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악...”5, 6미터 정도 떨어진 바닥에 쓰러져 있던 사정우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비명이 아니라 미친 듯이 분노한 포효였다.사정우, 그가 얼마나 고귀한 집안 출신인가! N도의 도청소재지인 S시에서도 감히 건드릴 수 없을 정도였다.그런데 지금 이 작은 H시에 도착해서 하루 만에 두 번이나 큰 사고가 터진 것이다.한 시간 동안 경찰서 유치장에 갇혀 있었을 뿐만 아니라, 지금도 마구 뺨을 맞고 있는 중이다.오만한 사정우가 어떻게 이런 치욕을 감당할 수 있겠는가?“이가 놈, 네가 나를 습격해서 내 뺨을 때렸어. 네가 죽고 싶어 환장했구나!”사정우가 갑자기 몸을 뒤집더니 바닥에서 벌떡 일어났다.역시 무도가답게 신체적 바탕이 좋았다.동혁에게 반복적으로 그렇게 많이 뺨을 맞았다. 마지막에는 게다가 몇 미터나 날아갔는데도 결국 이렇게 짧은 시간 내에 스스로 일어날 수 있었다.사정우의 얼굴은 이미 돼지 머리처럼 퉁퉁 부었지만, 여전히 눈빛 속에 굳어진 살기는 가릴 수가 없었다!“이동혁, 너는 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전혀 모르겠지!”“너는 비참하게 죽어. 비참하게 죽는다고, 알겠어?”“하세량이나 조동래의 백이 있으면, 나 사정우를 안중에도 두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했지!”“네가 틀렸어! 후회가 뭔지 알려주겠어!”사정우의 목소리에는 원한이 가득했다.앞서 사정우는 동혁을 가지고 놀고 싶었을 뿐이지만, 지금은 강렬한 살의로 가득 차 있었다.동혁을 산 채로 가죽을 벗기고 싶을 뿐이다!“사정우, 어쩐지 네 밑에 멍청한 놈들이 있더라니. 원래 주인이 그러니까 개도 그 모양인 거지.”사정우가 아우성을 쳤지만 동혁은 평온하게 물티슈로 손을 닦았다.동혁이 무심코 말했다.“하세량이나 조동래는 아직 내 백그라운드가 될 자격이 없어.”“게다가 만약 너 같은 폐물을 밟아 죽이는데도 뒷배경에 의지해야 한다면, 나는 그동안 헛산 거야.”동혁의 이 오만방자한 말을 듣자,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다시 한 번 감탄을 금치 못했다.사정우도 분노가 폭발할 뻔했
“뿌렸는지 가서 확인해!”사정우가 강경영에게 손을 흔들자 강경영이 재빨리 뛰어나갔다.“정우 도련님, 헬리콥터가 사진을 뿌렸어요. 엄청, 엄청 많이 뿌렸어요. 하늘이 온통! 사진이에요.”곧 밖에서 강경영의 흥분된 목소리가 들려왔다.득의양양한 표정으로 동혁을 노려보던 사정우가 큰소리로 강경영에게 말했다.“몇 장 주워 와! 우리 이동혁 회장님이 감상할 수 있게.”지금 사정우의 의기양양한 모습은 말할 필요도 없다.이미 자신의 아내 누드사진이 온 도시에 뿌려진 걸 봤을 때, 동혁이 어떻게 분노를 드러낼지 예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정우 도련님, 이미 가져왔습니다!”잠시 후, 사진이 인쇄된 종이들을 들고 온 강경영이 신이 난 모습으로 돌아왔다.앞서 하늘에서 떨어진 종이를 잡았을 때는 자세히 볼 겨를도 없었다. 이제서야 비로소 무의식적으로 종이를 뒤집어서 자세히 살펴보게 된 것이다.“어...?”언뜻 봤을 뿐이지만, 강경영은 마치 목을 잡아서 먹이를 먹을 수 없게 된 오리처럼 더 이상 사진을 살펴보지도 못한 채 그 자리에서 굳어졌다.“뭘 멍하니 있는 거야, 이동혁에게 사진을 줘!”사정우는 불만스러운 듯이 호통을 쳤다.“도련님 이게...”고개를 들어 사정우를 바라보는 강경영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콩알처럼 굴러 떨어졌다.갑자기 고개를 돌린 강경영이 무의식적으로 동혁을 보았다.웃는 듯 마는 듯한 동혁의 표정을 본 순간, 강경영의 동공이 수축되었다.‘설마 저 자식이?’동혁이 웃으며 말했다.“나는 볼 필요 없어. 강 대표. 너희 도련님이 감상하는 게 낫겠지.”이제는 사정우가 아무리 둔하다 해도 상황이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가져와!”강경영의 손에서 사진을 빼앗아 들고 보던 사정우의 안색이 확 바뀌었다.또 이어서 아래를 보면서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다.다른 사람들은 모두 그런 사정우의 모습을 보면서, 도대체 그 사진에 뭐가 있기에 사정우의 감정 변화가 이렇게 격렬한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퍽!갑자기 종이를 찢은 사정우가 곧바
