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모를 거라고 생각하지 마. 너는 쇼핑몰 땅이 팔리면 네가 우리 집안에서 아무것도 아닌게 될까 두려운 거잖아!”“그런데 너는 우리 집안이 곧 남원으로 가서 발전하게 될 건 생각해 본적이 없지?”“앞으로 내 남편이 될 왕씨가 도와주면 우리 집안은 반드시 승승장구 할거야!” “네가 말만 잘 들으면 우리가 고기 먹을 때 국물 한 모금 정도는 나눠줄게, 안심해……”설지연은 이 순간 팔짱을 낀 채 도도한 모습을 보였다. “맞아! 남원으로 가자고 한 건 네 아버지이신데, 설마 너 네 아버지랑 맞서 싸우려고 하는 거야? 우리 설씨 집안이 남원에 가는 거에 영향을 주려고?” “만약에 네 아버지가 얘기를 꺼내지 않았으면 우리는 지금 매각하는 일 같은 건 생각할 필요도 없어!”“맞아, 이 모든 일은 다 너희 식구 때문이야. 지금 싸게 얻었다고 잘난 체 하는 거야!” “다른 프로젝트는 안 팔더라도 설은아 네 쇼핑몰 프로젝트는 반드시 제일 먼저 팔아야 해!”“……”이 순간, 적지 않은 설씨네 사람들이 입을 열고 큰 소리로 말했다. 분명 하나같이 지금 남원으로 달려가서 전설의 인물이 되기를 고대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설은아를 대할 때는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 마치 설재석이 돌아 온 것이 결코 이득이 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그들을 해치는 것처럼 보였다. 설은아는 한동안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할지 몰랐다. 설재석이 가지고 온 큰 프로젝트는 확실했다. 설씨네가 남원으로 가서 발전하는 것은 모두 설재석이 추진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 순간, 왜 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녀는 무의식 적으로 이렇게 하는 게 반드시 옳은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설씨 가족 앞에서 설은아는 말을 잇지 못했다. 설재석은 이 순간 자기와는 상관없다는 듯 싸늘한 모습을 보였다. 이번에 그는 설씨네 집에 돌아와 후계자 자리를 되찾으려 했으나 설씨네 태도는 그를 완전히 실망시켰다. 어떤 의견도 내놓고 싶지 않았다. “은아야. 너는 어떻
“할아버지.”설은아는 설민혁을 보지 않고 할아버지를 보며 간청하는 얼굴로 말했다. “할아버지, 쇼핑몰 프로젝트는 우리가 정말 많이 심혈을 기울인 거잖아요. 이렇게 쉽게 버릴만큼 가치 없는 일이 아니에요.” “아니면 한 번 생각해 보세요. 만약에 담보대출을 못 받으면 그 때 다시 매각을 고려해 보는 건 어때요?”설은아의 표정을 보자 설씨 어르신은 약간 흔들렸다. 하지만 이때 설민혁이 ‘탁’하며 책상을 내리치고는 호통을 쳤다.“설은아, 네가 주제파악을 못하고 있구나!”“분명히 말하는데, 너는 우리 설씨네 회사의 재무 부장이고 쇼핑몰 프로젝트의 담당자일 뿐이야!”“회사 운영은 할아버지랑 내가 하는 거야. 너 같은 하인이 끼어들 곳이 없어!”“더구나 삼촌이 빨리, 모든 것을 빨리 해야 한다고 했다고!” “우리는 지금 프로젝트를 파는 일에 이러쿵 저러쿵 말이 많은데 이렇게 네가 참견을 했다가 만에 하나 고객들이 다 놀라서 가버리면 어떡해?”“프로젝트 파는 일이 우리 기대에 못 미치면 어떡할래?” “우리가 2천억 원을 제때에 모으지 못하면, 우리 설씨 가문의 손해가 얼마나 큰지 알기나 해?”설민혁은 지금 포용해주지 않고 속사포처럼 질문을 퍼부어댔다. 남원의 프로젝트는 설재석이 가지고 온 것이기 때문에 그는 스스로 의견을 밝히지 않았다. 설은아는 설씨 집안 사람들에게 집중적인 공격을 당했고, 지금은 정말 외톨이가 되었다. 대다수의 설씨 집안 사람들은 원래 설은아를 탐탁지 않게 여겼다. 한 달 동안 설은아가 재권을 쥐고 있는 관계로 많은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없어졌고 모두들 가난에 찌들어 있었다. 이제 설은아를 끌어내릴 기회가 온 이상 누가 이 기회를 놓치겠는가?특히 설지연은 더욱 설은아 앞에서 우쭐거리며 웃으며 말했다. “은아야, 다들 네 편이 아니라고 탓하지 마. 누가 네 남편보고 폐물이 되라고 했니?”“만약에 그가 내 미래의 남편처럼 신분이 있고 지위가 있었다면!”“네가
