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들 더할 나위 없이 통쾌해했고, 원호를 아주 마음에 들어 하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원호는 정말 잘 놀 줄 안다. 앞날이 창창하다!곧 이 사람들은 어깨동무를 하고 밖으로 나갔다. 룸 안에는 원호만 남았고, 하현을 내려다보는 그의 눈동자는 거만한 빛이 역력했다. 하현은 눈앞의 이 광경을 보고 고개를 들어 원호를 쳐다보았지만 표정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한 무리의 사람들을 데리고 와서 나를 모욕하는 것이 오늘 밤 너의 목적이었어?”원호는 담배에 불을 붙이고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당연히 아니지, 너를 모욕해 봤자 무슨 소용이야?”“그냥 실제 행동으로 말했을 뿐이야. 너는 폐물이고 설은아랑 전혀 어울리지 않는 다고!”“너의 존재는 설은아에게 아무런 도움이 안 될 뿐 아니라 해가 될 수 있어!”“그래서 말인데, 하현. 내가 기회를 줄게!”“너 설은아랑 이혼하고 남원을 떠나서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가서 새로운 삶을 시작해.”말을 하면서 원호는 카드 한 장을 꺼내 하현의 얼굴에 내던졌다. “여기 2억이야. 내가 친척인 걸 생각해서 너에게 베푸는 마지막 자비야!”“만약 내가 싫다면?”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싫다고?”원호는 실소를 터뜨렸다.“방금 너 몇 분 봤잖아!”“그분들이 지금은 천일그룹의 고위 임원이 아니지만 특별한 일이 없으면 3일 후에는 그렇게 될 거야!”“천일그룹이 하씨 가문의 자산을 다 통합한 이후에는 가장 강력한 회사로 거듭날 거야.”“몇 몇 일류 가문들이 겨우 맞서는 것 말고는 나머지 사람들은 전부 천일그룹 앞에 엎드릴 수밖에 없어!”“이 분들의 오늘 이후의 신분이 짐작이 가? 심지어 내 윗사람이 될 거야!”“너는 그 분들의 장난감이나 개로 기꺼이 받아 들이는 수밖에 없어!”“그렇지 않으면 네가 천일그룹의 고위 임원들에게 미움을 사는 거 말고 무슨 좋은 결말이 있겠어?”“그렇지 않으면 너는 너뿐만 아니라 설은아도 해치게 하는 거야!”“너는 그렇다 쳐도 설은아는
“대장님, 이 사람들은 반드시 죽여야 합니다!”이곳에 온 사람은 우윤식이었다. 이 개인 클럽 역시 그의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일어난 일의 모든 과정을 알았지만 하현의 명령이 없었기에 감히 들어갈 수 없었다. “아니야, 내가 오늘 밤 남원에 가서 슬기한테 인사조정하라고 메시지 보낼 거야. 네가 가서 슬기를 좀 도와줘.”하현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그는 원래 이렇게 빨리 일을 처리 하려고 하지는 않았었다. 그룹 자산을 통합하고 나서야 진행하려고 했던 일들이었다. 그런데 오늘 밤 발생한 일이 그의 발걸음을 재촉했다.“네!”우윤식은 감히 명을 어길 수 없었다. 하현은 항상 한결같았다. 하현의 명령에 대해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전방위적인 집행뿐이었다. ……하현이 모욕을 받고 있던 그때. 남원, 설씨네. 이때 설씨 집안은 불을 환하게 밝히고 있었다. 많은 남원의 2, 3류 가족들과 기업의 고위층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다른 이유는 없었다. 오늘 남원 상류층 사이에 하나의 소문이 퍼졌기 때문이다. 천일그룹의 하 세자가 자산 통합식에서 그의 여인에게 청혼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의 여인은 설씨 집안 사람이었다!하 세자! 강남에서 모르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어디 모를 수가 있는가?권세는 하늘에까지 차고 넘치고, 재산은 나라도 맞설 정도였다! 강남의 진정한 1인자!설가 집안의 딸을 뜻밖에도 하 세자에게 시집을 보낼 수 있다니? 이건 나뭇가지로 날아 올라 봉황이 될 운명이다! 관계를 맺으러 온 소위 상류층 사람들은 하나같이 약간의 부러움과 질투심을 가지고 있었다. 만약 그들 집안의 딸이 하 세자와 결혼을 했다면 그들의 신분은 분명 하늘 높이 치솟았을 것이다. 설씨 어르신은 철 왕좌에 앉아 아래 사람들을 보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지연아, 우리 설씨 집안은 남원에서 자리를 잡은 셈이다!”“3일 뒤에 네가 하 세자와 결혼을 하면 우리 설씨 집안은 곧 일류 가문이 될 거야!
