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현의 얼굴색이 변하는 것을 보고 설유아는 하현이 얼마나 공포스러운지 알았기 때문에 서둘러 수습을 하며 말했다.“자, 그냥 몇 마디 했을 뿐인데 너무 개의치 마세요.”“우리가 여기 온 목적을 잊지 마요. 우리 자리 예약하러 왔잖아요.”말을 하면서 설유아는 장예준을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선배, 우리 내일 모레 여기 전체 다 빌리려고요. 가능할까요?”그녀는 비록 화가 났지만 형부를 생각해서 참았다. 장예준은 설유아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안 돼, 여기는 한 달 전에 예약을 해야 돼. 그리고 전세를 내주는 규정은 없어.”하현은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있다고 하면 있는 거야. 하루 18억.” 이 말을 듣고 장예준은 웃었다. “보아하니 당신 돈 좀 있나 보네요!”말을 마치고 그는 침을 ‘탁’ 뱉으며 말했다.“도련님, 아쉽지만 내가 그 정도로 돈이 부족하지는 않아요!”“우리 식당에 규정을 하나 더 붙여야 될지 한 번 생각을 해봐야겠다. 개랑 개 같은 남녀는 들어 올 수 없다고!” “도련님, 그러니까 도련님 말씀은 이 두 분이 개 같은 남녀라는 말씀이십니까?”수행원이 일부러 입을 열었다. “맞아, 막말로 이런 개 같은 남녀와 개는 들어올 수 없잖아!” 장예준은 웃으며 말했다. 이 말을 듣자, 설유아의 성깔도 올라왔다. 방금 너 대신 좋은 말을 해줬는데도 소중히 여길 줄을 모르고 지금 이렇게 모욕을 하는 거야?“장예준 그게 무슨 뜻이야? 너 일부러 그런 거지?”“맞아! 일부러 그랬어!”“이 가게는 내가 열었으니 내가 받고 싶은 사람이 누구든 그 사람만 받을 거야!”“개 같은 남녀가 들어와서 내 가게를 더럽힐까 봐 그런다, 왜?”“너 아직도 굴복 안 해? 깨물어 버린다!”장예준은 오만하게 굴었다. “물론 불가능하진 않지…… 이렇게 하자, 너 오늘 밤 오빠들이랑 재미있게 놀자, 오빠가 기뻐하면, 구역질 나는 거 참고 너 밥 먹으러 들여보내줄게.
뭇 사람들의 비아냥거리는 소리에 설유아의 얼굴이 붉어졌다.지금 그녀는 참지 못하고 손을 뻗어 하현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형부, 우리 가자. 우리 다른 식당에 가서 예약해도 되잖아요!”“이 집은 내가 정말 좋아하는 곳인데 장씨네가 나를 대접하지 않으니 주인만 바꾸면 돼.”하현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하하하, 그래 그럼 우리가 기다리고 있을게, 3분 남았어.”장예준이 특별히 시계를 보면서 연극을 보는 표정을 지었다.“1분 남았는데……”장예준이 의기양양해 하고 있을 때, 엘레베이터 문이 갑자기 열렸다. 몇 명의 양복차림을 한 남자들이 하현 앞으로 다가와 공손한 얼굴로 말했다. “하 선생님, 오늘부터 이 회전식당 운영을 맡게 됐습니다. 내일 모레 예약하는 일은 반드시 최선을 다해 도와드리겠습니다!”이 장면을 보고 모두들 어리둥절했다.설유아는 비할 데 없이 더욱 충격을 받았고, 몸은 가늘게 떨렸다. 설마 형부가 정말 해낸 거야?전화 한 통 했을 뿐인데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이건 정말 말도 안돼!장예준은 눈 앞의 광경을 보고 오히려 비웃으며 말했다.“재미있네. 사람들까지 불러 가면서 연극 재미있게 하네?”“자기 맘대로 배우 한 명 찾아놓고는 우리 식당을 운영하겠다고? 너 장씨 집안 뒤에 누가 있는지 모르는 게 두렵지도 않아?”장예준은 팔짱을 꼈다. 장씨네 배후에는 천일그룹이 있었다. 천일그룹을 장악하고 있는 자는 다름아닌 거물 하 세자였다. 이런 배경이 있는데 남원에서 누가 감히 장씨 집안에 미움을 사겠는가?장예준이 하현을 가리키며 계속 큰 소리로 비웃고 있을 때 그의 핸드폰이 갑자기 울리기 시작했다.“네? 아빠, 갑자기 왜 무슨 일이에요? 맞아요. 저 회전식당 안에 있는데……”이때, 장예준은 어렴풋이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너무 ‘때마침’ 전화가 온 거 아닌가?맞은 편에 있는 장씨 집안 주인이 부들부들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집이 망했어! 빨리
