 넌 나의 발가락을 아직 핥을 자격이 없어. 그냥 돌아가서 이 뚱보의 발가락이나 핥아, 혹시 모르지.... 기쁘서 너에게 사십만짜리 싸구려를 사줄 수도 있잖아.""너!!!"지은은 화가 나서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았다. 겨우 지은의 남자친구 자격을 얻은 뚱보는 오늘 밤 어떻게든 그녀를 자기 침대에 끌어가려 하고 있었는데, 지금 건우의 이 비웃음을 받고 절대 참을 수가 없었다."돈도 없는 놈이 허풍은? 오줌이나 싸서 네 상판이나 비춰봐봐. 이 육십억짜리 목걸이를 네가 산다고? 육십만이라고 생각하는 거 아냐 너?""내가 사면? 너도 같이 하나 살 거야?”건우는 정말 사려고 마음먹었다. 지난 십 개월 동안 가연에게 너무 많은 빚을 졌다고 생각했다. 이 목걸이를 사서 그녀를 기쁘게 해주고, 자신이 그녀를 보호할 수 있다고 믿게 하고 싶었다."어디서 굴러온 미친놈이야? 지은씨가 이런 허풍만 떠는 자식을 어떻게 알고 있어? 격이 떨어지게도!""이 뚱보가 돈 없으면 없다고 그냥 말할 것이지, 다른 말만 찾고 그래? 어쨌든 이 목걸이는 하나밖에 없으니 딱 내 아내한테만 어울린다고 봐. 네 여친한테는 돼지 목에 목걸이 건 격이야. 뭐, 나도 널 난처하게 하지 않을게, 넌 옆에 있는 육억짜리만 하나 사면 돼. 어때? 내기 할래?""하! 이 자식, 누굴 겁주는 거야? 내기하려면 어디 한번 해 봐! 근데 네가 사지 못하면?"건우가 대답하기도 전에 지은이 앞질러 말했다."사지 못하면 무릎 꿇고 엄마라고 부르던가?""좋아! 그렇게 해!"건우는 그녀를 매섭게 쏘아보며 대답했다.점원의 안내를 받으며 세 사람은 곧 그 목걸이를 파는 삼 층으로 올라갔다. 카운터를 찾아갔는데 의외로 이 목걸이를 담당하는 사람이 아는 사람이었다. 바로 가연의 절친인 송가희였다."뭐? 네가 만인의 연인을 사겠다고?"만인의 연인을 사겠다는 건우의 말을 들은 송가희는 경멸의 눈빛으로 건우를 바라봤다."건우
가희는 너무 놀라 영혼이 가출이라도 한 것 같았다. 안타깝게도, 카운터 화면에 잔액이 나타나지 않았다. 더 이해가 안 되는 건, 진 사장님이 왜 그를 그렇게 중시하는가이다. 지존 VIP라고 하는데 만성주얼리에는 여태껏 이런 회원 카드가 없었다. 지금 그녀의 머리는 실타래가 엉킨 것처럼 복잡했다. 분명 유 씨네 집에 빌붙어 사는 기생충인 따위가 왜 이렇게 큰 변화를 가졌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이건 불가능해! 몇 번인가 나에게 발 씻을 물도 따라주었는데....’이때 지은이 옆에서 소리를 질렀다."말도 안 돼, 말도 안 돼! 분명히 기계가 고장 난 거야! 이 거지 같은 놈한테 어떻게 육십억이 있을 수 있어? 이 자식은 육십만도 없을텐데.... 빨리 다시 한번 검사해 봐요!"진 사장은 지은을 사납게 노려보았다."감히 임 도련님을 욕하다니, 정말 죽고 싶어 환장했구나. 여봐라, 정신 좀 차리게 뺨을 갈겨라!"만리상맹은 강주의 지하 제일 세력이다. 경비원들 역시 범상치 않은 사람들이다. 그들은 명령이 떨어지자 지은을 카운터에 눌러놓으며 철썩철썩하고 연이어 십여 개의 따귀를 때렸다. 금세 지은의 얼굴이 돼지 대가리처럼 퉁퉁 부어올랐지만, 곁에 있던 뚱뚱보는 찍소리도 못했다."어이, 뚱뚱보, 저 육억짜리 보석사는 거 잊지 마!"건우가 옆어서 한마디 귀띔해 주었다. 그 뚱보남은 당장 울 것만 같았다. 육억 원은 그에게도 적은 액수가 아니었다. 하지만 만리상맹 앞에서 감히 사지 않을 수 없었다.뚱보가 황급히 대답했다."네, 네, 바로 살게요."지은은 이 말을 듣자마자 눈에 흥분이 스쳐 갔다. 방금 여기서 한참을 돌아다니다가 겨우 사십만 원짜리 손 목걸이를 샀고, 그녀가 또 팔찌를 사려고 하니 뚱보가 한사코 동의하지 않았다. 오늘 밤을 넘기면 사주겠다고 하면서….그런데 지금 바로 육억짜리를 사게 된다니, 오히려 건우에게 고마워해야 할 일일 것 같다. 그녀가 보석을 받으려고 손을 내밀자 뚱보남은 그녀를 밀치며 소리쳤
