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우가 이용하는 이 빌라는 블루 라군 호숫가의 산중턱에 자리잡고 있다.지세가 꽤 높아서 동쪽의 H시 시내를 내려다볼 수 있다.빌라 입구로 달려간 사정우는, 멀지 않은 시내 상공에 흩날리는 종이 조각을 보게 되자 완전히 미칠 것 같았다.‘나는 진세화의 누드사진을 H시의 모든 사람이 보게 해서, 진세화를 바로 사회에서 매장시키려고 했어.’‘이른바 H시의 빛이라는 별명을 가진 그 여자를 H시의 수치로 만드는 거야.’ ‘진세화의 마지막 자존심까지 박살나게 만들려는 계획이었어!’‘하지만 지금은 그와 반대로, 나하고 하태정 등이 침대에서 뒹구는 사진이 수많은 사람들에게 노출되어 버렸어.’‘사회적으로 매장될 사람이 나로 변해버린 거야.’화가 난 사정우는 피라도 토하고 싶은 심정이었다!짝!정신을 차린 사정우는 자신을 따라온 강경영의 따귀를 올려붙였다.“이 개새X, 당장 하태정 그 천한 X한테 전화해서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물어봐!”사정우는 험악한 표정으로 고함을 질렀다.강경영의 눈에는 뜨거운 눈물마저 맺혀 있었다. 이번 일이 잘못된다면, 자신은 설사 죽지 않더라도 큰 피해를 입을 것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목을 움츠린 채 사정우가 주먹으로 때리고 발로 차도록 내버려둘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비틀거리면서 핸드폰을 꺼내 하태정에게 전화를 걸었다.몇 번이나 전화를 걸었지만 아무도 받지 않았다.당연히 아무도 받을 수가 없었다. 하태정의 핸드폰은 동혁의 손에 들어간 상태였고, 또 설전룡의 부하들이 가져가서 사진을 복사했다.강경영은 어쩔 수 없이 감독인 우지강에게 전화를 걸었다.“우 감독, 하태정 그 더러운 X이 당신과 함께 있는 거 아니야? 그 X보고 당장 전화를 받으라고 해!”강경영은 이제 하태정마저도 미워하게 되었다.‘모두 이 더러운 X이 내가 시킨 일을 망쳤기 때문이야.’[여보세요, 강, 강 대표님...]곧 하태정의 조심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분노가 폭발한 강경영이 소리쳤다.“이 천한 X, 왜 전화를 안 받는 거야!”앞서 촬영
침대 위의 낯뜨거운 사진이 드러났지만, 사정우는 정말 그다지 개의치 않았다.방금 자신이 그렇게 화를 내며 분노했지만, 바보가 된 자신이 동혁에게 놀아나서 답답한 마음을 드러낸 것에 불과했다.‘하지만 단지 그것뿐이야.’사정우의 표정에서 분노는 이미 사라졌다. 더없이 차가운 눈빛으로 싸늘하게 동혁을 주시하고 있었다.사정우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이동혁, 지금 내가 네게 두 가지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겠어.”“네가 불구가 되거나 아니면 네 마누라를 내게 바치는 거야.”“그렇지 않으면, 너의 결말은 바로 앞에 있는 이 의자처럼 될 거야!”말이 끝나자 사정우는 나무의자를 발로 세게 걷어찼다.쾅!나무 의자가 소리와 함께 부서져 박살이 나서 땅에 흩어졌다.사정우라는 이 무예가는 그래도 진짜 수련을 했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이 의자가 그다지 견고하지는 않지만, 일반인이 발로 차서 박살을 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그리고 사정우는 바로 이렇게 시각을 자극하는 방식으로, 동혁을 두려움에 떨게 하려는 것이다.“정우 도련님, 대단해요!”주변의 그 사해상공회의소의 사람들은, 사정우의 이렇게 강한 모습을 보자 곧바로 큰소리로 환호했다.“이동혁, 아직도 스스로 손발을 잘라서 정우 도련님에게 사죄하지 않겠다는 거야!”“네가 촬영팀에게 달려가서 한바탕 소란을 피웠다고 들었는데, 사실대로 말해주지. 하태정이 데리고 간 그 경호원들 실력은 전혀 정우 도련님과 비교할 수가 없어!”“정우 도련님은 S시의 전통무술 대가인 고진하 사부님의 제자야.” “어릴 때부터 무예를 익혀서, S시의 전통무예계의 젊은 세대 중에는 적수가 없어. 너 같은 사람은 정우 도련님 혼자서 열 명이라도 이길 수 있지!”“당장 무릎을 꿇고 스스로 손발을 자른다면, 그래도 아직 늦지 않았어...”사해상공회의소의 사람들은 갑자기 힘이 넘치는지 잇달아 동혁에게 소란을 피웠다.‘젊은 세대 중에는 적수가 없다고?’동혁은 비웃는 듯한 눈빛으로 사정우를 힐끗 보았다.사정우가 어떤 실
