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현은 손목에 차고 있던 골동품 롤렉스 시계를 보며 살짝 인상을 찡그리고 말했다.“안 될 거 같아. 장 선생님이 예약하신 시간이 다가오고 있거든. 지금 목적지까지 모셔야 드려야 돼.”사실 하현은 핑계를 대는 것뿐이었다. 장북산 선생에게 대모산 리조트 프로젝트 공사장을 시찰해달라고 부탁한 것도 그는 이미 충분히 죄송스러웠다. 근데 지금 장 선생님을 또 최가로 보낸다고?솔직히 말해 하현의 마음 속에서 최가는 아무것도 아니지 않는가?은아가 아니었으면 최가는 하현을 마주할 자격도 없었을 것이다. 결국 하현은 장북산 선생을 조용히 모셔다 드렸다. 하지만 장 선생님은 결코 가만히 있을만한 사람이 아니였다. 하현이 그를 당도대 주둔지에 있는 숙소에 묵도록 안배를 했지만 그는 스스로 남원종합병원에 입주하여 진을 쳤다. 게다가 전문가 번호를 내걸지 않고 보통 번호로 했기 때문에 예약비는 1500원 밖에 안 되었다.순식간에 이 소식이 남원 전역에 퍼졌고 큰 파장을 일으켰다.과거에 난치병이 있어 계속 치료를 받지 못했던 사람들이 전부 몰려와 진찰을 받았다. ……한편 최가는 푸짐한 점심을 준비했다가 음식이 식어서 또 데우고, 데웠다가 또 식고를 반복했다. 대략 1시간쯤 후 드디어 은아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할머니, 제가 하현에게 말을 했는데요. 장북산 선생님이 바쁘시다고 하셨대요. 목적지까지 모셔다 드려야 한다고 해요!”“뭐!?”최가 할머니는 탁자를 세게 쳤다. “이 늙은이가 이미 다른 가주분들을 초청해서 연회까지 다 준비해뒀는데, 너 지금 그 폐물이 선생을 모시고 올 수 없다고 말하는 거야?”“그럼 전에 공사 현장에는 어떻게 모시고 간 거야?”은아는 억울한듯 말했다.“외할머니, 아시다시피 순풍차도 시간제한이 있는데 만약 4시간안에 승객을 목적지까지 데려다 주지 못하면 돈이 떼인대요.”“하현이 하는 말이 빨리 모셔다 드리지 않으면 손해를 볼 거라고 했어요.”최가 할머니는 하마터면 피를 한 모금 내뿜
저녁에 하현은 남원종합병원으로 달려가 장 어르신께 식사 대접을 했다. 장북산은 평생 특별한 취미는 없었고, 그냥 길거리에서 그 지방 특산물 먹는 것을 좋아했다. 하현은 오늘 밤 특별히 그 낡은 봉고차를 몰고 와 장북산과 함께 먹었다. 장북산은 모처럼 긴장을 풀고 말했다.“대장, 오늘 밤 나랑 같이 술이나 몇 잔 마시자.”하현도 거절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오랫동안 알고 지냈고 생사를 같이 했던 친분이니 술 몇 잔 하는 것도 당연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하현은 평소에 술을 한 방울도 데지 않았다. ……같은 시각, 스마트 밸리.유아를 제외하고 은아네 식구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갑자기 밖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오더니 문을 부술 도구들을 가지고 와서 대문을 폭파시켜 버렸다. 그리고 난 후 이 무리들은 살을 에는 듯한 살의를 가지고 떠들면서 들어왔다. 분명 이 사람들은 길바닥 건달들이었다. 이 사람들은 들어와 예의도 차리지 않고 한 바퀴 둘러본 뒤 은아에게로 시선을 떨어뜨렸다. “너희들 뭐야? 어떻게 갑자기 우리 집 대문을 부쉈어! 너희들 이 문이 얼마짜리인지 알아? 너희들이 배상할 거야?”팩을 하고 있던 희정은 일어서서 노하며 호통을 쳤다. “퍽!”건달 두목이 희정의 얼굴에 뺨을 세게 내리쳤다. 희정의 마스크 팩은 날아갔고 얼굴은 바로 부어 올랐다. 희정은 감히 누가 집에 와서 사람을 때릴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이건 그야말로 무법천지였다. 은아는 오히려 침착해졌고 이때 자리에서 일어나 희정을 뒤편에 두고 막아서며 말했다.“너희들 누구야? 집에 무단으로 침입하는 거 불법인 거 몰라? 게다가 사람을 때리다니, 경찰에 신고 할거야!”두목이 웃으며 말했다.“설은아 아가씨 맞지? 우리는 너를 기분 나쁘게 할 생각은 없었어. 내가 충고하는데 경찰에는 신고하지마. 아무 의미도 없고 서로 시간만 낭비할 뿐이야.”이 남자는 단호한 얼굴로 은아를 잡아 죽일듯한 표정을 지었다. “너희들 도대
