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현이 말한 내용을 듣자 심성이 의연한 진주희도 뒤로 자빠질 듯 아연실색했다.용문대회는 주먹깨나 쓰는 사람들의 잔치였지만 용문의 각 단체와 관련된 지역의 대가들, 무학의 대가들까지 참여하는 큰 행사였다.각 지역에서 뽑힌 용문대회 우승자들은 젊은 세대 최고가 아니더라도 적어도 젊은 세대를 이끌어갈 5위 안에 드는 것이다.이런 실력자들이 정식으로 용문대회에 다 오지도 않았는데 이미 인도인에게 그 자리를 모두 매수당했다?이것은 용문 서른다섯 도 대회가 멀쩡히 서서 뒤통수를 맞은 셈이니 진주희가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진주희는 정신을 가다듬은 뒤 진중한 얼굴로 말했다.“하현, 지금 농담하시는 거 아니죠?”“어떻게 이런 일을 농담으로 할 수 있겠어?”하현은 심호흡을 하고 상황을 간략하게 설명했다.요즘 인도의 3대 요승 중 하나로 브라흐마 커크와 어깨를 나란히 했던 브라흐마 파만이 젊은 인도 고수들을 데리고 대하로 넘어왔다.하현을 직접 대면하길 꺼렸던 브라흐마 파만은 먼저 인도 젊은 고수들을 용문 대회 챔피언으로 훈련시키기로 결정한 것이다.그들은 지금 도전장을 내밀었을 뿐만 아니라 각종 무술의 소중한 자산들을 자신의 도구로 내걸었다.35개 도 대회 우승자 타이틀을 인도인들이 가져갔다.하현은 처음에 이런 현상이 개인적인 사안이라고만 여겼고 게다가 자신은 이들 인도인들을 쉽게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그래서 도전하라는 요구를 들어줬고 방송사와 공증인을 입회시키는 것도 허락했다.그 결과 인도 쪽은 이미 용문 대회의 각 도 대회에서 우승 후보들을 모두 물리쳤다.한 명도 죽은 사람은 없지만 모든 사람들이 전투력을 상실했다.몇몇 운이 나쁜 사람은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갈 처지가 되었다!어제 아침 브라흐마 파만은 인도 TV에 나와 팀을 이끌고 용문대회 서른다섯 도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고 발표했다.그들은 이제 마지막 챔피언 자리를 놓고 그들에게는 불경스러운 인물인 하현을 물리치기만 하면 되었다.그러면 그
”한나절도 안 돼 오늘의 인기 검색어가 되었습니다.”“대하 각계에서 지금 난리가 났어요!”“인도인의 행실이 고약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신분을 숨기고 사람들을 방심하게 만든 뒤 도 대회에서 우승에 도전하다니!”“상대의 정체도 모르고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모르고 맞서 싸운 사람들이 아주 분노하고 있어요!”“물론 대하의 무학계는 아주 쓸모없는 집단이고 용문은 대하의 관문을 지키는 사람이라고 칭하더니 아주 종이호랑이라는 비아냥도 있습니다!”“용문대회는 지금 대하의 치욕이 되었습니다!”“서른다섯 도 대회에 참가한 사람들은 인도인 몇 명을 막지 못했습니다!”“용문의 일상 업무를 담당하는 부문주가 장로회와 긴급회의를 열어 이번 위기를 어떻게 해결할지를 논의했다고 들었습니다.”“부문주?”하현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이렇게 큰일이 났는데도 용문주가 나오지 않는 건 그가 정말로 위독하다는 뜻인가?”“용 씨 쪽에서는 반응 없어?”“없습니다.”진주희가 고개를 가로저었다.“지금 용 씨 가문은 용천두가 전면에 권력을 쥐고 있습니다. 그의 성격으로 봐서는 상황을 보고 천천히 뭔가를 꾀할 것이 분명합니다.”“용 씨 가문이 손을 쓰면 득이 된다는 확신이 서지 않는 한 절대 먼저 움직이지 않을 겁니다.”“심지어 용문주가 몸이 좋지 않다면 내외를 차단해 소식이 전해지지 않도록 했을 거고요.”“하현, 이제 용천두가 이 소식을 전한 것이 한편으로는 당신으로 하여금 이 큰 문제를 해결하게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됩니다!”“또 한편으로는 화를 초래해 누군가의 칼을 빌려 정적을 죽이는 거죠. 이 일로 당신과 인도인이 목숨을 걸고 죽도록 싸우게 만든 겁니다.”“용천두는 가만히 막후에서 지켜보다가 기회를 노리는 거죠.”“하현, 용천두 이 사람 정말 흉악한 놈이에요!”하현은 엷은 미소를 지으며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그가 손을 쓰지 않을수록, 음모를 꾸밀수록, 어제 보인 그의 행동은 모두 꾸며낸 것이라는 걸 의미해
