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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8장

작가: 감자를 사랑하는 늑대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9 19:42:56
스마트 밸리로 돌아와 창 밖의 강물을 바라보며 하현이 웃으며 말했다.

“은아야, 그래도 나를 믿어줘.”

“난 결코 당신을 믿지 않아. 당신이 이 일을 해결할 능력이 있다고도 생각하지 않고.”

“다만 닭에게 시집을 가면 닭을 따르고 개에게 시집을 가면 개를 따르라고 한 말처럼, 나는 너에게 시집을 갔으니 그저 너를 따를 수밖에.”

“설령 결국 함께 죽는 원앙새처럼 된다 하더라도 나는 원망하지 않아.”

설은아는 작은 얼굴로 진지하게 말했다.

하현이 웃었다.

그는 지금 며칠 후를 기대하고 있었다.

왕가, 결국 해명해야 할거야.

늦은 밤, 슬기는 갑자기 그 당시의 진상을 알아냈다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그 당시 한 사설탐정이 다른 사람을 미행하던 중 우연히 동영상을 찍었는데 이 동영상이 아마 박재민의 사망원인을 설명해 줄 수 있을 거예요.]

이 소식을 접한 하현은 조심스럽게 방의 불을 끄고 나서야 전용 엘리베이터를 통해 지하 차고로 갔다.

이미 늦은 밤이라 사방에 밤이슬과 서늘한 기운이 감돌았지만 슬기는 오피스룩에 포니테일을 하고 조용히 차 옆쪽에 서서 하현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 슬기가 준비한 차는 벤츠 빅G로, 오프로드용으로 준비했다.

차에 오르자 슬기는 그제서야 작은 소리로 말했다.

“회장님, 3년 전 남원을 떠나신 후 회장님의 안전을 위해 회장님께 연락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다 차단시켜놨습니다.”

“그 때 박 선생님이 후임을 몇 명 구해서 회장님이 남원에서 무슨 일을 꾸며 두었는지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도록 해 놓았습니다.”

“이렇게 한 목적은 하씨 가문 쪽에서 회장님이 준비한 후임을 빼앗을 수 없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하현은 살짝 고개를 끄덕거렸다. 박재민의 능력이 어느 정도 인지 그는 잘 알고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 당시 그의 오른팔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하씨 가문은 박 선생님을 어찌할 수 없었지만 나중에는 어찌된 영문인지 이 일이 왕정민 쪽으로 새어 들어갔습니다.”

