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진 혼돈 구슬에는 엄청난 힘이 들어있다. 예전이라면 수위가 약해 그 힘을 받아들이지 못했지만 지금의 임건우라면 충분히 시도해 볼 만하다.깨진 혼돈 구슬은 줄곧 임건우에 의해 어느 은밀한 곳에 숨겨져있었다. 하지만 이번엔 그가 100미터 범위내로 접근하자 자복궁 안의 깨진 혼돈 구슬이 강렬한 진동을 일으켰다.“구슬 안에 뭐 있는지 이번엔 꼭 알아야겠어.”임건우는 구슬을 꺼내 숨을 깊게 들이쉰 후 염력을 모아 천천히 구슬에 충격을 가하였다.“쾅-”바로 그 순간, 구슬에서 갑자기 금빛이 반짝이더니 기괴한 룬이 무수히 튀어나와 하나의 구형체를 형성하였다. 그리고 임건우의 주위를 빙빙 감쌌다. 이와 동시에 장엄하고도 엄숙한 읊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하라다나, 도소야예, 파노재제, 수체라예…”그는 순식간에 괴이한 정신세계에 빠져버렸다.그의 눈앞에는 거대한 누워있는 불상이 펼쳐졌다.“이, 이게 뭐지?”…같은 시각.강인은 현이준에게 신통한 의사를 찾아 주기 위해 만리상맹의 천우를 찾아다녔다.그에게 천우를 소개한 사람이 바로 중해 황보 가문의 첫째 딸, 변호사 황보연이다.황보연은 별명이 작은 고추인 만큼 재판에서는 까다로운 라이벌이자 천우를 짝사랑하는 여인이기도 하다.비록 유화와 임건우의 권유 하에 둘은 지금 미묘한 관계에 처해있지만.중요한 건 천우도 황보연의 불같은 사랑의 구애에 하마터면 넘어갈 뻔했다는 것이다.강인이 바로 황보연이 프라이빗 클럽으로 데려와 천우를 소개시켜 주려 했던 사람이었던거고.“지금 임 대사님더러 친구의 병을 치료해달라는 말씀입니까?”황보연이 강인을 소개시켜 준 목적을 몰랐던 천우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병인데요?”“발기가 안 돼서 잠자리를 가지지 못한다고 합니다.”천우는 눈살을 찌푸렸다. 임건우더러 이런 병을 치료하게 하는 것은 그를 존경하지 않는 행동인 것 같아 천우는 단칼에 거절하였다.강인은 바로 표정이 변하더니 큰소리로 시비를 걸었다.“천우라고 했지? 강주 지하 세계의 지배자라고 하더니 이제
황보연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떠는 목소리로 천우를 보며 말을 이었다.“너…, 너 무슨 뜻이야? 지금 날 쫓아내는 거야?”“맘대로 생각해.”“왜 이러는데? 내가 뭐 잘못했어? 네가 건드리지 말아야 할 사람을 건드릴까 봐 걱정해 주는 것도 잘못이야? 내가 무서워한다고? 난 지금 널 걱정하고 있는 거라고!”천우는 그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알아. 그게 바로 우리가 사귈 수 없는 이유 중의 하나야. 넌 우린 같은 부류의 사람이 아니니깐. 만리상맹 사람들은 죽을지언정 절대로 남한테 무릎 꿇지 않아. 임 대사님을 모욕하는 건 우리에겐 치욕과 마찬가지야.”말을 마친 후 그는 수하들을 시켜 강인을 문밖으로 내쫓았다.“너…, 너! 정말 말도 안 돼.”황보연은 큰소리로 화를 냈다.“너 이러다간 만리상맹만 난처해져. 강인 배후에 누가 있는지 알기나 해? 바로 연호 육선문 구천세 한광의 질손이셔. 누가 이분을 건드릴 수 있는데?”천우는 그만 멍하니 넋을 놓고 말았다.그는 강인 배후의 인물이 구천세일 거라고 상상도 하지 못했다.천우는 미간을 찌푸렸다.만약 상대가 구천세라면 만리상맹은 정말로 끝장날 것 같았다. 강인은 두 다리가 절단된 채 쫓겨나자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너흰 이제 끝났어! 내 다리를 절단해 놓다니! 현이준 도련님과 구천세가 너희들 가만두지 않을 거야!”“그래?”바로 이때, 고가 브랜드의 스포츠카가 들어와 입구에 멈추더니 빨간 치파오를 입은 절세미인이 차에서 내렸다.바로 만리상맹의 현임 사장 유화였다.그녀는 차에서 내린 후 당당히 앞으로 걸어갔다.“구천세가 너 같은 똘마니 말을 들어줄 것 같아?”그녀는 말하면서 하이힐로 강인의 부러진 다리를 꾹 밟았다.그리고는 힘을 주자 강인은 꽥꽥 비명을 질러댔다.“아악, 놔, 놓으라고! 너, 너 뭐야?”“나? 유화. 만리상맹 사장.”“네가 유화라고? 좋아, 잘 들어. 난 강인이라고 현이준 도련님 대신에 이곳에 왔어. 현이준 도련님이 어떤 분이신지는 너도 알지? 만리상맹이 살