사정우가 이용하는 이 빌라는 블루 라군 호숫가의 산중턱에 자리잡고 있다.지세가 꽤 높아서 동쪽의 H시 시내를 내려다볼 수 있다.빌라 입구로 달려간 사정우는, 멀지 않은 시내 상공에 흩날리는 종이 조각을 보게 되자 완전히 미칠 것 같았다.‘나는 진세화의 누드사진을 H시의 모든 사람이 보게 해서, 진세화를 바로 사회에서 매장시키려고 했어.’‘이른바 H시의 빛이라는 별명을 가진 그 여자를 H시의 수치로 만드는 거야.’ ‘진세화의 마지막 자존심까지 박살나게 만들려는 계획이었어!’‘하지만 지금은 그와 반대로, 나하고 하태정 등이 침대에서 뒹구는 사진이 수많은 사람들에게 노출되어 버렸어.’‘사회적으로 매장될 사람이 나로 변해버린 거야.’화가 난 사정우는 피라도 토하고 싶은 심정이었다!짝!정신을 차린 사정우는 자신을 따라온 강경영의 따귀를 올려붙였다.“이 개새X, 당장 하태정 그 천한 X한테 전화해서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물어봐!”사정우는 험악한 표정으로 고함을 질렀다.강경영의 눈에는 뜨거운 눈물마저 맺혀 있었다. 이번 일이 잘못된다면, 자신은 설사 죽지 않더라도 큰 피해를 입을 것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목을 움츠린 채 사정우가 주먹으로 때리고 발로 차도록 내버려둘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비틀거리면서 핸드폰을 꺼내 하태정에게 전화를 걸었다.몇 번이나 전화를 걸었지만 아무도 받지 않았다.당연히 아무도 받을 수가 없었다. 하태정의 핸드폰은 동혁의 손에 들어간 상태였고, 또 설전룡의 부하들이 가져가서 사진을 복사했다.강경영은 어쩔 수 없이 감독인 우지강에게 전화를 걸었다.“우 감독, 하태정 그 더러운 X이 당신과 함께 있는 거 아니야? 그 X보고 당장 전화를 받으라고 해!”강경영은 이제 하태정마저도 미워하게 되었다.‘모두 이 더러운 X이 내가 시킨 일을 망쳤기 때문이야.’[여보세요, 강, 강 대표님...]곧 하태정의 조심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분노가 폭발한 강경영이 소리쳤다.“이 천한 X, 왜 전화를 안 받는 거야!”앞서 촬영
침대 위의 낯뜨거운 사진이 드러났지만, 사정우는 정말 그다지 개의치 않았다.방금 자신이 그렇게 화를 내며 분노했지만, 바보가 된 자신이 동혁에게 놀아나서 답답한 마음을 드러낸 것에 불과했다.‘하지만 단지 그것뿐이야.’사정우의 표정에서 분노는 이미 사라졌다. 더없이 차가운 눈빛으로 싸늘하게 동혁을 주시하고 있었다.사정우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이동혁, 지금 내가 네게 두 가지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겠어.”“네가 불구가 되거나 아니면 네 마누라를 내게 바치는 거야.”“그렇지 않으면, 너의 결말은 바로 앞에 있는 이 의자처럼 될 거야!”말이 끝나자 사정우는 나무의자를 발로 세게 걷어찼다.쾅!나무 의자가 소리와 함께 부서져 박살이 나서 땅에 흩어졌다.사정우라는 이 무예가는 그래도 진짜 수련을 했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이 의자가 그다지 견고하지는 않지만, 일반인이 발로 차서 박살을 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그리고 사정우는 바로 이렇게 시각을 자극하는 방식으로, 동혁을 두려움에 떨게 하려는 것이다.“정우 도련님, 대단해요!”주변의 그 사해상공회의소의 사람들은, 사정우의 이렇게 강한 모습을 보자 곧바로 큰소리로 환호했다.“이동혁, 아직도 스스로 손발을 잘라서 정우 도련님에게 사죄하지 않겠다는 거야!”“네가 촬영팀에게 달려가서 한바탕 소란을 피웠다고 들었는데, 사실대로 말해주지. 하태정이 데리고 간 그 경호원들 실력은 전혀 정우 도련님과 비교할 수가 없어!”“정우 도련님은 S시의 전통무술 대가인 고진하 사부님의 제자야.” “어릴 때부터 무예를 익혀서, S시의 전통무예계의 젊은 세대 중에는 적수가 없어. 너 같은 사람은 정우 도련님 혼자서 열 명이라도 이길 수 있지!”“당장 무릎을 꿇고 스스로 손발을 자른다면, 그래도 아직 늦지 않았어...”사해상공회의소의 사람들은 갑자기 힘이 넘치는지 잇달아 동혁에게 소란을 피웠다.‘젊은 세대 중에는 적수가 없다고?’동혁은 비웃는 듯한 눈빛으로 사정우를 힐끗 보았다.사정우가 어떤 실
