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말을 듣고 스탠슨을 따라 N도에서 온 다른 외국인들 몇 명도 룸에 들어왔다. 모두 이종격투기 체육관의 코치이거나 스탠슨과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수강생들이 들었다. 그들은 스탠슨이 H시에서 무술 고수에게 도전한다고 해서 관전하기 위해 왔다. 송소빈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머리가 풀어헤쳐져 엉망인 자신을 정리할 겨를도 없이 이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살려주세요. 이 두 사람이 강제로 저를 성폭행하려고 해요.” “오, 아름다운 H국 아가씨, 이 하등한 H국 인간 두 놈은 당신과 전혀 어울리지 않아요.” 방금 문을 차고 들어온 피노체라는 외국인이 웃으며 말했다. 송소빈은 그 말을 듣고 안심이 되면서 내심 기뻤다. 그러나 피노체의 다음 말이 그녀의 기쁜 마음을 날려버렸다. “우리 같이 혈통이 고귀한 사람들이야말로 아가씨의 가장 좋은 성적 파트너가 될 수 있죠. 다들 안 그래?” 피노체의 말에 몇몇 그의 친구들도 음흉하게 웃으며 늑대 같은 시선으로 송소빈을 쳐다보았다. ‘방금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완전 잘못짚었어.’ 송소빈은 바늘로 찌르는 듯한 외국인들의 따가운 시선을 느끼며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그만, 여자 얘기는 나중에 해.” 그러자 스탠슨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는 지명박과 나영배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명령조로 말했다. “즉시 너희 둘은 날 그 용비무술학교로 안내해. 난 고수와 겨뤄야겠어.” 스탠슨은 송소빈을 구하는 일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고 아예 처음부터 끝까지 쳐다보지도 않았다. 즐기려는 데 방해를 당해 지명박과 나영배는 마음속으로 아쉬움이 가득했지만 외국인들 앞에서 감히 내색하지 못했다. “스탠슨 씨, 이동혁을 상대하러 오신 것 아니었나요? 제가 바로 그놈을 여기로 오라고 할 수 있어요.” 나영배가 굽실거리며 물었다. “하등한 H국 인간 놈, 잔말 말고 스탠슨 씨가 시키는 대로 해.” 피노체가 다가와 나영배의 뺨을 세게 때렸다. 그가 시큰둥한 표정으로 말했다. “스탠슨 씨가 H시에 오신 이유는 고수들을 만
용비무술학교. H시의 여러 무술학교에서 가장 유명한 곳 중 하나로 대문이 호화로워 마치 궁전을 연상케 했고 문 앞에는 넓은 광장이 있었다. 평소에는 무술학교 학생들이 단체로 이곳에서 무술을 겨루기도 했다. 이때 몇 대의 차가 진입 금지 안내판을 무시하고 들어와 정문 앞에 멈춰 섰다. 스탠슨이 그 차에서 내려 대문 위쪽을 올려다보았다. “용비무술학”라는 큰 글자가 적힌 현판이 눈에 들어왔다. 갑자기 스탠슨이 도움닫기를 몇 걸음하고 앞으로 뛰어 몸을 높이 솟구치더니 공중에서 순간적으로 발을 내질렀다. 퍽! 푸른색 바탕에 금으로 된 글자가 쓰여 있는 현판이 스탠슨의 발차기 한방으로 채소나 과일처럼 힘없이 부서져 흩어졌다. 현판의 조각들이 땅에 떨어져 큰 소리가 나자 즉시 문 안의 사람들의 이목이 쏠렸다. “당신들 뭐 하는 사람들입니까? 우리 무술학교에 갑자기 나타나 이런 행패를 부리다니.” 몇 명의 학교 경비원이 기세등등하게 달려 나왔는데 눈빛에는 거만함이 가득했다. 그들은 일반 경비원들과는 달랐는데 평소에 무술학교 학생들을 통제할 수 있어야 했기 때문에 실력이 당연히 뛰어났다. 경비원을 그만둬도 부자들의 개인 경호원이 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이었다. 스탠슨이 경비원들을 두 눈으로 훑어보더니 갑자기 발을 내질렀다. 퍽! 무술학교 경비원 중 한 명은 전혀 대응할 수 없었고 발에 차여 그대로 날아가 학교 대문을 산산조각 냈다. “헛...” 다른 학교 경비원들은 두려움에 안색이 변한 채 몇 걸음 뒤로 물러났다. 스탠슨을 바라보는 그들의 눈빛에 껄끄러움이 가득했다. 스탠슨은 무표정한 얼굴로 지명박에게 손을 흔들었다. 지명박이 재빨리 고개를 끄덕이며 종종걸음으로 앞으로 나와 으스대며 소리쳤다. “당장 학교 교장 보고 나오라고 하세요. 여기 스탠슨 씨는 도장 깨기를 하러 왔습니다.” “도장 깨기라고?” 몇 명의 경비원들은 당황하여 안색이 울그락불그락했다. 용비무술학교의 명성은 상당했다. 그래서 이름을 날리기 위해서 또는 다른 목적으로
