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기우에 몸을 흠뻑 적신 남녀는 눈을 감은 채 이 순간을 즐겼다.임건우는 왜 옷을 벗는지 알고 있었다.왜냐하면 옷을 벗으면 영기가 더욱 잘 흡수되기 때문이다.옷을 입으면 피부가 영기에 닿아 효과가 크게 떨어진다.하지만 진정한 수신자와 비교하면 영기우를 낭비한 셈이다.영기를 흡수할 방법을 모르는 그들은 수련의 기초가 없는 상태에서 목욕하는 방법으로써 피동적으로 영기를 흡수하였다. 게다가 흡수되는 영기는 소수였고 나머지 영기는 결계로 인해 바다 밖으로 나갈 수 없어 성 밖 섬의 곳곳으로 사라진다.임건우 등은 조용히 뒤로 물러나 성 안 더 깊은 곳으로 걸어갔다.아무도 그들의 존재를 발견하지 못했다.“영맥은 무엇인가요?”한광이 물었다.“때가 되면 알게 될 거야.”임건우가 대답했다. 사실 그도 실제로 본 적은 없었다.성 전체에도 진법 금제가 층층이 배치되어 있다.예를 들면 외곽에 위치한 로비에는 영기 목욕의 진법을 제외하고 다른 진법이 존재하지 않는다. 거실에서 100메터 정도 들어가면 금제 한층이 있어 금제를 알지 못하는 사람은 뚫기가 어렵다.“건우야, 진법을 알아?”부영록은 임건우를 힐끗 보고 담담하게 물었다.나지선은 임건우를 놀릴 때 농담으로 “건우야”라고 한다.그러나 임건우를 부르는 부영록과 나지선의 말투는 달랐다.마치 내시를 부르는 말투 같았다.임건우는 마음이 아파져 왔다.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금제의 등급은 보통이었다. 그는 현인의 눈을 통해 진법의 원리를 쉽게 해독하여 자기 집 드나들 듯이 후원에 들어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성곽의 가장 깊은 곳에서 부영록이 말한 영맥을 찾았다. “구천세는?”임건우가 고개를 돌려 한광을 찾았으나 보이지 않았다.“쓸모없는 자식. 중간에 길을 잘못 들어서 진법에 갇혔을거야.”부영록이 말했다.“신경 쓰지 마. 이따가 구하면 되는데 뭐. 어차피 일반인이어서 도움도 안 돼.”임건우는 고개를 끄덕였다.영맥은 성안 깊숙한 곳에 위치한 작은 연못 아래에 있었다.연못 위쪽에
하지만 곧이어 자복궁 안의 혼돈 구슬이 갑자기 흔들리기 시작했다.큰 고래가 물을 빨아들이는 것처럼 체내의 방대한 에너지가 모두 흡수되었다. 경맥이 폭파하는 감각이 전혀 없을 뿐만 아니라 원래부터 경맥 안에서 유동하는 영력도 모두 빨려가는 것 같았다.심지어 경맥 안의 영력이 싹 비워지자 바로 단전의 영력도 흡수하기 시작했다.“미친!”“X발, 무슨 일이야? 개 같은 혼돈 구슬, 설마 사람 속이는 물건 같은 건 아니겠지?”그는 매우 걱정하였다.계속 이렇게 뽑히다간 그의 단전이 모두 흡수되어 완전히 죽어버릴 것 같았다.임건우는 옆에 있던 조각상 앞으로 달려가 용기를 집어 들고 벌컥벌컥 들이마셨다.정말 효과가 생겼다!혼돈 구슬은 더 이상 단전의 영기를 흡수하지 않고 영기액의 에너지를 빨아들이기 시작했다.하지만 턱없이 부족하다.또!계속!세 번째 그릇, 네 번째 그릇, 다섯 번째 그릇…….옆에 있던 부영록은 깜짝 놀랐다. 큰소리치며 다급히 말렸다.“미쳤어? 신동급이 이렇게 많은 영기액을 먹으면 죽는 거 몰라? 네가 분신이라도 되는 줄 아니? 빨리 멈춰, 안 그러면 너 죽어!”임건우는 멈추지 않았다.“안 마시면 내가 죽어.”그는 멈추지 않고 계속 영기액을 들이켰다.여섯 번째 그릇, 일곱 번째 그릇…….영락이는 넋을 잃은 채 그 모습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그녀의 상식으로는 도무지 어떤 상황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하지만 임건우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오히려 블랙홀처럼 처음 마신 영기액을 제외하고는 아무런 느낌도 없었다! 그녀는 영기액에 가짜 성분이 없다고 확신했다. 그렇다는 건 임건우의 몸이 이상하다는 것.그녀는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임건우가 언제까지 버티는지 보고 싶었다.결국 임건우는 열두 그릇을 모두 마셔버렸다.“다 마셨네?”“더 없어요?”임건우는 한 바퀴 빙 돌면서 용기에 담긴 영기액을 전부 마셨다. 하지만 체내의 혼돈 구슬은 아직도 게걸스럽게 영기를 빨아들이고 있었다.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단전의 영기를 또
