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등진 채 나지선은 붉어진 얼굴과 유혹적인 눈빛을 하였다.손으로는 스커트를 꼭 쥐었다.이 유혹적인 장면을 본 임건우는 입이 바싹 말랐다.그는 유가연을 생각하며 간신히 내면의 충동을 억눌렀다.하지만 임건우는 곧 냄새를 킁킁 맡더니 의아해하면서 물었다.“너 방금 음주하고 운전했지?”나지선은 망해 서 있다가 이내 눈살을 찌푸리며 한마디 뱉었다.“겁쟁이!””너 술 많이 마셨어.”“겁쟁이!”“됐어. 수련은 다음에 가르쳐줄게.”“찌질한 놈!”“난…….”겁쟁이라는 두 마디와 찌질하다는 한마디가 드디어 임건우의 분노를 완전히 불태웠다. 나지선의 이성과 충동의 저울은 어느새 한쪽으로 완전히 기울어진 채 임건우를 거듭 도발하였다.“건우야, 건우야…….”나지선은 머리를 흔들더니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결국 바닥에 쓰러졌다.5초 후.그녀는 다시 눈을 떴다.복잡하고 놀란 눈빛이었다.부영록.그녀가 깨어났다.나지선의 몸과 동시에 모든 신체 기관과 감각 또한 고스란히 물려받았다. 그녀는 완전히 넋이 나갔다. 살면서 이런 느낌은 처음이었다……. 명색의 신녀로서 수많은 구애자가 있었지만 평생 남자와 아무런 접촉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 나지선 몸에 빙의된 이후로 여자로서 느끼는 행복을 마음껏 누리는 중이다.만약 이런 것도 행복이라면 말이다.그녀는 발버둥을 쳤지만 아무런 효과도 없었다.영혼도 불안정해졌다.“가, 빨리 도망가!”부영록은 임건우에게 알리지 않은 채 몰래 도망가려고 했다. 이렇게 해서라고 남은 자존심을 지킬 수 있을 테니. 차라리 악몽이라고 생각하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행동하고 싶었다.하지만 현실은 달랐다.부영록은 한동안 깊게 잠을 자지 못했다.“어떡하지?”“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지?”결국 부영록은 한참 동안 몸부림치다가 잠에 빠져들었다.……나지선이 잠들었다.다시 마음을 진정시킨 임건우는 눈앞에 아수라장이 된 집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후회는 하지 않았다.사실 온천탕에 있을 때부터 그는 나지선과 무슨 일이
임건우가 어릴 적부터 만든 비행기 모형이었다.어릴 때 부모님을 따라 한강으로 놀라 나갔다가 산 원자재를 사용하여 완성품을 만든 후 어린 나지선에게 선물로 주었다.왜냐하면 그때의 나지선은 여성 기장이 되는 것이 꿈이었기 때문이다.임건우는 비행기 모형을 들고는 웃으며 중얼거렸다.“인생이란 참 신기해. 돌도 돌아서 결국 너였다니.”“맞아. 넌 영원히 내 손바닥에서 못 벗어나.”언제 깨여났는지 나지선은 뒤에서 임건우의 허리를 감싸안았다. 따뜻한 체온이 서로를 감싸돌았다. 나지선은 비행기 모형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비록 열세살 때 받은 제일 못생긴 선물이지만 제일 좋아하는 선물이기도 해. 지금은 네가 제일 좋고.”임건우는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고는 눈살을 찌푸렸다.“내 기억이 맞다면 넌 한번도 날 좋아한다고 말한 적 없는데.”“여자는 원래 변덕스러운 거 몰라?”바로 이때, 임건우의 전화가 울렸다.이청하가 전화를 걸어왔다.임건우와 나지선의 눈이 마주치자 분위기는 잠시 무거워졌다.몇 초 후, 임건우는 전화를 받았다.“응 청하야.”[건우야, 집엔 도착했어?]“어. 방금 도착했어.”[지선이의 폰이 꺼져있어서. 집엔 들어갔는지 모르겠네. 기지배 뭔 일은 있는건 아니겠지?”그동안 나지선에게 별의별 사고가 생기니 자연스레 사람들의 관심을 사게 되었다.임건우는 나지선을 보며 입을 열었다.“배터리가 나갔나보지! 걱정하지 마, 내가 걔를 집까지 데려다줬는데 방금까지 걔 집에 있다가 왔어.”남자는 입만 열면 거짓말이라더니.[이제서야 안심되네. 일찍 쉬어!][잠깐만…….]이청하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방금 지선이가 옆에 있어서 말 못했는데.]“무슨 말?”[나, 나 잠이 안 오는데 우리 집 올래? 여기 침대가 너무 추워!]이청하의 말을 똑똑히 들은 나지선은 하마터면 웃을 뻔했다.이청하의 뻔한 속셈을 나지선은 이미 알고 있었다.결국 임건우는 핑계를 대고 거절하였다.전화를 끓자마자 나지선은 임건우를 한대 때렸다.“거절을