퍽!손바닥이 먼저 사정우의 주먹에 부딪치자, 사정우는 갑자기 벼락을 맞은 것처럼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팔을 타고 전해오는 강한 통증이 사정우의 머리를 강타했다.“아악...”미처 반응하지도 못한 채 사정우는 비명을 질러야 했다.하지만 전혀 위력이 줄어들지 않은 동혁의 손바닥이 곧바로 사정우의 얼굴을 강타했다.쿵!사정우는 털썩 바닥에 쓰러졌다. 얼굴의 감각이 마비된 채 넋이 나간 모습으로 동혁을 멍하니 바라보기만 할 뿐이다.“어...”방금까지 큰소리로 떠들던 사해상공회의소 사람들은 한순간에 모두 멍해졌다.‘사정우는 분명히 S시의 전통무술 대가 고진하에게 전수받은 강자야.’ ‘한쪽 발로 나무 의자를 박살낼 수도 있어.’‘그런데 이동혁은 힘만 센 싸움꾼 정도에 불과해.’‘그런데도 왜 사정우가 이동혁에게 따귀를 맞고 나가떨어진 거지?’주위의 사람들뿐만 아니라 지금 바닥에 쓰러진 사정우도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대단한 기세를 올리면서 나섰는데, 상대방에게 따귀를 얻어맞고 나가떨어지다니.’화가 난 사정우는 피를 토하고 싶은 심정이었다!벌떡 일어나서 두 눈을 부릅뜨고 동혁을 노려보았다.“이가 놈. 네가 뜻밖에도 나를 기습했어!”어려서부터 무예를 연마한 자신이 동혁에게 따귀를 맞았다는 사실을 사정우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이런 핑계라도 대야 그나마 조금이라도 심리적 위안을 얻을 수 있었다.현실을 인정하지 못하고 끝까지 자기 합리화를 한다고 말할 수밖에 없지만.사정우가 이렇게 말하는 걸 들은 사해상공회의소의 사람들도 모두 한숨을 돌렸다.‘그래, 저 폐물 이가 놈이 기습만 하지 않았어도, 그렇게 대단한 사정우에게 박살이 나서 뻗었을 거야.’“맞장을 뜨는 싸움에서 기습을 하다니, 흥, 정말 생양아치들이나 하는 짓이지!”“정우 도련님, 계속 손을 써서 저 비열하고 후안무치한 놈의 머리를 박살내세요!”강경영 등은 동혁을 향해 욕설을 퍼부었다.“내가 기습을 해?”씩 웃던 동혁이 돌연 앞으로 나오면서 또 다시 사정우의 따귀를
“사정우, 너는 전통무술 대가의 제자라고 했잖아. S시의 젊은 세대 중에는 적수가 없는 고수라고 말이야...”“어떻게 나 같은 쓰레기한테 저항조차 하지 못하는 거야?”“사정우 도련님이 나를 정말 크게 실망시켰다고 말할 수밖에 없겠네.”“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무술을 연마했다면서, 겨우 그게 다야?”동혁은 발로 사정우의 가슴을 짓밟았다. 상대방을 계속 땅에 처박은 채 마음껏 모욕하면서 사정우의 자존심마저 짓밟은 것이다.마치 좀 전에 사정우가 경찰들을 짓밟으면서 모욕했던 것처럼.동혁이 한마디씩 툭툭 던지는 조롱은 마치 날카로운 칼날과 같았다.마음을 날카롭게 후벼 파고들면서 사정우를 거의 미치게 만들었다.“대체 왜!”“네 사부는 누구야? 누구한테 무술을 배웠어?”어금니를 꽉 깨문 사정우가 두 눈에서 불을 뿜으며 동혁을 노려보았다.좀 전에는 그나마 자기 자신을 속일 수 있었다.지금은 자신이 절대로 동혁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는 현실을 뼈저리게 깨달았다.그러나 여전히 승복하지 못한 채, 동혁이 틀림없이 어느 명가의 제자일 거라고 생각했다. ‘다만 이동혁의 실력이 이미 아주 높은 경지에 이르렀을 뿐이야.’‘그래서 손을 쓸 때 별다른 초식이 없어 보여도, 실제로는 매번 내 약점을 정확히 찾아서 공격할 수 있었어.’“사정우, 미안하지만 나는 그저 나이를 먹고 길거리 싸움을 통해서 익혔을 뿐이야. 전통무술의 대가와는 비교할 수준도 안 돼.”동혁은 사정우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다 알고 있다는 듯이 실실 웃으면서 말했다.사정우는 당연히 동혁이 누구를 스승으로 모셨는지 알 자격이 없다.동혁은 당연히 말해 주지 않을 것이다.그러나 동혁의 말을 들은 사정우는 심리적으로 완전히 무너졌다.‘나이를 먹고서 길거리에서 싸움이나 하던 놈이, 내 따귀를 때려서 계속 땅바닥에 쓰러지게 만들었다는 거야?’‘그럼 내가 어릴 때부터 배웠던 무예 초식들은 또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이야?’이렇게 되자, 동혁과 실력을 다퉈보겠다는 마음조차 철저하게 사라지게 되었다.
