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하림이 확실한 거예요?” 서경아는 더 의아한 표정이었다. 진루안과 함께 있는 시간이 길어지자, 그녀도 최상층에 대해서 아주 명확하게 이해하고 있었다.‘그러나 진루안이 지금 손 노인을 만나야 한다고 했으니, 이미 이번에 수단을 부리는 자가 손하림이라고 인정했음을 의미해.’그러나 서경아는 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느꼈다. ‘그런 최고급 대신도 이런 추잡하고 심지어 비열하기 그지없는 음모와 수단을 쓰는 거야?’진루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그 사람만이 아닐 수도 있지만, 손하림은 분명히 그 안에 있을 거예요.”“경아 씨. 이 사람들을 너무 신성하고 위대하게 보지 말아요. 그들의 몸에는 원래 아우라가 없어요. 단지 여론과 지위가 그들이 빛을 발하게 만들었을 뿐이예요.”“모두가 사람이고, 사람인 이상 어떤 차이점도 없어요.”“그들도 먹고 자고 싸요, 크게 욕할 줄도 아는데, 무슨 다른 점이 있겠어요?”“그들이 TV앞에서 단정하게 앉은 채 하나같이 위선적인 웃음을 짓고 있기 때문에,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거예요?”진루안은 이에 대해 깊은 깨달음을 얻었고, 일찍부터 용국의 이런 조정을 꿰뚫어 보았다. ‘국왕 조의조차도 결함을 한 무더기 가지고 있지 않아? 다만 어떤 결함들은 아주 정상적이어서 개인이라면 이런 것들을 벗어날 수 없어.’서경아의 얼굴에는 문득 깨달은 기색이 나타났다. 처음으로 조정의 큰 인물을 이렇게 평가하는 것을 들었지만, 진루안의 말이 아주 일리가 있다고 느꼈다.‘큰 인물도 작은 인물부터 시작하게 돼. 작은 인물이던 시기에 그들의 그런 암투에서 소인의 행위가 모두 남김없이 드러났다면, 그들이 큰 인물이 되었다 해도 이전의 어두운 과거의 일들은 그들이 한 것이 아니겠어?’‘아무도 감히 언급하지 않았을 뿐, 결코 해 본 적이 없다는 것은 아니야.’서경아는 이런 것들에 대해서 흥미가 없었다. 그는 단지 단순히 진루안이 이번에 견딜 수 있을지에 대해 관심을 가졌을 뿐이다. 만약 견딜 수 없다면 진루안에 대한 악의적인 루머의 속성에
‘이 모든 것들이 마치 영화를 본 것 같았어.’‘보통 사람은 평생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나는 하필 이 기간에 모두 겪었어.’‘곧이어 내가 무사하다면 나를 기다리는 일이 많아. 가장 중요한 것은 세계전신대회야.’세어보면서 진루안은 자신이 언제부터 이렇게 바빠졌는지 알게 되었다.애초에 그가 다시 동강시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반 은퇴한 상태였다. 남은 삶을 평범하게 살면서 서경아의 손을 잡고 서로 사랑하면서 백년해로하고 싶었다.‘그러나 이런 비전과는 점점 멀어지는 것 같아. 지금까지 전혀 편안하게 지낼 수가 없었어.’‘손씨 가문, 이 눈에 거슬리는 손씨 가문은 하필 짧은 시간에 소멸시킬 수가 없어.’‘북정왕 이광정은 예사롭지 않은 인물이야.’‘똑같이 용국을 사랑하고 똑같이 대담하게 싸우는 젊은이야.’진루안은 그에게 탄복했지만, 애석하게도 하필이면 적수였다.‘이런 느낌은 정말 견디기 힘들어.’‘만약 이광정이 손하림의 배후에 있는 장손이 아니라면, 그와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거야.’이런 생각은 잠시 제쳐 두고, 진루안이 지금 대처해야 할 일은 역시 이 명예의 위기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다.‘일단 내 명성이 철저하게 없어진다면, 앞으로는 설 자리조차 없을 거야.’‘다행히 이미 내가 사전에 아주 상세하게 계획했어, 이번에 여론을 통해서 나를 무너뜨린다는 것도 내 예상에 있었어.’그는 많은 시나리오를 구상했고, 결국 그들은 여론전을 선택했다.“너희들이 이미 건드렸으니 내가 악랄하다고 탓할 수 없어!”“전해강, 너는 전광림의 아들이지만, 이번에는 너를 이번에 용납할 수 없어!”“그리고 곤성 정사당의 진복만, 간성 정사당의 방일재, 너희들이 머리를 드러낸 이상 내가 칼을 휘두르는 걸 탓하지 마!”진루안의 눈길은 뼛속까지 스며들 정도로 차가웠다. 진루안의 곁을 지나던 승객들은 하나같이 무의식적으로 다리에 힘에 풀렸고, 진루안을 바라보며 겁에 질린 채 황급히 떠났다.진루안은 이미 자신이 전용기를 몇 번이나 동원했는지 셀 수도
