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비행기가 건성 경주공항에 불시착할 수 있는지 알아봐 줄 것을 요청합니다!”진루안은 평온한 안색으로 관제탑을 향해 말했다.관제탑의 직원들도 이 말을 듣고 당황했다. 다시 머리 위의 레이더 스크린을 보니 과연 LG1929 여객기에 7700 코드가 표시된 것을 보고 안색이 달라졌다.“경주공항에 불시착하는 것을 허가합니다. A2와 B1, B3 활주로 모두 착륙할 수 있습니다.”“알겠습니다, 관제탑에서 소방, 의료 및 치안국에 연락해서 지상 구조를 요청해 주세요. 우리 비행기에는 부상자가 있습니다!”진루안은 통신을 끊은 정신을 집중해서 여객기를 조종했다.점차 비행기의 흔들림은 이미 사라졌고, 기내의 모든 승객들의 표정도 지금은 정상으로 회복되었다. 창밖으로 점차 경주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그들도 한숨을 돌렸다.진루안이 조종한 비행기는 20분 뒤에 아무 문제없이 A2 활주로에 정확하게 착륙했다.원래 기장도 이때 한숨을 돌리고, 감격한 표정으로 진루안을 바라보았다.진루안은 그의 생명을 구했고, 비행기 전체 200여 명의 생명을 구한 것이다.“정말 감사합니다, 당신이 없었다면 이 비행기는 떨어졌을 겁니다!” 숨을 크게 내쉰 기장의 등에는 이미 진땀이 가득했다.나중에 문제가 끝난 후에 돌이켜 볼 때가 가장 무서운 법이다.경험하는 과정에서는 최대한의 두려움을 느끼지 못한다.“돌아가서 몸을 좀 잘 체크하세요. 안전이 제일 중요합니다.” 기장의 어깨를 두드리며 웃음 띤 얼굴로 말한 진루안은 조종실을 나섰다.진루안이 조종실을 나서자, 객실 전체의 200여 명의 여객들이 모두 흥분해서 환호하며 함성을 질렀다. 또 감격한 커플들은 서로를 껴안고 있어서, 지금은 비할 데 없이 따뜻한 모습이었다. 앞서의 혼란과 시끄러움에 비하면, 이것이 바로 사람이 생사에 직면했을 때 나타나는 각기 다른 모습이었다.‘사람은 절망하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어.’‘이 비행기가 추락하지 않았으니 불행 중 다행이야.’지상에는 이미 8대의 소방차와 5대의 치안국 차량, 12
이 순간, 강연성의 머릿속에는 문제의 핵심이 떠올랐다. 두려운 동시에 다행이라고 느꼈고, 다행스럽게 생각하면서도 여전히 두려웠다.진루안이 이 비행기 위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만약 이 비행기가 정말 사고가 났다면, 그의 일생은 끝장이 났을 것이다.결국 진루안의 신분이 너무나 중요하기 때문이다. 진루안에게 정말 사고가 났다면, 강연성 그를 기다리는 것이 무엇일지는 상상도 할 수 없다.“내가 아니었다면 추락했을 겁니다. 그러나 당신은 내게 감사할 필요 없어요. 나도 이스트&웨스트항공의 주주인데, 만약 회사에 사고가 생기면 내 수익에도 영향을 주지 않겠어요?”지금 강연성이 몹시 초조하다는 것을 알 수 있기에, 진루안은 미소가 가득한 얼굴로 강연성을 위로했다. 결국 항공사고라는 단어는 너무 심각하기에 아무도 언급하려 하지 않았고, 어느 항공사도 항공사고가 생기는 걸 원치 않았다.“감사합니다, 진 선생님. 제 목숨을 구해 주셨습니다.”두 손을 모아 하늘을 향해 절을 한 강연성이 진루안을 안고 감사를 표하려 했지만, 진루안이 손으로 제지했다.“됐어요, 너무 그러지 말아요. 내가 구한 건 당신이 아니라 저 승객들이예요.” 진루안은 질서 있게 셔틀버스를 타는 200여 명의 승객들을 바라보며, 얼굴에 미소를 지었다.‘감사 인사를 하려면 백무소 스승님에게 감사해. 애초에 나를 훈련시키고 양성하시면서 조종사 시험을 보게 하셨어.’‘사부님의 채찍이 없었다면, 이런 상황에 직면해서 바다에 수장되었을 거야.’뚜루루!이때 진루안의 핸드폰이 울렸다.휴대전화를 꺼내 화면을 보던 진루안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 공군 쪽에서 걸려온 전화였다.“여보세요, 진루안입니다!”[진루안, 너희들 별일 없어? 내가 본부에서 레이더를 봤는데, 네가 탄 비행기가 7700 코드를 걸어서 깜짝 놀랐어.]“하하, 한주 아저씨, 안심하세요. 저는 괜찮습니다.” 진루안은 크게 웃으며 김한주를 마주했다.김한주는 용국의 원수이자 3군의 부사령관으로, 육해공 3군의 부사령관을 겸직하고 있다.
