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희정의 눈에는 차가운 기운이 가득 서려 있었다.“난 하현 그 개자식이 폭력광이라는 걸 진작에 알고 있었어!”“이렇게 일을 저지르고 감옥에 갇힐 신세란 걸 알아봤다구!”“내가 오늘 이놈한테 정의란 걸 제대로 보여 줘야겠어!”설은아는 최희정이 하는 행동을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엄마, 왜 그렇게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그래? 어젯밤 하현은 확실히 우리랑 함께 있었잖아!”“게다가 11시가 넘은 시간에 단둘이 얘기 좀 하자고 유아랑 나 둘 다 내쫓지 않았어?”“함께 얘기하고 차 마셨으면서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어?!”“말도 안 돼!”설유아도 화가 나서 소리를 질렀다.“형부가 사람을 죽였다고? 형부는 절대 그런 악랄한 살인자가 아니야! 어떻게 이런 사소한 일로 일가를 몰살시킬 수가 있겠어?!”“누군가 모함하는 게 틀림없어!”설유아는 하현에 대한 신뢰가 두터웠다.하현이 정말로 사람을 죽이려 했다면 어떻게 구실을 붙여 상대한테 약점을 남길 수 있겠는가?진주희는 한껏 언짢은 얼굴로 세 모녀를 바라보았다.세 모녀의 대화에서 그녀는 진정으로 하현의 알리바이를 증언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최희정뿐이라는 걸 알아냈다.하지만 최희정은 지금 하현을 죽이지 못해서 안달 난 사람이다.순간 진주희는 최희정을 때려죽이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닥쳐!”이때 최희정이 설유아의 뺨을 때릴 듯 손을 들었지만 이곳이 경찰서라는 걸 떠올리며 볼썽사나운 행동을 했다가는 좋은 꼴을 보지 못할 게 뻔하자 억지로 참았다.최희정은 낮은 목소리로 설유아에게 말했다.“이 불효막심한 것아! 넌 하현 그놈한테 완전히 세뇌당한 거냐?”“키워 준 이 엄마의 말은 귓등으로 듣고 이제 와서 그 살인자를 편들고 나서?!”“내가 널 그렇게 가르쳤니?”“염치와 예의는 어디 팔아먹은 거니?”“명심해. 항성에 있을 때 네가 말하는 그 잘난 형부가 날 찔러 죽일 뻔했어!”“더 해 줘?!”“넌 도대체 누구 딸이야? 어!”설유아
최희정이 어떻게든 하현을 괴롭히려고 안달이 나 있는 모습을 보고 설유아는 한없이 마음이 무거워졌다.세 모녀 중 진술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최희정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최희정이 아침에 전화로 했던 진술을 번복해야만 하현이 혐의에서 벗어날 수 있다.한편 설은아는 눈썹만 찌푸리고 있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현은 절대 그런 짓을 할 사람이 아니라는 믿음이 그녀의 마음속에 있었던 것이다.하지만 최희정의 성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설은아로서는 더 이상 최희정을 말리기가 쉽지 않았다.최희정의 성격상 그녀가 마음먹고 거짓증언하려고 한다면 정말로 하현은 옴짝달싹도 하지 못할 것이다.지금 최희정의 마음속엔 최고 부잣집의 장모가 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예전에 하현이 항성에서 최희정을 찔렀을 때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최희정의 사람 됨됨이로 봤을 때 하현을 구할지 죽일지는 이미 고려할 가치도 없는 문제였다.설은아가 어떻게 자신의 엄마를 설득해야 할지 고민에 빠져 있던 그때 경찰서 정문 앞에는 롤스로이스 몇 대가 행렬을 지어 멈춰 섰다.그러자 하얀 정장을 입은 잘생긴 남자가 차에서 내렸다.그의 뒤를 이어 전통의상 차림에 금테 안경을 쓴 여자가 양산을 받쳐 들고 경찰서 로비로 걸어갔다.용천오의 기세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마 씨 가문 마영아가 설은아 일행을 발견하고는 입을 열었다.“은아! 괜찮아?”“억울하게 감옥에 갇혔다가 나왔다는 소식 오늘 막 들었어.”“다 내 잘못이야. 갑자기 집안일 때문에 제대로 당신들을 대접하지 못했어.”“괜히 억울한 누명이나 쓰게 했지 뭐야!”“하지만 걱정하지 마. 그 일은 내가 반드시 사람을 시켜 해결하도록 할게!”“당신들이 감옥에 가는 일은 절대 없을 거야. 그 일은 반드시 책임질 사람이 책임질 것이고 당신들한테 위자료도 배상할 거야!”용천오는 천천히 걸어오며 웃는 듯 마는 듯한 애매한 미소를 지었다.얼굴에는 난처한 기색이 역력했다.마치 설은아와 최희정을 제