다음 날.임건우는 이청하와 함께 집으로 돌아갔다.나지선은 임건우를 배웅하려고 했지만 어제밤 임건우가 멈추지 않는 바람에 그만 밤을 세워 도저히 일어날 수가 없었다.또한 이청하에게 들키기 두려운 마음도 있었다.현재 이청하는 탁무범의 가르침 하에 유명한 의사가 되었다. 현인의 눈으로 환자들을 꿰뚫어 볼 수 있는지라 단번에 나지선이 어젯밤 무슨 짓을 했는지 알아차릴 수 있었다.집으로 가는 도중, 임건우는 이청하가 뾰로통해 있는 것을 눈치챈 임건우는 간단한 아재개그 몇 개를 선보였다. 이청하는 그제야 서운함이 풀렸는지 미소를 지었다.“아, 맞다. 아버님은 어떠셔?”전에 이청하의 아버지가 귀신 치료법을 만든 사람에게 중매를 서 탓에 임건우에게 독충을 받아먹고 조강지처 무덤 앞에서 무릎 꿇는 벌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 후 임건우도 이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지만.이청하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말도 마.”임건우는 어리둥절했다.“왜? 무릎 안 꿇으셨어?”이청하는 그동안 있었던 자초지종을 임건우에게 설명하였다. 독충의 위협을 받은 이청하의 아버지는 조강지처의 무덤 앞에서 무릎 꿇고 참회할 뿐만 아니라 집까지 찾아와 용서를 빌었다. 결국 이청하의 친할머니는 몇 년 못 본 자기 아들이 독충에 시달리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약해져 대신 사정했고 이청하는 하는 수 없이 탁무범의 도움으로 그의 몸속에 있는 독충을 제거해 주었다. 하지만 그는 돈 1억5천만을 들고 사라졌고 그 충격으로 그녀의 친할머니는 3일 내내 곡기를 끊고 할아버지 이흥방은 고혈압을 얻으셨다고 한다.자초지종을 들은 임건우는 이청하에게 말했다.“내가 도와줄까? 신후청 사람들을 풀어 조사하면 무조건 찾을 수 있어.”이청하는 잠시 머뭇거렸으나 이내 고개를 흔들었다.“아니야.”이는 이청하의 뜻이자 곧 이흥방 부부의 뜻이기도 하였다.임건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채 고개를 끄덕거렸다.청렴한 관리도 집안일에는 한없이 약해진다는 말이 있듯이 이청하의 친할머니는 아들이 나쁜 버릇을 고치지 못해 속상
깨진 혼돈 구슬에는 엄청난 힘이 들어있다. 예전이라면 수위가 약해 그 힘을 받아들이지 못했지만 지금의 임건우라면 충분히 시도해 볼 만하다.깨진 혼돈 구슬은 줄곧 임건우에 의해 어느 은밀한 곳에 숨겨져있었다. 하지만 이번엔 그가 100미터 범위내로 접근하자 자복궁 안의 깨진 혼돈 구슬이 강렬한 진동을 일으켰다.“구슬 안에 뭐 있는지 이번엔 꼭 알아야겠어.”임건우는 구슬을 꺼내 숨을 깊게 들이쉰 후 염력을 모아 천천히 구슬에 충격을 가하였다.“쾅-”바로 그 순간, 구슬에서 갑자기 금빛이 반짝이더니 기괴한 룬이 무수히 튀어나와 하나의 구형체를 형성하였다. 그리고 임건우의 주위를 빙빙 감쌌다. 이와 동시에 장엄하고도 엄숙한 읊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하라다나, 도소야예, 파노재제, 수체라예…”그는 순식간에 괴이한 정신세계에 빠져버렸다.그의 눈앞에는 거대한 누워있는 불상이 펼쳐졌다.“이, 이게 뭐지?”…같은 시각.강인은 현이준에게 신통한 의사를 찾아 주기 위해 만리상맹의 천우를 찾아다녔다.그에게 천우를 소개한 사람이 바로 중해 황보 가문의 첫째 딸, 변호사 황보연이다.황보연은 별명이 작은 고추인 만큼 재판에서는 까다로운 라이벌이자 천우를 짝사랑하는 여인이기도 하다.비록 유화와 임건우의 권유 하에 둘은 지금 미묘한 관계에 처해있지만.중요한 건 천우도 황보연의 불같은 사랑의 구애에 하마터면 넘어갈 뻔했다는 것이다.강인이 바로 황보연이 프라이빗 클럽으로 데려와 천우를 소개시켜 주려 했던 사람이었던거고.“지금 임 대사님더러 친구의 병을 치료해달라는 말씀입니까?”황보연이 강인을 소개시켜 준 목적을 몰랐던 천우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병인데요?”“발기가 안 돼서 잠자리를 가지지 못한다고 합니다.”천우는 눈살을 찌푸렸다. 임건우더러 이런 병을 치료하게 하는 것은 그를 존경하지 않는 행동인 것 같아 천우는 단칼에 거절하였다.강인은 바로 표정이 변하더니 큰소리로 시비를 걸었다.“천우라고 했지? 강주 지하 세계의 지배자라고 하더니 이제