설은아는 입구에서 계속 하현을 기다리고 있다가 그가 돌아오는 것을 보고 안쓰러운 표정으로 재빨리 수건 한 장을 건넸다. 원호가 방금 하현이 모욕당하는 동영상을 최씨 가족 단톡방에 올렸다. 최가 사람들은 지금 좋아요를 누르느라 바빴다. 최가 할머니는 원호를 칭찬했고 그가 특별히 일을 잘 한다고 생각 했다. 은아는 제일 먼저 원호에게 이 동영상을 지워달라고 했지만 결국 최가 사람들에게 욕만 얻어 먹었다. 이 쓸모없는 남자가 최가의 체면을 구겼다고 하면서 만약 설은아를 최가의 외손녀로 삼으려면 이 쓰레기 같은 남자는 집 밖으로 쓸어버려야 한다고 했다. 소위 집안 식구들이라고 하는 사람들의 이런 태도를 보고 은아는 분노했다.왜냐하면 이번엔 두 가정이 처음부터 한 마음이었다는 것을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하나는 하현을 쓸어버리려고 했고, 또 다른 하나는 하현이 스스로 알아서 나가게 만들려고 했다. “하현, 나 다 알고 있어. 네가 나를 위해 모욕을 달게 받았다는 거!”“원호가 불순한 목적으로 판을 깔았으니 그들을 이렇게 내버려 둘 수는 없어!”은아는 초조하면서도 자책하는 표정이었다. 하현은 머리를 쓰다듬으며 웃으며 말했다.“여보, 걱정 마. 난 괜찮아.”“거기다 이 사람들은 천일그룹의 자칭 고위 임원들일 뿐이야. 결과는 3일 뒤에나 알 수 있어!”“그때 내가 반드시 그 현장에 갈 거야. 내가 보는 앞에서 그 사람들이 어떻게 임원이 될 수 있을지는 그때 가서 봐야지!”은아는 하현이 현장에 가서 이 사람들의 추악한 행동들을 폭로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하현, 팔로는 허벅지를 비틀 수 없어. 거기는 사람들이 많아서 수적으로 밀려서 네가 가서 무슨 말을 한다 한들 소용이 없을 거야.” “우리 같이 가서 보자. 어쨌든 그때 가서 보면 재미있을 거야.” 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내가 같이 가줄게!”은아는 원래 자신은 통합식에 갈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지금 하현이
지연이 눈을 가늘게 뜨고 은아를 쳐다보며 얼굴에 미소를 띠고 말했다. “은아야, 마침 잘 왔어. 자, 내가 너희 가족들을 위해서 드레스를 준비했는데 맞는 지 한번 입어볼래?”말을 하는 동안 한 하인이 옷걸이를 내밀었다. 은아와 재석, 희정은 무의식적으로 쳐다보았다. 곧 얼굴색이 비할 데 없이 안 좋아졌다. 이 옷들은 확실히 드레스였지만 집사와 하녀가 입는 그런 종류의 옷이었다. 이때 설지연이 뜻밖에도 하인들이 입는 드레스를 설은아 일가에게 꺼내주었다. 이게 무슨 짓인가?은아의 안색이 바뀐 것을 보고 지연이 담담하게 말했다.“은아야, 내가 듣기로 남원에서는 대 가문이 밖에 나갈 때는 전용 하인들을 몇 명 데리고 다닌다고 하더라고. 그렇지 않으면 가문의 체면이 구겨진대!”“우리 설씨 집안이 오늘부터 시작해서 반은 일류 가문 문지방에 들어선 셈이잖아.”“그래서 꼼꼼히 좀 살펴야 할게 있어!”“우리 집안 하인들 수준이 너무 낮아서 무대에 오를 수가 없잖아. 그래서 너희 가족들을 귀찮게 할 수밖에 없었어!”설지연이 말하는 논리는 당연했다. 은아가 입을 열기도 전에 희정은 이미 화가 나서 온몸을 떨었다.“설지연, 우리는 어쨌든 네 손 윗사람이야. 근데 네가 우리를 네 약혼식에서 하인으로 쓰겠다는 거야?”“허, 이게 내 약혼식이라는 건 알고 있었어? 넌 오늘이 지나면 내가 하 세자의 부인이 된다는 걸 알아야 돼. 강남 1인자의 부인이라고!”“앞으로 나는 설씨 집안의 가장 큰 빽이 될 거야. 너네 집은 고사하고 할아버지라고 해도 내가 시키는 대로 해야 돼!”지연의 날뛰는 말에 설씨 어르신은 비록 조금 언짢았지만 빙그레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래, 앞으로 우리 설씨 집안은 지연이가 말하는 대로 될 거야!”“재석아, 며느리 관리 잘 해라. 빨리 가서 옷 갈아 입혀. 이제 곧 차량들이 마중 올 거야!”재석은 비록 평소에 패기가 없고 무기력하긴 했지만 오늘 만약 그들 일가가 정말 이 하인들이 입는 드레스를 입
“하지만, 설씨 집안을 떠나라는 말은 네가 한 말이니까 그럼 네가 말한 대로 해!”“여기, 계약서 좀 가지고 와봐!”민혁의 명령과 함께 일찌감치 준비되어 있던 계약서 한 장이 배달되었다. 계약서 상의 내용은 아주 간단했다. 설은아 가족은 모든 것을 남겨두고 빈털터리로 설씨 집안을 떠나라는 것이었다. 오늘부터 설씨 집안에 소속된 설씨 회사의 49%의 지분과 자산은 설은아와는 한 푼도 관계가 없다. 설은아는 자발적으로 회장직에서 물러난다. 계약서의 내용을 보면서 은아의 얼굴은 백지장처럼 창백해졌다. 재석도 몸이 약간 흔들렸다. 희정은 더 심하게 바닥에 주저앉아 참지 못하고 욕을 해댔다.“설민혁, 설지연, 너희 두 사람은 양심도 없구나!”“진작부터 준비를 해 두다니! 고의적으로!”민혁이 냉랭하게 말했다.