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된 거야?”은아는 원호가 어떻게 갑자기 하현을 초대한 건지 의문스러웠다.“나 가서 천일그룹 사람들 좀 만나게 해줘. 가서 사람들 좀 보고 올게. 아마 앞으로 네 일에 도움이 될 지도 모르잖아.”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그럼 일찍 갔다가 일찍 돌아와.”은아는 조금 걱정이 되긴 했지만 하현이 인맥을 쌓으러 간다고 하니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30분 후.송월만 백사장에 있는 한 개인 클럽. 지금 십여 명의 소위 천일그룹의 고위 임원들이 모여 있었다. 이 사람들 중 적지 않은 사람들이 전에 하씨 가문 산하 그룹의 부장들이었다. 당시 하현이 청진그룹을 만들었을 때 이 사람들은 그 그룹에서 일을 했었다. 후에 하씨 가문의 내분으로 하현에 대한 충성심이 사라져 버렸다. 하지만 이 사람들은 떠나지 않고 제일 먼저 하민석과 사람들에게 기대어 자신이 알고 있는 자료들을 가장 먼저 갖다 바쳤다. 하민석이 하현이 만든 청진그룹을 순조롭게 인수할 수 있도록 도왔다. 하씨 가문의 자산이 하현의 손으로 다시 돌아온 후 이 무리들은 또 짧은 시간 안에 천일그룹에 빌붙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슬기에게 무릎을 꿇고 용서를 구한 이유는 자신의 이전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였다. 쉽게 말해 이들은 기회주의자들이었다. 하현이 아직 임명하지 않았기에 이 사람들의 이전의 직위는 아직 비어 있었다.이 사람들은 3일 뒤에도 그 고위직 자리를 자신들이 여전히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 착각하고 있었다. 하씨 가문과 하 세자가 싸우든 말든 무슨 상관인가?맨 마지막에 자기 자리만 적당히 잘 차지하면 되는 거 아닌가?하지만 이 사람들은 당시 하현의 심복이 아니었기에 당연히 그의 신분을 알지 못했다. “류 부장님, 오늘 이렇게 판을 깔아 주셨는데 정말 이렇게 놀아도 되는 겁니까?”“요즘 다들 긴장을 하고 있어서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해요!”“그래도 놀 땐 놀아야지. 사고만 치지 마. 너도 알잖아. 지금 정말 중요한 순간이
“사람이 온다!”이때 원호는 순간 빙그레 웃으며 입을 열었다. 개인 클럽 입구에서 하현은 지금 뒷짐을 지고 냉담한 얼굴로 들어왔다. 심지어 그가 걸어왔을 때 말로 설명 못할 카리스마가 느껴졌다. 이런 느낌이 살짝 스쳐 지나가면서 그곳에 있던 소위 고위급 임원들은 약간 의문스러워했다. “류원호, 이 사람이 네가 말한 폐물이야?”어떤 임원이 조금 불확실한 듯 입을 열었다. 눈앞의 이 사람은 낯이 익었는데 딱히 어디서 만났는지 기억이 나진 않았다. 사실 그들은 당시 모두 작은 인물들이었고 하현을 직접 만나 볼 일은 분명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당시 몇몇 행사에서 작은 인물들이라도 멀리서 하현의 실루엣은 볼 수 있었기에 약간 그런 인상을 받을 수는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약간의 인상일 뿐이었다. “바로 이 사람이에요. 곧 여러분들이 보시게 될 겁니다.”원호는 빙그레 웃었다. 그런 뒤 그는 하현에게로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가며 말했다. “자, 자, 소개해드릴게요!”“이분이 하현 씨예요. 설씨 집안의 데릴사위고 설은아의 폐물 남편이요. 아마 다들 들어보셨을 거예요!”“나중에 천일그룹에 좋은 프로젝트나 업무가 있으면 잊지 말고 소개해 주세요! 저 류원호의 체면을 세워주는 셈 쳐주세요!”지금 원호의 말은 듣기에는 좋았지만 하현의 신분을 이렇게 밝혔으니 이게 어디 하현에게 인맥을 쌓으라는 뜻이겠는가? 하현을 데려다가 사람들 앞에서 비웃음거리로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곧이어 그곳에 있던 고위 임원들은 깔깔 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원호는 이 사람들이 비아냥거리며 웃는 모습을 못 본 듯 여전히 은근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자, 하현씨. 내가 소개해 줄게요.”“이분은 천일그룹의 인사담당, 이미래씨.” “이분은 천일그룹의 실무담당, 장서민씨.”“이분은……”원호가 하나 둘씩 소개를 하자 이 소위 고위 임원들은 하나같이 거만한 표정을 지었다. 분명 그들은 하현이 그들을 알 자
