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민혁은 웃으며 말했다.“도련님, 이 여자는 확실히 신분이 좀 있어요. 하지만 도련님에 비하면 반딧불 빛일 뿐이죠. 전혀 비교가 안 됩니다!”정천은 뭔가를 깨달았는지 무의식적으로 말했다.“그래서?”“그래서 제가 알아서 사람들 몇 명을 보내 이 여자를 데리고 왔습니다.” 설민혁이 웃으며 말했다. 설지연은 옆에서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정천 도련님, 이 여자는 거만하고 거드름도 많이 부리고, 자기가 좀 예쁜 줄 알고 매일 시크하게 굴어요.“사실 그녀는 내숭덩어리일 뿐이에요!”정천은 설지연의 뺨을 때리며 차갑게 말했다.“너한테 말하라고 한 적 없으니 말하지 마. 손이 몇 개인지 모르는 화냥년도 다른 사람을 싫어할 자격이 있어?”그리고 난 후 정천은 일어서서 홀을 두 바퀴 돌더니 인상을 쓰고 말했다.“만약 오늘 이전이라면 네가 일을 했어도 했을 거야.” “하지만 오늘 이 여자의 신분은 많이 달라졌고, 우리가 권력이 있다고 해도 외지인일 뿐이니 남원에서 이렇게 행동하는 건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거 같아.” “도련님, 뭐가 두려우세요? 설씨 집안으로 말할 것 같으면 대구 정가의 하인일 뿐이잖아요!”“도련님이 그 여자한테 무슨 짓을 하든 다 하인을 가르쳐주는 것뿐인데 어떤 가문이 감히 밖에서 도련님께 뭐라고 할 수 있겠어요?”“더구나 만약 도련님을 섬길 기회가 주어진다면 이건 설은아한테 복이죠. 우리 지연이는 그럴 기회가 없잖아요.”설민혁은 이 순간 빙그레 웃으며 당연한 듯 말했다. 설민혁의 이 말을 듣자 정천은 웃었다. 그는 앞으로 나와 설민혁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 “네가 일깨워주지 않았으면 하마터면 나는 설씨 집안이 우리 대구 정가의 하인일 뿐이라는 걸 잊을 뻔했어!”“우리 정가의 집안 일을 누가 감히 간섭하겠어!”곧 설은아가 건장한 사내들에게 밀려 들어왔다.“너희들이구나. 설민혁! 설지연!”이 두 사람을 보자 은아는 이미 이 일이 벌어질 수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분
“퍽!”설은아는 자기도 모르게 뺨을 치며 놀라서 말했다.“깡패! 변태!”뺨 때리는 소리가 들리자 온 장내의 공기가 모두 굳은 것 같았다. “네가 감히 나를 때려?”정천은 무슨 믿을 수 없는 일이라도 본 듯 불가사의한 얼굴로 자신의 얼굴을 감쌌다. “내 아버지도 날 때린 적이 없는데 네가 감히 나를 때려!”“”네가 감히 나를 치다니!”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정천은 은아의 아랫배를 걷어찼고 은아는 그대로 날아가 벽에 부딪혔다. 그리고 난 후 정천은 앞으로 나서서 은아의 뺨을 한대 내리쳐 얼굴 절반이 빨갛게 부어 올랐고 입가 주변에는 피가 흘러 내렸다. 하지만 설은아는 굴복하지 않았고 이때 고개를 높이 쳐들고 완강한 얼굴로 정천을 응시했다.“그래도 쳐다봐! 어르신이 널 실명하게 만들어 버리겠어!” 정천은 차갑게 웃으며 손을 쓰려고 했다. 이때 설민혁이 황급히 가로 막으며 말했다. “도련님, 진정하세요. 이 여자를 때려 부수면 오늘 밤에는 뭐하고 노시려고요?”“충분히 가지고 노신 다음 다시 때리시는 게 어때요? 그렇게 서두를 것 없잖아요!”설민혁의 이 말을 듣고서야 정천은 조금 냉정해졌다. 하지만 그는 또 설은아를 걷어 차 바닥에 엎어뜨린 다음 나한 의자에 앉아 차갑게 말했다.“이 여자를 데리고 가서 검사해. 완전히 깨끗한 게 아니면 죽여 버려. 어르신 더럽혀지지 않게!”“네네!”설민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허리를 굽힌 다음 설은아 곁에서 냉소하며 말했다.“설은아, 정천 도련님 말씀 너도 들었지? 네 남편이 요즘에도 그렇게 쓸모없었기를 바라. 너를 전혀 건드리지 않았으니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정천 도련님을 섬길 기회도 없었을 거야!” 설민혁은 마치 정천을 섬길 수 있는 게 무슨 자랑거리라도 되는 듯 당연한 표정을 지었다. 은아는 냉담한 얼굴로 이때 이를 악물고 말했다.“설민혁, 너 그러다 벌 받을 거야!”“벌?” 설민혁은 실소를 터뜨렸고 설은아의 귀에 대고 가볍게 웃으며 입을
