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을 내린 후 송소빈은 지명박과 나영배에게 다시 연락했다. [리치호텔, 918호 스위트룸입니다. 명심해요. 절대 혼자 와야 합니다.] 전화에서 상대방의 강경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송소빈은 택시를 타고 바로 리치호텔로 갔다. 918호 방문 앞에서 그녀는 지명박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한참 후 지명박과 나영배, 두 사람이 방이 아닌 복도에서 걸어왔다. 지명박이 웃으며 말했다. “송 실장님, 역시 아주 현명하신 분이네요. 약속대로 몰래 사람을 데려오지도 않았어요.” 지명박과 나영배는 조심스러워서 혹여 자신들이 방에 있다가 붙잡힐까 봐 복도에서 몰래 송소빈을 감시했다. 만약 그녀가 몰래 다른 사람을 데려왔다면 두 사람은 바로 도망치려고 했다. “그럼 송 실장님 들어가요. 안에서 천천히 얘기하시죠.” 나영배는 직접 카드키를 긁어 방문을 열었다. 송소빈은 이를 악물고 들어가 문 앞에 가만히 서서 말했다. “문을 열어놓고 얘기하시죠. 다행히 이 층이 아주 조용해서 다른 사람들이 우리 대화를 들을까 봐 걱정할 필요가 없을 거 같으니까요.” 쾅! 그러나 지명박은 아무 말없이 방문을 닫았다. 당황한 송소빈은 갑자기 안색이 변하여 화를 냈다. “명박 씨, 이게 무슨 짓이죠? 전 두 분과 회사의 일을 어떻게 해결할지 얘기하러 왔어요. 여기 놀러 온 게 아니에요.” “송 실장님, 여기까지 와서 뭘 또 이렇게 빼시고 그래요.”나영배는 음흉하게 웃었다. “오늘 우리 둘이 실장님을 아주 즐겁게 해 드릴게요. 아주 뜨거운 밤을 보내보자고요.” 오피스룩을 입고 있는 송소빈은 자신의 매끄러운 몸매를 은근히 드러내고 있었다. 예쁜 얼굴은 분노로 하얗게 질려 있었고 눈에는 화를 머금고 있어서 이를 본 지명박과 나영배, 두 사람은 군침을 흘리며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그딴 건 꿈도 꾸지 마시죠.” 송소빈은 화를 내며 치한 방지 스프레이를 꺼냈다. 그녀가 아무런 준비도 없이 바보같이 혼자 호텔로 달려온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송소빈은 여전히 맞은편에
이 말을 듣고 스탠슨을 따라 N도에서 온 다른 외국인들 몇 명도 룸에 들어왔다. 모두 이종격투기 체육관의 코치이거나 스탠슨과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수강생들이 들었다. 그들은 스탠슨이 H시에서 무술 고수에게 도전한다고 해서 관전하기 위해 왔다. 송소빈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머리가 풀어헤쳐져 엉망인 자신을 정리할 겨를도 없이 이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살려주세요. 이 두 사람이 강제로 저를 성폭행하려고 해요.” “오, 아름다운 H국 아가씨, 이 하등한 H국 인간 두 놈은 당신과 전혀 어울리지 않아요.” 방금 문을 차고 들어온 피노체라는 외국인이 웃으며 말했다. 송소빈은 그 말을 듣고 안심이 되면서 내심 기뻤다. 그러나 피노체의 다음 말이 그녀의 기쁜 마음을 날려버렸다. “우리 같이 혈통이 고귀한 사람들이야말로 아가씨의 가장 좋은 성적 파트너가 될 수 있죠. 다들 안 그래?” 피노체의 말에 몇몇 그의 친구들도 음흉하게 웃으며 늑대 같은 시선으로 송소빈을 쳐다보았다. ‘방금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완전 잘못짚었어.’ 송소빈은 바늘로 찌르는 듯한 외국인들의 따가운 시선을 느끼며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그만, 여자 얘기는 나중에 해.” 그러자 스탠슨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는 지명박과 나영배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명령조로 말했다. “즉시 너희 둘은 날 그 용비무술학교로 안내해. 난 고수와 겨뤄야겠어.” 스탠슨은 송소빈을 구하는 일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고 아예 처음부터 끝까지 쳐다보지도 않았다. 즐기려는 데 방해를 당해 지명박과 나영배는 마음속으로 아쉬움이 가득했지만 외국인들 앞에서 감히 내색하지 못했다. “스탠슨 씨, 이동혁을 상대하러 오신 것 아니었나요? 제가 바로 그놈을 여기로 오라고 할 수 있어요.” 나영배가 굽실거리며 물었다. “하등한 H국 인간 놈, 잔말 말고 스탠슨 씨가 시키는 대로 해.” 피노체가 다가와 나영배의 뺨을 세게 때렸다. 그가 시큰둥한 표정으로 말했다. “스탠슨 씨가 H시에 오신 이유는 고수들을 만
