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재석은 고개를 가로저었다.“형님들, 오늘 드시고, 마시고, 노시는 건 다 제가 계산 할게요. 저 오늘 밤 듣고 싶은 소식이 있어서 왔어요. 저 곤란하게 하지 마세요!” “괜찮아, 몇 판만 해보자. 너 또 지게 안 할게……”건달 하나가 헤헤 웃으며 말했다.“뭐야? 네가 궁금한 거 다 말해줬는데 너 이제 와서 딴청 부리는 거야? 형님들 체면도 안 세워주고?”“설씨야! 이왕 놀러 나온 김에 신나게 놀자. 한 사람당 2백 만원 정도 가지고 노는 건데 뭐 어때?”“지면 잃는 거고 이기면 운이 좋은 거고!”“하하하하……”모두들 곤드레만드레 취해서 이러쿵저러쿵 말하자 설재석의 마음이 흔들렸다. 하지만 그는 조금 침착하게 말했다.“좋아요, 모두 같이 가요. 하지만 저는 몇 백 만원 밖에 없어요. 다 놀면 갈 거예요……”“그래 그래……”곧 한 무리의 사람들이 어깨동무를 하고 새로 생긴 카지노로 들어갔다. 이곳에 오자 설재석은 흥분했다. 그는 원래 이곳에서 노는 걸 좋아했다. 안으로 들어가자, 마음속에 있던 악마가 나타났다. 귀빈실에는 화려한 복장에 다소 용모가 뛰어난 남자가 손에든 붉은 와인 잔을 흔들며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도박꾼들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설재석 왔어?”“하 도련님, 도련님이 주선하신 일인데 어떻게 안될 수가 있겠습니까? 이렇게 해서 안되면 저렇게하면 되죠……” 그 곳의 책임자가 어색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이 하 도련님은 하민석이 아니다. 하씨 집안의 쌍둥이 형, 하씨 집안의 셋째, 하경원. 하경원은 와인을 한 모금 마시며 천천히 말했다.“이 아저씨는 정말 생각이 없군……”“원래 이런 작은 인물은 내가 손댈 가치가 없는데, 둘째 형이 죽이라는 명령을 내렸으니 어쩔 수 없지……”하경원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었다. 모르는 사람은 그가 엄청 억울한 일을 당한 것이라 생각할 것이다.사실 하씨 집안의 쌍둥이 하경원과 하은수는 모두 악역으로 유명하다. 하씨 대문호는 비록 하민
“형님……”하경원은 하수진을 힐끗 쳐다보더니 조용히 절을 했다. 하민석은 웃을 듯 말 듯 하수진을 한 번 쳐다 본 후에야 담담하게 말했다.“셋째야, 너 어떻게 하려는 거야?”하경원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당연히 형님이 하라고 하시는 대로 해야죠.”“그럼 그 사람하고 놀아 봐. 그를 지게 만들어, 가산을 다 탕진하게.”“설씨 집안 전체가 일어서지도 못하게. 우리 훌륭한 형님이 그의 싸구려 장인을 위해서 어느 정도까지 할 수 있는지 한 번 보자……”하민석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그가 보기에 이건 게임에 불과했다.하경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형님 안심하세요. 제가 모든 것을 다 준비하겠습니다. 게다가 어떤 틈도 없을 것을 보증할게요. 경찰이 와서 조사를 해도 어떤 단서도 찾아낼 수 없을 거예요!”……하씨 대문호, 오늘 밤 세 사람이 참석했다. 설재석 같은 작은 인물은 이렇게 많은 귀인들이 무대 뒤에서 그를 관찰하고 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을 것이다. 이때, 설재석은 이미 흥이 나기 시작했다.그는 연거푸 여러 번 이겼다. 적어도 열 몇 번은 이겼다. 열 번째에서 그는 이미 2억을 땄다. 너무 쉽게 돈이 벌어지니 꿈만 같았다. 그와 함께 온 건달들은 모두 옆에서 큰 소리로 갈채를 보내며 좋다고 부추겼다!“설씨, 너 오늘 운이 너무 좋네? 수십 년 동안 이런 사람은 처음 봐. 도박신이네!”“맞아, 우리는 오늘 밤 떠날 수가 없어. 큰 판 한번 하자. 큰 판을 해야지. 우리 재산은 어마어마해 질 거야!”“남원의 도박 신은 바로 널 두고 하는 말이네!”이때, 이 정도에까지 도달한 사람은 모두 미치게 된다. 설재석은 자신이 지금 도박신에 들렸다고 굳게 믿었다. 그는 심호흡을 하고 그 미친 상태에 들어갔다…………늦은 밤. 잠들었던 하현과 설은아 두 사람은 갑작스러운 핸드폰 벨 소리에 잠에서 깼다. 희정한테서 온 전화였다. 몽롱해 하던 설은아는 전화를 받는 순간 정신이
