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민석은 왼손 손바닥을 올려다보고 있었는데 그 위에는 운명선, 사업선이 종횡으로 얽혀 있어 마치 바둑판 같았다. 그 위에서 자신의 운명을 보는 듯 하민석은 여전히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 “나는 3년 동안 내 문하생으로 맴돌던 당신들 중 적지 않은 사람들이 그 당시 그 사람을 도와주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마음속에 무슨 마음이 있는 지는 당신들 스스로가 잘 알 것입니다…”“나 하민석이 당신들을 왜 기다렸는지 당신들 마음 속으로 계산해 보세요. 그가 당신들에게 줄 수 있는 것이 있다해도 나는 그것보다 더 많이 당신들에게 줄 수 있어요…” “누군가 지금 이 순간에도 그를 염두 해 두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기회를 줄게요. 지금 나한테 말하세요. 나는 따지지 않고 떠나도록 내버려 둘게요…”“하지만 3년 전 그를 어쩔 수 없이 돌아가도록 만든 것은 우리 모두가 한 몫을 했다는 것은 잘 생각해 두세요…”마지막 말이 심한 천둥과 같이 떨어지자 왔다 갔다 하던 사람들의 마음이 거의 터질 것 같았다.거의 무의식적으로 어떤 사람이 “탁탁” 땅에 무릎을 꿇고 울부짖는 소리로 말했다.“저는 둘째 도련님을 위해서 충성을 다하고 절대 딴마음을 품지 않겠습니다!”“충성을 다하자! 날이 밝아온다!”평소에 상업계를 군림하던 거상들이 지금 이 순간은 마치 옛날 사회의 봉건 신하 같았다.그들의 눈앞에 있는 하민석은 마치 제왕 같았다. 하민석은 살며시 웃었지만 눈빛은 말할 수 없는 참담함으로 그는 서울 쪽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너… 아직도 모든 것을 되찾고 싶니? 아쉽지만, 넌 자격이 없어!”……옆 홀에서 멀지 않은 곳에 하수진은 연못에서 꽃 구경을 하고 있었다. 푸른 쪽파같이 생긴 손가락 사이로 미끼가 떨어져 연못의 붉은 잉어, 푸른 잉어들이 쉴새 없이 뛰어다니고 있었다. “미끼는 다 준비가 됐는데, 물고기는 또 몇 사람이나 먹을 수 있을까?”……삼일 후.설씨네 별장. 오늘은 좋은 날이다. 설씨네 집에서는 벌써 설씨
“내가 모를 거라고 생각하지 마. 너는 쇼핑몰 땅이 팔리면 네가 우리 집안에서 아무것도 아닌게 될까 두려운 거잖아!”“그런데 너는 우리 집안이 곧 남원으로 가서 발전하게 될 건 생각해 본적이 없지?”“앞으로 내 남편이 될 왕씨가 도와주면 우리 집안은 반드시 승승장구 할거야!” “네가 말만 잘 들으면 우리가 고기 먹을 때 국물 한 모금 정도는 나눠줄게, 안심해……”설지연은 이 순간 팔짱을 낀 채 도도한 모습을 보였다. “맞아! 남원으로 가자고 한 건 네 아버지이신데, 설마 너 네 아버지랑 맞서 싸우려고 하는 거야? 우리 설씨 집안이 남원에 가는 거에 영향을 주려고?” “만약에 네 아버지가 얘기를 꺼내지 않았으면 우리는 지금 매각하는 일 같은 건 생각할 필요도 없어!”“맞아, 이 모든 일은 다 너희 식구 때문이야. 지금 싸게 얻었다고 잘난 체 하는 거야!” “다른 프로젝트는 안 팔더라도 설은아 네 쇼핑몰 프로젝트는 반드시 제일 먼저 팔아야 해!”“……”이 순간, 적지 않은 설씨네 사람들이 입을 열고 큰 소리로 말했다. 분명 하나같이 지금 남원으로 달려가서 전설의 인물이 되기를 고대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설은아를 대할 때는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 마치 설재석이 돌아 온 것이 결코 이득이 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그들을 해치는 것처럼 보였다. 