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민은 한참을 넋이 나간 채 멍하니 있다가 겨우 정신을 다잡았다.그녀는 이미 끝없는 분노와 통제 불능 상태에 빠져 침착함을 잃은 지 오래였다!“어서 해치워! 뭐 하는 거야?”“죽이라고! 어서!”그녀는 순간 자신도 끝장났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차손녕은 죽었고 클레오도 죽었다.살인마도 죽었고 브라흐마 아샴도 거의 죽기 일보 직전이었다.그녀는 이 사람들의 죽음에 분명히 책임을 져야 했다.그렇지 못하면 아마도 앞으로 무성에서 완전히 사라질지도 모른다.지금 김규민에게 남은 선택지는 죽기 살기로 싸우는 것뿐이었다.그녀는 온몸이 분노에 휩싸였고 패왕파 패거리들은 일제히 총구를 돌려 하현을 죽일 듯 노려보았다.그러나 아무도 감히 방아쇠를 당기지는 못했다.그러자 김규민은 서슬 퍼런 얼굴로 계속해서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그녀가 전화를 거는 사이 바깥에선 어느덧 천여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모였다.김규민은 오늘 밤 하현과 끝까지 싸울 준비를 단단했고 무슨 수를 써서라도 하현을 죽이고 싶었다.하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앞으로 나와 손을 뻗어 김규민의 얼굴을 툭툭 건드리며 말했다.“지금이 어느 때인데 폭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거야?”“신고하는 방법 몰라?”“아니면 신고할 마음이 없다는 거야? 내가 해 줘?”하현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만천우에게 전화를 걸었다.하현이 만천우에게 전화를 거는 것을 본 김규민은 눈이 휘둥그레졌다.그러나 김규민은 하현이 만천우를 불러들일 수 있을 거라고는 믿지 않았다.그녀는 계속 군대를 부를 것이고 하현과 죽을 때까지 싸울 것이다.하지만 30분도 되지 않아 완전 무장을 하고 전투태세를 갖춘 수사관들이 술집에 몰려들어 일사불란하게 사람들을 통제했다.수사관들을 본 영지루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팀을 이끄는 사람이 만천우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만 씨 가문은 무성에서 가장 강력한 가문은 아니었지만 가장 공평하고 공정한 가문으로 정평이 나 있다.수사관들은
만 씨 가문은 어르신부터 아래로는 두 형제까지 모두 관청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이었다.관청의 사람들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법을 공정하게 집행하는 것이다.이 사건의 피해자인 영 씨 가문이 가만히 관청의 처분을 기다리고 있는데 다른 가문들이 뭐라고 왈가왈부할 수 있겠는가?정신이 번쩍 든 만천우는 얼른 취조실을 나섰다.두 시간 후 만천우는 다시 나타났고 모든 것이 이미 결정된 듯 단호한 표정이었다.“하현, 일이 다 처리되었어요.”하현의 옆에 서서 만천우는 공손하게 사건의 결과를 보고했다.“모든 행위는 정당방위였음이 밝혀졌습니다!”“당신은 무죄로 풀려날 것이고 경찰서에서는 당신에게 훌륭한 시민상을 수여할 거라고 하는군요.”만천우의 말에 하현은 커피를 홀짝거리며 말했다.“그럼 다른 사람들은?”“영지루 일행은 피해자이니 당연히 충분한 보상을 받을 겁니다.”“인도인 일행은 중죄를 저질렀지만 외교적 면책특권이 있기 때문에 잠시 보석으로 풀려날 수 있을 뿐 출국은 절대 불가능합니다.”“김규민은 악인을 도왔으니 잠시 억류된 상태로 수사 결과를 좀 더 지켜봐야 하구요.”“브라흐마 아샴은 사건을 일으킨 장본인이긴 하지만 파란 알약을 과다 복용한 탓에 심근경색과 뇌졸중에 걸려 지금은 산송장 상태로 병원에 누워 있습니다.”“그래서 경찰에서는 당분간 다른 조치를 취하지는 않고 정신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습니다.”“모든 절차는 법에 따라 이뤄질 거구요.”그동안 있었던 과정을 막힘없이 말하던 만천우는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만족스럽지는 않겠지만 법과 규칙이 정한 테두리 안에서 저희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이었습니다.”“괜찮아.”하현은 고개를 끄덕였다.“적어도 만 씨 가문은 김 씨 가문, 용 씨 가문, 황금궁과 인도인의 세력 때문에 이 일을 가볍게 여기지는 않았으니까.”“이런 일이 생길 때면 만 씨 가문은 항상 외로운 싸움을 벌일 수밖에 없지.”“그러나 만 씨 가문에 대한 기관의 신뢰
