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색의 연호육선문의 구천세인데 땅에 엎드려 머리를 조아리며 임건우와 나지선에게 살려달라고 애원하다니. 세간이 알면 발칵 뒤집힐 것이다.이름만 들어도 고상한 그 이름, 구천세높은 곳에서 세상을 내려다보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어제까지의 한광은 그러했다. 연호의 총괄을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그의 눈에 차지 않았다. 스스로 자신이 만인의 일인자라고 생각했다.그러나 그의 모든 교만함과 생각들은 무자비하게 부서졌다.그의 세계관이 완전히 무너졌다.수진자가 정말 존재한다니!하지만 구천세 한광의 애원에도 부영록은 전혀 안중에 없었다.“아가야, 넌 어떻게 생각하니?”“절 뭐라고 부르셨어요?”임건우는 당황하며 물었다.얼굴은 영락없는 나지선이었지만 표정과 눈빛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너 같이 어린 애는 나한테 애새끼로밖에 안 보여.”“어—”“어때? 저 놈을 네 부하로 쓴다면 날 보호하는 데 있어서 보장이 하나 더 늘지 않겠어?”부영록은 담담하게 말했다.“물론 죽여도 좋아. 너의 천부와 기운으로 반년도 안 돼서 저 놈을 따라잡을 수 있을테니까. 그때 죽여도 좋고.”예전 같으면 한광은 코웃음을 치며 이 말을 꺼낸 사람에게 참혹한 대가를 치르게 할것이다.그러나 지금, 그는 부영록의 전대미문의 주술을 본 후로 완전히 붕괴되었다.그는 연신 큰 소리로 구걸했다.“죽이지, 죽이지 마! 임건우, 난 연호육선문의 구천세이자 연호에서 막대한 권력을 행사하고 있어. 살려두면 너에게 큰 도움이 될 거야. 앞으로 연호에서 한자리 하게 해줄게. 그, 그리고 너 지금 너희 아버지 죽음도 파헤치고 있잖아? 내가 도와줄게. 네 아버지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알고 있거든.”임건우는 듣자마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그래? 좋아. 지금 바로 솔직하게 알려줘.”한광은 오히려 흥정을 시도했다.“알려줄 수 있어. 하지만 먼저 날 죽이지 않겠다고 맹세해! 전에 고대 서적에서 봤는데 너희 같은 수신자들은 약속을 중요시하더라고. 안 그러면 악마가 되니까. 맞지? 네가 맹세해준다
물건 하나가 떨어졌다. 자세히 보니 거북이 껍데기였다.위에는 둥근 구멍이 있고 붉은 줄이 구멍을 감싸고 있는데 이전에는 줄곧 한광의 목에 걸려 있었다.임건우는 거북 껍데기를 집어 들고 물었다.“이거……, 설마 현무천서야?”비록 한광은 마음속으로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반항은 이미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네, 주인님. 맞습니다. 이것이 바로 주인님 아버님께서 바다 밑에서 건져 올린 현무천서입니다. 후에 제가 가졌지만 안의 핵심 비급은 주인님 아버님께서 일찍이 가져가셨습니다. 지금은 주인님에게 있을 겁니다.”임건우는 고개를 저었다.“아니. 틀렸어. 난 현무천서를 가진 적이 없어. 너한테 여러 번 말 했을 텐데.”“그럴 리가요?”한광은 믿기 어려운 표정이었다.“만약 없다면 주인님이 선보이신 귀문무공은 무엇인가요?”이때 부영록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정말 바보군! 아직도 이 거북이 등 껍데기 안에 무공비급이 있다고 생각해? 이게 뭔지는 알고?”“이, 이것은 현무천서가 아닙니까?”“무엇이라고 부르든 상관없지만, 중요한 건 이것은 전혀 무슨 무공비급이 아니라는 거야. 그 안에 어떠한 수련 공법도 없어.”“그럼 이건 도대체 뭡니까?”임건우가 물었다.“아, 이거? 태공도라고. 태공좌표라고도 해!”부영록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지도?”임건우는 비명을 질렀다.부영록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부문이 그녀의 가느다란 손가락 위를 둘러싸더니 거북이 껍데기 위에 불을 붙였다.그 순간, 거북이 껍데기 위에서 은은한 빛이 난다.거북이 등 껍데기 우의 무늬가 살아있는 것처럼 무수한 룬진들이 세차게 유동하더니 은은한 빛을 뿌리며 아름답고도 복잡한 태공도가 사람들 앞에 전시되었다.이 장면을 본 임건우와 한광은 아연실색하였다.그러나 그림은 완전하지 않았으며 곧이어 그림이 사라졌다.거북이 등 껍데기 또한 잠잠해졌다.부영록이 말했다.“현무천서의 태공도를 해석하기는 어려워. 아마도 명문가에 의해서 만들어진