“네 말은 내가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거야? 시험 삼아 한 번 보고 싶네. 내가 널 가지고 논 후에 무슨 문제가 생길까?”정천이 차갑게 입을 열었다. 그는 대구에서는 활보하고 다녔으니 날뛰는 데 익숙해져 있었다. 은아의 거칠고 고집 센 태도는 오히려 작은 고추나 야생마로 보여 그는 더욱 정복하고 싶어졌다.은아는 심호흡을 하고 가까스로 자신을 진정시키며 말했다. “아저씨, 나는 네가 설민혁과 설지연에게 충동질을 당했든 말든 상관없어.”“하지만 네가 나를 돌려 보내주지 않으면 정말 골치 아프게 될 거야!”“그때가 되면 걷잡을 수 없는 일들이 많아 질 거야.”설은아가 말한 사람은 하 세자였다. 그녀가 보기에 그는 지금 자기를 구해줄 수 있을 것이다. 자기를 구할 능력이 있는 사람은 분명 하 세자 밖에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하 세자가 손을 대면 어떤 결말을 맞게 될지는 하늘만 알 수 있다는 것이다. “하하하하!”“설민혁, 너희 설씨네 식구들은 정말 재미있다. 나 정천을 이렇게 협박하는 사람은 처음 봐!”“지금 더 재미있어 지고 있네. 도대체 어떤 사람이 나를 귀찮게 할 수 있을 지 한번 보고 싶네.”정천은 지금 이미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방금 까지 그가 설은아에 대해 육체적인 관심을 보였었다면 지금은 달랐다. 그는 이 여자를 마음에서부터 육체까지 정복하고 그녀의 신념들도 완전히 무너뜨리고 싶어졌다. 이것이 바로 정천의 방식이다! 대구 정가는 이렇게 거만하고, 이렇게나 포악하다!남원에도 비록 최고 가문들이 있었지만 대구 정가는 안중에 두지 않았다. 은아는 심호흡을 했다. 그녀는 오늘 이 일이 이대로 끝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다행히 정천도 지금은 그녀를 건드릴 생각이 없어서 그녀도 조금 냉정을 되찾았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우리 간절히 목 빠지게 기다려보자.”“내가 한 시간 동안 기다릴게. 네가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다!” 정천은 나한 의자에 앉아 유쾌한 표정을
대략 30분 후. 남원의 모든 대 가문과 세력이 모두 분명하게 조사를 마쳤다. 은아는 지금 교외에 있는 골드 코스트 9호 장원 안에 있었다. 은아를 데리고 간 사람은 분명 대구 정씨 가문의 사람일 것이다!이 소식을 들었을 때 적지 않은 사람들은 깜짝 놀라 헉 하고 숨을 들이켰다. 대구 정가, 이 집안은 절대 보통 사람이 건드릴 수 없는 존재였다. 하지만 다행히 이곳은 대구가 아니라 남원이기 때문에 일부 사람들은 잠시 고민한 후 밖으로 나가기로 결정했다. 최가. 최준은 옷을 갈아입고 조용히 말했다.“가자, 우리 같이 골드코스트로 가자!”“이번엔 여기까지 오는 데는 정말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 않았어. 은아를 구해내기만 하면 그녀의 회사는 반드시 우리 최가에게 무상으로 넘겨지게 될 거야. 보상인 셈이지!”곧 최가의 차가 골드코스트에 도착해 9번 장원 입구 앞에 멈춰 섰다. 이때 다른 편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먼저 와 있었다. 항성 이씨 가문 세자 이장성.나씨 집안 가주 나성곤.구씨 집안 가주 구기승 등. 이 사람들은 대모산 리조트 재산권에 관심이 많아 하늘에서부터 떨어지는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을 것이다. “은아는 어쨌든 우리 최가의 외손녀니까 당연히 제가 가서 구하겠습니다.”최준은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의 이 말을 듣고 이장성과 사람들은 순간 멈칫했다. 비록 최가의 이 말은 불쾌하게 들렸지만 문제는 그가 말한 것도 틀리지 않다는 것이다. 게다가 최가의 신분는 너무 높아서 감히 그에게 미움을 사기가 쉽지 않았다. 이때 최가가 손을 흔들자 최우현이 앞으로 나와 문을 두드렸다. “실례합니다. 남원 최가 최준이 정천 도련님을 만나러 왔다고 전해 주세요.”최우현이 말했다. 9호 장원 안에서 몇 명의 문지기 호위병들이 이 말을 듣고 숨을 헐떡거렸다. 그는 최준이 누구인지 전에는 몰랐지만 남원에 온 후 알게 되었다. 강남 3인자, 단연 실세 거물이었다. 자기 도련님이
최우현은 살짝 인상을 찡그리며 설민혁을 위아래로 훑어보다가 ‘피식’웃으며 말했다. “너 설씨네 설민혁 아니야? 언제 남의 하인이 된 거야?설민혁은 싸늘한 얼굴로 대꾸를 하지 않았다. 최우현이 계속 입을 열자 최준은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설민혁, 넌 분명 내가 누군지 알지! 너 정천 도련님에게 가서 오늘 내가 아주 중요한 일이 있어서 왔다고 전해!”설민혁은 차갑게 말했다.“우리 도련님이 말씀하시길, 대구 정가에 미움을 사고서도 감투를 쓰고 있으려고 하냐고 하시던데요?”“당신들 최가가 단기간 내 2류 가문에서 일류 가문이 될 수 있었던 건 최준의 감투 덕분인 셈이잖아요!”