임건우는 부영록에게 구슬에 관해 아무런 얘기를 하지 않았다.부영이 어떤 사람인 줄 알고.만약 극악무도한 할망구라면?그녀의 말투를 보면 틀림없이 그의 할아버지와 할머니보다 나이 많은 늙은 괴물 같았다.몸속 구슬이 제멋대로 뛰쳐나오니 속수무책이였다.하지만 부영록은 그 구슬이 모태 혼돈 구슬이고 신비한 구슬과 정해신주는 부서진 혼돈 구슬이라고 확신하였다. 하긴 세 구슬이 하나로 합체되었으니 그렇게 보일 수도 있다.“모태 혼돈은 무엇인가요?”임건우가 물었다.“혼돈 구슬이라고 들어봤니? 신화에 의하면 혼돈 구슬은 상고 혼돈시기때 하늘이 갈라지면서 나타난 보물이라고 해. 혼돈 4대 보물이기도 하고 그 힘이 어마어마하다고 하지. 하지만 무슨 이유 때문인지 24개의 부서진 구슬과 모태 혼돈 하나로 흩어졌단다. 천운이지. 네가 3개나 가졌으니 말이야.”“상고 혼돈 시기요? 천지개벽이요?”임건우는 놀란 나머지 입이 벌어졌다.현대식 교육을 받은 현대인인 그에게 천지개벽 신화라니. 어릴 때 몇 번 들었지만 믿을 수 없었다.선조의 대물림을 받아 수신자의 길에 들어섰다 하더라도 천지개벽 같은 말은 너무 허상 같았다.“정말 천지개벽이 있나요?”부영록은 어깨를 으쓱거렸다.“나도 몰라. 신화일 뿐이니깐.”“그럼 혼돈 구슬도 신화인가요?”“혼돈 구슬 내력은 나도 전해 듣기만 한 거라서 잘 몰라. 혼돈 시기부터 지금까지 그렇게 긴 세월을 살아온 사람이 어디 있어? 그렇지만 신화라고 해도 혼돈 구슬의 힘은 나도 알아. 예전에 그 능력을 쓴 사람을 본 적 있는데 어마어마해.”……같은 시각.해룡문 궁전 로비.사람들이 영기우 목욕을 하고 있는 도중에 영기우가 갑자기 멈추었다. 영기우가 더 이상 내리지 않았고 로비에 위치한 고대 마법진은 흡사 동력을 잃은 것 같았다. 모든 룬진도가 더이상 유동하지 않는다.“무슨 일이야? 성수 목욕이 왜 멈췄지?”젊은 제자 한 명이 소리 내서 물었다.그들은 영기우를 성수라고 부르기도 한다.“그러게? 성녀님, 제가 듣기로 해룡문
윤미아는 순간 눈빛이 반짝거렸다.“좋아요. 저도 같이 가요.”……풍덩!풍덩!물소리가 두 번 났다.임건우와 부영록은 연이어 연못으로 뛰어들었다.“씁, 추워”“건우 씨, 나한테 와. 나 추워.”부영록은 연못에 뛰어들었다. 얼굴만 내민 채 임건우를 향해 소리쳤다.불과 몇 초 사이에 그녀는 온몸을 부르르 떨었고 입술은 파랗게 질렸다.조금만 더 있으면 바로 얼어서 가라앉을 것 같았다.임건우는 더 이상 지체하지 않고 연못으로 뛰어들어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현무방갑술을 사용하여 두 사람 신체 위에 현무 체외 방갑술을 형성하였다. 그리고 무명 공법을 써서 영력으로 그녀 몸 안의 한기를 덜어냈다.임건우는 한숨을 돌렸다.“잊어버린 사실 하나 있는데 내 육신이 하도 허약해 추위를 견디지 못해. 좀 있다가 어떻게 영맥을 절단하는지 알려줄게. 어떻게 하는지는 너에게 달렸어.”“네.”금방 말을 마치자 부영록의 표정이 재차 변하며 호흡이 가빠지기 시작했다.임건우가 의아해하며 물었다.“왜 그러세요?”부영록은 힘겹게 말했다.“여기 공기가 없어. 산소가 부족해.”임건우가 그녀를 데리고 연못 깊숙한 곳으로 헤엄쳤으나 부영록의 신체는 더이상 견디지 못했다.임건우는 놀라서 얼른 멈추고 물었다.“그, 그럼 얼른 데리고 올라갈게요.”하지만 부영록은 곧 질식할 것 같았다. 아무리 강한 존재인 그녀라도 일반인의 몸속에 빙의돼 있기에 각박한 생존환경을 버텨야만 했다. 영혼이 가지고 있는 힘은 강하나 작용이 그리 강하지만은 않았다.“웁—”임건우는 어쩔 수 없이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추어 진원을 내줬다.진원은 산소와 같은 작용을 하고 있다.하지만 입으로 전달한 진원은 손바닥으로 전해주는 것과는 달랐다. 하나는 심폐에, 하나는 경맥에 작용한다.부영록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깜박거리지 않은 채 그를 주시하였다.눈빛에는 충격, 당황 그리고 신기함이 비춰졌다.그녀는 갑자기 버럭 화를 냈다.“방자한 놈. 감히 나한테 뽀뽀를 해?”임건우는 버벅거리며 말했
