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 죽어! 죽으란 말이야!”탁심설의 동작은 점점 더 빨라졌고 필사적으로 목소리를 높여 소리쳤다.그녀의 양손에 든 장검은 하현을 산 채로 베어버리려는 듯 교활한 발톱을 날카롭게 드러내고 있었다.하현은 여전히 무덤덤한 표정으로 탁심설의 무시무시한 공격을 모두 방어했다.하현을 포위하고 있던 용 씨 가문 정예들은 넋이 나갈 지경이었다.탁심설이 전당의 선임을 맡은 만큼 얼마나 실력이 출중한지 모두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그런데 이 상황에서 하 씨 이 자식이 어떻게 이렇게 멀쩡한 몸으로 방어할 수 있는가?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이를 지켜보던 용천진의 얼굴도 점점 더 굳어져 갔다.그는 이미 하현을 매우 높이 평가하고 있었기 때문에 오늘 이 자리를 위해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었다.만약 이렇게 했는데도 하현을 어떻게 할 수 없다면 앞으로 일이 아주 번거로워질 것임이 틀림없다!용천진이 눈살을 찌푸리기 시작하자 탁심설은 거의 모든 에너지를 쏟아 자신의 칼날에 하현의 목을 걷어올리고자 애썼다.“퍽!”모두가 탁심설의 승리가 확실하다고 생각했던 그 순간 둔탁한 소리가 장내를 울렸다.순간 번쩍이던 장내의 칼날은 사라지고 정적이 흘렀다.잠시 후 탁심설은 끙끙거리는 소리를 내며 마치 실이 끊어진 연처럼 풀썩 땅에 쓰러졌다.땅바닥에 쓰러지며 그녀는 입에서 왈칵 피를 뿜었다.완전히 만신창이가 된 것이다!용문 전당의 선임인 탁심설이!그렇게 강인했던 탁심설이!뜻밖에도 하현의 주먹에 고개를 떨구고 만 것인가?!이 장면을 본 많은 용 씨 가문 고수들은 그대로 굳어져 얼음이 되었다.용천진의 여자들도 모두 눈앞의 장면에 할 말을 잃고 넋이 나가 버렸다.사청인조차도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등골이 오싹한 느낌에 압도당해 버렸다.하현 같은 무적의 존재가 무성에 나타난 것은 정말 처음이었다.“용천진, 당신이 준비한 사람, 이제 못쓰게 된 것 같은데.”하현은 손바닥을 툭툭 털며 탁자 위의 휴지를
”어때? 하현, 이제 더는 꼼짝 못 하겠지? 아니면 내 솜씨 한 번 구경해 볼 테야?”용천진은 어두워진 표정으로 말했다.“내가 당신을 죽일 수 있는 충분한 병력들을 준비해 두었다는 걸 명심해야 할 거야!”“맞아. 당신은 사람도 많고 실력도 좋아.”하현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하지만 난 이미 당신이 날 죽이려고 이 자리를 마련했다는 걸 짐작했었어. 용천진 당신은 내가 정말 혈혈단신으로 당신이 초대한 이 자리에 왔다고 생각해?”하현의 말을 들은 용천진은 약간 어리둥절해하다가 사청인을 매섭게 쏘아보며 말했다.“일을 성사시키기는커녕 오히려 망치려 들어? 이 쓸모없는 것!”“퍽!”그때 누군가가 일월루의 대문을 발로 뻥 걷어차고 들어왔다.무도복을 입고 마스크를 쓴 남녀가 길게 행렬을 지어 몰려들었다.이 사람들의 손에는 장검이 들려 있었고 표정은 하나같이 찬바람이 불었다.군중 앞에 앞장서고 있는 사람은 진주희였다.그들은 빠르게 흩어져서 하현 주변으로 방어선을 이루며 막아섰고 용 씨 집안 고수들과 대치하기 시작했다.장내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용문 집법당 사람들이야?”“진주희?”이 광경을 보고 용천진은 냉소를 흘렸다.“진주희, 뭘 잘못 알고 온 거 아니야?!”“내가 누군지 잊었어?”“또 집법당 사람들을 데리고 와서 무슨 행패를 부리려고 하는 거야? 내가 정말 만만하게 보여?”“나도 오고 싶지 않았죠.”진주희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그런데 용천진 당신은 공권력을 사적으로 남용하고 용문 사람들을 동원해 용 씨 가문의 일을 처리하려고 했습니다.”“집법당의 부당주로서 어떻게 이 일을 가만 보고 있겠습니까? 내가 어떻게 당주에게 떳떳이 고개를 들 수 있겠냐고요?”“당주?”용천진이 피식하고 냉소를 흘렸다.“내가 비록 당신이 말하는 그 당주가 누군지 모르지만 말이야. 지금 그 말을 듣고 보니 잊었던 게 생각나는군.”“그동안 깜빡 잊고 있었는데 마침 잘 됐어!”말을