“만에 하나라도 잃어버리게 되면 당신 최가가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지는 당신이 나보다 더 잘 알 텐데요!”설민혁의 말에 최준은 순간 얼굴이 새카맣게 변했다. 그러나 그는 설민혁이 함부로 지껄인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대구 정가가 만약 원한다면 감투를 벗기는 일은 밥 먹고 물 마시는 일보다 더 쉬울 것이다. 최준이 변화무쌍한 관료사회에서 이렇게 오랫동안 우뚝 솟아 있을 수 있었던 것은 산이 단단해서가 아니라 들어오고 빠질 때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생각에 미치자 최준은 재빨리 말했다.“정천 도련님이 일이 있으시다고 하니, 그럼 다음에 다시 뵙겠습니다.”말을 마치고 그는 최우현을 데리고 돌아서서 떠났다. 이장성과 사람들은 이 모습을 보고 어리둥절해서 서로 쳐다보고만 있었다. 설민혁의 태도를 보아하니 오늘 정천은 강경했다. 간단히 말해 설은아 때문에 정천에게 미움을 사는 건 아무리 봐도 가치가 없다!다들 원래 운을 시험하러 왔을 뿐이었으니 이때 모두 바로 물러났다. 양정국 쪽에서는 이때 특별한 루트를 통해 정확한 소식을 접했고 가장 먼저 하현에게 보고했다. “대구 정가? 대단한가요?”하현이 눈살을 찌푸렸다. “엄청나게 대단하지! 대구 정가는 대하 10대 최고 가문 중 9위야! 연경 이씨 집안 보다 상위권이
하현이 차갑게 말했다.“혹시 저에게 사람을 구하러 가지 말라고 하시는 건 아니시겠죠?”장북산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그럴 리가!”“근데 지금 남원 병부 수장 교체를 앞두고 국내외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남원 쪽을 주시하고 있는지 몰라.”“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크게 움직여서는 안돼. 특별히 너의 신분이 드러나면 나중에 제수씨를 해칠지도 모르잖아.” “그때가 되면 대구 정가가 아니라 해외 세력들이 올 거야.”“그래서 오늘 일은 최대한 가장 조용하고 평화로운 방식으로 해결하는 게 좋을 거 같아.”“싸움을 벌이는 건 적절하지 않아.”하현이 말했다. “그럼 어르신 말씀은……”“내가 듣기로 강남 길바닥 왕이라고 불렸던 홍인조라는 사람이 있다고 들었는데, 그 사람이 대구 정가의 하인이었대. 그 사람을 내보내서 사람을 보내달라고 전달을 해. 직접 사과하러 오라고. 어때?” 장북산이 말했다. 하현은 잠시 생각하고 나서 말했다. “네. 오늘 제가 어르신의 체면을 세워드리죠.”“정천이 은아에게 조금의 상처도 입히지 않고 직접 사람을 돌려 보내주고 사과를 하면 오늘 일은 이렇게 하는 걸로 하겠습니다.”“그렇지 않으면 대구 정가는 존재할 필요가 없어요!”하현은 냉랭한 기색이었지만 내뱉은 말은 포악하기 짝이 없었다. 옆에 있던 양정국은 이 말을 듣고 놀라 벌벌 떨었다. 이 분은 정말 너무 포악해서 10대 최고 가문 중 하나인 대구 정가를 상대해도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입만 열면 사람을 죽이려고 한다. 장북산은 한숨을 내쉬었었다. 하현이 은퇴 하기로 결정했던 날, 그가 더 이상 대장직을 맡지 않기로 했던 것은 사실 대하를 생각해서 그랬던 것이다. 왜냐하면 그가 계속 했다면 그는 분명 대 장로 중 하나가 되었을 것이고, 한 사람 아래 만 명 이상을 다스렸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대하 국내 정세도 혼란스러웠을 수 있다. 그는 대하의 안정을 위해 의연하게 은퇴하고 다른 길을 택했다. 하지만 이 상황에
이 갑작스런 장면은 정천을 놀라게 했다.“할아버지, 왜 그러세요?”무릎을 꿇은 홍인조는 다리의 맥이 풀렸다. 이때 설은아에게로 힘겹게 가지 않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정천 도련님, 오늘 한 가지 권하고 싶은 일이 있어서 왔어요. 과거의 정을 봐서라도 어떻게든 허락해주세요!”“무슨 일이요? 최선을 다 할게요.”정천은 홍인조가 아직도 강남 길바닥의 왕이라고 잘못 알고 있었다. 선심을 쓸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그는 절대 사양하지 않을 것이다. 설민혁과 설지연은 지금 홍인조를 신기한 표정으로 보고 있었다. 전설의 길바닥 거물이 어떻게 이렇게 무서워할 수가 있지?홍인조는 이때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정천 도련님, 어떤 분이 말을 전해달라고 하시는데요.”“설은아씨를 돌려 보내달라고, 그리고 와서 머리를 조아리며 사과하라고 했어요.”“그리고 설은아와 그녀의 부모님을 때린 사람을 넘기라고요. 