임건우는 눈앞의 화면에 놀라 멍해졌다.용처럼 구불구불한 영맥은 엄청나게 거대했다.부영록이랑 밑으로 한참을 헤엄쳐 갔으나 아직 영맥 앞에는 이르지 못했다. 영맥은 시야를 훨씬 넘어서 있었다.거리를 계산해 보니 해룡문성 안의 물웅덩이에서 내려와 지금쯤이면 이미 바다 밑으로 내려갔을 것이다. 이렇게 넓은 범위는 이미 지하 바다에 속해 있을 것이다.부영록이 경탄하며 말했다.“이런 바다 밑에 이렇게 큰 영맥이 숨어 있을 줄은 몰랐네. 규모를 보니 적어도 한 이품 영맥 되는 거 같아. 이 영맥은 오래전에 이곳에 존재했던 것 같고, 강한 능력을 가진 누군가가 이곳에 갇혀 지속해서 양육하고 있어 벗어나지 못한 거 같아. 아니면 이런 곳에 이품 영맥이 있을 수 없어. 진작에 도망쳤을 거야.”임건우는 놀라서 물었다.“영맥이 도망갈 수도 있어?”“모든 것에는 영혼이 있어. 심지어 인삼도 모양을 바꾸어 도망갈 수 있는데 영맥은 말할 것도 없지.”부영록은 미간을 찌푸리고 말했다.“그런데 지금 문제가 있어. 네 능력으로 이품 영맥을 몰래 훔쳐 가기는 좀 어려워. 네가 그 깨진 혼돈 구슬을 통제할 수 없다면, 이 이품 영맥은 도주할 가능성이 높아.”하지만, 그 혼돈 구슬은 임건우의 말을 듣지 않는 것 같았다.부영록이 말했다.“됐어. 일단 가까이 가서 얘기하자!”다가가는 도중에 임건우는 어쩔 수 없이 또 뽀뽀를 몇 번 더 했다.부영록의 심장 박동이 빠르고 목이 빨갛다는 것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마치 남자를 처음 경험하는 처녀 같았다.임건우는 부영록의 혀를 살짝 건드렸다. 장난일 수도 있고, 나쁜 마음이 작용한 것일 수도 있다.“아!”부영록은 비명을 지르며 매우 당황스러워했고, 이 반응 본 임건우는 배 아플 정도로 웃었다.마음속으로는 이번 뽀뽀에 대해 절대로 나지선에게 말할 수 없다고 결심했다. 물론 나지선은 부영록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드디어.두 사람은 이곳의 지하 해저에 도착했다. 이품 영맥을 직접 마주 보고 서있기만 해도 수많은 영기가 자동
“이 최보석이 마침내 다시 빛을 보게 되어 산 사람을 찾게 됐네!”“이제부터 나, 최보석은 다시 나타나 다시 정상에 오를 것이다!”임건우는 충격을 받은 채 그 사람을 바라보며 물었다.“누구세요? 내 말은, 당신이 어떻게 이 관 속에 있어요?”최보석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개미 같은 보잘것없는 놈은 본좌가 누구인지 알 자격이 없다.”하지만 임건우와 부영록을 자세히 살펴본 후 다시 말했다.“그래, 본좌가 오랫동안 살아있는 사람을 본 적이 없었는데 오늘 드디어 내가 원하는 것을 얻었고, 너희들이 곧 공헌과 희생을 할 것이기 때문에 본좌는 너와 수다를 좀 떨지. 본좌는 신용교의 27대 교주야. 어때? 충격 받았어? 빨리 무릎을 꿇고 절하지 않고 뭐 하냐?”임건우가 말했다.“신용교? 그게 뭐야. 들어본 적도 없는데 여기는 해룡문이에요!”“뭐? 해룡문이 뭐야? 여기는 분명히 신용교의 조상으로부터 전해온 사업이야.”“신용교라니, 들어본 적도 없어요! 죽은 지 1800년이나 됐다고 했는데, 1800년 동안 얼마나 많은 일이 일어났겠어요? 바다도 나무 밭으로 되는 시간인데 신용교는 역사의 강물 속에서 이미 오래전에 멸망했을 거예요.”최보석은 잠시 침묵하다가 곧바로 조급하게 말했다.“네가 들어봤든 못 들어봤든 여기가 신용교의 본거지야.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네가 감히 나를 속이려 하네. 지금 너의 몸을 빼앗을 거야.”말이 끝나자마자 최보석은 돌진하여 임건우의 머리에 파고들어갔다.부영록이 소리쳤다.“건우야, 저놈이 네 몸에 들어가려 해 조심해!”그러나 최보석은 이미 임건우의 머릿속에 들어와 웃으며 말했다.“꼬마야, 이 몸은 아주 괜찮아! 좋아, 좋아, 아주 만족해, 이 몸이 있으면, 나는 많은 일을 덜 번거롭게 할 수 있어! 지금부터 너는 바로 나고 나는 바로 너야! 너의 모든 여자, 재산도 내 것이 될 거야! 걱정하지 마. 내가 네 가족을 잘 돌볼 테니 걱정하지 마!”얼마 지나지 않아 최보석은 크게
