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건우가 어릴 적부터 만든 비행기 모형이었다.어릴 때 부모님을 따라 한강으로 놀라 나갔다가 산 원자재를 사용하여 완성품을 만든 후 어린 나지선에게 선물로 주었다.왜냐하면 그때의 나지선은 여성 기장이 되는 것이 꿈이었기 때문이다.임건우는 비행기 모형을 들고는 웃으며 중얼거렸다.“인생이란 참 신기해. 돌도 돌아서 결국 너였다니.”“맞아. 넌 영원히 내 손바닥에서 못 벗어나.”언제 깨여났는지 나지선은 뒤에서 임건우의 허리를 감싸안았다. 따뜻한 체온이 서로를 감싸돌았다. 나지선은 비행기 모형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비록 열세살 때 받은 제일 못생긴 선물이지만 제일 좋아하는 선물이기도 해. 지금은 네가 제일 좋고.”임건우는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고는 눈살을 찌푸렸다.“내 기억이 맞다면 넌 한번도 날 좋아한다고 말한 적 없는데.”“여자는 원래 변덕스러운 거 몰라?”바로 이때, 임건우의 전화가 울렸다.이청하가 전화를 걸어왔다.임건우와 나지선의 눈이 마주치자 분위기는 잠시 무거워졌다.몇 초 후, 임건우는 전화를 받았다.“응 청하야.”[건우야, 집엔 도착했어?]“어. 방금 도착했어.”[지선이의 폰이 꺼져있어서. 집엔 들어갔는지 모르겠네. 기지배 뭔 일은 있는건 아니겠지?”그동안 나지선에게 별의별 사고가 생기니 자연스레 사람들의 관심을 사게 되었다.임건우는 나지선을 보며 입을 열었다.“배터리가 나갔나보지! 걱정하지 마, 내가 걔를 집까지 데려다줬는데 방금까지 걔 집에 있다가 왔어.”남자는 입만 열면 거짓말이라더니.[이제서야 안심되네. 일찍 쉬어!][잠깐만…….]이청하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방금 지선이가 옆에 있어서 말 못했는데.]“무슨 말?”[나, 나 잠이 안 오는데 우리 집 올래? 여기 침대가 너무 추워!]이청하의 말을 똑똑히 들은 나지선은 하마터면 웃을 뻔했다.이청하의 뻔한 속셈을 나지선은 이미 알고 있었다.결국 임건우는 핑계를 대고 거절하였다.전화를 끓자마자 나지선은 임건우를 한대 때렸다.“거절을
다음 날.임건우는 이청하와 함께 집으로 돌아갔다.나지선은 임건우를 배웅하려고 했지만 어제밤 임건우가 멈추지 않는 바람에 그만 밤을 세워 도저히 일어날 수가 없었다.또한 이청하에게 들키기 두려운 마음도 있었다.현재 이청하는 탁무범의 가르침 하에 유명한 의사가 되었다. 현인의 눈으로 환자들을 꿰뚫어 볼 수 있는지라 단번에 나지선이 어젯밤 무슨 짓을 했는지 알아차릴 수 있었다.집으로 가는 도중, 임건우는 이청하가 뾰로통해 있는 것을 눈치챈 임건우는 간단한 아재개그 몇 개를 선보였다. 이청하는 그제야 서운함이 풀렸는지 미소를 지었다.“아, 맞다. 아버님은 어떠셔?”전에 이청하의 아버지가 귀신 치료법을 만든 사람에게 중매를 서 탓에 임건우에게 독충을 받아먹고 조강지처 무덤 앞에서 무릎 꿇는 벌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 후 임건우도 이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지만.이청하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말도 마.”임건우는 어리둥절했다.“왜? 무릎 안 꿇으셨어?”이청하는 그동안 있었던 자초지종을 임건우에게 설명하였다. 독충의 위협을 받은 이청하의 아버지는 조강지처의 무덤 앞에서 무릎 꿇고 참회할 뿐만 아니라 집까지 찾아와 용서를 빌었다. 결국 이청하의 친할머니는 몇 년 못 본 자기 아들이 독충에 시달리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약해져 대신 사정했고 이청하는 하는 수 없이 탁무범의 도움으로 그의 몸속에 있는 독충을 제거해 주었다. 하지만 그는 돈 1억5천만을 들고 사라졌고 그 충격으로 그녀의 친할머니는 3일 내내 곡기를 끊고 할아버지 이흥방은 고혈압을 얻으셨다고 한다.자초지종을 들은 임건우는 이청하에게 말했다.“내가 도와줄까? 신후청 사람들을 풀어 조사하면 무조건 찾을 수 있어.”이청하는 잠시 머뭇거렸으나 이내 고개를 흔들었다.“아니야.”이는 이청하의 뜻이자 곧 이흥방 부부의 뜻이기도 하였다.임건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채 고개를 끄덕거렸다.청렴한 관리도 집안일에는 한없이 약해진다는 말이 있듯이 이청하의 친할머니는 아들이 나쁜 버릇을 고치지 못해 속상