진주희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하현, 당신이 말한 방법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건 당연히 잘 알아요.”“하지만 그거 생각해 보셨어요?”“그들이 손대지 않은 사람은 오직 당신만 남았어요.”“당신 혼자서 어떻게 다 감당하시려고요? 설마 그들과 일대일로 돌아가며 싸울 생각이 있는 건 아니죠?”“용문 내외 팔당, 서른여섯 지회에서 젊은 고수들을 임시로 보내온다고 하더라도.”“문제는 이거예요. 만약 진다면?”“그럼 누가 그 후폭풍을 책임지겠어요?”“인도인은 이번에 만반의 준비를 해서 왔어요. 천하무공이 인도에서 나온다는 오만방자한 말까지 하고 있는 걸 보니 그들이 이번에 얼마나 대단한 자신감으로 왔는지 알 수 있어요!”“우리 용문 고수의 약점을 잘 파악한 사람을 내보냈을 가능성이 커요.”“오죽하면 당신도 이번 용문대회에 참가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감히 각 도 대회 챔피언에 도전했겠어요?”“이번에 인도인이 진다면 국제적으로 큰 망신거리가 된다는 걸 알고 있을 거예요.”“심지어 그들 주변 지역에서 끌어온 고수들도 이번 일이 실패하면 우리 대하의 손아귀에 잡힌다는 것도 알고 있을 거고요.”“이 싸움은 인도인에게는 큰 도박이에요!”“그들은 그동안 잃었던 체면을 되찾을 뿐만 아니라 극동지역 전체에서 대하의 명성과 지위를 땅에 떨어뜨리려는 심산이에요!”진주희는 매우 냉정하게 판단을 내렸다.“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손에는 충분한 카드가 있는 게 분명해요.”“준비할 시간을 충분히 줬다면 하현 당신도 막지 못했을 거예요!”하현은 잠시 생각에 잠긴 후에야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인도인이 왜 이런 일을 저질렀다고 생각해?”“내가 아무리 브라흐마 아부를 짓밟고 브라흐마 커크를 죽였다고 해도.”“그들이 날 아무리 미워하든 원망을 하든 그냥 고수들을 보내 날 죽이면 되잖아?”“그런데 왜 일을 이렇게 크게 만들었지?”“하현, 그들이 왜 이랬는지 알고 있어.”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던 사청인이 조용히 입을 열
사청인의 설명을 들으며 하현은 일리가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사청인은 역시 궁중 암투에 능한 사람이었다.이런 일에 대한 분석이 구구절절 일리가 있었을 뿐만 아니라 깊은 식견까지도 가지도 있었다.사청인의 말을 들은 하현은 차 한 잔을 집어 들고 한 모금 천천히 음미하다가 웃으며 말했다.“그렇다면 이번 국면은 겉으로 보이는 건 대하와 용문을 겨냥한 것이지만 실제로는 나를 겨냥한 거란 말이지?”“인도인은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싶은 거고?”진주희는 사청인과 동시에 동시에 마주친 뒤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맞습니다.”“참 재밌죠.”“인도인과 결판을 낼 생각도 없었는데 감히 제 발로 죽으러 찾아오다니요.”하현의 얼굴에 단호한 미소가 흘렀다.“그들이 이렇게 싸우고 싶어 안달이라면 기꺼이 싸워 주지!”“진주희, 나 대신 브라흐마 파만에게 말을 전해!”“7일 뒤 무성에서 나와 일대일로 싸우자고!”“죽음이 두렵지 않다면 오겠지!”“한 명씩 덤비면 한 명씩 죽일 것이고 두 명씩 덤빈다면 한꺼번에 죽여버릴 거야!”...하현이 인도인과의 전쟁을 선포하던 그때, 성산 기슭에 있는 용문 본부에는 용문 고위층들이 모두 집합했다.“이 싸움에는 도저히 응할 수 없습니다.”“이번 싸움은 인도인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온 거라 우리가 이길 가능성이 그리 크지 않습니다!”“이미 다 조사해 봤어요. 전에 인도인과 맞붙은 도 대회 경쟁자들은 모두 기도 쓰지 못하고 패했어요.”“우리 쪽에서 아직 나서지 않은 사람은 신임 집법당 당주와 이름이 같은 하현이라는 젊은이입니다!”“시험을 주관하는 구양연에게 몇 번이나 그에 대해 물었지만 구양연조차도 하현의 실력이 무적이라고는 감히 말하지 못했어요!”“게다가 그가 무적이라고 해도 혼자서 어떻게 기세등등한 인도인들을 상대할 수 있겠습니까?”“인도인들은 이번 싸움을 위해 오랜 세월 동안 쌓아온 가산을 다 털었어요.”“우리 용문에서 선출한 실력자가 다른 나라 실력자에게 무참히