손을 댄 사람의 손을 잘라 버리겠다고요!”“뭐!? 감히 이렇게 건방진 사람이 있다니! 그 사람은 우리가 대구 정가 인지 몰라요?”설민혁이 제일 먼저 뛰어올랐다. 설지연도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어르신, 정천 도련님이 당신한테 예의를 갖춘다고 당신이 함부로 지껄여도 된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당신은 길바닥 사람일 뿐, 이렇게 말하는 것은 반역입니다!”정천은 오히려 화를 내지 않고 웃으며 말했다. “할아버지, 그 사람은 신분이 어때요?” 홍인조는 끊임없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떨며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 그러나 한쪽에 있던 설은아는 오히려 한숨을 쉬었다. 그녀는 자신의 추측이 과연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하 세자가 손을 쓴 것이다. 대구 정가가 아무리 강해도 강남 땅의 3분의 1의 구역에서는 하 세자의 적수가 될 수 없었다. 이때 설은아의 마음이 복잡해졌다. 그녀는 하 세자가 자신에게 호감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문제는 이미 그를 분명 거절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계속해서 자신을 위해
“할아버지, 번거로우시겠지만 말씀 좀 전해주세요!”“상대가 천왕노자라도 내 앞에 무릎 꿇고 사과하지 않으면!”“나는 그가 묻힐 곳 없이 죽기를 원한다고요!”정천은 냉소적으로 이 말을 내뱉고는 설은아 앞으로 다가가 ‘퍽’하고 설은아의 뺨을 쳤다.“이 사람이 바로 네가 말한 나를 골치 아프게 할 수 있는 사람이야?”“도대체 그 사람이 누군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 사람을 내 앞에 무릎을 꿇게 하고 내가 어떻게 너를 가지고 놀 수 있는 지 보여 줄 거야!” 설은아는 입가에 핏물이 흘렀지만 표정은 싸늘했다. 홍인조는 이 광경을 보고 또 벌벌 떨었다. 정천은 살고 싶지 않구나!감히 그 흉포한 분의 여인을 계속 때리다니. 이때 홍인조는 자기도 모르게 외치며 말했다. “정천 도련님, 무슨 말씀이신지 잘 알겠습니다. 그만 때리세요. 제가 말씀 하신 바를 전하도록 하겠습니다!”말을 마치고 홍인조는 허둥지둥 기어나갔다. 지금 그의 마음 속은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분이 그의 여인이 무슨 일을 겪었는지 알게 되면, 일단 화가 나면……그 결과를 생각하니 왕년에 길바닥 왕이었던 홍인조도 몸서리가 쳐졌다. 곧 홍인조는 하현 앞에 무릎을 꿇었고 그는 감히 반 마디도 거짓말을 하지 못하고 정천의 말을 그대로 전했다. 하현과 몇몇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약간 어리둥절했다. “대구 정가가 과연 날뛰고 있군요. 장 어르신, 이번에는 제가 어르신의 체면을 세워드리지 않는 것이 아니에요. 누군가 스스로 죽음을 자초하고 있네요!”하현은 싸늘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장북산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오늘 이 일은 가만히 놔둘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때 그는 뭐라고 말리기가 어려워 돌아서서 먼저 떠날 수밖에 없었다. 하현은 장북산의 다소 활기가 없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잠시 침묵한 뒤에야 천천히 말했다.“어르신, 저는 전반적인 상황을 살펴서 피해가 되지 않도록 할 수 있어요.” 장북산의 몸이 살짝 흔들렸고
말을 하는 동안 하현은 트렁크를 열고 짐을 챙기려 했다.그러자 검은 비닐봉지 같은 것이 보였고 그 안에는 흙 묻은 산삼 같은 것이 흐릿하게 보였다.“백두산 산삼?”하현은 왕인걸이 자신을 위해 이렇게까지 준비했을 줄은 몰랐다.백두산 산삼이라니?!이것은 진정한 강장제이다.일반 중장년층이 복용한다면 몸은 튼튼하게 해 주고 힘을 북돋아 준다.이번에 혼인증을 다시 받아야 한다는 생각에 하현은 최희정과 설재석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그들의 체면을 세워 줄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그의 머릿속을 스쳤고 그는 지체 없이 비닐봉지를 손에 덥석 들었다.그때 소식을 접한 설은아가 건물 입구에서 달려 나왔다.