깨진 혼돈 구슬에는 엄청난 힘이 들어있다. 예전이라면 수위가 약해 그 힘을 받아들이지 못했지만 지금의 임건우라면 충분히 시도해 볼 만하다.깨진 혼돈 구슬은 줄곧 임건우에 의해 어느 은밀한 곳에 숨겨져있었다. 하지만 이번엔 그가 100미터 범위내로 접근하자 자복궁 안의 깨진 혼돈 구슬이 강렬한 진동을 일으켰다.“구슬 안에 뭐 있는지 이번엔 꼭 알아야겠어.”임건우는 구슬을 꺼내 숨을 깊게 들이쉰 후 염력을 모아 천천히 구슬에 충격을 가하였다.“쾅-”바로 그 순간, 구슬에서 갑자기 금빛이 반짝이더니 기괴한 룬이 무수히 튀어나와 하나의 구형체를 형성하였다. 그리고 임건우의 주위를 빙빙 감쌌다. 이와 동시에 장엄하고도 엄숙한 읊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하라다나, 도소야예, 파노재제, 수체라예…”그는 순식간에 괴이한 정신세계에 빠져버렸다.그의 눈앞에는 거대한 누워있는 불상이 펼쳐졌다.“이, 이게 뭐지?”…같은 시각.강인은 현이준에게 신통한 의사를 찾아 주기 위해 만리상맹의 천우를 찾아다녔다.그에게 천우를 소개한 사람이 바로 중해 황보 가문의 첫째 딸, 변호사 황보연이다.황보연은 별명이 작은 고추인 만큼 재판에서는 까다로운 라이벌이자 천우를 짝사랑하는 여인이기도 하다.비록 유화와 임건우의 권유 하에 둘은 지금 미묘한 관계에 처해있지만.중요한 건 천우도 황보연의 불같은 사랑의 구애에 하마터면 넘어갈 뻔했다는 것이다.강인이 바로 황보연이 프라이빗 클럽으로 데려와 천우를 소개시켜 주려 했던 사람이었던거고.“지금 임 대사님더러 친구의 병을 치료해달라는 말씀입니까?”황보연이 강인을 소개시켜 준 목적을 몰랐던 천우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병인데요?”“발기가 안 돼서 잠자리를 가지지 못한다고 합니다.”천우는 눈살을 찌푸렸다. 임건우더러 이런 병을 치료하게 하는 것은 그를 존경하지 않는 행동인 것 같아 천우는 단칼에 거절하였다.강인은 바로 표정이 변하더니 큰소리로 시비를 걸었다.“천우라고 했지? 강주 지하 세계의 지배자라고 하더니 이제
황보연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떠는 목소리로 천우를 보며 말을 이었다.“너…, 너 무슨 뜻이야? 지금 날 쫓아내는 거야?”“맘대로 생각해.”“왜 이러는데? 내가 뭐 잘못했어? 네가 건드리지 말아야 할 사람을 건드릴까 봐 걱정해 주는 것도 잘못이야? 내가 무서워한다고? 난 지금 널 걱정하고 있는 거라고!”천우는 그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알아. 그게 바로 우리가 사귈 수 없는 이유 중의 하나야. 넌 우린 같은 부류의 사람이 아니니깐. 만리상맹 사람들은 죽을지언정 절대로 남한테 무릎 꿇지 않아. 임 대사님을 모욕하는 건 우리에겐 치욕과 마찬가지야.”말을 마친 후 그는 수하들을 시켜 강인을 문밖으로 내쫓았다.“너…, 너! 정말 말도 안 돼.”황보연은 큰소리로 화를 냈다.“너 이러다간 만리상맹만 난처해져. 강인 배후에 누가 있는지 알기나 해? 바로 연호 육선문 구천세 한광의 질손이셔. 누가 이분을 건드릴 수 있는데?”천우는 그만 멍하니 넋을 놓고 말았다.그는 강인 배후의 인물이 구천세일 거라고 상상도 하지 못했다.천우는 미간을 찌푸렸다.만약 상대가 구천세라면 만리상맹은 정말로 끝장날 것 같았다. 강인은 두 다리가 절단된 채 쫓겨나자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너흰 이제 끝났어! 내 다리를 절단해 놓다니! 현이준 도련님과 구천세가 너희들 가만두지 않을 거야!”“그래?”바로 이때, 고가 브랜드의 스포츠카가 들어와 입구에 멈추더니 빨간 치파오를 입은 절세미인이 차에서 내렸다.바로 만리상맹의 현임 사장 유화였다.그녀는 차에서 내린 후 당당히 앞으로 걸어갔다.“구천세가 너 같은 똘마니 말을 들어줄 것 같아?”그녀는 말하면서 하이힐로 강인의 부러진 다리를 꾹 밟았다.그리고는 힘을 주자 강인은 꽥꽥 비명을 질러댔다.“아악, 놔, 놓으라고! 너, 너 뭐야?”“나? 유화. 만리상맹 사장.”“네가 유화라고? 좋아, 잘 들어. 난 강인이라고 현이준 도련님 대신에 이곳에 왔어. 현이준 도련님이 어떤 분이신지는 너도 알지? 만리상맹이 살
정말 귀찮은 여자야.…얼마 지나지 않아 현이준에게도 소식이 전해졌다. 강인이 임 대사를 만나기는커녕 두 팔과 두 다리가 못 쓰게 됐다는 얘기를 듣자마자 불같은 화를 냈다.“강인아, 걱정하지 마. 내가 너 대신 복수해 줄게. 날 건드린 후과가 어떤지 똑똑히 보여주겠어.”…한 시간 뒤.강주 정부 10여개 부문에서 만리상맹에 대해 조사를 진행한다는 소식이 퍼지자 도시가 발칵 뒤집혔다.결국 강주에서 제일 큰 백화점을 비롯한 100여개의 만리상맹 분점이 모두 문을 닫게 되었고 따라서 수많은 고객들이 모두 쫓겨나갔다. 심지어 백화점에서 돈을 지불하였지만 물건은 가지지 못한 채 쫓겨난 고객도 있어서 수많은 원성을 자아냈다.“사장님, 긴급 상황입니다. 현재 만리상맹 70%의 산업이 모두 봉쇄됐는데 이를 어찌하면 좋을까요?”