진루안은 손에 잡히는 대로 휘두르지만 결코 경거망동하지 않았다.미간을 찌푸린 중년 남자는 진루안의 생각에 찬성하지 않았다.그는 손하림 패거리가 손을 댄 이상 그들에게 예의를 갖출 필요가 없다고 느꼈다.그들이 손에 쥔 증거와 죄증만으로도 견딜 수 없게 만들기에 충분했다.특히 진루안을 간절하게 쓰러뜨리고 싶어하는 각 성의 정사당 대신들은 이전에 모두 진루안에게 호되게 혼나고 당했던 적이 있었다. 그들은 회개하고 진취적으로 나아가려고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진루안에게 복수하려고 하니 더욱 그 죄를 용서할 수가 없었다.“이태교, 설마 내 말을 듣지 않겠다는 거야?” 진루안은 미간을 찌푸리는 모습을 보고 분명히 자신의 말을 마음속에 두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했다.임페리얼 정보 시스템의 부책임자의 한 명인 이태교는 시종 국외의 정보 업무를 책임졌다. 주한영과는 황금의 파트너라고 할 수 있지만 거의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었다.이번에 본부에서 그를 소환한 것도 이번 위기에 대처해서 진루안을 보좌하도록 한 것이다.“아닙니다. 궐주님의 말에 따르겠습니다.”이태교는 고개를 저었지만 별로 긴장하고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었다. 마치 로봇처럼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이었다.진루안은 그의 표현에 화를 내지 않았다. 이태교는 바로 이런 성격이었다. 임페리얼 정보 시스템의 이 두 황금 파트너는 모두 냉담하고 무정한 표정에 차갑고 과묵했다. 그러나 일을 하게 되면 하나같이 대단했다.이태교는 스승 백무소가 말기에 발굴한 정보 파트의 인재였다. 만약 좀 더 잔혹한 성격이 아니었다면, 임페리얼 정보 파트의 책임자는 더 젊은 주한영이 아니라 바로 이태교였을 것이다.이태교는 일을 할 때 도리를 따지지 않는다. 더욱 잔인하고 살인도 적지 않기 때문에 국외의 그렇게 복잡다단한 정세에 더욱 적합했다.불과 수년 만에 이태교의 이름이 서방 국가 전체의 최고 유명 인사들과 권력자들의 귀에 울려 퍼졌고, 이태교라는 이름을 들으면 두 다리가 떨릴 정도였다.더욱이 세계정보대회에서 이태
“네, 죽여야 합니다!”뒤에서 걸어오던 이태교는 깊이 생각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눈에는 살기가 가득했다.진루안은 화를 내며 그를 노려보았다.“네 말에는 무드는 전혀 없어!”“사실이 그런데 입에 발린 말을 할 필요가 있습니까!”이태교는 자신이 틀린 말을 하지 않았다고 여기면서 입을 삐죽거렸다.‘바람이 불면 안개가 걷힌다는 뜻은 좀 직설적인데, 평소처럼 죽이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어?’‘궐주는 전혀 유쾌하지 않게 왜 이렇게 에둘러 말하는 걸 좋아하는 거야?’진루안의 입꼬리가 떨리면서 자신이 성질을 억제하지 못하고 한바탕 때릴까 봐, 이태교와 더 이상 무슨 말을 하지 않았다.비행기가 안정적으로 착륙하자 진루안과 이태교는 나란히 트랩을 나섰다.경도는 오늘 안개가 낀 흐린 날씨일 뿐만 아니라 좀 쌀쌀했다. 결국 가을이니 북방은 모두 기온이 내려갔다.두 사람이 비행기에서 내리자 곧 임페리얼 본부에서 파견한 전용차가 두 사람을 맞이했다.두 사람이 경도국제공항을 떠난 것은 단지 두 명의 특수한 여객이 온 것이 아니다. 경도에 맹호 두 마리가 온 것이다.진루안의 가장 중요한 적수인 손하림은 시종 진루안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고 있었다. 진루안이 전용기로 경도에 가자, 틀림없이 목숨을 걸고 싸울 것임을 알게 되었다.그는 이런 여론전이 진루안을 머리가 잘린 파리처럼 몸부림치게 만들었다고 생각했다. 진루안이 필사적으로 싸우겠지만, 이미 종말이 멀지 않았으니 얼마 뛰지 못할 것이라고 여겼기에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이것은 그와 손씨 가문 전체, 나아가 조정에 모두 다행스러운 일이다.부하들의 보고를 흐뭇하게 듣던 손하림은 손을 흔들며 부하들을 나가게 했다.“아버지, 진루안은 얼마 뛰지 못했겠지요?” 손태경은 흉악한 미소를 지으며 손하림에게 물었다. 진루안이 진흙탕 속에서 밟히기를 더없이 바라는 말투였다.‘그렇게 되면 진루안을 상대하는 건 더없이 간단해.’아버지 손하림이 손을 쓸 필요도 없이 손태경이 손가락을 까딱하기만 하면, 진루안은 아무런 가치도
“아버지, 국왕은 어떤 태도입니까?” 손태경은 비록 흥분했지만 마지막까지 이성을 잃지 않았다. 그는 국왕 조의의 견해야말로 지극히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만약 국왕 조의가 진루안을 비호한다면 그들이 한 이런 일들은 아무 의미도 없게 될 것이다.‘민간에서 진루안의 명성이 바닥에 떨어져도 무슨 상관이 있겠어? 여전히 권력를 가지고 똑같이 법망을 벗어나게 되는데.’‘백성들의 분노 같은 건 거물에게 이용당할 때만 의미가 있는 거야.’‘그렇지 않으면 단지 민중의 분노일 뿐이야. 단지 그뿐이야!’“한성호가 회의하러 달려왔는데 국왕이 무슨 뜻이겠어?” 눈을 가늘게 뜬 손하림은 주름이 가득하고 검버섯까지 핀 얼굴에 독선적인 웃음을 지었다.