선경현이 인상을 찌푸리며 소리쳤다. “그전에 내가 네놈 실력 좀 보자!” 스탠슨은 선경현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말이 끝나자마자 몸이 앞으로 쏘아져 나가더니 선경현의 얼굴을 향해 발을 휘둘렀다. “우습군.” 선경현은 비웃으며 뒤로 피하지 않고 그대로 자신의 다리를 들어 맞섰다. “지금 내가 네놈을 따끔하게 혼내주... 악!” 선경현이 말을 하던 중 갑자기 고통스러운 짧은 비명을 질렀다. 그는 피를 토하며 몸이 종이처럼 가볍게 날아가 곤두박질쳤다. 세게 바닥에 떨어지면서 몇 개의 뼈가 부러져 그가 또다시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 “저런...” 무술학교의 선생이든 학생들이든 놀라서 모두 할 말을 잃었다. ‘선 선생은 교장 선생님 외에 용비무술학교 전체에서 적어도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실력이 있는 고수인데 저렇게 외국인에게 당하다니.’ ‘게다가 상대방은 아직 손도 쓰지 않았고 단지 발길질만 했을 뿐이야.’ 너무 충격을 받아 무술학교 쪽 사람들은 모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스탠슨을 따라온 외국인들은 모두 흥분해 소리를 지르며 비아냥거리기 시작했다. 당황한 왕용비의 안색이 바뀌었다. 그는 결국 스탠슨을 향해 손을 내밀며 부드럽게 말했다. “외국에서 온 귀한 손님분. 우리 무도계에서 이루어지는 겨루기에 대해 간단히 말...”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스탠슨이 말을 끊었다. “나도 당신들의 규칙은 알고 있어. 걱정 마, 난 당신을 죽이지는 않을 거야.” 오만함으로 가득 찬 이 말에 왕용비의 얼굴빛이 두려움으로 어두워졌고 용비무술학교 쪽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손님, 이미 겨루기는 한 거 같으니 우리는 앉아서 차나 마시면서 무도정신에 대해 대화하는 게 낫지 않을...”왕용비가 화를 억누르며 말했다. 스탠슨은 다시 그의 말을 끊었다. “나는 오늘 여기에 당신을 만나러 왔어. 싸우지 않으면 난 여기서 떠나지 않을 거야.” 지난번에 동혁에게 항난그룹에서 쫓겨나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무릎을 꿇은 것 외에 왕용
스탠슨의 말을 모든 사람들이 들었다. 용비무술학교 쪽 사람들은 얼굴에 화가 가득했다. “교장선생님, 하지 마세요.” “절대 말을 들어주시면 안 돼요.” 그들은 왕용비가 스탠슨의 요구를 들어줄까 봐 걱정했다. “하하, 너희 교장이 스탠슨 씨에게 죽은 개가 돼서 저렇게 밟혀있는데? 인정할 건 인정해야지.” “설마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기라도 하겠다는 거야?” 스탠슨 주변의 외국인들이 빈정거렸다. 용비무술학교 쪽 사람들은 빈정거리는 외국인들을 성난 눈으로 쳐다보았다. 하지만 왕용비가 지금 스탠슨에게 밟혀있어서 조금만 발에 힘을 줘도 왕용비가 목숨을 잃을 수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감히 경거망동하지 못했다. 스탠슨의 큰 발에 가슴이 짓밟힌 왕용비는 고통에 신음을 흘렸고 얼굴이 검붉게 변했다. 왕용비는 스탠슨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피 묻은 이빨이 드러내며 힘겹게 말했다. “그렇게는 못해.” “아직 정신을 못 차렸나 보네.” 스탠슨은 입가에 차가운 웃음을 띠더니 갑자기 발끝에 힘을 줘 왕용비의 갈비뼈 두 개를 부러뜨렸다. “으아!” 왕용비가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 스탠슨은 한동안 말없이 바라보다가 왕용비가 비명을 그치자 냉혹하게 웃으며 말했다. “내 발밑에서 고통스럽게 울부짖는 네 모습을 한번 봐. 그냥 네 입으로 사실을 인정하라고 했을 뿐인데, 대체 뭐가 어려워?” 스탠슨이 말을 마치고 손짓을 했다. “피노체, 이놈이 입을 열어 인정하면 동영상을 찍어둬. 바로 H국 무술이 우리나라보다 못하다는 확실한 증거니까. 보관했다가 앞으로 두고두고 감상할 거야.” “하하, 네!” 비교적 잘 나섰던 피노체는 즉시 휴대폰을 꺼내 스탠슨이 왕용비를 밟고 있는 장면을 모두 녹화하기 시작했다. “이 개X식들. 사람을 때린 것도 자라 그런 짓까지 하다니. 네놈들이 남자라면 차라리 교장을 죽여. 일부러 모욕하지 말고.”일부 무술학교 학생들은 보다 못해 두 눈이 벌겋게 달아올라 스탠슨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다른 선생들이 제지하지 않았더라면 이 혈기