“도와줄 수 있다고?”최보석은 자신도 모르게 쓴웃음을 지으며 점점 더 허약해지는 자신의 영혼을 바라보며 말했다.“나는 이제 곧 완전히 사라질 거고, 모든 허망함이 물거품이 되었는데 뭐 바랄 게 더 있겠어?”잠시 후, 갑자기 한가지 생각이 떠올랐다.“아, 우리 신용교의 유산을 너희들에게 물려주고 너희가 그걸로 신용교의 부흥을 도와준다는 뜻이구나? 하하하하. 웃기고 앉아있네. 우리 신용교의 전승이 정말 끊겼는지 아닌지는 둘째치고, 너희들이 방금 나의 오랜 꿈을 망쳤는데, 내가 너희에게 전수하겠니? 꿈도 꾸지 마!”부영록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누가 당신네 이 거지 같은 신용교를 원한대? 이런 작은 섬에 숨어 있는 문파들은 모두 쓰레기야. 기회를 주려고 했는데, 소중히 여기지 않았으니 그냥 죽어.”최보석은 한바탕 화가 치밀어 올랐다.하지만, 자신의 혼체가 점점 약해지는 것을 보면서 마음속으로는 신용교의 현재 상황에 대해 점점 걱정하고 있었다, 정말로 올라가서 현재 신용교의 상황을 알고 싶었다. 그러나 처음에 청동 관에 숨어 이 영맥에 가라앉은 이유는 혼체가 죽지 않고 불멸할 수 있도록 희귀한 영수 공법을 수련하고, 다시 태어날 때를 기다리기 위함이었다.지금은 몸을 뺏지 못해서 위로 올라갈 수도 없었다.결국 그는 타협을 선택했고, 다급하게 말했다.“그래, 좋아. 내가 신용교를 물려줄게. 하지만 너희들은 나에게 한 가지 조건을 약속해야 한다. 나를 위로 데려가고, 만약 신용교가 정말 없어졌다면, 너희들은 신용교를 부흥시킬 수 있도록 도와야 해.”부영록은 임건우에게 다시 한번 뽀뽀하고 정수를 입에 넣고, 말했다.“내가 관심 없다고 말했잖아. 신용교의 승계는 원하는 사람에게 주고, 우리에게 신용교의 부흥을 도와달라고 하는 건 더더욱 하늘의 별 따기야. 우리는 시간이 없으니까.”“계승도 싫다고? 그럼 아까 부흥을 도와준다는 거는 뭐야?”“그건 너한테 달렸어!”부영록은 말하며 임건우를 가리켰다.“저 사람이 누군지 알아?”최보석은 1800년 전
최보석은 임건우와 부영록을 데리고 영맥 깊은 곳으로 갔다.거기에는 제단이 숨겨져 있었고, 제단 중앙에는 양동이만큼이나 큰 티 없이 하얀 알이 있었다.“진짜 용의 알이 있네! 이 알이 진짜 용을 부화시킬 수 있을까?”임건우는 진용의 존재를 믿었다. 왜냐하면 그의 손에는 진용36검이 있는데, 이는 선조들이 진용 삼십육 마리를 죽여 제련한 용골검이었기 때문이다.최보석이 말했다.“이것이 이 세상의 마지막 진용일 가능성이 큽니다.”“됐어!”“그렇다면 이 영맥은 잠시 이곳에 남겨두도록 하지.”부영록은 즉시 결정을 내렸다.가장 중요한 원인은 사실 임건우와 부영록의 현재 상황이 영맥을 성공적으로 거두기에는 매우 위험해서이다. 실패하면 이전의 공로가 모두 헛수고 가 되면서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하지만 이곳에 놔두면 섬 전체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된다.이제 신용교는 사라졌고, 해룡문도 통합될 수 있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하여 부영록은 최보석이 해룡문 중 한 사람의 몸을 빼앗은 후 용섬을 수복하여 신용교를 다시 일으켜 세우라는 뜻이다! 그리고 신용교는 임건우와 부영록의 뒷마당이 될 것이다.임건우의 도움하에 최보석의 혼력은 더 이상 유실되지 않았고, 축유무 의술 통해 보강한 후 항마추 안에 넣어 데리고 나갔다.무려 30분이 지나서야 임건우와 부영록이 물웅덩이 위로 되돌아왔다.그 과정에서 두 사람은 적어도 수백 번은 뽀뽀했고, 입술이 저려오는 것을 느꼈다. 부영록이 제일 받아들이기 힘든 것은 자신의 영혼이 더 이상 거부하지 않고 편안하게 뽀뽀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하여 도착한 후 부영록은 아주 부끄러워하며 임건우의 입술을 매섭게 응시했다.“나 간다!”임건우는 어리둥절해하며 말했다.“어디 간다는 거야?”순간, 바로 몸이 나른해져서 임건우의 품에 쓰러졌다.부영록이 떠난다고 말한 것은 나지선 몸의 통제권을 풀어 나지선 스스로 통제하게 한다는 것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지선은 유유히 깨어났다.“아, 건우야 여기가 어디야?”“나 왜 다 젖었어?
