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태민은 설민혁을 한 번 쳐다보고는 담담하게 말했다. “내가 어찌 너만큼 똑똑하겠어? 남원에 온지 며칠 만에 세력을 이용하는 법을 알다니.”설민혁은 허리를 굽히며 말했다. “감히 그럴리가요. 이 설민혁은 단지 남원의 수심이 깊은 것을 알기 때문에 기댈 산을 찾은 것뿐이에요.”“이번 기회에 왕씨 집안의 고지에 오를 수 있다니 민혁이의 영광입니다!”“오늘부터 왕 도련님께서는 명령만 내려주십시오. 민혁이가 무엇이든 하겠습니다!”왕태민은 웃을 듯 말 듯 했다. “너는 네 집안도 팔아먹는데 내가 너를 무슨 근거로 믿으란 말이야? 그것도 네 혈육을!”설민혁은 살짝 웃으며 말했다. “왕 도련님, 장사꾼이 이윤을 추구하는 건 우리의 본성이잖아요!”“제가 설씨 집안 사람이라 해도 속해있지는 않아요. 그게 저랑 무슨 상관이 있겠어요?”“게다가, 일단 성공하면 도련님이 원하는 것도 얻을 수 있지 않겠어요? 셋째 삼촌 집의 그 두 자매요. 어느 남자가 원하지 않겠어요?” 왕태민은 소파에 기대어 부정하지 않고 가볍게 웃으며 담담하게 말했다. “확실히 기억하지. 근데 일단 일이 실패하면 나는 이 일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거야.”설민혁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지만 반드시 얻어내겠다는 얼굴이었다. “가봐!”……중형 주택단지 안에는 설씨네 임시 별장 외에 분양 주택들이 더 많이 있었다. 남원의 진정한 대가들은 본래 이런 곳에서는 살 가치가 없다고 여겼다. 하지만 설씨 집안은 남원에 온지 얼마 안됐고 이런 곳에서 사는 것만으로도 나쁘지 않았다. 설씨 어르신의 철 왕좌는 오늘 방금 서울에서 옮겨졌다.이때, 그는 이 철 왕좌를 거실에서 가장 높은 곳에 올려두었다. 여기에 긴 테이블까지 같이 올려두자 앉았을 때 그는 또 서울에 있었을 때와 같이 자태를 뽐냈다. 안타깝게도 설씨 집안이 남원에 들어오는 그 날부터 시작해서 모든 것은 이미 바뀌었다. 남원의 수심이 너무 깊어서 설씨 집안이 남원에 섞여서 지내려면 아마 적
설씨 어르신의 명령을 듣고는 설씨네 한 사람이 거만한 표정으로 앞으로 나서며 그 2세들을 가로막고 미소를 띠고 말했다. “여러분, 여기는 개인 소유지입니다. 함부로 들어오시면 안돼요.”“설씨네? 서울의 설씨네야?”한 덩치 큰 2세가 차갑게 입을 열었다. 이 설씨 가족은 별다른 걸 눈치채지 못하고 오히려 웃으며 말했다. “맞아요. 서울의 설씨 집안입니다. 천일 그룹이 주식을 소유하고 있는 기업이에요. 만약 우리 회장님을 만나고 싶으시면 예약을 하시면 됩니다. 오늘은 아마……”“퍽_____”설씨 집안 사람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앞에 있던 2세가 뺨을 한 대 날려 그를 멍하게 만들었다. 때리고 난 후 2세는 그제서야 담담하게 말했다. “이 설씨 집안 참 재미있네. 의외로 작은 가문이 감히 자신들을 남원의 새로운 귀하신 몸이라 칭하면서 아직도 몇몇 형님들 앞에서 있는 척을 하고 있다니. 허허허……”다른 2세들도 냉소가 끊이지 않았다. 지금은 그들 가문의 기업이 모두 파산 위기에 처해있지만 과거에는 모두가 두려워하는 인물들이었다. 오늘 설씨 집안을 성가시게 굴려고 왔는데 어찌 이들의 체면을 세워줄 수 있겠는가?설씨 어르신은 항상 약자 앞에서는 강하고, 강자 앞에서는 약했다. 지금 이 2세들은 하나같이 흉악한 모습을 하고 있었고 그는 조금 무서웠다. 