원호의 이 말을 듣고 이 임원들은 모두들 반응을 했다. 잠시 후 하나같이 배를 움켜쥐고 큰 소리로 깔깔거리며 웃었다. 허풍을 떠는 건 봤어도 이렇게 떠는 건 본적이 없었다. 이미래가 가장 먼저 웃으며 말했다.“너 하 세자가 어떤 인물인지 알아? 지금 강남의 1인자야!”“강남의 1인자 앞에서는 모두 깍듯이 대해야 해!”“그런 사람이 어떻게 데릴사위가 될 수 있겠어!”“어떻게 여기에 나타날 수 있겠냐!”“너 너무 웃기는 거 아니야?”장서민 역시 비웃는 얼굴로 말했다.“우리들은 당시 그 하씨 가문의 기업이었던 청진그룹에서 일했던 사람들이야. 나중에 하씨 대문호가 권력을 잡고 우리도 높은 자리에 올랐어. 그러니 지금 하 세자도 우리를 중시하지 않을 수가 없어!”“너는 우리 같이 견식 있고 경험 많은 고위층들이 너 같은 폐물에 속아 넘어 갈 거라고 생각했니?”“폐물이 어디서 감히 회장인 척을 해?”“우리 하 세자가 너무 조용해서 공개석상에 나타나지 않고 자신의 사진도 공개를 안 하기 때문에 너같이 뻔뻔한 사람들이 그분의 신분을 사칭하고 다니는 거야!”“이런 사람은 경찰서에 며칠 동안 갇혀 있어야 돼!”“경찰서에 던져 놓고 수사반장을 곤란하게 만들 건 또 뭐야? 아예 정신병원에 갖다 버리는 게 낫지!”이 말이 나오자 모두들 깔깔거리며 큰 소리로 웃었다. 장서민은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웃었다.“하현, 내가 정신병원 원장 한 사람을 알고 있으니 침대 하나 마련해 달라고 할게. 최저 할인도 보장해주지!”모두들 하현을 보고 빈정거렸다. 하현은 오히려 한숨을 쉬었다. 모두 자신의 잘못이었다. 인사 방면에서 빨리 결정을 하지 못해 이런 깡패들을 밖으로 튀어나오게 한 것이다. 이때 이미래가 갑자기 젓가락을 들고 하현의 턱을 짚으며 웃었다. “쯧쯧쯧, 이 데릴사위도 그럭저럭 반반하게 생겼네. 그러니 밥이라도 얻어먹고 사는 구나!”“이렇게 하자. 마침 나이 많은 부잣집 손님들이 몇 명 있는데 그녀들에겐 젊
원호는 손을 뻗어 하현의 어깨를 두드리며 미소를 지었다.“폐물, 너 이해했어?”“간단히 말하면 너뿐만 아니라 설은아와 설씨 집안의 모든 식구들의 운명이 우리 손에 달려 있다는 뜻이야!”“그래, 하현, 너는 고분고분하게 말을 들어야 돼. 우리가 원하는 대로 해!”“그렇지 않으면 이 순간부터 너와 설은아는 남원에서 설 자리가 없어!”장서민은 아주 오만 방자하게 웃었다. 그들은 오랫동안 이렇게 재미있는 장난감을 만나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은 그들이 압박을 가하도록 내버려 두거나 아니면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었다. 하현처럼 반항할 줄 아는 장난감은 너무 적어서 그들은 하나같이 매우 흥분하고 있었다. “그니까, 너희들이 지금 나를 협박하는 거야?”하현은 지금 정말 웃음이 나왔다. 원래 이런 작은 인물들은 정말 그에겐 안중에도 없었다. 이 사람들이 아무리 기회주의자라해도 그는 따질 생각이 없었다. 어쨌든 이런 사람들은 너무 많았다. 하지만 문제는 오늘 이 사람들이 무리를 지어 그에게 협박을 했다는 것이다. 하현도 어쩔 수 없었다. 바보는 많이 봤어도 이 정도로 바보인 사람들은 정말 처음 봤다. “우리는 너를 협박한 게 아니라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 지 알려준 것뿐이야!”“우리 말 한마디면 설씨네가 파산한다는 걸 알아야지. 설은아는 가진 게 없어.” “넌 이제 기둥서방 노릇도 못해!”이미래는 마치 자신이 다른 사람의 생사를 결정할 수 있는 왕 같은 진중한 표정을 지었다. “조건을 바꾸자. 나를 작고 하얀 얼굴로 바꾸는 건 불가능해.”하현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오히려 이 사람들이 무슨 수를 쓸 수 있는지 보고 싶어졌다.이미래가 한 걸음 앞으로 나가 하현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재미있네. 카리스마가 있으니 작고 하얀 얼굴은 못하시겠다 이거야?”“그럼 방법을 바꾸지 뭐. 네가 우리를 즐겁게 해줄 수만 있으면 우리가 설은아는 내버려둘게!”말을 마치고 미래는
하현의 이런 모습을 본 장서민은 성을 내며 소리를 질렀다.“폐물, 너 내 말 못 들었어?”“아니면 바보라서 사람 말을 못 알아 듣는 거야?”“장 부장, 됐어. 신발 밑창을 핥아 봐야 뭐가 시원하겠어. 차라리 무릎 꿇고 개처럼 짖으라고 하는 게 낫지!”미래는 이때 하하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더 없이 아름다운 입에서 온통 뱀과 전갈의 말들만 튀어나왔다.“하현, 내가 원호의 체면을 봐서 네가 무릎 꿇고 개처럼 짖기만 하면 내가 앞으로 절대 설은아와 설가를 건드리지 않겠다고 약속할게. 어때?”미래가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듣고 모두 눈이 번쩍 뜨였다. 이것은 하현에게 신발 밑창을 핥게 하는 것보다 훨씬 재미있었다. 지금 다들 핸드폰을 꺼내 동영상을 찍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빨리, 빨리 무릎 꿇어!”“아랫사람은 우리 앞에서 개처럼 짖는 걸 배우는 게 당연한 거야!”“우리가 원하지 않아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개가 되고 싶어하는데!”“하현, 너는 네 신분을 영광으로 생각해야 돼!”하현은 눈썹을 살짝 찡그렸다. 이 사람들의 역겨움의 정도는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역시 하민석이 키운 개답다. 하지만 이미래와 사람들이 보기에 하현의 표정은 고민하며 망설이는 것처럼 보였다. 이때 소위 임원들은 모두 폭소를 터뜨렸다.“무릎 꿇어! 너 설은아가 잘 살도록 해주고 싶지 않아!?”“이건 천 년에 한번 올까 말까 한 기회야! 네가 개처럼 짖기만 하면 앞으로 우리가 네 빽이 되 준다니까!”“하현, 현실을 직시하는 게 좋을 거야. 만약 류 부장이 너를 안 데리고 왔으면 너는 우리 앞에서 짖을 수 있는 자격도 없었을 거야!”미래는 더욱 독하게 술병 하나를 집어 들고 하현 앞에 내리치며 호통을 쳤다. “빨리 무릎 꿇어. 너 사람 말 못 알아 들어?”이 순간 미래는 너무 흥분했다. 그녀의 말로 표현 하자면 아주 흥미진진했다. 그녀가 보기에 하현이 저항을 하면 할수록 그를 발바닥으로 밟을 때 얻는 쾌
