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일 옆에 있던 사람이 하현을 보며 말했다.“꼭 그렇다고 할 수는 없지만, 대가를 받고 대리운전을 하면서 우리 비위를 맞추려고 섞여 들어온 가난뱅이 아닐까? 장영일은 웃으며 말했다. “그래, 아마 할아버지나 할머니한테 우리 모임에 참여할 수 있는 초대장 같은 거를 구해서 자기가 이 모임에 참여할 자격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을지도 몰라. 그렇다고 우리 안에 녹아들 수 있을까? 재밌는 녀석이네!”“저런 사람은 정말 자신의 값어치가 얼마나 되는지도 모르는데, 천진난만하게 섞여 들어온다고 해서 그 속사정을 아는 사람들이 정말 없을까? 실제로 우리 울타리는 너무 작은데 누가 누군지 왜 모르겠어?”“어때, 저 녀석과 놀아 보는 게?”“가자, 저런 쓰레기가 감히 우리 모임에 끼어 있으니 혼을 내줘야지. 오늘 밤 할 일이 없을까봐 걱정하고 있었는데!” 장영일은 웃으며 말했다. “아니면 내가 먼저 널 때린 사람에게 가볼까? 우리 도련님을 위해서?!”이 사람은 분명 장영일에게 아부를 하기 위해 이 순간 싱글벙글 웃으며 입을 열었다. 장영일도 실눈을 뜨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신분이 있는 사람으로, 지금 누군가가 그를 도와 손을 대준다고 하니 다른 방법을 생각할 필요가 없어졌다. 장영일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 이 사람은 술 한 잔을 들고 하현의 앞으로 걸어 갔다. “듣자 하니 당신 전기차를 몰고 우리 모임에 왔다면서요?”이 사람은 하현을 위아래로 훑어보면서 온 얼굴에 비아냥거리는 빛을 띠고 있었다.“나랑 너랑은 모르는 사이지.”하현은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말했다. 김겨울이 아직 오지 않았다면 그는 가고 싶었다. 그는 이런 자리에 정말 흥미가 없었다. 이전에 너무 많이 와봐서 짜증이 났다. “당신 같은 쓰레기는 당연히 나를 알 자격이 없지. 근데 우리는 이런 모임에서 어떤 쓰레기와도 함께 섞이고 싶지가 않아. 쓰레기는 우리 모임에 나올 자격이 없어!” 이 말을 마치자 하현의 얼굴에 술 한잔이 쏟아졌다.
“장 도련님이 너 스스로 무릎 꿇도록 분명 준비했을 거야.”이 때 주변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이 테두리는 일치되게 단결된 것이 아니라 내부적으로 속고 속이는 일이 너무 많았다. 오늘 밤은 김겨울이 조직한 모임으로, 적지 않은 재벌 2세 독신 남성들은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기를 원했다. 이때 장영일로 하여금 어떤 일을 불러일으키게 해서 김겨울이 실증이 나게 하면 다른 사람들에게 더 기회가 많아지지 않겠는가?소란을 피우는 사람들 맞은 편에서 장영일은 약간 오리를 몰아붙이는 느낌이었다. 장영일은 원래 너무 시끄럽게 할 생각이 없었다. 결국 오늘밤은 김겨울의 홈 그라운드이고, 이때 일이 커지면 그녀의 체면이 서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김겨울은 지금 하엔 그룹의 고위직이다. 게다가 최근 소문에 의하면 그녀는 슬기를 대신해서 한 명 아래 만 명을 거느리는 하엔 그룹의 그 신비한 새 회장의 비서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이때 누가 감히 그녀의 미움을 사겠는가?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가문을 대표해서 얼마나 하엔 그룹의 총애를 많이 받으려고 하는지 모른다. 하지만 일이 이 지경에 이르렀고 장영일도 물러설 곳이 없었다. 만약 그가 오늘 이렇게 넘어간다면 그의 체면은 어디에 서겠는가? 이 일이 만약 소문이라도 나면 아마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쓰레기. 오늘은 재수가 없군. 모두들 재미가 붙은 김에 내가 사람들을 실망시킬 수 없지.”장영일은 사납게 웃으며 탁자 위의 양주 병을 손으로 집어 들고는 하현의 면전 앞으로 향해갔다. 군중들은 웃기 시작했고 모두 함성을 지르며 응원하기 시작했다. 이 사람들은 구경거리를 보면서 일이 커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게다가 그들의 눈에는 지금 쓰레기를 때리는 것일 뿐이니 무슨 동정이 필요하겠는가?어차피 매번 모임을 할 때마다 몇 명의 거드름 피우는 사람들이 있으니 이번 모임에도 자극하는 일이 하나 추가된 셈 치면 된다. 소란스럽던 소리가 이
