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한철이 서북 조 씨 가문 사람이라면 그도 대하인일세!”“밥 한 끼 덜 먹었다고 대하인에게 불리한 일을 하겠는가?”“그게 아니라면 소문이 틀리지 않았든지. 국외 4대 무맹이 손잡은 무리가 조한철 조 세자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더군.”“그렇다면 이 일은 제대로 조사해 봐야겠어.”“그리고 구평도, 감히 내가 한 마디 하겠네.”“당신네 황금궁은 예전부터 인도인과 가깝게 지냈어. 부디 내가 그 어떤 증거도 찾아내지 못하길 바라야 할 거야.”“그렇지 않으면 자네들 죽을 때까지 책임을 면치 못할 걸세!”말을 마친 만진해는 몸을 돌려 하현을 향해 청하는 손짓을 하며 결연한 목소리로 말했다.“특별실로 들어가세!”“맹주 어르신, 정말 죄송합니다. 특별실은 이미 다른 사람이 차지했어요!”바로 그때 검은 제복을 입은 아름다운 얼굴에 호리호리한 몸매를 가진 여자가 나와 가느다란 눈초리로 만진해의 앞길을 막았다.만진해는 무겁게 가라앉은 어조로 말했다.“이소월, 그게 무슨 뜻이지?”이소월은 식당 지배인이었다.만진해의 말에 이소월은 웃으며 말했다.“무맹에서 지난달 식대비를 지불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 식당에서는 더 이상 맹주님의 편의를 봐줄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말하자면 이제 특별실은 누구나 먼저 오는 사람이 차지할 수 있다는 얘기죠.”“오늘 공교롭게도 구평도 부맹주가 어르신보다 1분 더 일찍 도착하셨습니다.”“그래서 어르신은 오늘 특별실을 쓰실 수가 없습니다.”“하지만 로비에 따로 자리를 마련해 드리겠습니다.”“사과의 의미로 오늘 식사는 그냥 대접해 드리겠습니다.”굉장히 합리적이고 중립적으로 보였지만 만진해는 이소월이 일찌감치 구평도 뒤에 줄을 섰음을 깨달았다.구평도는 만면에 가득 미소를 띠우며 앞으로 나와 이소월의 잘록한 허리를 와락 끌어당기며 음흉한 미소를 보냈다.“지배인, 농담도 잘 하는군! 당신이 대접을 하다니?”“오늘은 누가 봐도 나 이 구평도가 대접을 해 드려야지!”“이소
만진해는 싸늘하게 웃으며 말했다.“이 일은 그냥 넘어갈 수 없네.”“물론 그냥 넘어갈 순 없죠.”하현은 엷은 미소를 지으며 프런트 데스크 직원에게 말했다.“당신도 방금 당신 지배인이 하는 말 들었지? 오늘 식사는 그녀가 대신 대접한다고!”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눈을 내리깔고 비아냥거리는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그녀는 하현이 정말 낯짝도 두꺼운 사람이라고 생각했다.공짜밥을 얻어먹는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당당할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그러나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속으로 비웃으면서도 자리에서 일어나 그들에게 안내했다.“꼭 드시고 싶으시다면 이쪽으로 따라오세요...”“필요없어!”하현은 희미한 미소를 떠올리며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픽업트럭 열 대만 보내 줘. 여기 포장 좀 하려고.”한 시간 후, 이소월은 술과 밥을 배불리 먹은 구평도와 조한철을 데리고 특별실에서 나왔다.그들의 안색으로 보아 거나하네 술을 마신 모양이었다.특별실에서 이소월 일행이 나오자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까맣게 질린 얼굴로 계산서를 들고 종종걸음을 하며 다가왔다.“부맹주님, 무맹 맹주 어르신께서 드신 음식 계산서입니다.”프런트 데스크 직원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진짜 먹었어?”구평도는 입꼬리를 실룩거리며 비아냥거렸다.“내가 사 주는 밥을 기어코 먹고 가다니! 정말 낯짝도 두껍군!”“무맹에 들어가면 내가...”계산서에 시선을 떨어뜨린 구평도의 얼굴에 비아냥거리는 기운은 사라지고 순식간에 그의 온몸이 뻣뻣하게 굳어버렸다.계산서를 바라보던 구평도는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일억?!”“그들이 정말 일억 원어치를 먹었어?!”방금까지 여유롭고 당당하던 구평도의 눈동자가 마구 흔들렸다.“그들이 뭘 먹었길래? 일억 원어치를 먹어?!”“하현 그 사람이 픽업트럭 열 대를 불렀어요.”“저희 창고에 있던 마오타이와 양주, 그리고 소중히 보관하던 전복 수백 마리와 방금 공수해 온 이