하현이 일어서자 진주희는 그의 존재를 의식한 듯 반보 뒤로 물러서며 그와 어깨를 나란히 하지 않았다.이 모습은 용천진을 적잖이 당황스럽게 만들었다.사청인도 용천진과 마찬가지로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순간 설마 하는 생각이 그들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하현은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내가 바로 용문 집법당의 당주야.”이 말을 들은 집법당 제자들은 모두 손에 칼을 든 채 엄중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당주님, 인사 올립니다!”“당주님, 인사받으십시오!”하현을 부르는 소리가 하늘과 땅을 울리며 장내를 휩쓸었다.용천진의 표정은 순식간에 굳어졌고 그를 따르던 여자들도 모두 넋이 나간 표정이 되었다.“하현이 당주라고?!”용천진에게서 하현이 보통 거물이 아닐 거라는 얘기를 귀띔으로 들은 사청인조차도 하현이 용문 집법당 당주라는 말에 어안이 벙벙했다.아무리 돌이켜 생각해 보아도 하현이 당주일 거라고는 상상이 되지 않았다!“하현이 당주라고?”“용문의 새로운 집법당 당주는 젊고 의기양양하고 실력이 출중하여 용문의 신임을 한몸에 받는다고 하던데 설마 그 사람이 바로 이 사람?”“그럴 리가?! 하 씨 성을 가진 이놈은 아무리 보아도 당주 같아 보이지 않는데!”“하지만 만약 그가 당주가 아니라면 진주희가 뭐 하러 이렇게 공손할 필요가 있겠어?”집법당 자제들이 두 손을 모으고 공손한 자세를 취하자 용천진이 데려온 용 씨 가문 고수들은 하나같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용 씨 가문과 용문은 막역한 관계다.많은 용 씨 가문 고수들은 사실 용문에서 나왔다.만약 눈앞의 이 사람이 정말 용문 집법당의 당주라면 그들이 그에게 맞서는 것은 그야말로 하극상, 대역무도한 죄를 짓는 것이었다.화려하게 치장한 용천진의 여자들은 모두 죽일 듯 하현을 노려보았다.땅바닥에서 일어서려고 발버둥치던 탁심설은 온몸이 더욱 뻣뻣해지고 다리가 후들거려 무슨 말을 하려고 해도 도무지 입을 뗄 수가 없었다.왜냐하면 용문
곧이어 바깥에서 우레와 같은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소리만 들어도 용천진 쪽보다 훨씬 많은 인원이 움직이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자칫하다간 오늘 밤 이곳이 피의 강을 이룰 수도 있을 것 같은 긴장감이 감돌았다!하현의 말을 들은 용천진의 한 측근은 앞으로 한걸음 나서며 소리쳤다.“하 씨! 설령 당신이 정말로 용문 집법당 당주라고 해도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용 씨 가문 도련님을 벌할 거야?”“용문은 용문이고 용 씨 가문은 용 씨 가문인데. 용문 집법당에서 집행하는 법을 어찌 용 씨 가문 사람한테 적용할 수 있느냔 말이야?!”이 측근의 말에 감정에 복받친 용 씨 가문 사람들이 덩달아 한 소리씩 덧붙였다.이론대로라면 집법당 당주인 하현은 용천진을 체포할 자격이 없다.동시에 몇몇 측근들은 맹렬하게 손짓을 했고 갑자기 높은 곳에 있던 궁수와 저격수가 머리를 내밀고 총구를 아래로 겨누었다.그들은 여차하면 무기를 앞세워 싸울 태세였다.“용문의 법으로는 용 씨 가문 사람들을 벌할 수 없지.”하현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입을 열자 장내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어리둥절해졌다.“다만 용천진은 용문 내외 팔당과 서른여섯 개 용문 지회의 지지를 받고 있는 인물이야!”“용문의 자원을 썼고 용문을 등에 업고 권력을 휘둘렀어.”“어떻게 보면 반쪽짜리 용문의 고위층인 셈이지, 안 그래?”“그런데 중요한 순간에는 용문의 법망에서 교묘하게 빠져나가려고 해?”“지금 나랑 장난하는 거야?”하현의 말에 떠들썩했던 장내가 조용히 가라앉았다.많은 사람들은 하현의 말을 듣고 어떻게 반박해야 할지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았다.하현의 말이 전적으로 맞았기 때문이다.용천진은 용문의 많은 자원을 이용했으니 반쪽짜리 용문 고위층이라고 할 만했다.그가 용문의 자원을 이용했다면 당연히 용문의 법으로 그를 구속할 수 있다.“하현, 천만 번을 말해도 변함없어! 난 정식으로 한 번도 용문에 가입하지 않았어!”용천진은 싸늘한 표정으로 일어섰다.“용문
