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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작가: 써니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1-19 14:17:51
연소연은 안색을 바꾸고 조금 놀란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접월은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공자를 도와 세자를 모셔 오겠습니다."

그녀는 도가의 천재로 태어날 때부터 영안(靈眼)을 갖고 있어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천재로 태어난 그녀에게는 함께 할 자가 없는 외로움과 과부의 명, 그리고 일찍 죽는 사주까지 따랐다.

사접월은 지난해부터 가슴이 자주 두근거리며 손목에 붉은 선이 생기기 시작했다.

스승님의 말씀에 따르면 손목에 있는 붉은 선이 팔꿈치까지 자랐을 때가 그녀가 목숨을 잃을 때라고 했다.

그녀는 손목을 들어 올려 힐끗 보았는데, 붉은 선은 이미 손목 중간까지 뻗어 있었다.

그녀가 경성에 온 것은 운태비의 편지와 연관이 있지만 다른 이유도 있었다. 스승님께서 점을 통해 접월이 일찍 죽을 사주를 깰 수 있는 계기가 경성이 있다고 했기 때문이다.

금 마마는 사접월과 연소연이 함께 우산을 쓰고 있는 것을 보고 노발대발했다.

"모두가 보는 앞에서 사내와 함께 우산을 쓰다니! 어찌 그렇게 지조가 없단 말입니까?"

그 말에 연소연은 오히려 호통을 쳤다.

"건방지구나! 어디서 감히?"

그의 목소리는 높지 않았지만,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차가운 분위기를 내뿜고 있었다. 마치 지옥의 염라대왕이라도 온 듯 상대를 단숨에 겁에 질리게 했다.

금 마마는 비록 두려웠지만 여전히 말을 멈추지 않았다.

"소인은 운태비 마마를 대신하여..."

금 마마의 말이 끝나기도 전, 연소연이 발을 들어 그녀를 걷어찼고 그녀는 세게 궁벽에 부딪히고 말았다.

그녀는 마치 낙엽처럼 벽에 부딪힌 후 굴러 떨어졌고, 이내 몸에서 피가 흘러나와 궁벽을 붉게 물들였다. 이미 숨을 거둔 듯 했다.

궁인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사접월은 놀라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잔혹하구나! 하지만 왠지 속이 후련하다!’

그녀는 점을 쳐서 금 마마가 오늘 죽을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런 식으로 죽게 될 줄은 몰랐다.

연소연은 무표정한 얼굴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무례를 범한다면 죽어야 할 것이다!"

그의 머리카락이 바람에 나부껴 날카로운 눈매를 스쳐 지났다.

그의 기세는 살생부를 다스리는 염라대왕처럼 압도적이었다.

나인들은 모두 뒤로 한 걸음 물러서며 두려움이 가득한 눈빛으로 고개를 푹 숙였다. 겁이 많은 사람은 다리까지 덜덜 떨고 있었다.

사접월은 연소연이 그녀를 지켜준 것이 조금 의아하여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근데 바로 그때, 음산한 바람이 면사포의 끝자락을 향해 불어왔고 펄럭이는 면사포 사이로 연소연의 얼굴을 보였다. 순간 깜짝 놀라 등에 식은땀까지 흘러 내리기 시작했다.

그는 못생기긴커녕 아주 준수한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날카로운 눈썹과 빛나는 눈망울, 오뚝한 콧날에 얇은 입술까지. 완벽한 남자다운 얼굴형을 갖고 있어 여태껏 그녀가 만난 사내중 제일 잘생긴 사람 같았다.

하지만 두 사람은 일찍이 난감한 과거를 갖고 있었다. 1년 전 그녀는 둘째 스승님의 장난에 넘어가 목소리를 바꿀 수 있는 약을 먹고 가면을 쓴 채 그와 하룻밤을 보냈었다!

그녀는 가볍게 목을 가다듬고 애써 침착한 척 말을 이었다.

"보시지요."

그녀는 말을 마치고 손바닥으로 연소연의 눈앞을 쓸어 내렸는데, 이내 온몸이 피로 뒤덮인 연 왕세자가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것을 보았다.

연소연은 충격에 휩싸였다.

"형님..! 정말 형님이십니까?"

그가 연 왕세자의 혼을 부르겠다고 한 이유는 사접월과의 혼사를 거절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녀가 정말 연 왕세자의 혼을 불러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사접월이 살짝 눈썹을 치켜올렸다.

"차 한 잔 마실 정도의 시간만 머무를 수 있으니 형님께 묻고 싶은 것이 있으시다면 어서 물으십시오."

그는 재빨리 연 왕세자의 곁으로 다가갔다.

"형님, 범로관(虎牢關)에서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입니까?"

