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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Author: 써니
last update Last Updated: 2024-11-19 14:17:51
사접월은 연소연이 단번에 금 마마를 걷어차 죽여버린 모습과, 그녀와 하룻밤을 보낸 후 칼을 들고 온 마을을 헤집고 다니며 그녀를 찾던 모습을 떠올리며 자기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그때 그와 하룻밤을 보낸 여인이 자신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금 마마보다 더 비참한 죽음을 맞이할 것이 분명했기에 그녀는 후회하며 가슴을 세게 두드렸다.

진작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그의 미모를 탐하지 않고 그와 하룻밤을 보내지 않았을 것이었다. 그녀는 후회하며 가슴을 두드렸다.

‘지금이라도 도망갈 수 있을까?’

그녀가 가마 가림막을 걷어 올리자, 마차 옆에 있던 연왕부 시위가 일제히 그녀를 쳐다봤다.

그녀는 다급히 가림막을 내렸다. 이 상황에 날개가 돋치지 않는 한 도망갈 엄두도 낼 수 없었기에 한숨을 쉬며 일단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혼사를 치르기 위한 가마는 붉은색이었고 혼수도 붉은색 비단으로 감겨 있었다. 하지만 신부를 데리고 가는 대오는 기쁜 분위기는커녕 장례를 치르는 것처럼 썰렁해 보였다.

그 모습은 연왕부에 도착한 후 더욱 뚜렷해졌다.

연왕부 대문 앞 돌사자를 감고 있던 하얀 천을 떼어내기도 전 그 위에 붉은 비단을 묶어 놓았다.

가마가 바닥에 닿자, 주위에서 폭죽 소리와 귀청이 떨어질 듯한 징과 북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여전히 연왕부의 무거운 분위기는 감출 수 없었다.

연왕부 앞에는 신부를 데리고 온 대오와 예부에서 혼사를 처리하러 온 관리를 제외하고 구경하는 사람조차도 없어 썰렁하기 그지없었다.

연소연은 내키지 않는 듯 가마 문을 걷어차고 가림막을 들어 올려 싸늘하게 말했다.

"마마, 내리시지요."

사접월은 응한 뒤 그가 건네준 붉은 비단을 끌고 그를 따라 안으로 들어섰다.

그녀가 연왕부에 들어서자, 폭죽과 북소리가 뚝 멈추었고 주위는 적막한 분위기만 감돌 뿐이었다.

예부에서 보낸 사람이 열심히 덕담을 외쳤지만, 앞마당에 놓은 여섯 구의 관이 안겨준 슬픔과 절망을 없앨 수 없었다.

사접월은 도가에서 자란 터라 면사포를 쓰고 있어도 관 안에서 뿜어져 나오는 혈살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혼사를 올릴 곳은 관을 놓은 옆에 마련되어 있었다. 연왕부 태부인께서 연왕비와 연왕부 아가씨 몇 명을 데리고 한가운데에 단아하게 앉아 있었다.

태부인은 백발에 지팡이를 짚으며 자상하지만,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연왕비의 눈은 빨갛게 부어 있었고 눈 아래는 검게 물들어 있었다. 그녀는 참다못해 작은 소리로 흐느끼기 시작했다.

그러자 예부시랑이 차갑게 말했다.

"연왕비. 이렇게 경사스러운 날 어찌 그런 표정을 지으십니까? 설마 폐하의 성지가 마음에 들지 않아 거역하려는 것입니까?"

연왕비는 화가 치밀어 올라 눈을 붉혔다. 예부시랑은 어제 성지를 들고 연왕부로 들어와 혼례 준비를 도우며 이미 그들을 여러 번이나 괴롭혔었다.

심지어 지금은 근거 없는 거역 죄를 연왕부에 뒤집어씌우려 하고 있으니, 정말 악독하기 그지없었다.

태부인이 그녀의 소매를 잡아당기며 입을 열었다.

"폐하께서 혼사를 하사한 것은 저희 연왕부의 경사입니다."

"공주께서 연왕부에 들어오시니, 저희 모두 기쁨에 겨워 눈물을 흘린 것입니다."

예부시랑은 입꼬리만 올리고 가볍게 말했다.

"폐하의 성은에, 기쁨에 겨운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다만 눈물까지 흘릴 필요는 없습니다."

"태부인과 왕비께서는 많이 웃어 주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연왕부에서 공주와의 혼사를 원치 않는다는 뜻으로 오해를 받으실 수도 있습니다."

연왕비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자 태부인이 그녀를 막고 웃으며 답했다.

"대인의 말씀이 맞습니다."