정말 귀찮은 여자야.…얼마 지나지 않아 현이준에게도 소식이 전해졌다. 강인이 임 대사를 만나기는커녕 두 팔과 두 다리가 못 쓰게 됐다는 얘기를 듣자마자 불같은 화를 냈다.“강인아, 걱정하지 마. 내가 너 대신 복수해 줄게. 날 건드린 후과가 어떤지 똑똑히 보여주겠어.”…한 시간 뒤.강주 정부 10여개 부문에서 만리상맹에 대해 조사를 진행한다는 소식이 퍼지자 도시가 발칵 뒤집혔다.결국 강주에서 제일 큰 백화점을 비롯한 100여개의 만리상맹 분점이 모두 문을 닫게 되었고 따라서 수많은 고객들이 모두 쫓겨나갔다. 심지어 백화점에서 돈을 지불하였지만 물건은 가지지 못한 채 쫓겨난 고객도 있어서 수많은 원성을 자아냈다.“사장님, 긴급 상황입니다. 현재 만리상맹 70%의 산업이 모두 봉쇄됐는데 이를 어찌하면 좋을까요?”“사장님, 지금 정부 사람들이 회사로 오고 있답니다. 우리 회사 장부를 조사한다던데 아무래도 탈세를 의심하는 것 같습니다.”“사장님…”유화는 회의실 센터 자리에 앉아 수하로부터 시시각각 전해져오는 소식들을 접하고 있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또 누군가 들어와서 보고하였다.“사장님, 회사 주주들이 지금 사직서를 낸다고 합니다. 어찌할까요?”“뭐?”천우는 깜짝 놀랐다.“회사가 지금 이렇게 위급한데 사직서를 낸다니. 어느 주주들이야? 내가 가서 혼쭐을 내야겠어.”유화는 손을 흔들며 천우를 제지하였다.“됐어. 사직서 처리해.”“유화야, 그냥 저렇게 보내준다고? 쟤네 좋은 일만 시켜주는 거잖아 지금.”유화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모두 같은 편이 되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는 거 저도 잘 압니다. 사직서 낼 거면 내세요. 말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린 회사를 떠난다면 바로 만리상맹 블랙리스트에 넣을 것이고 앞으로 우리 회사에 다시는 취임할 수 없을 겁니다.”유화의 선전포고에도 주주들은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 회사가 다 망해가는데 출근이 무슨 소용이라고.시간이 흘러도 회사에 불리한 소식은 점점 더 많아지고 있었다.탈세와 강매
“누구신데 허락도 없이 들어오세요?”“여기가 어딘 줄 알고 들어와? 꺼져!”회의실에 있는 사람은 유화를 비롯한 만리상맹 고위층 주주들이었다. 그중 적지 않은 무술인들이 있었는데 검은색 착장의 사람들이 몰려오자 재빨리 막아섰다.하지만 그 순간, ‘퍽’하는 소리와 함께 강인이 막아선 무술인의 뺨을 내리쳤다.관상만 봐도 얼굴이 크고 눈이 작으며 입이 비뚤비뚤하니 속이 좁고 악랄한 사람이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뺨을 맞은 무술인은 피를 토하며 바닥에 쓰러졌다. 치아가 떨어지고 바닥에 피가 철철 흐르자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였다.쳐들어오는 것도 모자라 사람까지 때려?강주를 주름잡는 만리상맹도 피를 보는 일이 적지 않았다. 주주들은 일제히 일어나 큰소리로 호통쳤다.“그만해!”“누가 때리라고 했어?”“경비원과 경호원들은 다 죽은 거야 뭐야? 얼른 이놈들을 안 잡고 뭐 해!”소리친 인물은 양진동. 마동진과 의리로 맺은 형제이자 만리상맹의 대주주 중 한명이다.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회의실 문이 재차 열리더니 한 사람이 날라와 회의 책상에 부딪혔다.웁-책상 위의 사람은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유화는 깜짝 놀란 동시에 마음속 분노가 들끓었다. 쓰러진 사람은 다름 아닌 천우였기 때문이다.“오빠, 괜찮아요?”유화는 책상으로 뛰어올라 천우를 부축하고 재빨리 치료용 단약 한알을 꺼내 천우의 입에 넣어주었다. 그리고 쳐들어온 사람을 곁눈질하며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누구 짓이야?”“바로 나야.”문밖에는 서른 좀 넘은 블랙슈트 착장의 장발 남성이 담배를 문 채 강인 등 사람과 함께 거만한 태도로 유화를 바라보았다.유화가 빨강 치파오를 입고 책상 위에 쪼그리고 앉은 모습은 문밖의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엔 충분했다. 게다가 경국지색의 미모를 가진 그녀라 남자들로 하여금 야릿한 상상을 하게 만든다.“빌어먹을!”“당신이 누구든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할 거야!”유화는 힘 있게 책상을 밟자 산산조각이 났다. 그러고는 공중에서 빙빙 돌며 그녀가공수해
