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악...”사정우는 가슴이 찢어지는 듯이 처절하게 비명을 질렀다.동혁이 이 발길질로 바로 사정우의 한쪽 팔을 밟아서 부러뜨린 것이다.“이동혁, 왜 그래, 그만해!”그 소름 끼치는 비명을 듣고, 강경영은 하마터면 놀라서 바닥에 주저앉을 뻔했다. 강경영이 펄쩍 뛰면서 고함쳤다.“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알아?”“H시 경찰국의 새 책임자가 곧 온다고 내가 말했지. 그런데도 네가 감히 이렇게 화를 자초해!”강경영을 힐끗 본 동혁이 웃으며 말했다.“내가 오히려 묻고 싶은 걸. 너하고 너희 사정우 도련님이 원한이 있는지 말이야.”“분명히 사정우의 목숨이 내 손에 쥐어져 있는데도, 감히 여러 차례 나를 도발했어.”“내가 너라면 발끈해서 화를 내는 게 아니라 지금 무릎을 꿇고 내게 빌어야지.”말을 마친 동혁이 다시 발을 들어서 사정우의 팔을 밟았다.이번에는 같은 위치를 밟아서 사정우의 부러진 팔에 2차 피해를 입혔다.“이동혁 네가 감히!”강경영은 놀라서 비명을 질렀다.바닥에 쓰러진 사정우가 비명을 지르면서 노발대발했다.“강경영 이 개자식아! 정말로 이동혁의 말대로 내가 죽기를 간절히 바라는 거야!”“너한테 무릎을 꿇으라고 한 말을 못 들었어!”털썩!강경영은 말없이 무릎을 꿇었다.“이, 이 선생님, 제발 사정우 도련님을 다치게 하지 마세요!”입으로는 끊임없이 애원했지만, 동혁을 바라보는 눈빛은 오히려 원한으로 가득 차 있었다.사해상공회의소의 대표이기에, 이전에는 어느 큰 그룹에 가든지 상대방 회장도 모두 친절하게 자신을 접대해야 했다.‘내가 언제 이런 굴욕을 당한 적이 있었어?’동혁은 강경영을 쳐다보고 말했다.“무릎을 꿇으려면 철저하게 꿇어. 나는 그런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는 걸 아주 아주 싫어한단 말이야.”말을 마치자 또 사정우의 부러진 팔을 걷어찼다.“안 돼... 이 선생님, 제발 그러지 마세요. 제발요!”강경영은 곧 무너질 것만 같아서 다시는 그런 눈빛으로 동혁을 쳐다볼 수가 없었다.눈빛도 더할 나위 없이 부드럽게 변
그 분노한 외침과 함께 경찰 제복을 입은 사람들이 성큼성큼 안으로 들어왔다.그들의 보스는 호방한 용모의 중년 남자였다.바로 H시 경찰국의 2인자인 부국장 양상봉이다.양상봉 일행의 뒤를 이어서 또 다른 일행도 들어왔다.이 사람들은 모두 크고 건장한 체격에 관자놀이가 불룩하게 솟은 모습이었다. 모두 무술을 수련한 무도인들이다!이 사람들은 얼굴에 혈색이 좋고 윤기가 흐르는 중년 남자가 리더였다.뒷짐을 진 채 싸늘한 표정의 중년 남자는 몸에서 극도로 위험한 기운을 발산하고 있었다.들어오자마자 거실 가득 무릎을 꿇은 사람들을 보고, 중년 남자는 눈살을 찌푸렸다.게다가 동혁이 발로 밟고 있는 사정우를 보자, 눈빛이 갑자기 싸늘해졌다.“사형, 드디어 오셨군요. 빨리 구해주세요. 저는 오늘 이 밉살스러운 이가 놈을 반드시 죽여버릴 거예요!”바닥에 깔려 있던 사정우도 구원하러 온 사람들을 보자, 감격에 겨워서 큰 소리로 외쳤다.남자의 이름은 나인홍으로, 사씨 가문에서 초빙한 고수다.이른바 고수를 초빙한다는 것은 명문 가문에서 큰 돈을 들여서 고수를 양성한다는 의미이다. 이들은 평소에는 가문을 지키다가, 일이 있을 때는 주군 가문의 골치 아픈 일을 해결하는 사람이다.무릇 명문 가문에서는 모두 많은 고수를 양성해서 가문을 지키는 무력으로 삼고 있다.그리고 나인홍은 또 다른 신분도 가지고 있다.그는 S시 전통무술 대가인 고진하의 4대 제자 중 한 명으로, S시 전통무술계에서는 그들을 4대 금강이라고 부른다.“정우 도련님의 부친께서 H시로 사람을 보내겠다고 하셨는데, 뜻밖에도 나 선생을 보내셨군요. 이제 정우 도련님을 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무릎을 꿇은 강경영 등도 흥분을 참을 수가 없었다.나인홍은 4대 금강 중 실력이 가장 강하지는 않다.그러나 성격이 불 같은 데다가 손을 쓰는 수법도 아주 잔인했다.일찍이 약간의 말다툼으로 빚어진 충돌에서는, 말 한 마디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자신과 충돌한 전통무술 고수를 때려 죽인 적도 있었다.무도의
