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퍽!”설은아는 자기도 모르게 뺨을 치며 놀라서 말했다.“깡패! 변태!”뺨 때리는 소리가 들리자 온 장내의 공기가 모두 굳은 것 같았다. “네가 감히 나를 때려?”정천은 무슨 믿을 수 없는 일이라도 본 듯 불가사의한 얼굴로 자신의 얼굴을 감쌌다. “내 아버지도 날 때린 적이 없는데 네가 감히 나를 때려!”“”네가 감히 나를 치다니!”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정천은 은아의 아랫배를 걷어찼고 은아는 그대로 날아가 벽에 부딪혔다. 그리고 난 후 정천은 앞으로 나서서 은아의 뺨을 한대 내리쳐 얼굴 절반이 빨갛게 부어 올랐고 입가 주변에는 피가 흘러 내렸다. 하지만 설은아는 굴복하지 않았고 이때 고개를 높이 쳐들고 완강한 얼굴로 정천을 응시했다.“그래도 쳐다봐! 어르신이 널 실명하게 만들어 버리겠어!” 정천은 차갑게 웃으며 손을 쓰려고 했다. 이때 설민혁이 황급히 가로 막으며 말했다. “도련님, 진정하세요. 이 여자를 때려 부수면 오늘 밤에는 뭐하고 노시려고요?”“충분히 가지고 노신 다음 다시 때리시는 게 어때요? 그렇게 서두를 것 없잖아요!”설민혁의 이 말을 듣고서야 정천은 조금 냉정해졌다. 하지만 그는 또 설은아를 걷어 차 바닥에 엎어뜨린 다음 나한 의자에 앉아 차갑게 말했다.“이 여자를 데리고 가서 검사해. 완전히 깨끗한 게 아니면 죽여 버려. 어르신 더럽혀지지 않게!”“네네!”설민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허리를 굽힌 다음 설은아 곁에서 냉소하며 말했다.“설은아, 정천 도련님 말씀 너도 들었지? 네 남편이 요즘에도 그렇게 쓸모없었기를 바라. 너를 전혀 건드리지 않았으니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정천 도련님을 섬길 기회도 없었을 거야!” 설민혁은 마치 정천을 섬길 수 있는 게 무슨 자랑거리라도 되는 듯 당연한 표정을 지었다. 은아는 냉담한 얼굴로 이때 이를 악물고 말했다.“설민혁, 너 그러다 벌 받을 거야!”“벌?” 설민혁은 실소를 터뜨렸고 설은아의 귀에 대고 가볍게 웃으며 입을
“네 말은 내가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거야? 시험 삼아 한 번 보고 싶네. 내가 널 가지고 논 후에 무슨 문제가 생길까?”정천이 차갑게 입을 열었다. 그는 대구에서는 활보하고 다녔으니 날뛰는 데 익숙해져 있었다. 은아의 거칠고 고집 센 태도는 오히려 작은 고추나 야생마로 보여 그는 더욱 정복하고 싶어졌다.은아는 심호흡을 하고 가까스로 자신을 진정시키며 말했다. “아저씨, 나는 네가 설민혁과 설지연에게 충동질을 당했든 말든 상관없어.”“하지만 네가 나를 돌려 보내주지 않으면 정말 골치 아프게 될 거야!”“그때가 되면 걷잡을 수 없는 일들이 많아 질 거야.”설은아가 말한 사람은 하 세자였다. 그녀가 보기에 그는 지금 자기를 구해줄 수 있을 것이다. 자기를 구할 능력이 있는 사람은 분명 하 세자 밖에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하 세자가 손을 대면 어떤 결말을 맞게 될지는 하늘만 알 수 있다는 것이다. “하하하하!”“설민혁, 너희 설씨네 식구들은 정말 재미있다. 나 정천을 이렇게 협박하는 사람은 처음 봐!”“지금 더 재미있어 지고 있네. 도대체 어떤 사람이 나를 귀찮게 할 수 있을 지 한번 보고 싶네.”정천은 지금 이미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방금 까지 그가 설은아에 대해 육체적인 관심을 보였었다면 지금은 달랐다. 그는 이 여자를 마음에서부터 육체까지 정복하고 그녀의 신념들도 완전히 무너뜨리고 싶어졌다. 이것이 바로 정천의 방식이다! 대구 정가는 이렇게 거만하고, 이렇게나 포악하다!남원에도 비록 최고 가문들이 있었지만 대구 정가는 안중에 두지 않았다. 은아는 심호흡을 했다. 그녀는 오늘 이 일이 이대로 끝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다행히 정천도 지금은 그녀를 건드릴 생각이 없어서 그녀도 조금 냉정을 되찾았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우리 간절히 목 빠지게 기다려보자.”“내가 한 시간 동안 기다릴게. 네가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다!” 정천은 나한 의자에 앉아 유쾌한 표정을
