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현은 제일 먼저 한여침에게 연락한 것이었다.한여침은 하현의 명령에 따라 도끼파 패거리들을 데리고 나타나 조심스럽게 설은아를 구급차에 태웠다.설은아 일행과 루돌프 일행이 모두 가고 난 뒤에야 하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한여침은 조심스럽게 하현에게 다가와 고개를 숙이며 입을 열었다.“형님, 제대로 조사해 보았는데요.”“형수님께 손을 댄 사람은 무성 6대 파벌 중 하나인 인도 쪽 사람들이었습니다.”“그들 뒤에는 인도상회가 있었고요.”“따라서 상대하기가 좀 곤란할 것 같습니다.”“곤란하다고?”하현이 심드렁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한여침, 기왕 당신까지 이렇게 나섰는데 곤란하다는 말은 있을 수 없어.”“물론 몇 사람 없애버린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란 건 알아.”“하지만 누군가 날 건드렸으니 이참에 무성 6대 파벌을 5대로 만들어 버려야지!”하현은 차가운 시선을 번뜩이며 말을 이었다.“준비를 잘 해서 그들의 터전을 손에 넣어야겠어.”“분부 받들겠습니다.”하현의 말을 들은 한여침은 마음속에 감동의 물결이 일었다.비록 그는 6대 파벌 중 하나였지만 도끼파는 항상 꼴찌였다.이제 하현과 인도파가 싸우게 되었으니 그가 어찌 흥분하지 않겠는가?게다가 도끼파와 인도파는 쌍방의 개인적인 원한이 적지 않았다.“참, 형님, 인도상회는 어떻게 할 생각이십니까?”“그건 차근차근 생각하지.”하현은 차분하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말했다.“먼저 그들의 팔부터 베고 천천히 인도상회를 정리할 거야.”하현의 눈가에 한기가 가득 서렸다.샤르마 커, 차현, 이해나 등 어느 쪽이든 이 일에 대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만들어야 했다....오후 9시 교외에 위치한 무성호텔.진주희는 운전적에 앉아 차를 몰아 하현을 호텔 입구까지 데려다주었다.하현의 옆에 앉아 있던 한여침이 공손하게 입을 열었다.“형님, 인도파는 늘 지하세계에서 재미를 상당하게 봐 왔습니다.”“다른 5대 파벌들도 다 알고 있었죠. 지하세
”어쨌든 브라흐마 샤주는 보통 사람이 아니니 형님, 조심하세요!”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인도파가 노골적으로 도박장을 열었는데 무성 관청은 가만히 있었어?”“여러 번 급습했는데 그때마다 모두 피했죠.”한여침은 잠시 망설이다 말을 이었다.“그리고 그때마다 인도상회가 중간에서 외교 면책특권을 내놓았죠.”“그래서 무성 관청 쪽도 함부로 손을 쓰지 못한 거예요.”“게다가 인도상회가 요 몇 년간 인맥을 잘 넓혀 놓아서 무성 상류층 사람들이 많이 연루되어 있어요. 그래서 더 인도파들이 이렇게 날뛰는 거고요...”하현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인도상회가 인맥을 넓혔다고? 그래서 못 건드려?”“용 씨 가문이야?”한여침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듣기로는 인도상회 부이사장 브라흐마 아부와 용천오가 아주 친밀한 사이라더군요.”이 말을 들은 하현의 눈동자가 매섭게 빛났고 눈동자는 순식간에 얼음 덩어리처럼 차가워졌다.만약 그렇다면 샤르마 커 일행이 설유아, 설은아를 상대로 한 이번 사건이 그냥 단순한 충돌이 아닌 것이다.30분 후 차는 ‘쾅'소리를 내며 무성 외곽에 있는 북유럽풍 건물 입구에 세워졌다.하현이 왔을 때는 호텔이 한창 영업을 하는 시간이어서 드나드는 사람들이 아주 많았다.적지 않은 상류층 젊은이들이 이곳을 드나들며 하나같이 칩을 교환하는 데 열을 올렸다.그들은 홀에 있는 테이블로 가서 의기양양하게 도박을 즐겼다.“어서 오세요!”하현이 인도파의 대담함에 감탄하고 있을 때 인도 전통 복장을 한 인도 여인들이 열정적으로 그를 맞이했다.“여자랑 놀려고 온 거예요? 아니면 몇 판 하려고 온 거예요?”하현은 옆에 있던 진주희를 한 번 힐끔 보고는 미리 준비한 가방 하나를 열어 보이며 말했다.“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이거 전부 칩으로 바꿔.”인도 여자는 엄청난 돈다발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가방 속에 현금이 가득 들어 있는 것을 본 여자는 하현을 향해 빙긋 웃으며 잠시 위아래로 훑어보고