사정우의 돼지 멱을 따는 듯한 비명도 동혁이 무심한 듯 내뱉은 말을 덮을 수는 없었다.동혁의 이런 행동에, 나인홍은 자기 얼굴이 밟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사정우와 같은 명문가의 도련님을 발 밑에 밟고서 미친듯이 괴롭히고 있기에, 이런 일이 밖으로 전해진다면 세상을 놀라게 만들기에 충분했다.그러나 지금은 사씨 가문에서 직접 파견한 가문의 대표를 마주하고 있다. 게다가 그 대표가 바로 S시 전통무술 대가의 제자인 4대 금강 중 한 명인 나인홍인 것이다. ‘감히 이렇게 안하무인식으로 사정우를 유린하다니.’‘이동혁의 행위는 이미 날뛰는 수준을 한참 벗어났어. 이는 명문 가문인 사씨 가문 사람들의 머리채를 잡고 미친듯이 따귀를 때리는 식이야.’‘이 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명문 사씨 가문을 안중에도 두지 않았어!’나인홍 본인도 눈가에 경련이 일었다.원래 자신이 모습을 드러내면, 자신의 신분과 실력만으로도 동혁을 굴복시켜서 일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사실은 나인홍의 예상을 완전히 벗어났다.“이 자식, 너 정말 날뛰는구나!”차갑게 동혁을 주시하던 나인홍의 눈빛이 다시 좀 음산해졌다.“하지만 날뛰려면 실력이 있어야 해.”“지금 네가 밟고 있는 사람은 명문 사씨 가문의 큰 도련님이야.”“그의 부친인 사세충 선생은 본인 세대의 장문인으로, 사씨 가문 가주와 비견할 수 있을 정도로 큰 권력을 가지고 있지.”“게다가 선생은 N도의 전체 정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거대 기구인 사해상공회의소의 이사이기도 해.”“나는 네가 누구든 상관하지 않아.”“이제부터 내가 보기에는 너는 이미 시체야!”“얼마 남지 않은 시간 동안, 자신의 묘지를 고르는 게 좋겠어.”나인홍의 목소리는 마치 쇠가 서로 부딪칠 때처럼 살벌한 기운을 담고 있었다.사실 사정우가 동혁의 발 밑에 밟혀 있지 않았다면 사정우가 다칠 걱정도 없었을 것이기에, 나인홍은 단호하게 살수를 전개했을 것이다.나인홍은 절대 바보가 아니다‘이 자리에 있는 이 많은 사람들, 심지어 사씨 가
나인홍의 말은 안팎으로 여전히 은근한 위협을 담고 있었다.큰 피해를 당할 것을 우려한 동혁이 사정우를 놓아주기를 바란 것이다.‘그때가 바로 이동혁에게 살수를 사용할 때야!’동혁은 나인홍의 눈빛 깊숙한 곳에 숨어 있는 살의를 보면서 담담하게 웃었다.“네 말이 정말 맞는 말이야.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이런 일로 사씨 가문과 불구대천의 원수가 되고 싶지는 않아.”“그런데 이 사정우가 기어코 일을 크게 벌린 거야.”“자신의 졸개에게 내 아내를 속여서 누드사진을 찍게 한 뒤에 H시 전체에 까발리려고 했어. 또 사람을 보내서 내 아내가 아끼는 차를 부숴버렸지.”“죽어도 뉘우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내 마누라를 자기 침대로 보내라고...”“사정우가 분쟁을 그만두고 서로 편하게 지내겠다면, 나도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아.”동혁이 이렇게 말하자, 나인홍은 동혁이 흔들리기 시작한 줄 알았다.나인홍이 입가에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어린 친구, 사정우 도련님은 그저 좀 제멋대로일 뿐이야.”나인홍이 보기에, 동혁이 이렇게 말을 한 것은 이미 태도가 좀 누그러진 거라고 할 수 있다.심지어 사정우가 잘못을 인정했다는 건 자신의 생각대로 결정한 것이다.‘이동혁은 적당한 시기를 봐서 물러날 거야.’그러나 동혁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그저 좀 제멋대로일 뿐이라고? 남자를 괴롭히고 여자를 차지하려고 거리낌 없이 제멋대로 행동하는데, 네가 보기에는 결국 그저 좀 제멋대로인 거야?”“그래, 그럼 나도 좀 제멋대로 해 볼게...”말을 마친 동혁은 갑자기 발을 들고 이미 비틀려서 아픈 사정우의 왼손을 밟았다.“뚝...”경미한 골절음이 울렸다.사정우는 다시 머리카락이 곤두서게 만드는 비명을 질렀다. 왼손의 손바닥뼈가 바로 동혁에게 밟혀서 골절된 것이다.“이 새끼가!”뒷짐을 지고 있던 두 손을 꽉 쥔 나인홍은 눈썹을 잔뜩 찌푸렸다.조금 전만 해도 말랑말랑한 태도를 보이던 동혁이, 결국 다시 한 번 악랄한 수단을 쓸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전혀 예고 없이