“진 선생님, 제가 한턱 낼 테니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시지요?” 진루안이 휴대전화를 내려놓는 것을 본 강연성이 다가와서 물었다.진루안은 뒤에 있는 주한영을 보았다. 진루안이 자신을 바라보는 것을 보자, 주한영은 무슨 뜻인지 알아차렸고 냉담한 말투로 말했다.“저는 경도로 돌아가겠습니다.”‘임페리얼 정보 계통에 사람이 없어서는 안 돼. 특히 이번 M국 방문 이후에 후속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일을 총괄하고 대응해야 해.’그녀의 업무량은 조금도 가볍지 않아서, 밥 먹는 것 따위는 그녀와 관계가 없다.그녀도 강연성을 모르기 때문에, 이 항공사 사장의 체면을 세워줄 필요도 없다. 진루안도 그녀와 함께 갈 의사가 없었다. 이렇게 해서 그녀는 자연스럽게 경도의 임페리얼 본부로 돌아가게 되었다.진루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그래, 알아서 해.”“강 회장님, 갑시다.”뒤돌아서서 강연성을 바라보는 진루안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가득했다. 지금 진루안은 확실히 긴장을 풀어야 했다. 이번 주는 모두 정신이 팽팽하게 긴장한 상태에서 보냈다고 할 수 있다. M국에 가서 담판을 했고 또 동려원의 구출과 오늘의 여객기 위기까지, 모두 진루안의 담력을 시험하는 것들이었다.‘이제 마침내 무사히 용국으로 돌아왔으니, 당연히 좀 여유를 가져서 고도로 긴장된 정신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해.’동려원은 사포리바가 동반하고서 앰뷸런스를 타고 병원에 갔다.진루안도 즉시 건성의 대신 양사림에게 연락해서 그와 동려원에 관한 상황을 말했다.양사림은 최고의 무기 전문가가 귀국했다는 말을 듣자마자 바로 중요하게 여겼고, 직접 병원에 가서 동려원을 조치하려고 했다.‘비행기가 경주에 불시착했으니, 양사림에게도 어느 정도 공로를 주지 않을 수 없어. 양사림은 마음속으로 이 호의를 받았다는 걸 알고 있을 거야.’진루안은 이제 동려원의 일에 더 이상 관여하지 않았다. ‘구출해서 안전하게 용국으로 데려왔으니, 임무는 원만하게 완수되었어.’‘나도 집에 돌아가서 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아까의 일을 언급할 필요가 없다고 여긴 진루안은 대꾸를 하지 않았다. 진루안이 자신의 말에 대답하지 않자, 강연성은 갑자기 어색하게 코를 만지며 웃었지만 감히 진루안을 원망할 수도 없었다.깊게 파인 v넥 정장을 입은 조수석의 여비서가 의아하게 진루안을 쳐다보았다. 이렇게 자신의 사장을 무시하는 이 젊은이가 어느 가문의 도련님인지 궁금했다. 이스트&웨스트항공그룹의 사장인 강연성은 용국의 전체의 항공업계에서 손꼽히는 거물로, 몸값도 아주 높은 인물이다.그런데 이런 인물이 오늘 뜻밖에도 한 젊은이에게 체면을 구기자, 그녀를 몹시 궁금하고 의아하게 만들었다.‘그런데 사장님의 이런 모습을 보니, 전혀 따지지 않을 것 같아? 대체 왜 그러는 거지?’그녀는 그다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당신은 왜 경주에 있어요? 이스트&웨스트항공은 상도에 있지 않나요?” 진루안이 강연성을 보고 내키는 대로 한마디 물으면서 어색한 분위기를 풀었다.눈에 웃음기를 드러낸 강연성이 황급히 진루안에게 대답했다.“진 선생님은 모르실 겁니다. 저의 이번 출장은 고찰을 가서 건성의 경주에 지사를 세우기 위해서 살펴보는 것입니다. 원래는 오늘 돌아가려고 했는데, 회사에서 비행기가 비상착륙하는 비행기를 알려 주었습니다. 어, 이건 말하지 않을게요.”말을 반쯤 하던 강연성은, 또 오늘의 일을 언급하게 된 것을 깨닫고 입을 다물었다.진루안이 이미 이 일을 언급하고 싶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그도 감히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했다.진루안은 고개를 끄덕이고 강연성을 향해 이어서 말했다.“당신은 건성에서 손님이니 내가 호스트인 셈이지요. 이번에는 내가 한턱 낼게요.”“진 선생님, 그게 무슨 뜻인지…”“한턱 내는 걸 다툴 필요는 없어요. 마침 나도 모임을 가지려고 했으니, 경주의 낯익은 사람들을 불러서 모두 같이 식사나 합시다.”“당신이 지사를 세우려고 해도, 강연성의 이름이 경주에서 반드시 통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진루안은 평범한 표정으로 말했지만, 강연성의 마음을 정