”용천오, 그게 무슨 말이야?”“당신이 알 바 아니야.”최희정이 얼른 말을 가로채었다.“하현 그 자식은 원래 타고난 폭력광이야. 그놈 아니면 누가 이런 짓을 할 수 있겠어!”“다 그놈이 잘못한 거야!”“사람을 죽인 범인은 하현이야!”“사람을 죽였으면 목숨으로 죗값을 치러야지!”“엄마, 그만! 그만 좀 해!”설은아는 참지 못하고 최희정에게 호통을 쳤다.그러고 나서 용천오를 보면서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용천오, 이 일은 당신과 상관없는 일이야.”“그동안의 옳고 그름은 더 이상 따지고 싶지 않아.”“그러니 당신은 이 일에서 그만 빠져!”용천오는 가늘고 긴 시가를 한 대 피워 물고서 빙긋 웃으며 말했다.“설은아, 그게 무슨 말이야!”“성호남은 어디까지나 내 사람이고 이렇게 큰일이 났는데 어떻게 내가 빠질 수가 있어? 이건 모두 내 책임이야.”“그래서 소식을 듣고 오는 내내 고민했어. 죽은 사람이 억울하지 않게 반드시 되갚아 주려고 해.”“성 씨 가문은 멸문이 되었고 죽은 사람은 말이 없어!”“하지만 살아 있는 우리는 여전히 강하게 살아가야 해!”“전남편에 대해 당신이 죄책감 같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거 알아. 그가 감옥에 가는 것을 보고 싶지 않겠지!”“그래서 내가 오는 길에 당신을 위해 모든 증인들을 다 정리했어!”“그 수사관들까지!”“더 이상 하현을 물고 늘어지는 사람은 없을 거야!”“그 영상도 허공으로 사라질 거야!”“성 씨 가문은 전세계에 있는 깡패들을 도발해 와서 결국 온 가족이 살해당한 거야. 난 전세계 깡패들은 소탕될 거고.”“이젠 최 여사님 진술만 남았어.”“최 여사님이 잠시 후 진술하러 가시면 아까는 홧김에 그런 말을 했다고 하세요. 하현은 확실히 여사님과 그 시각에 차를 마신 겁니다. 그렇게만 말하면 돼요!”“이렇게 되면 하현은 자신이 무죄라는 것을 증명할 충분한 알리바이를 갖게 될 겁니다.”“감옥에 갈 필요도 없고요.”“뭐 세간에서 욕을 좀
”어쩐지 당신이 젊은 나이에 무성에서 가장 권세가 있는 젊은이가 되었더라니!”“은아가 자네를 따를 수만 있다면 엄마로서 마음이 너무 편할 것 같아!”최희정은 마음속으로 남몰래 기뻐했다.비록 용천오에게 이런 가식적인 모습을 보이고 싶진 않지만 용천오가 이런 모습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설은아가 그와 결혼할 수만 있다면 그녀는 호위호식하는 자신의 미래를 위해서 얼마든지 얼굴을 바꿀 수가 있었다!최희정은 설은아를 바라보며 말했다.“은아야!”“용천오 같은 사람이 세상에 어딨니?”“눈앞에 있는 사람을 소중히 여겨야 해.”“그렇지 않으면 버스 떠난 뒤 손 흔들어도 소용없어!”설은아는 눈썹을 찡그렸다.도무지 용천오의 속내를 알 수가 없었다.그들로부터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던 진주희는 경계를 늦추지 못하는 기색이었다.용천오의 말은 전혀 상식에 맞지 않는다.마치 허황된 판타지 한 편을 들은 것 같았다.최희정의 칭찬에 용천오는 광대가 승천했다.“여사님, 과찬이십니다!”“별거 아닙니다.”“은아의 마음이 편하다면, 그리고 은아가 과거와 결별할 수 있다면 전 그것으로 충분합니다...”“은아, 당신이 고개만 끄덕인다면 저 안에 있는 당신 전남편은 오늘이라도 경찰서에서 나올 수 있어!”“당신을 위해 난 모든 것을 할 용의가 있어!”설유아는 마뜩잖은 표정을 지었다.진주희는 계속 경계의 끈을 놓지 않았다.최희정만이 감격에 겨운 눈빛으로 설은아를 다그쳤다.“은아야, 얼른 고개 끄덕이지 않고 뭐 해?”“그렇지 않으면 하현이 죽는다잖아!”“그리고 일단 그 자식이 나오면 넌 그놈과 완전히 관계를 끊어야 돼, 알았어?”“용천오가 이렇게 넓은 도량으로 일을 처리해 줬는데 그 은혜 절대 저버리면 안 돼, 알았냐고?”“원래 내 말대로라면 하현 그놈은 살인죄로 바로 죽어 마땅한 몸이야.”“하지만 용천오가 방금 말했잖아. 넓은 도량으로 하현을 빼내 주겠다고 하니 나도 방해는 하지 않을 거야. 결국 사람을
밖에서 설은아와 최희정 일행이 한참 아수라장을 벌이고 있을 때 하현은 취조실에서 눈을 감고 안정을 취하고 있었다.끌려온 이후로 아무도 그에게 무슨 말을 걸지 않았다.누군가 높은 사람이 무성 경찰서에 지시를 내린 것 같았다.지금은 현장 물증과 증거에 중점을 두고 있어서 의도치 않게 당사자인 하현한테는 아무도 눈길을 주지 않았다.이게 심리 전술의 일환인 건지 아니면 증거를 공고히 해서 하현에게 변명할 기회를 주기 않기 위함인지 알 수가 없었다.어쨌든 하현이 경찰서에 온 이후로 아무도 그를 상대하지 않았다.하현도 그것에 개의치 않고 계속 눈을 감고 정신을 가다듬고 모든 일을 곰곰이 생각하기 시작했다.