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궐주님, 무슨 일이십니까?”“왜 이런 반응을 보이십니까?” 전광림은 단지 좀 불가사의하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진루안이 이렇게 복잡하고 놀란 기색을 드러내는 걸 본 적이 없었다.“맹 원장님, 잠깐만 기다리세요!”핸드폰을 내려놓은 진루안은, 옆에 있는 전광림을 바라보면서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망설였다.‘전 영감님이 임페리얼을 위해 반평생의 청춘을 바쳤는데, 만약 이 비보를 알게 된다면 전 영감님은 감당할 수 없을 거야.’‘그러나 일이 이미 발생했어. 알리지 않는다면 더욱 잔인한 행동이야. 전 영감님이 이 소식을 알고 싶어하는 건 말할 필요도 없어.’‘좀 심각해도 내가 말해줘야 해.’“전 영감님, 내가 하는 얘기를 듣고 버텨 내시기 바랍니다!”진루안은 지극히 복잡한 눈빛으로 전광림을 바라보며 말했다. 얼굴에는 깊이 공감하면서 괴로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전광림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면서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발 밑에서부터 한 줄기 찬바람이 엄습하여 바로 심장과 머리를 관통했다.그러나 전광림은 여전히 온 힘을 다해 버티면서 진루안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궐주, 바로 말씀하세요. 저는 견딜 수 있습니다!”이 순간 전광림은 마음속으로 이미 무슨 일인지 추측할 수 있었다. 진루안이 비보라고 말하면서 또 버티라고 했는데, 큰아들 전해강의 일 외에 버텨야 할 다른 일은 없었다. “전해강이 15분 전, 감사원의 취조실에서 자살했습니다!”진루안은 지극히 복잡한 표정으로 이 비보를 말했다. 아버지인 전광림에게 있어서 이는 자식을 먼저 보내는, 하늘이 무너지는 비보였다. 쿵!전광림은 이미 마음의 준비를 했지만, 마음속으로는 아들에게 사고가 생겼다고 추측했을 뿐 죽음을 예상하지 못했다. 진루안이 말을 하자 눈에서 불꽃이 튀고 현기증이 나면서 바로 의자에 주저앉았고, 이마가 책상 모퉁이에 부딪쳤다.그러나 이런 육체적인 통증은 이미 전광림에게 아무런 느낌도 주지 못했다. 마음속의 통증이야말로 칼로 베는 것처럼 고통스러웠다.‘내 아들이 죽었어?
‘그렇다면 이 자살로 사망한 사건에는 아주 깊은 내막이 있을 가능성이 아주 높아. 맹사하조차도 자살로 사망했다는 결과만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깊은 거야.’“맹 원장님, 이 일에 속사정이 있는 것 아닙니까?”진루안은 핸드폰을 다시 귓가에 대고 단도직입적으로 맹사하에게 물었다.사무실에 앉아 있던 맹사하는 지금 진루안이 묻는 말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어리석은 사람이 아니라면, 모두 이 일이 필연적으로 이상하고 괴이하다는 것을 알 거야.’ 그러나 그는 감사원의 원장으로서 모든 것은 증거를 중시해야 했다. 전해강을 심문하는 것을 책임진 사람이 바로 맹사하 자신이라는 건 더더욱 말할 필요도 없다.만약 이 안에 정말 내막과 심층적인 음모가 있다면, 맹사하도 음해하려고 했을 것이다. 이렇게 고명한 생각을 가진 사람은 용국 전체에서 열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다.그러나 10명은 적어 보이지만, 10명 중에서 이 배후에서 음모를 꾸미는 사람을 찾아내는 것은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처럼 어렵고, 거의 불가능했다.그래서 이것은 지금 맹사하가 진루안에게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모르는 이유이기도 했다. ‘그러나 어떻게 대답하든 진루안과 전광림에게 설명해야 한다.’그도 전해강의 신분을 잘 알고 있었다. 전 건성 정사당의 서열 2위의 대신일 뿐만 아니라 임페리얼 4대 호법의 수장인 전광림의 장남이다.이런 복잡한 관계가 있기에, 맹사하는 이 일을 처리할 때 아무런 실수도 생기지 않도록 조심해야 했는데, 뜻밖에도 사고가 난 것이다.만약 다른 대신이었다면, 거의 30분 만에 그들의 모든 죄명을 밝혀냈을 것이다. 손하림을 따라 진루안을 모함했던 각 성, 시의 대신들은 지금 이미 법원의 재판에 직면해 있다. 일단 판결을 선고하면 정식으로 복역하게 될 것이다.[진루안, 이 일을 네게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내 생각에 따르면 필연적으로 간단하지 않아. 누군가가 음모를 꾸몄거나, 사람을 죽여서 입을 다물게 했다는 걸 배제할 수 없어.][하지만 우리는 모든 CCTV