“여기로 합시다. 블루베이 호텔은 제 친구 가문에서 하는 체인 호텔이에요.” 진루안은 맞은편의 호텔을 가리켰다.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어서 낮에도 그 호방함을 느낄 수 있었다.‘건성 경주에 좋은 호텔은 많지만, 양서빈과 양씨 가문을 돌보기 위해 블루베이 호텔을 선택했어. 건성의 대신과 경주의 대신들에게 한턱 내는 건, 양서빈에게 있어서 좋은 점만 있고 나쁠 건 없어.’“모든 것은 진 선생님의 말씀대로 하겠습니다.”강연성은 지금 얼굴에 웃음기가 가득했다. 그는 모든 결정권을 진루안에게 맡겼다. 그가 부딪친 일을 진루안이 잘 해결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외부 세력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는 참아야 해. 그는 지금 이런 경우에 부딪쳤어. 당당한 이스트&웨스트항공그룹 사장이 경주에서 곳곳에서 벽에 부딪쳤는데, 만약 이걸 말한다면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겠지.’진루안은 강연성의 모습을 보고 그의 마음속에 많은 분노와 불만이 있다는 걸 알았다. ‘어쨌든 나는 이스트&웨스트항공의 대주주 중의 한 명이니, 이스트&웨스트항공에도 내 이익이 있어. 경주의 대신들이 결국 이렇게 체면을 세워주지 않을 줄은 몰랐어.’“오늘 일을 해결해서 지사의 일이 실현되게 노력합니다.”“하지만 한 마디 더 묻겠습니다. 이런 정치적인 업적이 될 수 있는 좋은 일을 경주의 대신들이 거절할 리가 없어요. 이 안에는 반드시 심층적인 원인이 있을 텐데, 당신이 나에게 말하지 않았어요.”미간을 찌푸린 진루안은 다시 강연성을 바라보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질문했다.진루안은 바보가 아니다. ‘방금 강연성이 말한바와 같이 그가 지사를 건립하려는 일이 경주 곳곳에서 벽에 부딪쳤는데, 이건 불가능해.’ ‘우선 강연성은 이스트&웨스트항공 사장으로서, 그 자체의 직급이 적어도 4급 대신에 해당돼. 경주의 대신을 상대하더라도 허리를 굽혀 부탁할 필요가 없어.’‘그리고 경주의 대신들도 강연성을 지나치게 괴롭힌 것 같지는 않아.’‘그렇다면, 분명히 이 일에서 강연성이 거짓말을 했을 뿐만 아니라 적지 않
진루안은 두 사람을 데리고 호텔 로비에 들어갔다. 맞은편에는 정장 차림의 여성 홀매니저가 직업적인 미소를 지었다.“선생님, 체크인을 하시겠습니까, 아니면 술자리를 하시겠습니까? 예약은 하셨습니까?”진루안은 이 홀매니저를 보고 얼굴에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우리에게 룸을 하나 찾아주세요, 식사를 할 겁니다.”“알겠습니다. 두 분과 이 여성분은 이쪽의 엘리베이터를 타세요.” 만면에 웃음을 띤 홀매니저는 직접 세 사람을 데리고 엘리베이터 옆으로 온 후, 말했다.“세 분은 30층으로 올라가세요. 엘리베이터에서 왼쪽으로 가시면 마지막에 있는 301호 룸입니다.”“감사합니다!”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 진루안은 두 사람을 데리고 엘리베이터에 올라 30층의 버튼을 눌렀다.곧 엘리베이터가 30층에 도착하자, 진루안 일행은 301호 룸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룸 안의 장식은 아이폰골드처럼 호사스럽지 않았다. 오히려 약간의 고전적인 풍격이 배어 있었다. 문을 여는 순간, 룸 안에서 은은한 피아노 협주곡이 울리기 시작했다. 자세히 보니 룸 안의 구석에서 한 여자가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었다.‘이 양서빈이 여러가지를 새롭게 만들었네, 신철이의 강씨 종가집 식당은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겠어. 이렇게 많은 날이 지났는데, 물어보러 갈 시간도 없었어.’‘그건 내가 많은 돈을 투자했고 많은 이익이 걸려 있는 기업이지.’“진 선생님, 누구를 초대하시겠습니까?” 진루안의 뒤를 따라 룸에 들어간 강연성이 참지 못하고 질문하면서, 눈에도 어느 정도 기대를 품고 있었다.진루안은 원탁 옆의 의자를 가리키며 곧 조금도 사양하지 않고 주빈의 자리에 앉았다. 누구를 청하든 자신은 주빈의 자리에 앉을 것이고, 진루안은 이런 실력과 저력을 가지고 있었다.강연성은 진루안이 누구를 청할지 잘 모르기 때문에 그는 진루안과 네 명 정도 떨어져서 앉았다. 이 위치는 너무 드러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의 신분을 충분히 나타낼 수 있다.여비서는 말미에 앉을 수 있다. 결국 누가 오든 그녀는 비
만약 경제력을 겨룬다면, 그들 이스트&웨스트항공은 남부항공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비록 보유한 비행기의 수와 적재량을 비교한다 하더라도, 마찬가지로 남부항공에 뒤쳐지지 않았다. 유독 그들의 폐해는 한마디로 결정할 수 있는 인물이 없다는 것이다. 그도 진루안에게 직접 전화를 걸 수는 없다.“원래 그랬군요, 쯧쯧.”진루안은 강연성의 말을 들은 진루안은 이미 원인과 결과를 파악했고 얼굴의 웃음은 더욱 많아졌다. ‘어쩐지 항공업계에서 이렇게 큰 지위를 가지고 있는 강연성과 같은 이런 큰 인물이 뜻밖에도 경주에서 경쟁에 패했는데, 원래 거기에는 남부항공의 수작이 있었어.’‘남부항공도 특별한 건 없고, 다만 용국의 한 항공사일 뿐이야. 