“고의적이면 또 뭐가 어때서요? 오늘 우리가 두 가지 선택권을 드릴게요!”“첫째, 이 계약서에 사인을 한다!”“둘째, 하인 드레스를 입고 식장에 가서 하인 노릇을 한다!”지연은 말없이 미소를 지었다. 분명 묵인한 것이다.설씨 어르신은 오직 차갑게 말했다.“자, 속도 좀 빨리 내자. 약혼식 할 시간 다 됐어. 좋은 날에 어르신 기분 상하게 하지 말고!”이 말을 들은 재석과 희정은 비참한 얼굴로 서로를 마주보았다. 비록 그들에게 최씨 집안의 큰 빽이 있다지만 설씨 집안을 떠나서 그들이 어떻게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겠는가?그런데 문제는 설씨 집안을 떠나면 그들은 거렁뱅이나 다름이 없는데 최가가 그들을 받아 주겠느냐는 것이다.답은 절대 아니다. 사실 희정은 은아가 회장이 아니었다면 최가 할머니가 그들을 절대 받아들이지 않았을 거라는 것을 확실히 알고 있었다.지금 은아가 회장의 자리를 잃는 다면 최가에서 희망을 거는 것은 헛된 꿈이나 다를 바가 없다!이 순간 희정의 시선은 옷걸이에 떨어졌다. 잠시 그녀의 마음이 흔들렸다. 설령 모욕을 당한다 하더라도 거렁뱅이가 되는 것보다는 낫지.이때
“참, 과거의 정을 생각해서 내가 사진 몇 장 찍어서 보여 줄게.”하현이 차갑게 말했다.“너희들이 하인으로 가서 일하는 사진?”지연은 눈가에 경련이 일더니 잠시 후에야 차갑게 말했다. “초상집 개 같은 헛소리에 내가 신경 쓸 거 같아?”하현은 이 사람들을 거들떠 보기도 귀찮아 계약서 사본을 들고 설은아에게로 돌아서며 말했다.“여보, 우리 가자.”멀리 떨어지고 나서야 희정은 하현의 멱살을 잡고 고함을 질렀다.“하현, 네가 뭔데 우리를 대신해서 계약서에 사인을 해!?”“다들 너처럼 거렁뱅이가 돼야 네 마음이 편하겠니?”하현이 위로하며 말했다.“어머니, 걱정 마세요. 은아가 있으니 분명 부귀영화를 누리실 수 있을 거예요!”재석이 탄식하며 말했다.“하현, 너 그렇게 순진하게 굴지마! 은아가 성공한 건 설씨 집안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건 우리가 확실히 인정해야 되는 거야!”“지금 설씨 집안을 떠나 회장 자리에서도 물러났으니 우리가 뭘 믿고 기댈 수 있겠어?”하현이 웃으며 말했다.“아버지, 한쪽 면 밖에는 못 보시네요.”“우리가 설씨 집안을 떠난 건 사실 좋은 일이에요.”“잊으셨군요. 전에 외삼촌댁이 은아한테 직접 창업해 보자고 제안했었잖아요!”하현의 말을 듣고 재석은 묵묵히 아무 말이 없었다. 네 놈은 네 싸구려 외삼촌이 그것 말고도 너를 집에서 쓸어내라고 요구 했다는 걸 모르는 구나. 하지만 지금 모두들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재석도 이 말을 꺼내기가 귀찮았다. 이런걸 보고 오십보백보라고 한다. “아버지 어머니, 제 생각에는요. 천일그룹이 은아를 회장으로 임명했기 때문에 설씨 집안이라고 해도 인정하지 않을 거예요!”“오늘 우리가 자산 통합식에 가서 우연히 하 세자를 만나면 은아의 회장 자리를 지켜줄 수도 있잖아요.”재석은 어이없어하며 말했다.“하 세자를 우연히 만난다고? 우리가 들어 갈 수나 있을까?”하현이 웃으며 말했다.“아버지, 잊지 마세요. 은아는 아직 회장이
“오늘부터 설씨 집안은 일류가문의 문턱을 반은 넘은 셈이야!”“여러분 오늘 저녁 저희 집에 오셔서 술 한잔 드시고 가세요……”부잣집 사람들은 하나 같이 똑똑한 사람들이었다. 이 말을 듣고 바로 큰 소리로 축하를 하며 심지어 설지연 일행을 환송하기까지 했다. 다들 모두 부러워하는 얼굴이었다. 하 세자가 청혼한 일은 모두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여주인공을 보면서 모두들 부러워하며 질투하고 있었다.이것은 필경 하늘로 날아올라 나무 위에 오른 봉황과 같았다!이런 가운데 유명한 스타가 등장하는 것만큼이나 거대한 장면이 연출되었다. 그러나 설씨 가족들이 렉서스 차량 행렬에 접근하려고 할 때……원래 주차되어 있던 차량 행렬이 갑자기 시동을 걸고 유턴을 했다.“이게 무슨 상황이지!?“빨리 멈추게 해!”“신부측이 아직 차에 타지 못한 거 못 봤어!?”이때 설씨 가족들은 모두 놀라 멍해졌다. 잠시 후 설씨 집안 사람들은 온몸으로 차를 세우기 시작했다.하지만 문제는 이 전용차 기사들은 전부 우윤식이 직접 고른 것이라 냉혹하기 짝이 없었고 명령만 충실히 이행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도처로 뛰어 다니던 설씨 사람들을 전혀 살피지 않았다. 이 장면은 순간 더할 나위 없이 난처해졌다. 설가 사람들은 대대적으로 전용차에 오를 기세였고, 심지어 설지연은 여주인공 행세를 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근데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가?마침내, 설민혁은 좋은 생각이 떠올라 큰 소리로 욕을 했다.“재수없게! 이게 다 은아네 가족 때문이야. 일찍도 늦게도 아니고 하필이면 딱 이때 와서 우리 시간을 지체하게 만들다니!”“원래 8시 반에 차를 타기로 했는데 벌써 5분이나 지났어!”“남원의 규정대로 시간이 지났으니 우리는 전용 차를 타고 갈 수가 없어.”설씨 집안 사람들은 너도나도 맞장구를 쳤다.현장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서로 쳐다보았다. 남원에 이런 규정이 있었나?다들 약혼식에 참석한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자세한 사항까지