곧 하현과 두 사람은 큰 룸 안으로 끌려갔고, 그곳엔 수십 명의 흉악한 사람들이 쇠파이프와 회칼 같은 것을 들고 있었다. 피비린내가 코를 찔러 구역질이 났다. 어떤 사람은 바닥에 쓰러져 몸을 웅크리고 계속 떨고 있었고, 몸 아래에는 온통 핏자국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재석……”“아빠……”땅 바닥에 쓰러져 있는 사람을 알아보고 은아와 희정은 모두 달려 들었다. 설재석이 이렇게 얻어 맞은 것을 보고 하현은 비록 이 싸구려 장인에게 별로 감흥이 없었지만 그래도 그의 눈동자에는 싸늘한 빛이 번뜩였다. 감히 내 아내를 슬프게 해서 눈물을 흘리게 만들다니, 이 사람들은 모두 죽어 마땅하다! “살려줘! 제발 살려줘!”가족을 보자 땅바닥에 웅크리고 있던 설재석은 부르르 떨며 입을 열었다.오늘 밤 그는 정말 처참하게 당했다. 호화롭게 살아온 그가 언제 이런 일을 당해본 적이 있겠는가?설씨 가족의 애절한 모습을 보자 수십 명의 경호원들은 박수 갈채를 보내며 하현을 자리에 앉혔다. 이 사람들이 흩어지자, 소파에 앉아 있던 사람이 등장했다. 그는 흰 티셔츠에 금빛으로 빛나는 커다란 금사슬을 목에 걸고 있었고 얼굴은 험상궂어 보였다. 이때 그는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땅에 뱉고는 발로 몇 번 밟은 후에야 고개를 들고 하현과 사람들을 쳐다보며 차갑게 말했다. “너희들이 설재석 가족이야?”“응 맞아, 내 장인이야.”하현이 이 남자를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하하하. 네가 그 유명한 데릴사위구나!?”“내 소개를 잠깐 할게. 내 성은 우고, 길바닥 형제들이 내 체면을 세워 주느라 그냥 타이거라고 불러.” “이번 일은 우리가 누명을 쓴 거야……”“너 어떻게 할 거야?”하현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타이거는 하현의 이런 모습을 보자마자 땅 바닥에 있는 설재석을 가리키며 차갑게 말했다.“네 장인이 우리한테 천억을 잃었고, 뒤에 또 사기를 쳤어!”“이곳 규칙대로라면 손가락 하나가 잘려야 돼. 그리고
이 ‘친구’라는 녀석들의 비난을 듣고 설재석은 멍해졌다. 그는 의아한 표정으로 이 불량배들을 쳐다봤다. “사람 잡네! 너희들이 나를 모함하려고 꾸민 거지!”설재석은 분해서 고함을 질렀다. “우리가 너한테 강요했어? 우리가 너한테 오라고 했냐고?”“처음부터 끝까지 네가 원해서 한 거잖아!”“언제 우리가 널 조금이라고 건드렸어?”설재석은 침묵했다. 이 불량배들의 말처럼 모든 것은 다 그가 원해서 했던 것이다. 그를 강요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설은아는 이때 이 모든 것이 완벽한 모함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는 잠시 생각하더니 작은 소리로 하현에게 말했다. “아니면, 우리 경찰에 신고할까?”“안돼, 경찰에 신고해도 소용없어. 그럼 이 사람들이 도망갈지도 몰라!”하현이 말했다.두 사람의 말을 들은 타이거는 차가운 얼굴로 비웃으며 말했다.“경찰에 신고한다고? 좋아! 마음대로 해!”“그가 진 돈은 다른 사람에게 빌린 돈이야. 흰 종이에 검은 글자로 또박또박, 명명백백하게 적혀있어……”“그리고 설씨 집안의 각종 부동산과 주식 증명서도 모두 저당 잡혔어. 이것들은 다 합법적인 절차를 거친 것들이야!”“우리도 너희들이 경찰에 신고해 주기를 바라! 그러면 우리는 일하기가 훨씬 편하니까!”“경찰은 항상 우리 같은 선량한 시민들을 보호해 주니까!”많은 사람들이 설재석을 약간 의심스럽게 쳐다보았다. 설재석은 이때 얼굴이 창백해졌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설씨 집안의 재산, 주식, 건물들을 확실히 저당 잡혔다. 이를 위해 그는 설씨네 별장에 잠입해 이 물건들을 훔쳐왔다. 그는 이것들을 담보로 판을 뒤집어 보려고 했다. 결국 그는 단번에 천억을 빚지게 되었고 게다가 사기를 쳤으니 다 해서 2천억 원을 갚아야 했다. “설씨 어르신이 이 재산들이 모두 저당 잡혔다는 것을 아시면 절대 안돼, 그러면 우리를 죽이려고 할지도 몰라!” 설재석은 급히 말했다.하지만 그는 또 재빨리 반응하며 말했다.
