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아가 입을 열지 않자, 황보는 은아가 화가 난 줄 알고 잠시 머뭇거리더니 재빨리 말했다. “만약 이것도 마음에 들지 않으시면 이 프로젝트의 모든 원자재를 저희 쪽에서 무료로 공급해 드리겠습니다!”“저희의 작은 성의이니 받아주셨으면 합니다!”황보의 태도를 보고 다른 몇몇 공급업체들도 똑같은 모습을 취하며 하나같이 머리를 땅에 쿵쿵 부딪혔다. 이 사람들은 이 일로 웃는 용이 어떻게 됐는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하씨 대문호의 하경원마저도 팔을 끊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들이 비겁함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설마 죽기를 기다리란 말인가? 은아는 지금 이 사람들이 미쳤다고 밖에는 딱히 설명할 말이 없었다. 엊그제만 해도 어쩌고 저쩌고 자기를 협박하더니 지금 어떻게 순순히 무릎을 꿇은 것인가? 거기다 네가 우리 원자재를 받아주지 않으면 우리는 일어나지 않겠다는 표정이었다. 이때 하현은 만두 봉지를 들고 먹으면서 걸어 나왔다. 하현을 보자 황보와 사람들은 더욱 심하게 몸을 떨었고, 위아래 옷이 모두 젖었다. “하 선생님, 이것은 저희의 작은 성의입니다. 설 아가씨를 잘 설득해 주셔서 받아 주시길 부탁 드립니다.”황보는 부들부들 떨었지만, 그도 하현이 정확이 어떤 신분인지는 알지 못했다. 하지만 분명 전설의 데릴사위는 아닐 것이다. 그러자 하현이 말했다. “은아야, 기왕 이 사람들이 이렇게 성의를 보이니 받아줘. 지금 다른 곳에 가서 찾는 것도 힘들고, 공사 진행 속도에도 영향이 있잖아.”하현의 이 말을 듣고 은아는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다 약간 의아한 표정으로 하현을 바라보며 말했다.“어젯밤 너였어?”하현은 웃으며 부인했다. 기왕 은아를 호족으로 만들려고 하는 이상 너무 일찍 알려지지 않는 것이 더 나았다. 하현이 대답하지 않는 것을 보고 은아의 얼굴엔 의심의 눈빛이 스쳐 지나갔다. “설마 하 세자가……”“분명 그 일거야. 필경 대모산 리조트 프로젝트는 천일그룹 지분이 51%나 들어 있으
결국 은아는 마음이 약해져 고개를 끄덕였다. 은아의 말을 듣고 황보와 사람들은 거듭 감사 인사를 하고 떠났다. 곧 공사장 쪽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대량의 원자재가 현장에 도착했고 여러 날 동안 중단 되었던 프로젝트가 드디어 재가동이 되었다. 은아는 아직 마음속에 의심이 남아 있긴 했지만 지금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되었다. ……천일그룹. 하현은 회장 의자에 앉아 앞에 있는 두 장의 사진을 보고 있었다. 첫 번째 사진은 하경원과 하은수 두 사람의 모습이 꽤 선명하게 담겨 있었다. 그들은 해변가에 서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자세히 보니 하경원의 왼팔은 이미 부러져 있었다. 분명 오늘 일 때문이었을 것이다. 두 번째 사진은 다소 흐릿해 보였는데 분명 공항이었다. 거기엔 하현이 전혀 모르는 남자가 있었다. 하현은 두 번째 사진을 한참 쳐다보다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네 말은 이 사진을 아침에 누군가 내 사무실 책상에 올려 놨다는 거야?”“네.”슬기를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이미 사람을 시켜서 CCTV를 확인해 보라고 했는데 어젯밤 카메라가 마침 고장이 나는 바람에 아무것도 녹화가 되지 않았어요.” 하현이 웃었다. “상대방이 나한테 물건을 보내려고 한 이상 자연히 우리 CCTV를 망가뜨릴 방법이 있었겠지.”“네 생각에 상대방은 어떤 신분일 거 같아?”슬기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상대방이 어떤 신분이든 간에, 그 혹은 그녀는 분명 회장님께 이 세 사람을 조심하라고 주의를 준 것이라고 생각이 됩니다.”“하은수, 하경원, 이 쌍둥이는 확실히 정말 다루기 힘들어.” “내가 어젯밤 하경원을 완전히 해결하지 못한 건 하은수가 그 자리에 없었기 때문이야. 만약 내가 하경원을 죽이면 하은수가 무슨 미친 짓을 할지 장담할 수 없거든.”“어쨌든 지금 이 사람이 도대체 누군지 알아봐.”슬기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빠른 걸음으로 떠났다. 하현은 사진을 집어 들고 한참을 보았다.