하현의 손에 들린 비닐봉지를 보고 그녀는 살짝 어리둥절해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하현, 이건...”“오랜만에 부모님을 뵙게 되었는데 성의 표시는 해야지.”하현은 담담하게 입을 열 뿐 긴 말은 하지 않았다.설유아는 언니가 나오자 혀를 쏙 내밀며 쏜살같이 달아났다.하현의 말을 들은 설은아는 살짝 놀란 듯 어리둥절해했다.하현이 자신의 부모와 관계를 잘 풀어가기 위해 이런 선물을 준비했을 줄은 몰랐다.하지만 그녀는 살짝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지금 새로 들인 양아들 내외가 마침 와 있어.”“그들이 말을 예쁘게 하지 않더라도 좀 참아.”말을 마친 뒤 설은아는 자신의 차에서도 선물 상자를 꺼낸 뒤 하현을 데리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집안에는 이미 수십 명의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고 모두 금정의 부유한 사람인 것 같았다.최희정과 설재석 두 사람은 아직 오지 않았지만 하현이 모르는 남녀가 장내를 이끌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나이는 서른도 안 되어 보였고 남자는 무던한 표정에 여자는 서늘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아이고, 은아. 왜 안 보이나 했어?”“오늘은 아버지가 한턱내는 날인데 이집의 어엿한 반쪽 주인인 당신이 안 보여서 걱정했잖아!”“당신은 아버지 친딸이니까 이런 일에 좀 더 신경을 써야지,
원래 하현은 이 일에 자꾸 엮이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노인 혼자서는 절대 그 고통을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았다.결국 잠시 생각에 빠진 하현은 보헤미안 옷차림의 여자에게 말했다.“아가씨, 할아버지 몸에 뭔가 더러운 것이 있어요.”“당신들이 교통사고를 당한 것은 아마 그것 때문일 겁니다.”“그러니 당신들이 시간이 된다면...”“더러운 거라뇨?”하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보헤미안 옷차림의 여자는 분노를 터뜨렸다.“당신은 일억 때문에 차량에 달려들어 우리 할아버지를 죽이려고 했어요!”“자기변명을 하려고 이제는 뭐라구요? 우리 할아버지한테 더러운 게 있다구요?”“그렇게 허튼소리 하다가는 제 명에 죽지 못할 거예요!”자신의 할아버지는 평생 덕을 쌓고 선을 행했고 자주 정진하고 염불을 외던 분이셨다.그처럼 선량한 사람에게 어떻게 더러운 기운이 붙을 수가 있던 말인가?생각하면 할수록 화가 난 보헤미안 옷차림의 여자는 하현이 있는 곳을 향해 손바닥을 휘둘렀다.“탁!”그러나 그녀의 손바닥은 하현의 얼굴에 닿지 못했다.언제 하현의 곁에 왔는지 그새 설유아가 들어와 여자의 손을 덥석 잡았다.“아가씨, 우리 형부는 좋은 마음으로 한 거예요!”“아무도 나서서 도와주려 하지 않았는데 우리 형부가 도와줬으면 고맙다고 해야지 이게 무슨 짓이에요?”“정말로 우리 형부가 한 행동이 당신 할아버지한테 해가 되었다면 당장 관청에 신고하세요!”“형사가 우리 책임이라고 하면 우리가 책임지면 되죠!”“하지만 사람의 호의를 몰라보고 함부로 그런 말을 하는 건 못 참아요!”설유아는 날카로운 눈초리로 여자를 바라보았다.“게다가 당신이 뭐라도 된다고 생각해요?”“감히 내 형부한테 손찌검을 해?”본 적 없던 설유아의 패기에 하현은 눈이 휘둥그레졌다.자신의 눈에는 그저 어린 소녀처럼 보였던 설유아가 이렇게까지 성장했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보헤미안 옷차림의 여자도 설유아의 기세에 놀랐는지 살짝 얼떨떨한 얼굴이었다.
”만약 이 상황에서 사람을 구해내지 않으면 양심에 걸려서 참을 수가 없을 것 같아.”하현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고 온화한 미소로 설유아를 안심시켰다.하현의 말을 들은 설유아는 약간 어리둥절해하다가 결국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자기가 형부를 좋아하는 이유가 바로 이런 성격 때문이 아니었던가?이런 생각이 들자 설유아는 그의 손을 계속 잡고 있을 수 없었다.결국 설유아가 그의 손을 놓자 그가 한 걸음 내디디며 부리나케 벤츠 차량으로 뛰어들었다.“저기, 우리 할아버지 구해 주시려고요?”보헤미안 옷차림의 여자는 다소 여윈 하현의 몸을 보고 의아한 눈빛을 보냈다.사람을 구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아서였다.하지만 지금 이 상황에선 죽은 사람의 손이라도 빌려야 할 판이었다.그녀에겐 애초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할아버지를 구해 주신다면 일억을 드릴게요. 