황보연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떠는 목소리로 천우를 보며 말을 이었다.“너…, 너 무슨 뜻이야? 지금 날 쫓아내는 거야?”“맘대로 생각해.”“왜 이러는데? 내가 뭐 잘못했어? 네가 건드리지 말아야 할 사람을 건드릴까 봐 걱정해 주는 것도 잘못이야? 내가 무서워한다고? 난 지금 널 걱정하고 있는 거라고!”천우는 그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알아. 그게 바로 우리가 사귈 수 없는 이유 중의 하나야. 넌 우린 같은 부류의 사람이 아니니깐. 만리상맹 사람들은 죽을지언정 절대로 남한테 무릎 꿇지 않아. 임 대사님을 모욕하는 건 우리에겐 치욕과 마찬가지야.”말을 마친 후 그는 수하들을 시켜 강인을 문밖으로 내쫓았다.“너…, 너! 정말 말도 안 돼.”황보연은 큰소리로 화를 냈다.“너 이러다간 만리상맹만 난처해져. 강인 배후에 누가 있는지 알기나 해? 바로 연호 육선문 구천세 한광의 질손이셔. 누가 이분을 건드릴 수 있는데?”천우는 그만 멍하니 넋을 놓고 말았다.그는 강인 배후의 인물이 구천세일 거라고 상상도 하지 못했다.천우는 미간을 찌푸렸다.만약 상대가 구천세라면 만리상맹은 정말로 끝장날 것 같았다. 강인은 두 다리가 절단된 채 쫓겨나자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너흰 이제 끝났어! 내 다리를 절단해 놓다니! 현이준 도련님과 구천세가 너희들 가만두지 않을 거야!”“그래?”바로 이때, 고가 브랜드의 스포츠카가 들어와 입구에 멈추더니 빨간 치파오를 입은 절세미인이 차에서 내렸다.바로 만리상맹의 현임 사장 유화였다.그녀는 차에서 내린 후 당당히 앞으로 걸어갔다.“구천세가 너 같은 똘마니 말을 들어줄 것 같아?”그녀는 말하면서 하이힐로 강인의 부러진 다리를 꾹 밟았다.그리고는 힘을 주자 강인은 꽥꽥 비명을 질러댔다.“아악, 놔, 놓으라고! 너, 너 뭐야?”“나? 유화. 만리상맹 사장.”“네가 유화라고? 좋아, 잘 들어. 난 강인이라고 현이준 도련님 대신에 이곳에 왔어. 현이준 도련님이 어떤 분이신지는 너도 알지? 만리상맹이 살
정말 귀찮은 여자야.…얼마 지나지 않아 현이준에게도 소식이 전해졌다. 강인이 임 대사를 만나기는커녕 두 팔과 두 다리가 못 쓰게 됐다는 얘기를 듣자마자 불같은 화를 냈다.“강인아, 걱정하지 마. 내가 너 대신 복수해 줄게. 날 건드린 후과가 어떤지 똑똑히 보여주겠어.”…한 시간 뒤.강주 정부 10여개 부문에서 만리상맹에 대해 조사를 진행한다는 소식이 퍼지자 도시가 발칵 뒤집혔다.결국 강주에서 제일 큰 백화점을 비롯한 100여개의 만리상맹 분점이 모두 문을 닫게 되었고 따라서 수많은 고객들이 모두 쫓겨나갔다. 심지어 백화점에서 돈을 지불하였지만 물건은 가지지 못한 채 쫓겨난 고객도 있어서 수많은 원성을 자아냈다.“사장님, 긴급 상황입니다. 현재 만리상맹 70%의 산업이 모두 봉쇄됐는데 이를 어찌하면 좋을까요?”“사장님, 지금 정부 사람들이 회사로 오고 있답니다. 우리 회사 장부를 조사한다던데 아무래도 탈세를 의심하는 것 같습니다.”“사장님…”유화는 회의실 센터 자리에 앉아 수하로부터 시시각각 전해져오는 소식들을 접하고 있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또 누군가 들어와서 보고하였다.“사장님, 회사 주주들이 지금 사직서를 낸다고 합니다. 어찌할까요?”“뭐?”천우는 깜짝 놀랐다.“회사가 지금 이렇게 위급한데 사직서를 낸다니. 어느 주주들이야? 내가 가서 혼쭐을 내야겠어.”유화는 손을 흔들며 천우를 제지하였다.“됐어. 사직서 처리해.”“유화야, 그냥 저렇게 보내준다고? 쟤네 좋은 일만 시켜주는 거잖아 지금.”유화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모두 같은 편이 되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는 거 저도 잘 압니다. 사직서 낼 거면 내세요. 말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린 회사를 떠난다면 바로 만리상맹 블랙리스트에 넣을 것이고 앞으로 우리 회사에 다시는 취임할 수 없을 겁니다.”유화의 선전포고에도 주주들은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 회사가 다 망해가는데 출근이 무슨 소용이라고.시간이 흘러도 회사에 불리한 소식은 점점 더 많아지고 있었다.탈세와 강매
“누구신데 허락도 없이 들어오세요?”“여기가 어딘 줄 알고 들어와? 꺼져!”회의실에 있는 사람은 유화를 비롯한 만리상맹 고위층 주주들이었다. 그중 적지 않은 무술인들이 있었는데 검은색 착장의 사람들이 몰려오자 재빨리 막아섰다.하지만 그 순간, ‘퍽’하는 소리와 함께 강인이 막아선 무술인의 뺨을 내리쳤다.관상만 봐도 얼굴이 크고 눈이 작으며 입이 비뚤비뚤하니 속이 좁고 악랄한 사람이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뺨을 맞은 무술인은 피를 토하며 바닥에 쓰러졌다. 치아가 떨어지고 바닥에 피가 철철 흐르자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였다.쳐들어오는 것도 모자라 사람까지 때려?강주를 주름잡는 만리상맹도 피를 보는 일이 적지 않았다. 주주들은 일제히 일어나 큰소리로 호통쳤다.“그만해!”“누가 때리라고 했어?”“경비원과 경호원들은 다 죽은 거야 뭐야? 얼른 이놈들을 안 잡고 뭐 해!”