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의사랑 간호사는 그만 나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밖에 급히 달리는 소리와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빨리빨리! 저기 자살하는 사람 있어, 빨리 와!”“뭐? 자살? 누구?”“민지아인 거 같은데.”“어느 민지아? 그 국민 아이돌 민지아?”“맞아 맞아!”연아는 밖에 지저분한 소리에 눈살을 찌푸리고 그냥 콧웃음만 나왔다. 정말 못 배운 사람도 아니고 또 이 짓을 하다니 대단하다.그리고 누군가 급하게 문을 두드리고 휠체어랑 같이 문 앞에 나타났다.“저기 도련님, 사모님이 부르는데요. 빨리 가보시라고. 지금 민지아 아가씨 상태가 너무 안 좋아 테이프를 어디서 구했는지 지금 목메고 자살 하겠다고 난리입니다.”민지훈은 아롱코 하지 않고 말했다. “자살? 나랑 무슨 상관인데.”간호사는 그의 말에 놀라 민씨 사모님한테 어떻게 얘기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래도... 사모님... ”“그냥 장례식장 연락하라고 해!”“네, 알겠습니다.” 간호사는 민지훈의 말에 놀라 바로 고개 끄덕이며 뛰쳐나갔다.“자기야, 나 잘했어?” 민지훈의 섹시한 목소리가 들렸다. 또 똑같은 말이다.연아는 신중하게 말했다. “내가 다시 한번 말하는데, 내가 당신 애인도 아니고 자기도 아니라고. 민지아 자살한다는데 너무 무심한 거 아닌가? 뭐 넌 늘 차갑고 무심한 사람이니까. ”“너한테는 안 그래.”연아는 어이없는지 웃었다. “그런가? 그럼 마음 단단히 준비해. 난 예전이랑 변한 게 없어. 여전히 독하고 냉정해.”“딱 내 스타일이네.”“미친놈!” 연아는 이 말을 하고 병실을 나섰다. 그리고 민지훈의 웃는 소리만 들렸다.엘리베이터 기다리고 있는데 하지석을 보게 되었다.“연아야!”“아저씨!” 연아는 하지석을 보고 발길을 멈췄다.하지석은 바로 달려와 말했다. “오늘 오후부터 비행기 뜰 수 있데, 우리가 준비한 비행기 오늘 저녁 6시면 도착할 수 있어. 공항으로 가는 차 이미 준비 다 했다.”“오늘 저녁요? 민지훈 지금 상태로 퇴원할 수 있나요?”“주치의사한테 물어봤는데
연아는 하태윤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6시 다 돼가는데 하태윤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 민지훈은 연아 앞에 다가가 그녀의 손을 잡고 말했다.“올라가자.”연아는 그의 손을 뿌리치고 걸어오고 있는 사람이 하태윤이 아닌 걸 보고 말했다. “저기 네 가족들이네.” 멀지 않은 곳에 송진희가 민자아의 손을 잡고 걸어오고 있었다.“지훈아, 전세기로 가면서 왜 엄마한테 얘기 안 했어? 여기 바람 너무 세다, 우리 빨리 비행기 타자.” 송진희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송진희는 민지아를 데리고 비행기에 타려고 하자 연아는 그녀들의 앞길을 막았다.“제 허락 없이 비행기 탄다고요? ” 송진희는 불만이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 “조연아, 웃기지 마, 내가 내 아들이랑 비행기 탄다는데 너랑 무슨 상관이야?”“내가 이 전세기 빌린 거니까.”송진희는 순가 놀라 어떤 말로 하지 못했다. 좀 지나자 민지훈을 보면서 물어보았다.“지...지훈아, 이게 이 여자가 빌린 거라고?”