대략 30분 후. 남원의 모든 대 가문과 세력이 모두 분명하게 조사를 마쳤다. 은아는 지금 교외에 있는 골드 코스트 9호 장원 안에 있었다. 은아를 데리고 간 사람은 분명 대구 정씨 가문의 사람일 것이다!이 소식을 들었을 때 적지 않은 사람들은 깜짝 놀라 헉 하고 숨을 들이켰다. 대구 정가, 이 집안은 절대 보통 사람이 건드릴 수 없는 존재였다. 하지만 다행히 이곳은 대구가 아니라 남원이기 때문에 일부 사람들은 잠시 고민한 후 밖으로 나가기로 결정했다. 최가. 최준은 옷을 갈아입고 조용히 말했다.“가자, 우리 같이 골드코스트로 가자!”“이번엔 여기까지 오는 데는 정말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 않았어. 은아를 구해내기만 하면 그녀의 회사는 반드시 우리 최가에게 무상으로 넘겨지게 될 거야. 보상인 셈이지!”곧 최가의 차가 골드코스트에 도착해 9번 장원 입구 앞에 멈춰 섰다. 이때 다른 편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먼저 와 있었다. 항성 이씨 가문 세자 이장성.나씨 집안 가주 나성곤.구씨 집안 가주 구기승 등. 이 사람들은 대모산 리조트 재산권에 관심이 많아 하늘에서부터 떨어지는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을 것이다. “은아는 어쨌든 우리 최가의 외손녀니까 당연히 제가 가서 구하겠습니다.”최준은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의 이 말을 듣고 이장성과 사람들은 순간 멈칫했다. 비록 최가의 이 말은 불쾌하게 들렸지만 문제는 그가 말한 것도 틀리지 않다는 것이다. 게다가 최가의 신분는 너무 높아서 감히 그에게 미움을 사기가 쉽지 않았다. 이때 최가가 손을 흔들자 최우현이 앞으로 나와 문을 두드렸다. “실례합니다. 남원 최가 최준이 정천 도련님을 만나러 왔다고 전해 주세요.”최우현이 말했다. 9호 장원 안에서 몇 명의 문지기 호위병들이 이 말을 듣고 숨을 헐떡거렸다. 그는 최준이 누구인지 전에는 몰랐지만 남원에 온 후 알게 되었다. 강남 3인자, 단연 실세 거물이었다. 자기 도련님이
최우현은 살짝 인상을 찡그리며 설민혁을 위아래로 훑어보다가 ‘피식’웃으며 말했다. “너 설씨네 설민혁 아니야? 언제 남의 하인이 된 거야?설민혁은 싸늘한 얼굴로 대꾸를 하지 않았다. 최우현이 계속 입을 열자 최준은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설민혁, 넌 분명 내가 누군지 알지! 너 정천 도련님에게 가서 오늘 내가 아주 중요한 일이 있어서 왔다고 전해!”설민혁은 차갑게 말했다.“우리 도련님이 말씀하시길, 대구 정가에 미움을 사고서도 감투를 쓰고 있으려고 하냐고 하시던데요?”“당신들 최가가 단기간 내 2류 가문에서 일류 가문이 될 수 있었던 건 최준의 감투 덕분인 셈이잖아요!”“만에 하나라도 잃어버리게 되면 당신 최가가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지는 당신이 나보다 더 잘 알 텐데요!”설민혁의 말에 최준은 순간 얼굴이 새카맣게 변했다. 그러나 그는 설민혁이 함부로 지껄인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대구 정가가 만약 원한다면 감투를 벗기는 일은 밥 먹고 물 마시는 일보다 더 쉬울 것이다. 최준이 변화무쌍한 관료사회에서 이렇게 오랫동안 우뚝 솟아 있을 수 있었던 것은 산이 단단해서가 아니라 들어오고 빠질 때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생각에 미치자 최준은 재빨리 말했다.“정천 도련님이 일이 있으시다고 하니, 그럼 다음에 다시 뵙겠습니다.”말을 마치고 그는 최우현을 데리고 돌아서서 떠났다. 이장성과 사람들은 이 모습을 보고 어리둥절해서 서로 쳐다보고만 있었다. 설민혁의 태도를 보아하니 오늘 정천은 강경했다. 간단히 말해 설은아 때문에 정천에게 미움을 사는 건 아무리 봐도 가치가 없다!다들 원래 운을 시험하러 왔을 뿐이었으니 이때 모두 바로 물러났다. 양정국 쪽에서는 이때 특별한 루트를 통해 정확한 소식을 접했고 가장 먼저 하현에게 보고했다. “대구 정가? 대단한가요?”하현이 눈살을 찌푸렸다. “엄청나게 대단하지! 대구 정가는 대하 10대 최고 가문 중 9위야! 연경 이씨 집안 보다 상위권이
하현이 차갑게 말했다.“혹시 저에게 사람을 구하러 가지 말라고 하시는 건 아니시겠죠?”장북산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그럴 리가!”“근데 지금 남원 병부 수장 교체를 앞두고 국내외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남원 쪽을 주시하고 있는지 몰라.”“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크게 움직여서는 안돼. 특별히 너의 신분이 드러나면 나중에 제수씨를 해칠지도 모르잖아.” “그때가 되면 대구 정가가 아니라 해외 세력들이 올 거야.”“그래서 오늘 일은 최대한 가장 조용하고 평화로운 방식으로 해결하는 게 좋을 거 같아.”“싸움을 벌이는 건 적절하지 않아.”하현이 말했다. “그럼 어르신 말씀은……”“내가 듣기로 강남 길바닥 왕이라고 불렸던 홍인조라는 사람이 있다고 들었는데, 그 사람이 대구 정가의 하인이었대. 그 사람을 내보내서 사람을 보내달라고 전달을 해. 직접 사과하러 오라고. 어때?” 장북산이 말했다. 