그러나 이 일은 궐주인 진루안의 책임이라고 탓할 수도 없었다. 잘못이라고 해도 전해강 자신의 잘못이고, 아버지인 자신의 잘못이었다.그는 진루안을 탓하지 않았고, 탓할 수도 없었다. 그저 전해강의 운명이 이렇다고 탓할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그는 아들이 결과나 진술도 하나도 없이 이렇게 죽는 것은 달갑지 않았다.‘반드시 살인범을 찾아내고, 장본인을 찾아내야 해. 배후에서 음모를 꾸민 사람을 찾아내서, 죽은 아들에게 설명해야 해.’“안심하세요, 제가 반드시 이 일을 똑똑히 조사하겠습니다!”진루안은 전광림이 자신에게 한 가지 일을 요구하겠다는 말을 듣자, 설명할 필요도 없이 바로 전광림의 뜻을 명확하게 알게 되었다.‘살인범을 찾아내서 죽은 전해강에게 설명해 주어야 해.’마찬가지로 이 일은 진루안 자신에게도 설명해야 했다.전해강이 지금 이렇게 중요한 상황에서 죽었으니, 필연적으로 모든 중상모략이 진루안을 향할 것이다.최종 목적은 역시 진루안이다.‘나를 음해하고 전해강을 죽였는데 감쪽같이 해치웠어.’‘도대체 누가 그렇게 할 수 있을까?’‘손하림?’‘불가능해. 손하림은 이런 능력이 없어. 게다가 지금은 명예퇴직한 뒤라서 마음이 절대적으로 침울하게 가라앉았는데, 이런 일을 꾸밀 시간이 없어.’손태경이나 손한동, 손대평 같은 사람들을 포함한 손씨 가문의 사람들에 대해서는, 전혀 주의를 기울이지도 않았다.‘손씨 가문에서 손하림 외에는, 이 국면을 버틸 수 있는 큰 인물이 될 수 있는 후손이 한 명도 없어.’‘그렇다면 이 일은 손씨 집안에서 한 건 아닌데, 누가 또 그럴 수 있을까?’진루안은 정말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내 원수가 적지 않았지만, 이번에 우스꽝스러운 여론 조작이 끝나고 그 대신들은 모두 처벌을 받았어. 원수는 거의 태반이 줄었어.’‘그렇다면 남은 원수 중에 누가 이런 심술궂은 음모를 꾸몄을까? 누가 또 이런 능력과 실력을 가지고 맹사하의 눈앞에서 음모를 꾸몄을까?’‘설마 국왕이?’진루안은 극히 터무니없는 가능성을 생각했다가 바
‘맹사하가 뭔가 발견했기에 이런 긴박한 말투인 거야. 보아하니 정말 그가 추측한 것처럼, 전해강의 죽음은 절대 자살이 아니라 타살일 가능성이 아주 높아.’이 배후의 검은 손이 도대체 누구인지에 대해서 진루안은 아직 잘 모르지만, 강적일 것이다. 그리고 이 강적은 직접 자신을 향해 오고 있다는 예감이 들었다.“예, 듣고 있어요. 사하 아저씨 말씀하세요!” 진루안의 말투는 지금도 아주 심각했다. 일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자 이에 대해서 더욱 신중해졌다.잠시 망설이던 맹사하는 그래도 사실을 진루안에게 알렸다.[이상은 없어. 혈액에는 독소가 없었어. 법의학 감정 결과에 따르면 자살에 속해.]맹사하는 아주 나지막한 말투였다. 이것도 그가 대단히 고민하는 부분이었다. 자신과 진루안은 모두 이 일이 제삼자가 꾸민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최종 결과는 자살로 사망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그러나 그럴수록 이상한 점을 설명하는 것은 예사롭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 진루안은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 어떤 일도 진루안이 이런 비정상적인 표정을 짓게 만들 수 없었지만, 이번 감정 결과는 크게 실망하게 만들었다.“불가능해요, 절대 자살일 수가 없어요!”진루안은 이 결과는 반드시 다른 사람의 소행이라는 자신의 결론을 아주 확실하게 견지했다. 진루안의 생각은 맹사하도 인정하지만 모든 것은 사실을 가지고 말해야 했다. 부검의의 부검 보고서 앞에서 전해강이 타살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각종 증거, 각종 세부 사항이 모두 자살이라는 항목을 가리키고 있었다. 계속 추적해 나간다면 이런 자살 징후가 점점 더 뚜렷하게 될 것이다.[상대가 강하고 수법도 아주 뛰어난 것 같아. 이 일은 말할 수 없이 이상해.]맹사하는 말투가 나지막한 목소리를 냈다. 이렇게 여러 해 동안 심문한 경험과 수사 능력에 비추어 볼 때, 이번 전해강의 자살은 아주 뛰어난 타살 수단을 사용했기에 곳곳에서 자살이라는 결과를 가리키는 것이다.진루안은 침묵하면서 말을 하지 않았다.