그러자 연 왕세자가 단어들을 읊으며 중얼거렸다.

"옥쇄... 귀래사(歸來辭)... 명월만(明月灣)..."

연소연은 어리둥절하여 다시 추궁했다.

"그게 무슨 뜻입니까?"

옆에 있던 사접월은 약간 실망한 듯한 목소리로 답했다.

"생전에 큰 상처를 입어 영혼을 다쳤습니다. 영혼이 온전치 않아 기억도 완전하지 않습니다."

연소연은 결국 침착함을 잃어 버리고 눈시울을 붉히며 이를 악물었다.

"형님. 대체 누가 형님을 해친 것인지 알려주십시오!"

하지만 연 왕세자는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사접월이 한숨을 쉬고 말했다.

"보아하니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듯합니다."

그녀는 연왕부를 존경하기도 하고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연왕의 선조는 선제를 모시고 수없이 전장에 나간 대초의 유일한 이성왕이었다.

그는 몇 년간 변방을 지키며 대초의 전신처럼 적을 물리쳐 적이 남하하여 변방을 오지 못하게 했다.

연왕부 집안 남자들 중 당시 심한 병에 앓고 있었던 연소연을 제외하고는 모두 전쟁터에서 목숨을 잃었다.

연 왕세자의 모습을 보니 전쟁이 얼마나 참혹했을지 단숨에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연 왕세자 눈앞에서 손을 흔들며 물었다.

"세자. 저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하지만 연 왕세자는 계속 넋을 잃은 모습으로 중얼거리기만 할 뿐이었다.

"옥쇄... 귀래사... 명월만..."

사접월이 연소연에게 말했다.

"아무것도 물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연소연이 알고 있던 큰형은 재치와 무예가 뛰어난 사람이었는데, 대체 왜 지금 이런 꼴이 된 것일까?

그는 슬픔에 겨워 연 왕세자를 꽉 안았다.

"형님..."

그가 손으로 연 왕세자의 몸을 뚫고 허공을 허우적대자 연 왕세자는 갑자기 무언가를 느낀 듯 사나운 눈빛을 드러냈다.

"연왕부는 대대로 나라에 충성하며 한 번도 배반한 적 없습니다. 헌데 혼군이 이리 충신을 해치다니. 분명 대가를 치르실 것입니다!"

세자의 몸이 갑자기 커지기 시작했다.

사접월은 그가 악귀가 될 수도 있는 것을 알아차리고 손으로 부적을 써서 그의 몸에 붙였고, 다행히 이내 그의 모습은 사라졌다.

연소연이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대체 형님께 무슨 짓을 하신 것입니까?"

사접월은 그저 담담히 답했다.

"아무 짓도 하지 않았습니다. 정신을 잃고 악귀가 될 수도 있어 다시 저승으로 보냈을 뿐입니다."

연소연은 착잡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목을 가다듬고 말을 이었다.

"공자. 형님을 대신하여 저와 혼사를 올릴 것입니까?"

그녀는 말하면서 우산을 거두자, 음기가 사라지고 맑은 하늘이 연소연의 눈에 들어왔다. 주위에도 아무런 이상이 없었는데, 바로 그때 태감이 성지를 들고 와 입을 열었다.

"황제 폐하께서 접월 공주와 연 왕세자의 혼사를 하사하셨습니다!"

혼사를 하사한 성지와 함께 혼수도 가득 보냈다.

연소연은 숨을 크게 들이쉬고 어서방 방향을 바라보며 예를 올렸다.

"형님을 대신하여 폐하께 감사함을 전할 따름입니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그는 예를 올린 후 사접월 앞으로 걸어가며 말했다.

"접월 공주, 가마에 타시지요."

사접월은 가볍게 혀를 찼다.

그녀는 살짝 면사포를 들어 올려 그의 앞에 다가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

"저는 이 혼사가 계략이라 생각합니다. 그냥 성지를 거절하는 것이 어떻습니까?"

연소연은 그녀를 힐끗 보았다. 그는 면사포 사이로 맑고 큼지막한 눈망울과 오밀조밀한 이목구비를 보았다.

그는 어딘가 익숙하다 생각했지만 어디서 만났는지 떠오르지 않았다.

그는 재빨리 시선을 거두고 무표정으로 했던 말을 반복할 뿐이었다.

"접월 공주, 가마에 타시지요!"

사접월은 그의 차가운 표정을 보며 눈썹을 살짝 찌푸리고 면사포를 내렸다.

연소연은 차가운 눈빛으로 몸을 돌려 말에 올랐다. 그는 이내 신부를 맞이하는 대오를 이끌고 연왕부로 향했다.