전문적인 민간 항공 그룹으로 수송량은 용국의 4위권에 달하지.’‘다만 이 회사 뒤에는 누구도 미움을 사려고 하지 않는 장공주 조혜연이 있어.’‘장공주 조혜연은 국왕 조의의 여동생으로, 전임 국왕의 딸이자 용국 정사당의 선임 재상인 김태상의 아내이기도 해.’‘이렇게 많은 명성을 가진 장공주 조혜연은 당연히 권력도 아주 커.’‘이른바 명문대가들이 용국을 장악하지 못했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아주 많아. 황실은 차치하고라도 전씨 가문, 이씨 가문, 손씨 가문, 차씨 가문 등등은 모두 한 방면에서 세력을 가진 가문들이야.’‘이렇게 많은 가문의 세력들이 현재 용국의 여러 업종에 깊이 관여하고 있고, 거의 모든 업종에 그들이 관여한 흔적이 있어.’‘손하림이 있는 손씨 가문이 엔터테인먼트 업종의 3분의 2를 장악했다면, 조혜연과 김태상 부부 두 사람은 용국의 항공 업계의 최소 3분의 1의 자원을 장악했어.’‘항공이라는 이렇게 큰 케이크를 많은 사람들이 염려하고 있는데, 그들 부부 두 사람이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으니 어느 정도로 강한지 짐작할 수 있어.’‘조혜연이 남부항공을 중시하면서 비호하는 이유는 바로 남방항공의 사장 김일재가 조혜연과 김태상의 아들이자 국왕 조의의 조카이기 때문이야.’올해 30대인 김일재는 거대한 남부항공을
“내가 당신이 한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른다고 생각합니까?” 진루안은 놀리듯이 말하면서 옆에 있는 강연성을 바라보았다. ‘그가 방금 한 말들은 바로 나에 대한 탐색이었어. 그는 내가 김일재의 압력을 이겨낼 수 있는지, 김태상과 조혜연의 압박을 두려워하는지 알고 싶었던 거야.’‘다만 강연성이 이렇게 묻는 건 정말 전혀 필요 없었어. 내게 있어서 상대방이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야. 정상적인 사업의 거래라면, 상대방이 이렇게 버젓이 가로막고 방해할 이유가 없어.’‘한 번은 사업에서의 다툼이라고 할 수 있고, 두 번은 감정이 틀어지는 징조라고 할 수 있어. 그런데 이미 세 번째가 되면, 그건 내가 독식을 하고 싶어서 체면을 차리지 않고 상대방의 밥그릇을 걷어차는 거야.’‘이것은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야. 만약 이스트&웨스트항공이 진루안과 관계가 없다면, 진루안은 아마 상대하지 않을 거야. 이것은 결국 체면과 도리를 따지지 않는 사업에서의 싸움이지. 그러나 만약 내 이익과 관련된다면, 미안하지만 이 일은 이렇게 할 수 없어.’‘김일재는 고사하고 김일재의 아버지 김태상, 그리고 그의 어머니 조혜연이라도 이렇게 일을 할 수 없어. 왜냐하면 이것은 규칙에 맞지 않기 때문이야.’‘규칙이 뭐야, 규칙이 없으면 법칙을 세우지 못하고, 법칙을 잃게 되면 규칙이라고 하지 않아.’‘김일재의 방법은 이미 법칙의 테두리를 깨뜨렸어. 그가 야박하게 저지른 이 일로 이스트&웨스트항공을 핍박하면서 쇠퇴하게 만들었어. 더욱 심각한 것은 내분이자 소모적인 행위라는 거야.’“진 선생님, 저는 다른 뜻이 없습니다. 저는 단지…”강연성은 진루안의 표정이 농담하는 기색을 띠고 있는 것을 보고 참지 못하고 설명하려고 했다. 그러나 진루안은 그에게 해석할 기회를 주지 않고, 손을 흔들어서 말을 끊었다.진루안이 그에게 계속 말했다.“당신은 아무것도 설명할 필요가 없어요. 나는 당신이 지금 자신이 없다는 것을 압니다. 오직 나만 이 길을 갈 수 있습니다.”“하지만 그렇더라도 방
말없이 침묵이 한참동안 이어졌다.진루안은 맞은편 큰아버지의 숨소리를 들었지만, 먼저 말을 하지 않은 채 아주 자연스럽게 그대로 있었다.그리고 큰아버지 지수천도 침묵하고 있었다. 맞은편에 있는 사람이 제자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라고 추측하고, 그 사람이 누구인지도 추측한 듯했다.다만 침묵한 뒤에 누군가는 침묵을 깨야 했다.지수천은 진씨 가문 후손의 목소리를 처음 들었다. 진씨 가문의 후손과 연락이 닿은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다.“큰아버지, 저는 진루안이라고 합니다. 진봉교 할아버지의 장손입니다!”나지막한 목소리로 간단하게 자신을 소개한 진루안은 또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진루안은 원래 자기가 말을 하면 큰아버지가 전화를 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고 지수천도 침묵한 채 말이 없었다.진루안은 큰아버지가 어떤 이유를 대고 전화를 끊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지금 지수천은 마음속으로 다르게 생각하고 있었다.‘이 아이는 왜 말을 하지 않지? 나보고 어떻게 하라는 거야? 내가 어떻게 침묵을 깨야 하나?’[험험, 신호가 약한가?] 지수천이 의아한듯이 물었다.그 말을 들은 진루안은 순간 마음속으로 한숨을 돌렸다. 