이때, 방금 그 몇 명의 양복 차림의 남자들 중 선두에 섰던 한 사람이 빠른 걸음으로 하현을 따라와 허리를 굽히며 말했다. “하…… 선생님……”“이 비서님의 지시로 오늘부터 이 식당이 그룹 쪽에서 독점으로 운영을 하게 되었는데 어떤 지시를 내리실지 모르겠습니다.” “인원 변동 없고, 규정도 바꿀 필요 없어. 근데 나중에 전세로 빌리게 될 경우에는 18억을 받아……”하현은 손 가는 대로 카드를 내 던졌다. “내일 모레 내가 전세 낼 거야. 생일 만찬이야. 예쁘게 잘 꾸며 놓는 거 잊지 말고.”그 임시 책임자는 하현이 내던진 아멕스 블랙카드를 받고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는 방금 까지도 약간 의심을 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아주 확실해졌다. 과연 전설의 그 사람이구나!그러나 그 사람은 줄곧 조용해서 감히 그를 남원 전역이 모두 복종하게 만드는 그런 호칭으로는 감히 부를 수가 없었다. 하현은 지금 그 사람에게 카드를 긁게 했고 그는 바로 얌전히 카드를 긁으러 갈 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이 임시 책임자는 이 분 앞에서 시킨 대로만 하면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일들은 할 필요가 없었다. 일을 다 인계한 후 하현과 설유아는 밥 한끼를 먹고 떠났다. 남원타워 아래로 내려온 설유아는 하현의 팔을 다정하게 끌어안으며 말했다.“형부, 만약 어떤 남자가 이렇게 내 생일파티를 해준다면 나는 분명 그 사람을 죽을 만큼 사랑했을 거예요!”하현이 웃으며 말했다.“나중에 언니한테 해달라고 해.”하현이 교묘하게 화제를 전환하자 설유아는 코를 살짝 찡그렸다. 그러나 곧 활짝 웃으며 말했다.“형부, 생일파티 장소도 해결을 했으니 그럼 언니가 좋아할 만한 선물 고르러 갈까요?”“그럼 당연하지!” 하현이 말했다.“언니가 뭐 좋아하는지 아세요?”설유아가 의기양양하게 입을 열며 알고 싶으면 나에게 물어보라는 표정을 지었다.하현이 말했다. “나는 네 언니가 뭘 좋아하는 지는 모르지만, 지금
하현은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미안하지만 집 사러 왔는데요.”“뭐요? 집을 사러 왔다고요?”이 판매원 아가씨는 하현을 위아래로 훑어보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귀에 무슨 문제가 생겨서 잘못 들은 줄 알았다. 이 녀석은 젊고 예쁜 아가씨를 데리고 온 것 말고는 집을 사러 온 사람 같지는 않아 보였다. 이때, 판매원 아가씨가 심호흡을 하며 진지하게 말했다. “선생님, 여기 집 값이 얼만지 아세요? 집 한 채에 1평당 가격이 4천만 원부터 시작해요.”“게다가 여기 있는 집들은 한 채에 5백평 안팎이라 아무 집이나 2백억이 넘어요.”“잘못 말씀하신 것이 확실하죠? 정말 집을 사러 오셨나요?”하현은 마음대로 고개를 끄덕이며 벌써 스스로 주택이 소개된 팜플렛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설유아는 개 눈으로 사람을 깔보는 듯한 그 판매 아가씨를 보며 참지 못하고 말했다. “우리 집 사러 왔다고 말했잖아요. 쓸데없는 소리 좀 그만 할 수 없어요?”“우리가 마음에 안 든다 치더라도, 당신들한테 이 집은 안돼요.”판매원 아가씨는 ‘피식’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당신들 궁상맞은 꼴을 보니 아마 2백억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는 거 같은데? 집을 사겠다고? 가능하겠어요?”“당신들 여기 사진 찍으러 들어와서 SNS에 올리려고 하는 거죠?”“만약 그런 거라면, 솔직히 말해서 우리도 협조할 수 없어요!”“내가 제일 혐오 하는 게 가난뱅이인데 우리한테 와서 부자 행세를 하다니!”“당신들 누구한테 시치미를 떼는 거야!?”설유아는 화가 나서 부들부들 떨었다. 자기 형부는 마음대로 18억으로 생일 파티도 마련해주는 사람인데 집 한 채 못살까?장난하나?지금 분양센터의 다른 사람들의 눈길도 끌었다. 지금 적지 않은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앞에선 여자는 유니폼 정장을 갖춰 입고 있었는데 다리가 하얗고 길게 곧아 있어서 한 번 만져 보고 싶은 생각이 들만했다. 게다가 여자의 몸매는 남자라면 그녀를 보았을
하지만 이런 복잡함은 일종의 설레임이었다. 그녀가 요 몇 년 동안 이렇게 노력한 것은 하현 앞에 섰을 때 조금 이라도 그에게 말할 자본이 있기 위해서였다. 그 당시에는 여왕님을 얕잡아 봤지만 지금 여왕님은 너같은 놈의 손이 닿지 않는 높은 곳에 있다. 졸업한지 3년이 지나도록 줄곧 만날 기회가 없었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오늘 이렇게 만날 기회가 생겼다. “친구, 너 남원에는 언제 왔어?”유소미는 하현을 아래위로 훑어보더니 무심코 입을 열었다. 하현이 말했다. “보름 전에……”“아이고, 졸업한지 몇 년이 지나고 사실 나 계속 네 소식 듣고 있었어. 듣기로는 지금 서울에 있는 2류 가문 데릴사위라던데?”“어떻게 지금 남원에 온 거야? 