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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42장

작가: 감자를 사랑하는 늑대
그러나 지금 이 순간 이 사장은 감히 고성양에게 대꾸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무릎을 풀썩 꿇은 그녀의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뚝뚝 떨어졌다.

“어떻게 이럴 수 있어?”

진서기와 임민아의 눈이 휘둥그레졌고 눈앞의 장면이 믿기 힘든지 눈 밑에는 쉴 새 없이 경련이 일었다.

멀쩡한 이 사장이 왜 무릎을 꿇는 거야?

그것도 아무짝에도 쓸모없을 것 같은 하현 앞에서?

설은아와 나박하는 더욱 놀란 얼굴이 되었다.

도무지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가 없었다.

난폭하게 들이대던 이 사장이 왜 갑자기 이렇게 무릎을 꿇었을까?

“쾅!”

바로 그때 룸의 문이 벌컥 열렸다.

문은 여러 번의 발길질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순식간에 부서졌다.

곧이어 수십 명의 남자들이 벌떼처럼 몰려들었다.

양복 차림의 남자들은 사나운 기운을 뿜어내며 고성양의 앞을 가로막고 있던 경호원들을 발로 걷어차 버렸다.

감히 누구도 대항할 수 없는 거센 기운이었다!

문 앞에 모여 있던 구경꾼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온몸을 벌벌 떨고 있었다.

소항 회관 직원들, 경호원들도 이 광경을 보고 모두 숨을 죽였다.

그때 머리에 붕대를 칭칭 감고 한 쪽 다리에 깁스를 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평소 모습과는 달랐지만 직원들과 경호원들은 모두 그를 알아보았다.

바로 신사 상인 연합회 회장 엄도훈이었다!

이곳은 누가 뭐래도 엄도훈의 영향력 아래 있는 곳이었으니 그를 알아보지 못한다면 간첩이나 마찬가지였다!

“형님, 형님! 드디어 이렇게 뵙게 되었네요!”

무릎을 꿇고 있던 이 사장은 엄도훈이 빠른 걸음으로 뛰어오는 것을 보았다.

엄도훈은 의자에 앉아 있던 하현을 보자마자 마치 구세주를 만난 듯 눈을 반짝거렸다.

이제야 자신이 살았다는 듯한 안도의 눈빛이었다.

그는 오늘 길에 적어도 세 번의 교통사고 위기를 모면했다.

올라오다가는 개한테 물릴 뻔도 했다.

이 상황에서 그는 하현의 말이라면 무조건 굳게 믿을 것이다.

엄도훈은 거의 매달리는 모습으로 말했다.

“형님, 옆에 좀 앉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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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명원의 눈꺼풀이 파르르 흔들렸다.“뭐라구요?”정홍매도 넋이 나간 듯 입을 벌린 채 멍하니 서 있었다.그녀는 남편이 고향에 가서 조상님께 향불을 올리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다.그러나 그녀는 줄곧 그 이유에 대해선 모르고 있었다.그런데 이런 이유가 있었다니!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간단합니다. 당신은 기가 강한 사람입니다. 남을 압도할 만큼. 그래서 당신의 강한 기운이 조상의 기운을 눌렀던 거죠.”“만약 당신의 기운이 충분히 강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당신은 열 번도 더 목숨을 잃었을 겁니다.”“스스로 잘 생각해 보세요. 당신 평생, 당신 아들이 태어난 후 당신이 몇 번이나 죽을 뻔하다가 살아났는지!”하현의 말을 듣고 고명원은 마침내 큰 충격을 받았고 탄복해 마지않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하현, 당신은 정말 대단한 능력을 가진 사람입니다! 그래서 엄 회장님이 이렇게 당신을 좋아하는군요!”“맞습니다. 난 정말이지 몇 번이나 구사일생으로 살아났고 그때마다 중상을 입었지만 죽지는 않았어요.”“하지만 운이 좋았다고는 말할 수 없는 거죠.”“옛날 사람들은 큰 재난에서 죽지 않고 살아남으면 훗날 반드시 복이 온다고 했어요.”하현은 싱긋 웃으며 말했다.“그런 건지 어떤지는 잘 모르겠지만.”“당신에게 조상의 비호가 없는 가장 큰 이유는 당신에게 후사가 없기 때문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죠!”“그래서 지금이라도 가능하다면 아들이든 딸이든 낳아 보길 권합니다.”“그러면 다음에 조상님께 제를 올릴 때 저절로 향불을 태우고 싶을 겁니다.”“봉분의 풀들도 그렇게 푸르지는 않은 것 같군요.”“조상들의 숨결이 모두 기운을 다했기 때문이죠!”“개자식! 무슨 말도 안 되는 개소리야!”“자꾸 그런 말 하면 내가 당신 입을 갈기갈기 찢어버릴 거야!”“여보! 가! 가자구!”“자기가 무당이야? 뭐야?”“저 말을 믿느니 차리리 죽는 게 나아!”말을 마치자마자 정홍매는 고명원을 데리고 얼른 나가려고 했다.“