하은수가 웃으며 말했다.“사촌 형, 이왕 온 김에 먼저 며칠 푹 쉬는 게 어때? 이번 일들은 급하게 서두를 거 없어.” 장성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천천히 말했다. “은수야, 너 내가 온 목적 알지?”“만약 실패하면 너랑 나 둘 다 어렵게 될 거야.”“당연하지.”은수는 미소를 지었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오늘 사람 시켜서 이씨 집안에 초대장을 보내도록 할게.” “그래!” “내가 적절하게 배치해 놓을 테니까 모든 건 형님이 직접 나서줘. 기다리고 있을게.” 은수가 빙긋 웃었다. 장성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군중에게 둘러 싸인 채 더 없이 조용히 자리를 떠났다.그는 항성에서 대단히 큰 인물임에는 틀림이 없었지만 그도 이번에 임무가 실패하면 그의 결말도 좋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남원 완만호. 이씨 집안이 사는 곳. 이씨 가문은 원래 남원 토박이는 아니었고 연경에서 왔다. 후에 이준태가 강남의 1인자가 된 후 그 계열 가문의 인재들이 연경에서 이주해왔다. 다만 이준태는 항상 조용해서 강남 이씨 집안은 알려지지 않았고 묵묵하게 있었다. 하지만 오늘 항상 깨끗하던 이씨 집안 마당에 이씨 집안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였는데, 하나같이 얼굴색이 조금 안 좋아 보였다. 이준태는 한 장의 초대장을 손에 들고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이게 벌써 이달 들어 다섯 번째야. 이번엔 항성 이씨 가문의 이장성이야!”이 말을 듣고 현장에 있던 이씨 가문은 모두 깜짝 놀라 숨이 멎었다. 이준태의 큰 아들이자, 이슬기의 큰 아버지 이문수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버지, 이전의 네 사람은 신분이 부족해서 자격이 없었으니 우리가 직접 거절을 해도 괜찮았어요.”“하지만 이장성 같은 사람은 이 세자로 알려져 있고, 항성 이씨 가문의 후계자예요.”“만약 그도 거절하면 우리 강남 이씨 집안이 너무 많은 사람들을 화나게 만들게 돼요.”이준태는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 “자,
이문수는 슬기를 보고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슬기야, 너 마침 잘 왔다. 방금 다들 네 일에 대해 의논하고 있었어!”“역시 슬기는 이씨 집안 딸이다!”“이번 달만 해도 벌써 다섯 집안이 우리 이씨 집안에 직접 혼담을 꺼내게 만든 준걸이네!”말하는 동안 이문수는 사진 몇 장을 꺼내 찻상 위에 올려 놓았다. “자, 자, 보세요. 이분이 이가의 세자 이장성, 이분은 소가의 세자 소강승, 이분은 나가의 세자 나천일, 이분은 구가의 세자 구성진, 이분은 최가의 세자 최우현……”“여기 있는 사람들은 다 젊은 능력자들이야. 네가 누구를 선택하든 우리 이씨 집안에는 다 좋은 일이야.”하지만 의외로 슬기는 이 사진들을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대신 이준태 앞으로 가서 속삭이며 말했다. “할아버지, 아시겠지만 저는 시집 안 갈 거예요.”이준태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할아버지가 어찌 네 마음을 모르겠니? 하지만 지금 이렇게 많은 가주들이 혼담을 꺼내니, 할아버지도 다 거절할 수가 없어.”“한번에 이렇게 많은 대 가문들에게 미움을 사면 할아버지가 강남의 1인자라고 해도 앞으로 강남에 발을 붙이기가 어려울 거야.”“그래서 이번에는 네가 거절할 방법이 없어.”“너는 반드시 이 사람들 중에 한 사람을 골라야 돼.”“아니면, 네가 알아서 남자 하나를 데리고 오던 가.”슬기는 할아버지를 응시하며 붉은 입술을 살짝 깨물며 말했다. “그래요. 실망시켜드리지 않을게요.”“보름 후에 이 사람들을 같이 우리 이씨 집안에 초대할거야. 만약 그때 네가 네 남자를 데리고 오면 내가 후계자로 인정할게.”이준태가 말했다.“안돼요! 할아버지, 절대 안돼요!”이씨 가족들은 순간 자리에서 일어섰다. “나씨 집안이나 다른 일류 가문들에게 미움을 사게 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항성 이씨 집안에는 절대로 미움을 사서는 안돼요!”“우리 집 주인이 연경 이씨 가문이라고 해도 항성 이씨 집안을 당해 낼 수는 없어요!”“이 집안은 너무