용비무술학교. H시의 여러 무술학교에서 가장 유명한 곳 중 하나로 대문이 호화로워 마치 궁전을 연상케 했고 문 앞에는 넓은 광장이 있었다. 평소에는 무술학교 학생들이 단체로 이곳에서 무술을 겨루기도 했다. 이때 몇 대의 차가 진입 금지 안내판을 무시하고 들어와 정문 앞에 멈춰 섰다. 스탠슨이 그 차에서 내려 대문 위쪽을 올려다보았다. “용비무술학”라는 큰 글자가 적힌 현판이 눈에 들어왔다. 갑자기 스탠슨이 도움닫기를 몇 걸음하고 앞으로 뛰어 몸을 높이 솟구치더니 공중에서 순간적으로 발을 내질렀다. 퍽! 푸른색 바탕에 금으로 된 글자가 쓰여 있는 현판이 스탠슨의 발차기 한방으로 채소나 과일처럼 힘없이 부서져 흩어졌다. 현판의 조각들이 땅에 떨어져 큰 소리가 나자 즉시 문 안의 사람들의 이목이 쏠렸다. “당신들 뭐 하는 사람들입니까? 우리 무술학교에 갑자기 나타나 이런 행패를 부리다니.” 몇 명의 학교 경비원이 기세등등하게 달려 나왔는데 눈빛에는 거만함이 가득했다. 그들은 일반 경비원들과는 달랐는데 평소에 무술학교 학생들을 통제할 수 있어야 했기 때문에 실력이 당연히 뛰어났다. 경비원을 그만둬도 부자들의 개인 경호원이 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이었다. 스탠슨이 경비원들을 두 눈으로 훑어보더니 갑자기 발을 내질렀다. 퍽! 무술학교 경비원 중 한 명은 전혀 대응할 수 없었고 발에 차여 그대로 날아가 학교 대문을 산산조각 냈다. “헛...” 다른 학교 경비원들은 두려움에 안색이 변한 채 몇 걸음 뒤로 물러났다. 스탠슨을 바라보는 그들의 눈빛에 껄끄러움이 가득했다. 스탠슨은 무표정한 얼굴로 지명박에게 손을 흔들었다. 지명박이 재빨리 고개를 끄덕이며 종종걸음으로 앞으로 나와 으스대며 소리쳤다. “당장 학교 교장 보고 나오라고 하세요. 여기 스탠슨 씨는 도장 깨기를 하러 왔습니다.” “도장 깨기라고?” 몇 명의 경비원들은 당황하여 안색이 울그락불그락했다. 용비무술학교의 명성은 상당했다. 그래서 이름을 날리기 위해서 또는 다른 목적으로
선경현이 인상을 찌푸리며 소리쳤다. “그전에 내가 네놈 실력 좀 보자!” 스탠슨은 선경현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말이 끝나자마자 몸이 앞으로 쏘아져 나가더니 선경현의 얼굴을 향해 발을 휘둘렀다. “우습군.” 선경현은 비웃으며 뒤로 피하지 않고 그대로 자신의 다리를 들어 맞섰다. “지금 내가 네놈을 따끔하게 혼내주... 악!” 선경현이 말을 하던 중 갑자기 고통스러운 짧은 비명을 질렀다. 그는 피를 토하며 몸이 종이처럼 가볍게 날아가 곤두박질쳤다. 세게 바닥에 떨어지면서 몇 개의 뼈가 부러져 그가 또다시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 “저런...” 무술학교의 선생이든 학생들이든 놀라서 모두 할 말을 잃었다. ‘선 선생은 교장 선생님 외에 용비무술학교 전체에서 적어도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실력이 있는 고수인데 저렇게 외국인에게 당하다니.’ ‘게다가 상대방은 아직 손도 쓰지 않았고 단지 발길질만 했을 뿐이야.’ 너무 충격을 받아 무술학교 쪽 사람들은 모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스탠슨을 따라온 외국인들은 모두 흥분해 소리를 지르며 비아냥거리기 시작했다. 당황한 왕용비의 안색이 바뀌었다. 그는 결국 스탠슨을 향해 손을 내밀며 부드럽게 말했다. “외국에서 온 귀한 손님분. 우리 무도계에서 이루어지는 겨루기에 대해 간단히 말...”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스탠슨이 말을 끊었다. “나도 당신들의 규칙은 알고 있어. 걱정 마, 난 당신을 죽이지는 않을 거야.” 오만함으로 가득 찬 이 말에 왕용비의 얼굴빛이 두려움으로 어두워졌고 용비무술학교 쪽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손님, 이미 겨루기는 한 거 같으니 우리는 앉아서 차나 마시면서 무도정신에 대해 대화하는 게 낫지 않을...”왕용비가 화를 억누르며 말했다. 스탠슨은 다시 그의 말을 끊었다. “나는 오늘 여기에 당신을 만나러 왔어. 싸우지 않으면 난 여기서 떠나지 않을 거야.” 지난번에 동혁에게 항난그룹에서 쫓겨나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무릎을 꿇은 것 외에 왕용