아름답기도 했지만 이국적인 정취를 띄고 있어 더욱 매력적인 인도 여자는 하현을 향해 빙긋 웃어 보인 후 입을 열었다.“귀한 손님이 오셨는데 아유 아쉬워라!”“1, 2, 3. 아유 6이잖아!”하현의 천만 원짜리 칩이 순식간에 사라졌다.“오늘 밤 운이 좀 안 좋은가 봐.”하현은 멋쩍은 듯 웃으며 오천만 원짜리 칩을 꺼내 탁자 위에 놓고는 담담하게 말했다.“두 번째는 안 그렇겠지. 이번엔 오천만 걸겠어!”인도 여자와 딜러의 눈이 마주쳤고 둘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주고받았다.딜러는 곧 주사위를 재빠르게 흔든 뒤 웃으며 입을 열었다.“자, 이제 물릴 수 없어요!”주변에 있던 손님들도 숨을 죽이고 지켜보면서 미심쩍은 눈빛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이 사람은 분명히 초짜인 것처럼 보이는데 돈은 정말 많은 것 같았다.천만 원을 잃었는데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지금 또 오천만 원을 걸다니?소식을 듣고 하나둘씩 구경꾼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곧 하현은 많은 사람들로 둘러싸였다.하현이 이렇게 크게 노는 것을 보고 망설이다가 하현을 따라온 손님들도 몇 명 있었다.곧 뚜껑이 열릴 것이다.딜러는 더욱 환한 미소로 말했다.“2, 2, 4. 팔.”하현은 또 순식간에 오천만 원을 잃었다.따라서 산 사람 몇 명도 모두 죽을상을 하고 하현을 쳐다보았다.“놀 줄 아는 거 맞아요? 놀 줄 모르면 여기 오지 마세요!”“우리도 돈을 잃었잖아요! 에잇!”양복 차림에 점잖고 듬직해 보이는 손님이 하현을 향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젊은이, 크고 작은 카지노에는 몇 만이 넘는 놀이도 있어요. 그것도 괜찮아요.”“돈 씀씀이가 너무 헤픈 거 같아서. 이건 남한테 그냥 돈을 던지는 거나 마찬가지야!”“나이 든 사람이 충고하는 거니 이제 그만해요.”몇 명의 아름다운 여자 손님들은 요상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섰다.이들은 잠시 후에 이 초짜를 가지고 놀다가 돈이나 챙겨야겠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하현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하현이 조금도 망설임 없이 수표에 서명하는 것을 보고 맞은편에 서 있던 딜러의 눈꼬리가 가늘어졌다.그 후 불과 10분 만에 하현은 세 판을 내리 져서 십억 가까운 돈을 잃었다!이 장면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하현은 머리카락이 헝클어지고 눈이 빨개졌다.수표를 들고 있는 그의 손이 부들부들 떨리는 것 같았다.30분도 채 되지 않아 십억 원을 잃었으니 사람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게 된 건 당연한 일이었다.이때 올백머리를 한 잘생긴 남자가 홀 2층에 나타나 하현을 흥미로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브라흐마 샤주!그는 하현이라는 사람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었지만 이런 초짜가 겁도 없이 덤비는 재미난 구경을 놓칠 리가 없었다.“하현, 이젠 그만하세요. 더 이상 지면 무성에 투자한 돈을 모두 잃게 돼요...”바로 그때 진주희가 갑자기 한 걸음 앞으로 나와 수표를 들고 있던 하현의 손을 누르며 간청하듯 말했다.“아직 당신 계좌에 몇백억이 남아 있지만 오늘 밤 여기서 다 탕진하게 되면 정말 골치 아파져요!”“진흙탕에 한번 발을 밟으면 다시는 뭍에 못 올라온다구요!”“하현, 오늘 잃은 돈은 개한테 준 셈 치고 여기서 그만하면 안 될까요?”진주희가 간청하다 못해 애원하는 눈빛으로 말했다.지금 ‘돈 많고 기세등등해 보이는' 하현을 쳐다보는 사람들의 머릿속은 부잣집 도련님 이미지가 각인되기 시작했다.진주희가 하현을 계속 만류하는 것을 보고는 딜러는 의식적으로 2층에 있는 브라흐마 샤주를 쳐다보았다.“짝짝짝!”2층에서 브라흐마 샤주가 손뼉을 치자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위로 향했다.브라흐마 샤주 입장에선 하현 같은 이런 초짜는 천 년에 한 번 볼까 말까 한 것이었다.이런 눈먼 양을 어찌 탐욕스러운 늑대가 가만히 두고 볼 수 있겠는가?박수소리와 함께 브라흐마 샤주는 사람들의 시선을 뚫고 하현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내 소개부터 하지. 난 이 무성호텔 책임자야.”“인도에서 왔고 두 번째 계급이지.