“왕가는 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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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증거뿐만이 아니다.하현은 지금 박재민이 도대체 어떻게 하다가 이 지경에까지 몰리게 되었는지를 알고 싶었다.이 일은 또 어떤 사람들과 관련이 있을까!어떤 일들과 관련이 있는 것일까! 이것들을 아주 확실하게 조사해야 한다. 곧 그들은 호화롭기 그지없는 장원에 도착했다. 만약 슬기가 미리 알려주지 않았더라면 하현은 이 곳이 사설 탐정소라고 믿지 않았을 것이다.입구에 이르자 경비원이 나왔다. 차에서 내려 검사를 받는 것이 이곳의 규칙이었다. 슬기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회장님, 회장님의 신분을 밝히지 마세요!”“알았어.”하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차 문을 열고 내렸다.곧 침착한 발걸음으로 몇 명의 경비원들이 다가왔다. 분명 퇴역한 병사들이었는데 그들의 몸에서 약간의 살기가 묻어났다. 하현과 슬기 두 사람을 보자 잠시 후 또 한 명의 여자 경비원이 걸어 나왔다. 뒤 이어 그들은 진지하고 꼼꼼하게 몸 수색을 시작했다. 틀림없이 확인을 한 후에야 하현과 슬기 두 사람은 장원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들의 차는 밖에 주차를 해 둘 수밖에 없었다. 장원 안으로 들어간 후 담당자가 그들을 데리고 지하도로 내려갔다. 잠시 후 지하실의 큰 회의실 같은 곳에 다다랐다. 자단목으로 조각한 클래식 소파 맞은 편에 한 중년 남성이 옛날 고대 복장을 입고 손에는 물담배를 쥐고 한 모금씩 피우고 있었다. 그의 앞에 술잔은 없었고 도자기로 된 찻주전자가 있었는데 혼자서 따라 마시고 있었다. 그의 뒤편에 음흉한 그림자가 드리워 있었는데 양복을 입은 두 남자였다. 그들의 냉담한 시선만 봐도 알아 차릴 수 있었다. 이 두 사람은 분명 모두 용병일 것이다. “회장님, 이 분이 바로 사설 탐정소의 사장님이십니다.”“이 탐정소의 이름은 없지만 사장님은 대단한 이름을 가지고 계십니다. 성함이 공해원입니다.”“많은 재벌 스타와 보스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게 바로 이 사람입니다!”슬기는 하현 곁에서 한마디 귀띔을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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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억? 좀 비싸네. 당신이 가지고 있는 동영상이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지 어떻게 알지?”하현이 웃었다.“아이고, 형제여. 내가 이 영상을 찍었을 때 얼마나 큰 위험을 무릅썼는지 알기나 해?”“게다가 다른 증거 자료도 준비했는데……”“뒤에서 엉켜있는 관계들이 한 두 집안이 아니라 너무 많아서 이 동영상이 떠돌면 아마 여러 집안이 날 죽이려고 달려들 거야……”“천억이면 그리 많은 것도 아니야.”공해원은 '당신 이러면 참 곤란하지'하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이 일에 관여한 사람은 왕가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도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었다. 그는 다른 자료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이 말을 했을 때 하현의 눈빛이 차갑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그는 공해원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냉랭하게 말했다. “당신이 이렇게 많은 것을 알고 있고 심지어 다른 증거자료도 가지고 있다면 분명 당시 의도치 않게 우연히 이런걸 찍은 건 아닌 것 같은데?”“당시 당신이 이런 것들을 찍을 수 있었던 건 당신이 사람을 구할 수도 있었다는 것을 말해주기도 하고, 그게 아니라면 사실 당신도 그 일에 관여했다는 걸 의미하는데……”이 말을 한 후 하현은 벌써 한 발짝 앞으로 나갔고 몸에는 살의가 번지고 있었다. “우두둑 우두둑______”이때 공해원 뒤에 있던 두 경호원이 동시에 걸어 나왔는데 그들의 살기 역시 똑같이 매서웠다. 분명 공해원이 명령을 하면 그들은 하현을 없앨 기세였다. 공해원은 담담하게 물담배를 한 모금 빨면서 말했다.“당신은 그 사람의 대변인이고, 당신 배후에 있는 귀인은 말할 수 없이 귀하신 분이라 나는 당신에게 미움을 사고 싶은 마음이 없습니다……”“하지만, 만약 당신이 함부로 군다면 나 역시 개의치 않고 당신을 하늘로 보내고 당신 배후에 있는 사람과 얘기 할겁니다!”“그 사람이 비록 강하긴 하지만, 필경 남원을 떠난 지 여러 해가 되지 않았나? 그렇지?”분명 공해원은 자신만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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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영상은 곧 큰 TV로 재생이 되었다. 강변 주변의 내팽개쳐진 공사장 현장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그 중에 한 놈이 바로 왕씨 가문 사람이었고, 왕정민은 그 현장에 없었다.거기다 젊은 남녀들도 있었다. 하현은 몇 사람을 자세히 살펴보았지만 조금도 알아보지를 못했다. 하지만 그는 조급해하지 않고 여러 사람들 중 한 여자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구경선.일류 가문이자 구씨 가문의 방계였고, 박재민의 여자친구이기도 했다. 박재민은 강가에 서 있었다. 마지막으로 한강대교 위에 몇 줄기의 그림자가 이쪽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도대체 누구인지 확실히 보이지가 않았다. 그 다음……왕씨 가문 사람은 박재민 앞으로 가서 돈다발을 던지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박재민, 어서 말을 하고 돈 가지고 멀리 꺼져버려. 아니면 여기서 죽든지. 그 천한 목숨을 버리든, 네가 선택해……”“너희들…… 내가 여기 있는 지 어떻게 알았어?”박재민은 비할 수 없이 못마땅한 얼굴로 물었다. “내가 이 사람들을 데리고 온 거야. 