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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화

의사의 말에 조연아는 당황한 얼굴로 입만 벙긋거릴 뿐이었다.

“고맙습니다.”

눈치껏 대신 인사를 한 하지석 덕분에 분위기가 조금이나마 풀리고 의사가 떠난 뒤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

“먼저 수술비부터 계산하고 오겠습니다.”

멍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던 조연아는 그제야 정신을 차린 듯 질문했다.

“아저씨, 언제쯤이면 마을을 떠날 수 있을까요?”

“공항은 피해가 별로 크진 않지만 그래도 1주일 정도는 걸릴 겁니다.”

“민지훈 대표도 얼마 전에 수술을 마쳤으니 약 1주일 정도는 회복기가 필요할 거예요. 공항이 정상으로 회복되면 바로 민지훈 대표와 함께 임천시로 돌아가죠.”

‘그럼 정말 끝이야... 이젠 더 이상 문지훈과 엮이지 않는 거야.’

“알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조연아는 천천히 민지훈이 있는 508호 병실로 향했다.

조용한 병원 복도에서 그녀의 발걸음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려왔다.

병실 문을 여니 여전히 창백한 안색의 민지훈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급류속에서 떨어지는 광고판을 막아내고 그녀를 품에 꼭 안던 그 모습이 다시 펼쳐졌다.

“이게 뭐야... 속죄라도 하려는 거야?”

씁쓸한 미소와 함께 중얼거리던 조연아가 돌아섰다.

하지만, 조금은 차가운 손이 그녀를 덥석 붙잡았다.

“속죄도 사랑 중 하나인가? 그렇다면 인정.”

남자의 목소리를 들은 조연아는 멈칫하다 어떻게든 그 손길에서 벗어나려 버둥댔다.

“자는 척하고 있었던 거야?”

“아니. 그냥 방금 깼어.”

“그럼 푹 쉬어.”

조연아가 다시 발걸음을 옮기려던 그때, 민지훈이 다시 물었다.

“내가 그렇게 싫어?”

피곤함이 담긴 목소리가 조연아의 가슴을 울렸다.

“아니. 싫은 것도 감정이야. 난 더 이상 당신한테 아무 감정도 없어.”

...

병실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무겁게 가라앉았다.

너무나 달라진 그녀의 모습에 천하의 민지훈이 느낀 감정은 우습게도 두려움이었다.

그 활활 타오르는 불길 속에서 조연아를 잃었다고 생각했던 그날과 마찬가지로.

“나한테 한번만 더 기회를 주면 안 될까?”

‘다른 건 다 필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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