천의도법을 얻었던 임건우는 이미 어머니 우나영의 신체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아픈 기색이 없이 건강하였다.임건우가 심문하자 한광은 고개를 흔들었다.“구체적인 건 저도 잘 모릅니다. 단지 전해오는 몇 마디만 알 뿐입니다. 듣기로는 엄중했다던데 왜 지금은 건강한 모습인지 저도 잘 모릅니다.”임건우가 눈살을 찌푸렸다.하지만 당장 그 이유를 알 방도가 없었다.그리고 한광과 주종 계약을 맺은지라 그가 거짓말을 한다면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다.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오리무중이었다. 현재 그로서 가장 신기하게 느끼는 것은 이곳이었다. 방금까지 바다 위에 있었는데 깨어나 보니 이곳에 있었다. 설마 오랫동안 혼수상태에 빠졌단 말인가?결국 임건우는 참지 못하고 물어보았다.“뭐?”“이곳은 바다 안에 있는 결계라고? 섬 전체가 결계안에 둘러싸여 있고?”말도 안 돼.임건우는 진법의 위력을 알고 있지만 이렇게 큰 진법 결계를 설치한 부영록이 정말로놀라웠다.동원된 법기만 하여도 셀 수 없을 정도이다.이때 부영록이 입을 열었다.“이까짓게 뭐 대수라고. 그냥 대자연의 힘을 빌려서 설치한 작은 결계일 뿐이야. 네 손에 있는 현무천서가 가리키는 곳이 적어도 천지일거야. 그곳엔 건곤도 있다고! 됐고, 지금 난 이 결계에 관심이 없어. 이 섬 깊숙한 곳에 아주 좋은 보물이 있는 것 같거든.”한광이 어둠에 가려진 궁전을 가리켰다.“저기에 있나요?”부영록은 고개를 끄덕였다.“아마도!”항광은 눈을 동그랗게 떳다. 앞에 우뚝 솟은 웅장한 궁전을 보면서 한동안 가슴이 설레였다. 그는 연호 육선문의 구천세이지만 예전부터 수진자에 대한 동경을 가지고 있었다. 애석하게도 그는 최선을 다해도 수진의 무공비급을 알 수가 없었다. 마치 모든 것이 지어낸 신화 같았다.하지만 지금 그 신화가 눈앞에 나타났다.임건우도 끝까지 파헤치고 싶었다.부영록이 입을 열었다.“아마도 상고 시기에 내려져 온 가문일 거야. 후에 무슨 이유로 멸문당했지만 가문을 지키는 결계는 계속 존재하고 있자. 이런
그녀의 몸은 사실 줄곧 끊임없이 천지 사이를 떠도는 영기를 흡수하고 있다. 이 섬 위의 영기는 바깥 대도시 영기의 백배에 해당할 정도로 충분하다.끝없는 영기가 저절로 날아와 나지선에게 흡수됨과 동시에 임건우에게도 많이 흡수되었다.세 사람은 밤의 유령처럼 빠르게 전방으로 나아갔다.2킬로미터도 채 떨어지지 않았을 때 갑자기 성안에서 음악 소리가 들려왔다.“사랑은 굶주린 늑대 같아 어떻게 안고 자겠는가.”“그는 반드시 나의 상처를 위해 기념해 줄 것이다.”“사랑은 굶주린 늑대처럼 입술은 달콤하다”“만약 가까이 가서 그 흉악함을 가지고 논다면…….”익숙한 멜로디가 성에서 전해지자 임건우는 화들짝 놀랐다.이건 한강 가수 장학우의 옛 노래‘배고픈 늑대의 전설’이 아닌가?상고 시기 어느 조대에서 내려온 건지도 모르는 가문에서 이 멜로디가 울려오다니. 어이가 없었다. 분명히 고대 사회로 돌아온 것 같은데 자세히 보면 드라마세트장에 온 것처럼 주위에는 현대식 건축물로 둘러싸였다…….……세 사람은 살금살금 다가갔다.오래된 궁전이었다. 언제부터 존재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연대감이 넘치는 낡은 궁전이 벽돌 하나 파손되지 않았다. 이렇게 완벽히 보존해 있는 궁전은 아주 드물었다.궁전 안에는 사람들의 소리가 들끓는다.이상한 울부짖음으로 가득찼고 이따끔 늑대의 울음소리를 흉내 낸 소리도 들려왔다.성 밖에는 아무도 없었다. 문지기의 그림자조차도 보이지 않았다.그들은 좀처럼 누군가 그곳에 닥쳐올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다.임건우 등은 손쉽게 궁전으로 다가왔다. 심지어 문을 통과해 커다란 기둥 뒤로 몸을 숨겨도 아무도 그들의 존재를 의식하지 못했다.“오늘은 일 년에 한 번 있는 목욕하는 날이다!”“비록 문주님께서 외출하셨지만 목욕일은 그냥 넘길 수 없지. 오늘 문주님을 대신해 나 윤미아가 주최하겠다!”“모두 무릎을 꿇고 성심성의껏 참배하라!”예쁘장하게 생긴 여성 한 분이 말하고 있었다.화이트 옷을 입은 그녀는 거룩하고 고귀해 보였고 말하는 목소리는