소리친 인물은 양진동. 마동진과 의리로 맺은 형제이자 만리상맹의 대주주 중 한명이다.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회의실 문이 재차 열리더니 한 사람이 날라와 회의 책상에 부딪혔다.웁-책상 위의 사람은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유화는 깜짝 놀란 동시에 마음속 분노가 들끓었다. 쓰러진 사람은 다름 아닌 천우였기 때문이다.“오빠, 괜찮아요?”유화는 책상으로 뛰어올라 천우를 부축하고 재빨리 치료용 단약 한알을 꺼내 천우의 입에 넣어주었다. 그리고 쳐들어온 사람을 곁눈질하며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누구 짓이야?”“바로 나야.”문밖에는 서른 좀 넘은 블랙슈트 착장의 장발 남성이 담배를 문 채 강인 등 사람과 함께 거만한 태도로 유화를 바라보았다.유화가 빨강 치파오를 입고 책상 위에 쪼그리고 앉은 모습은 문밖의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엔 충분했다. 게다가 경국지색의 미모를 가진 그녀라 남자들로 하여금 야릿한 상상을 하게 만든다.“빌어먹을!”“당신이 누구든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할 거야!”유화는 힘 있게 책상을 밟자 산산조각이 났다. 그러고는 공중에서 빙빙 돌며 그녀가공수해
“반쪽짜리 종사라니!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장발 남성은 연거푸 뒤로 물러선 후 벽에 등을 기대 부러진 손을 감쌌다. 얼굴은 귀신이라도 본 듯 창백해졌다.이 장면을 고스란히 지켜본 연호 육선문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그들이 알기로는 만리상맹에서 가장 강한 사람은 천우뿐이며 유화는 단지 황급 무술인이었다. 하지만 유화가 반쪽짜리 종사였다니!“만리상맹에 무단 침입하여 나의 사람들을 다치게 했으니 너희들은 살아서 나갈 생각 하지 마!”유화는 우뚝 선 채 기세가 등등해서 소리쳤다.그러자 만리상맹 기타 주주와 고위층 인사들은 모두 유화의 기세에 탄복하여 손뼉을 쳤다.“사장님, 멋지십니다!”“사장님, 멋지십니다!”유화의 기세에 눌리자 강인은 눈빛이 서늘해지더니 큰소리 치기 시작했다.“방자한 년. 네가 감히 연호 육선문 사람을 다치게 해? 어떻게 할래? 당장 무릎 꿇고 용서를 빌어. 아님 여기 모두가 죽어 나갈 테니까.”“연호 육선문?”유화의 눈동자가 강하게 흔들렸다.지난번 임건우가 조씨 가문에서 심문당하고 있을 때 연호 육선문 구천세가 현장에서 맹진수와 한바탕 싸운 적이 있었는데 맹진수도 그의 상대는 못되었다.하지만 현장에 있던 많은 사람은 연호 육선문이라는 조직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몇몇 사람들은 비웃으며 조롱했다.“연호 육선문? 이름도 엉망진창이네. 사극인 줄? 그럼 우린 조선시대 병조판서다, 이놈아!”“하하하, 너무 웃겨. 대체 뭐 하는 애들이야? 정신병원에서 탈출한 건가? 우리 사장님더러 무릎을 꿇으라니. 그럴 자격이 있나 모르겠네. 자기 주제나 알라고 해.”쏟아지는 조롱에 강인은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지방 관리도 연호 육선문의 세력을 두려워하는데 평민 나부랭이 주제에 연호 육선문을 비웃다니!강인은 유화를 보며 입을 열었다.“그 말인즉 폭력을 쓰겠단 소리인가?”유화는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연호 육선문 구천세는 나랑도 아는 사이야. 나야말로 구천세에게 묻고 싶은걸? 네가 구천세의 사람이 맞는지. 네가 바로 만리상맹을 사
임건우는 그 문서를 살펴보며 월야파의 수련법인 청련귀수결을 발견했다.이 법문은 분명히 여성들이 수련하는 법문처럼 보였다.그 뒤에는 전송문에 대한 정보가 적혀 있었다.문서에는 오직 청련귀수결을 수련한 사람만이 그 전송문을 찾고 열 수 있다고 쓰여 있었다.이와 더불어, 하나의 열쇠도 필요하다고 명시되어 있었다.마지막으로 임건우는 황파의 문양을 봤다.불사조의 문양이 그려져 있었는데 그것은 불사조의 절반 형태와는 조금 달랐다.그 문양을 본 순간, 임건우는 깜짝 놀랐다.이 문양을 어디선가 본 적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곰곰이 생각해보니 바로 월야파의 오장로의 반지에서 본 적이 있었다.그 반지 안에 들어 있는 옥패에 똑같은 문양이 새겨져 있었던 것이다.임건우는 반지를 꺼내 들었다.“맞아, 내가 그 오장로의 반지와 소유한 본명법보인 조롱박도 가져왔었지.”그 조롱박을 빼앗았기 때문에 월야파 사람들은 그를 찾을 수 없었던 것이다.“이걸 보세요!”