퍽!손바닥이 먼저 사정우의 주먹에 부딪치자, 사정우는 갑자기 벼락을 맞은 것처럼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팔을 타고 전해오는 강한 통증이 사정우의 머리를 강타했다.“아악...”미처 반응하지도 못한 채 사정우는 비명을 질러야 했다.하지만 전혀 위력이 줄어들지 않은 동혁의 손바닥이 곧바로 사정우의 얼굴을 강타했다.쿵!사정우는 털썩 바닥에 쓰러졌다. 얼굴의 감각이 마비된 채 넋이 나간 모습으로 동혁을 멍하니 바라보기만 할 뿐이다.“어...”방금까지 큰소리로 떠들던 사해상공회의소 사람들은 한순간에 모두 멍해졌다.‘사정우는 분명히 S시의 전통무술 대가 고진하에게 전수받은 강자야.’ ‘한쪽 발로 나무 의자를 박살낼 수도 있어.’‘그런데 이동혁은 힘만 센 싸움꾼 정도에 불과해.’‘그런데도 왜 사정우가 이동혁에게 따귀를 맞고 나가떨어진 거지?’주위의 사람들뿐만 아니라 지금 바닥에 쓰러진 사정우도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대단한 기세를 올리면서 나섰는데, 상대방에게 따귀를 얻어맞고 나가떨어지다니.’화가 난 사정우는 피를 토하고 싶은 심정이었다!벌떡 일어나서 두 눈을 부릅뜨고 동혁을 노려보았다.“이가 놈. 네가 뜻밖에도 나를 기습했어!”어려서부터 무예를 연마한 자신이 동혁에게 따귀를 맞았다는 사실을 사정우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이런 핑계라도 대야 그나마 조금이라도 심리적 위안을 얻을 수 있었다.현실을 인정하지 못하고 끝까지 자기 합리화를 한다고 말할 수밖에 없지만.사정우가 이렇게 말하는 걸 들은 사해상공회의소의 사람들도 모두 한숨을 돌렸다.‘그래, 저 폐물 이가 놈이 기습만 하지 않았어도, 그렇게 대단한 사정우에게 박살이 나서 뻗었을 거야.’“맞장을 뜨는 싸움에서 기습을 하다니, 흥, 정말 생양아치들이나 하는 짓이지!”“정우 도련님, 계속 손을 써서 저 비열하고 후안무치한 놈의 머리를 박살내세요!”강경영 등은 동혁을 향해 욕설을 퍼부었다.“내가 기습을 해?”씩 웃던 동혁이 돌연 앞으로 나오면서 또 다시 사정우의 따귀를
“사정우, 너는 전통무술 대가의 제자라고 했잖아. S시의 젊은 세대 중에는 적수가 없는 고수라고 말이야...”“어떻게 나 같은 쓰레기한테 저항조차 하지 못하는 거야?”“사정우 도련님이 나를 정말 크게 실망시켰다고 말할 수밖에 없겠네.”“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무술을 연마했다면서, 겨우 그게 다야?”동혁은 발로 사정우의 가슴을 짓밟았다. 상대방을 계속 땅에 처박은 채 마음껏 모욕하면서 사정우의 자존심마저 짓밟은 것이다.마치 좀 전에 사정우가 경찰들을 짓밟으면서 모욕했던 것처럼.동혁이 한마디씩 툭툭 던지는 조롱은 마치 날카로운 칼날과 같았다.마음을 날카롭게 후벼 파고들면서 사정우를 거의 미치게 만들었다.“대체 왜!”“네 사부는 누구야? 누구한테 무술을 배웠어?”어금니를 꽉 깨문 사정우가 두 눈에서 불을 뿜으며 동혁을 노려보았다.좀 전에는 그나마 자기 자신을 속일 수 있었다.지금은 자신이 절대로 동혁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는 현실을 뼈저리게 깨달았다.그러나 여전히 승복하지 못한 채, 동혁이 틀림없이 어느 명가의 제자일 거라고 생각했다. ‘다만 이동혁의 실력이 이미 아주 높은 경지에 이르렀을 뿐이야.’‘그래서 손을 쓸 때 별다른 초식이 없어 보여도, 실제로는 매번 내 약점을 정확히 찾아서 공격할 수 있었어.’“사정우, 미안하지만 나는 그저 나이를 먹고 길거리 싸움을 통해서 익혔을 뿐이야. 전통무술의 대가와는 비교할 수준도 안 돼.”동혁은 사정우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다 알고 있다는 듯이 실실 웃으면서 말했다.사정우는 당연히 동혁이 누구를 스승으로 모셨는지 알 자격이 없다.동혁은 당연히 말해 주지 않을 것이다.그러나 동혁의 말을 들은 사정우는 심리적으로 완전히 무너졌다.‘나이를 먹고서 길거리에서 싸움이나 하던 놈이, 내 따귀를 때려서 계속 땅바닥에 쓰러지게 만들었다는 거야?’‘그럼 내가 어릴 때부터 배웠던 무예 초식들은 또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이야?’이렇게 되자, 동혁과 실력을 다퉈보겠다는 마음조차 철저하게 사라지게 되었다.