손태경의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얼른 다시 물었다.“국왕의 비서인 한성호도 왔어요?”“그래, 그러니 국왕도 진루안을 처리하려는 생각일 거야.” 고개를 끄덕인 손하림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미소를 지었다.‘한성호가 참여한 건 국왕 조의의 태도를 설명하기에 충분해.’그러나 그는 오늘 새벽에 한성호가 이미 국왕 조의에게 징계를 당해 정직 중이라는 사실을 몰랐다.만약 손하림이 세심하게 소식을 알아봤다면, 그 속의 이치를 깨닫게 되었을 것이다.그러나 하필 손하림은 자신의 계획에 대해서 너무 자신했고, 한성호에 대해서도 지나치게 신임했다.또 무슨 말을 하려던 손태경은 뒤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리자 바로 쳐다보았다.“형님, 아버님!”문밖에서 들어온 손복기가 손하림의 서재로 들어왔다.소박하면서도 대범함을 잃지 않은 서재에서, 손하림은 미간을 찌푸린 채 손복기가 들어오는 모습을 불쾌하게 바라보았다.“무슨 일이 있어?”손복기가 앞서 그를 한 번 배신했기에 손하림은 대단히 불만을 품었다. 그래서 손복기를 대하는 태도도 좋지 않았다.설사 손복기가 이전에 천촉성 정사당의 선임대신이라 하더라도 손하림의 눈에는 3급대신에 지나지 않았다. 재상들은 모두 1급 대신이고 더우기 1급 중에서도 재상급은 왕작의 칭호를 가지고 있었다.손복기가 용국
그런 사람이 이성을 잃게 된다면 그들을 죽이지 않을 거라고 보장을 할 수 없었다.“안 만나, 절대 안 만날 거야!” 손하림은 온몸에 공포가 드러났다. 진루안에게 두려움과 공포를 느끼는 것이 분명했다.손태경은 더욱 두 다리를 떨었다. 이전에 진루안이 그에게 한바탕 폭행을 가했던 일을 떠올리자 그 살인적인 눈빛, 그 차가운 기세가 그의 마음을 두렵게 만들었다.만약 진루안이 이번에 정말 사람을 죽이러 왔다면, 손태경 그는 틀림없이 제일 먼저 진루안에게 살해당할 것이다.“백부님, 형님 두려워하실 필요 없습니다. 진루안은 무기를 가지고 오지 않았고 혼자 왔습니다!”“그리고 우리 손씨 가문에도 고대무술의 고수가 있으니,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이 장면을 본 손복기는 마음속으로는 더욱 경멸하였지만, 권유해야 할 말은 어쨌든 권유해야 했다.과연 손복기의 말을 듣고 손하림과 손태경 모두 곧 침착해졌다. 특히 손하림은 더욱 차가운 표정으로 손복기를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우리가 언제 두려워한 적이 있어? 다시 감히 허튼소리를 한다면 손씨 가문에서 나가!”“복기야, 너는 말이 너무 많아!”손태경도 아주 불만스럽게 노려보면서 이 사촌동생에 대해서 매우 혐오감을 느꼈다.손복기의 마음속에는 분노가 계속 쌓였지만, 그는 아직 화를 내지 못한 채 고개를 끄덕여 시인할 수밖에 없었다.“가서 진루안을 데리고 들어와!”손하림은 코웃음을 치면서 손복기를 완전히 문지기로 여겼다.일그러진 표정의 손복기는 고개를 끄덕이며 서재에서 나갔다.손복기의 뒷모습을 주시하는 손하림의 눈빛에는 싸늘한 기운이 가득했다.만약 죽은 형제의 체면을 고려하지 않았다면, 벌써 손복기를 손씨 가문에서 쫓아냈을 것이다.서재에서 나온 손복기가 정원에 도착하자, 진루안이 이미 대문을 지나 들어오고 있었다.눈이 마주친 두 사람은 호흡을 맞추면서 서재로 향했다.“건성에 와서 서열 2위의 대신이 되는 건 어때요?”서재 앞에 다가갔을 때, 진루안은 손복기를 바라보며 갑자기 물었다.소리가 작지
진루안은 미소를 띤 채 서재의 문을 열고 들어섰다. 한눈에 책상 뒤에 앉아 있는 손하림과 손하림의 곁에 서 있는 손태경을 보았다.진루안을 본 손태경은 무의식적으로 가슴이 떨리면서 두 걸음이나 뒤로 물러섰다. 여기가 손씨 가문이고 자신의 아버지가 곁에 있다는 게 생각난 뒤에야 걸음을 멈추었다.진루안은 손태경을 상대하지 않았다. ‘내 입이 더럽히지 않도록 이런 사람과는 한 마디도 하고 싶지 않아.’책상 앞으로 걸어간 진루안은 손하림의 초청을 받지 않은 채 바로 책상 반대편에 앉아서 손하림과 마주했다.진루안이 자리에 앉자 서재 전체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졌다.이런 분위기를 느낀 손태경은 마치 바늘에 찔린 것처럼 온몸이 불편하면서 괴로웠다.“태경아, 내가 서랍속에 소중히 간직해 둔 벽라춘을 꺼내서 임페리얼왕을 위해 차를 끓이거라!”손하림은 미소가 가득 찬 표정으로 손태경을 바라보며 분부했다.손태경은 마음속으로 은근히 놀랐다. ‘아버지가 가장 좋아하는 벽라춘은 오랫동안 소중히 간직하면서 아껴 마시던 차야. 그런데 오늘 뜻밖에도 특별히 진루안을 위해서 이 차를 준비해?’그러나 손태경도 생각이 없는 사람이 아니다. 용국 홍보부의 대신으로 있으면서 손태경은 당연히 아무런 기색도 하지 않을 수 있게 되었다. 그는 서가의 서랍에서 소중히 간직해 둔 벽라춘 차를 꺼낸 뒤 서재를 나섰다.조심스럽게 서재의 문을 닫았다.이제 서재 전체에는 진루안과 손하림 두 사람만 마주한 채 앉아 있었다.“임페리얼왕의 정신력이 대단하군요. 지금 이 망가진 늙은이를 만나러 올 수 있다니 말이예요!”미소를 지은 손하림은 진루안을 바라보면서 조롱하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진루안도 활짝 우슨 표정으로 조금도 노기가 없었다. 마치 두 사람이 나이를 초월한 친구인 것 같았다. 누구도 마음이 맞지 않는 모습을 전혀 발견하지 못할 정도였다.“손 영감님은 무슨 말씀이십니까? 왜 정신력과 지금을 말씀하신 건가요?”진루안은 리듬감 있게 손으로 책상을 ‘톡톡, 톡톡’ 두드렸다.손하림은 미간
