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의 움직임을 느낀 하현은 몸을 옆으로 돌리며 동시에 뺨을 한 대 후려갈겼다. “짝!”쟁쟁한 소리에 이 젊은이는 어리둥절해 졌다. 그는 얼굴을 가리고 비틀거리며 몇 걸음 뒤로 물러났지만 거의 주저앉을 뻔했다. “내가 말씀하시는데! 넌 뭐하는 자식이야! 감히 나한테 손찌검을 하다니! 너 같은 대리운전 기사가 감히 이렇게 날뛰다니. 넌 죽었어!”젊은이는 이를 갈고 화를 내며 욕을 퍼부었다.“너에게 호의를 베풀 테니, 더 이상 날 건드리지 마. 그렇지 않으면 보기 흉하게 죽여버리겠어.”하현은 담담하게 말하고는 곧장 클럽을 향해 걸어갔다. 그 종업원은 얼떨떨했다.이… 이게 무슨 상황이지?이 대리운전기사가 감히 포르쉐를 운전하는 사람을 때리다니?살기 싫은가?그는 얼른 젊은이 쪽으로 다가가 물었다. “선생님, 괜찮으세요?”“괜찮아. 오늘 밤 반드시 어떤 놈에게는 큰 일이 생길 거야!”이 젊은이는 차가운 웃음을 연발했다. 오늘 밤 이 클럽은 이미 전세를 냈기 때문에 지금 클럽으로 들어가는 사람은 도망 갈 수 없었다. 이때 그는 오히려 화를 내지 않고 차에 올라탔고, 종업원이 깜짝 놀라서 쳐다보는 순간 그 차는 하현의 전기차를 들이받아 날려버렸다. 종업원은 얼떨떨했다. 어떻게 된 거지?요즘 부자들은 돈 쓰는 걸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그렇다고 이런 일까지 저지를 수 있을까? 이때 마침 BMW가 오더니 차를 세우고 포르쉐 쪽으로 다가와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장영일, 너 무슨 일이야? 너 이 전기차를 받으려고 한 거야? 너 미쳤어?” ”대리운전 기사가 감히 내 주차자리를 뺏길래 그냥 날려 버린 거야.”장영일은 차갑게 말했다. “내가 가겠다면 가는 거지. 뭐가 그렇게 대수라고!”“내 차가 낡아서 마침 바꿀 때가 됐는데 오늘 밤 그 사람한테 보상하라고 하면 되지 않겠어?”정영일은 시큰둥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그 사람은 웃으며 말했다. “전기차를 운전하는 사람이 무슨 돈을 물
장영일 옆에 있던 사람이 하현을 보며 말했다.“꼭 그렇다고 할 수는 없지만, 대가를 받고 대리운전을 하면서 우리 비위를 맞추려고 섞여 들어온 가난뱅이 아닐까? 장영일은 웃으며 말했다. “그래, 아마 할아버지나 할머니한테 우리 모임에 참여할 수 있는 초대장 같은 거를 구해서 자기가 이 모임에 참여할 자격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을지도 몰라. 그렇다고 우리 안에 녹아들 수 있을까? 재밌는 녀석이네!”“저런 사람은 정말 자신의 값어치가 얼마나 되는지도 모르는데, 천진난만하게 섞여 들어온다고 해서 그 속사정을 아는 사람들이 정말 없을까? 실제로 우리 울타리는 너무 작은데 누가 누군지 왜 모르겠어?”“어때, 저 녀석과 놀아 보는 게?”“가자, 저런 쓰레기가 감히 우리 모임에 끼어 있으니 혼을 내줘야지. 오늘 밤 할 일이 없을까봐 걱정하고 있었는데!” 장영일은 웃으며 말했다. “아니면 내가 먼저 널 때린 사람에게 가볼까? 우리 도련님을 위해서?!”이 사람은 분명 장영일에게 아부를 하기 위해 이 순간 싱글벙글 웃으며 입을 열었다. 장영일도 실눈을 뜨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신분이 있는 사람으로, 지금 누군가가 그를 도와 손을 대준다고 하니 다른 방법을 생각할 필요가 없어졌다. 장영일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 이 사람은 술 한 잔을 들고 하현의 앞으로 걸어 갔다. “듣자 하니 당신 전기차를 몰고 우리 모임에 왔다면서요?”이 사람은 하현을 위아래로 훑어보면서 온 얼굴에 비아냥거리는 빛을 띠고 있었다.“나랑 너랑은 모르는 사이지.”하현은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말했다. 김겨울이 아직 오지 않았다면 그는 가고 싶었다. 그는 이런 자리에 정말 흥미가 없었다. 이전에 너무 많이 와봐서 짜증이 났다. “당신 같은 쓰레기는 당연히 나를 알 자격이 없지. 근데 우리는 이런 모임에서 어떤 쓰레기와도 함께 섞이고 싶지가 않아. 쓰레기는 우리 모임에 나올 자격이 없어!” 이 말을 마치자 하현의 얼굴에 술 한잔이 쏟아졌다.
