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9시, 무성 종합병원.하현은 자신이 고른 과일을 가지고 설은아의 병문안을 갔다.좀 복잡하긴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자신의 아내였고 부상을 입었으니 하현이 병문안을 가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비록 최희정이 하현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지만 하현은 최희정의 속마음을 훤히 꿰뚫어 보고 있었다.매번 그가 올 때마다 거액의 수표를 건네면 어느덧 최희정의 불만스러운 입이 쏙 들어간다.그러면 좀 더 편안하게 며칠을 보낼 수 있는 것이다.최희정의 입은 거칠었다.하지만 그녀의 장점은 돈으로 구워삶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그래서 하현은 그녀의 입을 돈으로 막으려고 할 때가 많았다.설은아와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눈 후 하현은 그녀의 휴식을 방해할세라 얼른 과일 바구니를 놓고 그곳을 떠났다.최근 각지에서 유행하는 독감 때문에 하현은 조심스럽게 마스크를 착용한 뒤 독감에 감염되지 않기 위해서 가능한 한 병실 밖을 나가지 말라고 설은아와 최희정에게 주의를 주었다.하현이 병실을 나와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나오자 마침 엘리베이터가 멈춰 섰다.엘리베이터 안에는 하현과는 비교도 안 되는 육중한 남자가 흰 가운을 입고 마스크를 한 채 바퀴 달린 손수레를 잡고 있었다.안경 뒤에 숨어 있던 남자의 눈이 하현과 마주쳤다가 하현의 눈빛을 피하는 듯 눈을 가늘게 떴다.하현이 가족의 병문안을 온 환자 가족임을 확인한 후 흰 가운 입은 남자는 날이 선 눈에 힘을 풀었다.하현은 의사와 시선을 마주친 뒤에도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그러나 하현은 영 뒤가 찜찜했다.그도 그럴 것이 흰 가운을 입은 남자의 두 손에 두꺼운 굳은살이 박혀 있었다.보통 이런 굳은살은 무술하는 사람들에게 주로 나타난다.그리고 이 남자가 애써 숨기려 했지만 하현은 그에게서 옅은 살의를 느꼈다.하현은 얼굴을 살짝 찡그리며 아무 내색하지 않고 엘리베이터로 들어갔다.엘리베이터 문이 닫혔을 때 하현의 시선은 그 남자에게로 떨어졌다.남자는 뭔가 의식한 듯 일부러 마스크
하지만 인도인의 물음에 의사는 능청스럽게 웃으며 말했다.“선생님들, 걱정하지 마세요. 여기 서류 다 있어요.”“한 번 보세요.”말을 하면서 의사는 손수레에서 노트를 한 권 꺼내 인도인에게 건넸다.자연스러운 그의 동작에 인도인들은 진짜 의사임을 깨닫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러나 인도인들이 긴장을 푸는 순간 의사의 두 손이 갑자기 흔들리면서 손수레에 있던 병들이 순식간에 폭발했다.‘쾅'하는 소리와 함께 매캐한 냄새가 퍼졌다.무방비로 당하고 만 인도인들은 미처 손쓸 사이도 없이 입에 거품을 물고 땅바닥에 주저앉았다.나머지 열 명 정도의 인도인들은 안색이 급변하며 몸에 지니고 있던 총을 얼른 꺼냈다.“움직이지 마!”“당신 도대체 누구야?”그러나 인도인들의 위협적인 행동은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오히려 의사는 표정이 험악해졌고 두 손을 흔들자 숨겨져 있던 칼이 그대로 날아갔다.“앗!”처절한 비명이 난무했고 인도인들은 자신의 팔을 감싸쥐고 바닥에 주저앉았다.중상을 입은 인도인들을 뒤로한 채 의사는 특수 제작된 병실 문을 발로 걷어차고 그대로 브라흐마 아샴 곁으로 다가갔다.“푹!”손에서 떨어진 칼이 그대로 브라흐마 아샴의 몸에 떨어졌고 그나마 숨이라도 붙어 있던 브라흐마 아샴은 완전히 숨을 거두고 말았다.“개자식!”“감히 브라흐마 아샴에게 손을 대다니!”이를 본 인도인들은 바닥에 주저앉은 몸을 겨우 일으켜 왼손으로 엉거주춤 허리에 꽂은 칼을 하나둘씩 뽑았다.일단 브라흐마 아샴을 죽인 범인을 잡지 못한다면 그들은 이대로 끝장이라는 걸 너무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양측의 실랑이 속에 결국 의사의 얼굴이 불빛 아래 드러났다.순간 인도인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하현!”“이 개자식!”“네놈이 감히 브라흐마 아샴을 죽이다니!”인도인들 중 몇몇은 전에 술집에서 하현을 본 적이 있었다.그래서 지금 눈앞의 하현을 알아보고 눈을 희번덕거린 것이다.“탕탕탕!”의사는 아무 말도 하지