스탠슨의 말을 모든 사람들이 들었다. 용비무술학교 쪽 사람들은 얼굴에 화가 가득했다. “교장선생님, 하지 마세요.” “절대 말을 들어주시면 안 돼요.” 그들은 왕용비가 스탠슨의 요구를 들어줄까 봐 걱정했다. “하하, 너희 교장이 스탠슨 씨에게 죽은 개가 돼서 저렇게 밟혀있는데? 인정할 건 인정해야지.” “설마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기라도 하겠다는 거야?” 스탠슨 주변의 외국인들이 빈정거렸다. 용비무술학교 쪽 사람들은 빈정거리는 외국인들을 성난 눈으로 쳐다보았다. 하지만 왕용비가 지금 스탠슨에게 밟혀있어서 조금만 발에 힘을 줘도 왕용비가 목숨을 잃을 수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감히 경거망동하지 못했다. 스탠슨의 큰 발에 가슴이 짓밟힌 왕용비는 고통에 신음을 흘렸고 얼굴이 검붉게 변했다. 왕용비는 스탠슨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피 묻은 이빨이 드러내며 힘겹게 말했다. “그렇게는 못해.” “아직 정신을 못 차렸나 보네.” 스탠슨은 입가에 차가운 웃음을 띠더니 갑자기 발끝에 힘을 줘 왕용비의 갈비뼈 두 개를 부러뜨렸다. “으아!” 왕용비가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 스탠슨은 한동안 말없이 바라보다가 왕용비가 비명을 그치자 냉혹하게 웃으며 말했다. “내 발밑에서 고통스럽게 울부짖는 네 모습을 한번 봐. 그냥 네 입으로 사실을 인정하라고 했을 뿐인데, 대체 뭐가 어려워?” 스탠슨이 말을 마치고 손짓을 했다. “피노체, 이놈이 입을 열어 인정하면 동영상을 찍어둬. 바로 H국 무술이 우리나라보다 못하다는 확실한 증거니까. 보관했다가 앞으로 두고두고 감상할 거야.” “하하, 네!” 비교적 잘 나섰던 피노체는 즉시 휴대폰을 꺼내 스탠슨이 왕용비를 밟고 있는 장면을 모두 녹화하기 시작했다. “이 개X식들. 사람을 때린 것도 자라 그런 짓까지 하다니. 네놈들이 남자라면 차라리 교장을 죽여. 일부러 모욕하지 말고.”일부 무술학교 학생들은 보다 못해 두 눈이 벌겋게 달아올라 스탠슨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다른 선생들이 제지하지 않았더라면 이 혈기
“네놈이 이동혁이구나.” 스탠슨은 위아래로 동혁을 훑어보며 차갑게 비웃었다. “마침 잘 왔어. 대니얼이 내가 H시에 도장 깨기를 하러 온다니까 네놈을 좀 혼내달라고 했거든.” 동혁은 좌우를 둘러보았지만 송소빈은 보이지 않았고 지명박과 나영배도 찾지 못했다. 그는 무심결에 눈살을 찌푸렸다. 동혁이 고개를 끄덕이며 스탠슨을 포함한 모든 외국인들을 살펴보았다. “좋아요. 그럼 차라리 한꺼번에 같이 덤벼요. 빨리 당신들을 처리하고 찾을 사람이 있거든요.” 불쾌해진 스탠슨의 표정이 갑자기 일그러졌다. ‘아주 자신만만하네. 감히 오만하게.’ ‘같이 덤비라니?’ 스탠슨 곁에 있던 외국인들도 모두 발끈했다. “저 쳐 죽일 H국 인간 놈이, 건방지게!” “스탠슨 씨, 저 H국 인간 놈은 저한테 맡기세요. 저런 쓸모없는 놈은 스탠슨 씨가 직접 나설 필요도 없어요.” 피노체가 주먹을 쥐고 앞으로 나서며 동혁을 향해 이를 갈며 비웃었다. “H국 인간 놈, 방금 한 네놈 말이 나를 아주 열받게 했어. 팔다리가 부러지고 싶지 않으면 지금이라도 내 앞에 무릎을 꿇어.” 동혁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자 피노체는 분노에 찬 고함을 지르며 갑자기 빠른 속도로 앞으로 달려들었다. 그는 높이 뛰어올라 동혁의 머리로 세게 다리를 휘둘렀다. 동혁은 피하지 않고 약간 뒤로 물러서며 날아오는 피노체의 다리를 걷어찼다. “퍽!” 단순한 동작으로 두 다리가 공중에서 교차했고 피노체는 그대로 거꾸로 날아갔다. 그의 몸이 거친 시멘트 바닥에 긁히며 몇 미터나 계속 굴러갔다. 그리고 멈췄을 때, 피노체의 온몸은 바닥에 쓸려 전체적으로 선혈이 낭자했다. “으아아!”피노체는 땅바닥에 웅크린 채 고통으로 이리저리 뒹굴었다. “나이스!” 동혁이 피노체를 깔끔하게 실력으로 꺾는 것을 보고 용비무술학교 쪽 사람들은 모두 환호성을 질렀다. 반면 외국인들의 안색은 더 험악해졌다. “스탠슨 씨, 안 되겠어요. 직접 저 건방진 H국 인간 놈에게 버릇을 가르쳐 주세요.” 그들이 소란