“장 도련님이 너 스스로 무릎 꿇도록 분명 준비했을 거야.”이 때 주변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이 테두리는 일치되게 단결된 것이 아니라 내부적으로 속고 속이는 일이 너무 많았다. 오늘 밤은 김겨울이 조직한 모임으로, 적지 않은 재벌 2세 독신 남성들은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기를 원했다. 이때 장영일로 하여금 어떤 일을 불러일으키게 해서 김겨울이 실증이 나게 하면 다른 사람들에게 더 기회가 많아지지 않겠는가?소란을 피우는 사람들 맞은 편에서 장영일은 약간 오리를 몰아붙이는 느낌이었다. 장영일은 원래 너무 시끄럽게 할 생각이 없었다. 결국 오늘밤은 김겨울의 홈 그라운드이고, 이때 일이 커지면 그녀의 체면이 서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김겨울은 지금 하엔 그룹의 고위직이다. 게다가 최근 소문에 의하면 그녀는 슬기를 대신해서 한 명 아래 만 명을 거느리는 하엔 그룹의 그 신비한 새 회장의 비서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이때 누가 감히 그녀의 미움을 사겠는가?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가문을 대표해서 얼마나 하엔 그룹의 총애를 많이 받으려고 하는지 모른다. 하지만 일이 이 지경에 이르렀고 장영일도 물러설 곳이 없었다. 만약 그가 오늘 이렇게 넘어간다면 그의 체면은 어디에 서겠는가? 이 일이 만약 소문이라도 나면 아마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쓰레기. 오늘은 재수가 없군. 모두들 재미가 붙은 김에 내가 사람들을 실망시킬 수 없지.”장영일은 사납게 웃으며 탁자 위의 양주 병을 손으로 집어 들고는 하현의 면전 앞으로 향해갔다. 군중들은 웃기 시작했고 모두 함성을 지르며 응원하기 시작했다. 이 사람들은 구경거리를 보면서 일이 커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게다가 그들의 눈에는 지금 쓰레기를 때리는 것일 뿐이니 무슨 동정이 필요하겠는가?어차피 매번 모임을 할 때마다 몇 명의 거드름 피우는 사람들이 있으니 이번 모임에도 자극하는 일이 하나 추가된 셈 치면 된다. 소란스럽던 소리가 이
그 사람은 하현의 말을 듣고 어쩔 줄을 몰라 했다. 놀라서 두 다리에 힘이 빠져 바로 땅에 무릎을 꿇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저는 단지 장영일이 시킨 대로 했을 뿐이에요. 이 모든 것은 저와 상관이 없어요!”“좋아. 용서해주지.”하현은 손을 흔들며 웨이터를 불렀다. 술 한 잔을 들고 천천히 이 사람의 머리에 부었다. 이 사람은 피할 엄두도 못 냈다. 장영일의 결말이 분명한 것을 보니 그는 자신은 당하고 싶지 않았다. “내가 널 죽여버릴 거야! 반드시 죽여버리겠어! 너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 네가 감히 나를 이렇게 대해? 넌 죽었어!” 장영일은 몸부림치며 입을 열었다. “네가 어떤 사람인지는 중요하지 않아. 하지만 네가 나를 모르는 이상 너는 그러면 안돼. 2류 가문은 재벌 2세라고 할 수가 없어. 언제 내 앞에서 겨룰 수 있겠어?”하현은 담담하게 웃었다. 그는 함부로 말하지 않았다. 이전에 안씨 가문의 골동품 품평회에 참여 했었다면 분명 자신을 알아봤을 것이다. 자신을 모르는 이상 이 장영일의 가문은 서울에서 2류 가문조차 되지 않는 다는 것을 말해준다. 하현의 이 말을 듣자, 전에 하현을 맘에 들어 하지 않던 여자들도 실성한 표정을 드러냈다. 패기가 넘친다!그가 허풍을 떠는 것이든 아니든, 정말 이것이 허풍이라 해도 이런 말을 내뱉는다는 건 이 사람의 자신감이 넘친다는 것이다. 사실 하현의 말도 틀린 말은 아니다. 이 모임에 나온 사람들은 모두 상류층에 들지 않은 작은 가문의 후계자들이나 혹은 일부 일류, 2류 가문의 방계들은 들어올 수 없었다. 이 사람들은 진정 최고급 연회에 들어올 자격이 없었다. 오직 자신이 높이 평가하는 모임을 만들어 소위 그들의 울타리와 방식을 뽐내려 하는 것이었다. 만약 하현이 소위 말하는 모임의 수준이 이렇게 낮다는 것을 진작 알았더라면 그는 천천히 왔을 것이다. “너희들 또 나한테 불만 있는 사람 있어?”이 두 폐물을 해결하고 나서 하현의 시선은
