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수년간 믿을 만한 무도관을 찾아다녔다는 말은 들었어요!”“하지만 이 국술당은 진짜 사기 집단이에요!”“여긴 안 오는 게 좋아요!”“국술당 일을 처리하는 대로 재능과 학식이 뛰어난 무도관을 소개해 드릴게요.”조삼석은 김일영의 신분을 잘 알고 있었다.방계이지만 무성 김 씨 가문의 지위로 봤을 때 조삼석을 제압하고도 남았다.김 씨 가문의 배후에는 무학의 성지인 황금궁이 있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요즘은 황금궁이 예전만은 못하다지만 아무리 그래도 무맹에서 작은 분대장에 불과한 조삼석이 무맹의 집사들도 아니고 황금궁을 상대로 함부로 할 수 있겠는가?“꺼져!”김일영의 표정은 매서웠고 말투는 서늘했다.“국술당은 우리 김 씨 가문이 책임지겠어!”“아니, 김일영. 이게 지금...”“퍽!”김일영은 조삼석이 늘어놓는 쓸데없는 말을 더는 듣기 싫어 직접 뺨을 날려 버렸다.“어서 여기서 썩 꺼져!”무맹 사람들도 하나같이 기세등등했지만 김일영의 목소리를 듣고 한편으로는 제 발이 저렸고 다른 한편으로는 김 씨 가문의 경호원들이 앞세우는 총부리를 무시할 수 없었다.이미 김 씨 가문 경호원들은 총의 안전장치를 풀고 있었다.양측이 맞붙은 지 불과 몇 초 지나지 않아 조삼석 일행은 모두 국술당에서 쫓겨났다.조삼석은 억울하기 짝이 없었지만 더 이상 소란을 피우지 못하고 얼굴만 비벼댔다.이미 몸이 완전히 회복된 김일영은 김 씨 가문의 상석에 앉을 수도 있는 인물이었기 때문에 황금궁 문하에 들어갈 기회도 있었다.조삼석은 이런 사람에게 미움을 살 수는 없었다.뺨 한 대로 조삼석 일행을 쫓아버린 김일영 일행은 하현에게 다가가 깍듯하게 인사를 한 뒤 오래 머물지 않고 바로 자리를 떠났다.김일영은 하현의 도움으로 몸을 일으킨 다음 집으로 돌아간 뒤 자신이 하현에게 깊은 은혜를 입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 분명했다.김일영은 오늘 은혜를 갚기 위해 친히 이 자리에 나타난 것이다.“김일영? 아주 재미있는 사람이군
갑자기 탈의실 쪽에서 비명이 들렸다.옷을 갈아입던 남궁나연은 재빨리 반응해 구석으로 몸을 피했지만 큰 상처를 입고 말았다.그녀의 얼굴은 창백하게 핏기가 사라졌다.평소라면 아무 일 없이 잘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하지만 그녀는 어제 김일영을 구하느라고 기력을 많이 소진한 터여서 아직 정상적인 몸 상태가 아니었다.그러니 어떻게 멀쩡할 수 있겠는가?“남궁나연!”하현은 화들짝 놀란 얼굴로 달려가 차 문을 벌컥 열었다.차 안에서 술 냄새가 진동했다.하현은 술에 취해 있는 대머리 운전자를 얼른 끌어내 벽에 밀어붙였다.대머리 기사가 비명을 지르며 괴로운 듯 얼굴을 찡그렸다.하현은 이희광에게 손짓을 했고 달려온 이희광은 얼른 차에 올라 차를 후진시켰다.나머지 아홉 명의 교관들은 허둥지둥 남궁나연을 구석에서 빼내었다.서둘러 몸을 피했지만 그녀의 입과 코에서는 피가 뿜어져 나왔다.그냥 보기에도 내상이 가벼워 보이지 않았다.“하현...”하현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 남궁나연은 뭔가를 말하려다 울컥하고 피를 토하고 말았다.“말하지 마. 내가 어떻게든 당신 살릴 테니까!”“당신은 이제 우리 식구야. 그러니 이 일은 내가 반드시 제대로 해결할 거야. 당신 억울하게 만들지 않을 거야!”그런 다음 하현은 재빨리 손을 뻗어 남궁나연의 몸에 큰 혈을 짚었다.한편으로는 지혈할 목적이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체내에 잠재되어 있는 재생력을 자극해 끌어올리려는 의도였다.그는 얼른 고개를 들어 소리쳤다.“구급차! 구급차 불러! 빨리 병원으로 가야 해!”“빨리!”십여 분 후 구급차가 불빛을 반짝이며 나타났고 아홉 명의 교관은 남궁나연에게 다가가 그녀를 구급차로 옮겼다.일행들이 다른 곳으로 가자 하현은 그제야 경찰서에 전화를 걸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서 도로교통 팀장이 나타났다.그는 재빨리 현장을 훑어본 뒤 여기저기 흔적을 유심히 쳐다보았다.그리고 단순 교통사고라고 판단했다.대머리 운전자는 술을 조금 마신