”부문주님,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이때 엄숙한 기색이 역력한 한 장로가 일어나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우리가 이렇게 하는 게 비겁하게 현실을 도피하는 것과 뭐가 다릅니까?”“우리가 정말 이렇게 한다면 우리 용문은 대하의 웃음거리가 될 것이 뻔합니다. 그러면 앞으로 어떻게 조직을 통솔할 수 있겠습니까?”“우리 용문은 예로부터 외적과의 싸움에서 최일선에 섰다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이 시점에서 우리가 물러서면 앞으로 어떻게 조국 선열에게 당당히 얼굴을 내밀겠습니까?”“구양연! 당신은 무성지회 부지회장에 불과합니다. 다만 현재 남아 있는 도전자가 무성지회 사람이기 때문에 오늘 이 회의에 참석할 자격이 있었던 겁니다!”“그런데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부문주의 판단을 문제 삼는 겁니까?”그때 장로 한 사람이 탁자를 세게 치며 기세등등하게 입을 열었다.“그리고 말끝마다 비겁하네 현실을 도피하네 하는데 그러다 혹시라도 지면 어떻게 할 겁니까?”“그 일은 누가 책임질 거냐고요?”“당신이 책임질 겁니까?”“당신이 무슨 자격이 있다구요?”구양연은 차가운 눈빛으로 장로를 바라보며 말했다.“만일 진다면 우리 용문은 비록 체면이 깎일 수도 있고 우리 용문대회가 사람들의 조롱거리로 전락할 수도 있겠죠.”“하지만 적어도 우리는 초심을 거스르지는 않은 겁니다!”“적어도 우리 용문에는 어려움을 직시할 용기가 있다는 것이 증명되는 거죠!”“지더라도 우리가 분발해서 다음에는 이기면 됩니다!”“그런데 우리가 싸우지도 않고 항복한다면 인도의 사기가 치솟을 것은 물론이고 우리 대하 사람들은 하늘 아래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게 될 겁니다!”“여러분, 시대가 바뀌었습니다. 우리가 위험을 보고도 모른 척하는 사람들이었습니까?”“우리 대하는 위험에 싸워 세계 민족 속에서 우뚝 일어섰습니다.”“지금 우리는 강대한 대국이 되었고 반만년 역사와 드넓은 땅, 게다가 물자도 풍부하고 인재는 넘쳐납니다!”“이런 우리가 어떻게 상황을
”구양연 부지회장, 똑똑히 들어!”“지금 우리 용문이 싸우지 않는다고 해서 앞으로도 싸우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야! 단지 오늘 잠시 소나기를 피하는 것뿐이야!”“다음 용문대회에서 우리 실력자가 충분히 인도인을 제압할 수 있을 때 손을 써도 늦지 않아.”“주먹으로만 생각할 게 아니라 머리로 더 신중하게 생각해야 하는 시대야.”“당신이 알아야 할 것은 노력하는 자는 하늘이 절대 저버리지 않는다는 거야. 와신상담하다 보면 개구리도 뱀을 삼킬 수가 있는 거야!”“월나라의 구천이 혈기와 용기만 따졌다면 오나라를 물리치지 못했을 거야, 안 그래?”“당시 한신이 무너지는 굴욕조차 감당하지 못했다면 훗날의 승리가 어떻게 가능했겠어?”“그러니 지금 상황과 시류를 고려해 볼 때 이번에 우리는 조용히 이 도전을 피해야 한다고!”“지금 우리가 좀 억울하고 분하다고 그게 뭐 대수야?”“기껏해야 우리 같은 사람들 체면이나 살짝 구기는 거지 뭐. 석고대죄하라고 하면 나가서 사람들한테 하면 되지!”“하지만 싸움을 해서 정말로 진다면 우리는 목숨을 바쳐도 이 손실을 만회할 방법이 없어.”구양연이 깊은숨을 들이쉬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부문주님, 우리 모두 무학을 수련하는 사람들로서 결과보다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싸우지 않고 피하는 것은 우리 장로들의 체면이 깎이는 일일 뿐만 아니라 젊은 세대의 기상을 꺾어 놓는 일입니다.”“그 후폭풍은 상상 이상일 것입니다!”구양연의 말을 듣고 몇몇 장로들이 잠시 서로의 눈을 마주친 후 작은 소리로 말했다.“부문주님, 구양연의 말이 틀린 건 아닌 듯싶습니다.”“젊은 세대들이 행동에 나서게 놔둔다면 그들이 패한 후에도 부끄러움을 절실히 깨닫고 다시 용감해질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요?”이들의 말을 듣고 사람들은 버럭 성을 냈다.“부끄러움을 깨달아야 다시 용감해질 수 있다고?!”“우리 용문 전체의 체면을 걸고 일부 소수 젊은 세대들에게 깨우침을 주자는 겁니까?”“그건 당
”싸우지 않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겁니다!”천 장로는 한숨을 크게 쉬며 안타까운 듯 고개를 떨구었다.용문의 실력자가 인도인보다 실력이 아직 많이 모자라다는 걸 인정해야 하는 것만큼 괴로운 일이 있으랴.천 장로는 무슨 말을 하려다가 손엄명을 보고 잠시 눈살을 찌푸린 후 눈을 가늘게 뜨고 구양연을 바라보았다.“말해 보시오. 무성 지회의 그 하현이란 사람은 승산이 얼마나 되겠습니까?”“모릅니다. 하지만 그가 도 대회에 올 때까지 그를 상대할 자가 없었다는 것만 알고 있습니다.”“무성의 다른 실력자들과 비교했을 때 그의 실력은 압도적이었습니다!”“그의 실력으로는 인도인을 완전히 압도하지는 못하더라도 이기는 데는 별로 문제가 없을 거라고 봅니다.”“하현, 하현...”천 장로는 하현의 이름을 되뇌다가 갑자기 머릿속에서 뭔가 떠오른 화들짝 놀랐다.“생각났어요! 