“사장님, 지금 정부 사람들이 회사로 오고 있답니다. 우리 회사 장부를 조사한다던데 아무래도 탈세를 의심하는 것 같습니다.”“사장님…”유화는 회의실 센터 자리에 앉아 수하로부터 시시각각 전해져오는 소식들을 접하고 있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또 누군가 들어와서 보고하였다.“사장님, 회사 주주들이 지금 사직서를 낸다고 합니다. 어찌할까요?”“뭐?”천우는 깜짝 놀랐다.“회사가 지금 이렇게 위급한데 사직서를 낸다니. 어느 주주들이야? 내가 가서 혼쭐을 내야겠어.”유화는 손을 흔들며 천우를 제지하였다.“됐어. 사직서 처리해.”“유화야, 그냥 저렇게 보내준다고? 쟤네 좋은 일만 시켜주는 거잖아 지금.”유화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모두 같은 편이 되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는 거 저도 잘 압니다. 사직서 낼 거면 내세요. 말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린 회사를 떠난다면 바로 만리상맹 블랙리스트에 넣을 것이고 앞으로 우리 회사에 다시는 취임할 수 없을 겁니다.”유화의 선전포고에도 주주들은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 회사가 다 망해가는데 출근이 무슨 소용이라고.시간이 흘러도 회사에 불리한 소식은 점점 더 많아지고 있었다.탈세와 강매
“누구신데 허락도 없이 들어오세요?”“여기가 어딘 줄 알고 들어와? 꺼져!”회의실에 있는 사람은 유화를 비롯한 만리상맹 고위층 주주들이었다. 그중 적지 않은 무술인들이 있었는데 검은색 착장의 사람들이 몰려오자 재빨리 막아섰다.하지만 그 순간, ‘퍽’하는 소리와 함께 강인이 막아선 무술인의 뺨을 내리쳤다.관상만 봐도 얼굴이 크고 눈이 작으며 입이 비뚤비뚤하니 속이 좁고 악랄한 사람이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뺨을 맞은 무술인은 피를 토하며 바닥에 쓰러졌다. 치아가 떨어지고 바닥에 피가 철철 흐르자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였다.쳐들어오는 것도 모자라 사람까지 때려?강주를 주름잡는 만리상맹도 피를 보는 일이 적지 않았다. 주주들은 일제히 일어나 큰소리로 호통쳤다.“그만해!”“누가 때리라고 했어?”“경비원과 경호원들은 다 죽은 거야 뭐야? 얼른 이놈들을 안 잡고 뭐 해!”소리친 인물은 양진동. 마동진과 의리로 맺은 형제이자 만리상맹의 대주주 중 한명이다.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회의실 문이 재차 열리더니 한 사람이 날라와 회의 책상에 부딪혔다.웁-책상 위의 사람은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유화는 깜짝 놀란 동시에 마음속 분노가 들끓었다. 쓰러진 사람은 다름 아닌 천우였기 때문이다.“오빠, 괜찮아요?”유화는 책상으로 뛰어올라 천우를 부축하고 재빨리 치료용 단약 한알을 꺼내 천우의 입에 넣어주었다. 그리고 쳐들어온 사람을 곁눈질하며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누구 짓이야?”“바로 나야.”문밖에는 서른 좀 넘은 블랙슈트 착장의 장발 남성이 담배를 문 채 강인 등 사람과 함께 거만한 태도로 유화를 바라보았다.유화가 빨강 치파오를 입고 책상 위에 쪼그리고 앉은 모습은 문밖의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엔 충분했다. 게다가 경국지색의 미모를 가진 그녀라 남자들로 하여금 야릿한 상상을 하게 만든다.“빌어먹을!”“당신이 누구든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할 거야!”유화는 힘 있게 책상을 밟자 산산조각이 났다. 그러고는 공중에서 빙빙 돌며 그녀가공수해
“반쪽짜리 종사라니!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장발 남성은 연거푸 뒤로 물러선 후 벽에 등을 기대 부러진 손을 감쌌다. 얼굴은 귀신이라도 본 듯 창백해졌다.이 장면을 고스란히 지켜본 연호 육선문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그들이 알기로는 만리상맹에서 가장 강한 사람은 천우뿐이며 유화는 단지 황급 무술인이었다. 하지만 유화가 반쪽짜리 종사였다니!“만리상맹에 무단 침입하여 나의 사람들을 다치게 했으니 너희들은 살아서 나갈 생각 하지 마!”유화는 우뚝 선 채 기세가 등등해서 소리쳤다.그러자 만리상맹 기타 주주와 고위층 인사들은 모두 유화의 기세에 탄복하여 손뼉을 쳤다.