용호태와 성원효의 죽음, 그리고 성호남 일가의 몰살까지 누군가 뒤에서 모든 것을 조종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그리고 이런 것을 조종할 수 있는 사람은 무성에서 거의 없다.그러나 하현이 유독 마음에 거슬리는 것이 있었다.그가 비록 가장 유력한 용의선상에 있는 사람이긴 하지만 이것만으로 자신을 죽일 수 있는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점이었다.법에 따르면 그가 경찰서에 억류된 지 48시간 안에 혐의가 드러나지 않으면 자유의 몸이 될 수 있다.그러니 상대방은 아마도 다른 수를 분명 마련해 두었을 것이다.“용천오, 지금쯤 아마 경찰서 위아래를 통사정해 날 구하려 하고 있겠군...”잠시 생각에 잠겼던 하현이 천천히 눈을 떴다.“이번 일을 통해 그는 설은아에게 호감을 얻는 것뿐만 아니라 날 망치려고 들겠지...”“이렇게 풀려난다면 법의 심판을 면할 수는 있어도 집법당 당주 자리는 지킬 수 없게 되겠지...”“아주 주도면밀하고 원대한 꿈을 꾸셨군!”머릿속의 생각을 정리하고 난 후 하현은 가장 유력한 용의자 용천오에 대해 더욱 호기심이 발동했다.다들 무성 사람들은 주먹으로 이치를 따지고 일을 처리한다고 말한다.하지만 용천오의 계략과 수단은 역시 보통 사람들의 수준을 능가하는 것이었다!“머리를 숙이는 자에게는 관대하고
순간 목영신은 마치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듯 기세등등하게 입을 열었다.“어서 자백하세요!”“왜 사람을 죽였습니까?”“어떻게 죽인 거냐구요?”“누가 죽인 겁니까?”“어서 자백하세요! 분명히 말해 보라니까요!”“법이 당신을 심판할 겁니다!”설은아의 대학 동창?하현은 흥미로운 시선으로 목영신을 두어 번 쳐다본 후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사실 당신들도 내가 사람을 죽였다는 확실한 증거가 없죠?”“내가 그런 일을 한 적이 없는데 당신들 믿겠어요?”한 쪽에 서 있던 남자 수사팀장은 잠시 어리둥절해하다가 냉소를 흘렸다.“하 씨! CCTV에 당신 모습이 똑똑히 찍혔어요. 당신은 사건 현장에 나타났고 범행 동기도 분명해요!”“무슨 변명을 늘어놓는 거예요?!”하현은 어깨를 으쓱해 보이고는 남자 수사팀장을 쳐다보았다.“그건 당신들이 이미 선입견에 사로잡혔기 때문이에요.”“그 영상 속 사람이 나일 거라고 처음부터 생각하고 봤기 때문에 그렇게 보인 거죠.”“영상 속 인물이 나라고 칩시다. 내가 그 현장에 나타난 게 뭐가 어떻다는 겁니까?”“그냥 산책하고 경치나 구경할 겸 해서 가면 안 됩니까?”“게다가 성호남이 그동안 무성에서 그렇게 많은 사람의 미움을 샀는데 그를 죽일 만큼 원한 맺힌 사람이 한둘이겠냐고요?”“변명하지 마세요!”“무슨 궤변을 늘어놓는 겁니까 지금?”남자 형사가 책상을 치자 책상 위에 있던 재떨이가 펄쩍 튀어 올랐다.“현장에 들어가 사람을 죽이고 불을 지른 장본인은 바로 당신이라구요!”“우리가 지금 녹취를 하는 건 그냥 의례적인 행위일 뿐입니다.”“당신이 살인범이라구요!”“마음대로 생각하세요!”하현은 무덤덤한 표정과 말투로 일관했다.“안 했으니까 안 했다고 하는 거예요. 난 마음에 한 점 부끄러움이 없어요.”“허허 떳떳하시다?!”“어제 우리 경찰서 입구에서 당신이 성호남을 협박하는 걸 본 사람들이 수두룩해요.”“그건 어떻게 변명할 겁니까?”목영신의
하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목영신을 힐끔 쳐다보았다.“당신이 그럴 자격이나 된다고 생각해요?”“당신은 역량도 지위도 한참 모자란 것 같은데.”“허허, 나 이 목영신이 아무것도 못 한다?”“외지인이 무성에서 무슨 수완이라는 있는 것처럼 말하는군요!”목영신은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고 이를 갈듯이 말했다.“그럼 어디 한번 해 보시죠! 어디 얼마나 대단한 뒷배를 가져오나 두고 보죠!”말을 마치자마자 목영신은 손에 쥐고 있던 핸드폰을 하현 앞에 툭 떨어뜨렸다.데릴사위인 주제에 잘난 척하기는!감히 무성 경찰 앞에서 우쭐대는 모습이라니 웃기지도 않았다!하현은 엷은 미소를 지으며 잠시 기억을 더듬어 전화번호를 눌렀다.“뚜뚜뚜!”통화 연결음이 계속 울리도록 아무도 받는 이가 없었다.그러나 하현은 개의치 않고 계속 통화를 시도했다.반대편에서 갑자기 긴장감에 휩싸인 젊은 목소리가 들려왔다.“하 사장님! 사장님이세요?!”하현은 엷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오랜만에 걸었는데 다행히 내 번호를 기억하는군.”맞은편에 있던 사람은 공손한 어조로 말했다.“하 사장님, 농담도 잘 하십니다!”“어떻게 사장님 번호를 잊겠습니까?”이때 옆에서 듣고 있던 목영신이 짜증스러운 얼굴로 내뱉었다.