강경영은 보고만 있을 수가 없었다.그가 만약 사정우가 동혁에게 뼈마디가 박살나는 걸 뻔히 눈 뜨고 보고만 있다면, 나중에 사씨 가문에서는 차라리 죽는 게 낫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강경영을 손볼 것이다.그래서 강경영은 곧바로 동혁을 가리키며 위협했다.“이동혁, 네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잘 생각해 봐.”“네가 여기 H시에 지위와 인맥이 있다는 걸 인정하겠어. 사정우 도련님이 지금 네 손에 넘어갔으니 억울하지는 않을 거야.”“사정우 도련님 신분도 잊지 마.”“그리고 내가 말해주지. 앞서 나는 이미 사정우 도련님 아버님에게 연락도 했어. 네가 얼마나 그 분을 격노하게 만들었는지 알아!”“너와 네 마누라가 회사를 몇 개 가지고 있고, 또 조동래 같은 토착 세력을 사주할 수 있다고, 뭐든지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사씨 가문에서 일단 손을 대기만 하면, 그건 마치 태산이 짓누르는 것과 같아.” “네가 어떤 백그라운드를 가지고 있든 뿌리째 뽑혀버리겠지!”“명문가 사씨 가문의 분노는 결코 네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야...”강경영은 근엄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이제 사해상공회의소 사람들도 호응하기 시작했다.“요즘은 권세를 쥐고 있는 사람이 최고야. 싸움만 잘 한다고 해도 무슨 소용이야.”“아무도 건드리지 못하는 뒷골목의 보스도, 명문 가문을 위해서는 온갖 험한 일만 하는 개일 뿐이지.”“이가 놈. 명문가 사씨 가문뿐만 아니라, 우리 사해상공회의소도 네가 건드릴 수 있는 상대가 아니야.”“무술을 좀 할 줄 안다고 안하무인식으로 생각해선 안 돼. 지금은 이미 창칼로 싸우는 시대가 아니야. 네가 아무리 싸움을 잘 해도 총알을 감당할 수는 없지!”“네 가족을 생각해야지...”강경영이 다시 한 번 중대한 소식을 전했다.“그리고 이동혁 너의 후원자인 조동래도 곧 무너질 거야. 사씨 가문에서 새로운 경찰국장을 지지하기로 했거든.”“H시 경찰계의 대권을 장악할 사람이 얼마나 큰 힘을 가지고 있는지 잘 알아야 해!”“어, 누군데
“아악...”사정우는 가슴이 찢어지는 듯이 처절하게 비명을 질렀다.동혁이 이 발길질로 바로 사정우의 한쪽 팔을 밟아서 부러뜨린 것이다.“이동혁, 왜 그래, 그만해!”그 소름 끼치는 비명을 듣고, 강경영은 하마터면 놀라서 바닥에 주저앉을 뻔했다. 강경영이 펄쩍 뛰면서 고함쳤다.“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알아?”“H시 경찰국의 새 책임자가 곧 온다고 내가 말했지. 그런데도 네가 감히 이렇게 화를 자초해!”강경영을 힐끗 본 동혁이 웃으며 말했다.“내가 오히려 묻고 싶은 걸. 너하고 너희 사정우 도련님이 원한이 있는지 말이야.”“분명히 사정우의 목숨이 내 손에 쥐어져 있는데도, 감히 여러 차례 나를 도발했어.”“내가 너라면 발끈해서 화를 내는 게 아니라 지금 무릎을 꿇고 내게 빌어야지.”말을 마친 동혁이 다시 발을 들어서 사정우의 팔을 밟았다.이번에는 같은 위치를 밟아서 사정우의 부러진 팔에 2차 피해를 입혔다.“이동혁 네가 감히!”강경영은 놀라서 비명을 질렀다.바닥에 쓰러진 사정우가 비명을 지르면서 노발대발했다.“강경영 이 개자식아! 정말로 이동혁의 말대로 내가 죽기를 간절히 바라는 거야!”“너한테 무릎을 꿇으라고 한 말을 못 들었어!”털썩!강경영은 말없이 무릎을 꿇었다.“이, 이 선생님, 제발 사정우 도련님을 다치게 하지 마세요!”입으로는 끊임없이 애원했지만, 동혁을 바라보는 눈빛은 오히려 원한으로 가득 차 있었다.사해상공회의소의 대표이기에, 이전에는 어느 큰 그룹에 가든지 상대방 회장도 모두 친절하게 자신을 접대해야 했다.‘내가 언제 이런 굴욕을 당한 적이 있었어?’동혁은 강경영을 쳐다보고 말했다.“무릎을 꿇으려면 철저하게 꿇어. 나는 그런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는 걸 아주 아주 싫어한단 말이야.”말을 마치자 또 사정우의 부러진 팔을 걷어찼다.“안 돼... 이 선생님, 제발 그러지 마세요. 제발요!”강경영은 곧 무너질 것만 같아서 다시는 그런 눈빛으로 동혁을 쳐다볼 수가 없었다.눈빛도 더할 나위 없이 부드럽게 변