”누가 당신한테 가서 전해 달래. 여기는 무성이지 당신이 허세부리던 그 촌구석이 아니라고!”“어떤 사람들은 당신 앞에서 벌벌 기겠지.”“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당신이 죽었다 깨어나도 절대 넘을 수 없는 존재들이지!”“이번엔 당신 주변의 사람이 당신을 대신해 대가를 치렀지만 다음엔 그렇지 않을 거야!”대머리 운전기사는 비아냥거리는 기색을 얼굴 가득 내뿜으며 실실거렸다.하현의 눈빛에서 겨울바람이 휘몰아쳤다.“당신 말이 맞아. 어떤 사람들은 내가 절대 넘을 수 없고 함부로 할 수 없는 사람들이지!”대머리 운전기사는 이죽거리며 말했다.“하현, 이 지경이 되었는데도 이렇게 뻣뻣하게 목을 세우는 거야?”“이건 시작에 불과해.”“당신이야말로 내 뒤에 있는 분이 결국 해치워야 할 사람이거든!”“지금부터 문밖을 나설 땐 조심해. 나 같은 사람 만나면 도망가! 알았어?”“참, 당신 아내가 무성 황금회사에 있고 당신 처제는 병원에 있다고 했지?”“찻길 조심하라고 전해.”말을 마치며 대머리 운전기사는 한층 더 비아냥거리는 야비한 얼굴로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은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단호하게 물었다.“도대체 당신 뒤에 있는 사람이 누구야?!”“맞혀 봐! 당신 대단한 사람이잖아? 맞혀 보라니까!”대머리 운전기사는 이 상황이 재미있는지 놀리는 듯 실실 웃었다.“하지만 이런 생각 한 적 없어? 설령 당신이 내 뒤에 있는 사람이 누군지 안다고 해도 어떻게 할 수 없을 거라는 생각 말이야?”“당신에 비하면 그 사람은 하늘에 떠 있는 달이야. 당신은 땅 위에서 노닥거리는 반딧불이고.”“반딧불이 어떻게 밝은 달과 비교할 수 있겠어?”“아무 소용없는 짓이야!”하현은 운전기사의 말을 듣고 천천히 또박또박 말했다.“당신이 말해 주지 않아도 괜찮아. 내가 직접 알아내면 되니까.”“알아낸다고?”대머리 운전기사는 헛웃음을 쳤다.“어떻게 뭘 알아내겠다는 거야? 당신 증거 있어?”“무슨 증거로 내 뒤에 있는 사
다음 날 아침 일찍 국술당 입구에 있던 그 트럭은 이미 다른 곳으로 옮겨졌다.이희광은 인테리어 회사를 몇 군데 수소문해서 부서진 벽의 잔해를 얼른 치우고 가능한 한 빨리 영업을 재개할 수 있도록 힘을 쏟았다.하현은 국술당 대청에 팔짱을 끼고 상황을 지켜보았다.밤새 한숨도 못 이룬 모습이었다.그는 결코 살인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지만 누군가가 계속해서 자신의 한계를 건드린다면 그로서도 더는 마음이 약해질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만약 계속 이런 식이라면 다음에 사고가 날 사람은 설은아, 설유아, 심지어는 이슬기, 왕주아, 하수진이 될 수도 있다...“형부, 어젯밤에 교통사고가 났다던데 괜찮으세요?”방금 퇴원한 설유아가 어디서 소식을 들었는지 가장 먼저 국술당으로 찾아왔다.그녀는 하현에게 어떻게 국술당을 손에 넣게 되었는지 다른 어떤 것도 묻지 않았다.단지 하현이 괜찮은지 그것만 관심이 있을 뿐이었다.“걱정하지 마. 난 괜찮아.”“며칠 뒤 여기가 다 정리되고 어느 정도 꾸며지면 언니랑 모두 여기로 이사오라고 할 참이었어.”설유아가 찾아온 것을 보니 하현은 우울했던 마음이 조금 나아졌다.“붕!”바로 그때 갑자기 골목 입구 쪽에서 도요타 엘파 5대가 천천히 다가왔다.차는 국술당 정문에 다다르자 한쪽으로 멈춰 섰고 검은 정장을 입은 청년 십여 명이 쏜살같이 뒤차에서 붉은색 카펫을 바닥에 쫙 깔기 시작했다.누군가는 붉은 카펫 양쪽에 서서 검은 양산을 펼쳐 햇빛이 들지 않도록 했다.이희광, 조남헌은 의아한 듯 이 광경을 바라보았다.뭔가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졌다.곧이어 나무 그늘 아래 멈춰 서 있던 엘파가 천천히 다가와 붉은 카펫 끝에 멈췄다.미끄러지듯 문이 열리자 검은 양산을 든 남자들이 하나같이 엄숙한 자세를 취했다.하현의 옆에 서 있던 설유아가 먼저 입을 열었다.“오늘 여기 여왕의 순시라도 있는 거예요?”“뭘 이렇게 떠들썩하게?”이희광은 무슨 생각이 난 듯 미간에 살짝 주름을 졌다