결국 하현과 두 사람은 설재석을 데리고 떠났다.입구에 도착하자, 희정은 그제서야 벌벌 떨며 울먹이며 말했다.“내가 너한테 도박하지 말라고 했지! 왜 내 말을 안 들어!”“말해 봐, 이제 우리 어떡해?”“우리가 2천억을 어디서 구해!?”“맞아.”설은아도 한숨을 쉬었다. “지금은 잠시 미룬 것뿐인데, 돈 갚는 거 말고 다른 방법이 있을까?”하현은 웃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설재석은 애달픈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이때 하현의 표정을 보더니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하현의 코를 가리키며 호통을 쳤다. “너 왜 웃어?”“너 빨리 방법을 생각해 봐! 너 이 쓸모없는 폐물아!”“만약 내가 좋은 사위가 있었다면 이런 일은 바로 해결했을 텐데!”“너는! 너는 쓸모가 없어! 오늘 이 일은 네 탓이야!”이 말을 듣고 하현은 어리둥절했다. 그는 설재석의 뇌 회로가 어떻게 생겨먹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분명 돈은 자기가 잃어 놓고 어떻게 다른 사람을 탓하는 것인가?설은아도 화를 냈다. “아빠, 무슨 소리야? 이건 전부 아빠가 자초한 일이잖아! 하현이 무슨 상관이야?”“상관이 없다고? 설재석은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내 딸이 이렇게 훌륭한데 그럼 남편도 분명 훌륭해야지. 2천억 정도면 아무렇게나 내놓을 수 있어야지!” “근데 그 사람이 계속 너랑 이혼을 못하게 막고 있으니 이제 와서 나를 이렇게 비참하게 만든 거 아니야!”설재석은 험상궂은 표정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너 능력 있지 않아? 너 하 세자의 대변인으로 알려져 있잖아? 왕가도 감히 너에게 미움을 살 수 없다며?”“지금 네가 능력이 있으면 이 일을 해결해 봐!”“내가 경고하는데, 네가 이 일을 해결하지 못하면 너는 은아랑 이혼해야 돼!”“나 설재석이란 사람은 항상 말한 대로 하는 사람이야!”이전에는 설재석이 혼을 냈다면 지금은 하현에게 화를 쏟아냈다.희정은 그를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 “너 무슨 헛소리를 하고 있는 거야? 지금
설명을 해나가다가 설재석도 반응을 하며 지금 큰 소리로 욕설을 퍼부었다. “알았다! 이건 계획된 거야! 게다가 내 친구들도 마찬가지야!”설은아는 희정과 눈을 마주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 계획 된 거야!”“지금 해결 할 수 방법은 딱 두 가지야……”“첫째는 바로 돈을 갚는 것!”“둘째는 당신을 모함한 사람을 찾아서 문제를 철저히 해결하는 것!”“하지만 나는 두 번째를 추천해요. 먼저 돈을 갚지 말고 정확히 어떤 상황인지를 알아내는 거요!”하현도 옆에서 아이디어를 내고 있었다. 생각지도 못하게 설재석은 하현을 매섭게 노려보며 사납게 말했다.“너 일부러 그러는 거 아니야? 하루만 밀려도 손가락 하나를 잘라낸다고 했잖아!”“너는 네가 누구라고 생각해? 명탐정 코난이냐!”“너 그럼 지금 돈을 안 갚을 거면 진상을 확실히 밝혀내!”“네가 확실히 알아볼 때까지 기다리다간 내 발가락까지 다 잘리겠어!”“자자, 싸우지 말고 날이 밝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얘기해!”희정은 욕설을 퍼부었다. “먼저 내 여동생한테 돈을 빌려보고 다시 얘기 해보자……”부모님이 쉬시는 것을 보고 하현과 은아도 자리를 떠났다. 설은아는 부당하다는 생각이 들어 먼저 회사로 돌아가 방법을 생각했고, 하현도 조용히 떠났다. 다음 날. 설씨네 별장에선 모두 자고 있었다.갑자기 ‘쾅’하는 소리와 함께 대문이 발길에 걷어차여 활짝 열렸다. 밖에 수십 명의 건달들이 쳐들어왔는데 기세가 등등했다.그들은 바로 설씨 별장의 거실로 들어가서 비싼 화병 몇 개를 부쉈다. 놀란 설씨 어르신은 곧바로 달려왔고, 이들을 보는 순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남원은 서울과는 비교가 안됐다. 이 길바닥 건달들은 군단이나 관직의 배경이 있었다. 그렇지 않았으면 벌써 처리 되었을 것이다. 그래도 설씨 어르신은 겨우 냉정함을 유지하며 심호흡을 했다.“무슨 일이야? 함부로 들어오다니! 너희들 이건 민가에 몰래 침입한 거야! 법에 저촉된다고!