말이 마친 동혁은 곧바로 설전룡에게 전화를 걸어서 H시 군부에서 병력을 보내 지원하도록 했다.동혁은 밤새 시장실에서 구조 계획을 총괄적으로 지휘했다.시의 직원들도 모두 동원되어 홍수 방지와 긴급 구조에 투입되었다.“시장님, 밤을 새우셨는데 먼저 들어가셔서 좀 쉬시지요.”임창호가 핏발선 눈으로 동혁을 보면서 말했다. 임창호도 사실 밤을 꼬박 새웠다.“그래요, 임 부시장님과 원 부시장님 두 분도 교대로 좀 쉬세요.”동혁은 일어서면서 임창호의 어깨를 두드렸다.‘어젯밤에 이 두 사람 모두 훌륭하게 대처했어. 비록 노회한 행정가들이라 해도, 정말 일을 해야 할 때는 여전히 능력을 발휘할 수 있어.’ ‘문제는 사람을 어떻게 쓰는가에 달려 있어.’시청을 떠난 동혁은 집에 가서 아침을 먹고 잠도 좀 잘 생각이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 전화를 한 통 받았다.[이 회장님, 이틀 동안 만나지 못했는데, 회사로 한 번 회사로 오셔야 하지 않겠습니까?]원화투자회사 부사장 장가연의 다소 쌀쌀맞은 목소리가 들려왔다.동혁은 장가연의 불만을 이해할 수 있었다.회장직에서 물러난 이후, 동혁은 더 이상 원화투자회사에 가 본 적이 없었다.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이 결정에 불복한다고 여길 것이다.“내가 곧 갈게요.”동혁은 다시 원화투자회사를 향해 출발했다.도로는 온통 진흙투성이였다.일부 물이 고여 있는 곳은 시민들이 줄을 묶고 지나갈 수밖에 없을 정도로 심각했다.“한번 보세요!”장가연을 보자마자 동혁에게 한 무더기의 신문을 주었다.“이게 뭔가요?”동혁은 호기심에 신문을 뒤져 보았다.[H시, 100년 만에 큰 폭우! 스나이더국제병원 등 5개 병원은 가장 먼저 의료진을 조직해서 긴급구조에 나섰다. 그 뒤의 이야기에 감동한 사람들은 눈물을...][스나이더국제병원 홍보대사인 인를루언서 천용훈, 구조 활동의 전면에 나서면서 훈훈한 감동!][하늘은 무정해도 인정은 살아 있어! 오늘 사람들은 리성투자회사 자원봉사자 팀에 감사를 표해...]...10여 개의 신문 기
“안전을 위해서 부사장님께서 바로 S시로 돌아가실 것을 건의합니다...”비서가 몸을 숙이면서 말했다.“S시로 돌아가? 왜 돌아가야 해? '오한민이 무슨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멀지 않은 곳의 한 빌딩 옥상의 광고판이 강풍에 거리로 떨어지자,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오한민이 갑자기 크게 웃었다.“나 오한민을 위해서 100년 만의 엄청난 폭우가 닥쳤어! 이 얼마나 좋은 기회야!!”“이번에, 바로 그 어린 시장이 직접 와도, 이 오한민의 손에서 다섯 개의 병원을 내놓게 하지는 못해!”오한민의 얼굴에는 환한 웃음이 가득했다.이 순간, 오한민은 새 시장조차도 하찮게 여기고 있었다!...반대편.동혁은 빅토리아병원을 떠나서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다.하지만 길에서 갑자기 폭우가 들이닥치자, 귀가할 생각을 포기해야 했다. 동혁은 바로 차를 몰고 시청으로 달려갔다.“임 부시장님, 원 부시장님, 이번 폭우는 좀 갑작스럽네요. 우리 시의 배수 시스템이 감당할 수 있을까요?”임창호와 원성배를 불러서 동혁이 직접 물었다.이번 폭우는 갑작스러울 뿐만 아니라 규모도 너무나 거대했다. 이전에 H시에서 본 적이 없었는데, 동혁은 가장 먼저 이상한 점을 느꼈다.“시장님, 기상예보에서 이번 H시에 닥친 100년 만의 초대형 폭우가 닥쳤다고 합니다. 아마도 배수 시스템이 버티지 못할 겁니다.”임창호와 원성배의 표정은 잔뜩 굳어 있었다.동혁의 눈빛이 싸늘해졌다.“견딜 수 없다니요? H시 수백만 시민들의 생명과 재산의 안전에 관한 일인데, 그저 견딜 수 없다는 말 한마디면 끝입니까?”동혁의 앞에 있던 두 부시장은 곧 허리를 굽히고 대답했다.임창호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시장님, H시는 기초 건설공사가 원래 잘 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배수 시스템은 더욱 오랫동안 손을 보지 았아서, 많은 하수도를 새로 만들어야 했습니다.”“예년에도 매번 큰비가 내릴 때마다 H시는 이틀 정도 침수되었습니다. 이번에는 100년 만의 초대형 폭우가 닥쳤으니 말할 것도 없습니다.