그러나 의사가 운전석에 앉는 순간 갑자기 온몸이 굳어져 버렸다.언제인지 모르게 수술용 메스 한 자루가 그의 목에 닿았기 때문이었다.“어이, 또 만났군!”하현이 뒤에서 고개를 내밀고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의사는 하현을 보는 순간 표정이 굳어졌다.자신과 얼굴이 똑같은 하현을 여기서 또 만날 줄은 몰랐던 것이다.의사는 얼른 오른손을 뻗어 콘솔박스 속에 있는 총을 잡으려고 했지만 하현은 재빨리 그의 손을 잡았다.“함부로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여러모로...”하현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당신이 나인 척 위장하고 싶었다면 행동까지 꼭 빼닮았어야지. 난 함부로 총을 쏘지 않는데 말이야.”의사의 매서운 눈빛이 살의를 띠며 하현을 노려보았다.“당신을 죽일 생각은 없어.”“그런데 이렇게 우연히 만났으니 미안하게 됐군.”“당신도 함께 보내줄 수밖에.”“뭐? 나도 함께 보내준다고?”하현의 입가에 묘한 미소가 떠올랐다.“이제는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당신을 저세상으로 보내줄 수 있겠군, 안 그래?”“사실 당신이 브라흐마 아샴을 죽이든 뭘 하든 나와 아무 상관없는 일이었어.”“그런데 이렇게 나한테 누명을 씌우려 하면 안 되지? 응?”하현은 방금 의사가 행동하는 전 과정을 목격했지만 그를 막지 않았다.어쨌든 다른 사람이 개의 털을 물어뜯든 뽑든 그것은 그와 아무 상관없는 일이었다.의사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입을 열었다.“하 씨, 그래 이제 어떻게 할 거야? 날 생포할 건가? 설마 그러려고?”“왜? 내가 못 할 것 같아?”하현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아주 입만 살았군! 지금 아무리 입을 놀려 봤자 당신은 내 손끝에 힘만 조금 들어가면 죽는 거야!”“아니면 그렇게 억지를 부리면 내가 당장에라도 당신을 죽일 거라고 생각했나?”“그러기엔 당신이 좀 부족한 것 같군.”“안타깝게도 난 아직 당신을 죽이고 싶지 않거든.”말을 하면서 하현은 왼손을 뻗어 상대의 복부를 푹 쳤
하현이 한여침을 부르던 그때 김 씨 가문에서는 김우백이 덤덤한 표정으로 찻잔을 기울이고 있었다.하현에 관한 자료, 용천오에 관한 자료, 인도인에 관한 자료 등을 뒤적거리고 있었다.하현을 상대할 계획을 세운 후 그는 특별히 사람을 시켜 자료를 더 찾아보도록 했다.조사를 하지 않았으면 몰랐을까 조사를 하다 보니 더욱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김우백은 하현이 무성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인도인과 용천오의 얼굴에 연달아 먹칠을 했을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이렇게 놓고 보니 이번에 김 씨 가문이 그에게 체면을 구긴 것도 당연한 일처럼 느껴졌다.어쨌든 하현은 외지인이라 그 속내와 깊이를 당최 알 수가 없었다.김우백이 앞으로의 계획을 궁리하며 골머리를 앓고 있던 그때 김준걸이 담배를 물고 빠른 걸음으로 들어와 반가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아버지, 좋은 소식이에요!”“아주 좋은 소식이라고요!”김준걸의 얼굴은 꽤나 상기되어 있었다.“방금 병원에서 소식이 왔는데 브라흐마 아샴이 죽었다고 해요. 하현 그 자식이 죽였다는군요!”“그 자리에 있었던 인도인이 모두 증인이에요!”김준걸의 말에 김우백의 미간에 살짝 주름이 졌고 눈동자에는 예리한 빛이 스쳐 지나갔다.“사람이 죽은 것이 확실해?”“죽었어요. 완전히 숨이 끊어졌다니까요!”김준걸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말했다.“무성은 우리 터전인데 확실하게 죽었는지 아닌지 그거 하나 파악하지 못하겠어요?”“그리고 방금 경찰서 사람들도 현장에 나타나 조사를 마쳤대요. 브라흐마 아샴은 완전히 숨통이 끊어졌다고 하더라고요!”“경찰서 사람들이 지금 사방팔방 하현 그놈을 찾고 있구요!”말을 마치며 김준걸은 브라흐마 아샴의 시신 사진을 꺼내 김우백에게 건넸다.김우백은 사진을 집어 들고 몇 번이나 자세히 살펴본 뒤 비로소 한숨을 내쉬며 탁자 위에 사진을 내려놓았다.“일이 이렇게 된 이상 이젠 돌이킬 수 없지.”“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 일을 좀 더 퍼트려서 떠들