“아니, 저건 말이 안 돼. 왜 스탠슨 씨가 저기 쓰러져 있지? 믿을 수 없어.” “저런 H국 인간 놈이 어떻게 스탠슨 씨를 이길 수 있지?” 한참 동안 침묵을 지키던 몇몇 외국인이 믿을 수 없다는 듯이 큰소리를 질렀다. 그들은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반면 용비무술학교 쪽 사람들은 기뻐서 환호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이전에 동혁에게 적대감을 가지고 있던 무술학교 학생들도 지금은 동혁을 영웅으로 여겼다. “으으...” 스탠슨이 바닥에서 일어나려고 발버둥 쳤다. “퍽!” 큰 발이 갑자기 공중에서 내려와 스탠슨의 가슴을 밟아 다시 그를 바닥에 쓰러뜨렸다. 동혁이 스탠슨을 밟은 채 내려다보면서 담담하게 말했다. “이거 너무 쉬운 거 아닌가요? 기대를 했는데 정말 실망이에요.” “그럼 패배했으니 승리한 날 위해 스스로 당신이 쓰레기임을 인정하는 건 어렵지 않겠죠?” 방금 전 스탠슨이 왕용비에게 한 말을 동혁은 상대방에게 고스란히 돌려주었다. “그럴 수 없어.” 스탠슨은 원망과 함께 독기 가득한 눈빛으로 동혁을 노려보았다. 그는 지금까지 이렇게 굴욕적인 순간이 없었다. 동혁은 웃으며 두말없이 발로 스탠슨의 갈비뼈 몇 개를 걷어차 부러뜨렸다. ‘내가 너와 여기서 시간낭비 할 수 없지.’ “으아아!” 강함으로 명성이 자자한 왕립 특수부대 출신의 퇴역 교관인 스탠슨이 아까 전 왕용비처럼 가슴을 터져나갈 듯한 비명을 질렀다. 비명이 그치자 동혁이 말했다. “지금은 어때요? 인정할 수 있겠죠? 내가 좀 급해서요.” 스탠슨은 동혁의 냉혹함을 보고 순간 마음속에서 두려운 기운이 솟아올라 섬뜩함을 느꼈다. “네.” 그는 굴욕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하려고 했다. “아, 잠깐만요.” 동혁이 휴대폰을 꺼내더니 한 외국인을 가리키며 말했다. “당신이 녹화하세요.” “난...” 그 외국인은 욕을 하고 싶었지만 아무 소리도 못했고, 순순히 다가와 휴대폰을 받아 바로 녹화를 시작했다. 스탠슨은 자신 인생의 최대 굴욕을 느꼈지만 눈을 질
“당연히 내가 이겼으니 이렇게 무사히 여기 있는 게 아니겠어요?” 동혁은 더 이상 쓸데없는 말을 하기 싫었고 무표정하게 지명박과 나영배에게 다가갔다. 두 사람은 동혁의 말을 듣고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방금 전 그들은 스탠슨이 어떻게 왕용비를 제압했는지 직접 보았었다. ‘이동혁이 정말 스탠슨을 이겼다면 대체 얼마나 강하다는 거지?’ 동혁이 자신들에게 손을 대려 하는 것 같자 지명박이 겁을 먹고 소리쳤다. “거기 서. 움직이지 마. 송 실장이 아직 우리 손에 있다는 거 몰라?” 송소빈은 지금 두 사람 뒤, 1미터도 안 되는 거리에 있었다. 하지만 그 정도 거리 때문에 동혁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면 전신이라고 불리는 그의 명성은 거짓말이나 마찬가지였다. 동혁은 여전히 아무런 표정 변화도 없이 순간 몇 걸음을 옮겨 지명박에게 다가와 상대방의 팔을 덥석 붙잡았다. “우둑!” 뼈마디가 부러지는 듯한 또렷한 소리와 함께 지명박의 입에서 날카로운 비명이 터져 나왔고 그는 순식간에 아무런 저항도 할 수 없게 제압되었다. 동혁은 마치 죽은 개를 던지듯 지명박을 땅바닥에 내동댕이치고서 이어서 차가운 눈으로 나영배를 바라보았다. “개X식, 죽여버리겠어.” 나영배는 성난 야수처럼 거칠게 몸에서 칼을 꺼내더니 잔인하게 동혁을 찌르려 했다. 짝! 동혁이 뺨을 때리자 나영배는 동혁의 몸을 건드리지도 못하고 피를 토하며 날아갔다. “살, 살려줘.”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동혁을 보고 막 일어나려던 나영배는 당황해서 두 다리를 마구 디디면서 뒤로 기었다. 그는 이미 저항할 마음이 없었다. “왜 죽이기라도 할까 봐요? 그건 너무 가벼운 벌 아닌가요?” “수십억의 횡령, 납치 협박, 살인미수. 이 정도면 당신들이 10년을 감옥에서 썩어야 할 정도죠.”동혁은 나영배를 잡아서 지명박 옆으로 던졌고 이어서 바닥에 떨어진 나영배의 칼을 집어 들어 손을 휘둘렀다. “퍽!” 칼은 나영배와 지명박의 겹쳐진 손바닥을 꿰뚫며 두 사람을 바닥에 단단히 박아버렸다. 날카