“반쪽짜리 종사라니!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장발 남성은 연거푸 뒤로 물러선 후 벽에 등을 기대 부러진 손을 감쌌다. 얼굴은 귀신이라도 본 듯 창백해졌다.이 장면을 고스란히 지켜본 연호 육선문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그들이 알기로는 만리상맹에서 가장 강한 사람은 천우뿐이며 유화는 단지 황급 무술인이었다. 하지만 유화가 반쪽짜리 종사였다니!“만리상맹에 무단 침입하여 나의 사람들을 다치게 했으니 너희들은 살아서 나갈 생각 하지 마!”유화는 우뚝 선 채 기세가 등등해서 소리쳤다.그러자 만리상맹 기타 주주와 고위층 인사들은 모두 유화의 기세에 탄복하여 손뼉을 쳤다.“사장님, 멋지십니다!”“사장님, 멋지십니다!”유화의 기세에 눌리자 강인은 눈빛이 서늘해지더니 큰소리 치기 시작했다.“방자한 년. 네가 감히 연호 육선문 사람을 다치게 해? 어떻게 할래? 당장 무릎 꿇고 용서를 빌어. 아님 여기 모두가 죽어 나갈 테니까.”“연호 육선문?”유화의 눈동자가 강하게 흔들렸다.지난번 임건우가 조씨 가문에서 심문당하고 있을 때 연호 육선문 구천세가 현장에서 맹진수와 한바탕 싸운 적이 있었는데 맹진수도 그의 상대는 못되었다.하지만 현장에 있던 많은 사람은 연호 육선문이라는 조직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몇몇 사람들은 비웃으며 조롱했다.“연호 육선문? 이름도 엉망진창이네. 사극인 줄? 그럼 우린 조선시대 병조판서다, 이놈아!”“하하하, 너무 웃겨. 대체 뭐 하는 애들이야? 정신병원에서 탈출한 건가? 우리 사장님더러 무릎을 꿇으라니. 그럴 자격이 있나 모르겠네. 자기 주제나 알라고 해.”쏟아지는 조롱에 강인은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지방 관리도 연호 육선문의 세력을 두려워하는데 평민 나부랭이 주제에 연호 육선문을 비웃다니!강인은 유화를 보며 입을 열었다.“그 말인즉 폭력을 쓰겠단 소리인가?”유화는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연호 육선문 구천세는 나랑도 아는 사이야. 나야말로 구천세에게 묻고 싶은걸? 네가 구천세의 사람이 맞는지. 네가 바로 만리상맹을 사
총소리가 울리자 현장은 쥐 죽은 듯 고요하기만 했다.강인은 불쾌한 표정으로 바닥에 쓰러진 유화를 바라보았다.‘흥, 연호에서 그분을 제외하고는 누구도 육선문의 상대가 안 돼! 계란에 바위 치기 격이니 넌 죽어도 싸!’만리상맹의 사람도 모두 바닥에 쓰러져 피를 철철 흘리는 유화를 보며 공포감을 느꼈다.‘사장이 바로 눈앞에서 죽었다니! 함부로 우릴 다뤄도 되는 건가?’천우는 두 눈이 붉어진 채 유화의 곁으로 달려가 목 놓아 통곡하였다.“유화야, 유화야! 안돼!”친동생보다 더 아꼈던 동생이자 사랑했던 여인이 그의 눈앞에서 총살당한 채 죽어버렸다.“너희들 이젠 죽었어!”천우는 짐승 포효와 같은 분노를 표출하며 강인은 공격을 시도하였다. 그는 목숨을 걸어서라도 강인에게 복수하리라 마음먹었다.바로 이때.눈앞에 빨간 그림자가 드리우더니 죽었다고 생각했던 유화가 갑자기 살아 일어났다. 유화는 강인 쪽으로 달려가더니 그의 손톱으로 목을 찔렀다. 살은 갈라지고 피가 그녀의 손목을 따라 철철 흘러내렸다.“아악!”“죽지 않았다니!”연호 육선문의 사람들은 눈앞의 광경에 매우 놀라 재빨리 총으로 유화를 겨누었다.하지만 유화는 강인의 뒤에 숨어 다시 한번 손으로 그의 목을 반쯤 관통하였다. 강인은 그 여느 때보다 심한 고통을 느꼈다. 짐승 울부짖음 같은 비명을 꽥꽥 질러대며 총을 든 수하들을 제지했다.“얼른 총 놔!”수하들은 서로 눈치를 보다가 서서히 총을 내려놓았다.“네가 죽음을 두려워할 거라곤 생각도 못 했는데. 내가 할 말을 네가 다 해줬네?”다시 살아난 유화를 보자 천우는 희열에 감싼 채 울먹였다.“유화, 너 다시 살아났구나!”유화는 가볍게 콧방귀를 뀌었다.“이딴 쓰레기들 손에 죽을 순 없으니까.”하지만 그녀는 알고 있었다. 방금 진짜 죽을 뻔했다는 것을.그녀는 강인이 증거도 없이 자기에게 모든 죄를 뒤집어씌우는 것도 모자라 자기에게 총을 겨눌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하긴 연호 육선문 같은 부문은 막대한 권력을 지니고 있으니 그녀가 장
유화는 남성의 냉혹하고도 무자비한 목소리를 들었지만 최루가스 때문에 눈물이 앞을 가려 제대로 눈을 뜰 수 없었다. 그녀는 강인을 꽉 잡고 기억에 따라 방향을 조절하였다.이때 누군가 큰 소리로 외쳤다.“유화야 여기야. 유화야 여기로 와.”뒤에 누군가 있는 것을 감지한 유화는 몸을 홱 돌려 있는 힘껏 눈을 뜨자 눈앞에 겨눠진 총구를 발견하였다.‘탕’하는 소리와 함께 총의 주인은 방아쇠를 당겼다....만리상맹의 만리빌딩 입구에는 빨간 포르쉐 911이 세워져 있다.황보연은 조용히 운전석에 앉아 차창을 통해 만리빌딩을 내다보던 중이었다.바로 이때, 많은 사람이 공포에 질린 채 허둥지둥 밖으로 뛰쳐나오기 시작했다. 무리에는 넘어져 밟힌 사람도 있었다.“아이고.”황보연은 한숨을 쉬며 중얼거렸다.“거봐, 내가 후회한다고 했잖아. 용감하다고 해야 할지 무모하다고 해야 할지! 연호 육선문 같은 특수기관이 너 같은 사람이 건드린다고 건드려지는 그런 곳이 아니야. 이 세상은 연호문이 곧 법인 세상이니까!”“됐어. 내가 아무리 일깨워줘도 기회를 잡지 않은 건 너야.”