재민아. 네가 어떻게 왕씨 가문과 싸울 수 있겠어? 게다가 왕씨 가문이 우리와 얘기를 하려고 하잖아. 우리에게 혜택을 주겠다고 하는 건 분명 이미 우리의 체면 세워준 건데, 네가 이 사람들의 체면을 깎으면 안되지. 어서 대답해!”구경선은 노파심에서 거듭 충고를 하며 권유했다. “그래 재민아, 네 자신만 생각하지 말고 우리도 좀 생각해 줄래?”“우리는 오랫동안 너랑 함께 지냈는데 만약에 우리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네가 참을 수 있겠어?”“왕 세자는 우리를 상위층으로 만들어 주겠다고 했고, 그 대가로 그 폐물이 준비한 모든 걸 그냥 말해주기만 하면 될 뿐이야. 이 얼마나 수지가 맞는 장사냐!”분명 이때 박재민은 약간의 배신감을 느꼈을 것이다.그의 여자친구, 그가 가장 신뢰했던 여자친구가 지금 그에게 모든 것을 포기하라고, 하현을 팔아 넘기라고 권하고 있었다. “너희들!” 박재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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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튿날.하현은 아침 일찍 구씨 가문의 미디어 회사에 도착했다.하현은 홀에 도착해 구경선의 초대형 포스터를 보았다. 포스터에는 구경선이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고, 마치 여신과 같이 예쁘고 사랑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었다. “보잘것없는 집안의 방계, 당시에는 18살의 인플루언서였을 뿐이었는데, 여기까지 왔다니 괜찮네……”“그런데 자신의 남자친구를 팔아 먹다니, 허허……”하현은 포스터를 자세히 살펴보면서 얼굴에는 싸늘한 미소가 번졌다. 옆에 있던 슬기가 조용히 말했다. “회장님, 제가 구경선씨와 미리 예약을 해두었습니다. 바로 다음이 우리 차례입니다.”“응, 그래.”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 기왕 구경선을 만나러 왔으니 그녀의 규칙을 따라야지. 그도 조급할 것이 없었다. 얼마 후, 접대원이 건너왔다.“하 선생님, 차례가 되었습니다. 저를 따라 오세요……”맨 꼭대기 층의 회장 사무실. 입구에 아직 몇 명의 경호원들이 그곳을 지키고 있었다.몸 수색을 한 차례 마친 후에야 하현과 슬기를 들여보내 주었다. 이런 점에서 구경선은 아주 조심스럽고 신중했다. 회장 사무실로 들어가니 구경선은 지금 업무를 보고 있었다. 누군가 들어오는 소리를 듣고 그녀는 고개를 들어올리지도 않고 입을 열었다.“하 선생님,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곧 다 될 거예요!”바로 이때 하현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구경선, 너 정말 위풍당당하구나.”“어!?”이 말을 듣자 구경선은 갑자기 조금 낯이 익은 거 같기도 했고, 마치 어디서 들어 본 적이 있는 것 같기도 했다. 구경선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렸다. 앞에 선 사람을 본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 소리치며 입을 열었다. “하현!?”당시 그들은 모두 대학 동창이었기에 그들은 당연히 서로 아는 사이였다. 다만 구경선은 결코 하현의 진짜 신분을 알 수 없었다. 그녀는 그저 하현이 박재민과 같은 사람이라고 알고 있었다. 마치 전설의 그 사람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 같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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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광경을 보고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깜짝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외지인 관광객 주제에 너무 오만하고 포악하지 않는가?진 반장이 이미 잘못을 인정하고 물러나려는데 여전히 권세를 믿고 남을 괴롭히려고 하다니, 이건 지나친 행동이 아닐 수 없었다.진 반장은 얼굴을 가리고 일어나 하현의 의기양양한 얼굴을 잠시 뚫어져라 쳐다보았다.도대체 이놈의 정체가 뭔지 알 길이 없어 진 반장은 순간 분노했지만 애써 마른침을 삼키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젊은이, 당신 너무 심한 거 아니야?”“퍽!”하현은 손바닥을 휘둘러 또다시 뺨을 때리며 냉담하게 말했다.“그렇게 대단하게 나한테 큰소리쳤다는 건 잘못을 하면 그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도리도 잘 안다는 뜻 아니셨나?”“이렇게 간단한 이치도 몰라?”진 반장은 주먹을 불끈 쥐고 이를 갈았다.생각 같아서는 하현을 죽이고 싶었지만 결국 그는 소리 없이 탄식할 수밖에 없었다.“미안해! 잘못했어!”그는 하현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하구봉이 전화를 건 정종화 총경이 두려운 것이 분명했다.감히 이런 상황에서 어찌 그가 하현을 상대로 싸울 수 있겠는가?상대방의 사과를 들은 후에야 하현은 앞으로 나와 그의 오른쪽 얼굴을 툭툭 건드리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꺼져!”진 반장은 그의 무리들을 데리고 쏜살같이 꽁무니를 뺐다.그리고 이 광경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그야말로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은 하현이 진 반장을 내쫓을 만큼 강력한 힘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진 반장 일행이 꽁무니를 빼게 했을 뿐만 아니라 진 반장의 얼굴까지 때렸다.“내가 당신을 얕잡아 본 것 같군. 당신이 이렇게 큰 뒷배를 뒀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어.”진 반장이 황급히 도망치는 모습을 보고 여음채는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면서 냉소를 흘렸다.“그렇지만 똑똑히 들어. 당신 뒤에 얼마나 큰 거물이 있든 간에!”“페낭 병원의 뒷배가 훨씬 강할 거야!”“날 건드려?! 흥! 두고 봐! 당신은 죽