“네놈이 이동혁이구나.” 스탠슨은 위아래로 동혁을 훑어보며 차갑게 비웃었다. “마침 잘 왔어. 대니얼이 내가 H시에 도장 깨기를 하러 온다니까 네놈을 좀 혼내달라고 했거든.” 동혁은 좌우를 둘러보았지만 송소빈은 보이지 않았고 지명박과 나영배도 찾지 못했다. 그는 무심결에 눈살을 찌푸렸다. 동혁이 고개를 끄덕이며 스탠슨을 포함한 모든 외국인들을 살펴보았다. “좋아요. 그럼 차라리 한꺼번에 같이 덤벼요. 빨리 당신들을 처리하고 찾을 사람이 있거든요.” 불쾌해진 스탠슨의 표정이 갑자기 일그러졌다. ‘아주 자신만만하네. 감히 오만하게.’ ‘같이 덤비라니?’ 스탠슨 곁에 있던 외국인들도 모두 발끈했다. “저 쳐 죽일 H국 인간 놈이, 건방지게!” “스탠슨 씨, 저 H국 인간 놈은 저한테 맡기세요. 저런 쓸모없는 놈은 스탠슨 씨가 직접 나설 필요도 없어요.” 피노체가 주먹을 쥐고 앞으로 나서며 동혁을 향해 이를 갈며 비웃었다. “H국 인간 놈, 방금 한 네놈 말이 나를 아주 열받게 했어. 팔다리가 부러지고 싶지 않으면 지금이라도 내 앞에 무릎을 꿇어.” 동혁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자 피노체는 분노에 찬 고함을 지르며 갑자기 빠른 속도로 앞으로 달려들었다. 그는 높이 뛰어올라 동혁의 머리로 세게 다리를 휘둘렀다. 동혁은 피하지 않고 약간 뒤로 물러서며 날아오는 피노체의 다리를 걷어찼다. “퍽!” 단순한 동작으로 두 다리가 공중에서 교차했고 피노체는 그대로 거꾸로 날아갔다. 그의 몸이 거친 시멘트 바닥에 긁히며 몇 미터나 계속 굴러갔다. 그리고 멈췄을 때, 피노체의 온몸은 바닥에 쓸려 전체적으로 선혈이 낭자했다. “으아아!”피노체는 땅바닥에 웅크린 채 고통으로 이리저리 뒹굴었다. “나이스!” 동혁이 피노체를 깔끔하게 실력으로 꺾는 것을 보고 용비무술학교 쪽 사람들은 모두 환호성을 질렀다. 반면 외국인들의 안색은 더 험악해졌다. “스탠슨 씨, 안 되겠어요. 직접 저 건방진 H국 인간 놈에게 버릇을 가르쳐 주세요.” 그들이 소란
“아니, 저건 말이 안 돼. 왜 스탠슨 씨가 저기 쓰러져 있지? 믿을 수 없어.” “저런 H국 인간 놈이 어떻게 스탠슨 씨를 이길 수 있지?” 한참 동안 침묵을 지키던 몇몇 외국인이 믿을 수 없다는 듯이 큰소리를 질렀다. 그들은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반면 용비무술학교 쪽 사람들은 기뻐서 환호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이전에 동혁에게 적대감을 가지고 있던 무술학교 학생들도 지금은 동혁을 영웅으로 여겼다. “으으...” 스탠슨이 바닥에서 일어나려고 발버둥 쳤다. “퍽!” 큰 발이 갑자기 공중에서 내려와 스탠슨의 가슴을 밟아 다시 그를 바닥에 쓰러뜨렸다. 동혁이 스탠슨을 밟은 채 내려다보면서 담담하게 말했다. “이거 너무 쉬운 거 아닌가요? 기대를 했는데 정말 실망이에요.” “그럼 패배했으니 승리한 날 위해 스스로 당신이 쓰레기임을 인정하는 건 어렵지 않겠죠?” 방금 전 스탠슨이 왕용비에게 한 말을 동혁은 상대방에게 고스란히 돌려주었다. “그럴 수 없어.” 스탠슨은 원망과 함께 독기 가득한 눈빛으로 동혁을 노려보았다. 그는 지금까지 이렇게 굴욕적인 순간이 없었다. 동혁은 웃으며 두말없이 발로 스탠슨의 갈비뼈 몇 개를 걷어차 부러뜨렸다. ‘내가 너와 여기서 시간낭비 할 수 없지.’ “으아아!” 강함으로 명성이 자자한 왕립 특수부대 출신의 퇴역 교관인 스탠슨이 아까 전 왕용비처럼 가슴을 터져나갈 듯한 비명을 질렀다. 비명이 그치자 동혁이 말했다. “지금은 어때요? 인정할 수 있겠죠? 내가 좀 급해서요.” 스탠슨은 동혁의 냉혹함을 보고 순간 마음속에서 두려운 기운이 솟아올라 섬뜩함을 느꼈다. “네.” 그는 굴욕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하려고 했다. “아, 잠깐만요.” 동혁이 휴대폰을 꺼내더니 한 외국인을 가리키며 말했다. “당신이 녹화하세요.” “난...” 그 외국인은 욕을 하고 싶었지만 아무 소리도 못했고, 순순히 다가와 휴대폰을 받아 바로 녹화를 시작했다. 스탠슨은 자신 인생의 최대 굴욕을 느꼈지만 눈을 질