제발 우리 할아버지 좀 구해 주세요!”하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대로 벤츠로 발걸음을 재촉했다.엄청난 디젤 냄새가 코를 찔렀고 벤츠 차량은 이미 완전히 변형되었다.노인의 하반신은 안쪽에 꽉 끼어 있었고 고통으로 인해 의식을 잃었으며 내장의 압박이 심한 듯했다.하현은 쓸데없는 말을 늘어놓지 않고 왼손으로 천천히 벤츠 차량의 철골을 받친 후 오른손으로 노인의 옷을 잡아당겨 그를 직접 끌어내려고 했다.“잠깐만요! 지금 뭐 하는 거예요?”하현이 강제로 사람을 끌어내리려고 하자 보헤미안 옷차림의 여자는 깜짝 놀라 소리쳤다.“사람을 어떻게 구해야 하는지 아는 거예요? 지금 우리 할아버지를 죽일 셈이에요?”“이렇게 억지로 할아버지를 빼내려고 하다가 대동맥이라도 다처서 피를 흘리게 되면 어떻게 해요?”“사람을 구하려는 거예요? 아니면 죽이려는 거예요?”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삐걱’ 하는 소리와 함께 벤츠 차량의 골격이 다시금 흔들리며 아래쪽으로 천천히 내려앉았다.왈칵!의식을 잃은 노인은 거대한 철골 덩어리에 몸이 눌려 본능적으로 피를 토해내었다.하현은
여자는 주위를 둘러보며 소리쳤다.“여기 누구 좀 도와주시겠어요?”“우리 할아버지 좀 살려주세요!”노인의 안색은 더욱 나빠졌고 벤츠의 구겨진 철골이 삐걱거리기 시작했다.주변 사람들은 발을 동동 구르며 지켜볼 뿐이었다.트럭이 폭발하기도 전에 철골이 누르는 압력을 구겨진 벤츠가 이기지 못할 것 같았다.그러면 노인은 구조되기도 전에 압사할 것이다.그때가 되면 119가 와도 아무 소용이 없다.울먹이는 여자를 보고 주변에서 동영상을 촬영하던 사람들도 어느새 카메라를 끈 채 불안하고 허망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몇 명은 앞으로 나서려다 끝내 망설이며 발걸음을 움직이지 못했다.그들도 모두 잘 안다. 부자인 것 같은 이 노인을 구해 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지를.하지만 상황이 너무나 위급했다.만약 사람을 구하지 못하고 같이 압사된다면 그야말로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훨씬 많은, 아니 모두를 잃는 것이었다.삐걱삐걱!바로 그때 벤츠의 철골이 다시 거친 소리를 내며 무너질 듯 주저앉으려고 했다.의식을 잃은 노인은 고통스럽게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고 입가에는 피가 주르르 흘러내렸다.이를 본 여자는 더욱 일그러진 얼굴로 안타까워했다.그녀는 주위에 있는 건장한 남자들을 보며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저기요! 제발 우리 할아버지 좀 살려주세요!”“도와주신다면 천만 원씩 드릴게요!”“아니, 일인당 일억씩 드릴게요!”보헤미안 옷차림을 한 여자의 말에 사람들은 이들이 정말 부자라는 생각에 더욱 주저하는 내색을 비췄다.하지만 그럴수록 아무도 감히 나서려고 하지 않았다.감히 나섰다가 사람을 살리지 못하면 괜히 역정만 듣게 되고 안 좋은 일이 엮이기만 할 뿐 아닌가?만약 이 사건에 명문가들의 원한이 뒤섞여 있다면 그야말로 괜히 나섰다가 된통 당하게 되는 것이다!이 광경을 보고 하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앞으로 나서려고 했다.설유아는 재빨리 그를 끌어당겼다.“형부, 왜 그러세요?”하현은 낮은 목소리로 말
하현은 정말 어이가 없었다.“설유아, 날 믿어. 이 차도, 그리고 이 목걸이도 어쩌다 그냥 들어온 것뿐이야.”“다른 사람이 나한테 사과의 의미로 준 거야.”“알았어요, 알았다구요. 형부, 설명하지 않아도 돼요. 형부가 언니를 위해 이런 걸 준비했다고 해서 화낼 사람 아무도 없어요.”“이제 곧 결혼기념일이잖아요.”“큰 선물을 준비해서 이참에 당연히 재결합까지 가야죠!”이 말을 한 순간 갑자기 설유아의 마음 저 깊은 곳이 아려왔다.그리고는 목에 걸려 있던 까르띠에 목걸이를 풀었고 아쉬운 표정을 뒤로하며 선물 상자 속에 넣었다.하현은 약간 어리둥절해하며 입을 열었다.“뭐해?”“뭘 하긴요?”설유아는 콧방귀를 뀌며 입을 열었다.“언니 물건이니까 돌려줘야죠. 그런데 형부, 가끔은 좀 빌려 쓸 수도 있어요.”“나도 이건 탐이 나지만 언니 마음을 상하게 할 순 없어요.”말을 하면서 설유아는 서운한 표정을 지었다.그녀는 이 물건이 정말 하현이 자신에게 주는 것이기를 바랐다.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여주인공이 아니라 단지 여주인공 뒤에 있는 어린 소녀일 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그러니 유리 구두는 반드시 여주인공에게 돌려줘야 한다.