지금 그는 웃음을 짜내며 말했다. “아랫사람들은 규율을 모르죠. 설씨 집안은 처음 와서 남원의 여러 큰 어르신들을 알지 못하니 이해해주세요. 들어오세요……”말을 마치고 설씨 어르신은 먼저 홀 안으로 들어갔다. 주변의 설씨 집안 사람들은 어떻게 반응을 해야 좋을지 몰라 하나같이 서로를 쳐다보고만 있었다. 이 사람들이 타고 온 차부터 시작해서 입고 있는 옷을 봐도 평범해 보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거기다 그들의 태도를 볼 때 분명 일을 찾으러 온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 설씨 집안이 천일 그룹의 높은 지위에 올랐고 지금은 그렇게 찌질 하지도 않으니 하나같이 설
설씨 어르신의 안색은 순식간에 비할 데 없이 나빠졌다. 자신은 어쨌든 설씨 집안의 회장이고, 설씨 집안의 배후에는 천일 그룹이 있었다. 왕씨 집안과 프로젝트 거래를 하고 있었고, 안씨 집안과도 합작을 하고 있었다. 어느 모로 보나 설씨네는 약간의 지위가 있다고 할 수 있었다. 설씨 어르신은 비록 조금 놀라긴 했지만 깊은 심호흡을 하며 천천히 말했다. “이 도련님 맞죠? 우리 설씨 집안은 사람을 정성껏 대하는데, 여러분이 성의를 다해 대해주시면 저희 설씨 집안도 자연히 여러분들을 잘 대접해 드리겠습니다.”“하지만 여러분이 이렇게 코를 비비는 얼굴을 하고 계시면 손님을 돌려보내드릴 수밖에 없습니다.”“돌려보내?”이겸은 크게 비웃었다. “오늘 이 일은 아마 쉽게 끝나지 않을 거에요. 우리에게 해명하지 않고는 당신 설씨 집안은 남원에서 한 발자국도 디디기 어려울 거라고 장담합니다!”“저승사자도 다루기 어려워하는 포악함이 뭔지 우리가 제대로 알게 해줄게요!”이겸의 목소리가 떨어지자 다른 2세들도 차가운 웃음을 터뜨렸다. “하찮은 설씨 집안이 감히 자신을 남원의 새 귀인이라고 자칭하다니, 우리 남원에서 당신들 같은 작은 가문이 뭐라도 되는 줄 아는 모양이네?”“마음대로 전세를 내줘도 당신들 설씨 집보다는 많을 텐데 여러 형님들 앞에서 뻐기는 거야?”“믿든지 말든지 이 어르신이 너를 때려 죽이겠어!”“……”설씨 어르신의 안색은 점점 더 안 좋아졌다. 이렇게 오만 방자하게 구는 2세들을 대하자, 그는 잠시 어떻게 해결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여러분, 우리 설씨 집안이 당신들에게 무슨 미움을 샀는지 모르겠는데요? 귀찮으시겠지만 분명하게 설명해 주시겠어요?”바로 이때 약간의 웃음 섞인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곧이어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설민혁이 뒷짐을 지고 천천히 별장 거실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이겸은 그를 보자 눈동자가 살짝 반짝거렸다. 한줄기의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설씨