[죽었어!] 맹사하는 극히 낮은 말투로 핸드폰에 대고 말하면서 결과를 진루안에게 알려주었다.지금 사무실 안에는 흰 가운을 입고 흰 장갑을 낀 남자 법의관이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동맥을 베어서 바닥에는 선혈이 가득했다. 이미 죽은 사람을 다시 살릴 수는 없었다.맹사하의 말을 들은 진루안은 신비한 막후의 인물에 대한 경각심을 마음속에서 최고급으로 끌어올렸다.‘또 내 앞에서 마지막 구멍을 없애려고 했어.’‘지금 부검의가 죽었으니 상대방의 허점을 찾는 것은 더욱 어렵게 됐어.’“이 상대, 재미있네!” 진루안은 환하게 웃었지만 마음속에는 이미 분노가 일어났다.결국 누군가가 시기를 마침 잘 잡았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자신이 이 일의 핵심을 생각해냈을 때, 상대는 바로 단서를 끊었다. 모든 일을 자신의 앞에서 계획했기에, 이 사람의 까다롭고 대단한 점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루안아, 어떻게 하지?] 맹사하의 안색은 극히 좋지 않았다. 그는 지금 진루안과 마찬가지로 가장 분노한 사람이었다.만약 전해강의 죽음이 진루안에게 영향을 미친다면, 그것은 맹사하에 대한 거대한 모욕이다.용국 정사당의 당당한 재상 중 한 명인 감사원장이자 왕의 작위를 가진 1급대신이 이 신비한 배후 세력의 장단에 놀아난 것이다.맹사하는 자신이 이미 50을 훌쩍 넘긴 나이라는 건 말할 것도 없었다. 이 나이에 수없이 많은 음모와 계략을 겪었지만, 그래도 이 신비한 사람에게 졌다.그의 마음속에는 충격과 더불어 강렬한 불쾌감과 분노도 치밀었다.아무도 감히 이렇게 맹사하 자신을 놀린 적이 없었다. 이번이 처음이었다.지금 맹사하와 진루안은 공동의 목표와 원수가 있기에, 적개심과 같은 반응도 지극히 정상적이다.“사하 아저씨, 전해강의 시체를 잘 보호하세요. 내 추측이 맞다면, 상대는 다음 단계에 전해강의 시체에 손을 댈 거예요.”“만약 그들이 시체를 파괴해서 흔적을 없애러 온다면, 우리는 정말 조금의 단서도 얻을 수 없을 겁니다.”진루안은 지금 말투는 전례 없이 무겁고 엄숙
결국 궐주인 그가 조금도 눈치채지 못한 상황에서 상대에게 내부 장벽이 뚫린 것이다.[루안아, 가능한 한 빨리 해야 해!]맹사하는 아주 엄숙한 표정으로 진루안에게 경고한 뒤에 비로소 전화를 끊었다.자신이 직접 전해강의 시체를 지키러 가려고 하는데, 조금의 사고도 있어서는 안 된다.진루안은 핸드폰을 쥔 채 몸을 돌려 전광림을 바라보았다. 지금 전광림의 마음은 이미 안정되었다. 설사 마음은 비통하다 하더라도 여전히 이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것은 바로 큰 풍파를 겪은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자질이다.“궐주, 반드시 전해강의 시체를 잘 보호해야 합니다!”전광림의 눈에는 간청하는 기색이 배어 있었다. 진루안과 맹사하의 대화는 그도 똑똑히 들었다. 자신의 아들이 죽은 후에도 편히 쉬지 못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또 아들의 시체를 훼손하려고 한다.그렇게 되면, 그 슬픔을 감당하지 못할 것이다.“안심하세요, 전 영감님, 절대 그런 일은 없을 겁니다!”“이번에는 나도 한번 보고 싶군요. 이 까다로운 배후의 사람이 도대체 누군지...”뚜루루!진루안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갑자기 핸드폰 벨이 울렸다.이 벨 소리는 마치 전투를 알리는 북소리처럼 진루안의 마음속에 세차게 부딪치면서 압박감을 주었다.“외국에서 온 번호?” 진루안의 휴대폰 화면을 본 전광림은 자기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리면서, 더욱 의심을 품었다.진루안은 오히려 마음이 조급해졌다. ‘이변이 없는 한, 이 전화는...’‘재미있네!’“네가 꾸민 짓이야?”진루안은 수신 버튼을 누른 후 상대방이 먼저 입을 열 기회를 주지 않고 바로 물었다.그러나 진루안이 이렇게 물었지만 상대방은 통쾌하게 크게 웃었다.[하하하, 진루안, 내 이 수법을 너는 어떻게 생각해?]목소리는 마치 어린아이의 목소리처럼 변조되어 있어서 상대방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잘 구분할 수가 없었다.“역시 너였어!”진루안이 눈을 가늘게 떴다. ‘상대방은 직접 대범하게 인정했아. 이 일은 그가 한 것이야.’‘지금 또 이렇게 전