임건우는 말문이 막혔다.‘유전자라니, 그거 DNA 말하는 거잖아?’그들이 어떻게 확인하는지는 몰랐지만, 3분 뒤 그 여자가 다시 내려왔다.“확인해봤더니 둘이 정말 부녀 사이 맞아! 차에 타. 남수야, 이 장애인 좀 부축해줘. 아이는 내가 안을게. 차 안에 삼록 우유도 있어.”“뭐라고요? 삼록 우유?”임건우가 깜짝 놀라 외쳤다.삼록이라니 그거 독이 든 우유 아니었나?여자가 대답했다.“삼록 우유 맞아. 삼록은 4등급 요수인데 영양이 엄청 풍부해. 인공 분유보다 훨씬 낫지.”그러자 임건우는 이 세계에도 인공 분유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하지만 어떤 브랜드인지는 알 수 없었다.차에 타면서 임건우는 자세히 살폈다.이건 진짜 배가 아니었다.겉모양만 배 같을 뿐이었다.이 물건은 바퀴가 달려 있었고 그 아래에서 계속해서 영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즉 이 차는 일종의 영기 엔진으로 움직이고 있었다.“냄새가 고약하네요. 혹시... 바지에 똥이라도 쌌어요?”붕이가 임건우를 보며 말했다.“바지에 싼 게 아니라 목에 묻은 거예요. 냄새 맡아볼래요?”임건우는 솔직하게 대답했다.차... 아니, 배처럼 생긴 이 차는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임건우는 다시 작은 숲 쪽을 돌아봤다.미친 할머니는 여전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임건우는 마음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약간의 실망을 느꼈다.정말 죽은 걸까?그렇다면 그녀는 대체 왜 딸을 데려간 걸까?미친 할머니는 워낙 기이한 사람이었기에 이 질문에는 답이 없을 터였다.임건우는 아가씨의 품에 안긴 딸을 보았다.못생긴 얼굴의 이 여자는 의외로 아이를 좋아하는 듯했다.마치 자기 아이를 보는 것처럼 모성애가 가득했다.“진짜 냄새나잖아!”붕이는 임건우의 목을 가까이 들이대고 냄새를 맡더니 입을 틀어막았다.“어떻게 똥을 목에 묻히고 다녀요?”“...아이를 낳아보면 알 거예요.”임건우는 점점 긴장이 풀리는 걸 느꼈다.부상도 빠르게 회복 중이었고 이 일행의 수련 경지도 그다지 높지 않았다.아가씨가 가
그 아가씨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지금 아내를 데려가는 게 얼마나 비싼지 알아? 일만 영석도 안 된다면 아내를 맞이할 수 없다고! 데릴사위면 모를까.하물며 다리가 없는 사람은 아마 그 누가 받아들여 줄지도 의문이잖아?임건우는 그 아가씨가 자신을 바라보며 동정하는 눈빛을 보며 마음속으로 씁쓸해졌다. 이 여자가 너무도 솔직해서 그런지, 뭔가 이상한 감정이 들었다.그리고 그녀가 보며 눈에 띄게 이상한 점이 있었다.임건우의 두 다리는 무릎부터 밑이 온전하지 않게 끊어져 있었고 그 길이도 다르고 각도도 달랐다.“그... 당신 딸은 왜 나무에 걸려 있는 거죠?”“어, 그게...”임건우는 잠시 머뭇거리며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그때 아가씨가 먼저 말했다.“알겠어요. 도둑을 만난 거죠? 이 길이 좁고 인적도 드물어서 도적들이 자주 들락날락해요. 당신도 분명 외지인이죠?”임건우는 그 길이 30미터를 넘는 큰 도로인 걸 보고는 내심 의아해하며 생각했다.‘이 도로가 작은 거라고? 아마 그 여자는 좁은 길을 본 적이 없을 거야.’임건우는 갑자기 생각이 스쳤다.‘혹시 미친 할머니가 나를 지구에서 데려온 건가?’“아, 네. 맞아요, 저는 도둑을 만났어요!”임건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아가씨, 정말 예리하시네요... 그럼 제 딸을 좀 내려주실 수 있나요?”그때 갑자기 배에서 몇 명이 내려왔다.하나는 궁수 복장을 한 시녀였고, 두 명은 호위무사처럼 보였다.“아가씨! 조심하세요! 이 근처에 도적이 많아요!”시녀가 활을 겨누며 임건우를 향해 소리쳤다.“괜찮아!”아가씨는 손을 흔들며 대답했다.“그냥 다리가 없는 불쌍한 사람일 뿐이야. 이곳에서 도적을 만난 거지.”‘헉!’임건우는 심각히 불쾌했다.이 아가씨는 정말 말이 거칠고 상대방 기분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아무렇게나 말하는 것 같았다.그렇게 말하면서도 딸을 안고 내려놓기 시작했다.딸은 여전히 울고 있었다.“애가 왜 그러죠?”시녀가 물었다.“배고파서 그래요!”임건우가 대답했
“허공수? 그게 뭔데요?”“엄청 강하잖아? 할머니, 잘 버텨주겠죠?”임건우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급히 딸을 찾아 나섰다.그제야 이곳이 이미 불사족의 영토를 벗어났음을 알게 되었다.여기는 작은 숲 가장자리였고 백여 미터쯤 앞에는 큰 길이 보였다.그때는 햇볕이 쨍쨍 내리쬐고 있었다.임건우의 딸은 열 미터쯤 떨어진 나무 위에 걸려 있었다.나뭇가지에 몸이 낀 채 울음을 터뜨리고 있었다.“하나야, 아빠 지금 다리가 없어서 너한테 갈 수가 없구나. 아빠 좀 쉬게 해줘. 네가 잠깐만 울고 있어라!”임건우는 어쩔 수 없이 이렇게 말했다.그러고는 공간 반지에서 약을 한 움큼 꺼내 입에 털어 넣었다.곧바로 치료에 들어갔다.임건우의 두 다리는 허공의 균열에 잘려나간 상태였다.하지만 천의도법의 신비로운 치유 능력으로 살린 자를 다시 살리고 뼈도 붙일 수 있었다. 