임건우는 그 옥패를 꺼내며 말했다.백의설도 그 문양을 보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이... 이게 바로 그 열쇠가 아닐까?”임건우는 고개를 끄덕였다.“확실하진 않지만, 가능성이 있어요.”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자, 누나가 청련귀수결을 빨리 수련해야 해요. 그 후에 전송문을 찾아보죠. 고대 황파에 들어가면 반드시 큰 성과가 있을 거예요.”“알았어!”백의설은 대답하며 바로 수련법을 따라 하기 시작했다.몇 분이 지나자, 임건우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백의설의 뒤에서 혈통의 이상한 모습이 떠오르더니 살아있는 것처럼 보이는 아홉 개의 꼬리를 가진 여우 형상이 떠올랐다.백의설이 수련할 때마다 그 형상도 함께 떠오르며 점점 강해져 갔다.“이 혈통의 힘이 점점 강해지고 있어!”“이상하네, 청련귀수결이 아홉 꼬리 혈통에 맞춰져 있는 건가?”임건우는 놀라워하며 생각했다.그가 몰랐던 사실은 바로 그가 추측한 대로였다.월야파의 첫 종주인 송초한은 신수인 아홉 꼬리 여우 혈통을 가진 왕족이었다.그녀
“황파는 고대의 문파야. 나도 옛날에 어떤 노인을 통해 들은 적이 있는데 이 문파의 창설 배경은 한 절세의 여인 때문이라고 하더군. 그 여인의 이름은 바로 황이야.”“사실 이건 하나의 사랑 이야기라고 할 수 있지.”“전설에 따르면 황은 고대 신황족 출신으로 신황의 지위를 가진 여성이었어. 하지만 원수의 계략 때문에 육체는 소멸하고, 신혼은 일곱 빛깔의 여와석에 봉인되어 인간 세상에 떠돌게 되었지. 그러던 중 한 소년에게 발견되었어. 그때부터 소년과 황은 뗄 수 없는 인연으로 묶였다고 해.”“황의 도움을 받은 소년은 점차 성장하여 마침내 대제의 자리에 올랐고 황을 위해 문파를 창설했지. 그 문파가 바로 황파야... 그리고 내가 들은 이야기로는 그 대제는 이후 삼천세계의 공주이자 연호의 왕이 되었다고 해.”임건우는 백의설이 말하는 전설 같은 이야기를 들으며 가슴이 두근거렸다.갑자기 머릿속에 떠오른 몇 가지가 있었다.그는 뚱냥이를 떠올렸다.그리고 영산 비밀의 경지에서 만났던 그 신녀, 정미현.또 지장왕에 대한 기억도 스쳤다.그들이 남긴 역사 속에는 지울 수 없고, 동시에 아주 중요한 한 인물이 항상 등장했다.바로 연호의 주재자이자 인간 연맹의 맹주였다.여러 증거를 종합해 보면 백의설이 들었던 이야기 속의 대제는 바로 정미현이 애타게 그리워하던 그 맹주라는 사실이 확실해졌다.“고대에서 전해 내려오는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라니!”“고대 시절로 돌아가서 그 대제와 황을 직접 만나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지만 그는 알았다.그건 불가능한 일이다.그들은 이제 아마 오래전에 사라졌을 것이다.불사족의 침략으로 수많은 영웅과 호걸들이 목숨을 잃었고 성산과 성지 또한 파괴되었다.심지어 불문의 마지막 정토조차 지켜내지 못했던 것이다.백의설은 이야기를 계속 이어갔다.“건우야, 월야파 종주가 석벽에 남긴 유서에 따르면 월야파의 가장 큰 비밀은 바로 황파와 관련되어 있다고 해.”“뭐라고요?”임건우는 깜짝 놀라며 두 눈을 크게 떴다.이건 너무도
각각의 혈구 안에서 이상현상이 발생했다.금빛 대호수, 금술 부문, 혼돈 원기가 마치 하나의 새로운 세상을 구성하듯이 펼쳐졌다.그러나 일곱 번째 혈구에 도달했을 때 에너지가 고갈되며 문자의 연쇄적 촉진을 위한 에너지가 부족해졌고 자연히 과정이 멈추었다.임건우는 눈을 뜨며 마주한 백의설의 걱정 어린 눈빛을 보았다.“건우야...”“건우야, 깨어났네. 어때? 단계는 안정됐어?”눈이 마주치자마자 백의설은 다급히 물었다.임건우는 고개를 끄덕였다.“아마도 안정된 것 같아요.”“건우야, 지금 단계가 어떻게 되는 거야?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태네. 수련법도 너무 기묘해 보이고.”“결국 돌고 돌아 여전히 금단 같아요.”“금단...”백의설은 그를 유심히 보더니 갑자기 그를 안으며 부드럽게 위로했다.“괜찮아. 그날의 도전 자체가 기이했잖아. 실패했는데도 살아남은 것만으로도 엄청난 행운이야. 너무 낙담하지 마. 다음번엔 좀 더 철저히 준비하면 기회가 더 클 거야.”임건우는 매혹적인 미모를 가진 그녀가 자신을 안는 바람에 잠시 마음이 흔들렸다.오랜만에 여성과의 신체 접촉이 주는 묘한 감각에 마음이 요동쳤지만, 그는 태연한 척 그녀의 품에서 벗어나며 주변을 살폈다.그는 한쪽에 깔린 모포 위에서 깊이 잠들어 있는 임하나를 보며 물었다.“내가 얼마나 수련했어요?”“별로 길지 않았어. 이틀 정도?”“이틀이라니!”임건우는 백리 가문의 사람들이 떠올랐다.“어르신이랑 가족들은 괜찮겠죠?”“걱정하지 마. 우리 아버지는 노련한 분이라 잘 대처하실 거야. 이 안개 늪지 같은 곳에서 깊이 들어가진 않으실 거야. 조금만 버티면 월야파 사람들이 떠날 거고 우린 늪지를 빠져나가 다른 길을 찾으면 돼.”백의설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을 이어갔다.“천성성은 월야파의 땅이라 돌아갈 수 없겠지만, 다른 문파의 보호 아래 있는 도시로 가면 돼.”“그나저나 대박인 걸 발견했어!”백의설은 그를 이끌고 동굴의 반대편으로 데려갔다.벽을 가리키며 말했다.“여기 글자들