진루안 이쪽에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각각 차, 마, 상, 사, 장, 사 상, 마, 차를 배열했고, 두 개의 포와 다섯 개의 졸이 있다.손하림 쪽에는 차, 마, 상, 사, 장, 사, 상, 마, 차와 두 개의 포와 다섯 개의 졸이 있다.진루안과 손하림은 각각 두 번씩 두었다.세번째 수를 두면서 손하림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젊은이가 사령관이 되면 감정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걸 피하기 어렵지요. 그래도 마음을 가라앉혀야 합니다!”“졸을 먹겠습니다!”‘탁’ 소리와 함께 손하림은 조금도 물러서지 않고 포로 진루안의 졸을 하나 먹었다.“졸은 비록 작지만 그리 많지 않아요. 하나가 줄어들면 모두 손실이지요!”손하림은 빙그레 웃으며 진루안을 바라보았다. 진루안이 그의 졸도 먹을지, 어떻게 장기를 둘지 보고 싶었다.“노인이 사령관이 되면, 일을 할 때 앞뒤를 살피게 되면서 예리함이 부족한 걸 피할 수 없지요. 그래도 젊은이의 패기가 좀 더 많아야 합니다!”“내 말로 당신의 말을 잡아먹겠습니다!” 진루안의 미소가 가득한 표정으로 상대방의 마를 잡아먹었다.손하림의 얼굴에는 굳은 기색이 드러났다. 그는 진루안이 만만치 않음을 알았다. 뜻밖에도 그의 말까지 먹었는데, 어떻게 이걸 그냥 둘 수 있겠는가?“내 마를 먹었으니 내가 포로 상을 먹겠어요, 이러면 장군이지요!”손하림의 눈에는 늙은 여우 같은 예지가 드러났다. 녹색의 포로 진루안의 상을 먹어 치운 후 바로 진루안에게 장군을 불렀다.이 장면은 손하림으로 하여금 진루안의 지금 상황을 생각하게 했다. ‘바로 이렇게 여론의 포화로 진루안을 죽게 만들지 않았어? 진루안의 명성을 땅에 떨어지게 만들었지.’“이런 장으로는 나를 이기지 못해요. 사를 이동시키면 되지요!”“사가 올라오면 모두 살게 되지요, 하지만 손 영감님은 이 판을 바로 지게 될 겁니다.”“마로 장을 묶어두고, 포로 공격하게 됩니다. 영감님 어리석군요!”“겹겹이 쌓인 짙은 안개를 알아차리지 못한 건 결코 좋은 일이 아닙니다.”진루안은
말없이 침묵이 한참동안 이어졌다.진루안은 맞은편 큰아버지의 숨소리를 들었지만, 먼저 말을 하지 않은 채 아주 자연스럽게 그대로 있었다.그리고 큰아버지 지수천도 침묵하고 있었다. 맞은편에 있는 사람이 제자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라고 추측하고, 그 사람이 누구인지도 추측한 듯했다.다만 침묵한 뒤에 누군가는 침묵을 깨야 했다.지수천은 진씨 가문 후손의 목소리를 처음 들었다. 진씨 가문의 후손과 연락이 닿은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다.“큰아버지, 저는 진루안이라고 합니다. 진봉교 할아버지의 장손입니다!”나지막한 목소리로 간단하게 자신을 소개한 진루안은 또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진루안은 원래 자기가 말을 하면 큰아버지가 전화를 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고 지수천도 침묵한 채 말이 없었다.진루안은 큰아버지가 어떤 이유를 대고 전화를 끊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지금 지수천은 마음속으로 다르게 생각하고 있었다.‘이 아이는 왜 말을 하지 않지? 나보고 어떻게 하라는 거야? 내가 어떻게 침묵을 깨야 하나?’[험험, 신호가 약한가?] 지수천이 의아한듯이 물었다.그 말을 들은 진루안은 순간 마음속으로 한숨을 돌렸다. 큰아버지가 자신의 전화를 끊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자 계속 말할 수밖에 없었다.“큰아버지, 잘 지내세요?”진규직은 묵묵히 한쪽으로 물러섰다. 그는 스승과 진루안 사이의 친척 관계가 다소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원인을 모르기에 더 물어보려고 하지도 않았다.진루안의 물음에 지수천은 미소를 지었다.그는 이 후손이 아주 진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쓸데없거나 의례적인 말도 하지 않았고 긴장한 목소리로 자신이 잘 지내는지 물어본 것이다.진봉교는 몇 번 본 적이 있었다. ‘그 둘째 삼촌은 좋은 분이셨어. 다만 좀 보수적이라서 낡은 규칙을 고수했지.’‘진씨 가문은 그의 손에서 아마 평생 빛을 보지 못할 거야.’‘이 녀석이 둘째 삼촌의 장손이라면 진태사의 자식이겠지?’‘아쉽게도 제수씨가 복수 때문에 죽었지.’[속세에 있