이 모습을 보고 브라흐마 샤주는 화가 나기는커녕 자신의 얼굴에 붙은 수표를 쥐어 보았다.“오! 이 패기!”“내가 가장 좋아하는 스타일이 당신 같이 이렇게 호탕한 사람이야!”“이왕 이렇게 된 거 그래, 한 판 놀아보자구!”“오십억 걸겠어!”말을 마치며 브라흐마 샤주가 누군가에게 손짓을 했고 그 자리에서 누군가가 그에게 오십억 짜리 수표를 가져와 테이블 위에 놓았다.“당신이 이기면 이것까지 가져가는 거야.”“만약 당신이 진다면 당신 돈을 나한테 줘야 해. 만약 돈을 주지 못한다면 당신 손발을 자르고 당신 집안의 모든 사업은 내가 인수하는 거지.”“문제없지?”하현은 짐짓 화를 내는 척하며 말했다.“내가 이 돈을 못 가져갈 거라 생각해? 무슨 농담도 그런 농담을!”“자, 딜러. 어서 시작해!”“어서 주사위 흔들라고!”하현은 말을 하면서 손바닥으로 책상을 내리치며 엄중한 목소리로 말했다.“난 여전히 고!”브라흐마 샤주는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으로 주사위 컵을 흔들었다가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며 담담하게 말했다.“하현, 당신 정말 크게 놀 거지? 번복할 수 없어, 알지?”“내가 뭘 번복한다고 그래?”하현은 냉소를 지으며 다시 한번 테이블을 탁 두드렸다.“하지만 당신이 속임수를 쓰지 못하게 난 딜러가 주사위를 흔들었으면 하는데!”말을 마치며 하현은 옆에 서 있는 인도 딜러를 가리켰다.브라흐마 샤주는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미소를 지었다.“문제없어. 좋을 대로 해!”인도 딜러는 비아냥거리는 표정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이 바보가 설마 우리 브라흐마 샤주가 섬나라에서 카지노를 배웠다는 걸 모르나?주사위 같은 건 그의 손에 쥐어져 있는 대로 굴러가는 것이다.다른 사람이 돌린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마음속으로 음흉한 생각을 품은 이 인도 딜러는 손을 뻗어 주사위 컵을 열었다.온 장내의 시선이 순식간에 한 곳으로 집중되었다.순간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4, 5,
”수작을 부려?”“무성호텔은 지면 안 되는 거야?”“너무 창피해서 그러는 거야?”브라흐마 샤주의 말을 들은 하현은 그를 뒤돌아보며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으로 구석에 달려 있는 감시 카메라를 쳐다보며 냉담하게 말했다.“당신네 무성호텔에는 적어도 수백 개의 감시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어!”“내가 수작을 부렸다고 생각된다면 얼마든지 CCTV 돌려보고 증거를 찾아내!”“내가 조금이라도 부정한 행동을 한 흔적이 있다면 내 손을 잘라!”“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난 당신들의 주사위엔 손도 대지 않았어. 주사위 컵의 뚜껑을 연 사람은 당신이야!”“나한테 져서 부끄러운 거야?”“손님을 바보로 생각하는 거냐고?”“여기는 질 수밖에 없는 곳이야? 절대 이길 수 없는 곳이냐고?”“당신 돈을 딴 사람은 수작을 부린 거야?”“브라흐마 샤주, 너무 찌질한 거 아니야? 창피하지도 않아? 그래도 나름 6대 파벌 중 한 파벌의 우두머리잖아!”말 몇 마디로 브라흐마 샤주의 말을 반박했을 뿐만 아니라 순식간에 브라흐마 샤주를 딜레마에 빠뜨리고 말았다.순간 브라흐마 샤주의 얼굴은 흙빛이 되었다.하현의 말이 옳다는 건 알고 있지만 이 일이 알려지면 앞으로 무성호텔 사업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하지만 하현에게 빼앗긴 오십억을 생각하면 분해서 미칠 지경이었다.브라흐마 샤주는 냉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CCTV?”“우리 무성호텔은 오랫동안 운영되어 왔어. CCTV에 의존해야 했다면 우리는 여러 번 고꾸라졌을 거야!”“야, 누가 당신을 여기 보냈는지 모르겠지만.”“우리 인도파를 때려 부수는 건 어림도 없어!”말을 하면서 브라흐마 샤주는 냉소를 흘리며 앞으로 다가서 웃는 듯 마는 듯한 묘한 표정으로 말했다.“당신이 여기 온 이유는 당신한테 있겠지!”말을 마치자마자 브라흐마 샤주는 하현에게 다가가 손을 뻗어 하현의 양복 주머니에서 몇 개의 주사위를 꺼냈다.그런 다음 그는 하현의 뒤로 가서 몇 개의 주사위를 더 발