“응.” 민지훈은 간단하게 대답했다.“지훈아, 지훈아! 너 거짓말하지 마. 엄마 속이면 안 된다. 이게 이 여자가 빌린 비행기라면 나랑 지아는 어떻게 돌아가?” 송진희는 민지훈을 잡고 소리 질렀다.“왔던 길로 다시 돌아가면 되지.” 민지훈은 자기 엄마한테도 눈길 하난 주지 않고 말했다.“아니야, 내가 엄마인데, 너랑 같이 가야지! 그리고 지아도 마찬가지고, 우리 한 가족인데 어떻게 우리를 여기 그만 둘 수 있어?” 그러자 송진희는 막돼먹은 여자처럼 행패를 부리며 비행기를 타려 하자 경비원한테 당하기만 했다.“그만해, 내가 누군지 알고 이래, 나 민지훈 엄마야!” 송진희는 민씨 집안, K.N재단 빽으로 이미 눈에 보이는 게 없었다.그리고 민지훈을 쳐다보면서 도움을 요청했다.“지훈아, 어떻게 엄마가 이 지경인 걸 보고만 있을 수 있어? 말해봐! ”민지훈은 아무 말 없이 겉옷을 벗어 연아한테 덮었다. 따뜻함을 느낀 연아는 반응할 세도 없이 민지훈한테 안겼다.“뭐 하는 거야?” 연아는
“과연 그럴까?”민지아는 고개를 계속 끄덕이며 말했다. “맞아, 맞아. 오빠, 이 여자 속임수에 넘어가면 안 돼. 얼른 정신 차려! ”“연아를 위해 죽어도 괜찮은데 다른 말 더 필요하나?”민지훈은 고민할 거 없이 바로 말했다. 그의 말에 연아의 마음도 조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근데 예전에 겪었던 일들을 생각하면 쉽게 풀릴 수가 없다. 하지만 그의 말 한마디에 민지아는 너무 큰 충격을 받아 제대로 서지도 못하고 그 자리에 쓰러졌다.이 모습을 보게 된 연아는 예전에 자기가 유산된 날이 생각났다. 이 사람들이 자기 배를 힘차게 차고 쓰러지게 하고......연아는 민지아 옆으로 다가가 그녀의 창백한 얼굴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민지아, 너 당할 일만 남았어.”이 말 한마디에 민지아는 아무 말 없이 연아의 살기 가득한 눈빛을 보게 되었다.연아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뒤돌아 비행기를 탈 생각이었다. 이때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연아야!”캐리어를 끌고 뛰어오고 있는 하태윤이다. 그는 선글라스를 벗고 연아한테 윙크를 날렸다. “늦은 거 아니지? 딱 6시네!”“그래, 시간 잘 맞췄어.” 연아는 그를 향해 웃었다.“조사장님 덕분에 임천으로 돌아갈 수 있어서 다행이네, 아니면 우리 매니저 매화마을로 당장 올 수도 있어.” 그리고 해태윤은 환한 미소를 띠며 계속 말했다.“내가 너한테 주려고 매화마을 특산물 사 왔어.” 사실 이게 하태윤이 조금 늦은 이유다.하태윤은 매화 모양의 케이스를 연아한테 건넸다. “매화전이야, 오늘 사장님 다시 장사한다고 매화마을에 도움을 준 사람한테 무료로 주는거래, 그냥 받기에는 그래서 내가 샀어.”하태윤이 나타난 순간부터 민지훈은 불만이 가득했고 그 표정이 너무 무서워 스튜어디스도 다가오기 힘들었다. 잘생기긴 했지만, 포스가 장난 아녀서 쉽게 다가가기 힘들었다.민지훈은 하태윤 손에서 매화전을 뺐다. “마침 배고픈데 잘됐다.”“저기요, 연아 주려고 사준건데 이건 좀 아니지 않나?” 하태윤은 불만이 가득한 말투였다.“