이겸은 차갑게 말했다. “좋아! 그렇다면 내가 확실히 명시해주지!”“나는 너희 설씨 집안의 설은아가 도대체 얼마나 알랑거리는 수법을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뜻밖에도 너희 설씨 가문은 파산 절차를 밟지 않게 됐잖아!”“설령 이것이 그녀의 솜씨라 해도 상업계는 규정을 지키는 것에 상당히 신경을 많이 쓰는 곳인데 이렇게 규정을 어기면 안되지!”“당신들이 이렇게 한다는 건 남원에 있는 모든 가문들과 맞붙겠다는 거랑 뭐가 달라!”이 말이 나오자 설씨네 사람들은 모두 문득 깨달은 표정이었다. 설지연이 가장 먼저 나서며 말했다. “어르신, 저는 이 일이 아주 잘못 됐다고 생각해요. 어떻게 설은아가 나서자 마자 일이 해결될 수가 있어요!”“그녀는 분명 볼썽사나운 수단을 쓴 게 틀림없어요!”“우리 설씨 집안은 항상 바르게 행동했었는데 어디서 이런 년이 나온 거야!”“설은아가 이렇게 행동하면 남원 상업계의 규정을 무너뜨릴 수 있어요. 이건 우리 설씨 집안을 위하는 일이 아니에요! 오히려 우리 집안을 해치는 일이라고요!”“어르신, 설은아를 설씨 집안에서 내쫓아서 우리 설씨 집안의 태도를 분명히 해주시기를 건의합니다. 이렇게 하면 모두에게 해명을 하게 되는 셈이잖아요!”한 무리의 설씨 집안 사람들은 지금 모두 들고 일어섰다. 이겸과 사람들의 태도도 아주 분명해졌다. 하나의 해명이 필요했다. 어떻게 해명할 것인가?설씨 집안 스스로 파산하라고? 절대 그렇게는 못하지!파산을 하고 나면 그들은 뭘 먹고 사나?그렇다면 가장 좋은 방법은 설은아를 설씨 집안에서 쫓아내고 모두에게 분명히 해명을 하는 것이다. 설민혁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설씨 어르신을 한 번 돌아본 뒤 조금 주저하며 말했다. “도련님, 이렇게 우리 설씨 집안에 공을 세운 사람을, 어떻게……어떻게 그럴 수 있겠어요……”설민혁이 이렇게 말하자 이겸은 냉랭하게 말했다. “당신들, 가장 바람직한 게 뭔지 생각해보세요. 우리에게 해명을 하는 일이 중요한지, 사람
설씨 어르신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 이겸은 얼굴을 살짝 찡그리며 무의식적으로 설민혁을 한 번 쳐다보았다. 설민혁은 그에게 눈짓을 한 번 준 뒤에야 큰 소리로 말했다. “할아버지, 그럴 수는 없어요. 이렇게 되면 아마 설은아는 제가 일부러 그런 거라고 생각할지도 몰라요. 목적은 바로 상석에 앉는 거에요!”“이……”“이게 뭐야?”이겸은 갑자기 냉소를 터뜨렸다. “설 사장도 이렇게 말하니 우리가 체면을 세워드리죠! 하지만 기억하세요. 만약 당신들이 말한 대로 하지 않고 설은아가 계속 권력을 잡으면 당신들은 끝장이에요!”“가자!”이겸은 말을 마치고 먼저 나갔다. 2세의 무리들은 지금 서로 얼굴을 마주보고 있었다. 일이 이렇게 될 수 있다고?모두들 기세등등하게 와서 결국 이렇게 끝났다고? 이제 말이 되나?……홀을 나서자 어떤 한 사람이 참지 못하고 말했다. “이겸, 이렇게 할거야? 이렇게 하면 우리에게는 아무런 이득이 없어!”“맞아, 우리의 목적은 우리 가문이 파산하지 않도록 하는 거지, 중요하지도 않은 사람을 물러나게 하는 게 아니야!”“아무리 못해도 설씨 집안을 끌어들여서 같이 죽어야지!”2세대들은 모두 입을 열었다. 오늘 이 일이 왜 이렇게 된 것인지 도무지 영문을 알 수 없었다. 그들이 무슨 이득을 얻었다는 말인가?지금 이 순간 돌아보니 그들은 다른 사람에게 이용당한 기분이었다. 이겸이 웃으며 말했다.“설씨네가 왜 파산 절차를 밟지 않아도 됐을까? 설씨 가문에 하 세자와 내통녀가 있기 때문 아니야?”“그런데 문제는 이 일을 누가 감히 떠벌릴 수 있겠어?”2세대들은 서로 얼굴을 쳐다보았다. 확실히 그런 것 같긴 한데, 누가 감히 밖에서 하 세자의 일을 말할 수 있겠는가?죽는 게 무섭지 않은가?이겸은 계속해서 말했다. “우리는 오늘 이 정도면 충분해. 지금 설씨 집안은 분명히 우리에게 해명을 해줘야 해.”“우리도 하 세자의 일을 그들에게 암시해 줬고, 그들의 일을 우리