이때 설민혁이 제일 먼저 일어나 비웃으며 하현을 가리켰다.“쓸모없는 녀석아. 우리 설씨 집안이 지금 가족의 큰 일로 회의 중이잖아. 너 같은 데릴사위가 무슨 자격이 있어서 여길 들어와? 만에 하나 네가 우리 가족의 비밀을 누설하면 그 때는 누가 책임 질 거야?”설은아는 설민혁을 노려보며 말했다. “설민혁, 너 너무 지나치게 굴지마. 하현 역시 우리 설씨 가족이야.”설민혁은 ‘피식’웃으며 말했다. “설은아, 너 여전히 순진하구나. 할아버지가 너랑 이 사람이랑 이혼시키지 않았다고 해서 이 사람이 설씨 가족인 줄 알아?”“그가 안씨 집안의 개 한 마리가 돼서 우리에게 프로젝트 하나 가져다줬다고 우리 설씨 집안에 자리를 잡았다고 생각하니?”“내가 말했잖아. 우리 설씨 집안은 지금 옛날 같지 않다고. 지금도 우리는 안씨 가문의 체면을 세워주고 있는 거야. 그런 게 아니라면, 우리 설씨 가문은 그 프로젝트를 할 생각이 없어!”여기까지 말하고 설민혁은 설씨 어르신을 보며 말했다. “할아버지, 제가 볼 때는요. 설은아를 바로 해고시키고 설씨 집안일에 참여하지 말라고 하는 게 좋을 거 같아요!”“당연히 우리 설씨 집안도 양심이 없는 집안은 아니니 이 두 폐물에게 매달 60만원씩 주면 밥은 먹을 수 있지 않겠어요?”이 말이 나오자 다른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설민혁에게 찬사를 보냈다. 아무것도 안 하는 사람이 매달 60만원씩 월급을 받는다면 나쁘지 않네. 설씨 어르신은 설재석을 깊이 바라보았다. 그가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웃을 듯 말 듯 설은아를 쳐다보며 말했다. “그래, 다른 사람들의 이견이 없으면 이렇게 하는 걸로 하자.”“쇼핑몰 프로젝트는 매각하고, 오늘부터 설은아는 회사의 모든 직책을 정리한다.” 이때 자신의 아버지가 입도 뻥긋하지 않자 설은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몇 달 동안의 그녀의 모든 노력이 산산조각 난 셈이다. 이 때 그녀는 무슨 말을 하고 싶었지만 어디서부터 말을 꺼내야 할
하현이 이어서 막 입을 열려고 했다. 이때 설민혁이 정말 참지 못하고 책상을 치며 하현에게 욕을 퍼붓기 시작했다. “너는 네 자신이 무슨 물건이라고 생각해? 할아버지가 이미 결정을 하셨는데 네까짓 데릴사위가 무슨 자격으로 말을 하는 거야?”하현은 그를 싸늘하게 쳐다보며 말했다. “설민혁, 넌 정말 바보냐? 아니면 멍청이냐? 나는 결정을 하기 전에 먼저 계약서를 살펴봐야 한다고 상기시켜 준거야!”“하엔 그룹은 당신들이 투자를 받고 싶으면 받고, 프로젝트를 팔고 싶으면 팔 수 있는 길가에 있는 어중이떠중이가 아니야. 네가 정말 왕씨 집안과 관계를 맺고 나면 하씨 면전에서 뛰어오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이런 것들조차 제대로 파악도 못하고 이 일을 기어이 당장 해야겠냐고! 나는 너 같은 폐물이 무슨 자격으로 설씨 집안의 부사장이 됐는지 모르겠어.”“내가 말할게!”설민혁은 순간 격노했고 바로 손을 써야 했다. 그러나 그는 이전에 정말 하현에게 가혹하게 당했었다. 지금 손을 쓰려고 했지만 오히려 겁을 먹고 움츠러들었다. 산 채로 잡아먹을 듯 원망하는 눈으로 하현을 노려볼 수밖에 없었다. 하현은 그곳을 한 바퀴 둘러보고 난 후 마지막으로 설재석을 쳐다보며 말했다.“아버님. 제가 당신을 의심하려고 하는 건 아닌데 왕씨 집안이 우리 설씨 집안에 너무 과분하게 잘해준다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우리 설씨 집안과 합작을 할 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51%의 지분을 차지하도록 했어요. 이건 하늘에서 떨어진 떡이나 마찬가진데 혹시라도 우리 설씨 집안이 감당하지 못할까 두렵지 않으세요? 이 뜻은 명백했다. 왕씨 집안과 설씨 집안이 말하는 합작에는 문제가 있었다. 이것은 설씨 집안이 남원으로 갈 수 없다는 것을 말해주었다. 하지만 하현이 하는 말을 믿어 줄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설재석은 이때 차갑게 말했다.“하현, 비록 지금 프로젝트가 내 손에 들어오진 않았지만 나 역시 지나칠 수가 없네. 하지만 내 인품을 걸고 이 프로젝트
한 줄기의 아름다운 그림자가 걸어 들어왔다. 이슬기였다. 그녀는 오늘 화장은 하지 않고 청바지에 흰 셔츠만 입었다. 그리고 검은 뿔테 안경을 썼고 머리는 포니 테일로 묶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모습은 섹시하고 요염해 보였다. 순수하면서도 섹시한 두 가지의 모습이 동시에 드러나 눈길을 끌었다. 슬기가 나타나자 홀 안은 적막해졌다. 다들 놀라면서도 뭔가 어렴풋이 짐작이 갔다. 설마 슬기가 하엔 그룹을 대표해서 죄를 물으러 온 건가? 이와 동시에 적지 않은 설씨네 사내들의 슬기를 바라보는 눈빛이 이글이글 타오르기 시작했다. 이 사람은 정말 섹시한 매력이 있다. 정말 아름답다. 몸매도 섹시하다. 