설은아는 한동안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할지 몰랐다. 설재석이 가지고 온 큰 프로젝트는 확실했다. 설씨네가 남원으로 가서 발전하는 것은 모두 설재석이 추진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 순간, 왜 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녀는 무의식 적으로 이렇게 하는 게 반드시 옳은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설씨 가족 앞에서 설은아는 말을 잇지 못했다. 설재석은 이 순간 자기와는 상관없다는 듯 싸늘한 모습을 보였다. 이번에 그는 설씨네 집에 돌아와 후계자 자리를 되찾으려 했으나 설씨네 태도는 그를 완전히 실망시켰다. 어떤 의견도 내놓고 싶지 않았다. “은아야. 너는 어떻
“할아버지.”설은아는 설민혁을 보지 않고 할아버지를 보며 간청하는 얼굴로 말했다. “할아버지, 쇼핑몰 프로젝트는 우리가 정말 많이 심혈을 기울인 거잖아요. 이렇게 쉽게 버릴만큼 가치 없는 일이 아니에요.” “아니면 한 번 생각해 보세요. 만약에 담보대출을 못 받으면 그 때 다시 매각을 고려해 보는 건 어때요?”설은아의 표정을 보자 설씨 어르신은 약간 흔들렸다. 하지만 이때 설민혁이 ‘탁’하며 책상을 내리치고는 호통을 쳤다.“설은아, 네가 주제파악을 못하고 있구나!”“분명히 말하는데, 너는 우리 설씨네 회사의 재무 부장이고 쇼핑몰 프로젝트의 담당자일 뿐이야!”“회사 운영은 할아버지랑 내가 하는 거야. 너 같은 하인이 끼어들 곳이 없어!”“더구나 삼촌이 빨리, 모든 것을 빨리 해야 한다고 했다고!” “우리는 지금 프로젝트를 파는 일에 이러쿵 저러쿵 말이 많은데 이렇게 네가 참견을 했다가 만에 하나 고객들이 다 놀라서 가버리면 어떡해?”“프로젝트 파는 일이 우리 기대에 못 미치면 어떡할래?” “우리가 2천억 원을 제때에 모으지 못하면, 우리 설씨 가문의 손해가 얼마나 큰지 알기나 해?”설민혁은 지금 포용해주지 않고 속사포처럼 질문을 퍼부어댔다. 남원의 프로젝트는 설재석이 가지고 온 것이기 때문에 그는 스스로 의견을 밝히지 않았다. 설은아는 설씨 집안 사람들에게 집중적인 공격을 당했고, 지금은 정말 외톨이가 되었다. 대다수의 설씨 집안 사람들은 원래 설은아를 탐탁지 않게 여겼다. 한 달 동안 설은아가 재권을 쥐고 있는 관계로 많은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없어졌고 모두들 가난에 찌들어 있었다. 이제 설은아를 끌어내릴 기회가 온 이상 누가 이 기회를 놓치겠는가?특히 설지연은 더욱 설은아 앞에서 우쭐거리며 웃으며 말했다. “은아야, 다들 네 편이 아니라고 탓하지 마. 누가 네 남편보고 폐물이 되라고 했니?”“만약에 그가 내 미래의 남편처럼 신분이 있고 지위가 있었다면!”“네가
이때 설민혁이 제일 먼저 일어나 비웃으며 하현을 가리켰다.“쓸모없는 녀석아. 우리 설씨 집안이 지금 가족의 큰 일로 회의 중이잖아. 너 같은 데릴사위가 무슨 자격이 있어서 여길 들어와? 만에 하나 네가 우리 가족의 비밀을 누설하면 그 때는 누가 책임 질 거야?”설은아는 설민혁을 노려보며 말했다. “설민혁, 너 너무 지나치게 굴지마. 하현 역시 우리 설씨 가족이야.”설민혁은 ‘피식’웃으며 말했다. “설은아, 너 여전히 순진하구나. 할아버지가 너랑 이 사람이랑 이혼시키지 않았다고 해서 이 사람이 설씨 가족인 줄 알아?”