“김비서가 왔어. 그가 어떻게 되는지 보자!”“김겨울이 처음으로 만든 모임을 이렇게 망쳐 놨으니 이제 죽었다!”“미인이 없었으면 내가 그 놈을 처리했을 텐데!”“하엔 그룹의 체면을 망가뜨리다니, 이 녀석은 하늘 높은 줄도 모르는 구나…”“……”방금 감히 입도 못 열던 사람들이 이제는 하나 하나 마치 자기가 대단한 권위가 지위가 있는 사람들인 것처럼 표정을 지으며 하현을 발바닥으로 짓밟을 것 같이 말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사람들이 지금 김겨울의 심정을 어찌 이해할 수 있겠는가? 그녀는 원래 회장님을 모임에 모시고 와서 기분을 풀어주고 둘이 수다를 떨면서 마음을 좀 나누고 싶었다. 그런데 결국 이런 일이 벌어졌다. 그녀는 회장이 조용한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 재벌 2세들이 이렇게 뇌가 없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누가 감히 이렇게 미움을 샀는가? 일찍이 모임이 이렇게 될 줄 알았다 해도 회장님을 바로 자신의 집으로 보낼 수는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김겨울이 하현을 혼내 주기를 기다리고 있었을 때 김겨울은 벌써 하현 곁으로 다가가 두 손을 양쪽으로 늘어뜨리고 섰다. 투명하게 반짝이는 이마에는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 “회… 회장님, 죄송합니다….”그녀는 하현이 절제되어 있다는 것을 알았고, 감히 하현의 신분을 공개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이게 네가 나를 기분 좋게 해줄 파티라고?”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 김겨울의 얼굴은 ‘싹’ 하얗게 질렸다.“회장님, 죄송합니다. 이런 일이 생길 줄은 몰랐습니다.”“너 언제 내 비서가 됐어? 김비서가 열었다고 해서 아무 말없이 참가했는데 네 동창생의 하늘 높은 줄 모르는 기세를 내가 어떻게 생각해야 하나?” 하현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김겨울은 울음을 터뜨릴 지경이었다. “회장님, 이건 밖에서 어지럽힌 거예요. 저는 예전에 이런 모임을 몇 번 갔었고, 한 번 모시고 오고 싶었던 것뿐인데 정말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은 몰랐어요…” “만약에 소위 말하는
하현은 웃으며 말했다. “너도 참 재미있다. 너 돈 밖에 모르지? 안목도 없고.”“내가 충고 한 마디 하지. 이런 업종은 너랑 안 어울려. 만에 하나 잘못보고 가다가 사람한테 맞아 죽어도 아무도 너를 구해주지 못해. 돈 있는 사람들 눈에 너는 개보다 못하거든.” “내가 부자들에게 개가 된다 한들 네가 무슨 상관이야?”종업원은 경멸하는 표정을 지었다.“이게 기회인지는 알겠니? 너 같은 사람은 이런 기회도 잡을 수가 없어. 그래도 싸다.”“응.”하현은 아무렇지 않게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후 엔진이 요란스럽게 울리더니 곧 바로 빨간색 페라리448이 꼬리를 흔들며 하현과 멀리 않은 곳에 멈춰 섰다.운전석에 있던 슬기는 얼른 내려 공손한 얼굴로 하현에게 다가가며 말했다.“회장님. 일찍 저에게 전화를 하시죠.”“괜찮아. 오늘밤 너 있는 곳에 가서 밤을 좀 보내려고.”하현은 웃으며 조수석에 탔다. 그리고 그 종업원을 지나쳐갈 때 손이 가는 대로 그의 어깨를 툭 쳤다. 종업원은 꼼짝 않고 멍하니 있었다.회장!?이 분이 뜻밖에도 회장이라니!?비록 그가 어느 회사의 회장인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비서가 페라리를 몰고 그를 마중 나올 정도면 그의 신분은 이미 증명된 것이다. 그가 방금 그렇게 말한 것은 그가 자신의 태도를 그렇게 문제 삼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의 최후는…이 생각이 미치자 이 종업원은 몸이 벌벌 떨렸다. 안돼. 이럴 수는 없어. 요즘 부자들은 치장하는 걸 좋아하는데 만일 어느 날 다시 눈 밖에 나면 이런 기회는 이제 없을지도 몰라………서울종합병원 응급실 정문 입구. 서연은 가운을 입고 있어도 늘씬한 몸매를 숨길 수 없었다. 이 순간 그녀는 약간 어이가 없다는 듯 눈앞의 멋진 남자를 쳐다보았다. “서연 후배, 날 믿어줘. 오늘 그 사람이 나를 정말 모함한 거야.”강천은 지금 허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처음 내가 이 프로젝트를 연구했을 때 어떤 사람이 이건
늦은 밤 임에도 불구하고 응급실에는 왕래하는 사람들이 엄청 많았다. 서연과 강천 두 사람, 남자는 잘 생기고 여자는 예뻐서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 잡았다. 이 순간 강천이 무릎을 꿇어 더욱 눈길을 끌었다. 많은 사람들이 구경하러 오려고 하자 서연은 다른 방법이 없어 한숨을 쉬며 말했다. “선배님. 일어나세요. 제가 지금 교수님을 뵈러 가서 대신 사정해볼게요. 하지만 교수님이 허락해주실 지는 저도 모르겠어요.”강천은 이마가 땅에 닿도록 계속 절을 하며 말했다. “후배인 네가 가주기만 하면 반드시 성공할 거야. 교수님이 가장 아끼시는 사람이 바로 너잖아!”응급실의 일을 인계한 후 서연은 옷을 갈아입고서야 강천의 차에 올라탔다. 차에 올라 타고 서연은 조금 피곤했다.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30분 후 교외의 한 별장 안. 