그렇지 않으면 불경한 죄를 얻게 된다.하현은 이 모습을 보며 울지도 웃지도 못했다.“처제한테 주는 거라고 말했잖아. 정말로 처제한테 주는 거야.”“어서 집어넣어. 언니도 절대 뭐라고 하지 않을 거야.”“결혼기념일엔 내가 따로 준비하면 돼!”설유아는 하현의 말이 전혀 믿기지가 않았다.까르띠에 목걸이에 미련이 남지 않은 건 아니지만 그녀는 어금니를 꽉 깨물고 단호하게 선물 상자를 닫았다.“오늘 형부가 나 때문에 진홍헌의 얼굴을 때린 일은 비밀로 할게요.”“아마 언니가 알면 깜짝 놀랄 거예요!”“언니를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로 만들어 주세요!”설유아는 주먹을 쥐며 위협적인 자세로 말했다.하현은 옅은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난 절대 언
지금 이 자리에서 가장 난처한 사람은 진홍헌, 진홍민 남매였다.그들의 얼굴은 마치 사람들 앞에서 뺨을 얻어맞은 것처럼 새파랗게 질려 있었고 어떤 말도 입에 담을 수 없었다.진홍헌은 스스로 중천그룹 아들임을 강조하며 정성껏 이런 큰 이벤트를 준비했다.그런데 그 결과는 어떻게 되었는가?하현에게 냅다 펀치를 맞았을 뿐만 아니라 하현이 꺼낸 까르띠에 목걸이에 완전히 녹다운이 되었다.방금까지 그가 얼마나 자랑스럽게 거들먹거렸던가?지금은 완전히 창피함에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다.“흥! 이십억이면 뭐?”“그게 뭐라도 돼?’진홍민은 패배를 인정하고 싶지 않아 어금니를 꽉 깨물고 하현은 노려보았다.“이십억이면 우리 오빠한테는 아무것도 아니야!”“우리 오빠가 숨만 쉬어도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돈이 이보다 훨씬 많아!”“당신한테는 전 재산일 거 아니야?”“혹시 이 목걸이 훔친 거 아니야?”“더 이상 내세울 만한 것도 없잖아?”말을 하면서 잃었던 자신감을 되찾았는지 진홍민은 더욱더 가시 돋친 말을 내뱉었다.바로 그때 종업원이 다급한 표정으로 다가와서 말했다.“입구에 있는 차, 혹시 누구 차예요?”“그거? 우리 오빠가 몰고 온 이억짜리 BMW잖아?”진홍민이 일부로 큰소리로 입을 열었다.“오빠, 차 좀 옮겨. 그렇지 않으면 눈먼 놈들이 눈독을 들일지도 몰라! 그러면 우리만 손해잖아!”“저기 손님, BMW가 아닙니다.”“문 앞에 있는 포르쉐 918 스포츠카 말입니다.”“차주님, 차 좀 옮겨 주세요.”“아, 미안해요. 내 차가 길을 막았었군요.”“바로 옮기죠.”하현은 포르쉐 차 열쇠를 꺼내 잠금 해제 버튼을 꾹 눌렀다.입구에 서 있던 포르쉐 918 차량의 전조등이 깜빡거렸다.하현은 지체 없이 설유아를 데리고 레스토랑을 나섰다.사람들은 하현과 설유아가 포르쉐 차량을 향해 떠나는 모습을 보고 눈가에 쉴 새 없이 경련을 일으켰고 창피함에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너무나 창피했다!스
보석을 잘 모르는 사람들조차 이 물건이 순수하고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사람의 심금을 울려 놓는다는 걸 깨달았다.정말 너무너무 예뻤다!너무나 화려하고 눈부셨다!이렇게 아름답고 찬란한 다이아몬드를 본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한순간에 다들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말문이 막혀 버렸다.진홍헌의 눈빛도 바위 덩어리처럼 굳어졌다.그는 전문가였다.전문가는 본질을 깊이 파악하고 문외한은 겉모습에 매달린다.그는 한눈에 이 물건이 고가의 물건이란 사실을 알아차렸다.하현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목걸이를 들어 설유아의 목에 걸었다.우아한 목에 반짝이는 목걸이를 걸치자 마치 천상에서 내려온 여신 같은 모습이었다.설유아는 상기된 표정으로 미소를 지으며 그 자리에서 한 바퀴 빙 돌았다.그 모습을 보던 사람들은 모두 입을 다물지 못했다.게다가 아름다운 설유아의 미모까지 더해지자 마치 공주처럼 우아하게 빛났다.수많은 여자들이 이 광경을 보고 부러워서 질투에 활활 타올랐다.설유아는 너무 예뻤다!그 보석도 너무나 화려했다!설유아와 보석이 한몸처럼 너무나 환상적으로 어울렸다.진홍민은 점점 얼굴이 일그러지며 이를 벅벅 갈았다.“흥! 어차피 노점상에서 산 가짜일 거야!”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한 여자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핸드폰의 앱을 켜서 사진을 찍은 뒤 검색에 들어갔다.“어머! 어머 어머! 