“하지만 그게 무슨 소용이야?”“하 세자는 너를 전혀 마음에 들어 하지 않잖아! 그렇게 오랫동안 일을 했어도 아무런 명분이 없잖아!?”“하지만 지금은 달라. 이제 이 세자가 큰 자비를 베풀어서 네가 마음에 든다고 했으니 너는 반드시 이 기회를 소중히 여겨야 해!”“남들이 네가 닳아빠진 구두라고 싫어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할 일이야. 그런데 감히 결혼을 안 하겠다고!”“네가 그러고도 낯짝이 있니?”이안성의 말을 듣고 다른 이씨 집안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슬기를 바라보는 그들의 눈빛은 마치 금산 은산을 바라보는 것 같았다. 왜냐하면 슬기가 이장성에게 시집을 가기만 하면 이씨 집안은 이 일로 얻을 수 있는 혜택이 상상을 초월했다. “슬기야, 언니가 너를 못살게 굴려고 하는 게 아니라 여자는 자신을 불쌍히 여길 줄 알아야 해……”“네가 그렇게 일념으로 바라던 하 세자도 며칠 전 많은 관중들 앞에서 청혼했다가 거절당했잖아.”“그가 거절을 당했어도 너를 고려하진 않았어.”“슬기야, 너 이씨 집안은 그렇다 쳐도 네 자신을 위해서 생각해봐.”“여자의 나이와 외모에는 다 유통기한이 있어!”“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이번 기회를 놓치면 네가 이런 훌륭한 남자들을 다시 만나고 싶어도 너무 힘들 거라는 거야!”“언니 말 들어. 너 지금 가서 사직서 내고 일은 그만 둬. 그리고 예쁘게 가꾼 다음에 보름 뒤 우리 이씨 집안 저녁 파티에서 이 세자의 청혼을 들어주면 너는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여자가 될 거야!”이안성의 아내 주리아는 이때 고심하는 얼굴이었다. 그녀와 이안성 두 사람은 한 사람은 검은 얼굴로, 한 사람은 하얀 얼굴로 한 목소리를 냈다. 둘은 호흡이 너무나도 잘 맞았다. 이씨 식구들의 시선은 모두 슬기에게로 쏠렸고, 그녀의 승낙을 기다렸다. 하지만 오히려 슬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녀의 눈빛은 극도로 냉담해졌다. 이준태는 그녀의 고집 센 표정을 보면서 마음속으로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그
남원 고등학교.유아는 지금 머리를 감싼 채 마치 도망가듯 빠른 발걸음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막 교문 앞에 도착했을 때 몇 명의 여학생이 그녀를 가로막았다. “설유아, 너 왜 도망쳐? 이렇게 빨리 뛰다니! 설마 돈 벌러 어떤 아저씨랑 약속한 건 아니겠지?”“정말 모르겠네! 평소에는 순둥이처럼 굴면서 누가 좇아 와도 허락해주지 않더니 뜻밖에도 이런 식으로 돈을 벌다니! 걸레네!”“돈이 필요하면 우리한테 말해도 돼! 우리가 구제해줄 수 있어. 그렇게 자신을 망가뜨릴 필요 없잖아!?”이 몇몇 여학생들과 설유아의 관계는 매우 나쁘다. 특히 KTV 사건을 겪고 나서 유아는 반 남학생들은 거들떠 보지도 않았고 오직 마음 속에 형부만 품게 되었다. 그래서 한 동안 많은 훌륭한 남학생들을 많이 거절했다. 그러자 다른 여학생들이 그녀를 질투하며 미워하기 시작했다. 다들 기회를 봐서 유아를 학교 밖으로 걷어 차기를 간절히 원했다. “내가 언제 돈이 부족했어? 나는 스마트 밸리에 방이 있는데 어떻게 돈이 모자랄 수가 있겠어?”“게다가 내가 돈이 부족하다고 해도 너희랑은 전혀 관계가 없으니까 비켜!” 유아는 이 여학생들과 지루하게 지껄일 마음이 없었다. “설유아, 너 얌전히 자퇴 해. 네가 남원 사람이 아니라는 걸 누가 모를 줄 알아? 너 시골에서 왔잖아!”“네가 감히 스마트 밸리에 방이 있다고 지껄여? 너 참 뻔뻔하다!”“여러분, 정말 스마트 밸리에 살고 있을 수도 모르잖아요. 거기에 아저씨 한 분만 더 계시면 되지 않겠어요?”여학생들 몇 명이 계속 비웃었다. 그녀들이 보기에 이번이 설유아를 쫓아내기에 가장 좋은 기회였다.“참, 설유아, 너 왜 요즘 사람들이 너를 걸레라고 하는 지 알아? 우리가 사람들한테 이걸 보여줘서 그래!”이때 그 중 한 여학생이 핸드폰을 꺼내 동영상을 틀었다. 비록 거리가 멀었지만 유아는 자기가 롤스로이스 조수석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메인 운전석에 있던 남자는 잘 보
설유아도 바보는 아니었다. 일단 그녀가 무릎 꿇은 동영상이 퍼지면 지금 이 유언비어들을 씻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나랑 너랑은 아무런 원한도 없는데 왜 일부러 나를 못살게 구는 거야?”유아는 의문스러웠다. “미친 년은 길 건너 쥐라는 걸 몰라? 모두가 다 때려줘야지!”“네가 돈 많은 아저씨를 따라다니면서 우리 학교 체면을 다 구기고 다녀서 내가 학교 대표로 벌을 주겠다는데 무슨 이유가 더 필요해?”소미영은 시큰둥한 표정을 지으며 진짜 이유는 말하지 않았다. 지금 그녀는 오히려 즐거워하고 있었다. 유아의 얼굴색이 안 좋아졌다. 그녀 주변에는 다른 도와줄 사람이 없었다. 핸드폰을 뺏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다. 소미영의 요구를 들어주면 꼬투리가 또 하나 잡히는 것이다. 일단 이것이 알려지면 유아의 말로는 더욱 비참해 질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유아는 자기도 모르게 핸드폰을 움켜쥐고 그녀가 잘 아는 번호를 누르려고 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그를 오게 하는 것이 정말 괜찮은 걸까?