모두들 더할 나위 없이 통쾌해했고, 원호를 아주 마음에 들어 하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원호는 정말 잘 놀 줄 안다. 앞날이 창창하다!곧 이 사람들은 어깨동무를 하고 밖으로 나갔다. 룸 안에는 원호만 남았고, 하현을 내려다보는 그의 눈동자는 거만한 빛이 역력했다. 하현은 눈앞의 이 광경을 보고 고개를 들어 원호를 쳐다보았지만 표정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한 무리의 사람들을 데리고 와서 나를 모욕하는 것이 오늘 밤 너의 목적이었어?”원호는 담배에 불을 붙이고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당연히 아니지, 너를 모욕해 봤자 무슨 소용이야?”“그냥 실제 행동으로 말했을 뿐이야. 너는 폐물이고 설은아랑 전혀 어울리지 않는 다고!”“너의 존재는 설은아에게 아무런 도움이 안 될 뿐 아니라 해가 될 수 있어!”“그래서 말인데, 하현. 내가 기회를 줄게!”“너 설은아랑 이혼하고 남원을 떠나서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가서 새로운 삶을 시작해.”말을 하면서 원호는 카드 한 장을 꺼내 하현의 얼굴에 내던졌다. “여기 2억이야. 내가 친척인 걸 생각해서 너에게 베푸는 마지막 자비야!”“만약 내가 싫다면?”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싫다고?”원호는 실소를 터뜨렸다.“방금 너 몇 분 봤잖아!”“그분들이 지금은 천일그룹의 고위 임원이 아니지만 특별한 일이 없으면 3일 후에는 그렇게 될 거야!”“천일그룹이 하씨 가문의 자산을 다 통합한 이후에는 가장 강력한 회사로 거듭날 거야.”“몇 몇 일류 가문들이 겨우 맞서는 것 말고는 나머지 사람들은 전부 천일그룹 앞에 엎드릴 수밖에 없어!”“이 분들의 오늘 이후의 신분이 짐작이 가? 심지어 내 윗사람이 될 거야!”“너는 그 분들의 장난감이나 개로 기꺼이 받아 들이는 수밖에 없어!”“그렇지 않으면 네가 천일그룹의 고위 임원들에게 미움을 사는 거 말고 무슨 좋은 결말이 있겠어?”“그렇지 않으면 너는 너뿐만 아니라 설은아도 해치게 하는 거야!”“너는 그렇다 쳐도 설은아는
“대장님, 이 사람들은 반드시 죽여야 합니다!”이곳에 온 사람은 우윤식이었다. 이 개인 클럽 역시 그의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일어난 일의 모든 과정을 알았지만 하현의 명령이 없었기에 감히 들어갈 수 없었다. “아니야, 내가 오늘 밤 남원에 가서 슬기한테 인사조정하라고 메시지 보낼 거야. 네가 가서 슬기를 좀 도와줘.”하현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그는 원래 이렇게 빨리 일을 처리 하려고 하지는 않았었다. 그룹 자산을 통합하고 나서야 진행하려고 했던 일들이었다. 그런데 오늘 밤 발생한 일이 그의 발걸음을 재촉했다.“네!”우윤식은 감히 명을 어길 수 없었다. 하현은 항상 한결같았다. 하현의 명령에 대해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전방위적인 집행뿐이었다. ……하현이 모욕을 받고 있던 그때. 남원, 설씨네. 이때 설씨 집안은 불을 환하게 밝히고 있었다. 많은 남원의 2, 3류 가족들과 기업의 고위층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다른 이유는 없었다. 오늘 남원 상류층 사이에 하나의 소문이 퍼졌기 때문이다. 천일그룹의 하 세자가 자산 통합식에서 그의 여인에게 청혼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의 여인은 설씨 집안 사람이었다!하 세자! 강남에서 모르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어디 모를 수가 있는가?권세는 하늘에까지 차고 넘치고, 재산은 나라도 맞설 정도였다! 강남의 진정한 1인자!설가 집안의 딸을 뜻밖에도 하 세자에게 시집을 보낼 수 있다니? 이건 나뭇가지로 날아 올라 봉황이 될 운명이다! 관계를 맺으러 온 소위 상류층 사람들은 하나같이 약간의 부러움과 질투심을 가지고 있었다. 만약 그들 집안의 딸이 하 세자와 결혼을 했다면 그들의 신분은 분명 하늘 높이 치솟았을 것이다. 설씨 어르신은 철 왕좌에 앉아 아래 사람들을 보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지연아, 우리 설씨 집안은 남원에서 자리를 잡은 셈이다!”“3일 뒤에 네가 하 세자와 결혼을 하면 우리 설씨 집안은 곧 일류 가문이 될 거야!