말을 마친 후 시동을 걸어 떠나려던 찰나, 갑자기 헬리콥터 한 대가 날아와 지상 몇십미터에서 멈추자 한 남성이 뛰어내렸다.쿵-남성은 빌딩 문 앞에 세워진 집행 차량 위에 떨어지자 차량은 산산조각이 났다. 곧이어 몇 명이 더 뛰어내리더니 곧바로 건물로 뛰어 들어갔다.입구에서 막고 있던 연호 육선문 사람들은 갑자기 들이닥친 무리에 깜짝 놀라 흩어졌고 이 장면을 지켜본 황보연도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아직도 구하러 오는 사람이 있어?”“무공이 높던데 누굴까?”하지만 그녀는 곧 부정하였다.“아니냐. 누구 오든지 상관없어. 연호 육선문에 대항하는 자의 결말은 오직 죽음뿐이니깐. 이건 천우 씨 당신이 선택한 거야.”그녀는 더 이상 지켜보지 않고 차를 몰고 유유히 떠났다. 과정이 어떻든 결말은 이미 정해져 있다고 생각하였다....펑!총소리가 울렸다.유화는 총구를 보는
유화를 찾아온 여성은 바로 임수희였다.그녀는 간단한 대답과 함께 칼을 들어 연호육선문 사람의 목을 향해 꽂았다.유화는 최루가스의 자극을 이기지 못하여 두 눈이 붉게 그을렸고 시선도 흐려져서 눈 감기 일보 직전이었지만 임수희는 눈물은커녕 최루가스에 대한 생리적 반응이 전혀 없어 보였다. 임수희는 유화의 손을 잡고 회의실을 횡단하며 나머지 사람들을 소리 소문 없이 모두 처단하였다. 임수희가 갖고 있던 무전기에는 사람들이 소리치는 소리를 들었지만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잠시 후.맹진수가 우나영, 반하나와 강아연 그리고 신후청 고수 몇 명을 데리고 회의실로 돌진해왔다.“이 새끼들 누구 맘대로 여길 쳐들어와?”“내 손자며느리까지 건드려? 간이 배 밖으로 나왔나 보구나!”우나영과 반하나는 큰소리치며 유화를 불렀다.“유화야! 유화야! 어디 있니?”“엄마, 하나 아줌아, 저 여기 있어요!”임수희는 부서진 창문 앞에 서서 연기를 뚫고 오는 우나영을 발견하였다. 그녀는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않았다. 회의실에 있는 연호 육선문의 사람들은 모두 처리했으니 신후청의 능력으로 충분히 나머지 무리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임수희는 유화가 우나영과 재회하는 모습을 지켜본 후 창문으로 뛰어내렸다.“이 자식 어딜 간 거야?”그러고는 중얼거리며 공중에서 사라졌다....현이준 한 통의 전화로 인해 강인은 사람을 만리상맹을 공격한 지 벌써 하루가 지났다. 하지만 임건우의 전화는 여전히 꺼져있는 상태였다. 마치 이 세상에서 사라져 버린 것만 같았다.임수희는 일찍 임씨 가문에 가서 샅샅이 찾아보았지만 그림자도 찾지 못하였다.만리 빌딩 안.맹진수 등은 재빠르게 상황을 통제하였다. 연호 육선문의 구천세가 없어도 무존급인 맹진수의 존재만으로도 충분한 위협이 되었기 때문이다.퍽-맹진수는 강인의 뺨을 세차게 후려치며 욕을 퍼부었다.“너 같은 놈 때문에 만리상맹의 수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봤잖아! X발, 탈세하고 시장을 독점했다고? 어딜 봐서 그런 소릴 해대!”“그리고
웅!진원이 울려 퍼지며, 금단 속의 고대 문자 금술이 빠르게 순환했다.임건우는 자신이 공간 틈새를 빠져나오면서 그를 공격한 허공수의 공격으로 입은 상처가 거의 치유된 것을 느꼈다.다만, 잘린 두 다리는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화신 경지에 오르면 절단된 팔다리가 다시 자라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하지만 임건우는 아직 화신에 도달하려면 멀고도 먼 길이 남았고, 심지어 자신이 과연 화신에 이를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었다.금단 속의 고대 문자 금술이 그의 금단 안에 뿌리내린 이후, 그의 수련은 완전히 정체된 상태였기 때문이다.금단의 정점에 머물러 버린 임건우에게 더는 진전을 찾을 수 없었다.그런데 임건우는 놀라운 것을 발견했다.자신의 자복궁 안에 있는 혼돈 나무가 달라지고 있었다.불사족의 천신의 무덤에서 그 여자의 관 속에서 얻은 흙 한 덩이를 받은 이후, 그 나무는 마치 기운을 받은 듯 급격히 자라기 시작했다.이전에는 겨우 몇 미터였던 작은 나무가 이제는 50미터가 넘는 거대한 나무로 성장했다.푸르고 짙은 잎들이 무성히 자라났고, 그 모습은 마치 거대한 숲처럼 보였다.그리고 나무는 아직도 계속 자라며 주변의 땅은 신성한 빛을 발하며 신비로운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혼돈 나무에서 방출되는 혼돈 원기는 임건우의 몸속 진원까지 보충하고 있었다.“그 흙은 전설 속에서 여와가 하늘을 고친 후 남긴 시양일까?”“그렇다면 그 관 속의 여자는 도대체 누구였던 걸까?”임건우는 그 생각에 잠긴 채, 그 여자의 시체에서 뽑아낸 자홍옥을 꺼냈다.그것은 분명 평범한 물건이 아니었다.임건우는 그때 급하게 보았을 때 그 안에 희미한 글씨를 봤었지만, 그 글씨는 어떤 규칙이 숨겨져 있어서 도무지 제대로 읽을 수 없었다.임건우는 생각을 정리한 후, 금단 속의 영력을 운용하여 그 옥 안으로 기운을 침투시켰다.잠시 후, 자홍옥 속의 글자가 영향을 받는 듯 움직이기 시작했다.“이제 좀 되나?”임건우는 더욱 많은 영력을 쏟아 넣었다.그런데 예