그 사람은 하현의 말을 듣고 어쩔 줄을 몰라 했다. 놀라서 두 다리에 힘이 빠져 바로 땅에 무릎을 꿇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저는 단지 장영일이 시킨 대로 했을 뿐이에요. 이 모든 것은 저와 상관이 없어요!”“좋아. 용서해주지.”하현은 손을 흔들며 웨이터를 불렀다. 술 한 잔을 들고 천천히 이 사람의 머리에 부었다. 이 사람은 피할 엄두도 못 냈다. 장영일의 결말이 분명한 것을 보니 그는 자신은 당하고 싶지 않았다. “내가 널 죽여버릴 거야! 반드시 죽여버리겠어! 너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 네가 감히 나를 이렇게 대해? 넌 죽었어!” 장영일은 몸부림치며 입을 열었다. “네가 어떤 사람인지는 중요하지 않아. 하지만 네가 나를 모르는 이상 너는 그러면 안돼. 2류 가문은 재벌 2세라고 할 수가 없어. 언제 내 앞에서 겨룰 수 있겠어?”하현은 담담하게 웃었다. 그는 함부로 말하지 않았다. 이전에 안씨 가문의 골동품 품평회에 참여 했었다면 분명 자신을 알아봤을 것이다. 자신을 모르는 이상 이 장영일의 가문은 서울에서 2류 가문조차 되지 않는 다는 것을 말해준다. 하현의 이 말을 듣자, 전에 하현을 맘에 들어 하지 않던 여자들도 실성한 표정을 드러냈다. 패기가 넘친다!그가 허풍을 떠는 것이든 아니든, 정말 이것이 허풍이라 해도 이런 말을 내뱉는다는 건 이 사람의 자신감이 넘친다는 것이다. 사실 하현의 말도 틀린 말은 아니다. 이 모임에 나온 사람들은 모두 상류층에 들지 않은 작은 가문의 후계자들이나 혹은 일부 일류, 2류 가문의 방계들은 들어올 수 없었다. 이 사람들은 진정 최고급 연회에 들어올 자격이 없었다. 오직 자신이 높이 평가하는 모임을 만들어 소위 그들의 울타리와 방식을 뽐내려 하는 것이었다. 만약 하현이 소위 말하는 모임의 수준이 이렇게 낮다는 것을 진작 알았더라면 그는 천천히 왔을 것이다. “너희들 또 나한테 불만 있는 사람 있어?”이 두 폐물을 해결하고 나서 하현의 시선은
“김비서가 왔어. 그가 어떻게 되는지 보자!”“김겨울이 처음으로 만든 모임을 이렇게 망쳐 놨으니 이제 죽었다!”“미인이 없었으면 내가 그 놈을 처리했을 텐데!”“하엔 그룹의 체면을 망가뜨리다니, 이 녀석은 하늘 높은 줄도 모르는 구나…”“……”방금 감히 입도 못 열던 사람들이 이제는 하나 하나 마치 자기가 대단한 권위가 지위가 있는 사람들인 것처럼 표정을 지으며 하현을 발바닥으로 짓밟을 것 같이 말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사람들이 지금 김겨울의 심정을 어찌 이해할 수 있겠는가? 그녀는 원래 회장님을 모임에 모시고 와서 기분을 풀어주고 둘이 수다를 떨면서 마음을 좀 나누고 싶었다. 그런데 결국 이런 일이 벌어졌다. 그녀는 회장이 조용한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 재벌 2세들이 이렇게 뇌가 없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누가 감히 이렇게 미움을 샀는가? 일찍이 모임이 이렇게 될 줄 알았다 해도 회장님을 바로 자신의 집으로 보낼 수는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김겨울이 하현을 혼내 주기를 기다리고 있었을 때 김겨울은 벌써 하현 곁으로 다가가 두 손을 양쪽으로 늘어뜨리고 섰다. 투명하게 반짝이는 이마에는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 “회… 회장님, 죄송합니다….”그녀는 하현이 절제되어 있다는 것을 알았고, 감히 하현의 신분을 공개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이게 네가 나를 기분 좋게 해줄 파티라고?”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 김겨울의 얼굴은 ‘싹’ 하얗게 질렸다.“회장님, 죄송합니다. 이런 일이 생길 줄은 몰랐습니다.”“너 언제 내 비서가 됐어? 김비서가 열었다고 해서 아무 말없이 참가했는데 네 동창생의 하늘 높은 줄 모르는 기세를 내가 어떻게 생각해야 하나?” 하현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김겨울은 울음을 터뜨릴 지경이었다. “회장님, 이건 밖에서 어지럽힌 거예요. 저는 예전에 이런 모임을 몇 번 갔었고, 한 번 모시고 오고 싶었던 것뿐인데 정말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은 몰랐어요…” “만약에 소위 말하는