“당연히 내가 이겼으니 이렇게 무사히 여기 있는 게 아니겠어요?” 동혁은 더 이상 쓸데없는 말을 하기 싫었고 무표정하게 지명박과 나영배에게 다가갔다. 두 사람은 동혁의 말을 듣고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방금 전 그들은 스탠슨이 어떻게 왕용비를 제압했는지 직접 보았었다. ‘이동혁이 정말 스탠슨을 이겼다면 대체 얼마나 강하다는 거지?’ 동혁이 자신들에게 손을 대려 하는 것 같자 지명박이 겁을 먹고 소리쳤다. “거기 서. 움직이지 마. 송 실장이 아직 우리 손에 있다는 거 몰라?” 송소빈은 지금 두 사람 뒤, 1미터도 안 되는 거리에 있었다. 하지만 그 정도 거리 때문에 동혁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면 전신이라고 불리는 그의 명성은 거짓말이나 마찬가지였다. 동혁은 여전히 아무런 표정 변화도 없이 순간 몇 걸음을 옮겨 지명박에게 다가와 상대방의 팔을 덥석 붙잡았다. “우둑!” 뼈마디가 부러지는 듯한 또렷한 소리와 함께 지명박의 입에서 날카로운 비명이 터져 나왔고 그는 순식간에 아무런 저항도 할 수 없게 제압되었다. 동혁은 마치 죽은 개를 던지듯 지명박을 땅바닥에 내동댕이치고서 이어서 차가운 눈으로 나영배를 바라보았다. “개X식, 죽여버리겠어.” 나영배는 성난 야수처럼 거칠게 몸에서 칼을 꺼내더니 잔인하게 동혁을 찌르려 했다. 짝! 동혁이 뺨을 때리자 나영배는 동혁의 몸을 건드리지도 못하고 피를 토하며 날아갔다. “살, 살려줘.”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동혁을 보고 막 일어나려던 나영배는 당황해서 두 다리를 마구 디디면서 뒤로 기었다. 그는 이미 저항할 마음이 없었다. “왜 죽이기라도 할까 봐요? 그건 너무 가벼운 벌 아닌가요?” “수십억의 횡령, 납치 협박, 살인미수. 이 정도면 당신들이 10년을 감옥에서 썩어야 할 정도죠.”동혁은 나영배를 잡아서 지명박 옆으로 던졌고 이어서 바닥에 떨어진 나영배의 칼을 집어 들어 손을 휘둘렀다. “퍽!” 칼은 나영배와 지명박의 겹쳐진 손바닥을 꿰뚫며 두 사람을 바닥에 단단히 박아버렸다. 날카
“사람이 사람답지 않으니 평생 사람 대우를 받을 생각은 하지 마세요.” 바닥에 기절해 있는 두 사람을 보며 동혁은 차갑게 한마디 한 뒤 휴대폰을 꺼내 조동래에게 전화를 걸었다. “내 쪽에 사건이 하나 생겼어요. 이리 좀 와주세요.” 곧 조동래는 시 경찰서 사람들과 함께 도착했다. 먼저 지명박과 나영배를 체포했지만 둘 다 의식이 없어서 먼저 병원으로 옮겨야 했다. “송 실장님, 먼저 가서 이번 일의 경과를 알려줘요.” 동혁이 송소빈의 어깨를 두드리자 그녀는 조서를 꾸미러 경찰을 따라갔고 동혁은 조동래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예, 이 선생님. 알겠습니다.” 두 사람은 밖으로 나가다가 용비무술학교 쪽 사람들에게 통제되고 있는 스탠슨 일행을 보았다. 동혁이 말했다. “조 경감님, 나중에 이 외국인들과 이야기 좀 잘해보세요. 나중에 다시 저를 귀찮게 하지 않게요.” ‘뭐, 이 사람들이 끈질기게 나를 귀찮게 하겠다면 할 수 없지만.’ “알았습니다.” 조동래가 다가가자 한 무리의 외국인들은 갑자기 그를 둘러싸고 시끌벅적 소리를 질렀다. 모두 외국인의 특권을 내세워 동혁에게 복수하려 들었다. “이 사람들이 무술학교까지 와서 소란을 피우고 왕 교장까지 다치게 했으니 모두 데려가 조사해.” 조동래가 표정을 굳히고 손을 흔들었다. 그는 외국인들이 큰소리를 질러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동혁은 더 이상 이 일에 관여하지 않았다. ‘조 경감이 알아서 잘 처리하겠지.’ “이 선생님, 지난번 일은 제가 실수했습니다. 크신 아량으로 너그럽게 용서해 주세요.” 왕용비는 병원으로 옮겨지기 전에 다친 몸으로 동혁에게 와서 사과했다. 동혁은 붕대로 감은 그의 상반신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은 그래도 기개가 있는 편이네요. 예전의 일은 덮어두죠.” ‘이 사람은 예전에 3대 가문에 협력해 나쁜 짓을 저질렀지만, 오늘은 죽을 고통에도 H국 무술을 욕하지 않았어. 나름 칭찬할만해.’ ‘사람일은 정말 모른다니까.’ “감사합니다. 이 선생님. 감사합니다.
