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처량한 비명이 장내를 울렸다.만천기는 자신의 종아리를 감싸고 땅바닥에서 끊임없이 경련을 일으켰다.방금까지도 의기양양한 기운을 뿜으며 씩씩거렸던 백효단 일행은 멍하니 넋을 잃은 표정이 되었다.그녀들은 하현이 이런 짓까지 할 줄은 몰랐다.신분이 비길 데 없는 만천기조차도 함부로 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게다가 전화기 맞은편에 있는 사람이 무성 경찰서 서장 만천우라니!현장에 있던 건달들도 모두 분노에 휩싸였다.그들은 무성에서 거칠 것이 없던 사람들이었다.평소에 그들을 건드리는 사람조차 없었다.누가 그들을 건드릴 수 있겠는가?이 무슨 거짓말 같은 일인가?십여 명의 경호원들은 하현을 죽일 듯이 노려보며 눈을 희번덕거렸다.그러나 하현은 오히려 그런 그들의 눈빛이 귀찮다는 듯 담담하게 만천기를 바라보며 말했다.“만천기, 이제 당신은 당신 사람들 데리고 물러나야겠는데.”“아니면 내가 당신 사지를 다 못쓰게 만들어 버릴 수도 있거든. 어떻게 할 거야?”하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나지막하게 말했지만 그의 어조 사이사이에는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한 카리스마가 배어 있었다.“함부로 움직이지 마!”“함부로 굴지 말라고!”땅바닥 위에서 경련을 일으키던 만천기는 그의 일행들의 동작을 저지했다.그리고 나서 그는 이를 악물고 하현을 바라보며 말했다.“말해 봐! 당신 도대체 누구야?”지금 만천기의 마음속에는 의문만이 가득했다.자신의 사촌 형이자 무성 경찰서 수장이 눈앞의 이놈과 도대체 어떤 존재길래 이놈이 이렇게 함부로 날뛴단 말인가?“내가 어떤 사람인지 당신은 알 자격도 없고 알 필요도 없어.”“당신이 무슨 짓을 했느냐가 중요하지.”하현은 냉랭한 표정으로 두 손을 뒷짐지고 걸어갔다.“자선병원은 돈을 벌기 위해서 혈안이 되어 있어. 사람을 살리는 병원에서 함부로 사람을 내쫓다니! 그것도 수술이 필요한 환자를!”“그리고 당신은 제멋대로 날뛰고 있어! 옳고 그름을 가리지 않
만천기는 손을 흔들며 흥분한 자신들의 동료와 부하들을 제지했다.그 후 그는 몸을 꼿꼿이 세우고 앉아 하현을 바라보며 낭패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하현...”“미안해. 잘못했어.”“내가 눈이 멀었나 봐.”사과를 하는 것인가?만천기가?얼굴이 창백한 채 벌벌 떨면서도 진심으로 사고하는 만천기를 본 백효단은 하마터면 바닥에 넘어질 뻔했다.그녀는 온몸으로 충격을 받았다.만천기 같은 인물이 하현에게 머리를 숙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설마 눈앞에 벌어진 광경이 사실이란 말인가?전화 한 통에 천하의 만천기가 잘못을 빌어?자신이 철석같이 믿고 의지했던 인물이 무릎을 꿇자 백효단은 말 그대로 눈앞이 아찔했고 불안한 마음에 제대로 서 있을 수가 없었다.“잘못했다고?”얼굴이 창백해진 만천기를 보며 하현은 예의 그 담담한 표정으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하지만 그걸로는 충분하지 않아.”하현의 따가운 시선을 느낀 만천기는 난처한 듯 멋쩍은 미소를 보였다.“당신이 용서를 해 준다면 내가 완전히 새로 태어난 것처럼 살게.”“지금부터 다시는 사람들을 괴롭히지 않을 것을 약속할게!”말을 하는 동안 만천기는 이를 악물고 자신의 왼손을 스스로 부러뜨렸다.“따각!”낭랑하고 몸서리치는 소리가 울렸고 만천기의 손목을 그대로 꺾여 버렸다.하현이 용서해 준다고 할 때 보다 적극적으로 성의를 보여야 한다고 만천기는 생각한 것이다.그렇지 않으면 하현이 손을 쓸 지경이 되면 그땐 모두 쓸모없는 짓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하현은 무릎을 꿇고 있는 만천기에게는 시선을 두지도 않고 루돌프 일행에게 어서 설은아를 데리고 병원을 옮기라고 했다.자선병원과 백효단 일행은 당연히 누군가가 알아서 혼쭐을 낼 것이니 하현은 그것에 대해서는 조금도 걱정하지 않았다.병원 주차장에 도착한 설유아는 그제야 하현에게 입을 열었다.“형부, 방금 정말 깜짝 놀랐어요.”설유아는 숨을 크게 들이쉬자 볼록 솟은 가슴이 덩달아 요동쳤다.“그런데