하현은 웃으며 말했다. “너도 참 재미있다. 너 돈 밖에 모르지? 안목도 없고.”“내가 충고 한 마디 하지. 이런 업종은 너랑 안 어울려. 만에 하나 잘못보고 가다가 사람한테 맞아 죽어도 아무도 너를 구해주지 못해. 돈 있는 사람들 눈에 너는 개보다 못하거든.” “내가 부자들에게 개가 된다 한들 네가 무슨 상관이야?”종업원은 경멸하는 표정을 지었다.“이게 기회인지는 알겠니? 너 같은 사람은 이런 기회도 잡을 수가 없어. 그래도 싸다.”“응.”하현은 아무렇지 않게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후 엔진이 요란스럽게 울리더니 곧 바로 빨간색 페라리448이 꼬리를 흔들며 하현과 멀리 않은 곳에 멈춰 섰다.운전석에 있던 슬기는 얼른 내려 공손한 얼굴로 하현에게 다가가며 말했다.“회장님. 일찍 저에게 전화를 하시죠.”“괜찮아. 오늘밤 너 있는 곳에 가서 밤을 좀 보내려고.”하현은 웃으며 조수석에 탔다. 그리고 그 종업원을 지나쳐갈 때 손이 가는 대로 그의 어깨를 툭 쳤다. 종업원은 꼼짝 않고 멍하니 있었다.회장!?이 분이 뜻밖에도 회장이라니!?비록 그가 어느 회사의 회장인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비서가 페라리를 몰고 그를 마중 나올 정도면 그의 신분은 이미 증명된 것이다. 그가 방금 그렇게 말한 것은 그가 자신의 태도를 그렇게 문제 삼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의 최후는…이 생각이 미치자 이 종업원은 몸이 벌벌 떨렸다. 안돼. 이럴 수는 없어. 요즘 부자들은 치장하는 걸 좋아하는데 만일 어느 날 다시 눈 밖에 나면 이런 기회는 이제 없을지도 몰라………서울종합병원 응급실 정문 입구. 서연은 가운을 입고 있어도 늘씬한 몸매를 숨길 수 없었다. 이 순간 그녀는 약간 어이가 없다는 듯 눈앞의 멋진 남자를 쳐다보았다. “서연 후배, 날 믿어줘. 오늘 그 사람이 나를 정말 모함한 거야.”강천은 지금 허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처음 내가 이 프로젝트를 연구했을 때 어떤 사람이 이건
늦은 밤 임에도 불구하고 응급실에는 왕래하는 사람들이 엄청 많았다. 서연과 강천 두 사람, 남자는 잘 생기고 여자는 예뻐서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 잡았다. 이 순간 강천이 무릎을 꿇어 더욱 눈길을 끌었다. 많은 사람들이 구경하러 오려고 하자 서연은 다른 방법이 없어 한숨을 쉬며 말했다. “선배님. 일어나세요. 제가 지금 교수님을 뵈러 가서 대신 사정해볼게요. 하지만 교수님이 허락해주실 지는 저도 모르겠어요.”강천은 이마가 땅에 닿도록 계속 절을 하며 말했다. “후배인 네가 가주기만 하면 반드시 성공할 거야. 교수님이 가장 아끼시는 사람이 바로 너잖아!”응급실의 일을 인계한 후 서연은 옷을 갈아입고서야 강천의 차에 올라탔다. 차에 올라 타고 서연은 조금 피곤했다.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30분 후 교외의 한 별장 안. 서연은 안으로 들어가며 먼지를 보고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 “선배, 잘못 찾은 거 아니에요? 교수님이 정말 여기에 사세요?”“철컥”강천은 몸을 돌려 별장의 대문을 잠근 후 혼자 소파를 찾아 앉았고,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나의 후배여. 너는 예전처럼 아직도 순진하구나. 황천수란 사람은 늘 부귀영화를 탐하는데 어찌 이런 외딴 곳에 살 수 있겠니? 이게 그 성격 아니겠니…”“당신…”서연은 얼굴빛이 변했고, 몸을 돌려 대문을 열려고 했다. 하지만 대문은 ‘철컥’ 소리를 내며 열리지 않았고 여전히 잠겨있었다. “자, 힘 좀 써봐.”강천은 손에 있던 열쇠를 던졌다.“내가 이미 밖에서 문이랑 창문 다 잠가놨어. 이 열쇠가 없으면 넌 어디도 못 가.”서연은 경계하는 표정으로 강천을 노려보다가 재빨리 담 모퉁이의 빗자루를 잡아 앞을 막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선배, 대체 뭘 하려는 거예요? 함부로 하지 마세요. 경찰에 신고할 거예요!”“게다가 당신은 어려서 앞길이 창창하니 절대로 스스로 장래를 망치는 일은 하지 마세요!”“입 다물어!” 강천은 이 말을 듣고 잠시 어리둥
별장에서 강천을 마주보고 서연은 극렬히 저항했다. 그러나 그녀는 아무래도 여자라 힘으로 강천을 당해낼 수 없어 핸드폰을 빼앗길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강천은 지금 마음이 하현에게 쏠려 잠시 동안 그녀의 생각을 바꾸지 못했다. 핸드폰의 보안을 해제하고 강천은 핸드폰의 카메라를 서연에게 맞춘 뒤 그녀의 핸드폰으로 하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서연은 내 손에 있으니 너 혼자 와라. 그렇지 않으면 그녀는 죽을 거야!”뒤이어 강천은 또 하나의 위치를 보낸 후에야 야구방망이를 하나 찾았다. 소파에 혼자 앉아 크게 한숨을 쉬기 시작했다. 그의 계획은 간단했다. 서연을 인질로 삼아 하현을 협박한 뒤 하현을 제주로 데리고 가면 되는 것이었다. 하현을 하민석 앞에 내던질 수만 있다면 성공이었다. 그러면 그는 부귀영화를 계속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슬기의 펜트하우스. 하현은 방금 목욕을 마치고 누웠는데 핸드폰이 다시 반짝이기 시작했다. 핸드폰을 한 번 보고는 하현은 할 말을 잃었다. 서연이 이 한 밤중에 뭘 꾸미고 있는 거야? 