  • 재벌 사위면 될까?   3874장

    선두에 선 남자를 보자 여음채는 안색이 환해졌다.그리고 나서 얼른 다정하게 남자의 팔짱을 끼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진 반장님, 마침 잘 오셨어요. 바로 저 자식이에요. 저 자식은 우리가 의료 윤리를 중시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람을 때린다고 호도하고 있어요.”“게다가 내 아랫배까지 걷어찼다구요!”“저놈을 반드시 감옥에 가둬 주세요. 그 안에서 제대로 반성할 수 있게요.”여음채는 하현을 가리키며 기세등등한 표정을 지었다.부일민 일행도 모두 큰소리로 맞장구를 치며 하현이 억지를 부린다고 한마디씩 보탰다.“뭐? 감히 병원에서 원장님을 때려요?”“대낮에 그런 짓을 한단 말이에요?”“법도 뭣도 없답니까?”진 형사는 하현의 얼굴을 주시했고 곧바로 그가 남양인이 아니란 걸 눈치챘다.그러자 얼굴이 싸늘하게 바뀌며 비아냥거렸다.“이봐, 어서 저놈을 데려가! 모질게 심문해! 지독하게 조사해!”“감히 반항한다면 그 자리에서 바로 법으로 다스려!”하현은 희미한 미소를 떠올리며 눈을 가늘게 뜨고 진 형사를 쳐다보았다.“당신은 어쨌든 형사반 반장이면 경찰서를 대표해서 일을 해야죠. 무슨 일이 생겼으면 제대로 조사를 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일을 어떻게 하든 당신 같은 사람이 날 가르칠 건 아니지!”“당신이 먼저 사람을 치고 법을 어겼어. 그러니 법 집행자로서 당신을 연행하는 건 당연한 거야!”“물론 당신도 저항하는 길을 택할 수 있어!”“하지만 저항한 결과는 내가 당신을 한 방에 죽이는 거야!”진 반장은 언성을 높였고 눈을 부릅뜨고 하현의 얼굴을 툭툭 건드리려고 손을 내밀었다.하현은 손을 들어 진 반장의 오른손을 막은 뒤 담담하게 하구봉을 쳐다보며 말했다.“전화 걸어.”하구봉은 어리둥절해하다가 곧바로 하현이 말하는 뜻을 알아차리고 얼른 핸드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전화기 건너편에 냉랭한 목소리가 전해오자 하구봉은 핸드폰을 진 반장에게 건네주었다.“당신의 직속 상사가 전화를 받아