하현은 제일 먼저 한여침에게 연락한 것이었다.한여침은 하현의 명령에 따라 도끼파 패거리들을 데리고 나타나 조심스럽게 설은아를 구급차에 태웠다.설은아 일행과 루돌프 일행이 모두 가고 난 뒤에야 하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한여침은 조심스럽게 하현에게 다가와 고개를 숙이며 입을 열었다.“형님, 제대로 조사해 보았는데요.”“형수님께 손을 댄 사람은 무성 6대 파벌 중 하나인 인도 쪽 사람들이었습니다.”“그들 뒤에는 인도상회가 있었고요.”“따라서 상대하기가 좀 곤란할 것 같습니다.”“곤란하다고?”하현이 심드렁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한여침, 기왕 당신까지 이렇게 나섰는데 곤란하다는 말은 있을 수 없어.”“물론 몇 사람 없애버린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란 건 알아.”“하지만 누군가 날 건드렸으니 이참에 무성 6대 파벌을 5대로 만들어 버려야지!”하현은 차가운 시선을 번뜩이며 말을 이었다.“준비를 잘 해서 그들의 터전을 손에 넣어야겠어.”“분부 받들겠습니다.”하현의 말을 들은 한여침은 마음속에 감동의 물결이 일었다.비록 그는 6대 파벌 중 하나였지만 도끼파는 항상 꼴찌였다.이제 하현과 인도파가 싸우게 되었으니 그가 어찌 흥분하지 않겠는가?게다가 도끼파와 인도파는 쌍방의 개인적인 원한이 적지 않았다.“참, 형님, 인도상회는 어떻게 할 생각이십니까?”“그건 차근차근 생각하지.”하현은 차분하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말했다.“먼저 그들의 팔부터 베고 천천히 인도상회를 정리할 거야.”하현의 눈가에 한기가 가득 서렸다.샤르마 커, 차현, 이해나 등 어느 쪽이든 이 일에 대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만들어야 했다....오후 9시 교외에 위치한 무성호텔.진주희는 운전적에 앉아 차를 몰아 하현을 호텔 입구까지 데려다주었다.하현의 옆에 앉아 있던 한여침이 공손하게 입을 열었다.“형님, 인도파는 늘 지하세계에서 재미를 상당하게 봐 왔습니다.”“다른 5대 파벌들도 다 알고 있었죠. 지하세
”어쨌든 브라흐마 샤주는 보통 사람이 아니니 형님, 조심하세요!”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인도파가 노골적으로 도박장을 열었는데 무성 관청은 가만히 있었어?”“여러 번 급습했는데 그때마다 모두 피했죠.”한여침은 잠시 망설이다 말을 이었다.“그리고 그때마다 인도상회가 중간에서 외교 면책특권을 내놓았죠.”“그래서 무성 관청 쪽도 함부로 손을 쓰지 못한 거예요.”“게다가 인도상회가 요 몇 년간 인맥을 잘 넓혀 놓아서 무성 상류층 사람들이 많이 연루되어 있어요. 그래서 더 인도파들이 이렇게 날뛰는 거고요...”하현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인도상회가 인맥을 넓혔다고? 그래서 못 건드려?”“용 씨 가문이야?”한여침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듣기로는 인도상회 부이사장 브라흐마 아부와 용천오가 아주 친밀한 사이라더군요.”이 말을 들은 하현의 눈동자가 매섭게 빛났고 눈동자는 순식간에 얼음 덩어리처럼 차가워졌다.만약 그렇다면 샤르마 커 일행이 설유아, 설은아를 상대로 한 이번 사건이 그냥 단순한 충돌이 아닌 것이다.30분 후 차는 ‘쾅'소리를 내며 무성 외곽에 있는 북유럽풍 건물 입구에 세워졌다.하현이 왔을 때는 호텔이 한창 영업을 하는 시간이어서 드나드는 사람들이 아주 많았다.적지 않은 상류층 젊은이들이 이곳을 드나들며 하나같이 칩을 교환하는 데 열을 올렸다.그들은 홀에 있는 테이블로 가서 의기양양하게 도박을 즐겼다.“어서 오세요!”하현이 인도파의 대담함에 감탄하고 있을 때 인도 전통 복장을 한 인도 여인들이 열정적으로 그를 맞이했다.“여자랑 놀려고 온 거예요? 아니면 몇 판 하려고 온 거예요?”하현은 옆에 있던 진주희를 한 번 힐끔 보고는 미리 준비한 가방 하나를 열어 보이며 말했다.“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이거 전부 칩으로 바꿔.”인도 여자는 엄청난 돈다발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가방 속에 현금이 가득 들어 있는 것을 본 여자는 하현을 향해 빙긋 웃으며 잠시 위아래로 훑어보고