그들은 원래 은아의 얼굴을 앞세워 잠입해 들어갈 수 있는지 없는지를 살펴보려고 했었다. 그런데 차에서 내리자마자 누군가 초대장을 건네주다니?이게 무슨 상황이지?설은아는 의아한 듯 하현을 쳐다보며 말했다. “설마 네가 시킨 건 아니겠지?”하현은 눈썹을 찡그렸다. 그가 보낸 것이 아니었다. 이때 그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나 아니야, 우리 입장할 때 이런 건 필요 없어!”원래 재석과 희정은 하현에게 약간의 기대를 걸었지만 지금은 한숨을 쉬었다. 역시 그러면 그렇지! 또 뭘 바라겠냐?“허, 당연히 이 폐물은 아니지.”이때 한바탕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멀지 않은 곳에서 대두에 큼지막한 귀를 가진 남자가 벤츠 뒷자리에서 힘겹게 내렸다. 이 사람을 보자 은아는 자기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이 사람은 다름 아닌 이전에 원호가 은아에게 소개시켜줘서 알게 된 나씨 집안의 나민영이었다. “이 분은……”이 사람이 벤츠를 타고 온 것을 보고 희정은 순간 눈이 번쩍 뜨였다. 그녀는 항상 허영심이 있어서 이때 나민영을 보고 눈 앞이 밝아졌다. 이런 사람이야 말로 자기 딸과 어울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민영은 애써 점잖은 모습을 보이며 함박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최씨 어머니시죠?”“제 소개를 하자면 저는 남원 일류가문의 나민영이라고 합니다. 현재 남원 은행의 지점장을 맡고 있습니다.”“민영이구나!”희정은 마음에 들어 하는 얼굴이었다. 이런 사람은 아주 훌륭하다. 나민영은 계속해서 말했다. “식장에 들어가시는데 초대장이 없다는 소식을 방금 전해 들었어요.”“그래서 제가 특별히 나씨 집안 쪽에서 세 장을 가지고 왔습니다.”이것은 분명 원호가 소식을 듣고 제일 먼저 나민영에게 알린 것이다. 희정은 너무 기뻐하며 말했다.“민영아, 넌 역시 능력이 있구나!”“은아야, 너 빨리 와서 나 은행장님께 감사하다고 해야지!”재석은 이때 나민영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중얼거리며 말했
허탈해하는 하현의 표정을 살피며 설은아가 입을 열었다.“하현, 뭘 선물하는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당신이 우리 결혼기념일을 기억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해.”하현은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하현, 오늘 내가 당신한테 전화를 한 것은 더 이상 우리의 과거 일을 언급하지 말라고 말해 주고 싶어서였어.”“김탁우와의 사이는 이미 멀어졌어.”“엄마 기분이 좀 나아지면 내가 직접 말씀드릴 거야.”“당신이랑 재혼할 거라고.”“그러니 더 이상 우리 엄마랑 싸우지 마, 알았지?”설은아는 하현을 무척이나 아끼고 있는 게 분명했다.게다가 그녀는 간민효를 마주했을 때 하현을 빼앗길까 봐 상당한 위기감을 느꼈다.하현은 쓴웃음을 지었다.다른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다만 최희정은 아마 두 사람의 재혼을 승낙하지 않을 것이다.하현이 그리 강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최희정이라는 여자는 혼자서 모래폭풍도 무찌를 사람이었기 때문이다.두 사람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동안 나박하는 어느새 설 씨 집안에 도착했다.하현이 머뭇거리며 말했다.“먼저 들어가. 난 요즘...”“내려! 여긴 당신 집이야!”설은아는 억지로 하현을 차에서 끌어내렸다.“오늘 밤 여기서 자.”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설은아의 손에 이끌려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집안에 들어가니 식탁에는 이미 음식이 그득하게 차려져 있었다.최희정과 설재석 외에 그들의 양아들 이영산과 며느리 장리나도 함께 모여 있었다.네 사람이 82년산 라피트를 마시며 얼굴이 볼그레한 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그리고 테이블 위에는 십여 개의 선물 상자가 쌓여 있었는데 그중 몇 개의 상자에는 김 씨 가문 로고가 박혀 있었다.김탁우가 방문한 것이 틀림없었다.그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하현이 나타나자 최희정의 낯빛이 일그러지며 순식간에 찬바람이 쌩쌩 불었다.“자네, 여긴 어쩐 일이야?”“와서 밥 먹어.”로열 회관의 일로 설재석은 여전히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고