“할 말 있으면 어서 하기나 해요! 무슨 쓸데없는 짓거립니까?!”“여기가 무슨 다방인 줄 아세요? 아무렇게나 수다나 떨고 있게?!”“1분만 더 줄 테니 할 말 있거든 어서 하세요!”전화기 건너편 남자는 순간 눈동자에 긴장감이 스쳐 지나갔다.“하 사장님, 혹시 지금 무성에 계십니까?”하현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응. 나 지금 무성 경찰서에 있어. 일이 좀 생겨서 말인데 나 좀 도와줄 수 있겠어?”“무성 경찰서요?”상대방의 목소리에 약간의 노기가 느껴졌다.“무슨 일인데요?”하현은 차분하고 담담하게 내뱉었다.“내가 사람을 죽였다며 날 억류시켰어. 그들은 내가 성호남의 일가를 죽였다고 주장하고 있어.
옆에 있던 남자 형사가 거들었다.“젊은이, 사람이 착실하게 살아야죠.”“우리 같은 사람들 앞에서 괜히 센 척하다가 큰코다쳐요!”“만 서장의 전화번호도 모르는 주제에 여기서 뭐나 된 척하는 겁니까?”“만 서장이 누군지 알아요?”“병부의 신화, 살아있는 전설, 당도대 총교관의 친위대라구요!”“그의 실력은 총교관이 직접 전수해 준 거예요!”“유라시아 전장에서 만 서장은 섬나라의 수장을 직접 참살했어요!”“그 공을 높이 사서 그는 퇴역한 후 젊은 나이에 우리 무성 경찰서 서장이 된 거라구요!”“그는 우리 무성에서 진정한 거물이에요!”“아니 그런 분한테 아무나 전화를 걸 수 있겠어요?”“그와 같이 높은 분이 당신 같은 사람의 전화를 뭐 하러 받아요?”“당신이 뭐라도 되는 줄 아는 겁니까? 총교관이라도 돼요?”비아냥거리는 말에 하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일관하다 고개를 돌려 엷은 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만약 내가 총교관이라면?”“뭐라는 거야? 정말! 됐어요! 당신이 총교관이라니! 그분을 모욕하지 마세요!”목영신은 두 눈을 치켜들고 발톱을 바짝 세운 새끼 표범 같은 얼굴로 하현을 노려보았다.“총교관은 우리 대하의 대들보예요. 당신이 함부로 입에 올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에요. 함부로 모욕했다가는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질 수 있어요!”“바로 이 자리에서!”“만약 당신이 총교관이라면 내가 이 자리에서 바로 머리를 조아리며 평생 당신의 노예로 살겠어요!”자신이 총교관임을 누가 알겠는가?목영신의 말을 듣고 하현은 조금도 난처해하지 않고 오히려 미소를 떠올렸다.“당신 같은 노비는 필요 없어요. 성격이 별로 좋아 보이지 않아서.”“됐어요! 살이 좀 쪘나? 흥분했더니 숨이 차네!”목영신은 언짢은 기색을 드러내며 말을 이었다.“이제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세요!”“당신이 죄를 인정하기 싫은 모양인데 난 시간 많아요. 48시간 동안 여기서 천천히 시간 보내면 돼요!”“48시간이 지나면 또 48시
”퍽!”여수혁은 무맹 사람이고 남양 무맹의 맹주에게서 수련을 받았으며 그의 아버지는 페낭 무맹 맹주였다.뼈대 있는 집안 자손이었고 천부적인 재능을 겸비했다.그래서 그가 하현과의 거리가 좁힌 지금 한 번에 몸을 날리자 무서운 기세가 펼쳐졌다.방금 양유훤 앞에서 얼마나 많은 수모를 당했던가!여수혁은 하현에게 자신의 모든 역량을 쏟아부을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그의 계산대로라면 지금 이 주먹으로 하현을 죽이지는 못하더라도 온몸이 으스러지도록 만들 수는 있을 것이다.“대하 촌놈! 죽어!”여수혁은 섬뜩한 미소로 쏜살같이 덤벼들었다.이런 벼락같은 기세라면 소 한 마리도 때려죽일 수 있을 것 같았다.이 광경을 보고 여음채와 부일민은 눈이 번쩍 뜨였다.여수혁의 대담한 기세에 깜짝 놀란 것이다.“양유훤, 봤지?!”“이게 당신이 선택해야 할 남자의 모습이야! 이 정도는 되어야 양 씨 가문 데릴사위가 되지!”“입으로만 떠드는 남자가 무슨 소용있어?”“여수혁 같은 고수를 만나면 바로 무릎을 꿇을 거야!”부일민과 예쁘장한 간호사들은 모두 비아냥거리는 기색을 띠며 하현을 주제넘은 사람이라고 비꼬았다.주변 구경꾼들도 하나같이 고개를 내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왜 여수혁을 감히 도발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이 모든 게 자업자득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장내에 오직 양유훤과 하구봉만이 전혀 개의치 않는 얼굴이었다.그들은 모두 하현의 실력을 본 적이 있었다.만약 여수혁 같은 사람 한 명도 수습하지 못한다면 지금까지 하현은 헛수고를 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퍽퍽퍽퍽!”여수형은 순식간에 피투성이가 된 채 바닥에 널브러져 온몸을 덜덜 떨며 비명을 질렀다.동시에 하현은 그의 두 손을 짓밟아 부러뜨렸다.“이럴 수가?!”여음채와 부일민은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이루 말할 수 없는 충격이었다.여수혁 주변에 있던 화려한 옷차림의 남녀들, 그리고 소위 고수라 불리는 사람들도 지금은 눈가