‘그 분의 신분과 실력으로 용국에 발을 들여놓았다면, 용국에서 가장 지위가 높은 거물이 되었을 거야.’‘R국에 갔다면 R국의 총리의 고위 참모로 존경을 받았겠지. 결국 큰아버지의 어머니는 R국 고위 귀족의 딸이었으니 말이야.’‘오늘날의 이 귀족 가문, 바로 나카무라 가문은 이미 R국 10대 귀족의 으뜸이 되었지.’‘예전에 언급했던 하타다 가문도 10대 가문의 말미에 머물렀을 뿐이야.’‘큰아버지는 본심을 굳건히 지키시고, 당초의 맹세를 굳건히 지키면서 오늘에 이르셨어.’‘이런 분이기에 사람을 탄복하게 하고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 해.’“그래서 당신이 그렇게 월급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큰아버지 때문이군요?”진루안은 그제서야 진규직이 월급을 언급할 때 눈에 비쳤던 열띤 기대감을 떠올렸다.‘만약 가난한 나날을 보내지 않았다면, 마치 생명의 근원처럼 그렇게 돈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았을 거야.’“그래요, 월급이 들어오면 사부님께 반을 전해 드리려고 합니다.” 진규직은 전혀 이상하게 여기지 않고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진루안의 마음은 오히려 몹시 괴로웠다. ‘솔직히 말해서 내 옷 한 벌을 사는 돈도 진규직의 한 달 월급보다 비싸니, 큰아버지의 생활비는 말할 것도 없어...’“제가 큰아버지와 몇 마디 얘기를 나눌 수 있을까요?” 진루안은 마음속으로 갈망하면서 진규직에게 물었다.이 일은 진규직이 동의해야 한다. 결국 그전에는 진루안은 지수천과 만나지 못할 것이다.그리고 진씨 가문에 대한 지수천의 태도는 보통이라서, 만약 거절당한다면 자신의 마음은 더욱 괴로울 것이다.진규직은 스승과 진씨 가문 사이의 문제를 몰랐기 때문에, 진루안의 이 말을 듣고 잠시 망설이다가 승낙했다.“그렇게 하세요!”진규직은 핸드폰을 꺼내 진루안에게 건네주었다.그의 핸드폰은 이미 한참 시대에 뒤떨어진 제품으로, 기능이나 프로그램도 이미 한참 예전의 것이었다.그래서 이 핸드폰을 보자 스승과 제자가 평소 얼마나 청빈하게 생활했는지 가히 상상할 수 있었다.말
“당신 사부님 이름이 뭐라고요? 지수천이라고요?”진루안의 마음속은 놀라움으로 가득했다. 만약 자신의 기억이 틀리지 않는다면, 당초에 스승 백무소와 할아버지 진봉교가 말하길, 자신의 큰할아버지 진봉산과 R국의 여자 사이에 태어난 아이의 이름을 진태동이라고 했고 후에 나카무라 이치로라고 불렀다고 했다.결국 역사적 원인 때문에 발생한 참극 때문에, 그때부터 그는 이름을 쓰지 않고 지수천이라고만 했고 M국으로 간 뒤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이다.지수천, 바로 진루안의 백부가 지금 쓰는 이름인 것이다.진루안은 의문이 가득한 눈빛으로 진규직을 바라보았다. ‘이 20대의 젊은 의사가 뜻밖에도 큰아버지의 제자였어?’‘땅이 하늘을 지킨다는 뜻의 이 이름은 아주 패기 있고 또 천도를 무시한다는 뜻도 있어.’‘그렇지 않고 하늘이 땅을 지킨다면 천수지라고 했을 거야. 지수천이라고 했을 리가 없어.’“왜 그러세요?” 진규직의 표정에는 의아한 기색이 가득했다. ‘스승의 이름을 말했더니 왜 진루안이 이렇게 흥분하는 거야?’‘이렇게 반응이 큰 걸 보면, 설마 스승님과 아는 사이인가?’‘아니면 스승님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는 건가? 아니야, 스승님은 반평생 아무 명성도 없이 바로 산속에 집을 짓고 오랫동안 조용하게 수행하셨어.’‘명성이 있다 해도, 종종 일반인들을 진찰하기도 해서 단지 사방 수십 리 사이에만 명성이 있을 뿐이야.’‘하지만 만km가 넘는 바다를 가로질러서 명성이 용국에 전해진다는 건 전혀 불가능해.’“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당신의 스승님은 제 큰아버지일 겁니다!”복잡한 눈빛으로 한참동안 진규직을 보던 진루안은 그래도 사실대로 말해주었다.진루안의 말을 들은 진규직도 의아한 표정이었지만 그렇게 큰 충격은 받지 않았다.“어쩐지 그래서 스승님께서 해독해 주라고 하셨군요.”스승은 여태껏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진규직은 앞서 스승의 결정을 납득하기 어려웠다. 지금 진루안의 말을 듣고 나서야 비로소 스승과 진루안이 친척 관계