여자의 이름은 백이설.중해 조씨 가문의 조성호의 아내이자 조동진과 조진아의 어머니이다.임건우는 해룡문의 총 기지에서 백이설을 만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한광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이다.바로 며칠 전, 용성무, 임건우와 맹진수가 떠난 후 한광은 백이설과 담소를 나누고 밥도 함께 먹었었다. 백이설은 일 처리 능력이 아주 뛰어났다. 그런 그녀가 한광에게 거부할 수 없는 유혹적인 선물을 하였다……. 바로 연수단이었다.한 알을 먹으면 5년이라는 수명을 더 늘릴 수 있는 묘약이었다.그 나이에 5년이라는 수명은 너무나 유혹적인지라 도저히 거절할 수 없었다.물론 소소한 대가를 치뤄야 했다. 그래서 한광은 백이설에게 육호 육선문에 자리 하나를 내주었다. 이로써 백이설은 연호 육선문의 사람이 되었다.하지만 이곳에서 백이설을 마주치다니. 정말 자기 뺨을 후려치고 싶었다.백이설이 오자 성녀 윤미아의 눈빛은 경외심으로 가득 찼다. 무릎 꿇은 해룡문 교파들을 본 윤미아는 백이설에게 간단한 인사와 함께 공손한 태도로 말했다.“윤미아 성녀님, 어서 오십시오!”아래에 있던 사람들도 일제히 외쳤다.“성사님, 어서 오십시오!”이 장면을 본 임건우와 한광은 눈만 크게 뜬 채 아무 말도 못하였다.“성녀는 그렇다 쳐도 성사? 성녀보다 더 높은 지위잖아!”한광은 엄청 놀랐다. 성사는 상급 세력을 위해 존재하며 하급 세력에 있어서는 위임된 사자이다. 상급 하급 관계가 아니지만 성사의 위력은 아주 컸다. 해룡문의 우두머리보다 더 큰 숨겨진 조직이 있다는 말인가?임건우는 고개를 저었다.이때 백이설이 손을 저으며 말했다.“모두 일어나세요!”사람들이 일제히 일어나자 백이설은 도도한 표정으로 말했다.“제가 듣기론 오늘이 해룡문 일 년마다 찾아오는 묙욕날이라면서요? 해용신은 언제나 여러분과 함께 계십니다. 비록 제가 해룡문의 사람은 아니나 여러분의 연회에 한 번쯤은 참가하고 싶었어요. 여러분의 의견은 어떠한지?” 성녀 윤미아가 이어서 말했다.“성사님과 함께 하는 목욕 날
하지만 나지선은 원래부터 임건우의 사람이었다. 오히려 자신이 둘 사이에 끼어든 것이다.“맘대로 해!”“내 육신도 아니고!”부영록은 임건우가 잡은 손을 뿌리치지 않았다. 오히려 계속 임건우가 잡도록 내버려두었다.백이설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성교주님이 명령하셨습니다. 중해 스카이캐슬 프로젝트는 무조건 따오시랍니다. 누가 막으면 성교주님에게 반항하는 걸로 간주 할 것입니다.스카이캐슬 프로젝트를 따오기만 하면 성교주님이 4대 법왕이 되어 여러분들을 통솔할 것입니다!”아래에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외쳤다.“명령 받들겠습니다!”“또한 본 사자는 이미 연호 육선문 침입에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일손이 빠르고 연호 육선문에서 기반을 다져 세력을 키울 수 있게 도와주는 조수 몇 명이 필요합니다. 목욕일이 지나면 성녀님께서 추천리스트 좀 뽑아주세요. 고수 스무명 정도면 될 것 같네요.”윤미아는 놀라서 물었다.“성사님, 연호 육선문은 연호에서 가장 은밀한 조직입니다. 그 안으로 침입하려면 정말 어려웠을 건데 어떻게 하셨어요? 세력을 키울 수도 있나요?”백이설이 웃으며 자랑스럽게 말했다.“어렵지 않아요. 사람마다 약점이 있기 마련이니 자세히 찾아보면 약점을 알아낼 수 있을 거예요. 그래서 제가 찾은 약점이 바로 연호 육선문 천세인 한광이거든요. 한광은 고집이 세고 야심이 강하며 또 죽음을 두려워하니 연수단 하나로 그의 신임을 샀지요.”임건우는 하마터면 소리 내서 웃을 뻔했다.고개를 돌려 한광에게 물었다.“이렇게 빨리 간파되다니!”화를 참지 못한 한광은 하마터면 뛰쳐나갈 뻔했다.그러나 곧 해룡문의 목욕일이 시작되었다. 목욕 구역에 있던 사람들은 중간에 있는 문짝과 같은 물건으로 격리된 채 남자와 여자가 양쪽으로 나뉘어졌다. 곧이어 성녀 윤미아를 포함한 모든 사람이 옷을 벗기 시작했다.한명 한명 모두 나체로 변했다.부영록은 아무런 느낌이 없었으나 바로 여자 쪽 뒤에 숨어서 모든 장면을 본 임건우와 한광는 흥분하기 시작했다.확실히 해룡문의 여성 제자들
영기우에 몸을 흠뻑 적신 남녀는 눈을 감은 채 이 순간을 즐겼다.임건우는 왜 옷을 벗는지 알고 있었다.왜냐하면 옷을 벗으면 영기가 더욱 잘 흡수되기 때문이다.옷을 입으면 피부가 영기에 닿아 효과가 크게 떨어진다.하지만 진정한 수신자와 비교하면 영기우를 낭비한 셈이다.영기를 흡수할 방법을 모르는 그들은 수련의 기초가 없는 상태에서 목욕하는 방법으로써 피동적으로 영기를 흡수하였다. 게다가 흡수되는 영기는 소수였고 나머지 영기는 결계로 인해 바다 밖으로 나갈 수 없어 성 밖 섬의 곳곳으로 사라진다.임건우 등은 조용히 뒤로 물러나 성 안 더 깊은 곳으로 걸어갔다.아무도 그들의 존재를 발견하지 못했다.“영맥은 무엇인가요?”한광이 물었다.“때가 되면 알게 될 거야.”임건우가 대답했다. 사실 그도 실제로 본 적은 없었다.성 전체에도 진법 금제가 층층이 배치되어 있다.예를 들면 외곽에 위치한 로비에는 영기 목욕의 진법을 제외하고 다른 진법이 존재하지 않는다. 