”솨솩!”용천진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하현은 한 발짝 앞으로 나와 우뚝 섰다.그의 동작에는 언짢은 기운이 가득했다.사실상 화가 극에 달한 상태였다.그는 눈 깜짝할 사이에 용천진 앞으로 다가왔다.용천진의 최측근들과 부하들이 제지할 틈도 주지 않았다.“퍽!”하현은 손바닥을 내던지듯 후려쳤다.저항하려던 용천진은 장내가 떠나갈 듯 비명을 질렀고 시뻘건 피가 하늘로 솟구쳐올랐다.쾅 하는 소리와 함께 용천진의 몸은 뒤에 있던 큰 기둥에 부딪히고 말았다.쓰러진 용천진은 일어서려고 발버둥을 쳤지만 차가운 손이 그의 숨통을 조이고 있었다.“퍽!”하현은 손바닥을 뒤로 힘껏 뺐다가 그대로 용천진의 얼굴에 가격해 기절한 용천진을 깨웠다.“용천진, 이러면 재미없지.”“사람이 봐줄 땐 넙죽하고 받아들여야지. 당신은 매번 이렇게 버티다가 결국 내가 손을 쓰게 만들다니! 정말 피곤해!”“용천진, 마지막으로 묻겠어...”“어떤 선택을 할 거야?”세상이 무너진 듯한 고요한 적막이 흘렀다.이럴 수가?!어떻게 이런 일이?!용천진이었다.그는 무도의 고수였다!비록 전신은 아니었지만 평소에 그 누구도 함부로 그에게 덤비지 못했다.그런데 하현 앞에서 그는 아무런 반격도 하지 못했다.방금 용천진이 땅바닥에서 일어서려고 몸부림을 쳤지만 그 모습이 얼마나 처량한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그를 따르던 여자들은 하나같이 겁에 질려 땅에 주저앉아 누군가의 도움을 청하며 벌벌 떨고 있었다.그녀들의 마음속에 큰 산이 무너진 거나 다름없었다.용천진은 항상 백전백승의 존재였는데 어떻게 이런 꼴을 당할 수가 있는가?용천진은 사색이 된 얼굴로 하현을 노려보았다.잠시 후 그는 고통스러운 기침을 몇 번 한 뒤 천천히 입을 열었다.“생각지도 못했어. 완전히 생각지도 못했다구!”“나 용천진도 반평생 전장에서 있었던 셈인데 어떻게 무성 용 씨 가문 노부인의 신임이 두터운 용천두 한 사람을 누를 수 없단 말이야?!”“난 심
용 씨 가문 유력 후계자 세 명 중 용천진은 자부심이 강했고 용천오는 오만했다.어쨌든 두 사람은 무대 앞으로 나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걸 무척이나 좋아하는 인물이었다.하지만 두 사람과는 달리 어릴 때부터 용 씨 가문 노부인의 사랑을 한몸에 받아온 용천두는 항상 겸손하기 그지없었고 사람들 앞에 잘 나서지도 않았다.세상 사람들은 용 씨 가문에 세 명의 유력한 가문 후계자가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용천두가 도대체 어떻게 생겼는지 어떤 능력이 있는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하지만 몇 년 동안 용 씨 가문 용천두는 노부인이 그에게 준 모든 총애를 천천히 음미하며 소리도 없이 조용히 집안의 상황을 파악했다.게다가 그는 매우 침착했다.용천오가 만신창이가 되었을 때도 별로 힘이 실리지 않은 인물을 파견해 그저 상황을 탐색하기만 했다.무성상업연맹이 나락으로 떨어졌건 무성상업연맹의 자산을 누가 삼켰든 그는 전혀 손을 쓰지 않았다.그는 그림자도 없는 유령처럼 몸을 낮추었다.그런 그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사람들은 지금 그의 병력이 얼마나 강한지 용 씨 내부에서 얼마나 권위가 높은지 짐작할 수 있었다.그의 등장은 기세와 위세 면에서 이미 용천진과 용천오를 압도하고도 남았다.용천진은 얼굴을 드러낸 용천두를 보고 이상야릇한 미소를 띠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용천두, 결국 등판하셨군.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너무 늦게 왔어!”“늦지 않았죠.”용천두가 빙그레 웃었다.“형님께서는 용문 고위층의 절반 가까운 지지를 얻고 계시고 병력도 아주 강하죠.”“형님이 이 모든 것을 잃었다는 걸 확실히 하기 전에 내가 어떻게 함부로 나타날 수 있겠어요?”“물론 내가 좀 늦은 건 사실이긴 하죠. 형님이 뺨을 맞고 날아가는 모습을 못 봐서 아쉽긴 하군요.”용천두는 거의 폐인이나 다름없는 모습이 된 용천진을 보기 전에 눈을 치켜올리며 하현을 쳐다보았다.“이 분이 그 당주이신가?”“이전에는 용천오를 짓밟아 뭉개버리더니 이젠 용천진을 완전
”물론 내가 알맹이만 먹고 당신한테 뼈다귀나 던져준다고 생각한다면 뭐 어쩔 수가 없지.”“하지만 난 당신이 똑똑한 사람이라고 믿어.”“충분히 이득을 본 마당에 우리 용 씨 가문과 끝까지 싸울 필요가 뭐 있겠어?”“어쨌든 우리 사이에는 죽기 살기로 싸울 아무 이유가 없잖아!”“더구나 용 씨 가문이 용문도 아니고 용문이 용 씨 가문도 아니지만 예로부터 우리 용 씨 가문 문주와 용문 문주가 같은 사람일 때가 많았어.”“하현 당신 설마 숲을 보지 않고 나무만 보려고 하는 건 아니지?”“우리 용 씨 가문과 끝까지 싸워야만 직성이 풀리겠어?”웃는 듯 마는 듯한 용천두의 표정은 부드러우면서도 사나운 발톱을 한껏 드러내고 있었다.분명 용천진, 용천오 두 사람에 비하면 용천두는 웃는 인상에 가까운 얼굴이었다.야누스의 두 얼굴처럼 다루기 어려운 인물일 뿐만 아니라 여간 교활하고 음흉한 사람이 아니었다.