만진해를 괴롭히는 데는 성공했지만 일억이라는 큰 대가를 치르게 된 것이다.곰곰이 생각해 보면 누가 누구를 괴롭힌 것인지 헷갈릴 지경이었다!구평도의 눈앞을 가장 막막하게 한 것은 이번에 그가 직접 나서서 만진해를 괴롭히려고 마음먹고 전면에 나섰다는 것이다.그런데 이런 꼴이 되다니!정말 창피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구평도가 이런 꼴을 보이게 되는 동안 건물에서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나와서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십여 명의 무맹 직원들이 나와 좋은 구경거리라도 구경하듯 눈알을 반짝거리고 있었다.“부맹주님, 흥분하시면 안 됩니다. 혈압이 낮은 편이니 함부로 화내시면 건강에 해롭습니다.”“그러다가 갑자기 혈압이 치솟기라도 한다면 큰일입니다.”“맹주 어르신이 이 사무실을 얼마나 좋아하시는데. 여기서 사람 죽으면 안 되죠.”차를 마시던 하현은 희미한 눈빛으로 고개를 들어 구평도를 힐끔 쳐다보았다.“참, 점심때 일은 맹주 어르신과는 상관없는 일입니다. 술과 식자재는 모두 내 부하 직원들이 옮겼으니까요.”“안 그래도 최근에 그들한테 한턱 거나하게 쏴야 하는데 부맹주 덕에 아주 한턱 제대로 쐈습니다. 고맙습니다.”“내 부하 직원들도 모두 아주 좋아했답니다.”식당 창고에는 아주 그득하게 식자재들이 쌓여 있었기 대문에 하현이 옮긴 마오타이와 양주는 도끼파와 집법당 쪽 사람들이 나누어 먹기 충분했다.그야말로 하현의 부하 직원들은 횡재를 한 것이다.최고급 식재료는 셰프를 모셔 최고 연회를 벌일 수 있을 만큼 충분했다.하현이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듣고 구평도의 눈꺼풀이 사납게 펄쩍거렸다.그는 노기등등한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자기 앞에서 이렇게 뻔뻔하게 구는 젊은이는 처음 보았던 것이다.하현은 구평도의 사나운 눈빛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연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나한테 화내도 됩니다. 날 파렴치한 놈으로 몰아도 좋구요.”“하지만 맹주 어르신을 탓해서는 안 됩니다.”“어쨌든 우리가 사 달라고 강요한 것이
”다만 우리가 이 일을 상의하고 있는 중요한 때에 부맹주 당신들이 문을 박차고 들어와서 소란을 피웠잖아요!”“알아요. 당신이 제대로 손님 접대를 하지 못해 이렇게 화났다는 거.”“내가 몰랐다면 부맹주 당신이 인도인과 한통속이라고 생각했을 거예요.”“부맹주님, 내가 충고 한마디 하겠습니다. 성질 좀 가라앉히세요.”“그렇지 않으면 원래 내 책임인 일도 전부 당신 책임으로 돌릴지도 모르니까요.”말을 하면서 하현은 싱글벙글 웃는 얼굴을 보였다.“개자식! 어디 입을 함부로 놀려?! 네가 번지르르하게 말 좀 할 줄 안다는 거 말고 뭐가 있어?”구평도의 얼굴은 분노로 가득 들어찼다.그는 지금 당장이라도 하현을 죽이고 싶은 심정이었다.하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이 하현의 적수가 될 수 없고 다른 한편으로는 이런 일을 하려면 대중 앞에서 드러내 놓고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구평도는 끓어오르는 화를 억지로 가라앉혔다.그렇지 않았다면 하현 이 개자식 때문에 심장이 제멋대로 튀어나가 생사를 걱정해야 했을 것이다.“부맹주, 이런 사소한 일로 그렇게 울그락불그락할 필요없어요.”“가서 조한철이랑 잘 상의해 보세요.”“우리는 특별실을 당신들한테 양보했어요. 설마 점심 내내 상의해 놓고 아무것도 상의하지 않았다고 발뺌하지는 않겠죠?”만진해가 시의적절하게 끼어들었다.“만약 당신이 이 일을 잘 해결한다면 점심값의 10배를 돌려드리지.”“좋아요! 당신 입으로 말했어요!”구평도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난 강요한 적 없어요!”“점심때 상의한 내용, 당신들한테 말할 수 있어요!”“내 앞에서 조 세자가 4대 무맹 대표들에게 전화를 걸었고 상대방도 화해의 조건을 내걸었어요.”“첫째, 하현은 반드시 그의 무학 기술에 대해 진술하고 무맹의 조사를 받아야 합니다. 그의 기술에 위반 사항이나 금지된 사항이 없는지 살펴봐야 합니다.”“둘째, 하현은 인도에게 정식으로 사과해야 합니다. 황실에 가서 무릎을 꿇든지 천억을 배상하든지 해야
”부맹주, 너무 가혹하고 황당한 요구라고 생각하지 않습니까?”하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만약 우리가 그 조건을 들어준다면 우리 대하의 무술 고수들은 존엄성을 잃는 것과 같습니다.”“우리 대하인들이 앞으로 어떻게 외부인들 앞에 똑바로 설 수 있겠습니까?”“게다가 4대 무맹이 감찰관을 보내 우리 대하 무맹에 상주한다니 그들은 사사건건 사안을 부결시키고 모든 자료들에 간섭하려 할 것입니다.”“이렇게 되면 무맹이 어떻게 돌아가겠습니까?”“하물며 그들이 지금 내게 무학의 핵심기술을 내놓으라고 요구하다니요? 분명 무맹의 권한을 내세워 우리 무학의 성지 비법들을 모조리 가져가겠다는 심산입니다...”“부맹주님은 총명한 분이십니다. 그런데 왜 해외 4대 문맹이 우리 근간을 뽑으려 하는 걸 가만히 보고 있는 겁니까?”하현은 담담하게 냉랭한 표정으로 구평도가 제시한 조건들을 하나하나 지적했다.