강경영은 보고만 있을 수가 없었다.그가 만약 사정우가 동혁에게 뼈마디가 박살나는 걸 뻔히 눈 뜨고 보고만 있다면, 나중에 사씨 가문에서는 차라리 죽는 게 낫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강경영을 손볼 것이다.그래서 강경영은 곧바로 동혁을 가리키며 위협했다.“이동혁, 네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잘 생각해 봐.”“네가 여기 H시에 지위와 인맥이 있다는 걸 인정하겠어. 사정우 도련님이 지금 네 손에 넘어갔으니 억울하지는 않을 거야.”“사정우 도련님 신분도 잊지 마.”“그리고 내가 말해주지. 앞서 나는 이미 사정우 도련님 아버님에게 연락도 했어. 네가 얼마나 그 분을 격노하게 만들었는지 알아!”“너와 네 마누라가 회사를 몇 개 가지고 있고, 또 조동래 같은 토착 세력을 사주할 수 있다고, 뭐든지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사씨 가문에서 일단 손을 대기만 하면, 그건 마치 태산이 짓누르는 것과 같아.” “네가 어떤 백그라운드를 가지고 있든 뿌리째 뽑혀버리겠지!”“명문가 사씨 가문의 분노는 결코 네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야...”강경영은 근엄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이제 사해상공회의소 사람들도 호응하기 시작했다.“요즘은 권세를 쥐고 있는 사람이 최고야. 싸움만 잘 한다고 해도 무슨 소용이야.”“아무도 건드리지 못하는 뒷골목의 보스도, 명문 가문을 위해서는 온갖 험한 일만 하는 개일 뿐이지.”“이가 놈. 명문가 사씨 가문뿐만 아니라, 우리 사해상공회의소도 네가 건드릴 수 있는 상대가 아니야.”“무술을 좀 할 줄 안다고 안하무인식으로 생각해선 안 돼. 지금은 이미 창칼로 싸우는 시대가 아니야. 네가 아무리 싸움을 잘 해도 총알을 감당할 수는 없지!”“네 가족을 생각해야지...”강경영이 다시 한 번 중대한 소식을 전했다.“그리고 이동혁 너의 후원자인 조동래도 곧 무너질 거야. 사씨 가문에서 새로운 경찰국장을 지지하기로 했거든.”“H시 경찰계의 대권을 장악할 사람이 얼마나 큰 힘을 가지고 있는지 잘 알아야 해!”“어, 누군데
“아악...”사정우는 가슴이 찢어지는 듯이 처절하게 비명을 질렀다.동혁이 이 발길질로 바로 사정우의 한쪽 팔을 밟아서 부러뜨린 것이다.“이동혁, 왜 그래, 그만해!”그 소름 끼치는 비명을 듣고, 강경영은 하마터면 놀라서 바닥에 주저앉을 뻔했다. 강경영이 펄쩍 뛰면서 고함쳤다.“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알아?”“H시 경찰국의 새 책임자가 곧 온다고 내가 말했지. 그런데도 네가 감히 이렇게 화를 자초해!”강경영을 힐끗 본 동혁이 웃으며 말했다.“내가 오히려 묻고 싶은 걸. 너하고 너희 사정우 도련님이 원한이 있는지 말이야.”“분명히 사정우의 목숨이 내 손에 쥐어져 있는데도, 감히 여러 차례 나를 도발했어.”“내가 너라면 발끈해서 화를 내는 게 아니라 지금 무릎을 꿇고 내게 빌어야지.”말을 마친 동혁이 다시 발을 들어서 사정우의 팔을 밟았다.이번에는 같은 위치를 밟아서 사정우의 부러진 팔에 2차 피해를 입혔다.“이동혁 네가 감히!”강경영은 놀라서 비명을 질렀다.바닥에 쓰러진 사정우가 비명을 지르면서 노발대발했다.“강경영 이 개자식아! 정말로 이동혁의 말대로 내가 죽기를 간절히 바라는 거야!”“너한테 무릎을 꿇으라고 한 말을 못 들었어!”털썩!강경영은 말없이 무릎을 꿇었다.“이, 이 선생님, 제발 사정우 도련님을 다치게 하지 마세요!”입으로는 끊임없이 애원했지만, 동혁을 바라보는 눈빛은 오히려 원한으로 가득 차 있었다.사해상공회의소의 대표이기에, 이전에는 어느 큰 그룹에 가든지 상대방 회장도 모두 친절하게 자신을 접대해야 했다.‘내가 언제 이런 굴욕을 당한 적이 있었어?’동혁은 강경영을 쳐다보고 말했다.“무릎을 꿇으려면 철저하게 꿇어. 나는 그런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는 걸 아주 아주 싫어한단 말이야.”말을 마치자 또 사정우의 부러진 팔을 걷어찼다.“안 돼... 이 선생님, 제발 그러지 마세요. 제발요!”강경영은 곧 무너질 것만 같아서 다시는 그런 눈빛으로 동혁을 쳐다볼 수가 없었다.눈빛도 더할 나위 없이 부드럽게 변