델루나호텔의 가장 호화로운 스위트룸의 큰 침대에 누워서도 건우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오늘 일어난 일들이 너무 놀랍고도 충격적이었다.그는 아버지가 그렇게 큰 비밀을 숨기고 있을 줄 생각지도 못했다. 만리상맹은 강주의 지하 세계에서 가장 큰 세력을 가지고 있다. ‘그럼, 아버지가 가장 큰 지하 세계의 보스라는 말인데.... 그렇다면, 아빠의 죽음은 정말 교통사고 때문일까? 아니면, 다른 사정이 있는 것일가?’한밤중이 되어서야 깊은 잠에 빠진 그는 휴대폰 알람이 울려서야 침대에서 일어나 병원으로 바삐 달려갔다.병실에 도착하니 어머니의 침대 옆에는 여러 명의 의사가 모여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몸매가 가장 핫한 의사 이청하가 가장 눈에 띄었다. 그는 엄마한테 무슨 문제가 생긴 줄 알고 깜짝 놀라 다급히 물었다."의사 선생님, 우리 엄마에게 무슨 일이라도 있나요? 병세가 악화한 건가요?"흰 가운에 마스크를 쓴 청하가 고개를 돌려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상태가 나빠진 게 아니라 호전될 조짐이 보입니다.""정말인가요?"건우는 잠시 멍해 있다가 기쁨에 차서 물었다. 그에 청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전에도 임건우 씨 어머님께서 갑작스럽게 상황이 나빠져 바로 수술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의외로 빨리 안정되고 컨디션이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어머니께서 삶에 대한 욕망이 매우 강한 것 같습니다. 이것은 아주 좋은 일입니다.”"그럼, 수술은....?""일단 검사 결과를 보고 괜찮다고 판단되면 수술할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수술도 위험 확률이 있으니깐요."두 시간 후,검사 보고서가 나왔다."결과가 괜찮으니 수술하지 않아도 됩니다, 어머니께서 깨어날 확률이 높아졌다는 건 아직 의식이 있다는 뜻입니다. 계속 침술로 치료를 진행할 것입니다."청하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건우는 너무 기뻐서 저도 모르게 그녀를 덥석 끌어안았다."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의사 선생님!"그는 정말 기뻤다. 열 달 만에 처음으로
임건우는 당연히 당자현을 탓하지 않았다.오히려 끝없는 마음의 아픔만이 느껴졌다.임건우는 천천히 다가가 당자현을 부드럽게 품에 안고 따뜻한 목소리로 말했다.“넌 왜 이렇게 바보 같아? 임신한 걸 알면서도 이런 곳에 오다니... 많이 힘들었지? 다행히 지금은 무사하지만, 만약 네가 사라지면 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당자현은 임건우의 얼굴을 감싸며 손끝으로 부드럽게 어루만졌다.당자현의 눈은 임건우를 사랑스러운 시선으로 가득 채우며 마치 세상에 그저 둘만 있는 것처럼 깊은 눈길을 보냈다.당자현은 감정을 담아 속삭였다.“난 이 삶이 이렇게 끝날 줄 알았어. 우리의 인연은 아마 다음 생에서야 이어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네가 이렇게 찾아와주니까... 이제는 내가 죽어도 아쉬움이 없어.”임건우는 당자현의 엉덩이를 가볍게 쳤다.“그런 말 하지 마. 네가 나를 생각하지 않는다면 적어도 우리 딸을 위해서라도 잘 살아야지.”“맞아, 네 말이 맞아! 자기야...”당자현은 망설임 없이 임건우에게 입맞춤했다.