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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Author: 써니
last update Last Updated: 2024-11-19 14:17:52
태부인은 그녀가 멍하니 있는 것을 보고 자기 뜻을 오해했다고 생각해 설명을 보탰다. 태부인이 보기에 그녀는 그저 세상 물정을 모르는 스무살이 채 되지 않은 어린 아가씨일 뿐이었기 때문이다.

"절대 자네를 싫어한다는 뜻이 아니네. 궁에서 온 터라 연왕부 일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솔직히 말하겠다. 연왕이 전쟁에서 패하여 폐하께서 화를 내셨으니 연왕부도 화를 면하기 어렵다. 자네는 이 일과 무관하다. 연왕부에 남아 있으면 화를 입을 수도 있으니 어서 떠나거라."

사접월은 자상한 태부인과 시선을 마주치고 눈시울을 조금 붉혔다.

그리고 그녀는 궁으로 돌아와 많은 것을 깨달았다.

황제인 숙부는 그녀를 죽은 사람과 혼사를 올리게 어명을 내렸지만 생모 운태비는 그 일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아부에 능한 궁인들마저도 그녀를 거들떠보지도 않았고 공주에 대한 존중을 보이지 않았다.

연왕부에도 많은 일을 겪어 그녀가 시집오면 연왕부의 화풀이를 당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오히려 이곳에서 제일 많은 따스함을 느꼈다.

그녀는 태부인의 방처서를 받지 않고 일어나 공손히 절을 올렸다.

태부인이 그녀를 부축하려고 하자 그녀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감사합니다."

그러자 태부인은 그녀의 뜻을 알아차렸다. 태부인은 절을 받은 후 자리에서 일어난 사접월에게 방처서를 건네주었다. 사접월은 두 손으로 방처서를 건네받고 다시 예를 올리고는 방처서를 품에 넣고 진지하게 말했다.

"도관에서 풍수에 관해 배운 적이 있습니다. 비록 정확한 건 아니지만 한 번 들어보시지요."

태부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말해보거라."

사접월이 낮은 소리로 말했다.

"오늘 앞마당을 지날 때 아주 강한 혈살의 기운을 느꼈습니다. 횡사한 사람이라 혈살(血煞)의 기운이 강할 수 있다고 해도 이렇게 심하진 않습니다. 그러니 억울한 사정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연왕과 연왕부 공자들의 죽음이 보기와 달리 숨겨진 사정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태부인의 안색이 순식간에 변했다.

"또 무엇을 본 것이냐?"

사접월은 혼례를 올릴 때 태부인을 보자마자 큰 화를 입을 것이라 알아차렸다.

그녀뿐만 아니라 연왕부의 모든 사람이 그러했다.

하지만 이 일은 쉽게 말을 꺼낼 수 없었다. 태부인에게 연왕부 가문 전체가 죽을 것이라 전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어떻게 말할지 잠시 생각하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귀신과 사주의 설은 정확한 것은 아닙니다. 팔자가 정해져도 사람이 하기 나름이라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연왕부는 충성심이 있는 집안이니, 분명 억울함을 당하지 않을 것입니다."

태부인은 그녀의 말을 알아차리고 쓴웃음을 지었다.

"그러기를 바랄 뿐이다."

사접월은 태부인이 힘들어하는 것을 보고 말을 이었다.

"연왕부를 위해 점을 치는 것이 어떻습니까?"

태부인은 고개를 끄덕이고 고마움을 전했다.

이내 사접월은 마당에 있는 나무에서 여섯 개의 잎을 따와 나뭇잎을 바닥에 뿌리고 확인한 후 자기도 모르게 멈칫했다.

비괘다!

그녀는 눈을 지그시 감았다. 비괘(賁卦)의 뜻은 뜨거운 불이 산을 태우고 옥과 돌이 모두 불에 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자 태부인이 물었다.

"괘상이 좋지 않은 것이냐?"

사접월이 작은 소리로 답했다.

"큰 괘상이라, 자세히 물으신다면 다시 점을 쳐야 합니다."

그녀는 말을 마치고 잎을 주워서 다시 바닥에 뿌렸는데, 이번에는 진괘(晉卦)였다!

그녀는 괘상을 보자마자 가볍게 웃음을 터뜨렸다. 비괘가 나온 후 진괘가 나왔다는 것은 연왕부가 비록 큰 화를 입게 되지만 여전히 작은 희망이 있다는 것을 뜻한다.

사접월은 고개를 돌려 태부인에게 말했다.