어떻게 자기에게 이런 장난거리를 보낼 수 있는 거지? 하지만 그는 빠르게 반응했다. 서연은 이런 사람이 아니다. 게다가 메시지의 내용을 보면 서연은 분명 인질로 잡혀있는 것이었다. 하현은 잠시 생각한 뒤 서연의 병원 응급실에 전화를 걸었다.상대방이 말하길 서연은 약 30분 전에 어떤 멋있는 남자청년이 데리고 갔어요. 아마 어떤 교수님을 보러 간다고 한 것 같았어요. 서연은 이 일을 겪은 후 좀처럼 어떤 사람도 믿지를 않았다. 그녀를 데리고 갈 수 있고, 병원에서도 별 반응이 없었던 사람이라면 분명 그녀와 관계가 얕지 않았을 것이다. 심지어 최근에 나타났으니 모두들 의심하지 않았을 것이다. “강천!”하현은 곧바로 알아차렸다. 강천밖에 없다. 다른 사람들은 서연을 데리고 가지 못했을 것이다. 강천이 갑자기 왜 이렇게 극단적으로 행동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하현도 자신이 이 관계에서 헤어나올
하현은 비아냥거리는 얼굴로 별장 대문 쪽으로 걸어갔다. 별장 거실에서 서연은 이 장면을 보면서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몰랐다. 이런 장면은 줄곧 영화나 드라마에서만 등장할 뿐 오늘 하현이 자신을 위해 한 걸음에 달려와 줄지는 생각지도 못했다. ‘바드득’거리는 소리와 함께 굳게 잠겨있던 대문이 열렸고, 하현이 들어왔다.“땡땡땡”강천이 들고 있던 야구 방망이를 땅에 가볍게 내리친 뒤 위로 들어 보이며 하현이 있는 방향을 가리켰다. “내가 왔으니 풀어줘!” 하현이 차갑게 말했다.“네가 오면 내가 풀어줘야 된다고 누가 그러디?”“하현, 너 아직 상황 파악을 정확히 못했구나? 이제 내가 알아서 할게.”강천은 싸늘한 표정으로 하현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눈앞에 있는 이 놈을 하민석이 그렇게까지 신경 쓸 만한 가치가 있는지 그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알 수 없었다. 오늘 밤 그는 이미 알아보았다. 하현은 서울의 2류 가문의 데릴사위일 뿐이었다. 이런 사람이 언제 하씨 가문의 눈 밖에 났을까? “그래서 원하는 게 뭐야?”하현은 눈살을 찌푸렸다. 만약 그 자신만 있었다면 강천을 해치우는 것은 쉬웠다. 하지만 지금 서연이 있는데 혹시라도 실수해서 그녀에게 상처를 입힐까 걱정이 되었다. “네가 누구에게 죄를 지었는지 너는 네 스스로에게 반드시 물어봐야 할거야!”강천은 침을 한 모금 뱉으며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 “너는 보잘것없는 2류 가문의 데릴사위일 뿐이잖아. 나더러 몸소 너를 상대하라고 하다니! 하현, 네 낯짝이 참 두껍구나!” “지금 나한테 무릎 꿇어. 그리고 얌전히 날 따라와. 어쩌면 이 여자를 놔줄지도 모르잖아!”하현은 입가에 미소를 띠며 말했다.“너랑 같이 가? 어디로 가?”“어디를 갈 수 있을까? 당연히 남원이지!” 강천은 험상 궂은 얼굴로 말했다.“그렇게 쓸데없는 말 많이 하지 말고 나랑 같이 가면 돼! 차는 밖에 있어!”지금 강천은 더할 나위 없이 흥분했다. 보아하니 비할
나천우는 주광록의 말뜻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장난스럽게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형님, 사양하지 마세요.”“하현, 이 형님 좀 봐줘!”“이 형님이 체면을 중시하는 사람이라 그래!”주광록은 어쩔 수 없이 나천우의 체면을 생각해 몸을 곧게 펴며 말했다.“알았어. 자, 그럼 하 대사 좀 봐 보세요!”방금 두 사람이 악수를 했을 때 하현은 주광록의 몸에 죽음의 기운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죽음의 기운이 무엇을 뜻하는가?간단히 말해서 사람의 운이 극도로 떨어졌다는 것이다.겉으로 보기에 그의 몸은 여전히 건강한 듯했지만 사람 전체에 생기가 뚝 떨어진 것이다.죽음의 기운은 보통 임종을 앞둔 노인에게만 나타난다.하지만 오래 살지 못할 운명의 사람들에게도 나타날 수 있다.염라대왕이 데려가겠다고 마음먹으면 누가 거역할 수 있겠는가?바로 이런 불길한 기운이 죽음의 기운인 것이다.하현이 자세히 주광록의 얼굴을 보니 역시나 온몸이 죽음의 기운으로 뒤덮여 있었다.만약 그가 관직에 몸담고 있지 않았더라면 아마 이미 열흘이나 보름 전에 죽었을 것이다.관운이 그를 그나마 비호해 주었기 때문이다.다만 관운이 그를 지켜주었다고 하더라도 일단 죽음의 기운이 퍼지면 결국 주광록은 목숨을 잃을 것이다.한참을 주광록에게 시선을 깊숙이 고정했던 하현은 그의 손에 차량 열쇠가 들려 있는 것을 발견했다.아마도 아우디 A8인 것 같았다.하현의 눈에는 바로 이 열쇠가 불길한 기운의 집합체로 보였다.지금 이 순간도 죽음의 기운이 계속 퍼져 주광록의 몸을 갉아먹고 있었다.하현은 잠시 눈초리를 가늘게 뽑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주 부장님, 숨김없이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제가 보기엔 부장님은 지금 죽어가고 있습니다.”“아마 남은 시간이 그리 많지는 않을 듯합니다.”“게다가 이 불길한 기운은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겁니다. 최근 주변 사람들에게 잦은 사고가 발생했거나 심각한 병이 덮쳤을 겁니다.”“