그러자 여수혁의 옆에 있던 여음채가 얼굴을 가리고 노기를 띠며 말했다.“하 씨! 당신 뭐가 좋은지 나쁜지 몰라?”“양유훤의 체면을 봐서라도 당신과 더 이상 따지지 않고 살길을 마련해 준 거라고!”“좋게 끝났을 때 그만해야 한다는 것도 몰라? 나중에 얼굴이 찢겨 봐야 아는 거야?”여음채의 마음속에는 불쾌함으로 가득 차올랐다.하현은 계속 자신의 뺨을 때렸을 뿐만 아니라 이빨이 부러지도록 만신창이를 만들었기 때문이다.콧대 높은 여음채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다.그래서 하현이 도발하며 여수혁을 추궁하는 것을 보고 여음채는 도저히 화를 억누를 수 없었던 것이다.그녀가 특히 못마땅하게 여기는 남자가 여자의 치마폭에 싸여 쉽게 살려는 자들이다.양유훤을 믿고 호랑이처럼 위세를 부릴 뿐만 아니라 아주 기세가 하늘을 찌르는 모습이라니!여음채의 상식으로 어떻게 하현 같은 사람을 여수혁과 동급으로 비교할 수 있겠는가?운이 좋아서 양유훤의 치마폭에 싸였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하현은 벌써 수십 번은 죽었을 것이다.“좋은 게 좋은 거라고?”하현은 웃는 듯 마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잘난 척 기고만장한 여음채의 말에 할 말을 잃은 모습이었다.여음채는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그렇지 않아? 똑똑히 들어. 양 씨 가문의 호가호위만 믿고 설치는 짓, 그만하는 게 좋을 거야!”“당신이 정말로 양유훤의 남자인 줄 알아? 당신이 양 씨 가문 데릴사위라도 된 줄 알아?”“당신이 정말로 양 씨 가문 데릴사위라고 해도 여자 치마폭에 싸인 남자가 얼마나 대단하겠어?”여음채는 엄청 호의를 베풀 듯이 호기롭게 훈계를 했다.“당신이 어떤 속셈이 있고 무슨 실력이 있든 뭐 얼마나 대단하겠어?”하현은 여음채가 하는 말을 더는 듣기 귀찮아서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자, 닥쳐! 쓸데없는 소린 그만해!”“재잘재잘 너무 시끄럽군!”“뭐?!”여음채는 갑자기 누군가가 자신의 입에 차가운 재갈을 물리는 것 같은 수치스러움
남양 무맹 사람들이 나섰음에도 양유훤은 전혀 체면을 세워 주지 않자 여수혁의 안색이 일그러졌다.그는 자신이 오늘 하현을 건드릴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하 씨, 오늘은 내가 운이 나빴군. 하지만 아직 기회는 많아!”“능력이 있으면 어디 이 여자가 영원히 당신을 비호하도록 만들어 봐!”“이 여자가 당신을 얼마나 지켜줄 수 있는지 얼마나 당신을 먹여 살릴 수 있는지 지켜보겠어!”그는 하현을 노려보다 냉소를 흘리며 돌아섰다.여음채도 한껏 비아냥거리는 표정을 지었다.외지인 남자가 여자한테 기대서 큰소리치는 꼴이라니!세상은 좁아서 언제든 어디서든 다시 만날 수 있는 법이다.이 남자가 괴로워할 때가 분명 올 것이다!“거기 서!”바로 그때 침묵하고 있던 하현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순간 하현의 몸에서 보이지 않는 아우라가 강하게 감돌았다.비록 양유훤이 나서서 자신을 비호하도록 가만히 놔두는 것이 가장 쉽고 편한 방법이긴 했지만 하현은 지금의 상황을 지켜보면서 현재 양유훤의 처지를 거의 파악했기 때문에 모든 책임을 양유훤의 어깨에 올려놓을 수 없었다.하현이 한 걸음 내디디며 앞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고 주변 사람들은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의사들과 간호사들은 모두 놀란 얼굴로 하현의 행동을 지켜보았다.그들은 하현이 머리가 어떻게 된 게 아닌가 의심하기까지 했다.여수혁 같은 거물이 그를 벌하려는 걸 양유훤이 겨우 구해줬는데 뭘 또 바란단 말인가?죽고 싶어서 환장했나?여수혁은 발걸음을 뚝 멈추고 눈살을 찌푸리며 하현을 쳐다보았다.“오늘은 운이 나쁜 걸로 친다고 했는데 뭘 또 바라는 거야?”하현은 뒷짐을 지고 천천히 앞으로 나서며 담담하게 말했다.“당신은 정말 이렇게 끝날 거라고 생각했어?”“돈을 받고도 아무것도 치료하지 않았어. 그리고 당신은 권세로 사람들을 자꾸만 괴롭히려고 해.”“날 잡아서 감옥에 가두고 내 다리를 부러뜨리고 무릎을 꿇게 만들려고 했어.”“이 모든 것에 적