핸드폰을 쥔 진루안의 표정은 무쇠처럼 어두웠고, 마음속에서는 이미 분노가 치솟았다. 전산종에서 돌아온 후 진루안은 여태까지 이렇게 분노했던 적이 없었다.“반드시 상대를 찾아내서 죽여버리겠어!”전광림은 온통 냉엄한 기색이었다. 상대가 자신의 아들 시체를 훼손한다는 생각이 그를 더욱 분노하게 했다.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은 더더욱 용납할 수 없었다.지금 전광림의 마음속 비통함은 이미 가려졌고 분노만 남았다.진루안은 전광림의 표정을 바라보았다. ‘임페리얼을 위해 수십 년 동안 헌신해온 이 노인이 마침내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냈다. 용은 역린을 가지고 있지. 건드리면 반드시 폭발할 거야.’‘예전에 백무소 스승님의 유능한 조수였던 전광림의 능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어. 담력과 정신은 더욱 얕볼 수 없지. 이번에 상대가 한 번에 두 사람을 화나게 한 것은 아주 현명하지 못하다고 말할 수 있어.’‘상대가 도발하려고 생각했다면 얼마든지 도발할 수 있어. 그러나 죽은 전해강의 시체를 이용한 건 전광림의 절대적인 마지노선을 건드린 거야.’“이런 실력이 있는 사람은 별로 없지.”핸드폰을 내려놓은 진루안은 다실의 테이블 옆에 앉았다. 지금은 이미 많이 냉정해졌다.진루안은 도대체 어떤 사람이 감히 이런 담력과 실력을 가지고 이런 일을 할 수 있는지 분석했다.“궐주님, 상대방의 실력이 아주 강합니다. 이런 실력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은 아마도 용국의...”눈썹을 찌푸린 전광림은 용국에 이런 능력을 가진 사람이 몇 명 없다고 말하려다가, 갑자기 이름 하나를 떠올리고 멍해졌다.“궐주, 용국에서 이런 실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국왕을 제외하고 다른 한 명을 소홀히 했을 수도 있습니다!”지금의 전광림의 표정은 비정상적으로 굳어졌다. 심지어 점점 좋지 않아졌고 마음속의 긴장감도 일어났다.그 사람은 그가 이렇게 신중하게 대할 만한 가치가 있다. 그 사람의 실력과 지위는 아마도 아직은 국왕 조의에 비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차이도 크지 않다.“당신이 말하는 사람은..
‘반대로 이렇게 적합한 임페리얼의 호법의 수장은 더욱 쉽지 않이. 양성하는 방식으로는 우수한 호법의 수장을 양성할 수 없어.’“궐주, 내가 정말 할 수 있을까요?” 전광림은 진루안의 말을 듣고 깜짝 놀라면서 믿기가 어려웠다. 그는 자신이 이미 진루안의 계획에서 잘렸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지금 진루안의 이 말은 그에게 거대한 신경안정제를 줘서 걱정할 필요가 없게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만약 당신 자신의 말을 믿는다면, 당신은 호법 수장의 지위에 가장 적합합니다. 당신 자신이 당신 자신을 믿는 한 말이지요.”전광림을 보고 말을 하는 진루안의 말투는 매우 진지했다. 조금의 농담도 하지 않았고, 확실히 이렇게 전광림을 대했다.만약 전광림 자신이 웅대한 뜻을 잃었다면, 진루안도 전광림에게 이런 일을 하라고 강요하지 않았을 것이다.전광림은 여태까지 이런 것들을 잃은 적이 없으며 웅대한 뜻과 담력을 잃은 적은 더더욱 없었다. 자신이 평생 임페리얼을 위해 모든 것을 바쳤는데, 또 어떻게 스스로 물러날 수 있겠는가?‘아들 해강의 일이 아니었다면 진루안도 그런 결정을 내릴 수 없었을 거야.’‘이 모든 것은 운명으로 정해진 조치라고 말할 수 있을 뿐, 누구도 바꿀 수 없어.’‘모든 것이 정상 궤도로 돌아갈 거야. 다만 아들 해강은 영원히 내 곁을 떠났어.’“궐주께서 만약 제가 약간의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신다면, 저는 죽더라도 궐주가 제게 맡긴 임무를 완수하겠습니다.”전광림은 지금 대단히 단호한 말투로 그 어떤 기회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표시했다. 임페리얼에 대한 충성과 감정은 이미 그의 혈액속에 융합되어 있어서 갈라놓을 수 없었다.“그럼 내가 말한 대로 하고, 반드시 전해강의 시체를 지키세요.”“이것은 당신 아들의 마지막 존엄뿐만 아니라 우리 임페리얼의 존엄에도 관계됩니다.”“나는 임페리얼이 국왕에게 업신여김을 당하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더욱이 임페리얼이 국왕의 손에 패배하는 것은 더더욱 원하지 않습니다.”“예, 궐주님!” 전광림의 표정은
말없이 침묵이 한참동안 이어졌다.진루안은 맞은편 큰아버지의 숨소리를 들었지만, 먼저 말을 하지 않은 채 아주 자연스럽게 그대로 있었다.그리고 큰아버지 지수천도 침묵하고 있었다. 맞은편에 있는 사람이 제자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라고 추측하고, 그 사람이 누구인지도 추측한 듯했다.다만 침묵한 뒤에 누군가는 침묵을 깨야 했다.지수천은 진씨 가문 후손의 목소리를 처음 들었다. 진씨 가문의 후손과 연락이 닿은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다.“큰아버지, 저는 진루안이라고 합니다. 진봉교 할아버지의 장손입니다!”나지막한 목소리로 간단하게 자신을 소개한 진루안은 또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진루안은 원래 자기가 말을 하면 큰아버지가 전화를 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고 지수천도 침묵한 채 말이 없었다.