나천우의 말을 들은 주광록은 다 이해한다는 듯 온화한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어르신도 참 강경한 스타일이시지.”“예전에는 나한테도 방법을 좀 생각해 봐 달라고 하셨었지. 아는 명의들 좀 소개해 달라고.”“하지만 아쉽게도 내가 아는 사람들은 다 당신이 아는 사람들이었어.”분명 주광록은 은둔가 나 씨 가문과 사이가 좋은 것 같았다.그렇지 않았더라면 나천우의 아버지가 그에게 그런 말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임단은 주광록에게 손수 차를 한 잔 따라주며 말했다.“많이 애써 주신 거 다 알아요.”주광록은 자리에 앉은 뒤 나천우 부부를 조심스럽게 쳐다보며 싱긋 웃었다.“그런데 두 분이 이렇게 느긋하게 차도 마시러 나올 기분이 되었다니, 아마 문제가 해결된 모양이지?”“하하하! 확실히 해결되긴 했죠!””안 그랬으면 주 부장님의 혜안이 밝았다고 할 수 없죠, 안 그래요?”“그리고 이 모든 게 다 하 대사 덕분입니다.”“주 부장님, 제가 소개해 드리죠.”“이분은 저와 형제나 다름없고 저의 귀인이자 뛰어난 풍수지리사, 하현입니다!”“또한 우리 부부의 오랜 골치거리였던 아픈 문제를 해결해 주었습니다.”나천우는 하현을 향해 웃어 보이며 말을 이었다.“하현, 이분은 금정 관청 주택건설부 부장님이신 주광록, 내 형님이나 마찬가지야.”“앞으로 금정개발에 무슨 어려움이 있거나 누군가 집복당을 괴롭히는 일이 있다면.”“언제든지 주 부장님한테 전화해. 그러면 그가 모든 걸 책임지고 해결해 줄 거야! 장담해!”하현은 나천우가 자신을 위해 금정의 인맥을 소개해 준 것임을 알고 있었다.그래서 그다지 탐탁지는 않았지만 오른손을 내밀며 미소를 지었다.“주 부장님, 안녕하세요.”주광록도 하현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정중하게 말했다.두 사람의 손바닥이 닿은 순간 하현의 안색이 살짝 일그러졌다.그는 자신도 모르게 눈을 가늘게 뜨고 주광록을 바라보았다.죽음의 기운?한창 전성기라고 할 수 있는 주광록의 몸에서 죽음의
하현의 말에 임단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원래 이 일을 몰래 진행하려고 했었다.그런데 하현의 조언을 듣고 그의 말이 옳다고 생각했다.몰래 땅을 취하려고 하면 상대는 이 땅에 뭔가 좋은 점이 있다고 생각해서 온갖 방법을 동원해 훼방을 놓으려 할지도 모른다.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금정개발이 이여웅과 경쟁하기 위해 완전히 악수를 두는 어리석은 짓을 했다고 손가락질하며 정신 나갔다고 생각할 것이다.이런 상황에서는 오히려 최소한의 대가로 이 쓰레기 매립장을 차지할 수 있다.가장 중요한 것은 이렇게 하면 사람들의 충분한 관심을 끌 수 있다는 것이다.금정 화원 유적지를 찾는 순간 이 프로젝트는 홍보도 없이 단숨에 유명해질 수 있다.임단의 눈에 감격에 겨운 빛이 가득 흘러넘쳤다.그녀는 하현이 크게 화를 낼 줄 알았다.그런데 그는 진작부터 그녀를 도울 계획을 세웠던 것이다.임단으로서는 정말로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었다.양측 사이에 일어난 약간의 오해가 풀렸을 즈음 음식이 나오기 시작했다.“웅웅웅!”식사가 반쯤 이루어졌을 때 나천우의 핸드폰이 갑자기 심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그는 잠시 핸드폰을 들고 전화를 받은 뒤 빠르게 자신의 위치를 알렸다.“하현, 잠시 후에 아주 중요한 인물이 올 거야.”“당신이 이래저래 사람을 만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알아.”“하지만 이 사람은 알고 있으면 당신의 풍수관에도 큰 도움이 될 거야!”“만약 그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면 앞으로 당신은 금정에서 훨씬 운신의 폭이 커질 거야.”하현은 흥미로운 눈빛으로 나천우를 힐끔 쳐다보았다.은둔가의 나 씨 가문 나천우가 이렇게 진지하게 대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상당한 신분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누군데?”나천우는 눈을 찡긋하며 말했다.“조금 있으면 알게 될 거야.”약 30분이 지나자 노크 소리가 들렸고 임단이 다가가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나천우, 아, 제수씨도 계셨네요? 이제 두 분의 사업이 크게