“사장님, 멋지십니다!”“사장님, 멋지십니다!”유화의 기세에 눌리자 강인은 눈빛이 서늘해지더니 큰소리 치기 시작했다.“방자한 년. 네가 감히 연호 육선문 사람을 다치게 해? 어떻게 할래? 당장 무릎 꿇고 용서를 빌어. 아님 여기 모두가 죽어 나갈 테니까.”“연호 육선문?”유화의 눈동자가 강하게 흔들렸다.지난번 임건우가 조씨 가문에서 심문당하고 있을 때 연호 육선문 구천세가 현장에서 맹진수와 한바탕 싸운 적이 있었는데 맹진수도 그의 상대는 못되었다.하지만 현장에 있던 많은 사람은 연호 육선문이라는 조직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몇몇 사람들은 비웃으며 조롱했다.“연호 육선문? 이름도 엉망진창이네. 사극인 줄? 그럼 우린 조선시대 병조판서다, 이놈아!”“하하하, 너무 웃겨. 대체 뭐 하는 애들이야? 정신병원에서 탈출한 건가? 우리 사장님더러 무릎을 꿇으라니. 그럴 자격이 있나 모르겠네. 자기 주제나 알라고 해.”쏟아지는 조롱에 강인은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지방 관리도 연호 육선문의 세력을 두려워하는데 평민 나부랭이 주제에 연호 육선문을 비웃다니!강인은 유화를 보며 입을 열었다.“그 말인즉 폭력을 쓰겠단 소리인가?”유화는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연호 육선문 구천세는 나랑도 아는 사이야. 나야말로 구천세에게 묻고 싶은걸? 네가 구천세의 사람이 맞는지. 네가 바로 만리상맹을 사
총소리가 울리자 현장은 쥐 죽은 듯 고요하기만 했다.강인은 불쾌한 표정으로 바닥에 쓰러진 유화를 바라보았다.‘흥, 연호에서 그분을 제외하고는 누구도 육선문의 상대가 안 돼! 계란에 바위 치기 격이니 넌 죽어도 싸!’만리상맹의 사람도 모두 바닥에 쓰러져 피를 철철 흘리는 유화를 보며 공포감을 느꼈다.‘사장이 바로 눈앞에서 죽었다니! 함부로 우릴 다뤄도 되는 건가?’천우는 두 눈이 붉어진 채 유화의 곁으로 달려가 목 놓아 통곡하였다.“유화야, 유화야! 안돼!”친동생보다 더 아꼈던 동생이자 사랑했던 여인이 그의 눈앞에서 총살당한 채 죽어버렸다.“너희들 이젠 죽었어!”천우는 짐승 포효와 같은 분노를 표출하며 강인은 공격을 시도하였다. 그는 목숨을 걸어서라도 강인에게 복수하리라 마음먹었다.바로 이때.눈앞에 빨간 그림자가 드리우더니 죽었다고 생각했던 유화가 갑자기 살아 일어났다. 유화는 강인 쪽으로 달려가더니 그의 손톱으로 목을 찔렀다. 살은 갈라지고 피가 그녀의 손목을 따라 철철 흘러내렸다.“아악!”“죽지 않았다니!”연호 육선문의 사람들은 눈앞의 광경에 매우 놀라 재빨리 총으로 유화를 겨누었다.하지만 유화는 강인의 뒤에 숨어 다시 한번 손으로 그의 목을 반쯤 관통하였다. 강인은 그 여느 때보다 심한 고통을 느꼈다. 짐승 울부짖음 같은 비명을 꽥꽥 질러대며 총을 든 수하들을 제지했다.“얼른 총 놔!”수하들은 서로 눈치를 보다가 서서히 총을 내려놓았다.“네가 죽음을 두려워할 거라곤 생각도 못 했는데. 내가 할 말을 네가 다 해줬네?”다시 살아난 유화를 보자 천우는 희열에 감싼 채 울먹였다.“유화, 너 다시 살아났구나!”유화는 가볍게 콧방귀를 뀌었다.“이딴 쓰레기들 손에 죽을 순 없으니까.”하지만 그녀는 알고 있었다. 방금 진짜 죽을 뻔했다는 것을.그녀는 강인이 증거도 없이 자기에게 모든 죄를 뒤집어씌우는 것도 모자라 자기에게 총을 겨눌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하긴 연호 육선문 같은 부문은 막대한 권력을 지니고 있으니 그녀가 장
임건우는 말문이 막혔다.‘유전자라니, 그거 DNA 말하는 거잖아?’그들이 어떻게 확인하는지는 몰랐지만, 3분 뒤 그 여자가 다시 내려왔다.“확인해봤더니 둘이 정말 부녀 사이 맞아! 차에 타. 남수야, 이 장애인 좀 부축해줘. 아이는 내가 안을게. 차 안에 삼록 우유도 있어.”“뭐라고요? 삼록 우유?”임건우가 깜짝 놀라 외쳤다.삼록이라니 그거 독이 든 우유 아니었나?여자가 대답했다.“삼록 우유 맞아. 삼록은 4등급 요수인데 영양이 엄청 풍부해. 인공 분유보다 훨씬 낫지.”그러자 임건우는 이 세계에도 인공 분유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하지만 어떤 브랜드인지는 알 수 없었다.차에 타면서 임건우는 자세히 살폈다.이건 진짜 배가 아니었다.겉모양만 배 같을 뿐이었다.이 물건은 바퀴가 달려 있었고 그 아래에서 계속해서 영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즉 이 차는 일종의 영기 엔진으로 움직이고 있었다.“냄새가 고약하네요. 혹시... 바지에 똥이라도 쌌어요?”붕이가 임건우를 보며 말했다.“바지에 싼 게 아니라 목에 묻은 거예요. 냄새 맡아볼래요?”임건우는 솔직하게 대답했다.