네 가지 조건 중 세 가지는 하현을 겨냥한 것 같지만 결국은 대하 전역을 탐색하고 감찰하겠다는 속내였다.대하 어딘가에서 조그만 꼬투리라도 잡히면 해외 4대 무맹은 대하인들을 꼼짝도 못 하게 만들 것이다.“하현, 당신이 나한테 감히 이런 말을 해? 그게 먹힐 거라고 생각해?”구평도가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난 해외 4대 무맹의 대표도 아닌데 나한테 그런 말을 해 봐야 무슨 의미가 있어?”“난 조한철을 통해서 4대 무맹에 연락을 취했을 뿐이야.”“4대 무맹에 있는 사람이 말하기를 우리 대하가 이 네 가지 조건만 들어준다면 해외에서 대하인들을 상대로 한 모든 행위를 중지할 거라고 했어!”“심지어 피해를 입은 업체들은 보상도 받을 수 있다고 했어.”“하지만 우리가 응하지 않으면 4대 무맹은 부하들이 마음대로 행동하도록 그냥 내버려둘 거야.”여기까지 말한 구평도는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능청스럽게 뒷짐을 지며 말을 이었다.“그러니까 이 네 가지 조건을 받아줄지 말지는 당신들이 알아서 해.”“걱정하지 마. 이 네 가지 조건은 생
만진해는 싸늘히 식은 얼굴로 말했다.“이게 바로 불공정 조약인 거야!”“그런데 내가 어떻게 이걸 받아들이겠어?”“내가 이걸 모를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뭘 어쩌겠다는 거야?”구평도가 냉랭하게 입을 열었다.“지금 발언권은 해외 4대 무맹이 손아귀에 쥐고 있는데 기회를 잡은 이상 불공정 조약을 원하는데 어쩌겠어요?”“설마 사람들을 이끌고 해외 4대 무맹에 가서 그들을 부숴버리고 끝장을 낼 생각입니까?”“이봐요. 당신이 총교관이라도 되는 줄 아십니까?”“무적이라도 되는 줄 알아요?”“게다가 그들이 말하기를 그 당시 총교관이 5대 강국을 휩쓸 수 있었던 것은 무맹 사람들이 손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어요.”“무맹이 나섰다면 대하에서 그런 신화적인 인물이 나올 리 만무하죠!”“우리 대하가 스스로 총교관이 있다고 위세를 떨 만한 처지입니까?”“웃기지 마세요!”“게다가 총교관은 정부가 움직이는 사람입니다!”“지금 우리가 해결해야 할 일은 강호의 일이구요!”“강호의 일, 그 이치를 모르십니까?”“이제 와서 사람들이 몰려가 덤벼들어 봐야 우리는 그들의 적수가 못 됩니다. 그러니 뭘 어떻게 할 수 있겠어요?”“남보다 힘이 약하면 순순히 무릎을 꿇는 수밖에요.”“어차피 전에도 여러 번 무릎을 꿇었잖습니까? 한 번 더 무릎을 꿇는다고 그게 뭐 대수란 말입니까?”여기까지 말한 구평도는 냉소를 지으며 탁자 위에 발을 올려놓았다.“내 말 잘 알아들었습니까?”구평도의 말을 듣고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서로의 얼굴을 멀뚱멀뚱 쳐다보았다.구평도가 한 말은 듣기 거북하기 짝이 없었지만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는 현실이기도 했다.비록 총교관 덕분에 지금은 대하가 세계적인 강대국이 되었지만 세계 강대국들이 4대 무맹과 손을 잡는다면 골치 아픈 일이 아닐 수 없었다.게다가 이번 일은 강호의 일이기 때문에 정부가 쉽사리 나서기도 불편했다.그렇지 않고 정부가 함부로 개입했다가는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젊어서 혈기왕성하다는 게 뭘 말하는지 모르겠군요.”하현은 차갑게 내려앉은 얼굴로 다부지게 말했다.“난 우리 대하가 세상에 우뚝 섰고 누구도 우리에게 함부로 무릎을 꿇으라 할 수 없다는 것만 압니다!”“이것이 바로 우리 대하 반만 년의 긍지죠!”“반만 년의 긍지?”구평도의 얼굴에 비아냥거리는 기색이 스쳐 지나갔다.그는 잠시 동안 하현을 위아래로 훑어본 뒤 이죽거리며 말했다.“어쨌든 내가 할 말은 이미 다 했어. 할 일도 다 했으니 이제 구체적으로 어떻게 행동할지는 맹주가 결정할 일이야.”“그렇지만 당신이 정말로 이 일을 해결할 수 있다면 무릎 꿇지 말고 해결해 봐. 그럼 우리 사이의 원한은 더 이상 없는 것으로 하지. 나 구평도는 국술당에 가서 기꺼이 당신을 도와줄게!”“하지만 만약 당신이 무릎을 꿇는다면 내 딸 다리를 부러뜨리고 내 아들의 체면을 뭉개버린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할 거야. 각오해.”말을 마치며 구평도는 냉소를 흘리며 뒤를 돌아 그의 무리들에게 손짓을 한 뒤 유유히 사라졌다.구평도의 모습을 보고 하현은 흥미로운 미소를 떠올렸다.이어 문을 닫고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만진해를 바라보았다.“맹주 어르신, 산전수전 다 겪으신 분이 뭐 이런 일에 얼굴을 붉히십니까?”“이까짓 일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걱정할 것 없습니다.”“이까짓 일이라고?”만진해는 안색이 어두워진 채 한숨을 내쉬었다.“하현, 이 일은 절대 작은 일이 아니야.”“구평도가 한 말은 듣기 거북했지만 틀린 말은 아니었어.”“우리 대하는 최근 몇 년 동안 강해지고 세상에 우뚝 섰지만 두 주먹만으로는 많은 사람들을 당해낼 수가 없어.”“이번에는 정부의 도움도 받을 수 없어. 만약 정부가 개입한다면 강대 세력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수단도 가리지 않는다고 비난할 거야!”“어차피 대하 무맹의 힘만으로는 어려운 일이기도 하고...”“대하 무맹 내부에 우리 발목을 잡는 자가 있든 없든 간에 단순히 여러 무학의 성지들이 제멋대로 행동