진루안은 큰아버지가 어떤 이유를 대고 전화를 끊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지금 지수천은 마음속으로 다르게 생각하고 있었다.‘이 아이는 왜 말을 하지 않지? 나보고 어떻게 하라는 거야? 내가 어떻게 침묵을 깨야 하나?’[험험, 신호가 약한가?] 지수천이 의아한듯이 물었다.그 말을 들은 진루안은 순간 마음속으로 한숨을 돌렸다. 큰아버지가 자신의 전화를 끊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자 계속 말할 수밖에 없었다.“큰아버지, 잘 지내세요?”진규직은 묵묵히 한쪽으로 물러섰다. 그는 스승과 진루안 사이의 친척 관계가 다소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원인을 모르기에 더 물어보려고 하지도 않았다.진루안의 물음에 지수천은 미소를 지었다.그는 이 후손이 아주 진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쓸데없거나 의례적인 말도 하지 않았고 긴장한 목소리로 자신이 잘 지내는지 물어본 것이다.진봉교는 몇 번 본 적이 있었다. ‘그 둘째 삼촌은 좋은 분이셨어. 다만 좀 보수적이라서 낡은 규칙을 고수했지.’‘진씨 가문은 그의 손에서 아마 평생 빛을 보지 못할 거야.’‘이 녀석이 둘째 삼촌의 장손이라면 진태사의 자식이겠지?’‘아쉽게도 제수씨가 복수 때문에 죽었지.’[속세에 있
‘그 분의 신분과 실력으로 용국에 발을 들여놓았다면, 용국에서 가장 지위가 높은 거물이 되었을 거야.’‘R국에 갔다면 R국의 총리의 고위 참모로 존경을 받았겠지. 결국 큰아버지의 어머니는 R국 고위 귀족의 딸이었으니 말이야.’‘오늘날의 이 귀족 가문, 바로 나카무라 가문은 이미 R국 10대 귀족의 으뜸이 되었지.’‘예전에 언급했던 하타다 가문도 10대 가문의 말미에 머물렀을 뿐이야.’‘큰아버지는 본심을 굳건히 지키시고, 당초의 맹세를 굳건히 지키면서 오늘에 이르셨어.’‘이런 분이기에 사람을 탄복하게 하고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 해.’“그래서 당신이 그렇게 월급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큰아버지 때문이군요?”진루안은 그제서야 진규직이 월급을 언급할 때 눈에 비쳤던 열띤 기대감을 떠올렸다.‘만약 가난한 나날을 보내지 않았다면, 마치 생명의 근원처럼 그렇게 돈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았을 거야.’“그래요, 월급이 들어오면 사부님께 반을 전해 드리려고 합니다.” 진규직은 전혀 이상하게 여기지 않고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진루안의 마음은 오히려 몹시 괴로웠다. ‘솔직히 말해서 내 옷 한 벌을 사는 돈도 진규직의 한 달 월급보다 비싸니, 큰아버지의 생활비는 말할 것도 없어...’“제가 큰아버지와 몇 마디 얘기를 나눌 수 있을까요?” 진루안은 마음속으로 갈망하면서 진규직에게 물었다.이 일은 진규직이 동의해야 한다. 결국 그전에는 진루안은 지수천과 만나지 못할 것이다.그리고 진씨 가문에 대한 지수천의 태도는 보통이라서, 만약 거절당한다면 자신의 마음은 더욱 괴로울 것이다.진규직은 스승과 진씨 가문 사이의 문제를 몰랐기 때문에, 진루안의 이 말을 듣고 잠시 망설이다가 승낙했다.“그렇게 하세요!”진규직은 핸드폰을 꺼내 진루안에게 건네주었다.그의 핸드폰은 이미 한참 시대에 뒤떨어진 제품으로, 기능이나 프로그램도 이미 한참 예전의 것이었다.그래서 이 핸드폰을 보자 스승과 제자가 평소 얼마나 청빈하게 생활했는지 가히 상상할 수 있었다.말
“당신 사부님 이름이 뭐라고요? 지수천이라고요?”진루안의 마음속은 놀라움으로 가득했다. 만약 자신의 기억이 틀리지 않는다면, 당초에 스승 백무소와 할아버지 진봉교가 말하길, 자신의 큰할아버지 진봉산과 R국의 여자 사이에 태어난 아이의 이름을 진태동이라고 했고 후에 나카무라 이치로라고 불렀다고 했다.결국 역사적 원인 때문에 발생한 참극 때문에, 그때부터 그는 이름을 쓰지 않고 지수천이라고만 했고 M국으로 간 뒤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이다.지수천, 바로 진루안의 백부가 지금 쓰는 이름인 것이다.진루안은 의문이 가득한 눈빛으로 진규직을 바라보았다. ‘이 20대의 젊은 의사가 뜻밖에도 큰아버지의 제자였어?’‘땅이 하늘을 지킨다는 뜻의 이 이름은 아주 패기 있고 또 천도를 무시한다는 뜻도 있어.’‘그렇지 않고 하늘이 땅을 지킨다면 천수지라고 했을 거야. 지수천이라고 했을 리가 없어.’“왜 그러세요?” 진규직의 표정에는 의아한 기색이 가득했다. ‘스승의 이름을 말했더니 왜 진루안이 이렇게 흥분하는 거야?’‘이렇게 반응이 큰 걸 보면, 설마 스승님과 아는 사이인가?’‘아니면 스승님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는 건가? 아니야, 스승님은 반평생 아무 명성도 없이 바로 산속에 집을 짓고 오랫동안 조용하게 수행하셨어.’‘명성이 있다 해도, 종종 일반인들을 진찰하기도 해서 단지 사방 수십 리 사이에만 명성이 있을 뿐이야.’‘하지만 만km가 넘는 바다를 가로질러서 명성이 용국에 전해진다는 건 전혀 불가능해.’“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당신의 스승님은 제 큰아버지일 겁니다!”복잡한 눈빛으로 한참동안 진규직을 보던 진루안은 그래도 사실대로 말해주었다.진루안의 말을 들은 진규직도 의아한 표정이었지만 그렇게 큰 충격은 받지 않았다.“어쩐지 그래서 스승님께서 해독해 주라고 하셨군요.”스승은 여태껏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진규직은 앞서 스승의 결정을 납득하기 어려웠다. 지금 진루안의 말을 듣고 나서야 비로소 스승과 진루안이 친척 관계