“퍽!”결국 누군가 설재석의 아랫배를 그대로 걷어찼고, 그는 아파서 땅바닥에 웅크리고 계속 떨고 있었다. 희정은 막으려다가 또 뺨을 몇 번 세게 맞았다. 곧 은아는 이 사람들에게 끌려갔다. 스마트 밸리의 경호원들이 모두 와서 막으려고 했지만 결국 전부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십 여분 후, 하현의 옛 동창이자 스마트 밸리의 판매 매니저 유소미 쪽에 소식이 닿았다. 그녀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제일 먼저 하현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현 큰일났어. 신원이 불분명한 놈들이 와서 네 장인장모를 때리고 형수까지 데리고 갔어!”“뭐!?”장북산과 식사를 하고 있던 하현은 안 좋은 얼굴로 이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누가 감히 자기 코 앞에서 은아를 데리고 간단 말인가? 곧이어 하현은 양정국에게 전화를 걸었다. “너 일을 어떻게 하고 있는 거야? 남원의 치안이 왜 이렇게 어지러운 거야?”“내가 너한테 10분의 시간을 줄 테니, 내 아내가 어디 있는지 찾아내지 못하면 네 감투 벗을 준비해!”남원 교외, 항성과 인접해있는 해안 한 자락. 골드코스트라 불리는 이곳은 항성의 빅토리아 항을 조망하기에 충분한 곳이었다. 이곳은 곳곳에 큰 장원과 별장이 있었다. 금싸라기 땅이라 부유하고 귀하신 몸들이 아니면 이곳에 집을 살 수 없었고, 보통사람들은 접근할 자격조차 없었다. 지금 9호 장원 곳곳에는 검은 양복을 입은 호위병들이 늘어서 있었고 모두 합치면 수백 명이 넘었다. 이곳은 수비가 삼엄해 파리 한 마리도 날아 들어오지 못했다. 장원 한 가운데 연못에 정자가 하나 있었다. 장자에는 두 사람이 있었다. 남자 한 사람, 여자 한 사람.남자는 23살 남짓밖에 되지 않았지만 얼굴에는 오히려 포악하고 고집 센 기색을 띠고 있었다. 바로 정천이었다. 여자는 바로 설지연이었다. 그러나 이때 그녀는 오히려 바닥에 무릎을 꿇고 조심스럽게 과일을 깎으며 이따금씩 정성껏 고른 과일속살을 정천의 입에 넣어 주었다. 정
설민혁은 웃으며 말했다.“도련님, 이 여자는 확실히 신분이 좀 있어요. 하지만 도련님에 비하면 반딧불 빛일 뿐이죠. 전혀 비교가 안 됩니다!”정천은 뭔가를 깨달았는지 무의식적으로 말했다.“그래서?”“그래서 제가 알아서 사람들 몇 명을 보내 이 여자를 데리고 왔습니다.” 설민혁이 웃으며 말했다. 설지연은 옆에서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정천 도련님, 이 여자는 거만하고 거드름도 많이 부리고, 자기가 좀 예쁜 줄 알고 매일 시크하게 굴어요.“사실 그녀는 내숭덩어리일 뿐이에요!”정천은 설지연의 뺨을 때리며 차갑게 말했다.“너한테 말하라고 한 적 없으니 말하지 마. 손이 몇 개인지 모르는 화냥년도 다른 사람을 싫어할 자격이 있어?”그리고 난 후 정천은 일어서서 홀을 두 바퀴 돌더니 인상을 쓰고 말했다.“만약 오늘 이전이라면 네가 일을 했어도 했을 거야.” “하지만 오늘 이 여자의 신분은 많이 달라졌고, 우리가 권력이 있다고 해도 외지인일 뿐이니 남원에서 이렇게 행동하는 건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거 같아.” “도련님, 뭐가 두려우세요? 설씨 집안으로 말할 것 같으면 대구 정가의 하인일 뿐이잖아요!”“도련님이 그 여자한테 무슨 짓을 하든 다 하인을 가르쳐주는 것뿐인데 어떤 가문이 감히 밖에서 도련님께 뭐라고 할 수 있겠어요?”“더구나 만약 도련님을 섬길 기회가 주어진다면 이건 설은아한테 복이죠. 우리 지연이는 그럴 기회가 없잖아요.”설민혁은 이 순간 빙그레 웃으며 당연한 듯 말했다. 설민혁의 이 말을 듣자 정천은 웃었다. 그는 앞으로 나와 설민혁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 “네가 일깨워주지 않았으면 하마터면 나는 설씨 집안이 우리 대구 정가의 하인일 뿐이라는 걸 잊을 뻔했어!”“우리 정가의 집안 일을 누가 감히 간섭하겠어!”곧 설은아가 건장한 사내들에게 밀려 들어왔다.“너희들이구나. 설민혁! 설지연!”이 두 사람을 보자 은아는 이미 이 일이 벌어질 수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분
“퍽!”설은아는 자기도 모르게 뺨을 치며 놀라서 말했다.“깡패! 변태!”뺨 때리는 소리가 들리자 온 장내의 공기가 모두 굳은 것 같았다. “네가 감히 나를 때려?”정천은 무슨 믿을 수 없는 일이라도 본 듯 불가사의한 얼굴로 자신의 얼굴을 감쌌다. “내 아버지도 날 때린 적이 없는데 네가 감히 나를 때려!”“”네가 감히 나를 치다니!”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정천은 은아의 아랫배를 걷어찼고 은아는 그대로 날아가 벽에 부딪혔다. 그리고 난 후 정천은 앞으로 나서서 은아의 뺨을 한대 내리쳐 얼굴 절반이 빨갛게 부어 올랐고 입가 주변에는 피가 흘러 내렸다. 하지만 설은아는 굴복하지 않았고 이때 고개를 높이 쳐들고 완강한 얼굴로 정천을 응시했다.“그래도 쳐다봐! 어르신이 널 실명하게 만들어 버리겠어!” 정천은 차갑게 웃으며 손을 쓰려고 했다. 