“내가 지금 너희에게 하루의 시간을 주겠어. 돈을 갚지 못하면 너희들의 결말이 어떻게 될 지 알겠지?”“그때가 되면 너희들은 길바닥에 앉아 구걸하는 신세가 될 거야!”“하하하…….”타이거는 거만하게 돌아섰고, 요란을 떨며 광기를 부렸다. 설씨 가족은 냉정을 찾은 뒤 하나같이 거의 미칠 뻔했다.“가자…… 설재석을 찾으러 가자!”“그래, 이 일은 반드시 진술을 해야 해!”“어르신, 이 망할 자식을 때려 죽여주세요……”……날이 밝자 설재석과 희정 두 사람은 다크서클이 흘러내려 있는 채로 집을 막 나서려고 했다. “똑똑똑______”이때, 노크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 설재석이 문을 열자 밖에 있던 한 무리의 사람들이 몰려들어 방 안을 꽉 채웠다.가장인 설씨 어르신은 손을 들어 설재석의 따귀를 한 대 때렸다.“재산을 다 잃게 만들고! 너 무슨 짓을 한 거야! 말해 봐!”“평생 고생해서 겨우 가족들을 데리고 남원에 왔는데!”“그렇게 고생을 하면서 우여곡절 끝에 이제 막 출세를 좀 해보려나 하고 있는데……”“이런 짐승 같은 자식아! 나한테 이런 짓을 하다니!”말을 하는 동안 설씨 어르신은 또 연신 설재석의 뺨을 갈겼다. “아버지…… 아아아…… 아셨어요!?”설재석은 얼굴을 가리고 입을 열었다.“아침 일찍부터 별장을 거의 다 헐 뻔했는데 내가 모를 수가 있겠냐?”설씨 어르신은 거친 숨을 몰아 쉬며 입을 열었다. 설동수는 침울한 표정으로 말했다.“셋째야, 네가 죽겠다고 해도 말릴 사람은 없는데……”“우리까지 물속으로 끌고 들어가려고 하다니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말해봐!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네 사위가 폐물이라고 설마 너도 그런 거야!?”설씨 어르신은 죽어라 설재석을 노려보며 고함을 질렀다.“너 오늘 일에 대해서 분명하게 말하지 않으면 네 손을 잘라 버릴 거야!”설재석은 몸을 부르르 떨더니 희정을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다 하현 그 놈이 저지른
“하현은?”이때, 설민혁은 펄쩍 뛰며 노기충천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설재석은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능청스럽게 말했다.“하현이 여기 없는 거 못 봤어? 벌써 도망쳤어!”설씨 어르신은 갑자기 화가 나서 몸을 부르르 떨며 말했다. “하현, 이 짐승새끼! 내가 널 가만 두나 봐라!”“가자, 하현 그 망나니한테 가서 결판을 내자!”한 무리의 사람들이 기세등등하게 떠났다. 설씨 가족이 떠나고 나서야 설재석은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머리가 잘 굴러가서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정말 맞아 죽었을 것이다. “여보, 당신이 있어서 다행이야. 그렇지 않았으면 가족들이 나를 믿지 않았을 거야.”설재석은 아부를 하며 입을 열었다.“만약 너를 살리려고 한 게 아니었으면 내가 이런 말을 할 수 있었겠어?”“하지만 하현 그 폐물은 별 쓸데가 없으니 누명을 써도 상관 없잖아!”“가자, 어서 혜정이랑 매부를 찾아가서 돈을 빌려달라고 해야지……”“그렇지 않으면 돈을 갚지 못할 거야. 이 사람들은 네 손가락을 잘라 버릴 거야!”희정은 한숨을 쉬며 입을 열었다. 이 말이 나오자 설재석은 바로 군말 없이 집에서 값진 선물을 찾아냈다. 두 사람은 혜정이 머물고 있는 호텔로 서둘러 찾아가서 방문 절차를 밟았다.“언니, 형부, 이렇게 일찍 무슨 일이야?”혜정은 약간 잠이 덜 깬 눈으로 입을 열었다. “혜정아, 매부, 바로 말할 게! 우리 2천억만 빌려줘! 요즘 장사하는데 필요해서!”“대모산 리조트 프로젝트는 너희들도 알다시피 몇 천억의 가치가 있으니 2천억은 문제 없을 거야. 걱정하지 않아도 돼.”설재석과 희정 두 사람은 예의를 차리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입을 열었다. 혜정과 민철 두 사람은 이 숫자에 깜짝 놀랐지만 잠시 생각하고는 말했다. “상의를 좀 해 볼게……”30분 동안 전화를 한 후 그들은 돈을 빌려 주기로 했다. 하지만 대모산 리조트의 모든 주식을 담보로 하는 조건이었다.“문제 없어! 우리가 저녁