거실에서 100메터 정도 들어가면 금제 한층이 있어 금제를 알지 못하는 사람은 뚫기가 어렵다.“건우야, 진법을 알아?”부영록은 임건우를 힐끗 보고 담담하게 물었다.나지선은 임건우를 놀릴 때 농담으로 “건우야”라고 한다.그러나 임건우를 부르는 부영록과 나지선의 말투는 달랐다.마치 내시를 부르는 말투 같았다.임건우는 마음이 아파져 왔다.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금제의 등급은 보통이었다. 그는 현인의 눈을 통해 진법의 원리를 쉽게 해독하여 자기 집 드나들 듯이 후원에 들어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성곽의 가장 깊은 곳에서 부영록이 말한 영맥을 찾았다. “구천세는?”임건우가 고개를 돌려 한광을 찾았으나 보이지 않았다.“쓸모없는 자식. 중간에 길을 잘못 들어서 진법에 갇혔을거야.”부영록이 말했다.“신경 쓰지 마. 이따가 구하면 되는데 뭐. 어차피 일반인이어서 도움도 안 돼.”임건우는 고개를 끄덕였다.영맥은 성안 깊숙한 곳에 위치한 작은 연못 아래에 있었다.연못 위쪽에
하지만 곧이어 자복궁 안의 혼돈 구슬이 갑자기 흔들리기 시작했다.큰 고래가 물을 빨아들이는 것처럼 체내의 방대한 에너지가 모두 흡수되었다. 경맥이 폭파하는 감각이 전혀 없을 뿐만 아니라 원래부터 경맥 안에서 유동하는 영력도 모두 빨려가는 것 같았다.심지어 경맥 안의 영력이 싹 비워지자 바로 단전의 영력도 흡수하기 시작했다.“미친!”“X발, 무슨 일이야? 개 같은 혼돈 구슬, 설마 사람 속이는 물건 같은 건 아니겠지?”그는 매우 걱정하였다.계속 이렇게 뽑히다간 그의 단전이 모두 흡수되어 완전히 죽어버릴 것 같았다.임건우는 옆에 있던 조각상 앞으로 달려가 용기를 집어 들고 벌컥벌컥 들이마셨다.정말 효과가 생겼다!혼돈 구슬은 더 이상 단전의 영기를 흡수하지 않고 영기액의 에너지를 빨아들이기 시작했다.하지만 턱없이 부족하다.또!계속!세 번째 그릇, 네 번째 그릇, 다섯 번째 그릇…….옆에 있던 부영록은 깜짝 놀랐다. 큰소리치며 다급히 말렸다.“미쳤어? 신동급이 이렇게 많은 영기액을 먹으면 죽는 거 몰라? 네가 분신이라도 되는 줄 아니? 빨리 멈춰, 안 그러면 너 죽어!”임건우는 멈추지 않았다.“안 마시면 내가 죽어.”그는 멈추지 않고 계속 영기액을 들이켰다.여섯 번째 그릇, 일곱 번째 그릇…….영락이는 넋을 잃은 채 그 모습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그녀의 상식으로는 도무지 어떤 상황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하지만 임건우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오히려 블랙홀처럼 처음 마신 영기액을 제외하고는 아무런 느낌도 없었다! 그녀는 영기액에 가짜 성분이 없다고 확신했다. 그렇다는 건 임건우의 몸이 이상하다는 것.그녀는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임건우가 언제까지 버티는지 보고 싶었다.결국 임건우는 열두 그릇을 모두 마셔버렸다.“다 마셨네?”“더 없어요?”임건우는 한 바퀴 빙 돌면서 용기에 담긴 영기액을 전부 마셨다. 하지만 체내의 혼돈 구슬은 아직도 게걸스럽게 영기를 빨아들이고 있었다.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단전의 영기를 또
임건우는 말문이 막혔다.‘유전자라니, 그거 DNA 말하는 거잖아?’그들이 어떻게 확인하는지는 몰랐지만, 3분 뒤 그 여자가 다시 내려왔다.“확인해봤더니 둘이 정말 부녀 사이 맞아! 차에 타. 남수야, 이 장애인 좀 부축해줘. 아이는 내가 안을게. 차 안에 삼록 우유도 있어.”“뭐라고요? 삼록 우유?”임건우가 깜짝 놀라 외쳤다.삼록이라니 그거 독이 든 우유 아니었나?여자가 대답했다.“삼록 우유 맞아. 삼록은 4등급 요수인데 영양이 엄청 풍부해. 인공 분유보다 훨씬 낫지.”그러자 임건우는 이 세계에도 인공 분유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하지만 어떤 브랜드인지는 알 수 없었다.차에 타면서 임건우는 자세히 살폈다.이건 진짜 배가 아니었다.겉모양만 배 같을 뿐이었다.이 물건은 바퀴가 달려 있었고 그 아래에서 계속해서 영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즉 이 차는 일종의 영기 엔진으로 움직이고 있었다.“냄새가 고약하네요. 혹시... 바지에 똥이라도 쌌어요?”붕이가 임건우를 보며 말했다.“바지에 싼 게 아니라 목에 묻은 거예요. 냄새 맡아볼래요?”임건우는 솔직하게 대답했다.차... 아니, 배처럼 생긴 이 차는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임건우는 다시 작은 숲 쪽을 돌아봤다.