”그럴 필요 없어!”브라흐마 샤주는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이 주사위들은 문제를 설명하기에 충분해!”“얌전히 굴어!”“오늘 밤 당신한테는 두 가지 선택이 있어.”“첫째, 가져간 돈을 두 배로 물어내고 한 손을 잘라!”“둘째, 돈을 잃고 싶지 않다면 당신의 목을 내놓으면 돼!”말을 마치며 브라흐마 샤주는 가늘고 긴 담배에 불을 붙여 의자에 기대어 앉았다.“어때?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거야?”브라흐마 샤주에게 이곳은 인도파의 돈줄이었다.이곳에서 그는 매일 엄청난 돈을 벌고 있었다.다른 누군가가 그의 돈을 가져가는 꼴을 그가 어찌 보고 있겠는가?하현이 여기 들어와 연거푸 세 번을 졌을 때 이미 브라흐마 샤주의 주의를 끌었다.그래서 하현이 돌아서서 떠나려고 할 때 브라흐마 샤주는 과감하게 앞으로 나섰다.목표물인 하현을 한 번에 쓰러뜨리기 위해서였다.하현이 도박의 바다에서 다시는 해안가로 올라가지 못하게 하려고 한 것이다.브라흐마 샤주의 머릿속에는 하현의 뒷배가 아무리 탄탄하다 하더라도 그가 오십억이라는 돈을 잃으면 그를 완전히 제압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하현이 돈을 내지 못해도 상관없었다.차용증에 서명하기만 하면 그들 인도파는 하현의 뒤에 있는 가문의 재산을 모두 털어낼 수 있는 방법이 있다.몇 년 동안 무성에서 인도파가 이런 방법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죽였는지 셀 수도 없었다.브라흐마 샤주는 이미 이런 속임수로 성공을 맛본 터였다.심지어 하현이 천둥처럼 펄쩍펄쩍 뛰며 진주희의 뺨을 때리는 순간 브라흐마 샤주는 자신이 이미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했다.다만 하현이 속임수를 쓰지 않고도 테이블 위를 싹 쓸어버려 자신의 속임수를 무용지물로 만들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브라흐마 샤주의 모든 사업은 인도상회의 이익과도 직결되어 있었다.한 번에 오십억을 잃으면 인도상회가 자신을 죽일까 봐 걱정스러웠다.그래서 하현이 속임수를 썼다는 누명을 뒤집어씌워 돈을 회수해야 했다.감
”앗!”브라흐마 샤주는 얼굴을 감싸고 비명을 지르더니 순식간에 땅에 얼굴을 부딪혔다.생각지도 못한 일격에 그의 얼굴이 말할 수 없이 일그러졌다.그는 자신의 구역에서 누군가가 자신의 체면을 안중에도 두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감히 자신의 얼굴을 때릴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브라흐마 샤주는 잡아먹을 듯한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고 돌아서려는 하현에게 이를 갈며 말했다.“개자식! 감히 날 때려?!”“후환이 두렵지도 않아?”“저놈을 죽여! 죽이라고!”브라흐마 샤주의 고함소리에 그의 뒤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던 여섯 명의 인도 경호원들이 몸을 날려 하현의 길을 막았다.“꺼져!”줄곧 입을 열지 않았던 진주희가 재빠른 몸놀림으로 하현의 앞을 가로막는 경호원들을 주먹으로 내쫓았고 쏜살같이 달려든 경호원들을 발로 걷어차 멀리 날려버렸다.“털썩!”땅바닥에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대여섯 명의 인도 경호원들이 미처 반응도 하지 못한 채 땅바닥에 나뒹굴었다.그들은 벽에 부딪히며 목을 타고 온 핏덩이를 내뿜기도 했다.“어쭈! 좀 하는데!”브라흐마 샤주는 얼굴을 가리고 일어섰다.그의 얼굴이 더욱 섬뜩해졌다!“이젠 더 확실해졌군. 당신들은 속임수를 쓴 거야!”“그것도 모자라 감히 내 구역에서 나와 내 사람들을 건드려?!”“오늘 네놈들이 살아서 여길 나가면 나 브라흐마 샤주가 사람이 아니야!”그의 말에 입구에 서 있던 또 다른 인도 경호원들 수십 명이 살벌한 모습으로 뛰어들어왔다.현장에 있던 딜러들과 손님들은 그제야 비로소 정신을 차렸고 신선들이 싸우는 곳에서 인간이 걸리적거리다가 불똥이라도 튈까 봐 전전긍긍하며 구석으로 숨었다.하현을 어리석은 초짜 보듯 했던 몇 명의 아리따운 여자들은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입이 있어도 할 말이 없었다.그녀들은 하현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타짜면 타짜고 속임수를 썼으면 쓴 거지 감히 브라흐마 샤주의 얼굴을 때리다니!상상도 하지 못한 전개였다.아리따운 여자들은 숨