이때 설민혁이 황급히 가로 막으며 말했다. “도련님, 진정하세요. 이 여자를 때려 부수면 오늘 밤에는 뭐하고 노시려고요?”“충분히 가지고 노신 다음 다시 때리시는 게 어때요? 그렇게 서두를 것 없잖아요!”설민혁의 이 말을 듣고서야 정천은 조금 냉정해졌다. 하지만 그는 또 설은아를 걷어 차 바닥에 엎어뜨린 다음 나한 의자에 앉아 차갑게 말했다.“이 여자를 데리고 가서 검사해. 완전히 깨끗한 게 아니면 죽여 버려. 어르신 더럽혀지지 않게!”“네네!”설민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허리를 굽힌 다음 설은아 곁에서 냉소하며 말했다.“설은아, 정천 도련님 말씀 너도 들었지? 네 남편이 요즘에도 그렇게 쓸모없었기를 바라. 너를 전혀 건드리지 않았으니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정천 도련님을 섬길 기회도 없었을 거야!” 설민혁은 마치 정천을 섬길 수 있는 게 무슨 자랑거리라도 되는 듯 당연한 표정을 지었다. 은아는 냉담한 얼굴로 이때 이를 악물고 말했다.“설민혁, 너 그러다 벌 받을 거야!”“벌?” 설민혁은 실소를 터뜨렸고 설은아의 귀에 대고 가볍게 웃으며 입을
“네 말은 내가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거야? 시험 삼아 한 번 보고 싶네. 내가 널 가지고 논 후에 무슨 문제가 생길까?”정천이 차갑게 입을 열었다. 그는 대구에서는 활보하고 다녔으니 날뛰는 데 익숙해져 있었다. 은아의 거칠고 고집 센 태도는 오히려 작은 고추나 야생마로 보여 그는 더욱 정복하고 싶어졌다.은아는 심호흡을 하고 가까스로 자신을 진정시키며 말했다. “아저씨, 나는 네가 설민혁과 설지연에게 충동질을 당했든 말든 상관없어.”“하지만 네가 나를 돌려 보내주지 않으면 정말 골치 아프게 될 거야!”“그때가 되면 걷잡을 수 없는 일들이 많아 질 거야.”설은아가 말한 사람은 하 세자였다. 그녀가 보기에 그는 지금 자기를 구해줄 수 있을 것이다. 자기를 구할 능력이 있는 사람은 분명 하 세자 밖에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하 세자가 손을 대면 어떤 결말을 맞게 될지는 하늘만 알 수 있다는 것이다. “하하하하!”“설민혁, 너희 설씨네 식구들은 정말 재미있다. 나 정천을 이렇게 협박하는 사람은 처음 봐!”“지금 더 재미있어 지고 있네. 도대체 어떤 사람이 나를 귀찮게 할 수 있을 지 한번 보고 싶네.”정천은 지금 이미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방금 까지 그가 설은아에 대해 육체적인 관심을 보였었다면 지금은 달랐다. 그는 이 여자를 마음에서부터 육체까지 정복하고 그녀의 신념들도 완전히 무너뜨리고 싶어졌다. 이것이 바로 정천의 방식이다! 대구 정가는 이렇게 거만하고, 이렇게나 포악하다!남원에도 비록 최고 가문들이 있었지만 대구 정가는 안중에 두지 않았다. 은아는 심호흡을 했다. 그녀는 오늘 이 일이 이대로 끝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다행히 정천도 지금은 그녀를 건드릴 생각이 없어서 그녀도 조금 냉정을 되찾았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우리 간절히 목 빠지게 기다려보자.”“내가 한 시간 동안 기다릴게. 네가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다!” 정천은 나한 의자에 앉아 유쾌한 표정을
대략 30분 후. 남원의 모든 대 가문과 세력이 모두 분명하게 조사를 마쳤다. 은아는 지금 교외에 있는 골드 코스트 9호 장원 안에 있었다. 은아를 데리고 간 사람은 분명 대구 정씨 가문의 사람일 것이다!이 소식을 들었을 때 적지 않은 사람들은 깜짝 놀라 헉 하고 숨을 들이켰다. 대구 정가, 이 집안은 절대 보통 사람이 건드릴 수 없는 존재였다. 하지만 다행히 이곳은 대구가 아니라 남원이기 때문에 일부 사람들은 잠시 고민한 후 밖으로 나가기로 결정했다. 최가. 최준은 옷을 갈아입고 조용히 말했다.“가자, 우리 같이 골드코스트로 가자!”“이번엔 여기까지 오는 데는 정말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 않았어. 은아를 구해내기만 하면 그녀의 회사는 반드시 우리 최가에게 무상으로 넘겨지게 될 거야. 보상인 셈이지!”곧 최가의 차가 골드코스트에 도착해 9번 장원 입구 앞에 멈춰 섰다. 이때 다른 편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먼저 와 있었다. 항성 이씨 가문 세자 이장성.나씨 집안 가주 나성곤.구씨 집안 가주 구기승 등. 