설은아는 입구에서 계속 하현을 기다리고 있다가 그가 돌아오는 것을 보고 안쓰러운 표정으로 재빨리 수건 한 장을 건넸다. 원호가 방금 하현이 모욕당하는 동영상을 최씨 가족 단톡방에 올렸다. 최가 사람들은 지금 좋아요를 누르느라 바빴다. 최가 할머니는 원호를 칭찬했고 그가 특별히 일을 잘 한다고 생각 했다. 은아는 제일 먼저 원호에게 이 동영상을 지워달라고 했지만 결국 최가 사람들에게 욕만 얻어 먹었다. 이 쓸모없는 남자가 최가의 체면을 구겼다고 하면서 만약 설은아를 최가의 외손녀로 삼으려면 이 쓰레기 같은 남자는 집 밖으로 쓸어버려야 한다고 했다. 소위 집안 식구들이라고 하는 사람들의 이런 태도를 보고 은아는 분노했다.왜냐하면 이번엔 두 가정이 처음부터 한 마음이었다는 것을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하나는 하현을 쓸어버리려고 했고, 또 다른 하나는 하현이 스스로 알아서 나가게 만들려고 했다. “하현, 나 다 알고 있어. 네가 나를 위해 모욕을 달게 받았다는 거!”“원호가 불순한 목적으로 판을 깔았으니 그들을 이렇게 내버려 둘 수는 없어!”은아는 초조하면서도 자책하는 표정이었다. 하현은 머리를 쓰다듬으며 웃으며 말했다.“여보, 걱정 마. 난 괜찮아.”“거기다 이 사람들은 천일그룹의 자칭 고위 임원들일 뿐이야. 결과는 3일 뒤에나 알 수 있어!”“그때 내가 반드시 그 현장에 갈 거야. 내가 보는 앞에서 그 사람들이 어떻게 임원이 될 수 있을지는 그때 가서 봐야지!”은아는 하현이 현장에 가서 이 사람들의 추악한 행동들을 폭로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하현, 팔로는 허벅지를 비틀 수 없어. 거기는 사람들이 많아서 수적으로 밀려서 네가 가서 무슨 말을 한다 한들 소용이 없을 거야.” “우리 같이 가서 보자. 어쨌든 그때 가서 보면 재미있을 거야.” 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내가 같이 가줄게!”은아는 원래 자신은 통합식에 갈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지금 하현이
보석을 잘 모르는 사람들조차 이 물건이 순수하고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사람의 심금을 울려 놓는다는 걸 깨달았다.정말 너무너무 예뻤다!너무나 화려하고 눈부셨다!이렇게 아름답고 찬란한 다이아몬드를 본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한순간에 다들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말문이 막혀 버렸다.진홍헌의 눈빛도 바위 덩어리처럼 굳어졌다.그는 전문가였다.전문가는 본질을 깊이 파악하고 문외한은 겉모습에 매달린다.그는 한눈에 이 물건이 고가의 물건이란 사실을 알아차렸다.하현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목걸이를 들어 설유아의 목에 걸었다.우아한 목에 반짝이는 목걸이를 걸치자 마치 천상에서 내려온 여신 같은 모습이었다.설유아는 상기된 표정으로 미소를 지으며 그 자리에서 한 바퀴 빙 돌았다.그 모습을 보던 사람들은 모두 입을 다물지 못했다.게다가 아름다운 설유아의 미모까지 더해지자 마치 공주처럼 우아하게 빛났다.수많은 여자들이 이 광경을 보고 부러워서 질투에 활활 타올랐다.설유아는 너무 예뻤다!그 보석도 너무나 화려했다!설유아와 보석이 한몸처럼 너무나 환상적으로 어울렸다.진홍민은 점점 얼굴이 일그러지며 이를 벅벅 갈았다.“흥! 어차피 노점상에서 산 가짜일 거야!”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한 여자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핸드폰의 앱을 켜서 사진을 찍은 뒤 검색에 들어갔다.“어머! 어머 어머! 이 다이아몬드 목걸이는 까르띠에 상품이래! 그것도 올해 새로 나온 거라는데!”보석업을 하는 집안 출신의 여자도 앞으로 나와 몇 번이고 유심히 살펴본 뒤 입을 열었다.“맞아! 이거 까르띠에 신상품이야. 국내에는 108세트밖에 안 들어온 한정품이라던데! 가격은 또 어떻고! 어마어마해!”“흥! 신상품은 무슨 신상품!”“딱 봐도 우리 오빠가 산 것보다 못한 것 같은데 뭘!”