"해가 떠올라 땅을 비추는 것처럼 연왕부에도 빛이 따를 것입니다. 연왕부의 괘상은 비록 험난하긴 하지만, 연왕부 전체가 한마음 한뜻으로 움직이고 상황을 유리하게 바꾼다면 희망이 있을 것입니다."

태부인은 그 말을 듣고 그저 웃기만 했다. 그녀는 사접월이 그녀를 위로한다고 생각하고 가볍게 고마움을 전한 뒤 하인을 시켜 그녀를 배웅하게 했다.

사접월이 방에서 나오자 연왕부 허공에 일반인은 볼 수 없는 붉은 안개가 덮여 있는 것을 보았다.

이 붉은색은 살기로, 보통 전쟁터에서만 나타난다. 그런 살기가 이곳에 나타났다는 것은 연왕부 전체에 온통 피로 물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녀는 자상한 태부인을 떠올리다 연소연을 생각하고 못내 마음이 불편했다.

하지만 그녀도 궁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세력이 부족하여 자기 몸 하나 지키기 힘든 상황이다. 연왕부 전체를 구한다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는 일이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 모질게 마음을 먹고 뒷문에서 연왕부를 떠나려 했다.

뒷문으로 걸어가자, 누군가 그녀를 보고 있는 듯했다.

고개를 돌려보니 연소연이 멀지 않은 처마 밑에 서 있었다.

그는 이미 붉은 혼례복을 벗고 검은색 옷으로 갈아입은 상태로 우뚝 서 있었다.

어두운 밤이라 검은색 옷을 입고 있으면 어둠에 묻혀 홀시하기 십상이지만 기세가 워낙 강해서 그가 있는 곳에 밝은 기운이 모이고 있었다.

사접월은 심지어 그의 날카로운 눈썹 아래에 있는 맑고 아름다운 눈망울까지 볼 수 있었고, 문득 그를 누르고 있던 그날 밤이 떠올랐다.

그녀는 고개를 한 번 흔들어 애써 잊고 있었던 그날 밤의 화끈했던 추억을 다시 지우려 했다.

그녀는 그가 알아볼까 봐 두려웠다. 그와 엮이고 싶지는 않지만, 그가 죽는 것을 보고 싶지도 않았다.

그녀는 떠나는 것과 남는 두 가지 선택 사이에서 주저했다.

그렇게 생각을 채 끝내기도 전, 뒷문 밖에서 다급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곧이어 누군가 큰 소리로 외쳤다.

"연왕은 전쟁터에서 공격할 기회를 놓쳐 전쟁에서 패하게 했다. 연왕부 사람들은 절대 연왕부를 나설 수 없다!"

사접월은 너무나도 빠른 소명제의 행보에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잠시 망설였을 뿐인데 연왕부를 못 나가게 생겼다니 말이다!

그녀가 멍하니 넋을 잃고 있자, 누군가 그녀의 손을 잡고 말했다.

"따라오십시오."

사접월은 멈칫하다 고개를 돌렸고 연소연의 잘생긴 얼굴이 가까이에서 보였다.

그녀의 심장은 쿵쾅쿵쾅 뛰기 시작했다.

‘갑자기 손을 왜 잡는 거지? 설마 나를 알아본 건가?’

그녀는 놀라 손을 빼려 했다.

연소연도 이건 예의에 맞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그녀의 손을 놓아주지 않았고, 먼저 입을 열었다.

"연왕부를 떠날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시간이 촉박하니, 결례를 저질렀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사접월은 긴장을 풀고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괜찮습니다. 급한 상황이니 이해합니다."

연소연은 사접월을 끌고 재빨리 달려 옆에 있는 다락방으로 향했다.

그는 모퉁이에서 갈고리가 달린 밧줄 하나를 꺼내 힘껏 흔들었고 밧줄을 맞은편 나무에 걸었다.

그리고 바퀴 하나를 꺼내 사접월에게 건네주었다.

"지금 문 앞을 지키고 있으니, 이곳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어서 가십시오."

사접월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는데, 달빛이 그의 반쪽 얼굴을 비추어 그를 더욱 신비롭게 만들었다.

그녀가 작은 소리로 물었다.

"왜 나를 떠나보내는 것입니까?"

연소연이 답했다.

"연왕부의 일은 공주마마와 무관합니다. 공주마마는 오늘 어쩔 수 없이 연왕부에 시집온 분이시고 연왕부에 은혜가 있습니다. 연왕부는 은혜를 갚는 집안이기에 절대 무고한 사람을 연루시키지 않을 것입니다."

사접월은 연왕부에 오기 전 그들이 충성심이 가득하다는 말만 전해 들었다.