“너희들 뭐 하는 거야!?”이때 갑자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설유아는 거의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들었고 눈물이 날 뻔했다. “당신 뭐야? 당신이랑 무슨 상관이야?”소미영은 시큰둥한 얼굴로 그를 쳐다 보았다. 영웅이 미인을 구하려면 자신이 어느 정도 값어치가 되는 지는 스스로 한번 돌아봐야 하지 않겠니?사실 오늘 그는 포르쉐를 몰고 왔는데 주변의 많은 사람들은 부러움의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관건은 소미영은 소씨 집안 사람이라 그녀의 눈에 포르쉐는 보통 차와 별반 다를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하현이 거물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유아야, 이게 무슨 일이야?”하현은 소미영은 무시하고 돌아서서 물었다.“형부, 쟤 손에 내 동영상이 있어요. 내가 무릎 꿇고 미친년이라고 인정을 해야 동영상을 삭제해준대요.” 유아는 지금 믿을 만한 사람을 찾았다는 듯 재빨리
차에 올라탄 후 하현은 급하게 시동을 걸지 않고 살짝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유아야,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말해 봐. 왜 저 여자애들이 너한테 이러는 거야?”유아는 억울한 얼굴로 말했다.“형부, 지난번 KTV에서 있었던 일 기억해요? 그 때 이후로 나는 다른 친구들이랑 잘 안 어울려요.”“근데 손민철이 계속 저를 쫓아 다녔어요. 여러 번 공개적인 자리에서 저한테 고백을 했었는데 제가 계속 거절 했거든요.”“그 일 이 후로 미영이가 저를 미워했어요. 듣기로는 미영이가 민철이를 좋아한대요.” 하현은 여기까지 듣고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자신의 눈썹을 비볐다. 한참을 생각을 하고 나서야 손민철이 누군지 생각이 났다. 아마도 처음 유아를 데리러 KTV에 갔을 때 만났던 그 녀석?그리고 여기에 소미영이 추가 됐다고?이게 무슨 헛소리냐?학생들간의 막장 연애?“그 일이 어떻게 이 정도까지 발전을 한 거야?”하현이 잠시 생각을 한 후 다시 입을 열었다. 오늘 소미영이 한 일을 봤을 때, 이정도 막장 연애라면 이 정도로 그치지는 않았을 거 같은데?유아는 이을 악물고 말했다.“왜냐면 미영이가 자기는 일류 가문 소씨 집안 사람이라면서 저 같은 사람은 자기 하인이나 해야 잘 어울린다고 계속 말했거든요.” “그런데 내가 어찌 미영이의 남자를 감히 빼앗겠어요!”“그래서 미영이는 내가 영원히 학교에 나오지 않기를 바라는 거예요!”“학교 이사회는 다 소씨 집안이 관리한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오늘 미영이가 저를 무릎 꿇게 만든 거 말고도 학교에서 퇴학시키려고 준비하고 있어요.”여기까지 듣자 하현의 안색이 점점 안 좋아졌다. 만약 여학생들간에 서로 질투하고 다투는 일이라면 여기까지 하고 끝내면 그만이다. 그러나 소미영은 소씨 집안 사람이다. 게다가 이런 사소한 일로 유아를 퇴학까지 시키려고 하다니.비록 하현의 말 한마디면 더 좋은 학교를 찾을 수 있었지만, 상대방이 유아를 공격하려고 하는 게 분명한데 유아가
”빨리 대답해!”양신이가 또 채찍을 휘둘러 양유훤을 때렸다.양신이의 눈에는 질투와 원한이 가득 서려 있었다.어렸을 때부터 그녀는 자신보다 뛰어나고 예쁜 양유훤을 미워했다.오늘 이렇게 양유훤을 혼내줄 기회를 잡았으니 양신이가 어찌 사정을 봐주겠는가?“어서!”또 한 번 채찍에 맞아 비틀거리던 양유훤은 거의 똑바로 설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또박또박 대꾸했다.“난 여수혁과 결혼하지 않을 거야...”말을 하면서 양유훤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뒤뜰을 둘러보았다.양제명이 뒤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 이 사람들이 안으로 들어가 양제명의 회복을 방해라도 한다면 결과는 정말로 예측할 수 없게 된다.“왜? 아직도 저 늙은이 걱정할 시간이 있어? 그럴 시간에 당신 자신이나 걱정하는 게 어때?”양신이는 양유훤의 눈빛을 보고 그녀의 마음을 바로 알아차리고 냉소를 흘렸다.그리고 양유훤에게 다가가 간특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곧 누군가가 노인네한테 약을 먹일 거야.”“늙은이가 죽은 뒤 우린 그 누명을 당신한테 뒤집어씌우면 돼. 하하하!”양신이가 악마처럼 웃어젖혔다.“네가 승낙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노인네의 말로가 그렇게 되는 거야. 