옛날 같았으면 이 설씨 집안 사람들은 감히 슬기를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예전 같지 않았다. 설씨네 집안은 바로 남원의 가족이 되었다. 그들은 아마 이런 여자들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것이다. 여기서 설민혁의 눈빛이 가장 거침이 없었다. 그는 이미 다 생각해 놓았다. 남원의 일이 결정될 때까지 기다리면 된다. 그는 반드시 이 여자를 얻을 방법을 찾을 것이다. “슬기 아가씨 어서 오세요. 얼른 앉아요!”설씨 어르신은 살짝 눈썹을 찡그렸다. 하지만 그 역시 세상 물정에 훤한 지라 공손하기 그지없는 웃음을 지으며 주스를 대접하고는 반갑게 인사했다. 비록 지금 설씨 집안은 하엔 그룹과 합작을 깨려고 했지만 문제가 있었다. 하엔 그룹의 입장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 이슬기가 온 이상 설씨 가문도 감히 소홀히 대할 수는 없었다. 슬기가 온 것을 보자, 설은아도 마음이 조금 불안했다. 그녀는 사과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이전에 투자하는 일로 슬기가 자신을 많이 도와주었는데 지금은 설씨 집안이 하엔 그룹의 동의도 없이 쇼핑몰 프로젝트를 팔려고 했다. 그래서 이 말이 입 주변을 맴돌고 있었지만 설은아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슬기는 지금 앉지 않고 하이힐을 신고 설씨 어르신 곁으로 걸어갔다
설씨 어르신은 안색이 좋지 않았다. 그는 지금 슬기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 비서님, 당신…… 그게 무슨 말입니까?”슬기는 가볍게 웃으며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설민혁에게 시선이 갔다. 이 순간 설민혁은 온몸이 살짝 흔들렸고 일순간 얼굴이 험악해지기 시작했다.“설 회장님은 계약서를 꼼꼼히 보셨다고 하셨는데 제가 보기에 꼭 그렇지는 않은 거 같아요. 아마 당신이 본 것은 어떤 사람이 개정한 계약서 같네요.”“설 회장님이 계약서의 진짜 내용이 무엇인 지를 모르니 제가 오늘 서울 변호사 협회의 여 회장을 특별히 불러 계약서에 있는 내용과 계약서를 위반했을 경우 어떻게 되는 지 그 결과를 설명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슬기는 말을 마친 뒤 가볍게 손뼉을 쳤다. 잠시 후 양복 차림의 중년 남성이 서류 가방을 들고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이 사람을 보자 설씨 어르신은 머리가 ‘핑’도는 것 같았다. 이 사람은 서울변호사협회의 여 회장으로, 신분이 꽤 높았다. 웬만한 가족과 기업은 그를 한 번 만나는 것도 어려웠다. 평일 낮에는 더 없이 어려웠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오늘 슬기의 수행원처럼 지금 여기에 나타났다. “여 회장님, 설 회장님의 가족들에게 현재 상황을 설명해 주세요!”슬기가 담담하게 말했다. 그 후에 지체 없이 한쪽으로 가서 서 있었다. 동시에 아무런 기색 없이 하현이 있는 쪽을 향해 살짝 허리를 굽혔다. 슬기의 지시에 따라 여 회장은 고개를 들어올리며 그곳을 한 바퀴 둘러보고 나서야 설씨 어르신에게로 시선을 향하고 살짝 웃으며 말했다. “설 회장님, 오래간만입니다. 다시 만나게 될 줄은 몰랐네요. 설씨 집안에 큰 일이 생겼다고요……”“무슨 큰 일이요?” 설씨 어르신은 무의식적으로 입을 열었다. “이건 그 당시 당신들과 하엔 그룹이 투자를 합의하고 서명한 계약서의 사본입니다. 먼저 한 번 보시죠……”여 회장은 서류 한 부를 꺼내 내밀어 설씨 어르신에게 건네주었다. 설씨 어르
뭐?이 땅이 하엔 그룹 소유일 뿐만 아니라, 게다가 지금 하엔 그룹에게 6천억 원을 배상해야 한다고?이 말을 듣자 모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여 회장을 쳐다보는 눈빛이 침체되었다. “말도 안돼!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내가 며칠 전에도 계약서를 꺼내서 훑어봤는데! 이렇지 않았어! 민혁아 빨리 계약서 좀 꺼내봐!”설씨 어르신은 지금 진땀을 흘리고 있었다. 만약 일찍 이런 조항을 알았다면 그가 어떻게 섣불리 쇼핑몰 프로젝트를 팔려고 할 수 있었겠는가?”“할아버지……”설민혁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그가 전에 설씨 어르신께 보여준 계약서는 그 당시 설은아가 서명한 것이 아니었다. 그가 조작한 것이었다. 그는 너무 남원에 가고 싶었다. 