갑자기 길을 막은 세화를 보자 강경영의 눈이 번쩍 뜨였다.강경영의 눈빛 속에 드러났던 탐욕의 기색은 곧 사라졌다. 마음을 진정시킨 강경영은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진 회장이라... 그렇지, 잠시 기다리라고 하지 않았나요?”이미 아래층에서 한참 동안 기다렸기에, 지금 강경영의 짜증을 내는 표정을 보자 세화의 마음속 불만은 더 커졌다.‘비록 내가 조사를 받는 입장이지만, 모두 동등한 관계야.’‘왜 이 강 대표는 내가 마치 자신에게 요구하는 것처럼 여기는 거야?’그래도 세화는 여전히 아주 정중하게 말했다.“강 대표님, 앞서 저희가 식사를 약속했는데, 지금 식사 시간이 되었습니다. 보세요...”그러나 세화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강경영이 짜증을 내면서 말을 끊었다.“지금은 시간이 없으니 계속 기다리세요!”‘지금 가장 빨리 사정우를 빼내야 하는데, 진세화와 밥을 먹을 시간이 어디 있어?’이 말을 마친 강영경은 한 무리의 사람들을 데리고 훌쩍 떠났다.그 자리에 선 채 이를 악물고 있는 세화의 표정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차갑게 강경영의 뒷모습을 보고 있던 동혁이 고개를 돌려 말했다.“여보, 상대가 우리를 곱게 대하지 않는 이상 우리도 돌아가자.”“됐어, 조금만 더 기다려 보고...”세화는 고개를 저었다.‘사해상공회의소는 N도 재계의 거대 단체야. 직원의 태도가 좀 거만한 건 이해할 수 있어.’‘내 밑의 두 그룹의 향후 발전을 위해서라면 이 정도 화도 참지 못할 정도는 아니야.’반대편.강경영은 곧 변호사를 데리고 남경찰서로 달려갔다.교통사고가 남경찰서의 관할구역에서 발생했기에, 사정우는 이곳으로 끌려가서 유치장에 갇혀 있었다.동혁이 이미 임창호를 통해서 조동래에게 손을 썼기 때문에, 남경찰서 쪽에서는 기꺼이 사람을 풀어주겠다고 약속했다.그러나 배상금액을 본 강경영은 화가 치밀었다.“배상금이 20억 원? 마세라티에 부딪쳤다더니 금액이 왜 이렇게 많은 거야!”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의 가격이 2억에서 4억 원 정도이기 때문에 사해상공
오한민은 강경영이 제일 먼저 떠올릴 수 있는 사람이다.결국 명령을 내린 사람은 H시경찰국의 최고 책임자인 경찰국장이다. 강경영이 입으로는 아무리 상대방을 업신여긴다 해도, 아무나 찾아서는 상대방의 입을 다물게 할 수는 없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그래서 곧바로 H시의 시장을 찾으려고 했다.그러나 지금 H시는 시장이 새로 바뀐 상태였다. 신임 시장의 이름조차 모르는 상태라서, 강경영이 찾으려고 해도 찾을 방법이 없었다.곧 오한민과 연락이 닿았다.[경영 아우님, 조동래 그자는 내가 알지. H시에서는 차가운 염라대왕이라는 별명을 가진 강골로 통하지.][이번에 사정우가 조동래의 손에 넘어갔으니, 확실히 처리하기가 쉽지 않겠어...]전화기 맞은편의 오한민은 난감한 말투였다.강경영은 식은땀을 닦으며 아부했다.“오 사장님, 사장님의 수단이라면 강골은 말할 것도 없고, 제 아무리 노회한 인간이라도 부드럽게 만들 수 있겠지요.”“오 사장님이 좀 도와주십시오. 사정우만 빼낼 수 있다면 저뿐만 아니라 사씨 가문도 은혜를 입게 되는 겁니다.”오한민은 다시 딴청을 부리면서 망설이는 척하다가 비로소 말했다.[알았어, 그럼 조동래의 직속 상관을 찾아야 제압할 수 있어.][내가 H시의 새 시장과 연락해서 사정우를 구할 수 있는지 한번 볼게.]강경영은 오한민이 또 허세를 부리면서, 자신이 더 큰 은혜를 베푸는 것처럼 여기게 하려는 거라고 생각했다.그런데 오한민이 정말 자신이 없다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결국 오한민 자신도 새 시장을 본 적이 없었다. 단지 새 시장이 부임한 지 고작 2, 3일 만에 이미 두 개의 큰 사건을 터뜨렸고, 많은 사람들을 처리했다는 사실만 알고 있다.‘척 보기만 해도 잘 어울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오한민 자신은 새 시장과 전혀 연락이 닿지 않기에, 2인자인 임창호 부시장에게만 연락할 수 있었다.명성호텔 1층 로비에서 동혁은 임창호의 전화를 받았다. [시장님, 리성투자회사의 오한민이 전화를 걸어서 사씨 가문의 사정우를 도와달