  • 재벌 사위면 될까?   3873장

    하현은 여음채의 말을 듣고 얼굴을 살짝 찡그렸다.페낭은 정말 법보다 주먹이 가까운 곳이라는 걸 새삼 깨달았다.이렇게 공공연하게 정경유착이 만연할 줄이야!하현의 표정을 살피던 여음채는 순간 하현이 겁을 먹은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러자 여음채는 다시 의기양양한 기운을 내뿜으며 이를 악물고 하현을 냉소적으로 바라보았다.“왜? 무서워?”“이제야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알겠어?”“지금이라도 용서를 빌면 봐줄 수도 있어. 아직 늦지 않았다구.”“그렇지 않으면 당신을 기다리는 건 억세게 불행한 일들뿐일 거야!”말을 하는 동안 여음채는 부일민에게 손짓을 하며 다른 의료진과 경호원들을 모두 불러들여 하현 일행을 겹겹이 에워쌌다.기세등등하게 하현 일행을 노려보고 있는 그들 무리는 당장이라도 덤벼들 듯 사나운 모습이었다.이 광경을 본 여음채는 더욱 득의만만해져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이봐, 이제 무릎 꿇고 머리를 조아려. 어서 사과하고 내 신발 밑창을 개처럼 깨끗이 핥아!”“그렇지 않으면 당장 오늘 밤부터 감옥에서 썩어야 할 거야!”강옥연의 얼굴에 긴장한 기색이 떠올랐다.하구봉은 콧방귀를 뀌며 시큰둥한 반응으로 일관했다.주위의 구경꾼들은 모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하현에게 다가올 불운을 생각하며 탄식했다.아무리 거세게 싸운다고 해도 경찰관들 앞에서 그게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설마 하현 일행은 법이라도 어기려는 건가?하현은 냉담한 얼굴로 여음채의 얼굴에 시선을 던졌다가 이내 평온한 표정이 되었다.“내가 감옥에 갈 필요가 있는지 없는지는 잘 모르겠지만.”“의료 윤리를 중시하지 않는 건 그렇다 쳐. 그런데 어떻게 이익만 챙기고 인명을 돌보지 않는 거야?”“멀쩡한 병원이 사기꾼 소굴이 되어 관광객을 속이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군.”“당신들 오늘 잘 만났어. 당신들은 이제 좋은 날 끝났어.”“이 병원, 망하게 해 줄게.”하현의 말을 들은 부일민과 예쁘장한 간호사들은 모두 코웃음을 쳤다.그녀들은 허