사접월은 가마에 앉아 못내 걱정스러웠다. 평생 가장 보고 싶지 않았던 자가 바로 연소연이었다.

경성에 자리를 잡아 일찍 죽어야 하는 자신의 사주를 고치려 했기에 죽은 사람에게 시집가는 것을 그다지 배척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형수의 신분으로 연소연과 한 지붕 아래에 지내는 건 너무 어색한 일이다.

근데 이 일을 어떻게 한다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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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접월이 일깨워 주지 않았다면 아무도 어항에 편지를 숨길 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태부인은 울적한 눈빛으로 사접월을 바라보았다. 대리사에서 이런 편지를 찾아내면 연왕부 사람들은 모두 죽임을 당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태부인이 연소연에게 명령했다."당장 이 편지를 없애버리거라!"그러자 연소연은 바로 화로를 가져와 편지를 싹 다 태우 버렸다.편지를 태우자마자 호위가 와서 보고했다. "태부인, 도련님. 대리사 대인께서 오셨습니다."그들은 놀라 서로 시선을 마주했다. 대리사가 이렇게 빨리 올 줄은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 조금만 늦었어도 큰 화를 입었을 것이었다.연소연이 낮은 소리로 말했다."제가 대리사 사람을 만나고 오겠습니다."태부인이 고개를 끄덕였다.연소연이 마당을 나서자마자 위응환이 사람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오며 태부인에게 예를 올렸다. "늦은 밤 이리 폐를 끼쳤습니다. 소신은 폐하의 명을 받고 왔습니다. 소신은 연왕의 충성과 의리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연왕께서 전사하신 것은 대초의 한입니다."연소연이 낮은 소리로 말했다."연왕부는 떳떳하니 어떻게 조사하셔도 두려운 것 하나 없습니다."태부인이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위 대인이 어떻게 조사하든 연왕부는 다들 협조할 것이오."위응환은 다시 태부인께 예를 올리고 뒤에 있는 병사를 시켜 연왕부를 수색하게 했다.그는 대리사 부하들에게 임무를 안배한 후 다리를 꼬고 땅콩을 먹고 있는 사접월을 보았다.그는 신중한 눈빛으로 사접월을 훑어보았다. 사접월은 그의 시선을 느끼고 땅콩 한 움큼을 건네주었다."함께 드시렵니까?"사접월은 위응환이 오자마자 그를 자세히 살펴보았다.연소연한테서 위응환의 이름을 들었을 때, 대리사경은 틀림없이 나이가 많은 늙은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뜻밖에도 대리사경은 20대의 젊은이였다.그는 조금 여성스럽고 맑고 큰 눈을 가졌고, 눈썹이 짙고 길었으며 널찍한 이마에 코도 둥글둥글했다.이런 관상을 가진 사람은 대부분 성격이 강직하고 의리가 있었다.그녀는

  • 저승에서 온 점쟁이 왕비   제10화

    연소연은 위응환이 사람을 데리고 왕부를 수색할 때 밖에서 지켜보고 있었다.부하들은 아무 데도 가지 않고 곧장 연왕의 사랑방으로 달려갔다. 그 모습을 보고 그의 눈빛은 다시 싸늘해졌다.역시 그 편지들은 누군가 일찍이 준비해 놓은 것이 분명했다.그는 대리사에서 물건을 뒤지는 것을 막지 않았지만, 그들이 수작을 쓸까 봐 걱정됐기에 호위를 보내 그들이 손을 쓰지 못하게 따라다니라고 당부했다.대리사는 연왕의 사랑방을 부술 기세로 뒤지고 있었고, 숨겨졌던 서랍들도 모두 철거되었다.그리고 그 어항은 대리사 신하에 의해 뒤집어져 있었다.연소연은 어항을 뒤집은 사람이 안에 있는 모래를 천천히 거둬내고 확인하는 것을 보았고, 지그시 쳐다보며 그의 생김새를 기억해 두었었다.연소연은 식은땀이 맺힌 그 신하를 보며 물었다."맷돌이라도 갖고 와서 모래를 갈며 찾아보겠소?"대리사 신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돌려 연소연을 바라보았는데, 그녀의 눈매는 매우 차가웠고 눈빛은 비수처럼 날카로웠다.그는 당황해 가볍게 기침하고는 답했다."괜찮습니다."그렇게 두 시진 동안 연왕부를 샅샅이 뒤졌지만, 결국 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했다.위응환은 신하의 보고를 듣고 생각에 잠긴 듯 태부인에게 예를 올렸다."오늘 밤 폐를 끼쳤습니다."태부인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위응환은 빈소에 가서 연왕에게 향을 피우고 나서야 연왕부를 떠났다.그가 문 앞으로 걸어갈 때, 사접월이 하품하며 말했다."위 대인. 어려운 문제가 생기면 귀신에게 물으십시오. 도가는 언제나 대인을 환영합니다!"위응환은 그녀를 힐긋 본 후 뒤도 돌아보지 않고 연왕부를 나섰다.사접월이 미소를 지으며 눈썹을 치켜올렸다.연소연이 그녀의 곁으로 다가와 말했다."연왕부에서 원하는 물건을 찾지 못했으니, 당분간 다시 오지 않을 것입니다. 먼저 방으로 돌아가서 쉬시지요!"사접월은 어젯밤 밤새 탁자 옆에 기대어 잠깐 눈을 붙인 것이 전부였기에 몹시 피곤해 보였다. "예. 위 대인이 다시 연왕부로 오면 사람을 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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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승에서 온 점쟁이 왕비   제40화