예전에 이대성이 하현과 내기를 해서 지는 바람에 국술당을 그에게 빼았겼지 않았어요?”“맞아요! 바로 그 사람이에요!”구양연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이 말을 들은 수많은 장로들의 표정이 한결 누그러졌다.이대성 같은 사람을 이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하현의 능력을 입증한 것일 뿐만 아니라 배짱도 두둑하고 사람을 상대하는 경험도 풍부하다는 걸 보여주었다.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이대성 같은 거물을 이길 수 있었겠는가?“일단 하현에 대한 자료를 보여주세요.”손엄명은 심호흡을 하고 탁자를 두들겼다.곧 누군가가 서류 뭉치를 들고 왔다.그 안에는 하현이 무성에서 반쯤 공개한 자신의 자료들이 있었다.다만 하현이 용문대회에 지원할 때 의도적으로 자신의 신분을 숨겼기 때문에 이 자료에서는 하현이 새로 부임한 집법당 당주라는 사실을 알 수 없었다.하지만 의도적으로 숨긴 자료이긴 해도 하현의 이력은 여전히 훌륭했다.“좋아, 아주 좋군!”손엄명은 자료를 몇 번 훑어본 뒤 말했다.“전에 무성 도 대회에서 무술 천재가 나타났다고 들었는데 알고 보니 이놈이었
손엄명뿐만 아니라 현장에 있던 장로들 모두가 아연실색했다.이렇게 제멋대로 날뛰다니!눈에 뵈는 것이 없나?물불 안 가리고 도전장을 내밀었다?!고위층 인사들이 논의를 끝마치지도 않았는데 젊은 놈이 함부로 혼자서 인도인을 상대하겠다고 도전장을 내밀었다고?이게 말이나 되는 소린가?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더니 이게 그 꼴인가?역시 실력에 자신 있다는 것인가?“쓸데없는 소리! 지금 뭐라고 했어? 하 씨 그 젊은이가 뭐 어쩌고 어째?”손엄명은 눈을 부라리며 불같이 화를 내었다.구양연 역시 눈꺼풀이 펄쩍거리며 놀랐다가 겨우 마음을 진정시키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부문주님, 하현의 뜻이 분명합니다!”“하현 혼자서 전부를 상대하겠다고?”“장난하는 거야?!”손엄명은 책상을 탁 내리치며 말했다.“이 무슨 장난 같은 소리야!”“이건 국가의 이름을 내걸고 하는 싸움이야!”“진정한 의미에서 우리 대하를 겨냥한 싸움이라고!”“하 씨 그놈은 이게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아이 소꿉장난하는 줄 알아?”“자기가 뭐라도 된다고 생각하는 거야 뭐야?”“자기가 했던 말을 감당이나 할 수 있겠어?”“개자식!”“이 미친놈!”손엄명은 화가 치밀어 올라서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지금 눈앞에 하현이 없었기에 망정이지 만약 하현이 눈앞에 서 있었다면 벌써 뺨이 벌게지도록 때려죽였을 것이다!“부문주!”“이제 와서 어떻게 했던 말을 도로 집어넣겠습니까?”“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구양연이 벌떡 일어서더니 의연한 눈빛으로 말을 이었다.“도 대회 우승자라면 누구나 인도인을 상대할 만합니다.”“우리 고위층 사람들이 겁을 먹고 용기를 내지 못한다면 나중에 나가서 사람들의 돌팔매질을 당할 겁니다!”“천 장로, 내가 건의하건대 내외 팔당 세 명과 하현이 한 팀을 이뤄 싸우게 합시다!”“인도인의 콧대를 납작하게 만들어야죠!”“국가의 체면을 지켜야 하지 않겠습니까?!”“선언합니다!”“인도인과
”나도 형 씨 가문 그룹에 들어가는 게 어렵다는 건 잘 알고 있죠. 그래서 우리가 이렇게 굽신거리며 여기 온 거잖아요!”우다금은 맡겨둔 물건을 찾으러 온 것처럼 아주 당당한 태도를 보였다.“희정아, 긴말하지 않겠어.”“너네 아홉 번째 집안은 곧 파산하겠지만 속담에도 그런 말이 있잖아? 부자가 망해도 3대는 먹고산다고.”“은아가 우리를 형 씨 가문에 다리를 좀 놔주면 되지! 잠시 인사한다고 안면을 트고 물 한 모금 마시는 건데 그게 그렇게 어려워?”우다금은 아주 노골적으로 의도를 드러내며 야릇한 미소를 지었다.“물론 너네가 혹시라도 그쪽에 신세지는 게 두려워서 우릴 도와주지 않겠다고 한다면...”“솔직하게 말해!”“난 그럼 친척들한테 가서 그대로 전할 테니까!”최희정과 설재석 두 사람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할 말을 잃었다.특히 최희정은 더욱 눈알이 휘둥그레졌다.재물을 탐하는 것 외에 그녀가 가장 중시하는 것이 바로 체면이었기 때문이다.그녀는 가방 하나를 사도 SNS에 올려 자랑하는 사람이었다.그런데 만약 자신이 우다금을 도와주지 않은 일이 사람들한테 알려진다면 앞으로 그녀는 어떻게 얼굴을 들고 다니겠는가?하지만 이 일은 어떤 방법으로도 도와줄 수가 없는 일이었다.