연왕부에 시집온 지 짧디짧은 몇 시진(時辰)이었지만 그들이 아주 좋은 사람들인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이렇게 좋은 사람들이 곧 죽을 것이라 생각하니 그녀는 너무 아쉬웠다..

"나를 이렇게 놓아주면 소명제가 연왕부를 탓할 텐데… 두렵지도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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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소연은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사주를 보실 때마다 목숨 하나가 사라지는 것 같아 무섭긴 합니다."잣미 생각해 보니 확실히 그런 것 같아 사접월은 어색하게 기침을 했다."우… 연입니다!"그녀는 말을 마치고 그를 바라보았다. 그제야 그의 얼굴에 살기가 더 심해진 것을 알 수 있었다. 곧 횡사할 관상을 보자 그녀의 안색이 조금 변했다.연소연은 그녀의 눈빛에 괜히 쑥스러워하다 그녀의 이상함을 알아차리고 물었다."저도 곧 죽는 것입니까?"사접월은 그를 에워싸고 한 바퀴 돌며 자세히 보았다. "알아보기 어려운 관상이지만, 내가 있는 한 절대 죽지 않을 것입니다."살기가 하룻밤 사이에 많이 늘었다니, 정말 이상한 일이다.복이 많고 운도 좋은 사람이라 살기가 있어서는 안 되기도 하고, 게다가 하룻밤 사이에 이렇게 살기가 늘어난 것 또한 더욱 이상하다.살이 늘도록 내버려둔다면 횡사할 수도 있으니, 방법을 생각해 도와야 한다.그녀는 손을 뻗어 결인하고 그의 가슴을 향해 두드렸다.그는 무의식적으로 피하려고 했지만 왜인지 모르게 피할 수 없었다.그녀의 손이 닿은 순간, 그는 무언가가 그의 몸에서 사라지는 것을 느꼈고 몸이 가벼워지는 것 같았다.하지만 사접월은 가슴이 답답하고 다리에 힘이 서서히 풀려 그만 그의 품으로 쓰러져 버리고 말았다.연소연은 아침에 생긴 일이 생각나 그녀를 부축하지 않았고, 그녀는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하지만 곧이어 그는 참다못해 손을 뻗어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 "괜찮습니까?"사접월은 곧바로 그를 밀어내고 소매를 당겨 붉은 선을 보았는데, 붉은 선이 어느샌가 어제보다도 더 길어져 있었다. 그녀는 눈을 크게 뜨고 고개를 돌려 충격에 휩싸인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연소연은 뜬금없는 그녀의 행동에 당황하며 물었다."왜… 그렇게 쳐다보는 것입니까?"사접월은 눈을 크게 뜨고 중얼거렸다."대체 정체가 무엇입니까?"연소연은 당황했다.‘정체라니? 설마 나를 욕하는 것인가?’두 사람 사이의 분위기가 조금 이상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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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접월의 수명은 이로 인해 한 달이나 줄어들고 말았다. 하지만 연소연이 미안해할 수도 있으니 굳이 그에게까지 얘기하지는 않기로 했다. 연소연의 안색이 변했다."운이 나빠진 것이 몸 안 살기의 영향을 받은 것입니까?"사접월이 고개를 끄덕였다."살기는 사람의 운세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목숨을 위태롭게 할 것입니다. 살기가 생긴 이유를 찾을 수 없다면 아침에 했던 말을 잊어주십시오. 저도 공자를 살리지 못할 것입니다."연소연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아마 2년 전부터 재수가 없었던 것 같았다.길을 가다가도 떨어지는 기와에 몸을 맞았고, 기름을 팔팔 끓이던 가마솥도 그의 몸에 튀곤 했다.이와 같은 일은 갈수록 많아졌다. 무예가 뛰어나고 민첩해서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벌써 죽었을 것이다.그전까지 그에게는 특별한 일이라곤 없었는데, 굳이 따지자면 한 여인과 하룻밤을 보낸 이후로 그는 불운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창피한 일이기에 사접월에게 말하지는 않았다.그는 어두운 표정으로 답하고는 이내 자리를 떴다. "특별한 일은 없었습니다."사접월은 그런 그의 행동에 영문을 알 수 없었다. 선의로 그를 도우려 했는데, 어두운 표정으로 자리를 뜰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녀는 이를 갈며 말했다."좋은 마음으로 구해주려 했는데, 이게 대체 무슨 태도입니까?"하지만 연소연은 그녀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두 손을 허리춤에 올렸다."앞으로 이런부탁도 하지 마십시오!"사접월이 다시 소리쳤고, 연소연은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는 이 일로 그녀에게 부탁하지 않을 것이다. 낯선 여인과 하룻밤을 보낸 일을 얘기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그는 이를 갈며 반드시 그 여자를 찾아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맹세했다.사접월은 그를 쫓아가 몇 마디 혼내려 했지만, 몸 주위에 일렁이는 살기에 흠칫하고 포기해 버렸다. 그녀는 연소연이 대체 왜 도와주겠다고 해도 화를 내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남자의 마음이 참으로 갈대 같다고 느끼고는 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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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승에서 온 점쟁이 왕비   제40화