그 분노한 외침과 함께 경찰 제복을 입은 사람들이 성큼성큼 안으로 들어왔다.그들의 보스는 호방한 용모의 중년 남자였다.바로 H시 경찰국의 2인자인 부국장 양상봉이다.양상봉 일행의 뒤를 이어서 또 다른 일행도 들어왔다.이 사람들은 모두 크고 건장한 체격에 관자놀이가 불룩하게 솟은 모습이었다. 모두 무술을 수련한 무도인들이다!이 사람들은 얼굴에 혈색이 좋고 윤기가 흐르는 중년 남자가 리더였다.뒷짐을 진 채 싸늘한 표정의 중년 남자는 몸에서 극도로 위험한 기운을 발산하고 있었다.들어오자마자 거실 가득 무릎을 꿇은 사람들을 보고, 중년 남자는 눈살을 찌푸렸다.게다가 동혁이 발로 밟고 있는 사정우를 보자, 눈빛이 갑자기 싸늘해졌다.“사형, 드디어 오셨군요. 빨리 구해주세요. 저는 오늘 이 밉살스러운 이가 놈을 반드시 죽여버릴 거예요!”바닥에 깔려 있던 사정우도 구원하러 온 사람들을 보자, 감격에 겨워서 큰 소리로 외쳤다.남자의 이름은 나인홍으로, 사씨 가문에서 초빙한 고수다.이른바 고수를 초빙한다는 것은 명문 가문에서 큰 돈을 들여서 고수를 양성한다는 의미이다. 이들은 평소에는 가문을 지키다가, 일이 있을 때는 주군 가문의 골치 아픈 일을 해결하는 사람이다.무릇 명문 가문에서는 모두 많은 고수를 양성해서 가문을 지키는 무력으로 삼고 있다.그리고 나인홍은 또 다른 신분도 가지고 있다.그는 S시 전통무술 대가인 고진하의 4대 제자 중 한 명으로, S시 전통무술계에서는 그들을 4대 금강이라고 부른다.“정우 도련님의 부친께서 H시로 사람을 보내겠다고 하셨는데, 뜻밖에도 나 선생을 보내셨군요. 이제 정우 도련님을 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무릎을 꿇은 강경영 등도 흥분을 참을 수가 없었다.나인홍은 4대 금강 중 실력이 가장 강하지는 않다.그러나 성격이 불 같은 데다가 손을 쓰는 수법도 아주 잔인했다.일찍이 약간의 말다툼으로 빚어진 충돌에서는, 말 한 마디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자신과 충돌한 전통무술 고수를 때려 죽인 적도 있었다.무도의
사정우의 돼지 멱을 따는 듯한 비명도 동혁이 무심한 듯 내뱉은 말을 덮을 수는 없었다.동혁의 이런 행동에, 나인홍은 자기 얼굴이 밟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사정우와 같은 명문가의 도련님을 발 밑에 밟고서 미친듯이 괴롭히고 있기에, 이런 일이 밖으로 전해진다면 세상을 놀라게 만들기에 충분했다.그러나 지금은 사씨 가문에서 직접 파견한 가문의 대표를 마주하고 있다. 게다가 그 대표가 바로 S시 전통무술 대가의 제자인 4대 금강 중 한 명인 나인홍인 것이다. ‘감히 이렇게 안하무인식으로 사정우를 유린하다니.’‘이동혁의 행위는 이미 날뛰는 수준을 한참 벗어났어. 이는 명문 가문인 사씨 가문 사람들의 머리채를 잡고 미친듯이 따귀를 때리는 식이야.’‘이 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명문 사씨 가문을 안중에도 두지 않았어!’나인홍 본인도 눈가에 경련이 일었다.원래 자신이 모습을 드러내면, 자신의 신분과 실력만으로도 동혁을 굴복시켜서 일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사실은 나인홍의 예상을 완전히 벗어났다.“이 자식, 너 정말 날뛰는구나!”차갑게 동혁을 주시하던 나인홍의 눈빛이 다시 좀 음산해졌다.“하지만 날뛰려면 실력이 있어야 해.”“지금 네가 밟고 있는 사람은 명문 사씨 가문의 큰 도련님이야.”“그의 부친인 사세충 선생은 본인 세대의 장문인으로, 사씨 가문 가주와 비견할 수 있을 정도로 큰 권력을 가지고 있지.”“게다가 선생은 N도의 전체 정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거대 기구인 사해상공회의소의 이사이기도 해.”“나는 네가 누구든 상관하지 않아.”“이제부터 내가 보기에는 너는 이미 시체야!”“얼마 남지 않은 시간 동안, 자신의 묘지를 고르는 게 좋겠어.”나인홍의 목소리는 마치 쇠가 서로 부딪칠 때처럼 살벌한 기운을 담고 있었다.사실 사정우가 동혁의 발 밑에 밟혀 있지 않았다면 사정우가 다칠 걱정도 없었을 것이기에, 나인홍은 단호하게 살수를 전개했을 것이다.나인홍은 절대 바보가 아니다‘이 자리에 있는 이 많은 사람들, 심지어 사씨 가
갑자기 나타난 중년 남자의 관상을 보니, 충후하고 의리가 있으면서도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지금 잔뜩 화가 난 표정으로 천용훈의 촬영팀을 향해 말했다.“쳇, 원래 쇼를 강제로 차지하고서 구조 작업을 지체되게 만드는 거야!”중년남자의 말을 들은 주위의 자원봉사자와 병사들은, 일제히 경멸하는 야유를 보냈다.‘이 고무보트는 천용훈 촬영팀이 직접 가져온 줄 알았는데, 원래 구호물자인 줄은 몰랐네.’이제는 모두들 더욱 화가 나서, 잇달아 즉시 촬영을 멈추고 고무보트를 양보하라고 고함쳤다.사람들이 일제히 핍박하자, 천용훈 촬영팀은 난처해졌다.울그락불그락하던 그 스태프가 화가 나서 소리쳤다.“너희 가난뱅이들은 모두 입을 다물어!”“우리 천용훈 씨의 일은 하늘보다 더 대단해. 여기서 성가시게 개소리 하지 마!”사람들이 소리치자, 그는 또 고무보트의 주인을 바라보며 말했다.“우리가 고무보트를 빌려서 쓰겠다는데 어쩔 거야! 