    연왕이 전사한 일로 조정의 신하들은 의견이 분분했다.어떤 사람은 이 기회를 노리고 백성들에게 대초의 전신이었던 연왕이 이미 전사하였으니 대초의 전신이 될 자격이 없다고 선동하였다.이 말은 돌고 돌아 경성에서 갈수록 심해지고 있었다.길모퉁이에 서서 썩은 배춧잎과 달걀을 들고 있는 사람들은 이 일을 더 심각하게 만들려는 것이다.일단 성사만 된다면 소위 백성들의 뜻으로 변할 것이다. 게다가 군주는 백성들의 뜻을 무시할 수 없었다.이러한 백성들의 뜻이 정말 황제에게 전해진다면 조정에서 다시 연왕부의 죄를 물어야 할지 말지 의논이 거세질 것이다.이 일을 조작한 배후는 가만있지 않을 것이고, 분명 더욱 독한 수작으로 그들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지금 연왕의 관이 춘영거리로 가지 않았으니, 그들의 계획은 태반이 헛수고가 될 것이다.그러나 이 일은 여전히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저 사람들은 언제든 재신거리로 넘어갈 것이다.소 승상은 연왕부를 도와 손을 쓸지 말지 마음속으로 고민했다.바로 이때, 순찰을 하고 있는 병사들이 골목에 숨어 있는 사람들한테 말했다."무슨 사람이냐? 그곳에서 몰래 무엇을 하는 것이냐?"안에 있는 사람들은 비록 백성들의 차림새지만 백성들이 아니기 때문에 속으로 찔리는 것이 있으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소 승상은 그 모습을 보고 어떻게 된 일인지 단숨에 알아차렸다. 그제야 그는 손을 쓸 수 있다고 생각이 들어 하인의 귓가에 몇 마디 전했고, 하인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양쪽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을 때, 하인이 그곳으로 가서 말했다."최근 경중에 도적 한 무리가 와서 백성의 차림새를 하고 도둑질한다고 들었습니다. 이 사람들의 행적이 의심스러운 것으로 보아, 설마 도적 떼인 것은 아니겠지요?"순찰하던 병사 수령은 그 말을 듣자마자 바구니를 들고 어색한 표정을 짓고 있는 그들이 수상하다 느껴졌다.그는 바로 손을 흔들었다."이들을 당장 잡아서 돌아가서 심문하거라!"그러자 모두 상황이 심상치 않다 느끼고는 바로 사방으로 뿔

  • 저승에서 온 점쟁이 왕비   제39화

    어제 조부의 사람이 찾아와 혼사를 취소하려 할 때, 그녀는 마음속으로 정말 화가 났었다.그러니 오늘, 조부와 바로 혼사를 취소하지 못하는 것이 한스러울 정도였다.규칙에 따르면 태부인과 연왕비를 장례를 치르러 갈 수 없었다.태부인이 사접월 앞으로 다가가 말했다."오늘은 네 덕이다. 몰래 숨어 있는 자들이 결코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꼭 조심하거라."사접월이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십시오. 저희도 방법을 생각해 두었습니다."잠시후 떠날 시간이 되었다. 태부인은 걱정이 되었지만, 결국 더 좋은 해결책을 내놓지 못했다.연소연과 사접월은 모두 스무 살이 되지 않은 어린 나이에 이렇게 큰 부담과 압력을 감당해야 하니 정말 쉽지 않을 것이다.그녀는 사접월의 가냘픈 뒷모습을 보고 말했다."공주는 정말 연왕부의 귀인이다. 연왕부가 접월을 연루시킨 것이다."태부인은 어려서부터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의 관심도 받지 못하는 그녀를 안타까워했다.근데 연왕부도 이런 상황이니, 태부인이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그녀에게 잘해주는 것 뿐이었다.소 승상이 태부인에게 다가가 위로했다. "태부인, 슬퍼하지 마십시오."그러자 태부인이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늙었으니, 어쩔 수 없구먼."소 승상은 지난달에도 태부인을 만나 적이 있었다. 비록 이제 한 달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태부인의 머리에는 하얀 머리카락이 늘었고 얼굴의 주름도 더욱 깊어져 단번에 십년의 세월이 지난듯했다.소 승상이 그녀를 보며 말했다."태부인께서는 연왕부의 기둥입니다. 절대 쓰러지시면 안 되옵니다."태부인이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상감의 말이 맞네. 내가 절대 쓰러져서는 안 되네."소 승상이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폐하께서는 연왕부를 궁지에 몰 의사가 없으십니다. 연왕부가 얌전히만 시간이 조금 흐르면 다시 안정을 찾으실 것입니다."태부인은 소 승상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고 있다. 그녀는 낮은 소리로 말했다."다른 사람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네."소