    연왕이 전사한 일로 조정의 신하들은 의견이 분분했다.어떤 사람은 이 기회를 노리고 백성들에게 대초의 전신이었던 연왕이 이미 전사하였으니 대초의 전신이 될 자격이 없다고 선동하였다.이 말은 돌고 돌아 경성에서 갈수록 심해지고 있었다.길모퉁이에 서서 썩은 배춧잎과 달걀을 들고 있는 사람들은 이 일을 더 심각하게 만들려는 것이다.일단 성사만 된다면 소위 백성들의 뜻으로 변할 것이다. 게다가 군주는 백성들의 뜻을 무시할 수 없었다.이러한 백성들의 뜻이 정말 황제에게 전해진다면 조정에서 다시 연왕부의 죄를 물어야 할지 말지 의논이 거세질 것이다.이 일을 조작한 배후는 가만있지 않을 것이고, 분명 더욱 독한 수작으로 그들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지금 연왕의 관이 춘영거리로 가지 않았으니, 그들의 계획은 태반이 헛수고가 될 것이다.그러나 이 일은 여전히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저 사람들은 언제든 재신거리로 넘어갈 것이다.소 승상은 연왕부를 도와 손을 쓸지 말지 마음속으로 고민했다.바로 이때, 순찰을 하고 있는 병사들이 골목에 숨어 있는 사람들한테 말했다."무슨 사람이냐? 그곳에서 몰래 무엇을 하는 것이냐?"안에 있는 사람들은 비록 백성들의 차림새지만 백성들이 아니기 때문에 속으로 찔리는 것이 있으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소 승상은 그 모습을 보고 어떻게 된 일인지 단숨에 알아차렸다. 그제야 그는 손을 쓸 수 있다고 생각이 들어 하인의 귓가에 몇 마디 전했고, 하인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양쪽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을 때, 하인이 그곳으로 가서 말했다."최근 경중에 도적 한 무리가 와서 백성의 차림새를 하고 도둑질한다고 들었습니다. 이 사람들의 행적이 의심스러운 것으로 보아, 설마 도적 떼인 것은 아니겠지요?"순찰하던 병사 수령은 그 말을 듣자마자 바구니를 들고 어색한 표정을 짓고 있는 그들이 수상하다 느껴졌다.그는 바로 손을 흔들었다."이들을 당장 잡아서 돌아가서 심문하거라!"그러자 모두 상황이 심상치 않다 느끼고는 바로 사방으로 뿔

  • 저승에서 온 점쟁이 왕비   제39화

    어제 조부의 사람이 찾아와 혼사를 취소하려 할 때, 그녀는 마음속으로 정말 화가 났었다.그러니 오늘, 조부와 바로 혼사를 취소하지 못하는 것이 한스러울 정도였다.규칙에 따르면 태부인과 연왕비를 장례를 치르러 갈 수 없었다.태부인이 사접월 앞으로 다가가 말했다."오늘은 네 덕이다. 몰래 숨어 있는 자들이 결코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꼭 조심하거라."사접월이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십시오. 저희도 방법을 생각해 두었습니다."잠시후 떠날 시간이 되었다. 태부인은 걱정이 되었지만, 결국 더 좋은 해결책을 내놓지 못했다.연소연과 사접월은 모두 스무 살이 되지 않은 어린 나이에 이렇게 큰 부담과 압력을 감당해야 하니 정말 쉽지 않을 것이다.그녀는 사접월의 가냘픈 뒷모습을 보고 말했다."공주는 정말 연왕부의 귀인이다. 연왕부가 접월을 연루시킨 것이다."태부인은 어려서부터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의 관심도 받지 못하는 그녀를 안타까워했다.근데 연왕부도 이런 상황이니, 태부인이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그녀에게 잘해주는 것 뿐이었다.소 승상이 태부인에게 다가가 위로했다. "태부인, 슬퍼하지 마십시오."그러자 태부인이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늙었으니, 어쩔 수 없구먼."소 승상은 지난달에도 태부인을 만나 적이 있었다. 비록 이제 한 달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태부인의 머리에는 하얀 머리카락이 늘었고 얼굴의 주름도 더욱 깊어져 단번에 십년의 세월이 지난듯했다.소 승상이 그녀를 보며 말했다."태부인께서는 연왕부의 기둥입니다. 절대 쓰러지시면 안 되옵니다."태부인이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상감의 말이 맞네. 내가 절대 쓰러져서는 안 되네."소 승상이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폐하께서는 연왕부를 궁지에 몰 의사가 없으십니다. 연왕부가 얌전히만 시간이 조금 흐르면 다시 안정을 찾으실 것입니다."태부인은 소 승상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고 있다. 그녀는 낮은 소리로 말했다."다른 사람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네."소