이 사람들은 대모산 리조트 재산권에 관심이 많아 하늘에서부터 떨어지는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을 것이다. “은아는 어쨌든 우리 최가의 외손녀니까 당연히 제가 가서 구하겠습니다.”최준은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의 이 말을 듣고 이장성과 사람들은 순간 멈칫했다. 비록 최가의 이 말은 불쾌하게 들렸지만 문제는 그가 말한 것도 틀리지 않다는 것이다. 게다가 최가의 신분는 너무 높아서 감히 그에게 미움을 사기가 쉽지 않았다. 이때 최가가 손을 흔들자 최우현이 앞으로 나와 문을 두드렸다. “실례합니다. 남원 최가 최준이 정천 도련님을 만나러 왔다고 전해 주세요.”최우현이 말했다. 9호 장원 안에서 몇 명의 문지기 호위병들이 이 말을 듣고 숨을 헐떡거렸다. 그는 최준이 누구인지 전에는 몰랐지만 남원에 온 후 알게 되었다. 강남 3인자, 단연 실세 거물이었다. 자기 도련님이
최우현은 살짝 인상을 찡그리며 설민혁을 위아래로 훑어보다가 ‘피식’웃으며 말했다. “너 설씨네 설민혁 아니야? 언제 남의 하인이 된 거야?설민혁은 싸늘한 얼굴로 대꾸를 하지 않았다. 최우현이 계속 입을 열자 최준은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설민혁, 넌 분명 내가 누군지 알지! 너 정천 도련님에게 가서 오늘 내가 아주 중요한 일이 있어서 왔다고 전해!”설민혁은 차갑게 말했다.“우리 도련님이 말씀하시길, 대구 정가에 미움을 사고서도 감투를 쓰고 있으려고 하냐고 하시던데요?”“당신들 최가가 단기간 내 2류 가문에서 일류 가문이 될 수 있었던 건 최준의 감투 덕분인 셈이잖아요!”“만에 하나라도 잃어버리게 되면 당신 최가가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지는 당신이 나보다 더 잘 알 텐데요!”설민혁의 말에 최준은 순간 얼굴이 새카맣게 변했다. 그러나 그는 설민혁이 함부로 지껄인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대구 정가가 만약 원한다면 감투를 벗기는 일은 밥 먹고 물 마시는 일보다 더 쉬울 것이다. 최준이 변화무쌍한 관료사회에서 이렇게 오랫동안 우뚝 솟아 있을 수 있었던 것은 산이 단단해서가 아니라 들어오고 빠질 때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생각에 미치자 최준은 재빨리 말했다.“정천 도련님이 일이 있으시다고 하니, 그럼 다음에 다시 뵙겠습니다.”말을 마치고 그는 최우현을 데리고 돌아서서 떠났다. 이장성과 사람들은 이 모습을 보고 어리둥절해서 서로 쳐다보고만 있었다. 설민혁의 태도를 보아하니 오늘 정천은 강경했다. 간단히 말해 설은아 때문에 정천에게 미움을 사는 건 아무리 봐도 가치가 없다!다들 원래 운을 시험하러 왔을 뿐이었으니 이때 모두 바로 물러났다. 양정국 쪽에서는 이때 특별한 루트를 통해 정확한 소식을 접했고 가장 먼저 하현에게 보고했다. “대구 정가? 대단한가요?”하현이 눈살을 찌푸렸다. “엄청나게 대단하지! 대구 정가는 대하 10대 최고 가문 중 9위야! 연경 이씨 집안 보다 상위권이
”빨리 대답해!”양신이가 또 채찍을 휘둘러 양유훤을 때렸다.양신이의 눈에는 질투와 원한이 가득 서려 있었다.어렸을 때부터 그녀는 자신보다 뛰어나고 예쁜 양유훤을 미워했다.오늘 이렇게 양유훤을 혼내줄 기회를 잡았으니 양신이가 어찌 사정을 봐주겠는가?“어서!”또 한 번 채찍에 맞아 비틀거리던 양유훤은 거의 똑바로 설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또박또박 대꾸했다.“난 여수혁과 결혼하지 않을 거야...”말을 하면서 양유훤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뒤뜰을 둘러보았다.양제명이 뒤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 이 사람들이 안으로 들어가 양제명의 회복을 방해라도 한다면 결과는 정말로 예측할 수 없게 된다.“왜? 아직도 저 늙은이 걱정할 시간이 있어? 그럴 시간에 당신 자신이나 걱정하는 게 어때?”양신이는 양유훤의 눈빛을 보고 그녀의 마음을 바로 알아차리고 냉소를 흘렸다.그리고 양유훤에게 다가가 간특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곧 누군가가 노인네한테 약을 먹일 거야.”“늙은이가 죽은 뒤 우린 그 누명을 당신한테 뒤집어씌우면 돼. 하하하!”양신이가 악마처럼 웃어젖혔다.“네가 승낙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노인네의 말로가 그렇게 되는 거야. 이게 다 너, 양유훤 너 때문이라고!”양유훤은 처음으로 당황한 표정을 지었고 어금니를 지그시 깨물며 강경한 목소리로 말했다.“당신들, 함부로 행동하지 마. 당신들 할아버지이기도 한 사람이야!”“할아버지?”양호남은 코웃음을 지으며 포악한 얼굴로 양유훤을 향해 또 한 번 채찍을 휘둘렀다.“노인네가 이미 폐인이 되었는데 무슨 자격으로 할아버지가 된단 말이야?”“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은 전신이지 폐인이 아니야!”“우리 양 씨 가문은 당신을 포함해 폐인은 다 버릴 수밖에 없어!”“자, 승낙을 할 거야? 말 거야? 승낙하지 않는다면 노인네는 이대로 죽을 거야!”말을 하면서 양호남은 핸드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영상통화를 걸었다.전