한편, 하현과 은아는 집으로 돌아왔다. 설재석과 희정은 모두 불가사의한 얼굴로 하현을 쳐다보았다.“너 어떻게 맞췄어? 설씨 어르신이 직접 은아한테 오시다니?”“왜냐면 사실 제가 결정했기 때문에 그래요.”하현은 진지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이 말을 들은 설재석과 사람들은 모두 농담으로 여겼다. 하지만 지금은 하현을 더 이상 비웃지는 않았다. “중요한 건 은아가 어떻게 이 귀찮은 일을 해결했냐는 거야. 우리 은아가 이렇게 대단한가?”설재석은 눈썹을 살짝 찌푸리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이때 그는 설은아가 하 세자의 내통녀라고 의심하지는 않았다. 만약 그렇다면 하 세자 같은 큰 인물이 은아가 남편을 데리고 천일 그룹에 간 것을 가만 두고 볼 수 있었겠는가?이때 설은아도 너무 의아해했다.“맞아요! 오늘 그 주임의 태도가 아주 이상했어요. 어째서 내가 맹수가 된 느낌이었을까?”설은아는 평소 아주 똑똑했지만 오늘은 그냥 멍해있었다. 한 순간도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는데 지금도 그녀조차 이해할 수 없는 느낌이 들었다. 이때 그녀는 거의 무의식적으로 하현을 힐끗 보며 그가 설명해주기를 기다렸다. 그녀는 하현이 이 모든 것의 원인을 확실히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그가 무엇을 말하든 그대로 되었기 때문이다.하현은 웃었다. “은아야 너 잊었어? 내일 밤 우리 환영만찬에 가기로 했잖아. 이슬기 비서가 너한테 어떻게 했는지.”설재석이 바로 말했다. “일리가 있네. 천일 그룹의 이슬기 비서는 자기 아래에 만 명 이상의 사람들을 거느리고 있어!”“그녀가 한마디만 하면 이런 귀찮은 일은 한 번에 해결되지!”“딸아, 너 그 비서랑 잘 지내라. 이슬기 비서가 있으면 설씨 집안의 자리는 분명 굳건해질 거야!”설은아는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나는 슬기언니가 그냥 한 말인 줄 알았어.” “이슬기 비서도 큰 인물이잖아. 큰 인물이 하는 말이면 분명 그렇게 되지!”하현은 웃었다. “지금 설
집을 나서기 전 설은아는 잠시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하현, 내 생각엔 우리가 할아버지께 그들이 한 말을 말씀 드려야 할 거 같아. 우리가 설씨 집안의 대표로 가야만 합의서에 서명을 할 수 있다고.”“내 생각엔 할 필요 없을 거 같은데? 천일 그룹 쪽에서 네가 서명을 하도록 지정을 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가도 소용이 없을 거야.”하현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그래도 전화 한 통 할게. 할아버지를 존중해드려야지.”설은아는 정말 효성이 지극하다.곧 그녀는 설씨 어르신께 전화를 했다. 전화기 너머로 애써 전화기를 들고 있는 것이 전해졌다. “은아야! 무슨 일이야?”“할아버지, 저 지금 천일 그룹에 합의서 사인하러 간다고 말씀 드리려고요.”설은아가 공손히 말했다.“아아, 그 일로 전화한 거야? 민혁이랑 지연 두 사람이 벌써 갔어. 너는 갈 필요 없어!”설씨 어르신은 짜증 섞인 목소리였다. “너는 빨리 출근해. 회사에 네 사무실을 마련해 뒀으니까.”말이 끝나자 마자 설씨 어르신은 귀찮다는 표정으로 전화를 끊었다. 