서연은 안으로 들어가며 먼지를 보고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 “선배, 잘못 찾은 거 아니에요? 교수님이 정말 여기에 사세요?”“철컥”강천은 몸을 돌려 별장의 대문을 잠근 후 혼자 소파를 찾아 앉았고,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나의 후배여. 너는 예전처럼 아직도 순진하구나. 황천수란 사람은 늘 부귀영화를 탐하는데 어찌 이런 외딴 곳에 살 수 있겠니? 이게 그 성격 아니겠니…”“당신…”서연은 얼굴빛이 변했고, 몸을 돌려 대문을 열려고 했다. 하지만 대문은 ‘철컥’ 소리를 내며 열리지 않았고 여전히 잠겨있었다. “자, 힘 좀 써봐.”강천은 손에 있던 열쇠를 던졌다.“내가 이미 밖에서 문이랑 창문 다 잠가놨어. 이 열쇠가 없으면 넌 어디도 못 가.”서연은 경계하는 표정으로 강천을 노려보다가 재빨리 담 모퉁이의 빗자루를 잡아 앞을 막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선배, 대체 뭘 하려는 거예요? 함부로 하지 마세요. 경찰에 신고할 거예요!”“게다가 당신은 어려서 앞길이 창창하니 절대로 스스로 장래를 망치는 일은 하지 마세요!”“입 다물어!” 강천은 이 말을 듣고 잠시 어리둥
별장에서 강천을 마주보고 서연은 극렬히 저항했다. 그러나 그녀는 아무래도 여자라 힘으로 강천을 당해낼 수 없어 핸드폰을 빼앗길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강천은 지금 마음이 하현에게 쏠려 잠시 동안 그녀의 생각을 바꾸지 못했다. 핸드폰의 보안을 해제하고 강천은 핸드폰의 카메라를 서연에게 맞춘 뒤 그녀의 핸드폰으로 하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서연은 내 손에 있으니 너 혼자 와라. 그렇지 않으면 그녀는 죽을 거야!”뒤이어 강천은 또 하나의 위치를 보낸 후에야 야구방망이를 하나 찾았다. 소파에 혼자 앉아 크게 한숨을 쉬기 시작했다. 그의 계획은 간단했다. 서연을 인질로 삼아 하현을 협박한 뒤 하현을 제주로 데리고 가면 되는 것이었다. 하현을 하민석 앞에 내던질 수만 있다면 성공이었다. 그러면 그는 부귀영화를 계속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슬기의 펜트하우스. 하현은 방금 목욕을 마치고 누웠는데 핸드폰이 다시 반짝이기 시작했다. 핸드폰을 한 번 보고는 하현은 할 말을 잃었다. 서연이 이 한 밤중에 뭘 꾸미고 있는 거야? 어떻게 자기에게 이런 장난거리를 보낼 수 있는 거지? 하지만 그는 빠르게 반응했다. 서연은 이런 사람이 아니다. 게다가 메시지의 내용을 보면 서연은 분명 인질로 잡혀있는 것이었다. 하현은 잠시 생각한 뒤 서연의 병원 응급실에 전화를 걸었다.상대방이 말하길 서연은 약 30분 전에 어떤 멋있는 남자청년이 데리고 갔어요. 아마 어떤 교수님을 보러 간다고 한 것 같았어요. 서연은 이 일을 겪은 후 좀처럼 어떤 사람도 믿지를 않았다. 그녀를 데리고 갈 수 있고, 병원에서도 별 반응이 없었던 사람이라면 분명 그녀와 관계가 얕지 않았을 것이다. 심지어 최근에 나타났으니 모두들 의심하지 않았을 것이다. “강천!”하현은 곧바로 알아차렸다. 강천밖에 없다. 다른 사람들은 서연을 데리고 가지 못했을 것이다. 강천이 갑자기 왜 이렇게 극단적으로 행동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하현도 자신이 이 관계에서 헤어나올
허탈해하는 하현의 표정을 살피며 설은아가 입을 열었다.“하현, 뭘 선물하는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당신이 우리 결혼기념일을 기억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해.”하현은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하현, 오늘 내가 당신한테 전화를 한 것은 더 이상 우리의 과거 일을 언급하지 말라고 말해 주고 싶어서였어.”“김탁우와의 사이는 이미 멀어졌어.”“엄마 기분이 좀 나아지면 내가 직접 말씀드릴 거야.”“당신이랑 재혼할 거라고.”“그러니 더 이상 우리 엄마랑 싸우지 마, 알았지?”설은아는 하현을 무척이나 아끼고 있는 게 분명했다.게다가 그녀는 간민효를 마주했을 때 하현을 빼앗길까 봐 상당한 위기감을 느꼈다.하현은 쓴웃음을 지었다.다른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다만 최희정은 아마 두 사람의 재혼을 승낙하지 않을 것이다.하현이 그리 강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최희정이라는 여자는 혼자서 모래폭풍도 무찌를 사람이었기 때문이다.두 사람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동안 나박하는 어느새 설 씨 집안에 도착했다.하현이 머뭇거리며 말했다.“먼저 들어가. 난 요즘...”“내려! 