이 말을 들은 김준걸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말했다.“아버지, 걱정하지 마세요. 모든 건 다 준비되었어요!”김우백은 갑자기 뭔가가 생각난 듯 눈을 치켜세웠다.“참, 우리가 보낸 킬러는 믿을 수 있는 사람이겠지?”“아버지, 염려 놓으세요. 제가 이미 그에게 모든 퇴로를 다 마련해 두었으니까요.”“일이 잘 성사되면 그는 백억을 가지고 대하를 떠나 국외에서 떵떵거리고 살 거예요!”김준걸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말했다.김우백은 고개를 끄덕이며 돌아섰다.다만 그곳을 떠나려는 순간 그는 갑자기 눈을 가늘게 뜨고 김준걸을 돌아보며 단호한 얼굴로 말했다.“참, 내가 항상 말했었지?”“죽은 사람만이 모든 걸 껴안은 채 아무 말이 없다는 걸 말이야. 그래야 100% 신뢰할 수 있지.”김준걸은 잠시 어리둥절해하다기 이내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어버지, 걱정하지 마세요.”“벼락부자가 된 그는 곧 해외에서 의외의 사고로 죽게 될 거예요.”...김 씨 부자가 모든 것을 계산하고 있던 그 시각 하현은 한여침을 기다리고 있었다.한여침이 도착하자 그에게 사람을 맡기며 반드시 진술을 받아내라고 지시한 후 만천우에게 전화를 걸었다.하현은 킬러에 대한 모든 정보를 숨기지 않고 말했다.동시에 하현은 당분간 경찰이 자신을 귀찮게 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자백을 받아낼 시간이 필요한 데다 내일은 용문대회에 출전해야 하는 날이기 때문이었다.만천우는 전화를 끊은 뒤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사람들의 증언과 물증은 차고 넘치는 상황에서 하현이 증발해 버리면 만천우의 스타일로 볼 때 하현을 체포해야 마땅한 일이었다....이튿날 아침, 하현은 잠시 다른 일은 제쳐두고 무덤덤한 표정으로 택시를 타고 무성 체육관에 도착했다.체육관 입구에서 하현은 마침 구양연을 만났다.“어이, 왜 이렇게 늦었어?”구양연은 하현에게 더할 나위 없이 나긋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오늘도 좋은 모습 부탁하네. 1등 할 수 있도록 잘 해. 내가
무성 체육관에는 객석이 있어야 할 공간이 완전히 비어 있었다.대신 폴리스라인이 쳐져 있었고 10제곱미터쯤 되는 링이 여기저기 만들어져 있었다.링 가장자리에는 그림이 그려져 있는 미늘창부터 단검에 이르기까지 칼날이 없는 무기들이 많이 놓여 있었다.출전 선수들은 수험표를 들고 링 앞으로 다가왔다.하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39번 번호 앞으로 걸어 올라갔다.그는 머리 위에 있는 CCTV에 눈길을 주었다가 40번 번호에 있는 김방아를 힐끗 쳐다본 뒤 버튼을 눌러 준비되었다는 신호를 보냈다.“하현, 이젠 실전이야. 실전은 이론 시험과는 전혀 달라!”40번 번호에는 김방아가 머리를 하나로 질끈 묶은 채 좁고 긴 눈을 가늘게 뜨고 하현을 쳐다보고 있었다.“당신은 중도에 출가한 사람이니 강한 상대를 만나도 절대 무리하면 안 돼.”“상대는 우리 용문 자제들이라 절대로 쉽지 않을 거야.”“만약 어떤 상대가 실수로 당신을 죽였다고 하더라도 당신은 어디 가서 하소연도 못 해.”“링에 오르기 전에 다들 서명했잖아. 설사 무슨 일이 일어난다고 해도 책임을 묻지 않기로.”지난번에 하현 때문에 사람들 앞에서 망신을 당한 일로 김방아는 하현에게 아직도 원망이 가득했다.게다가 하현이 이론 시험에서 1등을 한 것은 순전히 그가 책을 달달 외웠기 때문이지 실력이 출중해서가 아니라고 그녀는 믿고 싶었다.진정한 싸움은 실전이고 분명 용문 무성 지회의 제자인 그녀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다.그래서 김방아는 항상 자신이 하현 위에 군림할 수 있고 누구도 그녀를 무치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하현은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난 내 동창을 실망시키지 않을 테니까.”그들이 말을 주고받는 동안 체육관에는 이미 삼백 명의 용문 제자들이 들어섰고 그들은 무작위로 링을 선택해 접근했다.시합에 참가한 선수가 동의하기만 하면 쌍방은 바로 링 위에서 붙는 것이다.패배를 인정하거나 링에서 떨어진 사람은 진 것으로 간주된다