  • 재벌 사위면 될까?   4150장

    하현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의술은 정말 잘 몰라. 하지만 살인술은 좀 알지.”“한번 보여줘?”“단번에 당신의 목숨을 앗아버릴 수 있는데.”하현의 말을 들은 엄도훈은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그리고 나서 아첨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농담하지 마세요! 형님! 농담도 참!”“간 떨어질 뻔했잖아요! 전 지금 형님이 제 목숨을 구해 주길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다구요!”하현은 더 이상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고 은침을 자신의 손가락에 살짝 찔러 피 한 방울을 짜낸 뒤 엄도훈의 미간에 떨어뜨렸다.그리고 큰 혈이 지나가는 명치 몇 군데에도 떨어뜨렸다.그러자 가슴에 있던 흔적이 천천히 옅어지기 시작했다...“어? 어? 사라지고 있어?! 정말로 사라졌다구!”몇몇 측근들은 모두 놀란 얼굴을 한 채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왜냐하면 그들은 눈앞에서 흔적들이 서서히 옅어지다가 사라지는 것을 똑바로 목격했기 때문이다.엄도훈은 처음에 하현이 뭘 하는지 잘 알지 못했다.그런데 이제 보니 흔적이 서서히 사라지면서 온몸을 얽매고 있는 기운도 함께 사라졌고 이윽고 정신도 맑아지는 것 같았다.고명원도 눈앞의 광경을 보고 어안이 벙벙했다.그는 처음에 하현이 농간을 부리고 있다고 생각했다.하지만 눈앞에 펼쳐진 일을 보고 자신의 식견이 이렇게 모자랄 줄은 몰랐다.“형님! 정말 대단하십니다! 정말 대단해요!”“정말 감동했어요! 이건 정말 말로 표현하지 못할 감동이에요!”엄도훈의 얼굴은 완전히 흥분의 도가니였다.“다만 아직도 이해가 안 되는 게 있긴 해요.”“집이나 가게에 팔괘경을 비치하는 것을 좋아하는 어른들을 많이 봤어요. 하지만 그들은 모두 무사했는데 왜 나만 이런 일을 겪은 거예요?”“그 물건이 무덤에서 출토된 것이라고 해도 이 정도는 아닌 것 같아요. 다들 그런 골동품을 쓰니까요.”하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당신이 가지고 있던 팔괘경은 출토될 때부터 원한에 얽혀 있었어. 만약 내 추측이 맞다면 그 팔

  • 재벌 사위면 될까?   4149장

    ”뭐야?”엄도훈의 가슴에 있는 용 무늬를 보고 고명원과 정홍매 두 사람은 모두 숨을 헐떡거렸다.어떻게 이럴 수가?그들의 안색은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일그러졌다.엄도훈의 성격상 이런 비밀스러운 일을 하현에게 절대 알리지 않을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하 씨 성을 가진 저놈이 설마 이렇게나 능력이 있다고?엄도훈은 지금 당장 고명원 부부를 결판낼 생각은 없었기에 그저 긴장한 표정으로 하현을 쳐다보기만 했다.“형님, 이게 전신용이란 거군요. 그런데 왜 난 하나도 아프지도, 간지럽지도 않습니까?”“난 이름 모를 바이러스인가 하고 생각했어요.”“바이러스라면 오히려 다행이지.”하현은 희미한 눈빛으로 말했다.“전신용의 머리와 꼬리가 연결되면 죽음에 직면하는 거야.”엄도훈은 머리카락이 쭈뼛 서는 것 같았다.“그럼 설마 제가 요 며칠 겪었던 재수 없는 일들도 바로 이것 때문이에요?”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용은 천지의 영물이야. 용이 온몸을 휘감으면 기운이 먼저 손상되지.”“당신의 운이 다하면 용의 머리와 꼬리가 서서히 연결돼.”“그러면 당신은 결국 목숨을 잃게 되는 거고.”“아!”하현의 말을 들은 엄도훈은 깜짝 놀랐다.그는 자신도 모르게 손을 뻗어 가슴팍에 있는 흔적을 닦아내려고 했지만 도저히 닦아낼 수가 없었다.이를 지켜보던 정홍매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입꼬리를 실룩거렸다.“무슨 얼토당토않은 말을 지껄이는 거야?”“무슨 드라마 찍어? 용에 뭐 기운이 있어?”“목숨을 잃을지도 모른다고?”“아니, 저 흔적이 뭔지도 모르지만 저게 움직인다는 게 말이나 돼?! 도저히 믿을 수 없어!”엄도훈이 뭐라고 항변하기도 전에 전신용이 스르르 움직이며 한 치가 자랐고 머리와 꼬리 사이의 거리는 거의 1센티미터밖에 남지 않았다.머리와 꼬리는 곧 이어질 듯 서로를 향해 뻗어 있었다.눈앞에서 이를 본 정홍매는 혼비백산했다.과학적 사실에만 생각이 뻗쳐 있던 고명원도 화들짝 놀라며 눈