여긴 당신 집이야!”설은아는 억지로 하현을 차에서 끌어내렸다.“오늘 밤 여기서 자.”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설은아의 손에 이끌려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집안에 들어가니 식탁에는 이미 음식이 그득하게 차려져 있었다.최희정과 설재석 외에 그들의 양아들 이영산과 며느리 장리나도 함께 모여 있었다.네 사람이 82년산 라피트를 마시며 얼굴이 볼그레한 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그리고 테이블 위에는 십여 개의 선물 상자가 쌓여 있었는데 그중 몇 개의 상자에는 김 씨 가문 로고가 박혀 있었다.김탁우가 방문한 것이 틀림없었다.그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하현이 나타나자 최희정의 낯빛이 일그러지며 순식간에 찬바람이 쌩쌩 불었다.“자네, 여긴 어쩐 일이야?”“와서 밥 먹어.”로열 회관의 일로 설재석은 여전히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고
”하 대사가 아니었다면 당신은 아마 지금쯤 감옥에서 죽었을 거야!”“당신한테 하루의 시간을 주겠어! 우리 왕 씨 가문의 돈 일억을 갚지 않으면 바로 경찰서에 신고할 거야!”“감옥에 들어갈 준비나 하라고!”“그럼 그만 꺼져!”왕부인이 다시 손을 휘둘러 우소희의 얼굴을 날려 버렸다.망했다!완전히 망했다!우소희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얼굴을 가리며 끊임없이 통곡했다....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설은아는 하현의 차에 앉아 의문에 가득 찬 얼굴로 물었다.“도대체 우소희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어떻게 하다가 왕 씨 가문에 일억을 빚진 거냐고?”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왕 씨 가문 딸 왕자혜가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었는데 마침 내가 그녀를 구해 주게 되었어...”설은아는 어이가 없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뭐? 당신이 어떻게 사람을 구해? 당신이 의술을 알아?”하현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모르지. 난 단지 차에서 그녀를 빼내서 폭발하기 직전의 차에서 구해 준 것뿐이야...”“그때 마침 우소희가 구급차 간호사로 왔는데 내가 한 일을 자신이 한 것으로 둔갑시켜 공을 가로챘지.”“그래서 왕 씨 가문에선 고마움의 뜻으로 그녀에게 일억을 준 거야.”“나중에 왕문빈의 부인이 진실을 알게 되었고 우소희의 잘못이 드러났지.”“하지만 부인은 우선은 딸의 부상이 더 염려되어서 잠시 우소희 일은 따지지 않았던 거야. 그런데 뜻밖에도 우소희가 그 돈을 먹고 튈 줄은 몰랐지.”“게다가 그 돈으로 사기를 쳐 돈 많은 거물을 낚은 거야...”하현은 기가 차다는 듯한 얼굴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그렇게 된 거구나.”설은아는 그제야 모든 걸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어쩐지 우다금 모녀가 휘룡만 집을 산다며 뛰어다니더라니.”“우소희가 아주 눈먼 거물을 잘 속인 거였군!”하현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다만 안타깝게도 운이 조금 모자랐던 거야. 여기서 부인을 만났으니.”“집도 날아가고
”저는 왕 사장님이 주신 휘룡만 1호를 보러 왔습니다.”하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런데 휘룡만의 문턱이 이렇게 높은 줄은 몰랐습니다. 매니저가 다짜고짜 절 도둑놈으로 몰 줄은 상상도 못했거든요.”“왕 사장님이 저한테 뭐라고 해명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하현의 말을 듣고 왕문빈의 부인은 눈꺼풀이 펄쩍 뛰었다.그녀는 순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손을 휘둘러 남자 매니저의 얼굴을 때렸다.“퍽!”“개자식! 눈이 멀었군!”“하 대사님은 우리 왕 씨 가문 귀빈이야!”“그런데 도둑이라니?!”“네가 뭔데 함부로 그딴 소리를 해?!”“경찰에 신고를 한다고?”“감옥에 가둔다고?”“죽고 싶은 거야?”“꺼져! 당장 내 눈앞에서 꺼지라고!”“옳고 그름도 가리지 않고 다짜고짜 사람을 얕보는 당신 같은 직원은 필요없어!”왕문빈의 부인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하현이 누구인가?왕자혜의 생명을 구해 준 은인이다.