”여수혁?”하현은 여음채를 쳐다보며 차가운 미소를 띠었다.“그가 이 병원 대주주인 동시에 당신의 뒷배라고?”“그래! 알고 나니 이제야 겁이 나?”“무서운 줄 알면 이제 무릎 꿇고 내 신발 밑창을 핥아!”“그리고 다리를 부러뜨리고 이십억을 배상해! 그러면 여수혁도 당신한테 살길을 열어줄지도 모르지!”“그렇지 않으면 당신 오늘 재수 없을 줄 알아!”여음채는 경멸하는 기색을 한껏 드러내었다.하현이 남양 무맹과 여수혁이라는 단어 앞에서는 전혀 별 볼 일 없는 존재라고 여겼던 것이 분명했다.강옥연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하현에게 말했다.“하현, 여수혁은 남양 무맹주가 총애하는 제자야. 그리고 그의 아버지는 페낭 무맹의 부문주라서 건드리기가 쉽지 않아.”하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괜찮아. 어릿광대일 뿐이야.”“뭐? 어릿광대?”하현의 말에 여음채는 ‘피식'하고 웃음을 터뜨렸다.“누가 당신한테 그런 용기를 줬는지 모르겠군! 흥!”“우리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이 사람은 페낭 무맹의 부맹주 아들이야!”“이 사람은 페낭 무맹 장로가 아주 아끼는 제자라구!”“게다가 남양 무맹이 페낭 무맹에 파견한 제자라고!”“우리 같은 사람들은 어딜 가나 거칠 것이 없는 사람들이야. 그뿐만 아니라 실력도 비할 데 없어!”화려한 옷차림의 남녀 예닐곱 명이 걸어와 소리치며 하현을 향해 멸시하는 눈빛을 보이며 비아냥거렸다.“야, 너 오늘 큰일 났어! 아주 재수 옴 붙은 날이라고! 우리가 당신 목숨뿐만 아니라 가죽까지 싹 벗겨버릴 거거든! 하하하!”이 사람들은 하현이 무슨 도마 위에 올려진 생선처럼 여기는 것 같았다.원하는 대로 칼질을 해도 된다고 생각했는지 험한 말을 마구 내뱉었다.예쁘장하게 생긴 여자들은 더욱 경멸하는 눈초리로 하현을 노려보았다.하현 같은 외지인이 감히 그들 같은 거물들한테 입을 놀리다니 정말 주제도 모르고 날뛰는 망나니가 따로 없다고 생각했다.하현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이 광경을 보고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깜짝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외지인 관광객 주제에 너무 오만하고 포악하지 않는가?진 반장이 이미 잘못을 인정하고 물러나려는데 여전히 권세를 믿고 남을 괴롭히려고 하다니, 이건 지나친 행동이 아닐 수 없었다.진 반장은 얼굴을 가리고 일어나 하현의 의기양양한 얼굴을 잠시 뚫어져라 쳐다보았다.도대체 이놈의 정체가 뭔지 알 길이 없어 진 반장은 순간 분노했지만 애써 마른침을 삼키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젊은이, 당신 너무 심한 거 아니야?”“퍽!”하현은 손바닥을 휘둘러 또다시 뺨을 때리며 냉담하게 말했다.“그렇게 대단하게 나한테 큰소리쳤다는 건 잘못을 하면 그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도리도 잘 안다는 뜻 아니셨나?”“이렇게 간단한 이치도 몰라?”진 반장은 주먹을 불끈 쥐고 이를 갈았다.생각 같아서는 하현을 죽이고 싶었지만 결국 그는 소리 없이 탄식할 수밖에 없었다.“미안해! 잘못했어!”그는 하현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하구봉이 전화를 건 정종화 총경이 두려운 것이 분명했다.감히 이런 상황에서 어찌 그가 하현을 상대로 싸울 수 있겠는가?상대방의 사과를 들은 후에야 하현은 앞으로 나와 그의 오른쪽 얼굴을 툭툭 건드리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꺼져!”진 반장은 그의 무리들을 데리고 쏜살같이 꽁무니를 뺐다.그리고 이 광경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그야말로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은 하현이 진 반장을 내쫓을 만큼 강력한 힘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진 반장 일행이 꽁무니를 빼게 했을 뿐만 아니라 진 반장의 얼굴까지 때렸다.“내가 당신을 얕잡아 본 것 같군. 당신이 이렇게 큰 뒷배를 뒀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어.”진 반장이 황급히 도망치는 모습을 보고 여음채는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면서 냉소를 흘렸다.“그렇지만 똑똑히 들어. 당신 뒤에 얼마나 큰 거물이 있든 간에!”“페낭 병원의 뒷배가 훨씬 강할 거야!”“날 건드려?! 흥! 두고 봐! 당신은 죽
선두에 선 남자를 보자 여음채는 안색이 환해졌다.그리고 나서 얼른 다정하게 남자의 팔짱을 끼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진 반장님, 마침 잘 오셨어요. 바로 저 자식이에요. 저 자식은 우리가 의료 윤리를 중시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람을 때린다고 호도하고 있어요.”“게다가 내 아랫배까지 걷어찼다구요!”“저놈을 반드시 감옥에 가둬 주세요. 그 안에서 제대로 반성할 수 있게요.”여음채는 하현을 가리키며 기세등등한 표정을 지었다.부일민 일행도 모두 큰소리로 맞장구를 치며 하현이 억지를 부린다고 한마디씩 보탰다.“뭐? 감히 병원에서 원장님을 때려요?”