”수강생? 다음 학기를 기다려?”만사가 귀찮은 듯한 표정의 청년은 두 손을 뒷짐지고 국술당으로 들어섰고 잠시 사방을 훑어본 후에야 담담하게 말했다.“바로 당신이 어제 대머리를 치어 죽였어?”“당신이 그런 짓을 했다는 건 나하고 한 판 해보자는 건데.”“자, 내가 왔어. 이제 어떻게 할 거야? 복수라도 할 거야?”“아님 용서를 빌 거야?”남자는 심드렁한 시선으로 국술당을 이리저리 훑어보았다.다만 시선이 설유아에게 다다르자 눈이 번쩍 뜨였다.뭔가 정신이 번쩍 드는 모습이었다.“드디어 오셨군...”하현은 냉랭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 세상 나른한 남자를 바라보았다.“당신이 바로 이서국, 조삼석, 대머리 운전기사의 배후야?”“무성에서 날 노리는 사람이 적지 않아. 용 씨 가문, 김 씨 가문, 강호의 주먹들... 비일비재하지.”“하지만 난 그 사람들을 다 알아. 그런데 당신은 새로운 얼굴이군.”“그래서 곰곰이 생각해 봤지. 음, 당신은 아마도 서북 조 씨 가문 조한철일 거 같은데, 그렇지?”하현은 조한철을 본 적은 없지만 어제 이후로 오늘쯤 누군가 올 것이라고 추측했다.상대의 모습과 행동을 보면 대충 누구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맞아, 당신 아주 감이 좋군. 어쩐지 상관 경홍근도 당신한테 맥을 못 추더라니. 그뿐인가? 방 감독관도 당신한테 당했고 이서국 그 쓸모없는 인간은 당신한테 교훈을 주려고 왔다가 큰 손해를 보고 물러섰지.”“어젯밤 내가 준 작은 경고조차도 당신은 바로 나한테 되갚아 주었어.”“그래서 내가 직접 나설 만한 사람이구나 하고 생각했지.”말을 하면서 조한철은 하현의 주위를 두 바퀴나 빙 돌면서 차가운 눈빛으로 힐끔힐끔 그를 쳐다보았다.하지만 조한철의 시선은 이내 설유아에게로 향했고 눈동자에선 탐욕스러운 빛이 흘러넘쳤다.설유아는 당황스러워서 자신도 모르게 뒤로 몇 걸음 물러섰다.“그렇다면 조한철 당신은 오늘 뭔가 결판을 내기 위해 날 찾아왔단 얘긴가?”하현이 냉담한 얼굴로
”둘째, 당신은 거듭 내 체면을 짓밟았어. 그것도 연달아. 내가 아주 화가 날 거라는 거 생각해 본 적 없어?”“내가 화가 나면 말이야. 아주 감당하기 어려울 거야.”“용천오가 당신한테 호되게 당했고 김준걸도, 브라흐마 아부도 당신 앞에서 맥도 못 추고 고꾸라졌다는 걸 들어서 잘 알고 있지만 말이야...”“그렇다고 외지인이 무성에서 함부로 위세를 떨치는 꼴을 가만히 내버려둘 수는 없잖아!”“누군가는 당신의 실력이 엄청 무서워서 어쩌면 전신일지도 모른다고 추측하더군.”여기까지 말한 후 조한철은 갑자기 목소리를 낮추었다.“하지만 여기가 무성이라는 걸 잊지 마.”“전신이라는 두 글자는 다른 사람한테는 먹힐지 몰라도 무성에서는 우릴 위협할 수 없어!”“그렇게 말하자면 나도 전신이거든...”“그러니 당신이 전신이라고 할지라도 날 함부로 할 수는 없어!”자신만만한 조한철의 말에 하현은 눈꼬리를 가늘게 뽑아 세우며 조한철을 가만히 쳐다보았다.그에겐 다소 뜻밖이었다.이렇게 먹고 마시고 흐느적거리는 시선으로 계집질이나 하는 남자가 전신이라고?어디서 약이라도 먹었나?“당신이 지금 무슨 생각하는지 알아.”조한철은 하현의 생각을 간파한 듯 손을 뻗어 하현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당신이 생각하는 그대로야.”“맞아. 난 약을 먹고 나왔어.”“하지만 이것도 정상이지. 우리 집안이 가진 게 너무 많아서 아주 곳간에서 금은보화가 썩어 문드러질 지경이야.”“우리 같은 사람이 뭐 하러 고생고생하면서 힘들게 수련하겠어?”“우린 막대한 자원을 이용해 다른 사람보다 훨씬 더 공격적인 방법으로 스스로를 전신으로 만들지...”“어때? 좀 부럽고 질투 나고 막 그래? 이젠 좀 굴복할 수 있겠어?”“당신이 자랑하는 강인함은 나한테 아무런 의미가 없단 얘기야!”“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하현 대표님. 내가 원한다면 당신 뺨도 내가 마음대로 칠 수 있다는 말이야!”“당신의 강인함, 실력은 결국 남 좋은 일만