하현은 잠시 그를 가느다란 눈빛으로 바라보다가 마침내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당신 말이 일리가 있긴 하지.”“용천진을 당신한테 넘기지 못할 것도 없어.”“하지만 몇 가지 조건이 있어.”용천두는 희미한 미소를 떠올리며 말했다.“하현, 개의치 말고 말해 봐. 내가 할 수 있는 거라면 뭐든지 전력을 다해서 할 테니까!”“내 소유인 무성상업연맹 자산은 내일까지 인수인계를 마쳐야 해.”“문제없어!”용천두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하현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말을 이었다.“용천진을 심문한 결과 보고서를 나도 받아야겠어.”“그렇게 하지.”용천두는 주저하지 않고 승낙했다.하현은 용천두의 눈을 깊숙이 바라보다 뒤에 있는 사청인을 가리키며 천천히 말했다.“저 여자는 내가 데려가겠어.”“원하시는 대로!”하현의 조건에 대해 용천두는 미소를 지으며 조금도 개의치 않는 자세를 보였다.지금 그가 데리고 온 수백 명의 용병들이 없었다면 어디서 마음씨 좋은 사람이 왔나 보나 할 것 같은 부드러운 얼굴이었다.용천
하현이 말한 내용을 듣자 심성이 의연한 진주희도 뒤로 자빠질 듯 아연실색했다.용문대회는 주먹깨나 쓰는 사람들의 잔치였지만 용문의 각 단체와 관련된 지역의 대가들, 무학의 대가들까지 참여하는 큰 행사였다.각 지역에서 뽑힌 용문대회 우승자들은 젊은 세대 최고가 아니더라도 적어도 젊은 세대를 이끌어갈 5위 안에 드는 것이다.이런 실력자들이 정식으로 용문대회에 다 오지도 않았는데 이미 인도인에게 그 자리를 모두 매수당했다?이것은 용문 서른다섯 도 대회가 멀쩡히 서서 뒤통수를 맞은 셈이니 진주희가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진주희는 정신을 가다듬은 뒤 진중한 얼굴로 말했다.“하현, 지금 농담하시는 거 아니죠?”“어떻게 이런 일을 농담으로 할 수 있겠어?”하현은 심호흡을 하고 상황을 간략하게 설명했다.요즘 인도의 3대 요승 중 하나로 브라흐마 커크와 어깨를 나란히 했던 브라흐마 파만이 젊은 인도 고수들을 데리고 대하로 넘어왔다.하현을 직접 대면하길 꺼렸던 브라흐마 파만은 먼저 인도 젊은 고수들을 용문 대회 챔피언으로 훈련시키기로 결정한 것이다.그들은 지금 도전장을 내밀었을 뿐만 아니라 각종 무술의 소중한 자산들을 자신의 도구로 내걸었다.35개 도 대회 우승자 타이틀을 인도인들이 가져갔다.하현은 처음에 이런 현상이 개인적인 사안이라고만 여겼고 게다가 자신은 이들 인도인들을 쉽게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그래서 도전하라는 요구를 들어줬고 방송사와 공증인을 입회시키는 것도 허락했다.그 결과 인도 쪽은 이미 용문 대회의 각 도 대회에서 우승 후보들을 모두 물리쳤다.한 명도 죽은 사람은 없지만 모든 사람들이 전투력을 상실했다.몇몇 운이 나쁜 사람은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갈 처지가 되었다!어제 아침 브라흐마 파만은 인도 TV에 나와 팀을 이끌고 용문대회 서른다섯 도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고 발표했다.그들은 이제 마지막 챔피언 자리를 놓고 그들에게는 불경스러운 인물인 하현을 물리치기만 하면 되었다.그러면 그
응급실에 있던 원가령은 아직도 술에 취한 듯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그녀의 얼굴은 여전히 창백했다.원래 같았으면 벌써 위를 씻고 상처를 치료해야 했었지만 의료진은 그녀를 병상에 눕혀만 놓고 방치한 것이다.하현은 얼굴을 찡그리며 손을 뻗어 원가령의 위를 몇 번 누른 다음 그녀를 일으켜 세우고 하구봉에게 쓰레기통을 가져오라고 지시했다.원가령은 술을 모두 토한 뒤에야 비로소 조금은 편안해진 얼굴이 되었다.강옥연에게 응급실의 소독약으로 간단하게 원가령의 상처 부위만 소독한 뒤 휠체어를 구해 원가령을 실었다.그리고 하현 일행은 떠날 준비를 했다.이때 문밖에서 다급한 발자국 소리와 함께 남양 말로 뭔가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분명 경비원들이 들어오려고 하는 것이 틀림없었다.하현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하구봉에게 눈빛을 보냈고 하구봉은 지체 없이 한 걸음 내디디며 한 발로 세게 문을 걷어찼다.‘퍽'하는 소리와 함께 응급실 문이 벌컥 열렸다.예닐곱 명의 건장한 경비원이 뛰어들려다가 튕겨나가는 부일민과 부딪혀 난장판이 되었다.비슷한 시각 복도 끝 쪽에서는 기세등등한 모습으로 걸어오는 사람들이 있었다.어딘가 낯이 익어 보이는 여자가 맨 앞에 서 있었다.