”극동무맹과 남양무맹을 퇴출시키라는 얘긴가?”만진해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그렇게 된다면 그보다 더 확실한 방법이 없지. 그렇지만 그게 어디 쉽겠는가?”“남양 여러 나라들은 우리 대하가 거대해져서 그들을 삼켜 버릴까 봐 늘 전전긍긍하고 있네.”“”극동의 여러 나라들은 미국의 그림자가 항상 드리워져 있네.”“미국은 우리 대하가 세계 경찰을 자처하고 있는 그들의 지위에 도전할까 봐 극동 무맹들을 어떻게든 이용해 우리를 견제하려 할 거야.”“간단히 말해서 이쪽도 저쪽도 쉽지가 않아.”만진해도 분명 이런 방법을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닌 모양이었다.그러나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이 방법은 실현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극동무맹은 지금 당장 어떻게 해 볼 수가 없지만 남양무맹은 그리 어렵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하현이 웃으며 말했다.“마침 제가 남양의 전신 양제명을 잘 알고 있고 그와의 관계도 꽤 좋습니다.”“남양에서의 그의 신분과 지위는 남양무맹을 퇴출시키는 데 큰 문제가 없을 거예요.”“만약 이 기회를 틈타 극동무맹도 이 일에 수수방관하는 자세를 취한다면.”“우리한테 승산이 있습니다.”“그러니 어르신, 아직 우리에겐 방법이 있는 겁니다.”하현의 말, 특히 남양 전신 양제명의 이름을 듣자 만진해는 정신이 번쩍 드는지 갑자기 몸을 꼿꼿이 세우며 환하게 웃었다.“하현, 역시 자네는 비상한 사람이야!”“좋아, 좋아! 자네 말대로 하지. 자네가 무얼 하고 싶은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말만 하게. 내가 전력을 다해 뒷받침하겠네!”하현은 싱긋 웃으며 말했다.“어르신이 뭔가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어르신은 존재만으로도 제게 힘이 되시니 그냥 계시기만 하면 됩니다.”하현은 웃으며 핸드폰을 꺼냈고 어딘가로 전화를 걸려는 찰나 누군가에게서 먼저 전화가 걸려왔다.전화기 맞은편에서 남양방 방주 양유훤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하현, 우리 할아버지가 갑자기 사고를
부일민은 더욱 냉소적으로 말했다.“하지만 우리 앞에서 귀에 거슬리는 그런 말은 해도 되지만 이것만은 알고 가세요. 한번 지불한 돈은 환불되지 않아요.”“사람이야 얼마든 데려가도 되지만 보증금 천만 원은 돌려주지 않습니다!”“그럼 어서 물러가세요!”“여기서 방해하지 말구요!”의사의 오만방자한 말에 강옥연은 얼굴이 싸늘해졌다.“살리기는커녕 환불도 안 된다구요?!”“내가 당신들 고소할 거예요!”“고소?!”부일민은 여간호사 몇 명과 눈을 마주 보며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어떤 사람은 손거울을 꺼내 화장을 고치기 시작했고 어떤 사람은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강옥연이 고소라는 말을 꺼내도 그녀들은 전혀 안중에 두지 않는 게 분명했다.어차피 페낭 병원은 불만을 제기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고소? 그래 하세요!”부일민은 눈썹을 치켜세운 뒤 벽에 붙은 전화번호를 가리켰다.“국민신문고, 식약처, 경찰서, 등등, 전화번호들이 여기 다 있으니까!”“아무데나 전화해서 아무나 불러 보세요!”“사람을 불러서 날 고소해 보세요! 그럼 내가 당신들을 할아버지라고 부를게요!”“대하 촌놈들이 감히 우리 남양 땅에 와서 거드름을 피우며 위세를 부리고 있어?! 흥!”“당신들이 전화를 해 봤자 아무도 들어주지 않을 거예요!”부일민은 한껏 코웃음을 쳤다.그들은 이미 관광객들을 등쳐먹는 데 아주 익숙한 것 같았다.관광객이 신고해도 결국 팔이 안으로 굽는 법이었다.“당신들 제정신이에요!”강옥연은 눈을 부라렸다.이런 몰상식한 사람들은 정말이지 처음이었다.이때 하현이 앞으로 나와 강옥연의 어깨를 툭툭 치며 담담하게 말했다.“강옥연, 어쨌든 당신은 용문 사람인데 어떻게 기본적인 도리도 몰라?”“뭐라고?”강옥연이 살짝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도무지 하현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영문을 알 수 없었다.“어떤 사람들은 말로 하면 못 알아들어. 그냥 얼굴을 두들겨 맞아야 알아듣지.”