예부시랑이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역시 태부인께서 대세를 잘 알고 계십니다. 연왕부는 그저 남자 몇 명 죽었을 뿐입니다. 근데 지금 표정을 보십시오. 누가 보면 연왕부 사람들이 다 죽은 줄로 알겠습니다."

그는 말을 마치고 연소연을 가리키며 말했다.

"자. 셋째 공자께서는 아직 살아있지 않습니까? 얼마나 기쁜 일입니까?"

과거 예부시랑의 아들이 거리에서 말을 타고 다니며 백성들을 다치게 했고 그 후 연왕은 그의 다리를 부러뜨렸다. 그렇기에 그는 줄곧 연왕부에 원한을 품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드디어 연왕부를 모욕할 기회를 얻었으니, 당연히 분을 풀어야 했다.

연왕부에서 불쾌함을 드러낸다면 그것을 문제 삼아 연왕부 집안 전체를 처단해야 속이 시원했을 것이지만 태부인은 워낙 지혜롭고, 침착하여 도저히 잘못을 찾을 수 없었다.

사접월은 연소연을 따라 마당에 들어서서 그들의 대화를 모두 들었다.

그녀의 입가에는 비웃음이 드러났고 그윽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어떤 일은 참으면 안 된다.

이때 혼례를 돕는 사람의 외침소리가 들려왔다.

"길시가 되었으니, 신랑 신부는 서로 예를 올리십시오!"

사접월은 면사포를 들어 올리고 큰 소리로 말했다.

"잠깐 기다려주십시오."

다들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연왕부 사람들은 그녀가 연왕부에 시집을 오고 싶지 않아 한다고 느껴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연소연 또한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공주께서는 무엇을 하시려는 것입니까?"

사접월은 그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길시에 예를 올리는 것에 방해되지 않을 것입니다."

연소연은 그녀를 힐끗 보았는데, 혼례복을 입고 꾸민 모습이 마치 봄에 피어난 꽃처럼 아름답고 눈부셨다.

하지만 두 사람의 신분이 다르기에 계속 쳐다보는 것은 예의에 부합되지 않는 일이기에 그는 다급히 시선을 돌렸다.

사접월은 그가 고개를 돌렸을 때 시선을 마주했고 그의 관상이 전에 만났을 때와 다르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의 기운은 어두웠고 미간에 살기가 가득하여 횡사할 관상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의 옛 관상은 귀하고 복이 많으며 장수할 관상이었기에 상반된 두 가지 관상이 존재하는 것이 보이자 이상한 점을 느낀 것이다. 실력이 강한 그녀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아주 재밌는 사주구나!’

연소연은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그녀를 보고 자기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잠시후 그녀는 정신을 차린 후 고개를 돌려 예부시랑에게 물었다.

"내가 혼사를 치르니, 대인도 아주 기쁘지 않소?"

예부시랑은 그녀가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 몰라 예의 바른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공주의 대혼이니 나라 전체가 함께 경축할 일입니다. 소신도 당연히 기쁘지요."

"다만 함부로 면사포를 벗는 것은 예의에 맞지 않으니, 어서 면사포를 덮으시지요."

그는 속으로 그녀를 무시하며 천박한 신분이라 공주라 부를 자격도 없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소명제가 무슨 목적으로 그녀를 연왕부에 시집을 보냈는지 다들 알 것이다.

예부시랑은 비록 내키지 않았지만, 접월이 소란을 일으킬까 봐 겉으로는 예의를 지켜야 했다.

사접월이 그를 칭찬했다.

"해야 할 일을 마치면 면사포를 덮을 것이오. 자네가 웃는 것을 보니, 아주 마음에 드오. 끝까지 그렇게 웃길 바라오."

예부시랑이 가시적인 웃음을 짓자, 그녀는 다시 말을 이었다.

"아직 혼례를 치르지 않았으니, 난 아직 연왕부 사람이 아니지 않소?"

예부시랑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혼례를 올리셔야 연왕부 사람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접월이 또 물었다.

"그럼 혼례를 올리기 전엔 내가 무슨 일을 해도 연왕부와 연관이 없는 것이오?"

예부시랑이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예. 공주께서는 대체 무엇을 하려는 것입니까?"

사접월은 답하지 않고 그저 미소만 지었다.

"좋소."

말을 마치고 그녀는 주위를 둘러보며 무언가를 찾는 듯했고, 곧이어 시선은 태부인에게 떨어졌다.

그녀는 태부인 앞으로 걸어가 물었다.

"태부인의 지팡이를 빌려 써도 되겠습니까? 다 쓰면 다시 돌려드리겠습니다."

태부인은 그녀가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 몰랐지만 그래도 지팡이를 건네주었다.