아름답기도 했지만 이국적인 정취를 띄고 있어 더욱 매력적인 인도 여자는 하현을 향해 빙긋 웃어 보인 후 입을 열었다.“귀한 손님이 오셨는데 아유 아쉬워라!”“1, 2, 3. 아유 6이잖아!”하현의 천만 원짜리 칩이 순식간에 사라졌다.“오늘 밤 운이 좀 안 좋은가 봐.”하현은 멋쩍은 듯 웃으며 오천만 원짜리 칩을 꺼내 탁자 위에 놓고는 담담하게 말했다.“두 번째는 안 그렇겠지. 이번엔 오천만 걸겠어!”인도 여자와 딜러의 눈이 마주쳤고 둘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주고받았다.딜러는 곧 주사위를 재빠르게 흔든 뒤 웃으며 입을 열었다.“자, 이제 물릴 수 없어요!”주변에 있던 손님들도 숨을 죽이고 지켜보면서 미심쩍은 눈빛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이 사람은 분명히 초짜인 것처럼 보이는데 돈은 정말 많은 것 같았다.천만 원을 잃었는데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지금 또 오천만 원을 걸다니?소식을 듣고 하나둘씩 구경꾼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곧 하현은 많은 사람들로 둘러싸였다.하현이 이렇게 크게 노는 것을 보고 망설이다가 하현을 따라온 손님들도 몇 명 있었다.곧 뚜껑이 열릴 것이다.딜러는 더욱 환한 미소로 말했다.“2, 2, 4. 팔.”하현은 또 순식간에 오천만 원을 잃었다.따라서 산 사람 몇 명도 모두 죽을상을 하고 하현을 쳐다보았다.“놀 줄 아는 거 맞아요? 놀 줄 모르면 여기 오지 마세요!”“우리도 돈을 잃었잖아요! 에잇!”양복 차림에 점잖고 듬직해 보이는 손님이 하현을 향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젊은이, 크고 작은 카지노에는 몇 만이 넘는 놀이도 있어요. 그것도 괜찮아요.”“돈 씀씀이가 너무 헤픈 거 같아서. 이건 남한테 그냥 돈을 던지는 거나 마찬가지야!”“나이 든 사람이 충고하는 거니 이제 그만해요.”몇 명의 아름다운 여자 손님들은 요상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섰다.이들은 잠시 후에 이 초짜를 가지고 놀다가 돈이나 챙겨야겠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하현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하현이 조금도 망설임 없이 수표에 서명하는 것을 보고 맞은편에 서 있던 딜러의 눈꼬리가 가늘어졌다.그 후 불과 10분 만에 하현은 세 판을 내리 져서 십억 가까운 돈을 잃었다!이 장면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하현은 머리카락이 헝클어지고 눈이 빨개졌다.수표를 들고 있는 그의 손이 부들부들 떨리는 것 같았다.30분도 채 되지 않아 십억 원을 잃었으니 사람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게 된 건 당연한 일이었다.이때 올백머리를 한 잘생긴 남자가 홀 2층에 나타나 하현을 흥미로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브라흐마 샤주!그는 하현이라는 사람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었지만 이런 초짜가 겁도 없이 덤비는 재미난 구경을 놓칠 리가 없었다.“하현, 이젠 그만하세요. 더 이상 지면 무성에 투자한 돈을 모두 잃게 돼요...”바로 그때 진주희가 갑자기 한 걸음 앞으로 나와 수표를 들고 있던 하현의 손을 누르며 간청하듯 말했다.“아직 당신 계좌에 몇백억이 남아 있지만 오늘 밤 여기서 다 탕진하게 되면 정말 골치 아파져요!”“진흙탕에 한번 발을 밟으면 다시는 뭍에 못 올라온다구요!”“하현, 오늘 잃은 돈은 개한테 준 셈 치고 여기서 그만하면 안 될까요?”진주희가 간청하다 못해 애원하는 눈빛으로 말했다.지금 ‘돈 많고 기세등등해 보이는' 하현을 쳐다보는 사람들의 머릿속은 부잣집 도련님 이미지가 각인되기 시작했다.진주희가 하현을 계속 만류하는 것을 보고는 딜러는 의식적으로 2층에 있는 브라흐마 샤주를 쳐다보았다.“짝짝짝!”2층에서 브라흐마 샤주가 손뼉을 치자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위로 향했다.브라흐마 샤주 입장에선 하현 같은 이런 초짜는 천 년에 한 번 볼까 말까 한 것이었다.이런 눈먼 양을 어찌 탐욕스러운 늑대가 가만히 두고 볼 수 있겠는가?박수소리와 함께 브라흐마 샤주는 사람들의 시선을 뚫고 하현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내 소개부터 하지. 난 이 무성호텔 책임자야.”“인도에서 왔고 두 번째 계급이지.