”서북지역에선 말이야.”“아무리 잘났다고 위세를 떨어도 소용없어.”“일을 하려고 하면 우리 서북 조 씨 가문 규칙을 따라야 해.”“잘못했으면 잘못을 인정하고 무릎을 꿇어야 해!”“당신이 날 건드렸다면 그건 목숨을 내놓아야 하는 일이야.”“3시간의 기회를 주겠어. 범인을 내 앞에 데려와.”말을 마치며 조한철은 뒤쪽에 있는 설유아를 다시 한번 힐끔 쳐다보고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그리고 오늘 밤에 저 여자를 잘 단장시켜서 우리 집에 보내. 내가 잘 데리고 놀아 줄 테니까.”“내일 밤엔 당신 아내도 데려와.”“기억해. 잘 단정시켜서 보내.”설유아는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채 온몸을 벌벌 떨었다.하현은 순간 싸늘하게 식은 표정으로 발을 내디디며 조한철의 얼굴을 향해 손바닥을 휘둘렀다.하현은 원래 이곳에서 크게 싸우고 싶지 않았지만 조한철의 거듭된 도발에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이런 상황에서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는다면 그건 남자가 아니다.하현이 손바닥을 휘두르는 걸 보자마자 조한철은 민첩하게 몸을 움직였다.조한철은 냉소를 흘리며 몸을 옆으로 피했고 두 사람의 손바닥이 동시에 공중을 가로지었다.‘퍽'하는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의 주먹이 닿았다.하현은 그 자리에 선 채 조금도 움직임이 없었지만 조한철의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라 자신도 모르게 세 발짝 뒷걸음질쳤다.뒷걸음질칠 때마다 바닥에 자국이 남을 정도로 반동이 심했다.“쯧쯧, 이게 당신의 실력이야?”“이 정도론 안 될 것 같은데.”조한철은 내심 적잖은 충격을 받았지만 여전히 경멸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바라보았다.“날 이렇게 실망시킬 거야?”“당신은 스스로 내 적수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겠지. 그런데 뭐 별론데.”“날 때리고 싶었지만 겨우 날 뒤로 조금 물러서게 하는 것밖에 못했잖아? 뭘 더 할 수 있겠어?”“당신은 잘 모르겠지만 약을 먹으면 한 달에 한 번씩 허약기가 생겨.”“허약기가 올 때는 가장 강력할 때보다 절반의 실력
하지만 한 방에 조한철을 때려눕히기엔 지금은 보는 눈이 너무 많았다.이런 상황에서 함부로 손을 쓸 수는 없지 않은가?이런 생각이 스치자 하현은 한숨을 쉬며 마음을 가다듬을 수밖에 없었다.좋은 사람 노릇하기 쉽지 않은 세상이다.요즘 그는 이런 생각이 들곤 했다.만약 각 방면에 미치는 영향과 반향을 고려하지 않았더라면 하현은 벌써 조한철을 때려죽였을 것이다.그리하여 조한철이 더는 오만방자한 짓을 하지 못하도록 혼쭐을 냈을 것이다.설유아는 하현이 잠자코 있자 뭔가 내상을 입은 줄 알고 급히 달려와 하현을 부축했다.“형부, 괜찮아요?”하현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괜찮아.”그러자 그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앞으로 나와 눈을 매섭게 뜨고 조한철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조한철, 쓸데없는 소리 그만해!”“당신은 나한테서 어떤 해명도 듣지 못할 거야!”“오히려 당신이 나한테 해명을 해 주어야 할 일이야!”“그렇지 않다면 각오해. 날 무자비한 사람이라고 욕해도 소용없어.”“정말 재미있군!”‘쥐뿔만 한 실력으로' 거들먹거리는 하현을 보고 조한철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그는 하현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해 보기 위해 한번 시험 삼아 도발해 본 것뿐이었다.오늘 그가 온 목적은 하현의 기를 꺾는 것이지 정말로 사람을 죽이는 것이 아니다.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지금 허약기라는 것이다.하지만 허약기인 자신에게조차 하현은 뺨을 때리는 것 말고는 달리 손쓸 방도가 없는 것이다.조한철의 마음속에 하현도 별것 아니라는 생각이 슬금슬금 자리를 잡았다.주먹이 맞닿아 보니 조한철은 자신이 원하기만 한다면 언제든지 하현을 때려눕힐 것 같은 확고한 자신감이 생겼다.감히 겁도 없이 자신을 위협하는 하현을 보며 조한철은 콧방귀를 켰다.“감히 나한테? 흥!”조한철은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개미 한 마리가 감히 조한철에게 덤벼들다니! 주제도 모르고 말이야! 죽고 싶어 환장한 거지!”“방금 두어 번 맞붙어