이게 다 너, 양유훤 너 때문이라고!”양유훤은 처음으로 당황한 표정을 지었고 어금니를 지그시 깨물며 강경한 목소리로 말했다.“당신들, 함부로 행동하지 마. 당신들 할아버지이기도 한 사람이야!”“할아버지?”양호남은 코웃음을 지으며 포악한 얼굴로 양유훤을 향해 또 한 번 채찍을 휘둘렀다.“노인네가 이미 폐인이 되었는데 무슨 자격으로 할아버지가 된단 말이야?”“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은 전신이지 폐인이 아니야!”“우리 양 씨 가문은 당신을 포함해 폐인은 다 버릴 수밖에 없어!”“자, 승낙을 할 거야? 말 거야? 승낙하지 않는다면 노인네는 이대로 죽을 거야!”말을 하면서 양호남은 핸드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영상통화를 걸었다.전
양유훤의 얼굴이 벌겋게 부어오르도록 그 이후에도 양호남은 손바닥을 몇 번이고 휘날렸다.이 광경을 보고 양호남이 데리고 온 화려한 옷차림의 남녀들은 모두 한마디씩 거들었다.“양유훤은 정말 남한테 피해를 입힌다니까. 이전에도 시집가기 싫어 멀리 항성과 도성에 가서 우리 양 씨 가문을 곤란하게 했지!”“이제 와서 또 우리 가문을 죽이려 하다니! 절대 가만둘 수 없지!”“여영창 어르신도 이번엔 단단히 화가 나셨어. 만약 그가 우리 가문과 페낭 무맹의 모든 거래를 끊는다면 우리 집안의 손실은 어마어마할 거야!”“양유훤이 이 일을 다 책임질 수 있겠어?”“집안 큰집이라고 아주 떠받들어 줬더니 아주 기고만장해져서 결국 이렇게 우리 집안을 함정에 빠뜨리고 말았어!”양 씨 가문 사람들이 모두 고개를 내저으며 비난했다.가문의 권력을 대표하는 몇몇 장로들은 양유훤의 행동에 단단히 실망한 듯 차디찬 눈빛을 보냈다.양유훤은 심호흡을 하며 입을 열었다.“양호남, 납품권은 내가 해결할 테니 사람들을 풀어줘.”“당신이?”“어떻게 해결한다는 거야? 당신 얼굴로? 아니면 몸으로?”양유훤이 두 손이 묶여 있는 것을 보고 양호남은 아주 기고만장해진 모양이었다.그는 양유훤의 머리채를 덥석 잡았고 옥처럼 고운 양유훤의 얼굴을 보고는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절대 가져서는 안 될 생각이 스쳐 지나간 것이었다.결국 그는 생각을 떨쳐버리고 입을 열었다.“이번에 당신이 남양으로 돌아왔을 때 우리 양 씨 가문 사람들은 모두 매우 기뻐했어. 당신이 큰집을 대표하여 우리 가문의 권세를 되찾고 다시 남양 3대 가문의 영광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그런데 당신은? 여전히 예전과 마찬가지로 제멋대로 행동하고 있어!”“우리 양 씨 가문을 위해 최선을 다하지도 않고 오히려 우리 가문을 불구덩이로 밀어 넣으려 하고 있어!”“이 일에 대한 해결책은 내가 이미 다 생각해 뒀어!”“당신이 여수혁한테 시집가겠다고 약속만 한다면 여 씨 가문은
”야비한 남자 때문에 여수혁에게 미움을 사다니!”“야비한 놈을 우리 양 씨 가문 데릴사위라고 감히 말하고 다녀?!”“당신 부끄러움도 몰라?!”“어떻게 그렇게 뻔뻔할 수가 있어?!”양호남이 함부로 지껄이기 시작했다!“당신 때문에 우리 양 씨 가문이 페낭의 웃음거리가 된 걸 알기나 해?!”여기까지 말하며 양호남은 더는 못 참겠는지 양유훤 앞으로 나서며 그녀의 뺨을 때렸다.양호남의 말에 당황해 어안이 벙벙한 가운데 양유훤은 갑자기 뺨까지 맞게 되었다.조각처럼 정교한 그녀의 얼굴에 금세 손바닥 자국이 크게 생기더니 붉게 부어오르기 시작했다.이를 본 양신이와 몇몇 그의 사람들은 말리기는커녕 한결같이 통쾌해하는 표정이었다.“양호남, 내 일은 내가 알아서 책임질 거니까 당신이 일부러 나서서 날 가르칠 필요는 없어.”양유훤은 밀려오는 고통과 분노를 억누르며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비록 그녀는 자신이 어젯밤에 한 일이 분명 양 씨 가문 둘째와 셋째에게 비난의 빌미를 줄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양호남이 이렇게 기세등등하게 나올 줄은 몰랐다.“우리는 당신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것뿐이야!”양호남은 이를 악물고 말을 이었다.“잘 들어. 오늘 아침 여 씨 집안사람이 우릴 찾아왔어!”“페낭 무맹 부맹주 여영창 어르신이 직접 사랍들을 이끌고 우리 양 씨 가문을 찾아와 해명을 하라고 했어!”“똑똑히 들어. 이 일은 네가 우리 양 씨 가문을 대표해 반드시 여 씨 가문에 해명을 해야 해!”“그렇지 않으면 이 일은 절대 이대로 끝나지 않을 거야!”양유훤은 위엄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이 일은 순전히 나를 노리고 한 일이니 여 씨 가문은 나를 직접 찾아와 결판내면 될 일이야.”“셋째 집안과는 무슨 상관있어?”“뭐 더 할 말 있어?”양호남은 화가 나서 온몸을 부르르 떨며 입을 열었다.“여 씨 가문은 이 일 때문에 우리 양 씨 가문이 가지고 있는 페낭 무맹 납품권을 끊어버리려고 한다고!