둘의 입술이 닿자 점점 숨이 가빠지고 감정이 고조되었다.백옥은 그 모습을 보고 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려 땅에 널브러져 있는 시체들을 점검하기 시작했다.하지만 부영록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임건우와 나지선이 사랑을 나누는 장면을 자주 목격했기에 이 상황에 별로 놀라지 않았다.그 당시 자신도 그들과 함께 있었고 임건우가 그녀를 안을 때 그 어떤 감정을 느꼈든 기억이 떠올랐다.부영록은 잠시 그 장면을 떠올리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그런 감정은 이제 자신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부영록은 잠시 후 고개를 돌려 다른 일을 했다.“이 무기들, 품질이 꽤 괜찮군.”백옥은 시체에 꽂혀 있던 여러 개의 비검을 뽑아들고 세심히 살펴보았다.각각의 검은 마치 정수를 담고 있는 듯한 기운을 발산하며 정교하게 조각되어 있었다. 검 위에는 문자가 새겨져 있었고 그것이 마치 작은 진법처럼 보였다.그뿐만이 아니었다.모든 무기에는 천병각이라고 새겨진 세 글
푹!피가 하늘을 찌르며 쏟아지고 시체가 널브러졌다.신풍곡의 200명 넘는 고수들, 그중에서도 그 최고 지도자인 장문까지 한 방에 모두 죽음을 맞이했다.신풍곡 장문의 목에는 긴 칼이 꽂혀 있었다.그의 눈은 크게 뜨였고 고통스럽게 한마디를 남겼다.“어떻게... 이런 일이... 안에 있는 사람은 대체 누구냐?”하지만 그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들을 수 없었다.순간적으로 생명의 기운이 사라지고 눈을 영원히 감았다.그때 임건우와 일행의 마음속에는 큰 충격이 일었다.자연 신전 안에 아직 살아 있는 사람이 있다니 그리고 그 사람의 실력이 이 정도라니...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다.심지어 부영록까지 눈이 휘둥그레져 말을 잇지 못했다.지금 그들이 걱정하는 것은 그 안의 여자가 그들을 죽이지는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이렇게 한 번의 손짓으로 200명이 넘는 고수들을 순식간에 죽일 수 있다면 그들이 죽는 것은 단 한 번의 손동작으로 해결될 것이다.임건우가 당자현에게 물었다.“자현아, 그 안에 있는 사람, 대체 누구야?”당자현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나도 몰라. 난 이곳에 한 번도 들어가 본 적이 없어. 백호가 나를 이곳으로 데려왔지.”그들이 말하는 사이 청동 고전의 대문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쿵!끽!금속이 마찰되는 소리가 들리며 그 소리만으로도 문이 얼마나 오랫동안 닫혀 있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청동문에 낀 청록색과 먼지들이 그 문이 얼마나 오래된 것인지를 증명해주고 있었다. 마치 이 문이 1만 년을 넘어 한 번도 열리지 않았던 것처럼 그 무게감과 고대의 느낌이 났다.딸각딸각...발소리가 안에서 들려왔다.임건우 일행은 모두 뒤로 물러서며 긴장했다.그리고 그들 앞에 등장한 것은 백발에 깊은 주름이 새겨진 할머니였다.할머니는 지팡이를 짚고 천천히 걸어 나왔다.그녀의 머리는 엉망이었고 얼굴의 절반은 머리카락에 가려져 있었다.그녀가 입고 있는 옷은 이 시대의 것이 아니었고 전혀 다른 시대의 옷처럼 보였다. 그녀의 전신에서