그녀가 돕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 능력 밖의 일이라는 말이다.금정처럼 오래된 도시에 토박이들이 깊이 뿌리를 내린 곳의 은둔가 형 씨 가문은 금정 간 씨 가문이나 김 씨 가문과도 비견될 만한 존재였다.대구 정 씨 가문도 확실히 10대 최고 가문 중 하나이긴 했지만 문제는 설은아가 아홉 번째 집안이고 그것도 파산 직전 상태라는 것이다.이 상황에서 그녀가 형 씨 가문과 조금 친분이 있다고 해서 뭘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형 씨 가문 그룹에서 이 정도 알량한 친분 때문에 체면을 봐주며 뒷거래를 하겠는가?가능성이 너무나 희박하다는 건 알지만 체면 때문에 최희정은 천천히 설은아의 얼굴에 시선을 돌렸다.최희정은 설은아가 먼저 이 일을 승낙해
설은아와 가벼운 인사를 나눈 우다금의 시선은 계속해서 최희정에게로 향했고 결국 불쾌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저기 말이야. 내가 정말 어쩔 수 없어서 널 찾아왔지 뭐야!”“너도 알다시피 난 체면을 엄청 중시하는 사람이잖아!”“일이 없었으면 나도 이렇게 굽신거리며 찾아오지 않았을 거야!”“우리 소희가 보석 디자인을 배웠는데 아직 마음에 드는 직장을 못 잡았어.”“요즘 기업들은 정말 제대로 된 인재를 못 알아보는 거 같아.”“내가 마음먹고 그들한테 전화해서 우리 딸 진짜 인재다, 그러니 적어도 월급은 오백만 원은 되어야 하고 5성급 호텔에 해당하는 숙소와 전용차도 제공해야 한다고 했어!”“그런데 그 회사에서 우리 딸한테 삼백만 원밖에 못 주고 숙소도 다 함께 사는 기숙사형태로만 제공해 준다고 하잖아!”“아니 사람을 무시하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우다금은 말을 하면서도 분노가 치미는지 눈물까지 글썽이며 가슴을 쳤다.반면 우소희는 마지 자신과는 아무 상관도 없는 일이라는 듯 핸드폰만 만지작거리며 미동도 하지 않았다.최희정은 잠시 생각한 뒤 입을 열었다.“언니, 언니 마음은 이해해. 그러면 내가 은아랑 얘기해 볼 테니까 SL그룹에서 몇 달 일해 보는 건 어때?”“SL그룹?”우다금은 별로 마음에 내키지 않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너네 SL그룹에 자금줄이 끊겨서 몇 달째 월급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걸 내가 모를 줄 알아?”“내 딸이 거기 들어가서 뭐 공짜 일이라도 해 달라는 거야?”“도대체 뭐라고 하는 거야 지금?”“게다가 내 딸은 주얼리 디자인을 전공했어. 얼마나 고급진 전공인데!”“너네 SL그룹은 지금 파산 직전이나 마찬가지인데 어떻게 내 귀한 딸을 거기에 갖다 붙여?!”우다금은 언짢은 기색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우소희도 옆에서 끼어들었다.“맞아요. 내가 신분도 이렇게 높은데 어떻게 파산 직전의 회사에 들어갈 수 있겠어요? 절대 못 가요!”“SL그룹에 가면 아무런 공부도 안 되고 그냥저
보기만 해도 끔찍한 장면이 벌어졌다.담배를 입에 물고 있던 마동수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알이 휘둥그레졌다.그의 눈앞에서 마사영이 차 유리에 부딪혀 상처투성이가 된 것이다.이 광경을 본 뒤 마동수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 눈이 뒤집혔다.“개자식! 감히 내 후배를 이 꼴로 만들어! 그렇게 자신 있어? 뒷감당할 자신 있냐고?”마동수는 포효하며 눈에 보이는 것이 없는 괴물처럼 커다란 주먹을 움켜쥐었다.순간 하현의 손바닥이 마동수의 얼굴을 덮쳤다.‘퍽’하는 소리와 함께 거대한 마동수의 몸이 튕겨나가 트럭 좌석 위에 나가떨어졌다.그의 시야에는 하현의 매서운 표정만이 어른거렸다.“실력도 별로구만. 괜히 쓸데없는 말만 많은 놈이군.”하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티슈를 꺼내 손가락을 하나하나 닦았다.마동수는 눈앞의 상황이 도저히 믿기지가 않았다.자신이 주먹을 휘두르기도 전에 하현한테 먼저 일격을 당하다니!마사영도 이 광경을 보고 눈알이 튀어나올 듯했다.그녀는 헐떡거리며 몸을 일으켜 보려고 했지만 도저히 움직일 수가 없었다.하현은 냉담한 표정으로 핸드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사장님, 이리 와서 처리 좀 해주시죠.”...고명원이 사람을 데리고 와서 현장을 처리하는 동안 하현은 설은아를 데리고 근처 병원으로 향했다.설은아의 부상은 경미했지만 심적으로 많이 놀란 상태였다.그래서 링거를 맞고 있는 설은아에게 하현은 상대 운전자가 졸음운전을 해서 사고가 난 거라고 둘러댔다.상대 운전자가 전적으로 책임지고 차를 수리해 주기로 했고 수천만 원의 의료비도 배상한다고 덧붙였다.설은아는 하현의 말을 의심하지 않았고 자신의 몸에 별 이상이 없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병원을 떠났다.다만 가족들에게는 교통사고에 대해 말하지 말라고 하현에게 당부했다.가족들에게 쓸데없는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하현은 아무 말 없이 온화한 미소를 보이며 택시를 잡아타고 그녀와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오
