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온다!”이때 원호는 순간 빙그레 웃으며 입을 열었다. 개인 클럽 입구에서 하현은 지금 뒷짐을 지고 냉담한 얼굴로 들어왔다. 심지어 그가 걸어왔을 때 말로 설명 못할 카리스마가 느껴졌다. 이런 느낌이 살짝 스쳐 지나가면서 그곳에 있던 소위 고위급 임원들은 약간 의문스러워했다. “류원호, 이 사람이 네가 말한 폐물이야?”어떤 임원이 조금 불확실한 듯 입을 열었다. 눈앞의 이 사람은 낯이 익었는데 딱히 어디서 만났는지 기억이 나진 않았다. 사실 그들은 당시 모두 작은 인물들이었고 하현을 직접 만나 볼 일은 분명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당시 몇몇 행사에서 작은 인물들이라도 멀리서 하현의 실루엣은 볼 수 있었기에 약간 그런 인상을 받을 수는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약간의 인상일 뿐이었다. “바로 이 사람이에요. 곧 여러분들이 보시게 될 겁니다.”원호는 빙그레 웃었다. 그런 뒤 그는 하현에게로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가며 말했다. “자, 자, 소개해드릴게요!”“이분이 하현 씨예요. 설씨 집안의 데릴사위고 설은아의 폐물 남편이요. 아마 다들 들어보셨을 거예요!”“나중에 천일그룹에 좋은 프로젝트나 업무가 있으면 잊지 말고 소개해 주세요! 저 류원호의 체면을 세워주는 셈 쳐주세요!”지금 원호의 말은 듣기에는 좋았지만 하현의 신분을 이렇게 밝혔으니 이게 어디 하현에게 인맥을 쌓으라는 뜻이겠는가? 하현을 데려다가 사람들 앞에서 비웃음거리로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곧이어 그곳에 있던 고위 임원들은 깔깔 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원호는 이 사람들이 비아냥거리며 웃는 모습을 못 본 듯 여전히 은근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자, 하현씨. 내가 소개해 줄게요.”“이분은 천일그룹의 인사담당, 이미래씨.” “이분은 천일그룹의 실무담당, 장서민씨.”“이분은……”원호가 하나 둘씩 소개를 하자 이 소위 고위 임원들은 하나같이 거만한 표정을 지었다. 분명 그들은 하현이 그들을 알 자
원호의 이 말을 듣고 이 임원들은 모두들 반응을 했다. 잠시 후 하나같이 배를 움켜쥐고 큰 소리로 깔깔거리며 웃었다. 허풍을 떠는 건 봤어도 이렇게 떠는 건 본적이 없었다. 이미래가 가장 먼저 웃으며 말했다.“너 하 세자가 어떤 인물인지 알아? 지금 강남의 1인자야!”“강남의 1인자 앞에서는 모두 깍듯이 대해야 해!”“그런 사람이 어떻게 데릴사위가 될 수 있겠어!”“어떻게 여기에 나타날 수 있겠냐!”“너 너무 웃기는 거 아니야?”장서민 역시 비웃는 얼굴로 말했다.“우리들은 당시 그 하씨 가문의 기업이었던 청진그룹에서 일했던 사람들이야. 나중에 하씨 대문호가 권력을 잡고 우리도 높은 자리에 올랐어. 그러니 지금 하 세자도 우리를 중시하지 않을 수가 없어!”“너는 우리 같이 견식 있고 경험 많은 고위층들이 너 같은 폐물에 속아 넘어 갈 거라고 생각했니?”“폐물이 어디서 감히 회장인 척을 해?”“우리 하 세자가 너무 조용해서 공개석상에 나타나지 않고 자신의 사진도 공개를 안 하기 때문에 너같이 뻔뻔한 사람들이 그분의 신분을 사칭하고 다니는 거야!”“이런 사람은 경찰서에 며칠 동안 갇혀 있어야 돼!”“경찰서에 던져 놓고 수사반장을 곤란하게 만들 건 또 뭐야? 아예 정신병원에 갖다 버리는 게 낫지!”이 말이 나오자 모두들 깔깔거리며 큰 소리로 웃었다. 장서민은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웃었다.“하현, 내가 정신병원 원장 한 사람을 알고 있으니 침대 하나 마련해 달라고 할게. 최저 할인도 보장해주지!”모두들 하현을 보고 빈정거렸다. 하현은 오히려 한숨을 쉬었다. 모두 자신의 잘못이었다. 인사 방면에서 빨리 결정을 하지 못해 이런 깡패들을 밖으로 튀어나오게 한 것이다. 이때 이미래가 갑자기 젓가락을 들고 하현의 턱을 짚으며 웃었다. “쯧쯧쯧, 이 데릴사위도 그럭저럭 반반하게 생겼네. 그러니 밥이라도 얻어먹고 사는 구나!”“이렇게 하자. 마침 나이 많은 부잣집 손님들이 몇 명 있는데 그녀들에겐 젊