  • 저승에서 온 점쟁이 왕비   제38화

    소 승상이 담담하게 말했다."초혼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점을 매우 잘 친다고 들었소. 점을 치는 족족 죽어 나간다 하던데, 어디 한 번 점을 치겠는가?"만호후가 멈칫하다 답했다."... 나는 괜찮소."며칠 동안 선제의 딸인 접월 공주가 연왕부로 시집간 일에 더욱 높은 관심이 쏠렸다.그녀가 한 일이 워낙 눈길을 끌기도 했기에 소 승상과 만호후 또한 그녀에게 호기심이 있었다.게다가 오늘 그들을 실망하게 하지 않고 손을 써야 할 때 아주 강하게 나선 모습도 대단했다.소 승상은 가냘픈 사접월의 모습을 보고 착잡한 눈빛으로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누가 봐도 연왕부의 앞길은 아주 힘들 것이다.사접월은 연왕부로 시집간 후 과부로 지내며 더 힘들게 지낼 것이다.사접월은 누군가 보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는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곧이어 그녀와 눈이 마주치자, 소 승상이 그녀를 향해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그녀는 그의 청렴하고 정의로운 기운을 느꼈다. 비록 관상으로 보아 생각이 깊은 사람인 듯했지만, 악랄한 사람처럼 보이지는 않았다.그녀는 단번에 소 승상이 만만하지 않다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그에게 가볍게 예를 올렸다.소 승상은 그녀의 단아한 행동에 똑똑한 아가씨라 생각하며 눈빛이 더욱 부드러워졌다.연소연은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틈을 타서 사접월에게 물었다."방금 정말 아바마마의 혼을 불러온 것입니까?""물론 아니지요."사접월이 답했다."조우촌 같은 사람은 그렇게 많은 힘을 들여 상대할 가치가 없습니다. 조우촌은 아바마마를 만날 자격도 없습니다."연소연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왜 아바마마를 본 듯한 모습이었습니까?"사접월이 가볍게 눈썹을 치켜올렸다."쉬운 일입니다. 환각을 볼 수 있는 약을 썼습니다. 환각을 쓰면 무서워하는 것을 보게 되는데 그가 제일 무서워하는 것이 아바마마입니다. 그래서 아바마마를 본 것입니다. 그리고 그 약은 두려움에 따라 다른 것을 보이게 할 수도 있습니다. 그가 두려워하면 할수록 아바마마는 더욱 무서운 모습으로

  • 저승에서 온 점쟁이 왕비   제37화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아바마마를 모욕하셨으니 한밤중에 찾아가 저승으로 함께 데리고 가실 수도 있소."조우촌은 깜짝 놀라 다급히 연왕의 관 앞에서 미친 듯이 절을 올렸다."전하. 제가 잘못하였습니다! 방금 다 헛소리였습니다. 애초에 시안과 셋째 공자의 혼사는 제가 무척이나 애원한 일입니다! 그동안 확실히 연왕 전하의 이름을 빌려 많은 이득을 얻었습니다. 앞으로 다시는 하지 않을 테니, 제발 너그러이 용서해 주십시오!"조우촌이 두려워하며 고개를 들었는데, 연왕은 여전히 그의 앞에 있었다. 그의 푸른 얼굴에는 음산함이 뿜어져 나왔고 방금보다 더 무서운 모습을 하고 있었다.조우촌은 놀라서 비명을 지르며 기어가다시피 뒤로 물러섰다. 그는 옷에 먼지를 가득 묻히고 조금도 예의를 차리지 않았다.그가 아무리 뒤로 물러나도 연왕은 계속 그의 곁에 있었다.정말 미칠 지경이었다. 이때 사접월이 물었다."혼사를 취소할 것이오?"조우촌이 미친 듯이 고개를 저었다."취소하지 않겠습니다! 취소 안 합니다!"사접월이 그를 보며 말했다."아니요. 혼사는 취소해야 하오. 내가 말한 대로 해야지만 취소할 수 있소. 할 수만 있다면 연왕부는 혼사를 취소하도록 하겠소."조우촌은 그녀가 말한 조건을 떠올렸는데 정말 내키지 않았다.사접월이 그의 침울한 표정을 보고 냉소했다."무엇이오? 원하지 않는 것이오? 원하지 않다 해도 상관없소. 앞으로 아바마마께서 계속 당신 곁을 따라다닐 것이니!"조우촌은 깜짝 놀라 다급히 애원했다."시키는대로 다 하겠습니다…!"그러자 사접월이 다시 물었다."오늘 연왕부에서 소란을 피우라고 누가 시킨 것이오?"조우촌은 재빨리 시선을 돌렸다. 절대 그 사람의 이름을 말해선 안 된다. 그 사람을 알려준다면 분명 그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이미 모욕을 겪을 대로 겪었고, 연왕부와도 사이가 틀어진 상황에 그 사람의 미움까지 산다면 앞으로 아주 힘든 나날을 겪게 될 것이다.그는 바들바들 떨며 말했다."아무도 시킨 적 없습니다. 제가 잠깐 이성을