왜냐하면 남원의 프로젝트는 이미 그의 손에 들어갈 운명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서울에서 설은아의 손에 속박당하는 느낌을 받았고 남원에 가서 자신의 실력을 증명해 보이고 싶었다. 그래서 그는 일부러 계약서를 조작한 것이었다. 이 일을 위해 하엔 그룹의 몇 명 고위층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조용히 처리하도록 했다. 원래 설민혁의 계획대로라면 설씨 집안은 하엔 그룹에 찾아갈 필요도 없고 설씨 집안 쪽에서 돈을 돌려주면 그만이었다. 여러 가지로 다 계산을 해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하엔 그룹의 그 고위직 임원들이 한 말은 쓸모 없는 것이었는가? 슬기가 갑자기 찾아왔다. 책상을 뒤엎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고, 설민혁은 이마의 식은땀을 훔쳐내며 말했다. “이 비서님, 우리 사이에 무슨 오해가 있는 거 아닌가요? 이 일을 하기 전에 저는 특별히 하엔 그룹과 그 고위직 임원들과 얘기를 나눴습니다. 그들이 모두 대답하기를……”슬기는 말을 끊으며 말했다. “설씨 집안은 회장이 한 말이 보증이 됩니까? 아니면 고위직 임원이 한 말이 보증이 됩니까?”“당연히 회장님 말이죠……”설민혁은 무의식적으로 말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회장님이 말씀하셨어요. 어떤 사람이 하엔 그룹의 첫 번째
여회장이 떠나가는 걸 빤히 바라보던 설씨 어르신의 두 눈은 이미 실신한 듯했고, 철 왕좌 위에 ‘털썩’ 주저앉아 끊임없이 생각이 많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지?”“우리 설씨 가문의 모든 재산을 다 팔아도 아마 6천억 원은 못 모으겠지?”“근데 이 계약이 어떻게 가짜일 수가 있지?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적지 않은 설씨 사람들의 의견이 분분했다. 모든 시선이 설민혁에게로 쏠렸고 원망으로 가득 찼다. 만약 이번에 설씨 가문이 망해서 그들이 길거리에서 구걸을 해야 한다면 이건 모두 설민혁의 책임이었다. 설씨 어르신은 깊이 심호흡을 하고 겨우 진정을 하고 나서야 손가락으로 설민혁을 가리키면서 부들부들 떨며 말했다. “민혁아…… 나한테 말해봐…… 너…… 너…… 너 왜 그런 거야!?”“설마 너 이렇게 하면 우리 설씨 집안이 망한다는 걸 몰랐던 거야?”설민혁은 입을 벌리고는 전혀 말을 잇지 못했다. 지금 이 순간 그는 정말 어떻게 벗어나야 할지를 몰랐다. 한편 설은아는 이 장면을 지켜보며 마음이 착잡해서 한동안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몰랐다. “할아버지, 민혁이도 우리 집안을 위한다고 했을 거에요. 고의적으로 우리 가족에게 손해를 끼치려고 하진 않았을 거에요. 결국 이 일이 이렇게 되긴 했지만 당시 계약에 서명을 했던 것이 문제에요.”설지연은 이순간 설민혁과 이해관계가 있으니 자연히 그의 편에 섰다. “당시 그 계약은 민혁이가 한 게 아니라 설은아가 한 거잖아요! 설은아가 계약을 할 때 이렇게 큰 함정이 있었다는 걸 어떻게 보지 못할 수가 있었겠어요?”“할아버지, 저는 설은아가 하엔 그룹과 손을 잡고 우리 설씨 가문의 재산을 챙기려고 한 건 아닌지 의심스러워요!”이 말이 나오자 그곳에 있던 설씨 집안 사람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 보았고, 설지연을 한 번 봤다가 다시 설은아를 한 번씩 쳐다보았다. 이 말은 딱 들어도 너무 억지스러웠다. 분명 설민혁이 이 계약서를 조작해서 이 재
응급실에 있던 원가령은 아직도 술에 취한 듯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그녀의 얼굴은 여전히 창백했다.원래 같았으면 벌써 위를 씻고 상처를 치료해야 했었지만 의료진은 그녀를 병상에 눕혀만 놓고 방치한 것이다.하현은 얼굴을 찡그리며 손을 뻗어 원가령의 위를 몇 번 누른 다음 그녀를 일으켜 세우고 하구봉에게 쓰레기통을 가져오라고 지시했다.원가령은 술을 모두 토한 뒤에야 비로소 조금은 편안해진 얼굴이 되었다.강옥연에게 응급실의 소독약으로 간단하게 원가령의 상처 부위만 소독한 뒤 휠체어를 구해 원가령을 실었다.그리고 하현 일행은 떠날 준비를 했다.이때 문밖에서 다급한 발자국 소리와 함께 남양 말로 뭔가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분명 경비원들이 들어오려고 하는 것이 틀림없었다.하현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하구봉에게 눈빛을 보냈고 하구봉은 지체 없이 한 걸음 내디디며 한 발로 세게 문을 걷어찼다.‘퍽'하는 소리와 함께 응급실 문이 벌컥 열렸다.