원호는 손을 뻗어 하현의 어깨를 두드리며 미소를 지었다.“폐물, 너 이해했어?”“간단히 말하면 너뿐만 아니라 설은아와 설씨 집안의 모든 식구들의 운명이 우리 손에 달려 있다는 뜻이야!”“그래, 하현, 너는 고분고분하게 말을 들어야 돼. 우리가 원하는 대로 해!”“그렇지 않으면 이 순간부터 너와 설은아는 남원에서 설 자리가 없어!”장서민은 아주 오만 방자하게 웃었다. 그들은 오랫동안 이렇게 재미있는 장난감을 만나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은 그들이 압박을 가하도록 내버려 두거나 아니면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었다. 하현처럼 반항할 줄 아는 장난감은 너무 적어서 그들은 하나같이 매우 흥분하고 있었다. “그니까, 너희들이 지금 나를 협박하는 거야?”하현은 지금 정말 웃음이 나왔다. 원래 이런 작은 인물들은 정말 그에겐 안중에도 없었다. 이 사람들이 아무리 기회주의자라해도 그는 따질 생각이 없었다. 어쨌든 이런 사람들은 너무 많았다. 하지만 문제는 오늘 이 사람들이 무리를 지어 그에게 협박을 했다는 것이다. 하현도 어쩔 수 없었다. 바보는 많이 봤어도 이 정도로 바보인 사람들은 정말 처음 봤다. “우리는 너를 협박한 게 아니라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 지 알려준 것뿐이야!”“우리 말 한마디면 설씨네가 파산한다는 걸 알아야지. 설은아는 가진 게 없어.” “넌 이제 기둥서방 노릇도 못해!”이미래는 마치 자신이 다른 사람의 생사를 결정할 수 있는 왕 같은 진중한 표정을 지었다. “조건을 바꾸자. 나를 작고 하얀 얼굴로 바꾸는 건 불가능해.”하현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오히려 이 사람들이 무슨 수를 쓸 수 있는지 보고 싶어졌다.이미래가 한 걸음 앞으로 나가 하현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재미있네. 카리스마가 있으니 작고 하얀 얼굴은 못하시겠다 이거야?”“그럼 방법을 바꾸지 뭐. 네가 우리를 즐겁게 해줄 수만 있으면 우리가 설은아는 내버려둘게!”말을 마치고 미래는
하현의 이런 모습을 본 장서민은 성을 내며 소리를 질렀다.“폐물, 너 내 말 못 들었어?”“아니면 바보라서 사람 말을 못 알아 듣는 거야?”“장 부장, 됐어. 신발 밑창을 핥아 봐야 뭐가 시원하겠어. 차라리 무릎 꿇고 개처럼 짖으라고 하는 게 낫지!”미래는 이때 하하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더 없이 아름다운 입에서 온통 뱀과 전갈의 말들만 튀어나왔다.“하현, 내가 원호의 체면을 봐서 네가 무릎 꿇고 개처럼 짖기만 하면 내가 앞으로 절대 설은아와 설가를 건드리지 않겠다고 약속할게. 어때?”미래가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듣고 모두 눈이 번쩍 뜨였다. 이것은 하현에게 신발 밑창을 핥게 하는 것보다 훨씬 재미있었다. 지금 다들 핸드폰을 꺼내 동영상을 찍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빨리, 빨리 무릎 꿇어!”“아랫사람은 우리 앞에서 개처럼 짖는 걸 배우는 게 당연한 거야!”“우리가 원하지 않아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개가 되고 싶어하는데!”“하현, 너는 네 신분을 영광으로 생각해야 돼!”하현은 눈썹을 살짝 찡그렸다. 이 사람들의 역겨움의 정도는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역시 하민석이 키운 개답다. 하지만 이미래와 사람들이 보기에 하현의 표정은 고민하며 망설이는 것처럼 보였다. 이때 소위 임원들은 모두 폭소를 터뜨렸다.“무릎 꿇어! 너 설은아가 잘 살도록 해주고 싶지 않아!?”“이건 천 년에 한번 올까 말까 한 기회야! 네가 개처럼 짖기만 하면 앞으로 우리가 네 빽이 되 준다니까!”“하현, 현실을 직시하는 게 좋을 거야. 만약 류 부장이 너를 안 데리고 왔으면 너는 우리 앞에서 짖을 수 있는 자격도 없었을 거야!”미래는 더욱 독하게 술병 하나를 집어 들고 하현 앞에 내리치며 호통을 쳤다. “빨리 무릎 꿇어. 너 사람 말 못 알아 들어?”이 순간 미래는 너무 흥분했다. 그녀의 말로 표현 하자면 아주 흥미진진했다. 그녀가 보기에 하현이 저항을 하면 할수록 그를 발바닥으로 밟을 때 얻는 쾌