“당연하지.”연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알았어. 그럼, 손 놔줘, 네가 그랬잖아, 그냥 같이 앉아주면 된다고.”그냥 앉는다면 손은 왜 잡냐고?“역시 똑똑해.” 민지훈은 웃으면서 연아한테 한방 당했다고 생각했다.그도 말한 대로 연아의 손을 놓았다. 하태윤은 연아랑 제일 가까운 자리에 앉고 말했다. “연아야, 뭐 필요하면 나한테 얘기해, 그리고 그 매화전 진짜 맛있어, 꼭 먹어봐.”연아가 고객 끄덕이자, 민지훈은 매화전을 뜯어 자기 입으로 넣었다. “넌 먹으면 안 돼.”“왜? 태윤이가 나 먹으라고 사준 건데?”“안에 망고 있어, 너 망고 알레르기 있잖아.”하태윤이 그의 말을 듣고 잠깐 멍했다가 바로 설명했다. “연아야, 미안해, 내가 몰라서...”“아니야, 나 망고 알레르기 없어.” 그리고 매화전을 입에 넣을려고 했다.하지만 민지훈이 연아의 손을 바로 잡고 말했다. “나한테 어떻게 하든 상관없어, 하지만 자기 몸 해치면 안돼.” 민지훈은 눈살을 찌푸리며 그녀 손에 있는 매화전을 빼앗았다.연아는 입술을 깨물며 예전에 망고 알레르기 때문에 입원까지 한 게 생각났다.민지훈 생일날에 민지아는 망고 케이크를 사 왔고 그들이 보는 데서 그 케이를 먹었다. 자기가 망고 알레르기 있다는 걸 알면서도 먹었다. 그때는 이 세상에 모든 축복을 민지훈한테 주고 싶은데 그의 생일 케이크를 어떻게 마다하는가? 그리고 송진희랑 민지아 보는 데서 더 마다할 일이 없다.예전 일에 생각나 어느새 눈가가 촉촉해졌고 눈 앞을 가렸다. 어떨 때 생각하면 참 웃긴 건데, 많은 걸 심지어 목숨까지 걸고 그 사랑을 얻고 싶었는데 얻지도 못하고 지금 와서 이게 무슨 일인지. 지금은 아무것도 필요 없고 더 이상 그 사랑 받고 싶지도 않았다.어느새 기내 안내 방송이 들렸고 불빛도 점점 약해지며 비행기도 뜨기 시작했다.이때 민지훈은 또다시 연아의 손을 잡았다.“그냥 앉아 있으면 된다며? 왜 또 손을 잡아?”“너 무서워할까 봐.”어렸을 때 두 사람이 납치당한
하태윤은 자기처럼 칼 같은 성격을 가진 사람이 여자 문제로 이렇게 감당하지 못하다니, 예전에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다른 남자랑 만나면 불만이고, 다른 남자랑 얘기하면 화나고, 다른 남자랑 웃으면 속에 화산 폭팔하는 것처럼 미칠 것 같다.하지만 연아라면 그 모든 게 당연한거다.......연아는 기내 wifi를 연결하고 만두가 보낸 메일을 보게 되었다. 메일 하나하나 집중하여 자세히 검토하고 답장했다. 너무 집중한 관계로 시간이 얼마나 지나는지도 모르겠다. 이때 민지훈은 그녀의 어깨에 머리를 데고 곤히 자고 있었다.옆에 앉은 하태윤은 계속 지켜보고 있었다. 연아한테 계속 무언의 동작을 하고 그녀가 쉽게 이해하게끔 자기 머리를 미는 동작까지 했다. 연아는 하태윤의 동작들이 너무 귀여웠다. 남우주연상까지 받은 배우가 자기 눈앞에서 연기를 하다니, 게다가 표정도 너무 진지하여 정말 혼자 보기에는 아까울 정도다.연아는 민지훈의 머리를 조심스레 밀고 싶었지만, 그가 어이없는 이유를 말했다.“나 아픈 사람이야, 편하게 쉬게 해줘.” 너무 정정당당한 이유라 연아도 할 말을 잃었다.“아니... 근데 꼭 나한테 기대면서 쉬어야해?”“메일 다시 한번 자세히 봐봐.” 그는 딴소리였다.“뭐?” 연아는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재무팀에서 보낸 데이터 문제 있어.” 민지훈은 계속 말했다.“민사장님이 다른 사람 업무까지 보다니?” 연아는 살짝 놀라며 말했다.“넌 다른 사람 아니니까, 당당하게 본 건데.”“너......”“재무팀 문제가 많다. 회사 내부부터 정리해야 할 거 같은데.” 민지훈의 말은 현재 스타엔터의 핵심을 찔렀다.사실 연아도 민지훈의 능력을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곁눈으로도 바로 문제점을 알 수 있다는 걸 대단하다고 생각했다.그리고 민지훈은 데이터를 보고 문제 있는 부분을 집어냈다.“하지석은 왜 같이 안 왔어?” 민지훈이 물어보았다.“아저씨는 며칠 뒤 회사로 복귀할 예정이다. 매화마을에서 아직 볼 일이 있어서.” 연아는 재무팀에 보낸 데이