그녀는 몸매가 유려했고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를 뿜으며 걸어왔다.앳된 간호사 몇 명은 이 여자를 보자마자 자신도 모르게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이 중년 여자는 페낭 병원에서 제일 영향력이 센 원장, 여음채였기 때문이다.여음채는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위엄있는 목소리로 말했다.“누가 우리 병원에서 소란을 피워? 눈도 없어?”“원장님, 외지 사람들이 와서 억지를 부리고 있어요. 우리가 의술의 도리를 저버렸다고 하면서 사람을 때리고 응급실 문을 발로 차고 있어요.”“우리는 모두 들어가서 환자를 치료하려고 하는데 환자를 마음대로 데려가려고 합니다!”“이건 아주 우릴 무시하는 거죠!”넘어져 있던 부일민은 여음채를 보자마자 벌떡 일어나 하현 일행의 행동을 가리키며 고자질
부일민은 더욱 냉소적으로 말했다.“하지만 우리 앞에서 귀에 거슬리는 그런 말은 해도 되지만 이것만은 알고 가세요. 한번 지불한 돈은 환불되지 않아요.”“사람이야 얼마든 데려가도 되지만 보증금 천만 원은 돌려주지 않습니다!”“그럼 어서 물러가세요!”“여기서 방해하지 말구요!”의사의 오만방자한 말에 강옥연은 얼굴이 싸늘해졌다.“살리기는커녕 환불도 안 된다구요?!”“내가 당신들 고소할 거예요!”“고소?!”부일민은 여간호사 몇 명과 눈을 마주 보며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어떤 사람은 손거울을 꺼내 화장을 고치기 시작했고 어떤 사람은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강옥연이 고소라는 말을 꺼내도 그녀들은 전혀 안중에 두지 않는 게 분명했다.어차피 페낭 병원은 불만을 제기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고소? 그래 하세요!”부일민은 눈썹을 치켜세운 뒤 벽에 붙은 전화번호를 가리켰다.“국민신문고, 식약처, 경찰서, 등등, 전화번호들이 여기 다 있으니까!”“아무데나 전화해서 아무나 불러 보세요!”“사람을 불러서 날 고소해 보세요! 그럼 내가 당신들을 할아버지라고 부를게요!”“대하 촌놈들이 감히 우리 남양 땅에 와서 거드름을 피우며 위세를 부리고 있어?! 흥!”“당신들이 전화를 해 봤자 아무도 들어주지 않을 거예요!”부일민은 한껏 코웃음을 쳤다.그들은 이미 관광객들을 등쳐먹는 데 아주 익숙한 것 같았다.관광객이 신고해도 결국 팔이 안으로 굽는 법이었다.“당신들 제정신이에요!”강옥연은 눈을 부라렸다.이런 몰상식한 사람들은 정말이지 처음이었다.이때 하현이 앞으로 나와 강옥연의 어깨를 툭툭 치며 담담하게 말했다.“강옥연, 어쨌든 당신은 용문 사람인데 어떻게 기본적인 도리도 몰라?”“뭐라고?”강옥연이 살짝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도무지 하현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영문을 알 수 없었다.“어떤 사람들은 말로 하면 못 알아들어. 그냥 얼굴을 두들겨 맞아야 알아듣지.”
황천화 일행을 해결하고 하현은 강옥연에게 전화를 한 뒤 택시를 타고 페낭 병원으로 향했다.페낭 병원은 사립 병원으로 규모가 큰 편은 아니었지만 인테리어가 호화로웠다.거리마다 홍보 간판이 걸려 있는 병원다웠다.다만 의술은 아직 그에 미치지 못했고 보감 그룹 병원에 속하며 페낭 현지에서 평판이 별로 좋지 않았다.보통은 관광객을 속이고 사기를 쳐서 이익을 남기는 병원이었다.그리고 해외에서 온 관광객들은 이곳에서 사기를 당해도 신고할 길이 없어 결국 흐지부지될 수밖에 없었다.하현은 오는 길에 이런 정보들을 알게 되었다.강옥연도 현지인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병원에 가게 된 것을 그녀의 잘못만이라고 탓할 수가 없었다.하현과 하구봉은 곧바로 병원에 도착해 응급실 복도에서 강옥연을 찾았다.“하현.”하현이 나타난 것을 보고 강옥연은 급히 다가와 공손하게 인사를 건넸다.“상황은 어떻게 되어 가고 있어?”하현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물었다.“응급실에 들어가긴 했지만...”강옥연이 말끝을 흐렸다.하현은 얼굴을 찡그리며 응급실 문틈을 살짝 들여다보았다.대여섯 명의 환자가 병상에 누워 있었고 그중 두세 명은 외상을 입고 낮은 소리로 신음하고 있었다.그러나 응급실 안에는 의료진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내가 원가령을 데리고 왔을 때 의료진은 어떤 유명 연예인이 다쳐서 나간다고 했어.”“이곳의 한 인플루언서 스타가 영화를 찍다가 손가락을 다쳐서 급하게 응급실 의료진이 갔어!”“곧 돌아오겠다고 하면서 보증금 천만 원을 먼저 내라고 했어.”“그래서 보증금을 내고 30분째 이렇게 기다리고 있는데도 아직 아무도 안 와...”강옥연의 얼굴에 긴장감이 가득 드리워져 있었다.하현은 얼굴을 살짝 찌푸렸다.보감 그룹 산하 병원의 평판이 좋지 않다는 걸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그가 다른 의료진을 찾아보려고 하자 강옥연이 그를 멈춰 세우며 말했다.“하현, 내가 가서 재촉해 볼게.”강옥연은 혼자서 달려가더