진루안은 표정에는 의아하고 이해할 수 없다는 기색이 가득했다. ‘나는 진규직의 스승을 전혀 알지 못하는데, 왜 진규직의 스승이 나를 해독하라고 지시했는지 정말 이상한 일이야.’‘설마 단지 의사로서의 자애로운 마음일 뿐인 건가?’‘이 시대에 순수한 의사의 자애로운 마음이 어디 있겠어. 단지 돈에 타락한 이익을 추구하는 마음만 있을 뿐이지.’“제 스승님의 마음을 의심할 필요는 없습니다. 스승님이 제게 해독을 하라고 말씀하신 이상 다른 마음은 없습니다!”진루안의 안색이 심상치 않은 것을 본 진규직은, 진루안이 뭘 생각하는지 짐작하고 바로 대답했다.진루안은 비록 마음속으로는 여전히 의심이 들었지만, 진규직의 말을 믿기로 했다. 진규직의 스승이 무슨 의도를 가지고 있든 자신의 독은 반드시 해독해야 하기 때문이다.“당신은 어떻게 해독할 계획입니까?” 진루안은 웃으면서 해독에 대한 의학적 소견을 물었다.진루안 자신도 백무소로부터 간단한 의술을 배우긴 했지만, 따로 연구할 마음이 없었기 때문에 그 수준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그러나 진루안은 그 안의 현묘한 이치는 알아들을 수 있다. 만약 진규직이 정말 능력이 있다면, 당연히 그 처방도 아주 뛰어날 것이다.진루안이 묻자 진규직은 진루안이 자신을 평가하려는 생각임을 알아차렸다.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묻지 않았을 것이다.‘지금도 여전히 내 말을 믿지 않는구나.’ 이렇게 생각한 진규직은 마음속으로 좀 불만스러웠다.결국 혈기 왕성한 청년이기에 진루안에게 업신여김을 당하고 싶지 않아서 바로 말했다.“당연히 한약으로 해독할 겁니다. 그러나 한 달은 걸립니다.”“그래서 그동안 내가 당신을 따라가야 합니다.”진규직의 말은 간단하면서도 직설적이었고 자신의 목적을 숨기지도 않았다.앞서 주한영은 진루안에게 진규직이 진루안의 곁에 있어야 한다고 말할 것이고, 이 역시 진규직의 스승이 지시한 거라고 보고했다. 그리고 진규직이 어떤 수작을 부리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방비해야 한다고 말했다.지금 진규직은 당당하게 이를 제
주한영은 일어난 뒤 바로 떠났다.차분한 표정으로 멀어져 가는 주한영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진루안은 고개를 저었다.“밖에서 그렇게 오래 기다렸는데, 들어와서 차나 한 잔 하세요!”진루안은 계속 병실 문을 주시하면서, 이번에는 주한영이 아니라 문밖에서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던 진규직에게 말했다.그는 진규직의 체내에서 발산하는 아주 희미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기운은 실력이 아주 높은 고대무술 수련자만이 가질 수 있었다.앞서 진루안이 막 깨어났을 때는, 불패의 일 때문에 자세히 관찰할 수가 없었다.이제서야 진규직이 정말 간단하지 않고 정말 신비에 싸인 인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그렇다면 그의 스승은 더욱 신비로운 인물이겠지.’‘이런 제자를 배출할 수 있다면, 그의 스승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고 짐작할 수 있어.’“몸은 좀 나아졌습니까?”웃으면서 손에 과일바구니를 들고 병실에 들어선 진규직은, 과일을 테이블 위에 올려 놓은 뒤 바로 진루안에게 물었다.그의 관심은 거짓이 아니었고 위선적인 인사치레도 아니다.진규직의 미소를 보면서, 진루안은 마음속으로 의아하게 생각했지만 표정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 예전과 다름없이 평온한 표정이었다.“이 테스트 보고서를 한번 보세요!”진루안은 바로 테스트 보고서를 진규직에게 건네주었다.주한영 때문에 진규직이 이 보고서를 보지 못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보고서를 본 진규직은 바로 눈살을 찌푸리며 침착하게 말했다.“내 짐작이 맞았군요. 불패 안의 탄소독이 아주 강력합니다.”“만약 괜찮다면 제가 그걸 부수고 안의 구조를 좀 볼 수 있을까요?” 주먹을 불끈 쥔 진규직이 차갑게 불패를 쳐다보았다.그 말에 개의치 않고 진규직의 온몸에서 스며 나오는 기세를 주시하던 진루안은 흠칫 놀랄 수밖에 없었다.‘연골3중의 경지라니.’‘나보다 한 단계가 더 높아.’진루안은 시종 자신이 경지를 돌파할 기회를 보류하면서, 좀 더 착실하게 준비한 뒤에 일거에 연골4중 경지를 돌파하려고 했다.‘그런데 이 진규직은 이렇