“이가 놈아, 왜 멍하니 있어? 빨리 나를 풀어주고 순순히 무릎을 꿇어. 정말 총알을 먹고 싶은 건 아니겠지!”사정우가 사납게 웃으면서 소란을 피웠다.조금 있다가 동혁을 열 배, 백 배 괴롭힐 작정이었다.팍!그러나 사정우의 말에 대한 대답은 동혁의 인정사정없는 발길질이었다.사정우의 턱을 바로 걷어찼기에, 하마터면 혀를 깨물 뻔했다. 그렇다 해도 사정우는 아파서 미칠 지경이었다.“내가 입을 벌리라고 했어?”사정우를 보지도 않은 채 담담하게 꾸짖은 동혁의 차가운 눈빛이 양상봉에게 떨어졌다.“양 부국장, 저 숨만 붙은 채 쓰러져 있는 사람들은 모두 당신의 동료인 경찰들이야. 안에 들어와서 이렇게 많은 시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저 사람들을 외면하고 있지.”“오히려 사씨 가문 사람의 말 한마디에 저 경찰들을 구하러 온 사람에게 총구를 겨눴어.”“총구가 악인을 향하지 않고 오히려 좋은 사람을 향하다니!”“당당한 H시 경찰국의 2인자인 당신은, 바로 이렇게 법을 집행하는 건가?”“아니면, 좋은 사람이라서 총구를 겨눈 거야?”양상봉의 표정이 일그러지면서 눈빛에는 그늘이 졌다.바로 그때 옆에 있던 나인홍이 담담하게 말했다.“새끼, 양 부국장은 곧 H시 경찰국의 제1책임자인 경찰국장이 돼. 호칭을 잘못 부르면 안 돼.”이 말을 듣자 양상봉은 깜짝 놀랐다.예전에 사씨 가문의 사람이 H시에 와서 일을 할 때 양상봉이 편의를 제공한 적이 있어서, 사씨 가문과 약간의 관계를 맺게 되었다.이번에 사씨 가문에서 갑자기 연락해서, 자신이 조동래를 대신해서 H시 경찰국의 경찰국장이 되는 걸 지지하겠다고 말했다.양상봉은 갑자기 마음이 흔들렸다.그래서 사씨 가문에서 부르자 곧바로 사람들을 데리고 온 것이다.지금 나인홍이 이렇게 말하는 것은, 동혁을 일깨워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양상봉을 일깨워 주기 위해서였다.‘사씨 가문의 도움은 절대 공짜가 아니야.’이렇게 생각한 양상봉은 마음속의 약간의 양심마저 버렸다. 그리고 권총을 들고서 기세등등한 모습으로 앞으로
‘서른 살도 안 된 시장이라면, 앞으로 10년, 20년만 지나면 최고위 공무원이 되겠지.’‘혹시 바로 눈앞에 있는 이 분이?’양상봉은 감히 엉터리로 추측할 수 없었다.그러나 순간적으로 더 이상 동혁과 난처한 상황을 만들지 않겠다고 생각했다.‘높은 사람들이 싸우면, 평범한 일반인이 재앙을 당하는 법이지.’‘만약 결국 정말로 넘사벽인 새 시장을 건드린다면, 그건 정말 자살 행위야!’양상봉은 이마에 식은땀이 줄줄 흘렀지만, 무표정한 동혁을 몰래 훔쳐보고는 천연덕스럽게 권총을 집어넣었다.그리고 나서, 돌아서서 말했다.“나 선생, 내가 갑자기 긴급 임무를 받아서 빨리 돌아가야 합니다. 이 일은 당신들 스스로 처리하세요.”양상봉은 지금 누구도 미움을 사지 않고 그저 몸을 사리고 싶을 뿐이다.이런 차원이 다른 싸움에 양상봉은 끼어들 수 없기에.“긴급 임무?”나인홍의 안색이 가라앉으면서 싸늘하게 말했다.“사정우 도련님 일보다 더 긴급하게 처리해야 할 긴급 임무가 있다는 겁니까?”“양상봉 씨, H시 경찰국장이 되고 싶지 않아요? 조동래에게 평생 눌려 살고 싶어요?”동혁을 보는 양상봉의 마음은 비할 데 없이 씁쓸했다.양상봉도 당연히 일인자가 되고 싶었다.그러나 눈앞에 있는 이 사람이 정말 새 시장이라면, 자신이 경찰국의 1인자가 되더라도 눌리게 될 것이다. 게다가 평생 전혀 가망이 없게 될 것이다.그러나 양상봉도 감히 사씨 가문에게 완전히 미움을 살 수는 없었다. 적어도 동혁의 신분을 검증하기 전까지는 그렇다.양상봉은 이미 이 별장에 사는 큰 인물을 떠올렸다. ‘그 사람을 통해서 이동혁을 떠 보면, 내친 김에 상대방의 신분도 검증할 수 있을 거야.’“나 선생, 내가 사정우 씨의 일에 관여하고 싶지 않은 게 아닙니다. 정말 급박한 임무가 있어요. 죄송합니다. 나중에 제가 직접 사정우 씨에게 사과하겠습니다!”말이 끝나자, 양상봉은 마음속으로 한 마디를 더 중얼거렸다. ‘만약 사정우가 살아남을 수 있다면 말이지.’이 말을 내던진 뒤에 양상봉