그녀는 지팡이를 들고 이리저리 들어보더니 만족스러운 듯 몸을 돌려 예부시랑의 머리를 두드렸다.

그녀는 태부인의 지팡이를 무기로 썼다. 지팡이는 철로 만들어져서 한 매 내리치자, 예부시랑의 머리는 단번에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다들 깜짝 놀라 넋을 잃은 채 그녀를 바라보았고, 예부시랑은 노발대발하며 소리쳤다.

"공주마마, 이게 대체 무슨 짓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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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소연은 위응환이 사람을 데리고 왕부를 수색할 때 밖에서 지켜보고 있었다.부하들은 아무 데도 가지 않고 곧장 연왕의 사랑방으로 달려갔다. 그 모습을 보고 그의 눈빛은 다시 싸늘해졌다.역시 그 편지들은 누군가 일찍이 준비해 놓은 것이 분명했다.그는 대리사에서 물건을 뒤지는 것을 막지 않았지만, 그들이 수작을 쓸까 봐 걱정됐기에 호위를 보내 그들이 손을 쓰지 못하게 따라다니라고 당부했다.대리사는 연왕의 사랑방을 부술 기세로 뒤지고 있었고, 숨겨졌던 서랍들도 모두 철거되었다.그리고 그 어항은 대리사 신하에 의해 뒤집어져 있었다.연소연은 어항을 뒤집은 사람이 안에 있는 모래를 천천히 거둬내고 확인하는 것을 보았고, 지그시 쳐다보며 그의 생김새를 기억해 두었었다.연소연은 식은땀이 맺힌 그 신하를 보며 물었다."맷돌이라도 갖고 와서 모래를 갈며 찾아보겠소?"대리사 신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돌려 연소연을 바라보았는데, 그녀의 눈매는 매우 차가웠고 눈빛은 비수처럼 날카로웠다.그는 당황해 가볍게 기침하고는 답했다."괜찮습니다."그렇게 두 시진 동안 연왕부를 샅샅이 뒤졌지만, 결국 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했다.위응환은 신하의 보고를 듣고 생각에 잠긴 듯 태부인에게 예를 올렸다."오늘 밤 폐를 끼쳤습니다."태부인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위응환은 빈소에 가서 연왕에게 향을 피우고 나서야 연왕부를 떠났다.그가 문 앞으로 걸어갈 때, 사접월이 하품하며 말했다."위 대인. 어려운 문제가 생기면 귀신에게 물으십시오. 도가는 언제나 대인을 환영합니다!"위응환은 그녀를 힐긋 본 후 뒤도 돌아보지 않고 연왕부를 나섰다.사접월이 미소를 지으며 눈썹을 치켜올렸다.연소연이 그녀의 곁으로 다가와 말했다."연왕부에서 원하는 물건을 찾지 못했으니, 당분간 다시 오지 않을 것입니다. 먼저 방으로 돌아가서 쉬시지요!"사접월은 어젯밤 밤새 탁자 옆에 기대어 잠깐 눈을 붙인 것이 전부였기에 몹시 피곤해 보였다. "예. 위 대인이 다시 연왕부로 오면 사람을 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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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응환은 줄곧 침착하게 듣고 있다 갑자기 어젯밤 사접월이 그에게 한 말이 떠올랐다. 그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그는 경조부 사람의 말을 끝까지 듣지도 않고 몸종에게 마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가라는 명령을 내렸다.그리고 집에 오자마자 물었다."태부인은 어디 있느냐?"하인이 답했다."태부인께서 순나물을 드시고 싶다면서 날이 밝자마자 하인들을 데리고 물가에 가셨습니다."위응환의 얼굴이 순간 하얗게 질렸다. 그는 바로 물에 강한 하인을 몇 명 불러 모아 어머니가 순나물을 따는 곳으로 향했다.그는 도착하자마자 어머니가 배에서 호수로 떨어지는 모습과 마주쳤고, 순간 심장이 멈출 뻔 했다. 다행히 하인이 바로 뛰어들어 그녀를 구해 올렸다.비록 물을 가득 먹고, 온몸이 다 젖어 며칠동안 몸살기는 있었지만, 제때 구조한 덕에 생명의 위험은 없었다.위응환은 어머니를 안정시킨 후에도 심장이 벌렁거렸다.연이어 발생한 일들이 모두 사접월이 말한 대로 흘러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그는 순간 등골이 오싹해졌다. 귀신의 설을 믿지 않았고 점쟁이의 말도 믿지 않았지만 연이어 일어난 일로 인해 이제는 믿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위응환은 심지어 사접월이 계획한 일이라 의심하기도 했는데, 어머니께 물어본 후 그는 의심을 버렸다.순나물을 채취하는 일은 그의 어머니가 아침 일찍 일어난 후 결정한 일로, 아무도 몰랐다.위응환은 숨을 깊이 들이쉬고 눈을 반짝이더니 하인을 데리고 연왕부로 향했다.연소연이 왕부의 옆문을 열고 물었다."위 대인. 또 무슨 일입니까?"그러자 위응환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공주에게 물어보고 싶은 일이 있습니다."연소연은 위응환을 위아래로 훑어보고 떨떠름한 표정으로 왕부로 들어오게 했다.대문이 닫히고 밖을 지키고 있는 병사들의 시선이 사라지자, 위응환이 물었다."어젯밤 혼사를 치르기 전, 공주께서 시중을 드는 금 마마의 사주를 봐줬다고 들었습니다."연소연은 답하지 않고 반문했다."위 대인께서 귀신 설을 믿지 않는 다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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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승에서 온 점쟁이 왕비   제40화