차... 아니, 배처럼 생긴 이 차는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임건우는 다시 작은 숲 쪽을 돌아봤다.미친 할머니는 여전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임건우는 마음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약간의 실망을 느꼈다.정말 죽은 걸까?그렇다면 그녀는 대체 왜 딸을 데려간 걸까?미친 할머니는 워낙 기이한 사람이었기에 이 질문에는 답이 없을 터였다.임건우는 아가씨의 품에 안긴 딸을 보았다.못생긴 얼굴의 이 여자는 의외로 아이를 좋아하는 듯했다.마치 자기 아이를 보는 것처럼 모성애가 가득했다.“진짜 냄새나잖아!”붕이는 임건우의 목을 가까이 들이대고 냄새를 맡더니 입을 틀어막았다.“어떻게 똥을 목에 묻히고 다녀요?”“...아이를 낳아보면 알 거예요.”임건우는 점점 긴장이 풀리는 걸 느꼈다.부상도 빠르게 회복 중이었고 이 일행의 수련 경지도 그다지 높지 않았다.아가씨가 가
그 아가씨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지금 아내를 데려가는 게 얼마나 비싼지 알아? 일만 영석도 안 된다면 아내를 맞이할 수 없다고! 데릴사위면 모를까.하물며 다리가 없는 사람은 아마 그 누가 받아들여 줄지도 의문이잖아?임건우는 그 아가씨가 자신을 바라보며 동정하는 눈빛을 보며 마음속으로 씁쓸해졌다. 이 여자가 너무도 솔직해서 그런지, 뭔가 이상한 감정이 들었다.그리고 그녀가 보며 눈에 띄게 이상한 점이 있었다.임건우의 두 다리는 무릎부터 밑이 온전하지 않게 끊어져 있었고 그 길이도 다르고 각도도 달랐다.“그... 당신 딸은 왜 나무에 걸려 있는 거죠?”“어, 그게...”임건우는 잠시 머뭇거리며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그때 아가씨가 먼저 말했다.“알겠어요. 도둑을 만난 거죠? 이 길이 좁고 인적도 드물어서 도적들이 자주 들락날락해요. 당신도 분명 외지인이죠?”임건우는 그 길이 30미터를 넘는 큰 도로인 걸 보고는 내심 의아해하며 생각했다.‘이 도로가 작은 거라고? 아마 그 여자는 좁은 길을 본 적이 없을 거야.’임건우는 갑자기 생각이 스쳤다.‘혹시 미친 할머니가 나를 지구에서 데려온 건가?’“아, 네. 맞아요, 저는 도둑을 만났어요!”임건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아가씨, 정말 예리하시네요... 그럼 제 딸을 좀 내려주실 수 있나요?”그때 갑자기 배에서 몇 명이 내려왔다.하나는 궁수 복장을 한 시녀였고, 두 명은 호위무사처럼 보였다.“아가씨! 조심하세요! 이 근처에 도적이 많아요!”시녀가 활을 겨누며 임건우를 향해 소리쳤다.“괜찮아!”아가씨는 손을 흔들며 대답했다.“그냥 다리가 없는 불쌍한 사람일 뿐이야. 이곳에서 도적을 만난 거지.”‘헉!’임건우는 심각히 불쾌했다.이 아가씨는 정말 말이 거칠고 상대방 기분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아무렇게나 말하는 것 같았다.그렇게 말하면서도 딸을 안고 내려놓기 시작했다.딸은 여전히 울고 있었다.“애가 왜 그러죠?”시녀가 물었다.“배고파서 그래요!”임건우가 대답했
“허공수? 그게 뭔데요?”“엄청 강하잖아? 할머니, 잘 버텨주겠죠?”임건우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급히 딸을 찾아 나섰다.그제야 이곳이 이미 불사족의 영토를 벗어났음을 알게 되었다.여기는 작은 숲 가장자리였고 백여 미터쯤 앞에는 큰 길이 보였다.그때는 햇볕이 쨍쨍 내리쬐고 있었다.임건우의 딸은 열 미터쯤 떨어진 나무 위에 걸려 있었다.나뭇가지에 몸이 낀 채 울음을 터뜨리고 있었다.“하나야, 아빠 지금 다리가 없어서 너한테 갈 수가 없구나. 아빠 좀 쉬게 해줘. 네가 잠깐만 울고 있어라!”임건우는 어쩔 수 없이 이렇게 말했다.그러고는 공간 반지에서 약을 한 움큼 꺼내 입에 털어 넣었다.곧바로 치료에 들어갔다.임건우의 두 다리는 허공의 균열에 잘려나간 상태였다.하지만 천의도법의 신비로운 치유 능력으로 살린 자를 다시 살리고 뼈도 붙일 수 있었다. 다만, 시간이 조금 걸릴 뿐이었다.그래도 살아 돌아왔으니 다행이었다.“미친 할머니, 정말 좋은 사람이네!”“만약 돌아가셨다면 나한테 꼭 알려줘야 해. 초하루 보름마다 딸 데리고 가서 향이라도 피울 테니까!”임건우는 강렬한 고마움을 느끼며 지금쯤이면 당연히 자신을 걱정하고 있을 당자현과 백옥을 떠올렸다.급히 핸드폰을 꺼내 당자현의 번호를 눌렀다.그러나 곧 신호가 전혀 잡히지 않는 것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큰길에서 소리가 들려왔다.차량이 오는 듯했다.임건우는 속으로 기뻐하며 생각했다.사람만 지나가면 됐다.병원에 데려다주는 건 물론, 딸의 분유와 기저귀도 사야 했다.치료를 멈추고 온 힘을 다해 몸을 일으켜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그러나 임건우가 본 광경은 차라리 농약이라도 마신 기분을 들게 했다.“저게 뭐야?”“저게... 배인가?”임건우는 눈을 비벼 확인했다.그러나 분명히 보였다.큰길 저쪽에서 정말로 배 한 척이 다가오고 있었다.게다가 그 배의 디자인은 아주 특이했다.배에는 상자가 잔뜩 실려 있었고 천천히 전진하고 있었다.“와, 도로에서