설마 집 사람들이 널 원하지 않는 건 아니겠지? 그래서 돌봐줄 부잣집 여자가 있는지 알아보러 나온 거야?”“대학 다닐 때는 내가 어리숙했지. 너한테 고백도 했었잖아!”“지금 너 싱글이야? 만약 내가 지금 고백하면 아직도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네?”유소미는 지금 감개무량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뭐요? 유 매니저님, 어떻게 함부로 말씀을 하세요?”“맞아요! 지금 우리 매니저일 뿐 아니라 1등 판매원이시잖아요!” “집도 있고! 고급차도 있고! 이렇게 예쁘기까지 하신데!”“완전 여신이에요! 이놈이 어디 당신한테 어울리겠어요?”“이 사람은 지금 아마 속으로 후회해 죽을 거예요! 그때 고백을 거절하다니! 지금 당신을 보고 무릎 꿇고 발바닥을 핥아도 안돼요!”“유 매니저님, 이 사람은 쓰레기예요! 매니저님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아요!”……이런 판매 아가씨들은 세상 물정에 훤한 사람들이었다. 유소미가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듣고 이 사람들은 유소미가 하현을 난감하고 후회하게 만들려고 한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래서 그녀들은 자연스럽게 협조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녀들의 빈정대는 소리를 들으며, 하현은 오히려 담담하게 유소미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는 지금 약간 어이가 없어하는
이 생각에 미치자 유소미의 마음은 탄식과 하현을 얕보는 마음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그녀는 매우 인간적이어서 지금 이 순간에도 표정으로 드러내지 않고 오히려 웃으며 말했다. “참, 하현, 너 집 사러 왔다고 했지?”“동창이니까 만약 사고 싶다면 내가 많이 할인해줄게.”“하지만 내가 여기서 충분히 할인을 해줘도 2백억은 넘을 거야……”“아니면 시골에 있는 열 몇 평 정도 되는 집들 몇 채 소개 시켜줄까? 그건 4억 정도면 살 수 있을 텐데.”하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고마워. 근데 나는 여기에 있는 집에만 관심이 있어서.”“푸하하……”다른 판매원 아가씨들이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이거 끝까지 뻐기고 있네?유소미도 웃으며 말했다.“친구야. 네가 여기서 사는 게 불가능 한 건 아니지.”“하지만 우리는 담보대출은 안 받아. 전액 다.”“너……괜찮겠어?”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전액 다? 별 문제 없어.”“전액, 확실해? 이건 몇 만원이 아니야. 최소한 2백억이야!”유소미는 하현의 말투에 놀랐다. 이 놈은 자기 앞에서 지금 죽어도 체면을 살리려고 하는 건가? 이런 말까지 하다니?유소미는 이제 약간 화가 나기 시작했다.그녀는 이미 하현의 체면을 세워 주었고 그를 모욕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이 녀석은 여전히 좋고 나쁜 게 뭔지를 모른다. 그녀는 오늘 하현이 집을 살 수 있는지 없는지 볼 것이다. 그녀는 하현이 도대체 얼마나 망신을 당하는지 보고 싶었다. 그녀는 이미 오늘 밤 대학 친구들 사이에서 하현이 오늘 망신당한 일을 말해줄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하현의 다음 말이 그들을 놀라게 했다. 그들은 하현이 담담하게 말하는 것을 듣고만 있었다. “여기서 가장 비싼 건 아무래도 꼭대기 층이겠지?”이 말이 나오자 온 장내가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스마트 밸리는 특별한 점이 있었다. 그것은 층이 높을수록 가격이 비싸다는 것이다. 가격이 비싸면 비쌀수록 그 곳
4백억짜리 집을 말해서 뭐할까? 분명 좋겠지! 하지만 중요한 건 살 수 있냐는 것이다.유소미는 웃을 듯 말 듯 하현을 쳐다보다 오늘 하현을 망신시키려 마음을 먹었다. 맨 마지막에 하현이 무슨 핑계로 안 사겠다고 하는지 보고 싶었다. “친구야, 오래된 동창이니 우리 실제로 가서 한 번 보는 건 어때? 네가 만족하면 오늘 밤에라도 입주할 수 있어.”유소미는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녀는 하현 같은 촌뜨기가 지금 데릴사위가 되었으니 현장에 가면 순식간에 탄로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하현은 건물 모형을 계속 보면서 고개를 가로 저으며 말했다. “안 가도 돼……”“왜? 