“그가 안씨 집안의 개 한 마리가 돼서 우리에게 프로젝트 하나 가져다줬다고 우리 설씨 집안에 자리를 잡았다고 생각하니?”“내가 말했잖아. 우리 설씨 집안은 지금 옛날 같지 않다고. 지금도 우리는 안씨 가문의 체면을 세워주고 있는 거야. 그런 게 아니라면, 우리 설씨 가문은 그 프로젝트를 할 생각이 없어!”여기까지 말하고 설민혁은 설씨 어르신을 보며 말했다. “할아버지, 제가 볼 때는요. 설은아를 바로 해고시키고 설씨 집안일에 참여하지 말라고 하는 게 좋을 거 같아요!”“당연히 우리 설씨 집안도 양심이 없는 집안은 아니니 이 두 폐물에게 매달 60만원씩 주면 밥은 먹을 수 있지 않겠어요?”이 말이 나오자 다른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설민혁에게 찬사를 보냈다. 아무것도 안 하는 사람이 매달 60만원씩 월급을 받는다면 나쁘지 않네. 설씨 어르신은 설재석을 깊이 바라보았다. 그가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웃을 듯 말 듯 설은아를 쳐다보며 말했다. “그래, 다른 사람들의 이견이 없으면 이렇게 하는 걸로 하자.”“쇼핑몰 프로젝트는 매각하고, 오늘부터 설은아는 회사의 모든 직책을 정리한다.” 이때 자신의 아버지가 입도 뻥긋하지 않자 설은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몇 달 동안의 그녀의 모든 노력이 산산조각 난 셈이다. 이 때 그녀는 무슨 말을 하고 싶었지만 어디서부터 말을 꺼내야 할
하현이 이어서 막 입을 열려고 했다. 이때 설민혁이 정말 참지 못하고 책상을 치며 하현에게 욕을 퍼붓기 시작했다. “너는 네 자신이 무슨 물건이라고 생각해? 할아버지가 이미 결정을 하셨는데 네까짓 데릴사위가 무슨 자격으로 말을 하는 거야?”하현은 그를 싸늘하게 쳐다보며 말했다. “설민혁, 넌 정말 바보냐? 아니면 멍청이냐? 나는 결정을 하기 전에 먼저 계약서를 살펴봐야 한다고 상기시켜 준거야!”“하엔 그룹은 당신들이 투자를 받고 싶으면 받고, 프로젝트를 팔고 싶으면 팔 수 있는 길가에 있는 어중이떠중이가 아니야. 네가 정말 왕씨 집안과 관계를 맺고 나면 하씨 면전에서 뛰어오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이런 것들조차 제대로 파악도 못하고 이 일을 기어이 당장 해야겠냐고! 나는 너 같은 폐물이 무슨 자격으로 설씨 집안의 부사장이 됐는지 모르겠어.”“내가 말할게!”설민혁은 순간 격노했고 바로 손을 써야 했다. 그러나 그는 이전에 정말 하현에게 가혹하게 당했었다. 지금 손을 쓰려고 했지만 오히려 겁을 먹고 움츠러들었다. 산 채로 잡아먹을 듯 원망하는 눈으로 하현을 노려볼 수밖에 없었다. 하현은 그곳을 한 바퀴 둘러보고 난 후 마지막으로 설재석을 쳐다보며 말했다.“아버님. 제가 당신을 의심하려고 하는 건 아닌데 왕씨 집안이 우리 설씨 집안에 너무 과분하게 잘해준다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우리 설씨 집안과 합작을 할 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51%의 지분을 차지하도록 했어요. 이건 하늘에서 떨어진 떡이나 마찬가진데 혹시라도 우리 설씨 집안이 감당하지 못할까 두렵지 않으세요? 이 뜻은 명백했다. 왕씨 집안과 설씨 집안이 말하는 합작에는 문제가 있었다. 이것은 설씨 집안이 남원으로 갈 수 없다는 것을 말해주었다. 하지만 하현이 하는 말을 믿어 줄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설재석은 이때 차갑게 말했다.“하현, 비록 지금 프로젝트가 내 손에 들어오진 않았지만 나 역시 지나칠 수가 없네. 하지만 내 인품을 걸고 이 프로젝트