눈을 내리깐 채 고분고분하게 동혁의 발 밑에 무릎을 꿇은 양상봉.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이미 할 말을 잃어버렸다.명문 가문에 비하면 별거 아니라고 해도, 시 경찰국의 2인자는 아무나 막 대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그러나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장면이 하필 자신들의 눈앞에서 일어난 것이다.‘이동혁에게 만약 강력한 배경이 없다면, 저 자는 얼마나 극악무도한 거야!’퍽!양상봉을 발로 차서 나가떨어지게 만든 동혁이 보지도 않은 채 말했다.“꺼져.”“가자!”양상봉은 입가의 핏자국을 닦으면서 일어난 양상봉은, 수하들의 부축을 받으면서 거의 도망치듯 나갔다.지금 동혁을 바라보는 나인홍의 눈빛도 다소 무거웠다.나인홍은 자신이 저 녀석을 과소평가했다고 인정했다.나인홍은 바보가 아니다. ‘방금 전에 양상봉은 이동혁에게서 뭔가 본 게 틀림없어. 적어도 상대방에게 알려지지 않은 신분이 있다는 걸 알게 된 거야.’‘그래서 돌연 양상봉의 태도가 갑자기 180도 바뀌게 된 거야.’깊은 숨을 들이마신 나인홍이 나지막한 소리로 물었다.“이동혁, 내가 다시 한번 묻겠어. 도대체 사정우 도련님을 풀어줄 거야?”동혁에 대한 호칭은 처음에는 ‘자식’, 그 다음에는 ‘어린 친구’, 그리고 지금은 이름을 부르게 됐다.동혁에 대한 나인홍의 태도도 이미 여러 차례 바뀌었다.좀 전의 동혁의 행동이 얼마나 사람들의 마음을 뒤흔들었는지 설명하기에 충분했다.“전룡, 의자 좀 가져와.”동혁은 뒤에 있는 설전룡에게 손짓해서 의자를 가져오게 한 뒤 태연하게 앉았다.동혁은 다시 사정우의 가슴에 발을 얹었다.이 장면을 보자, 나인홍은 눈꺼풀이 계속 떨렸다.동혁은 얼굴에 가볍게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사정우가 사과하고 내 아내의 손실을 배상하기만 한다면, 언제든지 풀어줄 수 있어.”“이동혁, 네 요구는 너무 많아.”나인홍이 성난 목소리로 말했다.“손해 배상은 할 수 있지만, 사정우 도련님에게 사과하라고 하는 건 너무 지나치다고 생각하지 않아?”“사정우 도련님이 어떤
“어? 어떤 거물이야?”눈썹을 치켜세운 동혁이 흥미진진하게 나인홍을 바라보았다.동혁은 상황이 아주 재미있다고 느꼈다.‘이 사씨 가문은 역시 명문 가문답네. 인맥도 다 쓰지 못할 정도야. 애를 때리면 가장이 튀어나오는 식으로.’‘먼저 양상봉이라는 경찰국 2인자를 불렀는데, 지금은 또 어떤 큰 거물을 부른 모양이지.’그러나 동혁은 그 소위 거물을 마음에 두지 않았다.어차피 오늘 사람들이 온 만큼 사정우를 두드려 팰 것이기에.동혁은 오늘 사정우를 땅바닥에 짓밟아서 사정우의 모든 존엄을 떨어뜨리려는 결심을 굳혔다!나인홍은 동혁의 개의치 않는다는 것을 알아차린 나인홍이 냉소하면서 말했다.“이동혁, 너무 일찍 득의양양하게 굴면 안 돼.”“곧 오는 이 양반은 우리 명문 사씨 가문에게는 당연히 별게 아니야.”“하지만 이 코딱지 만한 H시에서는 틀림없이 하늘을 찌를 듯한 큰 인물이지!”나인홍이 방금 받은 건 양상봉의 전화였다.양상봉은 별장에서 나온 뒤에, 먼저 한 사람에게 연락해서 사정우를 구출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이 별장 단지의 다른 별장에 사는 사람의 이름은 바로 부천정이다.나인홍은 이 이름을 듣는 순간 마음을 크게 놓을 수 있었다.‘부천정은 H시의 전 시장 하세량 이전에 시장이었던 인물이지.’‘H시에서 시장으로 있던 시간만 해도 장장 20년이야!’‘이른바 토착 세력인 거지.’부천정이 H시에서 20년간 시장으로 재직했기에, 이 사람이 H시에서 영향력이 얼마나 강하고 기초가 얼마나 두터운지 알 수 있다.사실 부천정은 H시에서 확실히 덕망도 높아서 영향력이 없는 곳이 없다.심지어 이런 영향력은 이미 H시를 넘어설 정도였다.이전의 N도 도지사도 H시의 정무 상황을 알기 위해서는 사람을 찾아 자문을 구해야 했다.그때 가장 먼저 찾은 사람이 현 시장이 아니라 바로 부천정이다.그리고 나인홍이 크게 마음을 놓을 수 있었던 이유가 있었다.‘H시 전임 시장인 하세량이 부천정 앞에서는 학생을 자처하면서 명절마다 공손하게 찾아뵌다는 거야.’‘이