미친 할머니는 여전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임건우는 마음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약간의 실망을 느꼈다.정말 죽은 걸까?그렇다면 그녀는 대체 왜 딸을 데려간 걸까?미친 할머니는 워낙 기이한 사람이었기에 이 질문에는 답이 없을 터였다.임건우는 아가씨의 품에 안긴 딸을 보았다.못생긴 얼굴의 이 여자는 의외로 아이를 좋아하는 듯했다.마치 자기 아이를 보는 것처럼 모성애가 가득했다.“진짜 냄새나잖아!”붕이는 임건우의 목을 가까이 들이대고 냄새를 맡더니 입을 틀어막았다.“어떻게 똥을 목에 묻히고 다녀요?”“...아이를 낳아보면 알 거예요.”임건우는 점점 긴장이 풀리는 걸 느꼈다.부상도 빠르게 회복 중이었고 이 일행의 수련 경지도 그다지 높지 않았다.아가씨가 가
그 아가씨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지금 아내를 데려가는 게 얼마나 비싼지 알아? 일만 영석도 안 된다면 아내를 맞이할 수 없다고! 데릴사위면 모를까.하물며 다리가 없는 사람은 아마 그 누가 받아들여 줄지도 의문이잖아?임건우는 그 아가씨가 자신을 바라보며 동정하는 눈빛을 보며 마음속으로 씁쓸해졌다. 이 여자가 너무도 솔직해서 그런지, 뭔가 이상한 감정이 들었다.그리고 그녀가 보며 눈에 띄게 이상한 점이 있었다.임건우의 두 다리는 무릎부터 밑이 온전하지 않게 끊어져 있었고 그 길이도 다르고 각도도 달랐다.“그... 당신 딸은 왜 나무에 걸려 있는 거죠?”“어, 그게...”임건우는 잠시 머뭇거리며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그때 아가씨가 먼저 말했다.“알겠어요. 도둑을 만난 거죠? 이 길이 좁고 인적도 드물어서 도적들이 자주 들락날락해요. 당신도 분명 외지인이죠?”임건우는 그 길이 30미터를 넘는 큰 도로인 걸 보고는 내심 의아해하며 생각했다.‘이 도로가 작은 거라고? 아마 그 여자는 좁은 길을 본 적이 없을 거야.’임건우는 갑자기 생각이 스쳤다.‘혹시 미친 할머니가 나를 지구에서 데려온 건가?’“아, 네. 맞아요, 저는 도둑을 만났어요!”임건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아가씨, 정말 예리하시네요... 그럼 제 딸을 좀 내려주실 수 있나요?”그때 갑자기 배에서 몇 명이 내려왔다.하나는 궁수 복장을 한 시녀였고, 두 명은 호위무사처럼 보였다.“아가씨! 조심하세요! 이 근처에 도적이 많아요!”시녀가 활을 겨누며 임건우를 향해 소리쳤다.“괜찮아!”아가씨는 손을 흔들며 대답했다.“그냥 다리가 없는 불쌍한 사람일 뿐이야. 이곳에서 도적을 만난 거지.”‘헉!’임건우는 심각히 불쾌했다.이 아가씨는 정말 말이 거칠고 상대방 기분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아무렇게나 말하는 것 같았다.그렇게 말하면서도 딸을 안고 내려놓기 시작했다.딸은 여전히 울고 있었다.“애가 왜 그러죠?”시녀가 물었다.“배고파서 그래요!”임건우가 대답했
“허공수? 그게 뭔데요?”“엄청 강하잖아? 할머니, 잘 버텨주겠죠?”임건우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급히 딸을 찾아 나섰다.그제야 이곳이 이미 불사족의 영토를 벗어났음을 알게 되었다.여기는 작은 숲 가장자리였고 백여 미터쯤 앞에는 큰 길이 보였다.그때는 햇볕이 쨍쨍 내리쬐고 있었다.임건우의 딸은 열 미터쯤 떨어진 나무 위에 걸려 있었다.나뭇가지에 몸이 낀 채 울음을 터뜨리고 있었다.“하나야, 아빠 지금 다리가 없어서 너한테 갈 수가 없구나. 아빠 좀 쉬게 해줘. 네가 잠깐만 울고 있어라!”임건우는 어쩔 수 없이 이렇게 말했다.그러고는 공간 반지에서 약을 한 움큼 꺼내 입에 털어 넣었다.곧바로 치료에 들어갔다.임건우의 두 다리는 허공의 균열에 잘려나간 상태였다.하지만 천의도법의 신비로운 치유 능력으로 살린 자를 다시 살리고 뼈도 붙일 수 있었다. 다만, 시간이 조금 걸릴 뿐이었다.그래도 살아 돌아왔으니 다행이었다.“미친 할머니, 정말 좋은 사람이네!”“만약 돌아가셨다면 나한테 꼭 알려줘야 해. 초하루 보름마다 딸 데리고 가서 향이라도 피울 테니까!”임건우는 강렬한 고마움을 느끼며 지금쯤이면 당연히 자신을 걱정하고 있을 당자현과 백옥을 떠올렸다.급히 핸드폰을 꺼내 당자현의 번호를 눌렀다.그러나 곧 신호가 전혀 잡히지 않는 것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큰길에서 소리가 들려왔다.차량이 오는 듯했다.임건우는 속으로 기뻐하며 생각했다.사람만 지나가면 됐다.병원에 데려다주는 건 물론, 딸의 분유와 기저귀도 사야 했다.치료를 멈추고 온 힘을 다해 몸을 일으켜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그러나 임건우가 본 광경은 차라리 농약이라도 마신 기분을 들게 했다.“저게 뭐야?”“저게... 배인가?”임건우는 눈을 비벼 확인했다.그러나 분명히 보였다.큰길 저쪽에서 정말로 배 한 척이 다가오고 있었다.게다가 그 배의 디자인은 아주 특이했다.배에는 상자가 잔뜩 실려 있었고 천천히 전진하고 있었다.“와, 도로에서