모두들 더할 나위 없이 통쾌해했고, 원호를 아주 마음에 들어 하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원호는 정말 잘 놀 줄 안다. 앞날이 창창하다!곧 이 사람들은 어깨동무를 하고 밖으로 나갔다. 룸 안에는 원호만 남았고, 하현을 내려다보는 그의 눈동자는 거만한 빛이 역력했다. 하현은 눈앞의 이 광경을 보고 고개를 들어 원호를 쳐다보았지만 표정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한 무리의 사람들을 데리고 와서 나를 모욕하는 것이 오늘 밤 너의 목적이었어?”원호는 담배에 불을 붙이고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당연히 아니지, 너를 모욕해 봤자 무슨 소용이야?”“그냥 실제 행동으로 말했을 뿐이야. 너는 폐물이고 설은아랑 전혀 어울리지 않는 다고!”“너의 존재는 설은아에게 아무런 도움이 안 될 뿐 아니라 해가 될 수 있어!”“그래서 말인데, 하현. 내가 기회를 줄게!”“너 설은아랑 이혼하고 남원을 떠나서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가서 새로운 삶을 시작해.”말을 하면서 원호는 카드 한 장을 꺼내 하현의 얼굴에 내던졌다. “여기 2억이야. 내가 친척인 걸 생각해서 너에게 베푸는 마지막 자비야!”“만약 내가 싫다면?”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싫다고?”원호는 실소를 터뜨렸다.“방금 너 몇 분 봤잖아!”“그분들이 지금은 천일그룹의 고위 임원이 아니지만 특별한 일이 없으면 3일 후에는 그렇게 될 거야!”“천일그룹이 하씨 가문의 자산을 다 통합한 이후에는 가장 강력한 회사로 거듭날 거야.”“몇 몇 일류 가문들이 겨우 맞서는 것 말고는 나머지 사람들은 전부 천일그룹 앞에 엎드릴 수밖에 없어!”“이 분들의 오늘 이후의 신분이 짐작이 가? 심지어 내 윗사람이 될 거야!”“너는 그 분들의 장난감이나 개로 기꺼이 받아 들이는 수밖에 없어!”“그렇지 않으면 네가 천일그룹의 고위 임원들에게 미움을 사는 거 말고 무슨 좋은 결말이 있겠어?”“그렇지 않으면 너는 너뿐만 아니라 설은아도 해치게 하는 거야!”“너는 그렇다 쳐도 설은아는
“대장님, 이 사람들은 반드시 죽여야 합니다!”이곳에 온 사람은 우윤식이었다. 이 개인 클럽 역시 그의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일어난 일의 모든 과정을 알았지만 하현의 명령이 없었기에 감히 들어갈 수 없었다. “아니야, 내가 오늘 밤 남원에 가서 슬기한테 인사조정하라고 메시지 보낼 거야. 네가 가서 슬기를 좀 도와줘.”하현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그는 원래 이렇게 빨리 일을 처리 하려고 하지는 않았었다. 그룹 자산을 통합하고 나서야 진행하려고 했던 일들이었다. 그런데 오늘 밤 발생한 일이 그의 발걸음을 재촉했다.“네!”우윤식은 감히 명을 어길 수 없었다. 하현은 항상 한결같았다. 하현의 명령에 대해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전방위적인 집행뿐이었다. ……하현이 모욕을 받고 있던 그때. 남원, 설씨네. 이때 설씨 집안은 불을 환하게 밝히고 있었다. 많은 남원의 2, 3류 가족들과 기업의 고위층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다른 이유는 없었다. 오늘 남원 상류층 사이에 하나의 소문이 퍼졌기 때문이다. 천일그룹의 하 세자가 자산 통합식에서 그의 여인에게 청혼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의 여인은 설씨 집안 사람이었다!하 세자! 강남에서 모르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어디 모를 수가 있는가?권세는 하늘에까지 차고 넘치고, 재산은 나라도 맞설 정도였다! 강남의 진정한 1인자!설가 집안의 딸을 뜻밖에도 하 세자에게 시집을 보낼 수 있다니? 이건 나뭇가지로 날아 올라 봉황이 될 운명이다! 관계를 맺으러 온 소위 상류층 사람들은 하나같이 약간의 부러움과 질투심을 가지고 있었다. 만약 그들 집안의 딸이 하 세자와 결혼을 했다면 그들의 신분은 분명 하늘 높이 치솟았을 것이다. 설씨 어르신은 철 왕좌에 앉아 아래 사람들을 보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지연아, 우리 설씨 집안은 남원에서 자리를 잡은 셈이다!”“3일 뒤에 네가 하 세자와 결혼을 하면 우리 설씨 집안은 곧 일류 가문이 될 거야!