말이 마친 동혁은 곧바로 설전룡에게 전화를 걸어서 H시 군부에서 병력을 보내 지원하도록 했다.동혁은 밤새 시장실에서 구조 계획을 총괄적으로 지휘했다.시의 직원들도 모두 동원되어 홍수 방지와 긴급 구조에 투입되었다.“시장님, 밤을 새우셨는데 먼저 들어가셔서 좀 쉬시지요.”임창호가 핏발선 눈으로 동혁을 보면서 말했다. 임창호도 사실 밤을 꼬박 새웠다.“그래요, 임 부시장님과 원 부시장님 두 분도 교대로 좀 쉬세요.”동혁은 일어서면서 임창호의 어깨를 두드렸다.‘어젯밤에 이 두 사람 모두 훌륭하게 대처했어. 비록 노회한 행정가들이라 해도, 정말 일을 해야 할 때는 여전히 능력을 발휘할 수 있어.’ ‘문제는 사람을 어떻게 쓰는가에 달려 있어.’시청을 떠난 동혁은 집에 가서 아침을 먹고 잠도 좀 잘 생각이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 전화를 한 통 받았다.[이 회장님, 이틀 동안 만나지 못했는데, 회사로 한 번 회사로 오셔야 하지 않겠습니까?]원화투자회사 부사장 장가연의 다소 쌀쌀맞은 목소리가 들려왔다.동혁은 장가연의 불만을 이해할 수 있었다.회장직에서 물러난 이후, 동혁은 더 이상 원화투자회사에 가 본 적이 없었다.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이 결정에 불복한다고 여길 것이다.“내가 곧 갈게요.”동혁은 다시 원화투자회사를 향해 출발했다.도로는 온통 진흙투성이였다.일부 물이 고여 있는 곳은 시민들이 줄을 묶고 지나갈 수밖에 없을 정도로 심각했다.“한번 보세요!”장가연을 보자마자 동혁에게 한 무더기의 신문을 주었다.“이게 뭔가요?”동혁은 호기심에 신문을 뒤져 보았다.[H시, 100년 만에 큰 폭우! 스나이더국제병원 등 5개 병원은 가장 먼저 의료진을 조직해서 긴급구조에 나섰다. 그 뒤의 이야기에 감동한 사람들은 눈물을...][스나이더국제병원 홍보대사인 인를루언서 천용훈, 구조 활동의 전면에 나서면서 훈훈한 감동!][하늘은 무정해도 인정은 살아 있어! 오늘 사람들은 리성투자회사 자원봉사자 팀에 감사를 표해...]...10여 개의 신문 기
“안전을 위해서 부사장님께서 바로 S시로 돌아가실 것을 건의합니다...”비서가 몸을 숙이면서 말했다.“S시로 돌아가? 왜 돌아가야 해? '오한민이 무슨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멀지 않은 곳의 한 빌딩 옥상의 광고판이 강풍에 거리로 떨어지자,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오한민이 갑자기 크게 웃었다.“나 오한민을 위해서 100년 만의 엄청난 폭우가 닥쳤어! 이 얼마나 좋은 기회야!!”“이번에, 바로 그 어린 시장이 직접 와도, 이 오한민의 손에서 다섯 개의 병원을 내놓게 하지는 못해!”오한민의 얼굴에는 환한 웃음이 가득했다.이 순간, 오한민은 새 시장조차도 하찮게 여기고 있었다!...반대편.동혁은 빅토리아병원을 떠나서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다.하지만 길에서 갑자기 폭우가 들이닥치자, 귀가할 생각을 포기해야 했다. 동혁은 바로 차를 몰고 시청으로 달려갔다.“임 부시장님, 원 부시장님, 이번 폭우는 좀 갑작스럽네요. 우리 시의 배수 시스템이 감당할 수 있을까요?”임창호와 원성배를 불러서 동혁이 직접 물었다.이번 폭우는 갑작스러울 뿐만 아니라 규모도 너무나 거대했다. 이전에 H시에서 본 적이 없었는데, 동혁은 가장 먼저 이상한 점을 느꼈다.“시장님, 기상예보에서 이번 H시에 닥친 100년 만의 초대형 폭우가 닥쳤다고 합니다. 아마도 배수 시스템이 버티지 못할 겁니다.”임창호와 원성배의 표정은 잔뜩 굳어 있었다.동혁의 눈빛이 싸늘해졌다.“견딜 수 없다니요? H시 수백만 시민들의 생명과 재산의 안전에 관한 일인데, 그저 견딜 수 없다는 말 한마디면 끝입니까?”동혁의 앞에 있던 두 부시장은 곧 허리를 굽히고 대답했다.임창호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시장님, H시는 기초 건설공사가 원래 잘 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배수 시스템은 더욱 오랫동안 손을 보지 았아서, 많은 하수도를 새로 만들어야 했습니다.”“예년에도 매번 큰비가 내릴 때마다 H시는 이틀 정도 침수되었습니다. 이번에는 100년 만의 초대형 폭우가 닥쳤으니 말할 것도 없습니다.