명성호텔에 온 동혁과 세화는 직원들의 환대를 받았다.지난번 동혁이 이곳에서 Y국 영사 해리슨을 무릎 꿇고 사과하게 만든 일은 직원들에게 깊은 이미지를 남겼기 때문이었다.“안녕하세요, 사해상공회의소의 대표에게 통보해 주세요. 세방그룹 회장 진세화 씨가 회견을 요청한다고요...”세화는 친절하게 직접 접대하러 온 매니저에게 말했다.이번에 온 사해상공회의소는 대표단은 모두 명성호텔에 묵고 있다. 그리고 호텔 한 층의 객실을 전부 사용하는데 이는 그들의 재력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다.“그럼 진 회장님, 잠시만 기다리세요.”두 사람에게 고개를 끄덕인 매니저는 곧바로 통보했다.현재 9층의 회의실.사해상공회의소의 사람들이 모여 있는데 이상하게 조용한 분위기였다.“무슨 소리야, 사정우가 체포되다니?”“H시 경찰국 사람들이 뭘 잘못 먹은 거야? 감히 사정우를 잡아넣다니!”비쩍 마른 남자가 펄쩍 뛰면서 화를 냈다.이 사람은 바로 이번 사해상공회의소가 세화를 살펴보기 위해서 H시에 파견한 대표단의 강경영 대표였다.지금 강경영은 섬뜩할 정도로 굳은 표정이었다.사정우는 이번에 대표단의 일원으로, 자신과 함께 H시로 관광 겸해서 왔다.이런 명문가의 도련님은 당연히 대표단에 얌전하게 붙어 있지 않았다. 그래서 H시에 도착하자마자 불량배 친구 한 패거리를 불러서 나가서 한밤중까지 쏘다녔다.강경영은 관여하지 않았고 감히 관여할 수도 없었다.사정우의 부친 사세준은 명문 사씨 가문의 중요 인물일 뿐만 아니라, 사해상공회의소의 이사이자 강경영의 자신의 은인이기 때문이다.강경영 자신은 기껏해야 사세준이 기르는 애완견에 불과할 뿐이다.그래서 사정우가 H시에서 누군가와 추돌사고가 났는데, 사고를 낸 사람은 아무 일도 없는 반면에 오히려 사정우가 잡혀서 유치장에 갇혀 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강경영은 당연히 크게 화를 낼 수밖에 없었다.“도대체 누가 사정우 도련님을 잡아넣으라고 명령했는지 당장 조사하고 손을 써!”강경영은 사해상공회의소의 직원에게 지시했다.명령을
“너, 너 공직자가 감히 나를 때려! 너 이건 폭력적인 법 집행이야. 너 죽고 싶어?”나태성은 얼굴을 감싼 채 뒤로 물러선 나태성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조동래를 바라보았다.“네 따귀를 때린 건 그나마 가벼운 거야.”무표정한 표정의 조동래가 차가운 목소리로 내뱉었다.“이 사람은 법 집행에 저항하면서 공직자를 위협했기에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를 받고 있는 데다가 계속 행패를 부렸기에 체포합니다.”구경하던 시민들이 다시 한번 환호성을 질렀다.아무도 조동래가 뺨을 때린 게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았다.‘저 나태성이란 놈은 정말 사람을 열받게 만들었는데. 조 국장님이 우리를 대신해서 때린 거야.’‘졸졸 따라다니면서 앞잡이 노릇이나 하는 졸개 놈이 감히 노골적으로 한 시의 경찰국장을 위협했지.’ ‘만약 저 놈에게 고통을 주지 않는다면, H시정부의 위엄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겠어?’‘조동래가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명문 사씨 가문을 앞세운 나태성의 따귀를 때렸어.’사정우의 표정은 극도로 어두웠다.그는 마침내 상대방이 명문 사씨 가문을 들먹여도 전혀 놀라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더 이상 눈치 없이 굴다가는, 조동래의 성질대로라면 나도 뺨을 맞게 될 거야.’이렇게 생각한 사정우는 계속 상대방과 다투려는 생각을 접었다.그러나 두 명의 경찰관에게 끌려가게 되자, 사정우는 참지 못하고 동혁을 향해 독설을 퍼부었다.“이동혁, 맞지, 오늘 이 일은 내가 기억해 두겠어.”“이게 끝이라고 생각해? 허허, 나는 곧바로 나와.”“그렇게 되면 너와 네 마누라에게 하나씩 천천히 이 빚을 계산하겠어...”사정우가 소란을 부리는 모습을 웃으면서 보고 있던 동혁이, 갑자기 앞으로 나가더니 맥라렌의 차문을 맹렬하게 걷어찼다.쾅!큰 소리와 함께 차문 전체가 납작해졌다.“이 이가 놈, 너 지금 죽고 싶다는 거지!”분노가 극에 달한 사정우는 핏줄이 솟을 정도로 분노의 고함을 쳤다.‘내가 이 부서진 차를 다시 운전할 생각은 없다 해도, 이동혁은 모든 사람들의 면전
경찰의 현장 답사는 아주 빨리 진행되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결과가 나왔다.조동래가 부하들에게 그 자리에서 교통사고 경위서를 작성하라고 지시하는 걸 본 사정우는 웃음을 터뜨렸다.‘보아하니 조동래는 적당히 구슬려서 화해시킬 생각도 없고, 바로 이 자리에서 내게 줄을 대려는 모양이네.’“이동혁, 내가 말했지, H시라는 이 촌동네에서는 아무도 감히 나 사정우를 건드리지 못해.”“이제 너는 내가 즐길 수 있게 순순히 네 마누라를 내놓으면 돼!”사정우는 아주 유쾌한 듯이 웃으면서도 탐욕스러운 눈빛은 줄곧 세화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벌써부터 조금 뒤에 어떻게 이 여자를 시중들게 할 것인지 생각하고 있었다.동혁이 생각을 바꾸는 것 따위는 전혀 두려워하지도 않았다.동혁이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지금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으니 감사해야 해. 사람들만 없다면 너는 정말 비참하게 박살이 났을 거야.”