다만, 시간이 조금 걸릴 뿐이었다.그래도 살아 돌아왔으니 다행이었다.“미친 할머니, 정말 좋은 사람이네!”“만약 돌아가셨다면 나한테 꼭 알려줘야 해. 초하루 보름마다 딸 데리고 가서 향이라도 피울 테니까!”임건우는 강렬한 고마움을 느끼며 지금쯤이면 당연히 자신을 걱정하고 있을 당자현과 백옥을 떠올렸다.급히 핸드폰을 꺼내 당자현의 번호를 눌렀다.그러나 곧 신호가 전혀 잡히지 않는 것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큰길에서 소리가 들려왔다.차량이 오는 듯했다.임건우는 속으로 기뻐하며 생각했다.사람만 지나가면 됐다.병원에 데려다주는 건 물론, 딸의 분유와 기저귀도 사야 했다.치료를 멈추고 온 힘을 다해 몸을 일으켜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그러나 임건우가 본 광경은 차라리 농약이라도 마신 기분을 들게 했다.“저게 뭐야?”“저게... 배인가?”임건우는 눈을 비벼 확인했다.그러나 분명히 보였다.큰길 저쪽에서 정말로 배 한 척이 다가오고 있었다.게다가 그 배의 디자인은 아주 특이했다.배에는 상자가 잔뜩 실려 있었고 천천히 전진하고 있었다.“와, 도로에서
“와, 진짜 손으로 틈새를 찢어서 억지로 공간을 넘는다고요?”“할머니! 아니, 선배님! 저희 부녀를 죽이시려는 거예요? 멈춰요, 제발 멈추라고요!”임건우는 혼이 쏙 빠질 정도로 겁에 질렸다.이건 너무도 무서운 상황이었다.아까까지만 해도 겨우 전에 열렸던 통로를 통해 불사족 영토로 넘어갔는데도 거의 죽을 뻔했다.그런데 지금은 통로도 없는 상태에서 억지로 공간을 건너려 하다니!그 과정에서 받아야 할 공간 압박은 이전의 백 배는 더 강할 터였다.게다가 공간 틈새는 아주 불안정하다.조금만 잘못해도 몸이 반으로 잘려나갈 수 있다.임건우는 미친 할머니의 몸에서 고대 문자로 가득한 에너지 구체가 뿜어져 나와 자신과 임하나를 감싸는 것을 보았다.하지만 임건우는?그녀가 임건우의 손만 겨우 감쌌을 뿐이었다.틈새를 만난 에너지 구체는 충돌하자마자 그 힘에 밀려 흩어져 사라졌다.임건우는 그 광경을 목격하며 충격에 말을 잇지 못했다.하지만 그 에너지 구체가 뚫린 부분을 통해 공간의 틈새들이 임건우의 온몸으로 돌진해 오는 것을 보자 입 밖으로 욕설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이 미친 할망구야! 구체를 조금만 더 크게 만들어서 내 머리까지 좀 감싸주면 안 돼?”그리고 임건우의 눈앞에는 무려 백여 개나 되는 공간 틈새들이 일제히 몰려오고 있었다.임건우는 서슴없이 미친 할머니의 치마 속으로 몸을 웅크렸다.할머니가 만든 에너지 구체는 구형이었다.그리고 딸은 구체의 중심에 잘 보호되어 있었지만, 임건우는 그 딸 바로 아래 틈에 몸을 구겨 넣을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두 다리는 들어갈 공간이 없었다.슛!밖으로 드러난 두 다리에 통증이 느껴졌다.그리고... 뭔가 중요한 게 없어졌다는 기분이 들었다.임건우는 고개를 빼내 확인했다.“젠장! 내 발이 없어졌잖아!”공간 틈새에 그대로 잘려나가 알 수 없는 어딘가로 사라져버린 것이었다.고통이 엄습해왔다.피도 쉴 새 없이 흘러내렸다.임건우는 황급히 진원으로 상처를 감싸 지혈했다.발이 없는 건 그래도 참을 만했
임건우는 고통에 눈앞이 캄캄해졌다.우선 딸을 옆에 조심스레 내려놓고 눈앞의 무덤을 살펴봤다.이 무덤은 다른 것들에 비해 규모가 상당히 작았다.위치도 가장자리에 있었고 심지어 묘비조차 없는 작은 흙무더기에 불과했다.임건우는 견곤검을 꺼내 들고 바로 파헤치기 시작했다.3~5분 정도 지나자, 임건우는 무덤 속에서 돌로 된 관 하나를 발견했다.그 관을 열어 본 순간, 그는 멍해졌다.안에는 살아 있는 듯한 여자가 누워 있었다.불타오를 듯한 붉은 고풍스러운 장포를 입고 있었으며 오밀조밀한 이목구비와 허리까지 흘러내린 긴 머리를 가진 여인이었다.심지어 눈까지 뜬 채였다.“뭐야, 설마 진짜 살아 있는 거야?”오랫동안 살펴봤지만 그녀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그제야 안심한 임건우는 그녀의 손에 쥐어진 흙 한 덩어리가 혼돈 나무를 흥분시키는 원인임을 알아차렸다.‘이게 대체 무슨 흙이지? 혼돈 나무를 이렇게까지 들뜨게 하다니?’혼돈 나무의 투영이 임건우의 자복궁으로 돌아가더니 직접 뿌리 하나를 뻗어 그 흙을 감아올려 가져갔다.그때 임건우의 시선이 여자의 손목으로 옮겨갔다.손목에는 붉은 끈이 매여 있었고 그 끈에 매달린 보랏빛 신비로운 옥 조각이 눈에 들어왔다.자세히 보면 이 옥 안에는 고대 문자가 새겨져 있는 듯했지만, 정확히 알아보긴 어려웠다.임건우는 중얼거렸다.“이런 보물이 이렇게 묻혀있다니 너무 아깝잖아.”“차라리 내가 더 나은 주인을 찾아주는 게 낫겠네.”천신의 무덤에 묻힌 자들은 대부분 대단한 인물들이었고, 그들과 함께 묻힌 물건도 보통 물건이 아니었다.임건우는 여자의 관을 다시 닫고 흙으로 덮어 원래대로 돌려놓았다.그리고는 다른 무덤도 파보기로 했다.그는 대흑신족, 흑천신왕의 무덤을 찾아내고 힘차게 파헤쳤다.그러나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무덤이 전혀 파이지 않았다.강력한 규칙의 보호를 받는 듯했고 무리하게 파내려다가는 오히려 그 규칙의 반동으로 치명상을 입을 뻔했다.그는 다른 무덤들도 몇 번 시도해봤지만, 결과는 똑같았다.