“대낮에 그런 짓을 한단 말이에요?”“법도 뭣도 없답니까?”진 형사는 하현의 얼굴을 주시했고 곧바로 그가 남양인이 아니란 걸 눈치챘다.그러자 얼굴이 싸늘하게 바뀌며 비아냥거렸다.“이봐, 어서 저놈을 데려가! 모질게 심문해! 지독하게 조사해!”“감히 반항한다면 그 자리에서 바로 법으로 다스려!”하현은 희미한 미소를 떠올리며 눈을 가늘게 뜨고 진 형사를 쳐다보았다.“당신은 어쨌든 형사반 반장이면 경찰서를 대표해서 일을 해야죠. 무슨 일이 생겼으면 제대로 조사를 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일을 어떻게 하든 당신 같은 사람이 날 가르칠 건 아니지!”“당신이 먼저 사람을 치고 법을 어겼어. 그러니 법 집행자로서 당신을 연행하는 건 당연한 거야!”“물론 당신도 저항하는 길을 택할 수 있어!”“하지만 저항한 결과는 내가 당신을 한 방에 죽이는 거야!”진 반장은 언성을 높였고 눈을 부릅뜨고 하현의 얼굴을 툭툭 건드리려고 손을 내밀었다.하현은 손을 들어 진 반장의 오른손을 막은 뒤 담담하게 하구봉을 쳐다보며 말했다.“전화 걸어.”하구봉은 어리둥절해하다가 곧바로 하현이 말하는 뜻을 알아차리고 얼른 핸드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전화기 건너편에 냉랭한 목소리가 전해오자 하구봉은 핸드폰을 진 반장에게 건네주었다.“당신의 직속 상사가 전화를 받아
하현은 여음채의 말을 듣고 얼굴을 살짝 찡그렸다.페낭은 정말 법보다 주먹이 가까운 곳이라는 걸 새삼 깨달았다.이렇게 공공연하게 정경유착이 만연할 줄이야!하현의 표정을 살피던 여음채는 순간 하현이 겁을 먹은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러자 여음채는 다시 의기양양한 기운을 내뿜으며 이를 악물고 하현을 냉소적으로 바라보았다.“왜? 무서워?”“이제야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알겠어?”“지금이라도 용서를 빌면 봐줄 수도 있어. 아직 늦지 않았다구.”“그렇지 않으면 당신을 기다리는 건 억세게 불행한 일들뿐일 거야!”말을 하는 동안 여음채는 부일민에게 손짓을 하며 다른 의료진과 경호원들을 모두 불러들여 하현 일행을 겹겹이 에워쌌다.기세등등하게 하현 일행을 노려보고 있는 그들 무리는 당장이라도 덤벼들 듯 사나운 모습이었다.이 광경을 본 여음채는 더욱 득의만만해져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이봐, 이제 무릎 꿇고 머리를 조아려. 어서 사과하고 내 신발 밑창을 개처럼 깨끗이 핥아!”“그렇지 않으면 당장 오늘 밤부터 감옥에서 썩어야 할 거야!”강옥연의 얼굴에 긴장한 기색이 떠올랐다.하구봉은 콧방귀를 뀌며 시큰둥한 반응으로 일관했다.주위의 구경꾼들은 모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하현에게 다가올 불운을 생각하며 탄식했다.아무리 거세게 싸운다고 해도 경찰관들 앞에서 그게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설마 하현 일행은 법이라도 어기려는 건가?하현은 냉담한 얼굴로 여음채의 얼굴에 시선을 던졌다가 이내 평온한 표정이 되었다.“내가 감옥에 갈 필요가 있는지 없는지는 잘 모르겠지만.”“의료 윤리를 중시하지 않는 건 그렇다 쳐. 그런데 어떻게 이익만 챙기고 인명을 돌보지 않는 거야?”“멀쩡한 병원이 사기꾼 소굴이 되어 관광객을 속이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군.”“당신들 오늘 잘 만났어. 당신들은 이제 좋은 날 끝났어.”“이 병원, 망하게 해 줄게.”하현의 말을 들은 부일민과 예쁘장한 간호사들은 모두 코웃음을 쳤다.그녀들은 허
잠시 후 넋이 나간 듯 멍하던 여음채는 겨우 제정신을 차렸다.그녀는 배를 움켜쥐고 일어나 하현을 노려보며 말했다.“개자식! 감히 날 걷어차?”“내 엄마가 누군지 알아?”“당신은 누구야? 의료 윤리를 저버린 원장 아니야?”하현이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말했다.“때린 건 당신이야.”“뭐?”조금도 두려워하지 않는 하현의 목소리와 행동에 여음채는 화가 치밀어 올라 하현을 가리키며 호통쳤다.“모두 저놈을 죽여!”“일이 터지면 내가 다 수습할 거야!”그녀의 말에 수십 명의 건장한 경호원들이 사납게 웃으며 하현을 에워쌌다.강옥연은 이런 막무가내 인사를 본 적이 없었다.병원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막무가내라니 정말 놀랍지 않을 수 없었다.결국 강옥연은 걱정스러운 마음에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하현, 조심해!”그녀의 말을 들은 부일민은 냉소를 흘리며 입을 열었다.“우리 원장님한테 미움을 산 사람은 살아남지 못해!”예쁘장한 간호사들은 앳된 얼굴로 눈을 흘기며 거들었다.“흥! 조심해 봤자 소용없어! 