이 모습을 보고 브라흐마 샤주는 화가 나기는커녕 자신의 얼굴에 붙은 수표를 쥐어 보았다.“오! 이 패기!”“내가 가장 좋아하는 스타일이 당신 같이 이렇게 호탕한 사람이야!”“이왕 이렇게 된 거 그래, 한 판 놀아보자구!”“오십억 걸겠어!”말을 마치며 브라흐마 샤주가 누군가에게 손짓을 했고 그 자리에서 누군가가 그에게 오십억 짜리 수표를 가져와 테이블 위에 놓았다.“당신이 이기면 이것까지 가져가는 거야.”“만약 당신이 진다면 당신 돈을 나한테 줘야 해. 만약 돈을 주지 못한다면 당신 손발을 자르고 당신 집안의 모든 사업은 내가 인수하는 거지.”“문제없지?”하현은 짐짓 화를 내는 척하며 말했다.“내가 이 돈을 못 가져갈 거라 생각해? 무슨 농담도 그런 농담을!”“자, 딜러. 어서 시작해!”“어서 주사위 흔들라고!”하현은 말을 하면서 손바닥으로 책상을 내리치며 엄중한 목소리로 말했다.“난 여전히 고!”브라흐마 샤주는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으로 주사위 컵을 흔들었다가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며 담담하게 말했다.“하현, 당신 정말 크게 놀 거지? 번복할 수 없어, 알지?”“내가 뭘 번복한다고 그래?”하현은 냉소를 지으며 다시 한번 테이블을 탁 두드렸다.“하지만 당신이 속임수를 쓰지 못하게 난 딜러가 주사위를 흔들었으면 하는데!”말을 마치며 하현은 옆에 서 있는 인도 딜러를 가리켰다.브라흐마 샤주는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미소를 지었다.“문제없어. 좋을 대로 해!”인도 딜러는 비아냥거리는 표정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이 바보가 설마 우리 브라흐마 샤주가 섬나라에서 카지노를 배웠다는 걸 모르나?주사위 같은 건 그의 손에 쥐어져 있는 대로 굴러가는 것이다.다른 사람이 돌린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마음속으로 음흉한 생각을 품은 이 인도 딜러는 손을 뻗어 주사위 컵을 열었다.온 장내의 시선이 순식간에 한 곳으로 집중되었다.순간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4, 5,
”수작을 부려?”“무성호텔은 지면 안 되는 거야?”“너무 창피해서 그러는 거야?”브라흐마 샤주의 말을 들은 하현은 그를 뒤돌아보며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으로 구석에 달려 있는 감시 카메라를 쳐다보며 냉담하게 말했다.“당신네 무성호텔에는 적어도 수백 개의 감시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어!”“내가 수작을 부렸다고 생각된다면 얼마든지 CCTV 돌려보고 증거를 찾아내!”“내가 조금이라도 부정한 행동을 한 흔적이 있다면 내 손을 잘라!”“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난 당신들의 주사위엔 손도 대지 않았어. 주사위 컵의 뚜껑을 연 사람은 당신이야!”“나한테 져서 부끄러운 거야?”“손님을 바보로 생각하는 거냐고?”“여기는 질 수밖에 없는 곳이야? 절대 이길 수 없는 곳이냐고?”“당신 돈을 딴 사람은 수작을 부린 거야?”“브라흐마 샤주, 너무 찌질한 거 아니야? 창피하지도 않아? 그래도 나름 6대 파벌 중 한 파벌의 우두머리잖아!”말 몇 마디로 브라흐마 샤주의 말을 반박했을 뿐만 아니라 순식간에 브라흐마 샤주를 딜레마에 빠뜨리고 말았다.순간 브라흐마 샤주의 얼굴은 흙빛이 되었다.하현의 말이 옳다는 건 알고 있지만 이 일이 알려지면 앞으로 무성호텔 사업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하지만 하현에게 빼앗긴 오십억을 생각하면 분해서 미칠 지경이었다.브라흐마 샤주는 냉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CCTV?”“우리 무성호텔은 오랫동안 운영되어 왔어. CCTV에 의존해야 했다면 우리는 여러 번 고꾸라졌을 거야!”“야, 누가 당신을 여기 보냈는지 모르겠지만.”“우리 인도파를 때려 부수는 건 어림도 없어!”말을 하면서 브라흐마 샤주는 냉소를 흘리며 앞으로 다가서 웃는 듯 마는 듯한 묘한 표정으로 말했다.“당신이 여기 온 이유는 당신한테 있겠지!”말을 마치자마자 브라흐마 샤주는 하현에게 다가가 손을 뻗어 하현의 양복 주머니에서 몇 개의 주사위를 꺼냈다.그런 다음 그는 하현의 뒤로 가서 몇 개의 주사위를 더 발