한 줄기의 아름다운 그림자가 걸어 들어왔다. 이슬기였다. 그녀는 오늘 화장은 하지 않고 청바지에 흰 셔츠만 입었다. 그리고 검은 뿔테 안경을 썼고 머리는 포니 테일로 묶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모습은 섹시하고 요염해 보였다. 순수하면서도 섹시한 두 가지의 모습이 동시에 드러나 눈길을 끌었다. 슬기가 나타나자 홀 안은 적막해졌다. 다들 놀라면서도 뭔가 어렴풋이 짐작이 갔다. 설마 슬기가 하엔 그룹을 대표해서 죄를 물으러 온 건가? 이와 동시에 적지 않은 설씨네 사내들의 슬기를 바라보는 눈빛이 이글이글 타오르기 시작했다. 이 사람은 정말 섹시한 매력이 있다. 정말 아름답다. 몸매도 섹시하다. 옛날 같았으면 이 설씨 집안 사람들은 감히 슬기를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예전 같지 않았다. 설씨네 집안은 바로 남원의 가족이 되었다. 그들은 아마 이런 여자들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것이다. 여기서 설민혁의 눈빛이 가장 거침이 없었다. 그는 이미 다 생각해 놓았다. 남원의 일이 결정될 때까지 기다리면 된다. 그는 반드시 이 여자를 얻을 방법을 찾을 것이다. “슬기 아가씨 어서 오세요. 얼른 앉아요!”설씨 어르신은 살짝 눈썹을 찡그렸다. 하지만 그 역시 세상 물정에 훤한 지라 공손하기 그지없는 웃음을 지으며 주스를 대접하고는 반갑게 인사했다. 비록 지금 설씨 집안은 하엔 그룹과 합작을 깨려고 했지만 문제가 있었다. 하엔 그룹의 입장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 이슬기가 온 이상 설씨 가문도 감히 소홀히 대할 수는 없었다. 슬기가 온 것을 보자, 설은아도 마음이 조금 불안했다. 그녀는 사과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이전에 투자하는 일로 슬기가 자신을 많이 도와주었는데 지금은 설씨 집안이 하엔 그룹의 동의도 없이 쇼핑몰 프로젝트를 팔려고 했다. 그래서 이 말이 입 주변을 맴돌고 있었지만 설은아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슬기는 지금 앉지 않고 하이힐을 신고 설씨 어르신 곁으로 걸어갔다
설씨 어르신은 안색이 좋지 않았다. 그는 지금 슬기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 비서님, 당신…… 그게 무슨 말입니까?”슬기는 가볍게 웃으며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설민혁에게 시선이 갔다. 이 순간 설민혁은 온몸이 살짝 흔들렸고 일순간 얼굴이 험악해지기 시작했다.“설 회장님은 계약서를 꼼꼼히 보셨다고 하셨는데 제가 보기에 꼭 그렇지는 않은 거 같아요. 아마 당신이 본 것은 어떤 사람이 개정한 계약서 같네요.”“설 회장님이 계약서의 진짜 내용이 무엇인 지를 모르니 제가 오늘 서울 변호사 협회의 여 회장을 특별히 불러 계약서에 있는 내용과 계약서를 위반했을 경우 어떻게 되는 지 그 결과를 설명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슬기는 말을 마친 뒤 가볍게 손뼉을 쳤다. 잠시 후 양복 차림의 중년 남성이 서류 가방을 들고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이 사람을 보자 설씨 어르신은 머리가 ‘핑’도는 것 같았다. 이 사람은 서울변호사협회의 여 회장으로, 신분이 꽤 높았다. 