말이 마친 동혁은 곧바로 설전룡에게 전화를 걸어서 H시 군부에서 병력을 보내 지원하도록 했다.동혁은 밤새 시장실에서 구조 계획을 총괄적으로 지휘했다.시의 직원들도 모두 동원되어 홍수 방지와 긴급 구조에 투입되었다.“시장님, 밤을 새우셨는데 먼저 들어가셔서 좀 쉬시지요.”임창호가 핏발선 눈으로 동혁을 보면서 말했다. 임창호도 사실 밤을 꼬박 새웠다.“그래요, 임 부시장님과 원 부시장님 두 분도 교대로 좀 쉬세요.”동혁은 일어서면서 임창호의 어깨를 두드렸다.‘어젯밤에 이 두 사람 모두 훌륭하게 대처했어. 비록 노회한 행정가들이라 해도, 정말 일을 해야 할 때는 여전히 능력을 발휘할 수 있어.’ ‘문제는 사람을 어떻게 쓰는가에 달려 있어.’시청을 떠난 동혁은 집에 가서 아침을 먹고 잠도 좀 잘 생각이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 전화를 한 통 받았다.[이 회장님, 이틀 동안 만나지 못했는데, 회사로 한 번 회사로 오셔야 하지 않겠습니까?]원화투자회사 부사장 장가연의 다소 쌀쌀맞은 목소리가 들려왔다.동혁은 장가연의 불만을 이해할 수 있었다.회장직에서 물러난 이후, 동혁은 더 이상 원화투자회사에 가 본 적이 없었다.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이 결정에 불복한다고 여길 것이다.“내가 곧 갈게요.”동혁은 다시 원화투자회사를 향해 출발했다.도로는 온통 진흙투성이였다.일부 물이 고여 있는 곳은 시민들이 줄을 묶고 지나갈 수밖에 없을 정도로 심각했다.“한번 보세요!”장가연을 보자마자 동혁에게 한 무더기의 신문을 주었다.“이게 뭔가요?”동혁은 호기심에 신문을 뒤져 보았다.[H시, 100년 만에 큰 폭우! 스나이더국제병원 등 5개 병원은 가장 먼저 의료진을 조직해서 긴급구조에 나섰다. 그 뒤의 이야기에 감동한 사람들은 눈물을...][스나이더국제병원 홍보대사인 인를루언서 천용훈, 구조 활동의 전면에 나서면서 훈훈한 감동!][하늘은 무정해도 인정은 살아 있어! 오늘 사람들은 리성투자회사 자원봉사자 팀에 감사를 표해...]...10여 개의 신문 기
“안전을 위해서 부사장님께서 바로 S시로 돌아가실 것을 건의합니다...”비서가 몸을 숙이면서 말했다.“S시로 돌아가? 왜 돌아가야 해? '오한민이 무슨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멀지 않은 곳의 한 빌딩 옥상의 광고판이 강풍에 거리로 떨어지자,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오한민이 갑자기 크게 웃었다.“나 오한민을 위해서 100년 만의 엄청난 폭우가 닥쳤어! 이 얼마나 좋은 기회야!!”“이번에, 바로 그 어린 시장이 직접 와도, 이 오한민의 손에서 다섯 개의 병원을 내놓게 하지는 못해!”오한민의 얼굴에는 환한 웃음이 가득했다.이 순간, 오한민은 새 시장조차도 하찮게 여기고 있었다!...반대편.동혁은 빅토리아병원을 떠나서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다.하지만 길에서 갑자기 폭우가 들이닥치자, 귀가할 생각을 포기해야 했다. 동혁은 바로 차를 몰고 시청으로 달려갔다.“임 부시장님, 원 부시장님, 이번 폭우는 좀 갑작스럽네요. 우리 시의 배수 시스템이 감당할 수 있을까요?”임창호와 원성배를 불러서 동혁이 직접 물었다.이번 폭우는 갑작스러울 뿐만 아니라 규모도 너무나 거대했다. 이전에 H시에서 본 적이 없었는데, 동혁은 가장 먼저 이상한 점을 느꼈다.“시장님, 기상예보에서 이번 H시에 닥친 100년 만의 초대형 폭우가 닥쳤다고 합니다. 아마도 배수 시스템이 버티지 못할 겁니다.”임창호와 원성배의 표정은 잔뜩 굳어 있었다.동혁의 눈빛이 싸늘해졌다.“견딜 수 없다니요? H시 수백만 시민들의 생명과 재산의 안전에 관한 일인데, 그저 견딜 수 없다는 말 한마디면 끝입니까?”동혁의 앞에 있던 두 부시장은 곧 허리를 굽히고 대답했다.임창호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시장님, H시는 기초 건설공사가 원래 잘 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배수 시스템은 더욱 오랫동안 손을 보지 았아서, 많은 하수도를 새로 만들어야 했습니다.”“예년에도 매번 큰비가 내릴 때마다 H시는 이틀 정도 침수되었습니다. 이번에는 100년 만의 초대형 폭우가 닥쳤으니 말할 것도 없습니다.