  • 재벌 사위면 될까?   4148장

    하현이 하는 말을 듣고 정홍매는 끝내 참지 못했다.그녀는 냉소적으로 하현을 바라보며 말했다.“뭐? 뭘 닮아? 용?”“원한은 무슨 원한?”“하 씨! 당신은 사기꾼이야! 방금 우리가 그 사실을 폭로하지 않은 것은 엄 회장의 체면 때문이었어.”“그런데 지금 이 꼴을 봐? 정말 거짓말이 끝이 없어!”“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그런 말로 사람을 속이려 드는 거야? 후환이 두렵지도 않아?”“게다가 나도 당신을 조사해 봤어. 당신은 데릴사위였다가 지금은 그마저도 쫓겨난 신세라던데!”“뭐가 그리 득의양양한 거야?!”“당신이 풍수지리에 대해 뭘 알아?!”“허 참!”“엄 회장 앞에서 이렇게 들추어내게 되어서 미안하지만 난 당신이 더 이상 엄 회장을 속이고 있는 꼴을 볼 수가 없어! 절대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을 거야!”말을 마치며 정홍매는 얼굴을 바꿔 끼운 듯 상냥한 표정으로 엄도훈을 바라보며 비위를 맞췄다.“엄 회장님. 난 회장님한테 망신을 주려고 한 것도 아니고 일부러 하현을 노린 것도 아니에요. 복수한 것은 더더욱 아니구요!”“내 성격이 직설적이어서 남이 뭘 속이는 꼴을 못 참아요.”“그러니 절대 속으면 안 됩니다!”“며칠 동안 사고가 잦았던 것은 재수가 없었던 것뿐이에요.”“그가 당신을 미행하기 위해 사람을 보낸 것이 틀림없어요!”“심지어 그가 음모를 꾸며 일부러 그런 일을 만들었을 수도 있구요!”“엄 회장님. 지금이라도 당장 그를 붙잡아 고문해야 해요! 그가 회장님한테 도대체 뭘 얻으려고 그런 짓을 한 건지 추궁해야 한다니까요!”정홍매는 스스로 정의감에 취해 한껏 자랑스럽게 하현을 헐뜯고 있었다.한참을 쏟아내고 나니 그녀는 속이 후련했다.하현이 엄도훈을 믿고 자신의 아들을 짓밟았다면 그녀도 엄도훈을 등에 업고 무참히 하현을 짓밟아야 했다!그래야 마음속의 분노와 억울함이 한 점도 남김없이 말끔히 사라질 것 같았다!흥!눈에는 눈! 이에는 이!“닥쳐!”결국 정홍매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