진홍민은 속으로는 제 발 저렸지만 시치미를 뚝 떼고 입을 열었다.“이게 진짜라고 해도 십억이나 되겠어?”그러나 그녀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여기까지 말하던 진홍헌은 하현을 너무 사지로 몰아넣지는 말자고 생각했는지 한 발 물러섰다.“이 자리에서 당장 물건을 꺼내라고 강요하지는 않겠어. 위층에 있는 금정 쇼핑센터에 가서 뭔가를 살 시간을 주지. 두 시간이야!”“우린 여기서 기다릴 테니 뭐라도 사 와 봐!”자신의 오빠가 한 말에 진홍민은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웃으며 말했다.“우리 내기할까?”“두 시간이면 부족하지 않겠어?”“그렇다면 그냥 무릎 꿇고 빌어. 빌면 두 달도 더 줄 수도 있어!”“그때는 장기라도 팔아야 할 거야!”“하지만 촌뜨기의 장기가 뭐 얼마나 값어치가 있겠어! 하하!”진홍민은 눈앞에 보이는 것이 없는지 한껏 비아냥거리며 웃었다.십억이 뉘 집 개 이름이란 말인가?많은 사람들은 평생 벌어 보지도 못하는 돈이다.하현은 볼품없는 촌뜨기인데 두 달은 고사하고 평생을 줘도 못 만져 볼 돈이었다.“두 시간도 안 걸려. 지금 바로 설유아에게 줄 선물을 가져올 수 있어.”하현은 그들의 비아냥에도 별다른 반응 없이 품에서 왕인걸이 준 선물 상자를 꺼냈다.왕인걸한테 받을 때 하현은 슬쩍 상자를 열어 보았었다.그 안에 든 것은 다이아몬드 목걸이였다.비록 하현이 자세히 보지는 않았지만 왕인걸이 건넨 선물이었으니 가히 대단한 물건이 아닐 수 없었다!적어도 진홍헌이 준비한 물건보다는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그는 장담했다.“선물?”진홍헌은 싸늘한 눈초리로 눈을 힐끔거렸다.“보아하니 설유아한테 줄 생일 선물을 준비한 것이로군.”“그런데 당신이 뭘 준비할 수 있었겠어? 기껏해야 몇백만 원짜리 반지? 아니면 목걸이?”“가난한 사람들이 체면치레하려고 일부러 무리하는 거 내가 모를 줄 알아?”“선물이 있으면 어서 꺼내 봐! 쭈뼛거리지 말고 어서!”“꺼내지 않으면 그 안에 마늘이 들었는지 보석이 들었는지 누가 알겠어?”무리를 지은 사람들은 모두 입을 크게 벌리고 비웃었다.하현이 분명 허세를 부리고 있는 게 틀림없다고 생각했다.십억
진홍헌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화를 내고 싶어도 도대체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잠시 후 그는 깊은숨을 들이마시고 겨우 평정을 되찾았다.그는 자신의 고귀한 신분을 생각하며 이런 촌뜨기한테 섣불리 화를 내서는 안 된다고 마음을 다잡았다.“진홍헌!”“마침 여러 사람이 있는 곳에서 만난 김에 경고 하나 하지!”“설유아가 솔로이든 아니든. 설유아가 마음에 품은 사람이 내가 맞든 안 맞든 간에.”“이런 식으로 윽박지르는 거, 설유아가 가장 싫어하는 거야!”“앞으로 당신은 설유아를 좀 멀리하는 게 좋겠어. 그렇지 않으면 내가 가만히 두지 않을 거야. 그때 가서 날 원망해도 아무 소용없어!”하현은 한 걸음 앞으로 나가 차가운 눈빛으로 눈앞에 있는 두 남매를 주시했다.하현의 날선 눈빛과 매서운 경고의 말이 서늘하게 두 남매를 압박했다.진홍헌은 순간 온몸에 오한이 났고 마음속에서는 파도처럼 밀려오는 두려움에 정신이 아찔할 지경이었다.하지만 그는 죽을힘을 다해 정신을 다잡았다.그는 수조 원 자산의 중천그룹 아들인데 어떻게 이런 촌뜨기를 두려워할 수 있겠는가?“하 씨!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설유아를 대신해서 그런 결정을 내리는 거야?”진홍민도 완전히 격노한 얼굴로 말했다.“방금 내가 이미 당신에 관한 자료를 찾아보라고 했어!”“당신은 설유아의 남자도 아니고 그냥 설유아의 형부일 뿐이잖아!”“그것도 데릴사위!”“설 씨 집안에서 먹고 마시고 편하게 지내는 한량 주제에 어디서 주제넘게 형부 노릇을 하겠다는 거야?”“염치도 모르는 놈!”“감히 우리 오빠한테 대들어?”“설유아는 우리 오빠가 마음에 들어 하는 여자야. 우리 오빠의 여자가 될 수밖에 없어!”“우리 오빠가 실수로 가짜를 샀다고 해도 정말로 우리 오빠는 십억을 썼다고!”“뭘로 우리 오빠랑 비교를 하겠다는 거야?”“데릴사위 주제에 처제를 위해 나서겠다고? 허! 그게 가당키나 한 것 같아?”“설유아한테 뭘 해 줄 수