월야파의 종주와 윤보라, 대장로 등이 황금 비행차 타고 거대한 비행 요수와 함께 안개 늪지를 향해 임건우를 찾으러 가는 동안, 임건우는 한 언덕에 있는 돌동굴에서 전념해 수련에 몰두하며 자신의 단계를 안정시키고 있었다.그는 자신의 몸속에서 도도히 흘러나오는 찬란한 빛줄기들을 느낄 수 있었다.이 빛줄기들은 금단이 깨진 후 내부에서 흘러나온 진원들이었다.그 안에는 지장왕에게서 이어받은 대위신력이 있었고 천의도법으로 생성된 뇌지의 에너지, 혼돈 나무와 혼돈 구슬로부터 흘러나온 원기의 이상현상, 그리고 고대의 12문자 금술의 조화까지 존재했다.이 모든 것들이 지금 그의 몸속을 돌며 피부와 뼈 사이를 넘나들며 흐르고 있었고, 이 때문에 그의 몸은 내부에서 빛나는 듯 환하게 빛났다.심지어 백의설조차 그의 몸에서 흐르는 무수한 빛줄기의 이상 현상을 뚜렷하게 볼 수 있었다.“건우는 도대체 어떤 수련법을 익힌 거야? 어떻게 몸에서 이런 현상이 일어날 수 있지?”“마치 몸 안에 등이 켜진 것 같아.”그렇게 생각은 했지만, 그녀는 감히 손을 뻗어 임건우를 건드리지 못했다.이 순간은 아주 중요한 때였고, 그녀가 부주의하게 손을 댔다가 그가 주화입마에 빠지기라도 하면 모든 것이 끝장이었기 때문이다.후우... 후우...에너지가 들끓으며 진원이 변모하고 있었다.도도히 흐르는 황금빛 아래, 고대의 수많은 문자가 빼곡히 나타났다.이것이 바로 고대 12문자 금술의 변화였다.원래 금단 내부에 12개의 문자만이 새겨져 있었고, 금단을 둘러싸고 있던 문자들이 지금은 금단이 깨지면서 복제되듯 끊임없이 늘어나고 있었다.문자들은 경락을 흐르며 새로운 혈구를 열어갔다.혈구 안에서 문자들이 생성되고 금술이 생성되며 그 안에서 나비가 고치를 뚫고 나오는 듯한 변화가 일어나 완성을 향해 나아갔다.즉, 지금 임건우의 몸속은 혈구를 금단처럼 사용하고 있는 셈이었다.그리고 몸속의 모든 혈구가 각각 하나의 금단이 된 것이었다.‘몸 안에 혈구가 몇 개나 있다고?’그는 이 숫자를 생각
“오장로라고?”소주민은 눈앞의 시신을 보며 잠시 멍해졌다.형체가 망가져 있어 누군지 알아볼 수 없었다.“네, 맞습니다.”윤보라는 오장로의 제자로서 스승의 모습을 익히 알고 있었기에 금방 시신의 정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그러나 그녀는 스승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앞두고도 별다른 슬픔을 보이지 않았다.사실 그녀는 방금 자신의 집안, 즉 윤씨 가문의 사람들이 뇌겁에 휩쓸려 사망한 모습을 봤다.그들 중에는 그녀의 할아버지, 부모님, 여동생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하지만 윤보라는 단 한 방울의 눈물조차 흘리지 않았다.마치 그들이 그녀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는 존재인 것처럼 보였다.실제로도 그랬다.윤보라는 어린 시절부터 뛰어난 재능을 타고났고, 보잘것없는 한 권의 초라한 무공서로도 보통 사람은 상상도 할 수 없는 경지에 이를 수 있었다.그 때문에 월야파의 눈에 들어 문파에 입문하게 되었고, 그 후 그녀의 성격도 변화하기 시작했다.자신을 고귀하다고 느끼며 남들 위에 군림하려는 태도가 생겼고 가문을 향한 불만도 커졌다.윤씨 가문의 낮은 출신과 보잘것없는 배경은 그녀를 부끄럽게 만들었고, 다른 명문가 출신 제자들 앞에서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이번에 신녀의 전승을 얻게 된 이후, 그녀의 성격은 더욱 변화했다.이제 그녀에게 월야파 종주조차 비위를 맞추려 했으니 월야파 최고 자리에 오른 것이나 다름없었다.윤씨 가문의 가족들은 더더욱 그녀의 수준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여겨졌다.“죽었으면 죽은 거지.”“하지만 감히 우리 윤씨 가문을 멸문하다니 이 빚은 반드시 갚아야 한다.”이때, 월야파 종주 소주민은 체면도 없이 오장로의 시신을 뒤지기 시작했다.그가 찾는 것은 장검박과 저장 반지였다.특히 저장 반지였다.방금 윤보라에게 들은 바로는 신녀가 그녀에게 전승을 줄 때 하나의 옥패도 함께 건네주었다고 했다.그 옥패는 오래된 문파의 거대한 비밀과 관련되어 있었으며 윤보라는 페관 수련에 들어가면서 임시로 스승에게 그 옥패를 맡겼다고 했다.하지만 이제 오장로가 갑