응급실에 있던 원가령은 아직도 술에 취한 듯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그녀의 얼굴은 여전히 창백했다.원래 같았으면 벌써 위를 씻고 상처를 치료해야 했었지만 의료진은 그녀를 병상에 눕혀만 놓고 방치한 것이다.하현은 얼굴을 찡그리며 손을 뻗어 원가령의 위를 몇 번 누른 다음 그녀를 일으켜 세우고 하구봉에게 쓰레기통을 가져오라고 지시했다.원가령은 술을 모두 토한 뒤에야 비로소 조금은 편안해진 얼굴이 되었다.강옥연에게 응급실의 소독약으로 간단하게 원가령의 상처 부위만 소독한 뒤 휠체어를 구해 원가령을 실었다.그리고 하현 일행은 떠날 준비를 했다.이때 문밖에서 다급한 발자국 소리와 함께 남양 말로 뭔가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분명 경비원들이 들어오려고 하는 것이 틀림없었다.하현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하구봉에게 눈빛을 보냈고 하구봉은 지체 없이 한 걸음 내디디며 한 발로 세게 문을 걷어찼다.‘퍽'하는 소리와 함께 응급실 문이 벌컥 열렸다.예닐곱 명의 건장한 경비원이 뛰어들려다가 튕겨나가는 부일민과 부딪혀 난장판이 되었다.비슷한 시각 복도 끝 쪽에서는 기세등등한 모습으로 걸어오는 사람들이 있었다.어딘가 낯이 익어 보이는 여자가 맨 앞에 서 있었다.그녀는 몸매가 유려했고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를 뿜으며 걸어왔다.앳된 간호사 몇 명은 이 여자를 보자마자 자신도 모르게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이 중년 여자는 페낭 병원에서 제일 영향력이 센 원장, 여음채였기 때문이다.여음채는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위엄있는 목소리로 말했다.“누가 우리 병원에서 소란을 피워? 눈도 없어?”“원장님, 외지 사람들이 와서 억지를 부리고 있어요. 우리가 의술의 도리를 저버렸다고 하면서 사람을 때리고 응급실 문을 발로 차고 있어요.”“우리는 모두 들어가서 환자를 치료하려고 하는데 환자를 마음대로 데려가려고 합니다!”“이건 아주 우릴 무시하는 거죠!”넘어져 있던 부일민은 여음채를 보자마자 벌떡 일어나 하현 일행의 행동을 가리키며 고자질
부일민은 더욱 냉소적으로 말했다.“하지만 우리 앞에서 귀에 거슬리는 그런 말은 해도 되지만 이것만은 알고 가세요. 한번 지불한 돈은 환불되지 않아요.”“사람이야 얼마든 데려가도 되지만 보증금 천만 원은 돌려주지 않습니다!”“그럼 어서 물러가세요!”“여기서 방해하지 말구요!”의사의 오만방자한 말에 강옥연은 얼굴이 싸늘해졌다.“살리기는커녕 환불도 안 된다구요?!”“내가 당신들 고소할 거예요!”“고소?!”부일민은 여간호사 몇 명과 눈을 마주 보며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어떤 사람은 손거울을 꺼내 화장을 고치기 시작했고 어떤 사람은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강옥연이 고소라는 말을 꺼내도 그녀들은 전혀 안중에 두지 않는 게 분명했다.어차피 페낭 병원은 불만을 제기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고소? 그래 하세요!”부일민은 눈썹을 치켜세운 뒤 벽에 붙은 전화번호를 가리켰다.“국민신문고, 식약처, 경찰서, 등등, 전화번호들이 여기 다 있으니까!”“아무데나 전화해서 아무나 불러 보세요!”“사람을 불러서 날 고소해 보세요! 그럼 내가 당신들을 할아버지라고 부를게요!”“대하 촌놈들이 감히 우리 남양 땅에 와서 거드름을 피우며 위세를 부리고 있어?! 흥!”“당신들이 전화를 해 봤자 아무도 들어주지 않을 거예요!”부일민은 한껏 코웃음을 쳤다.그들은 이미 관광객들을 등쳐먹는 데 아주 익숙한 것 같았다.관광객이 신고해도 결국 팔이 안으로 굽는 법이었다.“당신들 제정신이에요!”강옥연은 눈을 부라렸다.이런 몰상식한 사람들은 정말이지 처음이었다.이때 하현이 앞으로 나와 강옥연의 어깨를 툭툭 치며 담담하게 말했다.“강옥연, 어쨌든 당신은 용문 사람인데 어떻게 기본적인 도리도 몰라?”“뭐라고?”강옥연이 살짝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도무지 하현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영문을 알 수 없었다.“어떤 사람들은 말로 하면 못 알아들어. 그냥 얼굴을 두들겨 맞아야 알아듣지.”