큰아버지가 자신의 전화를 끊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자 계속 말할 수밖에 없었다.“큰아버지, 잘 지내세요?”진규직은 묵묵히 한쪽으로 물러섰다. 그는 스승과 진루안 사이의 친척 관계가 다소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원인을 모르기에 더 물어보려고 하지도 않았다.진루안의 물음에 지수천은 미소를 지었다.그는 이 후손이 아주 진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쓸데없거나 의례적인 말도 하지 않았고 긴장한 목소리로 자신이 잘 지내는지 물어본 것이다.진봉교는 몇 번 본 적이 있었다. ‘그 둘째 삼촌은 좋은 분이셨어. 다만 좀 보수적이라서 낡은 규칙을 고수했지.’‘진씨 가문은 그의 손에서 아마 평생 빛을 보지 못할 거야.’‘이 녀석이 둘째 삼촌의 장손이라면 진태사의 자식이겠지?’‘아쉽게도 제수씨가 복수 때문에 죽었지.’[속세에 있
‘그 분의 신분과 실력으로 용국에 발을 들여놓았다면, 용국에서 가장 지위가 높은 거물이 되었을 거야.’‘R국에 갔다면 R국의 총리의 고위 참모로 존경을 받았겠지. 결국 큰아버지의 어머니는 R국 고위 귀족의 딸이었으니 말이야.’‘오늘날의 이 귀족 가문, 바로 나카무라 가문은 이미 R국 10대 귀족의 으뜸이 되었지.’‘예전에 언급했던 하타다 가문도 10대 가문의 말미에 머물렀을 뿐이야.’‘큰아버지는 본심을 굳건히 지키시고, 당초의 맹세를 굳건히 지키면서 오늘에 이르셨어.’‘이런 분이기에 사람을 탄복하게 하고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 해.’“그래서 당신이 그렇게 월급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큰아버지 때문이군요?”진루안은 그제서야 진규직이 월급을 언급할 때 눈에 비쳤던 열띤 기대감을 떠올렸다.‘만약 가난한 나날을 보내지 않았다면, 마치 생명의 근원처럼 그렇게 돈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았을 거야.’“그래요, 월급이 들어오면 사부님께 반을 전해 드리려고 합니다.” 진규직은 전혀 이상하게 여기지 않고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진루안의 마음은 오히려 몹시 괴로웠다. ‘솔직히 말해서 내 옷 한 벌을 사는 돈도 진규직의 한 달 월급보다 비싸니, 큰아버지의 생활비는 말할 것도 없어...’“제가 큰아버지와 몇 마디 얘기를 나눌 수 있을까요?” 진루안은 마음속으로 갈망하면서 진규직에게 물었다.이 일은 진규직이 동의해야 한다. 결국 그전에는 진루안은 지수천과 만나지 못할 것이다.그리고 진씨 가문에 대한 지수천의 태도는 보통이라서, 만약 거절당한다면 자신의 마음은 더욱 괴로울 것이다.진규직은 스승과 진씨 가문 사이의 문제를 몰랐기 때문에, 진루안의 이 말을 듣고 잠시 망설이다가 승낙했다.“그렇게 하세요!”진규직은 핸드폰을 꺼내 진루안에게 건네주었다.그의 핸드폰은 이미 한참 시대에 뒤떨어진 제품으로, 기능이나 프로그램도 이미 한참 예전의 것이었다.그래서 이 핸드폰을 보자 스승과 제자가 평소 얼마나 청빈하게 생활했는지 가히 상상할 수 있었다.말
“당신 사부님 이름이 뭐라고요? 지수천이라고요?”진루안의 마음속은 놀라움으로 가득했다. 만약 자신의 기억이 틀리지 않는다면, 당초에 스승 백무소와 할아버지 진봉교가 말하길, 자신의 큰할아버지 진봉산과 R국의 여자 사이에 태어난 아이의 이름을 진태동이라고 했고 후에 나카무라 이치로라고 불렀다고 했다.결국 역사적 원인 때문에 발생한 참극 때문에, 그때부터 그는 이름을 쓰지 않고 지수천이라고만 했고 M국으로 간 뒤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이다.지수천, 바로 진루안의 백부가 지금 쓰는 이름인 것이다.진루안은 의문이 가득한 눈빛으로 진규직을 바라보았다. ‘이 20대의 젊은 의사가 뜻밖에도 큰아버지의 제자였어?’‘땅이 하늘을 지킨다는 뜻의 이 이름은 아주 패기 있고 또 천도를 무시한다는 뜻도 있어.’‘그렇지 않고 하늘이 땅을 지킨다면 천수지라고 했을 거야. 지수천이라고 했을 리가 없어.’“왜 그러세요?” 진규직의 표정에는 의아한 기색이 가득했다. ‘스승의 이름을 말했더니 왜 진루안이 이렇게 흥분하는 거야?’‘이렇게 반응이 큰 걸 보면, 설마 스승님과 아는 사이인가?’‘아니면 스승님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는 건가? 아니야, 스승님은 반평생 아무 명성도 없이 바로 산속에 집을 짓고 오랫동안 조용하게 수행하셨어.’‘명성이 있다 해도, 종종 일반인들을 진찰하기도 해서 단지 사방 수십 리 사이에만 명성이 있을 뿐이야.’‘하지만 만km가 넘는 바다를 가로질러서 명성이 용국에 전해진다는 건 전혀 불가능해.’“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당신의 스승님은 제 큰아버지일 겁니다!”복잡한 눈빛으로 한참동안 진규직을 보던 진루안은 그래도 사실대로 말해주었다.진루안의 말을 들은 진규직도 의아한 표정이었지만 그렇게 큰 충격은 받지 않았다.“어쩐지 그래서 스승님께서 해독해 주라고 하셨군요.”스승은 여태껏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진규직은 앞서 스승의 결정을 납득하기 어려웠다. 지금 진루안의 말을 듣고 나서야 비로소 스승과 진루안이 친척 관계