왕인걸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저렇게 젊은 하현이, 게다가 별로 특별할 것도 없는 하현이 어떻게 간민효의 명함을 가질 수 있단 말인가?그러나 왕인걸은 하현이 어딘가에서 명함을 주워서 허세를 부리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내려놓지 않았다.그는 이를 갈며 어딘가로 전화 한 통을 걸었다.그러나 전화를 마친 후 그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간민효의 단 한 마디가 그를 얼어붙게 만든 것이다.하현과 간민효는 친한 친구 사이라는 것.이 말에 왕인걸은 자신이 지옥으로 떨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마지막 요행과 희망이 한순간에 무너진 것이다.그는 전화를 끊고 아무 생각도 하지 못하고 ‘풀썩’ 하고 무릎을 꿇었다.이를 본 사람들은 넋이 나가는 것 같았다!모두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이 광경을 지켜보았다.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왕인걸이 언제 누구한테 무릎을 꿇은 적이 있던가?누가 그를 무릎 꿇게 만들 수 있단 말인가?“하현, 미안해. 내가 정말 잘못했어!”“내가 알아보지 못했어. 제발 넓은 아량으로 살 길을 열어줘.”“제발 부탁이야.”“모든 게 다 내 잘못이야. 내 잘못이라고!”말을 하면서 왕인걸은 스스로의 뺨을 몇 번이고 찰싹찰싹 때렸고 머리를 바닥에 조아렸다.하현이 만족하지 않으면 자신은 목숨을 부지하기 어렵다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하현, 제발 기회를 줘.”그는 하현이 만족하지 않으면 더 큰 재앙이 자신에게 닥칠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식당 안의 사람들은 하나같이 멍한 눈빛으로 이 광경을 지켜보았다.도대체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하현이 허세를 부리는 줄 알았는데 이것이 왕인걸에게 먹힐 줄은 상상도 못했다.명함 한 장을 던졌을 뿐인데 어떻게 왕인걸을 무릎 꿇게 할 수 있단 말인가?설은아의 예쁜 얼굴조차 의아한 표정으로 굳어졌다.하현이 아무렇게나 던진 명함이 왕인걸의 머리를 숙이게
이때 왕인걸은 남을 괴롭히던 습성을 드디어 드러내며 사나운 진면목을 가감 없이 표출했다.그의 말이 떨어지자 몇몇 사나운 친구들은 모두 맥주병을 들고 다가와 하현의 머리를 깨뜨릴 준비를 했다.설은아는 깜짝 놀란 얼굴로 말했다.“지금 뭐 하는 거야?”“당신들, 함부로 굴면 관청에 신고할 거야!”“신고?”예쁜 종업원이 냉소를 흘렸다.“신고가 먹힌다면 내가 성을 갈겠어!”“경찰서는 모두 우리 왕 도련님 사람들이야!”“경찰서에 신고는커녕!”“당신 할아버지 할머니한테 부탁해 봐도 아무 소용없어!”“설은아, 괜찮아. 내가 처리할게.”하현은 전화를 걸려던 설은아를 제지했고 냉담한 시선으로 왕인걸을 쳐다보았다.“스스로 용서를 구할 기회를 정말로 포기할 작정이야?”왕인걸은 냉소를 지으며 피가 섞인 침을 바닥에 내뱉었다.“용서를 구하라고? 당신이 나한테 그런 말할 자격이나 된다고 생각해?”“그래? 내가 그런 자격이 없는 건가?”하현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품에서 명함 한 장을 꺼내 손가락으로 튕겨 한 번에 왕인걸의 이마에 올려놓았다.“이젠 어때? 이만하면 내가 자격이 되는 건가?”“무슨 허튼수작이야?!”왕인걸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이마를 찌푸렸다.“이게 뭐야?”“명함?”“이게 날 밟을 수 있는 자격이라는 거야?”“당신은 당신이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세자라도 돼? 아님 부잣집 도련님?”이번엔 예쁜 종업원이 나섰다.“명함 한 장으로 우리 왕 도련님을 겁주려고?”“막장 드라마를 너무 본 거 아니야? 당신이 막장 드라마 주인공인 줄 알아?”왕인걸은 시큰둥한 표정으로 이마에 있던 명함을 집어 들어 찢을 준비를 했다.그러나 그가 찢으려고 했을 때 눈가에 예기치 못한 잔광이 비치기 시작했다.그가 유심히 명함을 보는 순간 전선에 온몸이 닿은 것처럼 찌릿하고 전율이 솟아올랐다.간민효.간결하고 명료한 이 이름 석 자가 왕인걸의 온몸을 벌벌 떨게 만들었다.간민효의 명함을?!게다
”개자식! 감히 날 때려?!”이때 왕인걸이 얼굴을 가린 채 비틀거리며 기어올랐다.그는 얼굴 가득 원망과 흉악함으로 뒤덮인 채 하현을 향해 이를 갈며 격노했다.“넌 이제 죽었어!”“넌 이제 끝이야!”몇몇 불량한 친구들도 잡아먹을 듯 눈빛을 사납게 이글거리며 하현과 설은아를 노려보았다.분명 이 두 사람은 오늘 여기서 죽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예쁜 종업원도 얼른 양복 차림의 사나운 남자 십여 명을 불렀다.아마도 식당 경비원들인 것 같았다.하현은 이 사람들을 쳐다보지도 않고 테이블 위에 있는 차를 집어 들고 단숨에 들이마신 후 아무런 표정 변화도 없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아직도 무릎을 꿇고 사과할 기회가 있어. 그렇지 않으면 정말로 당신들 손은 부러질 거야!”하현의 말을 듣고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코웃음을 쳤다.