”그러니 내가 지금 당신을 찾아와 따지는 게 지나친 일은 아니지, 안 그래?”마동수는 당연한 듯 입을 열었다.하현은 그의 이름을 듣고 어딘가 좀 익숙하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순간 얼마 전 엄도훈이 자신에게 한 얘기가 떠올랐다.“당신 둘은 무학의 성지인 서남 천문채에서 내쫓긴 그 마동수와 마사영이지?”“내 기억이 맞다면 서남 천문채는 당신들에게 엄청난 현상금을 걸었다던데.”이전에 엄도훈은 이 두 사람이 치명적인 권법을 터득하기 위해 동료 몇 명을 죽이는 극악무도한 행동을 했다고 말했다.그래서 그들은 서남 천문채에서 제명되고 급기야 현상금이 붙은 채 쫓기는 신세가 된 것이다.하현은 고성양에게 이런 배경이 있을 줄은 몰랐다.게다가 고성양과 그의 모친은 곤경에서 벗어나자마자 사람을 시켜 이런 문제를 일으킬 줄은 더더욱 상상하지 못했다.설은아가 아직 차 안에 있다는 사실을 떠올린 하현은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정홍매와 고성양의 일은 나 때문에 일어난 일이지만 내 탓만을 할 수는 없잖아, 안 그래?”“언젠가는 드러날 일이었어.”“그러니 다른 방법으로 해결하는 게 어때?”“이를테면 내가 위자료의 의미로 당신에게 일억 정도 준다든가 말이지. 어때?”하현은 냉정을 유지하며 침착한 어조로 말했다.“미안하지만 내 아내와 아들은 당신이 죽길 원해.”“그들은 당신이 죽어야만 숨을 쉴 수가 있다고 말했어.”마동수의 얼굴에 음산한 웃음이 번졌다.“하지만 걱정하지 마. 당신이 떠나는 길, 외롭지 않게 해줄 테니까.”“난 이미 다 알아봤지.”“당신을 죽인 뒤 장인 장모 일가족을 죽이고 마지막으로 고명원을 죽일 거야!”“당신 여자는 며칠 있다가 죽일 거야.”“내 아들이 관심을 두고 있는 여자거든.”“며칠 편안하게 데리고 있다가 같이 보내줄게.”덤덤한 표정으로 일관했던 하현의 얼굴이 순식간에 차가워졌다.이곳은 금정이라 그는 가능한 한 몸을 낮추려고 했다.하지만 상대는 그에게 그럴 기회를 주지 않았다.
김나나가 뭐라고 반응하기도 전에 하현은 설은아의 손을 잡고 그 자리를 떠났다.도중에 설은아는 하현에게 무슨 말을 하려고 했으나 일이 이렇게 정리되었으니 더 이상 만류할 여지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입을 다물었다.차가 교외로 빠져나왔을 때 하현의 핸드폰이 갑자기 심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언뜻 눈을 들어보니 엄도훈이었다.전화를 받자마자 건너편에서 다급한 엄도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하현 형님! 큰일 났습니다!”하현은 눈꼬리를 살짝 치켜올리며 말했다.“큰일 날 게 뭐가 있어?”엄도훈은 못마땅한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고명원 그놈이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습니다.”“그는 고성양이 자신의 친아들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바로 그 모자를 죽이려고 했습니다!”“아주 날을 잡아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일 셈이었던가 봐요!”“그런데 오늘 아침에 정홍매와 고성양을 가두어 놓은 곳에 가 보니 이미 아무도 없었다는군요.”“정홍매와 고성양이 아주 사라졌어요!”“이 일은 형님과는 아무 상관이 없지만 어쨌든 폭로가 된다면...”점점 어조가 무거워진 엄도훈은 결국 말을 끝맺지 못했다.“정홍매 모자가 형님한테 폐를 끼칠까 봐 걱정스럽습니다.”하현은 엄도훈의 말을 듣고 고개를 가로저으며 나직한 목소리로 내뱉었다.“정말 쓸모없는 인간들이군!”정홍매와 고성양이 누군가에게 구출되었다면 그들의 실력이 아주 범상치 않다는 것을 뜻한다.자신을 찾아와 복수할 확률도 크다는 얘기다.자신에게 복수하는 것은 아무 상관없지만 문제는 설은아에게 손을 댄다면 조금 상황이 복잡해진다는 것이다.설은아는 옆에서 지켜보며 하현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이 아닌지 의아해하며 살짝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쾅!”바로 그때 뒤에서 갑자기 트럭 한 대가 무서운 속도로 돌진해 왔다.설은아는 놀라서 제대로 반응도 하지 못했는데 순간 그녀가 몰던 차의 속도가 증가하기는커녕 오히려 느려졌다.“조심해!”하현은 순간적으로 설은아의 몸을 덮친 뒤 핸