하현은 사랑의 정표라고 하는 다이아몬드를 쥐고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떠올리며 말했다.“다이아몬드?”“십억?”“그 말인즉슨 이것도 결국은 유리구슬이라는 거잖아?”“촌뜨기는 촌뜨기야. 유리와 다이아몬드도 구별하지 못하는 식견이라니!”진홍헌은 하현을 보며 경멸하는 표정을 지었다.“다이아몬드는 세계에서 가장 단단한 물질이야.”“그래서 다이아몬드보다 더 단단한 사랑이라는 말이 나온 거야...”“그래?”진홍헌이 더 많은 말을 늘어놓기 전에 하현은 그의 말을 끊은 후 오른손에 힘을 주었다.‘차칵’ 하는 소리와 함께 다이아몬드가 가루가 되어 하현의 손가락 사이로 흩어졌다.하현은 물티슈를 꺼내 손가락을 닦고 옅은 미소를 지었다.“사랑이 다이아몬드보다 강하다며?”이 모습을 본 사람들은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모두들 무슨 표정을 어떻게 지어야 할지 막막한 얼굴로 멍하니 눈앞의 상황을 지켜보았다.정상적인 다이아몬드라면 아무리 센 망치로 쳐도 절대 가루가 될 수 없다.그럼 이게 정말 유리조각이라는 것인가?아니, 유리조각이라고 해도 그렇지!어떻게 맨손으로 가루를 만들 수가 있는 것인가?순간 하현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빛은 두려움과 놀라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오직 설유아만이 평온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분명 형부의 능력을 잘 알고 있었던 듯했다.그녀의 얼굴에 흐뭇한 미소가 떠올랐다.진홍헌은 가능한 한 도덕적으로 그녀를 납치해 그녀의 승낙을 얻으려고 했다.하지만 하현은 거칠 것 없이 그의 얼굴을 때린 셈이었다.진홍헌의 체면은 조금도 안중에 두지 않은 것이다.이 원한!절대 참을 수가 없었다!“짝짝짝!”하현은 손뼉을 치며 손에 묻은 가루를 털어내었다.동시에 그는 진홍헌에게 반응할 기회도 주지 않고 계속 말을 이었다.“진홍헌. 당신이 이 물건을 사는데 얼마나 썼는지는 모르겠지만.”“방금 사람들이 똑똑히 봤듯이 이 물건은 아주 질이 나쁜 유리조각일 뿐이었어!”“이런 걸 가지고 와서 십
하현은 차갑게 말했다.“당신은 나한테 말했지. 백억! 백억이면 썩 꺼진다고?!”“이제 다시는 설유아를 괴롭히지 않는 거지?”“개자식! 당신이 뭔데 자꾸 확인을 하고 그래?”진홍민이 나서며 거들먹거렸다.“우리 오빠가 어떤 신분인지 알기나 해?”“어디서 감히 우리 오빠를 거들먹거리는 거야?”진홍헌도 사납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개자식! 정말 나와 맞서고 싶어?”그는 하현이 백억을 절대 가져올 수 없다고 믿었다.설령 정말로 내놓는다고 해도 그가 이 조건을 들어줄 리가 없다.설유아 같은 아름다운 여인을 얻는 것이 그리 간단할 리 없다고 생각하기도 했다.설유아도 탐이 났지만 그녀 뒤에 떡 하고 버티고 있는 10대 최고 가문 중 하나인 대구 정 씨 가문이야말로 진홍헌이 탐을 내는 것이었다.하현은 진홍헌을 완전히 단념시키기로 결심했고 앞으로 나서며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당신이 돈을 원하든 원하지 않든 오늘 당신은 설유아를 괴롭혔기 때문에 난 절대 예의 같은 거 차리지 않을 거야.”“지금 협박하는 거야?”진홍헌은 코웃음을 쳤다.“내가 누군지 알긴 알아? 여자를 사이에 두고 나랑 싸우자는 거지?”“난 중천그룹 아들이야. 우리 집 자산은 수조 원이나 돼!”하현도 매서운 눈초리로 되받아쳤다.“난 설유아가 마음에 품은 사람이야.”“나 진홍헌은 열여덟 살에 북화대학에 입학했고 스무 살에 복수 학위를 취득했어. 그리고 스물네 살에 노국에 있는 복진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땄어!”“난 설유아가 마음에 품은 사람이야.”“나 진홍헌은 중천그룹 아들이고 내 이름으로 18개의 기업이 있어. 내 사업은 대하 각지에 퍼져 있지.”“난 설유아가 마음에 품은 사람이야.”“나 진홍헌은 평생 먹고 놀아도 될 만큼 어마어마한 돈을 벌었어.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할 만큼 어마어마하지!”“난 설유아가 마음에 품은 사람이야.”진홍헌은 기세등등한 자태로 또박또박 한 마디도 밀리지 않고 사람을 몰아붙였다.하지만 경박