사람들은 모두 하현처럼 허여멀건한 사람이 감히 자신들을 제압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금정이란 곳은 힘이나 능력 좀 있다고 함부로 굴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금정 같은 대도시에서는 역량, 인맥, 배경, 출신, 권력, 지위 그 모든 것이 갖춰져야 어느 정도 어깨에 힘깨나 줄 수 있다.하현이 감히 부잣집 도련님을 건드렸으니 아마 목숨을 부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다.“촌뜨기! 넌 이제 죽었어!”예쁜 종업원이 노여움을 금치 못하는 표정으로 말했다.“네가 무슨 자격으로 우리 왕 도련님이랑 싸운단 말이야!”“왕 도련님이 누군지 알기나 해?”“왕 도련님은 금정 간 씨 가문 산하의 명성 필름 사장님이야.”“그는 금정 간 씨 가문의 먼 친척이야. 어떻게 당신 같은 촌놈이 모욕을 줄 수 있겠어?!”“못 들어봤어?”“옛날 왕사당 앞에 평범한 백성들이 드나들었다는 말 말이야!”예쁜 종업원은 화가 난 표정으로 말했다.왕인걸은 탑클래스 인물이었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금정 사 씨 가문과 관계가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그런데 얼뜨기 한 놈이 왕인걸을 함부로 발로
하현의 말이 떨어지자 장내가 조용해졌고 모두들 멍한 표정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어떤 사람들은 자신이 잘못 들은 것이 아닌가 의심하며 자신의 귀를 후벼팠다.이 말이 왕인걸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면 모두가 지극히 정상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그런데 어디서 튀어나왔는지도 모를 촌뜨기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오다니!어불성설 아닌가?왕인걸도 놀라서 잠시 어리둥절하다가 이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재미있군. 내 앞에서 이렇게 날뛰는 사람은 오랫동안 없었어.”“당신이 처음은 아니지만, 단연코 가장 재미있는 사람이야.”“이렇게 하지. 무릎 꿇고 머리를 세 번 조아리고 물러가.”하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래, 거기에 세 번 더 머리를 조아리고 무릎을 꿇어.”하현의 말을 들은 왕인걸의 얼굴에는 더욱더 비아냥거리는 기색이 더해졌다.이 촌뜨기가 지금 누구랑 말을 하고 있는지 알기나 한 건가?“왕인걸, 이놈이 전혀 체면을 세워 주지 않는군!”“뭐? 왕인걸한테 머리를 세 번 조아리라고? 네놈이 무덤에 들어가지 않는 한 그런 일은 없을 거야!”“왕인걸, 이놈이 이렇게 뻔뻔스럽게 나오니 하늘과 땅이 얼마나 무서운지 죽는 게 뭔지 직접 알려줘야 할 것 같은데?!”한 무리의 불량배들이 모두 호들갑을 떨며 한마디씩 덧붙였다.그들은 조금도 거리낄 것이 없는 사람처럼 험한 말을 마구 내뱉었다.왕인걸은 무리들의 비아냥거리는 말을 듣고 이대로 있는 것은 너무 창피하다고 생각했다.결국 왕인걸은 눈을 가늘게 뜨고 하현을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개자식! 더 이상 네놈 체면 따위 생각할 필요 없어! 당장 네놈을 죽여버릴 거야!”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왕인걸은 손바닥을 휘둘러 하현의 얼굴과 코를 때리려고 했다.그러나 그의 손바닥이 막 튀어나왔을 때 하현이 재빨리 손바닥을 휘둘렀다.“퍽!”낭랑한 소리가 울려퍼짐과 동시에 왕인걸은 얼굴이 따끔거리고 눈앞이 캄캄해지며 온몸이 멍해져 오는 것 같았다.그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다른
친구를 하자는 말을 특히 강조하며 왕인걸은 흐뭇하게 웃으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알렸다.그 말속에는 친구 이상의 음흉한 관계를 의미하는 낌새가 다분히 느껴져 그를 따르던 짐승 같은 남자들이 히죽히죽 웃었다.하지만 왕인걸은 마치 해야 할 말을 정상적으로 했을 뿐이라는 듯 태연한 표정을 지었다.그는 자신감 넘치는 얼굴로 하현의 존재를 완전히 무시했다.설은아는 왕인걸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고 하현을 향해 차가운 눈빛만 쏘았다.“이제 다 먹었어? 그럼 가자.”이 광경을 본 여자 종업원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고약한 년! 왜 이렇게 자꾸 잘난 척하는 거야?!”“왕인걸이 스스로 발걸음을 했는데 아직도 고고한 척 콧대를 세우는 거야?!”“당신 옆에 있는 그 사람이 그렇게 값어치가 나가는 인물이라고 생각하는 거냐고!”