“와, 진짜 손으로 틈새를 찢어서 억지로 공간을 넘는다고요?”“할머니! 아니, 선배님! 저희 부녀를 죽이시려는 거예요? 멈춰요, 제발 멈추라고요!”임건우는 혼이 쏙 빠질 정도로 겁에 질렸다.이건 너무도 무서운 상황이었다.아까까지만 해도 겨우 전에 열렸던 통로를 통해 불사족 영토로 넘어갔는데도 거의 죽을 뻔했다.그런데 지금은 통로도 없는 상태에서 억지로 공간을 건너려 하다니!그 과정에서 받아야 할 공간 압박은 이전의 백 배는 더 강할 터였다.게다가 공간 틈새는 아주 불안정하다.조금만 잘못해도 몸이 반으로 잘려나갈 수 있다.임건우는 미친 할머니의 몸에서 고대 문자로 가득한 에너지 구체가 뿜어져 나와 자신과 임하나를 감싸는 것을 보았다.하지만 임건우는?그녀가 임건우의 손만 겨우 감쌌을 뿐이었다.틈새를 만난 에너지 구체는 충돌하자마자 그 힘에 밀려 흩어져 사라졌다.임건우는 그 광경을 목격하며 충격에 말을 잇지 못했다.하지만 그 에너지 구체가 뚫린 부분을 통해 공간의 틈새들이 임건우의 온몸으로 돌진해 오는 것을 보자 입 밖으로 욕설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이 미친 할망구야! 구체를 조금만 더 크게 만들어서 내 머리까지 좀 감싸주면 안 돼?”그리고 임건우의 눈앞에는 무려 백여 개나 되는 공간 틈새들이 일제히 몰려오고 있었다.임건우는 서슴없이 미친 할머니의 치마 속으로 몸을 웅크렸다.할머니가 만든 에너지 구체는 구형이었다.그리고 딸은 구체의 중심에 잘 보호되어 있었지만, 임건우는 그 딸 바로 아래 틈에 몸을 구겨 넣을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두 다리는 들어갈 공간이 없었다.슛!밖으로 드러난 두 다리에 통증이 느껴졌다.그리고... 뭔가 중요한 게 없어졌다는 기분이 들었다.임건우는 고개를 빼내 확인했다.“젠장! 내 발이 없어졌잖아!”공간 틈새에 그대로 잘려나가 알 수 없는 어딘가로 사라져버린 것이었다.고통이 엄습해왔다.피도 쉴 새 없이 흘러내렸다.임건우는 황급히 진원으로 상처를 감싸 지혈했다.발이 없는 건 그래도 참을 만했
임건우는 고통에 눈앞이 캄캄해졌다.우선 딸을 옆에 조심스레 내려놓고 눈앞의 무덤을 살펴봤다.이 무덤은 다른 것들에 비해 규모가 상당히 작았다.위치도 가장자리에 있었고 심지어 묘비조차 없는 작은 흙무더기에 불과했다.임건우는 견곤검을 꺼내 들고 바로 파헤치기 시작했다.3~5분 정도 지나자, 임건우는 무덤 속에서 돌로 된 관 하나를 발견했다.그 관을 열어 본 순간, 그는 멍해졌다.안에는 살아 있는 듯한 여자가 누워 있었다.불타오를 듯한 붉은 고풍스러운 장포를 입고 있었으며 오밀조밀한 이목구비와 허리까지 흘러내린 긴 머리를 가진 여인이었다.심지어 눈까지 뜬 채였다.“뭐야, 설마 진짜 살아 있는 거야?”오랫동안 살펴봤지만 그녀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그제야 안심한 임건우는 그녀의 손에 쥐어진 흙 한 덩어리가 혼돈 나무를 흥분시키는 원인임을 알아차렸다.‘이게 대체 무슨 흙이지? 혼돈 나무를 이렇게까지 들뜨게 하다니?’혼돈 나무의 투영이 임건우의 자복궁으로 돌아가더니 직접 뿌리 하나를 뻗어 그 흙을 감아올려 가져갔다.그때 임건우의 시선이 여자의 손목으로 옮겨갔다.손목에는 붉은 끈이 매여 있었고 그 끈에 매달린 보랏빛 신비로운 옥 조각이 눈에 들어왔다.자세히 보면 이 옥 안에는 고대 문자가 새겨져 있는 듯했지만, 정확히 알아보긴 어려웠다.임건우는 중얼거렸다.“이런 보물이 이렇게 묻혀있다니 너무 아깝잖아.”“차라리 내가 더 나은 주인을 찾아주는 게 낫겠네.”천신의 무덤에 묻힌 자들은 대부분 대단한 인물들이었고, 그들과 함께 묻힌 물건도 보통 물건이 아니었다.임건우는 여자의 관을 다시 닫고 흙으로 덮어 원래대로 돌려놓았다.그리고는 다른 무덤도 파보기로 했다.그는 대흑신족, 흑천신왕의 무덤을 찾아내고 힘차게 파헤쳤다.그러나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무덤이 전혀 파이지 않았다.강력한 규칙의 보호를 받는 듯했고 무리하게 파내려다가는 오히려 그 규칙의 반동으로 치명상을 입을 뻔했다.그는 다른 무덤들도 몇 번 시도해봤지만, 결과는 똑같았다.