  • 재벌 사위면 될까?   4147장

    하현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입을 열었다.“비수 좀 보여줘 봐.”엄도훈은 몸에 지니고 있던 비수를 황급히 꺼내 하현 앞에 공손히 내놓았다.비수는 익히 아는 보통의 비수였다.하지만 깨끗하게 닦여 티끌 하나 없었다.하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위에 묻어 있던 혈흔은 지운 거야?”하현이 뭔가 꺼림칙한 표정을 짓는 것을 보고 정홍매는 입가에 비아냥거림과 냉소를 가득 떠올렸다.이까짓 솜씨로 감히 사람을 속이려 하다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엄도훈은 당연하다는 듯 자신만만하게 말했다.“깨끗한 비수를 몸에 지녀야 좋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했어요. 너무 더러우면 안 좋잖아요? 만약 뭔가 잘못될 수도 있으니까 찝찝해서 깨끗하게 씻었죠...”“어리석기는!”하현은 한숨을 푹 쉬었다.“내가 당신한테 비수를 지니라고 한 것은 그 위에 묻은 혈흔이 당신 체내의 악운을 누그러뜨리고 심지어 조금 풀어주기 때문이야.”“그런데 당신은 비수를 깨끗하게 씻어 버렸으니 아무런 효과가 없는 거지.”“그리고 내 추측이 맞다면 아마도 당신은 어제 누군가가 비명횡사하는 모습을 목격했을 것 같은데, 그렇지?”하현의 말을 들은 엄도훈과 그의 몇몇 측근들은 모두 온몸을 덜덜 떨며 손에 들고 있던 술잔을 모두 바닥에 떨어뜨렸다.그들은 하현의 말을 듣고 충격을 받은 듯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엄도훈은 유난히 더 입꼬리를 부르르 떨다가 겨우 입을 뗐다.“하현 형님, 역시 대단하십니다.”“내가 전에 만났던 그 무슨 유명한 풍수지리사들보다도 훨씬 대단해요!”“내가 말하지 않았는데도 그런 사실을 알아차리다니!”“맞아요. 어젯밤 집으로 오는 중에 몇몇 사람들을 만났는데 그중에 한 명이 화단에 부딪혀 어떻게 하다가 그만 죽어버렸어요.”“그 죽은 사람은 여자였던 것 같았는데 붉은 치마를 입고 있었어요.”여기까지 말한 엄도훈의 얼굴엔 마치 하현이 무슨 대단한 일을 한 것처럼 감탄해 마지않는 기색이 역력했다.그러나 정홍매는 냉

  • 재벌 사위면 될까?   4146장

    ”나한테 사과해 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엄도훈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여기서 끝낼 수 있을지 없을지는 하현 형님에게 달렸지요.”“하현?”“하현 형님?”고명원은 이미 사건이 발생한 경위를 알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그는 사건의 근본 원흉인 작자가 여유롭게 차를 마시는 모습을 보며 병원에서 고통에 울부짖는 자신의 아들의 모습을 떠올렸다.순간 그의 눈에서 음흉한 빛을 뿜어져 나왔다.그러나 그도 인물은 인물이었다.그는 겉으로는 조금도 그런 내색은 하지 않은 채 미소 가득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하현, 안녕하세요. 정말 죄송합니다. 모든 것이 우리가 제대로 키우지 못한 죄입니다. 우리가 눈치를 채지 못했어요.”“그러니 대인께서 관대하게 여기시어 너그러이 봐주십시오!”“성양이한테는 우리가 제대로 잘 타이르겠습니다!”말을 하면서 고명원은 허리를 굽혔다.그의 모습에선 수조원 자산가의 위상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그리고 그는 얼른 수표 한 장을 꺼내 하현 앞에 공손히 놓았다.열 자리 숫자, 이십억이었다!이를 바라본 정홍매의 눈동자엔 한기가 가득했다.엄도훈이 현장에 있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하현의 뺨을 때리고도 남았을 것이다.그들 장청 캐피털은 확실히 엄도훈에게는 굽신거려야 하지만 하현의 신원을 알아낸 그들에게 하현은 그저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다.대구 정 씨 가문 아홉 번째 집안 데릴사위일 뿐인데 뭐가 그리 대단하단 말인가?게다가 하현과 엄도훈이 사이가 좋게 된 이유가 풍수지리 때문이라는데 그것도 하현이 엄도훈을 속인 게 아닌가 하고 두 부부는 의심하고 있었다.간단히 말해서 정홍매의 눈에 하현은 그저 사기꾼일 뿐이었다.지금은 엄도훈이 있으니 어쩔 수 없이 하현에게 굽신거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그녀는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살의를 숨기지 않고 하현을 매섭게 노려보며 이를 악물었다.“고 사장님, 고맙지만 이 일은 엄 회장이 다 처리한 일이니 이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 재벌 사위면 될까?   4145장