여수혁은 체면을 완전히 구겼다고 느끼며 이를 갈았다.“양유훤, 당신 생각 잘 해야 할 거야. 아직 당신 할아버지는 몸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어.”“양 씨 가문 큰집이 아직 불안정한 위치에 있다구!”“게다가 당신이 아직도 양 씨 가문에서 큰소리칠 수 있는 것은 큰집을 따르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야. 그래서 양 씨 가문에서도 함부로 당신에게 칼을 들이댈 수 없는 거지. 단지 그뿐이야.”“만약 당신이 오늘 한 말이 전해진다면 그 많은 지지자들은 다 사라질 거야!”“양 씨 가문에 무슨 권세가 있겠어?”“언제까지 그렇게 기고만장할 수 있을 것 같아?”“당신이 이 남자를 지킬 수 있다고 확신해?”여수혁은 분노하며 퍼부었다.그의 저력이 여전히 꽤 굳건하다는 걸 보여주었다.그는 양유훤이 한 남자를 위해 양 씨 가문을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는 중요한 상황을 포기할 것이라고는 믿지 않았다.그를 두려워하느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였다.“난 지금도 그런 말을 할 수 있고 내일도 할 수 있어. 언제든지 할 수 있다구!”양유훤이 차갑게 내뱉었다.“양 씨 가문 사람들이 여기 나타난다고 해도 난 모두에게 알릴 수 있어!”“하현은 내 남자야. 페낭에서 누가 그를 건드리고 싶어도 내 시체를 밟고 지나가지 않는 한 절대 안 돼!”“당신...”여수혁은 화가 나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질투의 화신이 온몸을 점령한 듯 이를 부득부득 갈며 입을 열었다.“하현은 대하 사람이잖아? 그런데 언제 당신 눈에 든 거야?”“아무리 시집을 가고 싶어도 좀 쓸 만한 방패막이를 찾아!”“이런 쓸모없는 놈을 구하다니! 우리가 그 말을 믿을 것 같아?”“퍽!”양유훤은 손바닥을 후려쳤다.“하현을 모욕하는 것은 날 모욕하는 것과 같아!”여음채는 더 이상 가만히 보고 있을 수 없어서 한 발 앞으로 나서며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양유훤, 당신이 왜 이 남자를 이렇게 비호하는지 모르겠지만!”“이 남자
내 남자?짧은 이 한 마디에 여수혁은 천둥소리를 들은 듯 귀가 먹먹해졌다.양유훤의 신분은 말할 수 없이 높다!지금 양 씨 가문이 예전 같지 않다고 해도 말라죽은 낙타가 말보다 큰 법이다.양유훤은 양 씨 집안의 실세로서 배후에는 양제명이 그녀의 뒤를 받치고 있었다.그녀의 남자라.그것은 어마어마한 권력을 상징한다.적어도 지금 페낭에서는 이 씨 가문과 원 씨 가문 외에 양 씨 가문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양유훤이 비호하는 하현을 밟을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여수혁이 페낭 무맹의 부맹주 아들이라는 아주 비범한 신분을 가졌다고 해도 양유훤이 하현을 비호하고 나선다면 그로서도 절대 어쩔 수 없었다.양 씨 가문이 정말로 무너지고 페낭의 몇몇 세력에 의해 완전히 소멸되지 않는 한 지금 이 시점에서 양유훤의 권세는 여전할 것이다.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여수혁이 줄곧 양유훤에게 관심을 가졌고 그녀를 자신의 여자로 삼고 싶어 했다는 것이다.그런데 지금 양유훤의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듣고 여수혁은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올랐다.“양유훤!”여수혁이 무겁게 입을 열고 한 걸음 앞으로 내디뎠다.“이 녀석의 정체는 당신도 나도 잘 알고 있어!”“그를 비호하기 위해 굳이 당신의 남자라고 말을 하다니! 그 결과가 어떤 것일지 생각이나 해 봤어?”“그리고 당신도 당신의 신분을 잘 알고 있겠지만 그를 당신의 남자라고 선언하는 순간 당신은 그를 끝없는 위험에 빠뜨리게 된 거야.”“그런데도 당신 계속할 거야?”“그래, 내 결정은 바뀌지 않아.”양유훤이 단호하게 말했다.“하현은 내 남자야. 나 양유훤의 입에서 나온 말이니 틀림없는 사실이야!”“누군가가 그를 건드리려면 내 시체부터 밟고 지나가야 할 거야!”“여수혁, 당신이 해 볼 테야?”여수혁은 어둡게 가라앉은 얼굴로 나지막이 말했다.“양유훤, 내가 당신한테 약간의 호감을 가지고 있다고 함부로 행동하지 마!”“당신은 절대 이 남자를 지킬 수 없어!”“퍽!