”하 대사가 아니었다면 당신은 아마 지금쯤 감옥에서 죽었을 거야!”“당신한테 하루의 시간을 주겠어! 우리 왕 씨 가문의 돈 일억을 갚지 않으면 바로 경찰서에 신고할 거야!”“감옥에 들어갈 준비나 하라고!”“그럼 그만 꺼져!”왕부인이 다시 손을 휘둘러 우소희의 얼굴을 날려 버렸다.망했다!완전히 망했다!우소희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얼굴을 가리며 끊임없이 통곡했다....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설은아는 하현의 차에 앉아 의문에 가득 찬 얼굴로 물었다.“도대체 우소희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어떻게 하다가 왕 씨 가문에 일억을 빚진 거냐고?”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왕 씨 가문 딸 왕자혜가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었는데 마침 내가 그녀를 구해 주게 되었어...”설은아는 어이가 없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뭐? 당신이 어떻게 사람을 구해? 당신이 의술을 알아?”하현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모르지. 난 단지 차에서 그녀를 빼내서 폭발하기 직전의 차에서 구해 준 것뿐이야...”“그때 마침 우소희가 구급차 간호사로 왔는데 내가 한 일을 자신이 한 것으로 둔갑시켜 공을 가로챘지.”“그래서 왕 씨 가문에선 고마움의 뜻으로 그녀에게 일억을 준 거야.”“나중에 왕문빈의 부인이 진실을 알게 되었고 우소희의 잘못이 드러났지.”“하지만 부인은 우선은 딸의 부상이 더 염려되어서 잠시 우소희 일은 따지지 않았던 거야. 그런데 뜻밖에도 우소희가 그 돈을 먹고 튈 줄은 몰랐지.”“게다가 그 돈으로 사기를 쳐 돈 많은 거물을 낚은 거야...”하현은 기가 차다는 듯한 얼굴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그렇게 된 거구나.”설은아는 그제야 모든 걸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어쩐지 우다금 모녀가 휘룡만 집을 산다며 뛰어다니더라니.”“우소희가 아주 눈먼 거물을 잘 속인 거였군!”하현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다만 안타깝게도 운이 조금 모자랐던 거야. 여기서 부인을 만났으니.”“집도 날아가고
”저는 왕 사장님이 주신 휘룡만 1호를 보러 왔습니다.”하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런데 휘룡만의 문턱이 이렇게 높은 줄은 몰랐습니다. 매니저가 다짜고짜 절 도둑놈으로 몰 줄은 상상도 못했거든요.”“왕 사장님이 저한테 뭐라고 해명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하현의 말을 듣고 왕문빈의 부인은 눈꺼풀이 펄쩍 뛰었다.그녀는 순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손을 휘둘러 남자 매니저의 얼굴을 때렸다.“퍽!”“개자식! 눈이 멀었군!”“하 대사님은 우리 왕 씨 가문 귀빈이야!”“그런데 도둑이라니?!”“네가 뭔데 함부로 그딴 소리를 해?!”“경찰에 신고를 한다고?”“감옥에 가둔다고?”“죽고 싶은 거야?”“꺼져! 당장 내 눈앞에서 꺼지라고!”“옳고 그름도 가리지 않고 다짜고짜 사람을 얕보는 당신 같은 직원은 필요없어!”왕문빈의 부인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하현이 누구인가?왕자혜의 생명을 구해 준 은인이다.주 씨 가문 귀빈이자 풍수의 대가, 무도의 고수였고 심지어 자신도 그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해야 했던 사람이었다.그런데 감히 매니저 따위가 하현을 건드려?살기가 싫은 건가?왕문빈의 부인은 가까스로 하현의 용서를 얻은 상태였다.하현이 자칫 기분이 언짢기라도 한다면 왕문빈이 자신을 내칠 수도 있었다.