3대 가문을 타파한 후, H시의 경영 환경은 가까스로 다소 호전되었다.동혁은 이런 방식으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다시 사람들의 선동에 이용되면서, H시 민영기업들 사이에서 공포심이 조성되는 걸 원하지 않았다.[이동혁, 너 욕심이 너무 많은 거 아니야!]오한민은 화가 나자 헛웃음이 나왔다.그는 당연히 동혁의 좋은 생각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다만 자신의 알량한 생각으로 판단하면서, 동혁이 성공을 시기한다고 생각했다. 리성투자회사의 수중에서 이 사립병원들을 빼앗아서, 동혁이 꿀꺽 삼키려는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오한민은 동혁의 뒤에 있는 7개 부서의 수장들을 힐끗 보고는 냉소했다.[말해봐, 이건 너 자신의 뜻이야, 아니면 네 뒤에 있는 사람의 뜻이야?]오한민은 비록 여러 차례 자신이 동혁을 과소평가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여전히 동혁이 7개 부서를 부르고 빅토리아병원 문을 닫게 만든 건, 결코 동혁 자신의 능력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막후에 숨은 거물이 나와 이동혁의 갈등을 이용하기 위해서, 이동혁을 무기로 삼았을 거야.’동혁은 설명하기도 귀찮아서 무심코 말했다.“네가 생각하고 싶은 대로 생각해. 어차피 내 말은 이미 너에게 전했어. 듣든 안 듣든 그건 네 일이야.”동혁이 말을 마치자, 표정이 잔뜩 어두워진 오한민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봉인을 붙여!”황성민 등에게 지시한 뒤 동혁은 곧장 빅토리아병원을 떠났다.곧 빅토리아의 병원의 현관에 봉인이 붙었다.일부 문제가 있는 직원들은 연행되어 조사를 받았다.문제는 모두 사람들이 일으킨 것이다.빅토리아병원은 문을 닫아야 하고, 당연히 이 사람들도 처리해야 했다.일반 직원들은 잠시 집으로 돌아갔다.그러나 동혁도 떠나기 전에 그들에게 빅토리아병원이 곧 이름을 바꾼 뒤 다시 문을 열 것이니, 직원들의 일자리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임을 보증했다.시장 자리를 대신 맡은 뒤에는 동혁이 고려해야 할 문제도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예전처럼 일만 하고 뒤치다꺼리만 하면 끝나는 게 아니
그러나 오한민은 결국 그 생각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지금의 자신에게는 동혁을 죽일 능력이 전혀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이다.원래는 사정우와 동혁 사이를 이간질해서, 이 두 사람이 죽기 살기로 싸우게 하려고 했다.가장 좋은 결과는 사정우가 동혁을 해치우게 만드는 것이다. 자신이 손을 쓸 필요 없이.오한민이 알게 된 소식에 따르면, 동혁은 촬영장에 달려가서 한바탕 소란을 피웠다. 세화를 마중한 뒤에는 확실히 블루라군 별장단지로 가서 사정우를 곤란하게 만들었다.오한민이 보기에, 이는 의심의 여지없이 죽음을 재촉하는 행동이다.그러나 놀랍게도 한 시간이 지난 뒤, 빅토리아병원에 멀쩡하게 나타난 동혁은 여전히 기세 등등하게 날뛰고 있었다.사정우는 H시의 한 이류 가문의 폐물에게 반죽음이 된 상태였다.사씨 가문에서는 당연히 이 창피한 소식이 퍼져 나가지 않게, 빨리 덮으려고 했다.그래서 오한민도 블루라군 별장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길이 없었다.‘이동혁이 어떻게 조금도 다치지 않고 그곳에서 나올 수 있었을까?’이런 의문들 때문에 오한민의 마음은 동혁에 대한 거리낌으로 가득 차게 되었다.오한민은 원래 신중하고 의심이 많은 성격이라서, 철저하게 계획한 뒤에 행동하는 걸 좋아했다. 여태까지 준비되지 않은 싸움은 하지 않았다.‘지금은 더더욱 경솔하게 이동혁에게 손을 대서는 안 돼.’[이동혁, 그럼 네가 며칠 더 날뛰는 모습을 지켜보겠어!]오한민의 이 말은 거의 어금니를 꽉 깨문 채 내뱉었다. 공기 중에는 얼음 부스러기들이 가득한 것처럼 싸늘한 냉기가 느껴졌다.그러나 동혁에게 이런 말은 전혀 쓸모가 없었다.동혁이 바닥에 널부러진 오태강을 발로 차서 나연지 앞으로 보내면서 말했다.“그놈을 데리고 꺼져. 빅토리아병원은 이제 문을 닫으니까 여기선 치료할 수 없어! 다른 병원으로 가서 치료해!”동혁 때문에 놀라서 간담이 서늘해진 사람들은, 멍하니 그 자리에 선 채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핸드폰 화면을 통해 그 모습을 보고 분통이 터진 오