하지만 민지훈 일행은 VIP 통로로 공항을 나섰고 그 덕에 기자들도, 팬들도 전부 허탕을 치고 말았다.“대표님, 차 준비되었습니다.”오민이 공손하게 허리를 숙였다.“손 교수님도 별장에 도착하셨습니다.”“그래요.”고개를 끄덕인 민지훈은 조용히 차에 탔다.잠시 후, 조연아의 휴대폰 벨소리가 울렸다.‘주혁 오빠?’망설임 없이 수락 버튼을 누른 조연아가 입을 열었다.“여보세요? 오빠.”익숙한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오고 조연아의 얼굴에 저도 모르게 미소가 실렸다.“연아야, 오빠 공항에 도착했어. 지금 어디야?”주위를 둘러보던 조연아가 위치를 공유했다.잠시 후, 고주혁과 동시에 하태윤이 등장했다.“연아 씨, 내가 데려다줄게요.”주차장에 세워둔 벤을 가리키며 하태윤이 싱긋 웃어보였다.“아, 그게...”이때 길가에 차를 세운 고주혁 역시 조연아를 향해 다가왔다.“연아야, 타.”갑자기 나타난 남자를 경계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던 하태윤이 조연아의 앞을 막아섰다.“연아 씨는 제가 댁까지 모시겠습니다.”한편, 한눈에 하태윤을 알아본 고주혁이 어딘가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하태윤 씨? 맞죠? 요즘 활동도 열심히 하시던데 연아랑 같이 있는 모습 기자들한테 찍히기라도 하면 피곤해질 거예요. 팬들 생각도 해야죠?”벤에 앉아있던 매니저 역시 그의 말에 동의하 듯 고개를 끄덕였다.“글쎄요. 제가 무슨 나쁜 짓 한 것도 아니고, 전 기자들 하나도 안 무섭습니다. 비행기를 통째로 대여해 임천시로 데려다 준 것도 고맙고 아버지가 연아 씨를 집까지 에스코트하라고 신신당부를 하셔서요.”두 사람이 묘한 신경전을 벌이자 중간에 낀 조연아는 상당히 난처한 입장이 되어버렸다.‘아니, 왜 이런 걸로 싸우려고 해...’“두 사람 다 그만...”하태윤과 고주혁을 설득하려던 그때, 끼익 하는 소리와 함께 외제차 한 대가 세 사람 앞에 멈춰섰다.그리고 벌컥 열린 차문 사이로 나타난 민지훈이 조연아의 손목을 덥석 잡아 차로 끌어당겼다.“민지...”미처 반항할 새도
...그리고 혼자 남겨진 고주혁은 그를 둘러싼 기자들을 상대하느라 진땀을 빼야했다.언론에도 자주 모습을 보이는 고주혁은 업계의 유명인사였다. 그런 그가 스타엔터 전속 법률 고문을 맡았다는 기사가 돌면서 선남선녀인 고주혁과 조연아의 사이를 의심하는 사람들도 꽤 있었다.민지훈과 조연아를 잡지 못한 건 아쉬웠지만 꿩 대신 닭이라고 했던가. 기자들은 이때다 싶어 질문을 쏟아냈다.“변호사님, 혹시 조연아 대표님 픽업 오신 겁니까?”“일정도 바쁘실 텐데 특별히 공항까지 마중오신 건 두 분의 사이가 그만큼 각별하다는 뜻일까요?”“그런데 조연아 대표님은 지금 어디 계시죠? 설마 민지훈 대표님과 함께 가신 겁니까?”쏟아지는 질문에 가뜩이나 심란한 고주혁이 대답했다.“여러분, 지금 제 차를 막고 계시는 건 알고 계십니까? 요즘 로펌에 새로운 인턴 몇 명이 들어왔는데 연습용 사건을 제공해 주실 분 계십니까?”