당신 돈을 원하는 거 아니야? X발, 뭘 그렇게 정의롭게 말하는 척하고 있어!”“자, 내가 바로 돈을 보내주겠어. 20만원이면 충분해?”“부족하면 내가 2백만 원 줄게. 됐지! 빌어먹을 거지들. 우리 천용훈 씨 돈으로 당신을 때려 죽일 수도 있어!”오만함이 극에 달한 그 스태프는 정말 핸드폰을 꺼내서 바로 돈을 이체하려고 했다.화가 난 중년 남자가 귀밑까지 새빨개지면서 소리쳤다.“누가 네 더러운 돈이 좋다고 했어!”“나는 단지 사람을 구하고 싶을 뿐이야. 이 고무보트는 내 것이야. 빨리 노인과 아이를 보트에서 내리게 하고 보트를 돌려줘!”중년남자는 말하면서 고무보트 안의 아이를 안으려고 했다.짝!갑자기 그 스태프가 중년남자의 따귀를 때리면서 소리쳤다.“잘 대해 주니까 고마운 줄을 몰라! 꺼져!”“왜 사람을 때려!”분노한 중년 남자가 뺨을 가린 채 소리쳤다.주위의 자원봉사자들도 천용훈의 사람들이 이 정도까지 날뛸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너를 때렸는데 어쩔 거야? 천용훈 씨에게 미움을 샀
“됐어요, 됐어. 성가시게 굴지 말아요.” “이 영감님이 왜 이렇게 쓸데없는 말이 많아? 우리가 돈을 안 준 것도 아닌데!”“얼른 찍어!”스태프들도 더워서 견디기 힘들었다. 게다가 더럽고 냄새나는 물속에 몸을 담그고 있으니, 기분이 좋다면 이상할 것이다.얼른 노인의 말을 끊었고, 입만 열면 험한 말이 튀어나왔다.노인은 임시로 구한 판자촌 주민이다. 원래 사회의 맨 밑바닥 계층의 사람이라 이런 사람들에게 감히 대들지 못하고 그저 서글픈 미소만 지을 수밖에 없었다.천용훈만 주변의 스태프들이 줄곧 자신의 시중을 드는 걸 즐기는 모습이었다.가끔씩 물을 마셔서 갈증을 해소했다. 또 수시로 화장도 고치면서, 수분을 보충해서 피부의 윤기도 지켜야 했다.이 촬영팀이 시끄럽게 떠들면서 주요 출구를 막는 바람에, 구조 작업을 하러 오고 가던 고무보트들 속도가 많이 느려졌다. 당연히 많은 사람들의 불만을 사게 되었다.그러나 천용훈의 주변에는 탄탄한 체구의 경호원들이 지키고 있어서, 감히 따지러 오는 사람도 없었다.“여기, 여기 고무보트 좀 빨리 보내줘!”“한 노인이 집안에 갇혀 있어. 집안의 물이 이미 가슴까지 차올랐어, 빨리 구출하지 않으면 죽게 될 거야!”바로 그때 판자촌 골목에서 자원봉사자가 큰 소리로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그 소리를 들은 사람들도 따라서 긴장하기 시작했다.하지만 긴장해도 소용이 없었다.지금 모든 고무보트가 긴급 구조에 투입된 상태였다. 모두 갇혀 있는 주민들을 태우고 있어서 빈 보트는 하나도 없었다. 여분의 고무보트가 있을 수 있겠는가!“이봐요, 당신들 그 고무보트는 광고를 찍고 있잖아요. 우선 좀 빌려 씁시다!”구조에 참여했던 한 병사가 재빨리 다가가서 천용훈 일행에게 말했다.천용훈 주변에 있던 촬영 스태프가 바로 고개를 돌리더니 눈을 치켜뜨고 소리쳤다.“당신이 빌리겠다고 하면 빌려줘야 되는 거야? 우리 천용훈 씨도 구조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걸 보지 못했어? 저리 꺼져!”오만이 극에 달해서 병사에게도 욕설을 퍼부었다
“문제가 없으면 그럼 즉시 출발하세요!”장가연은 바로 동혁에게 자원봉사자용 레드 재킷을 던졌다.‘이미 준비도 다 해놓은 걸 보면, 내가 승낙하지 않는 건 생각해 본 적이 없는 모양이야.’래드 재킷을 입은 동혁은 회사의 자원봉사자 10여 명과 함께 출발했다.“여러분은 구시가지 쪽으로 가세요. 그곳에는 판자촌이 많은데, 이번에 큰 피해를 입어서 많은 시민들이 갇혀 있어요.”“에휴, 새 시장이 취임하면 구시가지를 재개발할 거라는 소문이 나돌았지만, 언제 시작될지도 모르지...”H시상공회의소에서 설립한 한 사회복지단체에서, 동혁과 이런 자원봉사자들의 지휘와 조정을 맡고 있었다.자원봉사자 등록을 마치고 이들은 구시가지로 향했다.“구시가지 그쪽은 더럽고 지저분해. 물이 차면 틀림없이 오수가 범람할 텐데, 어떻게 우리를 저쪽으로 보낸 거야.”“이 사장님, 어쨌든 우리 회사 사장님이잖아요. 영향력을 발휘해서 좀 쉬운 일을 맡아서 하게 해주지 않으셨어요!”“용어에 주의하세요. 저는 전 사장이고, 지금은 여러분과 마찬가지로 근로자입니다...”“됐어, 원망하지 마, 뭘 기대한 거야? 어차피 쇼를 하는 거야. 천천히 늑장을 부리면 돼.”구시가지에 배정되었다는 말을 듣자, 원화투자회사의 직원들은 모두 불만을 내비쳤다.그들은 원래 동혁과 함께 쇼를 하러 온 건데, 전 사장인 동혁을 제외하면 회사 경영진은 한 명도 없었다.직원들은 모두 투자에 정통한 엘리트들이라서, 일반 직원들과 달리 마음속에 오만한 생각을 품고 있었다.‘사무실에 앉아서 커피나 마시고 있으면 얼마나 좋아?’‘지금은 되려 궂은 일을 하거나 가장 더럽고 나쁜 곳에 가야 하니.’당연히 원성이 가득했다.동혁은 이 직원들을 힐끗 보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비록 이런 불평이 해고할 정도는 아니라 해도, 이 사람들의 이미지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어. 앞으로 사람을 쓸 때, 틀림없이 반영될 거야.’판자촌에 와 보니 역시 이곳이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원래 저지대라서 물이 허리까지 차서 계속 차