무성경찰서 문밖에 차량 한 대가 멈춰 섰다.하현이 경찰서에서 걸어 나오자 차문이 열렸다.이어서 아름다운 실루엣이 차에서 나와 환한 미소를 머금고 하현 앞으로 걸어갔다.“하현, 당신 드디어 나왔네!”“당신이 못 나오면 평생 죄책감을 안고 살았을 거야.”영지루는 미안한 기색이 역력했다.그녀의 신분으로 밀어붙였다면 아마 전화 한 통으로 하현은 무죄 석방되었을 것이다.하지만 때론 신분이 너무 높아서 할 수 없는 일도 있다.TV나 영화에서 간혹 나쁜 사람들은 거리낌이 없고 오히려 아무 죄 없는 사람들이 손발이 묶이는 이유이기도 하다.결국 어떤 사람들은 법과 정의를 수호하기 위해 태어날 때부터 모범을 보여야 한다.그래서 처음부터 영지루는 하현을 무죄로 석방할 수 있는지 없는지 문의조차 하지 않았던 것이다.그녀가 자신의 강력한 신분을 앞세워 하현을 구해내려 했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주모자를 찾아내 외적과 내통한 물증을 찾아내고 재판에 회부했을 것이다.어쨌거나 다행히 하현은 무죄로 풀려났다.무성에는 아직 법과 정의가 통한다는 방증이었다.김규민이 나중에 보석으로 풀려나더라도 잠시 억류되었다는 것만으로도 법의 승리를 말해 주기 충분한 증거였다.“천만에! 난 정의를 위해 용감히 맞섰고 그 모든 행동은 정당방위였을 뿐이야. 풀려나오지 못하는 게 더 우스는 거 아니야?”하현이 능청스럽게 농담을 하며 영지루의 말을 받았다.“게다가 영지루 당신이 있는데 누가 날 건드릴 수 있겠어?”영지루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하현, 당신도 아마 내 신분을 알 거야.”“내가 당신을 감싸고 싶어도 그렇게 할 수 없었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어.”“어젯밤 당신이 날 구해줬지만 난 당신을 보호할 방법이 없었어. 때로는 나의 이 신분이 짐처럼 느껴져.”하현은 웃으며 손을 뻗어 영지루의 어깨를 툭툭 쳤다.“영지루. 당신의 출생, 지위, 신분은 당신이 법의 정의 아래 떳떳한 행동밖에 할 수 없게 만들었어. 태어날 때부터 그렇게 정
하현은 영지루의 진지한 표정을 지긋이 바라보았다.보아하니 자신이 그녀의 성의를 거절한다고 해도 그녀는 결코 물러설 것 같지 않았다.잠시 생각한 끝에 하현은 마지못해 승낙했다.그러면서 그도 기회를 봐서 뭔가로 답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어쨌든 두 사람은 이제 친구라고 할 수 있으니 당연히 예의를 차릴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하현은 영지루의 점심 초대에는 완곡히 거절했다.영지루의 뒤에 있던 경호원들의 눈빛에서 불꽃이 뿜어져 나오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하현이 영지루의 생명의 은인이 아니었더라면 아마 이 경호원들은 하현과 영지루의 거리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날이 선 시선을 보냈을 것이다.영지루의 정체를 알고 있는 하현은 경호원들의 매서운 시선에는 개의치 않았다.신분이 신분인 이상 영지루는 신변의 보호를 확실히 받아야 했다.어젯밤 일이 있은 후 영지루의 아버지는 영지루가 낯선 남자와 단둘이 있는 것을 내버려둘 수가 없었을 것이다.게다가 하현도 영지루의 집안의 지나친 관심을 받고 싶지 않았다.어쨌든 하현은 지금 병부 대장로의 자리에 관심이 없을 뿐만 아니라 9대 병부 총교관의 명예에도 미련이 없었다.그는 단지 조용히 자신의 삶을 살며 과거 설은아에게 소홀히 대한 것을 메우고 싶을 뿐이다.영지루와 더는 얽히고 싶지 않아서 그는 택시도 잡지 않고 그냥 공유 전기차를 몰고 도끼파 본거지가 있는 동네로 돌아왔다.오는 길에 하현은 무성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곰곰이 복기했다.현재 집법당을 장악하는 것은 비교적 순조롭게 흘러가고 있었다.하지만 용인서의 몸이 위독하다는 것이 가장 큰 걱정거리였다.용 씨 가문에는 세 명의 유력한 후계자가 있었다.하현은 그중 용천오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용천오는 용 씨 가문 문주와 용문 문주에 오를 자격이 전혀 없는 인물이었다.그러나 지금 인도인들은 무성에서 제멋대로 날뛰며 그를 부추기고 있었다.하현은 정황상 용문대회에서 일단은 1등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용문 문주 자리를