“왕 도련님이 화를 내면 어떻게 되는 줄 알아? 상상도 하지 못할 만큼 무서운 일이 벌어질 거야!”“자자,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만해. 위협하지 마. 미녀 앞에선 상냥하게 굴어야지!”왕인걸은 여자 종업원에게 손을 내저은 다음 손에 든 와인잔을 흔들며 소금에 절인 채소와 생선볶음을 뒤적거리고 있던 하현을 보고 웃었다.“저기 선생님, 난 당신의 여자가 마음에 들어요!”“대충 다 먹었으면 저리 썩 꺼져 주시죠! 어서요!”“이렇게 예쁜 여자는 못 참죠!”“사람은 자기 분수를 알아야 해요!”말을 하면서 왕인걸은 자신의 포르쉐 열쇠와 금정 별장 출입카드를 꺼내어 하현 앞에 놓았다.이 모습을 본 한 무리의 불량배들은 모두 껄껄 웃으며 하현을 비웃었다.한 방에 보내버리는군!완전히 더는 큰소리치지 못하도록 쇄기를 박는 거지!눈앞의 얼뜨기는 아마 800년을 분투해도 저런 물건은 손에 넣지 못할 거야!예전에 왕인걸이 이렇게 나오자 보통 남자들은 아무 소리도 하지 못하고 순식간에 겁에 질렸었다.사회 경험이 좀 있는 남자라면 다 알 것이다.이런 물건을 가진 남자에게 함부로 저항할 수 없다는 걸 말
”손님, 다시 한번 자세히 보세요!”“손님 옆에 있는 남자가 밥 먹는 거 말고 뭘 할 줄 알겠어요?”“보세요! 지금도 아무 거절도 못 하잖아요!”“그런데 왕 도련님은 어때요? 손님 옆에 있는 저 남자보다 몇천 배는 더 좋죠! 만약 손님이 이 기회를 놓치면 두고두고 후회할 거예요!”말을 하면서 여자 종업원은 하현에게 눈을 내리깔았다.그녀는 줄곧 하현의 존재를 알고 있었지만 궁상스럽기 짝이 없는 이 남자를 무시한 것이 틀림없었다.그녀의 눈에 금정에서 가장 가치가 있는 남자는 오직 왕인걸이었다.설은아는 더 이상 여자 종업원과 쓸데없는 말을 하고 싶지 않아 홧김에 버럭 소리를 질렀다.“저리 꺼져요!”여자 종업원도 냉소를 흘리며 지지 않고 대꾸했다.“손님, 정말 어지간하시네요!”“그렇게 있는 척하면 뭐가 좋아요? 무슨 소용이 있냐구요?”설은아는 찬바람이 쌩쌩 부는 목소리로 말했다.“자꾸 이런 식으로 나오면 당신 사장한테 말해서 당신을 해고해 버릴 거예요! 두고 보세요!”바로 그때 이들의 모습을 흐릿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던 왕인걸이 와인잔을 움켜쥐고 천천히 걸어왔다.걸을 때 뿜어져 나오는 기세가 얼마나 당차고 당당한지 보는 사람들마저 숨이 막힐 정도였다.그의 길을 막고 있던 일부 손님들은 얼른 길을 내주었다.그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일을 일부러 만들 필요가 없다고 느낀 것이다.왕인걸은 마치 원하는 것은 모두 손에 넣겠다는 듯 거만하고 당당하게 걸어왔다.그를 따르던 무리들도 지금 히죽히죽 웃으며 다가왔다.“쯧쯧쯧, 결국 왕인걸이 이렇게 여자를 빼앗는군!”“자고로 왕인걸의 눈에 띈 여자가 도망갈 곳이 어디 있겠어? 순순히 그의 품에 안기는 게 능사지!”“예전에 청순미녀라고 이름을 날리던 어린 스타가 처음에는 왕인걸한테 시큰둥한 태도를 보였었지.”“그러다가 나중에 어떻게 되었어? 왕인걸이 모든 지원을 끊자 결국엔 그에게 기어들어왔지.”“그리고 자기가 여신급 여자를 데리고 다니는 줄 알고 왕
”안녕하세요.”하현과 설은아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곱게 화장을 한 종업원이 82년산 라피트 한 병을 들고 다가왔다.“저분이 두 분께 드리는 것이니 받아주세요.”종업원은 설은아와 하현이 거절할 틈도 주지 않고 귀한 82년산 라피트 한 병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술을 보냈어요? 82년산 라피트를?”하현과 설은아는 모두 약간 어리둥절해하면서 종업원이 가리키는 곳을 쳐다보았다.지방시에서 옷을 맞춰 입은 멋진 남자가 와인잔을 살짝 들어 보였다.그는 젊고 멋있고 부유해 보였다.딱 봐도 금정에서 성공한 사람 같았다.그리고 그의 곁에는 화려한 옷차림의 남녀 몇 명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었다.순간 그들은 하현과 설은아를 바라보며 뭔가를 기대하는 눈빛이었다.하현이 입을 열기도 전에 설은아가 주저하지 않고 냉랭하게 말했다.“죄송하지만 난 저분을 몰라요. 그러니 이거 가져가세요!”“그게...”설은아의 차가운 눈빛에 여자 종업원은 눈썹을 찡그리며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손님, 손님 뜻은 알겠지만 왕 씨 가문 도련님이 다른 사람한테 이렇게 대하는 건 아주 드물어요. 그러니 저분의 호의를 받아들이는 게 좋을 거예요.”“어쨌든 금정에 왔으니 저분이 젊고 잘생기고 부유하다는 걸 모르진 않을 테니까요!”“많은 여자들이 저분한테 시선 한 번 받으려고 해도 좀체 기회가 없었다구요!”“저분이 와인을 한 병 주셨어요. 그것도 82년산 라피트 한 병을요! 설마 당신들은 이게 얼마나 영광스러운지 모르는 건 아니겠죠?”“정말 이해가 안 되네요. 왜 거절하시는 거예요?”예쁜 종업원은 설은아가 배려라는 걸 너무 모른다고 생각한 듯했다.보아하니 왕 씨 가문 도련님은 이곳의 단골이고 신분이 범상치 않으며 이 여자 종업원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 모양이었다.이것은 어린아이라 하더라도 단번에 알 수 있는 것이었다.하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의 앞에 있는 안줏거리를 씹었다.계속 먹자니 맛이 나쁘지 않았다.방금 비행기