예닐곱 명의 건장한 경비원이 뛰어들려다가 튕겨나가는 부일민과 부딪혀 난장판이 되었다.비슷한 시각 복도 끝 쪽에서는 기세등등한 모습으로 걸어오는 사람들이 있었다.어딘가 낯이 익어 보이는 여자가 맨 앞에 서 있었다.그녀는 몸매가 유려했고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를 뿜으며 걸어왔다.앳된 간호사 몇 명은 이 여자를 보자마자 자신도 모르게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이 중년 여자는 페낭 병원에서 제일 영향력이 센 원장, 여음채였기 때문이다.여음채는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위엄있는 목소리로 말했다.“누가 우리 병원에서 소란을 피워? 눈도 없어?”“원장님, 외지 사람들이 와서 억지를 부리고 있어요. 우리가 의술의 도리를 저버렸다고 하면서 사람을 때리고 응급실 문을 발로 차고 있어요.”“우리는 모두 들어가서 환자를 치료하려고 하는데 환자를 마음대로 데려가려고 합니다!”“이건 아주 우릴 무시하는 거죠!”넘어져 있던 부일민은 여음채를 보자마자 벌떡 일어나 하현 일행의 행동을 가리키며 고자질
부일민은 더욱 냉소적으로 말했다.“하지만 우리 앞에서 귀에 거슬리는 그런 말은 해도 되지만 이것만은 알고 가세요. 한번 지불한 돈은 환불되지 않아요.”“사람이야 얼마든 데려가도 되지만 보증금 천만 원은 돌려주지 않습니다!”“그럼 어서 물러가세요!”“여기서 방해하지 말구요!”의사의 오만방자한 말에 강옥연은 얼굴이 싸늘해졌다.“살리기는커녕 환불도 안 된다구요?!”“내가 당신들 고소할 거예요!”“고소?!”부일민은 여간호사 몇 명과 눈을 마주 보며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어떤 사람은 손거울을 꺼내 화장을 고치기 시작했고 어떤 사람은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강옥연이 고소라는 말을 꺼내도 그녀들은 전혀 안중에 두지 않는 게 분명했다.어차피 페낭 병원은 불만을 제기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고소? 그래 하세요!”부일민은 눈썹을 치켜세운 뒤 벽에 붙은 전화번호를 가리켰다.“국민신문고, 식약처, 경찰서, 등등, 전화번호들이 여기 다 있으니까!”“아무데나 전화해서 아무나 불러 보세요!”“사람을 불러서 날 고소해 보세요! 그럼 내가 당신들을 할아버지라고 부를게요!”“대하 촌놈들이 감히 우리 남양 땅에 와서 거드름을 피우며 위세를 부리고 있어?! 흥!”“당신들이 전화를 해 봤자 아무도 들어주지 않을 거예요!”부일민은 한껏 코웃음을 쳤다.그들은 이미 관광객들을 등쳐먹는 데 아주 익숙한 것 같았다.관광객이 신고해도 결국 팔이 안으로 굽는 법이었다.“당신들 제정신이에요!”강옥연은 눈을 부라렸다.이런 몰상식한 사람들은 정말이지 처음이었다.이때 하현이 앞으로 나와 강옥연의 어깨를 툭툭 치며 담담하게 말했다.“강옥연, 어쨌든 당신은 용문 사람인데 어떻게 기본적인 도리도 몰라?”“뭐라고?”강옥연이 살짝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도무지 하현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영문을 알 수 없었다.“어떤 사람들은 말로 하면 못 알아들어. 그냥 얼굴을 두들겨 맞아야 알아듣지.”
황천화 일행을 해결하고 하현은 강옥연에게 전화를 한 뒤 택시를 타고 페낭 병원으로 향했다.페낭 병원은 사립 병원으로 규모가 큰 편은 아니었지만 인테리어가 호화로웠다.거리마다 홍보 간판이 걸려 있는 병원다웠다.다만 의술은 아직 그에 미치지 못했고 보감 그룹 병원에 속하며 페낭 현지에서 평판이 별로 좋지 않았다.보통은 관광객을 속이고 사기를 쳐서 이익을 남기는 병원이었다.그리고 해외에서 온 관광객들은 이곳에서 사기를 당해도 신고할 길이 없어 결국 흐지부지될 수밖에 없었다.하현은 오는 길에 이런 정보들을 알게 되었다.강옥연도 현지인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병원에 가게 된 것을 그녀의 잘못만이라고 탓할 수가 없었다.하현과 하구봉은 곧바로 병원에 도착해 응급실 복도에서 강옥연을 찾았다.“하현.”하현이 나타난 것을 보고 강옥연은 급히 다가와 공손하게 인사를 건넸다.“상황은 어떻게 되어 가고 있어?”하현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물었다.“응급실에 들어가긴 했지만...”강옥연이 말끝을 흐렸다.하현은 얼굴을 찡그리며 응급실 문틈을 살짝 들여다보았다.대여섯 명의 환자가 병상에 누워 있었고 그중 두세 명은 외상을 입고 낮은 소리로 신음하고 있었다.