임건우는 임하나를 안고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갔다.점점 가까워지자, 임건우가 바라본 궁전은 그야말로 충격적이었다.이 궁전은 뼈로 지어진 궁전이었고 곳곳에 해골이 가득 차 있었다.그 해골들은 기괴한 대문을 형성하고 있었다.문 앞에는 거대한 비석이 하나 서 있었다.비석 위에는 천신의 무덤이라는 고풍스러운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천신의 무덤?’이게 무슨 뜻일까?임건우는 이해할 수 없었다.하지만 그의 자복궁 안에서 강한 진동이 일어났다.마치 혼돈 구슬이 무언가를 찾은 듯 흥분한 느낌이었다.한편으로는 여기서 일어나는 폭풍이 더욱 거세졌다.모래바람이 얼굴에 맞아 아프기 그지없었다.임건우는 어쩔 수 없이 딸의 얼굴을 자신의 품에 묻고 진원을 돌려 딸을 보호했다. 하지만 이 폭풍은 단순한 모래바람이 아니었다.그것은 죽음의 기운과 다양한 부정적인 에너지를 담고 있었고 피부를 베는 듯한 아픔을 안겨주었다.붉은 달이 서서히 내려가며 폭풍은 더욱 거세졌다.“방법이 없겠군!”“그렇다면 안으로 들어가야겠다!”임건우는 깊은숨을 들이쉬고 백골 궁전 안으로 발을 들였다.순간, 임건우는 끝없는 원망과 분노가 그를 덮치는 걸 느꼈다.슬프고 비통한 신음이 임건우의 의식 속을 채우고 있었다.정신력은 이전에 겪어본 적 없는 강한 충격을 받았다.임건우는 딸이 걱정되어 바로라도 빠져나가려고 했지만, 그 순간 해골 대문이 갑자기 쾅! 하고 닫혔다.뒤를 돌아보니 그 대문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마치 아예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으앙!”갑자기 딸이 큰 울음소리를 질렀다.임건우는 깜짝 놀라 딸이 혹시 원령의 영향을 받아 불편해하는 건 아닌지 걱정했지만, 곧 그 이유를 깨달았다.딸의 울음소리에는 어떤 신비한 힘이 담겨 있었다.정확히 말하자면 그것은 신격의 힘이었다.딸의 신격이 원망의 기운을 전부 흡수하고 소멸시킨 것이다.딸의 이마에 있는 신격에서 희미한 녹색의 빛이 퍼져나와 두 사람을 감쌌다.“착한 내 딸, 아빠를 구해줬구나!”임건우는 기쁨에 못 이겨
“이거 큰일이네!”임건우는 뒤쫓아오는 불사족들이 점점 강해지고 있음을 뚜렷이 느낄 수 있었다.그동안 도망치면서도 수많은 불사족을 베어냈지만, 시간이 갈수록 상대가 점점 더 강해졌다.바로 직전에는 인간과 비슷한 크기의 불사족 두 마리를 상대했는데 그들은 단순한 해골이 아니라 온몸이 가시와 고깃막으로 뒤덮인 괴물이었고 방어력이 엄청나게 강했다. 임건우는 간신히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지금 이 순간, 뒤쫓아오는 불사족의 기운이 점점 더 강력해지는 것이 느껴졌다.그 모습을 확인한 임건우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이런 젠장, 또 불사의 왕좌가 나왔네.”더 충격적인 건 이번엔 그 왕좌가 여성이었다는 사실이었다.“설마 저놈의 여자 친구인가?”“지금 내 상태로는 도저히 상대할 수가 없어.”처음에는 싸워볼 생각도 했지만, 상대를 보자마자 임건우는 마음을 접었다.저 여왕좌는 입만 벌리면 거대한 진공청소기처럼 모든 걸 빨아들일 것처럼 보였고 힘의 격차가 어마어마했다.“나모 아미타불, 도라 야야!”임건우는 바로 종이인형 하나를 꺼내 던졌다.그것은 바람을 타고 커지더니 황금빛 부처로 변했다.임건우는 딸을 안고 서둘러 도망쳤다.그러나...뒤따라오던 여왕좌는 금신의 허상을 단숨에 깨부수고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로 그를 추격해왔다.“젠장, 이러다 잡히겠네!”임건우가 초조하게 도망치는 순간, 갑자기 그의 자복궁에 있던 혼돈 나무가 진동하기 시작했다.모든 혼돈 구슬이 빠르게 떨려왔다.이 익숙한 감각은 임건우에게 명확히 알려주고 있었다.‘이건 뭔가 좋은 물건이 근처에 있거나, 아니면 다른 혼돈의 파편을 발견했을 때의 반응이야. 이 정도로 강하게 떨리는 걸 보니 아마 후자겠지.’“혼돈의 파편이라고?”“제발 좋은 일이 생기길 바란다!”어차피 곧 잡힐 상황이었다.임건우는 이를 악물고 도박을 걸기로 했다.혼돈 나무가 떨리는 방향을 따라 혼돈의 파편을 찾아 나선 것이다.그 앞에는 안개가 자욱하게 깔렸었다.거기에 더해 거센 바람이 일으킨 모래폭풍까지 휘몰