설은아는 입구에서 계속 하현을 기다리고 있다가 그가 돌아오는 것을 보고 안쓰러운 표정으로 재빨리 수건 한 장을 건넸다. 원호가 방금 하현이 모욕당하는 동영상을 최씨 가족 단톡방에 올렸다. 최가 사람들은 지금 좋아요를 누르느라 바빴다. 최가 할머니는 원호를 칭찬했고 그가 특별히 일을 잘 한다고 생각 했다. 은아는 제일 먼저 원호에게 이 동영상을 지워달라고 했지만 결국 최가 사람들에게 욕만 얻어 먹었다. 이 쓸모없는 남자가 최가의 체면을 구겼다고 하면서 만약 설은아를 최가의 외손녀로 삼으려면 이 쓰레기 같은 남자는 집 밖으로 쓸어버려야 한다고 했다. 소위 집안 식구들이라고 하는 사람들의 이런 태도를 보고 은아는 분노했다.왜냐하면 이번엔 두 가정이 처음부터 한 마음이었다는 것을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하나는 하현을 쓸어버리려고 했고, 또 다른 하나는 하현이 스스로 알아서 나가게 만들려고 했다. “하현, 나 다 알고 있어. 네가 나를 위해 모욕을 달게 받았다는 거!”“원호가 불순한 목적으로 판을 깔았으니 그들을 이렇게 내버려 둘 수는 없어!”은아는 초조하면서도 자책하는 표정이었다. 하현은 머리를 쓰다듬으며 웃으며 말했다.“여보, 걱정 마. 난 괜찮아.”“거기다 이 사람들은 천일그룹의 자칭 고위 임원들일 뿐이야. 결과는 3일 뒤에나 알 수 있어!”“그때 내가 반드시 그 현장에 갈 거야. 내가 보는 앞에서 그 사람들이 어떻게 임원이 될 수 있을지는 그때 가서 봐야지!”은아는 하현이 현장에 가서 이 사람들의 추악한 행동들을 폭로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하현, 팔로는 허벅지를 비틀 수 없어. 거기는 사람들이 많아서 수적으로 밀려서 네가 가서 무슨 말을 한다 한들 소용이 없을 거야.” “우리 같이 가서 보자. 어쨌든 그때 가서 보면 재미있을 거야.” 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내가 같이 가줄게!”은아는 원래 자신은 통합식에 갈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지금 하현이
지연이 눈을 가늘게 뜨고 은아를 쳐다보며 얼굴에 미소를 띠고 말했다. “은아야, 마침 잘 왔어. 자, 내가 너희 가족들을 위해서 드레스를 준비했는데 맞는 지 한번 입어볼래?”말을 하는 동안 한 하인이 옷걸이를 내밀었다. 은아와 재석, 희정은 무의식적으로 쳐다보았다. 곧 얼굴색이 비할 데 없이 안 좋아졌다. 이 옷들은 확실히 드레스였지만 집사와 하녀가 입는 그런 종류의 옷이었다. 이때 설지연이 뜻밖에도 하인들이 입는 드레스를 설은아 일가에게 꺼내주었다. 이게 무슨 짓인가?은아의 안색이 바뀐 것을 보고 지연이 담담하게 말했다.“은아야, 내가 듣기로 남원에서는 대 가문이 밖에 나갈 때는 전용 하인들을 몇 명 데리고 다닌다고 하더라고. 그렇지 않으면 가문의 체면이 구겨진대!”“우리 설씨 집안이 오늘부터 시작해서 반은 일류 가문 문지방에 들어선 셈이잖아.”“그래서 꼼꼼히 좀 살펴야 할게 있어!”“우리 집안 하인들 수준이 너무 낮아서 무대에 오를 수가 없잖아. 그래서 너희 가족들을 귀찮게 할 수밖에 없었어!”설지연이 말하는 논리는 당연했다. 은아가 입을 열기도 전에 희정은 이미 화가 나서 온몸을 떨었다.“설지연, 우리는 어쨌든 네 손 윗사람이야. 근데 네가 우리를 네 약혼식에서 하인으로 쓰겠다는 거야?”“허, 이게 내 약혼식이라는 건 알고 있었어? 넌 오늘이 지나면 내가 하 세자의 부인이 된다는 걸 알아야 돼. 강남 1인자의 부인이라고!”“앞으로 나는 설씨 집안의 가장 큰 빽이 될 거야. 너네 집은 고사하고 할아버지라고 해도 내가 시키는 대로 해야 돼!”지연의 날뛰는 말에 설씨 어르신은 비록 조금 언짢았지만 빙그레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래, 앞으로 우리 설씨 집안은 지연이가 말하는 대로 될 거야!”“재석아, 며느리 관리 잘 해라. 빨리 가서 옷 갈아 입혀. 이제 곧 차량들이 마중 올 거야!”재석은 비록 평소에 패기가 없고 무기력하긴 했지만 오늘 만약 그들 일가가 정말 이 하인들이 입는 드레스를 입
”퍽!”여수혁은 무맹 사람이고 남양 무맹의 맹주에게서 수련을 받았으며 그의 아버지는 페낭 무맹 맹주였다.뼈대 있는 집안 자손이었고 천부적인 재능을 겸비했다.그래서 그가 하현과의 거리가 좁힌 지금 한 번에 몸을 날리자 무서운 기세가 펼쳐졌다.방금 양유훤 앞에서 얼마나 많은 수모를 당했던가!여수혁은 하현에게 자신의 모든 역량을 쏟아부을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그의 계산대로라면 지금 이 주먹으로 하현을 죽이지는 못하더라도 온몸이 으스러지도록 만들 수는 있을 것이다.“대하 촌놈! 죽어!”여수혁은 섬뜩한 미소로 쏜살같이 덤벼들었다.이런 벼락같은 기세라면 소 한 마리도 때려죽일 수 있을 것 같았다.이 광경을 보고 여음채와 부일민은 눈이 번쩍 뜨였다.여수혁의 대담한 기세에 깜짝 놀란 것이다.“양유훤, 봤지?!”“이게 당신이 선택해야 할 남자의 모습이야! 이 정도는 되어야 양 씨 가문 데릴사위가 되지!”“입으로만 떠드는 남자가 무슨 소용있어?”