감히 못 가겠어? 아니면 돈이 없어? 돈이 없으면 그냥 말을 하지! 뻐기기는 뭘 뻐기고 있어!”처음에 그 판매 아가씨가 이상야릇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하현은 그녀를 쳐다보기도 귀찮았다. 그리고 자신의 아멕스 블랙카드를 꺼내 유소미에게 건네주었다. “이 집으로 할게. 그냥 카드로……”하현은 비할 데 없이 무미건조하게 말을 했지만, 지금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눈이 멀었다. “뭐? 그냥 카드를 긁으라고?”1분 정도 멍하게 있다가 그제서야 그 판매원 아가씨들이 반응을 보였다. 그녀들도 이렇게 집을 사는 사람은 처음 봤다. 현장도 한 번 안가보고 바로 카드를 긁다니?“하현…… 너 확실해……?”이때 유소미는 손에 든 카드를 알아보고 너무 놀랐다. 이건 전설의 아멕스 블랙카드!이 카드를 가진 사람의 몸 값은 최소한 2조원 정도는 되겠지?이 카드 진짠가?“좀 빨리 해줄래? 나 일이 있어서.”하현은 한마디 재촉을 했다. 유소미는 안절부절 못하는 얼굴로 카드를 긁기 시작했고 잠시 후 ‘띵’하는 소리가 들렸다. 한번에 4백억 결제가 완료되었다. 그 판매 아가씨들은 하나같이 입이 떡 벌어져서 오리 알을 입에 다 쑤셔 넣을 수 있을 정도였다. 여태껏 이런 사람은 만나 본 적이 없었다. 이렇게 마음대로 집을 보고 아무렇
분양센터 밖으로 나오자 설유아는 그제서야 반응을 보였다. 신기한 듯 하현을 보며 말했다.“형부, 나 집 생긴 거예요?”“이제 나랑 네 언니랑 살려고. 꼭대기 층은 많이 넓지 않아? 너도 거기서 살아.”설유아는 흥분하며 말했다.“그럼 형부, 나 기숙사에 안 살아도 돼? 기숙사가 너무 작아서 거기 살기 싫거든……”사실 그녀는 이렇게 하면 매일 형부를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게다가 그와 언니가 부부생활을 하지 못하게 막을 생각이었다. 하현은 이 계집애가 이렇게 많은 생각을 하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집은 네 꺼야. 네가 오고 싶으면 오는 거지. 나는 관여 안 해.”설유아는 방긋 웃는 얼굴로 국경절 연휴가 지나면 바로 이사오기로 했다. ……곧, 3일째가 되었다. 이 날은 설은아의 생일이기도 하다. 설재석과 희정 두 사람은 모두 하던 일을 멈추고 설은아의 생일을 챙겼다. 요 며칠 동안 그들도 비밀스럽게 여러 가지 준비를 했다. 이른 아침, 하현은 설은아에게 생일 파티를 준비했다고 말하는 것을 깜빡 했다.희정이 말했다. “은아야! 오늘 누가 널 위해 네 생일 파티를 준비했어!”“이따가 분명 깜짝 놀랄 거야!”설재석도 웃으며 말했다.“장소는 W호텔이야!” 두 사람이 신비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자 설은아는 참지 못하고 웃으며 말했다.“W호텔? 거긴 한 끼 식사에 몇 백만 원 정도야. 너무 비싸. 내 생일엔 그냥 집에서 아무거나 한끼 먹으면 돼.”설재석은 웃으며 말했다.“은아야! 이건 우리가 정한 게 아니야. 누군가 정성껏 준비한 거야.”“게다가 W호텔 최고 럭셔리한 세트래. 한 테이블 당 2천 몇 백만 원 정도 든대!이 소식을 듣자 설은아는 무의식적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 설마 이 사람인가!희정은 설은아의 동작을 보고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걱정 마. 그 사람은 아니야. 그 사람은 너 데리고 가서 밥을 먹고 싶어도 그럴만한 능력이
”여수혁?”하현은 여음채를 쳐다보며 차가운 미소를 띠었다.“그가 이 병원 대주주인 동시에 당신의 뒷배라고?”“그래! 알고 나니 이제야 겁이 나?”“무서운 줄 알면 이제 무릎 꿇고 내 신발 밑창을 핥아!”“그리고 다리를 부러뜨리고 이십억을 배상해! 그러면 여수혁도 당신한테 살길을 열어줄지도 모르지!”“그렇지 않으면 당신 오늘 재수 없을 줄 알아!”여음채는 경멸하는 기색을 한껏 드러내었다.하현이 남양 무맹과 여수혁이라는 단어 앞에서는 전혀 별 볼 일 없는 존재라고 여겼던 것이 분명했다.강옥연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하현에게 말했다.“하현, 여수혁은 남양 무맹주가 총애하는 제자야. 그리고 그의 아버지는 페낭 무맹의 부문주라서 건드리기가 쉽지 않아.”하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괜찮아. 어릿광대일 뿐이야.”“뭐? 어릿광대?”하현의 말에 여음채는 ‘피식'하고 웃음을 터뜨렸다.“누가 당신한테 그런 용기를 줬는지 모르겠군! 흥!”“우리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이 사람은 페낭 무맹의 부맹주 아들이야!”