  • 저승에서 온 점쟁이 왕비   제38화

    소 승상이 담담하게 말했다."초혼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점을 매우 잘 친다고 들었소. 점을 치는 족족 죽어 나간다 하던데, 어디 한 번 점을 치겠는가?"만호후가 멈칫하다 답했다."... 나는 괜찮소."며칠 동안 선제의 딸인 접월 공주가 연왕부로 시집간 일에 더욱 높은 관심이 쏠렸다.그녀가 한 일이 워낙 눈길을 끌기도 했기에 소 승상과 만호후 또한 그녀에게 호기심이 있었다.게다가 오늘 그들을 실망하게 하지 않고 손을 써야 할 때 아주 강하게 나선 모습도 대단했다.소 승상은 가냘픈 사접월의 모습을 보고 착잡한 눈빛으로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누가 봐도 연왕부의 앞길은 아주 힘들 것이다.사접월은 연왕부로 시집간 후 과부로 지내며 더 힘들게 지낼 것이다.사접월은 누군가 보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는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곧이어 그녀와 눈이 마주치자, 소 승상이 그녀를 향해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그녀는 그의 청렴하고 정의로운 기운을 느꼈다. 비록 관상으로 보아 생각이 깊은 사람인 듯했지만, 악랄한 사람처럼 보이지는 않았다.그녀는 단번에 소 승상이 만만하지 않다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그에게 가볍게 예를 올렸다.소 승상은 그녀의 단아한 행동에 똑똑한 아가씨라 생각하며 눈빛이 더욱 부드러워졌다.연소연은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틈을 타서 사접월에게 물었다."방금 정말 아바마마의 혼을 불러온 것입니까?""물론 아니지요."사접월이 답했다."조우촌 같은 사람은 그렇게 많은 힘을 들여 상대할 가치가 없습니다. 조우촌은 아바마마를 만날 자격도 없습니다."연소연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왜 아바마마를 본 듯한 모습이었습니까?"사접월이 가볍게 눈썹을 치켜올렸다."쉬운 일입니다. 환각을 볼 수 있는 약을 썼습니다. 환각을 쓰면 무서워하는 것을 보게 되는데 그가 제일 무서워하는 것이 아바마마입니다. 그래서 아바마마를 본 것입니다. 그리고 그 약은 두려움에 따라 다른 것을 보이게 할 수도 있습니다. 그가 두려워하면 할수록 아바마마는 더욱 무서운 모습으로