3대 가문을 타파한 후, H시의 경영 환경은 가까스로 다소 호전되었다.동혁은 이런 방식으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다시 사람들의 선동에 이용되면서, H시 민영기업들 사이에서 공포심이 조성되는 걸 원하지 않았다.[이동혁, 너 욕심이 너무 많은 거 아니야!]오한민은 화가 나자 헛웃음이 나왔다.그는 당연히 동혁의 좋은 생각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다만 자신의 알량한 생각으로 판단하면서, 동혁이 성공을 시기한다고 생각했다. 리성투자회사의 수중에서 이 사립병원들을 빼앗아서, 동혁이 꿀꺽 삼키려는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오한민은 동혁의 뒤에 있는 7개 부서의 수장들을 힐끗 보고는 냉소했다.[말해봐, 이건 너 자신의 뜻이야, 아니면 네 뒤에 있는 사람의 뜻이야?]오한민은 비록 여러 차례 자신이 동혁을 과소평가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여전히 동혁이 7개 부서를 부르고 빅토리아병원 문을 닫게 만든 건, 결코 동혁 자신의 능력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막후에 숨은 거물이 나와 이동혁의 갈등을 이용하기 위해서, 이동혁을 무기로 삼았을 거야.’동혁은 설명하기도 귀찮아서 무심코 말했다.“네가 생각하고 싶은 대로 생각해. 어차피 내 말은 이미 너에게 전했어. 듣든 안 듣든 그건 네 일이야.”동혁이 말을 마치자, 표정이 잔뜩 어두워진 오한민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봉인을 붙여!”황성민 등에게 지시한 뒤 동혁은 곧장 빅토리아병원을 떠났다.곧 빅토리아의 병원의 현관에 봉인이 붙었다.일부 문제가 있는 직원들은 연행되어 조사를 받았다.문제는 모두 사람들이 일으킨 것이다.빅토리아병원은 문을 닫아야 하고, 당연히 이 사람들도 처리해야 했다.일반 직원들은 잠시 집으로 돌아갔다.그러나 동혁도 떠나기 전에 그들에게 빅토리아병원이 곧 이름을 바꾼 뒤 다시 문을 열 것이니, 직원들의 일자리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임을 보증했다.시장 자리를 대신 맡은 뒤에는 동혁이 고려해야 할 문제도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예전처럼 일만 하고 뒤치다꺼리만 하면 끝나는 게 아니
그러나 오한민은 결국 그 생각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지금의 자신에게는 동혁을 죽일 능력이 전혀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이다.원래는 사정우와 동혁 사이를 이간질해서, 이 두 사람이 죽기 살기로 싸우게 하려고 했다.가장 좋은 결과는 사정우가 동혁을 해치우게 만드는 것이다. 자신이 손을 쓸 필요 없이.오한민이 알게 된 소식에 따르면, 동혁은 촬영장에 달려가서 한바탕 소란을 피웠다. 세화를 마중한 뒤에는 확실히 블루라군 별장단지로 가서 사정우를 곤란하게 만들었다.오한민이 보기에, 이는 의심의 여지없이 죽음을 재촉하는 행동이다.그러나 놀랍게도 한 시간이 지난 뒤, 빅토리아병원에 멀쩡하게 나타난 동혁은 여전히 기세 등등하게 날뛰고 있었다.사정우는 H시의 한 이류 가문의 폐물에게 반죽음이 된 상태였다.사씨 가문에서는 당연히 이 창피한 소식이 퍼져 나가지 않게, 빨리 덮으려고 했다.그래서 오한민도 블루라군 별장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길이 없었다.‘이동혁이 어떻게 조금도 다치지 않고 그곳에서 나올 수 있었을까?’이런 의문들 때문에 오한민의 마음은 동혁에 대한 거리낌으로 가득 차게 되었다.오한민은 원래 신중하고 의심이 많은 성격이라서, 철저하게 계획한 뒤에 행동하는 걸 좋아했다. 여태까지 준비되지 않은 싸움은 하지 않았다.‘지금은 더더욱 경솔하게 이동혁에게 손을 대서는 안 돼.’[이동혁, 그럼 네가 며칠 더 날뛰는 모습을 지켜보겠어!]오한민의 이 말은 거의 어금니를 꽉 깨문 채 내뱉었다. 공기 중에는 얼음 부스러기들이 가득한 것처럼 싸늘한 냉기가 느껴졌다.그러나 동혁에게 이런 말은 전혀 쓸모가 없었다.동혁이 바닥에 널부러진 오태강을 발로 차서 나연지 앞으로 보내면서 말했다.“그놈을 데리고 꺼져. 빅토리아병원은 이제 문을 닫으니까 여기선 치료할 수 없어! 다른 병원으로 가서 치료해!”동혁 때문에 놀라서 간담이 서늘해진 사람들은, 멍하니 그 자리에 선 채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핸드폰 화면을 통해 그 모습을 보고 분통이 터진 오