진루안은 표정에는 의아하고 이해할 수 없다는 기색이 가득했다. ‘나는 진규직의 스승을 전혀 알지 못하는데, 왜 진규직의 스승이 나를 해독하라고 지시했는지 정말 이상한 일이야.’‘설마 단지 의사로서의 자애로운 마음일 뿐인 건가?’‘이 시대에 순수한 의사의 자애로운 마음이 어디 있겠어. 단지 돈에 타락한 이익을 추구하는 마음만 있을 뿐이지.’“제 스승님의 마음을 의심할 필요는 없습니다. 스승님이 제게 해독을 하라고 말씀하신 이상 다른 마음은 없습니다!”진루안의 안색이 심상치 않은 것을 본 진규직은, 진루안이 뭘 생각하는지 짐작하고 바로 대답했다.진루안은 비록 마음속으로는 여전히 의심이 들었지만, 진규직의 말을 믿기로 했다. 진규직의 스승이 무슨 의도를 가지고 있든 자신의 독은 반드시 해독해야 하기 때문이다.“당신은 어떻게 해독할 계획입니까?” 진루안은 웃으면서 해독에 대한 의학적 소견을 물었다.진루안 자신도 백무소로부터 간단한 의술을 배우긴 했지만, 따로 연구할 마음이 없었기 때문에 그 수준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그러나 진루안은 그 안의 현묘한 이치는 알아들을 수 있다. 만약 진규직이 정말 능력이 있다면, 당연히 그 처방도 아주 뛰어날 것이다.진루안이 묻자 진규직은 진루안이 자신을 평가하려는 생각임을 알아차렸다.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묻지 않았을 것이다.‘지금도 여전히 내 말을 믿지 않는구나.’ 이렇게 생각한 진규직은 마음속으로 좀 불만스러웠다.결국 혈기 왕성한 청년이기에 진루안에게 업신여김을 당하고 싶지 않아서 바로 말했다.“당연히 한약으로 해독할 겁니다. 그러나 한 달은 걸립니다.”“그래서 그동안 내가 당신을 따라가야 합니다.”진규직의 말은 간단하면서도 직설적이었고 자신의 목적을 숨기지도 않았다.앞서 주한영은 진루안에게 진규직이 진루안의 곁에 있어야 한다고 말할 것이고, 이 역시 진규직의 스승이 지시한 거라고 보고했다. 그리고 진규직이 어떤 수작을 부리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방비해야 한다고 말했다.지금 진규직은 당당하게 이를 제
주한영은 일어난 뒤 바로 떠났다.차분한 표정으로 멀어져 가는 주한영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진루안은 고개를 저었다.“밖에서 그렇게 오래 기다렸는데, 들어와서 차나 한 잔 하세요!”진루안은 계속 병실 문을 주시하면서, 이번에는 주한영이 아니라 문밖에서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던 진규직에게 말했다.그는 진규직의 체내에서 발산하는 아주 희미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기운은 실력이 아주 높은 고대무술 수련자만이 가질 수 있었다.앞서 진루안이 막 깨어났을 때는, 불패의 일 때문에 자세히 관찰할 수가 없었다.이제서야 진규직이 정말 간단하지 않고 정말 신비에 싸인 인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그렇다면 그의 스승은 더욱 신비로운 인물이겠지.’‘이런 제자를 배출할 수 있다면, 그의 스승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고 짐작할 수 있어.’“몸은 좀 나아졌습니까?”웃으면서 손에 과일바구니를 들고 병실에 들어선 진규직은, 과일을 테이블 위에 올려 놓은 뒤 바로 진루안에게 물었다.그의 관심은 거짓이 아니었고 위선적인 인사치레도 아니다.진규직의 미소를 보면서, 진루안은 마음속으로 의아하게 생각했지만 표정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 예전과 다름없이 평온한 표정이었다.“이 테스트 보고서를 한번 보세요!”진루안은 바로 테스트 보고서를 진규직에게 건네주었다.주한영 때문에 진규직이 이 보고서를 보지 못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보고서를 본 진규직은 바로 눈살을 찌푸리며 침착하게 말했다.“내 짐작이 맞았군요. 불패 안의 탄소독이 아주 강력합니다.”“만약 괜찮다면 제가 그걸 부수고 안의 구조를 좀 볼 수 있을까요?” 주먹을 불끈 쥔 진규직이 차갑게 불패를 쳐다보았다.그 말에 개의치 않고 진규직의 온몸에서 스며 나오는 기세를 주시하던 진루안은 흠칫 놀랄 수밖에 없었다.‘연골3중의 경지라니.’‘나보다 한 단계가 더 높아.’진루안은 시종 자신이 경지를 돌파할 기회를 보류하면서, 좀 더 착실하게 준비한 뒤에 일거에 연골4중 경지를 돌파하려고 했다.‘그런데 이 진규직은 이렇