  • 저승에서 온 점쟁이 왕비   제37화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아바마마를 모욕하셨으니 한밤중에 찾아가 저승으로 함께 데리고 가실 수도 있소."조우촌은 깜짝 놀라 다급히 연왕의 관 앞에서 미친 듯이 절을 올렸다."전하. 제가 잘못하였습니다! 방금 다 헛소리였습니다. 애초에 시안과 셋째 공자의 혼사는 제가 무척이나 애원한 일입니다! 그동안 확실히 연왕 전하의 이름을 빌려 많은 이득을 얻었습니다. 앞으로 다시는 하지 않을 테니, 제발 너그러이 용서해 주십시오!"조우촌이 두려워하며 고개를 들었는데, 연왕은 여전히 그의 앞에 있었다. 그의 푸른 얼굴에는 음산함이 뿜어져 나왔고 방금보다 더 무서운 모습을 하고 있었다.조우촌은 놀라서 비명을 지르며 기어가다시피 뒤로 물러섰다. 그는 옷에 먼지를 가득 묻히고 조금도 예의를 차리지 않았다.그가 아무리 뒤로 물러나도 연왕은 계속 그의 곁에 있었다.정말 미칠 지경이었다. 이때 사접월이 물었다."혼사를 취소할 것이오?"조우촌이 미친 듯이 고개를 저었다."취소하지 않겠습니다! 취소 안 합니다!"사접월이 그를 보며 말했다."아니요. 혼사는 취소해야 하오. 내가 말한 대로 해야지만 취소할 수 있소. 할 수만 있다면 연왕부는 혼사를 취소하도록 하겠소."조우촌은 그녀가 말한 조건을 떠올렸는데 정말 내키지 않았다.사접월이 그의 침울한 표정을 보고 냉소했다."무엇이오? 원하지 않는 것이오? 원하지 않다 해도 상관없소. 앞으로 아바마마께서 계속 당신 곁을 따라다닐 것이니!"조우촌은 깜짝 놀라 다급히 애원했다."시키는대로 다 하겠습니다…!"그러자 사접월이 다시 물었다."오늘 연왕부에서 소란을 피우라고 누가 시킨 것이오?"조우촌은 재빨리 시선을 돌렸다. 절대 그 사람의 이름을 말해선 안 된다. 그 사람을 알려준다면 분명 그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이미 모욕을 겪을 대로 겪었고, 연왕부와도 사이가 틀어진 상황에 그 사람의 미움까지 산다면 앞으로 아주 힘든 나날을 겪게 될 것이다.그는 바들바들 떨며 말했다."아무도 시킨 적 없습니다. 제가 잠깐 이성을

  • 저승에서 온 점쟁이 왕비   제36화

    조우촌은 계획하던 일이 그만 들통나자, 안색이 어두워져 싸늘하게 말했다."대체 누구냐? 쓸데없는 일에 끼어들지 말거라!""지금 내가 누구인지 물은 것이오?"사접월이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나는 선제의 하나뿐인 딸, 접월 공주요.""근데 어디서 행패이오? 감히 나를 보고 예를 올리지 않는 것도 모자라, 나를 추궁하는 것이오? 여봐라, 어서 뺨을 내리치거라!"그러자 바로 호위가 달려와 조우촌의 뺨을 세게 내리쳤다.조우촌은 따귀를 맞고 넋을 잃었다. 그는 사접월이 바로 사람을 때릴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아무리 공주라 하더라도 이유 없이 조정 신하를 때려서는 안 되옵니다! 폐하께 상주서를 올려 공주의 죄를 다스리게 할 것입니다!"하지만 사접월은 여전히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고개를 돌려 연소연에게 말할 뿐이었다."싸우는 일에 있어, 도리를 따지는 사람과는 도리를 얘기해도 됩니다. 하지만 도리를 따지지 않는 사람을 만나면 그와 설명할 필요 없습니다. 앞으로 보고 배우십시오."연소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사접월은 말을 마치고 고개를 돌려 조우촌을 보며 입을 열었다."이렇게 건방지게 구는 것도 아바마마께서 전사하시고 연왕부에 나설 사람이 없다 얕보는 것 아니요?하지만 전사한 망혼은 절대 당신의 누명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오. 연왕부가 아무리 힘이 없어도 마음대로 괴롭힐 수 있는 것이 아니요.""혼사를 취소하려는 것이오? 좋소. 연왕부에서 준 혼수를 보내 돌려보내시오.""그 외에 조부에서 연왕부까지 오면서 세 걸음에 큰절을 한 번씩 하고 큰소리로 자기가 간사하고 의리를 저버린 자가 외쳐야 하오. 두 가지를 다 하고 저희 할머님 앞에서 무릎을 꿇고 절을 올리며 잘못을 인정해야 혼사를 취소할 수 있소."조우촌은 화가 치밀어 올라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말도 안 됩니다. 이 혼사는 연왕의 핍박하게 정한 것인데 지금도 이렇게 건방지게 협박하다니. 정녕 법도를 무시하는 것입니까?"사접월이 싸늘하게 웃으며 말했다."오늘 이런 짓을 한