하현은 싱긋 웃으며 여수혁을 위아래로 훑어본 뒤 말했다.“만약 내가 거절한다면?”“내 호의를 거절한다고?”여수혁은 쥐를 쫓으며 희롱하는 고양이의 눈빛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분명 하현이 거절하길 바라는 눈치였다.“미안하지만 양유훤의 체면을 더는 봐줄 수 없을 것 같은데.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당신을 놓아주긴 어렵지 않을까?”“그렇다면 내 체면이 뭐가 되겠어?”여음채는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언짢은 듯 표정을 일그러뜨렸다.여수혁 앞에서도 여전히 센 척하는 거야?죽음이 코앞에 닥쳤는데도 여전히 시치미를 뗀다 이거지?여수혁은 이미 만반의 준비를 해 놓은 상태인데 당신은 아직도 사태 파악도 못하고 허세를 부린다고?설마 자꾸 이런 식으로 나온다면 절대 좋게 끝나지 않을 거라는 걸 모르진 않겠지?잠시 후 여수혁이 손을 흔들자 군중 뒤에서 무도복을 입은 남녀 수십 명이 걸어 나왔다.그들은 허리춤에 차고 있는 검을 꺼내며 기세등등하게 칼날을 번쩍거렸다.칼날이 빛을 받고 위용을 드러내자 여음채와 부일민은 점점 조롱과 멸시에 가득 찬 미소가 얼굴 가득 번졌다.여수혁은 마치 자신이 천왕 노자라도 된 것처럼 차가운 얼굴로 손을 흔들며 말했다.“두 다리를 부러뜨리고 무릎을 꿇고 사과하게 만들어!”“감히 반항한다면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네 명의 무맹 제자들이 앞으로 나와 하현의 이마에 장검을 들이대었다.어떤 사람은 야구 방망이를 꺼내 당장이라도 하현의 다리를 부러뜨릴 듯한 자세를 취했다.이 모습을 보자마자 하구봉은 매서운 눈빛을 드러내며 당장이라도 공격하려고 했다.하지만 하현은 손을 내저으며 그를 만류했다.그와 하구봉은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었다.하지만 강옥연과 원가령 두 사람이 이 일에 엮이면 정말로 발을 빼기 힘들어진다.이것은 하현이 원하는 일이 절대 아니다.“내가 궁금해서 그러는데 말이야.”하현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빗발치는 칼날을 무시하고 무덤덤하게 입을 열었다.“당신은 양
”여수혁?”하현은 여음채를 쳐다보며 차가운 미소를 띠었다.“그가 이 병원 대주주인 동시에 당신의 뒷배라고?”“그래! 알고 나니 이제야 겁이 나?”“무서운 줄 알면 이제 무릎 꿇고 내 신발 밑창을 핥아!”“그리고 다리를 부러뜨리고 이십억을 배상해! 그러면 여수혁도 당신한테 살길을 열어줄지도 모르지!”“그렇지 않으면 당신 오늘 재수 없을 줄 알아!”여음채는 경멸하는 기색을 한껏 드러내었다.하현이 남양 무맹과 여수혁이라는 단어 앞에서는 전혀 별 볼 일 없는 존재라고 여겼던 것이 분명했다.강옥연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하현에게 말했다.“하현, 여수혁은 남양 무맹주가 총애하는 제자야. 그리고 그의 아버지는 페낭 무맹의 부문주라서 건드리기가 쉽지 않아.”하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괜찮아. 어릿광대일 뿐이야.”“뭐? 어릿광대?”하현의 말에 여음채는 ‘피식'하고 웃음을 터뜨렸다.“누가 당신한테 그런 용기를 줬는지 모르겠군! 흥!”“우리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이 사람은 페낭 무맹의 부맹주 아들이야!”“이 사람은 페낭 무맹 장로가 아주 아끼는 제자라구!”“게다가 남양 무맹이 페낭 무맹에 파견한 제자라고!”“우리 같은 사람들은 어딜 가나 거칠 것이 없는 사람들이야. 그뿐만 아니라 실력도 비할 데 없어!”화려한 옷차림의 남녀 예닐곱 명이 걸어와 소리치며 하현을 향해 멸시하는 눈빛을 보이며 비아냥거렸다.“야, 너 오늘 큰일 났어! 아주 재수 옴 붙은 날이라고! 우리가 당신 목숨뿐만 아니라 가죽까지 싹 벗겨버릴 거거든! 하하하!”이 사람들은 하현이 무슨 도마 위에 올려진 생선처럼 여기는 것 같았다.원하는 대로 칼질을 해도 된다고 생각했는지 험한 말을 마구 내뱉었다.예쁘장하게 생긴 여자들은 더욱 경멸하는 눈초리로 하현을 노려보았다.하현 같은 외지인이 감히 그들 같은 거물들한테 입을 놀리다니 정말 주제도 모르고 날뛰는 망나니가 따로 없다고 생각했다.하현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이 광경을 보고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깜짝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외지인 관광객 주제에 너무 오만하고 포악하지 않는가?