”퍽!”하현이 뭐라고 입을 떼기도 전에 줄곧 무릎을 꿇고 있던 황천화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이신욱의 뺨을 그대로 날려버렸다.“개자식!”이신욱은 얼굴을 가리고 버둥거리며 일어섰다.“황천화, 감히 날 건드려?!”“죽고 싶어?!”“차칵!”황천화는 이신욱이 하는 말은 듣는 둥 마는 둥 곧바로 앞으로 나가 이신욱의 오른손을 움켜잡고 세게 꺾었다.이신욱은 죽자 살자 덤볐지만 황천화는 그렇지 않았다.페낭 무맹인으로서 감찰관이라는 직위의 무게를 잘 알고 있었다.이럴 때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 누구보다 꿰뚫고 있었다.“아!”이신욱은 처절한 비명을 지르며 몸부림쳤고 황천화는 그제야 단호하게 이신욱을 다시 한번 꺾었다.‘차칵'하는 소리가 끊이질 않았고 잠시 후 이신욱은 사지를 쓰지 못하고 땅바닥에 주저앉아 계속 경련을 일으켰다.그는 극심한 고통 때문에 화를 내고 싶어도 도무지 화를 낼 수가 없었다.오로지 땅바닥에 널브러져 돼지 멱따는 소리만 울부짖을 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사방팔방에서 화려한 옷차림의 남녀들, 부잣집 도련님들, 유명한 미녀들은 하나같이 정신이 혼미해졌다.머리카락이 쭈뼛 곤두서며 두려움이 온몸을 전율시켰다.이신욱이 소리쳐 반항을 한 끝에 결국 이 꼴이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말하자면 이신욱은 오늘 밤 하현을 세 번이나 공격한 것이다.그 결과는 처참한 자신의 몰골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털썩!”이신욱의 사지를 부러뜨린 후 황천화는 망설이지 않고 바로 바닥에 무릎을 꿇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하현, 오늘 밤 일어난 이 모든 일은 다 내 불찰이고 이신욱의 잘못이야. 난 이미 당신 뜻에 따라 이신욱의 사지를 부러뜨렸어.”“당신이 만족할지 모르겠지만 말이야.”하현은 무덤덤한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내가 한 말은 모든 사람들이 다 한 손씩은 부러뜨려야 한다는 거였어.”“당신은 말귀를 좀 알아듣는 것 같으니 왼손으로 하지.”황천화는 눈
”내 두 손을 자르라고?!”자신의 뒷배는 이미 무릎을 꿇었는데 하현이 자신의 두 손을 자르라는 말을 듣고 이신욱은 두려움도 잊고 어느새 숨겨 두었던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하현! 당신이 무슨 대표든 무슨 감찰관이든 난 상관하지 않아. 하지만 당신, 이것만은 똑똑히 알아야 할 거야! 나 이신욱!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아!”“난 남양 3대 가문 중 하나인 이 씨 가문 사람이야. 우리 이 씨 가문은 원 씨 가문과 운명을 같이 하는 집안이야!”“나한테 미움을 사고 해를 입히는 사람은 남양에서 수많은 적을 만드는 것과 같아!”“그리고 나 이신욱! 당신을 평생 기억할 거야!”“오늘 당신을 무릎 꿇리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언젠간 당신을 가루로 만들어 버리고 말 거야!”“1년 안에 당신을 무릎 꿇리지 못한다고 해서 5년, 10년 후에도 못하라는 법은 아니거든!”“지금 내 두 손을 끊는다면 절대 좋은 결말은 없을 거야! 두고 봐!”이신욱이 이를 갈며 하현에게 소리쳐 경고했다.감찰관이라는 하현의 신분이 무맹 사람들한테는 먹힐지 모르지만 이 씨 가문에는 하등의 위협도 되지 않는다는 걸 말한 것이다.호랑이 가죽을 뒤집어쓴다고 해도 하현은 외지인일 뿐인데 어떻게 남양에서 이 씨 가문의 끝없는 복수를 견뎌낼 수 있겠는가?이 씨 가문은 엄연히 남양 3대 가문의 하나다!황천화는 이를 듣고 자신도 모르게 소리쳤다.“이신욱!”“닥쳐!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닥치라고!”이신욱은 황천화의 말을 거칠게 끊었다.“내가 매년 당신한테 몇 억씩 갖다 바쳤던 이유는 이럴 때 나에게 힘이 되어 달라고 그랬던 거예요!”“그런데 어떻게 되었죠? 당신은 무릎을 꿇고 뺨을 맞기만 할 뿐 아무것도 못 하잖아요!”“당신 같은 사람 키워봐야 아무 소용이 없어요!”“앞으로 당신 같은 바보 등신 앞에서 누가 머리를 조아리며 공손히 굴겠어요?”“퉤! 당신한테 그럴 자격이 있어요?”이신욱은 황천화가 아무리 하현의 신분이 두렵더라도 무도 정신을 잃지 말