말이 마친 동혁은 곧바로 설전룡에게 전화를 걸어서 H시 군부에서 병력을 보내 지원하도록 했다.동혁은 밤새 시장실에서 구조 계획을 총괄적으로 지휘했다.시의 직원들도 모두 동원되어 홍수 방지와 긴급 구조에 투입되었다.“시장님, 밤을 새우셨는데 먼저 들어가셔서 좀 쉬시지요.”임창호가 핏발선 눈으로 동혁을 보면서 말했다. 임창호도 사실 밤을 꼬박 새웠다.“그래요, 임 부시장님과 원 부시장님 두 분도 교대로 좀 쉬세요.”동혁은 일어서면서 임창호의 어깨를 두드렸다.‘어젯밤에 이 두 사람 모두 훌륭하게 대처했어. 비록 노회한 행정가들이라 해도, 정말 일을 해야 할 때는 여전히 능력을 발휘할 수 있어.’ ‘문제는 사람을 어떻게 쓰는가에 달려 있어.’시청을 떠난 동혁은 집에 가서 아침을 먹고 잠도 좀 잘 생각이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 전화를 한 통 받았다.[이 회장님, 이틀 동안 만나지 못했는데, 회사로 한 번 회사로 오셔야 하지 않겠습니까?]원화투자회사 부사장 장가연의 다소 쌀쌀맞은 목소리가 들려왔다.동혁은 장가연의 불만을 이해할 수 있었다.회장직에서 물러난 이후, 동혁은 더 이상 원화투자회사에 가 본 적이 없었다.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이 결정에 불복한다고 여길 것이다.“내가 곧 갈게요.”동혁은 다시 원화투자회사를 향해 출발했다.도로는 온통 진흙투성이였다.일부 물이 고여 있는 곳은 시민들이 줄을 묶고 지나갈 수밖에 없을 정도로 심각했다.“한번 보세요!”장가연을 보자마자 동혁에게 한 무더기의 신문을 주었다.“이게 뭔가요?”동혁은 호기심에 신문을 뒤져 보았다.[H시, 100년 만에 큰 폭우! 스나이더국제병원 등 5개 병원은 가장 먼저 의료진을 조직해서 긴급구조에 나섰다. 그 뒤의 이야기에 감동한 사람들은 눈물을...][스나이더국제병원 홍보대사인 인를루언서 천용훈, 구조 활동의 전면에 나서면서 훈훈한 감동!][하늘은 무정해도 인정은 살아 있어! 오늘 사람들은 리성투자회사 자원봉사자 팀에 감사를 표해...]...10여 개의 신문 기
“안전을 위해서 부사장님께서 바로 S시로 돌아가실 것을 건의합니다...”비서가 몸을 숙이면서 말했다.“S시로 돌아가? 왜 돌아가야 해? '오한민이 무슨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멀지 않은 곳의 한 빌딩 옥상의 광고판이 강풍에 거리로 떨어지자,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오한민이 갑자기 크게 웃었다.“나 오한민을 위해서 100년 만의 엄청난 폭우가 닥쳤어! 이 얼마나 좋은 기회야!!”“이번에, 바로 그 어린 시장이 직접 와도, 이 오한민의 손에서 다섯 개의 병원을 내놓게 하지는 못해!”오한민의 얼굴에는 환한 웃음이 가득했다.이 순간, 오한민은 새 시장조차도 하찮게 여기고 있었다!...반대편.동혁은 빅토리아병원을 떠나서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다.하지만 길에서 갑자기 폭우가 들이닥치자, 귀가할 생각을 포기해야 했다. 동혁은 바로 차를 몰고 시청으로 달려갔다.“임 부시장님, 원 부시장님, 이번 폭우는 좀 갑작스럽네요. 우리 시의 배수 시스템이 감당할 수 있을까요?”임창호와 원성배를 불러서 동혁이 직접 물었다.이번 폭우는 갑작스러울 뿐만 아니라 규모도 너무나 거대했다. 이전에 H시에서 본 적이 없었는데, 동혁은 가장 먼저 이상한 점을 느꼈다.“시장님, 기상예보에서 이번 H시에 닥친 100년 만의 초대형 폭우가 닥쳤다고 합니다. 아마도 배수 시스템이 버티지 못할 겁니다.”임창호와 원성배의 표정은 잔뜩 굳어 있었다.동혁의 눈빛이 싸늘해졌다.“견딜 수 없다니요? H시 수백만 시민들의 생명과 재산의 안전에 관한 일인데, 그저 견딜 수 없다는 말 한마디면 끝입니까?”동혁의 앞에 있던 두 부시장은 곧 허리를 굽히고 대답했다.임창호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시장님, H시는 기초 건설공사가 원래 잘 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배수 시스템은 더욱 오랫동안 손을 보지 았아서, 많은 하수도를 새로 만들어야 했습니다.”“예년에도 매번 큰비가 내릴 때마다 H시는 이틀 정도 침수되었습니다. 이번에는 100년 만의 초대형 폭우가 닥쳤으니 말할 것도 없습니다.