”무덤에 가서 단련을 해요?”노인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대사님, 저는 일찍 일어나서 산책을 하는 것을 좋아하긴 하지만 기껏해야 옆에 있는 공원에 가는 거예요. 무덤에 가지 않습니다!”“우리 같은 늙은이들이 가장 꺼리는 거예요!”노인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얼굴이었다.무덤에 가 본 적이 없는 그가 왜?하현은 얼굴을 살짝 찡그렸다.“그럼 길에서 현금을 주운 적이 있습니까? 그 안에 조심스럽게 접힌 종이가 있어서 혹시 그 종이를 들고 장수를 빌어 달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까?”노인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고개를 가로저었다.하현은 노인을 자세히 응시했지만 음기는 이미 사라졌기 때문에 다른 것은 보이지 않았다.“어딘가에서 음기에 접했을 수도 있습니다.”“그러니 돌아가셔서 계속 조심하세요. 어르신의 체질로 봤을 때 해가 뜨기 전에는 외출하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하현의 말을 들은 노인 부부는 삼만 원을 남기고 떠났다.하현은 의아한 듯 고개를 살짝 갸웃했다가 아직 남아 있는 손님들의 문제를 해결했다.다행히 이 손님들은 기본적인 택일에 관한 문제를 가지고 왔기 때문에 시간을 많이 잡아먹지도 않았다.거의 정오가 다 되었을 무렵 하현은 나박하에게 전화를 걸어 금정 남쪽 편에 있는 금공관으로 갔다.두 사람이 예약한 방에 막 도착하자마자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던 나천우와 임단이 일어섰다.임단은 직접 하현에게 차를 따르며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어제 당신이 금정개발을 위해 방법을 강구해 주었는데 내가 별로 반응을 보여주지 못했어!”“게다가 당신이 써 준 종이에 물까지 묻혀 망가뜨리다니!”“다 내 잘못이야.”나천우도 미안한 얼굴로 말을 덧붙였다.“당신이 한 말이 자꾸 떠올랐어. 젊은 나이에 풍수지리술을 이해한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하다고 생각해.”“금정의 지맥을 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지금까지 금정의 그 수많은 대사들은 좋은 물건을 발견하지 못했는데 결국 당신이 발견했어!”“당신한테 정말
”다만...”화성봉은 종이를 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이 지맥도에서 가장 중요한 곳에 물이 묻어 잘 보이지 않습니다...”“이곳은 공중 정원의 유적지가 있었던 곳입니다.”“그런데 이곳의 좌표가 없으면 우리는 그 지점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그러면 금정 화원의 진위 여부를 세상에 증명할 방법이 없습니다...”안타까워하는 화성봉의 말을 듣고 현장에 있던 임원들의 시선이 갑자기 임단에게 쏠렸다.은연중에 그들의 얼굴에는 불만의 기색이 슬몃슬몃 떠올랐다.“우선, 내가 전화해서 하현에게 물어보겠습니다...”임단은 곤혹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다음 날 아침.일찍부터 집복당에서 인테리어를 지켜보던 하현은 나천우와 임단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그들은 긴히 할 이야기가 있다며 점심을 함께 하자고 하현에게 청했다.하현은 금정개발에 관련한 일임을 직감적으로 알아차리고 거절하지 않았다.서둘러 황보정에게 자신의 일들을 맡긴 뒤 그는 떠날 채비를 했다.그러나 하현이 문을 나서기도 전에 장용호가 당황한 얼굴로 걸어 들어왔다.“대사님, 큰일 났습니다. 누가 쓰러졌어요.”“우리 집복당 앞에서 사람이 쓰러졌어요.”“그는 최근 며칠 동안 밤마다 유령을 보고 잠을 이루지 못해서 견디다 못해 이곳으로 왔다고 했어요.”“줄을 서라고 했더니 결국 기절해서 입에 거품까지 물었어요...”장용호는 은근히 다행이라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그가 손을 쓰는 도중에 쓰러지기라도 했다면 자신에게 오명이 씌였을 터였기 때문이다.하현은 그의 말을 듣자마자 서둘러 로비로 다시 들어갔다.로비에는 예닐곱 명의 손님들이 회색 가운을 입은 노인을 둘러싸고 있었다.노인은 완전히 기절한 채 가끔 경련을 일으키며 입가에 흰 거품을 물고 있었다.그의 옆에는 아내로 보이는 사람이 통곡을 하고 있었다.“안 죽는다고 버티더니 결국 이렇게 되었잖아요?”“진작에 집복당에 가자고 했건만 괜찮다고 그렇게 버티더니 이게 뭐예요? 시간만 끌었잖아요