하현은 그윽한 눈동자로 양유훤을 바라보다가 한참 후에야 옅은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돌아가는 정세가 그렇게 복잡해? 복잡해서 날 지킬 자신이 없는 거야? 그래서 날 내쫓으려는 거고?”“아니면 내가 페낭에 남아서 당신 밥그릇이라도 한몫 챙길까 봐 그러는 거야?”양유훤은 하현을 바라보고 잠시 후 담담하게 말했다.“상황이 복잡한 게 아니라 당신이 복잡한 일에 얽히는 걸 싫어한다는 걸 알기 때문이야.”“할아버지를 이 정도로 회복시켜 준 것만으로도 당신한테는 너무 감사할 따름이야.”“다른 소소한 일은 더 이상 당신한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일등석 세 장이야. 내일 아침 8시 비행기.”“내가 일을 다 처리한 후 당신한테 페낭에 한 번 더 오라고 초대하면 그때 반드시 이 은혜를 다 갚을게.”말을 하면서 양유훤은 하현 앞에 봉투를 놓으며 깊은 시선으로 하현을 바라보다 돌아섰다.양유훤의 뒷모습을 지켜보던 하현은 손을 뻗어 봉투에 손을 올렸다가 잠시 후 미소를 떠올리며 말했다.“보아하니 당신이 날 여기 두고 싶지 않은가 봐. 정말 재미있군. 내일 아침에 우리 같이 어르신 뵈러 가자구. 그때 모든 게 다 정상이라면 돌아갈게.”말이 끝나자마자 하현도 돌아서서 성큼성큼 병원을 나섰다....다음날 정오, 양 씨 가문 별채.별채 입구에 선 양유훤은 페낭 국제공항 쪽을 희미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그곳에는 수많은 비행기가 뜨고 내렸다.수없이 뜨고 내리는 비행기가 마치 갈피를 잡지 못하는 자신의 마음 같았다.바로 그때 양 씨 가문 별채 정문 앞에 자동차 엔진 소리가 들렸다.굳게 닫혀 있던 문이 육중한 소리를 내며 열렸다.이어 짙은 녹색 랜드로버 오프로드 차량이 선두에 섰고 뒤따라온 여러 대의 차량들이 정문 앞으로 무작정 돌진해 와 정성껏 가꾸어 놓았던 화단을 으스러뜨렸다.그러자 수십 명의 건장한 남자가 깔끔한 양복차림으로 나왔다.딱 봐도 만만치 않아 보였다.양유훤이 뭐라고 입을 열기도 전에 선두에 선 남자
양유훤의 눈동자에 희미한 실망이 순식간에 스쳐 지나갔다.그녀는 이내 표정을 바꾸고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남들은 당신을 쓰레기네 뭐네 하지만 난 원래부터 믿지 않았어.”“그런데 지금 보니 당신은 정말 구제불능이야!”“사람을 꼬시고는 이내 도망쳐 버리니 나도 어쩔 도리가 없군!”하현은 입가를 쌜쭉거리며 양유훤을 힐끔 쳐다보았다.양유훤의 놀림에는 대처할 방법이 없었다.모두들 아름다운 여자의 친절함과 관심에는 참아낼 재간이 없다고 말한다.양유훤같이 싫고 좋음이 분명한 타입은 하현이 절대 함부로 대응할 수 없는 것이다.그러자 하현은 애써 이 상황을 모면하고자 급히 화제를 전환했다.“방금 여수혁과 당신이 하는 대화를 대충 들었는데 양 씨 가문이 지금 어떻게 되어 가는 거야?”“남양지역에서 페낭을 중심으로 양 씨 가문은 남양국 황실 다음으로 가장 뿌리가 깊은 3대 가문이야.”양유훤도 더는 숨길 뜻이 없었다.“이 씨 가문, 원 씨 가문 그리고 우리 양 씨 가문.”“이 외에도 무맹과 수많은 일류 가문들, 그리고 기타 중소 세력들이 남양에서 혼란스러운 국면을 형성하고 있어.”“수십 년 전에는 우리 양 씨 가문과 이 씨 가문, 원 씨 가문의 3파전으로 남양국은 확고한 구도를 형성하고 있었어.”“각 세력도 이 세 가문을 중심으로 끊임없이 각축을 벌였지.”“고고한 황실은 이 모든 것을 배후에서 조종하고 있었고.”“우리 세 가문이 무너지지 않는 한 황실도 무너지지 않고 공고하게 군림할 수 있었던 거지.”“우리 세 가문이 계속 각축을 벌이는 한 황실의 막대한 이익을 누가 건드리지는 않으니까.”“그런데 이 모든 게 우리 할아버지가 전신이 되고 나서 달라졌어.”하현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양 씨 가문이 치고 나왔군, 그렇지?”양유훤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비슷해.”“하지만 그때 우리 집안은 위기를 눈치채지 못했고 양 씨 가문에서 전신이 나왔으니 당연히 이 씨 가문과 원 씨 가문을 제압해야 한다고