“여수혁 같은 고수를 만나면 바로 무릎을 꿇을 거야!”부일민과 예쁘장한 간호사들은 모두 비아냥거리는 기색을 띠며 하현을 주제넘은 사람이라고 비꼬았다.주변 구경꾼들도 하나같이 고개를 내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왜 여수혁을 감히 도발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이 모든 게 자업자득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장내에 오직 양유훤과 하구봉만이 전혀 개의치 않는 얼굴이었다.그들은 모두 하현의 실력을 본 적이 있었다.만약 여수혁 같은 사람 한 명도 수습하지 못한다면 지금까지 하현은 헛수고를 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퍽퍽퍽퍽!”여수형은 순식간에 피투성이가 된 채 바닥에 널브러져 온몸을 덜덜 떨며 비명을 질렀다.동시에 하현은 그의 두 손을 짓밟아 부러뜨렸다.“이럴 수가?!”여음채와 부일민은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이루 말할 수 없는 충격이었다.여수혁 주변에 있던 화려한 옷차림의 남녀들, 그리고 소위 고수라 불리는 사람들도 지금은 눈가
그러자 여수혁의 옆에 있던 여음채가 얼굴을 가리고 노기를 띠며 말했다.“하 씨! 당신 뭐가 좋은지 나쁜지 몰라?”“양유훤의 체면을 봐서라도 당신과 더 이상 따지지 않고 살길을 마련해 준 거라고!”“좋게 끝났을 때 그만해야 한다는 것도 몰라? 나중에 얼굴이 찢겨 봐야 아는 거야?”여음채의 마음속에는 불쾌함으로 가득 차올랐다.하현은 계속 자신의 뺨을 때렸을 뿐만 아니라 이빨이 부러지도록 만신창이를 만들었기 때문이다.콧대 높은 여음채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다.그래서 하현이 도발하며 여수혁을 추궁하는 것을 보고 여음채는 도저히 화를 억누를 수 없었던 것이다.그녀가 특히 못마땅하게 여기는 남자가 여자의 치마폭에 싸여 쉽게 살려는 자들이다.양유훤을 믿고 호랑이처럼 위세를 부릴 뿐만 아니라 아주 기세가 하늘을 찌르는 모습이라니!여음채의 상식으로 어떻게 하현 같은 사람을 여수혁과 동급으로 비교할 수 있겠는가?운이 좋아서 양유훤의 치마폭에 싸였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하현은 벌써 수십 번은 죽었을 것이다.“좋은 게 좋은 거라고?”하현은 웃는 듯 마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잘난 척 기고만장한 여음채의 말에 할 말을 잃은 모습이었다.여음채는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그렇지 않아? 똑똑히 들어. 양 씨 가문의 호가호위만 믿고 설치는 짓, 그만하는 게 좋을 거야!”“당신이 정말로 양유훤의 남자인 줄 알아? 당신이 양 씨 가문 데릴사위라도 된 줄 알아?”“당신이 정말로 양 씨 가문 데릴사위라고 해도 여자 치마폭에 싸인 남자가 얼마나 대단하겠어?”여음채는 엄청 호의를 베풀 듯이 호기롭게 훈계를 했다.“당신이 어떤 속셈이 있고 무슨 실력이 있든 뭐 얼마나 대단하겠어?”하현은 여음채가 하는 말을 더는 듣기 귀찮아서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자, 닥쳐! 쓸데없는 소린 그만해!”“재잘재잘 너무 시끄럽군!”“뭐?!”여음채는 갑자기 누군가가 자신의 입에 차가운 재갈을 물리는 것 같은 수치스러움
남양 무맹 사람들이 나섰음에도 양유훤은 전혀 체면을 세워 주지 않자 여수혁의 안색이 일그러졌다.그는 자신이 오늘 하현을 건드릴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하 씨, 오늘은 내가 운이 나빴군. 하지만 아직 기회는 많아!”“능력이 있으면 어디 이 여자가 영원히 당신을 비호하도록 만들어 봐!”“이 여자가 당신을 얼마나 지켜줄 수 있는지 얼마나 당신을 먹여 살릴 수 있는지 지켜보겠어!”그는 하현을 노려보다 냉소를 흘리며 돌아섰다.여음채도 한껏 비아냥거리는 표정을 지었다.외지인 남자가 여자한테 기대서 큰소리치는 꼴이라니!세상은 좁아서 언제든 어디서든 다시 만날 수 있는 법이다.이 남자가 괴로워할 때가 분명 올 것이다!“거기 서!”바로 그때 침묵하고 있던 하현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순간 하현의 몸에서 보이지 않는 아우라가 강하게 감돌았다.비록 양유훤이 나서서 자신을 비호하도록 가만히 놔두는 것이 가장 쉽고 편한 방법이긴 했지만 하현은 지금의 상황을 지켜보면서 현재 양유훤의 처지를 거의 파악했기 때문에 모든 책임을 양유훤의 어깨에 올려놓을 수 없었다.하현이 한 걸음 내디디며 앞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고 주변 사람들은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의사들과 간호사들은 모두 놀란 얼굴로 하현의 행동을 지켜보았다.그들은 하현이 머리가 어떻게 된 게 아닌가 의심하기까지 했다.여수혁 같은 거물이 그를 벌하려는 걸 양유훤이 겨우 구해줬는데 뭘 또 바란단 말인가?죽고 싶어서 환장했나?여수혁은 발걸음을 뚝 멈추고 눈살을 찌푸리며 하현을 쳐다보았다.“오늘은 운이 나쁜 걸로 친다고 했는데 뭘 또 바라는 거야?”하현은 뒷짐을 지고 천천히 앞으로 나서며 담담하게 말했다.“당신은 정말 이렇게 끝날 거라고 생각했어?”“돈을 받고도 아무것도 치료하지 않았어. 그리고 당신은 권세로 사람들을 자꾸만 괴롭히려고 해.”“날 잡아서 감옥에 가두고 내 다리를 부러뜨리고 무릎을 꿇게 만들려고 했어.”“이 모든 것에 적