“흑흑흑, 흑흑흑.”울음소리가 청동 고전의 전당에서 퍼져 나왔다.그 울음소리는 간헐적이고 때로는 높은 음으로 때로는 낮은 음으로 이어졌지만, 강력한 정신적 영향을 주는 힘을 지니고 있었다.마치 고대에서부터 이어져 온 울음처럼 세상 모든 것들이 함께 슬퍼하는 듯한 느낌을 주었고 그 울음소리는 모든 생명에게 슬픔을 강하게 전파했다.그 울음소리를 들은 사람들은 즉시 그 감정에 휘말려 깊은 슬픔에 빠져들었다.눈물이 멈추지 않고 흐르며 심지어 정신력이 약한 이들은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울며 통곡하다가 마음속에서 뭔가가 터져 나오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고통스러웠다!엄청난 고통이었다!임건우는 자신의 정신력으로 고전의 전당에서 나오는 울음소리를 막으려 애썼다.임건우가 가진 정신력은 이미 엄청나게 강력했지만, 한때 취혼관에서 얻었던 힘 덕분에 한층 더 강해졌음에도 그 울음소리는 여전히 임건우를 압도하기에 충분했다.이마에서 식은땀이 흐를 정도였다.부영록은 그나마 괜찮았다.백옥은 오히려 더 힘들어 보였다.백옥은 육체적으로 강했지만, 정신력은 임건우보다 약했기에 울음소리에 즉시 영향을 받았다.눈물은 계속해서 흘러내리고 급기야 백옥은 소리 내어 울음을 터뜨렸다.현장에서는 울음소리가 가득했다.그때, 당자현이 손가락 하나를 내밀었다.그 손가락에서 하얀빛이 번쩍였고 그 빛 속에서 기이한 문양들이 흐르는 것처럼 보였다.그 하얀 빛은 실처럼 길게 퍼져 나가며 반구 형태의 보호막을 형성했다.그 보호막은 임건우와 백옥, 부영록을 감쌌다.이것은 정신력으로 만들어진 방어막이었다.울음소리가 그 방어막에 부딪히자, 보호막의 문양들이 떨며 황금빛 기운을 발산했고 그 울음소리의 대부분을 막아냈다.“저 울음소리는 대체 누구의 울음소리인가?”“너무 고통스럽고 너무 아파요... 흑흑흑... 못 참겠어요... 울고 싶어요...”문파 사람들은 무작정 울기 시작했다.그들은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그 울음소리에 휘말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그때, 갑자기 울음소리가
공 장로는 입에서 피를 토하며 외쳤다.“흩어져라! 모두 흩어져!”공 장로는 크게 외치며 가장 먼저 옆으로 물러섰다.임건우를 한눈에 보고 절대 고수로 착각한 것이다.자신의 희귀한 영보를 그렇게 쉽게 빼앗아 갈 수 있다면 임건우는 평범한 존재가 아니라는 판단이었다.이 틈을 타, 임건우는 쉽게 당자현에게 다가갔다.이 순간의 당자현은 여전히 아름다웠다.마치 천계에서 내려온 신선 같은 모습이었지만, 온몸은 피투성이였고 머리칼은 흐트러져 있었다.임건우는 천천히 걸어 당자현 앞으로 나섰다.그리고 손을 들어 당자현의 얼굴을 가볍게 어루만지며 부드럽게 말했다.“자현아, 내가 왔어.”“자기야!”당자현은 고개를 살짝 들어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눈으로 임건우를 올려다보았다.당자현은 바로 임건우의 품에 뛰어들었다.“크악!”이때, 금강마원이 상황을 알아차렸다.한 인간이 당자현 곁으로 다가갔다는 사실에 그의 눈에서 핏빛 살기가 번쩍이며 천지를 울리는 포효를 내질렀다.그의 몸이 갑자기 두 배로 불어나더니 발을 세게 구르며 중력 영역을 다시 펼쳤다.순식간에 적들을 반쯤 쓰러뜨리고 바람처럼 임건우를 향해 돌진했다.“건우야! 조심해!”백옥이 외치며 금색 대검을 들고 달려왔다.그 대검은 그녀 몸집보다 두 배는 커 보였고 무게는 상상조차 어려웠지만, 그녀는 그것을 손쉽게 다루며 화살처럼 빠르게 다가왔다.그 과정에서 누군가가 날린 비검이 백옥을 향해 날아왔지만, 백옥은 가볍게 그 비검을 부수고 앞으로 나아갔다.백옥이 들고 있는 대검 역시 범상치 않은 물건이었다.뒤이어 부영록도 달려왔다.임건우는 커다란 비밀을 품고 있었기에 부영록은 어떤 일이 있어도 임건우를 죽게 내버려 둘 수 없었다.그런데 바로 이때 당자현이 갑자기 눈부신 하얀 손을 들어 올리며 금강마원을 향해 소리쳤다.“백호야, 안 돼! 멈춰!”쿵!쾅!금강마원은 당자현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거의 하늘에서 떨어지는 유성이 될 뻔했던 돌진을 멈추며 갑자기 방향을 바꿔 옆에 있는 거대한 청동 기둥