“이 사람은 페낭 무맹 장로가 아주 아끼는 제자라구!”“게다가 남양 무맹이 페낭 무맹에 파견한 제자라고!”“우리 같은 사람들은 어딜 가나 거칠 것이 없는 사람들이야. 그뿐만 아니라 실력도 비할 데 없어!”화려한 옷차림의 남녀 예닐곱 명이 걸어와 소리치며 하현을 향해 멸시하는 눈빛을 보이며 비아냥거렸다.“야, 너 오늘 큰일 났어! 아주 재수 옴 붙은 날이라고! 우리가 당신 목숨뿐만 아니라 가죽까지 싹 벗겨버릴 거거든! 하하하!”이 사람들은 하현이 무슨 도마 위에 올려진 생선처럼 여기는 것 같았다.원하는 대로 칼질을 해도 된다고 생각했는지 험한 말을 마구 내뱉었다.예쁘장하게 생긴 여자들은 더욱 경멸하는 눈초리로 하현을 노려보았다.하현 같은 외지인이 감히 그들 같은 거물들한테 입을 놀리다니 정말 주제도 모르고 날뛰는 망나니가 따로 없다고 생각했다.하현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이 광경을 보고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깜짝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외지인 관광객 주제에 너무 오만하고 포악하지 않는가?진 반장이 이미 잘못을 인정하고 물러나려는데 여전히 권세를 믿고 남을 괴롭히려고 하다니, 이건 지나친 행동이 아닐 수 없었다.진 반장은 얼굴을 가리고 일어나 하현의 의기양양한 얼굴을 잠시 뚫어져라 쳐다보았다.도대체 이놈의 정체가 뭔지 알 길이 없어 진 반장은 순간 분노했지만 애써 마른침을 삼키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젊은이, 당신 너무 심한 거 아니야?”“퍽!”하현은 손바닥을 휘둘러 또다시 뺨을 때리며 냉담하게 말했다.“그렇게 대단하게 나한테 큰소리쳤다는 건 잘못을 하면 그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도리도 잘 안다는 뜻 아니셨나?”“이렇게 간단한 이치도 몰라?”진 반장은 주먹을 불끈 쥐고 이를 갈았다.생각 같아서는 하현을 죽이고 싶었지만 결국 그는 소리 없이 탄식할 수밖에 없었다.“미안해! 잘못했어!”그는 하현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하구봉이 전화를 건 정종화 총경이 두려운 것이 분명했다.감히 이런 상황에서 어찌 그가 하현을 상대로 싸울 수 있겠는가?상대방의 사과를 들은 후에야 하현은 앞으로 나와 그의 오른쪽 얼굴을 툭툭 건드리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꺼져!”진 반장은 그의 무리들을 데리고 쏜살같이 꽁무니를 뺐다.그리고 이 광경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그야말로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은 하현이 진 반장을 내쫓을 만큼 강력한 힘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진 반장 일행이 꽁무니를 빼게 했을 뿐만 아니라 진 반장의 얼굴까지 때렸다.“내가 당신을 얕잡아 본 것 같군. 당신이 이렇게 큰 뒷배를 뒀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어.”진 반장이 황급히 도망치는 모습을 보고 여음채는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면서 냉소를 흘렸다.“그렇지만 똑똑히 들어. 당신 뒤에 얼마나 큰 거물이 있든 간에!”“페낭 병원의 뒷배가 훨씬 강할 거야!”“날 건드려?! 흥! 두고 봐! 당신은 죽
선두에 선 남자를 보자 여음채는 안색이 환해졌다.그리고 나서 얼른 다정하게 남자의 팔짱을 끼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진 반장님, 마침 잘 오셨어요. 바로 저 자식이에요. 저 자식은 우리가 의료 윤리를 중시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람을 때린다고 호도하고 있어요.”“게다가 내 아랫배까지 걷어찼다구요!”“저놈을 반드시 감옥에 가둬 주세요. 그 안에서 제대로 반성할 수 있게요.”여음채는 하현을 가리키며 기세등등한 표정을 지었다.부일민 일행도 모두 큰소리로 맞장구를 치며 하현이 억지를 부린다고 한마디씩 보탰다.“뭐? 감히 병원에서 원장님을 때려요?”“대낮에 그런 짓을 한단 말이에요?”“법도 뭣도 없답니까?”진 형사는 하현의 얼굴을 주시했고 곧바로 그가 남양인이 아니란 걸 눈치챘다.그러자 얼굴이 싸늘하게 바뀌며 비아냥거렸다.“이봐, 어서 저놈을 데려가! 모질게 심문해! 지독하게 조사해!”“감히 반항한다면 그 자리에서 바로 법으로 다스려!”하현은 희미한 미소를 떠올리며 눈을 가늘게 뜨고 진 형사를 쳐다보았다.