상대는 재빠른 몸놀림으로 흉악한 표정을 지으며 단번에 하현을 때려죽일 듯 달려왔다.하현도 물러섬이 없었다.그는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가 손바닥을 힘껏 후려갈겼다.“퍽!”중년 뚱보는 눈앞이 캄캄해지고 얼굴이 얼얼해지더니 그대로 날아올라 링 밖으로 내동댕이쳐졌다.땅에 떨어지는 순간 그는 비명을 지르고 온몸에 경련을 일으키며 고통에 몸부림쳤다.하현은 양손을 뒷짐진 채 냉랭한 얼굴로 중년 뚱보를 쳐다보았다.“만점!”링 위에 있던 시험관은 이 장면을 보고 하현에게 만점을 줄 수밖에 없었다.하현이 단숨에 용문 제자를 물리쳤으니 만점을 주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한 일이다.김방아의 얼굴은 새까맣게 변했다.그녀는 하현에게 이런 능력이 있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그러나 하현은 그녀가 놀라든 말든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고 링 아래를 향해 손짓을 할 뿐이었다.곧 두 번째 상대, 세 번째 상대가 차례로 링 위로 올라왔다.하지만 이런 평범한 용문 자제들이 어떻게 하현의 적수가 되겠는가?두 사람도 모두 하현에게 힘도 못 쓰고 패하고 말았다.하현은 다시 만점 두 개를 획득했다.한 시간 후 모든 경기가 끝나고 예선전에서 선발된 사람 중 단 열 명만이 도 대회에 진출했다.하현은 또다시 최고의 성적을 거둔 사람이 되었다.김방아도 대단하긴 했지만 마지막 한 명과 맞붙었을 때 한 수 차로 패한 탓에 결국 컷오프까지 갔지만 꼴찌를 면하지는 못했다.모든 참가자들은 하현이 1등을 한 것을 보고 하나같이 놀라운 표정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은 이론 시험뿐만 아니라 현재까지의 실전 시험에서도 1등을 한 것이었다!이것은 그가 문무를 겸비한 올해 최대 다크호스라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증거였다!구양연 일행은 모두 참지 못하고 하현에게 달려와 축하의 말을 전했다.“하현, 정말 대단해! 아주 훌륭해! 영웅이 탄생한 거야!”“1등으로 도 대회 진출한 것을 축하하네!”시험관들도 하나같이 하현의 실력에 탄복하는 기색이었다.
김방아의 절친은 하현이 주변의 칭송을 받는 것조차 아니꼬웠다.그녀는 냉소를 지으며 김방아에게 말했다.“김방아, 우리 가자.”“용문대회는 앞으로 앞날이 뻔해!”“다 짜고 치는 판인데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어떻게 이길 수 있겠어?”“맞아. 이런 형편없는 것도 칭찬을 늘어놓으니, 참!”옆에 있던 김방아의 다른 친구도 시큰둥한 표정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지금은 센 척하면 할수록 나중에 당할 수모가 더 뼈아플 거야!”“노새인지 말인지는 그때 가 보면 알겠지! 흥!”“어쩐지 대하의 무학이 외국에서 온 강자들한테 치욕스러운 꼴을 당하더라니! 당신 같이 명예만 좇는 사람들이 있어서 그랬구나!”“쳇! 뒤에서 짠 거 다 알아!”김방아도 하현을 향해 냉소를 날리며 떠날 준비를 했다.명예만 좇는다고?짰다고?하현은 김방아의 모습을 차갑게 바라보며 냉담하게 말했다.“어이, 김방아. 근거가 없는 말은 함부로 내뱉지 않는 게 좋을 거야!”“공식적으로 제대로 사과해.”“그렇지 않으면 절대 이대로 끝나지 않을 거야.”“뭐? 끝나지 않을 거라고?”“네가 무슨 염치로 그런 말을 해?”김방아는 하현의 말을 듣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뻔뻔스럽기는! 우리 같은 사람들은 체면을 중시해. 대하의 무학도 체면을 아주 중시하지!”“당신같이 머리가 썩은 사람들이랑 다르다고!”하현과 김방아 일행들이 웅성거리고 있자 다른 쪽에 있던 선수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어 구경하기 시작했다.구양연은 얼굴빛이 일그러지며 말했다.“김방아, 말은 똑바로 하는 게 좋겠어.”“짰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허허, 말 똑바로 해 봐!”진실을 간파한 듯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김방아가 입을 열었다.“우리는 바보가 아니에요. 정말 우리가 아무것도 모르는 줄 아세요?”“그러니까 구양연 부지회장님. 우리가 정말 다 털어놓으면 용문 무성 지회 부지회장으로서의 당신 명예는 땅에 떨어질 텐데요!”또 다른 김방아의 절친은 비아냥거리는 듯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