여수혁은 체면을 완전히 구겼다고 느끼며 이를 갈았다.“양유훤, 당신 생각 잘 해야 할 거야. 아직 당신 할아버지는 몸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어.”“양 씨 가문 큰집이 아직 불안정한 위치에 있다구!”“게다가 당신이 아직도 양 씨 가문에서 큰소리칠 수 있는 것은 큰집을 따르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야. 그래서 양 씨 가문에서도 함부로 당신에게 칼을 들이댈 수 없는 거지. 단지 그뿐이야.”“만약 당신이 오늘 한 말이 전해진다면 그 많은 지지자들은 다 사라질 거야!”“양 씨 가문에 무슨 권세가 있겠어?”“언제까지 그렇게 기고만장할 수 있을 것 같아?”“당신이 이 남자를 지킬 수 있다고 확신해?”여수혁은 분노하며 퍼부었다.그의 저력이 여전히 꽤 굳건하다는 걸 보여주었다.그는 양유훤이 한 남자를 위해 양 씨 가문을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는 중요한 상황을 포기할 것이라고는 믿지 않았다.그를 두려워하느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였다.“난 지금도 그런 말을 할 수 있고 내일도 할 수 있어. 언제든지 할 수 있다구!”양유훤이 차갑게 내뱉었다.“양 씨 가문 사람들이 여기 나타난다고 해도 난 모두에게 알릴 수 있어!”“하현은 내 남자야. 페낭에서 누가 그를 건드리고 싶어도 내 시체를 밟고 지나가지 않는 한 절대 안 돼!”“당신...”여수혁은 화가 나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질투의 화신이 온몸을 점령한 듯 이를 부득부득 갈며 입을 열었다.“하현은 대하 사람이잖아? 그런데 언제 당신 눈에 든 거야?”“아무리 시집을 가고 싶어도 좀 쓸 만한 방패막이를 찾아!”“이런 쓸모없는 놈을 구하다니! 우리가 그 말을 믿을 것 같아?”“퍽!”양유훤은 손바닥을 후려쳤다.“하현을 모욕하는 것은 날 모욕하는 것과 같아!”여음채는 더 이상 가만히 보고 있을 수 없어서 한 발 앞으로 나서며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양유훤, 당신이 왜 이 남자를 이렇게 비호하는지 모르겠지만!”“이 남자
내 남자?짧은 이 한 마디에 여수혁은 천둥소리를 들은 듯 귀가 먹먹해졌다.양유훤의 신분은 말할 수 없이 높다!지금 양 씨 가문이 예전 같지 않다고 해도 말라죽은 낙타가 말보다 큰 법이다.양유훤은 양 씨 집안의 실세로서 배후에는 양제명이 그녀의 뒤를 받치고 있었다.그녀의 남자라.그것은 어마어마한 권력을 상징한다.적어도 지금 페낭에서는 이 씨 가문과 원 씨 가문 외에 양 씨 가문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양유훤이 비호하는 하현을 밟을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여수혁이 페낭 무맹의 부맹주 아들이라는 아주 비범한 신분을 가졌다고 해도 양유훤이 하현을 비호하고 나선다면 그로서도 절대 어쩔 수 없었다.양 씨 가문이 정말로 무너지고 페낭의 몇몇 세력에 의해 완전히 소멸되지 않는 한 지금 이 시점에서 양유훤의 권세는 여전할 것이다.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여수혁이 줄곧 양유훤에게 관심을 가졌고 그녀를 자신의 여자로 삼고 싶어 했다는 것이다.그런데 지금 양유훤의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듣고 여수혁은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올랐다.“양유훤!”여수혁이 무겁게 입을 열고 한 걸음 앞으로 내디뎠다.“이 녀석의 정체는 당신도 나도 잘 알고 있어!”“그를 비호하기 위해 굳이 당신의 남자라고 말을 하다니! 그 결과가 어떤 것일지 생각이나 해 봤어?”“그리고 당신도 당신의 신분을 잘 알고 있겠지만 그를 당신의 남자라고 선언하는 순간 당신은 그를 끝없는 위험에 빠뜨리게 된 거야.”“그런데도 당신 계속할 거야?”“그래, 내 결정은 바뀌지 않아.”양유훤이 단호하게 말했다.“하현은 내 남자야. 나 양유훤의 입에서 나온 말이니 틀림없는 사실이야!”“누군가가 그를 건드리려면 내 시체부터 밟고 지나가야 할 거야!”“여수혁, 당신이 해 볼 테야?”여수혁은 어둡게 가라앉은 얼굴로 나지막이 말했다.“양유훤, 내가 당신한테 약간의 호감을 가지고 있다고 함부로 행동하지 마!”“당신은 절대 이 남자를 지킬 수 없어!”“퍽!