하현은 펄쩍펄쩍 뛰는 김나나를 보고 빙긋이 웃었다.“그런 말을 하면 체면이 덜 깎일 것 같아서 그래?”하현의 말을 들은 설은아는 가슴이 철렁해서 급하게 그의 곁으로 다가와 손을 잡아당겼다.“하현, 그만하면 됐어. 그 정도로 해. 나나는 어쨌든 내 친구야.”“김나나, 너도 내 말 좀 들어봐. 이제 그만 하현에게 사과하고 이 일은 그냥 넘어가면 안 돼?”그녀는 하현이 이런 식으로 김나나를 몰아붙이는 건 결국 문제를 더 크게 만든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녀의 호의가 김나나의 눈에는 하현을 비호하려는 의도로 보였다.김나나는 콧대를 한껏 치켜세우며 차갑게 말했다.“설은아, 이 쓰레기한테 사과하라고? 너 머리에 물 들어갔어?”“사과를 하라니?”“그건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야!”김나나의 말에 주위에 있던 예쁜 여직원들이 피식피식 웃음을 터뜨렸다.다들 하현을 무시하는 기색이 역력했다.하현이 너무 잘난 척한다고 생각한 것임이 틀림없다.하현은 김나나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고 눈을 가늘게 뜬 채 조 행장을 바라보며 옅은 미소를 보였다.“조 행장님은 끝까지 내 말을 무시할 생각인가 봅니다.”“강남에 있는 천일그룹은 멀리 떨어져 있어서 금정까지 손을 뻗칠 수 없는 건 사실이죠.”“영향력이 부족할 수 있죠.”조 행장도 이에 맞장구를 쳤다.“확실히 영향력은 떨어지죠.”“그럼 이러면 어떻습니까? 이래도 부족합니까?”하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명함 한 장을 꺼내 조 행장 앞에 툭 내던졌다.금정 제일 풍수지리사, 장천중.조 행장의 얼굴빛에 살짝 균열이 생겼다.“이래도 부족하냐고 물었습니다.”“조 행장님, 뒷배가 아주 든든한가 봅니다.”하현은 마지막 명함을 꺼내 조 행장의 눈앞에 철썩 내리쳤다.보는 것만으로도 간담이 서늘할 그 이름, 간민효라는 석 자가 명함에 박혀 있었다.이를 본 순간 조 행장은 온몸을 부르르 떨며 휘청거리기까지 했다.그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
다만 그녀는 이를 악물고 버티면서도 조 행장의 표정을 보고 사과하지 않으면 상황이 곤란해진다는 걸 알게 되었다.“미안해.”“미안하다고?”하현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날 조롱하고 모욕했으며 내 아내를 불러서 내 체면을 뭉개버리려고 했지.”“지금 와서 마지못해 사과하면 모든 것이 다 없던 일로 될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정말로 사과 한마디로 해결될 것 같냐고?”김나나는 눈썹을 잔뜩 찌푸리며 차갑게 내뱉었다.“하현! 설령 이 돈이 당신 계좌에 있다고 해도 결국 빌린 돈일 뿐이잖아!”“돈을 빌린 것뿐이야! 결국 갚아야 되는 돈이라고! 알기나 해!”“자기가 정말로 뭐 거물이라도 된 줄 아는 모양이지?!”“적당히 해!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고 날뛰는 꼴이라니!”설은아는 잠시 망설이다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하현, 됐어. 이건 오해였어.”“나나는 김 씨 가문 사람이니까 화해한 걸로 치고 좋게 생각해.”“김 씨 가문 사람?”하현은 헛웃음을 지었다.“김 씨 가문이든, 간 씨 가문이든 내 앞에서 함부로 행동할 자격은 없어!”그는 말을 하면서 조 행장을 쳐다보았다.“조 행장님. 제가 기회를 드렸는데도 당신들은 잘못을 진심으로 인정하지 않는군요.”“그렇다면 다시 한번 선택의 기회를 드리죠.”“지금 이 자리 당신이 꺼지든지, 아니면 저 여자가 꺼지든지.”“결정하시죠!”김나나는 죽일 듯이 하현을 노려보았다.“당신 뭐 잘못 먹었어?”“정말 당신이 뭐 대단한 거물이라도 된 줄 알아?”“내가 꺼지든지, 아니면 행장님이 꺼지든지 하라고?!”“허! 드라마는 아주 많이 본 모양이지! 어디서 갑질 회장님 흉내를 내려고 해?!”설은아는 의아한 표정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이 천일그룹을 이용해 이들을 밀어붙이겠다고 마음만 먹으면 전화 한 통으로 끝날 일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조 행장은 천일그룹을 경외시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마냥 두려운 대상은 아니었다.어쨌든 천일그