허탈해하는 하현의 표정을 살피며 설은아가 입을 열었다.“하현, 뭘 선물하는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당신이 우리 결혼기념일을 기억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해.”하현은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하현, 오늘 내가 당신한테 전화를 한 것은 더 이상 우리의 과거 일을 언급하지 말라고 말해 주고 싶어서였어.”“김탁우와의 사이는 이미 멀어졌어.”“엄마 기분이 좀 나아지면 내가 직접 말씀드릴 거야.”“당신이랑 재혼할 거라고.”“그러니 더 이상 우리 엄마랑 싸우지 마, 알았지?”설은아는 하현을 무척이나 아끼고 있는 게 분명했다.게다가 그녀는 간민효를 마주했을 때 하현을 빼앗길까 봐 상당한 위기감을 느꼈다.하현은 쓴웃음을 지었다.다른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다만 최희정은 아마 두 사람의 재혼을 승낙하지 않을 것이다.하현이 그리 강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최희정이라는 여자는 혼자서 모래폭풍도 무찌를 사람이었기 때문이다.두 사람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동안 나박하는 어느새 설 씨 집안에 도착했다.하현이 머뭇거리며 말했다.“먼저 들어가. 난 요즘...”“내려! 여긴 당신 집이야!”설은아는 억지로 하현을 차에서 끌어내렸다.“오늘 밤 여기서 자.”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설은아의 손에 이끌려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집안에 들어가니 식탁에는 이미 음식이 그득하게 차려져 있었다.최희정과 설재석 외에 그들의 양아들 이영산과 며느리 장리나도 함께 모여 있었다.네 사람이 82년산 라피트를 마시며 얼굴이 볼그레한 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그리고 테이블 위에는 십여 개의 선물 상자가 쌓여 있었는데 그중 몇 개의 상자에는 김 씨 가문 로고가 박혀 있었다.김탁우가 방문한 것이 틀림없었다.그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하현이 나타나자 최희정의 낯빛이 일그러지며 순식간에 찬바람이 쌩쌩 불었다.“자네, 여긴 어쩐 일이야?”“와서 밥 먹어.”로열 회관의 일로 설재석은 여전히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고
”하 대사가 아니었다면 당신은 아마 지금쯤 감옥에서 죽었을 거야!”“당신한테 하루의 시간을 주겠어! 우리 왕 씨 가문의 돈 일억을 갚지 않으면 바로 경찰서에 신고할 거야!”“감옥에 들어갈 준비나 하라고!”“그럼 그만 꺼져!”왕부인이 다시 손을 휘둘러 우소희의 얼굴을 날려 버렸다.망했다!완전히 망했다!우소희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얼굴을 가리며 끊임없이 통곡했다....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설은아는 하현의 차에 앉아 의문에 가득 찬 얼굴로 물었다.“도대체 우소희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어떻게 하다가 왕 씨 가문에 일억을 빚진 거냐고?”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왕 씨 가문 딸 왕자혜가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었는데 마침 내가 그녀를 구해 주게 되었어...”설은아는 어이가 없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뭐? 당신이 어떻게 사람을 구해? 당신이 의술을 알아?”하현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모르지. 난 단지 차에서 그녀를 빼내서 폭발하기 직전의 차에서 구해 준 것뿐이야...”“그때 마침 우소희가 구급차 간호사로 왔는데 내가 한 일을 자신이 한 것으로 둔갑시켜 공을 가로챘지.”“그래서 왕 씨 가문에선 고마움의 뜻으로 그녀에게 일억을 준 거야.”“나중에 왕문빈의 부인이 진실을 알게 되었고 우소희의 잘못이 드러났지.”“하지만 부인은 우선은 딸의 부상이 더 염려되어서 잠시 우소희 일은 따지지 않았던 거야. 그런데 뜻밖에도 우소희가 그 돈을 먹고 튈 줄은 몰랐지.”“게다가 그 돈으로 사기를 쳐 돈 많은 거물을 낚은 거야...”하현은 기가 차다는 듯한 얼굴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그렇게 된 거구나.”설은아는 그제야 모든 걸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어쩐지 우다금 모녀가 휘룡만 집을 산다며 뛰어다니더라니.”“우소희가 아주 눈먼 거물을 잘 속인 거였군!”하현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다만 안타깝게도 운이 조금 모자랐던 거야. 여기서 부인을 만났으니.”“집도 날아가고