황천화 일행을 해결하고 하현은 강옥연에게 전화를 한 뒤 택시를 타고 페낭 병원으로 향했다.페낭 병원은 사립 병원으로 규모가 큰 편은 아니었지만 인테리어가 호화로웠다.거리마다 홍보 간판이 걸려 있는 병원다웠다.다만 의술은 아직 그에 미치지 못했고 보감 그룹 병원에 속하며 페낭 현지에서 평판이 별로 좋지 않았다.보통은 관광객을 속이고 사기를 쳐서 이익을 남기는 병원이었다.그리고 해외에서 온 관광객들은 이곳에서 사기를 당해도 신고할 길이 없어 결국 흐지부지될 수밖에 없었다.하현은 오는 길에 이런 정보들을 알게 되었다.강옥연도 현지인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병원에 가게 된 것을 그녀의 잘못만이라고 탓할 수가 없었다.하현과 하구봉은 곧바로 병원에 도착해 응급실 복도에서 강옥연을 찾았다.“하현.”하현이 나타난 것을 보고 강옥연은 급히 다가와 공손하게 인사를 건넸다.“상황은 어떻게 되어 가고 있어?”하현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물었다.“응급실에 들어가긴 했지만...”강옥연이 말끝을 흐렸다.하현은 얼굴을 찡그리며 응급실 문틈을 살짝 들여다보았다.대여섯 명의 환자가 병상에 누워 있었고 그중 두세 명은 외상을 입고 낮은 소리로 신음하고 있었다.그러나 응급실 안에는 의료진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내가 원가령을 데리고 왔을 때 의료진은 어떤 유명 연예인이 다쳐서 나간다고 했어.”“이곳의 한 인플루언서 스타가 영화를 찍다가 손가락을 다쳐서 급하게 응급실 의료진이 갔어!”“곧 돌아오겠다고 하면서 보증금 천만 원을 먼저 내라고 했어.”“그래서 보증금을 내고 30분째 이렇게 기다리고 있는데도 아직 아무도 안 와...”강옥연의 얼굴에 긴장감이 가득 드리워져 있었다.하현은 얼굴을 살짝 찌푸렸다.보감 그룹 산하 병원의 평판이 좋지 않다는 걸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그가 다른 의료진을 찾아보려고 하자 강옥연이 그를 멈춰 세우며 말했다.“하현, 내가 가서 재촉해 볼게.”강옥연은 혼자서 달려가더
”퍽!”하현이 뭐라고 입을 떼기도 전에 줄곧 무릎을 꿇고 있던 황천화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이신욱의 뺨을 그대로 날려버렸다.“개자식!”이신욱은 얼굴을 가리고 버둥거리며 일어섰다.“황천화, 감히 날 건드려?!”“죽고 싶어?!”“차칵!”황천화는 이신욱이 하는 말은 듣는 둥 마는 둥 곧바로 앞으로 나가 이신욱의 오른손을 움켜잡고 세게 꺾었다.이신욱은 죽자 살자 덤볐지만 황천화는 그렇지 않았다.페낭 무맹인으로서 감찰관이라는 직위의 무게를 잘 알고 있었다.이럴 때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 누구보다 꿰뚫고 있었다.“아!”이신욱은 처절한 비명을 지르며 몸부림쳤고 황천화는 그제야 단호하게 이신욱을 다시 한번 꺾었다.‘차칵'하는 소리가 끊이질 않았고 잠시 후 이신욱은 사지를 쓰지 못하고 땅바닥에 주저앉아 계속 경련을 일으켰다.그는 극심한 고통 때문에 화를 내고 싶어도 도무지 화를 낼 수가 없었다.오로지 땅바닥에 널브러져 돼지 멱따는 소리만 울부짖을 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사방팔방에서 화려한 옷차림의 남녀들, 부잣집 도련님들, 유명한 미녀들은 하나같이 정신이 혼미해졌다.머리카락이 쭈뼛 곤두서며 두려움이 온몸을 전율시켰다.이신욱이 소리쳐 반항을 한 끝에 결국 이 꼴이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말하자면 이신욱은 오늘 밤 하현을 세 번이나 공격한 것이다.그 결과는 처참한 자신의 몰골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털썩!”이신욱의 사지를 부러뜨린 후 황천화는 망설이지 않고 바로 바닥에 무릎을 꿇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하현, 오늘 밤 일어난 이 모든 일은 다 내 불찰이고 이신욱의 잘못이야. 난 이미 당신 뜻에 따라 이신욱의 사지를 부러뜨렸어.”“당신이 만족할지 모르겠지만 말이야.”하현은 무덤덤한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내가 한 말은 모든 사람들이 다 한 손씩은 부러뜨려야 한다는 거였어.”“당신은 말귀를 좀 알아듣는 것 같으니 왼손으로 하지.”황천화는 눈