저녁 6시, 금정 쇼핑센터 맞은편에 있는 금정 포장마차.포장마차라고는 하지만 사실 이곳은 금정에서 가장 유명한 식당 중 하나이고 매일 수천 번까지 번호가 매겨진다고 한다.그리고 입구에 있는 주차장에는 모두 각양각색의 고급 차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설은아는 진작부터 하현을 이곳에 데리고 와서 식사를 하려고 마음먹었다.그래서 그녀는 가방에서 번호표를 꺼냈을 때 적잖이 놀랐다.두 사람이 차를 세우고 금정 포장마차 안으로 들어서자 저녁 식사가 절정인 이때 화려한 옷을 입은 손님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설은아는 종업원에게 번호표를 제시했고 두 사람은 미리 남겨둔 자리로 안내되었다.이 과정에서 설은아는 사람들의 시선을 확 끌었다.화장을 곱게 하고 팔과 허벅지를 드러낸 여자들과 달리 설은아는 별로 화장기도 없지만 외모나 기질로 보아 모든 사람들을 압도하기 충분했다.예쁜 여자를 옆에 둔 남자들도 설은아를 힐끔힐끔 쳐다보았고 눈에선 뜨거운 시선이 광선처럼 빛났다.이 사람들 중에는 금정의 부잣집 2세들도 있었고 이제 막 사업에 분투해 성공 가도에 진입한 사람들도 있었다.물론 의기양양하고 패기 넘치는 스타트업 종사자들도 많았다.기질과 스타일로 볼 때 이 사람들은 하현을 앞서 나가는 것처럼 보였다.그래서 설은아 옆에 있는 하현을 보고 많은 사람들은 야유를 보냈다.그러나 설은아는 이 사람들을 무시하고 자리에 앉은 후 테이블 사이사이를 지나가는 주문 기계에 몇 가지 특별 요리를 주문한 다음 손을 뻗어 하현에게 차를 따라주었다.모처럼 부드러운 여인의 손길을 느끼며 하현은 술을 한잔 마신 뒤 설은아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샤넬의 코트를 입은 그녀는 늘씬하고 매력적인 몸매를 가졌다.여기에 옥처럼 빛나는 외모와 가끔 다리를 꼴 때마다 흘러내리는 미끈한 각선미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안달나게 했다.하현은 설은아가 사업에서 성공 가도를 달리면서 더욱 눈부시게 빛나는 슈퍼우먼이 되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그는 찻잔
이때 간민효는 하현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져서 잔뜩 호기심이 솟아올랐다.그녀는 다시 하현에게 조금 더 다가가 그의 귀에 대고 입김을 불어넣으며 말했다.“하현, 오늘 밤 시간 있어? 같이 밥 한 끼 할까?”“고맙지만 오늘 밤 하현은 시간이 없어!”냉랭한 표정으로 일관하던 설은아가 마침내 더는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그녀는 하이힐을 신고 당당하게 걸어와 하현을 자신 쪽으로 잡아당겨 팔짱을 끼고 만면에 미소를 머금으며 말했다.“하현은 오늘 밤 나와 함께 저녁을 먹을 거거든.”간민효는 설은아를 보고 어리둥절한 눈빛으로 말했다.“설은아, 이 사람이 그 능력 없는 네 전남편이야?”하현은 의아한 표정으로 비슷한 외모에 비슷한 나이대의 두 여인을 쳐다보았다.설은아와 간민효가 아는 사이?하지만 두 사람이 아는 사이인 것이 정상이었다.모두 금정에서 내로라하는 정상급 인물들이었기 때문에 모를 수가 없었을 것이다.하지만 설은아는 간민효에게 무슨 설명을 하기도 귀찮아서 얼른 하현을 끌고 VIP 출구로 나와 자신의 빨간 페라리로 들어갔다.그 후 그녀가 가속페달을 밟자 차는 굉음을 내며 쌩하니 그 자리를 떠났다.갑자기 혼자가 된 간민효는 멍한 표정으로 그 자리에 서 있었다.조수석에 탄 하현은 안전벨트를 매면서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오랜만에 만난 전처, 아니 와이프라고 해야 하나?이런 어색하고 떨떠름한 자리라니!차는 금정 국제공항을 빠져나왔고 하현이 금정의 가을빛을 감상할 사이도 없이 설은아는 거칠게 차를 몰았다.그리고 가속페달을 사정없이 밟으며 그녀는 떠보는 듯 입을 열었다.“간민효, 예쁘고 상냥하지?”맞는 말이었다.간민효는 전신급에 달하는 독술을 가졌으면서도 아름답고 성격도 시원시원했다.그리고 몇 시간 동안 함께 지내면서 하현은 그녀의 기질이 참 따뜻하고 상냥하다는 것도 알았다.그러나 차 안을 뒤덮은 질투의 불길을 느끼며 하현은 정색을 하고 말했다.“간민효가 어느 정도 사람 좋고 매력적이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