양유훤의 얼굴이 벌겋게 부어오르도록 그 이후에도 양호남은 손바닥을 몇 번이고 휘날렸다.이 광경을 보고 양호남이 데리고 온 화려한 옷차림의 남녀들은 모두 한마디씩 거들었다.“양유훤은 정말 남한테 피해를 입힌다니까. 이전에도 시집가기 싫어 멀리 항성과 도성에 가서 우리 양 씨 가문을 곤란하게 했지!”“이제 와서 또 우리 가문을 죽이려 하다니! 절대 가만둘 수 없지!”“여영창 어르신도 이번엔 단단히 화가 나셨어. 만약 그가 우리 가문과 페낭 무맹의 모든 거래를 끊는다면 우리 집안의 손실은 어마어마할 거야!”“양유훤이 이 일을 다 책임질 수 있겠어?”“집안 큰집이라고 아주 떠받들어 줬더니 아주 기고만장해져서 결국 이렇게 우리 집안을 함정에 빠뜨리고 말았어!”양 씨 가문 사람들이 모두 고개를 내저으며 비난했다.가문의 권력을 대표하는 몇몇 장로들은 양유훤의 행동에 단단히 실망한 듯 차디찬 눈빛을 보냈다.양유훤은 심호흡을 하며 입을 열었다.“양호남, 납품권은 내가 해결할 테니 사람들을 풀어줘.”“당신이?”“어떻게 해결한다는 거야? 당신 얼굴로? 아니면 몸으로?”양유훤이 두 손이 묶여 있는 것을 보고 양호남은 아주 기고만장해진 모양이었다.그는 양유훤의 머리채를 덥석 잡았고 옥처럼 고운 양유훤의 얼굴을 보고는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절대 가져서는 안 될 생각이 스쳐 지나간 것이었다.결국 그는 생각을 떨쳐버리고 입을 열었다.“이번에 당신이 남양으로 돌아왔을 때 우리 양 씨 가문 사람들은 모두 매우 기뻐했어. 당신이 큰집을 대표하여 우리 가문의 권세를 되찾고 다시 남양 3대 가문의 영광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그런데 당신은? 여전히 예전과 마찬가지로 제멋대로 행동하고 있어!”“우리 양 씨 가문을 위해 최선을 다하지도 않고 오히려 우리 가문을 불구덩이로 밀어 넣으려 하고 있어!”“이 일에 대한 해결책은 내가 이미 다 생각해 뒀어!”“당신이 여수혁한테 시집가겠다고 약속만 한다면 여 씨 가문은
”야비한 남자 때문에 여수혁에게 미움을 사다니!”“야비한 놈을 우리 양 씨 가문 데릴사위라고 감히 말하고 다녀?!”“당신 부끄러움도 몰라?!”“어떻게 그렇게 뻔뻔할 수가 있어?!”양호남이 함부로 지껄이기 시작했다!“당신 때문에 우리 양 씨 가문이 페낭의 웃음거리가 된 걸 알기나 해?!”여기까지 말하며 양호남은 더는 못 참겠는지 양유훤 앞으로 나서며 그녀의 뺨을 때렸다.양호남의 말에 당황해 어안이 벙벙한 가운데 양유훤은 갑자기 뺨까지 맞게 되었다.조각처럼 정교한 그녀의 얼굴에 금세 손바닥 자국이 크게 생기더니 붉게 부어오르기 시작했다.이를 본 양신이와 몇몇 그의 사람들은 말리기는커녕 한결같이 통쾌해하는 표정이었다.“양호남, 내 일은 내가 알아서 책임질 거니까 당신이 일부러 나서서 날 가르칠 필요는 없어.”양유훤은 밀려오는 고통과 분노를 억누르며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비록 그녀는 자신이 어젯밤에 한 일이 분명 양 씨 가문 둘째와 셋째에게 비난의 빌미를 줄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양호남이 이렇게 기세등등하게 나올 줄은 몰랐다.“우리는 당신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것뿐이야!”양호남은 이를 악물고 말을 이었다.“잘 들어. 오늘 아침 여 씨 집안사람이 우릴 찾아왔어!”“페낭 무맹 부맹주 여영창 어르신이 직접 사랍들을 이끌고 우리 양 씨 가문을 찾아와 해명을 하라고 했어!”“똑똑히 들어. 이 일은 네가 우리 양 씨 가문을 대표해 반드시 여 씨 가문에 해명을 해야 해!”“그렇지 않으면 이 일은 절대 이대로 끝나지 않을 거야!”양유훤은 위엄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이 일은 순전히 나를 노리고 한 일이니 여 씨 가문은 나를 직접 찾아와 결판내면 될 일이야.”“셋째 집안과는 무슨 상관있어?”“뭐 더 할 말 있어?”양호남은 화가 나서 온몸을 부르르 떨며 입을 열었다.“여 씨 가문은 이 일 때문에 우리 양 씨 가문이 가지고 있는 페낭 무맹 납품권을 끊어버리려고 한다고!