  • 저승에서 온 점쟁이 왕비   제36화

    조우촌은 계획하던 일이 그만 들통나자, 안색이 어두워져 싸늘하게 말했다."대체 누구냐? 쓸데없는 일에 끼어들지 말거라!""지금 내가 누구인지 물은 것이오?"사접월이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나는 선제의 하나뿐인 딸, 접월 공주요.""근데 어디서 행패이오? 감히 나를 보고 예를 올리지 않는 것도 모자라, 나를 추궁하는 것이오? 여봐라, 어서 뺨을 내리치거라!"그러자 바로 호위가 달려와 조우촌의 뺨을 세게 내리쳤다.조우촌은 따귀를 맞고 넋을 잃었다. 그는 사접월이 바로 사람을 때릴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아무리 공주라 하더라도 이유 없이 조정 신하를 때려서는 안 되옵니다! 폐하께 상주서를 올려 공주의 죄를 다스리게 할 것입니다!"하지만 사접월은 여전히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고개를 돌려 연소연에게 말할 뿐이었다."싸우는 일에 있어, 도리를 따지는 사람과는 도리를 얘기해도 됩니다. 하지만 도리를 따지지 않는 사람을 만나면 그와 설명할 필요 없습니다. 앞으로 보고 배우십시오."연소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사접월은 말을 마치고 고개를 돌려 조우촌을 보며 입을 열었다."이렇게 건방지게 구는 것도 아바마마께서 전사하시고 연왕부에 나설 사람이 없다 얕보는 것 아니요?하지만 전사한 망혼은 절대 당신의 누명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오. 연왕부가 아무리 힘이 없어도 마음대로 괴롭힐 수 있는 것이 아니요.""혼사를 취소하려는 것이오? 좋소. 연왕부에서 준 혼수를 보내 돌려보내시오.""그 외에 조부에서 연왕부까지 오면서 세 걸음에 큰절을 한 번씩 하고 큰소리로 자기가 간사하고 의리를 저버린 자가 외쳐야 하오. 두 가지를 다 하고 저희 할머님 앞에서 무릎을 꿇고 절을 올리며 잘못을 인정해야 혼사를 취소할 수 있소."조우촌은 화가 치밀어 올라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말도 안 됩니다. 이 혼사는 연왕의 핍박하게 정한 것인데 지금도 이렇게 건방지게 협박하다니. 정녕 법도를 무시하는 것입니까?"사접월이 싸늘하게 웃으며 말했다."오늘 이런 짓을 한