얼른 핸드폰을 받은 황성민은 동혁과 오태강에게 카메라를 맞췄다.“이동혁, 너 뭐 하려는 거야!”오태강이 겁에 질린 표정으로 물었다.뭔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깨닫자, 도망치려고 힘껏 일어났다.펑! 한 발로 오태경을 발로 차서 바닥에 쓰러뜨린 뒤, 오태경의 앞에 간 동혁이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말했다.“오한민 잘 봐. 이게 바로 네가 나를 도발한 대가야.”[이동혁, 네가 감히!]오한민의 놀란 목소리가 핸드폰에서 들려왔다.자기의 아들 오반석은 능력이 너무나 부족했다.그래서 오태강은 자신의 친조카일 뿐만 아니라, 자신이 역점을 두고 계속 양성한 자신의 후계자였다. 그래서 사립병원들을 모두 조카인 오태강에게 맡긴 것이다.‘이동혁은 지난번에 반석이의 두 다리를 부러뜨렸는데, 지금은 또 태강이에게 손을 대려고 해.’‘이건 절대 용납할 수 없어.’[이동혁, 네가 감히 태강이에게 손을 댄다면, 맹세하건대 나 오한민은 반드시 너와 끝장을 보겠어!]오한민이 분노하며 포효했다.이를 갈고 있는 모습은, 평소 TV 매체에서 항상 모든 걸 파악하고 자신감이 넘치던 투자계의 거물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더군다나 화면상의 위협은 동혁의 굳은 결심을 전혀 흔들 수가 없었다.“그럼 끝장을 보던가.”동혁의 냉혹하고 무자비한 목소리가 울리면서, 들어올린 다리로는 오태강의 한쪽 무릎을 힘껏 밟았다.“안 돼, 삼촌 살려주세요... 아악!”뼈가 부러지는 소름 끼치는 소리와 더불어.동혁에게 짓밟힌 오태강의 한쪽 다리는 무참하게 박살이 났다!처참한 비명소리가 병원 1층 전체에 울려 퍼지면서 오랫동안 메아리가 계속되었다.복도의 사람들 모두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나연지, 소태란 등 빅토리아병원 사람들 얼굴은 무서울 정도로 창백해졌다.아까 자신들의 따귀를 때렸던 동혁의 모습과 지금 동혁이 보여준 무자비하고 잔인한 모습을 비교하면서, 마음속으로부터 깊은 공포감을 느끼게 된 것이다.7개 부문의 수장들조차도 모두 멍하니 동혁을 바라볼 뿐이다.새로 부임한 이 시장 나
[사람은 살아가면서 서로 도움을 주고받기 마련이지. 친구 사이에도 오는 말이 고와야 가는 말이 고운 법이야.]오한민이 웃으면서 말했다.[이동혁, 네가 만약 나 오한민의 체면을 세워준다면, 나도 원한과 선입견에 전혀 개의치 않고 너를 친구로 사귀도록 하지.][반석이 부러진 다리는 치료하면 되고...]동혁조차도 오한민이 이런 말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좀 의아했다.‘그러나 내가 세 살짜리 아이도 아닌데, 당연히 오한민의 사탕발림에 넘어가지 않아. 이건 상대방의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것도 잘 알고 있지.’‘오한민처럼 순수하게 이익만 추구하는 괴물에게, 친구는 무슨 얼어 죽을 친구.’‘이익이 있다고 여기면, 언제든지 태도를 바꿔서 상대방을 칼을 찌를 수 있어.’“헐, 부모 자식 간의 도리가 정말 대단한 걸.”동혁이 웃으면서 말했다.“오 부사장이 이렇게 갈수록 냉혹하게 변하니, 당신과 나는 친구가 되지 못할 것 같아.”[그럼 상의할 필요가 없는 건가?]미소를 갈무리한 오한민이 담담하게 말했다.[그럼 병원 간판을 내려.]말을 마치자, 화면 속의 오한민이 손을 뻗어 전화를 끊으려고 했다.그는 아주 명석하게 분석했다.‘조카 태강이가 동혁의 손에 넘어간 이상, 상대방이 어떤 수단을 쓰더라도 여전히 동혁을 어떻게 할 수가 없어.’‘빅토리아병원이 문을 닫는 건 이미 확정된 거야. 더 이상 말해봤자 소용없어.’“잠깐.”동혁이 오히려 오한민을 부르면서 담담하게 말했다.“오 부사장이 방금 사정우를 언급한 이상, 알고 싶은 문제가 있어.”[무슨 문제야?]오한민이 조용히 물었다.동혁의 눈빛이 싸늘하게 변했다.“사정우가 우리 아내를 속여서 누드사진을 찍게 한 건, 네가 뒤에서 부추긴 거지?”잠시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있다가, 오한민이 결국 입을 열었다.[오후에 비행기에서 뿌린 사진을 봤는데, 진세화 씨 누드사진은 찍지 못했던 모양이더군. 오히려 사정우의 애정 행각을 담은 사진을 보게 되었지.][나는 이동혁 네가 정말 능력이 있다는 걸 인정하
[너는... 이동혁?]오한민은 소스라치게 놀랐다.동혁과 실제로 만난 적이 없지만, 자료 속의 사진을 통해서 동혁의 얼굴을 알고 있다.더군다나 아들 오반석의 두 다리가 동혁에게 부러진 뒤, 그의 머릿속에는 더욱 자주 동혁의 얼굴이 떠올랐다.설사 동혁이 재로 변하더라도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결국 투자계에서 잔뼈가 굵은 거물답게 잠시 놀랐던 오한민은 곧 평정심을 찾았다.오한민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이동혁, 태강이 핸드폰이 왜 네 손에 있지?]지금 오한민의 마음속에는 무수한 추측이 떠올랐다.그러나 오태강이 동혁의 손에 넘어갔다는 점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었다.‘현대 사회에서 핸드폰은 사람 몸에 달린 세 번째 손이나 다름없어.’‘이유 없이 태강이 핸드폰이 이동혁의 손에 떨어지지는 않았을 거야.’동혁은 카메라로 바닥에 쓰러져 있는 오태강을 비추면서 웃었다.“어, 당신 조카도 나하고 함께 있어. 조카는 큰 문제가 없으니까 오 부사장은 안심하시길.”오한민의 입가가 살짝 떨렸다.오태강의 양쪽 뺨에 난 새빨간 손바닥 자국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그러나 이동혁의 말도 틀리지 않은 것 같은데.’‘확실히 큰 문제는 없어 보여.’‘적어도 내 아들 반석이 두 다리를 부러뜨린 것에 비하면 그래.’오한민의 말투도 평온했다.[이동혁, 우리는 공명정대한 사람들이니까 솔직하게 말해. 목적이 뭐야?]‘태강이가 동혁의 손에 떨어진 것도 이미 사실이기에, 더 이상 말해봤자 무의미해.’‘분노도 아무 의미가 없어.’‘이동혁의 목적을 분명하게 파악하고 흥정하는 게 정도야.’전형적인 사업가의 마인드!“목적은 없어.”동혁이 느릿느릿 말했다.“바로 오 부사장의 빅토리아병원에 와서 한 바퀴 돌았다가, 마침 아주 불쾌한 일이 생겨서 여기 문을 닫게 만들 생각이야.” “지금은 단지 오 부회장에게 알려주는 거야.”핸드폰 화면 속의 오한민 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졌다.‘병원 문을 닫기 전에, 또 특별히 전화를 걸어서 알려주는 거라고?’‘이동혁은 지금 대놓고 도발