웬만한 가족과 기업은 그를 한 번 만나는 것도 어려웠다. 평일 낮에는 더 없이 어려웠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오늘 슬기의 수행원처럼 지금 여기에 나타났다. “여 회장님, 설 회장님의 가족들에게 현재 상황을 설명해 주세요!”슬기가 담담하게 말했다. 그 후에 지체 없이 한쪽으로 가서 서 있었다. 동시에 아무런 기색 없이 하현이 있는 쪽을 향해 살짝 허리를 굽혔다. 슬기의 지시에 따라 여 회장은 고개를 들어올리며 그곳을 한 바퀴 둘러보고 나서야 설씨 어르신에게로 시선을 향하고 살짝 웃으며 말했다. “설 회장님, 오래간만입니다. 다시 만나게 될 줄은 몰랐네요. 설씨 집안에 큰 일이 생겼다고요……”“무슨 큰 일이요?” 설씨 어르신은 무의식적으로 입을 열었다. “이건 그 당시 당신들과 하엔 그룹이 투자를 합의하고 서명한 계약서의 사본입니다. 먼저 한 번 보시죠……”여 회장은 서류 한 부를 꺼내 내밀어 설씨 어르신에게 건네주었다. 설씨 어르
뭐?이 땅이 하엔 그룹 소유일 뿐만 아니라, 게다가 지금 하엔 그룹에게 6천억 원을 배상해야 한다고?이 말을 듣자 모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여 회장을 쳐다보는 눈빛이 침체되었다. “말도 안돼!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내가 며칠 전에도 계약서를 꺼내서 훑어봤는데! 이렇지 않았어! 민혁아 빨리 계약서 좀 꺼내봐!”설씨 어르신은 지금 진땀을 흘리고 있었다. 만약 일찍 이런 조항을 알았다면 그가 어떻게 섣불리 쇼핑몰 프로젝트를 팔려고 할 수 있었겠는가?”“할아버지……”설민혁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그가 전에 설씨 어르신께 보여준 계약서는 그 당시 설은아가 서명한 것이 아니었다. 그가 조작한 것이었다. 그는 너무 남원에 가고 싶었다. 왜냐하면 남원의 프로젝트는 이미 그의 손에 들어갈 운명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서울에서 설은아의 손에 속박당하는 느낌을 받았고 남원에 가서 자신의 실력을 증명해 보이고 싶었다. 그래서 그는 일부러 계약서를 조작한 것이었다. 이 일을 위해 하엔 그룹의 몇 명 고위층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조용히 처리하도록 했다. 원래 설민혁의 계획대로라면 설씨 집안은 하엔 그룹에 찾아갈 필요도 없고 설씨 집안 쪽에서 돈을 돌려주면 그만이었다. 여러 가지로 다 계산을 해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하엔 그룹의 그 고위직 임원들이 한 말은 쓸모 없는 것이었는가? 슬기가 갑자기 찾아왔다. 책상을 뒤엎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고, 설민혁은 이마의 식은땀을 훔쳐내며 말했다. “이 비서님, 우리 사이에 무슨 오해가 있는 거 아닌가요? 이 일을 하기 전에 저는 특별히 하엔 그룹과 그 고위직 임원들과 얘기를 나눴습니다. 그들이 모두 대답하기를……”슬기는 말을 끊으며 말했다. “설씨 집안은 회장이 한 말이 보증이 됩니까? 아니면 고위직 임원이 한 말이 보증이 됩니까?”“당연히 회장님 말이죠……”설민혁은 무의식적으로 말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회장님이 말씀하셨어요. 어떤 사람이 하엔 그룹의 첫 번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