”이, 이 남자 누구야? 설마 저 여자가 좋아하는 남자는 아니겠지?”“너무 평범하게 생겼는데?”“딱 봐도 촌놈처럼 생겼잖아? 어디서 저런 놈이 튀어나온 거야?”“아니, 얼굴도 저렇게 예쁜데 왜 저런 남자를 좋아해?!”“왜 스스로 신분을 낮추려고 저러는 거야? 뭐 하러 저런 망나니랑 어울리냐고?”“저런 촌뜨기와 함께 고생하며 산다면 무슨 행복이 있겠어?”“그러니까 말이야! 진 도련님이 이렇게 멋지고 돈도 많은데, 게다가 당신한테 일편단심이잖아! 영광스럽게 생각해야 해!”많은 사람들이 모두 이러쿵저러쿵 수군거리기 시작했다.모두들 진홍헌을 두둔하는 말뿐이었다.허영을 사랑하는 것이 세상의 본성이니까 그럴 만도 했다.예쁜 여자들은 아주 못마땅한 눈초리로 하현을 노려보았다.감히 이 녀석이 진홍헌의 여자를 빼앗으려 해?정말 주제넘어도 한참을 넘었군!낯선 남자가 나타나 설유아와 친근한 듯 말을 주고받자 진홍헌의 눈빛은 경멸로 가득 차올랐다.그는 직접 수표 한 장을 품에서 꺼내 숫자를 쓱쓱 휘갈기고는 책상 위에 떨어뜨렸다.“십억이야! 당신 같은 촌뜨기가 평생 뼈빠지게 일해 봐야 만질 수도 없는 돈이야!”“얼른 이 수표 가지고 썩 꺼져! 얼른 설유아 곁에서 떨어지라고!”시원시원하고 박력 있는 모습에 현장에 있던 여자들은 모두 진홍헌의 이름을 외쳤다!한껏 흥분한 여자들은 진홍헌의 사랑을 받고 서 있는 설유아가 마치 자기 자신이라도 되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툭!”하현도 수표 한 장을 꺼내 숫자를 쓰고는 바로 진홍헌의 얼굴에 수표를 내리쳤다.“백억이야! 이제 꺼져!”백억?꺼지라고?모두가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졌다.하현이 정신 나간 게 아닌가 의심하는 눈초리가 사방에서 쏟아졌다.진홍헌이 십억을 내놓은 건 얼마든지 이해할 수 있었다.그는 중천그룹의 아들이었고 재산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았다.하늘을 뚫은 기세로 거만하다는 건 말해 봐야 입 아플 정도였다.하지만 하현이 백억을 꺼내 진홍
”당신이 대답하지 않으면 난 일어나지 않을 거야!”말을 하면서 진홍헌은 이미 반쯤 무릎을 꿇고 있었다.그는 진지한 표정, 애틋한 눈빛으로 사랑을 구하지 못하면 조금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마치 설유아가 그의 사랑을 받아주지 않으면 땅에 머리라도 박을 기세였다.“설유아, 어서 대답해! 뭐 하는 거야?”“맞아! 진홍헌이 저렇게까지 무릎 꿇었는데 뭘 망설이는 거야? 저러다 무릎이라도 까지면 어떻게 할 거냐고?”“무릎을 꿇었는데도 대답을 하지 않다니! 너무 양심 없는 거 아니야!”“만약 진홍헌이 그런 당신한테 화가 나서 마음이 상해버리면 어떻게 할 거야?”“사람이 왜 그래? 저렇게까지 하는데 받아줘야 하는 거 아니야?”이때 십여 명의 여자들이 모두 설유아를 호통치며 야단법석을 떨었다.진홍헌 같은 부잣집 도련님한테 고백을 받다니!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그런데 그녀는 행복한 줄도 모르고 굴러들어 온 복을 발로 뻥 차려고 하다니?거절이 가당키나 한 말인가?세상 물정 모르는군!여자들의 말에 비춰 보자면 설유아는 승낙은 고사하고 당장 옷을 벗고 진홍헌에게 뛰어들어야 마땅할 것 같았다!여자들의 이런 모습을 보고 있자니 설유아의 얼굴이 더욱더 창백해졌다.그녀는 많은 부잣집 사람들이 제멋대로 행동하는 행태를 보아 왔다.그러나 진홍헌처럼 뻔뻔하고 무례한 사람은 처음이었다.동창이라는 신분을 내세워 거리낌 없이 자신을 협박하다니!이로 인해 설유아는 진홍헌에 대한 인상이 더욱 나빠졌다.자신의 오빠가 미녀를 성공적으로 손에 넣기 위해서, 그리고 중천그룹에 대구 정 씨 가문이라는 큰 태산을 연결하기 위해서 진홍민은 비길 데 없이 열심히 열을 올리는 것이다.“대답해! 설유아. 부끄러워하지 말고 어서 빨리 대답하라고!”그녀는 주변에 있던 여자들에게 눈짓으로 설유아에게 계속 압박을 가하라고 부추겼다.아마 옆에서 계속 이렇게 압박을 하면 설유아처럼 사회 경험이 없는 여자는 결국 응할 것이라고 믿