임건우는 임하나를 안고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갔다.점점 가까워지자, 임건우가 바라본 궁전은 그야말로 충격적이었다.이 궁전은 뼈로 지어진 궁전이었고 곳곳에 해골이 가득 차 있었다.그 해골들은 기괴한 대문을 형성하고 있었다.문 앞에는 거대한 비석이 하나 서 있었다.비석 위에는 천신의 무덤이라는 고풍스러운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천신의 무덤?’이게 무슨 뜻일까?임건우는 이해할 수 없었다.하지만 그의 자복궁 안에서 강한 진동이 일어났다.마치 혼돈 구슬이 무언가를 찾은 듯 흥분한 느낌이었다.한편으로는 여기서 일어나는 폭풍이 더욱 거세졌다.모래바람이 얼굴에 맞아 아프기 그지없었다.임건우는 어쩔 수 없이 딸의 얼굴을 자신의 품에 묻고 진원을 돌려 딸을 보호했다. 하지만 이 폭풍은 단순한 모래바람이 아니었다.그것은 죽음의 기운과 다양한 부정적인 에너지를 담고 있었고 피부를 베는 듯한 아픔을 안겨주었다.붉은 달이 서서히 내려가며 폭풍은 더욱 거세졌다.“방법이 없겠군!”“그렇다면 안으로 들어가야겠다!”임건우는 깊은숨을 들이쉬고 백골 궁전 안으로 발을 들였다.순간, 임건우는 끝없는 원망과 분노가 그를 덮치는 걸 느꼈다.슬프고 비통한 신음이 임건우의 의식 속을 채우고 있었다.정신력은 이전에 겪어본 적 없는 강한 충격을 받았다.임건우는 딸이 걱정되어 바로라도 빠져나가려고 했지만, 그 순간 해골 대문이 갑자기 쾅! 하고 닫혔다.뒤를 돌아보니 그 대문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마치 아예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으앙!”갑자기 딸이 큰 울음소리를 질렀다.임건우는 깜짝 놀라 딸이 혹시 원령의 영향을 받아 불편해하는 건 아닌지 걱정했지만, 곧 그 이유를 깨달았다.딸의 울음소리에는 어떤 신비한 힘이 담겨 있었다.정확히 말하자면 그것은 신격의 힘이었다.딸의 신격이 원망의 기운을 전부 흡수하고 소멸시킨 것이다.딸의 이마에 있는 신격에서 희미한 녹색의 빛이 퍼져나와 두 사람을 감쌌다.“착한 내 딸, 아빠를 구해줬구나!”임건우는 기쁨에 못 이겨
“이거 큰일이네!”임건우는 뒤쫓아오는 불사족들이 점점 강해지고 있음을 뚜렷이 느낄 수 있었다.그동안 도망치면서도 수많은 불사족을 베어냈지만, 시간이 갈수록 상대가 점점 더 강해졌다.바로 직전에는 인간과 비슷한 크기의 불사족 두 마리를 상대했는데 그들은 단순한 해골이 아니라 온몸이 가시와 고깃막으로 뒤덮인 괴물이었고 방어력이 엄청나게 강했다. 임건우는 간신히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지금 이 순간, 뒤쫓아오는 불사족의 기운이 점점 더 강력해지는 것이 느껴졌다.그 모습을 확인한 임건우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이런 젠장, 또 불사의 왕좌가 나왔네.”더 충격적인 건 이번엔 그 왕좌가 여성이었다는 사실이었다.“설마 저놈의 여자 친구인가?”“지금 내 상태로는 도저히 상대할 수가 없어.”처음에는 싸워볼 생각도 했지만, 상대를 보자마자 임건우는 마음을 접었다.저 여왕좌는 입만 벌리면 거대한 진공청소기처럼 모든 걸 빨아들일 것처럼 보였고 힘의 격차가 어마어마했다.“나모 아미타불, 도라 야야!”임건우는 바로 종이인형 하나를 꺼내 던졌다.그것은 바람을 타고 커지더니 황금빛 부처로 변했다.임건우는 딸을 안고 서둘러 도망쳤다.그러나...뒤따라오던 여왕좌는 금신의 허상을 단숨에 깨부수고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로 그를 추격해왔다.“젠장, 이러다 잡히겠네!”임건우가 초조하게 도망치는 순간, 갑자기 그의 자복궁에 있던 혼돈 나무가 진동하기 시작했다.모든 혼돈 구슬이 빠르게 떨려왔다.이 익숙한 감각은 임건우에게 명확히 알려주고 있었다.‘이건 뭔가 좋은 물건이 근처에 있거나, 아니면 다른 혼돈의 파편을 발견했을 때의 반응이야. 이 정도로 강하게 떨리는 걸 보니 아마 후자겠지.’“혼돈의 파편이라고?”“제발 좋은 일이 생기길 바란다!”어차피 곧 잡힐 상황이었다.임건우는 이를 악물고 도박을 걸기로 했다.혼돈 나무가 떨리는 방향을 따라 혼돈의 파편을 찾아 나선 것이다.그 앞에는 안개가 자욱하게 깔렸었다.거기에 더해 거센 바람이 일으킨 모래폭풍까지 휘몰