“누구냐!”임건우가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문파 사람들에게 발각되었다.한 노인이 크게 외치며 오색 찬란한 빛을 띤 검을 휘둘렀다.날아든 검은 임건우를 허리부터 반으로 베려는 기세였다.그 순간, 임건우의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압도적인 위기감이 몰려왔다.지금껏 겪어온 어떤 위험보다도 강렬한 공포였다.임건우는 본능에 따라 최강의 방어술인 현무방갑술을 발동하며 자신의 몸을 감쌌다.온몸에 무수한 주술 문양이 떠오르더니 하나로 모여 거대한 방패를 형성했다.임건우는 이 방패로 검격을 막아내려 했다.그 장면을 지켜보던 백옥은 겁에 질려 얼굴을 돌렸다.“안 돼...”부영록도 한숨을 내쉬었다.“정말 멍청하네. 이렇게 무모하게 덤비다니... 이 정도 실력으로 문파 고수의 공격을 정면으로 막으려 하다니 그건 스스로 죽으러 가는 거잖아.”푹!임건우가 힘겹게 형성한 현무방갑술은 단 한 번의 공격만 막아냈다.방패는 순식간에 산산조각이 났고 날카로운 검날이 임건우의 몸을 향해 깊숙이 파고들었다.하지만 바로 그때였다.임건우의 몸속에 있던 혼돈 나무가 살며시 가지를 흔들었다.회색빛 혼돈 원기가 검날을 향해 뿜어져 나왔다.슛!순식간에 혼돈 원기가 검날을 휘감더니 그 검을 통째로 임건우의 자복궁으로 빨아들였다.“뭐야, 어떻게 된 거지?”임건우 자신도 어리둥절했다.임건우는 죽기는커녕 혼돈 원기가 그 검마저 흡수해버린 것이다.이건 정말 신기한 일이었다.임건우는 급히 자신의 몸속을 내시했다.그리고 자복궁 안에서 한 가지 광경을 발견했다.그 검은 지금 혼돈 나무의 가지에 걸려 있었다.검은 온통 피처럼 붉었고 검신에는 세밀한 문양과 부적 같은 각인이 번쩍이고 있었다. 아무리 봐도 평범한 물건이 아니었다.임건우는 그제야 깨달았다.이 검은 조금 전 금강마원에게 큰 상처를 입혔던 바로 그 신검이었다.어마어마하게 날카롭고 법력이 강했던 검이 이런 처지로 전락하다니.그러자 임건우는 혼돈 나무가 얼마나 기적 같은 존재인지를 문득 깨달았다.그동안 임건우는
‘이건 무슨 개념이지?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야? 도대체 어떻게 된 거냐고?!’임건우는 말을 잇지 못했다.‘만약 독수리 부대에 이런 전력이 있었다면 고대 결계 저편에서 벌써 승리하지 않았겠어?’부영록이 말했다.“너 아직 못 알아챘어? 저 사람들 옷이 전부 같은 디자인이잖아. 이건 같은 문파 소속이라는 증거야. 아마도 문파 내에서 누군가 자연 신전을 발견하고 이를 문파 고위층에 보고했을 거야. 그래서 문파의 전력을 총동원해 자연 신전을 탐색하러 온 거지.”부영록의 말에 임건우와 백옥은 그제야 그 사실을 눈치챘다.“저 흰 털 원숭이가 설마 금강마원이야?”“그런데 체형이 우리가 발견한 발자국과 전혀 맞지 않잖아. 혹시 이건 새끼고 진짜 큰 게 따로 있는 건가?”부영록이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금강마원은 체형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어. 만약 천 장 크기로 변신했다면 인간의 이런 연합 공격 앞에 커다란 표적이 되는 셈이잖아. 그러면 제대로 움직이기도 힘들 테니까. 이 정도 크기라도 여전히 너무 큰 거고.”그들은 금강마원의 몸을 둘러싼 청색 강기를 발견했다.마치 방어막처럼 보였고 인간들의 법보 공격을 막아내고 있었다.하지만, 인간들 중에서도 가장 고수로 보이는 노인 몇 명의 무기는 심상치 않았다.먼저 은빛 채찍이 하나 있었다.