황천화는 입술을 파르르 떨며 말했다.“하현, 이건 너무 심하잖아...”“정말로 내가 당신을 두려워하는 줄 알아?”“잘 들어. 당신 신분이 가짜인지 진짜인지는 제쳐두고, 설령 진짜 감찰관이라고 해도...”애써 침착하며 여기까지 말하던 황천화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갑자기 하현의 주먹이 날아와 그의 얼굴을 ‘퍽'하고 쳤기 때문이다.황천화는 이번 문제가 커진다면 자신이 곤란한 상황에 직면할 뿐만 아니라 페낭 무맹도 같이 곤란해질 거라는 걸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남양 무맹 감찰관이 말이 쉽지 엄청난 자리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황천화가 뺨을 맞는 것을 보고 사람들은 정신이 혼미해져서 도저히 똑바로 서 있을 수가 없었다.그는 페낭 무맹에서 호령하는 사람이었고 이신욱을 도우러 온 것일 뿐이었다.그런데 결과는 어떻게 되었는가?몇 마디 말로 하현이라는 외지인 앞에 무릎을 꿇게 생긴 것이다!황천화가 무능한 것인가?아니면 하현이 대단한 것인가?하현은 황천화에게 다가가 오른손을 뻗어 그의 얼굴을 툭툭 치며 말했다.“황천화, 왜 갑자기 무릎을 꿇었지?”“무릎까지 꿇었는데 내가 어떻게 당신 얼굴을 때리겠어?”황천화는 눈가에 경련을 일으키며 더듬거리며 입을 열었다.“감찰관님께 뺨을 얻어맞게 되어 영광입니다.”“좋아, 그렇게 말하다니 소원을 들어줘야지.”하현은 조금도 사양하지 않고 오른손을 치켜들고 세차게 손바닥을 내리쳤다.“퍽!”“이건 당신이 제멋대로 날뛰고 무맹의 얼굴에 먹칠한 대가야!”“퍽!”“이건 약자를 괴롭히고 힘들게 한 대가야!” 하현은 하나하나 낱낱이 열거해 가며 황천화의 얼굴을 뒤흔들었다.비록 황천화도 고수 중의 고수였지만 하현이 뺨을 때릴 때는 아무런 저항도 분노도 표출하지 못하고 억지로 견뎠다.하현이 손바닥을 휘두를 때마다 황천화의 눈빛은 아프게 이리저리 흔들렸다.이 광경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눈빛이 점점 초점을 잃어갔다.페낭 무맹의 실력자가 무릎을 꿇고 다른
원청산?원 대표님?황천화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문득 그가 누군지 떠올랐다.이 사람은 남양 무맹의 대표이다.페낭 무맹의 맹주는 그를 보면 넙죽 엎드려야 한다.그런데 이 어른이 방금 뭐라고?하현이 남양에 있을 때는 남양의 감찰관 임무를 맡기겠다고?맹주를 감찰하고 만인을 순찰한다고?원청산의 말이니 하현이 대하무맹 대표가 된 것이 거짓은 아닐 것이다.대하무맹 대표가 되고 세계무맹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고 남양에서는 감찰관이라...순간 황천화는 갑자기 호흡이 가빠졌다.두 다리는 휘청거리기 시작했고 얼굴에 가득했던 거만한 표정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그 자리에 깊이를 알 수 없는 두려움이 채워졌다.그를 따르던 무맹의 고수들도 모두 손발이 얼얼하고 팔다리는 저릿저릿 아파서 서 있을 힘조차 없었다.다른 사람들은 이런 신분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모르지만 그들 무맹인들은 잘 알고 있었다.하현이 아주 높은 자리에 앉아 대표자로서 만인의 뜻을 전달하는 사람이 되었다.아무도 그의 말을 거스를 수 없다는 뜻이다.황천화 일행이 위세를 떨치다가 갑자기 전전긍긍하며 어쩔 줄을 모르자 이신욱은 속이 타서 참을 수가 없었다.“형님, 이런 놈한테 속으면 안 돼요!”“대표라니요? 감찰관이라니요?”“이놈이 능청스러운 연기로 우릴 속이려는 게 틀림없어요!”“저런 놈이 무슨 대표고 무슨 감찰관이랍니까? 형님은 분명히 알고 계시잖아요?”이신욱의 말을 듣고 주위의 많은 동료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에 동의했다.몇몇 아리따운 여자들은 화들짝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다시 조롱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감히 능청스럽게 연기를 하면서 황천화를 속이려고 하다니?“연기? 그래?”“내 연기가 아마 연기대상감인가 보지? 유명 배우 뺨칠 정도로 뛰어났던가 봐.”하현은 담담하게 웃으며 한 발짝 앞으로 나와 페낭 무맹 제자들 앞으로 가더니 사정없이 손바닥을 후려갈겼다.“퍽!”페낭 무맹 제자들은 비명을 지르며 얼굴을