진루안은 표정에는 의아하고 이해할 수 없다는 기색이 가득했다. ‘나는 진규직의 스승을 전혀 알지 못하는데, 왜 진규직의 스승이 나를 해독하라고 지시했는지 정말 이상한 일이야.’‘설마 단지 의사로서의 자애로운 마음일 뿐인 건가?’‘이 시대에 순수한 의사의 자애로운 마음이 어디 있겠어. 단지 돈에 타락한 이익을 추구하는 마음만 있을 뿐이지.’“제 스승님의 마음을 의심할 필요는 없습니다. 스승님이 제게 해독을 하라고 말씀하신 이상 다른 마음은 없습니다!”진루안의 안색이 심상치 않은 것을 본 진규직은, 진루안이 뭘 생각하는지 짐작하고 바로 대답했다.진루안은 비록 마음속으로는 여전히 의심이 들었지만, 진규직의 말을 믿기로 했다. 진규직의 스승이 무슨 의도를 가지고 있든 자신의 독은 반드시 해독해야 하기 때문이다.“당신은 어떻게 해독할 계획입니까?” 진루안은 웃으면서 해독에 대한 의학적 소견을 물었다.진루안 자신도 백무소로부터 간단한 의술을 배우긴 했지만, 따로 연구할 마음이 없었기 때문에 그 수준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그러나 진루안은 그 안의 현묘한 이치는 알아들을 수 있다. 만약 진규직이 정말 능력이 있다면, 당연히 그 처방도 아주 뛰어날 것이다.진루안이 묻자 진규직은 진루안이 자신을 평가하려는 생각임을 알아차렸다.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묻지 않았을 것이다.‘지금도 여전히 내 말을 믿지 않는구나.’ 이렇게 생각한 진규직은 마음속으로 좀 불만스러웠다.결국 혈기 왕성한 청년이기에 진루안에게 업신여김을 당하고 싶지 않아서 바로 말했다.“당연히 한약으로 해독할 겁니다. 그러나 한 달은 걸립니다.”“그래서 그동안 내가 당신을 따라가야 합니다.”진규직의 말은 간단하면서도 직설적이었고 자신의 목적을 숨기지도 않았다.앞서 주한영은 진루안에게 진규직이 진루안의 곁에 있어야 한다고 말할 것이고, 이 역시 진규직의 스승이 지시한 거라고 보고했다. 그리고 진규직이 어떤 수작을 부리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방비해야 한다고 말했다.지금 진규직은 당당하게 이를 제
주한영은 일어난 뒤 바로 떠났다.차분한 표정으로 멀어져 가는 주한영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진루안은 고개를 저었다.“밖에서 그렇게 오래 기다렸는데, 들어와서 차나 한 잔 하세요!”진루안은 계속 병실 문을 주시하면서, 이번에는 주한영이 아니라 문밖에서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던 진규직에게 말했다.그는 진규직의 체내에서 발산하는 아주 희미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기운은 실력이 아주 높은 고대무술 수련자만이 가질 수 있었다.앞서 진루안이 막 깨어났을 때는, 불패의 일 때문에 자세히 관찰할 수가 없었다.이제서야 진규직이 정말 간단하지 않고 정말 신비에 싸인 인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그렇다면 그의 스승은 더욱 신비로운 인물이겠지.’‘이런 제자를 배출할 수 있다면, 그의 스승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고 짐작할 수 있어.’“몸은 좀 나아졌습니까?”웃으면서 손에 과일바구니를 들고 병실에 들어선 진규직은, 과일을 테이블 위에 올려 놓은 뒤 바로 진루안에게 물었다.그의 관심은 거짓이 아니었고 위선적인 인사치레도 아니다.진규직의 미소를 보면서, 진루안은 마음속으로 의아하게 생각했지만 표정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 예전과 다름없이 평온한 표정이었다.“이 테스트 보고서를 한번 보세요!”진루안은 바로 테스트 보고서를 진규직에게 건네주었다.주한영 때문에 진규직이 이 보고서를 보지 못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보고서를 본 진규직은 바로 눈살을 찌푸리며 침착하게 말했다.“내 짐작이 맞았군요. 불패 안의 탄소독이 아주 강력합니다.”“만약 괜찮다면 제가 그걸 부수고 안의 구조를 좀 볼 수 있을까요?” 주먹을 불끈 쥔 진규직이 차갑게 불패를 쳐다보았다.그 말에 개의치 않고 진규직의 온몸에서 스며 나오는 기세를 주시하던 진루안은 흠칫 놀랄 수밖에 없었다.‘연골3중의 경지라니.’‘나보다 한 단계가 더 높아.’진루안은 시종 자신이 경지를 돌파할 기회를 보류하면서, 좀 더 착실하게 준비한 뒤에 일거에 연골4중 경지를 돌파하려고 했다.‘그런데 이 진규직은 이렇