진루안은 앞서 주한영의 사무실에 있던 안선유를 떠올리고 화제를 돌렸다.‘그 안선유는 나를 조금도 존중하지 않았고, 심지어 주한영이 말을 했는데도 여전히 존중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어.’‘그러나 주한영이 그 모든 걸 용납한 걸 보면 주한영과 안선유의 관계가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어.’‘그리고 안선유는 평범한 여자가 아니야. 그렇지 않으면 그렇게 성질을 부릴 수 없어.’‘교만하고 무례한 데다가 제멋대로 설치는 성격이지.’‘권문세가의 여자들만 그렇게 성질을 부릴 수 있어.’‘일반 가정의 여자들은 기껏해야 순진한 척하면서 내숭을 떠는 정도지.’주한영은 순간 흠칫했다. 좀 전에 깨어난 진루안이 안선유에게 관심을 보인 것이다.안선유에 대해서 진루안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진루안에게 말할 수 있는 것은 하나뿐이다.“안선유는 안씨 가문의 장녀입니다!”“안씨 가문의 할아버지가 제 할아버지와 의형제를 맺으셨습니다. 그 어르신이 돌아가시기 전에 제게 안선유를 돌봐 달라고 부탁하셨습니다.”주한영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진루안에게 대답했다. 대답은 아주 간결하고 간단했지만, 진루안은 오히려 얼버무리려는 느낌이 가득하다고 느꼈다.진루안은 화를 내는 대신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안선유를 처음 만났을 때, 주한영은 마치 자신에게 이 안선유를 알리고 싶지 않은 것처럼 대충 넘어갔어. 왜 그랬던 걸까?’‘게다가 안선유와 주한영의 관계는 일반적이고 평범한 관계가 아닐 뿐만 아니라, 손윗사람의 부탁이라는 주한영의 말처럼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닐 수도 있어.’“당신이 그 아가씨와 어떤 관계든 나는 상관하지 않아.”“그 아가씨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가문 출신인지도 나와는 상관이 없어.”“하지만 그 아가씨가 정보를 취급하게 해선 안 돼!”“당신의 다음 계승자는 신중하게 선택해야 해!”진루안이 사실대로 말한 것은 주한영에 대한 일종의 경고라고 할 수 있다.그는 확실히 주한영에게 마음의 가책을 느꼈다. 자신 때문에 주한영의 언니 주경영은 희생을 치러야
불패가 든 주머니를 상자에 넣은 진루안은 일어나서 창문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더없이 복잡한 눈빛으로 창밖의 경성 풍경을 바라보았다. 지금 경성은 이미 해질녘에 접어들었다. 붉게 타오르는 구름은 점차 어두워지면서 결국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궐주님, 보고할 일이 하나 더 있습니다.” 한참 동안 불패를 바라보던 주한영이 계속 말했다.“뭘 보고하려는 거야? 말해 봐!” 고개를 끄덕인 진루안이 주한영을 바라보았다.주한영은 쓸데없는 말은 전혀 하지 않고, 아까 화장실에서 진규직이 그의 스승과 나누었던 통화 내용을 그대로 진루안에게 알려주었다.물론 이는 그녀가 들은 것뿐이며, 잘 듣지 못한 걸 사실처럼 보고할 수는 없었다.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이 젊은 의사는 분명히 불순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주한영은 100% 확신할 수 있었다. ‘게다가 젊은 의사가 이렇게 뛰어난 의술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비현실적이야. 진루안을 진찰한 두 노교수는 모두 50여 년 동안 의사로 일했다는 것을 알아야 해.’‘그들도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는데, 20대에 불과한 이 진규직이 문제를 알아차렸다는 건 믿기 어려워.’‘다만 믿지 않는다고 했지만, 진규직이 진루안이 혼절한 증거를 찾았고 실증했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야.’그래서 주한영은 진규직은 진씨 가문의 멸망과 관계가 있을 가능성이 아주 크고, 설사 이와는 무관하다 하더라도 이 불패와 아주 큰 관계가 있을 거라고 의심했다.‘단정할 수는 없지만, 이 불패는 바로 진규직의 스승 소행일 거야.’그녀는 추측한 내용을 모두 진루안에게 말했다. 오랫동안 멍하니 있던 진루안은 마지막에 주한영을 보고 소리칠 수밖에 없었다.“당신은 그가 나쁜 사람이라고 이렇게 확신하는 거야?”“궐주님, 막을 수밖에 없습니다.” 진루안의 아무렇지 않은 듯한 표정을 본 주한영이 얼른 권유했다.진루안이 이 일을 엄밀하게 대하지 않으면 큰일이 날 가능성이 높다고 느낀 것이다.진루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당신 추측은 일리가 있어. 하지