하현은 잠시 생각하고 나서 말했다. “네. 오늘 제가 어르신의 체면을 세워드리죠.”“정천이 은아에게 조금의 상처도 입히지 않고 직접 사람을 돌려 보내주고 사과를 하면 오늘 일은 이렇게 하는 걸로 하겠습니다.”“그렇지 않으면 대구 정가는 존재할 필요가 없어요!”하현은 냉랭한 기색이었지만 내뱉은 말은 포악하기 짝이 없었다. 옆에 있던 양정국은 이 말을 듣고 놀라 벌벌 떨었다. 이 분은 정말 너무 포악해서 10대 최고 가문 중 하나인 대구 정가를 상대해도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입만 열면 사람을 죽이려고 한다. 장북산은 한숨을 내쉬었었다. 하현이 은퇴 하기로 결정했던 날, 그가 더 이상 대장직을 맡지 않기로 했던 것은 사실 대하를 생각해서 그랬던 것이다. 왜냐하면 그가 계속 했다면 그는 분명 대 장로 중 하나가 되었을 것이고, 한 사람 아래 만 명 이상을 다스렸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대하 국내 정세도 혼란스러웠을 수 있다. 그는 대하의 안정을 위해 의연하게 은퇴하고 다른 길을 택했다. 하지만 이 상황에
이 갑작스런 장면은 정천을 놀라게 했다.“할아버지, 왜 그러세요?”무릎을 꿇은 홍인조는 다리의 맥이 풀렸다. 이때 설은아에게로 힘겹게 가지 않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정천 도련님, 오늘 한 가지 권하고 싶은 일이 있어서 왔어요. 과거의 정을 봐서라도 어떻게든 허락해주세요!”“무슨 일이요? 최선을 다 할게요.”정천은 홍인조가 아직도 강남 길바닥의 왕이라고 잘못 알고 있었다. 선심을 쓸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그는 절대 사양하지 않을 것이다. 설민혁과 설지연은 지금 홍인조를 신기한 표정으로 보고 있었다. 전설의 길바닥 거물이 어떻게 이렇게 무서워할 수가 있지?홍인조는 이때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정천 도련님, 어떤 분이 말을 전해달라고 하시는데요.”“설은아씨를 돌려 보내달라고, 그리고 와서 머리를 조아리며 사과하라고 했어요.”“그리고 설은아와 그녀의 부모님을 때린 사람을 넘기라고요. 손을 댄 사람의 손을 잘라 버리겠다고요!”“뭐!? 감히 이렇게 건방진 사람이 있다니! 그 사람은 우리가 대구 정가 인지 몰라요?”설민혁이 제일 먼저 뛰어올랐다. 설지연도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어르신, 정천 도련님이 당신한테 예의를 갖춘다고 당신이 함부로 지껄여도 된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당신은 길바닥 사람일 뿐, 이렇게 말하는 것은 반역입니다!”정천은 오히려 화를 내지 않고 웃으며 말했다. “할아버지, 그 사람은 신분이 어때요?” 홍인조는 끊임없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떨며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 그러나 한쪽에 있던 설은아는 오히려 한숨을 쉬었다. 그녀는 자신의 추측이 과연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하 세자가 손을 쓴 것이다. 대구 정가가 아무리 강해도 강남 땅의 3분의 1의 구역에서는 하 세자의 적수가 될 수 없었다. 이때 설은아의 마음이 복잡해졌다. 그녀는 하 세자가 자신에게 호감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문제는 이미 그를 분명 거절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계속해서 자신을 위해
“할아버지, 번거로우시겠지만 말씀 좀 전해주세요!”“상대가 천왕노자라도 내 앞에 무릎 꿇고 사과하지 않으면!”“나는 그가 묻힐 곳 없이 죽기를 원한다고요!”정천은 냉소적으로 이 말을 내뱉고는 설은아 앞으로 다가가 ‘퍽’하고 설은아의 뺨을 쳤다.“이 사람이 바로 네가 말한 나를 골치 아프게 할 수 있는 사람이야?”“도대체 그 사람이 누군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 사람을 내 앞에 무릎을 꿇게 하고 내가 어떻게 너를 가지고 놀 수 있는 지 보여 줄 거야!” 설은아는 입가에 핏물이 흘렀지만 표정은 싸늘했다. 홍인조는 이 광경을 보고 또 벌벌 떨었다. 정천은 살고 싶지 않구나!감히 그 흉포한 분의 여인을 계속 때리다니. 이때 홍인조는 자기도 모르게 외치며 말했다. “정천 도련님, 무슨 말씀이신지 잘 알겠습니다. 그만 때리세요. 제가 말씀 하신 바를 전하도록 하겠습니다!”말을 마치고 홍인조는 허둥지둥 기어나갔다. 지금 그의 마음 속은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분이 그의 여인이 무슨 일을 겪었는지 알게 되면, 일단 화가 나면……그 결과를 생각하니 왕년에 길바닥 왕이었던 홍인조도 몸서리가 쳐졌다. 