죽어야 해!”주위를 둘러보던 환자와 의료진들도 모두 고개를 내저으며 탄식하듯 깊은 한숨을 쉬었다.여음채의 인품이 별로라는 것은 잘 알려져 있었지만 그녀의 영향력과 인맥은 도저히 무시할 수 없었다.이 페낭 병원에서 누가 감히 그녀한테 대들 수 있겠는가?아무 물정 모르는 외지에서 온 관광객이 하필 여음채를 건드리다니!이게 무슨 바보 같은 짓인가?이때 선두에 선 경호원은 음흉한 미소를 흘리며 하현에게 다가왔다.그는 고개를 옆으로 까딱까딱 꺾으며 광분한 사냥개 같은 표정으로 말했다.“이놈아! 감히 여기서 소란을 피워? 여기가 어디라고? 눈을 어디다 둔 거야?”“퍽!”“앗!”경호원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하현은 듣기 귀찮다는 듯이 손바닥을 휘둘러 그를 내동댕이쳤다.맨 앞에 있던 경호원은 눈앞이 캄캄해졌고 그대로 바닥에 널브러져 기절하고 말았다.기절했어?!이 광경을 보고 놀
앞뒤 사리를 가리지 않고 막무가내로 행동하는 여음채의 모습에 강옥연이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뭐가 모욕이에요?”“당신들은 환자를 구하고 비용을 청구해야 하는데 환자를 구하기는커녕 무슨 스타가 나타났다고 부리나케 쫓아다니지 않았냐구요?!”“응급실에 30분씩이나 방치해 놓고 이제 와서 보증금은 돌려주지 못하겠다니요?”“당신들 같은 병원이 무슨 의료 윤리 의식이 있겠어요?”“병원이 아니라 사기 소굴이에요!”강옥연은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식약청에 고소할 거예요!”하현은 침착한 눈빛으로 여음채의 표정을 살피다가 하구봉에게 원가령의 안전을 보호하라는 손짓을 했다.아마도 강옥연의 강경함에 여음채는 일을 처리하기가 좀 곤란해졌다고 느꼈을 것이다.여음채는 눈빛이 서늘해지더니 달려오는 수십 명의 경비원들에게 하현 일행을 포위하라고 손짓하며 지시했다.이어 그녀는 경멸하는 표정으로 긴 다리를 뻗으며 다가와 말했다.“우리 페낭 병원에서 소란을 피우고 잘못을 하면 응당한 대가를 치러야 해.”“무릎을 꿇고 잘못을 인정해. 그리고 내 신발 밑창을 깨끗이 핥아. 그뿐만 아니라 우리 부일민 의사에게 십억을 배상해. 그러면 이 일은 이대로 덮어 두겠어!”“더 이상 일을 크게 만들지 마.”“내 말대로 하지 않으면 당신들은 칠흑 같은 남양 감옥에 갇히게 될 거야!”“1년 반 동안 안에서 통곡만 하다가 세월을 보내게 될 거라고!”분명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닌 듯했다.여음채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아주 능수능란했다.어떤 외국인이라도 감히 페낭 병원에서 소란을 피우는 자는 모두 이런 꼴을 당했을 것이다.부일민 일행은 입꼬리를 살짝 치켜올린 채 고소하다는 듯 히죽거렸다.큰소리 뻥뻥 치더니 하현이 아주 제대로 걸렸다고 생각했던 것이다.페낭 거물도 아닌데 감히 페낭 병원에 와서 행패를 부려?하늘이 얼마나 높고 땅이 얼마나 두꺼운지 모르는 거지!강옥연은 한기를 가득 품은 목소리로 소리쳤다.“당신들은 아주 법도 뭣도
응급실에 있던 원가령은 아직도 술에 취한 듯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그녀의 얼굴은 여전히 창백했다.원래 같았으면 벌써 위를 씻고 상처를 치료해야 했었지만 의료진은 그녀를 병상에 눕혀만 놓고 방치한 것이다.하현은 얼굴을 찡그리며 손을 뻗어 원가령의 위를 몇 번 누른 다음 그녀를 일으켜 세우고 하구봉에게 쓰레기통을 가져오라고 지시했다.원가령은 술을 모두 토한 뒤에야 비로소 조금은 편안해진 얼굴이 되었다.강옥연에게 응급실의 소독약으로 간단하게 원가령의 상처 부위만 소독한 뒤 휠체어를 구해 원가령을 실었다.그리고 하현 일행은 떠날 준비를 했다.이때 문밖에서 다급한 발자국 소리와 함께 남양 말로 뭔가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분명 경비원들이 들어오려고 하는 것이 틀림없었다.하현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하구봉에게 눈빛을 보냈고 하구봉은 지체 없이 한 걸음 내디디며 한 발로 세게 문을 걷어찼다.‘퍽'하는 소리와 함께 응급실 문이 벌컥 열렸다.예닐곱 명의 건장한 경비원이 뛰어들려다가 튕겨나가는 부일민과 부딪혀 난장판이 되었다.비슷한 시각 복도 끝 쪽에서는 기세등등한 모습으로 걸어오는 사람들이 있었다.어딘가 낯이 익어 보이는 여자가 맨 앞에 서 있었다.그녀는 몸매가 유려했고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를 뿜으며 걸어왔다.앳된 간호사 몇 명은 이 여자를 보자마자 자신도 모르게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이 중년 여자는 페낭 병원에서 제일 영향력이 센 원장, 여음채였기 때문이다.여음채는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위엄있는 목소리로 말했다.“누가 우리 병원에서 소란을 피워? 눈도 없어?”“원장님, 외지 사람들이 와서 억지를 부리고 있어요. 우리가 의술의 도리를 저버렸다고 하면서 사람을 때리고 응급실 문을 발로 차고 있어요.”“우리는 모두 들어가서 환자를 치료하려고 하는데 환자를 마음대로 데려가려고 합니다!”“이건 아주 우릴 무시하는 거죠!”넘어져 있던 부일민은 여음채를 보자마자 벌떡 일어나 하현 일행의 행동을 가리키며 고자질