주 씨 가문 귀빈이자 풍수의 대가, 무도의 고수였고 심지어 자신도 그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해야 했던 사람이었다.그런데 감히 매니저 따위가 하현을 건드려?살기가 싫은 건가?왕문빈의 부인은 가까스로 하현의 용서를 얻은 상태였다.하현이 자칫 기분이 언짢기라도 한다면 왕문빈이 자신을 내칠 수도 있었다.남자 매니저는 일그러진 얼굴을 가리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모님, 어떻게 저한테...”“촥!”왕문빈의 부인은 또 한 번 세차게 그의 얼굴을 때렸다.“꺼지라고!”“못 들었어?”“내가 다시 한 번 말해야 알겠어?”“내가 직접 널 끌어내야 속이 시원하겠어?!”남자 매니저는 얼굴을 가린 채 아무 반박도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혹시라도 반박했다간 어떤 지경이 될지 그도 모르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는 왕문빈의 부인이 어떤 스타일인지 익히 잘 알고 있었다.순간 장내는 찬물을 끼얹은 듯 고요해졌다.일이 이렇게 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하물며 하현이 정
”그가 훔쳤든 아니든, 내가 여기 있는 한 그는 훔친 겁니다!”“왕 사장님 머리가 어떻게 되셨더라도 절대 휘룡만 1호를 파실 분이 아닙니다!”“두 분이 솔직히 인정하는 게 좋을 겁니다. 제가 용서할 기회를 드리죠!”“그렇지 않으면 정말 경호원을 불러 경찰서로 데리고 가라고 할 거예요!”남자 매니저는 색기가 가득 흐르는 눈빛으로 설은아를 바라보았고 손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음흉한 속내를 슬쩍 비쳤다.설은아는 기겁하며 그의 손길을 피했다.그러자 남자 매니저는 더욱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여사님, 제가 여사님 얼굴을 봐서 특별히 두 분께는 기회를 드리겠습니다!”“안 그러면 두 분도 같이 경찰서 가서 조사를 받아야 할지 모릅니다. 쓸데없는 피해를 입을 수도 있고요.”“공범으로 몰려 죄를 피할 수 없을지도 몰라요!”남자 매니저가 이렇게 말하자 우소희는 순간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설은아, 우리 모두 피차 내막을 잘 아는 사람들이잖아?”“체면 때문에 일부러 하현한테 이런 뻔뻔한 일을 시킬 필요는 없는 거 아니야?”설은아는 그녀의 말에 기절할 뻔했다.“뭐라고?”이때 하현이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휘룡만 1호는 내가 산 게 아닌 건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주운 것도 아니에요.”“훔친 건 더더욱 아니고요.”“왜냐하면 왕 사장님이 저한테 주신 거니까요.”이 말을 들은 설은아는 약간 어리둥절해하며 믿기 어려워하는 표정을 지었다.“무슨 소리예요?”“무슨 농담을 그렇게 하냐고요?!”“왕 사장님이 당신을 어떻게 안다고 그래요?”“어떻게 천억짜리 집을 당신한테 주냐고요?!”남자 매니저는 하현의 말을 듣고 ‘피식’하고 냉소를 흘리며 얼굴 가득 혐오의 빛을 띠었다.“당신은 정말 날 바보로 아는군요!”예쁘장한 여자 영업사원들도 모두 경멸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나이도 많지 않은데 허풍이나 떨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 못마땅했던 것이다.우소희도 입을 삐죽거리며 시큰둥한
하현은 이 말을 듣고 망설임 없이 말했다.“이 집은 내가 산 것이 아닙니다...”“뭐라고요?”하현이 말을 끝맺기도 전에 남자 매니저가 눈에 한기를 가득 머금은 채 하현을 노려보았다.“이 카드키, 훔친 거죠?”이 말을 듣고 사람들은 눈이 동그래졌다가 의아한 표정으로 하현을 바라보았다.훔친 거라고?머리가 어떻게 된 건가?훔친 카드키를 들이밀며 자신이 이 집을 산 거라고? 돌았나?!방금까지 하현을 우러러보던 사람들의 눈빛은 갑자기 돌변했다.그들은 방금 하현을 그런 눈으로 본 자신들을 탓하며 3분 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까지 생겼다.설은아는 이 말을 듣고 얼굴빛이 살짝 변하며 약간 걱정스러운 듯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남자 매니저를 바라보았다.“방금 당신이 한 말, 꼭 책임져야 합니다.”“책임이라고요? 그 책임을 어떻게 지는지 제대로 알려드리죠!”남자 매니저는 손가락을 튕겨서 경호원 몇 명을 불렀다.“휘룡만 1호는 우리 휘룡만에서 가장 귀한 물건입니다!”“이 집은 외부에 판매된 적이 없었고 저당 잡힌 것도 없습니다!”“이곳은 왕문빈 사장님의 개인 별장입니다!”“카드키도 분명 왕 사장님 손에 있을 겁니다!”“그런데 그게 어떻게 외부인인 당신 손에 있단 말이죠?!”“설마 오다가 주웠다고는 말하지 마세요!”“오다 주운 게 휘룡만 1호 카드키라니요?!”“어서 말해 봐요! 이 카드키, 왕 사장님한테서 훔친 겁니까?”“솔직히 말하면 관대하게 처리해 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당장 관청에 신고해서 당신을 감옥에 처넣어 버리고 말 겁니다!”남자 매니저는 위엄 있는 얼굴로 속사포처럼 하현을 향해 퍼부었다.이로써 그는 자신이 꽤 성공한 사람처럼 느껴져 우쭐해졌다.데릴사위를 호통쳤을 뿐만 아니라 설은아 같은 미녀 앞에 꽤나 멋진 모습을 보일 수 있어서였다.가장 중요한 것은 왕문빈이 잃어버린 카드키를 되찾았다는 것이다.엄청난 공로임에 틀림없다!어쩌