그러나 응급실 안에는 의료진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내가 원가령을 데리고 왔을 때 의료진은 어떤 유명 연예인이 다쳐서 나간다고 했어.”“이곳의 한 인플루언서 스타가 영화를 찍다가 손가락을 다쳐서 급하게 응급실 의료진이 갔어!”“곧 돌아오겠다고 하면서 보증금 천만 원을 먼저 내라고 했어.”“그래서 보증금을 내고 30분째 이렇게 기다리고 있는데도 아직 아무도 안 와...”강옥연의 얼굴에 긴장감이 가득 드리워져 있었다.하현은 얼굴을 살짝 찌푸렸다.보감 그룹 산하 병원의 평판이 좋지 않다는 걸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그가 다른 의료진을 찾아보려고 하자 강옥연이 그를 멈춰 세우며 말했다.“하현, 내가 가서 재촉해 볼게.”강옥연은 혼자서 달려가더
”퍽!”하현이 뭐라고 입을 떼기도 전에 줄곧 무릎을 꿇고 있던 황천화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이신욱의 뺨을 그대로 날려버렸다.“개자식!”이신욱은 얼굴을 가리고 버둥거리며 일어섰다.“황천화, 감히 날 건드려?!”“죽고 싶어?!”“차칵!”황천화는 이신욱이 하는 말은 듣는 둥 마는 둥 곧바로 앞으로 나가 이신욱의 오른손을 움켜잡고 세게 꺾었다.이신욱은 죽자 살자 덤볐지만 황천화는 그렇지 않았다.페낭 무맹인으로서 감찰관이라는 직위의 무게를 잘 알고 있었다.이럴 때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 누구보다 꿰뚫고 있었다.“아!”이신욱은 처절한 비명을 지르며 몸부림쳤고 황천화는 그제야 단호하게 이신욱을 다시 한번 꺾었다.‘차칵'하는 소리가 끊이질 않았고 잠시 후 이신욱은 사지를 쓰지 못하고 땅바닥에 주저앉아 계속 경련을 일으켰다.그는 극심한 고통 때문에 화를 내고 싶어도 도무지 화를 낼 수가 없었다.오로지 땅바닥에 널브러져 돼지 멱따는 소리만 울부짖을 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사방팔방에서 화려한 옷차림의 남녀들, 부잣집 도련님들, 유명한 미녀들은 하나같이 정신이 혼미해졌다.머리카락이 쭈뼛 곤두서며 두려움이 온몸을 전율시켰다.이신욱이 소리쳐 반항을 한 끝에 결국 이 꼴이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말하자면 이신욱은 오늘 밤 하현을 세 번이나 공격한 것이다.그 결과는 처참한 자신의 몰골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털썩!”이신욱의 사지를 부러뜨린 후 황천화는 망설이지 않고 바로 바닥에 무릎을 꿇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하현, 오늘 밤 일어난 이 모든 일은 다 내 불찰이고 이신욱의 잘못이야. 난 이미 당신 뜻에 따라 이신욱의 사지를 부러뜨렸어.”“당신이 만족할지 모르겠지만 말이야.”하현은 무덤덤한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내가 한 말은 모든 사람들이 다 한 손씩은 부러뜨려야 한다는 거였어.”“당신은 말귀를 좀 알아듣는 것 같으니 왼손으로 하지.”황천화는 눈
”내 두 손을 자르라고?!”자신의 뒷배는 이미 무릎을 꿇었는데 하현이 자신의 두 손을 자르라는 말을 듣고 이신욱은 두려움도 잊고 어느새 숨겨 두었던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하현! 당신이 무슨 대표든 무슨 감찰관이든 난 상관하지 않아. 하지만 당신, 이것만은 똑똑히 알아야 할 거야! 나 이신욱!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아!”“난 남양 3대 가문 중 하나인 이 씨 가문 사람이야. 우리 이 씨 가문은 원 씨 가문과 운명을 같이 하는 집안이야!”“나한테 미움을 사고 해를 입히는 사람은 남양에서 수많은 적을 만드는 것과 같아!”“그리고 나 이신욱! 당신을 평생 기억할 거야!”“오늘 당신을 무릎 꿇리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언젠간 당신을 가루로 만들어 버리고 말 거야!”“1년 안에 당신을 무릎 꿇리지 못한다고 해서 5년, 10년 후에도 못하라는 법은 아니거든!”“지금 내 두 손을 끊는다면 절대 좋은 결말은 없을 거야! 두고 봐!”이신욱이 이를 갈며 하현에게 소리쳐 경고했다.감찰관이라는 하현의 신분이 무맹 사람들한테는 먹힐지 모르지만 이 씨 가문에는 하등의 위협도 되지 않는다는 걸 말한 것이다.호랑이 가죽을 뒤집어쓴다고 해도 하현은 외지인일 뿐인데 어떻게 남양에서 이 씨 가문의 끝없는 복수를 견뎌낼 수 있겠는가?이 씨 가문은 엄연히 남양 3대 가문의 하나다!황천화는 이를 듣고 자신도 모르게 소리쳤다.“이신욱!”“닥쳐!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닥치라고!”이신욱은 황천화의 말을 거칠게 끊었다.“내가 매년 당신한테 몇 억씩 갖다 바쳤던 이유는 이럴 때 나에게 힘이 되어 달라고 그랬던 거예요!”“그런데 어떻게 되었죠? 당신은 무릎을 꿇고 뺨을 맞기만 할 뿐 아무것도 못 하잖아요!”“당신 같은 사람 키워봐야 아무 소용이 없어요!”“앞으로 당신 같은 바보 등신 앞에서 누가 머리를 조아리며 공손히 굴겠어요?”“퉤! 당신한테 그럴 자격이 있어요?”이신욱은 황천화가 아무리 하현의 신분이 두렵더라도 무도 정신을 잃지 말