    연왕이 전사한 일로 조정의 신하들은 의견이 분분했다.어떤 사람은 이 기회를 노리고 백성들에게 대초의 전신이었던 연왕이 이미 전사하였으니 대초의 전신이 될 자격이 없다고 선동하였다.이 말은 돌고 돌아 경성에서 갈수록 심해지고 있었다.길모퉁이에 서서 썩은 배춧잎과 달걀을 들고 있는 사람들은 이 일을 더 심각하게 만들려는 것이다.일단 성사만 된다면 소위 백성들의 뜻으로 변할 것이다. 게다가 군주는 백성들의 뜻을 무시할 수 없었다.이러한 백성들의 뜻이 정말 황제에게 전해진다면 조정에서 다시 연왕부의 죄를 물어야 할지 말지 의논이 거세질 것이다.이 일을 조작한 배후는 가만있지 않을 것이고, 분명 더욱 독한 수작으로 그들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지금 연왕의 관이 춘영거리로 가지 않았으니, 그들의 계획은 태반이 헛수고가 될 것이다.그러나 이 일은 여전히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저 사람들은 언제든 재신거리로 넘어갈 것이다.소 승상은 연왕부를 도와 손을 쓸지 말지 마음속으로 고민했다.바로 이때, 순찰을 하고 있는 병사들이 골목에 숨어 있는 사람들한테 말했다."무슨 사람이냐? 그곳에서 몰래 무엇을 하는 것이냐?"안에 있는 사람들은 비록 백성들의 차림새지만 백성들이 아니기 때문에 속으로 찔리는 것이 있으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소 승상은 그 모습을 보고 어떻게 된 일인지 단숨에 알아차렸다. 그제야 그는 손을 쓸 수 있다고 생각이 들어 하인의 귓가에 몇 마디 전했고, 하인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양쪽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을 때, 하인이 그곳으로 가서 말했다."최근 경중에 도적 한 무리가 와서 백성의 차림새를 하고 도둑질한다고 들었습니다. 이 사람들의 행적이 의심스러운 것으로 보아, 설마 도적 떼인 것은 아니겠지요?"순찰하던 병사 수령은 그 말을 듣자마자 바구니를 들고 어색한 표정을 짓고 있는 그들이 수상하다 느껴졌다.그는 바로 손을 흔들었다."이들을 당장 잡아서 돌아가서 심문하거라!"그러자 모두 상황이 심상치 않다 느끼고는 바로 사방으로 뿔

  • 저승에서 온 점쟁이 왕비   제39화

    어제 조부의 사람이 찾아와 혼사를 취소하려 할 때, 그녀는 마음속으로 정말 화가 났었다.그러니 오늘, 조부와 바로 혼사를 취소하지 못하는 것이 한스러울 정도였다.규칙에 따르면 태부인과 연왕비를 장례를 치르러 갈 수 없었다.태부인이 사접월 앞으로 다가가 말했다."오늘은 네 덕이다. 몰래 숨어 있는 자들이 결코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꼭 조심하거라."사접월이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십시오. 저희도 방법을 생각해 두었습니다."잠시후 떠날 시간이 되었다. 태부인은 걱정이 되었지만, 결국 더 좋은 해결책을 내놓지 못했다.연소연과 사접월은 모두 스무 살이 되지 않은 어린 나이에 이렇게 큰 부담과 압력을 감당해야 하니 정말 쉽지 않을 것이다.그녀는 사접월의 가냘픈 뒷모습을 보고 말했다."공주는 정말 연왕부의 귀인이다. 연왕부가 접월을 연루시킨 것이다."태부인은 어려서부터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의 관심도 받지 못하는 그녀를 안타까워했다.근데 연왕부도 이런 상황이니, 태부인이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그녀에게 잘해주는 것 뿐이었다.소 승상이 태부인에게 다가가 위로했다. "태부인, 슬퍼하지 마십시오."그러자 태부인이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늙었으니, 어쩔 수 없구먼."소 승상은 지난달에도 태부인을 만나 적이 있었다. 비록 이제 한 달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태부인의 머리에는 하얀 머리카락이 늘었고 얼굴의 주름도 더욱 깊어져 단번에 십년의 세월이 지난듯했다.소 승상이 그녀를 보며 말했다."태부인께서는 연왕부의 기둥입니다. 절대 쓰러지시면 안 되옵니다."태부인이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상감의 말이 맞네. 내가 절대 쓰러져서는 안 되네."소 승상이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폐하께서는 연왕부를 궁지에 몰 의사가 없으십니다. 연왕부가 얌전히만 시간이 조금 흐르면 다시 안정을 찾으실 것입니다."태부인은 소 승상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고 있다. 그녀는 낮은 소리로 말했다."다른 사람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네."소