휘룡만 1호?!그 가치가 천억이라고?하현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벼락을 맞은 듯 멍해졌다.방금까지도 싸움에서 이긴 수탉처럼 의기양양했던 우다금은 설은아가 손에 든 카드키를 보며 온몸이 굳어 버렸다.우소희는 자신의 뺨을 때리며 이것이 꿈이 아님을 확인한 뒤 설은아를 쳐다보았다.우소희의 눈빛에는 부러움과 질투로 이글이글 타올랐다.스스로 상류층 사람이라고 자부하는 오건우조차도 이 순간에는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천억짜리 선물이라고?그 무슨 말 같지도 않은 농담을!자신의 몸값을 다 쳐도 살 수 없는 액수였다!설은아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이게 휘룡만 1호라고?”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맞아. 휘룡만 1호.”“당신 주려고 준비했어. 결혼 3주년 기념 선물이야.”하현의 말을 듣고 주변에 있던 많은 분양사 직원과 손님들이 몰려들었다.모두들 귓속말로 서로 속삭이며 하현을 한껏 우러러보았다.다들 돈이 있는 사람들이었지만 저렇게 쉽게 천억을 들여 집을 산 사람은 처음 보았다.이것이 진정한 토호의 모습이 아닌가!하현을 얕잡아 보던 우소희는 순간 억지로 웃음을 쥐어짰다.“설은아, 하현이 어떤 사람인지 우린 모르지만 혹시 당신도 잘 모르는 거야?”“저 사람 혼자 힘으로 천억을 덥석 내놓는다고? 허! 그렇담 암퇘지도 나무에 올라갈 수 있겠군!”우다금도 옆에서 이를 갈며 거들었다.“맞아. 하현은 데릴사위야. 한 달 동안 네가 준 용돈으로 빌붙어 사는 사람이잖아?!”“그런데 어떻게 휘룡만 1호를 살 수 있단 말이야? 농담 좀 그만해! 정말 지겨워!”“분명히 인터넷에서 카드키 하나 사 가지고 너한테 준 걸 거야!”“우리 앞에 보여 주려고 말이야!”“설은아, 내가 사람 된 도리로 하나 가르쳐 줄게.”“사람이 아무리 허풍을 떨고 싶어도 체면까지 내팽개치면 안 되지.”우다금은 세상 물정에 해박한 어른인 양 하현을 꾸짖었다.“하현, 내가 꼭 당신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지만 사람이 이렇게
하현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오건우를 쳐다보았다.오건우는 왠지 얼굴이 화끈화끈거리며 통증마저 느껴지는 것 같았다.잠시 후 그는 이를 악물고 은행 카드를 테이블 위에 내놓았다.“살게요! 내가 사요!”“전액 현금으로!”“이걸로 하겠습니다!”오건우는 49호를 가리켰다.더 비싼 집은 도저히 그의 능력 밖이었다.특가 주택 정도는 그의 능력으로 어떻게 감당할 수 있었다.그러자 분양 직원은 함박미소를 띠며 말했다.“네, 그럼 수속 도와드리겠습니다.”일사천리로 구매 계약서가 준비되었고 서명하는 것으로 모든 것이 마무리되었다.“오건우, 당신 정말 대단해! 날 이렇게 사랑하다니!”우소희는 터져 나오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계약서를 들고 오건우의 얼굴을 감싸안으며 미친 듯이 웃었다.정말 사람 하나는 잘 골랐어!이렇게 비싼 집을 사 주다니!이게 웬 떡이야!오건우의 마음속에 그녀를 향한 사랑이 이렇게 크게 자리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하지만 오건우는 이 계약으로 거의 이백억을 탕진하게 되어 유동자금은 모두 없어져 버렸다.그는 화류계에서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려고 했는데 그 모든 희망이 사라졌다.하지만 우소희가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가졌으니 앞으로 인맥은 비길 데 없어 넓어질 것이다.우소희가 왕문빈의 딸을 구해 주었다니 인정상 왕문빈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 틀림없다.그것만으로도 우소희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자신이 우소희와 결혼하기만 한다면 우소희의 인맥이 곧 자신의 인맥이 된다.그렇게 되면 자신도 당당하게 왕문빈 앞에 얼굴을 내밀 수 있게 되고 날개를 달고 날아오를 일만 남게 된다.그 순간을 상상하니 지금 아무리 불쾌하고 떨떠름해도 오건우는 충분히 참을 수 있었다.잠시 생각에 빠져 있던 그의 얼굴 위에 이내 환한 미소가 번졌다.우다금 모녀는 기뻐 어쩔 줄을 몰랐다.원래 그녀는 이십억짜리 집이라도 사면 설 씨 집안에 충분히 체면이 서게 된다고 생각했었다.그런데 지금