”저는 왕 사장님이 주신 휘룡만 1호를 보러 왔습니다.”하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런데 휘룡만의 문턱이 이렇게 높은 줄은 몰랐습니다. 매니저가 다짜고짜 절 도둑놈으로 몰 줄은 상상도 못했거든요.”“왕 사장님이 저한테 뭐라고 해명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하현의 말을 듣고 왕문빈의 부인은 눈꺼풀이 펄쩍 뛰었다.그녀는 순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손을 휘둘러 남자 매니저의 얼굴을 때렸다.“퍽!”“개자식! 눈이 멀었군!”“하 대사님은 우리 왕 씨 가문 귀빈이야!”“그런데 도둑이라니?!”“네가 뭔데 함부로 그딴 소리를 해?!”“경찰에 신고를 한다고?”“감옥에 가둔다고?”“죽고 싶은 거야?”“꺼져! 당장 내 눈앞에서 꺼지라고!”“옳고 그름도 가리지 않고 다짜고짜 사람을 얕보는 당신 같은 직원은 필요없어!”왕문빈의 부인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하현이 누구인가?왕자혜의 생명을 구해 준 은인이다.주 씨 가문 귀빈이자 풍수의 대가, 무도의 고수였고 심지어 자신도 그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해야 했던 사람이었다.그런데 감히 매니저 따위가 하현을 건드려?살기가 싫은 건가?왕문빈의 부인은 가까스로 하현의 용서를 얻은 상태였다.하현이 자칫 기분이 언짢기라도 한다면 왕문빈이 자신을 내칠 수도 있었다.남자 매니저는 일그러진 얼굴을 가리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모님, 어떻게 저한테...”“촥!”왕문빈의 부인은 또 한 번 세차게 그의 얼굴을 때렸다.“꺼지라고!”“못 들었어?”“내가 다시 한 번 말해야 알겠어?”“내가 직접 널 끌어내야 속이 시원하겠어?!”남자 매니저는 얼굴을 가린 채 아무 반박도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혹시라도 반박했다간 어떤 지경이 될지 그도 모르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는 왕문빈의 부인이 어떤 스타일인지 익히 잘 알고 있었다.순간 장내는 찬물을 끼얹은 듯 고요해졌다.일이 이렇게 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하물며 하현이 정
”그가 훔쳤든 아니든, 내가 여기 있는 한 그는 훔친 겁니다!”“왕 사장님 머리가 어떻게 되셨더라도 절대 휘룡만 1호를 파실 분이 아닙니다!”“두 분이 솔직히 인정하는 게 좋을 겁니다. 제가 용서할 기회를 드리죠!”“그렇지 않으면 정말 경호원을 불러 경찰서로 데리고 가라고 할 거예요!”남자 매니저는 색기가 가득 흐르는 눈빛으로 설은아를 바라보았고 손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음흉한 속내를 슬쩍 비쳤다.설은아는 기겁하며 그의 손길을 피했다.그러자 남자 매니저는 더욱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여사님, 제가 여사님 얼굴을 봐서 특별히 두 분께는 기회를 드리겠습니다!”“안 그러면 두 분도 같이 경찰서 가서 조사를 받아야 할지 모릅니다. 쓸데없는 피해를 입을 수도 있고요.”“공범으로 몰려 죄를 피할 수 없을지도 몰라요!”남자 매니저가 이렇게 말하자 우소희는 순간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설은아, 우리 모두 피차 내막을 잘 아는 사람들이잖아?”“체면 때문에 일부러 하현한테 이런 뻔뻔한 일을 시킬 필요는 없는 거 아니야?”설은아는 그녀의 말에 기절할 뻔했다.“뭐라고?”이때 하현이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휘룡만 1호는 내가 산 게 아닌 건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주운 것도 아니에요.”“훔친 건 더더욱 아니고요.”“왜냐하면 왕 사장님이 저한테 주신 거니까요.”이 말을 들은 설은아는 약간 어리둥절해하며 믿기 어려워하는 표정을 지었다.“무슨 소리예요?”“무슨 농담을 그렇게 하냐고요?!”“왕 사장님이 당신을 어떻게 안다고 그래요?”“어떻게 천억짜리 집을 당신한테 주냐고요?!”남자 매니저는 하현의 말을 듣고 ‘피식’하고 냉소를 흘리며 얼굴 가득 혐오의 빛을 띠었다.“당신은 정말 날 바보로 아는군요!”예쁘장한 여자 영업사원들도 모두 경멸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나이도 많지 않은데 허풍이나 떨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 못마땅했던 것이다.우소희도 입을 삐죽거리며 시큰둥한
하현은 이 말을 듣고 망설임 없이 말했다.“이 집은 내가 산 것이 아닙니다...”“뭐라고요?”하현이 말을 끝맺기도 전에 남자 매니저가 눈에 한기를 가득 머금은 채 하현을 노려보았다.“이 카드키, 훔친 거죠?”이 말을 듣고 사람들은 눈이 동그래졌다가 의아한 표정으로 하현을 바라보았다.훔친 거라고?머리가 어떻게 된 건가?훔친 카드키를 들이밀며 자신이 이 집을 산 거라고? 돌았나?!방금까지 하현을 우러러보던 사람들의 눈빛은 갑자기 돌변했다.그들은 방금 하현을 그런 눈으로 본 자신들을 탓하며 3분 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까지 생겼다.설은아는 이 말을 듣고 얼굴빛이 살짝 변하며 약간 걱정스러운 듯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남자 매니저를 바라보았다.“방금 당신이 한 말, 꼭 책임져야 합니다.”“책임이라고요? 그 책임을 어떻게 지는지 제대로 알려드리죠!”남자 매니저는 손가락을 튕겨서 경호원 몇 명을 불렀다.