“딸아, 이 낯선 곳에서 내가 어디서 젖을 먹일 사람을 찾겠어?”임건우는 딸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주변은 끝없이 황량한 땅뿐이었고 그 광경을 보며 마음이 복잡해졌다.하지만 곧 임건우는 뒤에서 다가오는 소리를 들었다.불사족이 쫓아오는 게 확실했다.대지가 흔들리며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젠장, 이렇게 멀리 도망쳤는데 또 쫓아오다니?”“정말 끈질기게 따라붙네.”임건우는 어쩔 수 없이 딸을 안고 다른 방향으로 전력 질주했다.가던 길을 계속 바꾸며 피했지만, 너무나 답답했다.분명히 한 번은 떨쳐냈는데 곧 불사족이 다시 나타났다.이런 상황이 몇 번이고 반복되었다.임건우는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곰곰이 생각해보니...“젠장!”이곳은 영기조차 없고 공기 속엔 죽음의 기운만이 가득했다.그 죽음의 기운을 막기 위해 자신의 금단이 계속 돌아가며 대위신력의 에너지도 끊임없이 빠져나갔다.그 외에도 딸의 자연신격이 자동으로 그녀를 보호하며 희미한 녹색의 빛을 발하고 있었다.그들은 이 불사의 땅에서 마치 바다 위의 등대와도 같았다.“어떻게 해야 하지?”하지만 방법은 없었다.이곳에서 살아남으려면 대위신력과 자연신격 없이는 정말 힘들었다.그리고 더 큰 문제는 가나절의 통로 문을 원래 자리에 두고 나온 것이다.예전에 전소은을 쫓아가기 위해 가나절의 전송문을 통해 만요곡으로 갔는데 그 문을 그대로 두고 온 것이다.만약 그 문이 함께 왔다면 지금처럼 이렇게 힘겹게 도망치진 않았을 것이다.딸의 울음소리는 임건우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다.그러던 중, 문득 임건우의 머리에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아, 그렇지! 생명의 신천이 있었지!”“젖을 먹일 사람은 없지만, 물이라도 마시며 좀 진정시켜야겠다.”임건우는 예전에 생명의 우물에서 모은 신천을 떠올렸다.이제 그 신천이 딸에게 필요한 순간이었다.딸은 자연의 여신이 될 존재이기에 생명의 신천은 거부할 리 없을 것이다.임건우는 그녀에게 조금만 마시게 해줬다.그러자, 딸은 울음을 멈추고 행복한
거의 동시에 임건우의 몸속에 있는 진혼종이 슬픈 울음을 토해내며 그의 자복궁으로 쑥 들어가 버렸다.이 불교의 법보이자 지장왕이 준 신기는 차원의 붕괴한 공간 속에서 큰 타격을 입었고, 앞으로 상당히 오랜 시간 동안 사용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였다.“휴...”임건우가 눈을 뜨자마자 보인 첫 장면은 엄청나게 커다란 붉은빛 달이었다.주위 모든 것이 어두운 붉은빛으로 물들어 있는 기묘한 풍경이었다.그제야 임건우는 자신이 높은 하늘에서 직선으로 추락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속도가 엄청나게 빨랐다.“이런 젠장!”임건우가 옆을 돌아보자마자 깜짝 놀랐다.“여기가 대체 어디야?”임건우가 떨어지고 있는 아래쪽을 바라보니 수없이 많은 해골 병사와 불사족의 괴물들이 빽빽하게 모여 있었다.“아이코, 맙소사!”“차원 통로가 붕괴하면서 내가 불사의 땅으로 빨려 들어온 건가? 여기 아마도 불사의 문을 통과하려는 불사 대군들이 모여 있는 곳일 거야! 그런데 나랑 딸아이가 이런 곳에 떨어지다니 그야말로 호랑이 굴에 들어온 꼴 아니야?”임건우는 급히 견곤검을 소환해 검에 올라타고 비행하며 이곳을 벗어나려 했다.하지만 곧바로 깨달았다.이 괴이한 장소는 비행이 금지된 지역이라는 것을.견곤검 위에 서 있어도 움직일 수 없었고 발밑으로는 엄청난 중력이 임건우를 끌어당기고 있었다.강력한 인력이 임건우와 그의 딸을 땅으로 내리쳤다.쾅!엄청난 굉음과 함께 임건우는 딸을 꼭 안은 채로 땅에 세차게 떨어졌다.그 충격으로 수많은 불사 대군을 깔아뭉개며 커다란 구덩이가 생겼다.갑작스러운 사태는 이곳에 있던 불사 대군도 예상치 못한 듯했다.주위에 있던 적어도 수만 개의 눈이 일제히 임건우를 주시했다.“아이고, 이거 큰일 났네.”임건우의 마음이 순식간에 무거워졌다.그다음 순간, 굉음과 함께 거대한 포효 소리가 울려 퍼졌다.앞쪽에 있는 거대한 불사의 존재가 모습을 드러냈다.아마도 장군급의 존재인 듯했으며 해골 형태의 그것은 입을 벌려 알 수 없는 언어로 무언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