임건우는 주변 상황에 개의치 않았다.그는 자신의 상태가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몸속의 진원이 사방으로 흩어져 전신에 퍼져있었고 하나로 모아지 않았다.금단은 아주 커다란 호수처럼 변해 있었다.사실, 뇌겁을 넘을 때 이미 그의 금단은 산산이 부서졌다.그는 천의도법에 기록된 내용을 떠올렸다.금단을 깬 뒤에는 원영이여야 하며 뇌겁을 넘는 과정이 바로 금단이 깨지고 원영으로 변화하는 과정이라고 적혀 있었다.하지만 그는 금단이 깨졌을 때 원영이 형성되지 않았고, 정말로 금단이 깨진 달걀처럼 내부 내용물이 흘러나와 호수처럼 퍼져버린 것이다.그래서 진원을 모아낼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린 것이었다.“누나, 이걸 드릴게요.”임건우는 당장이라도 페관 수련에 들어가고 싶었지만, 사실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그는 반드시 페관 수련에 들어가야만 했다.아이를 돌볼 수 없는 상황에서 백의설에게 임하나를 맡길 수밖에 없었다.백의설은 젖이 나지 않았기에 임건우는 생명 원천을 꺼내 임하나의 일상적인 젖으로 사용하게 했다.그리고 그를 끝까지 따라와 준 백의설에게 오히려 감사해야 할 일이었다.그녀의 헌신이 없었다면 임건우가 페관 수련을 오래 해야 할 경우 아이를 돌볼 사람이 없게 되어 큰 문제가 되었을 것이다.모든 것을 정리하고 맡긴 뒤, 임건우는 곧바로 다리를 교차시키고 앉아 진원을 운용하기 시작했다.천성성 안에서 황금 비행차가 백리 가문의 옛 저택에 착륙했다.월야파 제자들은 안에서 마구잡이로 재산을 약탈하고 있었다.천성성 최고 명문가로 손꼽히는 백리 가문은 그야말로 엄청난 재산을 보유하고 있었다.내부에서 대형 상자째로 옮겨지는 영석과 희귀 약재들은 대장로를 흡족하게 만들었다.그는 태사 의자에 앉아 차를 마시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이번에 온 보람이 있군!”“천성성의 작은 세가문 정도로 이렇게 어마어마한 재산을 쌓을 줄이야.”“그런데...”“잠깐!”대장로는 갑자기 몸을 곧추세우며 눈빛을 번뜩였다.백리 가문 집안에 이렇게 많은 보물이
백의설은 복수심에 불타오르며 나서는 가문 사람들에게 깊은 실망감을 느꼈다.그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감정적으로 용서하기 어려웠다.앞으로 나아갈수록 안개는 점점 짙어졌다.백의설은 수련 경지가 임건우보다 높았지만, 길을 찾는 데는 아주 무작정 헤매는 수준이었다.그녀는 늪지의 지형을 따라 아무렇게나 걷다가 곧 방향감각을 잃어버렸다.그리고 10분도 지나지 않아 자신이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독에 중독된 것이다.반면 임건우는 아무 일도 없었다.심지어 그의 딸 임하나도 활기차게 뛰어다니며 중독의 흔적조차 없었다.이는 임건우가 본래 천의도법의 계승자로서 몸에 고대 금술인 12 부적을 지니고 있을 뿐 아니라 혼돈 나무라는 강력한 힘을 가진 존재였기 때문이었다.일반적인 독소는 그를 전혀 해칠 수 없었다.게다가 임하나는 자연 신격으로 보호받고 있었기에 더욱 안전했다.“건우야, 나 독에 중독된 것 같아!”“누나는 아기만 데리고 뒤로 물러나세요. 저는 신경 쓰지 말고요.”백의설은 진원을 돌리며 독소에 맞섰지만, 진원을 돌릴수록 중독 증상이 점점 더 심해졌다.곧 그녀는 머리가 어지럽고 흐릿해져 걸음조차 제대로 뗄 수 없었다.임건우는 서둘러 대해장단 한 알을 꺼내 그녀에게 건넸다.백의설은 대해장단을 보자 깜짝 놀라며 말했다.“이... 이게 대해장단이야? 건우야, 네가 이런 고급 단약을 어디서 구했어? 이거 하나 얻으려고 우리 백리 가문이 한때 재산 절반을 쏟아부었었는데.”임건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들어본 적은 있어요. 하지만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사실 이 단약은 그렇게 어렵게 만들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아마 약신궁에서 바가지를 씌운 거겠죠. 제게는 아직 많이 남아 있어요. 전부 제가 직접 만든 겁니다.”“네가 직접 만들었다고? 너, 설마 연단사야?”백의설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임건우는 단약을 그녀의 입에 직접 넣어주었다.그 순간 그의 손가락이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에 닿았지만, 임건우는 아무런 느낌도 없었다.