“휘룡만 1호는 우리 휘룡만에서 가장 귀한 물건입니다!”“이 집은 외부에 판매된 적이 없었고 저당 잡힌 것도 없습니다!”“이곳은 왕문빈 사장님의 개인 별장입니다!”“카드키도 분명 왕 사장님 손에 있을 겁니다!”“그런데 그게 어떻게 외부인인 당신 손에 있단 말이죠?!”“설마 오다가 주웠다고는 말하지 마세요!”“오다 주운 게 휘룡만 1호 카드키라니요?!”“어서 말해 봐요! 이 카드키, 왕 사장님한테서 훔친 겁니까?”“솔직히 말하면 관대하게 처리해 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당장 관청에 신고해서 당신을 감옥에 처넣어 버리고 말 겁니다!”남자 매니저는 위엄 있는 얼굴로 속사포처럼 하현을 향해 퍼부었다.이로써 그는 자신이 꽤 성공한 사람처럼 느껴져 우쭐해졌다.데릴사위를 호통쳤을 뿐만 아니라 설은아 같은 미녀 앞에 꽤나 멋진 모습을 보일 수 있어서였다.가장 중요한 것은 왕문빈이 잃어버린 카드키를 되찾았다는 것이다.엄청난 공로임에 틀림없다!어쩌
휘룡만 1호?!그 가치가 천억이라고?하현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벼락을 맞은 듯 멍해졌다.방금까지도 싸움에서 이긴 수탉처럼 의기양양했던 우다금은 설은아가 손에 든 카드키를 보며 온몸이 굳어 버렸다.우소희는 자신의 뺨을 때리며 이것이 꿈이 아님을 확인한 뒤 설은아를 쳐다보았다.우소희의 눈빛에는 부러움과 질투로 이글이글 타올랐다.스스로 상류층 사람이라고 자부하는 오건우조차도 이 순간에는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천억짜리 선물이라고?그 무슨 말 같지도 않은 농담을!자신의 몸값을 다 쳐도 살 수 없는 액수였다!설은아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이게 휘룡만 1호라고?”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맞아. 휘룡만 1호.”“당신 주려고 준비했어. 결혼 3주년 기념 선물이야.”하현의 말을 듣고 주변에 있던 많은 분양사 직원과 손님들이 몰려들었다.모두들 귓속말로 서로 속삭이며 하현을 한껏 우러러보았다.다들 돈이 있는 사람들이었지만 저렇게 쉽게 천억을 들여 집을 산 사람은 처음 보았다.이것이 진정한 토호의 모습이 아닌가!하현을 얕잡아 보던 우소희는 순간 억지로 웃음을 쥐어짰다.“설은아, 하현이 어떤 사람인지 우린 모르지만 혹시 당신도 잘 모르는 거야?”“저 사람 혼자 힘으로 천억을 덥석 내놓는다고? 허! 그렇담 암퇘지도 나무에 올라갈 수 있겠군!”우다금도 옆에서 이를 갈며 거들었다.“맞아. 하현은 데릴사위야. 한 달 동안 네가 준 용돈으로 빌붙어 사는 사람이잖아?!”“그런데 어떻게 휘룡만 1호를 살 수 있단 말이야? 농담 좀 그만해! 정말 지겨워!”“분명히 인터넷에서 카드키 하나 사 가지고 너한테 준 걸 거야!”“우리 앞에 보여 주려고 말이야!”“설은아, 내가 사람 된 도리로 하나 가르쳐 줄게.”“사람이 아무리 허풍을 떨고 싶어도 체면까지 내팽개치면 안 되지.”우다금은 세상 물정에 해박한 어른인 양 하현을 꾸짖었다.“하현, 내가 꼭 당신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지만 사람이 이렇게
하현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오건우를 쳐다보았다.오건우는 왠지 얼굴이 화끈화끈거리며 통증마저 느껴지는 것 같았다.잠시 후 그는 이를 악물고 은행 카드를 테이블 위에 내놓았다.“살게요! 내가 사요!”“전액 현금으로!”“이걸로 하겠습니다!”오건우는 49호를 가리켰다.더 비싼 집은 도저히 그의 능력 밖이었다.특가 주택 정도는 그의 능력으로 어떻게 감당할 수 있었다.그러자 분양 직원은 함박미소를 띠며 말했다.“네, 그럼 수속 도와드리겠습니다.”일사천리로 구매 계약서가 준비되었고 서명하는 것으로 모든 것이 마무리되었다.“오건우, 당신 정말 대단해! 날 이렇게 사랑하다니!”우소희는 터져 나오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계약서를 들고 오건우의 얼굴을 감싸안으며 미친 듯이 웃었다.정말 사람 하나는 잘 골랐어!이렇게 비싼 집을 사 주다니!이게 웬 떡이야!오건우의 마음속에 그녀를 향한 사랑이 이렇게 크게 자리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하지만 오건우는 이 계약으로 거의 이백억을 탕진하게 되어 유동자금은 모두 없어져 버렸다.그는 화류계에서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려고 했는데 그 모든 희망이 사라졌다.하지만 우소희가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가졌으니 앞으로 인맥은 비길 데 없어 넓어질 것이다.우소희가 왕문빈의 딸을 구해 주었다니 인정상 왕문빈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 틀림없다.그것만으로도 우소희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자신이 우소희와 결혼하기만 한다면 우소희의 인맥이 곧 자신의 인맥이 된다.그렇게 되면 자신도 당당하게 왕문빈 앞에 얼굴을 내밀 수 있게 되고 날개를 달고 날아오를 일만 남게 된다.그 순간을 상상하니 지금 아무리 불쾌하고 떨떠름해도 오건우는 충분히 참을 수 있었다.잠시 생각에 빠져 있던 그의 얼굴 위에 이내 환한 미소가 번졌다.우다금 모녀는 기뻐 어쩔 줄을 몰랐다.원래 그녀는 이십억짜리 집이라도 사면 설 씨 집안에 충분히 체면이 서게 된다고 생각했었다.그런데 지금