윤동근은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그 집, 애초에 우리 윤씨 가문이 네게 상으로 준 것이 아니더냐? 우리가 원하면 언제든 되찾아올 수 있는 걸 잊었어? “네 신분이 뭔지 상기해. 넌 우리 윤씨 가문이 키운 하녀일 뿐이야. 네 손에 들린 회춘단뿐 아니라 너 자신마저 우리 윤씨 가문의 소유라는 걸 명심해. 알겠어?”붕이는 연달아 뒤로 물러나며 눈물이 그렁그렁해졌다.“도... 도련님, 제가... 저는 지금 바로 아가씨를 찾아가겠어요.”“흥! 네가 제법 단단히 날개라도 달았다 이거야? 그 추녀가 널 위해 나서줄 거라고 생각해? 내가 원하는 걸 윤씨 가문의 그 누구도 막을 순 없어.”“여기! 이 계집애를 잡아라! 단단히 붙들고 몸수색해라!”“안 돼요...!”붕이는 비명을 질렀지만, 미약한 수련으로는 윤씨 가문의 고위 시위들을 감당할 재간이 없었다.금세 그녀는 바닥에 꼼짝없이 눌려버렸고, 필사적으로 저항하다 뺨까지 두어 대 맞고 말았다.그때였다.셋째 아가씨인 윤서희가 집안으로 들어섰다.“아가씨! 아가씨, 제발 도와주세요!”“그만둬!”윤서희는 단호히 소리쳤다.“대체 무슨 짓을 하는 겁니까? 삼촌, 왜 붕이를 괴롭히는 거죠?”윤동근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했다.“너희 할아버지가 요즘 몸이 좋지 않으셔. 그래서 네 하녀가 우연히 얻은 월 노부인께서 만든 회춘단을 가져다가 드시게 하려는데, 이 계집애가 주려 하지 않는 게 아니더냐? 이따위 하녀가 우리 윤씨 가문에 마음이 없다면 차라리 없애버리는 게 낫지 않겠느냐?”“할아버지가 편찮으시다니요? 왜 저는 몰랐죠?”“네가 듣고 알게 될 때면 이미 늦을 테지! 흥, 이 계집애를 붙들어, 지금 당장 그 알약을 꺼내라!”“잠깐만요!”윤서희는 붕이와 사이가 워낙 좋았기에 그녀가 이런 수모를 당하는 걸 더는 볼 수 없었다.“붕이야, 나에게 그 알약을 줘. 대신 나중에 내가 시가로 계산해줄게. 7천 영석을 줄 테니 됐지?”윤서희가 이 정도로 말했으니 붕이로서는 거부할 방법이 없었다.얼마 후, 윤서희는
시녀 붕이가 떠나자, 임건우는 깊게 한숨을 쉬었다.“그래서, 여기가 아직 지구라는 말이군.”“여긴 고대 결계 안에 있는 곳이야. 다만, 그 사이에 불사의 해역이 가로막고 있지.”“그럼 내가 딸과 함께 그곳으로 돌아갈 수 있는 전송 장치라도 있을까?”모든 게 아직 불확실하다.하지만 임건우는 지금 당장 해야 할 일들이 있다.“그래도 살아있으면 희망은 있지.”임건우는 마음을 다잡고 임하나를 안고 결단을 내린다.“자, 이제 가장 중요한 건 내 발을 다시 회복시키는 일이야.”임건우는 이 집을 유심히 둘러봤다.여기, 보통의 수련 세계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순수한 고대 사회는 아니었다.임건우가 지나면서 본 사람들 대부분이 수련하고 있는 사람들이었지만, 여기에는 꽤나 현대적인 생활 철학도 존재했다.예를 들어 화장실 설계가 현대적일 뿐만 아니라, 심지어 더 발전된 기술로 꾸며져 있었다.임건우가 본 욕조는 오히려 영기를 품고 있는 물건이었다.즉, 이곳은 이미 영기 기술을 일상생활에 널리 적용한 사회였다.시간이 지나, 임건우는 자신과 딸을 모두 깨끗이 씻기기 위해 옷을 벗고 영기동력이 적용된 마사지 욕조에 들어갔다.임하나는 물속에서 펄떡거리며 깔깔 웃었다.약 30분을 푹 빠져서 씻고, 아이에게 생명수 한 모금을 먹이고 나서 아이는 곧 깊이 잠들었다.임건우는 그 모습을 보며 잠시 감회가 밀려왔다.“집에 아직 나를 기다리는 네 명의 아이들이 있고, 나를 걱정하며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도 있으니 반드시 돌아가야만 해.”임건우는 다시 마음을 다잡고 치료제를 꺼내 하나씩 입에 넣고는 방바닥에 축유부적을 그려 넣었다.이곳의 영기는 연호보다 적어도 10배 이상 농도가 짙었다.기문이 돌아가자, 효과도 아주 빠르게 나타났다.하지만 임건우는 자신에게 남아 있는 몇 군데 상처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공간 틈새에 의해 상처 입은 부위가 여전히 공간의 힘을 간직하고 있었다.이 힘을 제거하지 않으면 상처가 완전히 치유될 수 없고, 새로운 뼈도 자라지 않을 것이다.