3대 가문을 타파한 후, H시의 경영 환경은 가까스로 다소 호전되었다.동혁은 이런 방식으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다시 사람들의 선동에 이용되면서, H시 민영기업들 사이에서 공포심이 조성되는 걸 원하지 않았다.[이동혁, 너 욕심이 너무 많은 거 아니야!]오한민은 화가 나자 헛웃음이 나왔다.그는 당연히 동혁의 좋은 생각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다만 자신의 알량한 생각으로 판단하면서, 동혁이 성공을 시기한다고 생각했다. 리성투자회사의 수중에서 이 사립병원들을 빼앗아서, 동혁이 꿀꺽 삼키려는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오한민은 동혁의 뒤에 있는 7개 부서의 수장들을 힐끗 보고는 냉소했다.[말해봐, 이건 너 자신의 뜻이야, 아니면 네 뒤에 있는 사람의 뜻이야?]오한민은 비록 여러 차례 자신이 동혁을 과소평가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여전히 동혁이 7개 부서를 부르고 빅토리아병원 문을 닫게 만든 건, 결코 동혁 자신의 능력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막후에 숨은 거물이 나와 이동혁의 갈등을 이용하기 위해서, 이동혁을 무기로 삼았을 거야.’동혁은 설명하기도 귀찮아서 무심코 말했다.“네가 생각하고 싶은 대로 생각해. 어차피 내 말은 이미 너에게 전했어. 듣든 안 듣든 그건 네 일이야.”동혁이 말을 마치자, 표정이 잔뜩 어두워진 오한민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봉인을 붙여!”황성민 등에게 지시한 뒤 동혁은 곧장 빅토리아병원을 떠났다.곧 빅토리아의 병원의 현관에 봉인이 붙었다.일부 문제가 있는 직원들은 연행되어 조사를 받았다.문제는 모두 사람들이 일으킨 것이다.빅토리아병원은 문을 닫아야 하고, 당연히 이 사람들도 처리해야 했다.일반 직원들은 잠시 집으로 돌아갔다.그러나 동혁도 떠나기 전에 그들에게 빅토리아병원이 곧 이름을 바꾼 뒤 다시 문을 열 것이니, 직원들의 일자리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임을 보증했다.시장 자리를 대신 맡은 뒤에는 동혁이 고려해야 할 문제도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예전처럼 일만 하고 뒤치다꺼리만 하면 끝나는 게 아니
그러나 오한민은 결국 그 생각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지금의 자신에게는 동혁을 죽일 능력이 전혀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이다.원래는 사정우와 동혁 사이를 이간질해서, 이 두 사람이 죽기 살기로 싸우게 하려고 했다.가장 좋은 결과는 사정우가 동혁을 해치우게 만드는 것이다. 자신이 손을 쓸 필요 없이.오한민이 알게 된 소식에 따르면, 동혁은 촬영장에 달려가서 한바탕 소란을 피웠다. 세화를 마중한 뒤에는 확실히 블루라군 별장단지로 가서 사정우를 곤란하게 만들었다.오한민이 보기에, 이는 의심의 여지없이 죽음을 재촉하는 행동이다.그러나 놀랍게도 한 시간이 지난 뒤, 빅토리아병원에 멀쩡하게 나타난 동혁은 여전히 기세 등등하게 날뛰고 있었다.사정우는 H시의 한 이류 가문의 폐물에게 반죽음이 된 상태였다.사씨 가문에서는 당연히 이 창피한 소식이 퍼져 나가지 않게, 빨리 덮으려고 했다.그래서 오한민도 블루라군 별장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길이 없었다.‘이동혁이 어떻게 조금도 다치지 않고 그곳에서 나올 수 있었을까?’이런 의문들 때문에 오한민의 마음은 동혁에 대한 거리낌으로 가득 차게 되었다.오한민은 원래 신중하고 의심이 많은 성격이라서, 철저하게 계획한 뒤에 행동하는 걸 좋아했다. 여태까지 준비되지 않은 싸움은 하지 않았다.‘지금은 더더욱 경솔하게 이동혁에게 손을 대서는 안 돼.’[이동혁, 그럼 네가 며칠 더 날뛰는 모습을 지켜보겠어!]오한민의 이 말은 거의 어금니를 꽉 깨문 채 내뱉었다. 공기 중에는 얼음 부스러기들이 가득한 것처럼 싸늘한 냉기가 느껴졌다.그러나 동혁에게 이런 말은 전혀 쓸모가 없었다.동혁이 바닥에 널부러진 오태강을 발로 차서 나연지 앞으로 보내면서 말했다.“그놈을 데리고 꺼져. 빅토리아병원은 이제 문을 닫으니까 여기선 치료할 수 없어! 다른 병원으로 가서 치료해!”동혁 때문에 놀라서 간담이 서늘해진 사람들은, 멍하니 그 자리에 선 채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핸드폰 화면을 통해 그 모습을 보고 분통이 터진 오