  • 저승에서 온 점쟁이 왕비   제35화

    조우촌은 지금 상황에서도 연소연의 태도가 이렇게 강할 줄은 생각지 못했다.그는 연왕부가 혼사를 취소하고 싶지 않아 한다고 확신했었으니 말이다. 그의 딸이 워낙 뛰어나니, 분명 세상에서 제일 우수한 남자만이 그녀에게 어울리기에 그녀는 절대로 위태로운 연왕부에 묻혀서는 안 되었다.그는 가슴을 내려치며 슬프고 안타까운 표정을 짓고 큰 소리로 말했다."연왕 전하, 제가 그때 전하의 목숨을 살려주었는데… 전하께서는 저의 딸이 똑똑하다며 강제로 연소연과 혼사를 정하셨습니다. 그때 연소연의 성품이 바르지 않다고 느껴 혼사를 취소해 달라고 전하에게 무릎을 꿇고 애원했지만, 전하께서는 승낙하지 않으셨습니다.""애초에 이 혼사는 전하께서 강제로 맺은 인연입니다. 하지만 인과응보인지 전하께서 일찍 돌아가셨으니, 저도 더 이상 연왕부의 세력을 두려워하지 않을 것입니다. 오늘, 이 목숨을 잃는 한이 있더라도 혼사를 취소할 것입니다!"연소연은 조우촌이 뻔뻔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염치가 없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그와 조시안의 혼사는 조우촌이 연왕부 세력에 빌붙기 위해 목숨을 구해준 은혜로 협박하고 애원하여 얻은 혼사였다.연왕부가 힘을 잃자, 혼사를 취소하기 위해 이렇게 거짓까지 고할 줄은 몰랐다.연소연은 화가 치밀어 올라 이마에 핏줄을 세우고 싸늘하게 말했다."조 대인. 그때의 진실이 어떠한지는 대인 본인께서 제일 잘 알 것입니다."조우촌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내 평생 제일 후회하는 일이 연왕을 구한 것이다. 다른 사람은 은혜를 갚으려 하지만, 연왕은 비열하고 염치없이 은혜를 원수로 갚았다! 연왕이 전사한 것도 모두 그의 인과응보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시안이가 정녕 너 같은 파렴치한 놈과 혼사를 올렸을 것 아니냐?!"소 승상은 그 말을 듣고 미간을 찌푸렸다.장군 출신의 만호후 또한 짜증난 듯 바로 입을 열었다."허튼소리. 연왕은 결코 자네가 말한 그런 사람이 아니네!"그러자 조우촌은 감히 만호후를 반박하지 못하고 혼자 작은

  • 저승에서 온 점쟁이 왕비   제34화

    연소연은 차가운 목소리로 답했다."아바마마와 형님의 시체가 아직도 눈앞에 선합니다. 저는 단지 그들이 전사한 이유를 밝혀내고 싶을 뿐, 연모 따위는 관심 없습니다."사접월도 이내 진지하게 말했다."맞는 말씀입니다. 진실을 밝혀내고 사랑을 멀리하십시오!"연소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사접월은 다시 그의 앞으로 다가가 입을 열었다."하지만 아바마마께서 아직 살아계셨다면 분명 공자가 가정을 꾸리고 행복하게 지내길 바랐을 것입니다."연소연이 그녀를 노려보자, 그녀는 당황해 눈을 깜빡이며 말을 이었다."믿지 않으시면 아바마마를 다시 불러 얘기를 나눠보시게 하겠습니다."연소연이 답했다."괜찮습니다."그가 연왕을 만나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라, 사접월에게 초혼이 몸과 망혼을 다치게 할 수 있다고 들은 적 있기 때문이었다.한 번은 괜찮을 수 있지만, 여러 차례 초혼하다 보면 그녀가 열여덟 살도 넘기지 못할까 봐 두려웠다.계획은 항상 변화가 잇따른다. 다음 날 아침부터 연왕부에 불청객이 찾아왔다!조부의 가주인 조우촌이 조부의 식구들을 데리고 발인하는 관 앞을 가로막자, 연소연이 조우촌을 향해 예를 올리고 말했다."조 대인께서 저희 아버지와 형님을 배웅하러 오셔서, 참으로 고마울 따름입니다.""자. 조 대인께 향을 드리거라."조우촌이 손을 흔들며 말했다."이미 연왕에게 향을 올렸다."연소연이 그를 보며 물었다."이미 향을 피운 이상 비켜주시지요. 발인 시간을 놓치면 안 됩니다."조우촌은 그를 흘겨보며 못내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연소연은 생김새든 능력이든 모두 출중했기에 만약 연왕이 살아있었다면 조우촌은 이런 사위를 얻어 아주 기뻐했을 것이다.하지만 연왕은 이미 전사했고, 연왕부는 위태로우니 연소연 홀로 연왕부를 살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게다가 오늘 그는 연왕부를 짓밟고 연소연의 기를 꺾으라는 다른 사람의 지시를 받고 온 것이다. 그는 입꼬리를 올리며 억지웃음을 짓고 말했다."나는 오늘 너와 내 딸과의 혼사를 취소하러 왔다. 애초