길이가 무려 백 미터는 되어 보였는데 채찍이 금강마원의 몸에 닿을 때마다 공간이 뒤흔들렸고 금강마원이 고통에 찬 비명을 질렀다.비록 청색 강기가 뚫리지는 않았지만, 확실히 엄청난 고통을 주고 있었다.또 하나는 새빨간 영검이었다.그 칼에는 살기가 서려 있었고 금강마원에게 가장 치명적인 상처를 입히는 무기였다. 칼이 닿을 때마다 금강마원의 몸에 피구멍이 뚫렸고 땅에는 피가 흥건히 고였다.“으악!”그 순간, 하늘을 찢을 듯한 고음이 전장을 뒤덮었다.갑자기 전장에 난입한 한 여성이 전투가의 노랫소리를 터뜨렸다.그 소리는 강력한 관통력을 지니고 있었고 최고 수준의 정신력을 담고 있었다.마치 아홉 하늘의 천둥과 끝없는
눈앞에 펼쳐진 청동 고전은 웅장함 그 자체였다.거대한 고전은 원시 숲 깊은 곳에 우뚝 서 있었고 그 끝이 구름 속에 닿을 정도로 높았다.마치 하늘 위의 신성한 도시처럼 압도적인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고전은 고풍스럽고 단아한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표면에는 푸른 녹이 내려앉아 있었다.시간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이곳은 고대의 아득한 세월을 넘어온 듯 거대한 존재감을 뿜어내며 보는 이를 숙연하게 만들었다.세 사람은 눈앞의 광경에 완전히 압도당했다.임건우와 백옥은 이 고전이 뿜어내는 웅장한 기세에 깊은 충격을 받았고 부영록은 놀란 눈으로 말문을 열었다.“이거... 설마 자연 신전인가? 너무 말도 안 되는걸.”임건우와 백옥은 놀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뭐라고요? 자연 신전이라고요?”“그게 뭔데? 신들이 사는 곳인가?”부영록이 진지한 표정으로 설명했다.“자연 신전은 자연의 규칙을 담고 있는 장소야.전설에 따르면, 자연 여신이 도를 깨우치며 규칙을 응집시켰던 곳이지. 삼국 시대, 자연 여신이 신이 되기 전에는 그저 평범한 인간 여자였다고 해. 하지만 어느 날 우연히 기회를 잡아 자연의 힘을 깨닫게 되었고 이 신전에서 도를 깨우치며 3천 년을 수련했대. 그렇게 신성에 도달한 그녀는 전무후무한 자연 여신이 되었지만,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고 자연 신전도 자취를 감췄지. 그 후로 만 년 동안 수많은 선역과 태고 성지에서 이 자연 신전을 찾으려 했지만, 아무도 발견하지 못했어. 그런데 여기에 있다니... 믿을 수가 없네.”부영록의 눈빛이 열정으로 타올랐다.“크아!”그때 갑작스럽게 금강마원의 거대한 포효가 들려왔다.이번에는 더 강렬한 소리와 함께 대지를 울리는 진동이 전해졌다.숲은 땅이 흔들리며 흔들렸고 나무가 휘청였으며 바위들이 굴러내렸다.그뿐만 아니라 하늘 위로 칼날처럼 날카로운 검광이 솟구쳤고 찬란한 빛 무리가 허공을 가로지르며 날아갔다.분명 앞쪽에서 엄청난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었다.백 리나 떨어진 곳에 서 있는 세 사람조차도
주변의 천지 영기가 말도 안 되게 진했다.임건우가 공법을 전환하자마자 그의 몸 주변에 수많은 영기 소용돌이가 생겨났고 끝도 없는 영력이 마치 물고기 떼처럼 그의 몸속으로 빠르게 스며들었다.그것도 아주 순수한 영력이었다.임건우는 숨 한 번 들이마시는 것만으로도 온몸이 상쾌해지는 기분을 느꼈다.그때 부영록이 갑자기 걸음을 멈추며 입을 열었다.“뭔가 이상한데?”부영록은 주변 환경을 살피며 말했다.“이 발자국을 따라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자연 속성이 점점 강해지고 있어. 이건 꽤 비정상적이야.”백옥이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뭐가 이상하다는 거야? 앞에 있는 숲을 봐봐. 울창하게 우거진 원시림이잖아. 