하현은 술집에서 일어난 일이 이렇게 쉽게 끝나지 않을 거라고 짐작은 했지만 자신이 경찰서에서 나오자마자 김 씨 가문이 바로 손을 쓸 줄은 몰랐다.하지만 이것으로 김 씨 가문이 얼마나 이 일에 화가 났는지 알 수 있게 되었다.김 씨 가문 입장에서는 이런 식으로 최고 가문이 타격을 입었다는 것 자체가 이미 너무 창피한 일이었다.게다가 그들은 인도인과 아직 협력할 일이 많은 중요한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인도인들에게 만족할 만한 설명을 할 수 없다면 이후에 있을 협력에 많은 잡음이 일어날 것이다.이것은 김 씨 가문으로서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다.“우리 김 씨 가문이 그런 수준이든 뭐든 그건 당신이 상관할 바가 아니지. 우린 우리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거야!”이때 도요타 엘파 뒷좌석 문이 천천히 미끄러졌다.그리고 연미복에 회백색 머리카락을 모두 빗어 넘긴 노인이 천천히 걸어왔다.그는 냉랭한 표정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젊은이, 당신이 우리 김 씨 가문을 괴롭힌 순간부터 이런 결과가 있을 줄 생각했었어야지.”“하지만 겁먹을 필요는 없어. 오늘 우리가 여기 온 건 당신을 죽이려는 게 아니라 당신을 적당히 다치게 한 뒤 선봉사 사람들한테 넘기려는 거야. 그 이후엔 선봉사 사람들이 알아서 하겠지.”“만 씨 가문이 우리 김 씨 가문의 체면을 봐주지 않는데 우리도 체면을 차릴 필요가 없지.”“그러니 우리 김 씨 가문이 스스로 본때를 보여주는 수밖에.”김 씨 가문 집사처럼 보이는 이 남자는 가만히 있어도 무서운 아우라를 풍겼다.방금 세 사람은 아무것도 아니었다.회백색 올백머리를 한 이 남자는 김 집사로 불렸고 김 씨 가문의 모든 일을 도맡아 하는 사람이었다.오늘 밤은 하현을 괴롭히는 일을 맡은 모양이었다.하현은 싱긋 웃으며 입을 열었다.“김 씨 가문에서는 무학의 성지의 주인을 배출한 집안이었지.”“그런데 결국 아무런 원칙도 없이 인도인의 앞잡이로 전락했군.”“당신네 김 씨 가문이 궁주의 체면을 구
”내가 당신한테 그런 기회를 줄 것 같아?”“어서 이놈을 쳐!”두 남녀가 동시에 냉랭한 표정을 지으며 앞으로 나왔다.그들은 약속이나 한 듯 으스스한 기운을 뿜어내며 하현에게 달려들었다.하현은 담담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당신 같은 어중이떠중이가 날 죽이려는 거야?”“꿈도 야무지군!”말을 마치며 하현은 한 걸음 더 앞으로 나왔다.“정 그렇다면 뭐. 시간 낭비할 거 없지!”“당신들도 그들처럼 같이 저승길 가든가!”“뭐? 같이 어딜 가? 정말 내가 나서길 바라는 거야?”김 집사가 사납게 웃더니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너희들 셋이 해치워!”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두 남녀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고 어느새 그들은 하현을 향해 십여 개의 화살을 쏘았다.하현은 상대방이 자신만만해하는 모습을 보고 그들이 숨기고 있는 무기가 꽤나 대단한 게 아닐까 생각했다.그래서 그는 앞으로 나서지 않고 오히려 몇 걸음 뒤로 살짝 물러섰다.“쾅쾅쾅!”하현의 소매 끝을 살짝 벗어난 화살은 뒤에 있는 화분에 적중하며 요란한 소리가 울렸다.하현이 뒤로 물러나자 세 사람도 함께 날렵하게 몸을 움직였다.세 사람의 몸놀림은 번개처럼 빨랐다.불빛 속에서 하현이 물러서려는 것을 보고 세 사람은 이미 그의 옆으로 달려가 손을 뻗어 하현의 손과 발을 잡으려고 했다.하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몸을 뒤로 젖힌 뒤 빠른 속도로 세 사람의 일격을 피했다.“솩!”하현은 얼른 칼날을 번쩍이며 세 사람이 있는 쪽으로 바람 소리를 내며 스쳐 지나갔다.순간 두 남녀의 안색이 일그러졌다.그들은 누구랄 것 없이 얼른 뒤로 물러나 날카로운 칼날을 피했다.그러나 칼날의 속도가 어찌나 빨랐던지 몸은 피했으나 그들의 옷이 찢어졌고 몸에도 얕은 칼자국이 생겼다.방금 몇 분 전만 해도 그들은 하현을 단칼에 죽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뒷짐을 지고 관망하던 김 집사의 얼굴에 못마땅한 기색이 역력했다.하현은 매우 흥미로운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