  • 저승에서 온 점쟁이 왕비   제35화

    조우촌은 지금 상황에서도 연소연의 태도가 이렇게 강할 줄은 생각지 못했다.그는 연왕부가 혼사를 취소하고 싶지 않아 한다고 확신했었으니 말이다. 그의 딸이 워낙 뛰어나니, 분명 세상에서 제일 우수한 남자만이 그녀에게 어울리기에 그녀는 절대로 위태로운 연왕부에 묻혀서는 안 되었다.그는 가슴을 내려치며 슬프고 안타까운 표정을 짓고 큰 소리로 말했다."연왕 전하, 제가 그때 전하의 목숨을 살려주었는데… 전하께서는 저의 딸이 똑똑하다며 강제로 연소연과 혼사를 정하셨습니다. 그때 연소연의 성품이 바르지 않다고 느껴 혼사를 취소해 달라고 전하에게 무릎을 꿇고 애원했지만, 전하께서는 승낙하지 않으셨습니다.""애초에 이 혼사는 전하께서 강제로 맺은 인연입니다. 하지만 인과응보인지 전하께서 일찍 돌아가셨으니, 저도 더 이상 연왕부의 세력을 두려워하지 않을 것입니다. 오늘, 이 목숨을 잃는 한이 있더라도 혼사를 취소할 것입니다!"연소연은 조우촌이 뻔뻔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염치가 없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그와 조시안의 혼사는 조우촌이 연왕부 세력에 빌붙기 위해 목숨을 구해준 은혜로 협박하고 애원하여 얻은 혼사였다.연왕부가 힘을 잃자, 혼사를 취소하기 위해 이렇게 거짓까지 고할 줄은 몰랐다.연소연은 화가 치밀어 올라 이마에 핏줄을 세우고 싸늘하게 말했다."조 대인. 그때의 진실이 어떠한지는 대인 본인께서 제일 잘 알 것입니다."조우촌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내 평생 제일 후회하는 일이 연왕을 구한 것이다. 다른 사람은 은혜를 갚으려 하지만, 연왕은 비열하고 염치없이 은혜를 원수로 갚았다! 연왕이 전사한 것도 모두 그의 인과응보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시안이가 정녕 너 같은 파렴치한 놈과 혼사를 올렸을 것 아니냐?!"소 승상은 그 말을 듣고 미간을 찌푸렸다.장군 출신의 만호후 또한 짜증난 듯 바로 입을 열었다."허튼소리. 연왕은 결코 자네가 말한 그런 사람이 아니네!"그러자 조우촌은 감히 만호후를 반박하지 못하고 혼자 작은

  • 저승에서 온 점쟁이 왕비   제34화

    연소연은 차가운 목소리로 답했다."아바마마와 형님의 시체가 아직도 눈앞에 선합니다. 저는 단지 그들이 전사한 이유를 밝혀내고 싶을 뿐, 연모 따위는 관심 없습니다."사접월도 이내 진지하게 말했다."맞는 말씀입니다. 진실을 밝혀내고 사랑을 멀리하십시오!"연소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사접월은 다시 그의 앞으로 다가가 입을 열었다."하지만 아바마마께서 아직 살아계셨다면 분명 공자가 가정을 꾸리고 행복하게 지내길 바랐을 것입니다."연소연이 그녀를 노려보자, 그녀는 당황해 눈을 깜빡이며 말을 이었다."믿지 않으시면 아바마마를 다시 불러 얘기를 나눠보시게 하겠습니다."연소연이 답했다."괜찮습니다."그가 연왕을 만나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라, 사접월에게 초혼이 몸과 망혼을 다치게 할 수 있다고 들은 적 있기 때문이었다.한 번은 괜찮을 수 있지만, 여러 차례 초혼하다 보면 그녀가 열여덟 살도 넘기지 못할까 봐 두려웠다.계획은 항상 변화가 잇따른다. 다음 날 아침부터 연왕부에 불청객이 찾아왔다!조부의 가주인 조우촌이 조부의 식구들을 데리고 발인하는 관 앞을 가로막자, 연소연이 조우촌을 향해 예를 올리고 말했다."조 대인께서 저희 아버지와 형님을 배웅하러 오셔서, 참으로 고마울 따름입니다.""자. 조 대인께 향을 드리거라."조우촌이 손을 흔들며 말했다."이미 연왕에게 향을 올렸다."연소연이 그를 보며 물었다."이미 향을 피운 이상 비켜주시지요. 발인 시간을 놓치면 안 됩니다."조우촌은 그를 흘겨보며 못내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연소연은 생김새든 능력이든 모두 출중했기에 만약 연왕이 살아있었다면 조우촌은 이런 사위를 얻어 아주 기뻐했을 것이다.하지만 연왕은 이미 전사했고, 연왕부는 위태로우니 연소연 홀로 연왕부를 살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게다가 오늘 그는 연왕부를 짓밟고 연소연의 기를 꺾으라는 다른 사람의 지시를 받고 온 것이다. 그는 입꼬리를 올리며 억지웃음을 짓고 말했다."나는 오늘 너와 내 딸과의 혼사를 취소하러 왔다. 애초