이 다이아몬드 목걸이는 까르띠에 상품이래! 그것도 올해 새로 나온 거라는데!”보석업을 하는 집안 출신의 여자도 앞으로 나와 몇 번이고 유심히 살펴본 뒤 입을 열었다.“맞아! 이거 까르띠에 신상품이야. 국내에는 108세트밖에 안 들어온 한정품이라던데! 가격은 또 어떻고! 어마어마해!”“흥! 신상품은 무슨 신상품!”“딱 봐도 우리 오빠가 산 것보다 못한 것 같은데 뭘!”진홍민은 속으로는 제 발 저렸지만 시치미를 뚝 떼고 입을 열었다.“이게 진짜라고 해도 십억이나 되겠어?”그러나 그녀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여기까지 말하던 진홍헌은 하현을 너무 사지로 몰아넣지는 말자고 생각했는지 한 발 물러섰다.“이 자리에서 당장 물건을 꺼내라고 강요하지는 않겠어. 위층에 있는 금정 쇼핑센터에 가서 뭔가를 살 시간을 주지. 두 시간이야!”“우린 여기서 기다릴 테니 뭐라도 사 와 봐!”자신의 오빠가 한 말에 진홍민은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웃으며 말했다.“우리 내기할까?”“두 시간이면 부족하지 않겠어?”“그렇다면 그냥 무릎 꿇고 빌어. 빌면 두 달도 더 줄 수도 있어!”“그때는 장기라도 팔아야 할 거야!”“하지만 촌뜨기의 장기가 뭐 얼마나 값어치가 있겠어! 하하!”진홍민은 눈앞에 보이는 것이 없는지 한껏 비아냥거리며 웃었다.십억이 뉘 집 개 이름이란 말인가?많은 사람들은 평생 벌어 보지도 못하는 돈이다.하현은 볼품없는 촌뜨기인데 두 달은 고사하고 평생을 줘도 못 만져 볼 돈이었다.“두 시간도 안 걸려. 지금 바로 설유아에게 줄 선물을 가져올 수 있어.”하현은 그들의 비아냥에도 별다른 반응 없이 품에서 왕인걸이 준 선물 상자를 꺼냈다.왕인걸한테 받을 때 하현은 슬쩍 상자를 열어 보았었다.그 안에 든 것은 다이아몬드 목걸이였다.비록 하현이 자세히 보지는 않았지만 왕인걸이 건넨 선물이었으니 가히 대단한 물건이 아닐 수 없었다!적어도 진홍헌이 준비한 물건보다는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그는 장담했다.“선물?”진홍헌은 싸늘한 눈초리로 눈을 힐끔거렸다.“보아하니 설유아한테 줄 생일 선물을 준비한 것이로군.”“그런데 당신이 뭘 준비할 수 있었겠어? 기껏해야 몇백만 원짜리 반지? 아니면 목걸이?”“가난한 사람들이 체면치레하려고 일부러 무리하는 거 내가 모를 줄 알아?”“선물이 있으면 어서 꺼내 봐! 쭈뼛거리지 말고 어서!”“꺼내지 않으면 그 안에 마늘이 들었는지 보석이 들었는지 누가 알겠어?”무리를 지은 사람들은 모두 입을 크게 벌리고 비웃었다.하현이 분명 허세를 부리고 있는 게 틀림없다고 생각했다.십억
진홍헌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화를 내고 싶어도 도대체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잠시 후 그는 깊은숨을 들이마시고 겨우 평정을 되찾았다.그는 자신의 고귀한 신분을 생각하며 이런 촌뜨기한테 섣불리 화를 내서는 안 된다고 마음을 다잡았다.“진홍헌!”“마침 여러 사람이 있는 곳에서 만난 김에 경고 하나 하지!”“설유아가 솔로이든 아니든. 설유아가 마음에 품은 사람이 내가 맞든 안 맞든 간에.”“이런 식으로 윽박지르는 거, 설유아가 가장 싫어하는 거야!”“앞으로 당신은 설유아를 좀 멀리하는 게 좋겠어. 그렇지 않으면 내가 가만히 두지 않을 거야. 그때 가서 날 원망해도 아무 소용없어!”하현은 한 걸음 앞으로 나가 차가운 눈빛으로 눈앞에 있는 두 남매를 주시했다.하현의 날선 눈빛과 매서운 경고의 말이 서늘하게 두 남매를 압박했다.진홍헌은 순간 온몸에 오한이 났고 마음속에서는 파도처럼 밀려오는 두려움에 정신이 아찔할 지경이었다.하지만 그는 죽을힘을 다해 정신을 다잡았다.그는 수조 원 자산의 중천그룹 아들인데 어떻게 이런 촌뜨기를 두려워할 수 있겠는가?“하 씨!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설유아를 대신해서 그런 결정을 내리는 거야?”진홍민도 완전히 격노한 얼굴로 말했다.“방금 내가 이미 당신에 관한 자료를 찾아보라고 했어!”“당신은 설유아의 남자도 아니고 그냥 설유아의 형부일 뿐이잖아!”“그것도 데릴사위!”“설 씨 집안에서 먹고 마시고 편하게 지내는 한량 주제에 어디서 주제넘게 형부 노릇을 하겠다는 거야?”“염치도 모르는 놈!”“감히 우리 오빠한테 대들어?”“설유아는 우리 오빠가 마음에 들어 하는 여자야. 우리 오빠의 여자가 될 수밖에 없어!”“우리 오빠가 실수로 가짜를 샀다고 해도 정말로 우리 오빠는 십억을 썼다고!”“뭘로 우리 오빠랑 비교를 하겠다는 거야?”“데릴사위 주제에 처제를 위해 나서겠다고? 허! 그게 가당키나 한 것 같아?”“설유아한테 뭘 해 줄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