“당신은 어쨌든 형사반 반장이면 경찰서를 대표해서 일을 해야죠. 무슨 일이 생겼으면 제대로 조사를 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일을 어떻게 하든 당신 같은 사람이 날 가르칠 건 아니지!”“당신이 먼저 사람을 치고 법을 어겼어. 그러니 법 집행자로서 당신을 연행하는 건 당연한 거야!”“물론 당신도 저항하는 길을 택할 수 있어!”“하지만 저항한 결과는 내가 당신을 한 방에 죽이는 거야!”진 반장은 언성을 높였고 눈을 부릅뜨고 하현의 얼굴을 툭툭 건드리려고 손을 내밀었다.하현은 손을 들어 진 반장의 오른손을 막은 뒤 담담하게 하구봉을 쳐다보며 말했다.“전화 걸어.”하구봉은 어리둥절해하다가 곧바로 하현이 말하는 뜻을 알아차리고 얼른 핸드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전화기 건너편에 냉랭한 목소리가 전해오자 하구봉은 핸드폰을 진 반장에게 건네주었다.“당신의 직속 상사가 전화를 받아
하현은 여음채의 말을 듣고 얼굴을 살짝 찡그렸다.페낭은 정말 법보다 주먹이 가까운 곳이라는 걸 새삼 깨달았다.이렇게 공공연하게 정경유착이 만연할 줄이야!하현의 표정을 살피던 여음채는 순간 하현이 겁을 먹은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러자 여음채는 다시 의기양양한 기운을 내뿜으며 이를 악물고 하현을 냉소적으로 바라보았다.“왜? 무서워?”“이제야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알겠어?”“지금이라도 용서를 빌면 봐줄 수도 있어. 아직 늦지 않았다구.”“그렇지 않으면 당신을 기다리는 건 억세게 불행한 일들뿐일 거야!”말을 하는 동안 여음채는 부일민에게 손짓을 하며 다른 의료진과 경호원들을 모두 불러들여 하현 일행을 겹겹이 에워쌌다.기세등등하게 하현 일행을 노려보고 있는 그들 무리는 당장이라도 덤벼들 듯 사나운 모습이었다.이 광경을 본 여음채는 더욱 득의만만해져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이봐, 이제 무릎 꿇고 머리를 조아려. 어서 사과하고 내 신발 밑창을 개처럼 깨끗이 핥아!”“그렇지 않으면 당장 오늘 밤부터 감옥에서 썩어야 할 거야!”강옥연의 얼굴에 긴장한 기색이 떠올랐다.하구봉은 콧방귀를 뀌며 시큰둥한 반응으로 일관했다.주위의 구경꾼들은 모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하현에게 다가올 불운을 생각하며 탄식했다.아무리 거세게 싸운다고 해도 경찰관들 앞에서 그게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설마 하현 일행은 법이라도 어기려는 건가?하현은 냉담한 얼굴로 여음채의 얼굴에 시선을 던졌다가 이내 평온한 표정이 되었다.“내가 감옥에 갈 필요가 있는지 없는지는 잘 모르겠지만.”“의료 윤리를 중시하지 않는 건 그렇다 쳐. 그런데 어떻게 이익만 챙기고 인명을 돌보지 않는 거야?”“멀쩡한 병원이 사기꾼 소굴이 되어 관광객을 속이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군.”“당신들 오늘 잘 만났어. 당신들은 이제 좋은 날 끝났어.”“이 병원, 망하게 해 줄게.”하현의 말을 들은 부일민과 예쁘장한 간호사들은 모두 코웃음을 쳤다.그녀들은 허
잠시 후 넋이 나간 듯 멍하던 여음채는 겨우 제정신을 차렸다.그녀는 배를 움켜쥐고 일어나 하현을 노려보며 말했다.“개자식! 감히 날 걷어차?”“내 엄마가 누군지 알아?”“당신은 누구야? 의료 윤리를 저버린 원장 아니야?”하현이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말했다.“때린 건 당신이야.”“뭐?”조금도 두려워하지 않는 하현의 목소리와 행동에 여음채는 화가 치밀어 올라 하현을 가리키며 호통쳤다.“모두 저놈을 죽여!”“일이 터지면 내가 다 수습할 거야!”그녀의 말에 수십 명의 건장한 경호원들이 사납게 웃으며 하현을 에워쌌다.강옥연은 이런 막무가내 인사를 본 적이 없었다.병원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막무가내라니 정말 놀랍지 않을 수 없었다.결국 강옥연은 걱정스러운 마음에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하현, 조심해!”그녀의 말을 들은 부일민은 냉소를 흘리며 입을 열었다.“우리 원장님한테 미움을 산 사람은 살아남지 못해!”예쁘장한 간호사들은 앳된 얼굴로 눈을 흘기며 거들었다.“흥! 조심해 봤자 소용없어! 죽어야 해!”주위를 둘러보던 환자와 의료진들도 모두 고개를 내저으며 탄식하듯 깊은 한숨을 쉬었다.여음채의 인품이 별로라는 것은 잘 알려져 있었지만 그녀의 영향력과 인맥은 도저히 무시할 수 없었다.이 페낭 병원에서 누가 감히 그녀한테 대들 수 있겠는가?아무 물정 모르는 외지에서 온 관광객이 하필 여음채를 건드리다니!이게 무슨 바보 같은 짓인가?이때 선두에 선 경호원은 음흉한 미소를 흘리며 하현에게 다가왔다.그는 고개를 옆으로 까딱까딱 꺾으며 광분한 사냥개 같은 표정으로 말했다.“이놈아! 감히 여기서 소란을 피워? 여기가 어디라고? 눈을 어디다 둔 거야?”“퍽!”“앗!”경호원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하현은 듣기 귀찮다는 듯이 손바닥을 휘둘러 그를 내동댕이쳤다.맨 앞에 있던 경호원은 눈앞이 캄캄해졌고 그대로 바닥에 널브러져 기절하고 말았다.기절했어?!이 광경을 보고 놀