  • 저승에서 온 점쟁이 왕비   제33화

    "그래서 내일 무슨 계획이 있는지 혹시 생각해 둔 방법이 있는지 싶어 물으려 왔습니다."그녀는 말을 하다 웃음을 터트렸다."제일 좋은 방법이 무엇인지 점을 쳐볼 수 있습니다."연소연은 그녀가 점을 잘 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실제로 점을 치는 것은 처음 보았다.그는 그녀에게 물었다."이렇게 점을 칠수도 있는 것입니까?"사접월이 답했다."길흉을 볼 수밖에 없습니다."연소연은 그녀를 힐끗 보고 세 가지 방법을 설명해 주었다.사접월은 손가락을 접어 점을 친 후 그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말씀하신 방법은 모두 대흉으로, 내일 반드시 문제가 생길 것입니다."연소연이 미간을 찌푸렸다."전부 대흉입니까?"사접월이 고개를 끄덕였다."예, 그렇습니다."그녀는 말을 마치고 밖으로 나가 나뭇잎을 한 움큼 따왔다. 그녀를 나뭇잎을 던지면서 손가락을 움직여 점을 쳤다.그녀는 진지하게 일에 임할 때마다 왼손 검지를 구부려 이로 살짝 깨무는 버릇이 있었다.연소연은 그녀의 동작을 보고 시선을 집중했다. 그는 어딘가 모르게 그녀의 모습이 익숙하다고 느꼈다.사접월은 점을 친 후 입을 열었다."내일 발인은 오시가 가장 좋으며, 연왕부를 나선 후 남쪽으로 갔다가 다시 서쪽으로 꺾어 가장 북쪽에 있는 성문으로 성을 나가는 것이 좋습니다.""성을 나온 후, 한 시진 내로 묘지에 도착하면 모든 사고를 피할 수 있습니다."연소연이 물었다."왜 그렇게 가야 합니까?"사접월도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었다."모릅니다. 괘가 그렇게 나왔습니다."연소연은 멈칫하다 그녀를 바라보았고 그녀도 그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렇게 두 사람은 한참이나 멍하니 서로를 마주 보고 있었다.사접월이 가볍게 기침을 하고 입을 열었다."비록 저를 믿으실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세상에서 제일 믿음직한 점쟁입니다."연소연은 오히려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알고 있습니다. 내일 발인은 말하신 시진과 길에 따라가겠습니다. 가시는 길에 문제가 없도록 열심히 준비 해놓겠습니다."그의

  • 저승에서 온 점쟁이 왕비   제32화

    그런 상황이니, 연왕부에 조문하러 온 사람들은 여전히 적기만 했다.조문하러 온 사람들은 모두 연왕의 절친한 친구이며, 청렴하고 정의로운 사람들이었다.연소연은 그들의 이름을 하나씩 마음속에 새겼다.사접월은 소명제가 연왕부의 출입 금지령을 없앤 것이 성공의 첫걸음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앞으로 조금만 과오를 범해도 연왕부를 여전히 멸문의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자 연왕부 허공을 가리고 있던 붉은 안개가 조금 흩어져 있었는데, 이젠 회색 안개가 더해졌고 살기가 더욱 심해졌다.연왕부의 위기는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사접월은 가볍게 눈썹을 치켜올리고 연소연을 찾으러 빈소로 향했다.반쯤 걸음을 옮겼을 때, 연왕비의 분노에 가득 찬 목소리가 들려왔다."조부께서 정말 너무 하지 않습니까? 혼사를 파하려면 연왕께서 묫자리에 드신 후 해도 되지 않습니까? 저는 절대 원망하지 않을 것입니다. 집사를 보내 혼사를 취소하려고 하다니, 정말 너무 합니다!"태부인이 담담하게 말했다."어차피 일찍 취소하나, 늦게 취소하나 혼사를 없애야 하는건 똑같지 않느냐? 연왕부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니, 조부가 혼사를 없애려는 것도 이해는 된다."연왕비가 매섭게 말했다."하지만 이 혼사는 조부에서 애걸복걸 구해 간 것입니다! 게다가 연왕께서 조부를 챙겨줄 뿐만 아니라 조 대인의 목숨도 구해 주셨습니다! 연왕부의 영향을 받을까 걱정되어 혼사를 취소하려는 것이면 저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다만 소연이가 방탕하고 품행이 바르지 않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소연이가 지니고 있는 수건 하나로 트집을 잡는 것은 연왕부를 업신여기는 것입니다!”“조 대인은 고작 종4품에 불과한데, 감히 이렇게 연왕부를 얕보다니요!"사접월은 몰래 연왕비의 말을 듣고 눈썹을 치켜올렸다.그녀는 연왕부에서 지내는 동안 연왕비가 부드러운 성격에 나서는 사람이 아닌 것을 발견했다. 하지만 오늘 연왕비가 이렇게 화가 난 것으로 보아 조부에서도 분명 과했을 것이라 짐작했다.그리고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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