이런 곳에 자연의 기운이 많은 건 당연하지 않아?”그러나 부영록은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넌 모르는 거야. 내가 말하는 자연 속성은 자연 규칙이 담긴 속성을 말하는 거야. 영기와는 아주 다른 개념이지.”임건우가 부영록을 보며 물었다.“그러니까 뭘 의미하는 거죠?”부영록은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자연 속성의 규칙은 일종의 신의 힘이야. 그걸 자연선력이라고 부를 수 있는데 이런 게 그냥 생기는 게 아니야. 그리고 금강마원 같은 존재가 가질 수 있는 것도 아니고.이 말은 어쩌면 이 안에... 신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뜻이야.”“신이라고?”임건우와 백옥은 깜짝 놀랐다.특히 백옥은 더더욱 놀란 표정을 지었다.이 세계의 규칙이 불완전하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그녀로서는 신의 존재는 상상조차 어려운 일이었다.삼천 년이라는 기록된 역사를 통틀어 지구에서는 단 한 명의 신도 나타난 적이 없었다.그것은 완전히 깨진 허공 너머에 있는 손에 닿을 수 없는 꿈 같은 존재였다.백옥이 입을 열었다.“삼국 시대부터 지금까지, 삼천 년 동안 이 땅에 신이 나타난 적은 한 번도 없었어.”부영록은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그건 확실히 알 수 없지.”그렇지만 이곳에서 느껴지는 자연 속성의 규칙의 힘은 그들에게 있어 나쁜 일이 아니라 오히려 엄청난 기회였다
임건우는 몹시 걱정스러웠다.이렇게 거대한 금강마원을 당자현이 어떻게 상대할 수 있겠는가?생각 끝에 고대 결계에서 요수와 수십 년간 싸워온 백옥이 이 원시의 거대 요괴에 대해 알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고 즉시 가나절의 문을 열고 백옥을 불러냈다.“금강마원이란 게 대체 뭔가요?”하지만 의외로 백옥은 그 이름을 듣고는 영문을 모른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금강마원? 처음 듣는데?”백옥은 하늘로 날아올라 거대한 발자국의 전모를 보더니 경악을 금치 못하며 말했다.“어떻게 이런 큰 발자국이 있을 수 있어? 그렇다면 이 고릴라는 대체 얼마나 크다는 거야?”옥 목걸이를 매고 있던 부영록이 입을 열었다.“금강마원은 고대 태고 시대에서 기원한 존재로 원시의 이형종이야. 태고 요계에서도 가장 정점에 서 있는 존재 중 하나로 금강마원 중 최강자는 심지어 신체를 이룰 수 있고 한 주먹으로 행성을 부수고 한 발로 허공을 찢어 놓을 수 있다네.”임건우와 백옥은 부영록의 말을 듣고 아연실색했다.그때 백옥은 부영록의 얼굴을 주의 깊게 살펴보다가 문득 무언가를 떠올리고 깜짝 놀라 말했다.”응? 너 중해의 치안 관리관이었던 나문천의 딸 아니야? 그런데 이런 걸 어떻게 알고 있어? 너의 수련 수준은...”부영록은 백옥을 무심하게 쳐다보며 대꾸도 하지 않았다.비록 지금의 백옥이 부영록보다 높은 수련 단계를 가지고 있긴 했지만, 부영록의 눈에는 여전히 발끝으로 밟아 죽일 수 있는 하찮은 존재로 보였을 뿐이었다.부영록은 백옥의 질문에 답하기도 귀찮다는 듯 대신 임건우에게 말했다.“만약 네 여자가 정말 금강마원을 만난 거라면 미안하지만 결과는 뻔해. 그건 십중팔구 생존 가능성이 없는 결말이야. 금강마원은 몹시 흉포하고 잔인해서 네 여자는 아마 단번에 한입에 삼켜졌을 거야.”임건우의 표정이 굳어졌다.임건우는 이를 믿으려 하지 않았다.“난 그녀의 시신을 찾기 전까지 절대 포기하지 않아. 난 믿을 수 없어.”세 사람은 그 근처를 샅샅이 뒤졌다.30분 동안 반경 50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