“와, 진짜 손으로 틈새를 찢어서 억지로 공간을 넘는다고요?”“할머니! 아니, 선배님! 저희 부녀를 죽이시려는 거예요? 멈춰요, 제발 멈추라고요!”임건우는 혼이 쏙 빠질 정도로 겁에 질렸다.이건 너무도 무서운 상황이었다.아까까지만 해도 겨우 전에 열렸던 통로를 통해 불사족 영토로 넘어갔는데도 거의 죽을 뻔했다.그런데 지금은 통로도 없는 상태에서 억지로 공간을 건너려 하다니!그 과정에서 받아야 할 공간 압박은 이전의 백 배는 더 강할 터였다.게다가 공간 틈새는 아주 불안정하다.조금만 잘못해도 몸이 반으로 잘려나갈 수 있다.임건우는 미친 할머니의 몸에서 고대 문자로 가득한 에너지 구체가 뿜어져 나와 자신과 임하나를 감싸는 것을 보았다.하지만 임건우는?그녀가 임건우의 손만 겨우 감쌌을 뿐이었다.틈새를 만난 에너지 구체는 충돌하자마자 그 힘에 밀려 흩어져 사라졌다.임건우는 그 광경을 목격하며 충격에 말을 잇지 못했다.하지만 그 에너지 구체가 뚫린 부분을 통해 공간의 틈새들이 임건우의 온몸으로 돌진해 오는 것을 보자 입 밖으로 욕설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이 미친 할망구야! 구체를 조금만 더 크게 만들어서 내 머리까지 좀 감싸주면 안 돼?”그리고 임건우의 눈앞에는 무려 백여 개나 되는 공간 틈새들이 일제히 몰려오고 있었다.임건우는 서슴없이 미친 할머니의 치마 속으로 몸을 웅크렸다.할머니가 만든 에너지 구체는 구형이었다.그리고 딸은 구체의 중심에 잘 보호되어 있었지만, 임건우는 그 딸 바로 아래 틈에 몸을 구겨 넣을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두 다리는 들어갈 공간이 없었다.슛!밖으로 드러난 두 다리에 통증이 느껴졌다.그리고... 뭔가 중요한 게 없어졌다는 기분이 들었다.임건우는 고개를 빼내 확인했다.“젠장! 내 발이 없어졌잖아!”공간 틈새에 그대로 잘려나가 알 수 없는 어딘가로 사라져버린 것이었다.고통이 엄습해왔다.피도 쉴 새 없이 흘러내렸다.임건우는 황급히 진원으로 상처를 감싸 지혈했다.발이 없는 건 그래도 참을 만했
임건우는 고통에 눈앞이 캄캄해졌다.우선 딸을 옆에 조심스레 내려놓고 눈앞의 무덤을 살펴봤다.이 무덤은 다른 것들에 비해 규모가 상당히 작았다.위치도 가장자리에 있었고 심지어 묘비조차 없는 작은 흙무더기에 불과했다.임건우는 견곤검을 꺼내 들고 바로 파헤치기 시작했다.3~5분 정도 지나자, 임건우는 무덤 속에서 돌로 된 관 하나를 발견했다.그 관을 열어 본 순간, 그는 멍해졌다.안에는 살아 있는 듯한 여자가 누워 있었다.불타오를 듯한 붉은 고풍스러운 장포를 입고 있었으며 오밀조밀한 이목구비와 허리까지 흘러내린 긴 머리를 가진 여인이었다.심지어 눈까지 뜬 채였다.“뭐야, 설마 진짜 살아 있는 거야?”오랫동안 살펴봤지만 그녀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그제야 안심한 임건우는 그녀의 손에 쥐어진 흙 한 덩어리가 혼돈 나무를 흥분시키는 원인임을 알아차렸다.‘이게 대체 무슨 흙이지? 혼돈 나무를 이렇게까지 들뜨게 하다니?’혼돈 나무의 투영이 임건우의 자복궁으로 돌아가더니 직접 뿌리 하나를 뻗어 그 흙을 감아올려 가져갔다.그때 임건우의 시선이 여자의 손목으로 옮겨갔다.손목에는 붉은 끈이 매여 있었고 그 끈에 매달린 보랏빛 신비로운 옥 조각이 눈에 들어왔다.자세히 보면 이 옥 안에는 고대 문자가 새겨져 있는 듯했지만, 정확히 알아보긴 어려웠다.임건우는 중얼거렸다.“이런 보물이 이렇게 묻혀있다니 너무 아깝잖아.”“차라리 내가 더 나은 주인을 찾아주는 게 낫겠네.”천신의 무덤에 묻힌 자들은 대부분 대단한 인물들이었고, 그들과 함께 묻힌 물건도 보통 물건이 아니었다.임건우는 여자의 관을 다시 닫고 흙으로 덮어 원래대로 돌려놓았다.그리고는 다른 무덤도 파보기로 했다.그는 대흑신족, 흑천신왕의 무덤을 찾아내고 힘차게 파헤쳤다.그러나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무덤이 전혀 파이지 않았다.강력한 규칙의 보호를 받는 듯했고 무리하게 파내려다가는 오히려 그 규칙의 반동으로 치명상을 입을 뻔했다.그는 다른 무덤들도 몇 번 시도해봤지만, 결과는 똑같았다.