여수혁은 순간 눈앞이 캄캄해졌다.“하현, 나 여수혁이야! 페낭 무맹 무맹주의 여 씨 가문 사람이라구!”“내 스승님은 남양 무맹 맹주야!”“나한테 당신 같은 사람은 목숨도 아니야!”“당신 지금 이런 행동한 거, 톡톡히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땅바닥에 널브러진 여수혁은 힘겨운 얼굴로 남은 힘을 끌어모아 내뱉었다.“퍽!”“저리 꺼져!”하현은 여수혁을 발로 차서 날려버렸다.그러자 여수혁은 벽에 몸을 부딪혔고 입에서는 봇물 터지듯 핏물이 솟구치더니 이내 정신을 잃고 말았다.“배후에 누가 있든 어떤 권력을 가지고 있든 상관없어.”하현은 앞으로 나가 손을 뻗어 여음채의 창백한 얼굴을 툭툭 건드렸다.“당신한테 기회를 주겠어. 잠시 문을 닫고 정리하면서 잘 생각해 봐.”“다음에도 또 이런 일로 사기를 치고 있다는 얘기가 내 귀에 들어오면 정말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 그땐 인정사정없이 완전히 풍비박산을 만들어 버릴 테니까!”...궁지에 빠진 여음채와 여수혁은 대꾸할 말이 없었다.하현은 길을 막고 있는 페낭 무맹 제자들을 발로 걷어차고 원가령을 부축하며 양유훤의 차에 올라탔다.양유훤은 사람들을 양 씨 가문에서 운영하는 병원으로 데려갔고 원가령을 응급실 침대에 눕힌 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하현, 오늘 밤 가령이 일로 귀찮게 해서 미안해.”“어떻게 된 건지 들어서 잘 알고 있어.”“당신이 없었다면 오늘 밤 가령이는 정말 어떻게 되었을지 몰라.”하현이 병원 대기실 소파에 앉자 하이힐을 신은 양유훤이 그에게 다가와 생수 한 병을 건넸다.“당연한 일을 한 걸 가지고 뭐. 마침 만나게 되어서 다행이야.”하현은 어깨를 으쓱하고 난 뒤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하지만 오늘 밤 원가령의 일은 아마 십중팔구 당신을 노리고 한 짓일 거야.”“조심하는 게 좋아.”양유훤도 의심에 가득 찬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나 때문에 온 게 분명해.”“이번에 내가 천억 대금을 순조롭게 회수해서 적자에 허덕이
”퍽!”여수혁은 무맹 사람이고 남양 무맹의 맹주에게서 수련을 받았으며 그의 아버지는 페낭 무맹 맹주였다.뼈대 있는 집안 자손이었고 천부적인 재능을 겸비했다.그래서 그가 하현과의 거리가 좁힌 지금 한 번에 몸을 날리자 무서운 기세가 펼쳐졌다.방금 양유훤 앞에서 얼마나 많은 수모를 당했던가!여수혁은 하현에게 자신의 모든 역량을 쏟아부을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그의 계산대로라면 지금 이 주먹으로 하현을 죽이지는 못하더라도 온몸이 으스러지도록 만들 수는 있을 것이다.“대하 촌놈! 죽어!”여수혁은 섬뜩한 미소로 쏜살같이 덤벼들었다.이런 벼락같은 기세라면 소 한 마리도 때려죽일 수 있을 것 같았다.이 광경을 보고 여음채와 부일민은 눈이 번쩍 뜨였다.여수혁의 대담한 기세에 깜짝 놀란 것이다.“양유훤, 봤지?!”“이게 당신이 선택해야 할 남자의 모습이야! 이 정도는 되어야 양 씨 가문 데릴사위가 되지!”“입으로만 떠드는 남자가 무슨 소용있어?”“여수혁 같은 고수를 만나면 바로 무릎을 꿇을 거야!”부일민과 예쁘장한 간호사들은 모두 비아냥거리는 기색을 띠며 하현을 주제넘은 사람이라고 비꼬았다.주변 구경꾼들도 하나같이 고개를 내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왜 여수혁을 감히 도발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이 모든 게 자업자득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장내에 오직 양유훤과 하구봉만이 전혀 개의치 않는 얼굴이었다.그들은 모두 하현의 실력을 본 적이 있었다.만약 여수혁 같은 사람 한 명도 수습하지 못한다면 지금까지 하현은 헛수고를 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퍽퍽퍽퍽!”여수형은 순식간에 피투성이가 된 채 바닥에 널브러져 온몸을 덜덜 떨며 비명을 질렀다.동시에 하현은 그의 두 손을 짓밟아 부러뜨렸다.“이럴 수가?!”여음채와 부일민은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이루 말할 수 없는 충격이었다.여수혁 주변에 있던 화려한 옷차림의 남녀들, 그리고 소위 고수라 불리는 사람들도 지금은 눈가