  • 재벌 사위면 될까?   3872장

    잠시 후 넋이 나간 듯 멍하던 여음채는 겨우 제정신을 차렸다.그녀는 배를 움켜쥐고 일어나 하현을 노려보며 말했다.“개자식! 감히 날 걷어차?”“내 엄마가 누군지 알아?”“당신은 누구야? 의료 윤리를 저버린 원장 아니야?”하현이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말했다.“때린 건 당신이야.”“뭐?”조금도 두려워하지 않는 하현의 목소리와 행동에 여음채는 화가 치밀어 올라 하현을 가리키며 호통쳤다.“모두 저놈을 죽여!”“일이 터지면 내가 다 수습할 거야!”그녀의 말에 수십 명의 건장한 경호원들이 사납게 웃으며 하현을 에워쌌다.강옥연은 이런 막무가내 인사를 본 적이 없었다.병원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막무가내라니 정말 놀랍지 않을 수 없었다.결국 강옥연은 걱정스러운 마음에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하현, 조심해!”그녀의 말을 들은 부일민은 냉소를 흘리며 입을 열었다.“우리 원장님한테 미움을 산 사람은 살아남지 못해!”예쁘장한 간호사들은 앳된 얼굴로 눈을 흘기며 거들었다.“흥! 조심해 봤자 소용없어! 죽어야 해!”주위를 둘러보던 환자와 의료진들도 모두 고개를 내저으며 탄식하듯 깊은 한숨을 쉬었다.여음채의 인품이 별로라는 것은 잘 알려져 있었지만 그녀의 영향력과 인맥은 도저히 무시할 수 없었다.이 페낭 병원에서 누가 감히 그녀한테 대들 수 있겠는가?아무 물정 모르는 외지에서 온 관광객이 하필 여음채를 건드리다니!이게 무슨 바보 같은 짓인가?이때 선두에 선 경호원은 음흉한 미소를 흘리며 하현에게 다가왔다.그는 고개를 옆으로 까딱까딱 꺾으며 광분한 사냥개 같은 표정으로 말했다.“이놈아! 감히 여기서 소란을 피워? 여기가 어디라고? 눈을 어디다 둔 거야?”“퍽!”“앗!”경호원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하현은 듣기 귀찮다는 듯이 손바닥을 휘둘러 그를 내동댕이쳤다.맨 앞에 있던 경호원은 눈앞이 캄캄해졌고 그대로 바닥에 널브러져 기절하고 말았다.기절했어?!이 광경을 보고 놀

  • 재벌 사위면 될까?   3871장

    앞뒤 사리를 가리지 않고 막무가내로 행동하는 여음채의 모습에 강옥연이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뭐가 모욕이에요?”“당신들은 환자를 구하고 비용을 청구해야 하는데 환자를 구하기는커녕 무슨 스타가 나타났다고 부리나케 쫓아다니지 않았냐구요?!”“응급실에 30분씩이나 방치해 놓고 이제 와서 보증금은 돌려주지 못하겠다니요?”“당신들 같은 병원이 무슨 의료 윤리 의식이 있겠어요?”“병원이 아니라 사기 소굴이에요!”강옥연은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식약청에 고소할 거예요!”하현은 침착한 눈빛으로 여음채의 표정을 살피다가 하구봉에게 원가령의 안전을 보호하라는 손짓을 했다.아마도 강옥연의 강경함에 여음채는 일을 처리하기가 좀 곤란해졌다고 느꼈을 것이다.여음채는 눈빛이 서늘해지더니 달려오는 수십 명의 경비원들에게 하현 일행을 포위하라고 손짓하며 지시했다.이어 그녀는 경멸하는 표정으로 긴 다리를 뻗으며 다가와 말했다.“우리 페낭 병원에서 소란을 피우고 잘못을 하면 응당한 대가를 치러야 해.”“무릎을 꿇고 잘못을 인정해. 그리고 내 신발 밑창을 깨끗이 핥아. 그뿐만 아니라 우리 부일민 의사에게 십억을 배상해. 그러면 이 일은 이대로 덮어 두겠어!”“더 이상 일을 크게 만들지 마.”“내 말대로 하지 않으면 당신들은 칠흑 같은 남양 감옥에 갇히게 될 거야!”“1년 반 동안 안에서 통곡만 하다가 세월을 보내게 될 거라고!”분명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닌 듯했다.여음채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아주 능수능란했다.어떤 외국인이라도 감히 페낭 병원에서 소란을 피우는 자는 모두 이런 꼴을 당했을 것이다.부일민 일행은 입꼬리를 살짝 치켜올린 채 고소하다는 듯 히죽거렸다.큰소리 뻥뻥 치더니 하현이 아주 제대로 걸렸다고 생각했던 것이다.페낭 거물도 아닌데 감히 페낭 병원에 와서 행패를 부려?하늘이 얼마나 높고 땅이 얼마나 두꺼운지 모르는 거지!강옥연은 한기를 가득 품은 목소리로 소리쳤다.“당신들은 아주 법도 뭣도