임건우는 임하나를 안고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갔다.점점 가까워지자, 임건우가 바라본 궁전은 그야말로 충격적이었다.이 궁전은 뼈로 지어진 궁전이었고 곳곳에 해골이 가득 차 있었다.그 해골들은 기괴한 대문을 형성하고 있었다.문 앞에는 거대한 비석이 하나 서 있었다.비석 위에는 천신의 무덤이라는 고풍스러운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천신의 무덤?’이게 무슨 뜻일까?임건우는 이해할 수 없었다.하지만 그의 자복궁 안에서 강한 진동이 일어났다.마치 혼돈 구슬이 무언가를 찾은 듯 흥분한 느낌이었다.한편으로는 여기서 일어나는 폭풍이 더욱 거세졌다.모래바람이 얼굴에 맞아 아프기 그지없었다.임건우는 어쩔 수 없이 딸의 얼굴을 자신의 품에 묻고 진원을 돌려 딸을 보호했다. 하지만 이 폭풍은 단순한 모래바람이 아니었다.그것은 죽음의 기운과 다양한 부정적인 에너지를 담고 있었고 피부를 베는 듯한 아픔을 안겨주었다.붉은 달이 서서히 내려가며 폭풍은 더욱 거세졌다.“방법이 없겠군!”“그렇다면 안으로 들어가야겠다!”임건우는 깊은숨을 들이쉬고 백골 궁전 안으로 발을 들였다.순간, 임건우는 끝없는 원망과 분노가 그를 덮치는 걸 느꼈다.슬프고 비통한 신음이 임건우의 의식 속을 채우고 있었다.정신력은 이전에 겪어본 적 없는 강한 충격을 받았다.임건우는 딸이 걱정되어 바로라도 빠져나가려고 했지만, 그 순간 해골 대문이 갑자기 쾅! 하고 닫혔다.뒤를 돌아보니 그 대문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마치 아예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으앙!”갑자기 딸이 큰 울음소리를 질렀다.임건우는 깜짝 놀라 딸이 혹시 원령의 영향을 받아 불편해하는 건 아닌지 걱정했지만, 곧 그 이유를 깨달았다.딸의 울음소리에는 어떤 신비한 힘이 담겨 있었다.정확히 말하자면 그것은 신격의 힘이었다.딸의 신격이 원망의 기운을 전부 흡수하고 소멸시킨 것이다.딸의 이마에 있는 신격에서 희미한 녹색의 빛이 퍼져나와 두 사람을 감쌌다.“착한 내 딸, 아빠를 구해줬구나!”임건우는 기쁨에 못 이겨
“이거 큰일이네!”임건우는 뒤쫓아오는 불사족들이 점점 강해지고 있음을 뚜렷이 느낄 수 있었다.그동안 도망치면서도 수많은 불사족을 베어냈지만, 시간이 갈수록 상대가 점점 더 강해졌다.바로 직전에는 인간과 비슷한 크기의 불사족 두 마리를 상대했는데 그들은 단순한 해골이 아니라 온몸이 가시와 고깃막으로 뒤덮인 괴물이었고 방어력이 엄청나게 강했다. 임건우는 간신히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지금 이 순간, 뒤쫓아오는 불사족의 기운이 점점 더 강력해지는 것이 느껴졌다.그 모습을 확인한 임건우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이런 젠장, 또 불사의 왕좌가 나왔네.”더 충격적인 건 이번엔 그 왕좌가 여성이었다는 사실이었다.“설마 저놈의 여자 친구인가?”“지금 내 상태로는 도저히 상대할 수가 없어.”처음에는 싸워볼 생각도 했지만, 상대를 보자마자 임건우는 마음을 접었다.저 여왕좌는 입만 벌리면 거대한 진공청소기처럼 모든 걸 빨아들일 것처럼 보였고 힘의 격차가 어마어마했다.“나모 아미타불, 도라 야야!”임건우는 바로 종이인형 하나를 꺼내 던졌다.그것은 바람을 타고 커지더니 황금빛 부처로 변했다.임건우는 딸을 안고 서둘러 도망쳤다.그러나...뒤따라오던 여왕좌는 금신의 허상을 단숨에 깨부수고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로 그를 추격해왔다.“젠장, 이러다 잡히겠네!”임건우가 초조하게 도망치는 순간, 갑자기 그의 자복궁에 있던 혼돈 나무가 진동하기 시작했다.모든 혼돈 구슬이 빠르게 떨려왔다.이 익숙한 감각은 임건우에게 명확히 알려주고 있었다.‘이건 뭔가 좋은 물건이 근처에 있거나, 아니면 다른 혼돈의 파편을 발견했을 때의 반응이야. 이 정도로 강하게 떨리는 걸 보니 아마 후자겠지.’“혼돈의 파편이라고?”“제발 좋은 일이 생기길 바란다!”어차피 곧 잡힐 상황이었다.임건우는 이를 악물고 도박을 걸기로 했다.혼돈 나무가 떨리는 방향을 따라 혼돈의 파편을 찾아 나선 것이다.그 앞에는 안개가 자욱하게 깔렸었다.거기에 더해 거센 바람이 일으킨 모래폭풍까지 휘몰