곧 홍인조는 하현 앞에 무릎을 꿇었고 그는 감히 반 마디도 거짓말을 하지 못하고 정천의 말을 그대로 전했다. 하현과 몇몇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약간 어리둥절했다. “대구 정가가 과연 날뛰고 있군요. 장 어르신, 이번에는 제가 어르신의 체면을 세워드리지 않는 것이 아니에요. 누군가 스스로 죽음을 자초하고 있네요!”하현은 싸늘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장북산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오늘 이 일은 가만히 놔둘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때 그는 뭐라고 말리기가 어려워 돌아서서 먼저 떠날 수밖에 없었다. 하현은 장북산의 다소 활기가 없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잠시 침묵한 뒤에야 천천히 말했다.“어르신, 저는 전반적인 상황을 살펴서 피해가 되지 않도록 할 수 있어요.” 장북산의 몸이 살짝 흔들렸고
장원 안팎에 호위병들이 도처에 널려 있었다. 이때 문지기 호위병들도 뭔가 잘못됐다는 걸 눈치챘다. 원래 이 지역은 사람들이 많이 오던 곳이었는데 갑자기 조용해졌기 때문이다. 곧 이 호위병들은 홍인조가 다시 오는 것을 보았다. 홍인조 뒤에는 몇 명이 함께 따라왔다. “홍 선생님, 돌아가세요. 정천 도련님이 방금 명령을 내리셨습니다. 당신은 지금 아무것도 아니라고, 그를 만날 자격이 없다고 하셨습니다!”분명 홍인조가 떠난 후 정천은 또 사람을 보내 조사를 한 것이 분명했다. 그 결과 정천은 강남 길바닥에 최근 정권이 바뀌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홍인조는 이제 평범한 영감일 뿐 더 이상 길바닥 왕이 아니었다. 이런 사람이 어디 정천을 만날 자격이 있겠는가?사람을 시켜 홍인조를 한 대 때리라고 하지 않은 것 만으로도 정천은 이미 자기가 이 늙은이의 체면을 세워 준 것이라고 생각했다. 홍인조를 바라보는 호위병들의 표정은 비아냥거림으로 가득했다. 권력이 없는 이 늙은이가 감히 아직도 정천 도련님 앞에서 시치미를 떼?죽으려고 그러나?홍인조는 기이한 기색을 보였고 그는 대충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짐작을 했다. 이때 부들부들 떨며 말했다.“내가 들어가려는 게 아니야.”“귀인 몇 분이 들어 가실 거야.”이 말이 나오자 호위병들은 마침내 하현과 몇 사람에게로 관심이 쏠렸다. 호위 대장은 차갑게 말했다. “귀인? 오늘 여기 온 귀인은 100명 까지는 아니더라도 80명은 돼.”“나는 너희들이 누구든 상관없어. 어쨌든 그냥 꺼져. 우리 도련님은 너희들을 상대할 시간 없으니까.”하현은 웃었다. “만약 내가 꼭 들어가야겠다면?”호위대장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그럼 우리들에게 맞아 죽겠지. 하지만 이건 너희들이 자초한 일이야.”변백범이 앞으로 나서더니 갑자기 허리춤에서 당도를 한 자루 뽑아 바로 호위대장의 이마에 대고 차갑게 말했다.“지금은? 우리 들어가도 되지?”이 호위대장은 이마에
허탈해하는 하현의 표정을 살피며 설은아가 입을 열었다.“하현, 뭘 선물하는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당신이 우리 결혼기념일을 기억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해.”하현은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하현, 오늘 내가 당신한테 전화를 한 것은 더 이상 우리의 과거 일을 언급하지 말라고 말해 주고 싶어서였어.”“김탁우와의 사이는 이미 멀어졌어.”“엄마 기분이 좀 나아지면 내가 직접 말씀드릴 거야.”“당신이랑 재혼할 거라고.”“그러니 더 이상 우리 엄마랑 싸우지 마, 알았지?”설은아는 하현을 무척이나 아끼고 있는 게 분명했다.게다가 그녀는 간민효를 마주했을 때 하현을 빼앗길까 봐 상당한 위기감을 느꼈다.하현은 쓴웃음을 지었다.다른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다만 최희정은 아마 두 사람의 재혼을 승낙하지 않을 것이다.하현이 그리 강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최희정이라는 여자는 혼자서 모래폭풍도 무찌를 사람이었기 때문이다.두 사람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동안 나박하는 어느새 설 씨 집안에 도착했다.하현이 머뭇거리며 말했다.“먼저 들어가. 난 요즘...”“내려! 여긴 당신 집이야!”설은아는 억지로 하현을 차에서 끌어내렸다.“오늘 밤 여기서 자.”