하현은 그윽한 눈동자로 양유훤을 바라보다가 한참 후에야 옅은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돌아가는 정세가 그렇게 복잡해? 복잡해서 날 지킬 자신이 없는 거야? 그래서 날 내쫓으려는 거고?”“아니면 내가 페낭에 남아서 당신 밥그릇이라도 한몫 챙길까 봐 그러는 거야?”양유훤은 하현을 바라보고 잠시 후 담담하게 말했다.“상황이 복잡한 게 아니라 당신이 복잡한 일에 얽히는 걸 싫어한다는 걸 알기 때문이야.”“할아버지를 이 정도로 회복시켜 준 것만으로도 당신한테는 너무 감사할 따름이야.”“다른 소소한 일은 더 이상 당신한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일등석 세 장이야. 내일 아침 8시 비행기.”“내가 일을 다 처리한 후 당신한테 페낭에 한 번 더 오라고 초대하면 그때 반드시 이 은혜를 다 갚을게.”말을 하면서 양유훤은 하현 앞에 봉투를 놓으며 깊은 시선으로 하현을 바라보다 돌아섰다.양유훤의 뒷모습을 지켜보던 하현은 손을 뻗어 봉투에 손을 올렸다가 잠시 후 미소를 떠올리며 말했다.“보아하니 당신이 날 여기 두고 싶지 않은가 봐. 정말 재미있군. 내일 아침에 우리 같이 어르신 뵈러 가자구. 그때 모든 게 다 정상이라면 돌아갈게.”말이 끝나자마자 하현도 돌아서서 성큼성큼 병원을 나섰다....다음날 정오, 양 씨 가문 별채.별채 입구에 선 양유훤은 페낭 국제공항 쪽을 희미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그곳에는 수많은 비행기가 뜨고 내렸다.수없이 뜨고 내리는 비행기가 마치 갈피를 잡지 못하는 자신의 마음 같았다.바로 그때 양 씨 가문 별채 정문 앞에 자동차 엔진 소리가 들렸다.굳게 닫혀 있던 문이 육중한 소리를 내며 열렸다.이어 짙은 녹색 랜드로버 오프로드 차량이 선두에 섰고 뒤따라온 여러 대의 차량들이 정문 앞으로 무작정 돌진해 와 정성껏 가꾸어 놓았던 화단을 으스러뜨렸다.그러자 수십 명의 건장한 남자가 깔끔한 양복차림으로 나왔다.딱 봐도 만만치 않아 보였다.양유훤이 뭐라고 입을 열기도 전에 선두에 선 남자
양유훤의 눈동자에 희미한 실망이 순식간에 스쳐 지나갔다.그녀는 이내 표정을 바꾸고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남들은 당신을 쓰레기네 뭐네 하지만 난 원래부터 믿지 않았어.”“그런데 지금 보니 당신은 정말 구제불능이야!”“사람을 꼬시고는 이내 도망쳐 버리니 나도 어쩔 도리가 없군!”하현은 입가를 쌜쭉거리며 양유훤을 힐끔 쳐다보았다.양유훤의 놀림에는 대처할 방법이 없었다.모두들 아름다운 여자의 친절함과 관심에는 참아낼 재간이 없다고 말한다.양유훤같이 싫고 좋음이 분명한 타입은 하현이 절대 함부로 대응할 수 없는 것이다.그러자 하현은 애써 이 상황을 모면하고자 급히 화제를 전환했다.“방금 여수혁과 당신이 하는 대화를 대충 들었는데 양 씨 가문이 지금 어떻게 되어 가는 거야?”“남양지역에서 페낭을 중심으로 양 씨 가문은 남양국 황실 다음으로 가장 뿌리가 깊은 3대 가문이야.”양유훤도 더는 숨길 뜻이 없었다.“이 씨 가문, 원 씨 가문 그리고 우리 양 씨 가문.”“이 외에도 무맹과 수많은 일류 가문들, 그리고 기타 중소 세력들이 남양에서 혼란스러운 국면을 형성하고 있어.”“수십 년 전에는 우리 양 씨 가문과 이 씨 가문, 원 씨 가문의 3파전으로 남양국은 확고한 구도를 형성하고 있었어.”“각 세력도 이 세 가문을 중심으로 끊임없이 각축을 벌였지.”“고고한 황실은 이 모든 것을 배후에서 조종하고 있었고.”“우리 세 가문이 무너지지 않는 한 황실도 무너지지 않고 공고하게 군림할 수 있었던 거지.”“우리 세 가문이 계속 각축을 벌이는 한 황실의 막대한 이익을 누가 건드리지는 않으니까.”“그런데 이 모든 게 우리 할아버지가 전신이 되고 나서 달라졌어.”하현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양 씨 가문이 치고 나왔군, 그렇지?”양유훤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비슷해.”“하지만 그때 우리 집안은 위기를 눈치채지 못했고 양 씨 가문에서 전신이 나왔으니 당연히 이 씨 가문과 원 씨 가문을 제압해야 한다고