”뭐라구요?”김나나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안색이 말할 수 없이 일그러졌다.“행장님, 뭔가 잘못 알고 계신 거 아니에요?”“우리가 알고 있는 그 천일그룹이 하현한테 이천억을 보냈다구요?”“그럴 리가요?”“말도 안 돼요!”조 행장은 싸늘해진 얼굴빛으로 차갑게 입을 열었다.“하현 이 사람은 당당한 풍채에 실력까지 갖춘 사람으로 보입니다. 그러니 천일그룹 회장님도 믿고 돈을 보낸 거겠죠!”“하 세자가 하현에게 이천억을 빌려준 건 절차상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말도 안 돼요!”김나나가 버럭 화를 냈다.“데릴사위이자 여자한테 빌붙어 벌어먹는 놈이 어떻게 천일그룹 하 세자와 인연이 있겠어요?”“아니에요! 절대 아니에요!”김나나는 하현이 블랙골드 카드의 소유자에 그렇게 많은 돈을 가진 사람이라는 사실을 절대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조 행장님, 다시 한번 전화해서 분명하게 물어보세요. 뭔가 착오가 있을 거예요!”설은아는 의아한 표정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이 신분이 상당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자신에게 여전히 뭔가 숨기는 게 있는 것 같았다.게다가 하현이 이천억을 준비했다니!설은아는 자신을 향한 그의 마음을 알게 되었다.“김나나, 하현과 천일그룹의 하 세자는 몇 번 만난 적이 있어.”“게다가 하 세자를 도와주었으니 그가 이 사람한테 돈을 빌려주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야.”“됐어! 설은아, 이 쓰레기 같은 남자 두둔하려고 애쓰지 마. 하현이 무슨 속셈으로 이러는지 모르겠어?”김나나는 아예 믿으려 하지 않았다.“하 세자가 누구야? 강남에서 손꼽히는 거물인데 그가 못할 일이 뭐 있겠어?”“하현같이 쓸데없는 인물이 하 세자한테 무슨 도움이 되겠어? 무슨 애들 장난도 아니고!”말을 마치자마자 김나나는 진지하고 엄정한 얼굴로 조 행장을 쳐다보았다.“행장님, 다시 한번만 더 확인해 보세요.”“정말 이 쓰레기 같은 남자가 이천억을 받은 게 맞다면 우리가 모든 책임을 떠안을게요!”
김나나는 하현이 가지고 있던 블랙골드 카드의 발행연도가 몇 년 전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설마 데릴사위가 신분을 숨긴 거물인 건가?그러자 김나나는 자신도 모르게 온몸을 벌벌 떨다가 이내 정신을 다잡았다.대단한 거물이 뭐 하러 남의 집 데릴사위를 해?말도 안 되지!김나나는 실상을 다 알고 있다는 듯 매서운 눈초리로 하현을 노려보았다.“알겠어. 분명 몇 년 전에 어디서 돈을 훔친 거야. 틀림없어!”“사건이 탄로 날까 봐 몇 년 동안 쓰지도 못하고 감춰둔 거고.”“이제 모든 것이 잠잠해지자 움직일 준비를 한 거지!”“정말 음흉하고 간교한 놈이야!”김나나는 비아냥거리는 태도로 일관하며 말을 이었다.“그런데 왜 이렇게 어리석었을까?”“블랙골드 카드에서 돈을 출금하게 되면 은행은 그 돈의 출처를 조회한다는 사실은 몰랐던 모양이지?”“당신이 그 돈을 함부로 썼다가는 아주 끝장나는 거야!”“이 정도면 감옥에 처넣기 충분해!”설은아는 무심결에 하현에게 시선을 휙 돌렸다.“하현, 이게 도대체...”하현은 설은아를 보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며칠 전 밥을 먹다가 정 씨 가문 아홉 번째 집안이 자금난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어. 그래서 부랴부랴 돈을 좀 준비해 두라고 했어. 오늘 그 돈이 잘 입금되었는지 확인하러 온 거야.”“이 안에 이천억이 들어 있으니 당신이 겪고 있는 자금난은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을 거야.”하현은 이 일을 설은아에게 선뜻 말하기 어려워 일부러 잠자코 있었던 것이다.기회를 봐서 말하려고 했는데 결국 이런 자리에서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게 되었다.“은아의 자금난을 해결해?”“이천억을 단번에 준비했다고?”김나나는 코웃음을 쳤다.“당신 같은 데릴사위가 이천억을 어떻게 마련할 수 있어? 지금 드라마 찍는 줄 알아?”“당신 바보야? 아님 우리를 바보로 아는 거야?”이때 조 행장은 충격에 휩싸인 얼굴로 말했다.“어제 이천억이 우리 은행에서 발행된 블랙골드 카드에 입금된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