하현은 얼굴을 살짝 찡그리며 이 장면을 지켜보다가 한 걸음 내디뎠다.설유아는 진홍헌의 구애를 거절했을 뿐만 아니라 협박까지 받은 것이다.이 시점에서 하현은 형부로서 당연히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그러나 하현이 막 발을 내디뎠을 때 방금 설유아의 앞을 가로막았던 그 남자들이 하현의 앞길을 막아섰다.키가 1미터 90센티미터에 가까운 남자는 하현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사나운 얼굴로 말했다.“지금 진 도련님이 고백하는 거 못 들었어요?”“관계자 외에는 들어갈 수 없습니다!”말을 하면서 남자는 하현을 밀어내며 어서 물러가라고 했다.하현은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설유아는 내 동생인데 무슨 자격으로 당신들이 날 못 들어가게 하는 거죠?”“동생?”양복 차림의 남자는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오빠든 아빠든 누가 와도 소용없어요!”“지금은 그 누구도 방해할 수 없어요. 진 도련님이 미인을 품에 안기 전에는 그 누구도 못 들어갑니다.”하현은 눈을 가늘게 치켜뜨고 차갑게 말했다.“비켜!”“어쭈, 지금 화낸 거야?”“보아하니 당신은 설유아의 오빠가 아니라 설유아가 마음에 품은 사람인가 보군, 그렇지?”“내 여자가 남한테 구애받고 모욕당했다고 생각하는 거야? 존엄성을 침해당했다고 생각해?”양복 차림의 남자가 사납게 말을 이었다.“하지만 아무 소용없어. 기분 나쁘면 벽에 머리라도 쥐어박아. 우리한테 와서 소란 피우지 말고!”중천그룹 경호팀장인 그는 키가 1미터 90센티미터나 되는 큰 키를 앞세워 자신만만하게 하현에게 맞섰다.어쨌든 오늘 진홍헌은 그에게 외부인을 식당에 들여보내지 말라는 중책을 맡겼기 때문에 그 누구도 함부로 레스토랑에 들어오게 할 수 없었다.대화를 듣고 있던 몇몇 사내들도 히죽히죽거렸다.하현의 절박한 얼굴을 보고 그들은 하현이 설유아가 마음에 둔 사람인 줄 완전히 착각한 것이다.어쩌면 두 사람이 사귀고 있을지도 모른다고까지 생각했다.자기 여자가 다른 남자한테 먹잇감으로 당하기 직전
진홍헌, 오늘 이런 이벤트를 해줘서 고마워.”설유아의 얼굴이 차가워졌다.누군가가 공개적으로 이런 이벤트를 하는 것은 그녀가 가장 싫어하는 것 중의 하나였다.마치 그녀를 납치하는 것 같은 기분이기 때문이다.그래서 생일 파티에 왔다가 뜬금없이 고백을 하는 진홍헌에게 그녀는 조금도 호감이 가지 않았다.“진홍헌, 이런 물건은 사랑하는 여자한테 선물해야 하는 거야.”설유아는 말을 조심할 수밖에 없었다.자칫하다 진홍헌에게 말꼬리를 잡혀 쓸데없는 기회를 주게 된다면 곤란하다.“마음에 품은 사람이 있어.”“그래서 당신의 고백을 받아줄 수가 없어.”진홍헌은 조건도 탁월하고 인물도 아주 잘생겼지만 설유아의 마음속에는 이미 다른 사람이 있어서 그의 사랑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진홍헌의 여동생 진홍민은 순간 얼굴색이 확 변하며 입을 열었다.“설유아! 부끄러워서 이러는 거야? 부끄러워서 지금 우리 오빠를 거절하는 거냐고? 그러면 안 돼!”“오빠를 쫓아다니는 여자들이 금정에서 대구까지 쫙 깔렸어!”“당신이 이런 기회를 놓친다면 당신 생에 다시는 이런 좋은 남자를 만날 수 없을 거야!”진홍헌은 당황한 기색을 숨기고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설유아, 부끄러워하지 마. 좋아하는 남자가 어디 있다는 거야?”“있다고 해도 이런 남자는 나 하나밖에 없어. 당신과 어울릴 수 있는 남자는 나뿐이라구!”“그러니까 거절하지 말아줘!”설유아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진홍헌, 다시 한번 말하지만 우리는 평범한 동창일 뿐이야.”“그리고 난 정말 마음에 품은 사람이 있어!”“무엇보다 오늘은 내 생일 파티잖아.”“내 생일 파티에 네가 이러는 건 좀 그렇지 않아?”진홍헌은 설유아의 말에 조금도 타협할 마음이 없다는 듯 싱긋 웃어 보였다.“설유아, 바로 오늘이 당신 생일이기 때문에 내가 여러 사람 앞에서 공개적으로 고백한 거야!”“왜냐하면 난 정말 진심으로 당신을 좋아하기 때문이야! 그걸 증명해 보이고 싶었어!”“난 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