그러나 이 일은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았고, 진루안에게도 알리지 않았다.하지만 진규직이 자신의 내막과 허실을 한눈에 알아차렸기에, 주한영은 더욱 꺼리면서 경계하게 되었다.‘어떤 계획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진규직에게는 반드시 계획이 있어.’“내가 있는 한 궐주에게 접근할 생각은 버려요!”조용히 경고한 주한영은 진규직을 아랑곳하지 않고 몸을 돌려 나갔다.진규직은 자신에게 경고하고 돌아선 주한영의 뒷모습을 씁쓸하게 바라보았다.이 말뿐인 위협은 당연히 무의미했다.‘그렇다고 해도 이 위협은 나에 대한 주한영의 경각심을 말해 주고 있어. 스승님의 지시에 따르는 건 아마 쉽지 않을 거야.’‘하지만 내가 진루안의 신임을 얻기만 하면 돼.’‘그리고 내가 해야 하는 일은 진루안의 해독을 돕는 거지, 진루안을 해치려는 게 아니야. 이건 스승님의 지시니 당연히 그대로 따라야 해.’고개를 저은 진규직은 주한영의 뒤를 따라 테스트 센터의 홀로 돌아왔다.지금 3번 창구의 간호사는 이미 보이지 않았고 센터장이 직접 지키고 있었다.언제 감정 결과가 나오든 주한영이 떠나야 센터장도 한숨을 돌릴 수 있을 것이다.그렇지 않고 이런 거물이 메디컬 테스트 센터에 계속 남아 있다면, 센터장은 엄청난 압력을 받게 될 것이다.한 시간의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센터장은 테스트 보고서를 직접 주한영에게 건네준 뒤 자루 안에 든 단목불패도 건넸다.주한영은 불패를 꽉 쥔 채 진규직이 접근하지 못하게 했다.마음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면서 테스트 보고서를 대충 훑어본 뒤, 주한영은 진규직을 무시한 채 빠른 걸음으로 테스트 센터를 나섰다.진규직은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건물 밖으로 나와서는 이미 멀어진 아우디 차를 보면서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었다.‘주한영은 스승님과의 통화 내용을 듣고 이미 나를 의심하고 있어.’‘여자의 의심은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야.’‘원래 여자의 마음은 전혀 종잡을 수가 없잖아.’진규직은 택시를 타고 경성병원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다시
“진루안이라는 청년은 체내의 탄소독이 아주 심각한 수준입니다.”“사부님, 이 일을 조사하라고 하셨는데, 이 일은 이미 잘 파악했습니다. 저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보고를 마친 진규직은 계속 사부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물었다.사실 그가 용국에 온 것은 이 일 때문이다. 일을 마쳤으니 원래대로라면 이미 M국으로 돌아가도 되었다.그러나 사부의 구체적인 명령 없이는 제멋대로 행동할 수 없었다.전화기에서는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 스승이 뭘 생각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스승이 말을 하지 않으니 그 역시 경솔하게 말을 할 수 없었다.한참 후에 전화기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가능하다면 진루안의 곁에 남아서 체내의 독소를 해결해 주도록 해라!]“예, 사부님!” 사부의 말을 들은 진규직은 의아해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이며 승낙했다.[그래, 다른 일이 없으면 끊는다. 국제전화는 비싸!]뚜뚜뚜!진규직은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사부님은 여전히 이렇게 고지식하시지. 고지식하면서도 빈틈이 없으셔서 여태까지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고, 쓸데없는 얘기조차 하지 않으셨어.’이 사람이 바로 그를 십여 년 동안 이끌어 준 스승이다.애석하게도 그는 스승의 진짜 이름도 알지 못했고, 단지 자칭 세상을 자유롭게 다니는 분이라는 것만 알고 있다.‘사부님은 생계도 어렵고 궁핍하게 생활해기 때문에, 전화비가 비싸다고 말한 것도 농담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돈을 아끼려는 거야.’‘그러나 스승님은 생활이 어려웠음에도 나를 십여 년 동안 길러 주셨어. 특히 내 생활비와 영약을 사는 돈은 거의 모두 스승님이 돈을 내셨지.’지금 그는 스승과 떨어져 있어서 만나고 싶어도 쉽지 않았다.원래는 M국으로 돌아가서 스승의 슬하에서 돌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스승은 오히려 진루안과 함께 있을 기회를 찾으라고 지시했다,‘혹시 사부님과 진루안 사이에 무슨 관계가 있는 건 아니겠지?’그가 그런 관계를 알 수 없다고 해도 스승의 지시를 거역하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