황천화는 입술을 파르르 떨며 말했다.“하현, 이건 너무 심하잖아...”“정말로 내가 당신을 두려워하는 줄 알아?”“잘 들어. 당신 신분이 가짜인지 진짜인지는 제쳐두고, 설령 진짜 감찰관이라고 해도...”애써 침착하며 여기까지 말하던 황천화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갑자기 하현의 주먹이 날아와 그의 얼굴을 ‘퍽'하고 쳤기 때문이다.황천화는 이번 문제가 커진다면 자신이 곤란한 상황에 직면할 뿐만 아니라 페낭 무맹도 같이 곤란해질 거라는 걸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남양 무맹 감찰관이 말이 쉽지 엄청난 자리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황천화가 뺨을 맞는 것을 보고 사람들은 정신이 혼미해져서 도저히 똑바로 서 있을 수가 없었다.그는 페낭 무맹에서 호령하는 사람이었고 이신욱을 도우러 온 것일 뿐이었다.그런데 결과는 어떻게 되었는가?몇 마디 말로 하현이라는 외지인 앞에 무릎을 꿇게 생긴 것이다!황천화가 무능한 것인가?아니면 하현이 대단한 것인가?하현은 황천화에게 다가가 오른손을 뻗어 그의 얼굴을 툭툭 치며 말했다.“황천화, 왜 갑자기 무릎을 꿇었지?”“무릎까지 꿇었는데 내가 어떻게 당신 얼굴을 때리겠어?”황천화는 눈가에 경련을 일으키며 더듬거리며 입을 열었다.“감찰관님께 뺨을 얻어맞게 되어 영광입니다.”“좋아, 그렇게 말하다니 소원을 들어줘야지.”하현은 조금도 사양하지 않고 오른손을 치켜들고 세차게 손바닥을 내리쳤다.“퍽!”“이건 당신이 제멋대로 날뛰고 무맹의 얼굴에 먹칠한 대가야!”“퍽!”“이건 약자를 괴롭히고 힘들게 한 대가야!” 하현은 하나하나 낱낱이 열거해 가며 황천화의 얼굴을 뒤흔들었다.비록 황천화도 고수 중의 고수였지만 하현이 뺨을 때릴 때는 아무런 저항도 분노도 표출하지 못하고 억지로 견뎠다.하현이 손바닥을 휘두를 때마다 황천화의 눈빛은 아프게 이리저리 흔들렸다.이 광경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눈빛이 점점 초점을 잃어갔다.페낭 무맹의 실력자가 무릎을 꿇고 다른
원청산?원 대표님?황천화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문득 그가 누군지 떠올랐다.이 사람은 남양 무맹의 대표이다.페낭 무맹의 맹주는 그를 보면 넙죽 엎드려야 한다.그런데 이 어른이 방금 뭐라고?하현이 남양에 있을 때는 남양의 감찰관 임무를 맡기겠다고?맹주를 감찰하고 만인을 순찰한다고?원청산의 말이니 하현이 대하무맹 대표가 된 것이 거짓은 아닐 것이다.대하무맹 대표가 되고 세계무맹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고 남양에서는 감찰관이라...순간 황천화는 갑자기 호흡이 가빠졌다.두 다리는 휘청거리기 시작했고 얼굴에 가득했던 거만한 표정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그 자리에 깊이를 알 수 없는 두려움이 채워졌다.그를 따르던 무맹의 고수들도 모두 손발이 얼얼하고 팔다리는 저릿저릿 아파서 서 있을 힘조차 없었다.다른 사람들은 이런 신분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모르지만 그들 무맹인들은 잘 알고 있었다.하현이 아주 높은 자리에 앉아 대표자로서 만인의 뜻을 전달하는 사람이 되었다.아무도 그의 말을 거스를 수 없다는 뜻이다.황천화 일행이 위세를 떨치다가 갑자기 전전긍긍하며 어쩔 줄을 모르자 이신욱은 속이 타서 참을 수가 없었다.“형님, 이런 놈한테 속으면 안 돼요!”“대표라니요? 감찰관이라니요?”“이놈이 능청스러운 연기로 우릴 속이려는 게 틀림없어요!”“저런 놈이 무슨 대표고 무슨 감찰관이랍니까? 형님은 분명히 알고 계시잖아요?”이신욱의 말을 듣고 주위의 많은 동료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에 동의했다.몇몇 아리따운 여자들은 화들짝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다시 조롱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감히 능청스럽게 연기를 하면서 황천화를 속이려고 하다니?“연기? 그래?”“내 연기가 아마 연기대상감인가 보지? 유명 배우 뺨칠 정도로 뛰어났던가 봐.”하현은 담담하게 웃으며 한 발짝 앞으로 나와 페낭 무맹 제자들 앞으로 가더니 사정없이 손바닥을 후려갈겼다.“퍽!”페낭 무맹 제자들은 비명을 지르며 얼굴을