‘어쨌든 지금 내가 H시의 시장이니까 영향이 미치지 않게 주의해야 해.’‘아직은 내 신원을 아는 사람이 얼마 없지만, 언젠가는 드러나게 되겠지.’바로 이 점 때문에 동혁은 사정우에게 손을 쓰지 않았던 것이다.그렇지 않았다면 조동래에게 전화할 필요도 없었다. 동혁 자신이 해결하면 될 것이다.“계속 주둥이를 놀려봐.”조동래가 다가오는 걸 보면서도 사정우는 킥킥대며 물었다.“조 국장, 교통사고 경위서는 나왔겠지요?”“이 추돌사고에서 우리 진회장님의 백 퍼센트 과실인가요?”조동래가 천천히 말했다.“사 선생님, 그렇습니다. 우리가 현장 조사를 해 본 결과 당신이 악의적으로 차선을 바꾸고 경쟁을 부추겨서 일어난 추돌사고입니다.”“그래서 이번 사고는 당신이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합니다.”“동시에 당신은 난폭운전과 무고한 시민에게 행패를 부린 공갈 협박 혐의도 받고 있습니다. 나중에 경찰에서 당신에게 상응하는 처벌을 내릴 것입니다...”조동래의 싸늘한 말에 사정우의 표정이 굳어졌다.“조 국장님, 공정하게 법을 집행해 주셔서 감사합니다!”그 말을 들
눈썹을 찌푸린 사정우가 도발적인 냉소를 지으면서 말했다.“좋아, 그럼 지켜보도록 해!”그렇게 말해도 사정우는 여전히 전혀 동혁은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비록 상대방이 돈도 백도 없는 서민은 아니지만 항난그룹 회장이라도 그들 명문가 사람들의 앞에서는 여전히 상대조차 될 수 없었다. 사정우는 설사 H시의 시장이 직접 오더라도, 명문가 사씨 가문의 신분만 앞세운다면, 감히 자신에게 손을 댈 수 없다고 믿었다.“이동혁, 내가 지금 너한테 자유롭게 실력을 발휘할 공간을 줄게. 네 마음대로 전화해서 인맥을 찾아봐. H시 시장을 데리고 와도 괜찮아.”“하지만 감히 나를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을 찾지 못한다면, 내가 추잡한 말을 앞세웠다고 탓하지 마. 너는 돈을 배상해야 할 뿐만 아니라, 네 아내를 내 놀잇감으로 바쳐야 해!”“나중에 내가 기회를 주지 않았다고 딴소리하지 마...”사정우는 세화의 아름다운 몸매를 쳐다보면서 사악한 표정으로 말했다.이 말을 들은 세화는 놀라서 기절할 뻔했다.더 이상 사정우 따위의 질 낮은 인간과 갈등을 일으키고 싶지 않아서 동혁을 잡아끌었다.“동혁 씨, 차라리 우리가 손해를 보고 말자...”사정우를 흘겨보던 동혁의 눈빛에서 번뜩이던 살기가 순식간에 사라졌다.“여보, 날 믿어, 여긴 H시야.”세화를 달랜 동혁이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조 서장님, 저하고 제 아내가 사고를 당했습니다. 그자가 졸개들을 동원해서 길을 막고 있는데, 서장님이 직접 오셔서 처리해 주시기 바랍니다.”전화를 받은 사람은 바로 H시 경찰국장 조동래였다.동혁의 말을 듣자, 조동래는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렸다.‘감히 어떤 놈이 졸개들을 보내서 시장님을 막다니, 살고 싶지 않은 거야!’벌떡 일어난 조동래는 놀란 간부들을 내팽개친 채 회의실에서 뛰쳐나갔다.삐용삐용-10분도 안 되어 사이렌 소리를 울이면서 경찰차들이 잇달아 도착했다.조동래가 직접 온 데다가 H시 경찰국에서 교통업무를 담당하는 도영수 부국장도 함께 왔다.세화는 깜짝 놀랐다.비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는 가운데, 사정우는 뻔뻔하게도 동혁의 면전에서 네 아내를 데리고 놀 테니 아내를 내게 넘기라고 요구했다.구경하던 시민들조차도 이건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하다고 느낄 지경이었다.“더러운 돈 좀 있다고 아주 대단하네 정말. 저 진 회장은 돈이라면 얼마든지 있지만 너처럼 그렇게 멋대로 날뛰지는 않아!”“어디서 더러운 외지인이 굴러 들어와서 설치는 거야? H시가 네가 멋대로 행패를 부릴 수 있는 곳이야!”“벼락부자 티나 내면서 정말 무법천지인 줄 아는 모양인데...”격분한 사람들이 잇달아 사정우에게 욕설을 퍼부었다.그러나 사정우는 이런 비난하는 시민들은 전혀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오히려 씩 웃으며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너희 같은 교활한 인간들은 말을 좀 아껴야 해. 그렇게 입에 침이 마르도록 짖는다고 내 털끝이라도 건드릴 수 있겠어?”“너희 같은 버러지들이 내 신분을 안다 해도 전혀 두렵지 않아. 성도의 명문 가문 사씨 가문은 들어본 적이 있을 거야.” “아이고, 여기 H시가 코딱지 만한 촌동네라는 걸 잊어버렸네. 너희 촌것들은 사씨 가문을 들어본 적도 없겠지.”“아무튼 이 작은 H시에서는 아무도 감히 나 사정우를 건드리지 못해. 나 사정우의 일에 관여하는 건 더 말할 필요도 없지!”“못 믿겠으면 좀 봐 봐. 사건이 터지고 나서 지금까지 수습하러 온 사람이 하나라도 있어?”사정우는 입만 열면 교활한 인간에 촌것들이라며 사람들을 멸시했다.뼛속까지 드러나는 사정우의 우월 의식에 시민들은 치를 떨어야 했다.그러나 사정우의 말은 또 한편으로는 사람들을 섬뜩하게 만들었다.‘확실히 사정우의 말대로 이 일대는 H시의 번화가야.’‘평소라면 관련 부서의 출동 속도는 엄청 빨라. 주차 위반 차량도 3분도 채 안 되어 딱지를 붙이지. 하물며 교통사고는 더 말할 것도 없어.’‘그런데 지금은 이렇게 시간이 한참이나 지났는데도 경찰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아.’‘설마 이 사정우의 말대로 H시 경찰조차도 개입을 꺼리는 걸