전율이 온몸을 휘감아 몰고 간 뒤 화성봉은 벌벌 떨며 말했다.“임 사장님, 이거 누가 그려준 거죠?”“이 그림을 그린 사람을 만나고 싶습니다.”“보통 대단한 분이 아닙니다.”“혜안이 아주 깊은 분이 틀림없습니다.”“이분은 수십 년 동안 아무도 찾지 못했던 금정의 지맥을 간단하게 그려낸 분입니다.”“게다가 공중 정원이 있는 곳도 정확히 지목했어요!”“이 땅을 점령하고 그 증거만 찾을 수 있다면!”“우리 금정개발은 단연코 이 업계를 휩쓸 것입니다!”“임 사장님, 이분이 누군지 말해 주십시오! 그를 좀 만나야겠습니다!”“그를 만날 수만 있다면 평생 무료로 그분 밑에서 일을 할 겁니다.”지금 이 순간 화성봉은 대가의 풍모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마치 어린아이처럼 이리저리 날뛰며 흥분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상기된 그의 얼굴과 감격에 겨운 그의 말을 듣고 현장에 있던 금정개발의 고위 임원들은 하나같이 망치로 머리를 맞은 듯 멍해졌다.다들 어리둥절한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임단이 아무렇게나 꺼낸 종이에 그렇게 대단한 정보가 들었을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금정의 지맥?만약 이것이 금정 부동산 업계에 알려진다면 모두가 미쳐 날뛸 것이다.여기 모인 사람들은 대부분 부동산에 대해 정통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지맥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었다.대하는 예로부터 풍수를 중시해 왔다.명당자리에서 계속 살면 당연히 건강하고 인재가 끊이지 않아 집안이 번창한다고 믿었다!부동산 개발 회사가 이런 곳에 주택을 개발할 수 있다면 그보다 더한 성공이 없었다.그런 주택을 개발할 수 있으려면 무엇보다도 금정의 지맥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그래야 명당자리를 제대로 보고 개발할 수 있는 것이다.금정땅의 지맥이 그려진 종이가 지금 임단의 손에 있었다.방금 전까지 금정개발은 거의 막다른 골목까지 몰렸는데 한순간에 분위기가 반전되었다.이제는 창창한 앞날이 펼쳐진 성공적인 미래가 눈에 그려졌다.이 안에
확신에 찬 화성봉의 말을 듣고 임단도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금정개발이 파산하지 않고 번창할 수만 있다면 금정개발을 하현에게 넘겨도 부끄럽지 않을 것 같았다.그리고 나천우도 이 일로 인해 상류사회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아마도 후방에서 뛰어난 책략을 펼쳐 큰 성과를 이룬 전형적인 사례가 될 것임이 분명하다.이런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자 임단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이여웅 그놈이 이 일로 득의양양해할 것을 생각하니 이 또한 달갑지 않았다.그놈은 어릴 때부터 임단의 뒤꽁무니를 쫓아다니며 언젠간 임단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겠다고 호언장담하고 다녔다.만약 몰아치는 그의 압박에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숙인다면 그놈은 더더욱 기고만장해질지도 모른다.아니면 소남 임 씨 가문을 직접 앞세워 이여웅을 직접 짓밟아 버릴까?하지만 문제는 이렇게 사소한 일에 10대 최고 가문 중 하나인 임 씨 가문이 나서서 이여웅을 제압한다면 가문 쪽에서 자신을 과소평가하지 않을까?은둔가 나 씨 가문을 이용하는 것은 아예 처음부터 포기한 방법이었다.은둔가가 은둔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쉽게 말하자면 은둔가는 모든 일을 배후에서 조종하는 것을 좋아한다.이렇게 직접 앞에 나서서 싸우는 일은 은둔가의 스타일이 전혀 아니었다.이런 생각들로 머릿속이 복잡해지자 임단은 자신도 모르게 의기소침해졌다.정말 이대로 이여웅 그 개자식의 오만한 얼굴을 보고만 있어야 하는가?머릿속을 어지럽히는 생각들 때문에 그녀는 점점 더 심난해져서 찻잔을 들어 단숨에 차를 들이켰지만 그만 찻물을 옷에 살짝 흘리고 말았다.순간 정신을 다잡은 임단은 주머니에서 아무렇게나 종이 한 장을 꺼내 흘린 찻물을 닦았다.“잠깐만요.”그때 가만히 있던 화성봉이 갑자기 큰소리로 말했다.“임 사장님, 움직이지 마세요!”말을 마치자마자 그는 얼른 임단의 앞으로 달려가 그녀가 들고 있던 종이를 뚫어져라 응시했다.그는 방금 어렴풋이 명당자리를