그러자 여수혁의 옆에 있던 여음채가 얼굴을 가리고 노기를 띠며 말했다.“하 씨! 당신 뭐가 좋은지 나쁜지 몰라?”“양유훤의 체면을 봐서라도 당신과 더 이상 따지지 않고 살길을 마련해 준 거라고!”“좋게 끝났을 때 그만해야 한다는 것도 몰라? 나중에 얼굴이 찢겨 봐야 아는 거야?”여음채의 마음속에는 불쾌함으로 가득 차올랐다.하현은 계속 자신의 뺨을 때렸을 뿐만 아니라 이빨이 부러지도록 만신창이를 만들었기 때문이다.콧대 높은 여음채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다.그래서 하현이 도발하며 여수혁을 추궁하는 것을 보고 여음채는 도저히 화를 억누를 수 없었던 것이다.그녀가 특히 못마땅하게 여기는 남자가 여자의 치마폭에 싸여 쉽게 살려는 자들이다.양유훤을 믿고 호랑이처럼 위세를 부릴 뿐만 아니라 아주 기세가 하늘을 찌르는 모습이라니!여음채의 상식으로 어떻게 하현 같은 사람을 여수혁과 동급으로 비교할 수 있겠는가?운이 좋아서 양유훤의 치마폭에 싸였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하현은 벌써 수십 번은 죽었을 것이다.“좋은 게 좋은 거라고?”하현은 웃는 듯 마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잘난 척 기고만장한 여음채의 말에 할 말을 잃은 모습이었다.여음채는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그렇지 않아? 똑똑히 들어. 양 씨 가문의 호가호위만 믿고 설치는 짓, 그만하는 게 좋을 거야!”“당신이 정말로 양유훤의 남자인 줄 알아? 당신이 양 씨 가문 데릴사위라도 된 줄 알아?”“당신이 정말로 양 씨 가문 데릴사위라고 해도 여자 치마폭에 싸인 남자가 얼마나 대단하겠어?”여음채는 엄청 호의를 베풀 듯이 호기롭게 훈계를 했다.“당신이 어떤 속셈이 있고 무슨 실력이 있든 뭐 얼마나 대단하겠어?”하현은 여음채가 하는 말을 더는 듣기 귀찮아서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자, 닥쳐! 쓸데없는 소린 그만해!”“재잘재잘 너무 시끄럽군!”“뭐?!”여음채는 갑자기 누군가가 자신의 입에 차가운 재갈을 물리는 것 같은 수치스러움
남양 무맹 사람들이 나섰음에도 양유훤은 전혀 체면을 세워 주지 않자 여수혁의 안색이 일그러졌다.그는 자신이 오늘 하현을 건드릴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하 씨, 오늘은 내가 운이 나빴군. 하지만 아직 기회는 많아!”“능력이 있으면 어디 이 여자가 영원히 당신을 비호하도록 만들어 봐!”“이 여자가 당신을 얼마나 지켜줄 수 있는지 얼마나 당신을 먹여 살릴 수 있는지 지켜보겠어!”그는 하현을 노려보다 냉소를 흘리며 돌아섰다.여음채도 한껏 비아냥거리는 표정을 지었다.외지인 남자가 여자한테 기대서 큰소리치는 꼴이라니!세상은 좁아서 언제든 어디서든 다시 만날 수 있는 법이다.이 남자가 괴로워할 때가 분명 올 것이다!“거기 서!”바로 그때 침묵하고 있던 하현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순간 하현의 몸에서 보이지 않는 아우라가 강하게 감돌았다.비록 양유훤이 나서서 자신을 비호하도록 가만히 놔두는 것이 가장 쉽고 편한 방법이긴 했지만 하현은 지금의 상황을 지켜보면서 현재 양유훤의 처지를 거의 파악했기 때문에 모든 책임을 양유훤의 어깨에 올려놓을 수 없었다.하현이 한 걸음 내디디며 앞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고 주변 사람들은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의사들과 간호사들은 모두 놀란 얼굴로 하현의 행동을 지켜보았다.그들은 하현이 머리가 어떻게 된 게 아닌가 의심하기까지 했다.여수혁 같은 거물이 그를 벌하려는 걸 양유훤이 겨우 구해줬는데 뭘 또 바란단 말인가?죽고 싶어서 환장했나?여수혁은 발걸음을 뚝 멈추고 눈살을 찌푸리며 하현을 쳐다보았다.“오늘은 운이 나쁜 걸로 친다고 했는데 뭘 또 바라는 거야?”하현은 뒷짐을 지고 천천히 앞으로 나서며 담담하게 말했다.“당신은 정말 이렇게 끝날 거라고 생각했어?”“돈을 받고도 아무것도 치료하지 않았어. 그리고 당신은 권세로 사람들을 자꾸만 괴롭히려고 해.”“날 잡아서 감옥에 가두고 내 다리를 부러뜨리고 무릎을 꿇게 만들려고 했어.”“이 모든 것에 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