친절한 목소리지만 어딘가 협박이 담긴 말투에 기자들은 어색한 얼굴로 서로 눈치만 보다 공항 경호원들이 다가오자 부랴부랴 자리를 떴다.한편, 도시를 질주하는 민지훈의 차, 그 안은 무거운 정적만 감돌 뿐이었다.창밖을 바라보는 조연아는 차에 탄 뒤로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어차피 말해 봤자 곱게 내려줄 사람이 아닌 걸 알고 있으니 괜한 힘을 빼고 싶지 않아서였다.그런데...‘뭐야? 여긴 별장으로 가는 길이잖아?’상황이 뭔가 이상하게 돌아가자 그제야 조연아가 고개를 홱 돌렸다.“뭐야. 여긴 우리 집으로 가는 방향 아니잖아.”“누가 그래? 내 집이 곧 네 집이지.”능글맞은 표정을 보고 있자니 조연아는 속에 천불이 일었다.‘등이 아니라 머리를 다친 거 아니야? 안 어울리게 왜 이래.’“됐고. 오 비서님, 차 세워주세요.”“연아 씨, 두 남성분 사이에 끼인 연아 씨를 구해 준 게 저희 대표님 아닙니까? 그 성의를 봐서라도...”오민의 설명에 조연아가 민지훈을 향해 고개를 홱 돌렸다.“뭐야? 처음부터 당신 계획이었던 거지? 쿨한 척 돌아서서 날
“너... 지금 뭐라고 그랬어?”조연아의 손목을 잡은 민지훈의 눈동자가 슬픔에 잠겼다.‘어떻게... 죽는다는 말을 그렇게 쉽게 해. 그것 때문에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데.’“백 번, 천 번을 물어도 내 답은 똑같아. 난 당신 사랑하지 않아. 앞으로 사랑할 일도 없고. 예전의 그 조연아는 이미 죽었...”하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민지훈의 거친 키스속에 묻혀버리고 말았다...눈이 휘둥그레진 채 주먹으로 그의 가슴을 내려치던 조연아는 민지훈의 입술을 꽉 깨물었다.“윽...”고통에 민지훈이 살짝 입술을 뗀 사이 조연아는 바로 거칠게 그를 밀어냈다.“하.”입가에서 흐르는 피를 닦아낸 민지훈이 애원어린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내가 네 몫까지 사랑할게. 그러니까 제발...”두 사람이 실랑이를 벌이는 사이 차는 임천 별장으로 도착하고 오민은 눈치껏 말없이 차에서 내렸다.한편, 익숙한 풍경이 눈에 들어오니 1년 전, 눈오던 그날 밤의 광경이 떠올랐다.민지훈과 같은 공간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돋은 조연아는 일단 차에서 내리기로 했다.볼에 찬 밤바람이 스치니 답답함이 조금은 가시는 듯했다.깊은 한숨을 내쉰 그녀가 만두에게 전화를 걸려던 그때, 누군가 그녀의 휴대폰을 빼앗더니 아예 꺼버리기까지 했다.뭐, 이런 짓을 벌일 사람은 민지훈뿐이었다.“그냥 여기서 지내.”‘뭐지? 1년 사이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그 차갑던 사람이 도대체 왜?’하지만 민지훈의 심경의 변화가 어떠하든 지금은 전부 부질없는 일이라는 걸 알고 있는 그녀가 피식 웃었다.“여기서 지내면 뭐? 그럼 뭐가 달라질 것 같아? 아니야. 그래. 인정해. 당신은 내가 가장 아름다웠던 시절을 다 바쳐 사랑했던 사람이야. 하지만 그 감정들 전부 이젠 과거형일 뿐이야. 우리가 다시 잘될 가능성은 전혀 없어. 그리고 나 이제 결혼할 거야. 그러니까 더 이상 귀찮게 들러붙지 마.”“결혼?”앞으로 성큼 다가선 민지훈이 그녀의 손목을 덥석 잡았다.“누구 마음대로. 누구랑 결혼을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