황천화 일행을 해결하고 하현은 강옥연에게 전화를 한 뒤 택시를 타고 페낭 병원으로 향했다.페낭 병원은 사립 병원으로 규모가 큰 편은 아니었지만 인테리어가 호화로웠다.거리마다 홍보 간판이 걸려 있는 병원다웠다.다만 의술은 아직 그에 미치지 못했고 보감 그룹 병원에 속하며 페낭 현지에서 평판이 별로 좋지 않았다.보통은 관광객을 속이고 사기를 쳐서 이익을 남기는 병원이었다.그리고 해외에서 온 관광객들은 이곳에서 사기를 당해도 신고할 길이 없어 결국 흐지부지될 수밖에 없었다.하현은 오는 길에 이런 정보들을 알게 되었다.강옥연도 현지인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병원에 가게 된 것을 그녀의 잘못만이라고 탓할 수가 없었다.하현과 하구봉은 곧바로 병원에 도착해 응급실 복도에서 강옥연을 찾았다.“하현.”하현이 나타난 것을 보고 강옥연은 급히 다가와 공손하게 인사를 건넸다.“상황은 어떻게 되어 가고 있어?”하현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물었다.“응급실에 들어가긴 했지만...”강옥연이 말끝을 흐렸다.하현은 얼굴을 찡그리며 응급실 문틈을 살짝 들여다보았다.대여섯 명의 환자가 병상에 누워 있었고 그중 두세 명은 외상을 입고 낮은 소리로 신음하고 있었다.그러나 응급실 안에는 의료진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내가 원가령을 데리고 왔을 때 의료진은 어떤 유명 연예인이 다쳐서 나간다고 했어.”“이곳의 한 인플루언서 스타가 영화를 찍다가 손가락을 다쳐서 급하게 응급실 의료진이 갔어!”“곧 돌아오겠다고 하면서 보증금 천만 원을 먼저 내라고 했어.”“그래서 보증금을 내고 30분째 이렇게 기다리고 있는데도 아직 아무도 안 와...”강옥연의 얼굴에 긴장감이 가득 드리워져 있었다.하현은 얼굴을 살짝 찌푸렸다.보감 그룹 산하 병원의 평판이 좋지 않다는 걸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그가 다른 의료진을 찾아보려고 하자 강옥연이 그를 멈춰 세우며 말했다.“하현, 내가 가서 재촉해 볼게.”강옥연은 혼자서 달려가더
”퍽!”하현이 뭐라고 입을 떼기도 전에 줄곧 무릎을 꿇고 있던 황천화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이신욱의 뺨을 그대로 날려버렸다.“개자식!”이신욱은 얼굴을 가리고 버둥거리며 일어섰다.“황천화, 감히 날 건드려?!”“죽고 싶어?!”“차칵!”황천화는 이신욱이 하는 말은 듣는 둥 마는 둥 곧바로 앞으로 나가 이신욱의 오른손을 움켜잡고 세게 꺾었다.이신욱은 죽자 살자 덤볐지만 황천화는 그렇지 않았다.페낭 무맹인으로서 감찰관이라는 직위의 무게를 잘 알고 있었다.이럴 때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 누구보다 꿰뚫고 있었다.“아!”이신욱은 처절한 비명을 지르며 몸부림쳤고 황천화는 그제야 단호하게 이신욱을 다시 한번 꺾었다.‘차칵'하는 소리가 끊이질 않았고 잠시 후 이신욱은 사지를 쓰지 못하고 땅바닥에 주저앉아 계속 경련을 일으켰다.그는 극심한 고통 때문에 화를 내고 싶어도 도무지 화를 낼 수가 없었다.오로지 땅바닥에 널브러져 돼지 멱따는 소리만 울부짖을 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사방팔방에서 화려한 옷차림의 남녀들, 부잣집 도련님들, 유명한 미녀들은 하나같이 정신이 혼미해졌다.머리카락이 쭈뼛 곤두서며 두려움이 온몸을 전율시켰다.이신욱이 소리쳐 반항을 한 끝에 결국 이 꼴이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말하자면 이신욱은 오늘 밤 하현을 세 번이나 공격한 것이다.그 결과는 처참한 자신의 몰골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털썩!”이신욱의 사지를 부러뜨린 후 황천화는 망설이지 않고 바로 바닥에 무릎을 꿇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하현, 오늘 밤 일어난 이 모든 일은 다 내 불찰이고 이신욱의 잘못이야. 난 이미 당신 뜻에 따라 이신욱의 사지를 부러뜨렸어.”“당신이 만족할지 모르겠지만 말이야.”하현은 무덤덤한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내가 한 말은 모든 사람들이 다 한 손씩은 부러뜨려야 한다는 거였어.”“당신은 말귀를 좀 알아듣는 것 같으니 왼손으로 하지.”황천화는 눈