”내 두 손을 자르라고?!”자신의 뒷배는 이미 무릎을 꿇었는데 하현이 자신의 두 손을 자르라는 말을 듣고 이신욱은 두려움도 잊고 어느새 숨겨 두었던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하현! 당신이 무슨 대표든 무슨 감찰관이든 난 상관하지 않아. 하지만 당신, 이것만은 똑똑히 알아야 할 거야! 나 이신욱!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아!”“난 남양 3대 가문 중 하나인 이 씨 가문 사람이야. 우리 이 씨 가문은 원 씨 가문과 운명을 같이 하는 집안이야!”“나한테 미움을 사고 해를 입히는 사람은 남양에서 수많은 적을 만드는 것과 같아!”“그리고 나 이신욱! 당신을 평생 기억할 거야!”“오늘 당신을 무릎 꿇리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언젠간 당신을 가루로 만들어 버리고 말 거야!”“1년 안에 당신을 무릎 꿇리지 못한다고 해서 5년, 10년 후에도 못하라는 법은 아니거든!”“지금 내 두 손을 끊는다면 절대 좋은 결말은 없을 거야! 두고 봐!”이신욱이 이를 갈며 하현에게 소리쳐 경고했다.감찰관이라는 하현의 신분이 무맹 사람들한테는 먹힐지 모르지만 이 씨 가문에는 하등의 위협도 되지 않는다는 걸 말한 것이다.호랑이 가죽을 뒤집어쓴다고 해도 하현은 외지인일 뿐인데 어떻게 남양에서 이 씨 가문의 끝없는 복수를 견뎌낼 수 있겠는가?이 씨 가문은 엄연히 남양 3대 가문의 하나다!황천화는 이를 듣고 자신도 모르게 소리쳤다.“이신욱!”“닥쳐!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닥치라고!”이신욱은 황천화의 말을 거칠게 끊었다.“내가 매년 당신한테 몇 억씩 갖다 바쳤던 이유는 이럴 때 나에게 힘이 되어 달라고 그랬던 거예요!”“그런데 어떻게 되었죠? 당신은 무릎을 꿇고 뺨을 맞기만 할 뿐 아무것도 못 하잖아요!”“당신 같은 사람 키워봐야 아무 소용이 없어요!”“앞으로 당신 같은 바보 등신 앞에서 누가 머리를 조아리며 공손히 굴겠어요?”“퉤! 당신한테 그럴 자격이 있어요?”이신욱은 황천화가 아무리 하현의 신분이 두렵더라도 무도 정신을 잃지 말
황천화는 입술을 파르르 떨며 말했다.“하현, 이건 너무 심하잖아...”“정말로 내가 당신을 두려워하는 줄 알아?”“잘 들어. 당신 신분이 가짜인지 진짜인지는 제쳐두고, 설령 진짜 감찰관이라고 해도...”애써 침착하며 여기까지 말하던 황천화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갑자기 하현의 주먹이 날아와 그의 얼굴을 ‘퍽'하고 쳤기 때문이다.황천화는 이번 문제가 커진다면 자신이 곤란한 상황에 직면할 뿐만 아니라 페낭 무맹도 같이 곤란해질 거라는 걸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남양 무맹 감찰관이 말이 쉽지 엄청난 자리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황천화가 뺨을 맞는 것을 보고 사람들은 정신이 혼미해져서 도저히 똑바로 서 있을 수가 없었다.그는 페낭 무맹에서 호령하는 사람이었고 이신욱을 도우러 온 것일 뿐이었다.그런데 결과는 어떻게 되었는가?몇 마디 말로 하현이라는 외지인 앞에 무릎을 꿇게 생긴 것이다!황천화가 무능한 것인가?아니면 하현이 대단한 것인가?하현은 황천화에게 다가가 오른손을 뻗어 그의 얼굴을 툭툭 치며 말했다.“황천화, 왜 갑자기 무릎을 꿇었지?”“무릎까지 꿇었는데 내가 어떻게 당신 얼굴을 때리겠어?”황천화는 눈가에 경련을 일으키며 더듬거리며 입을 열었다.“감찰관님께 뺨을 얻어맞게 되어 영광입니다.”“좋아, 그렇게 말하다니 소원을 들어줘야지.”하현은 조금도 사양하지 않고 오른손을 치켜들고 세차게 손바닥을 내리쳤다.“퍽!”“이건 당신이 제멋대로 날뛰고 무맹의 얼굴에 먹칠한 대가야!”“퍽!”“이건 약자를 괴롭히고 힘들게 한 대가야!” 하현은 하나하나 낱낱이 열거해 가며 황천화의 얼굴을 뒤흔들었다.비록 황천화도 고수 중의 고수였지만 하현이 뺨을 때릴 때는 아무런 저항도 분노도 표출하지 못하고 억지로 견뎠다.하현이 손바닥을 휘두를 때마다 황천화의 눈빛은 아프게 이리저리 흔들렸다.이 광경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눈빛이 점점 초점을 잃어갔다.페낭 무맹의 실력자가 무릎을 꿇고 다른