당당하고 거침없는 황천화의 모습에 사람들은 가소롭다는 듯 하현을 비꼬아 보았다.다들 하현이 겁을 먹고 도망칠 거라고 생각했다.하현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황천화와 대적할 수야 있겠는가?그건 정말 목숨을 거는 짓이고 스스로 무덤을 파는 행위였다.하현은 손을 뻗어 제멋대로 입을 놀리는 황천화의 뺨을 후려치려고 했지만 갑자기 뒤에 있던 하구봉의 핸드폰이 심하게 진동하는 것을 느끼며 흠칫 뒤를 돌아보았다.순간 하구봉의 얼굴에 의아한 빛이 떠올랐다.이어 하구봉은 하현에게 공손히 다가가 조용히 말했다.“하현, 무성에서 온 전화야.”“대하무맹을 대표해 의견을 전달한다더군.”“방금 만진해 맹주의 강력한 추천으로 대하무맹에서 치열한 토론을 펼쳤어. 그래서 당신이 대하무맹 대표로 확정되었대!”“대하무맹을 대표해 세계 무맹에서 상임이사로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어!”“간단히 말해 앞으로 당신은 대하무맹의 대표로서 만진해 맹주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거야.”“만약 만진해 맹주가 물러난다면 당신은 그다음 맹주가 되는 거야.”말을 하는 동안 하구봉의 입술이 계속 떨리고 있었다.그도 이 엄청난 소식에 적잖이 놀란 것이 틀림없었다.그러면서 그는 핸드폰을 켜고 방금 메신저를 통해 온 메시지 한 장을 보여주었다.대하무맹?대표?세계 무맹의 거부권?한마디 한마디 융단 폭격과도 같은 엄청난 단어에 황천화는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하지만 그는 무의식적으로 하현이 자기 앞에서 허세를 부리고 있다고 생각했다.황천화가 불같이 화를 내려 했을 때 하현의 부하들이 일부러 이런 말을 꺼낸 것만 봐도 뻔한 가짜임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거짓말하지 마!”“세계 무맹이라니? 거부권이라니?”“그게 무슨 뜻인지 알기나 해?”“뻔한 거짓말로 위기를 모면할 수 있을 줄 알았어?”“순진하기는!”황천화는 심호흡을 한 뒤 냉소를 흘렸다.그도 무맹 사람이다.만약 대하무맹에서 하현이라는 대표가 나왔다면 어떻게 그가 모
”옳고 그름?”“잘잘못을 따지자는 거야?”“하여튼 약자들은 이런 허무맹랑한 것을 정말 중요하게 생각한단 말이지.”황천화는 두 손을 뒷짐진 채 앞으로 당당하게 발걸음을 옮겼다.걸음을 옮길 때마다 매서운 기운이 파장을 일으키며 사람들을 압도했다.“나 같은 강자들은 그런 걸 알 필요가 없지.”“난 말이야. 신분에 따라 편들지 이치에 따라 편들지 않아.”“내 후배가 사람을 죽이고 나쁜 짓을 했어도 그건 옳은 일이야.”“당신이 무수히 많은 도리를 가지고 법을 운운한다고 해도 내 후배를 건드린 당신은 나한테 여전히 나쁜 놈이야. 그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하지.”옆에 있던 이신욱은 황천화의 강력한 지지를 얻은 순간 없던 힘까지 솟아오르는 것 같아 큰소리로 선동하고 나섰다.“형님, 이 개자식이 방금 아주 큰소리를 쳤어요. 형님이 온다고 해도, 페낭 무맹 맹주가 온다고 해도 절대 자기를 건드릴 수 없다고요!”다른 부하들도 모두 입을 모아 말했다.“맞습니다. 이놈이 아주 기고만장하게 말했어요.”“날 무시하는 거야? 맹주를 무시해? 아님 우리 페낭 무맹을 무시하는 거야?”황천화는 ‘피식'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요즘 세상에 그런 얼빠진 놈이 있어?”“자기가 뭔지도 모르고 설치는 꼴이라니!”“무슨 자격으로 우리 동네에 와서 함부로 굴어!”“이봐, 당신 대하 사람이지?”“자자, 당신의 내력을 말해 봐. 당신이 5대 문벌 출신이라도 돼? 아니면 10대 가문 출신이야?”“분명히 말해 두겠는데, 당신이 그런 사람이라면 내가 체면을 봐 줘서 죽이지는 않겠어. 몸은 좀 상하게 하겠지만.”하현이 덤덤하게 말했다.“다 아니야.”“아니라고?”황천화가 입을 크게 벌리며 웃었다.“다 아니라면서 감히 페낭에 와서 위세를 떨치려는 거야? 정말 세상 물정 모르는 놈이군!”하현은 냉담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난 페낭이 법과 규율, 그리고 도리를 중시하는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황천화 당신을 보니 도리를 거론할 동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