3대 가문을 타파한 후, H시의 경영 환경은 가까스로 다소 호전되었다.동혁은 이런 방식으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다시 사람들의 선동에 이용되면서, H시 민영기업들 사이에서 공포심이 조성되는 걸 원하지 않았다.[이동혁, 너 욕심이 너무 많은 거 아니야!]오한민은 화가 나자 헛웃음이 나왔다.그는 당연히 동혁의 좋은 생각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다만 자신의 알량한 생각으로 판단하면서, 동혁이 성공을 시기한다고 생각했다. 리성투자회사의 수중에서 이 사립병원들을 빼앗아서, 동혁이 꿀꺽 삼키려는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오한민은 동혁의 뒤에 있는 7개 부서의 수장들을 힐끗 보고는 냉소했다.[말해봐, 이건 너 자신의 뜻이야, 아니면 네 뒤에 있는 사람의 뜻이야?]오한민은 비록 여러 차례 자신이 동혁을 과소평가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여전히 동혁이 7개 부서를 부르고 빅토리아병원 문을 닫게 만든 건, 결코 동혁 자신의 능력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막후에 숨은 거물이 나와 이동혁의 갈등을 이용하기 위해서, 이동혁을 무기로 삼았을 거야.’동혁은 설명하기도 귀찮아서 무심코 말했다.“네가 생각하고 싶은 대로 생각해. 어차피 내 말은 이미 너에게 전했어. 듣든 안 듣든 그건 네 일이야.”동혁이 말을 마치자, 표정이 잔뜩 어두워진 오한민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봉인을 붙여!”황성민 등에게 지시한 뒤 동혁은 곧장 빅토리아병원을 떠났다.곧 빅토리아의 병원의 현관에 봉인이 붙었다.일부 문제가 있는 직원들은 연행되어 조사를 받았다.문제는 모두 사람들이 일으킨 것이다.빅토리아병원은 문을 닫아야 하고, 당연히 이 사람들도 처리해야 했다.일반 직원들은 잠시 집으로 돌아갔다.그러나 동혁도 떠나기 전에 그들에게 빅토리아병원이 곧 이름을 바꾼 뒤 다시 문을 열 것이니, 직원들의 일자리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임을 보증했다.시장 자리를 대신 맡은 뒤에는 동혁이 고려해야 할 문제도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예전처럼 일만 하고 뒤치다꺼리만 하면 끝나는 게 아니
그러나 오한민은 결국 그 생각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지금의 자신에게는 동혁을 죽일 능력이 전혀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이다.원래는 사정우와 동혁 사이를 이간질해서, 이 두 사람이 죽기 살기로 싸우게 하려고 했다.가장 좋은 결과는 사정우가 동혁을 해치우게 만드는 것이다. 자신이 손을 쓸 필요 없이.오한민이 알게 된 소식에 따르면, 동혁은 촬영장에 달려가서 한바탕 소란을 피웠다. 세화를 마중한 뒤에는 확실히 블루라군 별장단지로 가서 사정우를 곤란하게 만들었다.오한민이 보기에, 이는 의심의 여지없이 죽음을 재촉하는 행동이다.그러나 놀랍게도 한 시간이 지난 뒤, 빅토리아병원에 멀쩡하게 나타난 동혁은 여전히 기세 등등하게 날뛰고 있었다.사정우는 H시의 한 이류 가문의 폐물에게 반죽음이 된 상태였다.사씨 가문에서는 당연히 이 창피한 소식이 퍼져 나가지 않게, 빨리 덮으려고 했다.그래서 오한민도 블루라군 별장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길이 없었다.‘이동혁이 어떻게 조금도 다치지 않고 그곳에서 나올 수 있었을까?’이런 의문들 때문에 오한민의 마음은 동혁에 대한 거리낌으로 가득 차게 되었다.오한민은 원래 신중하고 의심이 많은 성격이라서, 철저하게 계획한 뒤에 행동하는 걸 좋아했다. 여태까지 준비되지 않은 싸움은 하지 않았다.‘지금은 더더욱 경솔하게 이동혁에게 손을 대서는 안 돼.’[이동혁, 그럼 네가 며칠 더 날뛰는 모습을 지켜보겠어!]오한민의 이 말은 거의 어금니를 꽉 깨문 채 내뱉었다. 공기 중에는 얼음 부스러기들이 가득한 것처럼 싸늘한 냉기가 느껴졌다.그러나 동혁에게 이런 말은 전혀 쓸모가 없었다.동혁이 바닥에 널부러진 오태강을 발로 차서 나연지 앞으로 보내면서 말했다.“그놈을 데리고 꺼져. 빅토리아병원은 이제 문을 닫으니까 여기선 치료할 수 없어! 다른 병원으로 가서 치료해!”동혁 때문에 놀라서 간담이 서늘해진 사람들은, 멍하니 그 자리에 선 채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핸드폰 화면을 통해 그 모습을 보고 분통이 터진 오