‘이렇게 변태 같은 인간의 손에 떨어지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세화는 그런 모욕을 절대 참을 수 없었다!“자기야, 어떻게 사고가 난 거야? 괜찮아?”바로 그때, 세화에게 천상의 목소리처럼 동혁의 목소리가 갑자기 울려 퍼졌다.고개를 들어 보면서 그 순간 기쁨에 겨워 눈물을 흘렸다.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 동혁은 얼른 세화를 붙잡았다. “여보, 왜 울어? 다친 거야?”방금 전에 세화의 전화를 받았던 동혁은 명성호텔로 차를 몰고 달려왔다.호텔 근처에 도착하자마자 도로가 꽉 막혀 있었다. 차에서 내려 교통을 정리할 수 있을까 싶어 보던 중에 사람들 틈에 갇힌 세화를 발견한 것이다.“다친 거 아니야, 동혁씨, 진짜 잘 왔어.”바로 마음이 놓이면서 자신감이 치솟은 세화는 동혁을 꽉 붙잡은 채 사정우를 가리켰다.“저 사람이 나를 뒤에서 오게하고는 일부러 사고를 일으켰어. 게다가 나한테 돈을 갚으라고 했어!”“저 사람이 이동혁이야, 진씨 가문의 쓸모없는 데릴사위지.”“쓸모가 없다니? 그건 다 옛날 얘기지. 최근에 항난그룹의 회장이자 원화투자회사의 회장이라는 게 드러났잖아...”구경하는 사람들도 동혁을 알아봤고 세화의 남편이 왔다는 걸 알았다.세화를 도와주러 온 사람이 있자 구경하던 사람들도 용기가 생겼다.“이 회장님, 이 사람들이 고의로 당신 아내를 괴롭히고 있어요. 아내 분이 차를 잘 몰고 있었는데, 이 사람들이 계속 경적을 울리며 따라가더니, 결국 고의로 차를 중간에 끼우고 추돌사고룰 일으켰어요!”“저 자들 보스는 사람 목숨을 하나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아요, 너무 지나쳐요!”“또 진세화 씨에게 잠자리를 강요했어요. 권력과 힘을 믿고 완전히 무법천지로 행동했어요...”이 사람들의 말을 듣고 동혁은 상황을 금세 파악했다.동혁의 얼굴에 싸늘한 기운이 감돌면서, 차가운 눈빛으로 사정우를을 쳐다보았다. “네가 사정우야? 일부러 내 아내의 차를 끼워서 추돌 사고를 일으켰다니, 정말 엄청 설치네.”“너는 운이 좋았어. 다행히 내 아
“보상만 하면 이 고물 차를 다시 몰고 가도 돼.” 대충 내뱉듯이 사정우가 말했다. ‘내가 아까 했던 말은 소 귀에 경읽기였어?’ ‘분명히 이 인간은 자기가 고의로 추돌사고를 냈다고 인정했으면서도, 뻔뻔하게 내게 보상을 요구한다고?’ 세화는 치미는 분노에 헛웃음이 나오면서 더 이상 말로 따질 필요도 못 느꼈다. 휴대폰을 꺼내 들고 세화가 말했다. “더 이상 말할 것도 없네요. 누가 보상해야 하는지 경찰이 판단하게 해야겠네요.” 하지만 그 순간 나태성이 다가와서 세화의 손에서 휴대폰을 낚아챘다. 그리고 다른 차에서 내린 양아치들도 슬그머니 세화를 둘러싸며 싸늘한 시선을 보냈다. “대낮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는데 지금 뭐 하는 거야? 내 휴대폰 돌려줘!” 세화는 화를 내면서도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설마 이렇게 백주 대낮에 대놓고 핸드폰을 강탈할 줄은 몰랐기에 마음속으로 위기감을 느꼈다. 주변에서 지켜보던 시민들도 이 광경을 보고 기가 찼지만, 어느 누구도 나서지 않았다.사정우의 패거리는 척 봐도 대단한 기세라서 평범한 시민들은 감히 건드릴 엄두도 내지 못한 것이다. 그렇게 많은 이들이 세화를 안타깝게 바라보면서도 감히 나설 수가 없었다. “예쁜 아가씨, 그렇게 긴장할 거 없잖아. 핸드폰이 얼마나 하겠어. 보상이 끝나면 돌려줄게.” 사정우는 세화의 휴대폰을 가지고 놀면서 심지어 코에 대고 냄새를 맡기도 했다. 마치 세화의 체취이라도 배어 있는 것처럼. “웃기지 마. 당신이 내게 배상해야 돼.” 세화는 수치심과 분노로 얼굴이 달아올랐다. 그러자 사정우는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예쁜 아가씨, 빚을 졌으면 갚아야지. 당연한 이치를 모르진 않겠지?” 사정우의 시선이 세화의 몸을 훑어내렸다. “배상할 돈이 없으면 몸으로 갚아도 돼. 나하고 같이 자면 돼.” “흠... 오늘이 내가 이 H시에 온 첫날이니까, 특별히 이렇게 하자.” “내가 이곳을 떠날 때까지 당신은 내 여자가 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