여수혁은 순간 눈앞이 캄캄해졌다.“하현, 나 여수혁이야! 페낭 무맹 무맹주의 여 씨 가문 사람이라구!”“내 스승님은 남양 무맹 맹주야!”“나한테 당신 같은 사람은 목숨도 아니야!”“당신 지금 이런 행동한 거, 톡톡히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땅바닥에 널브러진 여수혁은 힘겨운 얼굴로 남은 힘을 끌어모아 내뱉었다.“퍽!”“저리 꺼져!”하현은 여수혁을 발로 차서 날려버렸다.그러자 여수혁은 벽에 몸을 부딪혔고 입에서는 봇물 터지듯 핏물이 솟구치더니 이내 정신을 잃고 말았다.“배후에 누가 있든 어떤 권력을 가지고 있든 상관없어.”하현은 앞으로 나가 손을 뻗어 여음채의 창백한 얼굴을 툭툭 건드렸다.“당신한테 기회를 주겠어. 잠시 문을 닫고 정리하면서 잘 생각해 봐.”“다음에도 또 이런 일로 사기를 치고 있다는 얘기가 내 귀에 들어오면 정말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 그땐 인정사정없이 완전히 풍비박산을 만들어 버릴 테니까!”...궁지에 빠진 여음채와 여수혁은 대꾸할 말이 없었다.하현은 길을 막고 있는 페낭 무맹 제자들을 발로 걷어차고 원가령을 부축하며 양유훤의 차에 올라탔다.양유훤은 사람들을 양 씨 가문에서 운영하는 병원으로 데려갔고 원가령을 응급실 침대에 눕힌 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하현, 오늘 밤 가령이 일로 귀찮게 해서 미안해.”“어떻게 된 건지 들어서 잘 알고 있어.”“당신이 없었다면 오늘 밤 가령이는 정말 어떻게 되었을지 몰라.”하현이 병원 대기실 소파에 앉자 하이힐을 신은 양유훤이 그에게 다가와 생수 한 병을 건넸다.“당연한 일을 한 걸 가지고 뭐. 마침 만나게 되어서 다행이야.”하현은 어깨를 으쓱하고 난 뒤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하지만 오늘 밤 원가령의 일은 아마 십중팔구 당신을 노리고 한 짓일 거야.”“조심하는 게 좋아.”양유훤도 의심에 가득 찬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나 때문에 온 게 분명해.”“이번에 내가 천억 대금을 순조롭게 회수해서 적자에 허덕이
”퍽!”여수혁은 무맹 사람이고 남양 무맹의 맹주에게서 수련을 받았으며 그의 아버지는 페낭 무맹 맹주였다.뼈대 있는 집안 자손이었고 천부적인 재능을 겸비했다.그래서 그가 하현과의 거리가 좁힌 지금 한 번에 몸을 날리자 무서운 기세가 펼쳐졌다.방금 양유훤 앞에서 얼마나 많은 수모를 당했던가!여수혁은 하현에게 자신의 모든 역량을 쏟아부을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그의 계산대로라면 지금 이 주먹으로 하현을 죽이지는 못하더라도 온몸이 으스러지도록 만들 수는 있을 것이다.“대하 촌놈! 죽어!”여수혁은 섬뜩한 미소로 쏜살같이 덤벼들었다.이런 벼락같은 기세라면 소 한 마리도 때려죽일 수 있을 것 같았다.이 광경을 보고 여음채와 부일민은 눈이 번쩍 뜨였다.여수혁의 대담한 기세에 깜짝 놀란 것이다.“양유훤, 봤지?!”“이게 당신이 선택해야 할 남자의 모습이야! 이 정도는 되어야 양 씨 가문 데릴사위가 되지!”“입으로만 떠드는 남자가 무슨 소용있어?”“여수혁 같은 고수를 만나면 바로 무릎을 꿇을 거야!”부일민과 예쁘장한 간호사들은 모두 비아냥거리는 기색을 띠며 하현을 주제넘은 사람이라고 비꼬았다.주변 구경꾼들도 하나같이 고개를 내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왜 여수혁을 감히 도발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이 모든 게 자업자득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장내에 오직 양유훤과 하구봉만이 전혀 개의치 않는 얼굴이었다.그들은 모두 하현의 실력을 본 적이 있었다.만약 여수혁 같은 사람 한 명도 수습하지 못한다면 지금까지 하현은 헛수고를 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퍽퍽퍽퍽!”여수형은 순식간에 피투성이가 된 채 바닥에 널브러져 온몸을 덜덜 떨며 비명을 질렀다.동시에 하현은 그의 두 손을 짓밟아 부러뜨렸다.“이럴 수가?!”여음채와 부일민은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이루 말할 수 없는 충격이었다.여수혁 주변에 있던 화려한 옷차림의 남녀들, 그리고 소위 고수라 불리는 사람들도 지금은 눈가