당당하고 거침없는 황천화의 모습에 사람들은 가소롭다는 듯 하현을 비꼬아 보았다.다들 하현이 겁을 먹고 도망칠 거라고 생각했다.하현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황천화와 대적할 수야 있겠는가?그건 정말 목숨을 거는 짓이고 스스로 무덤을 파는 행위였다.하현은 손을 뻗어 제멋대로 입을 놀리는 황천화의 뺨을 후려치려고 했지만 갑자기 뒤에 있던 하구봉의 핸드폰이 심하게 진동하는 것을 느끼며 흠칫 뒤를 돌아보았다.순간 하구봉의 얼굴에 의아한 빛이 떠올랐다.이어 하구봉은 하현에게 공손히 다가가 조용히 말했다.“하현, 무성에서 온 전화야.”“대하무맹을 대표해 의견을 전달한다더군.”“방금 만진해 맹주의 강력한 추천으로 대하무맹에서 치열한 토론을 펼쳤어. 그래서 당신이 대하무맹 대표로 확정되었대!”“대하무맹을 대표해 세계 무맹에서 상임이사로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어!”“간단히 말해 앞으로 당신은 대하무맹의 대표로서 만진해 맹주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거야.”“만약 만진해 맹주가 물러난다면 당신은 그다음 맹주가 되는 거야.”말을 하는 동안 하구봉의 입술이 계속 떨리고 있었다.그도 이 엄청난 소식에 적잖이 놀란 것이 틀림없었다.그러면서 그는 핸드폰을 켜고 방금 메신저를 통해 온 메시지 한 장을 보여주었다.대하무맹?대표?세계 무맹의 거부권?한마디 한마디 융단 폭격과도 같은 엄청난 단어에 황천화는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하지만 그는 무의식적으로 하현이 자기 앞에서 허세를 부리고 있다고 생각했다.황천화가 불같이 화를 내려 했을 때 하현의 부하들이 일부러 이런 말을 꺼낸 것만 봐도 뻔한 가짜임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거짓말하지 마!”“세계 무맹이라니? 거부권이라니?”“그게 무슨 뜻인지 알기나 해?”“뻔한 거짓말로 위기를 모면할 수 있을 줄 알았어?”“순진하기는!”황천화는 심호흡을 한 뒤 냉소를 흘렸다.그도 무맹 사람이다.만약 대하무맹에서 하현이라는 대표가 나왔다면 어떻게 그가 모
”옳고 그름?”“잘잘못을 따지자는 거야?”“하여튼 약자들은 이런 허무맹랑한 것을 정말 중요하게 생각한단 말이지.”황천화는 두 손을 뒷짐진 채 앞으로 당당하게 발걸음을 옮겼다.걸음을 옮길 때마다 매서운 기운이 파장을 일으키며 사람들을 압도했다.“나 같은 강자들은 그런 걸 알 필요가 없지.”“난 말이야. 신분에 따라 편들지 이치에 따라 편들지 않아.”“내 후배가 사람을 죽이고 나쁜 짓을 했어도 그건 옳은 일이야.”“당신이 무수히 많은 도리를 가지고 법을 운운한다고 해도 내 후배를 건드린 당신은 나한테 여전히 나쁜 놈이야. 그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하지.”옆에 있던 이신욱은 황천화의 강력한 지지를 얻은 순간 없던 힘까지 솟아오르는 것 같아 큰소리로 선동하고 나섰다.“형님, 이 개자식이 방금 아주 큰소리를 쳤어요. 형님이 온다고 해도, 페낭 무맹 맹주가 온다고 해도 절대 자기를 건드릴 수 없다고요!”다른 부하들도 모두 입을 모아 말했다.“맞습니다. 이놈이 아주 기고만장하게 말했어요.”“날 무시하는 거야? 맹주를 무시해? 아님 우리 페낭 무맹을 무시하는 거야?”황천화는 ‘피식'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요즘 세상에 그런 얼빠진 놈이 있어?”“자기가 뭔지도 모르고 설치는 꼴이라니!”“무슨 자격으로 우리 동네에 와서 함부로 굴어!”“이봐, 당신 대하 사람이지?”“자자, 당신의 내력을 말해 봐. 당신이 5대 문벌 출신이라도 돼? 아니면 10대 가문 출신이야?”“분명히 말해 두겠는데, 당신이 그런 사람이라면 내가 체면을 봐 줘서 죽이지는 않겠어. 몸은 좀 상하게 하겠지만.”하현이 덤덤하게 말했다.“다 아니야.”“아니라고?”황천화가 입을 크게 벌리며 웃었다.“다 아니라면서 감히 페낭에 와서 위세를 떨치려는 거야? 정말 세상 물정 모르는 놈이군!”하현은 냉담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난 페낭이 법과 규율, 그리고 도리를 중시하는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황천화 당신을 보니 도리를 거론할 동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