  • 재벌 사위면 될까?   3870장

    응급실에 있던 원가령은 아직도 술에 취한 듯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그녀의 얼굴은 여전히 창백했다.원래 같았으면 벌써 위를 씻고 상처를 치료해야 했었지만 의료진은 그녀를 병상에 눕혀만 놓고 방치한 것이다.하현은 얼굴을 찡그리며 손을 뻗어 원가령의 위를 몇 번 누른 다음 그녀를 일으켜 세우고 하구봉에게 쓰레기통을 가져오라고 지시했다.원가령은 술을 모두 토한 뒤에야 비로소 조금은 편안해진 얼굴이 되었다.강옥연에게 응급실의 소독약으로 간단하게 원가령의 상처 부위만 소독한 뒤 휠체어를 구해 원가령을 실었다.그리고 하현 일행은 떠날 준비를 했다.이때 문밖에서 다급한 발자국 소리와 함께 남양 말로 뭔가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분명 경비원들이 들어오려고 하는 것이 틀림없었다.하현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하구봉에게 눈빛을 보냈고 하구봉은 지체 없이 한 걸음 내디디며 한 발로 세게 문을 걷어찼다.‘퍽'하는 소리와 함께 응급실 문이 벌컥 열렸다.예닐곱 명의 건장한 경비원이 뛰어들려다가 튕겨나가는 부일민과 부딪혀 난장판이 되었다.비슷한 시각 복도 끝 쪽에서는 기세등등한 모습으로 걸어오는 사람들이 있었다.어딘가 낯이 익어 보이는 여자가 맨 앞에 서 있었다.그녀는 몸매가 유려했고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를 뿜으며 걸어왔다.앳된 간호사 몇 명은 이 여자를 보자마자 자신도 모르게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이 중년 여자는 페낭 병원에서 제일 영향력이 센 원장, 여음채였기 때문이다.여음채는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위엄있는 목소리로 말했다.“누가 우리 병원에서 소란을 피워? 눈도 없어?”“원장님, 외지 사람들이 와서 억지를 부리고 있어요. 우리가 의술의 도리를 저버렸다고 하면서 사람을 때리고 응급실 문을 발로 차고 있어요.”“우리는 모두 들어가서 환자를 치료하려고 하는데 환자를 마음대로 데려가려고 합니다!”“이건 아주 우릴 무시하는 거죠!”넘어져 있던 부일민은 여음채를 보자마자 벌떡 일어나 하현 일행의 행동을 가리키며 고자질