부태서는 바로 그렇게 가 버렸다.뒤도 돌아보지 않고 깔끔하게!응급실 복도는 기이할 정도의 정적 속에 빠졌다.그동안 배경을 믿고 동혁에게 끊임없이 소란을 피웠던, 나연지나 소태란도 한참 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부천정의 손자까지 동혁에게 쫓겨났어. 이제 누가 빅토리아병원 문을 닫는 걸 막을 수 있겠어?’“태강 씨, 빨리 방법을 생각해 봐요, 저 개새... 이동혁이 이렇게 병원 문을 닫게 해서는 안 돼요!”나연지는 오태강의 팔장을 끼고서 한껏 애교를 부렸다.오태강의 총애에 힘입어 겨우 빅토리아병원의 원장 자리에 올랐다.병원이 문을 닫게 된다면, 나연지가 제일 먼저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꺼져, 귀찮게 하지 말고!”오태강은 참을 수가 없어서 소리를 질렀다. ‘지금 무슨 방법이 있단 말이야!’이때 동혁이 천천히 말했다.“오태강, 빅토리아병원에 또 무슨 대단한 주주가 있으면 모두 오라고 해. 시간을 절약하게 말이야.”동혁의 이 오만방자한 말을 듣자, 오태강의 표정은 극도로 일그러졌다.매섭게 고개를 들고 소리쳤다.“이동혁, 너는 고작 2류인 진씨 가문의 데릴사위에다가, H시 시민들이 모두 아는 폐물일 뿐이야.” “뭘 우쭐대면서 뭐가 만족스럽다는 거야!”오태강의 표정과 말투는 경멸로 가득 차 있지만, 마음은 오히려 씁쓸했다.그렇다. 동혁은 H시 사람들이 다 아는 폐물 데릴사위였다.그러나 바로 이 쓸모없는 인간이 지금 오태강을 물러설 수 없는 지경까지 몰아넣은 것이다.많은 빅토리아병원의 주주들 중에서 가장 사람들 앞에 내세울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전전 시장인 할아버지를 후원자로 둔 부태서였다.그러나 부태서는 동혁의 몇 마디 말에 쫓겨났고, 자신의 지분이 손실을 입는 것도 외면했다.오태강이 또 어떤 주주를 청할 수 있을까?동혁은 오태강의 욕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가볍게 웃었다.“네가 주주를 찾을 수 없어? 그럼 내가 한 명 불러줄게.”말을 마친 동혁은 앞으로 나서면서 오태강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줘.”동혁의 말 뜻을 이
“나는 사람을 너무 업신여겨, 어쩔 건데?”동혁의 무심한 듯 말했지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엄청난 기세를 담고 있었다.모두 어리둥절했다.‘부태서는 전전 시장 부천정의 손자지만, 이동혁은 진씨 가문의 폐물 데릴사위일 뿐이야.’‘두 사람의 신분과 지위는 하늘과 땅 차이야.’‘부태서가 국면을 전면적으로 장악하고 나서면, 이동혁은 그저 설설 기면서 모든 면에서 약세에 처할 수밖에 없을 텐데?’‘어떻게 저 두 사람의 대화 내용이 완전히 정반대가 됐지?’동혁은 끝없이 날뛰는 반면에, 부태서는 상대방의 핍박에 직면하고도 모호하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태서야, 너 어떻게 된 거야? 병이 나서 정신이 흐릿해진 거야?” “네 앞에 있는 자는 폐물이야! 네 대단한 실력으로 밟아버려!”오태강은 부태서를 자극하며 응원했다.오태강이 이렇게 자극하자, 부태서의 표정은 더욱 일그러졌다.두 눈에 쌍심지를 켠 부태서가 동혁을 노려보면서 소리쳤다.“이동혁, 이번에는 내가 너를 건드린 게 아니야.” “빅토리아병원에 내 지분이 있는데, 네가 일부러 문제를 일으킨 거 아니야!”부태서의 대답은 다시 한 번 사람들의 예상을 벗어났다.이 말은 아무리 봐도 동혁에게 몰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부태서, 나는 빅토리아병원 간판을 내릴 거야. 네가 이곳의 주주인지 거와는 상관없어.”동혁도 눈살을 찌푸리면서 짜증을 냈다.“너한테 동의하는지 반대하는지 물은 거니까, 바로 대답하면 돼. 그런데 왜 성가시게 자꾸 딴 얘기만 하는 거야?”“네가 말해도 소용없지만 어쨌든 말해 봐.”“너 대신 네 할아버지가 결정해야 돼?”동혁이 부천정을 언급하자, 앞서 블루라군 별장에서 있었던 일이 떠오르면서 부태서의 안색은 하얗게 질렸다.‘우리 할아버지는 H시에서는 가장 큰 권력을 가진 토착세력이라고 할 수 있어.” “그런데 그 설씨라는 녀석의 호통에 할아버지는 제대로 대꾸도 하지 못했어. 그저 의기소침한 모습으로 나를 데리고 도망쳤지.”‘별장을 떠나기 전에도 내가 또 따귀를 맞고 쓰러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