“들어가자고?”“지선도 들어갔다가 미쳐서 나온 곳인데 네가 들어간다고?”대장로는 그 제자를 향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이 안에선 기본 실력도 없는 사람이 들어가면 죽으러 가는 거야. 어차피 백리 가문 사람들은 죽든 살든 별로 중요하지 않아. 돌아가서 윤씨 가문 사람들의 시신을 수습하고 성대하게 장례를 치러라. 그리고 백리 가문의 재산은 몰수하도록 해라.”월야파 제자들은 이 지옥 같은 곳에 들어가고 싶은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대장로의 말에 모두 안도의 한숨을 쉬며 기뻐하는 얼굴로 떠나갔다.다만 대장로는 몇몇 제자들을 길목에 남겨 일주일간 이곳을 지키도록 명령했다.“월야파 사람들이 따라오지 않았어.”백의설은 뒤쪽을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그 황금 비행차가 멀리 날아가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이번 월야파가 데리고 온 사람들의 실력은 너무 강대했다.백리 가문으로서는 도저히 상대할 수 없었다.짧은 충돌에도 백리 가문은 이미 10여 명의 목숨을 잃었고 부상자는 훨씬 많았다.“여보, 여보, 제발 버텨요. 당신 없으면 나랑 아이는 어떡하라고요...”“엄마, 정신 차려요. 가주님, 제발 우리 엄마를 살려주세요. 뭐든 다 바치겠습니다!”“아기 아빠, 다리 상태가 너무 심각해요. 이대로는 다리를 못 쓰게 될지도 몰라요!”주변에서 울부짖고 신음하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백리 가문은 이번 전투로 심각한 피해를 보았고 직계 가족 중에서도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었다.특히 암위는 가장 먼저 희생당했다.원래 3000명이 넘었던 암위는 이제 300명도 채 남지 않았다.잃어버린 백리 가문의 재산은 그야말로 헤아릴 수 없을 정도였다.임건우는 이 광경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그는 자신의 공간 반지에서 몇 병의 치유 성약을 꺼내 백의설에게 건넸다.“누나, 이건 대회춘단입니다. 상처 입은 가족들에게 이걸 먹이세요. 아직 숨이 붙어 있다면 모두 살릴 수 있을 겁니다.”그러나 곧 불협화음이 들려왔다.한 사람이 대회춘단을 받자마자 그것을 늪지대에
월야파의 대장로는 단연 선봉에서 백리 가문의 사람들을 학살했다.그들은 백리 가문에게 말 한마디 나눌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엄청난 힘이야!”“이 자, 천성성의 대공양보다 더 강하군!”임건우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하지만 그는 지금 나설 수 없었다.방금 뇌겁을 넘긴 그는 혼돈 나무가 천기를 차단한 덕분에 뇌겁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그 결과, 그는 뇌겁을 통과했다고는 하나, 뇌겁 금광의 축복을 받지 못했다.현재 그의 수련 상태는 원래의 원영 단계에 도달하지 못하고 아주 기묘한 상태로 남아 있었다.지금 당장 그는 자신의 수련 상태를 안정시키는 시간이 절실했다.그렇지 않으면 단계가 오르기는커녕 다시 금단 단계로 퇴보할 위험이 있었다.그는 임하나를 안고 있었다.움직이지 않는 그의 모습에 백리 가문의 사람들은 더욱 참을 수 없었다.그들은 이미 마음속에 쌓여 있던 원망을 터뜨리기 시작했다.“뭐 하는 거야? 임 도련님! 당신 그렇게 강하다고 하지 않았어? 천성성의 대공양까지 죽일 정도의 절세 고수라면서! 그런데 지금 멍하니 서 있기만 하고 뭐 하는 거야? 빨리 움직이지 않고!”임건우는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백의설마저도 조급해졌다.“건우야! 무슨 일이지?”임건우는 무력하게 대답했다.“방금 뇌겁을 치르며 약간의 상처를 입었어요. 지금 진원이 흩어져 움직일 수 없어요.”“아...”백의설은 그제야 깨달았다.임건우가 뇌겁을 치른 후 뇌겁 금광 속에서 상처를 회복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그리고 뇌겁 금광을 받지 못했다는 것은 뇌겁이 성공적으로 끝나지 않았다는 뜻이었다.하지만 더 이상한 점은 뇌겁이 실패하면 보통 즉시 재가 되어 사라져야 하는데 임건우는 어떻게 여전히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걸까?백의설은 더욱 초조해졌다.그녀는 이전에 임건우가 대공양을 쉽게 죽인 모습을 보고 월야파의 사람들과 어느 정도 싸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안개 늪지로 들어가요! 빨리!”임건우가 크게 외쳤다.“안개 늪지로 들어가라고? 거기 들어가 죽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