  • 저승에서 온 점쟁이 왕비   제33화

    "그래서 내일 무슨 계획이 있는지 혹시 생각해 둔 방법이 있는지 싶어 물으려 왔습니다."그녀는 말을 하다 웃음을 터트렸다."제일 좋은 방법이 무엇인지 점을 쳐볼 수 있습니다."연소연은 그녀가 점을 잘 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실제로 점을 치는 것은 처음 보았다.그는 그녀에게 물었다."이렇게 점을 칠수도 있는 것입니까?"사접월이 답했다."길흉을 볼 수밖에 없습니다."연소연은 그녀를 힐끗 보고 세 가지 방법을 설명해 주었다.사접월은 손가락을 접어 점을 친 후 그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말씀하신 방법은 모두 대흉으로, 내일 반드시 문제가 생길 것입니다."연소연이 미간을 찌푸렸다."전부 대흉입니까?"사접월이 고개를 끄덕였다."예, 그렇습니다."그녀는 말을 마치고 밖으로 나가 나뭇잎을 한 움큼 따왔다. 그녀를 나뭇잎을 던지면서 손가락을 움직여 점을 쳤다.그녀는 진지하게 일에 임할 때마다 왼손 검지를 구부려 이로 살짝 깨무는 버릇이 있었다.연소연은 그녀의 동작을 보고 시선을 집중했다. 그는 어딘가 모르게 그녀의 모습이 익숙하다고 느꼈다.사접월은 점을 친 후 입을 열었다."내일 발인은 오시가 가장 좋으며, 연왕부를 나선 후 남쪽으로 갔다가 다시 서쪽으로 꺾어 가장 북쪽에 있는 성문으로 성을 나가는 것이 좋습니다.""성을 나온 후, 한 시진 내로 묘지에 도착하면 모든 사고를 피할 수 있습니다."연소연이 물었다."왜 그렇게 가야 합니까?"사접월도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었다."모릅니다. 괘가 그렇게 나왔습니다."연소연은 멈칫하다 그녀를 바라보았고 그녀도 그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렇게 두 사람은 한참이나 멍하니 서로를 마주 보고 있었다.사접월이 가볍게 기침을 하고 입을 열었다."비록 저를 믿으실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세상에서 제일 믿음직한 점쟁입니다."연소연은 오히려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알고 있습니다. 내일 발인은 말하신 시진과 길에 따라가겠습니다. 가시는 길에 문제가 없도록 열심히 준비 해놓겠습니다."그의

  • 저승에서 온 점쟁이 왕비   제32화

    그런 상황이니, 연왕부에 조문하러 온 사람들은 여전히 적기만 했다.조문하러 온 사람들은 모두 연왕의 절친한 친구이며, 청렴하고 정의로운 사람들이었다.연소연은 그들의 이름을 하나씩 마음속에 새겼다.사접월은 소명제가 연왕부의 출입 금지령을 없앤 것이 성공의 첫걸음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앞으로 조금만 과오를 범해도 연왕부를 여전히 멸문의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자 연왕부 허공을 가리고 있던 붉은 안개가 조금 흩어져 있었는데, 이젠 회색 안개가 더해졌고 살기가 더욱 심해졌다.연왕부의 위기는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사접월은 가볍게 눈썹을 치켜올리고 연소연을 찾으러 빈소로 향했다.반쯤 걸음을 옮겼을 때, 연왕비의 분노에 가득 찬 목소리가 들려왔다."조부께서 정말 너무 하지 않습니까? 혼사를 파하려면 연왕께서 묫자리에 드신 후 해도 되지 않습니까? 저는 절대 원망하지 않을 것입니다. 집사를 보내 혼사를 취소하려고 하다니, 정말 너무 합니다!"태부인이 담담하게 말했다."어차피 일찍 취소하나, 늦게 취소하나 혼사를 없애야 하는건 똑같지 않느냐? 연왕부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니, 조부가 혼사를 없애려는 것도 이해는 된다."연왕비가 매섭게 말했다."하지만 이 혼사는 조부에서 애걸복걸 구해 간 것입니다! 게다가 연왕께서 조부를 챙겨줄 뿐만 아니라 조 대인의 목숨도 구해 주셨습니다! 연왕부의 영향을 받을까 걱정되어 혼사를 취소하려는 것이면 저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다만 소연이가 방탕하고 품행이 바르지 않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소연이가 지니고 있는 수건 하나로 트집을 잡는 것은 연왕부를 업신여기는 것입니다!”“조 대인은 고작 종4품에 불과한데, 감히 이렇게 연왕부를 얕보다니요!"사접월은 몰래 연왕비의 말을 듣고 눈썹을 치켜올렸다.그녀는 연왕부에서 지내는 동안 연왕비가 부드러운 성격에 나서는 사람이 아닌 것을 발견했다. 하지만 오늘 연왕비가 이렇게 화가 난 것으로 보아 조부에서도 분명 과했을 것이라 짐작했다.그리고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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