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설은아의 손에 이끌려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집안에 들어가니 식탁에는 이미 음식이 그득하게 차려져 있었다.최희정과 설재석 외에 그들의 양아들 이영산과 며느리 장리나도 함께 모여 있었다.네 사람이 82년산 라피트를 마시며 얼굴이 볼그레한 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그리고 테이블 위에는 십여 개의 선물 상자가 쌓여 있었는데 그중 몇 개의 상자에는 김 씨 가문 로고가 박혀 있었다.김탁우가 방문한 것이 틀림없었다.그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하현이 나타나자 최희정의 낯빛이 일그러지며 순식간에 찬바람이 쌩쌩 불었다.“자네, 여긴 어쩐 일이야?”“와서 밥 먹어.”로열 회관의 일로 설재석은 여전히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고
”하 대사가 아니었다면 당신은 아마 지금쯤 감옥에서 죽었을 거야!”“당신한테 하루의 시간을 주겠어! 우리 왕 씨 가문의 돈 일억을 갚지 않으면 바로 경찰서에 신고할 거야!”“감옥에 들어갈 준비나 하라고!”“그럼 그만 꺼져!”왕부인이 다시 손을 휘둘러 우소희의 얼굴을 날려 버렸다.망했다!완전히 망했다!우소희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얼굴을 가리며 끊임없이 통곡했다....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설은아는 하현의 차에 앉아 의문에 가득 찬 얼굴로 물었다.“도대체 우소희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어떻게 하다가 왕 씨 가문에 일억을 빚진 거냐고?”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왕 씨 가문 딸 왕자혜가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었는데 마침 내가 그녀를 구해 주게 되었어...”설은아는 어이가 없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뭐? 당신이 어떻게 사람을 구해? 당신이 의술을 알아?”하현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모르지. 난 단지 차에서 그녀를 빼내서 폭발하기 직전의 차에서 구해 준 것뿐이야...”“그때 마침 우소희가 구급차 간호사로 왔는데 내가 한 일을 자신이 한 것으로 둔갑시켜 공을 가로챘지.”“그래서 왕 씨 가문에선 고마움의 뜻으로 그녀에게 일억을 준 거야.”“나중에 왕문빈의 부인이 진실을 알게 되었고 우소희의 잘못이 드러났지.”“하지만 부인은 우선은 딸의 부상이 더 염려되어서 잠시 우소희 일은 따지지 않았던 거야. 그런데 뜻밖에도 우소희가 그 돈을 먹고 튈 줄은 몰랐지.”“게다가 그 돈으로 사기를 쳐 돈 많은 거물을 낚은 거야...”하현은 기가 차다는 듯한 얼굴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그렇게 된 거구나.”설은아는 그제야 모든 걸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어쩐지 우다금 모녀가 휘룡만 집을 산다며 뛰어다니더라니.”“우소희가 아주 눈먼 거물을 잘 속인 거였군!”하현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다만 안타깝게도 운이 조금 모자랐던 거야. 여기서 부인을 만났으니.”“집도 날아가고
”저는 왕 사장님이 주신 휘룡만 1호를 보러 왔습니다.”하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런데 휘룡만의 문턱이 이렇게 높은 줄은 몰랐습니다. 매니저가 다짜고짜 절 도둑놈으로 몰 줄은 상상도 못했거든요.”“왕 사장님이 저한테 뭐라고 해명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하현의 말을 듣고 왕문빈의 부인은 눈꺼풀이 펄쩍 뛰었다.그녀는 순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손을 휘둘러 남자 매니저의 얼굴을 때렸다.“퍽!”“개자식! 눈이 멀었군!”“하 대사님은 우리 왕 씨 가문 귀빈이야!”“그런데 도둑이라니?!”“네가 뭔데 함부로 그딴 소리를 해?!”“경찰에 신고를 한다고?”“감옥에 가둔다고?”“죽고 싶은 거야?”“꺼져! 당장 내 눈앞에서 꺼지라고!”“옳고 그름도 가리지 않고 다짜고짜 사람을 얕보는 당신 같은 직원은 필요없어!”왕문빈의 부인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하현이 누구인가?왕자혜의 생명을 구해 준 은인이다.주 씨 가문 귀빈이자 풍수의 대가, 무도의 고수였고 심지어 자신도 그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해야 했던 사람이었다.그런데 감히 매니저 따위가 하현을 건드려?