  • 저승에서 온 점쟁이 왕비   제38화

    소 승상이 담담하게 말했다."초혼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점을 매우 잘 친다고 들었소. 점을 치는 족족 죽어 나간다 하던데, 어디 한 번 점을 치겠는가?"만호후가 멈칫하다 답했다."... 나는 괜찮소."며칠 동안 선제의 딸인 접월 공주가 연왕부로 시집간 일에 더욱 높은 관심이 쏠렸다.그녀가 한 일이 워낙 눈길을 끌기도 했기에 소 승상과 만호후 또한 그녀에게 호기심이 있었다.게다가 오늘 그들을 실망하게 하지 않고 손을 써야 할 때 아주 강하게 나선 모습도 대단했다.소 승상은 가냘픈 사접월의 모습을 보고 착잡한 눈빛으로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누가 봐도 연왕부의 앞길은 아주 힘들 것이다.사접월은 연왕부로 시집간 후 과부로 지내며 더 힘들게 지낼 것이다.사접월은 누군가 보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는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곧이어 그녀와 눈이 마주치자, 소 승상이 그녀를 향해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그녀는 그의 청렴하고 정의로운 기운을 느꼈다. 비록 관상으로 보아 생각이 깊은 사람인 듯했지만, 악랄한 사람처럼 보이지는 않았다.그녀는 단번에 소 승상이 만만하지 않다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그에게 가볍게 예를 올렸다.소 승상은 그녀의 단아한 행동에 똑똑한 아가씨라 생각하며 눈빛이 더욱 부드러워졌다.연소연은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틈을 타서 사접월에게 물었다."방금 정말 아바마마의 혼을 불러온 것입니까?""물론 아니지요."사접월이 답했다."조우촌 같은 사람은 그렇게 많은 힘을 들여 상대할 가치가 없습니다. 조우촌은 아바마마를 만날 자격도 없습니다."연소연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왜 아바마마를 본 듯한 모습이었습니까?"사접월이 가볍게 눈썹을 치켜올렸다."쉬운 일입니다. 환각을 볼 수 있는 약을 썼습니다. 환각을 쓰면 무서워하는 것을 보게 되는데 그가 제일 무서워하는 것이 아바마마입니다. 그래서 아바마마를 본 것입니다. 그리고 그 약은 두려움에 따라 다른 것을 보이게 할 수도 있습니다. 그가 두려워하면 할수록 아바마마는 더욱 무서운 모습으로