진루안은 앞서 주한영의 사무실에 있던 안선유를 떠올리고 화제를 돌렸다.‘그 안선유는 나를 조금도 존중하지 않았고, 심지어 주한영이 말을 했는데도 여전히 존중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어.’‘그러나 주한영이 그 모든 걸 용납한 걸 보면 주한영과 안선유의 관계가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어.’‘그리고 안선유는 평범한 여자가 아니야. 그렇지 않으면 그렇게 성질을 부릴 수 없어.’‘교만하고 무례한 데다가 제멋대로 설치는 성격이지.’‘권문세가의 여자들만 그렇게 성질을 부릴 수 있어.’‘일반 가정의 여자들은 기껏해야 순진한 척하면서 내숭을 떠는 정도지.’주한영은 순간 흠칫했다. 좀 전에 깨어난 진루안이 안선유에게 관심을 보인 것이다.안선유에 대해서 진루안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진루안에게 말할 수 있는 것은 하나뿐이다.“안선유는 안씨 가문의 장녀입니다!”“안씨 가문의 할아버지가 제 할아버지와 의형제를 맺으셨습니다. 그 어르신이 돌아가시기 전에 제게 안선유를 돌봐 달라고 부탁하셨습니다.”주한영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진루안에게 대답했다. 대답은 아주 간결하고 간단했지만, 진루안은 오히려 얼버무리려는 느낌이 가득하다고 느꼈다.진루안은 화를 내는 대신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안선유를 처음 만났을 때, 주한영은 마치 자신에게 이 안선유를 알리고 싶지 않은 것처럼 대충 넘어갔어. 왜 그랬던 걸까?’‘게다가 안선유와 주한영의 관계는 일반적이고 평범한 관계가 아닐 뿐만 아니라, 손윗사람의 부탁이라는 주한영의 말처럼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닐 수도 있어.’“당신이 그 아가씨와 어떤 관계든 나는 상관하지 않아.”“그 아가씨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가문 출신인지도 나와는 상관이 없어.”“하지만 그 아가씨가 정보를 취급하게 해선 안 돼!”“당신의 다음 계승자는 신중하게 선택해야 해!”진루안이 사실대로 말한 것은 주한영에 대한 일종의 경고라고 할 수 있다.그는 확실히 주한영에게 마음의 가책을 느꼈다. 자신 때문에 주한영의 언니 주경영은 희생을 치러야
불패가 든 주머니를 상자에 넣은 진루안은 일어나서 창문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더없이 복잡한 눈빛으로 창밖의 경성 풍경을 바라보았다. 지금 경성은 이미 해질녘에 접어들었다. 붉게 타오르는 구름은 점차 어두워지면서 결국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궐주님, 보고할 일이 하나 더 있습니다.” 한참 동안 불패를 바라보던 주한영이 계속 말했다.“뭘 보고하려는 거야? 말해 봐!” 고개를 끄덕인 진루안이 주한영을 바라보았다.주한영은 쓸데없는 말은 전혀 하지 않고, 아까 화장실에서 진규직이 그의 스승과 나누었던 통화 내용을 그대로 진루안에게 알려주었다.물론 이는 그녀가 들은 것뿐이며, 잘 듣지 못한 걸 사실처럼 보고할 수는 없었다.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이 젊은 의사는 분명히 불순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주한영은 100% 확신할 수 있었다. ‘게다가 젊은 의사가 이렇게 뛰어난 의술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비현실적이야. 진루안을 진찰한 두 노교수는 모두 50여 년 동안 의사로 일했다는 것을 알아야 해.’‘그들도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는데, 20대에 불과한 이 진규직이 문제를 알아차렸다는 건 믿기 어려워.’‘다만 믿지 않는다고 했지만, 진규직이 진루안이 혼절한 증거를 찾았고 실증했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야.’그래서 주한영은 진규직은 진씨 가문의 멸망과 관계가 있을 가능성이 아주 크고, 설사 이와는 무관하다 하더라도 이 불패와 아주 큰 관계가 있을 거라고 의심했다.‘단정할 수는 없지만, 이 불패는 바로 진규직의 스승 소행일 거야.’그녀는 추측한 내용을 모두 진루안에게 말했다. 오랫동안 멍하니 있던 진루안은 마지막에 주한영을 보고 소리칠 수밖에 없었다.“당신은 그가 나쁜 사람이라고 이렇게 확신하는 거야?”“궐주님, 막을 수밖에 없습니다.” 진루안의 아무렇지 않은 듯한 표정을 본 주한영이 얼른 권유했다.진루안이 이 일을 엄밀하게 대하지 않으면 큰일이 날 가능성이 높다고 느낀 것이다.진루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당신 추측은 일리가 있어. 하지