하현은 싱긋 웃으며 여수혁을 위아래로 훑어본 뒤 말했다.“만약 내가 거절한다면?”“내 호의를 거절한다고?”여수혁은 쥐를 쫓으며 희롱하는 고양이의 눈빛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분명 하현이 거절하길 바라는 눈치였다.“미안하지만 양유훤의 체면을 더는 봐줄 수 없을 것 같은데.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당신을 놓아주긴 어렵지 않을까?”“그렇다면 내 체면이 뭐가 되겠어?”여음채는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언짢은 듯 표정을 일그러뜨렸다.여수혁 앞에서도 여전히 센 척하는 거야?죽음이 코앞에 닥쳤는데도 여전히 시치미를 뗀다 이거지?여수혁은 이미 만반의 준비를 해 놓은 상태인데 당신은 아직도 사태 파악도 못하고 허세를 부린다고?설마 자꾸 이런 식으로 나온다면 절대 좋게 끝나지 않을 거라는 걸 모르진 않겠지?잠시 후 여수혁이 손을 흔들자 군중 뒤에서 무도복을 입은 남녀 수십 명이 걸어 나왔다.그들은 허리춤에 차고 있는 검을 꺼내며 기세등등하게 칼날을 번쩍거렸다.칼날이 빛을 받고 위용을 드러내자 여음채와 부일민은 점점 조롱과 멸시에 가득 찬 미소가 얼굴 가득 번졌다.여수혁은 마치 자신이 천왕 노자라도 된 것처럼 차가운 얼굴로 손을 흔들며 말했다.“두 다리를 부러뜨리고 무릎을 꿇고 사과하게 만들어!”“감히 반항한다면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네 명의 무맹 제자들이 앞으로 나와 하현의 이마에 장검을 들이대었다.어떤 사람은 야구 방망이를 꺼내 당장이라도 하현의 다리를 부러뜨릴 듯한 자세를 취했다.이 모습을 보자마자 하구봉은 매서운 눈빛을 드러내며 당장이라도 공격하려고 했다.하지만 하현은 손을 내저으며 그를 만류했다.그와 하구봉은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었다.하지만 강옥연과 원가령 두 사람이 이 일에 엮이면 정말로 발을 빼기 힘들어진다.이것은 하현이 원하는 일이 절대 아니다.“내가 궁금해서 그러는데 말이야.”하현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빗발치는 칼날을 무시하고 무덤덤하게 입을 열었다.“당신은 양
”여수혁?”하현은 여음채를 쳐다보며 차가운 미소를 띠었다.“그가 이 병원 대주주인 동시에 당신의 뒷배라고?”“그래! 알고 나니 이제야 겁이 나?”“무서운 줄 알면 이제 무릎 꿇고 내 신발 밑창을 핥아!”“그리고 다리를 부러뜨리고 이십억을 배상해! 그러면 여수혁도 당신한테 살길을 열어줄지도 모르지!”“그렇지 않으면 당신 오늘 재수 없을 줄 알아!”여음채는 경멸하는 기색을 한껏 드러내었다.하현이 남양 무맹과 여수혁이라는 단어 앞에서는 전혀 별 볼 일 없는 존재라고 여겼던 것이 분명했다.강옥연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하현에게 말했다.“하현, 여수혁은 남양 무맹주가 총애하는 제자야. 그리고 그의 아버지는 페낭 무맹의 부문주라서 건드리기가 쉽지 않아.”하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괜찮아. 어릿광대일 뿐이야.”“뭐? 어릿광대?”하현의 말에 여음채는 ‘피식'하고 웃음을 터뜨렸다.“누가 당신한테 그런 용기를 줬는지 모르겠군! 흥!”“우리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이 사람은 페낭 무맹의 부맹주 아들이야!”“이 사람은 페낭 무맹 장로가 아주 아끼는 제자라구!”“게다가 남양 무맹이 페낭 무맹에 파견한 제자라고!”“우리 같은 사람들은 어딜 가나 거칠 것이 없는 사람들이야. 그뿐만 아니라 실력도 비할 데 없어!”화려한 옷차림의 남녀 예닐곱 명이 걸어와 소리치며 하현을 향해 멸시하는 눈빛을 보이며 비아냥거렸다.“야, 너 오늘 큰일 났어! 아주 재수 옴 붙은 날이라고! 우리가 당신 목숨뿐만 아니라 가죽까지 싹 벗겨버릴 거거든! 하하하!”이 사람들은 하현이 무슨 도마 위에 올려진 생선처럼 여기는 것 같았다.원하는 대로 칼질을 해도 된다고 생각했는지 험한 말을 마구 내뱉었다.예쁘장하게 생긴 여자들은 더욱 경멸하는 눈초리로 하현을 노려보았다.하현 같은 외지인이 감히 그들 같은 거물들한테 입을 놀리다니 정말 주제도 모르고 날뛰는 망나니가 따로 없다고 생각했다.하현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이 광경을 보고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깜짝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외지인 관광객 주제에 너무 오만하고 포악하지 않는가?