  • 저승에서 온 점쟁이 왕비   제37화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아바마마를 모욕하셨으니 한밤중에 찾아가 저승으로 함께 데리고 가실 수도 있소."조우촌은 깜짝 놀라 다급히 연왕의 관 앞에서 미친 듯이 절을 올렸다."전하. 제가 잘못하였습니다! 방금 다 헛소리였습니다. 애초에 시안과 셋째 공자의 혼사는 제가 무척이나 애원한 일입니다! 그동안 확실히 연왕 전하의 이름을 빌려 많은 이득을 얻었습니다. 앞으로 다시는 하지 않을 테니, 제발 너그러이 용서해 주십시오!"조우촌이 두려워하며 고개를 들었는데, 연왕은 여전히 그의 앞에 있었다. 그의 푸른 얼굴에는 음산함이 뿜어져 나왔고 방금보다 더 무서운 모습을 하고 있었다.조우촌은 놀라서 비명을 지르며 기어가다시피 뒤로 물러섰다. 그는 옷에 먼지를 가득 묻히고 조금도 예의를 차리지 않았다.그가 아무리 뒤로 물러나도 연왕은 계속 그의 곁에 있었다.정말 미칠 지경이었다. 이때 사접월이 물었다."혼사를 취소할 것이오?"조우촌이 미친 듯이 고개를 저었다."취소하지 않겠습니다! 취소 안 합니다!"사접월이 그를 보며 말했다."아니요. 혼사는 취소해야 하오. 내가 말한 대로 해야지만 취소할 수 있소. 할 수만 있다면 연왕부는 혼사를 취소하도록 하겠소."조우촌은 그녀가 말한 조건을 떠올렸는데 정말 내키지 않았다.사접월이 그의 침울한 표정을 보고 냉소했다."무엇이오? 원하지 않는 것이오? 원하지 않다 해도 상관없소. 앞으로 아바마마께서 계속 당신 곁을 따라다닐 것이니!"조우촌은 깜짝 놀라 다급히 애원했다."시키는대로 다 하겠습니다…!"그러자 사접월이 다시 물었다."오늘 연왕부에서 소란을 피우라고 누가 시킨 것이오?"조우촌은 재빨리 시선을 돌렸다. 절대 그 사람의 이름을 말해선 안 된다. 그 사람을 알려준다면 분명 그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이미 모욕을 겪을 대로 겪었고, 연왕부와도 사이가 틀어진 상황에 그 사람의 미움까지 산다면 앞으로 아주 힘든 나날을 겪게 될 것이다.그는 바들바들 떨며 말했다."아무도 시킨 적 없습니다. 제가 잠깐 이성을

  • 저승에서 온 점쟁이 왕비   제36화

    조우촌은 계획하던 일이 그만 들통나자, 안색이 어두워져 싸늘하게 말했다."대체 누구냐? 쓸데없는 일에 끼어들지 말거라!""지금 내가 누구인지 물은 것이오?"사접월이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나는 선제의 하나뿐인 딸, 접월 공주요.""근데 어디서 행패이오? 감히 나를 보고 예를 올리지 않는 것도 모자라, 나를 추궁하는 것이오? 여봐라, 어서 뺨을 내리치거라!"그러자 바로 호위가 달려와 조우촌의 뺨을 세게 내리쳤다.조우촌은 따귀를 맞고 넋을 잃었다. 그는 사접월이 바로 사람을 때릴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아무리 공주라 하더라도 이유 없이 조정 신하를 때려서는 안 되옵니다! 폐하께 상주서를 올려 공주의 죄를 다스리게 할 것입니다!"하지만 사접월은 여전히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고개를 돌려 연소연에게 말할 뿐이었다."싸우는 일에 있어, 도리를 따지는 사람과는 도리를 얘기해도 됩니다. 하지만 도리를 따지지 않는 사람을 만나면 그와 설명할 필요 없습니다. 앞으로 보고 배우십시오."연소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사접월은 말을 마치고 고개를 돌려 조우촌을 보며 입을 열었다."이렇게 건방지게 구는 것도 아바마마께서 전사하시고 연왕부에 나설 사람이 없다 얕보는 것 아니요?하지만 전사한 망혼은 절대 당신의 누명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오. 연왕부가 아무리 힘이 없어도 마음대로 괴롭힐 수 있는 것이 아니요.""혼사를 취소하려는 것이오? 좋소. 연왕부에서 준 혼수를 보내 돌려보내시오.""그 외에 조부에서 연왕부까지 오면서 세 걸음에 큰절을 한 번씩 하고 큰소리로 자기가 간사하고 의리를 저버린 자가 외쳐야 하오. 두 가지를 다 하고 저희 할머님 앞에서 무릎을 꿇고 절을 올리며 잘못을 인정해야 혼사를 취소할 수 있소."조우촌은 화가 치밀어 올라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말도 안 됩니다. 이 혼사는 연왕의 핍박하게 정한 것인데 지금도 이렇게 건방지게 협박하다니. 정녕 법도를 무시하는 것입니까?"사접월이 싸늘하게 웃으며 말했다."오늘 이런 짓을 한