진루안은 앞서 주한영의 사무실에 있던 안선유를 떠올리고 화제를 돌렸다.‘그 안선유는 나를 조금도 존중하지 않았고, 심지어 주한영이 말을 했는데도 여전히 존중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어.’‘그러나 주한영이 그 모든 걸 용납한 걸 보면 주한영과 안선유의 관계가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어.’‘그리고 안선유는 평범한 여자가 아니야. 그렇지 않으면 그렇게 성질을 부릴 수 없어.’‘교만하고 무례한 데다가 제멋대로 설치는 성격이지.’‘권문세가의 여자들만 그렇게 성질을 부릴 수 있어.’‘일반 가정의 여자들은 기껏해야 순진한 척하면서 내숭을 떠는 정도지.’주한영은 순간 흠칫했다. 좀 전에 깨어난 진루안이 안선유에게 관심을 보인 것이다.안선유에 대해서 진루안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진루안에게 말할 수 있는 것은 하나뿐이다.“안선유는 안씨 가문의 장녀입니다!”“안씨 가문의 할아버지가 제 할아버지와 의형제를 맺으셨습니다. 그 어르신이 돌아가시기 전에 제게 안선유를 돌봐 달라고 부탁하셨습니다.”주한영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진루안에게 대답했다. 대답은 아주 간결하고 간단했지만, 진루안은 오히려 얼버무리려는 느낌이 가득하다고 느꼈다.진루안은 화를 내는 대신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안선유를 처음 만났을 때, 주한영은 마치 자신에게 이 안선유를 알리고 싶지 않은 것처럼 대충 넘어갔어. 왜 그랬던 걸까?’‘게다가 안선유와 주한영의 관계는 일반적이고 평범한 관계가 아닐 뿐만 아니라, 손윗사람의 부탁이라는 주한영의 말처럼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닐 수도 있어.’“당신이 그 아가씨와 어떤 관계든 나는 상관하지 않아.”“그 아가씨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가문 출신인지도 나와는 상관이 없어.”“하지만 그 아가씨가 정보를 취급하게 해선 안 돼!”“당신의 다음 계승자는 신중하게 선택해야 해!”진루안이 사실대로 말한 것은 주한영에 대한 일종의 경고라고 할 수 있다.그는 확실히 주한영에게 마음의 가책을 느꼈다. 자신 때문에 주한영의 언니 주경영은 희생을 치러야
불패가 든 주머니를 상자에 넣은 진루안은 일어나서 창문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더없이 복잡한 눈빛으로 창밖의 경성 풍경을 바라보았다. 지금 경성은 이미 해질녘에 접어들었다. 붉게 타오르는 구름은 점차 어두워지면서 결국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궐주님, 보고할 일이 하나 더 있습니다.” 한참 동안 불패를 바라보던 주한영이 계속 말했다.“뭘 보고하려는 거야? 말해 봐!” 고개를 끄덕인 진루안이 주한영을 바라보았다.주한영은 쓸데없는 말은 전혀 하지 않고, 아까 화장실에서 진규직이 그의 스승과 나누었던 통화 내용을 그대로 진루안에게 알려주었다.물론 이는 그녀가 들은 것뿐이며, 잘 듣지 못한 걸 사실처럼 보고할 수는 없었다.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이 젊은 의사는 분명히 불순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주한영은 100% 확신할 수 있었다. ‘게다가 젊은 의사가 이렇게 뛰어난 의술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비현실적이야. 진루안을 진찰한 두 노교수는 모두 50여 년 동안 의사로 일했다는 것을 알아야 해.’‘그들도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는데, 20대에 불과한 이 진규직이 문제를 알아차렸다는 건 믿기 어려워.’‘다만 믿지 않는다고 했지만, 진규직이 진루안이 혼절한 증거를 찾았고 실증했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야.’그래서 주한영은 진규직은 진씨 가문의 멸망과 관계가 있을 가능성이 아주 크고, 설사 이와는 무관하다 하더라도 이 불패와 아주 큰 관계가 있을 거라고 의심했다.‘단정할 수는 없지만, 이 불패는 바로 진규직의 스승 소행일 거야.’그녀는 추측한 내용을 모두 진루안에게 말했다. 오랫동안 멍하니 있던 진루안은 마지막에 주한영을 보고 소리칠 수밖에 없었다.“당신은 그가 나쁜 사람이라고 이렇게 확신하는 거야?”“궐주님, 막을 수밖에 없습니다.” 진루안의 아무렇지 않은 듯한 표정을 본 주한영이 얼른 권유했다.진루안이 이 일을 엄밀하게 대하지 않으면 큰일이 날 가능성이 높다고 느낀 것이다.진루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당신 추측은 일리가 있어. 하지