그러자 여수혁의 옆에 있던 여음채가 얼굴을 가리고 노기를 띠며 말했다.“하 씨! 당신 뭐가 좋은지 나쁜지 몰라?”“양유훤의 체면을 봐서라도 당신과 더 이상 따지지 않고 살길을 마련해 준 거라고!”“좋게 끝났을 때 그만해야 한다는 것도 몰라? 나중에 얼굴이 찢겨 봐야 아는 거야?”여음채의 마음속에는 불쾌함으로 가득 차올랐다.하현은 계속 자신의 뺨을 때렸을 뿐만 아니라 이빨이 부러지도록 만신창이를 만들었기 때문이다.콧대 높은 여음채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다.그래서 하현이 도발하며 여수혁을 추궁하는 것을 보고 여음채는 도저히 화를 억누를 수 없었던 것이다.그녀가 특히 못마땅하게 여기는 남자가 여자의 치마폭에 싸여 쉽게 살려는 자들이다.양유훤을 믿고 호랑이처럼 위세를 부릴 뿐만 아니라 아주 기세가 하늘을 찌르는 모습이라니!여음채의 상식으로 어떻게 하현 같은 사람을 여수혁과 동급으로 비교할 수 있겠는가?운이 좋아서 양유훤의 치마폭에 싸였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하현은 벌써 수십 번은 죽었을 것이다.“좋은 게 좋은 거라고?”하현은 웃는 듯 마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잘난 척 기고만장한 여음채의 말에 할 말을 잃은 모습이었다.여음채는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그렇지 않아? 똑똑히 들어. 양 씨 가문의 호가호위만 믿고 설치는 짓, 그만하는 게 좋을 거야!”“당신이 정말로 양유훤의 남자인 줄 알아? 당신이 양 씨 가문 데릴사위라도 된 줄 알아?”“당신이 정말로 양 씨 가문 데릴사위라고 해도 여자 치마폭에 싸인 남자가 얼마나 대단하겠어?”여음채는 엄청 호의를 베풀 듯이 호기롭게 훈계를 했다.“당신이 어떤 속셈이 있고 무슨 실력이 있든 뭐 얼마나 대단하겠어?”하현은 여음채가 하는 말을 더는 듣기 귀찮아서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자, 닥쳐! 쓸데없는 소린 그만해!”“재잘재잘 너무 시끄럽군!”“뭐?!”여음채는 갑자기 누군가가 자신의 입에 차가운 재갈을 물리는 것 같은 수치스러움
남양 무맹 사람들이 나섰음에도 양유훤은 전혀 체면을 세워 주지 않자 여수혁의 안색이 일그러졌다.그는 자신이 오늘 하현을 건드릴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하 씨, 오늘은 내가 운이 나빴군. 하지만 아직 기회는 많아!”“능력이 있으면 어디 이 여자가 영원히 당신을 비호하도록 만들어 봐!”“이 여자가 당신을 얼마나 지켜줄 수 있는지 얼마나 당신을 먹여 살릴 수 있는지 지켜보겠어!”그는 하현을 노려보다 냉소를 흘리며 돌아섰다.여음채도 한껏 비아냥거리는 표정을 지었다.외지인 남자가 여자한테 기대서 큰소리치는 꼴이라니!세상은 좁아서 언제든 어디서든 다시 만날 수 있는 법이다.이 남자가 괴로워할 때가 분명 올 것이다!“거기 서!”바로 그때 침묵하고 있던 하현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순간 하현의 몸에서 보이지 않는 아우라가 강하게 감돌았다.비록 양유훤이 나서서 자신을 비호하도록 가만히 놔두는 것이 가장 쉽고 편한 방법이긴 했지만 하현은 지금의 상황을 지켜보면서 현재 양유훤의 처지를 거의 파악했기 때문에 모든 책임을 양유훤의 어깨에 올려놓을 수 없었다.하현이 한 걸음 내디디며 앞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고 주변 사람들은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의사들과 간호사들은 모두 놀란 얼굴로 하현의 행동을 지켜보았다.그들은 하현이 머리가 어떻게 된 게 아닌가 의심하기까지 했다.여수혁 같은 거물이 그를 벌하려는 걸 양유훤이 겨우 구해줬는데 뭘 또 바란단 말인가?죽고 싶어서 환장했나?여수혁은 발걸음을 뚝 멈추고 눈살을 찌푸리며 하현을 쳐다보았다.“오늘은 운이 나쁜 걸로 친다고 했는데 뭘 또 바라는 거야?”하현은 뒷짐을 지고 천천히 앞으로 나서며 담담하게 말했다.“당신은 정말 이렇게 끝날 거라고 생각했어?”“돈을 받고도 아무것도 치료하지 않았어. 그리고 당신은 권세로 사람들을 자꾸만 괴롭히려고 해.”“날 잡아서 감옥에 가두고 내 다리를 부러뜨리고 무릎을 꿇게 만들려고 했어.”“이 모든 것에 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