”내 두 손을 자르라고?!”자신의 뒷배는 이미 무릎을 꿇었는데 하현이 자신의 두 손을 자르라는 말을 듣고 이신욱은 두려움도 잊고 어느새 숨겨 두었던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하현! 당신이 무슨 대표든 무슨 감찰관이든 난 상관하지 않아. 하지만 당신, 이것만은 똑똑히 알아야 할 거야! 나 이신욱!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아!”“난 남양 3대 가문 중 하나인 이 씨 가문 사람이야. 우리 이 씨 가문은 원 씨 가문과 운명을 같이 하는 집안이야!”“나한테 미움을 사고 해를 입히는 사람은 남양에서 수많은 적을 만드는 것과 같아!”“그리고 나 이신욱! 당신을 평생 기억할 거야!”“오늘 당신을 무릎 꿇리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언젠간 당신을 가루로 만들어 버리고 말 거야!”“1년 안에 당신을 무릎 꿇리지 못한다고 해서 5년, 10년 후에도 못하라는 법은 아니거든!”“지금 내 두 손을 끊는다면 절대 좋은 결말은 없을 거야! 두고 봐!”이신욱이 이를 갈며 하현에게 소리쳐 경고했다.감찰관이라는 하현의 신분이 무맹 사람들한테는 먹힐지 모르지만 이 씨 가문에는 하등의 위협도 되지 않는다는 걸 말한 것이다.호랑이 가죽을 뒤집어쓴다고 해도 하현은 외지인일 뿐인데 어떻게 남양에서 이 씨 가문의 끝없는 복수를 견뎌낼 수 있겠는가?이 씨 가문은 엄연히 남양 3대 가문의 하나다!황천화는 이를 듣고 자신도 모르게 소리쳤다.“이신욱!”“닥쳐!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닥치라고!”이신욱은 황천화의 말을 거칠게 끊었다.“내가 매년 당신한테 몇 억씩 갖다 바쳤던 이유는 이럴 때 나에게 힘이 되어 달라고 그랬던 거예요!”“그런데 어떻게 되었죠? 당신은 무릎을 꿇고 뺨을 맞기만 할 뿐 아무것도 못 하잖아요!”“당신 같은 사람 키워봐야 아무 소용이 없어요!”“앞으로 당신 같은 바보 등신 앞에서 누가 머리를 조아리며 공손히 굴겠어요?”“퉤! 당신한테 그럴 자격이 있어요?”이신욱은 황천화가 아무리 하현의 신분이 두렵더라도 무도 정신을 잃지 말
황천화는 입술을 파르르 떨며 말했다.“하현, 이건 너무 심하잖아...”“정말로 내가 당신을 두려워하는 줄 알아?”“잘 들어. 당신 신분이 가짜인지 진짜인지는 제쳐두고, 설령 진짜 감찰관이라고 해도...”애써 침착하며 여기까지 말하던 황천화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갑자기 하현의 주먹이 날아와 그의 얼굴을 ‘퍽'하고 쳤기 때문이다.황천화는 이번 문제가 커진다면 자신이 곤란한 상황에 직면할 뿐만 아니라 페낭 무맹도 같이 곤란해질 거라는 걸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남양 무맹 감찰관이 말이 쉽지 엄청난 자리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황천화가 뺨을 맞는 것을 보고 사람들은 정신이 혼미해져서 도저히 똑바로 서 있을 수가 없었다.그는 페낭 무맹에서 호령하는 사람이었고 이신욱을 도우러 온 것일 뿐이었다.그런데 결과는 어떻게 되었는가?몇 마디 말로 하현이라는 외지인 앞에 무릎을 꿇게 생긴 것이다!황천화가 무능한 것인가?아니면 하현이 대단한 것인가?하현은 황천화에게 다가가 오른손을 뻗어 그의 얼굴을 툭툭 치며 말했다.“황천화, 왜 갑자기 무릎을 꿇었지?”“무릎까지 꿇었는데 내가 어떻게 당신 얼굴을 때리겠어?”황천화는 눈가에 경련을 일으키며 더듬거리며 입을 열었다.“감찰관님께 뺨을 얻어맞게 되어 영광입니다.”“좋아, 그렇게 말하다니 소원을 들어줘야지.”하현은 조금도 사양하지 않고 오른손을 치켜들고 세차게 손바닥을 내리쳤다.“퍽!”“이건 당신이 제멋대로 날뛰고 무맹의 얼굴에 먹칠한 대가야!”“퍽!”“이건 약자를 괴롭히고 힘들게 한 대가야!” 하현은 하나하나 낱낱이 열거해 가며 황천화의 얼굴을 뒤흔들었다.비록 황천화도 고수 중의 고수였지만 하현이 뺨을 때릴 때는 아무런 저항도 분노도 표출하지 못하고 억지로 견뎠다.하현이 손바닥을 휘두를 때마다 황천화의 눈빛은 아프게 이리저리 흔들렸다.이 광경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눈빛이 점점 초점을 잃어갔다.페낭 무맹의 실력자가 무릎을 꿇고 다른
원청산?원 대표님?황천화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문득 그가 누군지 떠올랐다.이 사람은 남양 무맹의 대표이다.페낭 무맹의 맹주는 그를 보면 넙죽 엎드려야 한다.그런데 이 어른이 방금 뭐라고?하현이 남양에 있을 때는 남양의 감찰관 임무를 맡기겠다고?맹주를 감찰하고 만인을 순찰한다고?원청산의 말이니 하현이 대하무맹 대표가 된 것이 거짓은 아닐 것이다.대하무맹 대표가 되고 세계무맹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고 남양에서는 감찰관이라...순간 황천화는 갑자기 호흡이 가빠졌다.두 다리는 휘청거리기 시작했고 얼굴에 가득했던 거만한 표정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그 자리에 깊이를 알 수 없는 두려움이 채워졌다.그를 따르던 무맹의 고수들도 모두 손발이 얼얼하고 팔다리는 저릿저릿 아파서 서 있을 힘조차 없었다.다른 사람들은 이런 신분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모르지만 그들 무맹인들은 잘 알고 있었다.하현이 아주 높은 자리에 앉아 대표자로서 만인의 뜻을 전달하는 사람이 되었다.아무도 그의 말을 거스를 수 없다는 뜻이다.황천화 일행이 위세를 떨치다가 갑자기 전전긍긍하며 어쩔 줄을 모르자 이신욱은 속이 타서 참을 수가 없었다.“형님, 이런 놈한테 속으면 안 돼요!”“대표라니요? 감찰관이라니요?”“이놈이 능청스러운 연기로 우릴 속이려는 게 틀림없어요!”“저런 놈이 무슨 대표고 무슨 감찰관이랍니까? 형님은 분명히 알고 계시잖아요?”이신욱의 말을 듣고 주위의 많은 동료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에 동의했다.몇몇 아리따운 여자들은 화들짝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다시 조롱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감히 능청스럽게 연기를 하면서 황천화를 속이려고 하다니?“연기? 그래?”“내 연기가 아마 연기대상감인가 보지? 유명 배우 뺨칠 정도로 뛰어났던가 봐.”하현은 담담하게 웃으며 한 발짝 앞으로 나와 페낭 무맹 제자들 앞으로 가더니 사정없이 손바닥을 후려갈겼다.“퍽!”페낭 무맹 제자들은 비명을 지르며 얼굴을