그러나 이 일은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았고, 진루안에게도 알리지 않았다.하지만 진규직이 자신의 내막과 허실을 한눈에 알아차렸기에, 주한영은 더욱 꺼리면서 경계하게 되었다.‘어떤 계획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진규직에게는 반드시 계획이 있어.’“내가 있는 한 궐주에게 접근할 생각은 버려요!”조용히 경고한 주한영은 진규직을 아랑곳하지 않고 몸을 돌려 나갔다.진규직은 자신에게 경고하고 돌아선 주한영의 뒷모습을 씁쓸하게 바라보았다.이 말뿐인 위협은 당연히 무의미했다.‘그렇다고 해도 이 위협은 나에 대한 주한영의 경각심을 말해 주고 있어. 스승님의 지시에 따르는 건 아마 쉽지 않을 거야.’‘하지만 내가 진루안의 신임을 얻기만 하면 돼.’‘그리고 내가 해야 하는 일은 진루안의 해독을 돕는 거지, 진루안을 해치려는 게 아니야. 이건 스승님의 지시니 당연히 그대로 따라야 해.’고개를 저은 진규직은 주한영의 뒤를 따라 테스트 센터의 홀로 돌아왔다.지금 3번 창구의 간호사는 이미 보이지 않았고 센터장이 직접 지키고 있었다.언제 감정 결과가 나오든 주한영이 떠나야 센터장도 한숨을 돌릴 수 있을 것이다.그렇지 않고 이런 거물이 메디컬 테스트 센터에 계속 남아 있다면, 센터장은 엄청난 압력을 받게 될 것이다.한 시간의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센터장은 테스트 보고서를 직접 주한영에게 건네준 뒤 자루 안에 든 단목불패도 건넸다.주한영은 불패를 꽉 쥔 채 진규직이 접근하지 못하게 했다.마음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면서 테스트 보고서를 대충 훑어본 뒤, 주한영은 진규직을 무시한 채 빠른 걸음으로 테스트 센터를 나섰다.진규직은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건물 밖으로 나와서는 이미 멀어진 아우디 차를 보면서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었다.‘주한영은 스승님과의 통화 내용을 듣고 이미 나를 의심하고 있어.’‘여자의 의심은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야.’‘원래 여자의 마음은 전혀 종잡을 수가 없잖아.’진규직은 택시를 타고 경성병원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다시
“진루안이라는 청년은 체내의 탄소독이 아주 심각한 수준입니다.”“사부님, 이 일을 조사하라고 하셨는데, 이 일은 이미 잘 파악했습니다. 저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보고를 마친 진규직은 계속 사부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물었다.사실 그가 용국에 온 것은 이 일 때문이다. 일을 마쳤으니 원래대로라면 이미 M국으로 돌아가도 되었다.그러나 사부의 구체적인 명령 없이는 제멋대로 행동할 수 없었다.전화기에서는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 스승이 뭘 생각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스승이 말을 하지 않으니 그 역시 경솔하게 말을 할 수 없었다.한참 후에 전화기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가능하다면 진루안의 곁에 남아서 체내의 독소를 해결해 주도록 해라!]“예, 사부님!” 사부의 말을 들은 진규직은 의아해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이며 승낙했다.[그래, 다른 일이 없으면 끊는다. 국제전화는 비싸!]뚜뚜뚜!진규직은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사부님은 여전히 이렇게 고지식하시지. 고지식하면서도 빈틈이 없으셔서 여태까지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고, 쓸데없는 얘기조차 하지 않으셨어.’이 사람이 바로 그를 십여 년 동안 이끌어 준 스승이다.애석하게도 그는 스승의 진짜 이름도 알지 못했고, 단지 자칭 세상을 자유롭게 다니는 분이라는 것만 알고 있다.‘사부님은 생계도 어렵고 궁핍하게 생활해기 때문에, 전화비가 비싸다고 말한 것도 농담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돈을 아끼려는 거야.’‘그러나 스승님은 생활이 어려웠음에도 나를 십여 년 동안 길러 주셨어. 특히 내 생활비와 영약을 사는 돈은 거의 모두 스승님이 돈을 내셨지.’지금 그는 스승과 떨어져 있어서 만나고 싶어도 쉽지 않았다.원래는 M국으로 돌아가서 스승의 슬하에서 돌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스승은 오히려 진루안과 함께 있을 기회를 찾으라고 지시했다,‘혹시 사부님과 진루안 사이에 무슨 관계가 있는 건 아니겠지?’그가 그런 관계를 알 수 없다고 해도 스승의 지시를 거역하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