원청산?원 대표님?황천화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문득 그가 누군지 떠올랐다.이 사람은 남양 무맹의 대표이다.페낭 무맹의 맹주는 그를 보면 넙죽 엎드려야 한다.그런데 이 어른이 방금 뭐라고?하현이 남양에 있을 때는 남양의 감찰관 임무를 맡기겠다고?맹주를 감찰하고 만인을 순찰한다고?원청산의 말이니 하현이 대하무맹 대표가 된 것이 거짓은 아닐 것이다.대하무맹 대표가 되고 세계무맹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고 남양에서는 감찰관이라...순간 황천화는 갑자기 호흡이 가빠졌다.두 다리는 휘청거리기 시작했고 얼굴에 가득했던 거만한 표정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그 자리에 깊이를 알 수 없는 두려움이 채워졌다.그를 따르던 무맹의 고수들도 모두 손발이 얼얼하고 팔다리는 저릿저릿 아파서 서 있을 힘조차 없었다.다른 사람들은 이런 신분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모르지만 그들 무맹인들은 잘 알고 있었다.하현이 아주 높은 자리에 앉아 대표자로서 만인의 뜻을 전달하는 사람이 되었다.아무도 그의 말을 거스를 수 없다는 뜻이다.황천화 일행이 위세를 떨치다가 갑자기 전전긍긍하며 어쩔 줄을 모르자 이신욱은 속이 타서 참을 수가 없었다.“형님, 이런 놈한테 속으면 안 돼요!”“대표라니요? 감찰관이라니요?”“이놈이 능청스러운 연기로 우릴 속이려는 게 틀림없어요!”“저런 놈이 무슨 대표고 무슨 감찰관이랍니까? 형님은 분명히 알고 계시잖아요?”이신욱의 말을 듣고 주위의 많은 동료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에 동의했다.몇몇 아리따운 여자들은 화들짝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다시 조롱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감히 능청스럽게 연기를 하면서 황천화를 속이려고 하다니?“연기? 그래?”“내 연기가 아마 연기대상감인가 보지? 유명 배우 뺨칠 정도로 뛰어났던가 봐.”하현은 담담하게 웃으며 한 발짝 앞으로 나와 페낭 무맹 제자들 앞으로 가더니 사정없이 손바닥을 후려갈겼다.“퍽!”페낭 무맹 제자들은 비명을 지르며 얼굴을
당당하고 거침없는 황천화의 모습에 사람들은 가소롭다는 듯 하현을 비꼬아 보았다.다들 하현이 겁을 먹고 도망칠 거라고 생각했다.하현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황천화와 대적할 수야 있겠는가?그건 정말 목숨을 거는 짓이고 스스로 무덤을 파는 행위였다.하현은 손을 뻗어 제멋대로 입을 놀리는 황천화의 뺨을 후려치려고 했지만 갑자기 뒤에 있던 하구봉의 핸드폰이 심하게 진동하는 것을 느끼며 흠칫 뒤를 돌아보았다.순간 하구봉의 얼굴에 의아한 빛이 떠올랐다.이어 하구봉은 하현에게 공손히 다가가 조용히 말했다.“하현, 무성에서 온 전화야.”“대하무맹을 대표해 의견을 전달한다더군.”“방금 만진해 맹주의 강력한 추천으로 대하무맹에서 치열한 토론을 펼쳤어. 그래서 당신이 대하무맹 대표로 확정되었대!”“대하무맹을 대표해 세계 무맹에서 상임이사로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어!”“간단히 말해 앞으로 당신은 대하무맹의 대표로서 만진해 맹주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거야.”“만약 만진해 맹주가 물러난다면 당신은 그다음 맹주가 되는 거야.”말을 하는 동안 하구봉의 입술이 계속 떨리고 있었다.그도 이 엄청난 소식에 적잖이 놀란 것이 틀림없었다.그러면서 그는 핸드폰을 켜고 방금 메신저를 통해 온 메시지 한 장을 보여주었다.대하무맹?대표?세계 무맹의 거부권?한마디 한마디 융단 폭격과도 같은 엄청난 단어에 황천화는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하지만 그는 무의식적으로 하현이 자기 앞에서 허세를 부리고 있다고 생각했다.황천화가 불같이 화를 내려 했을 때 하현의 부하들이 일부러 이런 말을 꺼낸 것만 봐도 뻔한 가짜임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거짓말하지 마!”“세계 무맹이라니? 거부권이라니?”“그게 무슨 뜻인지 알기나 해?”“뻔한 거짓말로 위기를 모면할 수 있을 줄 알았어?”“순진하기는!”황천화는 심호흡을 한 뒤 냉소를 흘렸다.그도 무맹 사람이다.만약 대하무맹에서 하현이라는 대표가 나왔다면 어떻게 그가 모