남자 매니저는 일그러진 얼굴을 가리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모님, 어떻게 저한테...”“촥!”왕문빈의 부인은 또 한 번 세차게 그의 얼굴을 때렸다.“꺼지라고!”“못 들었어?”“내가 다시 한 번 말해야 알겠어?”“내가 직접 널 끌어내야 속이 시원하겠어?!”남자 매니저는 얼굴을 가린 채 아무 반박도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혹시라도 반박했다간 어떤 지경이 될지 그도 모르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는 왕문빈의 부인이 어떤 스타일인지 익히 잘 알고 있었다.순간 장내는 찬물을 끼얹은 듯 고요해졌다.일이 이렇게 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하물며 하현이 정
”그가 훔쳤든 아니든, 내가 여기 있는 한 그는 훔친 겁니다!”“왕 사장님 머리가 어떻게 되셨더라도 절대 휘룡만 1호를 파실 분이 아닙니다!”“두 분이 솔직히 인정하는 게 좋을 겁니다. 제가 용서할 기회를 드리죠!”“그렇지 않으면 정말 경호원을 불러 경찰서로 데리고 가라고 할 거예요!”남자 매니저는 색기가 가득 흐르는 눈빛으로 설은아를 바라보았고 손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음흉한 속내를 슬쩍 비쳤다.설은아는 기겁하며 그의 손길을 피했다.그러자 남자 매니저는 더욱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여사님, 제가 여사님 얼굴을 봐서 특별히 두 분께는 기회를 드리겠습니다!”“안 그러면 두 분도 같이 경찰서 가서 조사를 받아야 할지 모릅니다. 쓸데없는 피해를 입을 수도 있고요.”“공범으로 몰려 죄를 피할 수 없을지도 몰라요!”남자 매니저가 이렇게 말하자 우소희는 순간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설은아, 우리 모두 피차 내막을 잘 아는 사람들이잖아?”“체면 때문에 일부러 하현한테 이런 뻔뻔한 일을 시킬 필요는 없는 거 아니야?”설은아는 그녀의 말에 기절할 뻔했다.“뭐라고?”이때 하현이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휘룡만 1호는 내가 산 게 아닌 건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주운 것도 아니에요.”“훔친 건 더더욱 아니고요.”“왜냐하면 왕 사장님이 저한테 주신 거니까요.”이 말을 들은 설은아는 약간 어리둥절해하며 믿기 어려워하는 표정을 지었다.“무슨 소리예요?”“무슨 농담을 그렇게 하냐고요?!”“왕 사장님이 당신을 어떻게 안다고 그래요?”“어떻게 천억짜리 집을 당신한테 주냐고요?!”남자 매니저는 하현의 말을 듣고 ‘피식’하고 냉소를 흘리며 얼굴 가득 혐오의 빛을 띠었다.“당신은 정말 날 바보로 아는군요!”예쁘장한 여자 영업사원들도 모두 경멸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나이도 많지 않은데 허풍이나 떨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 못마땅했던 것이다.우소희도 입을 삐죽거리며 시큰둥한
하현은 이 말을 듣고 망설임 없이 말했다.“이 집은 내가 산 것이 아닙니다...”“뭐라고요?”하현이 말을 끝맺기도 전에 남자 매니저가 눈에 한기를 가득 머금은 채 하현을 노려보았다.“이 카드키, 훔친 거죠?”이 말을 듣고 사람들은 눈이 동그래졌다가 의아한 표정으로 하현을 바라보았다.훔친 거라고?머리가 어떻게 된 건가?훔친 카드키를 들이밀며 자신이 이 집을 산 거라고? 돌았나?!방금까지 하현을 우러러보던 사람들의 눈빛은 갑자기 돌변했다.그들은 방금 하현을 그런 눈으로 본 자신들을 탓하며 3분 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까지 생겼다.설은아는 이 말을 듣고 얼굴빛이 살짝 변하며 약간 걱정스러운 듯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남자 매니저를 바라보았다.“방금 당신이 한 말, 꼭 책임져야 합니다.”“책임이라고요? 그 책임을 어떻게 지는지 제대로 알려드리죠!”남자 매니저는 손가락을 튕겨서 경호원 몇 명을 불렀다.“휘룡만 1호는 우리 휘룡만에서 가장 귀한 물건입니다!”“이 집은 외부에 판매된 적이 없었고 저당 잡힌 것도 없습니다!”“이곳은 왕문빈 사장님의 개인 별장입니다!”“카드키도 분명 왕 사장님 손에 있을 겁니다!”“그런데 그게 어떻게 외부인인 당신 손에 있단 말이죠?!”“설마 오다가 주웠다고는 말하지 마세요!”“오다 주운 게 휘룡만 1호 카드키라니요?!”“어서 말해 봐요! 이 카드키, 왕 사장님한테서 훔친 겁니까?”“솔직히 말하면 관대하게 처리해 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당장 관청에 신고해서 당신을 감옥에 처넣어 버리고 말 겁니다!”남자 매니저는 위엄 있는 얼굴로 속사포처럼 하현을 향해 퍼부었다.이로써 그는 자신이 꽤 성공한 사람처럼 느껴져 우쭐해졌다.데릴사위를 호통쳤을 뿐만 아니라 설은아 같은 미녀 앞에 꽤나 멋진 모습을 보일 수 있어서였다.가장 중요한 것은 왕문빈이 잃어버린 카드키를 되찾았다는 것이다.엄청난 공로임에 틀림없다!어쩌