얼른 핸드폰을 받은 황성민은 동혁과 오태강에게 카메라를 맞췄다.“이동혁, 너 뭐 하려는 거야!”오태강이 겁에 질린 표정으로 물었다.뭔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깨닫자, 도망치려고 힘껏 일어났다.펑! 한 발로 오태경을 발로 차서 바닥에 쓰러뜨린 뒤, 오태경의 앞에 간 동혁이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말했다.“오한민 잘 봐. 이게 바로 네가 나를 도발한 대가야.”[이동혁, 네가 감히!]오한민의 놀란 목소리가 핸드폰에서 들려왔다.자기의 아들 오반석은 능력이 너무나 부족했다.그래서 오태강은 자신의 친조카일 뿐만 아니라, 자신이 역점을 두고 계속 양성한 자신의 후계자였다. 그래서 사립병원들을 모두 조카인 오태강에게 맡긴 것이다.‘이동혁은 지난번에 반석이의 두 다리를 부러뜨렸는데, 지금은 또 태강이에게 손을 대려고 해.’‘이건 절대 용납할 수 없어.’[이동혁, 네가 감히 태강이에게 손을 댄다면, 맹세하건대 나 오한민은 반드시 너와 끝장을 보겠어!]오한민이 분노하며 포효했다.이를 갈고 있는 모습은, 평소 TV 매체에서 항상 모든 걸 파악하고 자신감이 넘치던 투자계의 거물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더군다나 화면상의 위협은 동혁의 굳은 결심을 전혀 흔들 수가 없었다.“그럼 끝장을 보던가.”동혁의 냉혹하고 무자비한 목소리가 울리면서, 들어올린 다리로는 오태강의 한쪽 무릎을 힘껏 밟았다.“안 돼, 삼촌 살려주세요... 아악!”뼈가 부러지는 소름 끼치는 소리와 더불어.동혁에게 짓밟힌 오태강의 한쪽 다리는 무참하게 박살이 났다!처참한 비명소리가 병원 1층 전체에 울려 퍼지면서 오랫동안 메아리가 계속되었다.복도의 사람들 모두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나연지, 소태란 등 빅토리아병원 사람들 얼굴은 무서울 정도로 창백해졌다.아까 자신들의 따귀를 때렸던 동혁의 모습과 지금 동혁이 보여준 무자비하고 잔인한 모습을 비교하면서, 마음속으로부터 깊은 공포감을 느끼게 된 것이다.7개 부문의 수장들조차도 모두 멍하니 동혁을 바라볼 뿐이다.새로 부임한 이 시장 나
[사람은 살아가면서 서로 도움을 주고받기 마련이지. 친구 사이에도 오는 말이 고와야 가는 말이 고운 법이야.]오한민이 웃으면서 말했다.[이동혁, 네가 만약 나 오한민의 체면을 세워준다면, 나도 원한과 선입견에 전혀 개의치 않고 너를 친구로 사귀도록 하지.][반석이 부러진 다리는 치료하면 되고...]동혁조차도 오한민이 이런 말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좀 의아했다.‘그러나 내가 세 살짜리 아이도 아닌데, 당연히 오한민의 사탕발림에 넘어가지 않아. 이건 상대방의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것도 잘 알고 있지.’‘오한민처럼 순수하게 이익만 추구하는 괴물에게, 친구는 무슨 얼어 죽을 친구.’‘이익이 있다고 여기면, 언제든지 태도를 바꿔서 상대방을 칼을 찌를 수 있어.’“헐, 부모 자식 간의 도리가 정말 대단한 걸.”동혁이 웃으면서 말했다.“오 부사장이 이렇게 갈수록 냉혹하게 변하니, 당신과 나는 친구가 되지 못할 것 같아.”[그럼 상의할 필요가 없는 건가?]미소를 갈무리한 오한민이 담담하게 말했다.[그럼 병원 간판을 내려.]말을 마치자, 화면 속의 오한민이 손을 뻗어 전화를 끊으려고 했다.그는 아주 명석하게 분석했다.‘조카 태강이가 동혁의 손에 넘어간 이상, 상대방이 어떤 수단을 쓰더라도 여전히 동혁을 어떻게 할 수가 없어.’‘빅토리아병원이 문을 닫는 건 이미 확정된 거야. 더 이상 말해봤자 소용없어.’“잠깐.”동혁이 오히려 오한민을 부르면서 담담하게 말했다.“오 부사장이 방금 사정우를 언급한 이상, 알고 싶은 문제가 있어.”[무슨 문제야?]오한민이 조용히 물었다.동혁의 눈빛이 싸늘하게 변했다.“사정우가 우리 아내를 속여서 누드사진을 찍게 한 건, 네가 뒤에서 부추긴 거지?”잠시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있다가, 오한민이 결국 입을 열었다.[오후에 비행기에서 뿌린 사진을 봤는데, 진세화 씨 누드사진은 찍지 못했던 모양이더군. 오히려 사정우의 애정 행각을 담은 사진을 보게 되었지.][나는 이동혁 네가 정말 능력이 있다는 걸 인정하
[너는... 이동혁?]오한민은 소스라치게 놀랐다.동혁과 실제로 만난 적이 없지만, 자료 속의 사진을 통해서 동혁의 얼굴을 알고 있다.더군다나 아들 오반석의 두 다리가 동혁에게 부러진 뒤, 그의 머릿속에는 더욱 자주 동혁의 얼굴이 떠올랐다.설사 동혁이 재로 변하더라도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결국 투자계에서 잔뼈가 굵은 거물답게 잠시 놀랐던 오한민은 곧 평정심을 찾았다.오한민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이동혁, 태강이 핸드폰이 왜 네 손에 있지?]지금 오한민의 마음속에는 무수한 추측이 떠올랐다.그러나 오태강이 동혁의 손에 넘어갔다는 점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었다.‘현대 사회에서 핸드폰은 사람 몸에 달린 세 번째 손이나 다름없어.’‘이유 없이 태강이 핸드폰이 이동혁의 손에 떨어지지는 않았을 거야.’동혁은 카메라로 바닥에 쓰러져 있는 오태강을 비추면서 웃었다.“어, 당신 조카도 나하고 함께 있어. 조카는 큰 문제가 없으니까 오 부사장은 안심하시길.”오한민의 입가가 살짝 떨렸다.오태강의 양쪽 뺨에 난 새빨간 손바닥 자국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그러나 이동혁의 말도 틀리지 않은 것 같은데.’‘확실히 큰 문제는 없어 보여.’‘적어도 내 아들 반석이 두 다리를 부러뜨린 것에 비하면 그래.’오한민의 말투도 평온했다.[이동혁, 우리는 공명정대한 사람들이니까 솔직하게 말해. 목적이 뭐야?]‘태강이가 동혁의 손에 떨어진 것도 이미 사실이기에, 더 이상 말해봤자 무의미해.’‘분노도 아무 의미가 없어.’‘이동혁의 목적을 분명하게 파악하고 흥정하는 게 정도야.’전형적인 사업가의 마인드!“목적은 없어.”동혁이 느릿느릿 말했다.“바로 오 부사장의 빅토리아병원에 와서 한 바퀴 돌았다가, 마침 아주 불쾌한 일이 생겨서 여기 문을 닫게 만들 생각이야.” “지금은 단지 오 부회장에게 알려주는 거야.”핸드폰 화면 속의 오한민 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졌다.‘병원 문을 닫기 전에, 또 특별히 전화를 걸어서 알려주는 거라고?’‘이동혁은 지금 대놓고 도발