진 반장이 이미 잘못을 인정하고 물러나려는데 여전히 권세를 믿고 남을 괴롭히려고 하다니, 이건 지나친 행동이 아닐 수 없었다.진 반장은 얼굴을 가리고 일어나 하현의 의기양양한 얼굴을 잠시 뚫어져라 쳐다보았다.도대체 이놈의 정체가 뭔지 알 길이 없어 진 반장은 순간 분노했지만 애써 마른침을 삼키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젊은이, 당신 너무 심한 거 아니야?”“퍽!”하현은 손바닥을 휘둘러 또다시 뺨을 때리며 냉담하게 말했다.“그렇게 대단하게 나한테 큰소리쳤다는 건 잘못을 하면 그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도리도 잘 안다는 뜻 아니셨나?”“이렇게 간단한 이치도 몰라?”진 반장은 주먹을 불끈 쥐고 이를 갈았다.생각 같아서는 하현을 죽이고 싶었지만 결국 그는 소리 없이 탄식할 수밖에 없었다.“미안해! 잘못했어!”그는 하현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하구봉이 전화를 건 정종화 총경이 두려운 것이 분명했다.감히 이런 상황에서 어찌 그가 하현을 상대로 싸울 수 있겠는가?상대방의 사과를 들은 후에야 하현은 앞으로 나와 그의 오른쪽 얼굴을 툭툭 건드리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꺼져!”진 반장은 그의 무리들을 데리고 쏜살같이 꽁무니를 뺐다.그리고 이 광경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그야말로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은 하현이 진 반장을 내쫓을 만큼 강력한 힘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진 반장 일행이 꽁무니를 빼게 했을 뿐만 아니라 진 반장의 얼굴까지 때렸다.“내가 당신을 얕잡아 본 것 같군. 당신이 이렇게 큰 뒷배를 뒀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어.”진 반장이 황급히 도망치는 모습을 보고 여음채는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면서 냉소를 흘렸다.“그렇지만 똑똑히 들어. 당신 뒤에 얼마나 큰 거물이 있든 간에!”“페낭 병원의 뒷배가 훨씬 강할 거야!”“날 건드려?! 흥! 두고 봐! 당신은 죽
선두에 선 남자를 보자 여음채는 안색이 환해졌다.그리고 나서 얼른 다정하게 남자의 팔짱을 끼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진 반장님, 마침 잘 오셨어요. 바로 저 자식이에요. 저 자식은 우리가 의료 윤리를 중시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람을 때린다고 호도하고 있어요.”“게다가 내 아랫배까지 걷어찼다구요!”“저놈을 반드시 감옥에 가둬 주세요. 그 안에서 제대로 반성할 수 있게요.”여음채는 하현을 가리키며 기세등등한 표정을 지었다.부일민 일행도 모두 큰소리로 맞장구를 치며 하현이 억지를 부린다고 한마디씩 보탰다.“뭐? 감히 병원에서 원장님을 때려요?”“대낮에 그런 짓을 한단 말이에요?”“법도 뭣도 없답니까?”진 형사는 하현의 얼굴을 주시했고 곧바로 그가 남양인이 아니란 걸 눈치챘다.그러자 얼굴이 싸늘하게 바뀌며 비아냥거렸다.“이봐, 어서 저놈을 데려가! 모질게 심문해! 지독하게 조사해!”“감히 반항한다면 그 자리에서 바로 법으로 다스려!”하현은 희미한 미소를 떠올리며 눈을 가늘게 뜨고 진 형사를 쳐다보았다.“당신은 어쨌든 형사반 반장이면 경찰서를 대표해서 일을 해야죠. 무슨 일이 생겼으면 제대로 조사를 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일을 어떻게 하든 당신 같은 사람이 날 가르칠 건 아니지!”“당신이 먼저 사람을 치고 법을 어겼어. 그러니 법 집행자로서 당신을 연행하는 건 당연한 거야!”“물론 당신도 저항하는 길을 택할 수 있어!”“하지만 저항한 결과는 내가 당신을 한 방에 죽이는 거야!”진 반장은 언성을 높였고 눈을 부릅뜨고 하현의 얼굴을 툭툭 건드리려고 손을 내밀었다.하현은 손을 들어 진 반장의 오른손을 막은 뒤 담담하게 하구봉을 쳐다보며 말했다.“전화 걸어.”하구봉은 어리둥절해하다가 곧바로 하현이 말하는 뜻을 알아차리고 얼른 핸드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전화기 건너편에 냉랭한 목소리가 전해오자 하구봉은 핸드폰을 진 반장에게 건네주었다.“당신의 직속 상사가 전화를 받아