살기가 싫은 건가?왕문빈의 부인은 가까스로 하현의 용서를 얻은 상태였다.하현이 자칫 기분이 언짢기라도 한다면 왕문빈이 자신을 내칠 수도 있었다.남자 매니저는 일그러진 얼굴을 가리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모님, 어떻게 저한테...”“촥!”왕문빈의 부인은 또 한 번 세차게 그의 얼굴을 때렸다.“꺼지라고!”“못 들었어?”“내가 다시 한 번 말해야 알겠어?”“내가 직접 널 끌어내야 속이 시원하겠어?!”남자 매니저는 얼굴을 가린 채 아무 반박도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혹시라도 반박했다간 어떤 지경이 될지 그도 모르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는 왕문빈의 부인이 어떤 스타일인지 익히 잘 알고 있었다.순간 장내는 찬물을 끼얹은 듯 고요해졌다.일이 이렇게 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하물며 하현이 정
”그가 훔쳤든 아니든, 내가 여기 있는 한 그는 훔친 겁니다!”“왕 사장님 머리가 어떻게 되셨더라도 절대 휘룡만 1호를 파실 분이 아닙니다!”“두 분이 솔직히 인정하는 게 좋을 겁니다. 제가 용서할 기회를 드리죠!”“그렇지 않으면 정말 경호원을 불러 경찰서로 데리고 가라고 할 거예요!”남자 매니저는 색기가 가득 흐르는 눈빛으로 설은아를 바라보았고 손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음흉한 속내를 슬쩍 비쳤다.설은아는 기겁하며 그의 손길을 피했다.그러자 남자 매니저는 더욱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여사님, 제가 여사님 얼굴을 봐서 특별히 두 분께는 기회를 드리겠습니다!”“안 그러면 두 분도 같이 경찰서 가서 조사를 받아야 할지 모릅니다. 쓸데없는 피해를 입을 수도 있고요.”“공범으로 몰려 죄를 피할 수 없을지도 몰라요!”남자 매니저가 이렇게 말하자 우소희는 순간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설은아, 우리 모두 피차 내막을 잘 아는 사람들이잖아?”“체면 때문에 일부러 하현한테 이런 뻔뻔한 일을 시킬 필요는 없는 거 아니야?”설은아는 그녀의 말에 기절할 뻔했다.“뭐라고?”이때 하현이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휘룡만 1호는 내가 산 게 아닌 건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주운 것도 아니에요.”“훔친 건 더더욱 아니고요.”“왜냐하면 왕 사장님이 저한테 주신 거니까요.”이 말을 들은 설은아는 약간 어리둥절해하며 믿기 어려워하는 표정을 지었다.“무슨 소리예요?”“무슨 농담을 그렇게 하냐고요?!”“왕 사장님이 당신을 어떻게 안다고 그래요?”“어떻게 천억짜리 집을 당신한테 주냐고요?!”남자 매니저는 하현의 말을 듣고 ‘피식’하고 냉소를 흘리며 얼굴 가득 혐오의 빛을 띠었다.“당신은 정말 날 바보로 아는군요!”예쁘장한 여자 영업사원들도 모두 경멸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나이도 많지 않은데 허풍이나 떨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 못마땅했던 것이다.우소희도 입을 삐죽거리며 시큰둥한
하현은 이 말을 듣고 망설임 없이 말했다.“이 집은 내가 산 것이 아닙니다...”“뭐라고요?”하현이 말을 끝맺기도 전에 남자 매니저가 눈에 한기를 가득 머금은 채 하현을 노려보았다.“이 카드키, 훔친 거죠?”이 말을 듣고 사람들은 눈이 동그래졌다가 의아한 표정으로 하현을 바라보았다.훔친 거라고?머리가 어떻게 된 건가?훔친 카드키를 들이밀며 자신이 이 집을 산 거라고? 돌았나?!방금까지 하현을 우러러보던 사람들의 눈빛은 갑자기 돌변했다.그들은 방금 하현을 그런 눈으로 본 자신들을 탓하며 3분 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까지 생겼다.설은아는 이 말을 듣고 얼굴빛이 살짝 변하며 약간 걱정스러운 듯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남자 매니저를 바라보았다.“방금 당신이 한 말, 꼭 책임져야 합니다.”“책임이라고요? 그 책임을 어떻게 지는지 제대로 알려드리죠!”남자 매니저는 손가락을 튕겨서 경호원 몇 명을 불렀다.“휘룡만 1호는 우리 휘룡만에서 가장 귀한 물건입니다!”“이 집은 외부에 판매된 적이 없었고 저당 잡힌 것도 없습니다!”“이곳은 왕문빈 사장님의 개인 별장입니다!”“카드키도 분명 왕 사장님 손에 있을 겁니다!”“그런데 그게 어떻게 외부인인 당신 손에 있단 말이죠?!”“설마 오다가 주웠다고는 말하지 마세요!”“오다 주운 게 휘룡만 1호 카드키라니요?!”“어서 말해 봐요! 이 카드키, 왕 사장님한테서 훔친 겁니까?”“솔직히 말하면 관대하게 처리해 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당장 관청에 신고해서 당신을 감옥에 처넣어 버리고 말 겁니다!”남자 매니저는 위엄 있는 얼굴로 속사포처럼 하현을 향해 퍼부었다.이로써 그는 자신이 꽤 성공한 사람처럼 느껴져 우쭐해졌다.데릴사위를 호통쳤을 뿐만 아니라 설은아 같은 미녀 앞에 꽤나 멋진 모습을 보일 수 있어서였다.가장 중요한 것은 왕문빈이 잃어버린 카드키를 되찾았다는 것이다.엄청난 공로임에 틀림없다!어쩌