부태서는 바로 그렇게 가 버렸다.뒤도 돌아보지 않고 깔끔하게!응급실 복도는 기이할 정도의 정적 속에 빠졌다.그동안 배경을 믿고 동혁에게 끊임없이 소란을 피웠던, 나연지나 소태란도 한참 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부천정의 손자까지 동혁에게 쫓겨났어. 이제 누가 빅토리아병원 문을 닫는 걸 막을 수 있겠어?’“태강 씨, 빨리 방법을 생각해 봐요, 저 개새... 이동혁이 이렇게 병원 문을 닫게 해서는 안 돼요!”나연지는 오태강의 팔장을 끼고서 한껏 애교를 부렸다.오태강의 총애에 힘입어 겨우 빅토리아병원의 원장 자리에 올랐다.병원이 문을 닫게 된다면, 나연지가 제일 먼저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꺼져, 귀찮게 하지 말고!”오태강은 참을 수가 없어서 소리를 질렀다. ‘지금 무슨 방법이 있단 말이야!’이때 동혁이 천천히 말했다.“오태강, 빅토리아병원에 또 무슨 대단한 주주가 있으면 모두 오라고 해. 시간을 절약하게 말이야.”동혁의 이 오만방자한 말을 듣자, 오태강의 표정은 극도로 일그러졌다.매섭게 고개를 들고 소리쳤다.“이동혁, 너는 고작 2류인 진씨 가문의 데릴사위에다가, H시 시민들이 모두 아는 폐물일 뿐이야.” “뭘 우쭐대면서 뭐가 만족스럽다는 거야!”오태강의 표정과 말투는 경멸로 가득 차 있지만, 마음은 오히려 씁쓸했다.그렇다. 동혁은 H시 사람들이 다 아는 폐물 데릴사위였다.그러나 바로 이 쓸모없는 인간이 지금 오태강을 물러설 수 없는 지경까지 몰아넣은 것이다.많은 빅토리아병원의 주주들 중에서 가장 사람들 앞에 내세울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전전 시장인 할아버지를 후원자로 둔 부태서였다.그러나 부태서는 동혁의 몇 마디 말에 쫓겨났고, 자신의 지분이 손실을 입는 것도 외면했다.오태강이 또 어떤 주주를 청할 수 있을까?동혁은 오태강의 욕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가볍게 웃었다.“네가 주주를 찾을 수 없어? 그럼 내가 한 명 불러줄게.”말을 마친 동혁은 앞으로 나서면서 오태강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줘.”동혁의 말 뜻을 이
“나는 사람을 너무 업신여겨, 어쩔 건데?”동혁의 무심한 듯 말했지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엄청난 기세를 담고 있었다.모두 어리둥절했다.‘부태서는 전전 시장 부천정의 손자지만, 이동혁은 진씨 가문의 폐물 데릴사위일 뿐이야.’‘두 사람의 신분과 지위는 하늘과 땅 차이야.’‘부태서가 국면을 전면적으로 장악하고 나서면, 이동혁은 그저 설설 기면서 모든 면에서 약세에 처할 수밖에 없을 텐데?’‘어떻게 저 두 사람의 대화 내용이 완전히 정반대가 됐지?’동혁은 끝없이 날뛰는 반면에, 부태서는 상대방의 핍박에 직면하고도 모호하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태서야, 너 어떻게 된 거야? 병이 나서 정신이 흐릿해진 거야?” “네 앞에 있는 자는 폐물이야! 네 대단한 실력으로 밟아버려!”오태강은 부태서를 자극하며 응원했다.오태강이 이렇게 자극하자, 부태서의 표정은 더욱 일그러졌다.두 눈에 쌍심지를 켠 부태서가 동혁을 노려보면서 소리쳤다.“이동혁, 이번에는 내가 너를 건드린 게 아니야.” “빅토리아병원에 내 지분이 있는데, 네가 일부러 문제를 일으킨 거 아니야!”부태서의 대답은 다시 한 번 사람들의 예상을 벗어났다.이 말은 아무리 봐도 동혁에게 몰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부태서, 나는 빅토리아병원 간판을 내릴 거야. 네가 이곳의 주주인지 거와는 상관없어.”동혁도 눈살을 찌푸리면서 짜증을 냈다.“너한테 동의하는지 반대하는지 물은 거니까, 바로 대답하면 돼. 그런데 왜 성가시게 자꾸 딴 얘기만 하는 거야?”“네가 말해도 소용없지만 어쨌든 말해 봐.”“너 대신 네 할아버지가 결정해야 돼?”동혁이 부천정을 언급하자, 앞서 블루라군 별장에서 있었던 일이 떠오르면서 부태서의 안색은 하얗게 질렸다.‘우리 할아버지는 H시에서는 가장 큰 권력을 가진 토착세력이라고 할 수 있어.” “그런데 그 설씨라는 녀석의 호통에 할아버지는 제대로 대꾸도 하지 못했어. 그저 의기소침한 모습으로 나를 데리고 도망쳤지.”‘별장을 떠나기 전에도 내가 또 따귀를 맞고 쓰러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