얼른 핸드폰을 받은 황성민은 동혁과 오태강에게 카메라를 맞췄다.“이동혁, 너 뭐 하려는 거야!”오태강이 겁에 질린 표정으로 물었다.뭔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깨닫자, 도망치려고 힘껏 일어났다.펑! 한 발로 오태경을 발로 차서 바닥에 쓰러뜨린 뒤, 오태경의 앞에 간 동혁이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말했다.“오한민 잘 봐. 이게 바로 네가 나를 도발한 대가야.”[이동혁, 네가 감히!]오한민의 놀란 목소리가 핸드폰에서 들려왔다.자기의 아들 오반석은 능력이 너무나 부족했다.그래서 오태강은 자신의 친조카일 뿐만 아니라, 자신이 역점을 두고 계속 양성한 자신의 후계자였다. 그래서 사립병원들을 모두 조카인 오태강에게 맡긴 것이다.‘이동혁은 지난번에 반석이의 두 다리를 부러뜨렸는데, 지금은 또 태강이에게 손을 대려고 해.’‘이건 절대 용납할 수 없어.’[이동혁, 네가 감히 태강이에게 손을 댄다면, 맹세하건대 나 오한민은 반드시 너와 끝장을 보겠어!]오한민이 분노하며 포효했다.이를 갈고 있는 모습은, 평소 TV 매체에서 항상 모든 걸 파악하고 자신감이 넘치던 투자계의 거물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더군다나 화면상의 위협은 동혁의 굳은 결심을 전혀 흔들 수가 없었다.“그럼 끝장을 보던가.”동혁의 냉혹하고 무자비한 목소리가 울리면서, 들어올린 다리로는 오태강의 한쪽 무릎을 힘껏 밟았다.“안 돼, 삼촌 살려주세요... 아악!”뼈가 부러지는 소름 끼치는 소리와 더불어.동혁에게 짓밟힌 오태강의 한쪽 다리는 무참하게 박살이 났다!처참한 비명소리가 병원 1층 전체에 울려 퍼지면서 오랫동안 메아리가 계속되었다.복도의 사람들 모두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나연지, 소태란 등 빅토리아병원 사람들 얼굴은 무서울 정도로 창백해졌다.아까 자신들의 따귀를 때렸던 동혁의 모습과 지금 동혁이 보여준 무자비하고 잔인한 모습을 비교하면서, 마음속으로부터 깊은 공포감을 느끼게 된 것이다.7개 부문의 수장들조차도 모두 멍하니 동혁을 바라볼 뿐이다.새로 부임한 이 시장 나
[사람은 살아가면서 서로 도움을 주고받기 마련이지. 친구 사이에도 오는 말이 고와야 가는 말이 고운 법이야.]오한민이 웃으면서 말했다.[이동혁, 네가 만약 나 오한민의 체면을 세워준다면, 나도 원한과 선입견에 전혀 개의치 않고 너를 친구로 사귀도록 하지.][반석이 부러진 다리는 치료하면 되고...]동혁조차도 오한민이 이런 말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좀 의아했다.‘그러나 내가 세 살짜리 아이도 아닌데, 당연히 오한민의 사탕발림에 넘어가지 않아. 이건 상대방의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것도 잘 알고 있지.’‘오한민처럼 순수하게 이익만 추구하는 괴물에게, 친구는 무슨 얼어 죽을 친구.’‘이익이 있다고 여기면, 언제든지 태도를 바꿔서 상대방을 칼을 찌를 수 있어.’“헐, 부모 자식 간의 도리가 정말 대단한 걸.”동혁이 웃으면서 말했다.“오 부사장이 이렇게 갈수록 냉혹하게 변하니, 당신과 나는 친구가 되지 못할 것 같아.”[그럼 상의할 필요가 없는 건가?]미소를 갈무리한 오한민이 담담하게 말했다.[그럼 병원 간판을 내려.]말을 마치자, 화면 속의 오한민이 손을 뻗어 전화를 끊으려고 했다.그는 아주 명석하게 분석했다.‘조카 태강이가 동혁의 손에 넘어간 이상, 상대방이 어떤 수단을 쓰더라도 여전히 동혁을 어떻게 할 수가 없어.’‘빅토리아병원이 문을 닫는 건 이미 확정된 거야. 더 이상 말해봤자 소용없어.’“잠깐.”동혁이 오히려 오한민을 부르면서 담담하게 말했다.“오 부사장이 방금 사정우를 언급한 이상, 알고 싶은 문제가 있어.”[무슨 문제야?]오한민이 조용히 물었다.동혁의 눈빛이 싸늘하게 변했다.“사정우가 우리 아내를 속여서 누드사진을 찍게 한 건, 네가 뒤에서 부추긴 거지?”잠시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있다가, 오한민이 결국 입을 열었다.[오후에 비행기에서 뿌린 사진을 봤는데, 진세화 씨 누드사진은 찍지 못했던 모양이더군. 오히려 사정우의 애정 행각을 담은 사진을 보게 되었지.][나는 이동혁 네가 정말 능력이 있다는 걸 인정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