붕이는 깜짝 놀란 얼굴로 말했다.“설마요? 이런 것도 모르다니. 당신이 살던 곳이 정말 얼마나 폐쇄적이었는지 짐작도 안 가네요! 이건 아주 간단한데 이곳 모든 지역을 통틀어서 연호 세계라고 부른답니다.”임건우는 황당해서 입만 벙긋거렸다.“네?”세상 전체를 연호 세계라 부르다니 이건 정말 충격적이었다.붕이는 계속해서 설명했다.“대륙으로 나누자면 예전에는 외연호와 내연호로 나뉘었어요. 하지만 불사족이 침략하기 전에 외연호가 봉인돼 지금은 폐토라고 불리죠.”“지금은 불사 해역으로 완전히 격리됐고, 그곳 상황은 아무도 몰라요. 내연호는 네 지역으로 나뉘어 있는데 동황, 서막, 남릉, 북해예요. 우리가 있는 이곳은 남릉에 속하죠.”“나라 개념은 없어요. 지역이 너무 넓어서 가장 큰 행정 단위가 성이고, 대부분 대형 문파에 속해 있거든요. 천성성은 월야파에 속해 있어요.”“주변에는 작은 문파도 꽤 많고요. 어때요? 이 정도면 당신의 회춘단 몇 알 정도 값어치는 되겠죠?”아가씨가 코웃음 치며 말했다.“붕이야, 네가 아는 이 정보는 지역지에 나온 걸 그대로 읊은 것뿐이잖아. 너 같은 애송이가 뭘 알겠어? 천성성 밖에도 나가본 적 없는 주제에. 참고로 지역지는 영석 한 개면 열 권도 살 수 있어. 방금 네가 받은 회춘단 한 알은 영석 천 개에 팔릴 정도로 귀하다고. 얼른 돌려줘. 그 사람 딸 키우기도 힘들어 보이잖아.”“알겠어요.”붕이는 울상을 지었다.임건우는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붕이 아가씨, 저와 딸이 처음 이곳에 왔는데 아무것도 모르고 정말 막막해요.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회춘단은 그냥 가지세요. 대신 우리 부녀가 머물 수 있는 신분증을 마련해 주고 집도 하나 구해 주세요.”“가능하면 누가 곁에서 도와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제가 지금 다리가 이래서 제대로 움직이질 못하거든요.”붕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연신 동의했지만, 곧바로 자기 아가씨를 힐끔 쳐다봤다.아가씨는 이번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담담히 말했다.“붕이야, 네가
아가씨는 손에 들고 있던 임건우의 침이 묻은 회춘단을 다시 건네며 말했다.“이건 월 노부인이 만든 회춘단인데 하나가 꽤 값비싸고 약효도 강력해요. 당신처럼 별다른 수련을 하지 않은 평범한 사람이 이걸 먹으면 아마도 과하게 먹어서 몸이 버틸 수 없을 거예요.”“아... 그럼 한 알씩 먹을게요.”임건우는 회춘단을 한 알 삼켜넣었다.몇 초 후, 또 한 알을 삼켰고 또 몇 초 후에 다시 한 알을 삼켰다.“미쳤어요? 죽고 싶어요?”시녀인 붕이가 급히 임건우의 손에서 남은 회춘단을 빼앗아 갔다.“내 발이 잘려서 다시 자라나지나 않을까 해서요.”임건우는 어쩔 수 없이 설명했다.붕이는 짧게 말을 이어갔다.“미친 게 아니라 그냥 바보가 된 거네요. 자른 발이 어떻게 다시 자라냐고요? 무슨 고수도 아니고, 화신 이상이 아닌 이상 불가능해요.”그러고는 잠시 생각한 뒤, 덧붙였다.“회춘단은 많이 먹으면 경맥이 터져서 죽을 수 있어요. 그러니까 이 약은 제가 보관할게요.”붕이는 작은 회춘단을 손에 쥐며, 그것을 빼앗고 싶은 마음이 가득한 듯 보였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런 행동에 약간의 망설임이 있었다.임건우는 그런 붕이를 보고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시간이 지나 거대한 마차가 천성성의 대문 앞에 도착했다.임건우는 그 대문을 보고 깜짝 놀랐다.“이게 대문이야? 이게 어떻게 100미터 높이로 만들어져 있지? 완전히 거대한 도시야!”이곳은 마치 거인들의 도시 같았다.아가씨가 말했다.“당신은 통행증도 없고, 혼자서는 이 도시로 못 들어가요. 하지만 제 차에 타고 있으면 검문 없이 들어갈 수 있어요. 이제 들어가면 저는 당신을 내려줄게요. 문제없죠?”임건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감사합니다.”실제로 성문에 있던 수문장이 마차의 안내판을 보고 바로 존경하며 길을 열어줬다.붕이는 약간 자랑스럽게 말했다.“우리 아가씨는 천성성의 윤씨 가문, 셋째 아가씨에요. 윤씨 가문은 이 도시에서 최고 권력을 자랑하는 집안은 아니지만, 상업적으로는 꽤 유명해요.