임단에게 있어 금정개발은 그리 큰 존재는 아니었지만 문제는 자신의 실패로 인해 나천우가 상류사회에서 두고두고 입방아에 올려지는 걸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그래서 그녀는 어떻게 해서든 자신의 사업체를 향한 이여웅의 악의적인 공격을 막아야 했다.회의실에 있던 사람들은 임단의 강력한 카리스마에 심장이 살짝 오그라 붙었다.그들은 나서서 무슨 말을 하려고 했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움츠러들었다.임단은 약간 실망한 듯 십여 명의 임원들을 쳐다보았다.평소에 높은 연봉과 보너스를 받으며 지내다가 정작 중요한 순간에는 입을 닫아 버린 것이다.정말 이렇게 쓸모없는 사람들일 줄은 몰랐다.이런 생각이 스치자 임단의 시선은 회사에서 새로 고용한 고문 풍수지리사 화성봉에게로 향했다.화성봉은 금정에서 명성이 매우 높았고 장천준과 황보동에 견줄 만한 풍수지리사였다.그는 자신의 이런 높은 지위로 일 년에 몇 번씩만 고위 관직들의 풍수를 봐주고도 부귀영화를 누리고 살 수 있었다.그가 금정개발의 수석 풍수지리사가 된 이유는 전임 수석 풍수지리사가 퇴직한 이후 아무도 대신할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그러다가 은둔가 나 씨 가문의 많은 인맥을 동원해 겨우 화성봉을 데려온 것이다.이런 까닭으로 그는 비록 금정개발에 합류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지위만은 상당히 높았다.임단은 공손한 얼굴로 화성봉을 바라보며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화 대사님, 방법이 없을까요?”“임 사장님, 제가 돕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라 정말로 방법이 없습니다...”“금정에서 시장에 나온 핵심 요지는 모두 진화개발이 가격을 올려놓았습니다.”“정말로 진퇴양난입니다.”“대체 부지를 찾는 것이 정말 어렵게 되었군요.”“요 며칠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나침반만 들고 금정을 몇 바퀴나 걸었습니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당한 땅을 찾지 못했습니다.”말을 마치며 화성봉은 미안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실제로도 그는 적잖은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하현은 잠시 생각에 빠졌다가 쓰레기 매립장에 손가락을 가리키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여기.”“이 땅을 차지하기만 한다면 우리 금정개발은 앞으로 분명히 번창해서 금정 부동산 업계를 싹쓸이하게 될 거야.”하현이 이곳을 가리키는 것을 보고 나천우는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하현이 풍수 관상에 대해서는 대단한 실력을 가지고 있지만 땅을 보는 눈은 그다지 좋지 않다고 여긴 것이다.이 땅은 이미 많은 풍수 대가들이 가 봤지만 쓰레기 매립지였기 때문에 풍수가 완전히 뒤틀리고 망가진 곳이어서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다.하현이 대충 위치만 보고 이곳을 개발한다면 분명 금정 부동산 업계의 큰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하지만 하현이 자신들에게 베푼 은혜가 깊기 때문에 나천우도 털어놓고 솔직하게 말할 수는 없었다.그렇게 하면 하현의 체면을 구기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그래서 나천우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완곡하게 돌려 말했다.“금정 부동산 업계를 싹쓸이하게 될 거라니, 그게 무슨 말이야?”하현이 담담한 얼굴로 말했다.“간단히 말하자면 우리가 개발하는 주택 외에는 다른 어떤 집도 팔리지 않을 거라는 거야!”“다른 어떤 집도 팔리지 않는다고?”이 말을 듣고 나천우는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하현이 아무리 기고만장하다고 해도 어떻게 이렇게 함부로 땅을 선정할 수 있는가?금정 부동산 업계를 휩쓸려면 쓰레기 매립장 부지 하나로 될 수 있겠는가?“금정 부동산 업계를 싹쓸이하겠다니?! 하현, 야망이 너무 큰 것 같은데...”임단도 나천우와 마찬가지로 살짝 어리둥절해하다가 곧바로 어이가 없는 듯 가벼운 웃음을 터뜨렸다.그녀는 남편과 마찬가지로 하현이 너무 허무맹랑한 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아무리 뛰어난 해외 개발업자가 지은 주택이라도 금정 부동산 업계를 휩쓸지는 못할 것이다.하현의 말은 너무도 순진하게 들렸다.순간 그녀는 하현에게 실망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어쨌든 그녀가 이번에 하현을 찾아온 것은 그가 은둔가 형 씨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