휘룡만 1호?!그 가치가 천억이라고?하현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벼락을 맞은 듯 멍해졌다.방금까지도 싸움에서 이긴 수탉처럼 의기양양했던 우다금은 설은아가 손에 든 카드키를 보며 온몸이 굳어 버렸다.우소희는 자신의 뺨을 때리며 이것이 꿈이 아님을 확인한 뒤 설은아를 쳐다보았다.우소희의 눈빛에는 부러움과 질투로 이글이글 타올랐다.스스로 상류층 사람이라고 자부하는 오건우조차도 이 순간에는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천억짜리 선물이라고?그 무슨 말 같지도 않은 농담을!자신의 몸값을 다 쳐도 살 수 없는 액수였다!설은아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이게 휘룡만 1호라고?”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맞아. 휘룡만 1호.”“당신 주려고 준비했어. 결혼 3주년 기념 선물이야.”하현의 말을 듣고 주변에 있던 많은 분양사 직원과 손님들이 몰려들었다.모두들 귓속말로 서로 속삭이며 하현을 한껏 우러러보았다.다들 돈이 있는 사람들이었지만 저렇게 쉽게 천억을 들여 집을 산 사람은 처음 보았다.이것이 진정한 토호의 모습이 아닌가!하현을 얕잡아 보던 우소희는 순간 억지로 웃음을 쥐어짰다.“설은아, 하현이 어떤 사람인지 우린 모르지만 혹시 당신도 잘 모르는 거야?”“저 사람 혼자 힘으로 천억을 덥석 내놓는다고? 허! 그렇담 암퇘지도 나무에 올라갈 수 있겠군!”우다금도 옆에서 이를 갈며 거들었다.“맞아. 하현은 데릴사위야. 한 달 동안 네가 준 용돈으로 빌붙어 사는 사람이잖아?!”“그런데 어떻게 휘룡만 1호를 살 수 있단 말이야? 농담 좀 그만해! 정말 지겨워!”“분명히 인터넷에서 카드키 하나 사 가지고 너한테 준 걸 거야!”“우리 앞에 보여 주려고 말이야!”“설은아, 내가 사람 된 도리로 하나 가르쳐 줄게.”“사람이 아무리 허풍을 떨고 싶어도 체면까지 내팽개치면 안 되지.”우다금은 세상 물정에 해박한 어른인 양 하현을 꾸짖었다.“하현, 내가 꼭 당신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지만 사람이 이렇게
하현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오건우를 쳐다보았다.오건우는 왠지 얼굴이 화끈화끈거리며 통증마저 느껴지는 것 같았다.잠시 후 그는 이를 악물고 은행 카드를 테이블 위에 내놓았다.“살게요! 내가 사요!”“전액 현금으로!”“이걸로 하겠습니다!”오건우는 49호를 가리켰다.더 비싼 집은 도저히 그의 능력 밖이었다.특가 주택 정도는 그의 능력으로 어떻게 감당할 수 있었다.그러자 분양 직원은 함박미소를 띠며 말했다.“네, 그럼 수속 도와드리겠습니다.”일사천리로 구매 계약서가 준비되었고 서명하는 것으로 모든 것이 마무리되었다.“오건우, 당신 정말 대단해! 날 이렇게 사랑하다니!”우소희는 터져 나오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계약서를 들고 오건우의 얼굴을 감싸안으며 미친 듯이 웃었다.정말 사람 하나는 잘 골랐어!이렇게 비싼 집을 사 주다니!이게 웬 떡이야!오건우의 마음속에 그녀를 향한 사랑이 이렇게 크게 자리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하지만 오건우는 이 계약으로 거의 이백억을 탕진하게 되어 유동자금은 모두 없어져 버렸다.그는 화류계에서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려고 했는데 그 모든 희망이 사라졌다.하지만 우소희가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가졌으니 앞으로 인맥은 비길 데 없어 넓어질 것이다.우소희가 왕문빈의 딸을 구해 주었다니 인정상 왕문빈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 틀림없다.그것만으로도 우소희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자신이 우소희와 결혼하기만 한다면 우소희의 인맥이 곧 자신의 인맥이 된다.그렇게 되면 자신도 당당하게 왕문빈 앞에 얼굴을 내밀 수 있게 되고 날개를 달고 날아오를 일만 남게 된다.그 순간을 상상하니 지금 아무리 불쾌하고 떨떠름해도 오건우는 충분히 참을 수 있었다.잠시 생각에 빠져 있던 그의 얼굴 위에 이내 환한 미소가 번졌다.우다금 모녀는 기뻐 어쩔 줄을 몰랐다.원래 그녀는 이십억짜리 집이라도 사면 설 씨 집안에 충분히 체면이 서게 된다고 생각했었다.그런데 지금