얼른 핸드폰을 받은 황성민은 동혁과 오태강에게 카메라를 맞췄다.“이동혁, 너 뭐 하려는 거야!”오태강이 겁에 질린 표정으로 물었다.뭔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깨닫자, 도망치려고 힘껏 일어났다.펑! 한 발로 오태경을 발로 차서 바닥에 쓰러뜨린 뒤, 오태경의 앞에 간 동혁이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말했다.“오한민 잘 봐. 이게 바로 네가 나를 도발한 대가야.”[이동혁, 네가 감히!]오한민의 놀란 목소리가 핸드폰에서 들려왔다.자기의 아들 오반석은 능력이 너무나 부족했다.그래서 오태강은 자신의 친조카일 뿐만 아니라, 자신이 역점을 두고 계속 양성한 자신의 후계자였다. 그래서 사립병원들을 모두 조카인 오태강에게 맡긴 것이다.‘이동혁은 지난번에 반석이의 두 다리를 부러뜨렸는데, 지금은 또 태강이에게 손을 대려고 해.’‘이건 절대 용납할 수 없어.’[이동혁, 네가 감히 태강이에게 손을 댄다면, 맹세하건대 나 오한민은 반드시 너와 끝장을 보겠어!]오한민이 분노하며 포효했다.이를 갈고 있는 모습은, 평소 TV 매체에서 항상 모든 걸 파악하고 자신감이 넘치던 투자계의 거물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더군다나 화면상의 위협은 동혁의 굳은 결심을 전혀 흔들 수가 없었다.“그럼 끝장을 보던가.”동혁의 냉혹하고 무자비한 목소리가 울리면서, 들어올린 다리로는 오태강의 한쪽 무릎을 힘껏 밟았다.“안 돼, 삼촌 살려주세요... 아악!”뼈가 부러지는 소름 끼치는 소리와 더불어.동혁에게 짓밟힌 오태강의 한쪽 다리는 무참하게 박살이 났다!처참한 비명소리가 병원 1층 전체에 울려 퍼지면서 오랫동안 메아리가 계속되었다.복도의 사람들 모두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나연지, 소태란 등 빅토리아병원 사람들 얼굴은 무서울 정도로 창백해졌다.아까 자신들의 따귀를 때렸던 동혁의 모습과 지금 동혁이 보여준 무자비하고 잔인한 모습을 비교하면서, 마음속으로부터 깊은 공포감을 느끼게 된 것이다.7개 부문의 수장들조차도 모두 멍하니 동혁을 바라볼 뿐이다.새로 부임한 이 시장 나
[사람은 살아가면서 서로 도움을 주고받기 마련이지. 친구 사이에도 오는 말이 고와야 가는 말이 고운 법이야.]오한민이 웃으면서 말했다.[이동혁, 네가 만약 나 오한민의 체면을 세워준다면, 나도 원한과 선입견에 전혀 개의치 않고 너를 친구로 사귀도록 하지.][반석이 부러진 다리는 치료하면 되고...]동혁조차도 오한민이 이런 말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좀 의아했다.‘그러나 내가 세 살짜리 아이도 아닌데, 당연히 오한민의 사탕발림에 넘어가지 않아. 이건 상대방의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것도 잘 알고 있지.’‘오한민처럼 순수하게 이익만 추구하는 괴물에게, 친구는 무슨 얼어 죽을 친구.’‘이익이 있다고 여기면, 언제든지 태도를 바꿔서 상대방을 칼을 찌를 수 있어.’“헐, 부모 자식 간의 도리가 정말 대단한 걸.”동혁이 웃으면서 말했다.“오 부사장이 이렇게 갈수록 냉혹하게 변하니, 당신과 나는 친구가 되지 못할 것 같아.”[그럼 상의할 필요가 없는 건가?]미소를 갈무리한 오한민이 담담하게 말했다.[그럼 병원 간판을 내려.]말을 마치자, 화면 속의 오한민이 손을 뻗어 전화를 끊으려고 했다.그는 아주 명석하게 분석했다.‘조카 태강이가 동혁의 손에 넘어간 이상, 상대방이 어떤 수단을 쓰더라도 여전히 동혁을 어떻게 할 수가 없어.’‘빅토리아병원이 문을 닫는 건 이미 확정된 거야. 더 이상 말해봤자 소용없어.’“잠깐.”동혁이 오히려 오한민을 부르면서 담담하게 말했다.“오 부사장이 방금 사정우를 언급한 이상, 알고 싶은 문제가 있어.”[무슨 문제야?]오한민이 조용히 물었다.동혁의 눈빛이 싸늘하게 변했다.“사정우가 우리 아내를 속여서 누드사진을 찍게 한 건, 네가 뒤에서 부추긴 거지?”잠시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있다가, 오한민이 결국 입을 열었다.[오후에 비행기에서 뿌린 사진을 봤는데, 진세화 씨 누드사진은 찍지 못했던 모양이더군. 오히려 사정우의 애정 행각을 담은 사진을 보게 되었지.][나는 이동혁 네가 정말 능력이 있다는 걸 인정하
[너는... 이동혁?]오한민은 소스라치게 놀랐다.동혁과 실제로 만난 적이 없지만, 자료 속의 사진을 통해서 동혁의 얼굴을 알고 있다.더군다나 아들 오반석의 두 다리가 동혁에게 부러진 뒤, 그의 머릿속에는 더욱 자주 동혁의 얼굴이 떠올랐다.설사 동혁이 재로 변하더라도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결국 투자계에서 잔뼈가 굵은 거물답게 잠시 놀랐던 오한민은 곧 평정심을 찾았다.오한민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이동혁, 태강이 핸드폰이 왜 네 손에 있지?]지금 오한민의 마음속에는 무수한 추측이 떠올랐다.그러나 오태강이 동혁의 손에 넘어갔다는 점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었다.‘현대 사회에서 핸드폰은 사람 몸에 달린 세 번째 손이나 다름없어.’‘이유 없이 태강이 핸드폰이 이동혁의 손에 떨어지지는 않았을 거야.’동혁은 카메라로 바닥에 쓰러져 있는 오태강을 비추면서 웃었다.“어, 당신 조카도 나하고 함께 있어. 조카는 큰 문제가 없으니까 오 부사장은 안심하시길.”오한민의 입가가 살짝 떨렸다.오태강의 양쪽 뺨에 난 새빨간 손바닥 자국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그러나 이동혁의 말도 틀리지 않은 것 같은데.’‘확실히 큰 문제는 없어 보여.’‘적어도 내 아들 반석이 두 다리를 부러뜨린 것에 비하면 그래.’오한민의 말투도 평온했다.[이동혁, 우리는 공명정대한 사람들이니까 솔직하게 말해. 목적이 뭐야?]‘태강이가 동혁의 손에 떨어진 것도 이미 사실이기에, 더 이상 말해봤자 무의미해.’‘분노도 아무 의미가 없어.’‘이동혁의 목적을 분명하게 파악하고 흥정하는 게 정도야.’전형적인 사업가의 마인드!“목적은 없어.”동혁이 느릿느릿 말했다.“바로 오 부사장의 빅토리아병원에 와서 한 바퀴 돌았다가, 마침 아주 불쾌한 일이 생겨서 여기 문을 닫게 만들 생각이야.” “지금은 단지 오 부회장에게 알려주는 거야.”핸드폰 화면 속의 오한민 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졌다.‘병원 문을 닫기 전에, 또 특별히 전화를 걸어서 알려주는 거라고?’‘이동혁은 지금 대놓고 도발