  • 저승에서 온 점쟁이 왕비   제35화

    조우촌은 지금 상황에서도 연소연의 태도가 이렇게 강할 줄은 생각지 못했다.그는 연왕부가 혼사를 취소하고 싶지 않아 한다고 확신했었으니 말이다. 그의 딸이 워낙 뛰어나니, 분명 세상에서 제일 우수한 남자만이 그녀에게 어울리기에 그녀는 절대로 위태로운 연왕부에 묻혀서는 안 되었다.그는 가슴을 내려치며 슬프고 안타까운 표정을 짓고 큰 소리로 말했다."연왕 전하, 제가 그때 전하의 목숨을 살려주었는데… 전하께서는 저의 딸이 똑똑하다며 강제로 연소연과 혼사를 정하셨습니다. 그때 연소연의 성품이 바르지 않다고 느껴 혼사를 취소해 달라고 전하에게 무릎을 꿇고 애원했지만, 전하께서는 승낙하지 않으셨습니다.""애초에 이 혼사는 전하께서 강제로 맺은 인연입니다. 하지만 인과응보인지 전하께서 일찍 돌아가셨으니, 저도 더 이상 연왕부의 세력을 두려워하지 않을 것입니다. 오늘, 이 목숨을 잃는 한이 있더라도 혼사를 취소할 것입니다!"연소연은 조우촌이 뻔뻔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염치가 없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그와 조시안의 혼사는 조우촌이 연왕부 세력에 빌붙기 위해 목숨을 구해준 은혜로 협박하고 애원하여 얻은 혼사였다.연왕부가 힘을 잃자, 혼사를 취소하기 위해 이렇게 거짓까지 고할 줄은 몰랐다.연소연은 화가 치밀어 올라 이마에 핏줄을 세우고 싸늘하게 말했다."조 대인. 그때의 진실이 어떠한지는 대인 본인께서 제일 잘 알 것입니다."조우촌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내 평생 제일 후회하는 일이 연왕을 구한 것이다. 다른 사람은 은혜를 갚으려 하지만, 연왕은 비열하고 염치없이 은혜를 원수로 갚았다! 연왕이 전사한 것도 모두 그의 인과응보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시안이가 정녕 너 같은 파렴치한 놈과 혼사를 올렸을 것 아니냐?!"소 승상은 그 말을 듣고 미간을 찌푸렸다.장군 출신의 만호후 또한 짜증난 듯 바로 입을 열었다."허튼소리. 연왕은 결코 자네가 말한 그런 사람이 아니네!"그러자 조우촌은 감히 만호후를 반박하지 못하고 혼자 작은

  • 저승에서 온 점쟁이 왕비   제34화

    연소연은 차가운 목소리로 답했다."아바마마와 형님의 시체가 아직도 눈앞에 선합니다. 저는 단지 그들이 전사한 이유를 밝혀내고 싶을 뿐, 연모 따위는 관심 없습니다."사접월도 이내 진지하게 말했다."맞는 말씀입니다. 진실을 밝혀내고 사랑을 멀리하십시오!"연소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사접월은 다시 그의 앞으로 다가가 입을 열었다."하지만 아바마마께서 아직 살아계셨다면 분명 공자가 가정을 꾸리고 행복하게 지내길 바랐을 것입니다."연소연이 그녀를 노려보자, 그녀는 당황해 눈을 깜빡이며 말을 이었다."믿지 않으시면 아바마마를 다시 불러 얘기를 나눠보시게 하겠습니다."연소연이 답했다."괜찮습니다."그가 연왕을 만나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라, 사접월에게 초혼이 몸과 망혼을 다치게 할 수 있다고 들은 적 있기 때문이었다.한 번은 괜찮을 수 있지만, 여러 차례 초혼하다 보면 그녀가 열여덟 살도 넘기지 못할까 봐 두려웠다.계획은 항상 변화가 잇따른다. 다음 날 아침부터 연왕부에 불청객이 찾아왔다!조부의 가주인 조우촌이 조부의 식구들을 데리고 발인하는 관 앞을 가로막자, 연소연이 조우촌을 향해 예를 올리고 말했다."조 대인께서 저희 아버지와 형님을 배웅하러 오셔서, 참으로 고마울 따름입니다.""자. 조 대인께 향을 드리거라."조우촌이 손을 흔들며 말했다."이미 연왕에게 향을 올렸다."연소연이 그를 보며 물었다."이미 향을 피운 이상 비켜주시지요. 발인 시간을 놓치면 안 됩니다."조우촌은 그를 흘겨보며 못내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연소연은 생김새든 능력이든 모두 출중했기에 만약 연왕이 살아있었다면 조우촌은 이런 사위를 얻어 아주 기뻐했을 것이다.하지만 연왕은 이미 전사했고, 연왕부는 위태로우니 연소연 홀로 연왕부를 살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게다가 오늘 그는 연왕부를 짓밟고 연소연의 기를 꺾으라는 다른 사람의 지시를 받고 온 것이다. 그는 입꼬리를 올리며 억지웃음을 짓고 말했다."나는 오늘 너와 내 딸과의 혼사를 취소하러 왔다. 애초