앞뒤 사리를 가리지 않고 막무가내로 행동하는 여음채의 모습에 강옥연이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뭐가 모욕이에요?”“당신들은 환자를 구하고 비용을 청구해야 하는데 환자를 구하기는커녕 무슨 스타가 나타났다고 부리나케 쫓아다니지 않았냐구요?!”“응급실에 30분씩이나 방치해 놓고 이제 와서 보증금은 돌려주지 못하겠다니요?”“당신들 같은 병원이 무슨 의료 윤리 의식이 있겠어요?”“병원이 아니라 사기 소굴이에요!”강옥연은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식약청에 고소할 거예요!”하현은 침착한 눈빛으로 여음채의 표정을 살피다가 하구봉에게 원가령의 안전을 보호하라는 손짓을 했다.아마도 강옥연의 강경함에 여음채는 일을 처리하기가 좀 곤란해졌다고 느꼈을 것이다.여음채는 눈빛이 서늘해지더니 달려오는 수십 명의 경비원들에게 하현 일행을 포위하라고 손짓하며 지시했다.이어 그녀는 경멸하는 표정으로 긴 다리를 뻗으며 다가와 말했다.“우리 페낭 병원에서 소란을 피우고 잘못을 하면 응당한 대가를 치러야 해.”“무릎을 꿇고 잘못을 인정해. 그리고 내 신발 밑창을 깨끗이 핥아. 그뿐만 아니라 우리 부일민 의사에게 십억을 배상해. 그러면 이 일은 이대로 덮어 두겠어!”“더 이상 일을 크게 만들지 마.”“내 말대로 하지 않으면 당신들은 칠흑 같은 남양 감옥에 갇히게 될 거야!”“1년 반 동안 안에서 통곡만 하다가 세월을 보내게 될 거라고!”분명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닌 듯했다.여음채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아주 능수능란했다.어떤 외국인이라도 감히 페낭 병원에서 소란을 피우는 자는 모두 이런 꼴을 당했을 것이다.부일민 일행은 입꼬리를 살짝 치켜올린 채 고소하다는 듯 히죽거렸다.큰소리 뻥뻥 치더니 하현이 아주 제대로 걸렸다고 생각했던 것이다.페낭 거물도 아닌데 감히 페낭 병원에 와서 행패를 부려?하늘이 얼마나 높고 땅이 얼마나 두꺼운지 모르는 거지!강옥연은 한기를 가득 품은 목소리로 소리쳤다.“당신들은 아주 법도 뭣도
응급실에 있던 원가령은 아직도 술에 취한 듯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그녀의 얼굴은 여전히 창백했다.원래 같았으면 벌써 위를 씻고 상처를 치료해야 했었지만 의료진은 그녀를 병상에 눕혀만 놓고 방치한 것이다.하현은 얼굴을 찡그리며 손을 뻗어 원가령의 위를 몇 번 누른 다음 그녀를 일으켜 세우고 하구봉에게 쓰레기통을 가져오라고 지시했다.원가령은 술을 모두 토한 뒤에야 비로소 조금은 편안해진 얼굴이 되었다.강옥연에게 응급실의 소독약으로 간단하게 원가령의 상처 부위만 소독한 뒤 휠체어를 구해 원가령을 실었다.그리고 하현 일행은 떠날 준비를 했다.이때 문밖에서 다급한 발자국 소리와 함께 남양 말로 뭔가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분명 경비원들이 들어오려고 하는 것이 틀림없었다.하현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하구봉에게 눈빛을 보냈고 하구봉은 지체 없이 한 걸음 내디디며 한 발로 세게 문을 걷어찼다.‘퍽'하는 소리와 함께 응급실 문이 벌컥 열렸다.예닐곱 명의 건장한 경비원이 뛰어들려다가 튕겨나가는 부일민과 부딪혀 난장판이 되었다.비슷한 시각 복도 끝 쪽에서는 기세등등한 모습으로 걸어오는 사람들이 있었다.어딘가 낯이 익어 보이는 여자가 맨 앞에 서 있었다.그녀는 몸매가 유려했고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를 뿜으며 걸어왔다.앳된 간호사 몇 명은 이 여자를 보자마자 자신도 모르게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이 중년 여자는 페낭 병원에서 제일 영향력이 센 원장, 여음채였기 때문이다.여음채는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위엄있는 목소리로 말했다.“누가 우리 병원에서 소란을 피워? 눈도 없어?”“원장님, 외지 사람들이 와서 억지를 부리고 있어요. 우리가 의술의 도리를 저버렸다고 하면서 사람을 때리고 응급실 문을 발로 차고 있어요.”“우리는 모두 들어가서 환자를 치료하려고 하는데 환자를 마음대로 데려가려고 합니다!”“이건 아주 우릴 무시하는 거죠!”넘어져 있던 부일민은 여음채를 보자마자 벌떡 일어나 하현 일행의 행동을 가리키며 고자질