    ”나 사장님, 설은아 좀 데려다주세요.”출구에 다다랐을 때 하현은 얼굴이 창백하기 이를 데 없는 나박하를 향해 손뼉을 치며 불러 세웠다.“무슨 일이 있으면 언제라도 전화주세요.”“네, 알겠습니다. 형수님 잘 모셔다드리겠습니다!”하현의 말을 들은 나박하는 믿음직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그는 전화를 걸어 임시로 경호원 몇 명을 불렀다.어쨌든 지금 이 상황을 가볍게 생각할 수가 없었다.설은아도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하지 못할 만큼 멍청하지 않았다.하현이 엄도훈과 함께 일을 처리할 거라는 걸 알고 그녀는 바로 스포츠카로 향했다.그러나 운전석 문을 열면서 설은아는 하현을 쳐다보며 한마디했다.“하현, 얼른 돌아와!”하현은 고개를 살며시 끄덕인 후 설은아를 떠나보냈다....30분 후.소항 회관 프레지던트 룸.엄도훈은 고성양의 일을 처리한 후 가장 호화로운 룸 파티를 열어 하현을 초대했다.값비싼 음식은 물론이고 82년산 라피트 두 병을 준비해 하현을 대하는 그의 성의를 보여주었다.하현은 엄도훈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가 다시 그의 핸드폰 안의 사진을 들여다보았다.이곳은 새로 인테리어한 신사 상인 연합회 사무실이었다.팔괘경은 이미 없어졌을 뿐만 아니라 풍수지리사를 불러 가구 배치도 다르게 했다.하현은 쓱 한 번 보는 것만으로도 사무실이 이전에 비해 훨씬 괜찮아졌다는 것을 알았다.그러나 엄도훈의 몸에는 여전히 불운한 기운이 감돌고 있었고 미간도 검게 변해 있었다.요 며칠 동안 엄도훈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들으며 하현은 가까스로 살아남은 그의 질긴 생명력에 새삼 감탄했다.재수가 없는 사람을 만났더라면 아마 이미 열두 번은 더 죽었을 것이다.하현이 엄도훈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살피려고 했을 때 엄도훈의 전화기가 심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전화를 받으며 하현을 향해 옅은 미소를 보였다.“형님, 정말 죄송합니다.”“고명원이 형님한테 직접 사과를

  • 재벌 사위면 될까?   4144장

    엄도훈의 말에 고성양은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그는 자신의 아버지인 장청 캐피털 고명원의 이름이 엄도훈 앞에서 조금도 먹히지 않을 줄은 몰랐다.하지만 엄도훈의 말이 맞았다.장청 캐피털이 고리대금을 풀어 소시민들을 괴롭히더라도 엄도훈 같은 독한 사람을 만나면 당장 무릎을 꿇어야 했다.심지어 배후에 있는 은둔의 왕 씨 가문의 그림자가 없었더라면 장청 캐피털은 이런 일로 몇 번이나 짓밟혔을지 모를 일이었다.얼굴이 일그러진 고성양을 못마땅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엄도훈은 시선을 돌려 눈앞에 있는 사람들을 훑어보았다.“이런 놈 체면을 세워 주려고 당신들은 여기 이러고 있는 거야?”진서기 일행은 하나같이 머리를 숙이고 있었는데 지금 이 순간에도 뭔가 틈을 찾아 따지고 싶었지만 엄도훈의 시선이 너무 무서웠다.이때 이미 고성양은 모든 게 절망적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깨달았다.하지만 엄도훈은 하현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여기서 멈출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그는 차가운 눈빛과 말투로 입을 열었다.“하현 형님은 마음이 착하고 사람들을 괴롭히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하지만 나 엄도훈은 달라. 인과응보. 잘못을 한 상대가 있으면 응당 되돌려줘야지!”“오늘 밤 하현 형님을 괴롭혔거나 형수님의 심기를 건드린 사람은 자진해서 나와.”“나와서 한 손씩 잘라. 그러면 이 일은 없던 일로 해주지!”“아무것도 못 들은 척, 아무것도 못 본 척,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다가 나한테 걸리면 죽는 거야!”엄도훈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지만 말속에는 살의가 가득했다.이 광경을 본 하현은 웃으며 설은아의 손을 잡고 룸을 나서면서 나박하에게 자신을 따라나오라는 듯 손짓을 했다.진서기와 임민아는 벌벌 떨며 입을 열었다.“은아, 살려줘!”설은아는 발걸음을 떼었다가 멈칫했지만 하현은 마음 약해질 틈을 주지 않고 얼른 그녀를 끌고 룸을 빠져나왔다.“풀썩!”진서기와 임민아 두 사람은 좀 전의 악독한 얼굴은 온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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