그러나 이 일은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았고, 진루안에게도 알리지 않았다.하지만 진규직이 자신의 내막과 허실을 한눈에 알아차렸기에, 주한영은 더욱 꺼리면서 경계하게 되었다.‘어떤 계획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진규직에게는 반드시 계획이 있어.’“내가 있는 한 궐주에게 접근할 생각은 버려요!”조용히 경고한 주한영은 진규직을 아랑곳하지 않고 몸을 돌려 나갔다.진규직은 자신에게 경고하고 돌아선 주한영의 뒷모습을 씁쓸하게 바라보았다.이 말뿐인 위협은 당연히 무의미했다.‘그렇다고 해도 이 위협은 나에 대한 주한영의 경각심을 말해 주고 있어. 스승님의 지시에 따르는 건 아마 쉽지 않을 거야.’‘하지만 내가 진루안의 신임을 얻기만 하면 돼.’‘그리고 내가 해야 하는 일은 진루안의 해독을 돕는 거지, 진루안을 해치려는 게 아니야. 이건 스승님의 지시니 당연히 그대로 따라야 해.’고개를 저은 진규직은 주한영의 뒤를 따라 테스트 센터의 홀로 돌아왔다.지금 3번 창구의 간호사는 이미 보이지 않았고 센터장이 직접 지키고 있었다.언제 감정 결과가 나오든 주한영이 떠나야 센터장도 한숨을 돌릴 수 있을 것이다.그렇지 않고 이런 거물이 메디컬 테스트 센터에 계속 남아 있다면, 센터장은 엄청난 압력을 받게 될 것이다.한 시간의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센터장은 테스트 보고서를 직접 주한영에게 건네준 뒤 자루 안에 든 단목불패도 건넸다.주한영은 불패를 꽉 쥔 채 진규직이 접근하지 못하게 했다.마음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면서 테스트 보고서를 대충 훑어본 뒤, 주한영은 진규직을 무시한 채 빠른 걸음으로 테스트 센터를 나섰다.진규직은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건물 밖으로 나와서는 이미 멀어진 아우디 차를 보면서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었다.‘주한영은 스승님과의 통화 내용을 듣고 이미 나를 의심하고 있어.’‘여자의 의심은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야.’‘원래 여자의 마음은 전혀 종잡을 수가 없잖아.’진규직은 택시를 타고 경성병원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다시
“진루안이라는 청년은 체내의 탄소독이 아주 심각한 수준입니다.”“사부님, 이 일을 조사하라고 하셨는데, 이 일은 이미 잘 파악했습니다. 저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보고를 마친 진규직은 계속 사부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물었다.사실 그가 용국에 온 것은 이 일 때문이다. 일을 마쳤으니 원래대로라면 이미 M국으로 돌아가도 되었다.그러나 사부의 구체적인 명령 없이는 제멋대로 행동할 수 없었다.전화기에서는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 스승이 뭘 생각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스승이 말을 하지 않으니 그 역시 경솔하게 말을 할 수 없었다.한참 후에 전화기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가능하다면 진루안의 곁에 남아서 체내의 독소를 해결해 주도록 해라!]“예, 사부님!” 사부의 말을 들은 진규직은 의아해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이며 승낙했다.[그래, 다른 일이 없으면 끊는다. 국제전화는 비싸!]뚜뚜뚜!진규직은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사부님은 여전히 이렇게 고지식하시지. 고지식하면서도 빈틈이 없으셔서 여태까지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고, 쓸데없는 얘기조차 하지 않으셨어.’이 사람이 바로 그를 십여 년 동안 이끌어 준 스승이다.애석하게도 그는 스승의 진짜 이름도 알지 못했고, 단지 자칭 세상을 자유롭게 다니는 분이라는 것만 알고 있다.‘사부님은 생계도 어렵고 궁핍하게 생활해기 때문에, 전화비가 비싸다고 말한 것도 농담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돈을 아끼려는 거야.’‘그러나 스승님은 생활이 어려웠음에도 나를 십여 년 동안 길러 주셨어. 특히 내 생활비와 영약을 사는 돈은 거의 모두 스승님이 돈을 내셨지.’지금 그는 스승과 떨어져 있어서 만나고 싶어도 쉽지 않았다.원래는 M국으로 돌아가서 스승의 슬하에서 돌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스승은 오히려 진루안과 함께 있을 기회를 찾으라고 지시했다,‘혹시 사부님과 진루안 사이에 무슨 관계가 있는 건 아니겠지?’그가 그런 관계를 알 수 없다고 해도 스승의 지시를 거역하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