당당하고 거침없는 황천화의 모습에 사람들은 가소롭다는 듯 하현을 비꼬아 보았다.다들 하현이 겁을 먹고 도망칠 거라고 생각했다.하현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황천화와 대적할 수야 있겠는가?그건 정말 목숨을 거는 짓이고 스스로 무덤을 파는 행위였다.하현은 손을 뻗어 제멋대로 입을 놀리는 황천화의 뺨을 후려치려고 했지만 갑자기 뒤에 있던 하구봉의 핸드폰이 심하게 진동하는 것을 느끼며 흠칫 뒤를 돌아보았다.순간 하구봉의 얼굴에 의아한 빛이 떠올랐다.이어 하구봉은 하현에게 공손히 다가가 조용히 말했다.“하현, 무성에서 온 전화야.”“대하무맹을 대표해 의견을 전달한다더군.”“방금 만진해 맹주의 강력한 추천으로 대하무맹에서 치열한 토론을 펼쳤어. 그래서 당신이 대하무맹 대표로 확정되었대!”“대하무맹을 대표해 세계 무맹에서 상임이사로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어!”“간단히 말해 앞으로 당신은 대하무맹의 대표로서 만진해 맹주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거야.”“만약 만진해 맹주가 물러난다면 당신은 그다음 맹주가 되는 거야.”말을 하는 동안 하구봉의 입술이 계속 떨리고 있었다.그도 이 엄청난 소식에 적잖이 놀란 것이 틀림없었다.그러면서 그는 핸드폰을 켜고 방금 메신저를 통해 온 메시지 한 장을 보여주었다.대하무맹?대표?세계 무맹의 거부권?한마디 한마디 융단 폭격과도 같은 엄청난 단어에 황천화는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하지만 그는 무의식적으로 하현이 자기 앞에서 허세를 부리고 있다고 생각했다.황천화가 불같이 화를 내려 했을 때 하현의 부하들이 일부러 이런 말을 꺼낸 것만 봐도 뻔한 가짜임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거짓말하지 마!”“세계 무맹이라니? 거부권이라니?”“그게 무슨 뜻인지 알기나 해?”“뻔한 거짓말로 위기를 모면할 수 있을 줄 알았어?”“순진하기는!”황천화는 심호흡을 한 뒤 냉소를 흘렸다.그도 무맹 사람이다.만약 대하무맹에서 하현이라는 대표가 나왔다면 어떻게 그가 모
”옳고 그름?”“잘잘못을 따지자는 거야?”“하여튼 약자들은 이런 허무맹랑한 것을 정말 중요하게 생각한단 말이지.”황천화는 두 손을 뒷짐진 채 앞으로 당당하게 발걸음을 옮겼다.걸음을 옮길 때마다 매서운 기운이 파장을 일으키며 사람들을 압도했다.“나 같은 강자들은 그런 걸 알 필요가 없지.”“난 말이야. 신분에 따라 편들지 이치에 따라 편들지 않아.”“내 후배가 사람을 죽이고 나쁜 짓을 했어도 그건 옳은 일이야.”“당신이 무수히 많은 도리를 가지고 법을 운운한다고 해도 내 후배를 건드린 당신은 나한테 여전히 나쁜 놈이야. 그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하지.”옆에 있던 이신욱은 황천화의 강력한 지지를 얻은 순간 없던 힘까지 솟아오르는 것 같아 큰소리로 선동하고 나섰다.“형님, 이 개자식이 방금 아주 큰소리를 쳤어요. 형님이 온다고 해도, 페낭 무맹 맹주가 온다고 해도 절대 자기를 건드릴 수 없다고요!”다른 부하들도 모두 입을 모아 말했다.“맞습니다. 이놈이 아주 기고만장하게 말했어요.”“날 무시하는 거야? 맹주를 무시해? 아님 우리 페낭 무맹을 무시하는 거야?”황천화는 ‘피식'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요즘 세상에 그런 얼빠진 놈이 있어?”“자기가 뭔지도 모르고 설치는 꼴이라니!”“무슨 자격으로 우리 동네에 와서 함부로 굴어!”“이봐, 당신 대하 사람이지?”“자자, 당신의 내력을 말해 봐. 당신이 5대 문벌 출신이라도 돼? 아니면 10대 가문 출신이야?”“분명히 말해 두겠는데, 당신이 그런 사람이라면 내가 체면을 봐 줘서 죽이지는 않겠어. 몸은 좀 상하게 하겠지만.”하현이 덤덤하게 말했다.“다 아니야.”“아니라고?”황천화가 입을 크게 벌리며 웃었다.“다 아니라면서 감히 페낭에 와서 위세를 떨치려는 거야? 정말 세상 물정 모르는 놈이군!”하현은 냉담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난 페낭이 법과 규율, 그리고 도리를 중시하는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황천화 당신을 보니 도리를 거론할 동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