”어머! 오건우, 200억이잖아?”우소희는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은 채 오건우에게 온몸을 기대어 애교를 부렸다.“당신 같은 부자한테 200억은 껌이잖아. 나 이 집 갖고 싶어!”우소희는 영리한 여자였다.오건우라는 황금거위를 이용해 거액의 집 한 채를 꿀꺽 삼키고 싶었던 것이다.어쨌든 그녀는 지금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겸비한 돈 많은 여자이지 않은가!그녀가 왕문빈 부부에게 체면이 깎인 일은 현재 병원 내부에서만 알고 있으며 온라인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여전히 여신격의 의사로 알고 있다.겉모습이 꽤나 예쁘장한 우소희는 왕문빈의 일억을 가지고 고급 장소에 출입하며 재벌 2세들의 관심을 끌었다.수많은 추파 속에 오건우를 선택한 우소희는 목적한 바를 이루기 위해 그를 단단히 붙잡아야 했다.그래야 평생 부귀영화를 누리며 살게 된다.오건우는 지금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가 새파랗게 변했다.그러나 그도 체면을 의식하며 깊은 숨을 들이마신 뒤 가식적인 모습으로 사진을 몇 번 찍어 누군가에게 보냈다.오건우의 입에서 ‘어우, 와’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우소희, 방금 우리 집 풍수지리사에게 특별히 물어봤어.”“그런데 이 집은 보기에는 위치도 좋아 보이고 멀끔해 보이지만 결함이 굉장히 많다고 해.”“바람길의 입구에 위치해 있어서 교살과 노살을 막고 있대.”“그러니까 말이야. 이 집은 다른 사람들의 재난을 막아주고 있는 형상이어서 들어가서 살게 되면 병들고 아플지도 모른대.”“우리 대사님 말씀에 따르는 게 좋을 것 같아. 이 집 말고 다른 집이 있는지 둘러보자.”“가격대가 다 이렇게 비슷비슷한가요?”오건우는 분양 직원에게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그 의미는 분명했다.더 저렴한 물건이 없냐는 뜻이었다.직원은 오건우의 눈짓에 웃으며 말했다.“손님, 이미 이 가격도 싼 거예요.”“이 집은 도로 입구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특가를 진행하는 거예요.”“48호 가격은 250억이에요. 그리고 다른 건...”
”됐어! 소희야, 다른 사람 상처에 소금 뿌리는 거 아니라고 했잖아!”“좋지 않은 행동이야!”이때 공작새처럼 차려입은 우다금이 나서서 원만하게 수습하려는 척 단아한 표정을 지었다.“하현이 단지 체면이 깎일까 봐 한번 해 본 소리일 뿐이야.”“우리야 이런 일이 많으니 스스로 감정을 통제할 수 있지만 저런 사람들이야 남하고 비교될까 봐 더 잘난 척하고 싶은 마음을 어떻게 통제할 수 있겠어?”“게다가 우린 지금 상류층 사람이야. 저런 데릴사위랑 실랑이를 할 필요가 뭐 있어?”“격 떨어져!”“그러니까 얼른 집이나 보자고. 빨리 수속 밟아야 하잖아?”“저런 사람과 실랑이를 하다가 좋은 집을 놓치면 우리만 손해지!”우다금은 빈정거리면서 분양 단지를 설명하는 쪽으로 시선을 돌려 흡족한 눈빛으로 대형 분양 단지들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스스로의 힘으로는 절대 이런 집을 살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예비 사위 오건우도 이런 큰집에 헛돈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그저 칠팔십 평짜리 방 세 개 정도 되는 집이라도 살 수 있다면 감지덕지일 것이다.“자, 설은아. 하현. 당신들은 먼저 돌아가.”“우리는 집을 산 후에 개인 모임이 있어서 식사도 해야 해.”“그곳은 너무 고급스러운 자리라 여러 명을 데리고 가긴 좀 안 맞거든. 함부로 데려갔다가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이 엄한 말이라도 하면 곤란하잖아, 안 그래?”하현은 무슨 말을 하려다가 설은아가 끌고 나오는 바람에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설은아는 돼먹지도 않은 우다금 모녀와 더는 화를 내며 상대할 이유가 없다고 느꼈다.아무런 의미없는 실랑이는 시간 낭비일 뿐이다.만약 최희정이 가라고 그녀를 등 떠밀지 않았더라면 아마 설은아는 죽어도 오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오건우는 설은아가 이렇게 떠나게 될까 봐 노심초사했다.자신의 부를 과시할 기회가 없어지기 때문이다.오건우는 헛기침을 하며 미소를 지었다.“우소희, 당신이 골라 봐. 마음에 드는 거 있는지 보자고.”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