”옳고 그름?”“잘잘못을 따지자는 거야?”“하여튼 약자들은 이런 허무맹랑한 것을 정말 중요하게 생각한단 말이지.”황천화는 두 손을 뒷짐진 채 앞으로 당당하게 발걸음을 옮겼다.걸음을 옮길 때마다 매서운 기운이 파장을 일으키며 사람들을 압도했다.“나 같은 강자들은 그런 걸 알 필요가 없지.”“난 말이야. 신분에 따라 편들지 이치에 따라 편들지 않아.”“내 후배가 사람을 죽이고 나쁜 짓을 했어도 그건 옳은 일이야.”“당신이 무수히 많은 도리를 가지고 법을 운운한다고 해도 내 후배를 건드린 당신은 나한테 여전히 나쁜 놈이야. 그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하지.”옆에 있던 이신욱은 황천화의 강력한 지지를 얻은 순간 없던 힘까지 솟아오르는 것 같아 큰소리로 선동하고 나섰다.“형님, 이 개자식이 방금 아주 큰소리를 쳤어요. 형님이 온다고 해도, 페낭 무맹 맹주가 온다고 해도 절대 자기를 건드릴 수 없다고요!”다른 부하들도 모두 입을 모아 말했다.“맞습니다. 이놈이 아주 기고만장하게 말했어요.”“날 무시하는 거야? 맹주를 무시해? 아님 우리 페낭 무맹을 무시하는 거야?”황천화는 ‘피식'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요즘 세상에 그런 얼빠진 놈이 있어?”“자기가 뭔지도 모르고 설치는 꼴이라니!”“무슨 자격으로 우리 동네에 와서 함부로 굴어!”“이봐, 당신 대하 사람이지?”“자자, 당신의 내력을 말해 봐. 당신이 5대 문벌 출신이라도 돼? 아니면 10대 가문 출신이야?”“분명히 말해 두겠는데, 당신이 그런 사람이라면 내가 체면을 봐 줘서 죽이지는 않겠어. 몸은 좀 상하게 하겠지만.”하현이 덤덤하게 말했다.“다 아니야.”“아니라고?”황천화가 입을 크게 벌리며 웃었다.“다 아니라면서 감히 페낭에 와서 위세를 떨치려는 거야? 정말 세상 물정 모르는 놈이군!”하현은 냉담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난 페낭이 법과 규율, 그리고 도리를 중시하는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황천화 당신을 보니 도리를 거론할 동네는
”확실히 이 외지인놈은 실력이 보통이 아니야!”“하지만 실력이 있다고 해도 뭐?”“우리 황천화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야.”“맞아! 하현이 부 사장 무릎을 꿇게 한 능력은 확실히 인정해. 하지만 그런 능력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땅강아지가 운이 아무리 좋다손 치더라도 그것도 한두 번이지!”“진짜 실력자를 만나면 아무 힘도 못 써!”“결국 실력 없는 자가 스스로 무능함에 분노하는 것밖에 안 되는 거야!”“황천화와 자신의 실력이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이제 곧 알게 되겠지!”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업신여기는 눈빛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이 대하에서 아무리 실력이 좋다고 하더라도 페낭에서는 이신욱의 저력을 능가할 수 없다.“형님!”“황 선생!”“황 도련님!”무리를 지은 사람들이 황천화에게 몰려들었고 선두에 선 이신욱은 한껏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이신욱, 도대체 무슨 일이야? 나까지 나서서 체면을 세워 줘야 할 일이 도대체 뭐냐구?”황천화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소매를 걷어붙이며 거들먹거렸다.마치 세상에는 그의 관심을 끌 만한 것이 없다는 듯.이신욱은 차가운 눈초리로 비아냥거리며 하현을 노려보았다.“감히 외지인 주제에 우리 페낭에 와서 허세를 부리고 사람을 때리다니!”“그래?”황천화는 실눈으로 눈썹을 치켜세우며 이신욱을 힐끔 쳐다보았다.그의 코는 푸르덩덩한 빛을 띠고 있었고 얼굴은 퉁퉁 부어올라 있었다.얼굴에는 손바닥 자국이 선명하게 나 있었고 이빨도 두어 개 비어 있었다.안색이 나쁜 건 말할 것도 없었다.비록 황천화는 이신욱을 그리 높이 보진 않았지만 이신욱은 일찌감치 황천화의 가능성을 보고 명절 때마다 그에서 그득한 선물을 보낸 덕분에 꽤 황천화 덕을 보고 있었다.그래서 황천화도 이신욱에 대해 슬슬 좋은 감정이 생겼다.그런데 지금 그런 후배가 누군가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얼굴이 퉁퉁 부어 있는 것이다.황천화의 안색이 어둡게 일그러졌다.이신욱을 이렇게 만들었다는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