북해 세 호랑이 중 왼쪽에 서 있던 남자는 사납게 웃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난 당신이 어떤 사람이든 상관하지 않아. 하지만 김 씨 가문의 일에 오지랖 떠는 건 봐 줄 수가 없어!”만천우의 표정이 차갑게 식었다.순간 그는 한 걸음 내디디며 칼날을 휘둘렀다.속도가 빠른 편은 아니었지만 칼날은 번개처럼 날렵했다.그러자 옆에서 입을 열려던 남자는 순식간에 안색이 변했다.칼날이 그를 향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기 때문이다.그는 만천우가 휘두르는 칼이 그다지 빠르지 않다고 생각해서 충분히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그런데 왜인지 모르겠지만 자신의 칼날이 만천우보다 훨씬 느렸다는 걸 알게 되었다.도대체 왜일까?만천우의 칼날은 실제로 사람의 눈으로 보는 것보다 훨씬 더 빨랐다.간단히 말해 만천우의 칼은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그러나 이 남자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그가 이를 악물고 손을 흔들자 소매 속에서 화살이 날아갔다.사람들은 이제 만천우는 끝났다고 생각했다.원래 같았으면 천지가 무너질 것 같은 광경이 펼쳐져야 했는데 갑자기 남자는 온몸을 움찔하더니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다.그의 가슴에서는 혈흔이 번지며 끊임없이 경련을 일으켰다.단칼에 격파한 것이다!이런 무시무시한 실력은 듣도 보지도 못했다.쓰러진 남자를 바라보던 만천우는 왼손 검지를 뻗어 당도의 칼끝을 쓱 그으며 말했다.“하현, 참 가소롭네요.”“은퇴 후 몇 년 동안이나 손을 쓰지 않았더니 이런 사람들 눈에는 내가 손쓸 능력조차 없어 보였나 봅니다.”“정말 집안 망신이 아닐 수 없어요.”하현은 엷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망신은 무슨 망신! 당신 칼끝은 과거보다 지금이 훨씬 나아 보이는구만 뭘. 보아하니 내가 몇 년 동안 가르친 것을 하나도 잊지 않은 것 같군.”“하현, 과찬이십니다.”만천우는 총교관의 칭찬 한마디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이것은 복권에 당첨된 것보다 더 기쁜 일이었다.“개자식! 감히 내 형제를 건드리다니!
”뭐? 정체를 밝히라고?”“마치 내 정체를 밝히면 당신들이 복수할 수 있을 것처럼 말하는군.”“신분에 구애받지 않았다면 당신들은 벌써 몇 번이나 죽었을 거야.”만천우는 냉담한 표정을 지으며 차갑게 말했다.조금도 흐트러짐 없는 만천우의 칼날에 남은 십여 명의 남자들은 하나같이 눈을 희번덕이며 만천우를 노려보았다.그들의 손에는 모두 안전장치가 풀린 총이 들려 있었지만 지금 이 순간 이상하리만큼 총이 무겁게 느껴졌다.하현은 흥미로운 표정으로 이 모습을 지켜보았다.그가 은퇴했을 때 만천우도 은퇴를 선택했었는데 그때 만천우는 아직 전신의 경지에 이르지는 못했다.그런데 오늘 보니 만천우는 어느 정도 전신의 경지에 올라와 있었다.분명 만천우는 은퇴 후에도 열심히 칼솜씨를 연마한 것이 틀림없었다.만천우의 현란한 칼솜씨를 보고 하현은 너무나 흡족했다.스스로 손을 쓸 필요가 없어졌다는 뜻이기 때문이다.“누가 이렇게 잘난 척하나 싶었는데 알고 보니 만 서장님이셨군!”분위기가 험악하게 흘러가자 김 집사는 마침내 사복 차림의 만천우를 알아보았다.“무성경찰서장이 된 만천우가 칼솜씨가 좋다는 소문은 들었지.”“그런데 난 늘 그렇게 생각했지. 젖비린내 나는 꼬맹이가 재주가 있으면 얼마나 있겠냐고.”“하지만 오늘 보니 과연 듣던 대로군!”김 집사의 표정은 여전히 냉랭했다.비록 만천우를 알아보긴 했지만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이었다.김 씨 가문이 가장 골치 아프게 생각하는 대상은 강한 외지인들이었다.만천우 같은 사람은 실력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그의 가문은 무성에 있다.이런 상황에서 만천우는 절대로 김 씨 가문을 상대로 싸움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절대로 뒷감당을 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김 집사가 전면으로 나선 이유이기도 하다.“그런데 만 서장, 당신이 이놈과 도대체 무슨 사이길래 이렇게 나서는 거야?”“당신이 비호할 만한 가치가 있어?”“이렇게 하면 우리 김 씨 가문과 당신 가문이 철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