설은아는 핸드폰을 들고 멍하니 있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왜 그래?”하현이 눈살을 찌푸렸다.“할아버지가 하는 말씀이…… 민혁이랑 지연이가 벌써 나 대신 사인하러 갔대! 그들이 어떻게 감히!”설은아는 지금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이런 일은 서울에 있을 때 이미 끝난 줄 알았는데 지금도 여전히 이러고 있다니, 그들은 천일 그룹이 허락하지 않을까 봐 두렵지도 않나?설씨 어르신이 이 정도까지 어리석을 줄이야?“무슨 일이 생긴 거 아닐까?”설은아는 며칠 동안 설씨네 별장에 가지 않았고, 설씨네 식구들은 또 그녀에게 애써 숨기려 했기에 그녀는 누가 찾아와 귀찮게 문제를 일으켰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하현은 잠시 생각한 뒤 담담하게 말했다.“무슨 일이 생겼든, 무슨 이유이든, 설씨 집안의 옳고 그름에 관계없이 이건 너에게 속한 거야. 어떤 사람도 가져갈 수 없고,
이때 다들 왜 그렇게 좋은 프로젝트와 자원을 설씨 회사에 주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남원에 온지 얼마 되지도 않은 회사였다. 하지만 이 사람들은 감히 아무 말도 못하고 큰 소리로 축하해주었다. 심지에 그 자리에 있던 설민혁과 설지연 두 사람은 일어서서 주위의 축하를 받았다. “다음으로 설씨 회사의 대표가 기본 합의서에 서명을 하도록 하겠습니다!”최종적으로 합의서에 서명하는 담당자는 전에 그 영업부 부주임이었다. 그 임원은 천일 그룹을 대표해서 결과를 발표했을 뿐이었다.“어? 설은아 아가씨는요?”부주임이 고개를 내밀고 앞에 있던 몇 사람을 쳐다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안녕하세요? 은아는 지금 다른 일로 바빠서 저희가 은아 대신 서명을 하러 왔습니다.”설민혁이 웃으며 입을 열었다. 설지연도 옆에 서서 말했다.“고위 임원들 앞에서 이미 결과를 발표하셨고 어차피 최종적으로 프로젝트는 저희 설씨 집안에 주시는 것이니 누가 사인을 해도 똑같지 않나요?”부주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아, 은아 아가씨가 일이 있으시다면 당신들이 서명하세요. 잘못 쓰시면 안됩니다.”“네네, 감사합니다!”설민혁은 격양된 얼굴로 합의서를 받아 들고 진지하게 쳐다보고는 ‘쓱쓱쓱‘하며 ‘설민혁’ 세 글자를 적었다.“먼저 앉아계세요. 제가 도장 하나 들고 올게요……”부주임은 기본합의서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 이 장면을 지켜본 설민혁과 설지연 두 사람은 서로 눈을 마주치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민혁아, 나는 방금 이 부주임이 우리에게 서명하지 못하게 할까 봐 걱정했는데, 지금 보니 우리 설씨 회사를 좋게 본거 같아!”“그러니 설은아가 오든 말든 상관이 없었던 거지!”“빨리 할아버지께 전화 드려서 이 기쁜 소식을 전해드리자.”설지연이 부추기며 말했다. 설민혁은 자신만만한 얼굴로 웃었다. 물론 이 결과가 설지연이 말한 것처럼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자신이 전에 왕태민과 협력하지 않았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