부태서는 바로 그렇게 가 버렸다.뒤도 돌아보지 않고 깔끔하게!응급실 복도는 기이할 정도의 정적 속에 빠졌다.그동안 배경을 믿고 동혁에게 끊임없이 소란을 피웠던, 나연지나 소태란도 한참 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부천정의 손자까지 동혁에게 쫓겨났어. 이제 누가 빅토리아병원 문을 닫는 걸 막을 수 있겠어?’“태강 씨, 빨리 방법을 생각해 봐요, 저 개새... 이동혁이 이렇게 병원 문을 닫게 해서는 안 돼요!”나연지는 오태강의 팔장을 끼고서 한껏 애교를 부렸다.오태강의 총애에 힘입어 겨우 빅토리아병원의 원장 자리에 올랐다.병원이 문을 닫게 된다면, 나연지가 제일 먼저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꺼져, 귀찮게 하지 말고!”오태강은 참을 수가 없어서 소리를 질렀다. ‘지금 무슨 방법이 있단 말이야!’이때 동혁이 천천히 말했다.“오태강, 빅토리아병원에 또 무슨 대단한 주주가 있으면 모두 오라고 해. 시간을 절약하게 말이야.”동혁의 이 오만방자한 말을 듣자, 오태강의 표정은 극도로 일그러졌다.매섭게 고개를 들고 소리쳤다.“이동혁, 너는 고작 2류인 진씨 가문의 데릴사위에다가, H시 시민들이 모두 아는 폐물일 뿐이야.” “뭘 우쭐대면서 뭐가 만족스럽다는 거야!”오태강의 표정과 말투는 경멸로 가득 차 있지만, 마음은 오히려 씁쓸했다.그렇다. 동혁은 H시 사람들이 다 아는 폐물 데릴사위였다.그러나 바로 이 쓸모없는 인간이 지금 오태강을 물러설 수 없는 지경까지 몰아넣은 것이다.많은 빅토리아병원의 주주들 중에서 가장 사람들 앞에 내세울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전전 시장인 할아버지를 후원자로 둔 부태서였다.그러나 부태서는 동혁의 몇 마디 말에 쫓겨났고, 자신의 지분이 손실을 입는 것도 외면했다.오태강이 또 어떤 주주를 청할 수 있을까?동혁은 오태강의 욕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가볍게 웃었다.“네가 주주를 찾을 수 없어? 그럼 내가 한 명 불러줄게.”말을 마친 동혁은 앞으로 나서면서 오태강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줘.”동혁의 말 뜻을 이
“나는 사람을 너무 업신여겨, 어쩔 건데?”동혁의 무심한 듯 말했지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엄청난 기세를 담고 있었다.모두 어리둥절했다.‘부태서는 전전 시장 부천정의 손자지만, 이동혁은 진씨 가문의 폐물 데릴사위일 뿐이야.’‘두 사람의 신분과 지위는 하늘과 땅 차이야.’‘부태서가 국면을 전면적으로 장악하고 나서면, 이동혁은 그저 설설 기면서 모든 면에서 약세에 처할 수밖에 없을 텐데?’‘어떻게 저 두 사람의 대화 내용이 완전히 정반대가 됐지?’동혁은 끝없이 날뛰는 반면에, 부태서는 상대방의 핍박에 직면하고도 모호하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태서야, 너 어떻게 된 거야? 병이 나서 정신이 흐릿해진 거야?” “네 앞에 있는 자는 폐물이야! 네 대단한 실력으로 밟아버려!”오태강은 부태서를 자극하며 응원했다.오태강이 이렇게 자극하자, 부태서의 표정은 더욱 일그러졌다.두 눈에 쌍심지를 켠 부태서가 동혁을 노려보면서 소리쳤다.“이동혁, 이번에는 내가 너를 건드린 게 아니야.” “빅토리아병원에 내 지분이 있는데, 네가 일부러 문제를 일으킨 거 아니야!”부태서의 대답은 다시 한 번 사람들의 예상을 벗어났다.이 말은 아무리 봐도 동혁에게 몰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부태서, 나는 빅토리아병원 간판을 내릴 거야. 네가 이곳의 주주인지 거와는 상관없어.”동혁도 눈살을 찌푸리면서 짜증을 냈다.“너한테 동의하는지 반대하는지 물은 거니까, 바로 대답하면 돼. 그런데 왜 성가시게 자꾸 딴 얘기만 하는 거야?”“네가 말해도 소용없지만 어쨌든 말해 봐.”“너 대신 네 할아버지가 결정해야 돼?”동혁이 부천정을 언급하자, 앞서 블루라군 별장에서 있었던 일이 떠오르면서 부태서의 안색은 하얗게 질렸다.‘우리 할아버지는 H시에서는 가장 큰 권력을 가진 토착세력이라고 할 수 있어.” “그런데 그 설씨라는 녀석의 호통에 할아버지는 제대로 대꾸도 하지 못했어. 그저 의기소침한 모습으로 나를 데리고 도망쳤지.”‘별장을 떠나기 전에도 내가 또 따귀를 맞고 쓰러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