임건우는 말문이 막혔다.‘유전자라니, 그거 DNA 말하는 거잖아?’그들이 어떻게 확인하는지는 몰랐지만, 3분 뒤 그 여자가 다시 내려왔다.“확인해봤더니 둘이 정말 부녀 사이 맞아! 차에 타. 남수야, 이 장애인 좀 부축해줘. 아이는 내가 안을게. 차 안에 삼록 우유도 있어.”“뭐라고요? 삼록 우유?”임건우가 깜짝 놀라 외쳤다.삼록이라니 그거 독이 든 우유 아니었나?여자가 대답했다.“삼록 우유 맞아. 삼록은 4등급 요수인데 영양이 엄청 풍부해. 인공 분유보다 훨씬 낫지.”그러자 임건우는 이 세계에도 인공 분유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하지만 어떤 브랜드인지는 알 수 없었다.차에 타면서 임건우는 자세히 살폈다.이건 진짜 배가 아니었다.겉모양만 배 같을 뿐이었다.이 물건은 바퀴가 달려 있었고 그 아래에서 계속해서 영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즉 이 차는 일종의 영기 엔진으로 움직이고 있었다.“냄새가 고약하네요. 혹시... 바지에 똥이라도 쌌어요?”붕이가 임건우를 보며 말했다.“바지에 싼 게 아니라 목에 묻은 거예요. 냄새 맡아볼래요?”임건우는 솔직하게 대답했다.차... 아니, 배처럼 생긴 이 차는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임건우는 다시 작은 숲 쪽을 돌아봤다.미친 할머니는 여전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임건우는 마음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약간의 실망을 느꼈다.정말 죽은 걸까?그렇다면 그녀는 대체 왜 딸을 데려간 걸까?미친 할머니는 워낙 기이한 사람이었기에 이 질문에는 답이 없을 터였다.임건우는 아가씨의 품에 안긴 딸을 보았다.못생긴 얼굴의 이 여자는 의외로 아이를 좋아하는 듯했다.마치 자기 아이를 보는 것처럼 모성애가 가득했다.“진짜 냄새나잖아!”붕이는 임건우의 목을 가까이 들이대고 냄새를 맡더니 입을 틀어막았다.“어떻게 똥을 목에 묻히고 다녀요?”“...아이를 낳아보면 알 거예요.”임건우는 점점 긴장이 풀리는 걸 느꼈다.부상도 빠르게 회복 중이었고 이 일행의 수련 경지도 그다지 높지 않았다.아가씨가 가
그 아가씨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지금 아내를 데려가는 게 얼마나 비싼지 알아? 일만 영석도 안 된다면 아내를 맞이할 수 없다고! 데릴사위면 모를까.하물며 다리가 없는 사람은 아마 그 누가 받아들여 줄지도 의문이잖아?임건우는 그 아가씨가 자신을 바라보며 동정하는 눈빛을 보며 마음속으로 씁쓸해졌다. 이 여자가 너무도 솔직해서 그런지, 뭔가 이상한 감정이 들었다.그리고 그녀가 보며 눈에 띄게 이상한 점이 있었다.임건우의 두 다리는 무릎부터 밑이 온전하지 않게 끊어져 있었고 그 길이도 다르고 각도도 달랐다.“그... 당신 딸은 왜 나무에 걸려 있는 거죠?”“어, 그게...”임건우는 잠시 머뭇거리며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그때 아가씨가 먼저 말했다.“알겠어요. 도둑을 만난 거죠? 이 길이 좁고 인적도 드물어서 도적들이 자주 들락날락해요. 당신도 분명 외지인이죠?”임건우는 그 길이 30미터를 넘는 큰 도로인 걸 보고는 내심 의아해하며 생각했다.‘이 도로가 작은 거라고? 아마 그 여자는 좁은 길을 본 적이 없을 거야.’임건우는 갑자기 생각이 스쳤다.‘혹시 미친 할머니가 나를 지구에서 데려온 건가?’“아, 네. 맞아요, 저는 도둑을 만났어요!”임건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아가씨, 정말 예리하시네요... 그럼 제 딸을 좀 내려주실 수 있나요?”그때 갑자기 배에서 몇 명이 내려왔다.하나는 궁수 복장을 한 시녀였고, 두 명은 호위무사처럼 보였다.“아가씨! 조심하세요! 이 근처에 도적이 많아요!”시녀가 활을 겨누며 임건우를 향해 소리쳤다.“괜찮아!”아가씨는 손을 흔들며 대답했다.“그냥 다리가 없는 불쌍한 사람일 뿐이야. 이곳에서 도적을 만난 거지.”‘헉!’임건우는 심각히 불쾌했다.이 아가씨는 정말 말이 거칠고 상대방 기분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아무렇게나 말하는 것 같았다.그렇게 말하면서도 딸을 안고 내려놓기 시작했다.딸은 여전히 울고 있었다.“애가 왜 그러죠?”시녀가 물었다.“배고파서 그래요!”임건우가 대답했