진 반장이 이미 잘못을 인정하고 물러나려는데 여전히 권세를 믿고 남을 괴롭히려고 하다니, 이건 지나친 행동이 아닐 수 없었다.진 반장은 얼굴을 가리고 일어나 하현의 의기양양한 얼굴을 잠시 뚫어져라 쳐다보았다.도대체 이놈의 정체가 뭔지 알 길이 없어 진 반장은 순간 분노했지만 애써 마른침을 삼키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젊은이, 당신 너무 심한 거 아니야?”“퍽!”하현은 손바닥을 휘둘러 또다시 뺨을 때리며 냉담하게 말했다.“그렇게 대단하게 나한테 큰소리쳤다는 건 잘못을 하면 그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도리도 잘 안다는 뜻 아니셨나?”“이렇게 간단한 이치도 몰라?”진 반장은 주먹을 불끈 쥐고 이를 갈았다.생각 같아서는 하현을 죽이고 싶었지만 결국 그는 소리 없이 탄식할 수밖에 없었다.“미안해! 잘못했어!”그는 하현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하구봉이 전화를 건 정종화 총경이 두려운 것이 분명했다.감히 이런 상황에서 어찌 그가 하현을 상대로 싸울 수 있겠는가?상대방의 사과를 들은 후에야 하현은 앞으로 나와 그의 오른쪽 얼굴을 툭툭 건드리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꺼져!”진 반장은 그의 무리들을 데리고 쏜살같이 꽁무니를 뺐다.그리고 이 광경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그야말로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은 하현이 진 반장을 내쫓을 만큼 강력한 힘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진 반장 일행이 꽁무니를 빼게 했을 뿐만 아니라 진 반장의 얼굴까지 때렸다.“내가 당신을 얕잡아 본 것 같군. 당신이 이렇게 큰 뒷배를 뒀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어.”진 반장이 황급히 도망치는 모습을 보고 여음채는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면서 냉소를 흘렸다.“그렇지만 똑똑히 들어. 당신 뒤에 얼마나 큰 거물이 있든 간에!”“페낭 병원의 뒷배가 훨씬 강할 거야!”“날 건드려?! 흥! 두고 봐! 당신은 죽
선두에 선 남자를 보자 여음채는 안색이 환해졌다.그리고 나서 얼른 다정하게 남자의 팔짱을 끼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진 반장님, 마침 잘 오셨어요. 바로 저 자식이에요. 저 자식은 우리가 의료 윤리를 중시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람을 때린다고 호도하고 있어요.”“게다가 내 아랫배까지 걷어찼다구요!”“저놈을 반드시 감옥에 가둬 주세요. 그 안에서 제대로 반성할 수 있게요.”여음채는 하현을 가리키며 기세등등한 표정을 지었다.부일민 일행도 모두 큰소리로 맞장구를 치며 하현이 억지를 부린다고 한마디씩 보탰다.“뭐? 감히 병원에서 원장님을 때려요?”“대낮에 그런 짓을 한단 말이에요?”“법도 뭣도 없답니까?”진 형사는 하현의 얼굴을 주시했고 곧바로 그가 남양인이 아니란 걸 눈치챘다.그러자 얼굴이 싸늘하게 바뀌며 비아냥거렸다.“이봐, 어서 저놈을 데려가! 모질게 심문해! 지독하게 조사해!”“감히 반항한다면 그 자리에서 바로 법으로 다스려!”하현은 희미한 미소를 떠올리며 눈을 가늘게 뜨고 진 형사를 쳐다보았다.“당신은 어쨌든 형사반 반장이면 경찰서를 대표해서 일을 해야죠. 무슨 일이 생겼으면 제대로 조사를 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일을 어떻게 하든 당신 같은 사람이 날 가르칠 건 아니지!”“당신이 먼저 사람을 치고 법을 어겼어. 그러니 법 집행자로서 당신을 연행하는 건 당연한 거야!”“물론 당신도 저항하는 길을 택할 수 있어!”“하지만 저항한 결과는 내가 당신을 한 방에 죽이는 거야!”진 반장은 언성을 높였고 눈을 부릅뜨고 하현의 얼굴을 툭툭 건드리려고 손을 내밀었다.하현은 손을 들어 진 반장의 오른손을 막은 뒤 담담하게 하구봉을 쳐다보며 말했다.“전화 걸어.”하구봉은 어리둥절해하다가 곧바로 하현이 말하는 뜻을 알아차리고 얼른 핸드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전화기 건너편에 냉랭한 목소리가 전해오자 하구봉은 핸드폰을 진 반장에게 건네주었다.“당신의 직속 상사가 전화를 받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