부일민은 더욱 냉소적으로 말했다.“하지만 우리 앞에서 귀에 거슬리는 그런 말은 해도 되지만 이것만은 알고 가세요. 한번 지불한 돈은 환불되지 않아요.”“사람이야 얼마든 데려가도 되지만 보증금 천만 원은 돌려주지 않습니다!”“그럼 어서 물러가세요!”“여기서 방해하지 말구요!”의사의 오만방자한 말에 강옥연은 얼굴이 싸늘해졌다.“살리기는커녕 환불도 안 된다구요?!”“내가 당신들 고소할 거예요!”“고소?!”부일민은 여간호사 몇 명과 눈을 마주 보며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어떤 사람은 손거울을 꺼내 화장을 고치기 시작했고 어떤 사람은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강옥연이 고소라는 말을 꺼내도 그녀들은 전혀 안중에 두지 않는 게 분명했다.어차피 페낭 병원은 불만을 제기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고소? 그래 하세요!”부일민은 눈썹을 치켜세운 뒤 벽에 붙은 전화번호를 가리켰다.“국민신문고, 식약처, 경찰서, 등등, 전화번호들이 여기 다 있으니까!”“아무데나 전화해서 아무나 불러 보세요!”“사람을 불러서 날 고소해 보세요! 그럼 내가 당신들을 할아버지라고 부를게요!”“대하 촌놈들이 감히 우리 남양 땅에 와서 거드름을 피우며 위세를 부리고 있어?! 흥!”“당신들이 전화를 해 봤자 아무도 들어주지 않을 거예요!”부일민은 한껏 코웃음을 쳤다.그들은 이미 관광객들을 등쳐먹는 데 아주 익숙한 것 같았다.관광객이 신고해도 결국 팔이 안으로 굽는 법이었다.“당신들 제정신이에요!”강옥연은 눈을 부라렸다.이런 몰상식한 사람들은 정말이지 처음이었다.이때 하현이 앞으로 나와 강옥연의 어깨를 툭툭 치며 담담하게 말했다.“강옥연, 어쨌든 당신은 용문 사람인데 어떻게 기본적인 도리도 몰라?”“뭐라고?”강옥연이 살짝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도무지 하현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영문을 알 수 없었다.“어떤 사람들은 말로 하면 못 알아들어. 그냥 얼굴을 두들겨 맞아야 알아듣지.”
황천화 일행을 해결하고 하현은 강옥연에게 전화를 한 뒤 택시를 타고 페낭 병원으로 향했다.페낭 병원은 사립 병원으로 규모가 큰 편은 아니었지만 인테리어가 호화로웠다.거리마다 홍보 간판이 걸려 있는 병원다웠다.다만 의술은 아직 그에 미치지 못했고 보감 그룹 병원에 속하며 페낭 현지에서 평판이 별로 좋지 않았다.보통은 관광객을 속이고 사기를 쳐서 이익을 남기는 병원이었다.그리고 해외에서 온 관광객들은 이곳에서 사기를 당해도 신고할 길이 없어 결국 흐지부지될 수밖에 없었다.하현은 오는 길에 이런 정보들을 알게 되었다.강옥연도 현지인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병원에 가게 된 것을 그녀의 잘못만이라고 탓할 수가 없었다.하현과 하구봉은 곧바로 병원에 도착해 응급실 복도에서 강옥연을 찾았다.“하현.”하현이 나타난 것을 보고 강옥연은 급히 다가와 공손하게 인사를 건넸다.“상황은 어떻게 되어 가고 있어?”하현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물었다.“응급실에 들어가긴 했지만...”강옥연이 말끝을 흐렸다.하현은 얼굴을 찡그리며 응급실 문틈을 살짝 들여다보았다.대여섯 명의 환자가 병상에 누워 있었고 그중 두세 명은 외상을 입고 낮은 소리로 신음하고 있었다.그러나 응급실 안에는 의료진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내가 원가령을 데리고 왔을 때 의료진은 어떤 유명 연예인이 다쳐서 나간다고 했어.”“이곳의 한 인플루언서 스타가 영화를 찍다가 손가락을 다쳐서 급하게 응급실 의료진이 갔어!”“곧 돌아오겠다고 하면서 보증금 천만 원을 먼저 내라고 했어.”“그래서 보증금을 내고 30분째 이렇게 기다리고 있는데도 아직 아무도 안 와...”강옥연의 얼굴에 긴장감이 가득 드리워져 있었다.하현은 얼굴을 살짝 찌푸렸다.보감 그룹 산하 병원의 평판이 좋지 않다는 걸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그가 다른 의료진을 찾아보려고 하자 강옥연이 그를 멈춰 세우며 말했다.“하현, 내가 가서 재촉해 볼게.”강옥연은 혼자서 달려가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