”어머! 오건우, 200억이잖아?”우소희는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은 채 오건우에게 온몸을 기대어 애교를 부렸다.“당신 같은 부자한테 200억은 껌이잖아. 나 이 집 갖고 싶어!”우소희는 영리한 여자였다.오건우라는 황금거위를 이용해 거액의 집 한 채를 꿀꺽 삼키고 싶었던 것이다.어쨌든 그녀는 지금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겸비한 돈 많은 여자이지 않은가!그녀가 왕문빈 부부에게 체면이 깎인 일은 현재 병원 내부에서만 알고 있으며 온라인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여전히 여신격의 의사로 알고 있다.겉모습이 꽤나 예쁘장한 우소희는 왕문빈의 일억을 가지고 고급 장소에 출입하며 재벌 2세들의 관심을 끌었다.수많은 추파 속에 오건우를 선택한 우소희는 목적한 바를 이루기 위해 그를 단단히 붙잡아야 했다.그래야 평생 부귀영화를 누리며 살게 된다.오건우는 지금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가 새파랗게 변했다.그러나 그도 체면을 의식하며 깊은 숨을 들이마신 뒤 가식적인 모습으로 사진을 몇 번 찍어 누군가에게 보냈다.오건우의 입에서 ‘어우, 와’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우소희, 방금 우리 집 풍수지리사에게 특별히 물어봤어.”“그런데 이 집은 보기에는 위치도 좋아 보이고 멀끔해 보이지만 결함이 굉장히 많다고 해.”“바람길의 입구에 위치해 있어서 교살과 노살을 막고 있대.”“그러니까 말이야. 이 집은 다른 사람들의 재난을 막아주고 있는 형상이어서 들어가서 살게 되면 병들고 아플지도 모른대.”“우리 대사님 말씀에 따르는 게 좋을 것 같아. 이 집 말고 다른 집이 있는지 둘러보자.”“가격대가 다 이렇게 비슷비슷한가요?”오건우는 분양 직원에게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그 의미는 분명했다.더 저렴한 물건이 없냐는 뜻이었다.직원은 오건우의 눈짓에 웃으며 말했다.“손님, 이미 이 가격도 싼 거예요.”“이 집은 도로 입구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특가를 진행하는 거예요.”“48호 가격은 250억이에요. 그리고 다른 건...”
”됐어! 소희야, 다른 사람 상처에 소금 뿌리는 거 아니라고 했잖아!”“좋지 않은 행동이야!”이때 공작새처럼 차려입은 우다금이 나서서 원만하게 수습하려는 척 단아한 표정을 지었다.“하현이 단지 체면이 깎일까 봐 한번 해 본 소리일 뿐이야.”“우리야 이런 일이 많으니 스스로 감정을 통제할 수 있지만 저런 사람들이야 남하고 비교될까 봐 더 잘난 척하고 싶은 마음을 어떻게 통제할 수 있겠어?”“게다가 우린 지금 상류층 사람이야. 저런 데릴사위랑 실랑이를 할 필요가 뭐 있어?”“격 떨어져!”“그러니까 얼른 집이나 보자고. 빨리 수속 밟아야 하잖아?”“저런 사람과 실랑이를 하다가 좋은 집을 놓치면 우리만 손해지!”우다금은 빈정거리면서 분양 단지를 설명하는 쪽으로 시선을 돌려 흡족한 눈빛으로 대형 분양 단지들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스스로의 힘으로는 절대 이런 집을 살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예비 사위 오건우도 이런 큰집에 헛돈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그저 칠팔십 평짜리 방 세 개 정도 되는 집이라도 살 수 있다면 감지덕지일 것이다.“자, 설은아. 하현. 당신들은 먼저 돌아가.”“우리는 집을 산 후에 개인 모임이 있어서 식사도 해야 해.”“그곳은 너무 고급스러운 자리라 여러 명을 데리고 가긴 좀 안 맞거든. 함부로 데려갔다가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이 엄한 말이라도 하면 곤란하잖아, 안 그래?”하현은 무슨 말을 하려다가 설은아가 끌고 나오는 바람에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설은아는 돼먹지도 않은 우다금 모녀와 더는 화를 내며 상대할 이유가 없다고 느꼈다.아무런 의미없는 실랑이는 시간 낭비일 뿐이다.만약 최희정이 가라고 그녀를 등 떠밀지 않았더라면 아마 설은아는 죽어도 오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오건우는 설은아가 이렇게 떠나게 될까 봐 노심초사했다.자신의 부를 과시할 기회가 없어지기 때문이다.오건우는 헛기침을 하며 미소를 지었다.“우소희, 당신이 골라 봐. 마음에 드는 거 있는지 보자고.”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