“딸아, 이 낯선 곳에서 내가 어디서 젖을 먹일 사람을 찾겠어?”임건우는 딸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주변은 끝없이 황량한 땅뿐이었고 그 광경을 보며 마음이 복잡해졌다.하지만 곧 임건우는 뒤에서 다가오는 소리를 들었다.불사족이 쫓아오는 게 확실했다.대지가 흔들리며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젠장, 이렇게 멀리 도망쳤는데 또 쫓아오다니?”“정말 끈질기게 따라붙네.”임건우는 어쩔 수 없이 딸을 안고 다른 방향으로 전력 질주했다.가던 길을 계속 바꾸며 피했지만, 너무나 답답했다.분명히 한 번은 떨쳐냈는데 곧 불사족이 다시 나타났다.이런 상황이 몇 번이고 반복되었다.임건우는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곰곰이 생각해보니...“젠장!”이곳은 영기조차 없고 공기 속엔 죽음의 기운만이 가득했다.그 죽음의 기운을 막기 위해 자신의 금단이 계속 돌아가며 대위신력의 에너지도 끊임없이 빠져나갔다.그 외에도 딸의 자연신격이 자동으로 그녀를 보호하며 희미한 녹색의 빛을 발하고 있었다.그들은 이 불사의 땅에서 마치 바다 위의 등대와도 같았다.“어떻게 해야 하지?”하지만 방법은 없었다.이곳에서 살아남으려면 대위신력과 자연신격 없이는 정말 힘들었다.그리고 더 큰 문제는 가나절의 통로 문을 원래 자리에 두고 나온 것이다.예전에 전소은을 쫓아가기 위해 가나절의 전송문을 통해 만요곡으로 갔는데 그 문을 그대로 두고 온 것이다.만약 그 문이 함께 왔다면 지금처럼 이렇게 힘겹게 도망치진 않았을 것이다.딸의 울음소리는 임건우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다.그러던 중, 문득 임건우의 머리에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아, 그렇지! 생명의 신천이 있었지!”“젖을 먹일 사람은 없지만, 물이라도 마시며 좀 진정시켜야겠다.”임건우는 예전에 생명의 우물에서 모은 신천을 떠올렸다.이제 그 신천이 딸에게 필요한 순간이었다.딸은 자연의 여신이 될 존재이기에 생명의 신천은 거부할 리 없을 것이다.임건우는 그녀에게 조금만 마시게 해줬다.그러자, 딸은 울음을 멈추고 행복한
거의 동시에 임건우의 몸속에 있는 진혼종이 슬픈 울음을 토해내며 그의 자복궁으로 쑥 들어가 버렸다.이 불교의 법보이자 지장왕이 준 신기는 차원의 붕괴한 공간 속에서 큰 타격을 입었고, 앞으로 상당히 오랜 시간 동안 사용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였다.“휴...”임건우가 눈을 뜨자마자 보인 첫 장면은 엄청나게 커다란 붉은빛 달이었다.주위 모든 것이 어두운 붉은빛으로 물들어 있는 기묘한 풍경이었다.그제야 임건우는 자신이 높은 하늘에서 직선으로 추락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속도가 엄청나게 빨랐다.“이런 젠장!”임건우가 옆을 돌아보자마자 깜짝 놀랐다.“여기가 대체 어디야?”임건우가 떨어지고 있는 아래쪽을 바라보니 수없이 많은 해골 병사와 불사족의 괴물들이 빽빽하게 모여 있었다.“아이코, 맙소사!”“차원 통로가 붕괴하면서 내가 불사의 땅으로 빨려 들어온 건가? 여기 아마도 불사의 문을 통과하려는 불사 대군들이 모여 있는 곳일 거야! 그런데 나랑 딸아이가 이런 곳에 떨어지다니 그야말로 호랑이 굴에 들어온 꼴 아니야?”임건우는 급히 견곤검을 소환해 검에 올라타고 비행하며 이곳을 벗어나려 했다.하지만 곧바로 깨달았다.이 괴이한 장소는 비행이 금지된 지역이라는 것을.견곤검 위에 서 있어도 움직일 수 없었고 발밑으로는 엄청난 중력이 임건우를 끌어당기고 있었다.강력한 인력이 임건우와 그의 딸을 땅으로 내리쳤다.쾅!엄청난 굉음과 함께 임건우는 딸을 꼭 안은 채로 땅에 세차게 떨어졌다.그 충격으로 수많은 불사 대군을 깔아뭉개며 커다란 구덩이가 생겼다.갑작스러운 사태는 이곳에 있던 불사 대군도 예상치 못한 듯했다.주위에 있던 적어도 수만 개의 눈이 일제히 임건우를 주시했다.“아이고, 이거 큰일 났네.”임건우의 마음이 순식간에 무거워졌다.그다음 순간, 굉음과 함께 거대한 포효 소리가 울려 퍼졌다.앞쪽에 있는 거대한 불사의 존재가 모습을 드러냈다.아마도 장군급의 존재인 듯했으며 해골 형태의 그것은 입을 벌려 알 수 없는 언어로 무언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