부일민은 더욱 냉소적으로 말했다.“하지만 우리 앞에서 귀에 거슬리는 그런 말은 해도 되지만 이것만은 알고 가세요. 한번 지불한 돈은 환불되지 않아요.”“사람이야 얼마든 데려가도 되지만 보증금 천만 원은 돌려주지 않습니다!”“그럼 어서 물러가세요!”“여기서 방해하지 말구요!”의사의 오만방자한 말에 강옥연은 얼굴이 싸늘해졌다.“살리기는커녕 환불도 안 된다구요?!”“내가 당신들 고소할 거예요!”“고소?!”부일민은 여간호사 몇 명과 눈을 마주 보며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어떤 사람은 손거울을 꺼내 화장을 고치기 시작했고 어떤 사람은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강옥연이 고소라는 말을 꺼내도 그녀들은 전혀 안중에 두지 않는 게 분명했다.어차피 페낭 병원은 불만을 제기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고소? 그래 하세요!”부일민은 눈썹을 치켜세운 뒤 벽에 붙은 전화번호를 가리켰다.“국민신문고, 식약처, 경찰서, 등등, 전화번호들이 여기 다 있으니까!”“아무데나 전화해서 아무나 불러 보세요!”“사람을 불러서 날 고소해 보세요! 그럼 내가 당신들을 할아버지라고 부를게요!”“대하 촌놈들이 감히 우리 남양 땅에 와서 거드름을 피우며 위세를 부리고 있어?! 흥!”“당신들이 전화를 해 봤자 아무도 들어주지 않을 거예요!”부일민은 한껏 코웃음을 쳤다.그들은 이미 관광객들을 등쳐먹는 데 아주 익숙한 것 같았다.관광객이 신고해도 결국 팔이 안으로 굽는 법이었다.“당신들 제정신이에요!”강옥연은 눈을 부라렸다.이런 몰상식한 사람들은 정말이지 처음이었다.이때 하현이 앞으로 나와 강옥연의 어깨를 툭툭 치며 담담하게 말했다.“강옥연, 어쨌든 당신은 용문 사람인데 어떻게 기본적인 도리도 몰라?”“뭐라고?”강옥연이 살짝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도무지 하현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영문을 알 수 없었다.“어떤 사람들은 말로 하면 못 알아들어. 그냥 얼굴을 두들겨 맞아야 알아듣지.”
황천화 일행을 해결하고 하현은 강옥연에게 전화를 한 뒤 택시를 타고 페낭 병원으로 향했다.페낭 병원은 사립 병원으로 규모가 큰 편은 아니었지만 인테리어가 호화로웠다.거리마다 홍보 간판이 걸려 있는 병원다웠다.다만 의술은 아직 그에 미치지 못했고 보감 그룹 병원에 속하며 페낭 현지에서 평판이 별로 좋지 않았다.보통은 관광객을 속이고 사기를 쳐서 이익을 남기는 병원이었다.그리고 해외에서 온 관광객들은 이곳에서 사기를 당해도 신고할 길이 없어 결국 흐지부지될 수밖에 없었다.하현은 오는 길에 이런 정보들을 알게 되었다.강옥연도 현지인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병원에 가게 된 것을 그녀의 잘못만이라고 탓할 수가 없었다.하현과 하구봉은 곧바로 병원에 도착해 응급실 복도에서 강옥연을 찾았다.“하현.”하현이 나타난 것을 보고 강옥연은 급히 다가와 공손하게 인사를 건넸다.“상황은 어떻게 되어 가고 있어?”하현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물었다.“응급실에 들어가긴 했지만...”강옥연이 말끝을 흐렸다.하현은 얼굴을 찡그리며 응급실 문틈을 살짝 들여다보았다.대여섯 명의 환자가 병상에 누워 있었고 그중 두세 명은 외상을 입고 낮은 소리로 신음하고 있었다.그러나 응급실 안에는 의료진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내가 원가령을 데리고 왔을 때 의료진은 어떤 유명 연예인이 다쳐서 나간다고 했어.”“이곳의 한 인플루언서 스타가 영화를 찍다가 손가락을 다쳐서 급하게 응급실 의료진이 갔어!”“곧 돌아오겠다고 하면서 보증금 천만 원을 먼저 내라고 했어.”“그래서 보증금을 내고 30분째 이렇게 기다리고 있는데도 아직 아무도 안 와...”강옥연의 얼굴에 긴장감이 가득 드리워져 있었다.하현은 얼굴을 살짝 찌푸렸다.보감 그룹 산하 병원의 평판이 좋지 않다는 걸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그가 다른 의료진을 찾아보려고 하자 강옥연이 그를 멈춰 세우며 말했다.“하현, 내가 가서 재촉해 볼게.”강옥연은 혼자서 달려가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