휘룡만 1호?!그 가치가 천억이라고?하현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벼락을 맞은 듯 멍해졌다.방금까지도 싸움에서 이긴 수탉처럼 의기양양했던 우다금은 설은아가 손에 든 카드키를 보며 온몸이 굳어 버렸다.우소희는 자신의 뺨을 때리며 이것이 꿈이 아님을 확인한 뒤 설은아를 쳐다보았다.우소희의 눈빛에는 부러움과 질투로 이글이글 타올랐다.스스로 상류층 사람이라고 자부하는 오건우조차도 이 순간에는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천억짜리 선물이라고?그 무슨 말 같지도 않은 농담을!자신의 몸값을 다 쳐도 살 수 없는 액수였다!설은아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이게 휘룡만 1호라고?”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맞아. 휘룡만 1호.”“당신 주려고 준비했어. 결혼 3주년 기념 선물이야.”하현의 말을 듣고 주변에 있던 많은 분양사 직원과 손님들이 몰려들었다.모두들 귓속말로 서로 속삭이며 하현을 한껏 우러러보았다.다들 돈이 있는 사람들이었지만 저렇게 쉽게 천억을 들여 집을 산 사람은 처음 보았다.이것이 진정한 토호의 모습이 아닌가!하현을 얕잡아 보던 우소희는 순간 억지로 웃음을 쥐어짰다.“설은아, 하현이 어떤 사람인지 우린 모르지만 혹시 당신도 잘 모르는 거야?”“저 사람 혼자 힘으로 천억을 덥석 내놓는다고? 허! 그렇담 암퇘지도 나무에 올라갈 수 있겠군!”우다금도 옆에서 이를 갈며 거들었다.“맞아. 하현은 데릴사위야. 한 달 동안 네가 준 용돈으로 빌붙어 사는 사람이잖아?!”“그런데 어떻게 휘룡만 1호를 살 수 있단 말이야? 농담 좀 그만해! 정말 지겨워!”“분명히 인터넷에서 카드키 하나 사 가지고 너한테 준 걸 거야!”“우리 앞에 보여 주려고 말이야!”“설은아, 내가 사람 된 도리로 하나 가르쳐 줄게.”“사람이 아무리 허풍을 떨고 싶어도 체면까지 내팽개치면 안 되지.”우다금은 세상 물정에 해박한 어른인 양 하현을 꾸짖었다.“하현, 내가 꼭 당신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지만 사람이 이렇게
하현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오건우를 쳐다보았다.오건우는 왠지 얼굴이 화끈화끈거리며 통증마저 느껴지는 것 같았다.잠시 후 그는 이를 악물고 은행 카드를 테이블 위에 내놓았다.“살게요! 내가 사요!”“전액 현금으로!”“이걸로 하겠습니다!”오건우는 49호를 가리켰다.더 비싼 집은 도저히 그의 능력 밖이었다.특가 주택 정도는 그의 능력으로 어떻게 감당할 수 있었다.그러자 분양 직원은 함박미소를 띠며 말했다.“네, 그럼 수속 도와드리겠습니다.”일사천리로 구매 계약서가 준비되었고 서명하는 것으로 모든 것이 마무리되었다.“오건우, 당신 정말 대단해! 날 이렇게 사랑하다니!”우소희는 터져 나오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계약서를 들고 오건우의 얼굴을 감싸안으며 미친 듯이 웃었다.정말 사람 하나는 잘 골랐어!이렇게 비싼 집을 사 주다니!이게 웬 떡이야!오건우의 마음속에 그녀를 향한 사랑이 이렇게 크게 자리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하지만 오건우는 이 계약으로 거의 이백억을 탕진하게 되어 유동자금은 모두 없어져 버렸다.그는 화류계에서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려고 했는데 그 모든 희망이 사라졌다.하지만 우소희가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가졌으니 앞으로 인맥은 비길 데 없어 넓어질 것이다.우소희가 왕문빈의 딸을 구해 주었다니 인정상 왕문빈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 틀림없다.그것만으로도 우소희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자신이 우소희와 결혼하기만 한다면 우소희의 인맥이 곧 자신의 인맥이 된다.그렇게 되면 자신도 당당하게 왕문빈 앞에 얼굴을 내밀 수 있게 되고 날개를 달고 날아오를 일만 남게 된다.그 순간을 상상하니 지금 아무리 불쾌하고 떨떠름해도 오건우는 충분히 참을 수 있었다.잠시 생각에 빠져 있던 그의 얼굴 위에 이내 환한 미소가 번졌다.우다금 모녀는 기뻐 어쩔 줄을 몰랐다.원래 그녀는 이십억짜리 집이라도 사면 설 씨 집안에 충분히 체면이 서게 된다고 생각했었다.그런데 지금