  • 재벌 사위면 될까?   3869장

    부일민은 더욱 냉소적으로 말했다.“하지만 우리 앞에서 귀에 거슬리는 그런 말은 해도 되지만 이것만은 알고 가세요. 한번 지불한 돈은 환불되지 않아요.”“사람이야 얼마든 데려가도 되지만 보증금 천만 원은 돌려주지 않습니다!”“그럼 어서 물러가세요!”“여기서 방해하지 말구요!”의사의 오만방자한 말에 강옥연은 얼굴이 싸늘해졌다.“살리기는커녕 환불도 안 된다구요?!”“내가 당신들 고소할 거예요!”“고소?!”부일민은 여간호사 몇 명과 눈을 마주 보며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어떤 사람은 손거울을 꺼내 화장을 고치기 시작했고 어떤 사람은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강옥연이 고소라는 말을 꺼내도 그녀들은 전혀 안중에 두지 않는 게 분명했다.어차피 페낭 병원은 불만을 제기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고소? 그래 하세요!”부일민은 눈썹을 치켜세운 뒤 벽에 붙은 전화번호를 가리켰다.“국민신문고, 식약처, 경찰서, 등등, 전화번호들이 여기 다 있으니까!”“아무데나 전화해서 아무나 불러 보세요!”“사람을 불러서 날 고소해 보세요! 그럼 내가 당신들을 할아버지라고 부를게요!”“대하 촌놈들이 감히 우리 남양 땅에 와서 거드름을 피우며 위세를 부리고 있어?! 흥!”“당신들이 전화를 해 봤자 아무도 들어주지 않을 거예요!”부일민은 한껏 코웃음을 쳤다.그들은 이미 관광객들을 등쳐먹는 데 아주 익숙한 것 같았다.관광객이 신고해도 결국 팔이 안으로 굽는 법이었다.“당신들 제정신이에요!”강옥연은 눈을 부라렸다.이런 몰상식한 사람들은 정말이지 처음이었다.이때 하현이 앞으로 나와 강옥연의 어깨를 툭툭 치며 담담하게 말했다.“강옥연, 어쨌든 당신은 용문 사람인데 어떻게 기본적인 도리도 몰라?”“뭐라고?”강옥연이 살짝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도무지 하현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영문을 알 수 없었다.“어떤 사람들은 말로 하면 못 알아들어. 그냥 얼굴을 두들겨 맞아야 알아듣지.”

  • 재벌 사위면 될까?   3868장

    황천화 일행을 해결하고 하현은 강옥연에게 전화를 한 뒤 택시를 타고 페낭 병원으로 향했다.페낭 병원은 사립 병원으로 규모가 큰 편은 아니었지만 인테리어가 호화로웠다.거리마다 홍보 간판이 걸려 있는 병원다웠다.다만 의술은 아직 그에 미치지 못했고 보감 그룹 병원에 속하며 페낭 현지에서 평판이 별로 좋지 않았다.보통은 관광객을 속이고 사기를 쳐서 이익을 남기는 병원이었다.그리고 해외에서 온 관광객들은 이곳에서 사기를 당해도 신고할 길이 없어 결국 흐지부지될 수밖에 없었다.하현은 오는 길에 이런 정보들을 알게 되었다.강옥연도 현지인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병원에 가게 된 것을 그녀의 잘못만이라고 탓할 수가 없었다.하현과 하구봉은 곧바로 병원에 도착해 응급실 복도에서 강옥연을 찾았다.“하현.”하현이 나타난 것을 보고 강옥연은 급히 다가와 공손하게 인사를 건넸다.“상황은 어떻게 되어 가고 있어?”하현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물었다.“응급실에 들어가긴 했지만...”강옥연이 말끝을 흐렸다.하현은 얼굴을 찡그리며 응급실 문틈을 살짝 들여다보았다.대여섯 명의 환자가 병상에 누워 있었고 그중 두세 명은 외상을 입고 낮은 소리로 신음하고 있었다.그러나 응급실 안에는 의료진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내가 원가령을 데리고 왔을 때 의료진은 어떤 유명 연예인이 다쳐서 나간다고 했어.”“이곳의 한 인플루언서 스타가 영화를 찍다가 손가락을 다쳐서 급하게 응급실 의료진이 갔어!”“곧 돌아오겠다고 하면서 보증금 천만 원을 먼저 내라고 했어.”“그래서 보증금을 내고 30분째 이렇게 기다리고 있는데도 아직 아무도 안 와...”강옥연의 얼굴에 긴장감이 가득 드리워져 있었다.하현은 얼굴을 살짝 찌푸렸다.보감 그룹 산하 병원의 평판이 좋지 않다는 걸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그가 다른 의료진을 찾아보려고 하자 강옥연이 그를 멈춰 세우며 말했다.“하현, 내가 가서 재촉해 볼게.”강옥연은 혼자서 달려가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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