”어머! 오건우, 200억이잖아?”우소희는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은 채 오건우에게 온몸을 기대어 애교를 부렸다.“당신 같은 부자한테 200억은 껌이잖아. 나 이 집 갖고 싶어!”우소희는 영리한 여자였다.오건우라는 황금거위를 이용해 거액의 집 한 채를 꿀꺽 삼키고 싶었던 것이다.어쨌든 그녀는 지금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겸비한 돈 많은 여자이지 않은가!그녀가 왕문빈 부부에게 체면이 깎인 일은 현재 병원 내부에서만 알고 있으며 온라인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여전히 여신격의 의사로 알고 있다.겉모습이 꽤나 예쁘장한 우소희는 왕문빈의 일억을 가지고 고급 장소에 출입하며 재벌 2세들의 관심을 끌었다.수많은 추파 속에 오건우를 선택한 우소희는 목적한 바를 이루기 위해 그를 단단히 붙잡아야 했다.그래야 평생 부귀영화를 누리며 살게 된다.오건우는 지금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가 새파랗게 변했다.그러나 그도 체면을 의식하며 깊은 숨을 들이마신 뒤 가식적인 모습으로 사진을 몇 번 찍어 누군가에게 보냈다.오건우의 입에서 ‘어우, 와’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우소희, 방금 우리 집 풍수지리사에게 특별히 물어봤어.”“그런데 이 집은 보기에는 위치도 좋아 보이고 멀끔해 보이지만 결함이 굉장히 많다고 해.”“바람길의 입구에 위치해 있어서 교살과 노살을 막고 있대.”“그러니까 말이야. 이 집은 다른 사람들의 재난을 막아주고 있는 형상이어서 들어가서 살게 되면 병들고 아플지도 모른대.”“우리 대사님 말씀에 따르는 게 좋을 것 같아. 이 집 말고 다른 집이 있는지 둘러보자.”“가격대가 다 이렇게 비슷비슷한가요?”오건우는 분양 직원에게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그 의미는 분명했다.더 저렴한 물건이 없냐는 뜻이었다.직원은 오건우의 눈짓에 웃으며 말했다.“손님, 이미 이 가격도 싼 거예요.”“이 집은 도로 입구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특가를 진행하는 거예요.”“48호 가격은 250억이에요. 그리고 다른 건...”
”됐어! 소희야, 다른 사람 상처에 소금 뿌리는 거 아니라고 했잖아!”“좋지 않은 행동이야!”이때 공작새처럼 차려입은 우다금이 나서서 원만하게 수습하려는 척 단아한 표정을 지었다.“하현이 단지 체면이 깎일까 봐 한번 해 본 소리일 뿐이야.”“우리야 이런 일이 많으니 스스로 감정을 통제할 수 있지만 저런 사람들이야 남하고 비교될까 봐 더 잘난 척하고 싶은 마음을 어떻게 통제할 수 있겠어?”“게다가 우린 지금 상류층 사람이야. 저런 데릴사위랑 실랑이를 할 필요가 뭐 있어?”“격 떨어져!”“그러니까 얼른 집이나 보자고. 빨리 수속 밟아야 하잖아?”“저런 사람과 실랑이를 하다가 좋은 집을 놓치면 우리만 손해지!”우다금은 빈정거리면서 분양 단지를 설명하는 쪽으로 시선을 돌려 흡족한 눈빛으로 대형 분양 단지들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스스로의 힘으로는 절대 이런 집을 살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예비 사위 오건우도 이런 큰집에 헛돈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그저 칠팔십 평짜리 방 세 개 정도 되는 집이라도 살 수 있다면 감지덕지일 것이다.“자, 설은아. 하현. 당신들은 먼저 돌아가.”“우리는 집을 산 후에 개인 모임이 있어서 식사도 해야 해.”“그곳은 너무 고급스러운 자리라 여러 명을 데리고 가긴 좀 안 맞거든. 함부로 데려갔다가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이 엄한 말이라도 하면 곤란하잖아, 안 그래?”하현은 무슨 말을 하려다가 설은아가 끌고 나오는 바람에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설은아는 돼먹지도 않은 우다금 모녀와 더는 화를 내며 상대할 이유가 없다고 느꼈다.아무런 의미없는 실랑이는 시간 낭비일 뿐이다.만약 최희정이 가라고 그녀를 등 떠밀지 않았더라면 아마 설은아는 죽어도 오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오건우는 설은아가 이렇게 떠나게 될까 봐 노심초사했다.자신의 부를 과시할 기회가 없어지기 때문이다.오건우는 헛기침을 하며 미소를 지었다.“우소희, 당신이 골라 봐. 마음에 드는 거 있는지 보자고.”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