  • 저승에서 온 점쟁이 왕비   제33화

    "그래서 내일 무슨 계획이 있는지 혹시 생각해 둔 방법이 있는지 싶어 물으려 왔습니다."그녀는 말을 하다 웃음을 터트렸다."제일 좋은 방법이 무엇인지 점을 쳐볼 수 있습니다."연소연은 그녀가 점을 잘 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실제로 점을 치는 것은 처음 보았다.그는 그녀에게 물었다."이렇게 점을 칠수도 있는 것입니까?"사접월이 답했다."길흉을 볼 수밖에 없습니다."연소연은 그녀를 힐끗 보고 세 가지 방법을 설명해 주었다.사접월은 손가락을 접어 점을 친 후 그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말씀하신 방법은 모두 대흉으로, 내일 반드시 문제가 생길 것입니다."연소연이 미간을 찌푸렸다."전부 대흉입니까?"사접월이 고개를 끄덕였다."예, 그렇습니다."그녀는 말을 마치고 밖으로 나가 나뭇잎을 한 움큼 따왔다. 그녀를 나뭇잎을 던지면서 손가락을 움직여 점을 쳤다.그녀는 진지하게 일에 임할 때마다 왼손 검지를 구부려 이로 살짝 깨무는 버릇이 있었다.연소연은 그녀의 동작을 보고 시선을 집중했다. 그는 어딘가 모르게 그녀의 모습이 익숙하다고 느꼈다.사접월은 점을 친 후 입을 열었다."내일 발인은 오시가 가장 좋으며, 연왕부를 나선 후 남쪽으로 갔다가 다시 서쪽으로 꺾어 가장 북쪽에 있는 성문으로 성을 나가는 것이 좋습니다.""성을 나온 후, 한 시진 내로 묘지에 도착하면 모든 사고를 피할 수 있습니다."연소연이 물었다."왜 그렇게 가야 합니까?"사접월도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었다."모릅니다. 괘가 그렇게 나왔습니다."연소연은 멈칫하다 그녀를 바라보았고 그녀도 그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렇게 두 사람은 한참이나 멍하니 서로를 마주 보고 있었다.사접월이 가볍게 기침을 하고 입을 열었다."비록 저를 믿으실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세상에서 제일 믿음직한 점쟁입니다."연소연은 오히려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알고 있습니다. 내일 발인은 말하신 시진과 길에 따라가겠습니다. 가시는 길에 문제가 없도록 열심히 준비 해놓겠습니다."그의

  • 저승에서 온 점쟁이 왕비   제32화

    그런 상황이니, 연왕부에 조문하러 온 사람들은 여전히 적기만 했다.조문하러 온 사람들은 모두 연왕의 절친한 친구이며, 청렴하고 정의로운 사람들이었다.연소연은 그들의 이름을 하나씩 마음속에 새겼다.사접월은 소명제가 연왕부의 출입 금지령을 없앤 것이 성공의 첫걸음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앞으로 조금만 과오를 범해도 연왕부를 여전히 멸문의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자 연왕부 허공을 가리고 있던 붉은 안개가 조금 흩어져 있었는데, 이젠 회색 안개가 더해졌고 살기가 더욱 심해졌다.연왕부의 위기는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사접월은 가볍게 눈썹을 치켜올리고 연소연을 찾으러 빈소로 향했다.반쯤 걸음을 옮겼을 때, 연왕비의 분노에 가득 찬 목소리가 들려왔다."조부께서 정말 너무 하지 않습니까? 혼사를 파하려면 연왕께서 묫자리에 드신 후 해도 되지 않습니까? 저는 절대 원망하지 않을 것입니다. 집사를 보내 혼사를 취소하려고 하다니, 정말 너무 합니다!"태부인이 담담하게 말했다."어차피 일찍 취소하나, 늦게 취소하나 혼사를 없애야 하는건 똑같지 않느냐? 연왕부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니, 조부가 혼사를 없애려는 것도 이해는 된다."연왕비가 매섭게 말했다."하지만 이 혼사는 조부에서 애걸복걸 구해 간 것입니다! 게다가 연왕께서 조부를 챙겨줄 뿐만 아니라 조 대인의 목숨도 구해 주셨습니다! 연왕부의 영향을 받을까 걱정되어 혼사를 취소하려는 것이면 저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다만 소연이가 방탕하고 품행이 바르지 않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소연이가 지니고 있는 수건 하나로 트집을 잡는 것은 연왕부를 업신여기는 것입니다!”“조 대인은 고작 종4품에 불과한데, 감히 이렇게 연왕부를 얕보다니요!"사접월은 몰래 연왕비의 말을 듣고 눈썹을 치켜올렸다.그녀는 연왕부에서 지내는 동안 연왕비가 부드러운 성격에 나서는 사람이 아닌 것을 발견했다. 하지만 오늘 연왕비가 이렇게 화가 난 것으로 보아 조부에서도 분명 과했을 것이라 짐작했다.그리고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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