“허공수? 그게 뭔데요?”“엄청 강하잖아? 할머니, 잘 버텨주겠죠?”임건우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급히 딸을 찾아 나섰다.그제야 이곳이 이미 불사족의 영토를 벗어났음을 알게 되었다.여기는 작은 숲 가장자리였고 백여 미터쯤 앞에는 큰 길이 보였다.그때는 햇볕이 쨍쨍 내리쬐고 있었다.임건우의 딸은 열 미터쯤 떨어진 나무 위에 걸려 있었다.나뭇가지에 몸이 낀 채 울음을 터뜨리고 있었다.“하나야, 아빠 지금 다리가 없어서 너한테 갈 수가 없구나. 아빠 좀 쉬게 해줘. 네가 잠깐만 울고 있어라!”임건우는 어쩔 수 없이 이렇게 말했다.그러고는 공간 반지에서 약을 한 움큼 꺼내 입에 털어 넣었다.곧바로 치료에 들어갔다.임건우의 두 다리는 허공의 균열에 잘려나간 상태였다.하지만 천의도법의 신비로운 치유 능력으로 살린 자를 다시 살리고 뼈도 붙일 수 있었다. 다만, 시간이 조금 걸릴 뿐이었다.그래도 살아 돌아왔으니 다행이었다.“미친 할머니, 정말 좋은 사람이네!”“만약 돌아가셨다면 나한테 꼭 알려줘야 해. 초하루 보름마다 딸 데리고 가서 향이라도 피울 테니까!”임건우는 강렬한 고마움을 느끼며 지금쯤이면 당연히 자신을 걱정하고 있을 당자현과 백옥을 떠올렸다.급히 핸드폰을 꺼내 당자현의 번호를 눌렀다.그러나 곧 신호가 전혀 잡히지 않는 것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큰길에서 소리가 들려왔다.차량이 오는 듯했다.임건우는 속으로 기뻐하며 생각했다.사람만 지나가면 됐다.병원에 데려다주는 건 물론, 딸의 분유와 기저귀도 사야 했다.치료를 멈추고 온 힘을 다해 몸을 일으켜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그러나 임건우가 본 광경은 차라리 농약이라도 마신 기분을 들게 했다.“저게 뭐야?”“저게... 배인가?”임건우는 눈을 비벼 확인했다.그러나 분명히 보였다.큰길 저쪽에서 정말로 배 한 척이 다가오고 있었다.게다가 그 배의 디자인은 아주 특이했다.배에는 상자가 잔뜩 실려 있었고 천천히 전진하고 있었다.“와, 도로에서
“와, 진짜 손으로 틈새를 찢어서 억지로 공간을 넘는다고요?”“할머니! 아니, 선배님! 저희 부녀를 죽이시려는 거예요? 멈춰요, 제발 멈추라고요!”임건우는 혼이 쏙 빠질 정도로 겁에 질렸다.이건 너무도 무서운 상황이었다.아까까지만 해도 겨우 전에 열렸던 통로를 통해 불사족 영토로 넘어갔는데도 거의 죽을 뻔했다.그런데 지금은 통로도 없는 상태에서 억지로 공간을 건너려 하다니!그 과정에서 받아야 할 공간 압박은 이전의 백 배는 더 강할 터였다.게다가 공간 틈새는 아주 불안정하다.조금만 잘못해도 몸이 반으로 잘려나갈 수 있다.임건우는 미친 할머니의 몸에서 고대 문자로 가득한 에너지 구체가 뿜어져 나와 자신과 임하나를 감싸는 것을 보았다.하지만 임건우는?그녀가 임건우의 손만 겨우 감쌌을 뿐이었다.틈새를 만난 에너지 구체는 충돌하자마자 그 힘에 밀려 흩어져 사라졌다.임건우는 그 광경을 목격하며 충격에 말을 잇지 못했다.하지만 그 에너지 구체가 뚫린 부분을 통해 공간의 틈새들이 임건우의 온몸으로 돌진해 오는 것을 보자 입 밖으로 욕설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이 미친 할망구야! 구체를 조금만 더 크게 만들어서 내 머리까지 좀 감싸주면 안 돼?”그리고 임건우의 눈앞에는 무려 백여 개나 되는 공간 틈새들이 일제히 몰려오고 있었다.임건우는 서슴없이 미친 할머니의 치마 속으로 몸을 웅크렸다.할머니가 만든 에너지 구체는 구형이었다.그리고 딸은 구체의 중심에 잘 보호되어 있었지만, 임건우는 그 딸 바로 아래 틈에 몸을 구겨 넣을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두 다리는 들어갈 공간이 없었다.슛!밖으로 드러난 두 다리에 통증이 느껴졌다.그리고... 뭔가 중요한 게 없어졌다는 기분이 들었다.임건우는 고개를 빼내 확인했다.“젠장! 내 발이 없어졌잖아!”공간 틈새에 그대로 잘려나가 알 수 없는 어딘가로 사라져버린 것이었다.고통이 엄습해왔다.피도 쉴 새 없이 흘러내렸다.임건우는 황급히 진원으로 상처를 감싸 지혈했다.발이 없는 건 그래도 참을 만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