“딸아, 이 낯선 곳에서 내가 어디서 젖을 먹일 사람을 찾겠어?”임건우는 딸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주변은 끝없이 황량한 땅뿐이었고 그 광경을 보며 마음이 복잡해졌다.하지만 곧 임건우는 뒤에서 다가오는 소리를 들었다.불사족이 쫓아오는 게 확실했다.대지가 흔들리며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젠장, 이렇게 멀리 도망쳤는데 또 쫓아오다니?”“정말 끈질기게 따라붙네.”임건우는 어쩔 수 없이 딸을 안고 다른 방향으로 전력 질주했다.가던 길을 계속 바꾸며 피했지만, 너무나 답답했다.분명히 한 번은 떨쳐냈는데 곧 불사족이 다시 나타났다.이런 상황이 몇 번이고 반복되었다.임건우는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곰곰이 생각해보니...“젠장!”이곳은 영기조차 없고 공기 속엔 죽음의 기운만이 가득했다.그 죽음의 기운을 막기 위해 자신의 금단이 계속 돌아가며 대위신력의 에너지도 끊임없이 빠져나갔다.그 외에도 딸의 자연신격이 자동으로 그녀를 보호하며 희미한 녹색의 빛을 발하고 있었다.그들은 이 불사의 땅에서 마치 바다 위의 등대와도 같았다.“어떻게 해야 하지?”하지만 방법은 없었다.이곳에서 살아남으려면 대위신력과 자연신격 없이는 정말 힘들었다.그리고 더 큰 문제는 가나절의 통로 문을 원래 자리에 두고 나온 것이다.예전에 전소은을 쫓아가기 위해 가나절의 전송문을 통해 만요곡으로 갔는데 그 문을 그대로 두고 온 것이다.만약 그 문이 함께 왔다면 지금처럼 이렇게 힘겹게 도망치진 않았을 것이다.딸의 울음소리는 임건우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다.그러던 중, 문득 임건우의 머리에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아, 그렇지! 생명의 신천이 있었지!”“젖을 먹일 사람은 없지만, 물이라도 마시며 좀 진정시켜야겠다.”임건우는 예전에 생명의 우물에서 모은 신천을 떠올렸다.이제 그 신천이 딸에게 필요한 순간이었다.딸은 자연의 여신이 될 존재이기에 생명의 신천은 거부할 리 없을 것이다.임건우는 그녀에게 조금만 마시게 해줬다.그러자, 딸은 울음을 멈추고 행복한
거의 동시에 임건우의 몸속에 있는 진혼종이 슬픈 울음을 토해내며 그의 자복궁으로 쑥 들어가 버렸다.이 불교의 법보이자 지장왕이 준 신기는 차원의 붕괴한 공간 속에서 큰 타격을 입었고, 앞으로 상당히 오랜 시간 동안 사용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였다.“휴...”임건우가 눈을 뜨자마자 보인 첫 장면은 엄청나게 커다란 붉은빛 달이었다.주위 모든 것이 어두운 붉은빛으로 물들어 있는 기묘한 풍경이었다.그제야 임건우는 자신이 높은 하늘에서 직선으로 추락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속도가 엄청나게 빨랐다.“이런 젠장!”임건우가 옆을 돌아보자마자 깜짝 놀랐다.“여기가 대체 어디야?”임건우가 떨어지고 있는 아래쪽을 바라보니 수없이 많은 해골 병사와 불사족의 괴물들이 빽빽하게 모여 있었다.“아이코, 맙소사!”“차원 통로가 붕괴하면서 내가 불사의 땅으로 빨려 들어온 건가? 여기 아마도 불사의 문을 통과하려는 불사 대군들이 모여 있는 곳일 거야! 그런데 나랑 딸아이가 이런 곳에 떨어지다니 그야말로 호랑이 굴에 들어온 꼴 아니야?”임건우는 급히 견곤검을 소환해 검에 올라타고 비행하며 이곳을 벗어나려 했다.하지만 곧바로 깨달았다.이 괴이한 장소는 비행이 금지된 지역이라는 것을.견곤검 위에 서 있어도 움직일 수 없었고 발밑으로는 엄청난 중력이 임건우를 끌어당기고 있었다.강력한 인력이 임건우와 그의 딸을 땅으로 내리쳤다.쾅!엄청난 굉음과 함께 임건우는 딸을 꼭 안은 채로 땅에 세차게 떨어졌다.그 충격으로 수많은 불사 대군을 깔아뭉개며 커다란 구덩이가 생겼다.갑작스러운 사태는 이곳에 있던 불사 대군도 예상치 못한 듯했다.주위에 있던 적어도 수만 개의 눈이 일제히 임건우를 주시했다.“아이고, 이거 큰일 났네.”임건우의 마음이 순식간에 무거워졌다.그다음 순간, 굉음과 함께 거대한 포효 소리가 울려 퍼졌다.앞쪽에 있는 거대한 불사의 존재가 모습을 드러냈다.아마도 장군급의 존재인 듯했으며 해골 형태의 그것은 입을 벌려 알 수 없는 언어로 무언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