”어머! 오건우, 200억이잖아?”우소희는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은 채 오건우에게 온몸을 기대어 애교를 부렸다.“당신 같은 부자한테 200억은 껌이잖아. 나 이 집 갖고 싶어!”우소희는 영리한 여자였다.오건우라는 황금거위를 이용해 거액의 집 한 채를 꿀꺽 삼키고 싶었던 것이다.어쨌든 그녀는 지금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겸비한 돈 많은 여자이지 않은가!그녀가 왕문빈 부부에게 체면이 깎인 일은 현재 병원 내부에서만 알고 있으며 온라인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여전히 여신격의 의사로 알고 있다.겉모습이 꽤나 예쁘장한 우소희는 왕문빈의 일억을 가지고 고급 장소에 출입하며 재벌 2세들의 관심을 끌었다.수많은 추파 속에 오건우를 선택한 우소희는 목적한 바를 이루기 위해 그를 단단히 붙잡아야 했다.그래야 평생 부귀영화를 누리며 살게 된다.오건우는 지금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가 새파랗게 변했다.그러나 그도 체면을 의식하며 깊은 숨을 들이마신 뒤 가식적인 모습으로 사진을 몇 번 찍어 누군가에게 보냈다.오건우의 입에서 ‘어우, 와’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우소희, 방금 우리 집 풍수지리사에게 특별히 물어봤어.”“그런데 이 집은 보기에는 위치도 좋아 보이고 멀끔해 보이지만 결함이 굉장히 많다고 해.”“바람길의 입구에 위치해 있어서 교살과 노살을 막고 있대.”“그러니까 말이야. 이 집은 다른 사람들의 재난을 막아주고 있는 형상이어서 들어가서 살게 되면 병들고 아플지도 모른대.”“우리 대사님 말씀에 따르는 게 좋을 것 같아. 이 집 말고 다른 집이 있는지 둘러보자.”“가격대가 다 이렇게 비슷비슷한가요?”오건우는 분양 직원에게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그 의미는 분명했다.더 저렴한 물건이 없냐는 뜻이었다.직원은 오건우의 눈짓에 웃으며 말했다.“손님, 이미 이 가격도 싼 거예요.”“이 집은 도로 입구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특가를 진행하는 거예요.”“48호 가격은 250억이에요. 그리고 다른 건...”
”됐어! 소희야, 다른 사람 상처에 소금 뿌리는 거 아니라고 했잖아!”“좋지 않은 행동이야!”이때 공작새처럼 차려입은 우다금이 나서서 원만하게 수습하려는 척 단아한 표정을 지었다.“하현이 단지 체면이 깎일까 봐 한번 해 본 소리일 뿐이야.”“우리야 이런 일이 많으니 스스로 감정을 통제할 수 있지만 저런 사람들이야 남하고 비교될까 봐 더 잘난 척하고 싶은 마음을 어떻게 통제할 수 있겠어?”“게다가 우린 지금 상류층 사람이야. 저런 데릴사위랑 실랑이를 할 필요가 뭐 있어?”“격 떨어져!”“그러니까 얼른 집이나 보자고. 빨리 수속 밟아야 하잖아?”“저런 사람과 실랑이를 하다가 좋은 집을 놓치면 우리만 손해지!”우다금은 빈정거리면서 분양 단지를 설명하는 쪽으로 시선을 돌려 흡족한 눈빛으로 대형 분양 단지들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스스로의 힘으로는 절대 이런 집을 살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예비 사위 오건우도 이런 큰집에 헛돈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그저 칠팔십 평짜리 방 세 개 정도 되는 집이라도 살 수 있다면 감지덕지일 것이다.“자, 설은아. 하현. 당신들은 먼저 돌아가.”“우리는 집을 산 후에 개인 모임이 있어서 식사도 해야 해.”“그곳은 너무 고급스러운 자리라 여러 명을 데리고 가긴 좀 안 맞거든. 함부로 데려갔다가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이 엄한 말이라도 하면 곤란하잖아, 안 그래?”하현은 무슨 말을 하려다가 설은아가 끌고 나오는 바람에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설은아는 돼먹지도 않은 우다금 모녀와 더는 화를 내며 상대할 이유가 없다고 느꼈다.아무런 의미없는 실랑이는 시간 낭비일 뿐이다.만약 최희정이 가라고 그녀를 등 떠밀지 않았더라면 아마 설은아는 죽어도 오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오건우는 설은아가 이렇게 떠나게 될까 봐 노심초사했다.자신의 부를 과시할 기회가 없어지기 때문이다.오건우는 헛기침을 하며 미소를 지었다.“우소희, 당신이 골라 봐. 마음에 드는 거 있는지 보자고.”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